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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5, 2015 21:46에 작성됨.

불온한 분위기를 느낀 것은, 그 일이 있고서 꽤 지난 후였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자신의 프로듀서가 되어버리면 카에데는 싫어도 그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딱 봐도 그의 얼굴에서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다기보다, 거의 죽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타카가키상의 이번 주 스케줄은 이상입니다."

 

이번 주 예정에 대한 협의도 그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끝났다. 마치 처음 만났던 때처럼....아니 처음 만났을 때 이상으로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았다.

 

일에 차질이 있는 건 아니다. 확실히 일정을 관리하고 있고, 상대방에 대한 인사나 미팅도 거르는 일이 없다. 거리감이 있다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자신에게 일도 주고 있다.

 

다만 명백히 여유가 없다. 곤욕을 치러서 필사적으로 뭔가를 되찾고자 하는 것 같았다. 카에데의 일에 따라오지 않을 때에는 대부분 새로 들어온 세 사람의 레슨에 따라가고 있었다.

 

새로 담당한 아이돌과 인사한 이후, 카에데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그 세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일단 선배이기에 주눅들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데뷔가 목전이면 뭐라도 해야겠지 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도 안 될 것 같았다. 라는 건, 그가 구석에 몰린 건 아무래도 그 세 사람 때문인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말주변 없는 것 때문에 분위기를 죽이는 데에 있어 꽤나 전과가 있는 프로듀서이다. 툭 던진 말 때문에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만은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카에데도 그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셋 중 한 명과 트러블이 있다고 투덜거리던 이마니시 부장이 하는 말을 주워들은 정도다.

 

이미 5월이 되었다. 5월병이라는 말대로 올라갔던 텐션이 떨어지고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회인들도 이 시기가 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는 사람이 몇몇 있다는 것을 카에데도 알고 있다.

 

레슨이 끝날 즈음을 가늠해 카에데는 트레이닝 룸으로 찾아갔다. 프로듀서가 윈터 페스티벌 관련 협의로 인해 자리에 없다는 것은 확인했다. 조금 상태를 살펴볼 정도로 끝낼 생각이라 연락도 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나온 것은 세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안경을 끼고 짧은 머리를 한 쿨한 분위기의 소녀였고, 다른 한 명은 살짝 웨이브진 머리를 한 귀여운 모습의 소녀였다. 둘 사이에 이렇다 할 대화는 없다.

 

한 명이 없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우선 말을 걸어본다.

 

"안녕?"

 

".........누구셨죠?"

 

쿨한 쪽이 물었다. 뭔가 가시 돋친 느낌이다.

 

"아, 타.....타카가키 카에데상! 아, 안녕하세요!!"

 

귀여운 분위기의 여자아이가 카에데를 알아채고, 안경을 쓴 소녀도 자신의 선배임을 알아차리고서 인사를 했다.

 

"죄송해요,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안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니까 신경쓰지 마. 그러고 보니 한 명은 어디 있어?"

 

확실히 세 사람은 아직 일거리가 없으니 학교에 있는 걸까.

 

"그 애 이야기, 못 들으셨나요?'

 

가시돋친 목소리로, 안경 쓴 소녀가 물었다.

 

"프로듀서한테서?"

 

"네."

 

"......저기, 그 애 지금 조금.....그,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변함없이 가시돋친 분위기의 소녀 옆에서, 웨이브진 머리의 소녀가 말하기 거북한 듯 대답했다. '그 애'라고도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컨디션 불량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확실히 카에데도 둔하진 않다.

아무래도 사태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커진 모양이다.

 

"무슨 일 있었는지 들을 수 있을까?"

 

"저희가 바빠서 그런데, 나중에 들으시면 안 될까요?"

 

"아...."

 

안경 쓴 소녀 쪽이, 그렇게 말하고 걸어가 버렸다. 그야말로 발붙일 여지도 없다는 느낌이다.

남겨진 여자아이는 잠깐 진정되지 못한 듯 움직이다가 고개를 숙인 채 굳어버렸다.

 

"저기, 괜찮니?"

 

이렇게 되면 카에데도 곤란해져 버린다.

 

"네, 네.....저기, 괜찮아요. 저, 타카가키상.....은...."

 

"카에데로 괜찮아."

 

"에, 아.....카에데, 상은.....프로듀서의 일, 알고 계신가요?"

 

"어어......뭐....."

 

일단 긍정하지만, 아무래도 사람 대하는 데에 약한 것에 대한 질문일까. 그거야 자신의 담당 프로듀서니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언제나 그런 느낌인가요.....?"

 

"그런 느낌이라고 하는 건?"

 

"그, 쌀쌀맞다고 해야 할까....."

 

"어......?"

 

쌀쌀맞다는 느낌을 받은 일이 없다고 하진 않는다. 그 모습이니, 처음에는 확실히 냉정침착하고 기계처럼 사무처리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를 무척 인간적인 사람으로 보고 있다. 오래 알고 지낸 것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죠가사키 미카나 시라사카 코우메와의 소통도 실패한 게 아니다. 그래서 옛날에 비하면 친숙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희들에 대한 거, 듣지 못하신 거군요......"

 

"프로듀서에게서 말이지.....?"

 

"네."

 

심약해 보이는 인상을 주던 소녀가 그때만큼은 확실히 대답했다.

 

"그 애.....아, 오늘 안 온 애 말인데요......그 애는 가장 아이돌이 되고 싶었다고 항상 말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얼굴에 드리운 어둠이 짙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날씨가 나빠져 흐려지기 시작했을 뿐이었음에도 카에데에게는 그것이 엄청나게 불길해 보였다.

 

"하지만.......일은 전혀 없었어요. 물론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형편 좋게 흘러가진 않을 거라고 말해줬지만, 그 애는 어려서 그것도 납득을 못 한 것 같아서...."

 

"아아....."

 

카에데도 연예계의 일에 나름 오래 있었으니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 꿈에 쉽게 빠지는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지는 기분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346 프로덕션처럼 나름 힘있는 회사라면 나름 일거리를 얻는 것도 빠르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더구나 아이돌로서 사무실에 들어온지 2개월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346프로덕션이 큰 사무소라는 것. 그것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애매한 희망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프로듀서상과 조금 싸워버려서....."

 

"싸웠다고? 프로듀서가?"

 

"아, 아니요. 그 사람은 그.....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다 끝났을 때엔 조금 화난 말투로 말했어요."

 

그 정도를 참지 못한다면 이 업계에선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한 듯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카에데조차도 머리를 감싸쥐게 되어버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의 일이다. 무언가 현실을 보여주려 했을 뿐인 건 틀림없었다. 바보 취급 한다던가, 너는 가망이 없다거나 그런 부정적인 것을 말할 생각은 분명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 없는 분명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전형적인 예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이라고 카에데가 말한 우직함이, 최악의 상황을 터뜨린 것 같았다.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 현기증을 느낀다.

 

"카에데상?"

 

"아, 미안해. 그래서, 그 애는 그 뒤로부터 오지 않은 거니?"

 

"네......몇 번 프로듀서상이 집으로 찾아갔지만....."

 

한 번 빗나가 버리면 좀처럼 되돌릴 수 없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쫓겨나서 더 초췌해진 그의 모습이 카에데의 머리에 떠오른다.

해야 할 말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무언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근 여유가 없어 보였던 것이었다.

 

사태는 생각 이상으로,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고마워. 저기.....그리고, 힘내렴."

 

"고, 고맙습니다......"

 

재치 있는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카에데도 마찬가지라, 그 소녀에게 그것만 말하고 자리를 나왔다. 좀 더 뭔가 격려의 말을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고 잠깐 생각하지만 그것은 미루기로 했다.

 

짙은 구름이 점차 짙어져 간다.

그것을 사무실에서 지켜보며, 카에데는 프로듀서가 외근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뚜렷한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어쨌든 어떻게든 그녀가 그를 격려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서 바에 갔던 그날 밤, 카에데는 그에게 올곧은 프로듀서가 되어 달라고 말했다. 그것은 그 서투름에 매료된 자신 같은 바보도 있다고 주워섬기고, 조금이라도 기운을 북돋우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은 악영향을 주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카에데도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나빴던 건 어리광부리고서 움직인 그녀들 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상대는 아이들이다. 프로듀서에게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고 그 일부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면 카에데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다 보니 한 방울의 물방울이 창문에 떨어진다. 그것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아무래도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같다. 아직 띄엄띄엄, 약한 빗발이지만 이 계절이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

 

"타카가키상......?"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프로듀서의 모습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잘 어울리던 정장도, 지금은 뭔가 우울해 보인다. 눈은 더 심했다. 평소라면 이쪽을 똑바로 보던 눈빛은 어디론가 도망치려 하는 것 같다. 그 이상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무의식중에 겁내는 것이다. 프로듀서는 그 불안을 말하지는 않지만 눈으로는 분명히 보이는 타입의 사람이다. 그 정도는 카에데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분명히 말한다.

 

"프로듀서. 신입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 들었어요."

 

"그건......"

 

기운을 차린 듯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치스러운 것을 들어 기분이 나빠 보였다.

 

들었다곤 말해도 거기서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카에데도 모른다. 이 일에 관해서 카에데는 제3자에 가깝다. 그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렇지만 결국 그녀는, 그 기분을 눌러 숨기고 만다.

 

"제3자인 제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게......"

 

제3자라는 말을 부정하려 해 준 것은 기뻤지만 부정할 명분이 없다는 것도 알아버린 것도 그의 잔인한 마음씀씀이다.

 

"저는 괜찮으니까요....."

 

그것은 카에데 나름대로 격려해주기 위한 말이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을 지켜봐 주세요. 연락만 해 준다면 일은 제대로 하고 있을 테니까요. 뭔가 그 애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생겼을 땐 저에게라도 제대로 말해주시구요."

 

저도 이제 새내기가 아니에요. 할 때는 확실히 할 거에요. 프로듀서도 알고 계시죠? 그러니까 괜찮을 거에요.

 

프로듀서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다고, 카에데는 그렇게 말했다. 신인 쪽이 어쨌든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손이 덜 가는 자신에게 신경을 덜 써도 되는 건 충분히 합리적이다. 더구나 그 아이들은 아직 학생이고 카에데는 이미 어엿한 어른이다. 어느 쪽에 더 신경을 쏟아야 할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괜찮으니까요."

 

너무 확실하게, 여성이 보기에 보이지 않은 자각이 있기에 카에데는 거듭 그렇게 말했다. 어쨌든 자신을 믿어주길 바랬다.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가요...."

 

프로듀서는 조용히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은, 왠지 모르게 더 애잔해진 것 같다고 카에데도 느꼈다.

그 의문을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면, 어쩌면 좀 더 다른 미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격렬해진 빗소리에 지워져 버렸다.

 
 
 
 
 
 
 
 
 
 
 
 
 
 
 
 
 
 
 
 
 
 
 
샤플입니다.
오타, 오역 등 지적 환영합니다
 
 
 
이쯤되면 이 글은 스포일러고 뭐고 없고 그냥 모든 걸 알고 있는 이야기.
그렇기에 어떻게 끝날지도 알고 있다는 게 참으로 슬픈 이야기. 과거의 이야기라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
 
그것이 to my first star입니다.
 
 
해피 추석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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