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에서는 좀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에 충돌해 폭발하고, 불꽃이 피어오르며 가로등이 넘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라이브로 속보를 전해주고 있던 기자와 카메라맨이 습격당해 치지직, 하고 영상이 끊겼다
그때, 삐리리리──하고 울리는 전화벨. 315 프로덕션의 아이돌 유닛 F-LAGS의 동료 중 한 사람인 카부토 다이고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다이고 군! 뉴스 봤어?!"
[당연히 봤제! 료, 지금 내가 애들 데리고 료를 데리러 갈테니께, 집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 알겠는교?!]
카부토 다이고는 이런 말하기에는 뭐하지만 카부토구미라는 야쿠자 조직의 6대째. 즉, 야쿠자 조직의 차기 두목 정도 되는 위치에 있다. 바깥이 혼란에 빠진 지금 야쿠자라는 폭력조직의 두목이 될 친구의 도움이 있다면 살아남기 쉽겠지. 하지만, 료에게는 그래선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미안해, 다이고 군. 나, 지금 당장 876 프로덕션으로 가봐야 해. 거기에는 지금 아이랑 에리가 있을거야. 그녀들도 내 동료들이야. 나는...남자로서 그녀들을 구하러 가야 해!"
목숨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 남녀의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키즈키 료가 아이돌이 되고자 했던 때의 목표는 바로 멋진 남자가 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그 목표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후우, 바깥은 위험하니까 그만두라고 말리고 싶지만, 료가 그리 당당하게 말하니 말리지 않겠고...내는 지금부터 카즈키 씨를 우선적으로 데리러 갈것이여. 그러니 료. 죽지 말그라. 살아서, 꼭 연락해. 알긋어? 지옥의 끝자락이라도, 아직 죽지만 않았다면 반드시 구하러 갈 것이니께]
"응. 이해해줘서 고마워, 다이고 군"
통화는 거기서 끝났다. 이제부터는 집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직 집 근처까지에는 좀비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도 습격을 받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선 무기를 챙겨야겠지. 뭘 가져가야 할까?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져온다. 다행히도 876으로 가는 길과는 정반대편이다. 빠루를 손에 꽉 붙잡고 달린다
'솔직히 이런 건 별로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어설프겠지만...그래도 하는 수 밖에 없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택시나 버스 그리고 전철 등은 최악의 선택지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앞에서 좀비 무리와 사람들의 무리가 뒤섞인 것이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저 도망만 치기보다는 모여서 싸우는 걸 선택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와아아아아!!!"
"빌어먹을 좀비 자식들, 죽여!"
"KIYAAAAA──!!!"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물리고, 부수고, 할퀴고, 썰고, 죽여나간다. 좀비에게 먹혀가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좀비에게 물리거나 할퀸 사람을 죽이는 또다른 사람. 이런 건...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이와 에리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돌진하는건 무리다. 빠루를 손에 쥔 채로 달려나간다. 눈 앞에 좀비 한 마리가 나타난다
'징그러워! 징그러워!!'
얼굴의 반쪽이 뜯겨나가 있고, 인체의 내용물도 줄줄히 흘러내리는 좀비. 무섭다. 징그럽다. 이런 것과 마주고보 싸우라니, 어지간한 강심장이거나 정신줄을 놓아버리지 않은 이상 무리다
"으아아아아!!"
오른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려찍고, 위로 들어올린 빠루를 강하게 내려친다. 콰직! 하고 터져나오는 파육음. 불쾌하게도, 터져나가는 좀비의 머리. 털썩, 하고 쓰러진 좀비는 더 이상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허억...허억...!"
사람을 죽였...아니, 이것은 좀비다. 하지만 호흡이 순식간에 거칠어진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있으라니 그런 것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지금의 료에게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놓쳐버린다면, 절망해서 주저앉아 포기해버릴 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다이고 군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아까 전, 료의 절규와도 같은 기합성을 들었는지 차츰차츰 좀비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만, 속도는 느리다. 달려서 밀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수준이다
"흐으, 흐으...! 아아아아아앗!!"
눈 앞을 가로막아서는 좀비를 후려쳐 밀어낸다. 또다시 죽인다거나, 무력화 시킨다거나, 그런 건 관심없다. 지금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빨리 876에 가까워지는 것. 좀비들을 뿌리치고 달려간 876. 문을 닫고,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 아래에서 열쇠를 꺼내 문 위와 아래에 있는 열쇠구멍에 꽂아넣어서 돌리고 잠근다
안은 조용하다. 아니, 한산하다. 다만 여기도 피해가 미쳤던 것인지 여기저기 긁혀있고, 피들이 묻어있으며, 넘어지고 망가져 있다
안으로 들어선다. 기척이 없다. 소리도 없다. 그리고 이전에 사용했던 사무실 안에 들어간다. 그 안에는──
1. 좀비에게 공격받는 동료들
2. 무사히 살아있는 동료들
3.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동료들
*
유감스럽게도 인간찬가는 나무위키의 스레딕 설명을 읽어보았으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선택하시오 +3
해당하는 사람은 알아서 저요! 라고 쓴 뒤 선택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해를 못 합니다!
결국 한 번쯤은 충돌할 예정이었다. 적의 숫자가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좁은 복도. 분명 승산은 있다. 좀비는 느리고. 료는 빠르다. 무거운 빠루를 들고 있지만 1 : 1의 상황이라면 분명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어어어어......"
신음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것은 매니저였던 오카모토 마나미와 사장이었던 이시카와 미노리. 한순간, 빠루를 잡은 손에 힘이 쫙 풀릴 뻔했다
"어째서...당신들이..."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아이돌들은 무사한데, 다른 어른들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른들이 당했다는 의미. 두 사람의 성격 상 아이돌을 버리고 도망칠 리 없으니 분명 아이돌들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들을 희생했을 것이다
이제 인간이던 시절의 모습은 거의 다 사라져버려서, 헤이해진 옷들과 덜렁거리는 목, 일그러진 얼굴, 핏줄이 선 눈동자, 그리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그들은 그저 료와 아이돌들을 먹이로 밖에 보지 않는 좀비들이다
료의 두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린다
"당신들하고는....싸우고 싶지 않았어...! 당신들하고만은...그런데, 대체 왜....! 왜 하필 당신들이 내 앞길을 막는거지?!"
"그어어어...!"
그들은 료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 한다. 이미 이성을 상실해버려, 눈 앞의 인간을 잡아먹는다──라는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료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 빠루를 강하게 잡아서 돌진했다
"흐아아아아아!!!"
콰직! 하고 오카모토였던 좀비의 머리를 내려치는 료. 살이 터지고 뼈가 깨진다. 동시에 큰 진동이 료의 손으로 밀려와 빠루를 쥔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빠루는 전체가 꽉찬 쇳덩어리여서 무게가 장난이 아닌지라 평범한 크기라도 전투용으로 휘두르기에는 너무 둔하다. 따라서 설령 휘두르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목봉이나 각목 등의 가벼운 무기보다 실전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원래 휘두르는 물건이 아닌지라 무게 중심이 잘 맞아서 휘둘러도 들이는 힘과 무게에 비해 타격력은 약하고, 손잡이가 따로 없는 쇠막대이기 때문에 손에 전해지는 진동도 심하다
하지만 료는 빠루를 놓치지 않았다. 분노는 더욱 커진다. 한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자신을 죽이려 들고, 자신도, 동료들과 함께 살기 위해선 그들을 또다시 죽여야 한다는 이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며 절규를 터뜨린다
으직! 사장이었던 좀비도 쓰러뜨렸다. 그러나, 그어어어──좀비의 울음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억...! 허억...!"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료는 빠루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이 분노를 다른 좀비들에게 풀어버리지 않는다면, 그가 먼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미즈타니 에리는 소심한 겁쟁이다. 한때는 자신의 동료였던 료와 아이도 어려워했지만, 그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히키코모리였던 자신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일련의 좀비 사태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그로 인해, 다시 자존감이 낮아져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부디 료가 다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마저 좀비가 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구원은 없다. 이대로 아이와 함께 좀비에게 물어뜯겨 죽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것...싫어!'
물어뜯기면 아프겠지. 산채로 먹혀가는 것을 느낀다면 끔찍하겠지. 공포스러운 외형의 좀비들에게 둘러쌓여 공격당한다면 비참하게도 비명만을 지르다가 결국 살해당하겠지. 그런 결말은 싫다.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빌었다. 간절히 빌었다. 소심하고 겁쟁이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하고 현실도피를 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
카부토 다이고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히로시마에 있는 본가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곳에서도 좀비 사태가 퍼져 할아버지가 솔선수범하여 나서서 장기전을 각오하고 히로시마라는 지역 그 자체를 작은 소규모 국가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버텨볼 생각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전국에 있는 모든 조직원들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고, 그건 다이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할아버지, 내는 내 친구를 데리러 가야 한다니께!"
[멍청한 놈! 이 상황에서는 도시가 지옥 1번지다! 사람이 많은 곳은 좀비도 많다는 의미 아니더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좀비가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면, 이곳 혼슈 섬만 지켜내면 된다! 아직 이 히로시마에는 좀비가 그리 많지 않아!]
그의 할아버지이자 카부토구미의 두목은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도쿄의 인구는 천만이 넘지만, 이곳 히로시마는 280만 가량! 우리 조직원 전원이 모이면 2만 7천가량!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해도 해 볼 만하다! 우리는 사실상의 사병 집단이니까! 우리 카부토구미의 역사는, 정경유착의 역사는 100년을 넘어 이놈아! 옆나라 반도와 달리 군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돈만 있다면 군대 수준의 무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신 나갔당께...진짜로 전쟁을 해버릴 심산인겨?!"
[이 상황에서 도덕성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남는 건 생존경쟁 뿐이다! 질서가 무너진 곳은 혼란만이 가득해!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적이 될 거다! 이미 내가 아는 자위대의 대장과도 이야기가 끝났어. 이후의 수습은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할 거다! 그러니 너도 잔말 말고 따라와! 이미 네 부하들에게는 연락해뒀다! 내 명령이 네 명령보다 최우선이니 이만 끊는다]
"할아부지! 할아부지! 이 망할 꼰대가!"
전화가 끝나자마자 그의 방 안으로 조직원들이 들어왔다. 평소 그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던 그들은 이제 할아버지의 사병이나 다를 바 없다
"도련님, 어서 가시지요. 적어도 친구 한 분은 구하셨지 않습니까?"
"그치만...! 료는...! 료는. 지금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디...!"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슴다, 도련님. 아무리 도련님이라 해도, 더 이상은 봐드릴 수 없슴다. 반항한다면 억지로 기절시켜서라도 끌고가!"
""""옛!""""
다이고는 반항했으나 그들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강제로 기절까지 당해서 츠쿠모 카즈키와 함께 헬기에 태워져 히로시마까지 날아가게 되었다
*
카부토구미의 모티브는 야마구치구미. 올해로 딱 100년 된, 정경유착의 상징과도 같은 3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 겁나 세요, 여기.
*
료의 행동지침 +2
1. 사무소 내의 좀비 몰살
2. 한 층만 정리하고 후퇴
3. 못 당하고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점프
으직! 하고 머리를 깨부수는 빠루. 그러나 머리에 한 번 박히고 나면 제대로 뽑기 힘들다. 료는 좀비의 가슴팍을 발로 걷어차며 억지로 빠루를 빼낸 뒤, 또다시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를 향해 옆으로 휘둘렀다
876 프로덕션 회사 내부의 사람들 숫자는 대력 50명 남짓. 료는 계단의 위에서 료가 일으킨 소란을 듣고 올라오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느리다. 사후경직을 억지로 이겨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의 굼뜬 행동은 계단에서 올라오는 걸 발로 차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굴러떨어져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게 우스워 보일 정도다. 그런 식으로, 료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있었다
아이돌로서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여성처럼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어도 료는 엄연히 남자. 체력으로 따지면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는 건 조금 반칙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빠루를 사용하는 건 어지간한 근력과 지구력으로는 무리지만, 분노와 혐오로 흥분한 상태의 료는 평소보다 신체능력이 향상되어 있는 상태이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때문일까? 아마 좀비 사냥을 다 끝내고 난 뒤에는 탈진해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진 팔을 억지로 들어올려 휘두르고, 발로 좀비를 밀어내는 료. 사람의 감정이란 때때로 기적을 일으킨다.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도 페달을 밟는 로드레이스 선수처럼 료의 육신은 이미 활동의 한계를 맞이했지만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깨부쉈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료의 시야에 비친 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은채 계단과 그 아래에 널브러져 쌓여있는, 머리가 깨부숴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하는 좀비들의 잔해였다
떨그렁, 빠루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는 료. 모든게 끝났다고 여긴 탓일까? 온 몸에 긴장과 함게 힘이 쫙 풀려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내쉬면서도, 료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흐, 흐하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핫!!!!"
실성한 듯이 웃는 료. 이미 혼란스러운 머리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 하게 방해하고 있다. 지금의 료는 살아움직이는 시체 전부를 다 쓰러뜨렸다는 달성감과 한때 친했던 지인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야 했다는 절망과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한데 어우러져 복잡한 감정 상태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끼익, 하고 아이와 에리가 숨어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것은,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나는 너희들의 동료야...너희들의 동료라고...너희들은 먹잇감이 아니란 말이야!!"
"KYAAAAA──!!!!!"
료의 언성에 반응한 것인지 괴성을 내지르는 '그것들'은 한때 동료였던 두 사람이었다. 료는 에리의 상태를 자세히 돌아보았다. 목이 물어뜯겨 있었다. 만약 아이가 에리를 공격했다면, 첫 공격부터 성대를 망가뜨린 거라면, 비명소리가 울릴 리 없다
계단에서 좀비들을 죽이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료였으니 당연히 몰랐던 것이다
"싫어,...! 이런 건, 싫어! 정말로 싫어! 어째서야, 어째서인데! 나는 왜 동료들을, 지인들을 전부...!"
그러나 몸은 반사적으로 땅에 떨어뜨린 빠루를 주워든다.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빠루지만, 둘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으며, 주의를 잃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끝까지 견제를 멈추지 않는다
"다이고 군! 대체 언제 오는거야?! 나를...! 도와줘! 어서 나를 도와줘!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는거야?! 싫어! 그만두고 싶어! 이런거 싫어! 다들 어디있어? 죽여줘! 나 대신...저 둘을...! 제발, 이렇게 빌게...그만해, 그만하라고!! 다 꿈이지, 그런 거지? 응?"
어느새인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아이와 에리. 그녀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 이빨로 료의 살을 물어뜯으려고 할때,
"으아아아아아──!!!!"
절규와도 같은 비명을 지르며, 콰직! 하고 빠루를 옆으로 풀스윙. 그 머리를 후려쳐 부숴버린다. 에리의 머리는 부숴졌지만, 아이는 그저 바닥에 쓰러졌다. 여전히, 좀비로서 움직인다
"GIYAAAAAA......"
"죽어! 죽어! 그 얼굴로 나와 마주하지마! 그 눈으로 나를 보지마! 그 목소리로 울지마!"
퍽! 퍽! 퍽! 아이의 머리를 짓밟는 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더 이상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밟을게 무너져내려서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리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려찍으며 짓밟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떻게 먹고 지냈던 걸까. 어디서 자고, 어디서 쉬고, 어떻게 걸어다니며, 어떻게 살아남았던 걸까. 그 모든 것을 깨닫기 전에, 이야기의 첫 번째 장은 끝을 고하고 있었다
"......어?"
료는 눈 앞에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머리를 꿰뚫어, 뇌만을 관통당한 여성의 시체. 그 시체의 얼굴은 료도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유메코?"
료는 당황했다. 정신 차리고 보면, 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곳에 서 있었다. 손에 들린 것은 빠루가 아니라 뭔지도 모를 작살이 들려 있었다
"아, 아이?! 에리! 여기가 대체 어디......아, 맞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기억난 듯이 료는 중얼거렸다
"아이와 에리는...그녀들이었던 좀비는...내가 죽였지"
료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근처에 해변가가 있는 듯 바닷내음이 불어온다. 주위에는 다른 좀비들의 시체들도 있었다. 주변을 조심스럽게 거닐며, 료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확인 결과,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3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TV 속에서는 좀비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에 충돌해 폭발하고, 불꽃이 피어오르며 가로등이 넘어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라이브로 속보를 전해주고 있던 기자와 카메라맨이 습격당해 치지직, 하고 영상이 끊겼다
그때, 삐리리리──하고 울리는 전화벨. 315 프로덕션의 아이돌 유닛 F-LAGS의 동료 중 한 사람인 카부토 다이고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다이고 군! 뉴스 봤어?!"
[당연히 봤제! 료, 지금 내가 애들 데리고 료를 데리러 갈테니께, 집에서 꼼짝 말고 있으라, 알겠는교?!]
카부토 다이고는 이런 말하기에는 뭐하지만 카부토구미라는 야쿠자 조직의 6대째. 즉, 야쿠자 조직의 차기 두목 정도 되는 위치에 있다. 바깥이 혼란에 빠진 지금 야쿠자라는 폭력조직의 두목이 될 친구의 도움이 있다면 살아남기 쉽겠지. 하지만, 료에게는 그래선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
"미안해, 다이고 군. 나, 지금 당장 876 프로덕션으로 가봐야 해. 거기에는 지금 아이랑 에리가 있을거야. 그녀들도 내 동료들이야. 나는...남자로서 그녀들을 구하러 가야 해!"
목숨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 남녀의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키즈키 료가 아이돌이 되고자 했던 때의 목표는 바로 멋진 남자가 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그 목표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후우, 바깥은 위험하니까 그만두라고 말리고 싶지만, 료가 그리 당당하게 말하니 말리지 않겠고...내는 지금부터 카즈키 씨를 우선적으로 데리러 갈것이여. 그러니 료. 죽지 말그라. 살아서, 꼭 연락해. 알긋어? 지옥의 끝자락이라도, 아직 죽지만 않았다면 반드시 구하러 갈 것이니께]
"응. 이해해줘서 고마워, 다이고 군"
통화는 거기서 끝났다. 이제부터는 집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아직 집 근처까지에는 좀비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도 습격을 받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선 무기를 챙겨야겠지. 뭘 가져가야 할까?
1. 좀비 머리를 박살낼 야구방망이
2. 좀비 머리를 딸 삽
3. 좀비 머리를 쪼개버릴 빠루
333
저 멀리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져온다. 다행히도 876으로 가는 길과는 정반대편이다. 빠루를 손에 꽉 붙잡고 달린다
'솔직히 이런 건 별로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어설프겠지만...그래도 하는 수 밖에 없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달려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택시나 버스 그리고 전철 등은 최악의 선택지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간다. 얼마나 달렸을까, 저 앞에서 좀비 무리와 사람들의 무리가 뒤섞인 것이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저 도망만 치기보다는 모여서 싸우는 걸 선택한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우와아아아아!!!"
"빌어먹을 좀비 자식들, 죽여!"
"KIYAAAAA──!!!"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물리고, 부수고, 할퀴고, 썰고, 죽여나간다. 좀비에게 먹혀가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좀비에게 물리거나 할퀸 사람을 죽이는 또다른 사람. 이런 건...정말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이와 에리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돌진하는건 무리다. 빠루를 손에 쥔 채로 달려나간다. 눈 앞에 좀비 한 마리가 나타난다
'징그러워! 징그러워!!'
얼굴의 반쪽이 뜯겨나가 있고, 인체의 내용물도 줄줄히 흘러내리는 좀비. 무섭다. 징그럽다. 이런 것과 마주고보 싸우라니, 어지간한 강심장이거나 정신줄을 놓아버리지 않은 이상 무리다
"으아아아아!!"
오른발을 앞으로 강하게 내려찍고, 위로 들어올린 빠루를 강하게 내려친다. 콰직! 하고 터져나오는 파육음. 불쾌하게도, 터져나가는 좀비의 머리. 털썩, 하고 쓰러진 좀비는 더 이상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허억...허억...!"
사람을 죽였...아니, 이것은 좀비다. 하지만 호흡이 순식간에 거칠어진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있으라니 그런 것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지금의 료에게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놓쳐버린다면, 절망해서 주저앉아 포기해버릴 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다이고 군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아까 전, 료의 절규와도 같은 기합성을 들었는지 차츰차츰 좀비가 모여들기 시작한다. 다만, 속도는 느리다. 달려서 밀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수준이다
"흐으, 흐으...! 아아아아아앗!!"
눈 앞을 가로막아서는 좀비를 후려쳐 밀어낸다. 또다시 죽인다거나, 무력화 시킨다거나, 그런 건 관심없다. 지금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더 빨리 876에 가까워지는 것. 좀비들을 뿌리치고 달려간 876. 문을 닫고, 바닥에 깔려있는 카펫 아래에서 열쇠를 꺼내 문 위와 아래에 있는 열쇠구멍에 꽂아넣어서 돌리고 잠근다
안은 조용하다. 아니, 한산하다. 다만 여기도 피해가 미쳤던 것인지 여기저기 긁혀있고, 피들이 묻어있으며, 넘어지고 망가져 있다
안으로 들어선다. 기척이 없다. 소리도 없다. 그리고 이전에 사용했던 사무실 안에 들어간다. 그 안에는──
1. 좀비에게 공격받는 동료들
2. 무사히 살아있는 동료들
3.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동료들
*
유감스럽게도 인간찬가는 나무위키의 스레딕 설명을 읽어보았으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선택하시오 +3
해당하는 사람은 알아서 저요! 라고 쓴 뒤 선택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이해를 못 합니다!
"료 씨!"
"료!"
아이와 에리가 료를 보자마자 달려와 그를 끌어안았다. 료는 잠깐 놀랐지만, 곧 그들을 안심시켜 주기 위해 꼭 끌어안아주었다
"괜찮아? 어디 다친 곳 없어? 사장님과 매니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어요. 저희들은 그냥 여기에 숨어있었어요"
아이가 울먹이는 얼굴로 말했다. 료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들도 사태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이곳에 계속 있는 건 위험하다
"여기서 나가자. 언제 좀비들에게 포위될지 몰라. 앞문은 잠갔지만, 뒷문은 아마도 열려있을테니까...어서!"
두려움에 발이 얼어붙은 두 사람을 재촉하는 료. 하지만 에리는 주저앉아서 일어나지 못 했다
"못 해...! 무리야...! 그 녀석들에게 발견되면, 물어뜯길 거야...! 먹혀버릴거야...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망가진 인형처럼 계속해서 무섭다는 말만 반복하는 에리. 이전부터 그녀가 소심한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상황이 그녀의 정신을 이 정도로 몰아갈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 했다
"료 씨...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저희가 어디 갈 곳이 있나요...? 안전한 곳이란,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요?"
"그래. 내 친구가 야쿠자의 차기 두목이야. 그 친구에게 부탁하면, 분명 우리를 구하러 와 줄 거야"
료는 바로 다이고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는 바로 알았다며 부하들을 이끌고 876 프로덕션까지 달려와 주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다이고 군을 기다려야겠지. 하지만, 아직 이곳에는 좀비들이 남아있을지도 몰라. 조금 돌아다녀 보면서 차근차근, 하나씩 줄여나갈까'
료도 무섭기는 마찬가지다. 아이와 에리가 무사한 걸 보고 긴장이 싹 풀려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녀들이 보는 앞에서 료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었다. 여기서 그는 단 한 명 뿐인 남자니까. 아직 어린 십대의 소녀 두 명이 의지해야 할 대상이니까
"아이, 에리. 나는 잠시 주변을 돌아다녀보며, 다른 좀비들이 없는지 순찰을 하고 올게. 절대로 나오지 마. 문도 잠궈놓고, 몸으로 문을 막고 있어. 창문을 통해 모습이 안 보이도록 문에 딱 달라붙어 있고, 알겠지?"
"...아, 알겠어요..."
"조심해 료..."
"응. 걱정마. 반드시 돌아올게"
사무실의 문을 닫고 나온다. 빠루를 쥔 손에 힘을 꽉 주고 걷는다. 그때, 어디선가 짐승이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좀비다. 다시 생사의 갈림길 위에 선 료의 몸을 타고 긴장감이 흐른다
*
1. 싸운다
2. 숨는다
3. 도망친다
행동지침 +2
아이와 에리를 지켜라
결국 한 번쯤은 충돌할 예정이었다. 적의 숫자가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좁은 복도. 분명 승산은 있다. 좀비는 느리고. 료는 빠르다. 무거운 빠루를 들고 있지만 1 : 1의 상황이라면 분명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어어어어......"
신음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것은 매니저였던 오카모토 마나미와 사장이었던 이시카와 미노리. 한순간, 빠루를 잡은 손에 힘이 쫙 풀릴 뻔했다
"어째서...당신들이..."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다. 아이돌들은 무사한데, 다른 어른들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른들이 당했다는 의미. 두 사람의 성격 상 아이돌을 버리고 도망칠 리 없으니 분명 아이돌들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들을 희생했을 것이다
이제 인간이던 시절의 모습은 거의 다 사라져버려서, 헤이해진 옷들과 덜렁거리는 목, 일그러진 얼굴, 핏줄이 선 눈동자, 그리고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그들은 그저 료와 아이돌들을 먹이로 밖에 보지 않는 좀비들이다
료의 두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린다
"당신들하고는....싸우고 싶지 않았어...! 당신들하고만은...그런데, 대체 왜....! 왜 하필 당신들이 내 앞길을 막는거지?!"
"그어어어...!"
그들은 료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듣지 못 한다. 이미 이성을 상실해버려, 눈 앞의 인간을 잡아먹는다──라는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 료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 빠루를 강하게 잡아서 돌진했다
"흐아아아아아!!!"
콰직! 하고 오카모토였던 좀비의 머리를 내려치는 료. 살이 터지고 뼈가 깨진다. 동시에 큰 진동이 료의 손으로 밀려와 빠루를 쥔 손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빠루는 전체가 꽉찬 쇳덩어리여서 무게가 장난이 아닌지라 평범한 크기라도 전투용으로 휘두르기에는 너무 둔하다. 따라서 설령 휘두르기로 마음 먹었더라도 목봉이나 각목 등의 가벼운 무기보다 실전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게다가 원래 휘두르는 물건이 아닌지라 무게 중심이 잘 맞아서 휘둘러도 들이는 힘과 무게에 비해 타격력은 약하고, 손잡이가 따로 없는 쇠막대이기 때문에 손에 전해지는 진동도 심하다
하지만 료는 빠루를 놓치지 않았다. 분노는 더욱 커진다. 한때 같은 회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좀비가 되어, 자신을 죽이려 들고, 자신도, 동료들과 함께 살기 위해선 그들을 또다시 죽여야 한다는 이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며 절규를 터뜨린다
으직! 사장이었던 좀비도 쓰러뜨렸다. 그러나, 그어어어──좀비의 울음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허억...! 허억...!"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료는 빠루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이 분노를 다른 좀비들에게 풀어버리지 않는다면, 그가 먼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
인물지침 +2
1. 카부토 다이고
2. 미즈타니 에리
3. 히다카 아이
"료......"
"......으으으"
료를 걱정하는 에리. 그런데, 아이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했다. 춥기라도 한 것인지 부들부들 떨고, 안색도 창백해진 상태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료를 걱정하고 있는 에리는 아직 그 이변을 감지하지 못 했다
'왜...왜 이렇게 추운 거지...?'
당사자인 아이는 당연하게도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깨닫고 있었다. 아이는 자기 몸을 살펴보았지만 어디 한 군데에도 별 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다. 맨 처음 좀비 사태가 일어난 걸 알았을 때 좀비들을 피해 이곳에 숨은 이후로는 좀비들과 만난 적이 없었다
'머리채를 붙잡힐 뻔한 적은 있지만......'
그리 긴 머리카락은 아니어서 금방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서 도망치던 포니테일의 여성은 꽁지머리를 붙잡혀 그대로 끌려가 순식간에 좀비들에게 포위당해 먹혀버렸다. 그때 그녀가 내질렀던 비명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료 씨...부디 힘내주세요...'
료가 좀비에게 다치거나 죽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는 간절히 기도했다. 몸의 추위를 단순히 공포로 인한 오한으로 여겼기 때문일까. 꼼꼼하게 자신의 몸을 확인하지 못한 아이는 결국 발견할 수 없다. 그녀의 머리카락에 가려진, 뒷목에 나 있는 작은 생채기를......
*
인물지침 +2
1. 카부토 다이고
2. 미즈타니 에리
3. 츠쿠모 카즈키
그런 그녀에게 일련의 좀비 사태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그로 인해, 다시 자존감이 낮아져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부디 료가 다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마저 좀비가 되어버린다면, 더 이상 구원은 없다. 이대로 아이와 함께 좀비에게 물어뜯겨 죽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런 것...싫어!'
물어뜯기면 아프겠지. 산채로 먹혀가는 것을 느낀다면 끔찍하겠지. 공포스러운 외형의 좀비들에게 둘러쌓여 공격당한다면 비참하게도 비명만을 지르다가 결국 살해당하겠지. 그런 결말은 싫다. 너무나도 싫다
그래서 빌었다. 간절히 빌었다. 소심하고 겁쟁이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났으면, 모든게 꿈이었으면, 하고 현실도피를 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
카부토 다이고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히로시마에 있는 본가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곳에서도 좀비 사태가 퍼져 할아버지가 솔선수범하여 나서서 장기전을 각오하고 히로시마라는 지역 그 자체를 작은 소규모 국가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버텨볼 생각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전국에 있는 모든 조직원들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고, 그건 다이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할아버지, 내는 내 친구를 데리러 가야 한다니께!"
[멍청한 놈! 이 상황에서는 도시가 지옥 1번지다! 사람이 많은 곳은 좀비도 많다는 의미 아니더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일본이라는 나라는 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좀비가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면, 이곳 혼슈 섬만 지켜내면 된다! 아직 이 히로시마에는 좀비가 그리 많지 않아!]
그의 할아버지이자 카부토구미의 두목은 언성을 높이며 외쳤다
[도쿄의 인구는 천만이 넘지만, 이곳 히로시마는 280만 가량! 우리 조직원 전원이 모이면 2만 7천가량!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해도 해 볼 만하다! 우리는 사실상의 사병 집단이니까! 우리 카부토구미의 역사는, 정경유착의 역사는 100년을 넘어 이놈아! 옆나라 반도와 달리 군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돈만 있다면 군대 수준의 무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신 나갔당께...진짜로 전쟁을 해버릴 심산인겨?!"
[이 상황에서 도덕성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이제 남는 건 생존경쟁 뿐이다! 질서가 무너진 곳은 혼란만이 가득해!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적이 될 거다! 이미 내가 아는 자위대의 대장과도 이야기가 끝났어. 이후의 수습은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할 거다! 그러니 너도 잔말 말고 따라와! 이미 네 부하들에게는 연락해뒀다! 내 명령이 네 명령보다 최우선이니 이만 끊는다]
"할아부지! 할아부지! 이 망할 꼰대가!"
전화가 끝나자마자 그의 방 안으로 조직원들이 들어왔다. 평소 그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던 그들은 이제 할아버지의 사병이나 다를 바 없다
"도련님, 어서 가시지요. 적어도 친구 한 분은 구하셨지 않습니까?"
"그치만...! 료는...! 료는. 지금쯤 나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디...!"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슴다, 도련님. 아무리 도련님이라 해도, 더 이상은 봐드릴 수 없슴다. 반항한다면 억지로 기절시켜서라도 끌고가!"
""""옛!""""
다이고는 반항했으나 그들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강제로 기절까지 당해서 츠쿠모 카즈키와 함께 헬기에 태워져 히로시마까지 날아가게 되었다
*
카부토구미의 모티브는 야마구치구미. 올해로 딱 100년 된, 정경유착의 상징과도 같은 3대 야쿠자 조직 중 하나. 겁나 세요, 여기.
*
료의 행동지침 +2
1. 사무소 내의 좀비 몰살
2. 한 층만 정리하고 후퇴
3. 못 당하고 창문을 통해 옆 건물로 점프
876 프로덕션 회사 내부의 사람들 숫자는 대력 50명 남짓. 료는 계단의 위에서 료가 일으킨 소란을 듣고 올라오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느리다. 사후경직을 억지로 이겨내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의 굼뜬 행동은 계단에서 올라오는 걸 발로 차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굴러떨어져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게 우스워 보일 정도다. 그런 식으로, 료는 좀비들을 하나하나 박살내고 있었다
아이돌로서 춤추고 노래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여성처럼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어도 료는 엄연히 남자. 체력으로 따지면 다른 여성들과 비교하는 건 조금 반칙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빠루를 사용하는 건 어지간한 근력과 지구력으로는 무리지만, 분노와 혐오로 흥분한 상태의 료는 평소보다 신체능력이 향상되어 있는 상태이다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때문일까? 아마 좀비 사냥을 다 끝내고 난 뒤에는 탈진해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천근만근처럼 무거워진 팔을 억지로 들어올려 휘두르고, 발로 좀비를 밀어내는 료. 사람의 감정이란 때때로 기적을 일으킨다. 체력의 한계를 넘어서도 페달을 밟는 로드레이스 선수처럼 료의 육신은 이미 활동의 한계를 맞이했지만 끊임없이, 기계적으로 좀비들의 머리를 깨부쉈다
그리고 잠시 후,
"허억...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료의 시야에 비친 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은채 계단과 그 아래에 널브러져 쌓여있는, 머리가 깨부숴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하는 좀비들의 잔해였다
떨그렁, 빠루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는 료. 모든게 끝났다고 여긴 탓일까? 온 몸에 긴장과 함게 힘이 쫙 풀려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내쉬면서도, 료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흐, 흐하하하, 하하하! 아하하하핫!!!!"
실성한 듯이 웃는 료. 이미 혼란스러운 머리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 하게 방해하고 있다. 지금의 료는 살아움직이는 시체 전부를 다 쓰러뜨렸다는 달성감과 한때 친했던 지인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야 했다는 절망과 슬픔 그리고 죄책감이 한데 어우러져 복잡한 감정 상태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때, 끼익, 하고 아이와 에리가 숨어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것은,
*
인물지침 +3
1. 좀비가 된 아이
2. 아이를 죽인 에리
3. 좀비가 된 아이와 에리
그어어어, 기이한 신음소리와 함께 '그것들'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분명 무사했잖아. 그 안에...둘 밖에 없었잖아"
흉흉한 눈빛으로 료를 응시한다. 그것은 먹잇감을 노려보는 눈빛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나는 너희들의 동료야...너희들의 동료라고...너희들은 먹잇감이 아니란 말이야!!"
"KYAAAAA──!!!!!"
료의 언성에 반응한 것인지 괴성을 내지르는 '그것들'은 한때 동료였던 두 사람이었다. 료는 에리의 상태를 자세히 돌아보았다. 목이 물어뜯겨 있었다. 만약 아이가 에리를 공격했다면, 첫 공격부터 성대를 망가뜨린 거라면, 비명소리가 울릴 리 없다
계단에서 좀비들을 죽이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료였으니 당연히 몰랐던 것이다
"싫어,...! 이런 건, 싫어! 정말로 싫어! 어째서야, 어째서인데! 나는 왜 동료들을, 지인들을 전부...!"
그러나 몸은 반사적으로 땅에 떨어뜨린 빠루를 주워든다.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빠루지만, 둘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않으며, 주의를 잃지 않으며, 본능적으로 끝까지 견제를 멈추지 않는다
"다이고 군! 대체 언제 오는거야?! 나를...! 도와줘! 어서 나를 도와줘! 왜 나를 도와주지 않는거야?! 싫어! 그만두고 싶어! 이런거 싫어! 다들 어디있어? 죽여줘! 나 대신...저 둘을...! 제발, 이렇게 빌게...그만해, 그만하라고!! 다 꿈이지, 그런 거지? 응?"
어느새인가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아이와 에리. 그녀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 이빨로 료의 살을 물어뜯으려고 할때,
"으아아아아아──!!!!"
절규와도 같은 비명을 지르며, 콰직! 하고 빠루를 옆으로 풀스윙. 그 머리를 후려쳐 부숴버린다. 에리의 머리는 부숴졌지만, 아이는 그저 바닥에 쓰러졌다. 여전히, 좀비로서 움직인다
"GIYAAAAAA......"
"죽어! 죽어! 그 얼굴로 나와 마주하지마! 그 눈으로 나를 보지마! 그 목소리로 울지마!"
퍽! 퍽! 퍽! 아이의 머리를 짓밟는 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더 이상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 때까지. 더 이상 밟을게 무너져내려서 없어질 때까지 몇 번이고 다리를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려찍으며 짓밟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
"싫어어어어어──!!!!"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들릴 리 없는, 한 맺힌 절규가 876 프로덕션 안에서 울려퍼졌다
*
이후의 상황 +3
1. 폐인상태
2. 미치광이
3. 생존본능
실성한 것처럼 료는 정신줄을 놓았다. 아니, 정확히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뇌는 정직한 녀석이 아니다.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뇌는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거나 무의식의 저편에 묻어버림으로서 끊임없이 사람을 속이는 녀석이다
"여기서 나가자, 아이, 에리. 오래 있어봐야 좋을 것도 없어. 아, 맞다. 밥은 먹고 가야지? 그래그래, 알겠어. 일단 비상식량 정도는 챙기고 여기서 나가자"
자기자신을 속여서 아이와 에리의 환상을 보는 료. 이미 그에게 현실은 진짜 현실이 아니다. 물론 아이와 에리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것들은 제대로 현실로 이해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환영이라도 지키겠다고 스스로에게 자기암시를 걸어 속였다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잔혹한 현실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일.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의 환상을 타파해줄 사람이 없다. 그의 주변에는 시체와 피웅덩이만이 즐비하니까
*
슬슬 유메코도 만나러 가야 하지 않겠슴까?
행도지침 +2
"......어?"
료는 눈 앞에 널브러져 있는 여성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머리를 꿰뚫어, 뇌만을 관통당한 여성의 시체. 그 시체의 얼굴은 료도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유메코?"
료는 당황했다. 정신 차리고 보면, 대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곳에 서 있었다. 손에 들린 것은 빠루가 아니라 뭔지도 모를 작살이 들려 있었다
"아, 아이?! 에리! 여기가 대체 어디......아, 맞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기억난 듯이 료는 중얼거렸다
"아이와 에리는...그녀들이었던 좀비는...내가 죽였지"
료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근처에 해변가가 있는 듯 바닷내음이 불어온다. 주위에는 다른 좀비들의 시체들도 있었다. 주변을 조심스럽게 거닐며, 료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확인 결과,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히로시마 현의...후쿠야마 시, 라고...?!"
*
다음부터는 F-LAGS의 멤버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2장
행동지침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