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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1

댓글: 7 / 조회: 3044 / 추천: 2



본문 - 01-17, 2018 17:38에 작성됨.

 

P 「■■,**,○○」



※역주※
글이 매우 깁니다.
하지만 모바마스 팬이라면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꼭 한번 정독하는걸 추천합니다.


1: ◆77.oQo7m9oqt 2017/12/31(일) 14:47:57 .96 ID:U5rAS9nW0

  강한 독자 설정 있음.
  잘 부탁드립니다.



2: 2017/12/31(일) 14:48:38 .04 ID:U5rAS9nW0



  비록, 하늘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 터이다.

  한가닥의 희망이 통하는 구멍이, 분명 어딘가에.






  ◇

  ────깊은 꿈을 꾸고 있었다.

  내용은 무엇 하나 기억나지 않음에도, 하지만 그렇게 확신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에 막연한 잔상이 남아있었다. 밤이었다. 데스크를 밝히는 스탠드 라이트의 빛에만 의지하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 밖은 보이지 않는다.어두운 배경의 유리가 거울처럼 비춘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조용한 이 장소는 내가 내는 소리를 제외하면 에어컨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뭘 하고 있는건지. 나 스스로도 왠일인가 싶었다. 일하는 도중에 잠든 적은 여태껏 없었는데.

  베개마냥 베고있었던 서류로 시선을 내린다. 읽어보니 기입란은 전부 채워져있었다. 고용 계약서였다. 그것도 3장이나 있다. 이력서와 합쳐서 합계 3장. 이런 곳에 방치해도 되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서류는 일개 프로듀서에 불과한 내가 관리하는게 아니다. 일단은 내 책상 안에 넣어두고 내일 사무원에게 건내주자.

  그건 그렇고 이런게 왜 이런 곳에 있는건지. 이상한 일이다. 누굴 위한 서류지?

  ────아아, 그녀들이구나. 이름란이 밤의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보이지 않았지만, 구석에 붙여진 얼굴 사진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 예능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내가 현재 프로듀스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돌 3명의 것이었다.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를 확인하려고 꺼낸걸지도 모르겠다. 열쇠달린 서랍에 소중히 넣고 나는 가방을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의 기억이 애매한 것을 제외하면 기억이 애매했지만, 기이하게도 그 때의 나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단 한가지, 소매가 젖어있는 것이 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도 말라가면서 점점 의식에서 희미해졌다.





  一.

  비가 내렸다. 장마전선이 가져오는 장마였다. 나오자마자 무수한 물방울이 땅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기에 러버솔 구두를 신발장에서 꺼냈다. 오른손에 우산을, 왼손에 가방을 든다. 양손이 가득한 상태로 전철을 타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젖는것을 선택할 수 있는 이슬비가 아니었다.

  출근시간 차내에서는 당연히 앉을 수 없었다. 멍하니 서있는 지루한 시간을 극복하고, 사무소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렸다.

  왠지 기분나쁜 하늘이었다.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다. 구름 두께는 불균일. 동쪽에는 번개라도 칠것같이 잿빛인 곳이 있는 반면, 서쪽에는 맑은 하늘이 보일것같은 곳도 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것 같다. 마음 속에 싹튼 농담 섞인 불안은 내 발을 재촉해 나는 평소보다 아주 조금 빠르게 사무소에 도착했다.

  오피스 안은 비때문인지 침침하게 느껴졌다. 절전을 위해서 빛을 줄이고 있기도 하고, 해가 구름에 가려서 아침임에도 다소 어두운것도 원인의 하나일것이다.

  자신의 책상에 앉아, 동료의 출근을 기다리고 용건을 끝냈다. 나를 서포트 해주는 사무원도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아……뭐, 맡아두겠지만 이런건 왜 꺼내신 건가요?」라고 묻지만 대답할 수 없으니 얼버무리듯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젯밤과 달리 의식은 선명하다. 화이트보드에 써있는 그녀들의 스케쥴을 확인하고 수첩을 펼친다.

  선천적으로 꼼꼼하다고 불릴만한 성격이었다. 해야하는 일은 전부 수첩에 적고 다 끝내면 체크한다.

  문득 떠올라 수첩에서 어제 일정을 보았다. 구석구석 살펴보고, 그리고 볼펜 끝으로 이마를 긁었다.

  모든 항목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 왜 내가 잠에 빠질 때까지 사무소에 있었고, 왜 내 책상에 그녀들의 계약서가 있는것인지를 모른다는 사실만이 부각되었다.





  「──프로듀서~! 안녕~!」

  불의에 등을 찔려 어깨가 떨렸다. 패션이 흘러넘치는 밝은 목소리가 사고에 잠기려는 내 의식을 끌어올린다.

  「왜 그래~? 왠지 복잡한 표정이던데……」

  「아아.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적당히 얼버무린다. 왠지 모르게 목이 아릿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듯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이다. 컨디션이 안좋나. 그런 나와 다르게.

  「안녕, **. 오늘도 기운넘치네」

  「엣헤헤, 뭐 그렇지!」

  활짝 웃는 면이 매력적인 아이였다. 작은 고민따위는 날아가버려. 그렇게 말하는듯한 미소가 갈색 숏컷과 잘 어울려 쾌활한 이미지를 강하게 만든다.

  수첩을 닫는다. 신경이 쓰이지만 오늘은 오늘대로 일이 있고, 어제 일에 언제까지고 구애될 수는 없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이 아이와 오늘의 일에 실례이다.

  「**. 오늘은 예정대로 영업갈거야. 시간되면 차 끌고 갈테니까 현관 앞에서 집합. 오케이?」

  「응! 오케이!」

  척, 하고 경례포즈를 취한 후 **은 드레스룸쪽으로 달려갔다.

  나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그녀를 위해서 작성한 클리어 파일을 한번 확인하고, 가방에 넣었다. 당장이라도 TV쇼에 출연시키고 싶지만, 분수에 넘치는 희망을 품기엔 이르다.

  오늘도 착실하게 하나부터 해가자.

  나갈 때 사무원님에게 추가업무를 받아 수첩을 다시 열어야 했지만 그 외에는 문제없이 나와 그녀는 업무용 차에 탔다.





  빗줄기는 여전하고, 어둑한 하늘도 여전했다.

  「오늘은 어디 가?」 바쁘게 왕복하는 와이퍼를 눈으로 쫓으며 조수석에 앉은 그녀가 묻는다.

  「아마 말해도 모르겠지만……」 누구나 알법한 유명한 곳에는 갈 수 없다. 현지의 이벤트 하청회사에, 그 옆의 도시에 있는 작은 자치체, 그리고 마지막으로 업무상 제휴 관계인 다른 사무소. 확실한 오늘의 일정은 일단 그 셋이고 나머지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낟.

  말해봤지만 그녀의 고개가 갸웃한다.

  「아하하, 진짜 모르겠어. 아, 마지막은 아는데」

  「거기야 몇번이나 갔었으니까」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뭐, 아직 신참이야. 큰 곳에 못가는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해줘」

  「어쩔 수 없구나~」

  시무룩해지는 그녀는 우리 사무소에 소속하고나서 이래저래 1년쯤 된다. 사회인이라면 대부분 신입연수도 전부 끝날 기간이니 슬슬 더 해보고 싶어하는건 이해할 수 있다.

  화제를 돌리기위해 그녀의 얼굴에 의식을 향했다.





  「……그런데 **, 오늘 메이크 혼자 한거야?」

  「에? 아, 응. 그런데?」

  「그렇구나」

  「응? ……어라, 혹시 뭐 이상해? 말도안돼! 나름대로 회심의 결과였는데!」

  「아니아니, 안이상해. 잘 했다고 생각해. 평소보다 잘됐길래, 우리도 드디어 메이크 담당이라도 고용했나 생각했어.」

  「아, 그런거야? 다행이다~」 안도하면서 수줍어하더니, 일전해서 그녀가 자신있게 말한다. 「뭐, 지금의 나에게는 스승님이 계시니까. 엣헴♪ 이란 느낌?」

  스승님의 정체에 짐작가는 사람이 있어 나는 작게 웃었따.

  「그런것 치고는 불안해하던데. ■■한테 말해야지」

  「윽.……아니, 그래도말야. 생각해봐, ■■ 언니는 ○○랑 달리 장난을 꽤 좋아하고. 혹시 가르치면서 슬쩍 장난칠지도? ……라고 생각안해?」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에, ■■, 그리고 ○○. 삼인삼색이 다른 개성과 기호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했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해서 작게 코를 울렸다.

  「아 진짜! 웃지 마!」

  「딱히 **, 너 때문에 웃은건 아니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은 그녀의 비뚫어진 표정을 고치는데 소비하게 되었다.





  ◇

  나의 영업방침은 기본적으로 노려서 맞추는것이다. 이곳저곳에 안테나를 세우고, 수요가 있을 법한 곳을 핀포인트로 노린다. 이벤트 운영회사든, 옆 도시의 자치체든, 최근 기획된 행사의 정보를 잡았기에 행동을 일으켰다.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다. 유능을 자칭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아마 우수한이라는 형용사는 넣어줘도 괜찮겠지, 가 자기평가였다.

  「……어떻습니까? 이벤트 보조에 저희 아이돌을 써보시지 않겠습니까? 꽤나 어린이를 잘 상대하고, 발랄한 느낌의 이미지와도 어울릴겁니다.」

  「으음……그렇군요. 저는 책임자는 아니라 여기서 확답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아아, 물론 나중에 대답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 제 명함과 **의 자료를 드릴테니, 필요하실때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십시오.」

  「아하하, 알겠습니다. 받아두죠.」

  직원이 명량하게 웃으며 내 손에서 이것저것을 받았다. 좋아, 내심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교섭에 반응은 있었고, 인상이 나쁜것 같지도 않다. 기대해볼만하다. 재촉하기위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으나,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어져 손을 뺐다.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그녀와 함께 나도 고개를 숙인다. 익숙해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기뻐져서 자연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고했어, **」 공민관에서 나오고 「하아~」하고 싶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격려했다.

  「이야아, 몇번 해도 높으신 분들이랑 이야기하는건 어렵네~ 예절도 어렵고.」

  「그러겠지. 그래도 많이 익숙해지지 않았어?」

  비의 기세는 매우 약해졌다. 그래도 우산을 가지고 있었기에 손버릇처럼 우산을 펼친다.

  「마지막에도 스스로 인사했잖아. 얼마 전까지는 딱딱해져서 아무 말도 못했었는데」

  「에헤헤, 뭐, 그렇네」 그녀는 칭찬받으면 제법 부끄러워한다.「더 말해줘도 괜찮아?」

  「얼마 전까지는 정말 딱딱해서 고장난 기계같았는데」

  「잠깐, 그쪽 말고! 게다가 왠지 더 심해졌어!」

  「농담이야」

  감정의 발로가 솔직한 아이였다. 그래서 무심코 놀리고 싶어진다. 정말!, 이라며 뺨을 부풀리며 그녀가 내 우산 안에 들어왔다. 몸을 밀고 벌컥벌컥 들어와 진지를 빼앗긴다.

  「자자, 좀 더 들어가……놀린 벌로서 우산 들기를 명합니다. 차까지 나를 비에서 지키도록~!」

  어려운 명령도 아니었고, 차라리 귀엽기까지 한 벌을 나는 잠자코 따랐다.





  2건의 영업을 끝내자 시간은 8시가 되었다. 어딘가에서 가볍게 휴식하고 다음 영업에 갈까, 아니면 이대로 휴식 없이 가고 빨리 퇴근할까. 어느게 좋아? 라고 묻자 그녀는 노타임으로 전자를 선택했다. 길가에 있던 전국적인 프렌차이즈 카페 앞에 차를 댄다.

  ……대체 얼마나 나올지. 메뉴에 기재된 가격을 보고 의문이 떠올랐다. 나 혼자라면 결코 들어오지 않을 가게였지만, 그녀는 희희낙락하며 뭘 주문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멋없는 푸념은 집어삼키고 「뭐 먹을래?」 라고 물었다.

  으음, 한번 신음소리를 내더니 「……치즈 스플레로 할지, 모카 초코로 할지 고민이야. 프로듀서, 반반 나눠 먹을래?」 그녀가 애원하는 눈으로 나를 올려본다.

  「굳이 나랑 반반 나눌 필요 없이, 둘 다 주문해서 둘 다 먹으면 되잖아」

  「엣, 괜찮아? ……아니, 안돼안돼. 그러면 살찌잖아!」

  「레슨 빡쎄게하면 괜찮겠지. 이번에 ○○랑 같이 해」

  「그건 싫……지는 않지마안」 그녀가 눈을 힐끔 돌린다. 「뭐뭐뭐, 오늘은 하나만 먹을까나」

  「그래. 그래서, 뭐 먹을래?」

  「응, 정했어. 모카 초코!」

  「음료는?」

  「논팻 엑스트라 밀크 라벤더 얼그레이 티 라떼를 라이트핫 톨로!」

  「뭐라고?」

  주문은 그녀에게 시켰다.





  기본은 라벤더 & 얼그레이·티·라떼. 그것의 추가주문으로 우유 많이(엑스트라 밀크), 또 우유는 무지방 우유로(논팻), 살짝 따뜻하게(라이트 핫), 4단계 중에서 위에서 3번째의 사이즈(톨)로.

  「그렇군」

  대충 배운건 좋지만, 앞으로 사용할 일이 없을 지식을 머리 구석으로 밀어내고 나는 심플한 블렌드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 안돼, 프로듀서. 예능 사무소의 프로듀서인데 유행에 민감해야지」

  「그럴 정도로 이 가게 유행해?」

  입을 우물거리면서 그녀는 지휘봉마냥 포크를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린다. 오른손에 포크, 왼손에 티 라떼인 그녀와 달리 나는 왼손이 프리했다. 손이 심심해 수첩을 열고 자신이 날필로 쓴 글자를 바라보았다.

  예정은 순조롭게 소화했지만, 예정 이상은 무리려나.





  다음 행선지는, 미시로·프로덕션.……별로 가고싶지 않은 곳이었다. 일때문에 가야하는 필요가 있는 이상 그런 응석이 통할리가 없지만.

  이 나라가 자랑하는 유수한 재벌, 미시로·그룹에 속해있는 극대 규모의 예능 사무소. 대체 어떤 경위가 있는지 몰라도 모든 면에서 열등한 우리 사무소와 업무 제휴 관계에 있는──나의, 옛 터전.

  윤택한 자금에, 과잉스러울 정도의 설비. 저기에 소속했다면 지금처럼 영업에 이렇게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을것이다.

  1년 반쯤 전의 이야기이다. 이쪽에 프로듀서가 부족했다. 제휴관계에 있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미시로쪽의 인사담당자가 『담당 아이돌이 없고, 경험이 있으며, 이의를 주장하지 않을 인재』로서 나를 보냈다.

  나는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상황적으로 좌천으로 보일만한 이동이었지만, 급료도 복리후생도 같았고, 무엇보다 지금이 마음이 편하다. 서로간에 아쉬울 일이 없을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 방문하기 싫은건지──아마도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겠지, 잘 언어화할 수 없었다.

  「……프로듀서? 여기 왜 봐?……아, 먹을래?」 그녀가 포크에 박힌 모카 초코 케이크의 파편을 나에게 향한다.

  「됐어」 나는 웃었다.





  거대한 붉은 벽돌의 대문을 지나, 주차장에 경차를 세웠다. 성처럼 생긴 건물, 이라고 말하면 오해를 부를것 같지만, 외관도 내장도 정말 서양의 성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입구는 평범하게 자동문이다.

  로비의 접수에서 이름과 용건을 전하자 사무원이 바로 연락을 한다.

  「여전히 엄청 크네」라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렇지」

  여전히, 결벽스러울 정도로 청소된 현관홀에, 아능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여기까지 깔린 레드카펫. 대리석 바닥과 정교한 벽면장식도 포함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치다고 신입 당시에 황당해했던 기억은 아직도 있다.

  「프로듀서, 매일 여기에서 일했었지?」

  「아아. 옛날에」

  「으응……」이라며 턱에 손을 대고 그녀가 낮은 목소리를 낸다.

  「이상해?」라고 물어보니, 「응. 이상해」라고 즉답한다. 나는 목을 울리며 웃었따.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내가 이 성의 거주자로서 이 붉은 융단 위를 걷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광경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얼마후, 계단에서 내려 온 별로 그립지 않은 얼굴이 「여, 오랜만인데, 친구」라며 조크를 한다. 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옆의 그녀도 따라하듯이 꾸벅 고개를 숙인다.

  「딱히 오랜만은 아니잖습니까. 기껏해야 반달입니다.」

  참고로 친구라고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도 아니다보니 대답하는 목소리는 의도치않게 딱딱해졌다. 내가 올해 졸업자로서 미시로에 들어갔을 때, 연수를 담당을 해 준 선배 프로듀서가 이 사람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나올 때까지는 쭉 그의 어시스턴트를 했었다. 『유능』이라고는 주제넘어서 도저히 자칭할 생각도 들지 않은 것은 거의 그의 탓이다.

  단적이고 냉정한 내 대답에 선배는 노골적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뭐, 그렇지. 딱히 추억거리도 없으니 바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할까──아, **쨩도 오랜만. 잘 지내고 있어?」

  「아, 네! 보시다시피 잘 지내요!」라고 대답한 그녀에게 「다행이네」라며 선배가 빙긋 웃었다.





  그가 안내한 회의실로 이동하고, 일의 이야기는 담담하게 진행되었다. 업무제휴라고 하면 말은 좋지만, 실정은 우리 사무소가 미시로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혜택을 받는 관계에 가까웠다. 다 받지 못해 남는 오퍼를 나눠주는.

  잘도 이렇게나 많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가 되고 나서 그 굉장함을 재차 느꼈다. 매번 감탄스럽다. 내가 받아오는 일과, 선배에게 받는 일을 저울질해서 그 무게를 측정해보면 무서워질 정도이다.

  1시간정도 이야기하고, 대충 이야기가 정리됐을 때 선배가 의자의 등받이에 체중을 실었다. 힘차게 기댔지만 역시나 미시로, 사무용 의자까지 좋은걸 사용하는지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다.

  「……좋아. 뭐, 이정도겠지. 나머지는 그쪽에서 조정하고, 이것저것 해줘.」

  「알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래. 그렇지만 이쪽에도 유익한 이야기고, 애초에 협력관계니까. 모처럼 얻은 오퍼를 쓸데없이 버리지도 않게되고, 사무처리도 그쪽으로 떠넘기고 있고」

  그는 언제나 이쪽이 민망해지지 않게 「신경쓰지 마」라고 말한다. 고마우면서도 복잡하니 이것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선배는 요즘 바쁜지 잡담은 금방 끝났다. 「유능한 부하를 빼앗겨서. 잔업 늘었어, 진짜로.」

  「아첨하셔도 아무것도 안나와요.」

  「아첨 아니라니까. 뭐, 됐어. 너도 힘들겠지만 열심히 노력해라.」

  간단히 배웅받고 미시로에서 나온다. 현재의 근거지로 차를 돌린다. 빗방울의 위세는 사라졌고, 사무소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비가 완전히 그쳐있었다.

  퇴근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체크리스트에는 빈 칸이 남아있었다. 돌아온 내 책상에는 출발했을 때는 없었던 서류가 쌓여있었다. 정말이지 우리 사무원님도 제법이다. 야근은 확정이고 얼마나 걸릴지.

  「……잔업?」

  한차례 일을 끝내고 크게 기지개를 켜던 그녀가, 내 모습을 보고 불쑥 내뱉었다.

  「그렇네」 스테이플러로 묶인 종이 다발을 펄럭펄럭 센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나 세어야 할 정도의 매수는 있다. 영업 성과의 정리도 합쳐서 대충 1시간 반이려나.





  「**은 이제 가도 돼. 수고했어.」

  싸구려 사무용 의자에 몸을 실고, PC의 전원을 누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내 양어깨에 작은 손이 올라왔다.

  「……**? 왜 그래?」

  뒤돌아보니 그녀는 명백하게 만들어낸 웃음을 지었다.

  「흐흥. 피곤한 프로듀서여, 이 내가 어깨를 주물러주마!」

  뭉친 근육을 풀기위해 가느다란 손가락에 힘이 담긴다. 적당한 지압이 편안함을 가져온다.

  **은 마사지를 잘한다고 자신있게 말하곤 했다. 정확히는 발마사지가 특기랬지만, 대상이 달라도 손가락의 움직임은 매끄럽고 정확했다.

  「뜬금없는데」

  「예고하는것도 이상하지 않아?」

  「……뭐, 그건 그렇네」

  이런 일은 종종 있다. 그녀에게는 취미같은 것이기에 의아함은 없다. 그러나 자신이 솔선해서 나에게 해줄 때는 뭔가 생각하는게 있을때가 대부분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라고 물었다.

  「……날카롭네」





  목소리에서는 부끄러움을 간파할 수 있었다. 어깨를 주물러지며, 한편 기동화면에서 바탕화면으로 바뀐 모니터를 주시하며 나는 서류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 듯이 심중을 드러냈다.

  「……그게, 아까 돌아올 때. 말했었지? 잔업 늘었다고.」

  「아아. 선배가」

  유능하든 아니든간에 잡무를 떠넘길 상대가 사라지면 당연히 업무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선배 정도의 지위와 실적이라면 새로운 어시스턴트를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프로듀서도 그 사람이랑 같이 일했을 때는 분명 지금보다 일이 적었을테고. 미시로는 더 편했을까 싶어서. 뭐, 그런 생각이 있을듯 말듯~ 한?」

  「……너무 추상적인데」

  「테헷……뭐, 그래도 그런 느낌의 기분이야, 지금」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내 일은 늘었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5시까지 PC 앞에서 달가닥달가닥 할 뿐인 이전과는 달라졌다.……그래봤자 그럴 뿐이지만.

  「그렇구나. 그, 뭐냐.」 드라이브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불러온다. 해당 파일에 커서를 대고 더블클릭하자 화면전환을 위해서 모니터가 한번 새까매진다.

  「평소에 잘해」

  「지금은 멋진 대사 말할 타이밍이잖아!?」

  힘이 들어간 그녀의 손가락이, 빠듯이 기분좋다고 할 수 있는 범위의 아픔을 새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워서 얼버무렸다고 생각한다──서로가.





  옛날과 달라졌다. 그렇다고 슬프지도, 아쉽지도 않다. 나는 딱히 그 단조로웠던 과거를 각별하게 사랑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바쁜 지금이 싫지 않았다.

  한순간 석양이 구름 틈새를 통과해 창문으로 새어나와 나는 웃었다.

  위로해주는건 솔직히 기뻤지만, 괜한 슬픔을 느낀다면 그것은 완전히 쓸데없는 억측이라고 단언한다. 미시로에 있었을 무렵에는 없었던,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따뜻한 이런 시간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암전한 화면, 일순간만 비친 자신의 얼굴을 그녀가 보지 못했기를 빌었다.




  二.

  딱, 딱, 메마른 소리가 에어컨의 한숨을 찢고 고막을 흔든다.──△5六玉.

  ▲5三銀.△同龍.▲6二金打.△1三銀打.

  「……으음」 눈 앞의 초로를 지난 남자가 신음한다. 「잠깐만 기다려보게」

  나는 무심코 손목시계에 눈을 돌린다. 시간은 12시 55분. 곤란한데, 그렇게 생각했다──그녀에게 휴식은 13시까지라고 전했었다. 그렇게 말한 입으로 지각에 대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나 나름의 예측으로는 10수쯤 앞에서 외통수가 보였지만 사장님은 아직도 끙끙 고민하고 있었다.

  「사장님」

  「조금만 시간을 주게. 아직일세」

  「……사장님도 이제 아시잖아요. 막혔어요. 꽤나 전부터」

  「아니, 아직 분명 방법이 있을걸세」

  「사장님. 외통수라니까요.」

  「……타임은」

  「없습니다. 포기할땐 포기하시죠.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으음, 납득 못하겠구먼, 이라며 머리를 쥐어짜는 노인을 냅두고 빠른걸음으로 사장실에서 나온다. 아날로그 게임은 싫지 않다. 그리고 장기도 좋아하니 휴식 시간에 어울려주는것도 좋다. 그래도 너무 오래 생각하는건 기다리기 싫다고 생각하며 나는 복도를 빠져나왔다. 엇갈리는 다른 사원에게는 쓴웃음 섞인 인사만 남긴다.

  유리 너머의 창 밖은 아름다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 밝은 여름의 기단이 음습한 장마전선을 완전히 쫓아버리고, 요즘은 매미의 코러스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레슨실은 오피스의 지하층에 위치한다. 사장실은 최상층인 5층. 이곳의 엘레베이터는 엄청나게 느긋하게 일하므로 계단을 달려 내려간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틀기 시작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나름대로 목덜미에 땀이 배일 정도로 서둘렀지만,

  「──지각이야?」 꼬치꼬치 캐물으려는듯한 그 눈에 물려버렸다.

  「미안해, ○○」

  분투가 허무하게도 결국 약속시간에는 5분쯤 늦었다. 그녀의 분노는 지당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변명은 조용히 불탄는 불에 부채질을 할 뿐일것 같았기에 나는 눈감고 사죄만을 말했다.





  작게 한숨을 쉰 그녀는 「뭐, 괜찮지만」이라고 말한다. 「응……아니, 이제 괜찮지만, 이려나」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이상 용서받는게 불가능하므로 용서합니다. 그런 의미있는 말에 귀가 따갑다. 그렇지만 괜찮다고 말한 이상 이 이상의 사죄는 요구하지 않을테고, 만약 불만이 있더라도 용서한다고 말했으면 용서하는게 그녀라는 사람이다.

  점심 휴식으로 중단한 레슨을 재개하기 위해서 룸에 배치된 CD플레이어와 스피커의 전원을 킨다.

  「……여기부터였지?」

  「응」 수긍하는 그녀를 확인하고 나는 재생 버튼을 누른다. 거의 동시에, 그녀의 스니커즈의 고무창이 바닥을 찼다.

  레슨일이었다. 원래의 스케쥴은 오전만이었지만, 좀 더 하고 싶다는 ○○의 강한 요망과, 우연히 내가 일이 없다는 상황이 합치하여 스케쥴은 풀타임으로 바뀌었다.

  댄스의 완성을 서두를 이유가 있는건 아니다. 그저 그녀가 상당히 자신에게 엄격한 타입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극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그녀는 일편단심으로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다.





  허리쯤까지 곧게 자란 윤기나는 검은 머리를 오늘은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게 포니테일로 묶고 있었다. 스탭, 턴에 맞춰서 흔들리는 아름다운 꼬리에 홀릴것 같을때마다 나는 댄스 담당 트레이너가 작성한 지도요령서로 시선을 내렸다.

  전속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회사에 그런 사람은 없다. 이곳저곳을 겸임하는 프리랜서 트레이너들에게 간절히 부탁해서 나도 레슨을 봐줄 수 있게 책자를 만들어줬다. ○○용 페이지, 그 서두에는 빨강펜으로 둥그스런 글씨가 쓰여있다.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생각으로!』

  미스나 신경쓰이는 점을 철저하게 집어라, 라는 말이다. 묘하게 날카로운 단어선택에 웃으며 나는 그녀에게 외쳤다.

  「○○. 표정이 딱딱해!」

  안무 한중간에 일순간 고개를 숙이고는, 든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새 부드러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하고 있었음에도 움직임에 무딤은 없었다. 지시도 바로 삼키고 소화했다. 내 담당 아이돌이지만 꽤나 대단하다고 자화자찬하고 싶어졌다.





  ○○는 노력가이다.

  바로 어제, **에게 『다이어트 할거면 ○○랑 같이 트레이닝하면 돼』라는 말을 반쯤 농담으로 말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한다면 농담아닌 효느을 얻을 수 있는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오늘 아침만해도 나는 아침 9시에 집합이라고 지시했었다. 그럼에도 8시 전에 출근한 나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그녀는 왔다.

  『프로듀서. 혼자 연습하고 있을테니까 레슨실 열쇠 빌려줘.』

  뭘 하고 있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이 되서 여기에 와보면 그녀의 몸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일단 에어컨도 완비된 곳인데.

  오버워크가 걱정되지만, 그러면서도 예정된 레슨은 확실히 하고, 무리가 아니라고 태연한 얼굴로 말한다. 그러니 나는 잠자코 지켜볼 수 밖에 없다.





  ◇

  손목시계를 보고, 짝하고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15분 휴식.」

  「……벌써?」

  나는 플레이어의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있지만 모른척한다. 혼자 연습할때는 아무말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나는 아니다.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었다.

  「벌써 1시간이야. 1시간하고 15분휴식. 타당하잖아」

  「……아직 여유 있어」

  「한계 직전까지 버티다 뻗으면 그게 가장 효율 나빠」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그 의사 표시로 벽쪽에 털썩 주저앉는다. 조금 뒤에 다소 떨어진 위치에 그녀가 살며시 앉는다. 여기까지가 그녀와의 레슨의 항례였다.

  언제나 무리하지 말라고 넌지시 전하고 있지만 언제나 아직 태연하다며 강한척한다. 이런 점에서 그녀의 고칠 수 없는 완고한 성품이 보인다.

  「수분도 충분히 섭취하고」 라고 나는 말했다.

  「섭취했어……정말, 과보호」

  「과보호할만 하지. 어떤 누군가가 위태로우니까」

  「……**말야?」

  「잘도 말하네」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그 아이는 확실히 그 아이대로 위태롭지만, 연하인 그 **조차 『내버려둘 수 없어』라고 평한다는 것을 당사자는 모른다. 말해보면 대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가 조용히 머리를 풀었다. 빛의 각도에 따라 푸른빛으로도 보이는 흑발이 샤라락 풀어진다. 자신의 타월로 가볍게 목덜미의 땀을 닦고 다시 머리카락을 슈슈로 정리한다.……곱창밴드?

  「……왠일로 그런걸 다 쓰네.」

  「에? ……아, 이거?」 그녀는 포니테일의 근원을 숨기듯이 손을 올렸다.

  장발인 그녀가 머리를 묶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기능미 온리에 플레인한 헤어고무만 썼었고, 작은 꽃모양이 귀여운 그것은 내 눈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한테 받았어. 아이돌이니까 평소에도 귀여운걸 써야한다고」

  민망한듯이 그녀가 뺨을 긁는다. 듣고보니 그 머리끈은 ■■가 평소에 애용하는 자작 헤어 밴드와 왠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헤에, 손재주 있네」

  「그게말야」 그녀는 흘러넘칠듯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받은걸 알고, **도 조르더라」

  「자기한테도 만들어달라고?」

  「응」

  「■■도 고생이네」

  **이 ■■에게 달라붙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가 쿡쿡 웃는다. 그렇게 셋이 떠들썩하고 활기차게 지내는 모습은 용이하게 상상할 수 있었고, 나도 무심코 이끌리듯이 웃어버린다.

  「투덜거리면서도 만들어주겠지」

  「아마도. ■■니까」라고 그녀가 호응했다.





  ○○는 기본적으로 크게 웃지 않는다. 맑은 콜드컬러의 눈동자에 균형있는 용모. 아직 어린 16세인 그녀를 한마디로 형용한다해봐도 귀엽다나 사랑스럽다는 잘 나오지 않는다. 꽤나 오래지낸 나도 그녀를 표현하면 거의 쿨이나 미인이라고 말할것이다.

  그러나, 친한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미소는, 틀림없이 나이에 어울리는 귀여운 것이었다.

  「○○」

  「응? 아, 슬슬 휴식 끝이네」

  「아아, 그것도 그렇지만」

  일어서서 말한다.

  「그거 잘 어울려. 라고 말하려고 했었어」

  「……무슨 소리야 갑자기. 빨리 시작이나 해」

  차가운 목소리로 고개돌린다. 만났을 무렵이었다면 내 어깨가 움츠러들었겠지만, 친해진 지금은 어깨를 떨며 웃고있다. 위로 묶인 장발덕분에 주홍빛 귀를 숨기지 못해 평소보다 감정을 파악하기 쉬웠다.





  다소 당황을 하더라도 연습을 재개하면 평소의 평정으로 돌아온다. 적당히 휴식을 중간중간 취하며 예정대로 댄스레슨은 16시에 끝냈다.

  사용한 비품은 원래대로 되돌리고 둘이서 바닦을 대걸레로 닦아야한다. 그래야하는데, 룸 구석의 용구 케이스에 손을 올린 그녀가 나를 말린다.

  「괜찮아. 나머지는 내가 할테니까, 먼저 가」

  일이 없어서 같이 레슨을 했지만 사무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잔업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므로 이건 기쁜 말이었다──액면대로 받아들인다면이지만. 즉, 이 말에는 뒤가 있다.

  한숨을 쉰다. 지금이 16시 15분.「……내 퇴근시간 전까지 열쇠 반납하러 와. 17시 반이야. 늦으면 화낼거야.」

  그녀는 말없이 수긍했다.

  일단 1곡은 안무 확인이 끝났다. 그렇지만 당연히 하루아침에 전부 완성할 수 없었고, 마지막 곡은 다소 부족했다. 만족하지 못했겠지. 말려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린다고 순순히 따를지 의심스럽다.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뭔가 하는게 더 불안하다.





  떠나기 전에 다짐을 하고, 천천히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로 3층 오피스 플로어까지 올라갔다.

  내 책상은 벽쪽 창가였다.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동료들의 책상이 줄지어 있지만 얼마전에 내 옆자리의 프로듀서가 정년으로 퇴직했다. 그러다보니 평소 내 책상 주변에는 사람이 적다.

  그런데도 돌아와보니 오늘은 시끄러운 사람이 둘이나 있었다.

  「장군」 「앗, 잠깐만! 이거 물러줘!」

  「……뭐하십니까?」

  옆자리의 빈 책상 의자에 앉은 사장님과 **이 나의 퍼스널 스페이스에서 장기를 즐기고 있었다. 말을 걸자 뒤를 돌고는,「오, 자네인가」라며 사장이 시치미떼듯 말한다.

  「그게말이네, 리벤지하러 왔건만 자네가 없어서 그 대신 그녀와 즐기고 있었다네」 「프로듀서~! 도와줘, 사장님이 괴롭혀!」「잠깐, 그게 무슨 말인가. **군도 진심으로 할 맘 있었지않나?」

  사장님 당신 몇 살입니까, **은 장기 규칙 알았구나, 정말이지 세대차이를 뛰어넘어서 친하구만 등 떠오른 말을 일단 삼키고 나는 만감을 담아 한숨과 동시에 말을 토했다.

  「……알았으니까 일단 책상이랑 의자부터 돌려주시죠.」





  장기판째로 옆자리로 옮기고 의자를 돌려받아 PC를 켰다. 지금은 오디션용 자료를 다시 정리하고 싶었다.

  「장군!」「후후후, 무르구먼. 이쪽으로 도망쳐야지」

  확인해보니 데이터 용량은 작다. 1시간이면 충분히 끝날것 같았다. 아마 ○○가 돌아왔을 무렵에는 정리되겠지.

  「이번에는 이쪽에서 장군이네.」 「앗~!」

  열린 파일에는 심사위원들의 취향이나 실적이 도표화되어 있었다. 내 담당에서 내보낸다면 역시 ○○가 좋겠지.

  「어라? 막혔나?」「아니, 아직 수는 있어」

  심사위원은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다. 이 정보는 사내 전체에 공유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피스 네트워크의 공유 파일에 옮긴다. 명칭을 바꾸자, 『오디션 자료/프로듀서 필독 추천』이면 되려나.

  「만세! 각성한 드래곤!」「앗, 실수했다. 그래도 뭐 괜찮나」

  ……。

  눈을 감고 한손으로 머리를 쥔다.





  ……정신이 산만하다. 한마디 할까 생각했지만 즐겁게 말을 놓고있는 **을 보면 방해하기도 미안해서 말을 삼킨다..

  힐끗 봐보니 전국은 사장님의 우세였다.**은 마가 좋은 위치에 있지만 방어하는데 힘껏이라 공격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공격만 흘려버릴 수 있다면, 여기까지 생각하고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아아, 졌다~~!!」 「핫핫하」

  「──아니, 아직 안졌어. 상을 6三에」

  「헷?」 겹쳐진 두개의 목소리가 나를 향한다.

  아직 남아있는 수를 넘어가기 어려워 무심코 말이 나왔다. 망연해있는 두 사람을 향해서 본격적으로 몸을 내밀고 옆 책상에서 행해지는 전장을 부감한다.

  「앗! 진짜 아직 안졌네!」**이 황급하게 내가 말한 장소로 말을 이동시켰다.

  「으음, 자네 일은 끝났나?」

  「안끝났습니다만, 정신이 산만해서. 이쪽을 먼저 끝내는게 좋겠더군요.」

  「……꽤나 자신만한하구먼. 여기서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장님이 8一에 차를 옮긴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서로가 프로도 아니고……**, 상을 8七로 옮겨줘」

  「오케이!」





  예정외의 대전에 끼어들어 버렸지만 장기는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조금 즐거워져서 **에게 훈수를 반복했다.

  사장님은 장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즉, 실력은 초보자에 가깝다. 나도 크게 보면 사장님과 같은 그룹에 들어가겠지만, 그래도 먹은 짬밥이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왠만하면 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규칙만 아는 초심자인 **이 만든 전국을 뒤집어야 한다.

  반면에 서로의 수가 쌓이면서 백열이 점점 가열차진다. 내가 평소와 달리 히트업해서 머리를 쥐어짜매고 있었던 참에, 갑자기 지한제의 향긋한 향기가 콧구멍을 간질였다. 어이쿠, 하는 생각에 의식이 흩어져,

  「──뭐 하고 있어?」

  ○○의 늠름하고 시원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 수고했어~」「어이쿠, ○○군이구나. 레슨이었지,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도 고마워.……장기?」

  「응! 지금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서 사장님이랑 싸우는 중!」

  ○○는 「흐응」하고 콧소리를 내고는 나를 본다.

  「……수고했어, ○○」

  「응.……미안, 기다리게 만들었구나」





  일은 끝내고, ○○를 기다리는 김에 장기에 어울려주고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갑자기 미안해진다.『뭐 하고 있어?』라는 심플한 의문애 귀거 따갑다. 나는 일을 내팽겨치고 『뭐 하고 있어』라는 이야기이다.

  「아니, 딱히 기다린건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만족은 했어?」

  「덕분에. 자, 여기」

  「그래」 내밀어진 레슨실 열쇠에는 유명한 서양드라마의 로고·스트랩이 붙어 있었다. 그것은 ○○애개 받은 것이었고, 그녀는 언니에게 그것을 받았다고 한다. 받아서 탁상 선반에 달린 고리에 걸었다.

  「**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라고 ○○가 말했다.

  「아니야! 내가 일찍 왔을 뿐이고! 사장님이랑 노는 것도 재밌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뭐야, 오늘 약속 있었어?」 끼어들자, 에헤헤, 실은말야~라며 **이 기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오프였던 **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레슨이 끝난 ○○와 약속이 있어서인 모양이다.

  「아아, 그랬구나……너무 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안되네」라고 사장님이 말했다.

  지금은 저녁 5시 반.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지만 사장님의 충고는 지당했다.「뭘 할지는 묻지 않겠지만 갈거면 빨리 가는게 좋아」





  하다말고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과 가볍게 인사하는 ○○를 그 자리에서 배웅하고, 그 후에는 나와 사장님만 남았다.

  젊은 아이들이 나가 특유의 고음이 들리지 않자 바로 조용함이 몸에 스며드는듯 했다.

  「……여름풀이여, 인가」 사장이 불쑥 중얼거린다. △7八銀.
(※여름 풀이여, 무사들의 꿈의 흔적夏草や兵どもが夢の跡 : 17세기 하이쿠의 거장인 마츠오 바쇼의 시의 한 구절. 극적이고 허망한 몰락을 한탄하는 의미.)

  바로 이런 시적인 표현을 떠올리는 것도 연공인것인지. 나는 아직 못할것이다. 「그렇네요」라고 대답하며 쓴 웃음을 짓는다.▲7六玉.

  에어컨의 한숨 사이사이에 탁탁 소리를 울린다. △7三香.▲7五歩打.

  종업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고, 사장님이 승부수를 던졌다. △同香. 외통수였다. 반격은 봉쇄되었다. 졌습니다, 그렇게 인사하고 내 책상으로 돌아오니 모니터에는 화면보호기의 비눗방울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나가 터지는 것으 지켜보고 나는 도중에 내팽겨춘 화면을 다시 표시했다.

  창 너머로 올려본 눈부신 색의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멋진 콘트라스트를 그리고 있었다.

  ────무사들의, 꿈의 흔적. 이라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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