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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의 흑역사 - 14. 중2병과의 야밤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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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18, 2015 03:37에 작성됨.

성인들 사이의 교제에, 술은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사회의 속박이나 스트레스 같은 것을 일단 잊고, 마음 속을 속속 드러낼 수 있다.
과음은 주의해야겠지만, 이렇게 편리한 도구는 좀처럼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알코올을 음료로 사용한 인간을 칭송하고 싶은 기분이다.

「건배! 」

프로덕션 근처에 있는 선술집, 그 곳의 다다미방에서.
오른손에 든 잔을 챙하고 부딪히며, 일단 한 모금.
맥주의 쓴 맛과 목넘김이 동시에 덮쳐오는 이 느낌은, 역시 버릇이 될 것 같다.

 

「술 마시는 모습이 좋네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은, 346프로덕션 소속 아이돌 중 하나인 타카가키 카에데 씨(25세).
원래는 모델으로 일하고 있었던 만큼, 큰 키와 반듯한 스타일이 특징적인 여성이다.
그런 그녀는, 내 잔의 맥주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라면 타카가키 씨와 교제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야. 부탁한다고」

 

왜 내가 타카가키 씨와 마시고 있는가 하면, 그녀의 옆에 앉은 남자,
즉 그녀의 프로듀서로부터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기로 입사한 내 친구이기도 한 이 녀석은, 비정상적으로 술에 약하다.
그에 비해 타카가키 씨는 상당히 잘 마시는 편으로, 게다가 타인에게 먹이고 싶어하는 타입이기도 한 것 같다.
다시 말해, 그녀와 함께 술을 많이 마셔 주는 역할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마침 시간이 비어 있던 나에게 화살이 꽂힌 셈이다.
미인이 맥주라던지 일본주라던지 따라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니까, 상당히 흥미 본위로 의뢰를 받아들였다.

 

「뭐, 술에는 강한 편이니까요. 제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입니다」
「후후, 믿음직하네요. 오늘은 잘 부탁드려요」
「네. 교제하는 한, 이지만요」

 

그로부터 셋이 술을 바시거나 안주를 먹거나 하면서 잡담을 벌인다.
주변의 잡화점이 리뉴얼한 것이라든지, 비디오 대여점에서 목표인 DVD가 항상 대출 중이라 곤란하다는 것이라든가.
그런 살림에 찌든 소재로 꽃을 피우면서도, 타카가키 씨에게서는 여성의 매력 같은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좌우의 색이 다른 눈이나, 왼쪽 눈 밑에 있는 눈물점의 존재 등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뭐어,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장난스러운 일면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견만으로 판단해서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너, 최근 상태 좋은 것 아닌가」
「뭐가」
「네가 데리고 있는 아이돌 말야. 다크 일루미네이트」
「아아, 그 아이들 말인가」

 

점차 화제는 일에 관한 것으로 옮겨간다. 술집이니까 그렇게 진지한 분위기는 되지 않지만.

 

「정말로 잘 해줬다구. 그렇지만, 아직 갓 만들어진 단계이니까 어떻게 될지는 몰라」
「그런가? 나와 타카가키 씨는 상당히 경계하고 있지만 말야. 역전당하지 않게 노력하죠. 타카가키 씨」
「그렇네요. 경계라고 해도, 적개심 노출이라던지 하는 무거운 느낌은 아닙니다만. 어디까지나 경쾌(케이카이)하게 경계(케이카이)하고 있어요」
「그건 영광입니다」

 

그녀는 데뷔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가고 있는 실력자다. 어느 정도 평가되고 있는 것은 솔직하게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년 정도만 있으면, 아이돌의 세력도 같은 건 간단히 바뀌어 버리니까 말야.
 내년 봄에, 네쪽의 두 사람이 어디까지 가 있을까.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반년인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입사하고부터 그 반년을 7번 반복했구나」

 

3년 반이라는 긴 시간. 그 중 대부분은 시부야 린의 프로듀스에 사용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연 나는, 언제까지 그녀들 두 사람들 돌봐줄 수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당신은 어떻게 해서 346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 」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으니, 타카가키 씨가 조금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런 것을 물어왔다.

 

「저 말입니까? 특별히 재미있는 이유 같은 건 없어요」
「그래도 괜찮으니까요」

 

특별히 숨길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시시한 추억이 술안주가 된다면, 말해 봐도 괜찮겠지.

 

「대학교 4학년에 진급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취업 활동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프로듀서 지망생이었나요? 」
「후보 중 하나로는 있었군요. 다른 사람의 수발을 드는 것은 옛날부터 싫지 않았어요」

 

이 이야기는 눈앞에 있는 동료에게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도 다음이 신경 쓰이는 듯한 표정으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다.

 

「매주 카츠카츠에 구직을 채워 넣고 있었네요」
「그때 응모했던 기업 중 하나가 346프로였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여기에는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신경쓰지 않았지만요」

 

346프로라고 하면, 유서깊은 역사를 지닌 일류 기업.
아무리 아이돌 부문이 다음 해에 신설되는 것이었다고 해도,
그다지 뛰어난 점이 없다고 자각하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 허들이 높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설마 했던 채용 합격.

사실은 나는 지금도 자신이 선택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부장에게 물어 보아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뭔가 면접에서 대단한 말이라도 한 게 아닐까」
「그런 기억은 없지만 말야」

 

아무튼 346프로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기분좋은 오산이었다.
부모님도 취업을 기뻐했었고, 지금부터 정진정명 열심히 하자고 기합을 넣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정식으로 입사한 후, 신인이었던 린의 프로듀스를 담당하게 되어서.
 선배들에게 이런저런 어드바이스를 구하면서, 이인삼각으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이쪽도 생활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저것도 이것도 하면서 막무가내로 하던 사이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느낌입니다」

 

때로는 린과 의견이 엇갈리거나, 다툼으로까지 발전했던 적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나나 그녀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려나가는(카케누케루) 듯한 일상에 생활을 걸고(카케떼) 있었군요」
「그 때부터 이것저것 있었고, 지금은 아스카랑 란코 두 사람을 동시에 프로듀스하고 있다, 라고. 정리하면 간단한 이야기군요」
「그거야 과정을 생략했으니까 그렇겠지. 시부야 린을 어떻게 인기 아이돌로 이끌었는가, 그 부근의 이야기가 완전히 빠져 있다구」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패스야」

 

잔을 슥 기울여 남아 있던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그러고 나서 보니, 타카가키 씨가 어쩐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이쪽을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왜 그러십니까? 」
「아뇨, 그냥…… 앗」

 

갑자기 뭔가 번뜩한 것처럼 고개를 든 그녀는, 묘하게 두근두근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십대(쥬우다이) 아이들을 맡는 몸이니까, 책임이 중대(쥬우다이)하네요! 」
「나이 차가 있으면 세대 차이라고 하는 녀석도 느끼니까, 여러가지로 큰일이에요」
「…………」

 

잠시 말없이 굳어 있는 타카가키 씨.

 

「……훌쩍」
「어이 임마, 아까부터 계속 네타 던지고 있으니까 받아 줘라! 타카가키 씨가 침울해져 있다구! 」
「사람이 진지하게 추억에 잠겨 있는데 개그 넣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는데……」

 

그보다 미인이 웃는 얼굴로 아저씨 개그를 말해도 어찌 반응해야 할지 곤란하다.
평소 중2병들에게 휘말려지고 있는 탓인지, 이 정도는 가볍게 흘러넘겨버리게 되어버렸다.

 

「좋습니다. 어-차피 시시한 말장난이니까요……」
「이봐, 너 때문에 조금 토라졌잖아. 타카가키 씨는 이래봬도 섬세하니까 말야. 취하면 어린애다움 3배 증가다」
「에에--- …… 아니, 죄송합니다. 타카가키 씨의 언어유희, 상당히 재미있었다구요? 」
「훌쩍……」

 

그 후,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처지가 되었다.
상당한 페이스였지만, 나는 어떻게든 견뎌냈다. 알코올에 강한 체질, 감사한다.

 

*

 

「오늘은 덕분에 살았다. 타카가키 씨도 기분전환이 된 것 같고」
「또 시간이 맞는다면, 같이 마십시다」

 

술집을 나와 두 사람과 헤어진 나는, 완전히 어두워진 밤거리를 불안한 발걸음으로 나간다.
…… 이렇게 마신 것은, 오래간만이다.

 

「응……」

 

무심코 차도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으니, 가슴 주머니에서 진동이.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아스카의 메일이었다. 벌써 12시 가까이 된 것이지만, 아직 일어나 있었던 것 같다.

 

『나한테 고양이는, 어울린다고 생각해? 』

 

꾸밈이 없는 간단한 문장. 요즘 여자아이들은 상당히 문체에 공들이는 것 같지만, 그녀에 관해서는 그런 모습은 전혀 없다.

 

「고양이인가」

 

아스카가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그림을 상상해 본다.
…… 응, 어울리네. 개와 고양이 중에서라면, 그 아이는 고양이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상당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

 

회신하고 아파트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러자 몇 분 후에 다시 아스카의 메일 착신.
멈춰 서서 내용을 확인하면.

 

『냐아-』

 

라는 문장과 함께, 검은 고양이 귀를 쓴 사복 차림의 셀카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 고양이가 어울린다는 건, 코스프레적인 의미로 물은 거였나.
그런 줄도 모르고 대답해 버렸지만, 덕분에 꽤나 귀여운 걸 볼 수 있었다. 가볍게 마네키네코의 포즈를 하고 있는 왼손이 귀엽다.

 

『초 귀여워』

 

고양이 관련 일거리를 찾아 볼까 진지하게 검토하게 되는 레벨이다.
머리에 술이 돌고 있는 탓인지, 눈치채면 상당히 대범한 단어를 선택해서 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럼, 돌아갈까」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고, 걷고 있기를 수십 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결국 아스카의 응답은 없었다.
이제 잠든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옷을 벗고 넥타이를 푼다.
목욕을 하고 나서 그 다음은 바로 잠이다.
가을 밤바람에 맞은 것으로, 조금은 술기운도 사라져 있다.

 

「앗」

 

욕조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타이밍에, 휴대전화에 답장이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가. 안녕히주무세냐--』

 

상당히 기다린 것 치고는 짧은 답장이었다. 메일하던 도중에 틈틈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설마, 이 문장을 치는 데 30분이나 걸렸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녕히주무세냐---라니…… 맘에 들었나? 」

 

여전히 문장이 너무 담백해서,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캐치하기 어렵다.
무표정으로 『안녕히주무세냐--』하고 말하고 있는 아스카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일 바로, 고양이 캐릭터의 화제를 꺼내 보자. 직접 반응을 보면, 여러 가지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란코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도 의외로 감정이 얼굴에 나오기 쉬운 타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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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아 카에데 씨이이이이이 말장나아아아아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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