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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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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7, 2018 17:43에 작성됨.

P 「■■,**,○○」 2



  三.

  번화가의 태양을 반사하는 아스팔트와 접하는 대기가 불길처럼 흔들거린다. 앞에서 느긋하게 달리는 차의 번호판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아지랭이는 이곳저곳에서 솟아오르고 있었고, 바깥공기가 얼마나 무더위인지를 알기 쉽게 주장하고 있었다.

  줄줄이 늘어선 각각의 자동차, 그 배기통에서 새어나오는 열기도 적잖히 지표면을 데우고 있다. 이 광경을 보면 지구가 온난할만 하다고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작열의 한중간에 있음에도 쾌적한 폐호흡이 가능하니 참으로 에어컨은 인류의 보물이라해도 과장이 아니다.

  움직임이 멈춘 흐름 속, 나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수 없기에 또다시 정차. 의자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쉰다.

  도로 조금 앞에 걸린 전광판이 형광빛을 내뿜고 있다. 『이 앞 정체 7킬로/25분』

  지각할 일은 없겠지만, 앞으로 25분이나 더 이 상태가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았다.

  「있지, 프로듀서씨. 나 배고파~」

  붉은빛이 도는 갈색 세미롱 헤어를 올리고 ■■가 애교있는 목소리를 높혔다. 큐트한 복숭아색 헤어밴드가 잘 어울리는 그녀는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이 지루한 시간을 혼자서 보내는 것이 아닌게 유일한 구제였다.





  「유감이지만, 한동안은 못내릴것 같아.」

  「엑~ 뭐 없어? 여기라던가」 그녀가 대시보드를 벌컥 연다. 확실히 거기에는 차량검사증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네.」

  「그렇지」

  만약 뭔가 있었다해도 끽해야 초콜릿이나 사탕정도다. 한여름인 이 시즌에 차안에 둔 시점에서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겠지만.

  「내 가방에 박하사탕은 있어.」

  「그건……별로려나」

  「안먹어? 제멋대로긴」

  「뭐가 제멋대로야? 배고플 때 박하사탕 먹는 사람이 어딨다고.」

  「……뭐, 그렇지」

  근처 스튜디오였다면 굳이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않고 적당히 돌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어중간하게 멀고 이미 진입한 이상은 어쩔 수 없다. 휴게소도 아까 지나갔으니 한동안은 없다.

  「참을 수 밖에 없어. 저쪽에 도착하면 점심이니까 뭐 먹을지 생각해 둬.」

  「네~……아, 있지, 시간은 괜찮아?」





  질문받고 시간을 확인해보면 11시 전. 현장 집합은 오후 1시였으니 「뭐, 괜찮겠지. 너무 오래 걸리는 곳은 못가지만」

  「코스 요리같은거?」

  「한참 줄서야하는 유명한 가게도.」

  「아, 프로듀서씨, 나 여기 가고싶어~」

  「그래, 어디보자……■■, 너 내 말 들은거 맞아?」

  내밀어진 스마트폰에는 맛집 사이트에서 대량의 별이 달린 해물 코스 요리 유명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녀는 「농담농담~♪」이라며 킥킥 웃는다.

  행선지는 이웃 현의 해변 공원이었다. 잡지 모델 촬영을 위해 정해진 촬영지는 항구가 가까워 해산물로 유명하다. 1시 집합에 30분 후에 촬영개시니 촬영에 걸리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3시간 정도겠지.

  「……저녁이라도 못먹지」 조용히 혼자서 중얼인다. 그녀가 제시한 가게는 너무 비싸니 택도 없지만, 조금만 저렴한 곳이면 가도 될지도──라는건 완전히 개인적인 감정이었다.





  완만한 스톱 & 고를 반복하며 10분정도 지나자 조금 긴 도시터널을 통과했다. 차유리 너머로 쓸데없이 태양빛이 난반사하고 있어 바다가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와아……경치 좋네, 프로듀서씨.」

  탄성을 내지르는 그녀에게 「그렇네」라고 대답하면서,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떴다. 선바이저를 내린다. 햇빛이 조금만 더 강했으면 운전해 방해됐을 정도로 오션뷰는 빛나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속도르는 운전자를 위해 직선을 피하고 있다. 달리기 쉽게 의도적으로 굽혀진 클로소이드 곡선을 따라 핸들을 돌리고, 커브를 하나 유유히 돌았을 때, 노골적인 셔터음이 들렸다.
(※클로소이드 곡선:도로가 직선이면 운전자가 단조로운 기분이 되어 도리어 사고가 나기 쉽다는 견지에서 새로운 고속도로 따위에 쓰이는 아주 완만한 곡선)

  음원은 옆자리의 ■■였고, 힐끔 보니 스마트폰을 얼굴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사이드 윈도우 너머의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로 자신을 촬영하고 있었다.

  「응응~……흔들려. 프로듀서씨, 차 세우면 안돼?」

  「말도 안되는 소리 마……뭐, 아직도 길이 좀 막히니까 조만간 자연히 멈출거야.」

  말하는 사이에 앞이 막혀 브레이크를 밟는다. .「잠깐만 창문 열게?」 허가를 내기도 전에 파워 윈도우를 내려 차내에 비정상적인 열기가 들어온다.





  두세번의 셔터음 후에, 그녀가 만족스럽게 「좋아♪」라며 고개를 주억였다.

  「만족했으면 빨리 닫아. 더워.」

  「응.……아」

  뭔가가 생각났는지 신음성을 한번 올리고, 그녀의 손이 내 팔을 강하게 이끌었다. 불의를 찔려 저항을 잊고 그녀쪽으로 기대버렸다.

  「프로듀서씨, 자, 포즈~♪」

  순간적으로 할 수 있겠냐,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찰칵소리가 먼저 울린다.

  「아핫, 표정 이상해~」 화면을 나에게 향하며 빈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깔깔 웃는다. 눈을 반쯤 찡그린 나와, 완벽한 표정관리한 ■■와의 일그러진 투샷.

  「그러면 당연히 표정관리 안되지.……애초에, 이봐, 아이돌. 경솔한 짓 하지마.」

  「아하핫, 쏘~리~♪」

  고개를 홱 돌리고 앞 차를 따라가기 위해 엑셀을 밟는다.

  「왠만하면 지워줘」

  「음~ 그건 아까운데~」

  곁눈질로 살펴보면 이미 사진 가공 앱을 열고 이것저것 꾸미고 있었다. 나는 포기하고 핸들에 기대 창 밖의 푸른 하늘을 올려보았다.





  교통정체만 빠져나오면 나머지는 금방이었기에 집합 1시간전에 해변 공원에 도착했다. 바닷물의 향기가 났다. 내륙출신인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것이었고, 떠오르는 추억도 없었다.

  점심은 오는 길에 있는 적당한 가게에서 먹자고 이야기했었지만, 그 길에는 전국적인 프렌차이즈 규동집과 가츠동집밖에 없었다. 냄새를 생각하면 이제 곧 의상 모델로서 촬영할 아이돌을 데려갈 곳은 아니다.

  없으면 어쩔 수 없다. 이 공원은 일단 관광지로서 유명한 곳이니 뭔가 있을것이라고 판단해서 현지에 먼저 도착하기로 했다. 지금은 둘이서 울려고 하는 배꼽을 누르고 있었다.

  산책길을 만드는 수풀에는 풍부한 색채의 백일초가 피어있었다. 불어오는 소금기 가득한 바람과 태양의 작열을 받고도 피어있는 꽃은 가련한 모습과 달리 강인할것 같았다.

  가져온 하얀 양산을 펼쳐 그녀에게 건내준다.

  「고마워」

  「응. 그나저나 덥네……」

  내복을 넘어서 와이셔츠까지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능하면 에어컨으로 시원한 가게에서 시원한 것을 먹고 싶었다.





  카레집은 논외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영 내키지 않는다. 튀김가게, 초밥집은 휴일 점심이라서인지 대기줄이 길다. 음식점이 늘어진 에리어를 5분쯤 걸었을때 「앗」이라는 탄성이 겹쳤다.

  『냉중화면 시작했습니다』

  가게안을 엿보았는데 별로 바빠보이진 않았다.

  「……여기로 할까」

  「그렇네. 시간도 별로 없고」

  미리 정해둔 주문을 입점과 동시에 말하고, 만약을 위해서 안쪽 테이블 석에 앉았다.

  「여기, 냉중화면 둘이었지. 우리는 김치가 무료니까 먹고싶으면 얼마든지 먹어.」

  부드럽게 웃는 할머니가 친근하게 말하고 주방으로 돌아간다. 모처럼이므로 셀프코너에서 배추김치를 작은 접시에 담아 테이블로 돌아오니 그녀가 씁쓸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면 안좋아했었지.

  「……안먹으면 되잖아. 냄새도 싫어?」

  「그정도는 아니지마안. 억지로 먹이지 마?」

  「누가 그러겠냐」

  「**이 재밌다면서……」

  작게 웃으며 작은 접시에서 한점 집는다. 적색의 매운 맛이 혀를 자극했다.

  「뭐, 저래보여도 친한 사이에도 예의는 지키잖아?」





  그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나는 그저 장난하는 모습 밖에 상상되지 않는다. **은 장난을 잘 치긴 해도, 사람이 정말로 싫어하는 짓은 안하는 아이다.

  곤란한 여동생이야, 정말. 이라고 말하듯이 ■■는 한숨을 쉬었다.

  잠시후 할머니가 트레이 2개를 들고 테이블로 온다.

  삶은 닭에 오이, 계란지단에 방울토마토. 매우 일반적인 고명이 올려진 냉중화면은 우리들의 몸을 심지까지 식혀주었다.

  「……아아, 그러고보면」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응?」

  「○○랑 **에게 헤어 악세서리 만들어 줬다며?」

  「아~……응. 그렇지~」

  후루루룩, 면을 삼키고 나서 그녀가 입술을 움직였다.

  「○○ 말야, 평소에도 굉장히 잘 꾸미면서 소소한 엑세서리같은건 신경쓰지 않잖아. 그런거 아깝지 않아? 그래서 뭐 만들어줬는데. 그랬더니 **도 갖고싶다고 말하는거야! 숏헤어라 곱창밴드는 쓰기 힘들것같아서 걔한테는 머리핀을……프로듀서씨?」

  「응?」

  「왜 그래, 이상한 얼굴로」

  「이상하다니……자비없구만, 정말이지」

  자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얼굴이 풀렸던 모양이다.





  「왜 그래?」 반복해서 물어보지만, 딱히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아냐. 정말 사이좋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훈훈해서.」

  생각을 솔직히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별 의도 없는 단순한 감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은 다소의 복수가 된 것 같았다. 접시를 바라보고 있던 얼굴을 올리니 그녀가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친해지면서 알게된, 그녀가 부끄러울 때 하는 행동.

  「그야 사이는 좋지만.……다들 그렇잖아」

  분반이 아닌 분면을 해벌리것 같았다. 새침한 표정이 더더욱 웃음을 터뜨린다.
(※분반 : 우스워서 입에 물었던 밥이 튀어나온다는 뜻으로, 웃음이 터짐을 이르는 말)

  「딱히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약간 무례하게 젓가락으로 가리키자, 시끄러!라고 그녀가 말한다.

  조금 시골 출신인 ■■는 도시적인 이미지인 예능 사무소에 들어오는 것에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우리같은 소규모 사무소에 그런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적절한지는 넘어가고). 그에 대해서 상담한 나에게, 같은 입으로 그런 걱정이 전혀 필요없었다고 자기신고 한 꼴이 됐으니 그 부끄러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서로가 30분 미만으로 식사를 끝냈다. 슬슬 일어나야 해서 짐을 정리한 참에 옆자리에 앉아있는 체육계같은 체격의 남자 둘의 대화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고보면, 그거 아냐? 오늘 여기서 무슨 잡지 촬영이 있다더라」

  「헤에. 누구 귀여운애 있냐?」

  「자세한건 몰라. 그런데 무슨 아이돌도 온다던데. 그거, 그─……미시로프로?」

  「진짜? 유명한데잖아. 잠깐 보러갈까……아, 맞다, 미시로하니까 생각났어. 야, 너 이 소문 들었냐? 이번에 거기 무슨 사장인가 전무인가가 바꼈다더라」

  「그런 높은 사람이? 안좋은 일도 없었는데 설마 그러겠냐. 어디서 들은 정보냐? 그거 유언비어일걸.」

  잠시 귀를 기울이다가 탄식하고 일어섰다. 계산을 끝내고 가게 밖으로 나오니, 그녀가 「잘 오르지 않네. 지명도」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뭐, 사무소의 네임밸류가 좀」





  이번 촬영은 미시로가 넘겨준 일 중 하나이다. 기획서에 실려있었던 그쪽의 아이돌은 올해 봄 사무소에 막 들어온 신인. 데뷔한지 나름대로 꽤나 지난 ■■와 비교하면 인기는 다소나마 앞설텐데.

  그런데도 소문으로 흐르는 것은 미시로의 아이돌이었다.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사무소의 힘 뿐이었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심함과 미안함으로 눈물이 나올것 같다.

  「앗, 그렇게 많이 신경쓰진 않아? 우리는 우리대로 할 수 밖에 없고……」

  휘릭 턴해서 그녀가 나에게 등을 돌린다.

  「조금씩이라도 할 수 밖에 없는걸. 잘 알고 있어.」

  정말이지, 정말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헛기침으로 억누른다. ■■도 그렇고, **도 ○○도, 나에게는 아까울 정도로 기특한 아이들이었다.

  나란히 걸으며, 가게에 들어갈 때 맡았었던 양산을 펼쳐서 다시 건내준다.

  「그럼 오늘도 착실하게 힘내볼까」

  「응.……몬약에말야. 몬약에 정말로 보러 온다면」라고 말하더니, 그녀는 포즈를 취하고 윙크했따. 「방금 그 사람들도 한번에 내가 매료해 버릴거니까♪」

  「……듬직한데」





  백련초의 산책로를 한번 더 지나고, 약속된 집합장소로 향했다. 분수가 반짝이는 물보라를 내뿜으며 시원함을 어필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언 발에 오줌누기였다.

  벌써 다른 사무소의 아이돌과 모델도 거의 모여있다. 거기에 끼어들어서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소문으로 유명한 미시로의 아이돌도 있었다. 그 프로듀서도 옆에 붙어있었지만 나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 어이쿠, 하는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어보니, 약간 딱딱한 목소리로 정중한 인사가 돌아왔다. 나이는 젊다. 받은 명함은 깨끗하고 각져있었다.

  「……실례입니다만, 혹시 최근에 입사하신 분이십니까?」

  「앗, 네! 올 봄에 입사해서……여러모로 부족한 풋내기입니다.」

  고개 숙인 상대가 무난한 대답을 하니 또 다소나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올해에 졸업자로서 입사했을 때는 신입 전원이 차별없이 1년동안 어시스턴트였다. 선배 프로듀서를 따라가서 현장 연수를 받았을텐데. 체계가 변한건지, 어쩌면 그가 특출나게 유능할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내 안에 작은 응어리가 태어난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 것이 태어난 것이 한심해 또 한숨이 나온다.

  자신들은 자신들대로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돌인 그녀가 이해하고 납득하는데, 그 프로듀서인 내가 이런 일로 이러다니.





  미간이 찌뿌려진 것을 자각했다. 눈치빠르게 그것을 헤아린 ■■가 「왜 그래?」라고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흔든다.

  「흐응~……?」 그녀는 아까까지의 내 시선을 쫓듯이 미시로 프로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고는 빙긋 웃는다.

  내가 고개를 갸웃했을 때, 거짓말하지 말라는듯이 당돌하게 그녀가 손바닥으로 내 등을 때렸다. 옷이 얇다보니 등의 충격이 수수하게 아프다.

  「……뭐해」

  「잘 모르겠지만」 내 말을 끊고, 그녀는 익숙한 윙크를 나에게 날렸따. 「프로듀서씨는 나를 확실히 보고 있을것! ……알았지?」

  집합소리에 불린 그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간다. 그 등이 찌들어있는 나에게는 매우 듬직하게 보였다……정말 나같은 멍텅구리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아니, 어쩌면 그래서 밸런스가 맞을지도?

  이런 말을 했다간 또 한대 맞을것 같았기에 나는 잠자코 촬영하는 그녀를 지켜보았다.




  四.

  순조롭다. 군소리가 불쑥 흘러나왔다. 모니터에 비치는 이번 달 수지표의 최하단은 검은색 숫자가 줄지어 있었다. 작성한 자료를 저장한 후 사내 파일에 넣는다. 수첩의 메모에 체크하고 한번 크게 기지개를 폈다. 롤업타입 커튼 너머로 오렌지색으로 변한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본래라면 경리관련 일은 내가 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작은 회사에다가 사람도 적다. 일손이 필요하면 한가한 사람이 맡는다는 암묵의 이해하에서 완전히 문외한이었던 작업에도 익숙해졌다.

  「에잇! 투페어! 어때?」

  「유감. 자, 쓰리카드♪」 「말도안돼!?」 「**은 아직 멀었네~」

  「……저기, 미안. 나 풀하우스」

  「에, 진짜!?」「○○ 강해~!」

  그리고 이 가까운 거리감에도 익숙해졌다.

  오른쪽 옆의 빈자리에는 어느새부터인가 내 담당 아이돌들의 놀이터가 되어있었다. 어딘가에서 가져온 파이프 의자에 앉아 지금은 셋이서 포커를 즐기고 있었다. 일에 방해되지 않아요?라고 이전에 동기 동료들이 기막혀하며 물었을 정도이다. 확실히 집중은 떨어지지만, 의외로 이게 방해되지는 않았다.





  세트가 아닌 4개의 머그컵이 놓여져 있었다. 내 책상에 하나, 옆의 그녀들 앞에 3개. 이미 다 마셨지만 원래는 커피가 들어있었다. 커피는 그녀들이 타줬었고 그런 세세한 배려가 나는 기뻤었다.

  「어라? 프로듀서 일 끝났어?」

  **의 말에 「그래」라고 수긍하니 ■■가 「정말, 너무 늦잖아, 프로듀서씨」라고 불만스럽게 말한다.

  「기다리라고 한 적 없잖아……게다가 신나게 놀고있더만. 불평 들을 이유는 없어」

  「그러지마, 프로듀서. ■■는 기다리고 있었어. 저래뵈도 제법 갸륵한 애니까.」

  「휘유휘우~♪」

  「○○, 너?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도 못하는 주제에 휘파람 불지 마!」

  「엣, 못하지 않거든!」

  「이상한 말……? 기다린건 사실이잖아」

  「다 같이 기다린거잖아!?」

  소란스러워진 그녀들을 보고 쓴웃음지으며, 특히나 히트업하고 있는 ■■를 중심으로 달랜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는거지?」

  다시 물으니 셋이서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대표해서 입을 연 사람은 **이였다.





  「……이제 곧, 여름이 끝나지?」

  아직 낮에는 무덥지만 달력상으로는 여름과 가을의 경계는 꽤 전에 지났다. 「그렇지」

  「요즘 일 잘되지?」

  「그렇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방금 전에 나온 결론이다.

  「……상, 받고 싶겠지?」

  「……그런가?」

  「라는 이유로! 우리는 놀러가고 싶습니다, 프로듀서~!」

  꽤나 억지로 『라는 이유로』로 이어졌지만, 요컨데 요즘 열심히 하니까 휴가를 달라는 의미인 모양이었다.





  필수품인 수첩을 연다. 고맙게도 스케쥴은 꽉 차있었고 한가한 날은 없다. 누군가가 휴일이라도 다른 누군가는 출근이다. 셋이서 어디 가고 싶다니 이래서는 의미가 없다.

  「너희들의 휴일이 겹치는 날이……」

  「겹치는 날이?」

  페이지를 하나 넘긴다.「……1달 후, 정도네」

  「너무 멀어!」

  「그렇지」

  이걸로는 만족하지 못할것같다. 조정할 수 밖에 없나. 일주일 후의 영업 스케쥴에 볼펜을 댄다.

  「……그럼 다음주 토요일. 은 어때?」

  셋이서 각각 스마트폰이나 수첩을 열었다. 일정을 확인하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좋네!」

  「그럼, 그렇게.」





  취소선으로 내 글자를 지우고, 잊지 않게 날짜 위에 별표를 그리──려 했을때, 옆에서 엿보던 ■■가 「그게 아니지?」라며 내 수첩을 억지로 빼앗았다.

  캐릭터가 그려진 그녀의 펜이 내 수첩 위를 달린다.

  「……이걸 오케이. 여기, 프로듀서씨」

  돌려받은 수첩에는 동글동글한 핑크색 글씨체가 다소곳하게 덧붙여있었다.

  『넷이서 데이트(하트마크)』

  「……■■?」

  「응?」

  「뭐야 이거」

  「엣, 뭐냐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프로듀서씨도 같이 갈거지?」

  ────당연하지는 않지 않나. 라는 주장은 문답무용으로 곡살되었다.





  ◇

  곧 가을이 오기때문에 실제 기온이 어떻든간에 세상은 납량시즌이다. 행사가 늘어나는 시기 한중간에 내가 지정한 휴일은 우연히도 불꽃놀이 행사와 겹쳐있었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가깝다 해도 개최지는 도보로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전차도 행사 당일에는 혼잡할것이다. 그녀들은 운전면허증도 없다. 즉, 차가 필요하다.

  자가용인 파란색 미니 쿠퍼는 네 사람이 타기엔 다소 작다. 시끄러운 엔진소리를 내는 낡은 엔진에게 내심 사과하면서 엑셀을 밟는다.

  「이제 20분이면 도착하겠네……이제와서지만 출발이 너무 이른거 아냐?」

  아직 태양은 동쪽 구름 뒤에 숨어있다. 불꽃놀이는 저녁부터고, 자리를 잡아둘 필요가 있다해도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안일러 안일러」 헤드레스트에 손을 올리며 뒷자석의 **이 말했다. 「저기서 놀거니까. 그치 ■■ 언니?」

  「그렇네. 노점같은건 아침부터 여는 모양이고?」

  백미러로 보이는 ■■는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다. 예비 조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인보우 아이스크림, 이란게 매년 나온대. 노점에서. 그거 먹고싶어, 사진도 잘 찍힐것같고. ○○도 먹고싶지?」

  「응?……으음. 딱히?」 조수석의 ○○가 대답한다.

  「여, 여기서는 먹고싶다고 말해야지!」

  ■■의 마이페이스한 솔직함에 **이 딴죽걸고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겹친다.

  운전수 취급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유쾌하진 않겠지만, 그에 반해 내 표정은 풀어져 있을것 같았다.





  얼마후 도쿄만이 보였다. 매립으로 만들어진 대지를 달리는 도로는 어디까지나 인공적이며 합리적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시간이 이르다보니 크게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회장에 가까워지고 노점이 길가에 늘어서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속도가 느려졌다.

  합의의 결과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그 다음부터는 걸어가기로 한다. 셋 다 일단 가벼운 변장을 했다. ■■는 베이지색 햇에 검은테 안경. **은 데님 컬러의 캡. ○○는 둥근 무테 안경을 쓰고, 평소의 내림머리를 땋아서 곱창밴드로 묶었다.

  「프로듀서는 변장 않해?」**이 묻는다. 내가 왜 변장해야 하는건지.

  그날은 비교적 시원한 날씨였다. 햇볕은 약하고, 바닷가에 바람이 종종 분다. 폭염에 시달리던 나날을 생각하면 꽤나 쾌적했다.





  주차하고 나서 걸은지 5분쯤, 맨 앞에서 걷던 **이 최초로 반응한 것은 노점 안쪽에서 개머리판을 잡고있는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오~ 사격! 하고싶어~! 다 같이 하자!」

  「얘, 뛰지 마 **. 위험하잖아?」

  「어이쿠……에헤헤, 미안해 ○○. ■■ 언니! 빨리빨리!」

  「너무 서두른다니까……축제는 도망치지 않으니까……그래서, 사격? 할거야?」

  「할래!」

  「○○도?」

  「나는, 할거면 같이 할거지만……」

  「응~……그럼 나는 보고있을게. 딱히 갖고싶은것도 없으니까……모처럼이니 둘이서 승부! 라도 해볼래?」

  「읏」「……좋아」

  「승부야 ○○! 아저씨 한번!」

  「그래」

  「받아와 **.……아저씨, 저도」

  「그래그래, 여깄다.」

  「……응응응……자알 조준하고……빵! 빵!」

  「엑, 어딜 노리는거야 **……?」

  「시끄럽네~ ■■ 언니!」

  「Shoot! ……응, 나쁘지 않네」

  「오! 이 아가씨는 잘 쏘는데. 못생긴 초록이가 일격에」

  「……뭘 노리는거야 ○○……?」

  「……■■, 시끄러워」

  「과연, 승부에서 이기고 시합에서 졌구나 ○○……」

  「조용히 해, 프로듀서」

  「승부에 지고 시합도 딱히 못이긴 **」

  「프로듀서?」





  ◇

  「앗, 이것봐! 레인보우 아이스크림 노점!」

  「아~……응~? ……으~응」 「색깔이……굉장하네」

  「엣, 그 미묘한 반응 뭐야?」

  「아니,……■■ 언니, 솔직히 말해도 돼?」

  「뭔데」

  「맛없어 보이지 않아?」

  「그런 소리 하지 마! ○○도 수긍하지 마!」

  「색깔이 장난감같네」

  「장난감……○○, 지금부터 먹을거니까 다시 생각할 준비해. 정말. 사러갈테니까 조금 기다려줘.」

  「아아, 나도 살게. **랑 ○○는 기다려 줘」

  「역시나 프로듀서는 뭘 아네! 이런게 바로 여자력이지~」

  「아아, 그게……아니, 미안. 솔직히 얼마나 맛없을지 궁금해서」

  「최악~」

  「나한테 여자력을 요구하지 마.……아아, 실례합니다, 두개 주세요. 두개에……600엔이군요. 딱이네.……여기, ■■」

  「고, 고마워」

  「어서와」「……바로 앞에서 보니 더 굉장하네」

  「그렇지.……그나저나 곤란한데, 이거 제법 맛있어.」

  「엑」「……정말?」

  「흥이거든. 안줄거야. 응~……응, 이 각도가 좋으려나.……좋아. 이 셀카 봐봐! 엄청 잘찍었지!」

  「정말이다~」 「사진은 이쁘네」

  「맛도 있다니까!」





  ◇

  「나말야, 노점의 소스는 최강이라고 생각해」

  「응. 입에 김붙었어 **」

  「진짜? 어디? 떼줘떼줘 ○○」

  「정말……후훗, 어린애같아」

  「벌써 점심이네~ **이랑 ○○는 야키소바 먹었는데 우리는 뭐 먹을까? 프로듀서」

  「아아, 소스 최강설은 나도 동의하고 싶은데.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도 좋지.」

  「앗, 『본고장의 맛! 짜장면』이래. 나 저거 먹을래」

  「……참고도 안할거면 왜 물은거야? 야 ■■, 잠깐만」

  「우리도 야키소바만으로는 부족하네. 뭐 없을려나~」

  「엑……난 딱히. 충분한데」

  「앗, 저기봐 ○○, 회오리 감자! 저거 맛있어보이니까 사러가자!」

  「아니 나는 배불러. 됐어……잠깐만, 내 말 듣지도 않을거면서 왜 물은거야?」

  「아저씨~ 짜장면 둘 주세요~」

  「■■, 잠깐만. 그거 두개란 말은 나도 먹으라는 거지? 나는 소스가 있는걸」

  「아저씨! 회오리 감자 두개!」

  「**? 그거 내 것도 사는거야? 나 안먹는다니까!」





  ◇

  「오. 스마트볼이네」

  「뭐야 그게」 「뭐야 이게」 「처음 봐」

  「……설마 셋 다 몰라? 말도안돼……」

  「와아, 프로듀서씨가 쓰러질 것 같아.」

  「그러니까……4×4의 구멍을 노려서 볼을 튕기고, 들어간 구멍에서 한줄이 만들어지면 경품?」

  「해설 수고했네 ○○군. 헤에, 요점은 파○코 같은걸까?」

  「** 파칭○ 해? 그러면 안돼, 미성년자잖아.」

  「안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 이미지라니까! 이미지!」

  「……뭐, 파○코랑 비슷하긴 하지. 파○코에 슬롯머신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게 있었다고 하고. 재미있어, 내가 어렸을 때는 노점하면 이거였지.」

  「와, 프로듀서가 부활했다.」

  「……어라, 그러고보면말야. 있지 ○○, 파○코가 무슨 뜻이야?」

  「……글쎄……? 나한테 묻지 마, **」

  「이것이 세대 차이인가……」

  「와, 프로듀서씨가 또 쓰러지려고 해. 그런데 당연한거지. 우리가 도박을 잘 아는것도 좀 아니잖아. 그치?」

  「뭐……확실히. ■■의 말이 맞나. 그렇네. 조금 해볼까?」

  「아니~」 「으음……」「별론데」

  「상처받았어」





  ◇

  철퍽, 물이 튀었다. 평평한 수조 안에서 붉은 금붕어 한마리가 벌쩍 뛰고 떨어졌다. 파문이 스르륵 퍼지고 벽과 부딪히며 사라진다.

  기름종이가 붙은 망에는 물이 스며들어 물고기를 잡기도 전에 찢어졌다.

  「……어렵네」라고 내가 말하자, 옆에 주저앉아서 구경하는 ○○의 입꼬리가 천천히 오른다.

  「못하네, 프로듀서.」

  「시끄러.……뭐, 잡았어도 돌려줄거지만. 우리집에서는 못기르고.」

  「사무소에서 기르면 되지 않아?」

  「그건……글쎄. 오늘 같은 날은 돌보지 못하잖아. 다른 사원에게 맡길 수는 있겠지만 나는 주인이 돌볼 수 없으면 기르면 안된다고 생각해.」

  가게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일찍 일어선다. 진지하네, 라고 그녀가 중얼거린다. 표현에 따라 좋게도 나쁘게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이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잡지 못했으니 의미 없는 이야기다.

  옆의 노점에서는 ■■와 **이 거북이 잡기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안보였다. 어디갔나 싶어서 ○○와 시선을 교환햇을 때, 조금 떨어진 곳의 혼잡속에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혼잡한 인파를 헤쳐나오며 달려 오는 모습이 보였다.





  「왜 그래?」라고 질문할 틈도 없이

  「재밌는거 찾았어!」라며 **이 나를 이끌고, 「○○도, 이것 봐봐!」라며 ■■가 ○○의 손을 잡는다.

  끌려간 곳은 노점길에 세워진 포목전이었다. 축제의 열기에 손님을 노점에 빼앗긴 다른 가게와 달리 그 가게는 취급품때문인지 그럭저럭 사람이 있었다.

  포목전. 현관에 세워진 홍보지에는 『유카타 빌려드립니다』라는 문자──과연, 나는 지갑을 한번 열어봤다.

  움직이기 어려울것 같다며 주저하는 ○○도 두 사람의 설득에는 이기지 못했기에 3벌을 빌렸다. 입혀주는 것도 서비스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셋이 갈아입는 동안에 계산을 끝냈다.

  「아, 영수증 주세요. 수신인은……」

  「네네, 여기요.
  ……이갸, 그런데 저~렇게나 귀여운 애들을 셋이나 데리고 다니다니 능력있네요. 대체 어떤 관계인가요?」

  점주로 보이는 묘령의 여성은 꽤나 프렌들리했다. 친밀감을 담아서 던져진 그 말이 나에게는 조금 아팠다.

  「……글쎄요. 어떤 관계일까요?」

  변장은 어디까지나 간이적인 수준이었고, 게다가 갈아입으면서 안경도 모자도 벗었는데 그래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참 그런 이야기였다.





  애매한 대답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니, 점주가 눈썹을 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그 후에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걸 보아 지나치게 오자랖 넓은 성격은 아닌 모양이다. 인사만 남기고 먼저 가게에서 나온다..

  10분도 안되서 가장 먼저 옷을 갈아입고 뛰쳐나온 **은, 하얀 바탕에 오렌지색 나팔꽃이 피어있는 유카타를 입고있었다. 「짠~! 프로듀서, 어때어때!?」

  「뛰지 마, **……」 다음에 나온 사람은 ○○, 「프로듀서씨가 계산해준거야?」라고 말하는게 ■■. 각각 검은 바탕에 백합, 붉은 매화가 그려진 유카타를 맵시있게 입고있었다. 변장용 아이템은 이미 낄 생각도 없는 모양이지만……뭐, 어쩔 수 없나.

  「셋 다 어울려」라고 말했따.「돈은 신경쓰지 마. 경비로 처리할거니까……아아, 대신에 ■■는 찍은 사진에서 몇장만 나한테 보내줘」

  자료를 얻기 위한 의상렌탈이라고 설득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될 지도 모른다. 라는 희망적 관측이 있었다.





  사람이 늘고 있었다. 길가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고있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보인다. 벌써 이런 시간이라니, 시간의 상대성을 느꼈다.

  남서쪽의 하늘은 구름이 은빛을 확산하고 있었다. 직사하는 일광이 사라져서인지 해질녁이 평소보다 빠른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불꽃놀이 시작시간이 바뀌지는 않을테니 우리는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 예비조사는 했다. 이 주변이라면 그렇게 좋은 장소는 아니라도 불꽃은 예쁘게 보일것이다.

  바닷 바람이 불었다. 태평양을 건너 오는 바람은, 그다지 차갑지 않다. 즐겁게 앞을 걷고있는 삼인조가 제각각 머리를 누르고 바람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나의 스마트폰으로 그 뒷모습을 촬영했다.

  괜찮은 카메라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작게 낙담한다. 어차피 그래봤자 오래된 싸구려 카메라다. 화질은 결코 좋지 않다.

  「아~ 프로듀서. 찍을거면 찍겠다고 말하고 찍어야지」

  뒤돌아본 ■■가 조금 화난듯이 말한다. 미안, 그렇게 사과하면서도 나는 러프한 사진을 저장했다.





  황혼이 다가오면서 노점들에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바다에 초롱이 떠올라 있는것 같아서 마치 등롱흘리기같다고 생각했다. 정령은 희미한 빛을 타고 바다 저편으로 돌아간다. 그러고보면 올해 오봉에는 바빠서 고향에도 못돌아갔다. 갑자기 괜히 센티멘탈한 기분이 되었다.
(※등롱흘리기灯籠流し:대로 만든 등롱에 불을 켜 강에 띄우는 일)
(※오봉: 일본 최대의 명절. 한국의 추석과 유사함)

  「……슬슬 앉을곳을 찾을까」

  ○○는 모티브를 알 수 없는 초록색 봉제인형을 안고있다. 사격으로 획득한 그녀석을 포함해서 나름대로 짐이 있었다. 게다가 그녀들은 익숙하지 않은 나막신을 신고있으니 서서 구경하는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노점들을 구경하면서 공간을 찾는다. 목적없이 내키는대로 걸었었지만 다행히 곧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수많은 사람이 자리를 잡고있는 대로에서, 조금 떨어진 모퉁이에 딱봐도 개인이 경영하는듯한 가게가 있었다. 간판에는 떼가 잔뜩 끼어있었지만 문자는 읽을 수 있었다.『烏山商店』.『우산(ウサン)』인지 『카라스야마(からすやま)』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건 뭐 상관없다.
(※烏山의 음독은 우산, 훈독은 카라스야마)


  중요한 것은 기와 처마 끝에 펩시 콜라의 파란색 벤치가 있었던 것이다. 가게 안에 있던 사근사근한 노주인에게 물으니 사용해도 괜찮다는 승낙을 받았다.





  빽빽히 앉지 않아도 셋은 앉을 수 있다. 빽빽히 앉아도 넷은 어렵다. 자연의 섭리, 당연한 귀결로서 내가 서있게 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앉으라는 말은 들었지만 여자를 세워두고 내가 앉는다는 상황은 겉보기에 좋지 않다.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불꽃, 아직일까」라고 ○○가 말했다. 그녀치고는 왠일로 감정이 드러나 알기 쉬웠다. 그걸 캐치한 ■■가 후훗 웃는다. 「이제 앞으로 30분정도 남았어~ 왠일로 ○○가 다 들뜨네?」

  「……그렇게? 왠일로,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 그쪽을 부정하는구나.『들뜬적 없어……』라고 말할 줄 알았는데~」

  「와, ** 흉내 잘내내」라고 ■■가 장단을 맞추자, 바로 ○○가 반론한다. 「엣, 저게 잘해? 못하지 않아?」

  「너무해!」

  시끌벅적한 그 모습을 뒤로하며 나는 상점의 유리문을 열었다.

  「건강한 아이들이군요」

  비좁은 점내에 들어가자, 점주가 얼굴의 주름을 늘리며 그렇게 말했다.

  「……시끄러울까요. 죄송합니다.」

  「아뇨아뇨」 점주는 고개를 젓는다.「젊은 아이들은 저래야지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그렇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죠, 라며 미소가 깊어지며 점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시선이 맞았다. 새까만 점주의 눈동자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맑았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야말로 진리니까요. 그것이 웃음소리였다면 행복의 증명. 슬픈 울음소리였다면 슬픔의 증명.……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세계라면 좋을텐데, 그렇게는 되지 않지요.」

  슬로우 페이스인 그 어조는, 마치 충고처럼 울린다. 목이 막히면서도 대답하려 했지만 마치 내 생각을 읽은듯이 점주가 내 말을 차단한다.「뭐, 늙은이의 괜한 소리군요. 실례했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필요하신가요? 업무적인 그 말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자리값 대신이라기에는 좀 싸구려같지만 나는 인원수만큼의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샀다.

  「매번 감사합니다.……아니, 매번이 아닌가」

  칼칼 웃는 점주에게서는 방금 전의 이상한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밖에 나오니, 바로 밝은 목소리가 맞이했다.「프로듀서! ……그거 아이스크림이지?」라고 **이 말했다. 나는 그 모습에 조금 안도하며 「눈치 빠른데」라고 대답했다.





  수박맛 빙과를 갉아 먹는다. 강한 감미가 혀를 때리고, 차가움이 머리를 정리한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걸 넘어 다소의 한기도 느껴졌다. 날이 저물고 풍향이 바뀐 육풍이 열기를 바다로 가져간다. 가을을 찾아냈다, 라는 말은 과장일까.

  「맛있다~……」

  「꽤 시원해졌네」

  「이제 밤이니까~ 슬슬 시작하려나」

  시계의 장침은, 얼마 후 12를 가리킨다. 슬슬이지, 라고 말하려 했을 때, 바닥에 둥근 얼룩이 보여 의식이 그쪽을 향한다.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렸나해서 오른손의 수박바를 봤지만 아직 녹지 않았다.

  ────비인가? 설마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보았다. 밤이 된 하늘은 새까맣다. 낮에도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일기예보에서는 강수확률이 낮았을텐데.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바라볼 때, 갑자기 휘류류류하는 소리가 들리고, 혼잡의 활기가 단번에 끓어올랐다.

  밤하늘에 거대한 노란 국화가 피어난다. 작렬음이 울려퍼지고 사람의 목소리를 지워버린다.

  시각과 청각에 여운을 남기고, 다시 하늘은 흑색으로 갇혔다. 「와아……」라는 탄성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첫 폭발이 도화점이 된것처럼, 아스팔트 위의 얼룩이 가속도적으로 늘어난다. 그에 비례해서 늘어선 가옥의 지붕을 뚝뚝뚝 때리는 소리도 점점 강해졌다.

  「엑……말도안돼……」

  **이 빌듯이 말했다. 그런 그녀를 비웃듯이 빗방울은 무정하게 하늘에서 떨어져내렸다.





  비는 끝내 그치지 않았다. 당연히 불꽃놀이는 연기.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지나 마찬가지였다.

  포목전에서 유카타를 빌린게 다행이었다. 갈아입을 옷이 있었던 덕분에 그녀들이 젖은 꼴로 돌아갈 일은 없었다.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가 빗방울을 반사한다. 차 안은 조용했다. 조금 풀죽은 세 사람의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고 각각 어느새 잠들어있었다.

  즐거운 하루였다. 틀림없이──하지만 마지막이 아쉬웠다. 아무래도 신은 끝까지 상냥하지 않는 모양이다.

  상점의 노주인의 말이 희미하게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차를 때리는 물방울의 기세는 약해지지 않는다.

  길게 내릴것 같다고, 나는 막연히 생각했다.




  ◆

  밤사이 비는 그치지 않았다. 마치 장마가 돌아온 듯이, 혹은 그 이상으로, 태양이 나오지 않는 날이 이어졌다.

  해가 뜨지 않는 거리는 이렇게나 어둡다.

  세계가 회색으로 둘러싸인것 같았다.

  철근 콘크리트의 빌딩군.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모노크롬으로 둔탁하게 빛나는 물방울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그것은 무언가의 전조인 것 같았다.

  빛은, 오지 않는다.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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