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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 아스카 「너를 위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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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3, 2016 13:39에 작성됨.

 

우레 같은 함성 속에서, 니노미야 아스카는 노래하고 춤췄다.

스포트라이트에 비친 그녀의 얼굴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평소의 싫증난 듯한 표정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아, 이젠 정말 톱 아이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무대 뒤에서 그녀를 응원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그녀는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무대 뒤로 내려왔다. 아직도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성이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평소처럼 나를 찾아, 가느다란 체구가 쓰러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안겨왔다.

달아오른 몸, 흐트러진 호흡, 그리고 홍조를 띈 피부가 오늘 라이브의 열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다녀왔어, 프로듀서"

"그래, 어서와. 수고했어"

평소처럼 인사를 마친 우리는 껴안은 채로 아직 가시지 않은 공연의 열기에 잠시 몸을 맡기고 있었다.

 

목소리 큰 팬들이 객석에서 "사랑해~!!" 라고 외치는 소리가 무대 뒤까지 들려왔고, 이를 들은 아스카는 쑥쓰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무대 너머의 박수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오히려 여기에 더해 앵콜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 저기, 아스카. 슬슬 앵콜 공연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응, 알고 있어. 그래도... 조금만 이대로 있게 해 줘."


순간, 안겨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는 여기에 오기까지 먼 길을 걸어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녀였던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수많은 팬들 앞에서 빛나고 있다.

마침내 아스카는 내 품을 벗어나 별이 가득한 스테이지로 돌아갔다.

함성은 한층 커져갔다. 그녀는 마이크를 쥐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머리맡에 둔 알람 시계가 똑딱이는 소리가 들린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반대편 벽에 걸린 달력을 슬쩍 보면서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은 수요일, 그리고 지금은 오후 2시.

평상시라면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의 몸 상태는 "평소" 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나는 오늘 감기로 앓아누워 있던 것이다.

문득, 이마에 손을 올려 보았다.

다행히 열은 많이 내렸다. 이대로라면, 아마 내일은 평소처럼 출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바꾸지 않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었다.

잠금을 풀고, 전화번호부 가장 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네, 346 프로덕션의 센카와 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는 부드러움 충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를 받은 센카와 치히로 씨는 나보다 몇 살 연상(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으로 비서 포지션에서 내 프로듀싱을 도와주고 계신 분이다.

 

"치히로 씨, 저에요."

"어머 프로듀서 씨, 몸은 좀 괜찮으세요? 전 지금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요."

"열이 내린 걸로 봐서 내일은 출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엔 폐를 끼쳐서 여러모로 죄송했습니다."

"후훗, 괜찮답니다. 프로듀서 씨는 항상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걸요. 그럼... 내일은 건강한 얼굴을 보여주셔야 해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그럼 끊겠습니다"

"아, 그리고 프로듀서 씨 집으로 귀여운 택배원이 갈 테니, 기대하고 계세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치히로 씨? 그게 무슨 말씀..."

 

대답 대신에 뚜-뚜- 하는 전화가 끊긴 소리만 들려왔다.

귀여운 택배원...? 특별히 뭔가 주문한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현관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서둘러 현관까지 가서 문을 열었더니, 꿈 속에서 보았던 소녀가 서 있었다.


"안녕.... 좋은 아침이네. 감기 걸렸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건강해서 안심했어"

그녀는 평소처럼 싫증이 난 듯한 표정으로 재잘거리듯이 말했다.

니노미야 아스카. 내 처음이자 유일한 담당 아이돌이다.

그런데... 왜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거지?

 

"아니 잠깐, 너 학교는 어떻게 하고 여기 온거야?"


지금은 평일 오후 2시. 보통 중학생이라면 아직 학교에 있을 시간이다.

물론 그녀 - 니노미야 아스카는 평범하다고는 말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빠질 사람은 아니다.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학교는 쉬는 날이야.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사무실에 얼굴을 내밀어 보니, 네가 감기로 앓아 누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지."

"큿... 면목 없는걸."

"네가 걱정되기도 했으니까, 그 길로 병문안 하러 온거야. 자 여기, 치히로 씨가 준 거."


아스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왼손에 들고 있던 비닐 봉지를 내밀었다.

봉지 안에는 스태미너 드링크가 6병. 나중에 치히로 씨한테 감사한다고 전해야겠다.

 

"그러고보니... 귀여운 택배원이라는 건, 아스카를 말하는 거였구나."

"뭐야 그게... 치히로 씨가 그랬어?"


아스카는 어이없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응, 아까 몸 상태를 보고하려고 전화했더니, '귀여운 택배원이 갈 거에요' 랬는걸."

"정말이지.... 치히로 씨는 이상한 데에선 입이 가볍다니까."

그녀는 하아 하고 작게 한숨 쉬더니, 날 똑바로 바라보고는 말했다.

 

"그래서 괜찮다면 널 간병하고 싶은데 말이지."

"안 돼."


즉답했다.


"...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

"너한테 감기가 옮으면 큰일이니까."

 

젊은 여자한테 간병받는건 남자한테 있어선 아주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평범한 소녀가 아닌 아이돌이다.

담당 프로듀서로써, 그녀의 컨디션을 망가뜨릴 수 있는 선택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럼 미안하지만.... 실력 행사 해 볼까."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녀는 내 옆구리 아래를 지나 실내로 돌입했다...!


"자.. 잠깐, 아스카!"


당황해서 뒤늦게 쫓아가니, 아스카가 거실에서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헤에,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한걸? 좀 더 어질러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아스카, 오늘은 얌전하게 돌아가 주면 안될까? 내일 잔뜩 놀아줄 테니까."

"조금만 간병하고 돌아갈게. 자아, 그럼 환자는 침대로 돌아가도록 해... 아, 그러고보니 너 뭐 먹고싶지는 않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허기를 느꼈다.

아침엔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식사할 수 없었고, 방금 전에서야 치히로 씨한테 전화하려고 일어난 참이었다.

즉 오늘은 아직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긴 한데... 혹시 네가 만들 생각이야?"

"정말이지 실례인걸? 뭐어, 내가 요리한다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녀는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항상 같이 있는 란코라면 몰라도, 아스카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은 아무래도 상상되지 않는다.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집안일도...

이런 생각을 하며 불안한 눈길을 하고 있는 나를 슬쩍 보더니,


"뭐어 그럼 보도록 해. 나의 새로운 '가능성'을 말이야."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통통하는 경쾌한 칼소리가 부억에서 들려온다.

이건 그녀가 요리에 익숙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리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허세가 아니었던 건가...)


아스카를 안 지는 제법 오래되었는데도, 나는 아직도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담당 프로듀서인데도 말이지.

그래도 뭐어, 그런 신비한 부분 또한 그녀의 매력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새 경쾌한 칼소리는 그쳐 있고, 그녀가 부엌에서 방으로 들어왔다.

 

"일단 요리 준비는 끝났어. 죽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될 뿐."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으면서, 왠지 자랑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누운 채로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 날카로운 이목구비, 얇은 입술, 백옥처럼 하얀 피부.

그래, 역시 내 담당 아이돌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

그러던 중에, 날 바라보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누운 채로 올려다보면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뺨을 붉히며 수줍음을 숨기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게 빤히 바라보지는 마, 부끄러워지잖아."

"미안. 하지만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아스카도 귀여운걸."

".... 프로듀서 바보..."


부끄러워하는걸 감추기 위해서인지, 그녀는 가지고 있던 휴대용 티슈 상자를 내 얼굴에 던졌다.

그렇게 던져진 상자는 퍽, 하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내 얼굴에 부딪혔다.


"... 폭력은 반대야."

"부끄러운 대사 금지. 정말이지, 넌 항상 그런다니까...."


투덜투덜하며 중얼거리기 시작한 아스카.

그녀는 동요하면 말수가 많아지고는 한다. 이건 분명 아직 자각하지 못한 버릇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조금 전에, 아스카 꿈을 꾸고 있었어."


난 갑자기 방금 전 꿈을 떠올렸다. 톱 아이돌이 된 니노미야 아스카가 커다란 무대에서 빛나는 꿈. 순간적으로 보인 먼 미래의 모습.


"에... 내 꿈, 이라고?"

"그래. 아스카가 톱 아이돌이 되서, 커다란 스테이지에서 즐겁게 노래하는 꿈이었어."

"그건 영광인걸. 무엇보다, 네가 꿈에서 볼 정도로 날 생각해 주는게 기뻐."

"그건 당연한 거야. 난 네 담당 프로듀서인걸.... 아니, 사실 담당인 거랑은 관계 없이 너에 대한 걸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어."


내가 봐도 좀 깨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본심이니까 어쩔 수 없다.

 

잠시 후, 퍽 하고 얼굴에 무언가가 다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녹색의 그 물체는 지난 번 아스카와 오락실에 갔을 때 뽑은 못생긴 인형이었다. 이름은 피냐코라타라고 했던가.


"... 부끄러운 말은 금지라고 말했는데."


범인은 한층 더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얼굴은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난 태평스럽게 이 정도면 다른 사람이 보면 오히려 아스카가 감기에 걸렸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네."


그녀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자기 자신에게 새기듯이 중얼거렸다.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보여줄게. 별빛의 무대 '스타라이트 스테이지' 에서 빛나는 내 모습을 말이야."

 

그렇게 계속되던 우리들의 대화는 완성을 알리는 밥솥 소리와 함께 끊겼다.


"아무래도 죽이 다 된 것 같아. 식사 준비를 해 올 테니까 잠시 기다려 줘."


아스카는 다시 부엌으로 이동했다.

그 뒷모습은 완전히 갓 결혼한 아내를 보는 것 같았다.

(새댁 아스카라니.... 이건 꽤나 괜찮은데?)

나는 그렇게 다음 촬영에는 아스카에게 앞치마를 입힐 결심을 했다.

잊기 전에 내일이라도 치히로 씨한테 의상을 알아봐달라 하자.

 

아스카는 그런 나의 생각을 모른 채, 담담하게 요리를 마무리했다.

평소의 조금 반항스런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녀의 행동에, 나는 일종의 갭 모에를 느끼고 있었다.


"후우... 프로듀서, 죽 다 됬어."


마침내 돌아온 그녀가 나에게 죽을 내밀자, 향신료 냄새가 은은하게 전해져왔다.


"음? 이건 내가 알고있던 죽이랑은 미묘하게 다른걸."

"이건 중화 죽이야. 냉장고에 생강과 닭고기가 있어서 만들어 봤어. 중국식으로 맛을 낸 거라 보통 죽이랑은 조금 다를거라 생각해."


아스카는 숟가락으로 죽을 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닭고기와 생강 말고도 향을 내기 위해 더한 파가 식욕을 돋우는 색을 만들어 냈다.

그녀는 숟가락에 죽을 담더니, 그걸 나한테 내밀었다.

 

"프로듀서 자. 먹어."

"... 에?"

"아-앙 하라고."

"... 엣!"

"저기, 빨리 안 먹으면 식어버린다고?"


난 당황해서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카는 모성애가 가득한 표정으로 내 입에 숟가락을 넣어주었다.


"어때? 맛있게 됐으려나?"


아스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멍하니 있는 날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프로듀서, 뭐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고. 아, 혹시 입에 맞지 않았다거나...?"

"아, 그런 건 아니야! 예상치 못한 일에 잠시 정신차리지 못했을 뿐이야..."

"프로듀서 조금 이상한 걸... 뭐어, 그렇기 때문에 내 프로듀서로 적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스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난 이런 아스카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기 걸린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듀서, 이 죽, 식기 전에 전부 먹어야 해."

 

"그럼 난 이만 돌아갈게."

"그래, 병문안도 와 주고 정말 고마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원해서 한 일인걸.... 그럼, 내일 사무실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을게."

"... 그래, 내일 보자."


그녀는 마지막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는, 휙 돌아 집으로 돌아갔다.

밖은 이미 상당히 어두워져서 가능하면 데려다 주고 싶었지만, 아스카한테 단호하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방 안으로 돌아갔다.

거실에는 그녀의 달콤한 향수가 희미하게 감돌고 있어서, 난 무심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아스카)

중학생과 아이돌 생활을 겸업하는 그녀는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바쁠 텐데도, 귀중한 시간을 내어 나를 위해 써 준 것이다.


".... 자 그럼... "


열은 이미 내린 것 같았다. 아픈 곳도 더이상 없었다.

몸 전체가 따뜻한 온기에 감싸인 듯한 기분은 단순히 중화 죽에 들어 있던 생강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니노미야 아스카 - 내게 온기를 준 소녀를 톱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빛나는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내일부터 더욱 노력하자고 다시금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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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한참 팬픽 손도 못 대고 있던데다가 급하게 해서 퀄리티가 ㅜㅜ 그래도 생일 축하합니다!!

아스카 귀여워요 아스카. 데레스테 모델링도 심쿵하게 나왔고 성우도 어울리고요.

이젠 코즈에만 나오면...!

 + 크롬에서 글 오른쪽 끝이 조금씩 짤리는데 어떻게 해결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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