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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y first star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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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06, 2015 14:04에 작성됨.

그리고 라이브 준비와 함께 신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던 중 2월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겨우 카에데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시간을 맞출 수 있게 되었다. 항상 가던 술집 말고, 오늘은 약간 세련된 바로 갈 예정이다.

 

그 약속 당일.

 

"저기, 타카가키상."

 

"왜요? 무슨 일이라도?"

 

"아니요. 뭐 하고 계신지 묻고 싶은 건 제 쪽입니다만....."

 

아직 해가 짧은 계절이라, 저녁이 되면 주위는 어두워진다. 거리 곳곳에 불이 켜질 무렵이지만 그는 일 때문에 쉴틈이 없다. 한편 카에데는 어딘지 무료한 듯, 레슨이 끝나고 사무실에 슬쩍 들어와선 프로듀서의 책상 주위를 서성거린다.

 

그녀의 기행에, 다른 프로듀서나 사무원들이 의아한 시선을 보낸다. 그야말로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여성이 머리카락을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는 건 영 보기 안 좋다.

 

방심한 나머지 곧바로 버릇이 나와 목 뒤를 만진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어딘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게......"

 

"방해되나요?"

 

"그런 게 아니라, 타카가키상이 무료해 보여서...."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렇게 말하며, 카에데는 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계속 빙글빙글 돌린다. 아까부터 벌써 30분 이상 이러고 있다. 원래 과묵한 성격인데 더 말도 줄고, 대답도 건성이다. 기다리면서 멍하니 할 것도 없었고, 무료한 와중에 마침 좋은 심심풀이가 앞에 있다....는 느낌일까.

 

"이 머리카락, 역시 잠버릇인가요."

 

카에데는 그런 혼잣말을 중얼중얼 말한다. 아무래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 자기가 하는 혼잣말조차도 듣고 있지 않은 것 같다. 할 수 없이 그는 일에 좀더 집중하기로 했다. 빨리 일을 끝내야 그래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러다 보니 일이 끝난 것은 두 시간 정도가 지난 후였다. 머리를 만지작거리기만 한 건 아니지만, 결국 카에데는 그 시간동안 계속 그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시간도 되었으니, 마시러 가기 전 식사라도 하기로 이야기했다. 일단 헤어지고, 둘은 회사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돌아갈 채비는 아무래도 그가 조금 더 빨랐다. 여성인 카에데가 더 늦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이미 유명한 아이돌이다. 확실히 변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파파라치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워둬야 할까, 하고 기다리는 동안 생각한다. 그냥 프로듀서와 아이돌이 외출하는 것뿐이니 거리낄 만한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또 다른 문제이다. 그녀의 활동은 제 궤도에 올라가기 시작했고, 눈부신 시기는 아직 이제부터이니 그녀에게 괜한 부담을 안겨줄 수는 없다.

 

"프로듀서."

 

멍하니 바깥쪽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만나기로 한 상대의 목소리라, 그는 돌아보았다.

 

"어?"

 

그리고 무심코, 바보같은 소리를 내 버린다.

 

돌아보자 그의 앞에는, 흰 코트에 청바지 차림의 카에데.....같은 사람이었다. 확신은 없었던 것은, 평소와는 다른 청바지 차림이었던 데다, 변장을 위해 슈슈를 써서 머리를 포니테일 모양으로 묶었기 때문이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코안경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파티 변장용이다. 그 둥근 안경에 커다란 코, 그 아래에 어딘가의 배관공 같은 곱슬곱슬한 검은 수염이 붙어 있다.

 

눈앞에 있는 이 천진한 여성이, 자신의 담당 아이돌이며 사무소의 간판이라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그도 잠깐이지만 남인 척 할까 싶었다.

 

".........그 안경 벗어 주십시오."

 

물론 다른 사람의 모습이 될 리도 없어서, 10초 정도 침묵한 뒤 겨우 그것만을 말했다. 카에데는 투덜거리는 기색 없이 그것을 벗어 가방 속에 넣고, 대신 프레임이 눈에 보이지 않는 타입의 길고 가는 안경을 꺼냈다. 이것도 변장용인 듯했지만 그것을 쓰니 성실하고 지적인 여성으로 보이는 건 역시 전 모델이라서인 걸까.

 

"코안경은, 역시 코에 띄려나요?"

(역주 : 말장난이 아니고 정말로 이렇게 말한 겁니다. 나름 말장난이었겠지만요)


"........"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갖고 왔는데 말이죠?"

 
"......."

 

"눈이 안 보이니까, 후훗."

 

".......취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다지요. 그럼 갈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먼저 나가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뒤를 쫓아간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한 술집이었다. 바에서 천천히 마실 예정이 있긴 하지만, 우선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대중 주점으로 간 것이다. 다행인지 사람이 많은 곳이었지만 그녀가 누군가에게 발견되진 않았다. 그게 잘된 건지는, 지금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다지 분위기가 뜨지 않았음에도, 카에데는 조끼로 순식간에 세 잔을 비웠다. 거기에 풋콩, 곱창찜과 꼬치에 손을 뻗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아이돌스럽지는 않다.
 

페이스를 높이는 그녀는 내버려두고, 그는 평소처럼 깔짝깔짝, 하는 페이스로 마신다.

점차 취기가 올라올 무렵, 카에데의 말이 많아진다.

 

"왠지 최근, 젊은 아이돌들과 잘 지내시는 것 같더군요."

 

"젊은 아이돌들.....이라 하면?"

 

"코우메쨩이라거나, 미카쨩이라거나."

 

"라이브 건으로, 상의할 게 있어서 만났습니다."

 

왠지 변명조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코우메와 미카와는 그때의 대화 이후 특별히 만난 일이 없다. 보통 그 담당 프로듀서와 만나 이야기를 하는 정도이다.

 

"사무소의 젊은 아이돌들에게 계속 집적대는 덩치 큰 남자가 화제라던데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

 

"미즈키상이요. 같이 마시면 재미있기도 하고."

 

"카와시마상이....."

 

어느샌가 항상 함께하는 술친구까지 생긴 모양이었다.

 

"소문이라던가 뭐라던가. 우와!? 궁금한걸!? 이라고 말했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만큼은 그도 알고 있다.

 

"그냥 일을 했을 뿐이고, 무엇보다도 그러면 그 사람들에게 실례지 않습니까. 거기다, 소문이라고 한들 사실이 아니구요."

 

"자아, 마시고 자백하라구요?"

 

"타카가키ㅅ.....!?"

 

갑자기 그녀가 갖고 있는 일본주를 술병째 들이민다. 앞뒤 없이 빠져나갈 수 없기에 잠깐 망설인 순간 단번에 입 안으로 술이 들어온다. 소주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고 멍하니 생각한다.

 

그 뒤에도, 왠지 모르게 카에데는 계속 시비를 걸어왔다. 평소라면 직접적으로 그러는 일 없이 말장난을 한다거나, 요리의 감상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간만에 술을 마신다는 것 때문인지 그녀도 텐션이 올라갔다는 느낌이다.

 

맥주와 함께 약간의 음식을 먹자 점차 배도 불러온다.

 

주점에서 나올 무렵, 카에데는 완전히 텐션이 올라, 새로 술을 바라는 일 없이 말장난을 계속 치고 있다. 거기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재미없습니다."라고 일일이 대답해주는 그도 자각이 없을 정도로 꽤나 취기가 돌고 있었다.

 

그런 상태임에도 둘 다 걸음걸이는 멀쩡하다. 술보다는 그 분위기에 취한 감각에 가깝다.
간만에 즐겁구나, 하고 그는 다음 가게로 가며 생각했다.

 

시내의 바에 도착했을 때엔 밤 10시가 지나 있었다. 보통 예약을 하는 일은 없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미리 손을 써둔 것이다.

가게에 들어오기 전의 카에데는 꽤나 기분이 붕 떠 보였다. 맥락없이 나오던 어설픈 말장난도 어느샌가 콧노래로 바뀌어 있다.

 

"즐거워보이니 다행입니다."

 

"네. 즐거워요, 프로듀서. 이대로 들이받아 버릴까."

 

"스스로 위험해지면 어쩌자는 겁니까."

 

"글쎄요? 후훗."

 

가게 자체는 복합상가에 있어, 좁은 입구에서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있는 문도 낮아 여성 치고는 키가 큰 카에데도 지나가려면 조심해야 한다. 하물며 프로듀서는 말할 것도 없다.

 

가게 안에는 열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카운터에, 4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4개 있었다. 테이블들과 카운터의 간격은 넓었고, 가게 안에 흐르는 곡과 함께 느긋한 분위기가 흐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술 취한 아저씨처럼 떠들던 카에데도, 가게 안에 들어오니 조금 진정한 것 같다.

 

신기하게도 가게 안에는 그들 외의 손님은 없었다. 바로 마스터가 두 사람이 들어온 것을 알아챈다.

 

"어서오십시오.....어라."

 

"수고하십니다. 주문했던 걸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쪽 자리에 앉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예약석에 가서 마주앉는다.

 

"특별한 술인가요?"

 

"그다지 비싼 건 아니지만 축하의 의미로."

 

되도록 좋은 술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찾다 보니 시간이 흘러간 것이었다. 이미 그 라이브 후 3개월 정도가 지나 있었다.

 

"그러니 오늘은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어머."

 

오늘 본 가장 최고의 미소인 건 그로선 약간 복잡한 기분이었다.

 

"기다리셨습니다."

 

마스터는 1개의 큰 오동나무 상자를 가지고 왔다. 남자도 양손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것을 보고, 카에데는 놀란 얼굴을 했다. 그것을 주문한 프로듀서도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라 약간 놀란다.

 

마스터는 그 상자를 프로듀서에게 넘겨주고 조용히 소리없이 돌아갔다.

 

"이건.....?"

 

카에데는 그렇게 물었고, 프로듀서는 카에데가 잘 볼 수 있게 오동나무 상자를 돌려 보여주었다.

 

"상자에 뭔가 새겨져 있네요. 영어인가요?"

 

"네. 선물인데 뭔가 좋은 말을 썼으면 좋겠지만, 영 떠오르는 게 없어서....."

 

"어디 보자, 'to my first star'?"

 

"의미는 말 그대로, '최고의 별인 그대에게'라는 의미입니다."

 

"my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요?"

 

"......타카가키상은, 신인인 제가 처음으로 맡은 분이니까요."

 

그렇게 말하고서 살짝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상자에 적은 메시지는 이 가게의 마스터가 권유해 적은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저쪽이 계속 권해온지라 결국 새긴 것이다. 지금이야 안 새겼다면 후회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조금 원망어린 시선을 마스터에게 보냈더니 그는 싱긋 웃었다.

 

"열어봐도 괜찮나요?"

 

"네."

 

카에데가 덮개를 열자, 안에는 한 병의 와인과 와인 글라스 하나가 들어 있었다.

 

"타카가키상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그랑 에세조입니다. 와인을 선물한다면, 그 해에 나온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랑 에세조라면, 부르고뉴산?"

 

"네. 로마네 콩티까지는 아니지만요."
(역주 : 그랑 에세조의 일종)


그녀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을 찾는 일이니, 믿을 사람을 찾는 것과 더불어 예산에 맞추기 위해 일부러 바까지 온 것이었다. 더해 그랑 에세조라 하면 10만 엔 이상인 와인이지만 여기서 가격을 이야기하는 것도 분위기 떨어지는 것이기에 두 사람 모두 그것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

 

"와인 글라스는....?"

 

"그건, 그.....예산에 조금 여유가 남아서. 모처럼이구요."

 

"하나밖에 없는데, 외롭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엇...."

 

"저 혼자서는, 이런 거 못 마시는걸요."

 

조금 토라진 듯 말하던 카에데를 보고 그는 초조했다. 그 모습을 보고, 카에데는 살짝 표정을 바꾸더니 윙크하며 말한다.

 

"거기다 이번에는 이미 잔 하나를 준비하셨구요."

 

"타카가키상. 그건...."

 

"그렇네요. 톱 아이돌이 되어서 가슴 펼 수 있게 되면 다시 올까요?"

 

.......이 와인은, 그때 다시.

 

그녀는 기쁜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덮개를 닫았다.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는 안심하고 있었다.

 

"톱 아이돌이 된다면, 이라. 또 이 가게에 와야겠네요."

 

"어머,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나요, 프로듀서?"

 

그 한 마디가, 그때는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졌을까.

 

톱 아이돌이라고 하는 말이, 과연 어떤 때를 지칭하는 걸까 하는 건 그도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타카가키 카에데의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건, 그녀를 이 나라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아이돌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래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 건, 어쩌면 자신이 없었던 걸지도 몰랐다.

 

"프로듀서?"

 

"우선, 건배하죠."

 

대충 얼버무리며 마스터를 불렀다. 그도 어느 정도 눈치챈 건지 바로 이쪽으로 와 주었다.

 

"어디....우선 여기에서 추천하는 칵테일로 부탁드려요."

 

카에데는 프로듀서의 태도에 당황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저는 마티니를."
(역주 : 진 + 베르무트, 올리브로 데코레이션한 무색투명한 칵테일. 향긋한 냄새가 나지만 쓴맛이 강하다고 하네요. 알코올 도수는 34도.)

 

프로듀서는 독한 술을 주문했다. 이 가게의 마티니는 상당히 독한 편이다.

주문을 받은 마스터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조금 의외네요."

 

"그렇습니까."

 

"네. 조금 더 단맛 술 취향이라고 생각해서요."

 

"......원체 쓴맛이 강한 술이라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술이 평소보다 더 들어가서인지, 오늘은 그 치곤 말이 많았다.

 

"프로듀서는, 아이리시 커피 같은 사람이에요."
(역주 : 아이리시 커피는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알코올 도수 40도)를 넣어 만든 칵테일 커피입니다)

 

"네?"

 

갑자기 칵테일의 이야기에서 벗어난다.

 

아이리시 커피라 하면, 그 이름대로 커피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섞은 칵테일이다. 위스키의 양과도 상관있지만, 여기에 크림과 설탕도 같이 들어가므로 칵테일보다는 달달한 커피 취향의 사람이 선호한다.

 

"아이리시 커피를 처음 봤을 땐 엄청 놀랐어요."

 

마치 그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듯,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게, 칵테일이니 다른 술과 비교한다 치면 평평한 잔에 빨강색, 파랑색, 무색처럼 예쁜 색의 술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까만 음료 위에 크림이 얹혀 나와서, 조끼 잔에 든 맥주 같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는 그게 그렇게나 놀라웠어요."

 

"칵테일이란 것도 천차만별이니까요."

 

"맞아요. 그리고 마셔 봤더니, 굉장히 달고 맛있었어요. 그때 가게 사람이 알코올 양은 조절해 주셨겠지만, 칵테일 치곤 주스 같아서 꽤나 놀랐달까요. 이런 술도 있구나, 했던 게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좋은 체험이었군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그는 어찌어찌 맞장구를 쳐 주었다.

 

"당신 같지 않아요?"

 

재밌다는 듯 카에데가 프로듀서를 본다. 턱 아래에 깍지를 끼고 장난치듯, 즐거운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봤을 땐 놀랐지만, 마셔보니 꽤나 입맛에 맞았거든요. 상냥한 느낌이 드는 맛이었다기보다는, 달콤한 맛이."

 

"........"
 

자신에 대한 걸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도, 그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곤란한 듯 손을 목 귀로 가져가자 그녀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용히 주문한 칵테일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 또한 아이리시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카에데의 의도를 알고 있기에 가만히 생각했다. 불안한 침묵이 아닌, 마음이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마티니, 나왔습니다."

 

그리고 마스터가 주문한 술을 가지고 왔다. 우선 프로듀서의 앞에 마티니가 놓였다. 글래스에 잠긴 올리브가, 마치 자신과도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메이플 맨하탄입니다."
(역주 : 퍼펙트 맨해튼이라는 칵테일에 메이플시럽을 곁들인 것. 도수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합니다)

 

카에데의 앞에 놓인 것은 적색의 칵테일이었다.

 

"맨하탄, 이라면....베르무트인가요? 메이플이라는 건...."

 

"메이플 시럽을 사용해 어레인지한 칵테일입니다. 타카가키 님의 이름(단풍나무楓)과 같죠."

 

아무래도 신경써서 만든 오리지널인 듯하다. 꽤나 센스가 있는 사람일지도 몰랐다.

 

"타카가키님의 CD는 저도 사서 들었습니다."

 

다른 손님에게는 비밀이지만요, 하고 말하며 그는 집게손가락을 입 앞에 세워보이고는 돌아갔다.

 

"그럼, 라이브 성공과, 앞으로 타카가키상의 발전을 기원하며."

 

"네, 건배."

 

쨍, 하고 작은 글라스를 맞부딪히고 카에데는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셨다. 의외로 달군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것을 곁눈질로 보며 그는 마티니를 단번에 마셨다. 매너에 어긋난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페이스를 높이는 그를 카에데는 지그시 바라보았다. 웃으면서, 놀라는 일 없이, 그녀는 조용히 앉아 있다.

 

".........저는 일에 실수라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수, 인가요?"

 

맥락없는 말에 별 말 없이 카에데는 되물었다.

 

"다른 사람이 저를 많이 무서워합니다."

 

"그것에 대해선 저도 부정하지 않아요."

 

"아마 어쩔 수 없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이 일을 시작해서만이 아니라, 그가 살면서 계속 생각해온 것이었다.

 

"처음에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후에는 오해 같은 게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두려워한다는 건 항상 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서워하는 것만으로 총을 겨누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일부 분별없는 사람은 그러기도 하고, 평범한 사람에게도 경계받는 만큼 인생은 손해를 보게 된다.

 

아니, 그렇게 손해를 봐 온 인생이, 그의 인생이라고까지도 말할 수 있다.

 

사람에게 신용받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이다.

그런 단순한 것만이, 그의 인생에 계속 있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사람의 신뢰를 얻으려 했습니다. 실수하지 않고, 안 되는 건 확실히 말한다....그렇게 하면 최소한 따돌림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 거군요."

 

술기운이 완전히 돌고, 카에데에게 꽤나 큰 선물을 했기에 그의 머리속은 약간 공황 상태에 가깝다. 평소엔 절대 하지 않는 말이, 담당 아이돌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끝없이 나온다.

 

"그냥 사람이 두려워하는 거라면, 최소한 성실하게라도 여겨지고 싶었습니다. 똑바로 무언가를 하는, 그저 그것만 하면...."

 

다른 사람 때문에 다치는 일도 없을 거라고, 20년 조금 더 산 인생에서 배운 것이었다. 두려움받기 때문에 적으로 몰려 외면받다 보니 자신도 상대를 미워하게 되고, 적으로 돌리고, 타도하는 것. 그렇게 자포자기한 충동에 빠질 뻔한 적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저 그렇게 하는 걸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그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상대가 무언가를 자신에게 느낀다면, 자신은 오로지 우직하게 돌려줄 뿐이었다.

 

실수로 상대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조심해 왔다. 실수로 그리되면, 아예 안 하는 편이 낫다.

왜냐면, 실수를 하면 거기선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오직 두려워할 만한 존재고, 언젠가 살해당할지도 모르니.

그런 공포만이, 그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하지만, 부장님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이마니시 부장이 한 말은, 계속 그의 마음에 박혀 있다.

 

"자네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고, 이마니시 부장은 말했다.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우직하게 있는 것에 정답이 꼭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있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고이기도 하다. 왜냐면 그것은, 그에게 있어 유일한 심적 안정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우직하게 행동하는 것만이, 그에게 있어 심적 안정을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코히나타상이나, 시라사카상에게, 무책임한 약속을 해 버렸습니다."

 

정말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면, 상대가 실망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최대한 그런 말을 하지 않도록 해 왔다.

 

─저도, 이대로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코히나타상이나 시라사카상이 뭘 불안해하고 계신지, 알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마니시 부장의 말 때문에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자신은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말해 버렸다.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남을 대할 때 더 융통성있게 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지금부터 일할 때 필요로 하는 것이다. 세 사람의 새로운 아이돌을 담당하는 이상, 그것을 피할 수 없다고, 이마니시 부장도 말했다.

 

하지만 바뀌더라도, 그것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호나 코우메에게 거기까지만 약속했을 뿐인데도 다리가 떨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자신이, 어떻게 하면 잘 해나갈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융통성없는 삶을 살아오기만 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걸.....알 수 없어서.....타카가키상의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회하듯, 그는 겨우 말한다.

 

결국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고민을, 전부 카에데에게 털어낸 것이다.

그것을 전부 술 때문이라고 돌리고 싶어서, 평소보다 페이스를 높여 술을 마신 것이었다.

 

그리고 카에데는, 그걸 그저 조용히 듣고 있었다. 네, 라거나 아아....라거나 하는 맞장구를 쳐 줄 뿐이었지만, 뭔가 말하는 일은 없었다.

 

"아아....그, 죄송합니다."

 

그래서 지루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생각에 그는 사과했다. 완전히 술에 취해 한심한 짓을 저지르는 것 같다고 이제야 자각한 것이었다.

 

"아니요. 사과하지 마세요."

 

하지만 카에데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언제나처럼의 놀리는 듯한 미소가 아니라, 그저 조용히 웃고 있었다.

 

"프로듀서, 제가 어째서, 당신의 스카우트를 받아들였는가.....아직 듣지 못하셨죠?"

 

"네? 네...."

 

그것은 확실히 듣지 못했다. 그녀에게 말했듯, 그로서는 스카우트를 받아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카에데는, 그리운 앨범을 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무서웠을 뿐이었어요."

 

그 전에도 그 말을 들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에 거절했지만,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저 같은 게 무엇이 좋았던 걸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데도, 당신은 한 번도 포기한 기색이 없었죠. 매일, 계속...."

 

"그건.....사실은 타카가키상의 매력을 느껴서...."

 

"그렇게 말씀하시죠? 하지만 그런 거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의아한 얼굴을 하는 그에게, 카에데는 계속 미소를 짓고 있다. 손에 든 맨하탄 잔을 돌리며, 약만 망설이듯 이야기한다.

 

"그게, 프로듀서는 깜짝 놀랄 정도로 이쪽을 똑바로 보셨거든요. 눈은 입만큼이라던가,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똑바로 이쪽을 보고, 저를 설득하듯 이야기해서, 받아들여 버렸달까요."

 

"설득하는 정도로는...."

 

그렇지만 스카우트라는 것은 차를 권하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아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올곧은 눈을 하시니, 믿고 싶어졌어요."

 

그것은 카에데를 알고 지낸 이래 들었던 어떤 말보다도 또렷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둥실둥실, 그저 시간을 보낼 뿐이었던 저에게, 당신은 길을 보여주셨어요."

 

꿈꾸는 듯한 카에데의 눈에, 그는 약간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저, 그녀를 스카우트해 오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랐다는 것도 컸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하는 여성의 매력에, 그때부터 끌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때는 아직 그녀를 스카우트함으로써 아이돌로 대성시킬 수 있다는 데에 강한 의의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말하려던 그의 입에 갑자기 손가락이 닿는다. 카에데의 손가락이 그의 변명을 감싸안듯, 살며시 다가와 닿은 것이다.

 

"말하셨잖아요? 눈이, 올곧게, 저를 보고 계셨다구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의 색을, 그는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신기한 애정 같은 것이 그녀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그것을, 그는 그저 똑바로 보고 있었다.

 

"당신의 눈이, 저를 상상할 수 없는 어딘가로 데려가줄 거라고 느꼈어요. 그때 한 번뿐이 아니에요. 그 뒤에도, 당신은 저를 올곧은 눈으로 봐주셨어요."

 

빠져들 것처럼, 그녀는 말했다. 그것은 마치 신기한 마법처럼 그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고 있다.

 

"목표하고 계신 무언가를, 열정을 쏟을 무언가를, 처음으로 당신이 보여주셨어요. 그 올곧음이야말로, 저에게 있어 '최고의 별'이었어요."

 

.....그래서, 프로듀서는 그걸로 충분해요.

 

올곧은 채로가 괜찮다고, 그녀는 말해 주었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 한 번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말이었다. 항상 무언가 착각하게 만들고, 적의를 향해온 그의 우직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걸로 괜찮다는 말은, 정말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분명히, 미호쨩이나 코우메쨩도, 그 말에 안심했을 거에요."

 

마치 그 자리를 본 것같은 어조로 카에데는 그렇게 말했다.

 

"당신의 올곧은 눈이, 그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었어요. 그러니까, 괜찮지 않아요? 그걸로도."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살짝 맨하탄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러니까 지금은, 좋은 술이 중요하죠."

 

그리고 놀리듯 말했다.

마법에 걸린 듯 답답해졌던 그는 그 한 마디로 겨우 큰숨을 삼켰다.

 

취기는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머리의 열을 더 올리고 있었다. 뺨이 뜨거워지는 것을 감추듯, 그는 손을 목 뒤로 가져갔다. 항상 하던 습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맛있는 와인은, 이 가게에 킵해두죠."

 

그 말에, 이번에야말로 그는 대답했다.

 

"네. 타카가키상이 생각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때라면, 그때 다시 오는 걸로."

 

억지로 짜내는 듯하면서도 확실한 의지를 갖고 그렇게 말했다.

말이 늘은 듯한 자신이 조금이지만 자랑스러웠다.

 

"그러면 오늘따라 술이 술술 넘어간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넘겨볼까요?"
(역주 : 원문은 おかわりするべきだという考えに、おかわりなく?(리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 잔 더 없나요?)로,  おかわり를 이용한 말장난)

 

".......네."

 

그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그녀의 말장난 때문에 웃은 건 이번이 처음일지도 몰랐다.

 

"추천해드리는 건 아이리시 커피에요, 프로듀서."

 

카에데도 기뻐하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 미소를 보고서,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그는 진심으로 느꼈다. 그것은 앞으로의 불안을 잊어버릴 정도로 행복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그날 카에데에게 보낸 와인은 가게에 남겨두었다. 톱 아이돌이라던가, 그 정도의 경사가 두 사람의 앞에 있을 날에 다시 오기로 약속하고서.

 

 

 

 

 

 

 

 

 

 

 

그리고 그 날은 찾아오지 않았다.

 

 

 

 

 

 

 

 

 

 

 

 

 

 

 

 

 

샤플입니다.
오타, 오역 등 지적 환영합니다.
 
 
저는 이 편에서 [신비의 여신] 타카가키 카에데의 특훈 전 일러스트를 떠올렸습니다.
데이트할 땐 이런 멋진 가게도 좋다고 말했었죠. (응? 데이트?)
 
우선 to my first star 픽시브 기준 1페이지를 1부로 친다면 여기까지입니다.
이 뒤는 제가 틈날 때마다 번역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개강했고 그래서 지금까치처럼 이틀~사흘에 한 번 올리는 건 힘들 거에요.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이 정도면 꽤나 애니메이션을 반영했고, 원작자분 필력도 좋으시고 한데 역시 제가 일본어가 짧아서 빨리 못 본 건가 싶네요.
6월 20일. 그리고 오늘은 9월 6일. 거의 두 달 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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