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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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 [주사위] 생존본능 TRPG
(글 진행은 반드시 댓글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본능 TRPG 플레이 로그 (Google Drive)
※ 페이지 우상단의 를 클릭하시면 리스트 보기가 가능합니다.
참여자분들은 반드시 룰을 읽어주세요. →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lul/yeonpyo
룰이 늘어난 덕분에 여러가지 전개가 가능해졌지만, 처음 출발했던 때보다 룰의 종류가 많아진 편입니다. 물론 스레로서는 굉장히 복잡해진 편이지만 TRPG 룰로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에, 룰과 약간의 플레이 로그를 차근차근 읽어보시면 금방 감을 잡으실 수 있습니다.
※ 거의 붉은 글씨 위주로만 읽더라도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공지>
16/11/21 생존본능 TRPG 위키를 개설했습니다.
https://sites.google.com/site/idolmastervalkyria/위키 사이트 개장했습니다. 비밀글로 E메일을 적어주시면 그 메일 편으로 위키 수정 권한을 드리니, 제시된 문서 양식에 따라 설정을 넣어주세요. (아직 적어야 할 게 산더미 같긴 하지만 ㅇ<-<) 문서양식 등은 히데루p와 이치노세시키의 프로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16/12/10 생존본능 TRPG 의 관리자 권한을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넘깁니다.
12월 12일 예정된 현 관리자 히데루(@cosmo****)의 공군입대로. 오늘부로 더헤드(@chs2***)님과 포틴P (@howo***)님에게 모든 운영권한을 공동운영의 형태로 넘겨드립니다. 공동 운영을 선택한 이유는 두 분 다 입대 직전의 저처럼 TRPG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통상적으로 두 분이 가장 많은 수의 아이돌들로 RP를 진행해왔던 점이 큽니다.
그리고 공동운영으로 관리자가 둘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제 일반 유저분들도 연표, 사건일지, 케릭터 등의 정보를 함께 수정 해주시길 바랍니다.
18/1/12 현재 생존본능 TRPG는 신규 참여자를 모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상황에 따라 모집할 의향은 있기 때문에, 참여자가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19/10/17 최근의 세션에서 사용했던 Roll20 플레이 페이지를, Roll20 기능의 연습을 겸해서 채팅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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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 합선 사건」
절대로 연결 될 리 없었던 수 많은 평행우주들이, 마치 스파크를 튀기며 폭발한 전선들처럼 얽혀버린 원인은, 세계의 어떤 저명한 과학자도 밝혀낼 수 없었다.
물론 그 원인을 밝혀낼 충분한 사전지식도 가지지 못하던 인류였지만, 그들은 당장에 온갖 평행세계로부터 쳐들어오는 외계종족, 다른차원의 괴물들 따위로부터 생존하기에도 벅찼다.
결국 전세는 불리해지고 인류의 멸망이 코앞까지 봉착할 그 때였다.
「아이돌」
본래는 춤과 노래 등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돈을 벌며 살아가는 주로 저연령층의 예술인들을 지칭했던 그녀들.
그녀들은 그 「세계선 합선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 마법 등의 「능력」지니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들의 활약으로 지구상에서 모든 이계의 존재들을 몰아내게 되었다.
「프로듀서」
하지만 대체로 어린 아이들로 구성된 그녀들이 냉혹하고 잔혹한 전장에서, 그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을 뒷받쳐주고 통솔해준 「프로듀서」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활약으로 인류는 어떻게든 생존 할 수 있었고, 외계의 기술들과 새로이 발견된 마법 등을 이용해 비약적인 문명의 발전을 이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투쟁의 서막.
그들의 세계에 다녀온 한 프로듀서의 설명에 의하면, 스스로를「기계정령」이라고 칭한 그들은 강렬한 투지와 「생존본능」을 가진 인간 전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먼스(탐욕) 투스(교만) 웬즈(폭식) 덜즈(질투) 프라이(나태) 세럴(색욕) 선(분노).
그리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플루토(광기).
그 명분도, 목적도 알 수 없었지만, 단 한 가지의 사실 만큼은 분명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또한 살아남기 위해 다시 한번 전화(戰火)의 열기에 삼켜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기계정령은 더헤드(@chs2***)씨의 오리지널 설정을 차용, 변형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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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트론트 시 북서쪽, 엘리바가르 해변 근처에 지어진 니뮤에 연구소. 한 손에는 신문지를 든 채로 다급한 표정으로 그 하얀 건물에 들어서는 윙벨의 모습이 보였다.
윙벨"시아. 이거, 거짓말이지....?"
연구소의 원장석에 앉은 첼시아에게 그 신문지를 내려놓는 윙벨. 그리고 그 신문에는, 첼시아가 베르겔미르 댐 건설을 의회에 제안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있었다.
첼시아"사실이야."
그러자 양손을 책상에 내려치며 언성을 높이는 윙벨.
윙벨"말도 안돼! 호수에 댐을 건설한다면 베르겔미르 숲의 8할은 물 속에 잠겨버릴거라고!"
첼시아"어쩔 수 없어..... 윙벨도 알고 있잖아.....? 이대로 나스트론트의 마기순환이 멈춰버린다면..... 숲만이 문제가 아니야..... 아마 몇십년 후에는 니플헤임 전체가 얼어 붙어버리겠지....."
지지않고 윙벨을 설득하려는 첼시아였지만, 자신이 평생을 걸쳐 연구하고 지켜온, 그리고 살아온 터전을 하루아침에 수몰시켜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버릴 터였다.
윙벨"왜 하필 그 숲이어야 하는거야....?"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떠는 윙벨의 모습에 첼시아가 머뭇거렸지만, 이내 냉정한 말투로 조목조목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첼시아".....첫째. 나스트론트 시와 가까워......마기를 기껏 생산해도 도시와 떨어져있으면 의미가 없으니까.....둘째, 베르겔미르 호의 예상 전력 수급량이 생각보다 많고 우리는 당장 전력 하나하나가 급해...... 셋째, 마지막으로 해빙기때마다 찾아오는 수해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윙벨은 자신의 가방에서, 다섯개의 점이 이어진 원과 정오각형의 마법진이 펜으로 덪씌워 그려진 나스트론트시의 지도를 꺼내 첼시아의 테이블 위에 강하게 내려치더니, 스스로 분노를 삭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윙벨".....그딴건 어차피 안중에도 없었잖아.....? 파츄리 선배의 마법, 이걸로 완성시키려고 하는 거지......?"
무언으로 윙벨을 올려다보는 첼시아가, 눈물을 머금은 원망의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첼시아"응..... 국가 안보에.....꼭 필요하니까....."
윙벨"변해버렸네.....시아."
결국 고개를 젖힌 채 윙벨의 시선을 외면하는 첼시아. 그런 그녀를 무척이나 슬픈 얼굴로 내려다보더니 이내 획 돌아서 그녀의 집무실을 나서는 윙벨이었다.
※ RP
어제 보았던 윙벨과의 재회 모습에서 그 거리를 깨달을 수 있었던 노노는, 이 과거가 얼마나 깊은 상처였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해, 그리고 실수.
첼시아는 제대로 윙벨을 마주하지 못했다.
내린 결정에 당당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누가 감히 탓할 수 있을까.
의무감과 그리고 우정.
어느 것도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을텐데.
그렇기에 이 간극은 비극이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타까운.
BGM : One is All, All is One
그로부터 1년.
그녀가 해보지 않은 것은 없었다.
시민단체와 연합해 시위를 하거나, 지금까지 거절해왔던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스컴에도 출연해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알렸지만, 그런 그녀에게 돌아오는것은 대중으로부터의 조롱과 철저한 무시일 뿐.
결국 물막이가 시작되던 날부터 약 100일,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는 그 장소 그 고목으로 가 수몰된 숲의 변화를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차오르기 시작하던 물은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 숲을 밀어내더니, 결국 윙벨이 아끼던 그 고목조차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물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이동이 가능한 동물들은 대부분 수난을 피해 이동 했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식물, 작은 소동물, 곤충, 등의 생물은 대부분이 수몰. 물론, 무사히 수난을 피한 동물조차 생태계의 파괴로 때죽음을 당하거나, 먹이를 찾아 내려간 도심지에서 마족들의 총에 맞고 사살되어갔다.
그야말로 재앙.
그렇게 하루하루를 재앙속에서 절망스럽게 살아가던 윙벨은, 댐이 완공된 당일의 저녁, 완공식이 끝난 공허한 댐의 아래쪽에서 1년전의 약속을 떠올리며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정말이지, 조잡하고 흉물스러워.”
윙벨”당신은…...”
거짓말처럼 나타난 1년전의 그 성별을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윙벨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전신에 새하얀 후드를 쓰고있는 그 사람의 모습에서 윙벨은, 왠지모를 두려움과 동시에 모순되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은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윙벨”복수……?”
“당신이 혁명군과 공화국을 위해 한 일들은 저도 알고 있어요. 제국에 저항하고, 제국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의 목숨마저 걸어 사람들을 구하고…… 당신은 그야말로 희망의 상징이었죠.”
윙벨”무슨 말이 하고싶은 거야?”
그리고, 그의 가시돋친 말끝 하나하나가 검은 기운과 함께 윙벨의 내면에 억눌려있던 분노와 증오를 키워내기 시작했다.
“그 희망을, 그들은 이런식으로 갚아버렸죠. 당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을 그 넘치는 욕망으로 채워버리고, 추억을 짓밟고, 이를 말리려는 당신의 노력 마저 비웃고…….”
윙벨”그랬…...지.”
그녀의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당신이 믿어왔던 전략 마법단장…… 첼시아 니뮤에 프라우테가 있었죠…… 그녀가 그 지도를 보고 뭐라고 하던가요?”
윙벨”꼭 필요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하라고. 하지만 언제나 그들을 위해 희생해왔던건 당신이었잖아?”
마치, 윙벨의 모든 심리를 손바닥 보고 꿰차고 있는듯한 그 소름끼치는 말에, 그녀의 자아가 조금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 대가를 받아낼 때가 되지 않았어…...? 윙벨 룬필드(Wingbell Runefield).”
윙벨”응…...”
그 이름과 함께, 완전히 빛을 잃은 눈으로 일어선 윙벨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떡이자, 그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래요…… 나와 함께라면, 이제 더 이상 그 무엇도 당신을 상처입히지 못해, 괴롭게 하지 못해, 업신여기지 못해!”
그런 섬뜩한 미소와 함께 증오와 분노가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가 떨리며, 그 주변에서 소름끼치도록 검은 마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샤아아─!!”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카벙클 루니의 머리에 박혀있던 보석이 빛을 발하며, 윙벨의 초점이 빛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의 모습, 심지어 눈앞의 증오스러운 댐을 만들어낸 첼시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윙벨”응…… 나도 그 사람들이, 시아가 미워…… 하지만 난 복수 같은건 할 수 없어.”
“......어째서죠? 그들은 당신을 이용하고 배신했잖아요?”
그가 의아해하며 묻자 윙벨이 그 지친 정신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윙벨”아무리 미워도 복수 같은 걸…… 할 수는 없는걸.”
그리고, 윙벨은 마침내 자신의 친구를 용서하며, 다소 편안해진 얼굴로 바닥을 내려보며 이어말했다.
윙벨”그래도 친구니까…… ”
그러자,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가 하늘을 향해 크게 웃기 시작했다.
“후후, 하하, 아하하하하하!!”
※ RP
그럼에도 불구하고, 윙벨이 선택한 것은... '용서'였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그것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그 윙벨의 결정에 노노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그러나 이윽고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윙벨이 댐을 무너뜨린 것, 아니, '댐을 무너뜨렸다고 알려진 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그렇기에 지금 보는 장면에서, 그 장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피할 수 없는 숙명.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노는 긴장했다.
지금 윙벨을 유혹하고 이용하려는 그 존재가 누구이던, 그녀는 결국 '성공'한 셈이니까.
윙벨이 넘어가지 않았더라도... 윙벨을 이용하려던 목적은 성공한 것일테지.
그렇기에 긴장했다. 두렵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조용히 흘러가며 장면은 서서히 넘어갔다.
그렇게 윙벨이 도리어 여성에게 사과해오자, 그가 웃음을 진정시키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니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덕분에 오히려 더욱 당신이 마음에 들었는걸요. 쉽게 가지기 힘든 물건일수록 더욱 가치있다는게 이런 경우일까요…… 아아, 당신은 정말 좋은 소재가 될거야.”
윙벨”소재……?”
그러자 그가 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정하죠. 당신의 친구를 향한 마음, 우정, 용서, 이러쿵 저러쿵. 하지만 당신이 복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 흉물스러운 댐이 언제까지고 버티고 서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랍니다.”
그러자, 윙벨이 인상을 고치고 뒷걸음치며 마법진을 전개하더니 그를 경계하며 외쳤다.
윙벨”설마…… 당신, 테러를 하려는 거야?”
“내가 말했잖아요…… 조잡하다고.”
그리고, 그가 고개를 저으며 팔을 뻗어 가리킨 댐의 중앙 한 부분.
윙벨은 인상을 쓴 채, 그 중앙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쳐다보더니 곧바로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작은 반짝임의 의미를 눈치채더니 그를 획 돌아보았다.
“어떻게 알았냐…...고? 후후, 제가 이 세상에서 알지 못하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답니다. ‘마기’의 근원과 같은 고대의 지식부터, 건설사와 정치인의 리베이트 같은 하찮은 정보까지.”
윙벨”그럼 설마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럼 어째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거야!”
“진실은 때떄로 욕망보다 무기력하답니다? 물론 알릴 생각도 없었거니와, 알린다고 해서 이를 새겨들을 마족들이었다면 애초부터 이런 흉측한 문명의 이기를 통해 당신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모두 침몰시켜버리거나 하진 않았겠죠?”
윙벨”당장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만 벌써 누수가 진행중이라면 모두가 대피 할 여유 따위 없는데…..!”
“후우…... 이 또한 업. 죄로 물든 마족의 길이 벌로서 정화되는 것 뿐, 당신도 이 운명을 받아들이는게 어떨까요.”
마치 남일처럼 한숨을 쉬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듯이 윙벨을 유혹하는 그. 하지만 윙벨이 그 그를 향해 당혹스럽게 소리쳤다.
윙벨”말도 안돼! 설령 당신의 말이 옳다고 해도 나스트론트 시의 모두가 댐 건설에 동의한건 아니라고!!”
“네에, 그 또한 진실, 그런 당신의 신념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폄하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마녀가, 당신이 가진 잠재력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눈앞에 닥친 저 거대한 시련은 당신 혼자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잔혹한 현실이 아닌가요?”
그러자, 윙벨이 이빨을 물고 생각하더니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윙벨”아니…… 할 수 있어. 댐 자체를 지켜낼 수는 없더라도…...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이라면 벌 수 있을지도 몰라!”
“호오. 벌써부터 답을 찾은 모양이군요.”
윙벨”응. 당신에게 증명해보일게. 복수만으로는 결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후후…..”
그런 단호한 얼굴로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고서 어디론가를 향해 뛰어가는 윙벨. 그녀의 모습에, 그는 피식 웃으며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 RP
그녀의 무죄가 비로소 드러났다.
사건의 진실이 비로소 드러났다.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도 놀랍도록-
노노 "닮았...네요."
자신에게는 무의미하거나, 절망이거나, 괴로움 뿐인 것을 위한
오명, 누명, 비난, 증오
그것을 감당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윙벨의 동료였던 알란이 어젯밤 택한 결정과 동일했다.
그러나 알란으로부터 결과조차 들었기에
노노는 안타까움과 괴로움과 답답함을 품은 채,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실은 너무나 괴롭고 슬펐지만, 노노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아서... '현재'를 바꾸기 위해, '미래'를 붙잡기 위해, '소망'을 이뤄내기 위해서.
그 모든 괴로움과 슬픔의 과거가,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서.
BGM : Crime and Punishment
그날밤.
윙벨은 수십만의 시민들을 구했다.
그녀가 알란을 통해 미리 넣어뒀던 신고에 늑장 대응을 한 경찰과 시의 공무원들 탓에 1만이라는 시민이 희생되었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윙벨이 브리니클로 댐을 얼려 번 시간을 통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니플헤임의 그 누구도, 마녀의 진실을 기억하는 일은 없었다.
지나친 마기의 사용으로 현장에서 기절한 윙벨을 루니가 환영마법을 통해 숲속으로 끌고가 숨긴 덕에 겨우 체포를 면했지만,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무너진 댐으로 혼란스러워진 상황과 풀려버린 워프 금지마법과 함께 구 제국군의 잔당과 결탁한 벌의 마녀들이 침공을 해왔고, 어느새 자신은 그들의 침공을 도운 반역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결백을 사람들에게 주장하고 싶었던 윙벨이었지만, 자신의 그림자라도 발견하면 총부터 쏘고보는 나스트론트의 내전은 그녀의 자수마저 여의치 않게 했고, 자신과 함께 반역죄로 엮일 것을 우려해 알란들에 대한 도움이나 연락 조차도 하지 못한채 윙벨은 하루하루를 숨어지내며 참혹한 내전이 끝나기를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견디며 기다렸다.
그리고 내전이 종결된 날. 윙벨은 첼시아에게 “오두막에서 봐” 라는, 짧은 윙벨의 통화를 넣었고, 그녀가 올 것을 기다리며 몇 주만에 돌아온 자신의 집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런 윙벨에게 찾아온것은 자신의 친구가 아닌,
존재하는 모든 것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끝없이 맹렬히 타오르는 소이탄.
https://www.youtube.com/watch?v=qaRH_WWNAws
BGM : T.B.C.
그런 업화의 고통 속에서, 윙벨은 외마디 비명도 저지르지 못한 채 그 불길 속을 걷고 있었던 한 인영의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네…… 당신의 말이 맞아요. 복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죠…… 그러니, 애시당초 제 목적은 복수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었답니다.”
윙벨”아아…… 아아…... ”
그녀의 이성과 영혼이 지금껏 억눌러왔던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증오심이 형용 할 수 없는 그 고통에 의해 끊없이 풀려나기 시작한다. 결국, 그 불길속 의문의 여성에게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검은 마기에 휩싸인 윙벨은, 그 곧고 선량한 의지 마저 결코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의 감정을 증폭 시키며, 끝내 그녀의 영혼속에 각인된 마기가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윙벨은 마지막으로 그 ‘증오의 상징’ 과도 같은, 그 끔찍한 심연의 미소를 올려다 보았다.
“당신의 모든 살갗을, 희망을, 생명을 태우고 있는 이 불꽃처럼…… 이 가증스러운 모든 세계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리는 그날까지.”
그리고, 그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드러난 그 존재의 얼굴은.
“제 증오의 불꽃은, 영원토록 꺼지지 않을 것이랍니다.”
사쿠라 마기였다.
※ RP
노노 "사쿠라 마기 씨..."
쇼코 "그, 그러면... 저 년... 저 때부터 살아있었다는 거잖아!! 그리고 저 때부터 저딴 짓을!!"
람쥐P "이런 말도 안되는..."
소름끼치는 얼굴
잭P가 읽어낸 기억에서 잠깐 보았을 뿐인 노노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격이 일기에는, 몸이 떨리기에는, 마음이 요동치기에는 충분했다.
그녀의 강력함과 그 위력은 그 잠깐만으로도 잊을 수 없었으니까.
그녀의 광기와 위압은 그 잠깐만으로도 충분히 각인되었으니까.
알란”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포틴p”말도 안돼…… 인간이 아닐거라고는 생각했지만 80년전의 소재지가 니플헤임이었다고…..?”
그러자, 346프로로부터 받았던 사쿠라 마기의 정보를 떠올린 미셸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미셸”저자가 사쿠라 마기…… 벌의 마녀들과 랫맨들을 이끌고 있는 346의 배신자이군요. 단순한 협력자인줄 알았는데 설마 니플헤임에서 처음부터 벌의 마녀들을 이끌고 있었던게 저자였다니…...”
시키”일단 윙벨의 기억은 여기까지가 끝. 분위기로 볼때 윙벨이 벌의 마녀가 된 건 저때가 아닐까 싶어. 그 이후로 기억이 끊겨버렸거든.”
포틴p”역시 그 사람은 파면 팔수록 수수깨끼 투성이군요. 니플헤임에서 활동하던 그자가 어째서 우리들의 세계로 건너와 프로덕션에 잠입해 있었던 건지…… 그 의중도 알 수 없고.”
그리고, 히데루p는 미셸의 손길을 받으며 고통스럽고 서럽게 울고있는 첼시아의 모습을 측은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히데루p”그리고 어째서 윙벨을 벌의 마녀로 만들어야만 했는지……”
※ RP
첼시아”역시 내가…... 역시 내가 죽인 거였어…… 무고한 윙벨을…...끄으윽…… 그때 윙벨을 찾아갔었다면 이런 일은…… 흐으으윽…..”
미셸”진정해 시아…… 윙벨도 너를 용서했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자신 역시 심장을 옥죄어오는 고통을 느끼는 미셸이었다.
디미트리p”후…...”
사나에”......괴롭네.”
스스로의 후회에 삼켜졌던 사람들이기에, 그런 만큼이나 그들은 타인의 후회를 보는 것 또한 무척이나 괴로운 일일 것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디미트리p와 사나에는 첼시아가 느끼고 있을 깊은 후회와 슬픔을 뼛속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무어라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차마 쉬이 그럴 수도 없었다.
'선택'에 대한 후회가 얼마나 무겁고, 또 고통스러운지는 노노도 모르지 않았으니까.
어째서일까.
다음으로 든 생각은 그거였다.
왜 사쿠라 마기는 이런 짓을 했는가.
왜 346에서도 배신하였고
왜 니플헤임에선 윙벨을 괴롭혔으며,
왜 벌의 마녀를 이끌고
왜 랫맨들을 이끌며
왜 그 모든 잔혹한 짓을 벌이는가.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하나의 사실은 분명하게 깨달아졌다.
그녀를 막지 못한다면, 이런 끔찍한 일들은 계속하고 계속하여 일어날 것이란 사실만은.
그리고 수수깨기와 슬픔과 비통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서, 알란이 주의를 환기하며 그녀에게 말하자, 첼시아가 울음을 겨우 멈추고 알란을 바라보았다.
알란”스티븐슨, 실례지만 방금의 사이코메트리를 영상으로 남길수는 있나?”
잭p”그건 불가능하네요. 모두의 정신에 집적 염사를 보여주는거라 저보다는 아키연에 물어보는게 빠르지 않을지…...”
아키하”뭐,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연구원들은 있지만 아직 정신을 그대로 영상화 시키는건 불가능했으니.”
알란”그렇군…… 뭐, 영상화가 가능하다고 했어도 그것이 법정 증거로서 인정되기에는 금세기에는 아마 힘들겠지. 마찬가지로 그 사쿠라 마기라는 자가 말한 ‘건설사와 정치인의 리베이트’라는 것도 이번 사건처럼 장부를 비롯한 증거가 있어야 확립시킬 수 있다만.”
미셸”하지만…… 그런 장부가 만약 있었다고 해도, 이그닐이 댐 붕괴 직후 건설사 관련자들을 납치해 회사에 몰아넣은 뒤 통째로 폭발시켜 무너뜨리는 바람에 분명 인멸되었을 거에요. 덕분에 당시 리베이트 의혹을 받았던 ‘레안 다모크레스’ 등을 비롯한 우파 정치의원들에 대한 비리 수사가 종결되었죠.”
미레이”레안이라면 그 렛맨 아기들을 죽이자고 말하던 정신나간 정치인 녀석 아냣!”
사나에”망할…...”
윙벨을 위해 저지른 이그닐의 복수가 도리어 그녀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를 봉인해버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이그닐 또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갈 변호의 여지 또한 스스로 태워버린 것. 결국 그러한 잔혹한 세상의 아이러니에 사나에가 혀를 차며 분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 RP
생각도 못한 방향에서, 생각도 못한 방법으로,
과거의 실수가 굴러와 발목을 잡는다.
비로소 진실을 볼 수 있었는데,
비로소 바로잡을 수 있었는데,
비로소 희망의 끈이 나타났는데,
친구를 위해 한 행동이 친구를 모욕해버렸고
자신을 위해 한 행동은 자신을 붙들었다.
그 비극적인 사실이 깨달아지자, 노노는 그 품었던 희망에 금이 가는 것을 느끼며 괴로워했다.
노노 "하지만..."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실이 드러났으니, 진실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아직 해보지 않았으니, 불가능한지 가능한지는 확정할 수 없다.
지나가기 전에는 지나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노노는 다시 생각을 시작했다. 무언가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바로 그 때, 알란이 입을 열었다.
OPERATION SKULD
알란”하지만 만약에…...”
하지만, 그럼에도 알란은 자신감을 되찾은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알란”만약에 그 장부가 파기 되지 않았다면?”
미셸”네……?”
그렇게 뜸을 들이며 그 생각치도 못한 희소식을 말하려던 알란이, 갑자기 입을 싹 닫고 그녀를 놀리듯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알란”여기서, 사법 거래를 제안하고 싶군.”
미셸”하, 지금 당신이 지금 거래를 제안할 형편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애초에 당신이 그 장부의 소재를 말해주지 않으면 당신이 구하려던 이그닐도…...”
그렇게 미셸이 얼굴을 찡그리며 알란을 비난하자, 그도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알란”알고있다. 그러니 거래의 내용은 지금까지 모든 일을 계획하고 짠 내가 아닌 레아와, 에밀리아, 그리고 발브로의 사면이다. 이 정도는 당신의 힘이라면 어렵지는 않을 터.”
그런 뻔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동료를 끔찍하게 여기는 이 특이한 랫맨의 태도에 미셸이 기가차서 물었다.
미셸”동료 하나는 끔찍하게 아끼는군요. 그러는 자신은 그들의 형까지 전부 대신 살아도 된다는 건가요?”
알란”그 감옥보다 끔찍한 하수구를 제외하자면 랫맨으로의 삶을 살아가며 그 사회의 밑바닥에서 별의 별일을 다 겪어본지 오래다…… 가족도 만들지 않기로 한 내게 남아있었던 가치 있는 유일한 것은 결국 그 ‘동료’ 라는 것들 뿐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타겠나? 타지 않겠나?”
미셸의 말처럼 이런 상황임에도 도리어 승부수를 걸어오는 알란의 제안에 기가 찬 대부분의 사람들이었지만, 어쩌면 그중에서도 그의 제안에 솔깃한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 RP
알란의 그 말에 가장 먼저 희망을 품은 것은, 그리고 가장 먼저 '기쁨'으로 반응한 것은 노노였다.
분명 눈 앞에 있는 것은 적들이었고, 범죄자들이기도 했지만, 노노는 그 사실을 보지 않았다.
노노가 보았던 것은 그저 '오해'와 '실수'가 빚어낸 죄와 악과 괴로움의 굴레에 얽힌 피해자.
이그닐도, 그 동료들도, 노노에게는 그저 피해자로 보였을 뿐이었으니까.
미셸”그 제안, 받아 들이겠어요. 물론 당신의 신변도 포함해서.”
히데루p”하아…..?”
그런 미셸의 의외의 발언에 히데루p와 포틴p가 황당하다는듯 그녀의 세침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알란”흠…... 나야 좋다만 역풍이 생길텐데 괜찮겠는가?”
미셸”물론 346프로의 의견도 들어봐야겠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자유롭게 풀어놓겠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후후, 그러니 상응하는 각오는 해두시죠.”
알란”나를 징벌부대에라도 넣을 생각인가보군.”
미셸”그런건 운영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실력이 검증된 공작원은 여러곳에서 요긴하게 쓸 수가 있죠. 특히 당신 같은 인재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써먹고 싶어지는게 제 천성이거든요.”
미셸이 과거 알란이 실력에 비해 받지 못했던 대우를 떠올리며 쓸쓸한 듯이 말하자, 그가 호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알란”큭큭, 전장이 또 다시 나를 부르는건가…… 썩 내키진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건 나도 마찬가지군. 대신, 내게서 ‘충성’ 을 기대하지는 말게.”
미셸”당연해요. 당신은 언제까지고 누군가의 ‘아래’ 에 머물러 있을 인물이 아니니까.”
그렇게 빠르게, 그리고 제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버리기 시작하는 미셸과 알란에 모습에 포틴p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포틴p”잠깐 기다리시죠. 저희중에서도 마음같아선 풀어주고 싶은 분도 있겠지만, 어제도 경시청에서 빨리 조사하고 내놓으라고 발악이 이만저만이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이그닐도 포함해서…...”
그러자, 알란이 어째서인지 히데루p와 디미트리p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란”그 건 말이다만…... 이그닐은 왠만하면 그들에게 보내지 않는게 너희들에게도 이로울 거다.”
포틴p”그건 어째서죠?”
그러자 알란은 이내 두 사람의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란”그건 말 할 수 없군.”
크시코스p”나 참…... 이런 상황에 아직도 숨기는게 있는 겁니까?”
람쥐p”그렇다면 사이코메트리라도 해보는게 어떤가.”
잭p”......가끔은 절 부르기 전에 거짓말 탐지기라도 한번 시도해보는게 어떨까요. 특히 당신이라면 그정도 기능은 있을거 아냐......”
미레이”우왓, 람쥐 그런 기능도 있었어?”
람쥐p”금시초문이다만.”
그렇게 프로듀서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며 걷잡을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갔지만, 돌연 히데루p가 나서더니 그들을 제지했다.
히데루p”......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건에 대해선 제가 해결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포틴p”네?”
히데루p”시간이 꽤 지났으니 잠깐 휴식입니다. 10분 정도 쉬면서 다들 생각을 정리하는게 어떨까요?”
그렇게 말하며 히데루p가 의심을 강제로 불식시키더니, 어색한 모습을 보이며 복도로 나서자, 가만히 앉아있던 디미트리p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쫒아 나갔다.
※ RP
디미트리p”역시 여기에 있는 동료들에게 라도 말하는게 좋지 않겠나?”
히데루p”말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습니다. 오히려 비밀이 새어 나가 상부에 이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저나 네흘류도프씨, 당신 마저도 어떤 꼬리 자르기식 처우를 받게 될지 모릅니다…… 최악의 경우 우리가 했던 방식 그대로 우리가 숙청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죠.”
디미트리p”그렇게 앉아서 당해주진 않겠지만…… 젠장…… 어떻게 그걸 발견한 거지.”
디미트리p가 주먹을 쥐고 분통을 터뜨리자, 히데루p가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히데루p”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중요한건 이그닐이 우리들의 ‘청소’ 작업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고, 결정적인 증거는 이그닐 체포 후 최종적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그녀의 진술에 따라 우리들이 지금까지 행한 일들이 알려져 불리한 의혹을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죠.”
그러자, 히데루p가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히데루p”죄송합니다…… 역시 이런 일에 당신을 끌어들이는게 아니었는데.”
디미트리p”고개 들어. 어차피 승낙한 것도 자원한 것도 나다…… 후처리에 실패해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도 내 탓이고.”
그렇게 고개를 든 히데루p가 한숨을 쉬더니, 전날 알란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히데루p”알란은…… 사전에 이 이야기를 제게 해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그닐은 저희가 두번째로 그녀와 싸웠을 당시, 복수를 멈추어달라는 유리에의 말에 한동안 행동을 자제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랬던 것이…...“
디미트리p”설마.”
히데루p”네. 냄새를 맡은 이그닐이 당시 임원 피살 사건을 조사하다가, 다음 타겟을 미리 예측하고 대기해 야쿠자를 청소하던 당신을 지켜봤다고…...”
디미트리p”권총은 그때 미행당한거였나.”
그리고, 히데루p가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히데루p”그때 이그닐은 자신과 우리들이 결국 ‘다르지 않았다’ 라고 확신하고서, 무기한 연기하고 있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긴 모양이었습니다.”
디미트리p”......”
디미트리P는 분함에 소리가 훤히 들리게 이를 빠드득 갈아대었다.
분명 자기자신은 성장했다고 생각한 교만과 마주하리라고 댐에서 철수했을 때 각오는 되어있었지만, 털어냈을 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과거와 똑같은 업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현실은 그를 검은 뱀처럼 옭아매었다.
히데루p”......이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제가 상부를 설득해서 이그닐과 알란 일당을 경시청에 넘기지 않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죠.”
디미트리p”그 랫맨 말마따나 후폭풍이 장난 아닐텐데…… 상부를 어떻게 설득할 셈인가.”
그러자, 히데루p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히데루p”뭐..…. 주둥아리 놀리는게 제 특기 아닙니까. 진급은 당연히 물건너갔고 심지어 좌천까지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숙청당하는 것보다야 낫겠죠. 다행히도 이그닐을 일본 정부에 넘기고 싶지 않은건 미셸측도 마찬가지일테니, 니플헤임과 협력해서 어떻게든 협상 카드를 마련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네흘류도프씨도 걱정말고 입단속하고 계시죠.”
그렇게 말하며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버리는 히데루p의 등을 보며 디미트리p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에, 자국을 남길 정도로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디미트리p”…...미안하다.”
노노 "그렇지만... 모리쿠보도 이그닐 씨가 보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쇼코 "확실히... 여기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도, 저기서 또 따로 진행해버리면... 꼬이니까."
미레이 "쳇, 기껏 노노가 원한대로 풀려나갈랑 말랑 한데 그걸 일이라곤 쥐뿔만큼도 안한 거 같은 그 자식들한테 넘겨주긴 싫네!"
노노 "아으... 그, 그 분들도 나름 최선을 다하셨을 거예요..."
쇼코 "후히... 어쨌든 그건 히데루가 어떻게든 한다고 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노노 "그렇겠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원인을 모른 채로 구해낸 생명들에 안도하는 사람들, 원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지만 일이 잘 끝난 것에 만족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알란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디미트리P는 두 종류 모두 아니였다.
그는 이 모든 일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고 구해낸 인명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이 앗아간 인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디미트리P'결국에는 다 잘됐다며 넘길 문제가 아냐. 야마구치 암살 건과 금성흥업 말살 건이 이 일의 원인이였다고. 우리가...아니, 내가 이그닐을 자극시킨거야.'
지금은 사망자 하나 없이 해결된 일이지만 만에 하나 누구 한명이라도 죽었다면, 댐이 진짜 무너졌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머리에 떠오르자 디미트리P의 머리 속에서는 세찬 폭풍이 일었다.
디미트리P"...дурак.(두라크)"
'이 병신.'
디미트리P는 나즈막히 뱉은 그 단어로 자신을 비난했다.
뭐가 아이돌을 지킨다는 건데, 어딜봐서 이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킨 결과냐.
동료조차 못 지켜낸 게 너가 바란거냐?
끊임없이 자신에게 악의에 찬 물음을 던지던 디미트리P는 결국 자신을 향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힘껏 쥔 왼주먹으로 시멘트 벽을 갈겼다.
디미트리P"도대체가, 난 뭐가 바뀐거냐..썅..."
힘 없이 벽에 등을 기댄 디미트리P는 파도 앞에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없이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자책감과 각오의 밑천이 드러난 데에서 비롯된 허탈감에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피투성이이되 덮지 말고 모두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진실이건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알리지 못할 진실을 삼켜야 한다는 것도 그를 더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시계를 보고있던 히데루p는 초침이 정확하게 정각을 넘기자 마자 냉정하게 취조를 이어나갔다.
알란”좋다.”
그렇게 능숙하게 화제를 돌리는 히데루p에, 알란이 고개를 끄떡이며 그 정보를 내놓기 시작했다.
알란”나는 당시 초기 베르겔미르 댐을 건설한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한 묘족(猫族)수인 지인을 알고 있었다. 물론 댐 건설 당시엔 그가 퇴사한지 10년도 더 지난 시점이었지만, 내가 전후 20년간 일용직을 전전하며 취업자리를 구하고 있었던 당시 그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미셸”그 이야기가 뭐였죠?”
미셸이 자기도 모르게 보채기 시작하자, 알란이 그 냉정한 눈빛으로 청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알란”그는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 자기가 다니던 회사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지하실이 있었는데, 회사의 사장이 늘 검은 책자를 들고 그곳을 왔다갔다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첼시아”그렇다면…...!”
미셸”그 회사가 있던 곳의 지하를 파보면 장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군요!”
알란”그래. 천만다행이게도 그 건물이 있던 토지는 80년째 단순한 1층 주차장으로 놀려지고 있지.”
첼시아”가능해…... 그 장부를 대중에게 공개해 댐의 부실시공을 알린다면…… 윙벨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어!”
그렇게 흥분한듯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알란의 의견에 동의하는 첼시아. 그러자 알란이 마찬가지로 이빨을 씨익 들어낸 조금 사악해 보이기 까지 하는 미소로 말했다.
알란”심지어, 당신들이 지금까지 애를 먹고 있었던 레안을 비롯한 극우파 정당세력들 마저 일시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초대형 스캔들이 터지는거지.”
미셸”확실히 그렇겠어요. 장부의 내용에 당시에 리베이트를 받았던 정치인의 명단까지 있다면…… 군국주의화를 추종하는 급진세력을 한번에 일망타진 하는 것이 가능해요.”
그리고, 란코와 유이를 비롯한 미셸의 벗들은, 지금껏 걱정해왔던 미셸의 피로에 지친 근심어린 표정이, 그 진술 하나에 날아가버리는 것을 목격했다.
※ RP
쇼코 "친구 문제도 해결, 정치 문제도 해결. 그야 기쁘지 않을까..."
미레이 "그건 다행이넷. 노노, 희소식이라구!"
그러나 그런 상황에도,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기에, 아직 노노는 무언가 의구심이, 마냥 넘어갈 수 없는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의외로 희망에 젖어있던 청중들 속에서 예리한 정곡을 잡아내는 노노. 그러자 알란이 대답했다.
알란”날카로운 질문이군. 그 답에 대해서 우선 첫째로는, 윙벨의 결백으로 윙벨과 그녀를 추종한 이그닐의 ‘국가반역죄’가 자동적으로 사면된다.”
포틴p”그거라면 확실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그녀가 죽인 사람들이 꽤 많다고 들었는데…...”
알란”물론 나도 그 녀석의 완전한 사면을 기대하진 않는다. 국가반역죄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형이나 종신형의 구형 가능성은 존재하지…… 하지만 내가 어제도 흘려말한 비장의 수가 하나 남아 있지. 혹시 이중에 기억하는 이들이 있나?”
※ RP 및 답변 가능.
리이나 "정말로 가능한 건가요, 프로듀서? 이그닐 그 녀석이 댐 관련자들을 죽인 죄를 감형받기 위한 방법이..."
나오 "단순히 법정공방을 통해 형량을 줄이는 것도 고려의 여지겠지만, 알란이 '비장의 수'라고까지 말한 걸 보니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크시코스P "글쎄다. 어제 지나가듯이 이야기한 내용이라면... 으음."
크시코스P는 어제 있었던 대화를 회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해 냈다.
.........
알란”이런 나도 한때 법관을 꿈꿔 법을 익힌적이 있었다. 니플헤임에서 살인을 했음에도 죄가 면제되거나 감형되는 경우는 제국법의 잔재로 남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발동할 수 있는 공공복수법이 전부. 그나마도 복수로서의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제한이 걸려 거의 사문화되었지.”
.........
크시코스P "아... 과연. 저희 국가에는 없는 법이지만, 니플헤임의 법대로라면 구제책이 있겠군요."
크시코스P "이그닐이 살해한 대상은 댐을 건설한 책임자들. 비리를 저지르고 댐의 부실 공사를 유발해 끔찍한 인재(人災)를 일으킨 당사자들이 그 피해자라면, '공공복수법'의 적용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는 겁니까."
알란”그래…… 그놈의 사문화 된 ‘공공복수법’. 과거 제국의 권력자들이 저지른 악행을 뻔뻔하고 공공연하게 변호해왔던 그 악법을 이런 식으로 꺼내들게 될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군.”
첼시아”설마…… 그걸로 이그닐의 죄를 감형시킬 수 있는거야……?”
눈을 동그랗게 뜬 첼시아의 조급한 물음에 알란이 고개를 끄떡이며 말했다.
알란”이그닐이 지금까지 니플헤임에서 살해한 마족의 수는 전시의 레지스탕스 시절을 제외하면 모두 40명. 이미 오래전 조사를 끝낸 결과에 의하면, 그 40명 모두가 댐 건설에 깊게 관여한 건설사의 간부나, 리베이트를 받은것으로 의혹을 받았던 공무원과 정치인이었다. 만약 댐 스캔들이 터져 공론화되고 이그닐에 대한 동정적 여론이 강하게 형성된다면, 대통령도 공공복수법에 의거한 특별사면권을 검토 할 수 있게 되지.”
크시코스p”이거….. 상상도 못한 해결법이 나왔군요. 하지만 그녀가 이곳 일본에서 저지른 살인행위는 어떻게 됩니까?”
알란”그것도 이미 조사를 끝냈다. 너희들이 말하던 그 가짜 익스큐터, 나카무라 케이이치라는 자도 아마 같은 진술을 했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해한 모든 피해자들은 모두가 그가 직접 살인을 계획한 이들이었다고 한다. 이그닐이 그에게 영향을 미친게 있다고 해도, 복수에 관한 일그러진 사상과 범행 수법과 관련한 지식이 전부였다고 하지. 이곳의 법에 자세하진 않지만 몇몇 살인에 대한 방관죄 이외에는 대부분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거다.”
사나에”어…… 진술 자체는 그렇다고 듣기는 했지만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 방관죄도 물론 무겁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계획 살인에 비하면…...”
사나에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왠지모를 안도감과 함께, 그럼에도 우려가 섞인 무척 복잡한 심정의 말투로 반응했다.
알란“그리고 결정적으로 너희들 덕분에 그 녀석이 이곳에서 직접 살해한 사람은 0명.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알란이 고개를 꾸벅이며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하더니, 이내 처음부터 자신의 테이블 앞에 놓여있었던 펜을 들며 종이에 무언가를 계산하고 써넣기 시작했다.
알란”결과를 종합해본다면 이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흘러간다는 전제하에 내가 대강 예상한 이곳 일본과 니플헤임 양쪽을 합친 이그닐의 추정 형량은, 마족의 수명에 비례하여 형량이 차등 책정되는 니플헤임의 형법을 감안하더라도…… 약 70년 정도 선에서 예측이 가능하다.”
노노”70년…...”
노노를 비롯한 이곳의 인간들에겐 아득히 긴 70년.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모르게 납득이 가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그닐이 사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이들에게는.
첼시아”짧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마녀에게 있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야…… 이정도면 충분해…… 정말…… 이제 정말 그녀를 구할 수 있어…...”
※ RP
길지만, 그러나 마냥 길지 않은 시간.
인간과는 다른 수명을 가진 마녀에게는 감내할만한 시간이었다.
비로소, 비로소 노노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미레이의 무릎에 주저앉았다.
끝없이, 끝없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모든 순간 순간마다.
노노는 포기하지 않았다, 놓지 않았다.
결국 다른 가능성이 남아있지 않을 때에는, 그 상황에서의 최선을 위하여 포기하기도 했지만,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생기면 노노는 곧장 그것을 부여잡았다.
그 모든 노력이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룬 것은 아니다.
여러 동료들의 인정과 도움이 있었기에, 우연을 넘어 기적이라 불릴만한 일들이 있었기에, 모든 관련없는 사건마저도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들어맞았기 때문에, 겨우 겨우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노노의 그 모든 노력이 없었더라면, 다른 동료들의 도움도 없었을 것이다. 기적은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건들은 파묻혀져 있었을 것이다.
결국에는 노노의 간절한 소망이, 그 노력과 마음에 응답하여, 기적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하나의 사실을 오직 노노 스스로만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안도하고, 감사했다.
모든 것의 시작이 자신이었음을,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자신의 노력 때문이었음을,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노노가 쉼없이 뛰었기 때문에 이루어졌음을,
오직 노노만이 자각하지 못한 채, 일어난 모든 일에 감사하고 안도했다.
노노의 희망은 입증되었다.
그렇기에 노노의 의지는 분명해졌다.
앞으로도, 무엇이라도,
끊임없이 그 '희망'을 쫓아갈 것임이,
끊임없이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룰 것임이,
그 다짐이 굳건해졌다.
왜냐면 그 노력이 '보답받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까.
히데루p와 미셸, 첼시아는 어떻게든 이그닐과 알란의 신변을 경시청에 양도하지 않기 위해 책략을 짜기 위해 다시 회의로 들어갔지만, 현장에 있었던 청중 대부분은 심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련한 마음으로 회의실을 하나 둘 뜨기 시작했다.
시키”70년이라…… 그래도 사형은 면했으니 그럭저럭 납득은 가는 결말인가아~”
회의실의 벽에 기댄채 결론을 곱씹는 시키. 그러자 레아가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그녀의 앞에 서서 그녀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시키”아…… 레아쨩 그러고보니…...”
그런 레아를 시키가 돌연, 심각한듯이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미쿠”음? 레아쨩에게 뭔가 있는거냥?”
그런 미쿠의 질문에, 갑자기 시키가 액체처럼 흐느적거리며 녹아내리더니 그녀의 뺨을 맞대고 부비부비 해대기 시작했다.
시키”향기 너무 쬬아아~~~”
레아”>ㅅ<”
미쿠”아….. 응 언제 반응하나 생각하고 있었다냥 =w=”
그럴줄 알았다는 미쿠의 반응. 그런 레아는 의외로 눈을 감은채 순순히 시키의 부비부비를 허용하더니, 시키의 몸을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시늉을 했다.
시키”응? 나한테 말?”
그렇게 시키가 레아에게 귀를 기울이자, 그녀가 양손을 모아 시키의 귀에 맞대고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쑥쓰러운 듯 등짐을 지고 해맑게 웃었다.
미쿠”뭐라는 거냥?”
시키”흐음~ 모두에게 전해달라면서…...”
그러자 검지를 뺨에대고 멀뚱히 천장을 쳐다보던 시키가, 이내 레아처럼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시키”고마워! 라고.”
포틴P "그게.. 딱 잘라 말하자면 쫓겨났지. 저런 음침한 물밑 판짜기는 전문이 아니니까 쉬라면서. 뭐, 히데루P의 반도 못 따라갈거란건 알고 있고 그 사람도 그 사람대로 이번 일에는 스스로 매듭을 짓고 싶어할건 아는데.."
슈코 "아- 프로듀서 그런거 못 할 것 같지. 등쳐먹기보단 맞는 쪽에 더 익숙하단 인상."
포틴P "..그러니까 굳이 꼭 그렇게 후벼파지 마라 좀."
아스카 "그와 별개로 네게 휴식이 필요하단건 동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일단락되었다는 말 하나로 간단히 마음 속의 격류가 가라앉는 상황도 아니지만."
포틴P "그럴테지. 이 결론이 모든 사람이 바라던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 특히 사쿠라 마기에 대한 정보에 근거해서 앞으로 우리가 취할 준비에 대해서도 고찰을 해 봐야 하니까.."
거기까지 말하고, 포틴P는 잠깐 참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듯 숨을 멈췄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고찰을 결과물로 다듬어야 하는 입장에선 당연한 것일까. 그러나 그 다음으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정한 선택과 그를 관철하는 행동이 엮어낸 길이 이곳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그저 괴로워하는 이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헛되지 않았음에,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는 벽의 연속이었던 고난의 하루를 넘어왔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하는 이들을 향해 잠시 시선을 보내곤 말했다.
포틴P "..그렇지만 지금은 기쁜 사람이 기뻐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싶어. 분노나 증오를 넘어서 오해를 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듯이, 기쁨도 마음에 녹아들어서 양분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앞으로도 기다릴 괴로움은 분명 더 있지만, 모두의 마음이 상처를 치료하고 마땅한 모습으로 채워지면.. 이번처럼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몰라."
아스카 "훗, 역시 너는 교육자가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어. 너 정도로 아파오면서 똑바로인 선생이 있었다면 학교도 지루함이 덜했을지도."
포틴P "과분한 말은 고맙지만 그럼 너희랑 이렇게 마주볼 수 없으니까, 그건 사양해 둘까."
쇼코 "후히... 영지버섯처럼 건강하고 송이버섯처럼 맛있는 끝이네..."
람쥐P "무슨 비유인데 그거..."
노노 "앗, 그리고보니... 저어... 미레이쨩, 쇼코쨩, 프로듀서 씨... 그... 모리쿠보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람쥐P "이제 와서? 아하하, 처음 네게 말했던대로, '프로듀서'로서 '아이돌'의 응석을 들어주는 건 당연한 거야. 신경쓰지 마."
미레이 "어차피 '인디비쥬얼즈'로서 우리는 셋이지만 하나라고! 그 때 몇번이나 말했는데 못 들은 거야? 노노 네가 원하는 건 우리가 원하는 거기도 하다구!"
쇼코 "후히, 그러니까...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신경쓰지 마..."
노노 "다들... 감사해요..."
미레이 "됐다니까! 아, 프로듀서! 큰 일도 하나 끝났겠다 디저트나 쏘라구!"
람쥐P "이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뭐, 됐어. 어차피 여유도 있겠다 까짓거 그러지."
미레이 "아싸! 노노, 쇼코! 가게를 다 털어버리자!"
람쥐P "마스터 트레이너한테 이르기 전에 자중해라."
미레이 "큭... 협박이라니, 치사해!"
시끄럽고 소란스럽게, 그리고 밝게.
인디비쥬얼즈와 람쥐P는 프로덕션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이루어낸 행복을, 그 해피엔딩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저... 여기까지면 괜찮아요."
"하지만 위험할텐데요."
"괜찮아요. 모리쿠보에겐 나태의 능력도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이그닐 씨라면... 분명 괜찮을 거예요. 아마 앞으로도."
"으음, 일단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회의가 끝이 나고 이그닐과 동료들의 처우가 결정된 다음날.
조금 안쪽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말장난과 조그마한 웃음 소리와, 그보다는 바깥쪽에서 살짝 들려오는 에밀리아와 레아의 한결 가벼워진 대화 소리 사이에서, 침묵만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한 격리실 앞에, 조금의 발소리와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붉은 머리의 마녀, 이그닐이 격리된 격리실 안으로 작은 소녀가 들어온다.
노노 "저어... 안녕하세요."
이그닐 "..."
조용히, 조심스레. 방을 들어온 노노는 침대 위에 멍하니 무릎을 끌어모으고 앉아있는 이그닐에게 그렇게 말을 건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
그렇지만 노노는 물러나지 않았다.
노노 "이그닐 씨... 사형 당하지 않아도 된대요. 비록 다른 일들이 있기도 해서 완전 무죄는 아니지만요... 그래도... 첼시아 씨랑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예요. 알란 씨나... 다른 동료 분들이랑도요. 아, 그 분들은 아예 무죄로 풀려나실 수 있었어요. 알란 씨의 경우는 미셸 씨가 힘써주신 덕분이지만요."
이그닐 "..."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자세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로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는 이그닐.
그래도 노노는 대화를 이어갔다.
노노 "이그닐 씨의 상태는 오기 전에도 들었어요... 아마 마음에 상심이 크신 것이기도 하고... 아직 잊을 수가 없어서, 잊고 싶지 않아서 때문이기도 할테죠..."
노노 "그래도... 모리쿠보는 이그닐 씨랑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노노는 격리실의 책상 앞에 놓여져 있는 의자를 침대 곁까지 조심히 끌고 왔다.
그리고는 그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품에서 한 권의 동화책을 꺼내들었다.
노노 "이 책... 이그닐 씨가 계시던 니플헤임의 동화책...을 가져올 수는 없어서... 모리쿠보가 기억하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써본 거예요. 그래도 이야기는 분명 같을테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노노는 조심히 동화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그닐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노노는 자신의 목소리가 닿지 않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은 채, 분명 조그마한 목소리라도 그 마음에 닿으리라 믿으며 펼친 동화책을 낭독했다.
"옛날 옛적 한 고귀한 귀족 가문에 흡혈귀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노예 인간 소녀와 친구가 되어 언제 어디서든 함께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소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했고, 그 소년은 그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년의 가족은 여인이 가축일 뿐이라며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소년은 결국 여인을 데리고 집을 떠나 은둔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인의 아름다운 미모는 어느새 늙고 추하게 변해갔습니다..... 윤기있는 머리카락은 거미줄처럼 볼품없는 잿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병들어 누은 여인은 자신이 사랑한 그 흡혈귀의 품속에서 임종을 마주했습니다....."
"그 흡혈귀는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의 피를 받아 함께 영생을 살자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종복이 된 자신은 자신이 아닐 것이며, 지금껏 자신의 의지로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그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그러나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만 그 둘의 사랑 이야기.
결국 그 끝은 비극적이고 애잔한 헤어짐... 이었지만.
노노 "원래의 동화는 여기서 끝이예요. 그렇지만..."
노노 "... 아카네 프로듀서 씨가 말씀해주셨어요. 흡혈귀 씨의 선택도, 그 아내 씨의 선택도... 어느 쪽도 틀렸다고 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어느 한 쪽이 정답이라고 정할 필요도 없다는 걸."
노노 "어쩌면 그 두 분에게도... '한쪽이 남겨지거나' '의지를 잃은 채 함께 살아가거나'가 아닌...... '제 3의 길'이란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노노는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처음 읽은 그 때에는,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비극으로만 남기고 이야기로만 남기고 동정만을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늘숲에서 프라이와 마주하고 다시 그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그 때에는 그 아카네P의 말이 노노의 마음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노노는 그 '제 3의 길'을 걷기로 선택했다.
노노 "그러니까... 모리쿠보가 다시 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지 않아요."
그렇기에 노노는 포기하지 않았다. 타협하지 않았다.
노노 "모리쿠보의 이야기에서... 흡혈귀 씨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내 분의 의지도 거절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흡혈귀는 그 결말에 만족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아내도 의지를 잃지 않으며, 자신과 함께 영생을 살 수 있는 길을 찾아갔어요."
"그 길은 아무도 알지 못하며, 누구도 이룰 수 있다고 믿지 않은 길. 그렇지만 분명히 가능하다 생각한 길이었답니다. 자신이 영생이 가능하다면, 분명 다른 사람도 영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과 같이 의지를 가진 채로 영생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거였죠."
"그 비밀이 비단 종족의 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걸 믿은 흡혈귀는 자신의 아내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고 긴 수면 마법을 걸었답니다. 길고 긴 시간동안 잠에 들지만, 죽음은 이르지 않도록. 그리고 흡혈귀는 자신이 바라는 길을 찾아 떠났답니다."
"수년, 수십년, 영원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단 1분 1초도 헛되이 하지않고, 낭비하지 않은 채로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을 찾아냈답니다."
"그것은 신비로운 마술. 연인이 함께 살고 함께 죽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 그야말로 그 흡혈귀에게 어울리는 마술이었어요. 아주 아주 오래되고 오래된 옛 서적에서, 마침내 흡혈귀는 그 마술을 찾아냈답니다."
"그것을 찾자마자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흡혈귀는 자신의 아내를 깨웠습니다. 수십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미청년의 모습인 흡혈귀였고, 잠들어있는 아내는 그 때로부터는 늙지 않았지만, 이미 늙고 추해진 모습으로, 흡혈귀랑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흡혈귀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곧장 자신의 아내에게 입을 맞췄답니다."
"그리고 마력과 생명력이 동시에 흘러들어가, 마침내 아내는 깨어났습니다. 흡혈귀의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는 사랑과, 망설이지 않는 결단력이 그 마술을 성공시켰던 거랍니다."
"그 아내의 피부는 조금씩 느리지만 예전의 생기를 되찾아갔고, 거미줄과 같아진 잿빛의 머리카락도 조금씩 조금씩 윤기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의 눈이 떠져 그 흡혈귀를 바라보았답니다."
"흡혈귀는 분명 성공한 것임을 깨닫고도 불안했습니다. 이것은 오래된 마술. 실패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내가 원하지 않던 종복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두려웠으니까요. 그러나 입을 연 아내의 첫 마디는 그 흡혈귀의 이름이었답니다."
"그 짧지만 잘못 들을 수 없는 단어. 종복으로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단어에 마침내 흡혈귀는 안도하고 기뻐하며 다시 한 번 아내를 껴안았답니다. 움직이지 않고 잠들어있는 모습이 아니라, 살아서 자신을 마주안아주는 모습의 아내를요."
"마침내 그들은 다시 한 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이번에야말로 멈추지 않고, 헤어지지 않는 시간들을 말이죠."
새로이 긴 이야기를 덧붙여 쓴 노노의 동화책이 마침내 덮인다.
그리고 책을 덮은 노노는 고요히 앉아있는 이그닐의 얼굴을 바라본다.
노노 "이 이야기는... 흡혈귀 씨의 이야기... 그렇지만 모리쿠보의 소망을 담아서, 어쩌면 모리쿠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이그닐을 대하는 그 때에, 그 길에,
타협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그닐을 그저 적으로서 제압하기만 할 수도 있었고,
인질을 사로잡았을 때 그 인질을 딱히 구해내지 않아도 되었다.
이틀 전 있었던 사건에서도, 얼마든지 노노는 둘 중 한 쪽만 구하고자 해도 됐었다.
그러나 노노는 그러지 않았다.
노노 "모리쿠보는 눈 앞에 보이는 그 이야기들에... 만족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누구도... 이그닐 씨가 해치게 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 누구도... 잃어버리지 않길 원했어요."
그 길은, 그 누구도 걸으려 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가능하다 생각하지 않은 길.
걷지 않는다 해도 누구도 책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걷지 말라 만류하는 길.
하지만 노노는 그 길을 걷고 싶었다.
노노 "분명, 분명 바뀔 수 있다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요. 믿고 싶었으니까요."
노노 "왜냐면 분명... 모두가 바라는 것은 '행복'이었을테니까요. 그 하나만큼은 모두가 같았을테니까..."
그래서 노노는 멈추지 않았다. 좌절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라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얻어낸 것이 '지금'이었다.
노노 "다행히도... 정말 놀라운 기적들... 그리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 그리고 정말 우연히 맞물리는 여러 일들... 그것들이 있어서... 정말 그 모든 것들이 있어서... 겨우 이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어요. 이그닐 씨의 죽음도... 다른 분들의 죽음도 모두 막아낼 수 있었던... 이 '현재'를요."
노노는 그 모든 기적과 도움과 수많은 일들에 감사했다.
그러나 그것은 노노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항상 최선을 바라면서도, 결코 타협하지 않았기에.
불가능해보이더라도 단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만 있다면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비로소 그 모든 기적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나타날 수 있었다.
노노의 흔들리지도, 변하지도 않는 신념과, 멈추지 않는 결단력이 그 기적을 성공시켰던 것이었다.
노노 "아직... 아직 이그닐 씨가 받은 충격은... 그 마음은...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씩... 느리더라도... 분명 시간이 있으니까... 이그닐 씨에게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분명 조금씩 나을 수 있을 거예요."
노노는 이그닐의 팔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부여잡았다.
힘이 없고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온기가 있는 그 팔을.
그러자 이그닐은 잠시 자신을 붙잡은 손을 따라 노노를 쳐다보았다. 곧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노노는 자신의 이야기가 분명 닿았으리라고 생각했다.
노노 "분명... 분명 다시 행복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아도 되고... 사라지지 않아도 될 행복을요. 필요하다면 모리쿠보도 얼마든지 도울게요..."
마지막까지 이그닐에게 말을 걸며, 노노는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의자를 다시 원래대로 두고, 조심히 방문을 향해갔다.
그러던 중 아직도 바닥에 놓여있는 식사를 발견한 노노는 그 식사를 조심스레 들어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노노 "... 그러니까 식사도 꼭 해주시면 좋겠는데요... 그... 굶으면 몸에 안좋으니까요..."
얼마 전까지 죽음을 각오하던 이에게, 사형수였던 이에게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 걱정.
그러나 그렇기에 그 말은 뒤바뀐 현실을 분명하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고,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그 새로운 현실을.
마침내 노노가 방문을 나서고, 격리실에는 다시 침묵이 감돌았다.
그렇지만 노노가 있던 자리에는, 노노가 고쳐낸 새로운 동화책과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함께 남아있었다.
BGM : マスカレード ~ノア第三章列王新世紀編より~
사건 발생 일주일 후.
히데루p는 니플헤임 정부와 함께 상부를 설득해 이그닐과 알란 일당의 신변을 346프로에 무기한 묶어두는 한편, 정부에 대해서는 이그닐이 조사하여 346프로에게 뿌렸던 정보들을 협상카드로 이용, 그녀의 신변이 만약 경시청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다테와 연줄이 있었던 중앙정부의 수반들까지 줄줄히 터져나갈 것을 경고하는 것으로, 그들의 이그닐에 대한 수사의지를 꺾어버렸다.
결국 댐의 파괴 자체는 이그닐의 파괴가 아닌 부실시공에 의한 사고로 규정하도록 유도되었으며, 이그닐 또한 346프로에서 니플헤임에서 윙벨의 결백이 밝혀지고 이그닐이 국가반역죄 혐의를 벗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무기한의 장기 조사권을 따내는 등 물밑 합의를 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납치극에 대한 범인들 만이라도 인도하라는 경시청의 압박이 여전히 이어졌지만, 애초에 이그닐을 제외한 알란 일당들에 대해서는 경시청 측에서는 얼굴조차 재대로 파악하지 못했기에, 346프로는 납치범들은 모두 도주했다고 알리며 알란들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었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잡아 때는 것으로 그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가로 346은 니플헤임 해군으로부터 많은 전술, 기술적 지원을 약속 받았다고.
물론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 거래의 대가로서 모든 댐 리베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다테 마츠타로 후쿠시마 현 지사를 비롯한 우파정당 인사들은 댐 붕괴와 관련한 혐의를 벗어났고, 그 모든 죄를 건설사 사장인 다나카 소타가 홀로 뒤집어 쓰게 되었다.
결국 히데루p는 이러한 ─지극히 의도된─ 졸속 처리로 지금까지 쌓아올렸던 상부의 신임을 꽤나 잃어 상무 진급은 백지화로, 심지어 앞으로의 간부진으로의 출세길조차도 불투명하게 되었지만 좌천이나 숙청이라도 당하지 않은게 어디냐며 자신의 과오로 인한 그 결과를 받아들인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이그닐의 범죄에 가담해 전차를 움직였던 후쿠야마 히로시는, 한동한 사고를 일으키고 실패했었던 AI병기의 존재를 세간에 들키고싶지 않았던 국방성, 그리고 346프로를 제외하면 목격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과 사망자가 없다는 점으로 인해, 바이러스와 관련한 혐의가 제외되어 전차 1기를 탈취해 난동을 부렸다는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가 시작되었으며 덕분에 국가내란죄 등으로 인한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은 구형되지 않을거라는 전망.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모르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겨우 진정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던 무렵이었다.
나리타 공항 이미그레이션 입구. 히데루p를 비록한 몇몇 동료들이 한때 적으로 싸웠던 알란과 에밀리아, 발브로를 배웅하고 있었다.
알란”아아…… 그때의 취조…... 회의장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설명했다. 어제까지도 넋이 나가있긴 했지만 그래도 설명을 듣는 내내 얼굴에서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고 있는 눈치였다. 어쩌면 이건 특히 모리쿠보 노노…… 그 소녀가 매일처럼 이그닐을 찾아가 대화를 걸어준 덕분이 아닐까 싶군.”
히데루p”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알란”어쩌면 조금 있으면 너희들과도 대화가 가능할정도로 회복할지도 모르겠군…… 여전히 너희들에게 협조적일거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네만은.”
람쥐p”어차피 거기까진 기대하진 않아. 중요한건 노노의 희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지.”
그런 람쥐p의 밝은 평가에, 노노가 푸근한 미소로 땅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노노”네…… 정말 다행이에요…...”
히데루p”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겠는데 정말 레아 안델 씨를 저희측에 맡겨도 되겠습니까?”
무언가 귀찮은 것을 떠맡게된건 아닌가 도리어 도로 데려가줬으면 하는 바램으로 집요하게 물어본 히데루p였지만, 알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란”물론 우리라고 썩 내키는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육군 뿐만 아닌 마녀들이 레아를 노리고 있다는걸 확실하게 알아버린 이상 다시 니플헤임으로 돌아가는건 너무 리스크가 커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한동안 레아를 잘 부탁한다. 그녀도 이젠 너희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할테니 전과 같은 불상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다.”
말문을 잠깐 흐리고 시선을 삐쭉 회피한 알란의 행동을 절묘하게 캐치한 포틴p가 빤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포틴p”잠깐......방금 눈 피하시지 않았습니까?”
알란”…...명심해라. 레아를 얌전하게 하고 싶다면 항상 손에 뭔가 ‘풀 것’을 쥐어줘라. 암호든 퍼즐이든 수학문제든 뭐든 간에 상관없으니까…… 되도록 최대한 어렵고 복잡한 걸로.”
그렇게 묘하게 시선을 회피하며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설명을 하는 알란에, 히데루p가 한숨을 쉬었다.
히데루p”아이 돌보기도 아니고 뭡니까 그 겉잡을 수 없이 복잡한 당부는…...”
에밀리아”흐음….. 그래도 왠지 당신들이라면 믿을 수 있을것 같아 별로 걱정은 안들어. 벌써 친구도 몇몇 생긴 모양이었고, 이 언니 왠지 대견하면서도 슬퍼지려고 하는걸…...힝.”
발브로”레아씨가 100년은 더 먹지 않았던가…...”
에밀리아”영혼의 언니인걸로 쳐두자고☆ 아무튼 바이바이~ 다음에는 좀 더 즐거운 일로 만났으면 좋겠네~”
발브로”네. 그동안 여러분께 여러모로 큰 폐를 끼쳤습니다…... 이 빚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 RP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노노는 그들을 배웅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들로 인한 많은 괴로움과 고민과 힘듦도 있었지만, 노노는 벌써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린 듯 했다.
그저 그들이 되찾은 행복만을 기쁘게 여긴 채, 비극이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즐거움으로 받아들여진 채로, 노노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그렇게 출국 수속을 받으러 들어가려는 알란에게, 히데루p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히데루p”알란.”
알란”그래, 다시 만나지.”
히데루p”훗, 다음에는 대등한 관계로 말이죠.”
그리고, 알란은 그 손을 맞잡으며 대답 대신 씨익 웃더니, 그 동료들과 함께 출국 수속의 자동문 속으로 사라져갔다.
잠시후, 공항 주차장.
그들의 배웅을 나갔던 이들은 이윽고 마침내 끝난 일련의 사건의 끝맺음을 상기하며, 나름대로의 납득, 혹은 납득되지 않는 그 결말을 곱씹어보고 있었다.
k마구”그나저나 착잡하네요. 니플헤임의 요청이라고는 하지만 그 때문에 그 악독한 정치인 놈들을 집어넣을 수가 없다니.”
포틴p”뭐어 정치판이란게 원래 그렇죠. 우리도 세삼 깨끗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디미트리p”......”
무언가 켕기는 듯한 착잡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디미트리p를 보며 히데루p는 생각했다.
자신이 심판자라던 남자는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한때 법관을 꿈꾸었던 랫맨은 세상이라는 독에 갇힌 채 심판자가 될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심판자라던 마녀는, 그 무엇도 심판하지 못한 채 심지어 자기 자신 조차도 심판하지 못했다.
히데루p와 디미트리p 또한 상부의 지시라는 변명하에 법의 감시를 피해 멋대로 최악의 죄인들을 심판하고 다녔지만, 결국 또 다른 죄악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 아니야.... 너희라고 다르지 않아. 인간 뿐만이 아냐.... 마녀, 랫맨, 늑대인간, 흡혈귀, 다른 모든 마족들..... 심지어 윙벨 마저도! 모두가 복수를 원하고 모두가 복수를 행해왔다고!! ]
[ ‘사람’이란건 결국 다르지 않아. 랫맨이든, 너희 인간이나 엘프나 다른 마족이든. 물론 그 경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나 자신 조차도. ]
정말 그들의 말대로다.
우리 모두는 다를게 없었다. 경중은 다를지언정 우리 모두가 욕망으로부터 태어나 죄와 함께 바스라져가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중의 그 누구에게도 타인을 심판할 권리는 없다. 그저 법이라는 원칙을 만들어 기계적으로 스스로의 죄들을 다스리며 나아가는 것이 고작인 차악 뿐.
결국 그 누구도 타인의 정당한 「심판자」 가 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세상이라는 이 좁다란 독에 지나치게 넘쳐흐르는 욕망과 죄악을 그대로 활개치게 둘 수는 없지. 히데루p는 그렇게 생각하며, 크시코스p와 나나미를 향해 고개를 끄떡였다.
나나미”흐흥~ 그렇다고 아직 끝이라고 안심 할 수는 없는 거에여~”
그렇게 나나미가 들고잇던 백에서 무언가 검은 장부를 꺼내자, 일행들의 시선이 그녀가 든 검은 장부로 향했다.
크시코스p”우리의 협상은 어디까지나 ‘이그닐이 조사한 범죄’에 대해서만이었죠.”
히데루p”뭐가 그리 당당한지 참 부지런하게도 기입해뒀더군요. 이그닐이 밝힌 인신매매와 부실시공 등의 최근의 범죄 이외에도, 오래 전부터 있었던 각 기업과의 유착관계나 청부살인 자금, 공적자금 횡령, 탈세 등등에 대한 내용도 모두 들어있었으니까 말이죠.”
디미트리p”그렇다는 말은?”
히데루p”네. 이그닐이 법의 심판을 받는대로……”
그제서야 얼굴색이 돌아온 디미트리p가 말하자, 히데루p가 고개를 끄떡이며 크시코스p에게 발언을 넘겨주었다.
크시코스p”이 처방약을 병든 세상에 흘려보낼 예정입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 말.
그렇지만 적어도 노노에게는, 그 말이 희망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사람이 바라는 것은 행복이고, 기쁨이니까.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노력할 수 있으니까.
많은 오해와 실수들이 이미 쌓여있기에, 그 모든 것을 단숨에 잘라내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래도 차근차근 노력해간다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왜냐면 결국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행복」이니까.
노노는 그것이 증명된 그 하루를 돌이켰다.
그 하루는 정말로 지치고 힘들고 괴롭고 끔찍하기도 했으나,
그러나 다행이었고 기쁘며 행복한 하루였다.
자신이 믿고있던, 또 노력하던 신념이 증명된 하루였다.
이 사실을 노노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신념도 흐려지지 않을 것이다.
그 소망이, 그 희망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위하여'
크으... 해피 엔딩이라 요캇타...
진짜 긴장되고 절망되기도 하고 겁먹기도 하며 또 두근두근 대는 순간으로 가득한 이벤트였네요.
그런만큼 노노의 신념이 끊임없이 시험받으며 흔들렸지만,
결국 그 희망을 증명하게 된 이벤트...
훌륭한 이벤트, 감사합니다!
노노야 앞으로도 꽃길만 걷자! 험난하지만, 찬란할 그 길을!
※ 200스레를 기념하여 생존본능 TRPG 제2회 인기투표를 개최합니다. 기간은 금일부터 2주이며, 3월 18일 종료됩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Bh2tZi-OH73DZw2N6UmqZhnjx5fFzxVXPbKLeJSt0Xjg8NA/viewform?usp=sf_link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Qhw09ig90RYA6piYZxu2rlgKeyNyogh303qTYEfg078/edit?usp=sharing
해당 배점의 순위는 이벤트 보상에 영향을 받을 예정입니다.
200번 스레에서의 세션 진행은 종료. 201번 스레에서 이벤트 개시 중입니다!
물론 자리 넓직하게 비워 놨으니, 추가 RP를 위해선 언제라도.
그럼 201번에서 다시 뵙죠!
사나에"여! 디미트리 프로듀서 본 적 있어?"
사나에"디미트리 프로듀서 찾는 중인데, 혹시 봤어?"
사나에"어딨는 건데, 디미트리 프로듀서!!"
프로덕션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닌지가 몇 시간째일까, 사나에는 결국 지친 다리를 쉬게하기 위해 로비의 의자에 앉은 사나에는 로비가 떠나가라 버럭 소리질렀다.
일의 발단은, 그의 담당 아이돌들의 증언이였다.
사나에"여, 디미트리 프로듀서! 포틴 프로듀서에게 듣자하니 오늘 월급 나왔다면서? 같이 마시러...어라."
기운차게 디미트리P의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나에는 무안하게 사무실 입구에서 굳고 말았다.
니나"아, 사나에 언냐!"
나기"누가 지금 술소리를 내었는가, 싶었는데. 왈가닥 여경 사나에씨로군요."
사나에"그 발언은 언니도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겠는 걸, 나기쨩~?"
사나에가 장난스레 한쪽 볼을 꼬집어도 나기는 평소대로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일본어인지도 모를 사과인사를 했다.
사나에"그럼 디미트리P가 여기 없는 건 차치하더라도, 저긴 왜 이렇게 공기가 새까매?"
응접실의 한 구석에는 사람의 그림자 세 개가 모여서는 중얼중얼 뭐라 의논하는 게, 왠 사이비 종교의 밀회 같아서 그 주위가 거무튀튀하게 보였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하고 가까이 다가간 사나에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사나에"아냐쨩하고 모모카쨩...그리고 아카네 프로듀서? 얘네 왜 이래?"
셋은 의논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사나에가 온 것도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하야테"P쨩이 요즘 상태가 이상해서 저렇게 의논하는 거야."
사나에"디미트리 프로듀서가? 무슨 일 있었어? 요즘 안 보인다거나?"
니나"아닌 거예요. 매일 사무실로 오고 프로듀스도 하는데...어딘가 쳐 우울해보이고 말을 잘 안해요..."
나기"나기가 뒤져본 바로는, 사무실 서랍에 꿀단지를 숨겨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게 아닌건 확실한데 말이죠."
하야테"P쨩 서랍 멋대로 뒤진 건 반성문 쓰자, 나-? 모르는 표정지어도 하-가 지켜볼거니까."
이내 사무실의 톤을 몇단계는 내리고 있던 셋은 토의가 진전이 없는지 일제히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나스타샤"어떡하죠..."
모모카"걱정이여요..."
아카네P"하여튼간..."
골머리를 앓던 셋은 그제서야 사무실로 들어와 자기들을 의미심장한 눈길로 바라보는 사나에를 발견했다.
모모카"사, 사나에씨? 여긴 언제?!"
사나에"뭐야, 나쁜 짓하다 걸린 것처럼."
아나스타샤"Н..нет. 그게...나쁜 짓을 한 건 아니예요."
사나에"하하하, 알고 있어. 사정은 대충 들었으니까. 근데 아카네 프로듀서는 이 모임에 왜 쌩뚱맞게 있는거야?"
아카네P"그, 그냥 심심풀이야! 그런 아저씨가 걱정되서 이러는 거 아니니까!"
사나에"네, 네. 역시 솔직하지 못하구나."
동료를 걱정하는 아이돌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건지 사나에는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아나스타샤는 힘겹게 입을 열어 사나에에게 부탁했다.
아나스타샤"사나에. 아냐, 부탁이 있습니다."
사나에"나한테? 뭔데?"
아나스타샤"프로듀서하고 대화를 좀 해주세요."
사나에"응? 대화는 너희가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아?"
모모카"그게 프로듀서쨔마는 저희하고 전혀 대화를 안하려고 하셔요. 계속 피하시고..."
이 시점에서 사나에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항상 아이돌들과의 대화를 즐기면서 가끔은 술 마시다 딸을 자랑하는 아빠처럼 떠드는 게 디미트리P였으니까. 보통 일이 아니라는 형사의 감이 번개가 지나가는 것처럼 번쩍 들었다.
사나에"음, 좋아. 당장 지금 찾아가볼게."
모모카"아아...감사드려요, 사나에씨."
사나에"나도 술친구가 그 모양이여서는 흥이 안 사니까. 그래서 어디갔어, 디미트리P는?"
아카네P"그걸 모르겠어. 점심시간하고 퇴근시간 이후로는 그냥 사라져. 그리고 지금은 점심시간이고."
사나에"당사자부터 찾아야되는 단계인가. 좋았어, 내가 잘 말해볼게."
아나스타샤"아, 사나에."
사나에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서기 직전, 아나스타샤는 그녀에게 살짝 허리 숙였다.
아나스타샤"больщои спасибо(발쇼이 스파시바)...아, 정말 고마워요."
사나에"천만에, 다녀올게."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만만하게 사무실을 나선 사나에는 30분만에 갈피를 못 잡아 헤매는 상태가 되버렸다.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못 봤다' 혹은 '봤는데 귀신같이 사라졌다'였다.
사나에"도대체 어디로 가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다니는 거야?"
한숨 돌릴 겸 자판기에서 나온 캔커피를 홀짝이던 사나에는 누군가의 부름에 목을 살짝 오른쪽으로 향했다.
"아, 사나에씨!"
사나에"음? 아! 토우카쨩 아냐."
커피를 마시던 사나에에게 말을 건 사람은 베이지색 빵 모자를 쓰고 하얀색 오프 숄더 블라우스를 입은 키 165cm 후반의 여성이였다. 남색 데님 숏팬츠와 발목의 복숭아뼈를 완전히 덮는 검은 부츠 덕에 그녀의 다리는 더 강조되어 보였다.
근데 키나 몸의 굴곡으로 따져봤을 때 어딜봐도 성인 여성의 몸이지만, 언밸런스하게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은 양갈래로 묶여있어서 천진난만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사나에"오랜만이네~. 아, 며칠 전에 포틴 프로듀서한테 서류 전달하는 김에 봤으니까. 그것도 아닌가."
토우카"그냥 본 거라뇨, 섭섭하게. 아주 진하게 마셨잖아요. 아이돌과 백댄서의 재결합이라는 핑계로."
사나에"하하, 그랬지. 그나저나 그렇게 차려입고 어디가? 호옥시, 데이트~?"
사나에가 팔꿈치로 능글맞게 토우카의 옆구리를 찌르자 토우카는 간지럽다며 웃어댔다.
토우카"그게, 곧 있으면 공항으로 가거든요."
사나에"공항? 휴가내고 어디 여행가?"
토우카"아뇨, 아뇨. 영국 경찰청의 대테러무장경찰쪽에 신청한 개인훈련 때문이예요. 가면 분명 방탄복 입을 테니까 잠시라도 여행기분을 내고 싶은 마음에 그만."
토우카가 쑥스러운 듯이 미소지었지만 사나에는 씁쓸함을 숨길 수 없었다. 토우카가 백댄서였던 시절의 꿈을 알고있던 사나에였기에 더더욱이나.
사나에"훈련인가...역시 고생하는구나, 특임대원."
토우카"힘들지만 나름 보람이 있으니 괜찮아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사나에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토우카가 진심으로 자신이 맡은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모양인지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사나에"그래...아, 너 보는 김에 물어보는건데. 혹시 디미트리 프로듀서 봤어?"
토우카"디미트리 프로듀서면...네흘류도프씨요?"
그때 사나에는 놀라했다. 디미트리P의 성을 입 밖에 내놓은 토우카의 표정이 마치 미쿠가 생선을 보는 것처럼 질색으로 구겨져있었다.
토우카는 머지않아 그 표정은 사나에에 대한 예절이 아님을 깨닫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토우카"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사나에"아니, 괜찮은데...디미트리 프로듀서하고 혹시 무슨 일 있었어?"
토우카"그...그런 일이 좀 있어서..."
형사로서의 감이라고나 해야할까, 그런 종류의 호기심이 들어 좀 더 자세히 캐물을려고 드는 사나에의 입을, 토우카는 먼저 성공적으로 차단하는데 성공한다.
토우카"네흘류도프씨라면 요 며칠 vr 훈련실에 계셨어요."
사나에"앗, 진짜로?"
토우카"네, 특임대 훈련이 끝나면 독점해서 거의 새벽까지 거기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것도 군복이 아니라 정장차림으로."
사나에"그래? 바로 가봐야겠다, 고마워! 토우카쨩!"
곧바로 VR 룸으로 뛰어가려던 사나에는 다리에 급브레이크를 걸어 멈추더니 자리를 떠나려던 토우카를 향해 외쳤다.
사나에"토우카쨩!"
토우카"예?"
사나에"훈련 열심히 해!"
토우카는 대답 대신 사나에를 향해 씩씩함이 전해지는 미소를 짓고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사나에'자, 거기 딱 기다리고 있으라고 디미트리 프로듀서!'
지금이 몇 시지?라는 의문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서 디미트리P는 VR 훈련실의 바닥에 대자로 누운 상태 그대로 전자손목시계를 찬 왼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30분 남짓있었다. 그리고 시계를 본 것만으로 1시 30분까지 니나의 라이브 관련으로 조명 설치 회사와 미팅이 있음을 떠올린 디미트리P는 한숨 쉬었다.
이그닐이 일으킨 댐 습격사건으로부터 수일이 지났다. 하지만 그 말은 곧 디미트리P의 마음도 수일이 넘도록 갈피를 못 잡았다는 소리였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이 죄인이라는 생각 밖에 들질 않았다.
디미트리P'...분명 녀석들, 내 걱정하겠지.'
눈을 감자 담당 아이돌들과 타카사키 아카네가 걱정에 자신에게 뭐라 잔소리 하는 풍경이 떠올랐지만 눈을 뜨자 그것은 백사장의 모래그림처럼 VR 훈련장 내부 조명빛에 흩날려 사라졌다.
그 날부터 계속해서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길로 나가야 하는거지?'라고.
이전과 똑같이 아이들에게, 동료들에게 알려야할 진실을 피 묻은 손으로 멋대로 취사선택해서 알려줄 것인지. 아니면 동료들의 앞길이 험난해질 것을 알면서도 그들을 단순히 믿는다는 이유로 모든 진실을 밝혀나가야 하는 건지.
디미트리P"아버지도, 지금 같은 기분이였을까."
알아서는 안될 비밀을 기록해 자기 의지를 이어줄 사람을 찾던 디미트리P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디미트리P는 자기도 모르게 의문문으로 뱉었지만 답은 알고 있었다.
수십, 수백번 진실을 알리길 망설였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지독하게 신중한 사람이였고, 망설이다 일단 결정을 내리면 로켓 같은 추진력으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였으니까.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전혀 아버지와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아니, 내릴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고 있었다.
디미트리P"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아버지."
물에 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잠시 눈을 감았던 디미트리P는 VR 훈련실의 유리문이 사람을 인식하고 열리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사나에"겨우겨우 찾았네."
디미트리P"카타기리..."
문밖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니트 스웨터와 검은 청바지를 입고 숨을 희미하게 몰아쉬는 사나에였다.
디미트리P"내가 여깄는 걸 알아낼 줄이야."
사나에"특임대의 토우카쨩이 알려줬거든."
디미트리P"토우카? 아, 무라카미인가. 특임대의 유일한 여자 대원."
사나에"그래, 그 토우카쨩."
자연스레 VR 훈련실의 제어판으로 다가간 사나에는 무심코 훈련기록을 뒤져봤다.
디미트리P"그래서, 넌 왜 여기 온거냐?"
사나에"아냐들이 부탁했어. 너가 요새 말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대화 좀 해보라고 말야."
디미트리P"역시, 걱정하고 있었구나..."
사나에"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돌아가라고. 듣자하니 최근 여기서 살다시피 하는 것 같은데 왜..."
무의식적으로 훈련기록을 흘깃 살펴보던 사나에는 뭔가 이상한 점을 본 것만 같아 이번엔 제대로 눈을 제어판으로 향했다.
훈련기록은 수일 전 밤부터 새벽까지 연달아 가상훈련을 한 사람의 이름을 액정화면에 보여주고 있었다.
사나에"대체...무슨 가상훈련을 왜 이렇게 많이한 거야?"
디미트리P"조금 알아보고 싶은 게 있었어."
사나에"아니, 도대체 뭘..."
디미트리P"카타기리, 대련 상대 좀 해줘."
사나에는 제멋대로 부탁을 꺼내는 디미트리P가 불쾌해서 억지부리는 건 작작하라는 말 대신 눈살을 찌푸린 채로 그를 쳐다봤다.
눈빛으로 그에게 메세지는 전해졌을거라 사나에는 넘겨짚었다. 하지만 디미트리P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되려 그는 곧은 눈으로 사나에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정면에서 쳐다봤다.
그렇게 눈싸움이 지속되길 수십초, 결국 사나에는 한숨 쉬며 고개를 숙였다가 훈련기록에서 뭔가 걸리는 걸 발견한 채로 그에게 한수 접고 들어가게 된다.
사나에"좋아, 어차피 나도 제멋대로다 못해 애들까지 걱정시키는 널 좀 패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제어판을 조작해 VR 대련을 시작시킨 사나에는 천천히 필드로 내려왔다.
특수한 3D 프로젝터로 자신의 몸상태가 가상현실 마냥 시야 한구석에 표시되고 필드에 근력 같은 신체 스펙 뿐 아니라 심지어는 사나에의 능력도 적절하게 조절되어 적용되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사나에"대련이 끝나면 모두 털어놓을 거야?"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자기가 입고 있던 검은 정장 자켓의 단추를 풀어헤친 디미트리P는 한쪽 다리를 뒤로 빼며 격투태세를 갖췄다.
사나에"우선 싸우라는 건가..."
사나에는 한숨을 쉬면서 그를 따라 유도의 준비자세를 잡았다.
처음에는 누구도 섣불리 덤비려들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있기에 먼저 덤벼드는 것은 곧 빈틈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둘은 자신의 손이 닿을 거리까지 누구 하나 조바심 내지않고 경계하며 다가갔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까지 왔을 때 선공을 날린 건 디미트리P였다.
그는 사나에가 방어하기 힘들게 자세를 낮추고는 그녀의 복부에 팔꿈치 공격을 날렸다. 사나에는 '윽'하는 외마디 신음만 한번 질렀을 뿐 움츠리는 기색 없이 디미트리P의 공격을 맞자마자 즉각적으로 그의 등을 팔꿈치로 내려찍고는 헤드록을 걸었다.
이대로 사나에가 뒤로 주저앉는다면 속절없이 목뼈가 나가버릴 것은 당연지사, 디미트리P는 자기 머리를 휘감은 사나에의 팔과 그녀의 다리를 잡고 몸을 일으켜 그녀를 들어올린 뒤에 등 뒤로 몸을 내던져 반격하려 했지만. 사나에는 들어올려진 상태에서 헤드락을 풀고 디미트리P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디미트리P의 맷집도 보통 맷집이 아닌지라 그는 안면에 주먹을 맞고도 별다른 동요없이 사나에를 들어올린 그대로 자기 등 뒤로 몸을 날렸다.
러시아식(?) 변형 바디슬램을 당한 사나에는 옆으로 구른 다음에 곧바로 일어서더니 양손을 들어올리는 복싱의 베이직 가드를 취하고서 잽을 날렸다. 사나에보다 한 박자 늦게 일어난 디미트리P는 사나에의 묵직한 잽에 입술을 맞고 비틀거리다 곧바로 옆구리에 날아온 날카로운 훅을 맞았다.
디미트리P"잡았다..!"
하지만 디미트리P라고 가만히 얻어맞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기 옆구리에 들어온 사나에의 훅을 잡아 자기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뒤, 왼쪽 팔꿈치로 사나에의 인중을 후려갈겼다.
사나에"과연, 붙잡아서 강제로 난투전을 벌인다는 거지..."
팔꿈치, 통칭 엘보로 얻어맞으면 그 충격은 눈앞에 잠깐 별이 보일 정도로 상당하다. 급소에 맞으면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사나에는, 과거 염마라 불린 여형사는 그 악명에 걸맞게 치명적인 공격에도 미동조차 보이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발짝 앞으로 더 내딛어 잡히지 않은 쪽의 팔을 디미트리P의 비어있는 겨드랑이 사이에 넣더니 그 상태로 뒤돌아 그를 땅바닥에 업어쳐버렸다.
사나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닥 위에 뻗은 디미트리P의 정수리 쪽에 마운트 자세를 잡았다.
오른손을 움직여 반격하려 한 디미트리P는 오른손이 움직이지 않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오른손을 살폈다.
어느새 사나에의 무릎에 짓눌린 오른팔을 발견하고 디미트리P가 다시 위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사나에의 주먹이 그의 코앞에 정지해있었다.
디미트리P"역시, 니플헤임에서는 적당히 한 거였군."
디미트리P가 허무한 듯이 기운없게 말을 내뱉자 사나에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사나에"아무튼 이걸로 끝..."
디미트리P"아무도 전투불능이 되진 않았어."
사나에"뭐?"
다음 순간, 사나에의 머리가 '쿵'하는 소리와 띵해져서 눈앞에 별이 보였다.
사나에의 이마에 박치기를 날린 디미트리P는 왼주먹으로 사나에의 볼을 후려갈긴 뒤 발로 비틀거리는 사나에의 복부를 떠밀었다.
뒤로 굴러 일어선 디미트리P가 주섬거리며 꺼내든 것은-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방금 전까지 그가 정장 바지위에 메고 있던 검정 가죽 벨트였다.
정신을 차린 사나에는 전혀 의외의 도구에 벙 쪄있다가 퍼뜩 고개를 짧게 좌우로 젓고는 신경쓰였던 걸 물었다.
사나에"그...바지는 안 흘러내려?"
디미트리P"안 흘러, 애초에 내 허리 사이즈에 딱 맞춘거라 말이지."
사나에"그럼 벨트는 뭐하러 멘건데..."
디미트리P"아니, 이것까지 메야 정장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나에"나로서는 모를 느낌이네. 근데, 벨트 하나 들었다고 나에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디미트리P"맨손으로만 싸우는 것보단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자신하는데."
사나에"자신만만하네, 그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나에의 재빠른 2단 옆차기가 맹렬한 바람을 동반하며 곧바로 디미트리P의 목으로 향한다.
디미트리P"내가 말했지? 승률이 오르긴 한다고."
하지만 사나에의 발차기는 디미트리P가 발차기 궤도 중간에 벨트를 들이내민 탓에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벨트를 휘감아 사나에의 다리를 붙잡은 디미트리P는 그녀의 몸을 지탱하던 다른쪽 다리를 걸어 사나에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사나에"과연..!"
쓰러진 사나에는 반격으로 자기 양 다리로 디미트리P의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고는 땅 위에 손을 짚고 일어 났다.
앞으로 엎어졌다가 사나에와 거의 동시에 일어난 디미트리P는 벨트의 양끝을 오른손으로 잡아 고리를 만든 뒤 왼팔을 고리에 통과시켜 새끼줄을 꼬아 로프를 만들듯 왼팔을 몇번 돌려 벨트를 꼬았다.
일어선 사나에가 앞으로 뛰어들며 주먹을 날리자 디미트리P는 꼰 벨트를 날아든 주먹에 가져다 대어 흘려내고 그걸 벨트로 감아 사나에의 한팔을 구속했다.
사나에가 다른 손으로 주먹을 휘두르자 디미트리P는 몸을 뒤로 젖혀 피한뒤, 그것 또한 벨트로 엮어 구속하고는 두 팔이 묶인 사나에를 끌어서 자기 등뒤로 가게 만든 뒤 그녀를 등으로 둘러매고는 땅 위에 업어쳐 버렸다.
사나에가 땅바닥에 엎어져도 그녀의 손의 구속은 풀리지 않았고 디미트리P는 한손으로 사나에의 양손을 엮은 벨트를 잡고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아, 사나에가 자신에게 시전했던 것처럼 마운트 자세를 잡아 빈 손을 주먹 쥐고는 치켜올렸다.
근데 난데없이 관자놀이에 날아든 충격에 디미트리P는 자세를 흐트러뜨리고 바닥 위에 엎어지고 만다.
사나에가 디미트리P가 마운트 포지션을 잡으려 들자 구속되어있던 자기 팔을 잡아당겨 디미트리P를 끌어당긴 뒤 그대로 무릎을 들어올려 무릎차기로 그의 관자놀이를 강타한 것인데, 디미트리P에게 틈이 생긴 사이 사나에는 여전히 양손이 구속된 채로 일어섰다.
사나에 "도리어 내쪽에 수갑을 채우다니, 배짱 좋은데?"
하지만 자세가 무너졌을지언정 사나에의 손을 구속한 벨트를 계속 붙잡고 있던 디미트리P는 일어서서 벨트를 끌어당겨 사나에의 복부에 무릎차기를 날리고는 타격에 주춤거리는 사나에를 뒤로 밀더니 그녀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려고 발을 내밀어 사나에의 왼쪽 뒷정강이와 교차시켰다.
'어?'라는 얼빠진 외마디와 함께 뒤로 넘어간 사나에와, 그녀가 넘어지는 관성으로 앞으로 몸을 숙이는 디미트리P.
사나에의 몸이 땅에 떨어진 듯 '쿵'하는 소리가 들린 뒤, 디미트리P는 한손으로 벨트를 잡고 한손으로는 사나에의 목을 쥐어잡았다. 하지만 목이 잡히기 전, 사나에는 묶인 양손을 아래로 힘껏 당겨 디미트리P의 손아귀를 떨쳐내고 자기도 디미트리P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니플헤임 체육관에서 했던 대련의 결과처럼 서로가 서로의 목을 움켜잡게 됐지만 그때와 다르게 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둘은 빈 손의 주먹으로 상대방의 볼에 스윙을 담은 펀치를 거의 동시에 날려 잡혀있던 목의 구속을 풀었다.
둘 중 누구도 고통의 신음을 흘리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그저 입은 굳게 다문 채 눈에 비친 상대방에 대한 투지로 눈동자를 불태우고 있었다.
디미트리P와 사나에는 목의 구속이 풀리자 뒤로 한발짝 뛰어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디미트리P는 직후 허리 뒤춤으로 손을 가져가더니 곧 컴뱃 트로오돈 OTF 나이프를 꺼내 검은 칼날을 전개시켰다.
사나에'나이프라, 긴장해야겠네. 하지만 디미트리 프로듀서라면 반드시 급소를 노려올테니 그걸 막아서...'
사나에의 작전은 송두리째 뒤엎어졌다. 무언가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그녀의 어깨가 쓰라려왔다.
동요하지 않고 흘깃 자기 어깨를 본 사나에는 한 치의 오차없이 자신의 쇄골 사이를 정확하게 궤뚫고 들어간 디미트리P의 OTF 나이프를 발견했다.
사나에'나이프를 던졌다고!?'
박힌 나이프를 뽑을 시간조차 주지 않고 디미트리P는 사나에에게 다가와 그녀가 반격으로 날린 주먹을 막아내고 사나에의 어깨에 박힌 나이프를 잡고 시계방향으로 비틀었다.
사나에"큭..!"
사나에가 무심코 흘린 외마디 신음을 들은 채 만 채 디미트리P는 신속하게 나이프를 어깨에서 뽑았다. 어깨를 찔려 한 손을 못 쓰게된 사나에는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나머지 한 손의 주먹을 휘둘렀지만 디미트리P가 자기 주먹을 살짝 고개 젖혀 피한 직후 마치 꼭두각시의 실이 끊긴 듯 그녀의 팔이 공중에서 툭 떨어졌다.
왼팔 힘줄 손상, 이라고 눈앞에 메시지가 뜨자 이게 VR훈련이 아니였다면 디미트리P가 들고 있는 나이프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을 거라고 사나에는 예상했다.
사나에"피하면서 힘줄만 베다니, 나이프 다루는 솜씨는 진짜 귀신 같네."
디미트리P"이걸로 양쪽 팔은 무력화, 전투불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
사나에"유감이네, 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거든!"
뼈와 뼈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고 한숨 놓았던 디미트리P는 사나에의 박치기에 아래 턱을 맞는 일격을 허용하고 중심을 잃었다.
힘줄이 손상되지 않은 오른팔을 억지로 움직여 디미트리P의 정장 자켓을 움켜잡은 사나에, 그리고 중심을 잃은 디미트리P를 땅에 업어쳐 버린다.
사나에"이걸로 한판..."
그 다음 말이 나오질 않았다. 업어쳐지면서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디미트리P의 나이프가 사나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목에 박혔다.
그리고 그 다음, 디미트리P는 얼핏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나이프를 찔러넣은 상태 그대로 휘둘러 사나에의 경동맥을 그었다.
VR대련의 탈락이 선언되고 VR로 구현된 부상 탓에 옆으로 넘어가던 사나에는 우연찮게도 디미트리P와 눈을 마주쳤다.
나이프를 휘두르고 난 디미트리P의 회색 눈은, 슬픔에 젖어 식어버린 재와도 같아보였다.
디미트리P"...대련, 어울려줘서 고맙다."
사나에"나참, 상식적으로 나이프 쓰는 건 너무하지 않아? 초반은 누가 봐도 격투 분위기였는데."
디미트리P"다음부턴 무기 쓰지 말라하던가. 그래도 난 쓸 거지만."
사나에"얼씨구..."
OTF 나이프의 날을 다시 손잡이 내부로 수납시킨 디미트리P가 딱딱한 발걸음으로 VR 대련실의 제어판으로 향하자 사나에가 입을 열었다.
사나에"대련이라고는 해도 결국 상대방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끝나서 그렇게 구는 거야?"
우뚝, 하고 딱딱한 구두 걸음소리가 멈췄다. 디미트리P는 상반신을 약간 틀어 곁눈질로 사나에를 보았다.
사나에"훈련기록 다 봤어. 다양한 곳을 배경으로 적의 수도, 패턴도 되도록 다양화하고 있었지만...되도록 사살이 아닌 전투불능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보였지."
디미트리P가 요 며칠 실시한 VR 훈련의 결과는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사살의 숫자보다 적을 전투불능으로 횟수가 더 컸다. 다만,
사나에"그래도...어떻게 해도 사살의 숫자가 0이 되진 않아서 마음에 걸리는거지?"
그 많은 훈련기록 중 한 명이라도 사살하지 않은 것은 결코 없었다. 그것이 왜인지 모르게 사나에를 서글프게 만들고 있었다.
디미트리P는 아무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나에는 더더욱 자신의 추측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디미트리P"하핫..."
웃음을 흘린 디미트리P였지만 그 웃음의 화살끝은 어딜봐도 그 자신에게로 향해있었다.
자조를 내뱉은 그는 바닥에 그냥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디미트리P"카타기리, 대련하면서 내 움직임은 어떻다고 느꼈냐?"
사나에"응? 아, 그게..."
디미트리P"솔직하게 말해줘. 부탁이다."
조금은 거짓말을 덧붙일까했던 사나에는 디미트리P의 부탁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나에"역시 사람을 효율적으로 죽이는데 특화된 움직임이라고 느꼈어. 그것도 계산같은게 아닌, 철저하게 몸에 밴 싸우는 법이지."
디미트리P"그렇군...예상한 대로야."
디미트리P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타인의 입으로 나오자 자신의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사나에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등짝을 후려갈긴 다음 일으켜 세워주기 위해 천천히 걸어갔다.
디미트리P"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어 마땅한 인간들을 죽였다고 생각했어."
담담하게 나온 말에 귀기울이려고 사나에는 그만 제자리에 멈춰섰다.
디미트리P"애들이 천인공노할 악인이 처벌 받지않고 멀쩡히 살아있다는 참혹한 사실을 알 바에는 그 악인을 내 손으로 죽이고 진실을 내 손으로 덮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
처음에는 아이들을, 동료들을 위한 일이라며 자기자신을 달랬다. 아니,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의연한 채로 있었다.
디미트리P"하지만 여기있는 모두는, 내가 그렇게 덮으려했던 진실을 알아내고자 들었어. 앞에 뭐가 놓여있던 간에 그걸 볼 각오가 되어있었어."
진실을 향한 모두의 투쟁 앞에서 디미트리P는 한없이 작아져갔다.
디미트리P"그제서야 자각했어. 나한텐 진실을 마음대로 선택할 자격은 없었다는 걸. 내가 했던 짓은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이 한 것과 다를 바가 없었어."
은연 중에 자신은 메트로의 보이지 않는 감시자들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디미트리P의 마음속에 참을 수 없는 분노의 불길과 한없이 차가운 참괴의 한기를 몰고왔다.
디미트리P"동료들을 믿지 못하고, 아이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인정 못한 나는 건져올릴 길 없는 겁쟁이라는 생각했어."
진실을 향한 찬란한 영웅들의 각오 앞에 진실을 덮으려던 마녀의 검고 뒤틀린 다짐은 바스러져 갔다.
디미트리P"변한 게 없는 어리석은 어른이라 너무 미안해서, 창피해서, 아이들을 볼 면목이 없어졌어."
누구도 자신의 한심한 얼굴을 보길 바라지 않아서, 그는 한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서 눈가를 가려버렸다.
디미트리P"사람을 죽이기만 하는 날, 약해서 동료가 고뇌하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약한 날 너무나도 바꾸고 싶어서 사람을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라도 익히고 싶었지만...이 꼴이야. 결국 누군가를 죽이고 말지."
내가 가장 닮고 싶었던 사람, 가장 존경했던 사람과 더욱 더 멀어졌다는 사실 때문에 디미트리P의 참괴는 더더욱 깊어졌다.
디미트리P"난, 아버지처럼 되지 못해."
멈춰있던 사나에의 발이 그제서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나에"물론이지. 난 네 아버지를 모르지만 넌 네 아버지처럼 될 수 없다는 건 알아."
그리고 사나에는 디미트리P의 옆으로 다가가더니 쭈그려 앉았다.
사나에"그도 그럴게 너하고 다른 사람인 걸. 넌 너의 길을 찾아야지."
디미트리P"하지만 아버지가 가고자 한 길이 내가 바라는..."
사나에"그건 단순히 짊어져서 그런 거야? 아니면 정말 너가 바라는 거야?"
디미트리P"말이라고, 그게 곧 내가 바라는 길이야. 진실을 숨기고 싶지 않아. 진실을 숨기는 한, 메트로의 모두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사나에"그런데도 감시자들과 넌 같다고 생각해?"
디미트리P"...난 내 임의로 진실을 숨겨왔어. 똑같다는 말 들어도 할 말 없지."
사나에"난 전혀 다르다고 봐."
디미트리P가 의문스러운, 아니 그보다는 스파이를 의심하는 눈길로 사나에를 쳐다보자 왠지 모르게 열 뻗친 사나에는 주먹을 치켜올렸다.
사나에"...확 팬다?"
디미트리P"아니, 왠일로 너가 덕담을 하나해서."
사나에"난 내가 느낀 걸 그대로 말하는 거거든?"
치켜올린 주먹을 내린 사나에는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나에"진실을 덮을 권리가 너에게 없다는 건 맞아. 하지만 그걸 떠올린 시점에서 넌 감시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
사나에"동료들을 믿지 못했고 아이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봐주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아냐. 넌 그들을 걱정해준 거라고."
사나에"변한 게 없다니, 그것만큼 헛소리도 찾기 힘들걸. 예전의 네가 적을 죽이지 않고 싸우는 법을 생각했겠어? 평생을 괴롭혀온 복수의 끝을 스스로 정하고, 그 결과를 당당히 말할 수 있었어? 넌 변하고 있는 거야. 갖은 고통을 넘으면서, 매일마다 조금씩일지언정 말이지."
사나에"이미 죽은 사람을 잊으라곤 안해. 나도 그럴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고, 해봤자 넌 분명 기억해내겠지. 그럼, 그저 앞으로 죽을 사람이 없게 만들면 되는 문제 아니겠어? 그게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말야."
사나에가 연달아 자기 말에 대한 부정을 쏟아내자 디미트리P는 벙쪄버려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한심한 꼴로 있는 디미트리P의 등을 힘껏 후려친 사나에는 히죽 웃으면서 다그쳤다.
사나에 "네가 하고 있는 고민에서 도망치라는 건 아냐. 그건 고민할 이유가 있지. 다만, 고민하는 한 너는 아직 틀리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는만큼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 같은건 없단 말이지."
사나에"넌 분명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옳은 길을 걷고자 하고 있어. 그러니까 안 좋은 면만 보고 어리석은 어른이라 자책하지 말라고! 애들이 보고 있잖아? 등 꼿꼿이 펴!"
사나에 "..뭐. 나도 누구씨한테 비슷한 잔소리를 듣던 처지라, 내가 말하자니 낯간지럽지만."
등짝이 쓰라려 오지만 디미트리P는 미소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에게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해줄 사람이 그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다.
아직 잘못되지 않았으며 지금이라도 옳게 나아갈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했다.
디미트리P"반박을 그렇게 하니 할 말이 없어지는군....미안하다, 카타기리."
사나에"그건 지금부터 들어올 애들에게 말해."
디미트리P"응?"
VR훈련룸의 문이 열리는 모터소리가 들리더니 왠 육중한 몸통박치기가 한번, 두번 연달아 디미트리P의 상반신에 직격하자 결국 디미트리P도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뒤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나기"드디어 P를 발견, 전투, 포획까지 한 스텝만에 해결했군요. 제법하는 걸, 이 파티."
디미트리P"아이고, 삭신아...니나? 모모카?"
자기 상반신에 매달려 있던 정체불명의 그림자의 모습을 발견한 디미트리P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사나에를 바라보자 사나에는 웃으면서 아나스타샤와의 문자 내용이 담긴 자기 핸드폰을 흔들어보였다.
멍청한 표정으로 벙쪄있던 그의 머리에 난데없이, 예고도 없이 무슨 둔기가 내리찍힌 듯한 충격이 작렬했다.
디미트리P"악! 뭐하는 짓이냐, 아카네!"
아카네P"실컷 걱정시켰으면서 큰 소리는.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
디미트리P"걱정? 아."
연금술로 만들어낸 검은 곤봉을 쥐고 있는 아카네P도, 자기에게 껴안긴 니나와 모모카도, 아카네P에게 좀 심했다고 하는 하야테와 나기, 그리고 괜찮냐며 다가온 아나스타샤 모두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한순간 잊고 있었다.
니나"니나들, 프로듀서 쳐 걱정한겁니다...어디 열라 아픈 건가요?"
모모카"아, 아니면 저희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건가요? 그럼 사과를..."
안절부절 못해하는 둘을 보면서 디미트리P는 새삼 자기가 한심하게 굴었던 결과를 마주하게 되서 또 자기를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디미트리P"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너희가 잘못한 것도 없어. 미안하다, 내가 한심하게 군 탓에 걱정 끼쳐버렸구나."
하야테"P쨩, 진짜 괜찮아?"
디미트리P"그래, 걱정 안해도 괜찮아. 고민하고 있던 건 풀었으니까."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슨 말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아나스타샤는 미소 지은 채로 디미트리P에게 손을 내밀었다.
디미트리P는 아나스타샤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어떤 수단을 써도 지울 수 없는 진실이다. 자기가 덮었던 진실은 언젠간 밝혀야하는 것, 그렇다면 최소한 이제부터 덮기보단 밝혀내는 사람이 되자. 이 아이들을 기다리는 진실이 잔혹하더라도 그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고 모두를 믿어주자.
나를 포함해서 모두를, 언제든지 옳은 길로 갈 수 있다고. 그 가능성을 믿어보자.
아나스타샤"역시 사나에가 대화하는 게 정답이였네요."
사나에"도움이 됐다니 기쁜 걸. 아, 그렇지. 디미트리 프로듀서! 오늘 술은 너가 쏘는 거다?"
디미트리P"싫은데...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신세를 져버렸으니. 어쩔 수 없군."
사나에"아싸, 오늘 꽁짜 술 얻어먹겠는 걸!"
아나스타샤"둘 다, 방금 술이라고 했나요?"
흠칫, 하고 반응한 두 어른은 천천히 검은 오라를 내뿜는 아나스타샤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그 뒤, 공포영화 속편 암시처럼 둘의 시야가 시커멓게 변...한건 아니고 사실 이후에 두 술쟁이 어른은 VR 훈련실 바닥에 무릎 꿇은 채로 장장 몇 시간 동안 디미트리P의 담당 아이돌로부터 돌아가면서 설교를 들었다고.
사나에 "..아니, 생각해보니 난 너희들 도와주러 와서 만난건데 나는 왜.."
모모카 "어머, 그에 대한 감사는 물론 따로 드릴거랍니다. 다만.."
아나스타샤 "미즈키, 사나에가 자기도 모르게 술 약속 잡는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고. 저희들이 프로듀서한테 하는 것처럼 잔소리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니나 "먼저 말한 쪽이 임자인검다!"
사나에 "큭.. 잘도 해 주셨군, 여사님.."
나기 "과연, 합계 56세조의 파워 밸런스란 이런 것인가.."
하야테 "나-, 그거 엄청 실례라고 생각해."
사나에"그러고보니 토우카쨩이 네 이름 듣고 표정이 안 좋아지던데, 짐작가는 거 없어?"
디미트리P"응? 그 녀석이? 흠...짐작가는 게 없는 걸."
사나에"네 성격이면 사람을 은연 중에 상처입히니까...최근에 걔하고 마주친 게 언제야?"
디미트리P"몇달전 특임대와 시가지를 배경으로 VR 훈련했을 때였지. 상대팀에 무라카미도 있었어."
사나에"...혹시 해서 묻는데 토우카쨩을 어떻게 훈련에서 탈락시켰어?"
디미트리P"분명...소총을 재장전할 틈은 없고 나이프도 떨궈버려서 주변 책상에 있던 볼펜으로 관자놀이를 궤뚫어서..."
사나에"그게 원인이잖냐, 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