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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신데렐라 스토리즈 5. July Bride 7월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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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1-29, 2015 18:32에 작성됨.

어느 저녁, 나츠키와 후미카, 프로듀서 셋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의 내용은 후미카였다.

“어이 자기(프로듀서). 후미카가 목소리가 작다고 자꾸 귀에 들려와.”

나츠키는 후미카를 흘깃 본 뒤 그렇게 말했다.

“보이스 레슨은 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뭐 스튜디오에선 어느 정도 나오는 거 같은데, 내가 말하는 건 평소 목소리가 작다는 거야.”

“그렇습니까.”

“…….”

후미카가 침묵한다.

“뭐 후미카가 나같이 적극적으로 말할 캐릭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러면 안 좋잖아.”

“분명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프로듀서는 후미카를 보며 오른손으로 뒷목을 만진다.

“어떤 업계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예능업계에선 인간관계가 중요하잖아? 이렇게 항상 다물고만 있으면 예능업계라는 거친 파도에 삼켜지고 말 거야.”

“흠…….”

“게다가 내야할 때 목소리를 못 내면 큰일 날 수도 있는 거고.”

“내야할 때 말입니까?”

“어. 도쿄는 시골이랑 다르게 각종 부류의 인간들이 즐비해있으니까 말이지. 위험에 빠질 때도 있어.”

나츠키가 그렇게 말하자,

“별로 위험한 장소에는……. 가지 않을 건데요.”

슬그머니 후미카가 입을 연다.

“네가 안 가도 상대가 올 경우도 있어.”

“네…….”

“뭐 호신술이라도 익히면 상관없지만.”

“전 딱히…….”

대화를 나누던 둘에게 프로듀서가 말을 걸었다.

“여러분, 최강의 호신술은 도망치는 것입니다. 그런 뒤 도움을 요청하는 것. 절대 섣부른 짓은 하지 않을 것. 알겠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가 나츠키 쪽을 보며 말했다.

이 안에서 쓸데없는 짓을 할 것 같은 건 자신뿐이다, 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나츠키가 쓴웃음을 진다.

“안다니까. 그럼 일단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이라도 해볼까?”

“엑?”

“있잖아, 평소에 연습해놓지 않으면 실제상황에서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

“여기서 할 겁니까?”

프로듀서는 명확하게 난감해하고 있다.

“그럼 자기. 일단 후미카 팔을 잡아주지 않을래?”

“엥?”

“제가 말입니까?”

후미카도 프로듀서도 조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자인 내가 해봤자 의미 없잖아? 자기라면 마침 괴한 같아 보이니까 딱 좋잖아.”

“예.”

괴한이라는 부분에는 별로 태클을 걸지 않는 후미카는 프로듀서와 같이 일어섰다.

“그럼 자기. 후미카 팔을 잡아. 팔 잡힌 후미카는 확실하게 ‘살려줘’라고 말하고.”

“ㄴ, 네.”

“예.”

호응이 낮은 둘을 마주세운 나츠키가 신호를 보낸다.

“그럼, 시작!”

“실례하겠습니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며 후미카의 오른팔을 잡았다.

“앗…….”

‘자, 도움을 요청해.’

하지만 나츠키의 생각과 반대로 후미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저기.”

“ㅇ,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

눈을 피하며 후미카가 소곤거렸다.

“다녀왔습니다.”

그 때 레슨을 마친 아리스가 돌아온다.

“아…….”

순간 얼어붙는 방 분위기.

방 안은 프로듀서가 후미카의 팔을 잡고 있는 상태이다.

“뭐 하시는 거예요?”

얼음같이 차가운 눈빛을 하며 아리스가 물었다.

“그게……, 호신술?”

어떻게 봐도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나츠키가 그러면서 웃었다.

 

 

July Bride 7월의 신부

 

 

“잡지 모델, 이요……?”

“어제 사기사와 양이 촬영한 프로필사진(선전용사진)을 본 잡지기자 분께서, 사기사와 양을 맘에 들어주셔서요.”

어느 날 아침, 조례시간에 프로듀서가 일에 관해 설명했다.

“그래서, 무슨 잡지인데?”

후미카 대신 나츠키가 질문했다.

“이거입니다.”

프로듀서가 내밀은 잡지를 보고 거기 있던 나츠키, 후미카, 아리스 세 명이 주목한다.

브라이들 특집―

흔히 얘기하는 결혼정보지라는 것이다.

“결혼이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 후미카가 정말 결혼하는 게 아니고.”

후미카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것에 태클을 거는 나츠키.

“그보다 어째서 아이돌이 하는 거죠? 이런 건 보통 모델이 하는 게?”

아리스가 지극히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게 그 얘기가 346프로(저희) 모델부문 회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 그렇군. 346는 아이돌말고도 모델부문도 하고 있었지?”

오히려 모델이나 배우부문 쪽이 본업이고 아이돌부문은 요즘 몇 년 사이에 만든 신흥부서인 것이다.

“이번에는 신작 웨딩드레스 소개이기 때문에 유명한 모델이나 아이돌보다도 데뷔전 신인 쪽이 좋다고 거래업체 분이 얘기했습니다.”
“확실히 카리스마모델 같은 애들이 입었다간, 의상보다 모델 쪽이 눈에 띠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이유로 당일 촬영 준비를 위한 자료를 넘겨드리겠으므로, 준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자 프로듀서는 촬영용 자료를 후미카 뿐만 아니라 나츠키나 아리스에게도 넘겼다.

“저기 자기. 모델은 후미카 뿐이잖아? 어째서 우리들까지?”

“당일 촬영은 여러분이 함께 동행 하실 겁니다. 이제 앞으로 그라비아나 재킷촬영 등, 여러분도 촬영기회를 많이 접하게 될 겁니다. 그를 위한 공부라고 생각해주십시오.”

“그렇군.”

나츠키가 끄덕였다.

“알겠어요.”

아리스도 힘차게 대답했다.

“괜찮아? 후미카?”

나츠키는 넘겨받은 자료를 빤히 보는 후미카에게 말을 건다.

“ㅁ, 모델이라면 얘길 안 해도 되니까……. 괜찮을 것 같네요…….”

“…….”

후미카가 한 말에 나츠키가 꽤 불안감을 느꼈다.

 

 

*

 

 

잡지촬영은 처음 있는 일.

프로듀서가 우리들이 여러모로 걱정하지 않도록 자료를 만들어줬지만 그 이외에도 신경써야할 부분은 많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츠키는 후미카를 데리고 선배아이돌에게 조언을 듣기로 했다.

상대는 물론, 모델경험이 풍부한 그 사람이다.

“그래서, 불러서 왔는데.”

회사 내 카페에 나타난 건 탑 아이돌이면서 전 카리스마모델이기도 한 타카가키 카에데였다.

“바쁜데 죄송해요.”

나츠키가 의자에서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아냐 나츠키 쨩. 귀여운 후배를 위한 거니까.”

카에데가 만연한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한 뒤 후미카 쪽을 봤다.

“이 애가 나츠키 쨩하고 같은 부서인 애야?”

“아, 네. 야 후미카.”

“네.”

나츠키의 재촉으로 후미카가 일어섰다.

“사기사와 후미카에요…….”

“응응, 후미카 쨩이구나. 얘긴 들었어. ‘그 사람’이 눈여겨 본 두 번째 신데렐라.”

“그 사람을 잘 알고 계세요?”

“뭐, 같은 사무소이기도 하고…….”

카에데는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약간 돌린다.

관계를 물었을 때 애매하게 대답하는 것은, 카에데도 프로듀서도 마찬가지구나하고 나츠키는 생각한다.

“일단 앉자. 나나 쨩, 난 레몬 티로 부탁해.”

“네, 알겠어요~!”

점원에게 주문한 카에데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의자에 않는다.

“자, 그렇게 서있지만 말고 빨리 앉아.”

“네, 실례할게요.”

나츠키와 후미카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보다 자세가 깔끔하다.’

나츠키는 카에데를 보고 다시금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단순히 겉모습이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고, 자세도 바른 게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문득 자세 바른 모습이 누군가와 겹쳐진다.

‘그러고 보니, 자기도 이런 식으로 등을 곧게 뻗었었지. 아니, 지금은 그 얘기할 때가 아니잖아.’

프로듀서의 모습을 떠올린 나츠키는 바로 그 생각을 접는다.

“그래서 얘기라는 건?”

“실은, 저 말고 여기 후미카 때문에 그런데요. 자, 후미카.”

그러면서 나츠키는 후미카 팔 옆 부분을 가볍게 쳤다.

나츠키는 후미카가 낯을 잘 가리기 때문에 좀 더 남하고 적극적으로 얘기를 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아, 네. 실은 그게……. 이번에 결혼잡지 모델 일을……, 맡게 되어서요. 그래서 그게, 모델출신인 타카가키 씨에게……. 그, 촬영에 관한 걸 여쭤보려고 해요.”

“카에데 언니라고 불러도 돼, 후미카 쨩.”

카에데는 느긋하게 말하는 후미카를 보고도 딱히 짜증내지 않아하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 네. 그래서, 이게 자료인데요.”

후미카는 프로듀서가 준 자료와 그 잡지를 내밀었다.

“어머나, 이 잡지 나도 예전에 찍어본 적 있어.”

“정말요?”

나츠키가 물었다.

“응. 카메라맨 이름이 아오키 씨지? 응. 이 사람 알고 있어.”

“오호.”

카에데가 자료를 보며 즐겁듯 웃는다.

“아이돌도 그렇지만 모델을 해도 많은 만남을 가져. 그 하나하나 만남을 소중히 하는 것이, 너희들에게 큰 재산이 될 거야.”

나츠키는 그녀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큰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조언 없을까요? 모델로써 마음가짐이라든가.”

즐거워하는 카에데에게 나츠키가 물어본다.

“그러네. 역시 미소가 아닐까?”

“미소.”

“그 사람도, 분명 그렇게 생각할 거야.”

“분명히.”

나츠키가 끄덕인다.

“그리고 후미카 쨩?”

“ㄴ, 네.”

호명 받고 약간 긴장한 후미카.

“이런 결혼잡지 같은 건, 봐서 행복한 생각이 들어야한다고 생각해.”

“네. 그렇죠…….”

분명 결혼잡지를 보고 침울한 기분을 갖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보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질 수 있도록, 미소를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

“……네.”

후미카는 대답은 했으나 나츠키는 앞머리에 가려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을 알았다.

“뭐, 아오키 씨에겐 나도 잘 말해놓을 테니까, 후미카 쨩은 즐긴다고 생각하고 촬영 열심히 하고.”

“ㄱ, 고맙습니다.”

후미카가 다시 한 번 일어선 뒤 감사를 전했다.

 

 

*

 

 

카에데와 대화를 마친 둘은 프로젝트 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왜 후미카, 아직도 불안해?”

걷던 나츠키가 물었다.

“그, 그것도 있지만요, 그…….”

후미카가 말을 흐린다.

“뭔데.”

“프로듀서 씨하고 카에데 언니는, 어떤 관계일까요?”

너도 신경 쓰였냐하고 생각하는 나츠키.

“나도 신경은 쓰이지만 자기가 확실히 대답해주질 않네.”

“…….”

“뭐, 언젠가 알게 되겠지.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해.”

“ㄴ, 네.”

이렇게 불안감 가득한 가운데, 사기사와 후미카와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첫 일이 시작된다.

 

 

*

 

 

며칠 뒤, 프로듀서와 신데렐라 프로젝트 일행은 도쿄 내에서도 유명한 결혼식장에 있었다.

여기서 촬영한다고 한다.

결혼식 시즌은 봄과 가을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여름엔 비교적 한가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식장이 비어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결혼식이 거행되지 않아도 식장을 둘러보거나 견학, 거기에 결혼식 상담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도 적진 않다.

“이 식장에서 촬영장소 이외는 일반손님도 계십니다. 때문에 스탭뿐만 아니라 주변 분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해주십시오.”

프로듀서가 세 명에게 설명했다.

“그래, 알고 있어.”

“알고 있어요.”

“…….”

나츠키와 아리스는 대답했으나, 후미카가 반응이 없다.

“사기사와 양, 왜 그러십니까?”

프로듀서가 후미카에게 말을 건다.

“아, 아뇨…….”

“처음 촬영으로 긴장되시겠지만 앞으로 몇 번이나 경험하게 되는 일입니다. 열심히 해주십시오.”

“……알겠어요.”

“그래서 프로듀서, 우리는 뭐 하면 돼?”

나츠키가 그리 묻자,

“실은 잡지 관계자에게 여러분이 뭘 하면 되는 지 물었더니 촬영용 의상을 갖다 주셨습니다.”

“뭐? 우리들도 촬영 있어?”

“에엥?”

놀라는 두 사람. 뭐 무리도 아니다.

“레알? 약간 서프라이즈한데.”

“어른스러운 의상이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후미카와 다르게 여기 둘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성격을 조금이라도 후미카가 닮았다면, 하고 생각하는 프로듀서였다.

그리고 30분 뒤―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끝낸 나츠키와 아리스 두 사람이 후미카보다도 먼저 나왔다.

“뭐 이럴 거 같았지만.”

언짢은 표정으로 나츠키가 말했다.

“하지만 잘 어울려요, 나츠키 언니. 하얀 턱시도.”

아리스가 나츠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녀는 신랑 차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진짜, 어째서 내가 남장을 해야 하는데. 키쿠치 마코토가 아니라고.”

“엥~ 하지만 잘 어울리는 걸요. 그쵸? 프로듀서.”

아리스가 이쪽을 보고 말했다.“

“예, 뭐…….”

어떻게 대답할지 모른 채 프로듀서가 애매하게 대답한다.

“아리스는 그거네. 결혼식에 초청한 친척 꼬맹이.”

아리스는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머리에 단 리본도 드레스에 맞춰 보라색인 것이 세심함을 느낀다.

“그보다 남장은 가슴이 답답한 게 흠이네.”

그러면서 나츠키는 가슴언저리를 만진다.

“큿…….”

그리고 어째서인지 아리스도 가슴언저리를 만지고 있었다.

잠시 지나자 스탭 한 명이 등장하며 말했다.

“모델께서 들어오십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살며시 등장하는 하얀 의상을 입은 여성.

새하얀 웨딩 벨(여성용 모자로써 사용되는 얇은 천)을 쓰고 있어서 얼굴이 안보였기 때문에, 그 사람이 후미카라는 것을 순간 깨닫지 못했다.

환상적인 풍경이다.

밖에서 스며드는 빛에 감싸여 천천히 걸어오는 후미카의 모습.

아름답다는 말로 밖에 표현하기 어렵다.

“쩐다.”

“예쁘네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두른 후미카를 보고, 나츠키도 아리스도 한숨을 쉰다.

“꽤 괜찮네.”

촬영책임자인 아오키 카메라맨도 그러면서 감명받고 있었다.

하지만 모델이 좋다고 해서 촬영이 잘 풀릴 거라고 볼 수 없다.

“으~음.”

막 찍은 사진을 디스플레이로 보던 카메라맨은 고개를 흔든다.

“어떻습니까?”

프로듀서는 시크한 표정을 짓는 카메라맨에게 말을 걸었다.

“아니 그게. 소재는 좋은데 표정이 아무리 찍어도 딱딱하단 말이지.”

디스플레이를 보며 카메라맨이 얘기했다.

“음…….”

확실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봐도 후미카가 짓는 표정은 딱딱했다. 극도로 긴장해서 그런 거란 건 안다.

하지만 거의 1시간 촬영을 했는데도 이 상태가 이어지면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

“잠시 쉬었다가 합시다.”

“그래.”

프로듀서의 제안에 촬영을 일시중단하고 휴식을 갖기로 했다.

“후미카 괜찮을까?”

마찬가지로 촬영에 참가하고 있던 나츠키가 말했다.

“걱정되요.”

아리스도 걱정하는 모양이다.

“괜찮습니다. 그녀도 아이돌이니까요.”

프로듀서도 그렇게는 얘기했다만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같은 부서 두 사람과 함께 촬영에 참가하면 긴장도 풀릴 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가 생각한 이상으로 후미카의 표정은 굳어있던 것이었다.

 

 

*

 

 

“하아…….”

휴게실에서 혼자, 후미카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사진촬영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넓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건 어떻게 해도 긴장되고 만다.

긴장을 낮추기 위해 나츠키나 아리스도 함께 있었지만, 카에데도 말했던 좋은 미소라는 것을 지을 수 없던 것이다.

‘어떻게 하지.’

후미카가 그렇게 생각하며 벨을 쓴다.

‘이 벨은 좀 괜찮네.’

촬영을 위해 앞머리를 올렸기 때문에 후미카는 꽤 불안했었다.

그 때문에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벨을 쓰면 조금 진정되었다.

물론 촬영 장소에서는 벨을 벗어야 하지만.

‘일단 바깥공기라도 마시면서 진정해야겠다.’

좁은 휴게실에 있으면 되려 진정하지 못할 거 같아 후미카는 방에서 나온다.

물론 벨은 쓴 채이다.

천천히 걸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후미카.

‘분명 여기 근처에 베란다가 있었던 거 같은데.’

애매한 기억을 의지 삼아 걷고 있으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어졌다.

그냥 있어도 불안한 게 더 불안해진다.

‘어, 어떡하지.’

그 때였다.

“아, 여기 있으셨군요.”

“뭐 하고 계십니까?”

“엥?”

순간 촬영 스탭이 부르는 건가하고 생각했으나 달랐다.

얼굴을 들자 체격 좋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후미카의 심장이 세차게 뛴다.

‘ㅁ, 뭐야?’

“이제 시간 없군요.”

“가도록 합시다.”

둘은 그러면서 재촉한다.

후미카는 영문을 모른 채 그 자리에서 멈춰 선다.

“자, 서둘러주세요.”

남자 중 한 명이 후미카의 팔을 잡았다.

커다란 손이었다.

상대 힘이 강하단 걸 알 수 있다.

‘이건…….’

후미카 안에 있는 위험센서가 점등한다.

“ㄲ…….”

“ㄲ……?”

후미카가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배에 힘을 넣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나츠키 일행이 촬영 장소에서 후미카를 기다리다가 범상치 않게 울리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후미카 목소리? 자기!”

“가도록 하죠!”

나츠키와 프로듀서는 목소리가 들린 부근으로 달려간다.

그러자 하얀 웨딩드레스를 감싼 여성과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남자 둘이 보였다.

“후미카아아아아아아아!!!!!”

선수필승이라는 듯 나츠키는 남자 한 명을 주먹을 휘두른다.

“뭐야 넌!”

“뭐?!”

하지만 남자는 일반인은 아닌 듯, 한 방 먹이려하던 나츠키의 팔을 붙잡고 벽 쪽으로 나츠키를 밀쳤다.

“커헉!”

등에 충격이 전해지고, 순간 숨이 막힌다.

‘제길, 당하겠어……!’

나츠키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그녀를 잡고 있던 팔이 풀렸다.

“엑?”

보자 아까 후미카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어떤 힘에 의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다른 남자도 공중을 날고 있었다.

나츠키는 순간 뭐가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팽겨지는 남자.

거기엔 프로듀서가 있었다.

“키무라 양! 무사하십니까!!”

엄청난 표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표정이 매우 듬직하다.

“나보다도, 후미카가 먼저야!”

나츠키는 신부 쪽을 봤다.

“후미카! 무사…….”

“엑?”

나츠키 앞에는 후미카와 많이 닮은 머리 긴 여성이 있었고,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보아하니 후미카인 줄 알고 착각했던 여성은 대기업 회사의 영예였고, 같이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은 그녀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사원이라고 한다.

유괴범인 줄 알고 착각하고 프로듀서가 둘을 CQC(근접격투)로 기절시켜버렸으나, 상대도 ‘아가씨’와 후미카를 착각한 게 계기였기 때문에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이렇게 촬영은 재개되었으나 일련의 소동으로 후미카가 긴장이 풀린 건지 그 후 촬영은 무사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되어서 다시 한 번 카메라맨이 고개를 흔든다.

“왜 그러십니까?”

프로듀서가 또 말을 걸었다.

“아니 그게. 이 신랑과 둘이서 찍은 사진 때문에 말인데, 어느 것도 팍하고 꽂히지 않아서 말이야.”

“예.”

화면에는 후미카와 남장한 나츠키가 나란히 서있는 장면이 떠있었다.

“내 생각은 신랑이 좀 더 컸으면 좋겠어.”

“…….”

프로필에서 나츠키 키는 159cm, 후미카 키는 162cm이다.

참고로 코시미즈 사치코의 키는 142cm이다.

나츠키가 머리를 역으로 세운 리젠트 풍의 헤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보이나 실제로는 후미카보다 작다.

거기다 후미카가 힐을 신고 있기 때문에, 실제 키보다 훨씬 키가 커져버린 것이다.

“어느 정도 키면 좋겠습니까?”

프로듀서가 물었다.

346 모델사무소에 연락하면, 몇 명 준비해 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면 180센티 이상이면 좋겠어. 그러면 신부를 들어 올렸을 때 엄청 보기 좋은데 말이지…….”

문득 프로듀서를 본 아오키 카메라맨이 말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있었어!!”

“엑?”

 

 

*

 

 

아오키 카메라맨이 문득 떠올린 생각으로 임시모델이 된 프로듀서.

촬영 장소는 스튜디오가 아닌 결혼식장이었기 때문에, 신랑신부의 의상은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

후미카가 문득 옆을 보니 단단하게 긴장한 프로듀서가 있었다.

“저기, 프로듀서 씨. 긴장하고 계세요?”

후미카가 물었다.

“전 보조자이기 때문에……. 이런 건 조금.”

동요하는 프로듀서와 반대로 후미카는 냉정한 상태였다.

아까까지 긴장했던 게 거짓말 같이 가라앉았다.

“저기, 프로듀서 씨.”

후미카가 다시 한 번 불렀다.

“예.”

“미소에요.”

후미카가 그렇게 말하자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한 말과 미소 지은 표정으로 처음엔 놀란 프로듀서도 차례차례 긴장을 풀었고, 촬영은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키무라 양과 타치바나 양은 어디에 가신 겁니까?”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프로듀서.

촬영 초반에는 계속 가까이서 봤었던 둘이 사라졌다.

“어디에 갔을까요.”

후미카도 주변을 둘러보자,

“야~, 여기야~!”

“키무라 언니, 칠칠맞지 못해요.”

나츠키와 아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엑?”

소리가 난 쪽을 보자 어쩜, 두 사람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때 자기, 후미카. 내 드레스차림.”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가 스커트를 잡아들며 등을 보여줬다.

등 부분이 크게 드러난 대담한 드레스이다.

“나츠키 쨩, 엄청 예뻐!”

자기도 모르게 말하고 마는 후미카.

한 편 아리스는,

“뭐죠, 옷이 날개라고 말씀하고 싶은 거세요? 초등학생인 제가 웨딩드레스 같은 걸 입으면 당연히……,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아리스 부끄러워하지 마.”

“안 부끄럽거든요!”

그 뒤, 프로듀서와 세 명은 아오키 카메라맨의 주선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세 명의 신부에게 둘러싸인 그의 얼굴은, 미소라기 보단 약간 일그러진 표정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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