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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내가 마법사라고 하면... 믿을 거야?」

댓글: 16 / 조회: 3643 / 추천: 6



본문 - 02-11, 2015 04:04에 작성됨.

겉으로는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 집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린의 아빠 「이게 불로불사의 비약이다」

아버지는 순혈 마법사.
세계의 법칙을 뒤틀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는 긍지 높은 엘프.
엘프의 피에는 불로불사의 힘이 각인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선천적인 불사의 존재다.
약관에 이르면 신체의 성장이 완전히 멈추고, 이후 영원히 늙지 않겠지.

마법사... 진리에 도달한 사람.
우리들은 딱히 싸우거나 하지 않는다.
싸울 필요도 없다.
판타지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마법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세계의 이치를 초월해, 죽음조차 이겨낸다.
그리고 마법사의 숫자는 전세계를 통틀어도 매우 적다.

마법사의 유일한 적은 고독이다.
다행히도 아버지에게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없다.

언젠가 자립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내가 사랑한 사람은 곧 나를 남겨두고 떠날 것이다.
분명 견딜 수 없겠지.

린의 아빠 「나와 네 어머니는 본래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다. 곧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지. 하지만 린, 너는 스스토 선택해야 한단다」

나 혼자 남으라고?
그런 거 싫어!

어머니가 나를 끌어안았다.

린의 아빠 「어느쪽을 선택해도 괴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린의 아빠 「이 비약을 먹으면 누구나 간단히 불로불사가 되지. 하지만 명심하렴, 린」

린의 아빠 「불로불사가 된 사람은 여태까지 인간으로 산 증거.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단다」

린 「기억을...?」

린의 아빠 「언젠가 너도 그 약을 사용하고 싶어질 때가 올지 몰라. 그 때가 오면 신중하게 결정하렴. 영원히 너를 괴롭히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단다」

린의 아빠 「영생의 고통을 알게 된 사람은 불로불사를 부여한 너를 미워하게 될 거야」

린의 엄마 「네가 사랑한 사람이 영원히 그대로 있어준다는 보장은 없단다」

린 「그래도... 살아 있는 게 낫지 않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

이 때의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 적도 없고, 연애라는 건 그저 상상 속의 일이었다.


_____

내가 10살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은 불로불사의 약이었다.
그로부터 긴 세월이 흘러 나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왔다.

「흐~응, 당신이 나의 프로듀서? 뭐... 나쁘지 않네. 나는 시부야 린. 잘 부탁해」

마법사가 아이돌을 하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프로듀서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지는 않았다.
단순한 상사, 뒤치닥거리 담당, 편리한 사람, 직장 동료.
그런 식으로 생각했었다.
누구라도 대신할 수 있는 그런.

물론 생각이 바뀌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무소에서 가장 놀랐던 건, 나 이외에도 마법사가 있었던 것.

사무소의 어시스턴트 센카와 치히로는 마법사였다.
그녀가 판매하는 스태미너 드링크와 에너지 드링크는 그녀가 스스로 조제한 약이다.
그 효과는 무시무시할 정도.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프로듀서의 일처리 능력.
드링크가 바로 그 비결이다.

프로듀서의 옆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평상시에는 딱딱한 표정인 주제에, 가끔씩 짓는 미소가 귀엽다.


_____

P 「정말 괜찮겠어?」

카렌 「난 괜찮다니까. 너무 걱정이 많아 정말」

프로듀서가 또 카렌을 걱정한다.

호죠카렌. 내 소꿉친구.
원래대로라면 그녀의 삶은 진작에 끝났어야 한다.
카렌의 몸은 그냥 약한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그녀를 불로불사로 만든 건 동정 때문이 아니다.
내가 괴로웠기 때문이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손 놓고 지켜보는 건... 견딜 수 없으니까.
카렌의 병보다 그녀를 괴롭히는 건 나.
그녀를 죽인 것도 나.
내가 금기를 범한 흔적.


_____

카렌 「사실... 나 얼마 못산대」

카렌이 그렇게 고백했을 때, 나는 대답했다.

린 「만약에... 말이야.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할래?」

카렌 「무슨 소리야?」

희망고문은 하지 말아 줘.
나한테 정말 절박한 문제니까.

카렌이 직접 입에 담지는 않았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카렌이 아직 죽고 싶지 않다고, 더 살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을.

린 「평생 늙지도 않고, 죽지도 못한다고 해도?」

카렌 「그래도... 살고 싶어. 당연하잖아. 나 아직 하고 싶은 일도 잔뜩 있고...」

린 「여태까지의 기억을 제물로 바치면 너를 불로불사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카렌 「날 놀리는 거야?」

린 「카렌. 제발 부탁이야. 진지하게 대답해 줘.」

카렌을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카렌 「기억...이라. 항상 병원에서 잠을 자고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던 인생이었네. 하지만... 너에 대해서도 잊어 버리는 거지?」

린 「...그래」

카렌 「그건 싫을지도...」

린 「...」

나도 그래.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돼.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너와 다시 만나는 거야」

카렌 「에이~ 뭐야. 기억을 잃은 날 만나면 설명을 해줘야지. 우리는 정말 친한 친구였다고」

린 「그러면 안 돼. 진정한 우정은 0에서부터 쌓아올리는 거야」

카렌 「아하하, 뭐야 그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카렌에게 우리가 친구였다고 말해도...
그건 그냥 일방적으로 우정을 밀어붙이는 것 뿐이다.
물론 카렌은 분명 기뻐할 것이다.
병아리가 처음 본 것을 자신의 부모라고 생각하듯이.

그리고 나에게 매달리고 의지하겠지.
그런 건 진짜 우정이 아니다.
불로불사를 얻은 카렌은, 더 이상 지금의 카렌이 아닐테니까.

카렌이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나는 당신의 친구야." 라고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헛된 바램이다.
불로불사가 된 카렌은 분명 언젠가 나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아니면 죽고 싶을 정도로 미워할 것이다.
하지만 죽일수도 죽을 수도 없겠지.

나는 그저 죄악감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뿐.
나 혼자 짊어져야 할 시련에 카렌을 말려들게 한 죄악감.
고독이라는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한 도구로써 카렌을 이용하려 한다.
제멋대로라서 미안해.
미안해요.

카렌 「그러면... 다시 나랑 친구가 되어줄 거지?」

린 「응」

카렌은 고맙다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홀쭉하게 여윈 모습에 가슴이 아파 카렌을 꼬옥 안았다.

린 「나 말이야... 사실은 비밀이 하나 있어」

린 「내가 마법사라고 하면... 믿을 거야?」

카렌 「응. 믿어」

"우리는 친구니까."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린 「이 약을 먹으면... 너는 불로불사가 돼. 살 수 있어. 하지만... 불로불사를 얻는 대신에 기억을 잃어」

카렌 「그래도 마실래」

린 「그렇구나」

카렌 「응」

서로를 마주보고 바보처럼 크게 웃었다.
카렌의 눈에 미련은 남아있지 않았다.

린 「불로불사가 되면, 네 소중한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에 밀려 사라져. 미래영겁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 죽는 것보다 괴로울지도 몰라」

카렌 「하지만 혼자 남는 건 아니잖아?」

카렌 「린, 약속해줘」

카렌 「꼭 다시 내 친구가 되어 줘」

린 「당연하지. 바보」

카렌 「아~ 너무해! 진지하게 말한건데」

린 「안심해. 너를 혼자 두지 않을게. 항상 같이 있을게」

카렌 「스토커다~」

린 「안 들려어~」


_____

그로부터 일 주일 후.
용태가 악화된 카렌은 금기를 입에 댔다.
그 날은 카렌의 생일이었다.
나에게는 첫 이별의 날. 친구의 기일.

카렌 「뭐...뭐가... 난... 아무것도...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아!」

씻은듯이 나은 카렌을 보고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수근댔다.
그 정도로 손 쓸 도리가 없는 중병이었던 탓이다.

불안한듯이 병원을 돌아다니는 카렌과 부딫혔다.

카렌 「앗...! 죄송합니다」

린 「괜찮아. 그보다, 너. 입원 중이야?」

카렌 「네... 그런데요...」

카렌, 너무 수줍어하잖아.

린 「가족이랑 아는 사람 문병을 왔는데... 지금 심심하단 말이지」

린 「괜찮으면 나랑 얘기나 할래?」

카렌 「...네」

이게 나와 카렌의 '첫만남' 이었다.

여담으로, 어릴 때부터 아이돌을 동경하고 있던 것은 나.
나와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보니 카렌도 아이돌을 동경하게 되었다.
기억을 잃은 카렌은 어째서인지, 아이돌을 동경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기적은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렌에게 약을 준 나는,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부모님을 따라가지 않기로.
부모님은 약간 실망하셨지만,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다.
죄송해요.


_____

카렌과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친구가 한 명 더 생겼다.
카미야 나오.
조금 솔직하지 못하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여자아이.

나오 「P 씨는 과보호가 지나치다니까」

카렌 「나오, 얼굴이 빨간데?」

린 「프로듀서는 그냥 우리를 걱정하는거야」

나오 「걱정도 정도가 있지!」

 

어제 프로듀서가 우리를 바래다 줬을 때 이야기다.
사무소에 돌아가는 도중, 나오는 따로 들를 곳이 있다며 혼자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프로듀서가"혼자 다니다 큰 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하지." 라며 나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헝클어진 나오의 머리카락을 보며 우리들은 깔깔 웃었다.
나오는 얼굴이 빨개져서 프로듀서한테 투덜투덜 불만을 토했다.
나오가 수줍어서 그런다는 걸 모를 정도로 우리는 둔하지 않다.
여자아이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는 건 프로듀서의 나쁜 버릇이다.
아무튼 나오의 귀여운 표정을 볼 수 있으니 나쁠 건 없다.

나오 「나 혼자서도 돌아갈 수 있는데!」

카렌 「그렇게 고집을 부려도 말이지...」

린 「애니숍에 들르고 싶어서 내린 거잖아?」

나오 「뭐...뭐어 그렇긴 하지만」

카렌 「P 씨는 상냥하니까, 너무 폐를 끼치면 안 돼」

나오 「그건 알지만...」

린 「확실히 요즘 프로듀서는 과보호가 심하지」

나오 「그치!? 그치!?」

카렌 「나한테는 평소대론데」

나오 「너는 몸이 약하니까」

린 「후훗」

카렌 「뭐야, 린」

린 「응? 뭐가?」

카렌 「므으으...」

린 「화내지마」


_____

나는 프로듀서가 좋다.
분명 카렌도 그렇겠지.

어쩌다 그를 좋아하게 됐을까?

「저기, 프로듀서」

「왜?」

요즘들어 몸 상태가 이상하다.
그를 부를 때마다 몸이 떨린다.
상냥하게 대해질 때마다...
그가 나를 만질 때마다...
가슴이 꾸욱 하고 조인다.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 가슴을 찔러서...
마음이 조각날 것 같다.

프로듀서를 사랑해.
하지만 분명 무리.
내가 사랑하게 된 건 "지금"의 당신이니까.
나는 당신의 기억을 지울 수 없어.
그렇다고 당신의 죽음을 그냥 지켜보는 것도 할 수 없어.
이렇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아니, 아니야.
눈치채지 못한 척 했을 뿐.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의 상냥함을 느끼고, 당신의 미소를 보고, 나는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던 거야.


_____

어느날 사무소로 돌아가는 차 안.
오랜만에 단 둘뿐이다.

P 「요즘 기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린 「괜찮아.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화난 표정으로 어린애 취급 하지 말라고 말했다.
딱히 싫은 것도 아니면서.
프로듀서는 곤란하다는듯이 손을 뗐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 밖을 바라봤다.
뒤로 흘러가는 풍경.
'저 가게 예전에 카렌이 추천했었지.' 같은 실 없는 생각을 하면서.
애써 머릿속에서 프로듀서를 몰아냈다.

P 「어디 들르고 싶은 곳 있어?」

린 「아니, 괜찮아. 늦으면 미안하고」

P 「신경 안써도 돼」

그럼 나를 가져.
호텔에라도 강제로 끌고 가면 되잖아.

분명 그럴 리 없겠지.
프로듀서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제멋대로 굴다가 미움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응석부리고 싶어.
좀 더 의지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난 정말 서투른 인간이구나.
서툴러서 미안해, 프로듀서.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 프로듀서.

영원한 삶 따위 필요 없다.
찰나의 시간이라도 당신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


_____

프로듀서를 향한 연정을 숨기기 위해 나는 더욱 아이돌 일에 전념했다.
일로 도망친 것이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신데렐라걸이 되어 있었다.

카렌 「축해해~ 린」

나오 「잘 됐네, 린!」

린 「고마워」

우즈키와 미오가 달려온다.
다른 동료들도.
나는 정말 행복하구나.

점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스타가 되기 위한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나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나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미래는 꿈이다.
한정된 시간이 가져다 주는 꿈.

나는 서류 상으로 15년 밖에 살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부모님은 내 노화가 너무 빨리 멈췄다고 그랬다.
내가 스무살이 될 때 까지 적어도 수백 년은 걸린다고.
그런 잔혹한 현실을 내게 고했다.

인식의 차를 메꾸기 위해, 아버지는 주위의 인식을 조작했다.
그렇게 나는 몇번이고 15세의 삶을 반복했다.
영원의 가치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 나를 향한 이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이 세계는 언제까지고 화려하게 남아있을까?
백년 후의 나는 웃고 있을까?

카렌 「린, 괜찮아?」

미안해요.
항상 미안하다.
끝나지 않는 불안.
나는 거기에 카렌을 말려들게 했다.
그녀의 성장도 멈추었다.
나는 언제까지 친구를 속여야 할까.
출구가 없는 인생이라는 미로 속에 카렌을 가둔 내 죄를.
언제까지 숨겨야 할까.
언젠가 죽음을 바라게 되는 날이 올까?
앞날에 대한 불안이 신경을 갉아먹는다.
나 답지 않다.


_____

내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반드시 앞만 보고 살아갔을 것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주저앉지 않고, 앞을 향해 꾸준히...

카렌 「좋아해?」

린 「응?」

카렌 「프로듀서」

카렌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린 「딱히」

카렌 「거짓말」

린 「뭐어, 굳이 어느쪽이냐고 한다면 좋아하는 쪽일지도」

카렌 「솔직하지 못하기는」

솔직함...인가.

린 「프로듀서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카렌 「나, P 씨가 좋아」

린 「그렇구나」

카렌 「응」

울고 싶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린 「미안해, 카렌」

카렌 「뭐가?」

린 「나도 좋아해」

카렌 「알고 있었어」

린 「미안」

카렌 「왜?」

말 할 수 없다.

린 「...」

카렌 「요즘 계속 한숨만 쉬네, 린」

린 「내가 그랬어?」

카렌 「응」

카렌 「나, 그 이유. 알고 있어」

린 「뭐?」

카렌 「불로불사. 맞지? 우리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눈 앞이 캄캄하다.

어째서?
그럴 리 없어.

카렌 「말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나 때문이지? 네가 고민하는 이유」

카렌이 품 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카렌 「린의 친구는 지금의 나라는, 나 자신에게의 질투때문일까」

카렌 「진작에 줬어야 했는데... 줄 수 없었어. 네가 나 때문에 고민한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카렌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 미안해, 과거의 나」


≡ = ― ≡ ― = ≡

미래의 친구에게.
과거로부터의 편지.

린은... 반드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겠지?
자신이 혼자 남기 싫어서 나를 끌여들였다고.
그래서 이 편지를 남깁니다.
지금의 나와 린의 마지막 우정의 증거로 삼아줘.
친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나한테 감사하도록.

나 말이야, 린.
불로불사가 됐다고해서 린을 원망하지 않아.
왜냐하면 내가 마시고 싶어서 약을 마신 거니까.
린은 나에게 미래를 주었어.
절망밖에 없던 나의 인생에 빛과 희망을 내려준 건 린이야.
린이 나에게 준 것은 계속 살 수 있는 찬스.
나는 그 찬스를 놓치지 않았을 뿐.
내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했어.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러니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내가 린을 원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다시 태어나도(어감이 이상하네) 나는 분명 린의 친구일테니까.
그러니까 항상 곁에 있어 줘.
언제나처럼 쿨하고 멋있는 시부야 린으로.

약속을 어겨서 미안.
미래의 나에게 나의 일부를 맡깁니다.
이 정도는 봐줄거지?

저기, 미래의 나.
어차피 이 편지 읽을 거지?
당신한테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 게 있어.
내 친구는 마법사야.
대단하지?
린은 죽어가던 나를 구해 주었어.
그러니까 당신이 불로불사가 된 것은 내 탓이야.
당신이 만약 불로불사로 인해 괴로운 일을 겪는다면, 그 때는 나를 원망하세요.
물론 나는 이미 없는 사람이겠지만~
나 완전 무책임한데!?
당신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대신에, 내가 꿈꾸던 내일도 당신에게 줄게.
그리고 린도 양보할테니까 감사하도록!
부탁이야.
린을 원망하지 마.
린 옆에 있어 줘.
린을 이해하고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건 분명...
당신뿐이니까.
나는 린이 정말 좋아.
미래의 나도 린을 좋아하면 정말 기쁠 거야.

시부야 린, 당신을 슬프게 해서 미안합니다.
당신과의 기억, 당신과의 시간을 이제 죽입니다.
잊지 마. 나는 반드시 카렌 안에 있어.

너무 길어졌네.
마지막으로...
같이 아이돌 할 수 없어서 미안해.


당신의 영원한 친구, 호죠 카렌

≡ = ― ≡ ― = ≡

 

린 「우...읏...카렌....카아....렌...아아...」

나는 울고 말았다.
보기 흉할 정도로 큰 소리로.

카렌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이 편지를 읽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어」

카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부탁하는 편지잖아? 무책임해. 기억을 잃은 나에게 무거운 짐을 멋대로 떠넘기고... 정말 제멋대로야」

린 「으읏...훌쩍...」

카렌 「그래도 지금은... 고맙다고 생각해」

카렌이 나를 끌어안는다.
예전과는 정 반대의 상황.

카렌 「이런 편지 없어도 나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친구니까」

카렌 「나는 나. 기억을 잃어도 린이 내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없어」

카렌 「절대로 없앨 수 없는 감정. 영혼에 새겨진...」

카렌 「특별한 무언가? 우와앗... 너무 부끄러운 말을 해버렸어」

린 「...굳이 안말해도 돼」

카렌 「그만 뚝 그쳐. 쿨한 린은 어디로 간 거야~?」

린 「...바보」

카렌 「아~ 너무해! 진지하게 말한건데」

『아~ 너무해! 진지하게 말한건데』

린 「후훗」

그렇구나.
카렌은 분명히 남겨 놓았다.
우정의 증거를.

카렌 「뭘 기분나쁘게 웃고 있어!」

린 「그냥~」


_____

나는 프로듀서를 사랑한다.
그를 불로불사로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는 상냥하니까.
카렌 때처럼 선택을 강요하면... 그는 괴로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활동이 일단락되면 약을 마실 것이다.
나와 카렌을 위해서.
우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들을 고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자만이 아니다.
그런 자기희생 정신이 그의 매력.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타인의 삶을 부정할 권리가 없다.

당신의 기억... 그리고 인생...
사랑하기 때문에 빼앗을 수 없다.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들과 함께한 시간이... 기억이 사라진다니.
견딜 수 있을 리 없다.
앞으로 수십 년, 나와 카렌은 지금 모습 그대로 프로듀서 곁에 있을 것이다.
그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 때는 마음껏 울자.
울고 또 울고 그러고도 반복되는 내일에 쓰게 웃으면서.
계속 살아갈 것이다.

카렌에게 내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웃으며 동의했다.

카렌 「나도 P 씨의 기억은 절대 빼앗을 수 없어. 죽는 것 보다 괴로울 거야...」

린 「우리들... 정말 제멋대로네」

카렌 「여자아이는 제멋대로 구는 정도가 딱 좋아」

나오 「뭐야? 나만 빼놓고」

어딘가에 숨어 있던 나오가 불쑥 나타났다.

린 「나오...」

나오 「나, 나도 친구라고! 린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어. 나만 빼놓고 둘이서 매일 수근거리기는... 칫!」

카렌 「아까는 농담이야. 불로불사가 세상에 어디있어」

나오 「아까 말했잖아. 나도 친구라고. 거짓말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어」

카렌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게 돼」

나오 「그 때는 너희가 도와주지 않겠어?」

린 「안 돼... 지금 여기 있는 나오는 사라져서 영영 볼 수 없는 거야」

나오 「다시 친구가 되면 돼. 몇 번이고 또 다시」

카렌 「...」

나오 「나는 너희를 믿어. 카미야 나오는 기억을 잃어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린과 카렌의 친구야」

린 「아직은 안 돼」

카렌 「응」

린 「네가 어른이 되면... 언니가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자」

나오 「아니아니, 지금도 내가 제일 연장자라고. 내가 언니야!」

카렌 「우리가 너보다 더 나이 많은데?」

린 「응」

나오 「거...거짓말이지...」

카렌 「정말이야」

린 「불로불사는 스무살에 성장이 멈추는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야」

카렌 「중간부터 성장이 완만해지는 느낌」

린 「아마 최종적으로 스무살의 외모가 되겠지. 수백년 후에」

린 「그래서 우리는 나이를 먹지 않은 채로 여러 해를 살았어. 주변의 인식을 조작해서」

나오 「하아!? 완전 반칙이잖아!?」

린 「우리 부모님은 해마다 젊어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니까」

카렌 「그~러~니~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불로불사의 약을 먹으면 오히려 점점 젊어질지도?」

나오 「뭐야 그게!」

린 「그러니까 초조해 할 필요 없어」

카렌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해. 후회 하지 않도록」

나오 「후회 같은 거... 안 해」

린 「약속할게. 20년 후에도 나오가 지금처럼 불로불사를 바라면 그 때 내가 기억을 받아갈게」

나오 「뭐야 그게... 어차피 전부 잊어버릴 거면 빨리 하는 편이 낫잖아」

카렌 「현재의 나오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

나오 「알았어.. 정말이지」

카렌 「후훗, 나오 귀여워」

나오 「시끄러워!」


_____

세월은 흘러간다.
프로듀서는 실제 나이보다 젊게 꾸미기가 능숙하다.
아이돌인 우리들조차도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최근에는 "나도 아직 젊다고." 가 말버릇.
카렌은 머리가 벗겨진 P 씨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인식을 조작하는 것도 어느새 한계가 찾아왔다.
우리들은 이미 나이를 먹지 않는 아이돌로 유명해졌다.
세월이 흘러도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
성형 의혹을 비롯해 주간지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도 시끄럽다.
팬들은 영원의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오는 아이돌을 은퇴했다.
지금은 영화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성우를 맡기도 했다.
예전에는 "아마추어 연예인을 성우로 쓰지 말라고!" 라며 화를 냈었는데, 자기가 성우를 맡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겠지.
애니메이션은 물론 대흥행이었다.


_____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나오는 매일같이 열심히 노력한다.
그리고 항상 밝게 빛난다.

가끔 후회할 때도 있다.
그 때 나오에게 불로불사의 약을 주는 게 나았을까하는.

카렌 「그렇지만 저게 진정한 인생이 아닐까. 한 번뿐인 불꽃처럼 덧없는...」

린 「후회해?」

카렌 「글쎄. 나는 "예전의 카렌" 이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책망할 자격이 없어. 별로 책망하고 싶지도 않고」

카렌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이왕 얻은 영생이니 "예전의 카렌" 몫만큼 열심히 살아야지」

린 「그렇구나」

카렌 「고마워, 린. 나에게 시간을 주어서」

린 「끝없이 영원한 시간이지만」

카렌 「아하하」

린 「이제 곧 20년인가」

카렌 「나오가 어느 쪽을 고를지 내기할래?」

린 「나오의 인생이니까, 나오의 선택에 맡기자.」

카렌 「재미없어~」


_____

그리고 약속의 날이 찾아왔다.

나오 「린, 카렌. 고마워」

린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카렌 「맞아」

나오 「그 때 나를 말려주었잖아」

우리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나오 「불로불사라는 거... 정말 굉장하지. 그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짓이야」

카렌 「맞아」

나오 「미안해. 나에게는 불로불사가 필요하지 않아」

세월이 흐르며 나오의 말투는 완전히 바뀌어서 여성스러워졌다.

린 「이유... 들어도 될까?」

나오 「나는 평범한 인간으로써 나 자신을 갈고 닦아왔어. 많이 성장했지?」

나오 「젊음은 좋아. 나도 매일 젊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린 「나오는 지금도 아름다워」

나오 「고마워」

나오 「영원을 얻은 너희는 변하지 않았어. 외모도... 마음도... 완전히 성장이 멈춰 버리고 말아」

카렌 「우리들은 얻을 수 없는 것... 인가」

그래
우리들의 시간은 멈춰있다.
계속 십대인 채로.

나오 「불로불사의 진짜 대가는 기억이 아니야. 바로 향상심」

신데렐라걸이 되었을 무렵의 나는 정말로 필사적이었다.
엄격하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특훈을 빠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생이 보장된 상태에서 계속 노력하는 것은 어렵다.

내일이 있다. 내년이 있다. 영원히 시간은 있다.
열심히 해야지.
어느새 그런 단순한 결의마저도 잊어버렸다.
영원한 생명이라는 족쇄를 달고 계속 같은 곳을 헤매인다.

나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있는 힘껏... 내가 갈 수 있는 곳까지」

린 「그렇구나」

카렌 「멋있어. 정말 멋있어졌어, 나오」

나오 「이제야 알 것 같아. 인생은 끝이 있으니까 아름답다는 것을」

린 「우리들은 사실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된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성장하지 않는 생명에 무슨 가치가 있는 걸까?
부모님이 다른 세계로 넘어간 이유를 알 것 같다.

린 「카렌. 약속할게. 언젠가 우리의 삶도 끝을 맞이할 수 있도록... 꼭 방법을 찾을테니까」

나오 「정말 미안해. 그리고 그 약속이 이루어지길 빌게. 나는 너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겠지만 그래도 내가 너희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치않아」

나오 「너희의 영원한 시간 속의... 정말 한순간에 불과하겠지만... 너희를 사랑하던 친구가 있었다고...」

나오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떠올려 줘. 그리고 웃어 줘. 카미야 나오라는 친구를 생각하며」

린 「...응」

카렌 「...우리가 너를 잊어버릴 리 없잖아」

나오 「그래... 우리들은 평생 친구야. 그리고 이제는 내가 트라이어드 프리머스의 최연장자」

예전의 나오가 겹쳐 보인다
하하... 우리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나오도 변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리고... 훌륭한 연장자가 되었구나, 나오.


_____

나오와 이야기하고 나서 우리들은 결단을 내렸다.
성장을 멈춘 우리들보다 꿈을 쫓는 후배들에게 길을 양보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은퇴 발표는 큰 화제가 되었다.
아직 우리들의 팬이 이렇게 많이 있었구나.
과분할 정도로 행복한 아이돌이다. 우리는.
하지만 스테이지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스테이지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서야 할 곳이니까.

린 「카렌, 끌여들여서 미안해」

카렌 「내가 항상 말했지? 난 정말 괜찮다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완수했을 뿐이야」

『같이 아이돌 할 수 없어서 미안해』

편지에 적힌 내용.
카렌은 의리를 지켰다.

카렌 「아이돌 활동은 즐거웠지만 이제 미련은 없네」

린 「20년이나 했으니까」

카렌 「맞아~♪」

더 이상은 속일 수 없다.
늙지 않는 아이돌은 도를 넘어서면 그저 기분 나쁠 뿐이니까.


_____

아무도 없는 스테이지에 섰다.
관객은 없다.

P 「오랫동안 수고 많았어」

프로듀서는 예전 모습 그대로인 채로... 아니,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보다.
아직 프로듀서가 젊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프로듀서의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에 눈물이 차오른다.

린 「어라...?」

이상하네.

린 「왜...왜...」

머리를 쓰다듬는 손의 따뜻함이 나를 과거로 되돌린다.
쭉 곁에서 보고 있었다는 그의 말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린 「여기까지 이끌어 줘서... 정말 고마워, 프로듀서」

이 한마디에 얼마만큼의 감정이 담겨있는지, 분명 당신은 모르겠지요.

카렌 「린」

P 「너희는 나의 꿈을 실현해 주었어. 정말로 고마워」

린 「그래?」

P 「응」

린 「기뻐」

카렌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린과 나오, P 씨, 그리고 다른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을」

린 「프로듀서.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귓가에 속삭이자 프로듀서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관객석으로 가서 앉았다.

『나와 카렌의 마지막 무대는 프로듀서만을 위해 바치고 싶어』

지나간 시간을 되찾을 기세로, 있는 힘껏 노래했다.


_____

그리고 우리들의 공연이 끝났다.

카렌 「여태까지 정말 고마웠어. 아이돌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P 씨 덕분!」

린 「우리를 돌봐주어서 정말 고마워, 프로듀서. 이제부터는... 다른 아이들을 돌봐줘」

린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신데렐라가 많이 있으니까」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때 프로듀서의 눈에서 흘러내린 한 줄기의 눈물을.

「「정말 감사합니다!!」」

P 「...건강하게 지내렴」

린 「프로듀서도」

카렌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 나는 영원히 P 씨의 아군이야!」

P 「그건 내가 할 말이겠지. 하핫」

그게 프로듀서와의 마지막 대화.

이별은 괴롭다.

시부야 린과 호죠 카렌은 그날부로 소식을 끊었다.


_____

수십 년 동안 세계를 돌아보았다.
불로라는 귀찮은 짐을 떠안은 탓에 우리들은 한 번도 남자와 교제하지 않았다.

카렌 「나는 나나 씨도 마법사라고 생각했어」

린 「그럴 법 해. 나도 꽤 의심했었고」

카렌 「늙어버린 나나 씨는 상상이 안 되네」

우리들이 소식을 끊은 이유 중 하나.
수많은 동료들이 나이를 먹어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라도 그 무렵 그대로인 채로 간직하고 싶었다.
적어도 내 머릿속에서라도.

불로불사라고 마음까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_____

나오와는 계속 연락 했다.
어느 날 나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들은 병원에 찾아갔다.

나오 「...린, 카렌... 나는 이제 완전히 늙어 버렸어요」

영광스러운 인생이었다.
팬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친척은 없었다.

카렌 「나오... 왜 끝까지 결혼하지 않았어?」

나오 「왜...일까요」

나오 「언제나 내 안에 있었어요. 소중한 사람이」

나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봐주지 않았어요...」

린 「...」

나오 「나는 일생동안 사랑을 했어요」

카렌 「정말... 순정만화를 너무 읽은 거 아니야...?」

나오 「그 사람이 나를 봐주면 좋겠다고... 그래서 노력할 수 있었어요... P 씨...」

나오 「가족이 없는 나에게도 자랑할 거리가 있어요」

린 「읏...!」

나오의 손을 세게 잡았다.

나오 「영원을 맹세한 친구들...」

나오 「린, 카렌... 여태까지 고마웠어...」

린 「약이라면 여기에 있어! 나를 원망해도 좋아! 마셔! 제발 마셔!」

나는 정말로 최악이다.

나오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나오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니까... 한 점 후회 없는 인생이었어요. 소중한 추억들... 모두 내가 얻은 보물...」

알고 있었으면서...!
내 경솔한 한마디가 소중한 친구에게 얼마나 잔혹한 말인지 알면서...!

린 「미안해! 나오... 나오...!」

나오 「어이! 뭘 울고 그래...! 내가 죽는다고... 친구 그만한다는 소리는 하지맛!」


우리들은 평생 친구야!
17살의 나오.

나오는 귀엽네~
16살의 카렌.

둘 다 너무 목소리가 커. 여기 병원이니까.
15살의 나.


나오 「린은 너무 쿨하다니까...」

시간이 되돌아간다.
어느새 나오의 말투도 예전이랑 똑같아졌다.
눈물은 제대로 참고 있을까?

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희가 시끄러워서 그런 거잖아」

셋이서 크게 웃었다.

나오 「...오랜만에 옛날로 되돌아간 것 같아」

카렌 「그렇네」

나오 「미래를 보는 거야, 린. 내가 아는 린은 심지가 곧은 아이었어」

린 「아...」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나오 「너 언제부터 그렇게 약해졌어?」

신데렐라걸이 되고...
프로듀서를 향한 연정을 애써 끊어냈을 때.

나오 「콜록... 커헉...」


카렌 「괜찮아!?」


나오 「친구가 길을 헤매고 있을 때... 도와주는 게 친구의 의무...」


린 「...고마워」


나오 「이게... 마지막 소원이야, 린」


나오 「과거에 연연하지 마」


나오 「카렌. 린을 부탁해」


카렌 「아픈 곳을 찌르네...」


나오 「카렌 너는... 괜찮겠지...」


카렌 「나오 너무해애~」


나오 「시끄러...워...」


나오는 최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카미야 나오를 연기했다.
우리들을 위해서.


_____

그리고 얼마 후, 나오의 부고가 공식적으로 발표 됐다.

카렌 「괜찮아?」

린 「응. 이제 괜찮아」

카미야 나오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수줍음을 잘 타고, 츳코미에 능하고, 얼굴을 붉히면 귀엽고, 항상 놀림 받는...
그런 아이돌.

묘에 꽃다발을 바쳤다.

카렌 「나오, 둔갑술이든 뭐든 써서 나오는 게 어때?」

린 「동감」


_____

카렌 「이제 20년 정도 지나면 우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안남겠네?」

린 「그러네. 우리 부모님이랑 치히로 씨 정도인가」

카렌 「나중에 만나러 갈래?」

린 「응?」

카렌 「치히로 씨」

린 「지금은 별로...」

카렌 「어머머」

린 「과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나오랑 약속했으니까」

카렌 「이제와서 아이돌 은퇴를 후회하는 건 아니지?」

린 「그 때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더라도 아이돌은 그만뒀을 거야. 우리들은 늙지 않으니까」

카렌 「나오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야말로 둔갑술을 쓰고 있었지」

린 「그런가... 다음은 우즈키와 미오의 성묘구나」

카렌 「그러고보니, 둘 다 너랑 굉장히 친했는데, 왜 정체를 밝히지 않았어?」

린 「우즈키는 순진하니까 믿어 주었을 거야. 그래도 약은 마시지 않았겠지」

카렌 「그래?」

린 「나오처럼... 올곧은 아이니까.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아」

카렌 「우와... 지금 은근슬쩍 나를 깐 거지?」

린 「너는 별개잖아. 아니면 뭐야. 그렇게 빨리 죽고 싶었어?」

카렌 「아하하...」

린 「미오는 적당히 흘려들었을 거야. 하지만 약은 재미삼아 마셨을 걸」

카렌 「너무하네! 그치만 부정할 수 없어...」

린 「좋게도 나쁘게도 항상 중심에 있다고나 할까... 엔터테이너? 니까 분위기를 타서 그대로...」

카렌 「그건 그래!」

지금 여기에는 없는 나오도 분명 근처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안녕이란 말은 하지 않을게.
또 보자, 나오.


_____

어느새 카렌이 약을 마신 날부터 백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카렌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카렌과는 항상 같은 침대에서 잤다.
마법사 고유의 특성... 결국은 외로운 것이다.
고독과 공포는 서로의 손가락을 얽어서 떨쳐낸다.
나는 카렌의 체온을 느끼며 안도한다.
카렌은 나의 체온을 느끼며 안도한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괜찮은 사람 찾아서 적당히 사귈까?"
같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귄 적은 한 번도 없다.

신데렐라는 마법사의 마법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마법사는 겁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친구와의 소중한 약속이니까.

카렌 「도착이다」

린 「여기가 사무소인가」

커다란 궁전 같다.


_____

일 개월 전

카렌 「프로듀서가 되자고?」

린 「응」

린 「우리를 시부야 린과 호죠 카렌의 후손이라고 소개하는 거야」

카렌 「아~ 그래서 여태까지 기다렸구나」

린 「이번에는 무대 뒤쪽에서 신데렐라에 마법을 거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

카렌 「괜찮은데?」

린 「같이 할 거지?」

카렌 「당연하지」

서로 주먹을 마주댄다.

린 「프로듀스 공부는 충분히 했어」

카렌 「이제 질릴 정도로 말이지」

자, 가자.


_____

치히로 「오래간만이네요」

린 「센카와 씨는 별고 없으신지」

치히로 「어머, 치히로라고 해도 되는데?」

린 「저는 시부야 린의 증손녀 입니다」

카렌 「나는... 호죠 카렌의 증손녀」

치히로 「...역시 마법사는 슬픈 생물이네요」

린 「뭐 그렇지」

치히로 「저는 센카와 치히로. 이 사무소에서 어시스턴트를 맡고 있어요」

카렌 「그래서 면접은?」

치히로 「면접은 없습니다」

린 「선발은 공평하게 해야지」

치히로 「사장님의 판단이라서요」

린 「사장?」

카렌 「이름이... 모바 씨였던가?」

치히로 「아니요. 모바라는 이름은 실존하지 않습니다.」

카렌 「엣?」


치히로 「아, 사장님 오셨어요」

말도 안 돼...

거짓말...


사장 「린, 카렌, 오랜만이야」

나타난 사람은 우리가 아주 잘 알던 사람.

카렌 「P 씨!?」

프로듀... 아니, P 씨였다.


_____

P 「나, 사장이 됐어」

린 「어...째서...」

P 「내가 인간이 아닌듯한 엄청난 체력을 가지고 있던 건 알고 있었지?」

카렌 「아니 그건... 치히로 씨의 특제 드링크 때문에... 치히로 씨 본인한테 들은 거지만... 옛날에」

치히로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린 「네?」

치히로 「당신들을 프로듀스하기 전부터 프로듀서는 불로불사였어요」

카렌 「하아!?」

치히로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마법사가 제작한 인조인간, 호문쿨루스인 센카와 치히로 입니다」

린 「처음부터... 설마...」

P 「나도 마법사야」

카렌 「하아아!? 어째서 아무 말도 안해줬던 거야!? 린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린 「카렌... 고마워」

프로듀서에게 달려들려는 카렌의 어깨에 손을 올려 저지한다.
카렌이 말을 눌러 삼키고 입술을 깨문다.
카렌도 P 씨를 좋아하면서...
나를 위해 화내 줘서 정말 고마워.

P 「정말 미안해. 너희가 나에게 의존하길 바라지 않았어」

린 「알 것 같아」

마법사는 겁쟁이니까.

린 「고독은 사람을 약하게 하니까」

카렌이 없었으면 나는 폐인이 됐을 것이다.

P 「영원한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의 적은 고독이다」

카렌 「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고독하면 의지해 줘. 같이 있어 줘. 상냥하게 대해 줘...」

프로듀서가 입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한 번 말하기 시작한다.

P 「너희들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감동했다. 나와 같은 처지인데도 미래를 목표로 앞을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에」

P 「나는 좌절을 겪었기 때문에, 고독이 두려워 생명을 만든다는 금기를 범했다」

P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녀의 신체는 인간과 같지 않으니까」

치히로 「사과하지 말아 주세요, 마스터. 저는 마스터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P 「고마워, 치히로」

P 「과금가챠의 존재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린 「아... 그러고보니」

카렌 「P 씨가 매일 돈이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필사적으로 돌리고 있었지」

P 「그건 치히로, 호문쿨루스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행위야. 정기적으로 가챠를 돌리지 않으면 치히로는 멈춰 버리지」

린 「그런 시스템이었구나...」

P 「아이돌 카드는 그 부산물이야. 인공생명을 무리하게 고정시켰기 때문에 이 세계에 일그러짐이 생겼거든」

카렌 「뭐야 그게... 무서워」

P 「이야기를 되돌리자. 나는 그런 짓을 해서까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대화 상대를 만든 거야」

린 「우리들이 프로듀서가 불로불사란 걸 알았다면...」

P 「눈부시게 빛나는 너희의 표정이 나만을 향했겠지」

린 「부정은 할 수 없네」

카렌 「확실히 그랬을지도」

P 「내가 프로듀서가 된 이유를 알려줄게」

P 「무엇을 봐도 감동할 수가 없었어. 언젠가 과거에 봤던 광경이라고 생각해 버려. 신선함이 전혀 없었지」

린 「...」

P 「얼마나 살았을까. 족히 500년은 됐겠지. 나는 죽기 위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었어」

P 「세계가 퇴색된 것처럼 보이던 나를 단 한 사람의 아이돌이 바꿔놓았어」

P 「내 마음 속의 빛이었어. 히다카 마이. 전설의 아이돌」

린 「당시에 굉장했다고는 들었는데」

P 「그녀는 마법을 쓸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야. 그런데도 실력만으로 사람들을 매료했어. 나는 진심으로 감동하고 말았지」

P 「인간의 생명력... 그 찬란한 에너지에」

린 「그래서 뭐야. 그 사람 때문에 프로듀서가 된 거야?」

카렌 「한 번 더 감동하고 싶었으니까?」

P 「그래」

P 「그래서 나는 너희가 나에게 의존하길 원하지 않았어. 둘이서 앞을 향해 나아가길 원했어」

린 「우리들한테 감동했어?」

P 「최고였어. 신데렐라로 선택 받은 린. 빛나는 너희의 모습. 서로간의 우정... 그리고 은퇴. 너희들의 인생을 쭉 지켜봤단다」

카렌 「스토커같아」

P 「그럴지도. 어떤 의미에서는 스토커다. 잘난듯이 말했지만 사실 너희들에게 집착하고 또 의존하고 있던 것은 나였어」

린 「나는 기뻐」

카렌 「변태」

P 「너희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는 것은 나라고... 오만한 생각을 했던 거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구나」

린 「이해해. 프로듀서를 그렇게 만든 고통을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카렌 「그렇게 오래 살다보면 어쩔 수 없지...」

P 「결국 너희들로부터 성장을 빼앗은 것은 나야. 미래를 빼앗은 것도」

린 「그건 아니야」

카렌 「그거야말로 오만한 생각이야」

린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러니까 내 실패도 나의 것. 나의 책임」

카렌 「누군가가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이 짊어지는 거니까」

P 「...강해졌구나」

린 「좋은 친구를 둔 덕분에」

카렌 「그렇네~♪」


이제와서 사랑했다는 고백을 받아도, 거절할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흐르는동안, 서로의 안 좋은 점을 알게 되고, 싫어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

그러니까 함께 할 수 없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를 떠났다.

함께 있지 않아도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니까 미워하고 싶지 않아.

당신에 대한 사랑이 아닌,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나 자신이 좋았으니까.

제멋대로라서 미안해.

이게 내가 백 년 동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야.

타인을 마음속에 들이지 않는 것.

영원한 세월을 살아갈 우리들의 마음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


P 「앞으로 동료로서 잘 해보자」

하지만 프로듀서가 내민 손에, 가슴에 품은 생각이 산산조각났다.

나는 당신과 함께 있어도 괜찮나요?
그래도 되나요?
끊임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소용돌이친다.

언제까지 도망칠 거야?
나오의 목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나는 정말로... 바보구나.

린 「당신이 사장? 뭐... 나쁘지 않네. 후훗」

카렌 「호죠 카렌.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우리들의 연애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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