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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아이돌과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법
분류 : 진행중
소설도 뭐도 써본 적 없이 순수하게 재미로 처음 써보는 창댓이지만 묘사의 자유를 위해 R-19 판에 써보기로 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현실에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댓글만 가능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예를 들어 이오링의 마빡에서 빔이 뿜어져 좀비를 쓸어버렸다는 앵커는 불가능합니다.
여러분의 자유 앵커와 선택, 주사위에 따라 주인공과 아이돌은 사망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상황도 겪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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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죠 타카네는 현명한 여자였다. 사랑하는 한 남자와 운우지정을 나눈 여인으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그녀는 항상 모든 상황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끔찍한 비극에서 타카네는 차마 프로듀서를 데려갈 수 없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고 그에게 고바야시 켄지와 마을 주변의 동향을 맡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낡디 낡은 지하실의 나무문을 연 것이다.
"....."
확 풍겨오는 냄새. 코가 아찔한 지하실의 쇳내와 질펀하게 풍겨오는 끔찍한 냄새. 사랑하는 사람의 것일 때는 그토록 좋았는데, 인의와 도덕을 져버린 무뢰한들의 냄새라고 생각하니 타카네는 절로 목이 치미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진했다. 소중한 동료인 미우라 아즈사를 구하기 위해 타카네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제발 무사하기를. 생지옥이 된 세상에서 시죠 타카네가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하며 품은 희망이었다.
주사위 낮을수록 심각, 높을수록 그나마 멀쩡
+1 미우라 아즈사의 상태 (정신+몸)
+2 토모미의 상태 (정신+몸)
시체
아… 다이스 였군요
어떤 짓을 해도 살릴 수 없다.
+2 토모미의 외모(상태가 아니라 어떤 외모를 가지고 있는지)
이게 정해져야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부탁드립니다. 확인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작성토록 하겠습니다.
"아즈사...아즈사.. 일어나.. 제발..."
먼저 귀에 꽂힌 청아한 소리. 계단 아래로 시야가 잡히자마자 타카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추욱 늘어져 미동조차 없는 익숙한 얼굴의 동료, 그리고 옆에서 애처롭게 울며 그녀를 흔드는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다. 척 봐도 흉한 일을 당한 듯이 알몸에 군데군데 멍이 들어있는 안타까운 모습. 엉덩이까지 닿는 기다란 흑발에 단정함을 더하는 머리띠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이런 비참한 환경에서는 빛이 바래서 슬픔을 배로 만들 뿐이었다. 너무나도 구슬프고 처량하게 아즈사를 흔드는 그녀의 앞에서, 타카네는 속이 탁 막힌 듯한 아픔을 참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구하러 왔습니다."
"히익?!"
어떻게 말을 걸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어떤 소리가 들리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즈사를 몸으로 가리는 모습. 그것은 가히 조건반사적인 반응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겪어왔을 심한 짓들 탓일까? 이쪽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아즈사의 위에 엎어져 오들오들 떠는 모습. 그럼에도 입에서는 친구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담긴 말이 쏟아져 나왔다.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제가 뭐든지 할테니 제발 아즈사만은 제발...얘가 의식이 없어요....제가 다 해드릴게요... 제발 부탁드려요."
연신 되풀이되는 말. 더 이상 듣고 있으면 타카네 자신의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았기에, 타카네는 입술을 꽉 깨물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미 자신의 눈에서도 굵은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는 걸 알았지만,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이다. 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저벅 저벅 저벅
"아닙니다..아니에요..."
"히익..!"
살포시 무릎을 굽히고 그녀의 모진 등에 손을 가져다 댄다.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그녀의 아픔을 끌어안고, 타카네는 살며시 그녀의 떨리는 머리를 품에 안았다.
"어...?"
"괜찮아요.. 이제 괜찮으니까..."
"다..당신은?"
품에 안자 자연스럽게 돌아간 얼굴이 타카네와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보석처럼 맑고 아름다운 흑빛 눈동자. 하지만 지금은 고통스런 현실에 탁해진 듯, 슬픔이 눈망울에 가득 맺혀있었다. 이들이 겪은 고통을 누가 치료해줄까. 누가 위로해줄까. 누가 감히 이해한다 말할까? 그저 지금부터는 괜찮다고, 이제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타카네는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위로를 진심을 다해 전했다.
"시죠...타카네씨?"
"네.. 맞습니다. 정신이 드시는지요?"
765의 유명 아이돌인 타카네를 단숨에 알아본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그....그 놈들은요?"
"...이제 그 파렴치한들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겁니다."
"아..."
안도의 기색이 스쳐지나가는 표정. 하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이 휘몰아치는 광풍처럼 돌아갔고, 품에서 퍼뜩 일어난 그녀는 바닥에 누운 아즈사를 보며 외쳤다.
"시죠씨... 아즈사.. 아즈사가 의식이 없어요!"
"예, 잠시만 비켜주시겠습니까?"
곳곳이 멍투성이였지만 다행히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인 그녀 덕분에, 타카네는 비켜선 그녀의 뒤로 아즈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중한 동료가 이렇게 능욕 당한 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게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팠지만, 다행히 아즈사는 의식이 없을 뿐, 호흡은 고른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면 당장 별다른 위험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은 내릴 수 없다. 일단 위로 데려가서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의식이 돌아오고 나서야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겠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타카네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신상을 물었다. 그래도 누구인지 알아야 되니까. 그리고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심각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장애는 없어보였다. 이거야 말로 불행 중에 다행이라는 씁쓸한 격언에 어울리는 상황일까.
"히에... 히에 토모미에요. 아즈사의 친구입니다.. 아즈사는 괜찮은 건가요?"
토모미. 들어본 적 있다. 아즈사가 간혹 꺼내곤 하던 친구의 이름이 바로 토모미였지 않은가. 타카네의 머리 속에서 상황이 퍼즐처럼 맞춰져 돌아갔다. 좋아. 지금 할 일은...
"그럼 히에 토모미씨. 걸으실 수 있겠습니까?"
"네.. 전 괜찮습니다."
"힘드신 일을 겪으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위에 저의 프로듀서가 대기하고 있으니 같이 올라가서 아즈사를 치료하도록 하죠"
"...네...어서...어서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울분이 섞인 목소리. 이해할 만 하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감히 이해할 수 없지만, 다시는 여기를 쳐다보고 싶지도 않겠지. 그렇기에 한 시라도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꺼내주기 위해, 시죠 타카네는 먼저 아즈사를 등에 업었다. 추욱 늘어지는 몸. 고통에 겨웠던 그녀의 비명이 이 지하실에 울려퍼지는 것 같았기에, 타카네는 한시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그보다 더한 지옥을 맛 본 그녀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빌면서...
타카네가 내려간 직후에 나는 고바야시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눌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겠다. 죄인처럼 아무 말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이 남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타카네가 미우라씨를 데리고 나왔을 때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뭔가 더 할 말은 없습니까?"
"..."
넌지시 말도 걸어봤지만 그저 묵묵부답. 사실 상황은 간단했다. 이 남자는 미우라씨를 능욕했다. 그게 한 번이었는지 아니면 여러번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녀를 욕보였다. 하지만 이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는 미우라씨가 이 마을에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고, 그대로 떠났다면 미우라씨는 얼마나 더 끔찍한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공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남자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후..."
"저는..."
한숨만 내쉬며 하늘로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고바야시의 말이 터져나왔기에 나는 다시 고개를 고정했다.
"중년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습니다. 그냥 월급날만 보면서 아내와 자식 새끼 먹여살리기 바쁜 그런 놈이었죠."
숙여진 고개는 올라올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이 사태가 터지자마자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다 보니 어떻게 살아지더군요. 그러던 차에... 교주를 만났습니다."
차를 따고 도망쳐 버린 그 놈. 후환이 될지 몰라 반드시 죽여버려야 했는데... 놓친 게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엔 그런 미친놈의 말 따위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점점 더 무너지고, 구조는 올 생각이 없고, 어느새 보니 그 놈에게 사람들이 모여 있더군요. 그래서 저도 살기 위해 그 사람의 모임에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심취해서 저 역시 교주라고 부르며 연호했고, 어느새인가 저는 진심으로 그 사람을 따르고 있었죠. 물자를 수색해서 이 마을에 모으고,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선 그게 구원이었죠."
"진짜 예상대로의 시나리오구만."
"...그런데 어느 날, 교주를 따라온 두 명의 여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우라 아즈사씨와 그녀의 친구였죠."
목소리에 떨림이 더해졌다.
"처음엔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유명 아이돌이 신기했습니다. 그냥 살아있는 것도 신기했고, 별 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교주가 그 날 밤, 이 사람들이 이 세상을 파탄으로 몰고 간 악의 무리 중 하나라고 선전했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죠.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사람들은 넘어갔습니다. 저도... 넘어갔죠... 밤중에 자던 그녀들을 잡아서 못 할 짓을 해버렸습니다."
그랬다. 이미 몆번이나 되새겨지는 생각이지만 이 놈들은 미우라 아즈사씨를 그렇게 능욕한 것이다.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 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 교주를 놈들은 끝없이 따랐다. 게다가 미우라씨 외에도 그녀의 친구까지 피해자가 되다니, 이보다 더 신이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교주의 단죄가 끝나고, 다음은 제 차례였습니다. 멍하니 천장만 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를.. 미우라씨를... 악마를 단죄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제 욕망을 위해서 탐했죠. 괴로운 표정이었지만 고통스런 비명도, 반응도 없었어요... 하지만 모든 게 끝나고... 그녀가 한 마디를 내뱉더군요.. 아버지...라고"
"..."
"그 때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게 한 말은 아니었죠.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소중한 딸을 무참하게 짓밟은 거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악마가 아니었어요. 그저 살기를 바랬던 사람이었고... 저는 그걸 그제야 깨달은 거죠. 그래서 그 사람들을 탈출 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했고... 이 꼴이 되었죠."
".... 긴 말 수고했습니다. 고바야시 켄지씨. 그래서 제가 어떻게 해드리길 원합니까?"
"...죽여주세요."
X발. 듣기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는데 저딴 말까지 들으니 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찌푸려진 인상으로 고바야시씨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살 자격도, 미련도 없는 놈입니다. 저를 죽여주세요. 그렇게나마 제 죗값을 치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고바야시씨는 묶인 몸으로 땅을 얼굴에 수없이 찧었다. 피가 이마에 흐르고, 또 흘러도 계속. 그 모습을 말리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나는 향후의 선택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바야시 켄지씨를...
+2
선택
1. 죽인다
2. 추방한다
3. 동료들과 상의한다
솔직히 말해서 살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사람은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이나마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용서해야 하나? 분명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는데? 미우라씨를 능욕한 놈인데? 더구나 미우라씨가 올라와서 이 놈을 봤을 때,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한단 말인가? 이 놈이 당신을 욕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놈 덕분에 살았으니 감사하라고? 그런 감사를 받을 가치가 있는 놈이었으면 애초에 자기 욕정을 그 딴 식으로 풀지도 않았겠지.
한 번 더러워진 도화지는 무슨 수를 써도 다시는 깨끗해질 수 없다. 이 남자는 악인이다. 그렇다면 지금 잠시나마 감성에 취해 자신을 세뇌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여 그게 아니더라도 다시 한 번 우리를 배신할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이 아무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결론은 간단명료했다. 위험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 하는 것. 그게 설사 내 손을 피로 더럽히는 것이라 해도,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해야만 하는 게 책임자인 나의 의무였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저기로 가서 서세요. 고바야시씨."
"...감사합니다."
내가 가리킨 곳은 피를 잔뜩 흘리고 널부러져 있는 교주 부하들의 시체 더미 속이었다. 터덜터덜 걸어가서 무릎을 털썩 굽히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고바야시. 권총 슬라이드를 살짝 잡아당겨서 상태를 체크하고 천천히 머리를 겨눴다. 적어도 한 번에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게 그가 해준 선의에 대한 예우였다.
탕!
고바야시씨는 픽하고 쓰러졌다. 그 때 공연장에서 미친 놈을 죽였을 땐 잘못 쏴서 그런지 온갖 더러운 모습을 다 보여줬는데, 고바야시씨는 머리가 팍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미동도 없었다.
"..."
그러다 문득 손을 보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죽였는데, 내 손은 예전과 달리 떨림 하나 없었다. 이제 익숙해진 것 같다. 애초에 저기 쌓인 시체들도 나와 타카네의 작품이잖아. 살인 따위 손쉽다. 누구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아니면 내가 죽고 우리 애들이 죽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야 마음이 편했고, 그게 또 사실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누구의 도화지를 운운할 것 없이 바로 내 도화지가, 이미 새카맣게 변한지 오래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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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넘모 쉽게 죽이니 프로듀서 멘탈이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가잖아요 여러분...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타카네가 데리고 올라온 미우라씨는 의식이 없었지만 숨소리는 고른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에 마을 안의 집을 하나 정하고 히에씨에게 간호를 맡겼다. 안 좋은 일을 당한 터라 괜찮겠냐고 물어봤지만 그녀는 피곤한 기색으로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친구 곁에 있고 싶다. 그게 그녀의 말이었다.
타카네는 고바야시씨가 어디 갔는지, 방금의 총소리는 무엇인지 침울한 표정으로 물어왔지만 나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타카네는 원체 똑똑하니까 충분히 예상할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녀도 확인 작업을 위해서였을 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앙증맞은 분홍빛 입술을 꼬옥 깨물 뿐, 내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았기 때문일까?
먼저 이 곳을 거점화 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미우라씨가 저 상태인데 이동할 수는 없고, 하루카의 죽음 때문에 충격 받은 치하야도 문제였다. 아예 이 곳에 눌러앉을지, 아니면 임시 거처로 지낼지는 몰라도 한동안은 이 곳에서 지내며 모두의 상태를 점검해야 했다. 그래서 잠시 편의점에 가 마코토를 비롯한 모두를 데려왔고, 그녀들이 발견한 기름으로 시체들을 남김 없이 태워버렸다. 고바야시 씨도 깔끔하게 재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잠깐일지도 모르는 평화를 맞이했다. 놈들이 쌓아놓은 식량...이라 해봐야 통조림 캔을 까서 간단한 저녁을 마친 뒤, 자유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을 입구의 의자에 앉아 의미 없는 총기 분해 조립만 반복하고 있었다. 명목 상으로는 밤 중의 안전을 위한 불침번이었지만, 실은 웬지 모르게 애들을 보기가 좀 그랬다. 마치 내가 괴물이 된 느낌인데, 그런 내가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애들과 이야기 해도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1?"
====
+1 일행 중 한 명(의식 없는 아즈사, 말 못하는 치하야 제외)
+2 무슨 용무인지? (자유 앵커)
밤하늘에도 별빛보다 빛나는 은발이 내 옆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타카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내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맞대고 미묘한 온기를 나눌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웬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었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 1초 1초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줬다.
그 때, 타카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귀하"
"응, 타카네."
"그냥 불러봤습니다."
"어..."
타카네가 할 법한 말이 전혀 아니었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바로 코 앞에 닿을 것처럼 보이는 또렷한 눈동자가 우리의 거리를 알려줬고, 그 눈마저 감기면서 그녀는 내 품으로 안겨들었다. 서로의 숨을 교환이라도 하듯이 입술을 부딪히며 서로의 사랑을 갈구하고, 오늘의 힘들었던 기억을 사랑 속에 묻어버린다. 이렇게 보면 인간도 참 간사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것 같았는데, 이렇게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풀리지 않는가.
그렇게 영원처럼 계속될 것 같던 입맞춤이 끝나고, 천천히 떨어지는 우리의 입술 사이로 실처럼 늘어진 타액이 농밀했던 우리의 사랑을 증명하고 있었다.
"미안해, 타카네."
"왜 사과하십니까?"
"그냥... 내가 했던 모든 일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타카네의 고운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손길. 하지만 나를 위로해주듯 내려가던 손길은 옆머리에서 살짝 멈췄다.
"하지만... 어째서 고바야시 씨를 죽인 건지는 여쭙고 싶습니다."
"..."
타카네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그 보석 같은 흑빛 눈동자가 나를 직시하면, 나는 차마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몰랐기에 그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했으니까."
"쫓아내거나 추방하는 수도 있었습니다. 반드시 죽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죽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어. 오히려 내가 고통을 덜어준 셈이지"
"귀하... 그런 말은..."
"그럼 타카네는 혹시라도 그 사람이 교주에게 돌아간다거나, 마음이 바뀌어서 우리에게 보복할지도 모른다고 생각 안해봤어?"
"물론 그 사람과 함께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과 죽이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귀하는..."
"그만!"
버럭 내질러버리는 소리. 더이상 들으면 내가 부정당할 것 같기에 나도 모르게 나온 반사적인 대답이었다. 물론 내지르고 나서 아차 싶어 타카네를 보니 그녀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청아했지만, 눈은 놀란 듯이 살짝 커져 있었다.
"미...미안해."
"귀하, 저는 귀하를 걱정해서 드리는 말이옵니다."
"응...알아."
"저는 귀하를 사모하고 있사옵니다."
"어..."
"허나... 지금 귀하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 저는 어떻게든 말리겠습니다. 그게 귀하의 연인인 저의 사명이고, 제가 무엇보다 원하는 일이니까요."
"...미안해"
하지만 타카네가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임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에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그리고"
순간 평온한 어조를 유지하던 타카네의 목소리 톤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의구심을 품으며 고개를 드는 순간, 타카네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달빛에 비치며 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살짝 돌아간 고개가 각도까지 완벽하게 커버하고 있었는데, 대체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느
"가...가슴 만지시겠습니까?"
"어...뭐?"
"...실언이었습니다. 과거에 카타기리 사나에라는 분이 해주신 말씀인데, 연인을 위로하는 데는 이 말이 적격이라고 하셔서 그만... 잊어주십시오."
+1
1. 만진다
2. 만진다
3. 만진다
+2
아직 등장하지 않은 765 아이돌 두 명과 현 상황(능욕 제외)
3
이오리 - 식량으로 해체됨
야요이 - 미쳤음, 사람을 암살 수준으로 사냥해 먹음
냉큼 만졌다. 이건 수컷으로서 조건 반사적인 행위였다. 타카네 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만지겠냐고 물어보는 극상의 행복을 지금 아니면 언제 누리겠는가. 방금 전까지 힘들었던 감정을 토해내듯이 조금 거칠게, 하지만 욕망의 탑을 세차게 올라가는 느낌으로 착실하게 주무르며 천천히 그녀의 위를 내 몸으로 덮었다. 풀벌레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리기 시작하는 저녁. 참으려 해도 새어나오는 타카네의 신음 소리가 색정 어린 화음을 더하고 있었다.
"웃...읏...."
아직 자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누가 나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또는 입구로 올지도 모른다는 가정 따윈 중요하지 않다. 이제 생존의 더러움을 입은 듯한 타카네의 옷가지를 풀어헤치고, 결국 드러나버린 새하얀 나신을 입술로 가볍게 훓으면서 그녀의 촉각을 온전히 나로 채운다. 이 세상에 나와 타카네, 단 둘 뿐인 듯한 느낌으로 만든다. 그게 우리 둘이 바라는 사랑의 순간이었다.
"귀...하...."
얼굴을 올려다본다. 타카네가 울고 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보며 울고 있다. 아니, 사실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오늘 너무나도 많은 죄를 저질렀다. 따지고 보면 죄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죄라고 느낀다.
결국 그녀는 나를 위로한다고 했지만, 손에 피를 묻힌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나에게 온 것이기도 했다. 이 감정을 왜 이제야 눈치챈 걸까. 연인으로써 실격이다.
"울지 마, 타카네."
"귀하, 하지만..."
"그냥 서로에게 몸을 맡기자."
"아..."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입술을 입술로 덮었다. 호수 위를 노니는 오리의 세찬 발처럼, 일견 조용해보이는 입맞춤 속에서 열정적으로 서로를 갈구한다.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나의 욕정이 타카네를 탐하는 것도, 빨려들것처럼 조여오는 그녀의 따뜻한 속도, 타카네의 둔부에 뜨거운 성기를 비비며 마지막 남은 씨앗까지 토해낼 때는 머리가 새하얀 쾌감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우리는 상처 받은 서로를 위로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어둠이 차게 불어닥치는 늦은 시각, 서늘한 공기에 자신도 모르게 콜록 거리면서, 미나세 이오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이미 부스스해졌지만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인 갈빛 머리. 그리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귀여운 하품이 그녀가 한 때 아이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765 사무소가 있는 도쿄 오타구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외곽 지역의 어느 상가단지. 편의점 안에서 깨어난 이오리가 할 일은, 지금 현재 같이 살고 있다고 할만한 유일한 사람, 괴물이 아니라 사람인 타카츠키 야요이를 깨우는 일이었다.
"야요이, 일어나. 야요이..."
"우우..."
이오리의 부드러운 손짓에 뒤척이는 주황빛 머리카락. 바로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타카츠키 야요이는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성장기의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늦은 기상 시간. 하지만 갈 길이 바빴던 이오리와 야요이에게는 지금도 꾸준히 움직여야 할 순간에 불과했다. 괴물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 한 시라도 빨리 미나세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이오리와 야요이가 사태가 터지던 첫 날에 목표한 바였고, 한 달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도쿄에서 살아남은 끝에 겨우 지금, 이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오리쨩?"
"가야 할 시간이야"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하는 야요이에게 이오리는 소곤소곤 대답했다. 바깥에 보이는 괴물은 십 수 마리. 그녀들은 조금의 위험이라도 없애기 위해 괴물들의 시야가 약해지는 밤을 노려 움직이기로 했고, 지금이 바로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가지고 있는 물자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백팩을 가볍게 둘러맨뒤 반쯤 터진 샤를을 품에 소중히 안았다. 누가 봐도 살아남기 힘든 꼬마 아이 같은 모습. 하지만 미나세 이오리는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그녀는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물론 바로 옆의 소중한 친구도 마찬가지고.
"■■■■....."
끼륵인지 께륵인지, 아니면 킬룩인지 종 잡을 수 없는 괴물들의 뒤틀리는 소리. 사지를 뒤틀고 싶은 것처럼 간헐적으로 발작하면서 돌아다니는 이들의 모습이 공포 그 자체였지만, 지금까지 사선을 넘으면서 살아온 이오리와 야요이는 최대한 벽에 붙어서 살금살금 걸어나갔다. 밤 중에 시야가 어두워지는 이들의 특성이 얼마나 천운인가.
그렇게 상가단지를 벗어나고 어느덧 도쿄와 외곽을 양분하는 경계 지대. 마침내 도심을 무사히 빠져나온 이오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나면 미나세 저택이 나온다. 거기까지 가면 분명 경호원과 가족들이 버티고 있을 것이다. 일단 그런 안전한 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보자. 이오리는 이렇게 언제나 당차고 계획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는 야요이의 모습은, 이오리로써도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야요이..."
"이오리쨩, 코우지...카스미...초스케...모두 무사하겠지...?"
무거운 주제였다. 이 재앙에서 가족과 제대로 연락도 닿지 못한 채, 방송 프로그램 상 동행하고 있던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와도 만나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던 야요이. 그나마 자신이 매일 같이 우는 야요이를 위로하고 항상 그녀를 생각해줬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벌써 큰 일을 치르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좀 안정된 것이다. 재앙이 터지고 일주일 동안은 매일이 울음 바다였으니까. 물론 이오리 자신도 몰래 눈물을 훔치긴 했지만.
"...야요이, 미나세 저택으로 돌아가면 꼭 모두를 찾을 거야. 걱정하지 말자."
"... 고마워, 이오리쨩."
"응, 착하지 착해. 야요이. 자, 가자."
힘없는 야요이의 손을 끌고 혹시라도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올지 모르는 괴물을 피해 천천히 걸어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들어온 것은 혹시 모를 기회였다. 길에 방치된 대형 코란도 차량. 도심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도로에 홀로 방치된 차량이 유독 눈에 띄고 있었다. 이오리는 천천히 차량 근처로 걸어갔다. 어쩌면 무언가 쓸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고...
+2
1~33 짙은 썬팅이 된 차라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무언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34~66 운전석에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있고 뒷좌석에 무언가 쌓여있다
67~99 무슨 초록색 상자가 이렇게 많이 쌓여있지?
100 ???
카루하슈 대장!
전기가 끊어진지 오래라 어두컴컴한 밤에도 또렷하게 보이는 코란도 차량. 그래도 동그란 달빛에 반사되서인지 그럭저럭 시야 분간은 되는 상황에서 이오리는 침을 꼴딱 삼키며 차문에 손을 갖다댔다. 달각 소리와 함께 열리는 뒷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무슨 용도인지 모를 초록색 상자들이 우수수 쌓여있었는데, 크기도 들쭉날쭉한 것들이 제대로 정리도 안 한 것처럼 여기저기 굴러다닌 모양새였다.
"야요이, 잠시만 망 좀 봐줄래? 혹시 뭔가 보이면 차를 퉁퉁 두드려줘"
"이...이오리쨩?"
살짝 불안해 보이는 표정. 하지만 망을 보는 건 필수적인 생존법이었기에 둘 다 차 안에 들어가 조사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이오리는 야요이의 머리를 한 번 살짝 안아주며 위로해주고, 언제나 폭신폭신한 야요이의 주황 머리칼. 샤를과 함께 언제나 강한 척 밖에 할 줄 모르는 이오리의 자그마한 위안 거리였다.
그렇게 이오리는 불안한 표정의 야요이를 뒤에 남기고 차 뒷좌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널려있는 초록 상자 중 가장 작은 상자를 골랐는데, 생각보다 묵직했지만 낑낑거리며 열어본 이오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흑빛 권총 한 자루와 실탄이 꽉 찬 탄창이었다. 그것도 총기 전용으로 모양까지 파진 수납함이었는데, 상자를 놓고 다른 길쭉한 상자를 또 열어 보니 이번엔 길쭉한 군용 소총처럼 보이는 게 들어있었다. 다른 상자엔 총알이 수십 수백 발 단위로 들어 있었고, 전부 다 무기, 또 무기였다.
"...무거워"
기뻐해야 하는 걸까?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간다는 것밖에 모르는 이오리는 무기가 생겼다는 걸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가민가했다. 무기는 드는 사람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 당장 이오리 자신은 이 묵직한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룰 힘도 없었고, 안전하게 다룰 방법도 모르니 혹시라도 야요이를 다치게 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래도 들고는 가야 겠지.
이오리는 권총과 실탄이 든 탄창을 가방에 주섬주섬 챙겨넣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또 다른 게 없을까 하고 차 안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2까지 차 안에 보이는 물건, 자유 앵커
보통의 수류탄의 위력은 살상반경이 15미터, 수십 미터 밖에서도 땅이 울리는 걸 느낄 정도로 강력한 물건 이죠.
이오리 하면 안전핀 뽑을때 손안에서 격발 한 것도 모르고 쥐고 있다가 터질 물건.
수류탄은 그런 오폭 사고가 의외로 있는 물건 이에요.
물론 보통은 바로 그걸 주의 시켜서 꽉 쥔 체로 안전핀 뽑으라 교육하기에 보기 드믈지만.
무언가 더 없을까, 자그마한 희망을 품고 앞좌석까지 조막만한 고개를 내민 이오리는 무언가 발견할 수 있었다. 초록빛 타원형의 자글자글한 구체. 거칠게 마감된 것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에 살짝 빛나는 은빛 고리가 걸려있는 모습.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영화만 조금 봤다면 대번에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물건, 바로 군용 수류탄이었다. 사실 이렇게 상자 째로 총과 탄약이 넘치도록 들어있는 차에 수류탄이 한 발 들어있다는 건 신기한 일도 아니었지만, 폭탄이란 개념이 생소한 이오리에겐 침이 꼴딱 넘어갈 정도로 긴장 되는 순간이었다. 이걸 가져가? 말아? 할 정도로.
하지만 역시 챙겼다. 손에 들리는 묵직한 느낌에서 이게 진짜 폭탄이라는 걸 이오리는 확실히 알아야 했다. 그러니까 안전핀을 뽑고 던지는 그런 거였지? 영화에서 많이 봤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오리는 자신을 다독였다.
그리고 무언가 더 챙겨보겠다는 생각으로 앞좌석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오리는 앞좌석 바닥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등까지 소름이 돋아야 했다. 삐걱거리는 고개짓으로 아래를 내리자 보인 것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잘려서 썩어가는 누군가의 발, 생기를 잃은 채 잡아 뽑힌 것처럼 굴러다니는 안구, 분쇄된 턱뼈와 쌓인 손가락까지.
"히이익...!"
발이 닿기가 무섭게 기겁하며 앞좌석 위로 발을 올렸다. 이제 익숙해졌다 여겼건만, 이렇게 사람의 파편 같은 게 예고도 없이 들어오니 15살 소녀의 가녀린 몸은 오들오들, 도저히 진정할 줄 몰랐다. 미나세 이오리는 강해야 한다. 적어도 강하게 보여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버텨왔건만, 그저 자신은 이런 것을 최대한 안 보도록 노력해왔던 것 뿐일까?
이오리는 여전히 바들바들 떨리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뒤 다시 한 번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광경이었다.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더욱. 이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시체의 파편들을 훔쳐보며 머리로 생각했다. 괴물이 먹은 게 아니다. 무언가 필요 없는 부위라도 버린 듯, 이리저리 칼로 해체된 듯한 깔끔함이 절단면에서 보였다. 게다가 시체라면 응당 지독한 냄새도 나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게 냄새가 심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비교적 최근에 살해된 게 분명했다.
통통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다시 옆을 바라보니, 창 밖으로 걱정스러운 야요이의 표정이 이오리의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비명 소리를 내버린 자신이 걱정되서 보러 온 거겠지. 측은하게 내려간 야요이의 눈썹 모양에 잠시 기분이 환기되는 걸 느끼면서 이오리는 살짝 미소를 지어줬다. 야요이를 걱정시키는 것도 이 정도면 충분해. 그런 생각에서 지은 미소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야요이의 뒤에서 보이는 광경에 이오리의 입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야요이의 뒤에는....
1~33 검은 형체 하나가 보였다
34~66 검은 형체 여러명이 보였다
67~99 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100 당신이 왜 여기에? (자유 지정)
+2까지 주사위 굴리고 저랑 가까운 값으로 채택. 두 분 다 같은 범위의 값이면 그냥 그 값으로 진행.
이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팍 숙였다. 어째서냐고 묻는다면 그동안의 생존 경험으로 터득한 일종의 본능이라 하겠다. 시야가 제한되는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검은 형체들. 달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괴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이오리의 생각으론 오히려 사람이 더 위험했다. 괴물은 그저 잡아먹으러 올 뿐이지만, 인간은 그것보다 훨씬 더한 짓도 서슴 없이 할테니까. 미나세가의 몸으로써 당연히 알고 있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이런 이런, 꼬마 아가씨잖아?"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 무언가 능글 맞은 듯 하면서도 어딘가 나사가 빠진 것처럼 정상이 아닌 듯한 어투였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청각이 더욱 또렷하게 반응했다.
"이런 위험한 데 혼자 왔니?"
또 다른 사람의 목소리. 이 사람 역시 남자였다.
"아...으..."
그리고 겁에 질린 듯한 야요이의 목소리.
"겁 먹을 것 없단다. 우리는 그냥 혹시라도 위험한 사람이 없을까 하고 나온 거야"
"에...저..정말인가요?"
"그럼 그럼. 우린 절대 위험한 사람이 아니야."
"우우..."
"그러니 울지 말고 우릴 따라오겠니? 이 밖은 어린이가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단다."
거짓말이다. 무슨 초등학생 구슬리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유괴할 때 쓰는 래퍼토리 아닌 래퍼토리를 지금 쓴단 말인가. 이오리는 그렇게 무서움과 경멸을 동시에 느꼈다.
"혹시 같이 온 아이라도 있니?"
그 때, 민감한 질문을 한 남자가 던졌다. 야요이는 이오리가 이 차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천만 다행으로 들키진 않은 것 같지만, 혹시라도 야요이가 이오리의 위치를 말한다면 이오리로써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뇨, 저 혼자 뿐이예요"
"아, 그렇구나?"
이오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1. 계속 숙이고 있는다.
2. 이대로 있을 순 없다
먼저 2표
한 명 만 심한 일 당하여 망가지고 남은 쪽은 죄책감으로 괴로워 하며 점점 망가지는거 좋아 합니다.
어떻게 된 거야, 움직여 미나세 이오리. 넌 이런 애가 아니잖아? 가장 소중한 친구가 위험에 처했는데 그냥 가만히 두고 볼 셈이야? 네가 뭐라도 해야 된다고! 미나세가의 휘광을 등에 엎지 않아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줘야 한단 말이야.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나는 그냥 어린이일 뿐이야. 무서워. 무서워서 몸이 움직이지 않아.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입이 달싹이지 않아.
나는 무력해.
"시..싫어...싫어요. 저리 가세요!"
"이 밖은 위험하다니까! 따라오라고!"
차문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이오리는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다. 오로지 청각만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생생하게 들려오는 비명. 한창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무언가 퍽하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졌다. 그 뒤로는 잘 들리지 않게 미미한 대화 소리가 이어지다가, 발걸음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졌다. 그게 끝이었다. 이오리가 창백한 얼굴로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창밖으로 보인 것은 어둠 뿐이었다. 야요이도, 그 남자들도 없었다. 오직 땅바닥에 던져진 개구리 모양의 가방 뿐이었다.
덜컥,
이오리는 차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땅에 떨어져 흙칠갑이 된 베로초로를 주웠다. 언제나 당찼던 그녀, 미나세 이오리가, 지금은 이토록 무력하단 말인가. 정글이 된 세상에서 여자, 그것도 연약한 어린아이인 자신의 무력함에, 이오리는 베로초로를 껴안으며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고요함 속에 들려오는 흐느낌. 이오리는 그렇게 자신을 탓하며, 울고 또 울었다.
"미안해...야요이...미안해...미안해.."
끝나지 않는 통곡의 슬픔. 바로 그 때...뒤에서 수풀이 헤쳐지는 소리가 들렸다. 풀벌레의 소음이 멈춤과 동시에 이오리는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봤다. 그 곳엔...
+2 까지 하고 저와 가까운 값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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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00 - 346 관련 인물
관련 인물이니까..
단, 눈에는 초점을 잃었다.
"야...요이?"
수풀을 헤치고 나온 야요이의 모습에 이오리는 자신도 모르게 펄쩍 일어섰다. 베로초로가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가드레일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야요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런 사소한 것 따위, 이오리에겐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이미 흐느끼면서 야요이를 껴안고 있었으니까.
"야요이...야요이...! 미안해..흐윽... 야요이...!"
"..."
아무런 말도 없는 야요이. 순간 아까 그 남자들은 어떻게 된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오리는 야요이의 싸늘한 등을 감싸주며 그저 울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아이돌이었던 시절엔 결코 보일 수 없는 자신의 진솔된 모습을 보이면서.
그러나 이오리는 곧 자신의 손이 축축하다는 걸 느꼈다. 살짝 들어서 본 손엔 아직 축축한 기운이 남은 핏물이 묻어나왔고, 그제서야 이오리는 정신을 차리며 야요이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어두운 밤에 잘 눈에 띄지 않았던 야요이의 옷은, 청명한 달빛을 더럽히는 것처럼 피투성이로 물들어 있었다.
"야요이...?"
예전의 활발하고 명랑했던 기억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초점을 잃고 죽은 듯이 가라앉은 눈동자. 하의부터 상의까지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한 야요이의 손에는, 피를 잔뜩 머금은 칼이 쥐어져 있었다.
"야요이, 대체 무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