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그녀는 나의 흑역사 - 19. 중2병과 겨울의 옥상

댓글: 3 / 조회: 1722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4-04, 2015 03:26에 작성됨.

「추웟」

 

옥상에 나오자마자 나는 위에 무언가 걸치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양복 차림으로 장시간 이런 곳에 있으면 감기에 걸려 버릴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추운 하늘 아래에, 정말로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난간을 잡고, 크리스마스용으로 장식된 거리 풍경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코트에 머플러, 장갑도. 방한 대책은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스카」

 

다가가면서 부르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만 이쪽으로 돌렸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었지. 내가 옥상에서 멍-하고 있었더니, 네가 돌연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나」

 

내가 아스카에게, 중2병 환자였음을 밝혔던 날. 생각해보면 그 즈음부터 이 아이나 란코와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 날은 아직 봄이었으니까, 내쉬는 숨이 하얗게 되는 일도 없었지」
「아아. 그런데 프로듀서, 그 모습으로 춥지 않은 거야」
「…… 신경쓰지 마」

 

쑥쓰러워져 시선을 돌리는 나를 보고 한숨을 쉬는 아스카.

 

「바로 돌아갈 테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을텐데, 어째서」
「어째선지」
「어째선지라니……」
「아스카 쪽도, 아쩐지 모르게 여기에 온 거 아냐」
「……뭐어, 그건 그렇지. 명확한 이유가 없는 것은 피차일반인가」

 

묘하게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는 작게 웃는다.
나는 양복의 포켓에서 물것을 꺼내어, 갑자기 그녀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우왓……」

 

깜짝 놀라면서도 나이스 캐치. 자신이 양손에 잡은 물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내가 방금 건넨 것은, 당분이 적게 들어간 뜨거운 캔 캐피.

 

「추운 곳에 있으려면, 적어도 몸은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주머니에서 또 하나, 자신의 캔 커피를 꺼내면서 나는 그녀에게 웃는다.

 

「…… 고마워」

 

머플러에 얼굴을 파묻으면서, 아스카는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감사를 말한다.

 

「트리 조명, 예쁘네」

 

캔의 입구를 열고, 서로 커피를 마시면서 야경에 시선을 둔다.
상가의 중앙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오늘의 주역은 나다라는 듯이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커플도 많네」
「행복한 듯해서 좋네」
「부러워 보이네. 『리얼충 폭발해라』라던지 생각할 것 같은데」

 

씨익하고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아스카는 그렇게 물어 온다. 나는 그렇게나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학창시절엔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헤에, 그럼 지금은 다른가」
「아아. 확실히 여자친구라던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충분히 리얼에 충실하고 있고」
「그런 거야?」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마. 너희가 열심히 해 주는 덕분이니까」

 

옆에 있는 아스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나는 그녀의 놀란 듯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한다.

 

「내 일은 아이돌의 프로듀서, 목표는 담당 아이돌을 빛내는 것이다. 그것은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지금의 생활에는 충실해다」

 

워크홀릭이랄 정도는 아니지만, 일하고 있는 자신에게 인생의 행복이라는 녀석을 찾아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분야 의 일을 해서, 결과를 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도 같아. 아이돌이라는 직업에 힘쓰는 가운데, 결코 작지 않은 충족감을 얻을 수 있어」
「그렇다면, 나도 너도 리얼충이라는 점은 틀림없네」
「그 말대로야. 여기저기에서 팔짱을 끼고 밀착하고 있는 커플에게도, 우리는 당당히 맞설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 아스카는 즐거운 듯이 미소짓는다. 가끔 이렇게 보여주는 그녀의 순수한 미소는, 정말로 사랑스럽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로듀서」
「응?」
「내가 어째서 혼자 옥상에 왔는지, 알고 있을까」
「알고 있냐고 해서…… 아까 어쩐지 모르게라고 말했잖아」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해도, 사람의 행동의 배경에는 반드시 무언가 요인이 있는 거야. 그것을 맞춰 봐봐」
「또 어려운 걸 시키네」
「귀찮은 점이, 나의 특징이니까 말야」

 

잘은 모르겠지만, 어느새 퀴즈 같은 흐름이 되어 있다.
타인의 심정을 추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일단 생각해 볼까.

 

「내 멋대로 예상해도 되는 거지」

 

고개를 끄덕하는 아스카. 나를 시험하는 것처럼 시선을 향하고 있다.
맞춰도 딱히 상품 같은 것은 없겠지만, 내 나름대로 추리의 기초를 세워, 자신 나름대로는 납득이 가는 해답을 입에 담았다.

 

「아스카는, 딱히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파티 자체가 싫어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응」
「단지, 여럿이 떠들썩하게 지내다 보면…… 뭐라고 할까, 자신이 어디에 있는가--- 순간적으로 알 수 없게 된다. 떠들썩함 속의 자신이, 진짜 자신인지 까닭없이 불안해진다」

 

나도 옛날에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괄호를 붙여 과거의 문호의 작품을 읽고 찾아다니며, 때때로 쓸데없이 자기라고 하는 존재를 돌이켜보는 문장을 맞딱뜨리거나 한 것이다. 그다지 좋지 않은 머리로 위대한 문호들의 사고를 따라가려고 하다, 결국 뜻을 알 수 없어서 엄청 침울해진다. 『라던지 말해버리는 자기분석』의 시대이다.
아스카가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 정도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혼자가 되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어진다. 그 장소로 밤의 옥상을 선택한 것은…… 그저 기분일까나. 즉, 혼자가 되려고 한 행위 자체에는 이유가 있지만 , 그래서 이 장소에 온 것은 정말로 어딘지 모르게라는 것일까」

 

그럼, 이런 느낌은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스카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녀는 눈을 감고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단하네, 거의 정답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혼자가 되려고 한 이유는 『어머니의 크리스마스 편지에 답장을 하고 싶었으니까』 라는 점도 있는데. 그 이외에는 정답」
「정말인가…… 원래 중2병이었던 만큼 예상이 맞기 쉬웠던 것일까」
「사실은 지금도 그런 거 아닐까?」
「설마. ……응, 분명 아냐」

 

중2병적인 사고를 하려고 생각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너는, 나에 대해서 정말 잘 이해하고 있어」
「전부라고 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말야. 그래도, 담당 아이돌의 일이라는 가능한 한 알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그건 고마운 이야기네」

 

조용한 어조로 말하면서 아스카는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뜬다.
그리고 내 쪽을 보며, 한 호흡 휘에 이렇게 말했다.

 

「…… 언젠가, 네가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일까」

 

뭔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의지하는 것처럼.
깊은 감정이 담긴 듯한 눈으로 그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답이라니, 무엇의」
「그건……」

 

대답하다 말고 머뭇거리는 아스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무언의 시간이 우리들 사이에 흘렀다.

 

「그건」

 

이윽고 그녀는 작게 웃었다고 생각했더니, 나에게서 시선을 떼어 정면의 야경으로 눈을 돌린다.

 

「지금은 아직 말해도 의미 없는 일일지도」
「어이어이, 거기까지 말해놓고 애태우기냐」
「미안하네」
「상관없지만 말야. 그래도, 뭔가 곤란한 일이 있다면 즉시 상담하는 거다」
「괜찮아.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지금 추궁할 필요는 없는가. 아스카가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할 것이다.
그녀도 사춘기 소녀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성 이외의 요소도 필요------

 

「응?」

 

문득, 뺨에 차가운 감각이.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시계에 비치는 것은 춤추듯 떨어지는 하얗고 작은 입자들이었다.

 

「일기예보대로, 내리네」
「이제 눈이 쌓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구나」

 

너무 많이 쌓여서 이동이 곤란할 정도면 곤란하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는 광경을 보는 것 자체는 나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런 것에 낭만적인 뭔가를 느끼니까.
하지만,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으면 옷이 젖어버린다. 지금은 눈의 기세도 약하지만, 언제 본격적으로 내릴지 모른다.

 

「상당히 시간도 지났고, 이제 돌아갈까?」

 

너무 오래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도 좋지 않다.
상식적인 판단하에, 나는 계단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 아스카?」

 

꽈악, 하고 오른팔이 끌려가는 감각.
뒤돌아보니, 아스카의 오른손이 양복의 소매를 쥐고 있었다.

 

「조금만 더, 여기에 있고 싶어」
「하지만」
「알고 있어. 그래도, 안 될까」

 

작은 목소리로, 눈을 치켜뜨고 쳐다본다.
드물게도, 그녀가 나에게 투정을 부리는 순간이었다.
말하자면, 정말로 사소한 투정이었지만.

 

「조금만이다?」
「…… 아아. 고마워」

 

잠시 동안, 계속 내리고 있는 눈을 둘이서 멍하니 바라본다.
아스카가 장갑을 낀 왼손을 앞으로 내밀자, 떨어진 하얀 알갱이가 차례차례 거기에 스며든다.
대화도 거의 나누지 않고, 그냥 보이는 것을 보고 있는 것 뿐인 시간.
지금, 이 아이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어째서 나를 붙잡았는가. 알 수 없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옥상을 떠나는 그 때까지, 아스카의 오른손은 내 소매를 붙잡고 있는 채였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