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봉투에 담긴 서류를 하나 넘겼다
30대의 남자, 문도 검사는 서류를 천천히 읽어보며, 어이없다는 듯 핫!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일본 정경유착의 역사 100년의 주인공들. 자이젠, 미시로, 미나세, 그리고 하기와라...이거 싹 다 걸렸구만?"
1915년부터 시작해 100년 씩이나 정경유착을 해 온 4개의 집안들. 자이젠 의원, 미시로 그룹, 미나세 그룹, 그리고 하기와라구미
40대의 남자, 기로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년 3월의 일, 기억하십니까? 법인세 올리자는 여론이 강했잖습니까. 그때, 미나세 그룹 쪽에서 자이젠 의원에게 청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법인세 인상 법안은 폐기되었죠. 그리고, 슬슬 총선도 다가오는데, 자이젠 의원 입장에선 자기가 소속된 당의 당원들을 조금이라도 내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미시로에게 부탁해 일을 벌인거죠. 게다가 미나세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기와라구미는?"
"야쿠자가 뭐 별 것 있습니까? 적당히 뒤에서 조용히 힘 쓰는 일을 할 뿐이죠. 저, 이것도 진짜 목숨 걸고 하는 짓입니다. 아시죠? 그러니, 제가 발설했다는 거, 절대로 밝히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걱정마세요. 그런 일, 절~ 대로 없을겁니다. 우리도 신용 걸고 하는 일인데, 여기서 내부고발자 신원 제대로 못 지키면 저도 X되는 입장인 겁니다.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큰일 하신 거에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서로 꾸벅 인사하고, 검사 쪽에서 먼저 나간 뒤, 기로 실장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진짜 이번 일 조용히 안 끝나긴 하겠지만...다 해결되면 좌천이든 뭐든 좋으니 조용한 지방에 내려가서 살아야지, 원.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기로 실장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술병을 하나 들이킨 다음, 화장실로 향했다
가운데에 있는 소변기 앞에서 조용히 볼 일을 보던 중, 갑자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다수 느껴졌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탓이었다
'서, 설...?!'
뒤를 돌아보기 전,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의 억센 손이 머리를 잡고 벽에 처박히게 했다
*
"으, 으으으......"
어딘가의 해안 항구의 컨테이너 야드. 근처에 있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빛이 어두운 밤 시간. 기로 실장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떴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무언가의 감촉. 아마도, 혈액이겠지. 그것도, 자기자신의
시선을 조금 내려다보면, 자신의 몸은 의자에 묶여있었다. 그제서야, 기로 실장은 자신이 '처리반'에게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대한 조용히 했었는데...대체, 어떻게...?!'
순간 문도 검사가 떠올랐지만, 금세 사라졌다. 빽도 없고 줄도 없는 평검사 나부랭이가 공적 좀 세워보자고 자신에게 접촉했던 거다.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알면, 괘씸죄라고 정직 처분을 당할게 뻔한 일
물론 그의 뒤에 있는 부장검사 측에서 몰래 시켜서 그런 일을 벌인 것 일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구걸을 해야할 때다
휘파람을 불며, 컨테이너의 벽들 사이의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한 남자. 거칠고 투박하게 생긴 그 남자의 손에는 빠루가 들려있었다
"미시로 엔터테인먼트의, 기로 실장, 맞지?"
"한 번만...한 번만 봐주십시오...!"
기로 실장은 애원했다. 아직 그의 자식 대학등록금이나 노후자금 마련도 제대로 못 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살려달라? 기로 실장. 당신이 미시로의 밑에서 열심히 일한 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왜 쓰레기를 훔치려 들어? 여우 같은 곰이 되지 못 할 거라면...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사라지라구, 알겠어?"
그리고 남자는 빠루를 위로 들어올렸다가 내려쳤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려친 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울린다
"에이씨, 쓸데없이 머리만 단단해서...야, 이거 치워"
"옙!"
남자가 빠루를 던져서 버린 뒤, 다른 남자들이 훼손된 시신을 들고 어떤 차의 트렁크 안에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기름을 부운 뒤, 마지막으로 라이터를 키며 말하길,
"다음생에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기를 바라며, 잘 가시길"
불 붙은 라이터를 떨어뜨리고 떠나는 남자들. 트렁크 안쪽에서 불타오르는 시신. 그리고 얼마 후, 엔진과 함께 폭발한 자동차는 시신의 흔적을 제대로 남기지도 않고 산산조각이 났다
*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미시로 전무의 방 안으로 들어온 한 남자가, 조용히 말한다
"전무님. 시키신 대로, 일처리는 했습니다...다만, 괜찮으신 겁니까? 여태까지,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안 했으니 이번에 직접 해야지"
창 밖을 내다보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성─미시로 전무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나라에서, 높으신 분이 된다는 건, 그만큼 더러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야. 단순히 미시로 엔터테인먼트의 전무도, 사장도 아닌 미시로 그룹 자체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라면......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무라카미 토모에는 이 일을 모르겠지?"
"그 아가씨의 아버지께서, 얼마나 따님을 아끼시는지 전무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그리고, 무라카미 토모에 양도 이 일에 대해선 모르실 겁니다. 야쿠자의 딸이라고 한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 그녀가 야쿠자 집안의 딸이라는 사실도, 아이돌들 중에서도 일부의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다들 조용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알겠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예"
부하가 나간 뒤, 미시로 전무는 한숨을 내쉬며 좌석에 앉았다.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더러운 일을 뒤에서 직접 지시해보는 건, 어떤 기분이야? 역시 불쾌하지? 하지만 걱정마. 차~ 차~ 익숙해질테니까"
"......그래서 성격이 그 모양인가, 자이젠 토키코"
"무슨 소리를. 아버지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성격인거지"
싸늘하게 웃으며, 자이젠 토키코는 말했다. 그녀는 미시로의 손님으로서, 이 방에 있던 것이다
"당신도 성격 참 특이해. 처음엔 계모인 줄 알았지만, 그래도 어떤 이들에겐 마법을 걸어줄 요정인 줄 알았더니...요정이 아니라 변덕쟁이 악마네?"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어차피...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흐응~ 그래?"
토키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무의 방에서 나가기 직전,
"검찰 쪽은 내게 맡겨. 조용히 침묵시킬테니까. 그럼, 바이바이"
끼익, 쿵! 하고 닫히는 문. 정적이 내려앉은 집무실에서, 전무는 말 없이 노트북을 펼쳤다. 평소처럼, 일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토키코 설정 보면, 아무리 봐도 높으신 분의 따님이 아닌 이상, 감옥에 갈 것 같더라구요
솔직히 픽션이라고 해도, 무라카미 토모에나, 무카이 타쿠미는 어떻게 아이돌이 될 수 있었을까 싶네요
토모에의 집안이나, 타쿠미의 과거행적이나, 기사 한 번 뜨면, 미시로의 힘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하지만, 일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마치 공룡과도 같이 커다란 위세를 자랑하는 이 기업에서, 한 프로젝트를 홀로 담당하는 자리까지 오르면, 그만큼 온갖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보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경쟁사를 물리적으로 짓밟는다던가, 스캔들을 터뜨린다던가 등. 자신의 실력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 경쟁자를 끌어내리는 것. 이럴거면 뭐하러 레슨을 하는 건가 싶은 현실들을 볼 때마다 타케우치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곤 했다
현재 346의 경쟁자는 765 프로, 961 프로, 315-876 연합 프로 정도 밖에 없다
765는 미나세 재벌의 영애와 하기와라구미의 외동딸이 있어서 못 건들고, 961 프로는 워낙 오래 전부터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기에, 회사의 크기는 346에 비해 작다고 해도, 워낙 연줄이 많아 쉽게 싸우기 힘들며, 315에는 일당백의 양키 2명과, 권투선수, 권법가 그리고 카부토구미의 6대째가 있다. 스캔들을 터뜨릴 건수가 있어도, 전직 변호사 출신의 아이돌이 나서 뭉개버릴 정도의 힘은 있는 모양이었다
사회의 더러운 일면. 원래 이 연예계가 상당히 더러운 곳이긴 하다. 정치, 재계, 언론의 유착에 연예계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346 프로의 아이돌이니까 무사한 것이지, 조금은 시선이 닿지 않는 하청업체에서 관리하는 곳이나 지방 아이돌들 중에는, 무대 한 번 오르기 위해서 늙은이들에게 자신의 다리를 벌리며, 간신히 꿈을 이어가는 여성들도 있다
315 프로덕션의 인텔리 양키 - 쿠로노 겐부는 부하의 보고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17살 밖에 안 된 미성년자에 학교의 양키 수준이라고 해도, 그는 단순한 양키라고 보기 힘들다. 나이의 문제만 있을 뿐, 사실상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수준의 조직을 이룩하고, 교토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남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톱 아이돌이 되는 것. 양키들을 규합해 거대한 세력을 이룬 것도, 모두 자신의 관리 아래에 넣어, 사고를 치지 못 하게 막으려는 것이다
"스자쿠. 너는 어쩔 생각이지?"
"그들은 악인이겠지?"
고고고고고──무거운 기백을 뿜어내며, 아카이 스자쿠가 말했다
"그래. 정진정명 악인이다. 하지만, 단순한 폭력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말도록. 너의 '폭력'과 '완력'은 분명 국가권력에도 비벼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주먹 하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사안이다"
"...칫, 짜증나는 이야기로군. 나쁜 녀석들을 호쾌하게 두들겨 패는 걸로 끝낼 수만 있다면 참 편할텐데"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할 수 있다"
쿠로노는 안경을 빛내며 말했다. 호오, 하고 스자쿠가 관심을 드러낸다
"역시 겐부. 내가 생각하지 못 하는 걸 바로 떠올리지. 그래, 그 천재적인 머리로 짜낸 경고는, 대체 무엇이지?"
"장수를 치기 위해서는 말을 먼저 베어야지. 그들의 수족이 되는 놈들을 짓밟아 경고를 던진다"
"무라카미구미를 박살내면 되는 건가?"
"아니, 그건 카부토구미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들과는 또다른 폭력집단, 무카이 타쿠미가 특공대장으로 있는 폭주족들 전원을 묵사발 낸다. 그거라면, 경고 정도는 되겠지. 부탁해도 되겠나, 스자쿠. 이번 일은 홀로, 조용히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물론이다. 나에게 맡겨두도록 해. 겐부"
"언제부터 시행할 생각이지?"
사실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지만, 겐부는 굳이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스자쿠는, 흉폭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그날 밤. 무카이 타쿠미가 몸을 담고 있던 폭주족이 전멸당해, 폐공장에 버려지고, 다음날 뉴스를 타서 지역신문 1면을 차지했다
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게...그 문제의 서류입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봉투에 담긴 서류를 하나 넘겼다
30대의 남자, 문도 검사는 서류를 천천히 읽어보며, 어이없다는 듯 핫! 하고 웃으며 말했다
"일본 정경유착의 역사 100년의 주인공들. 자이젠, 미시로, 미나세, 그리고 하기와라...이거 싹 다 걸렸구만?"
1915년부터 시작해 100년 씩이나 정경유착을 해 온 4개의 집안들. 자이젠 의원, 미시로 그룹, 미나세 그룹, 그리고 하기와라구미
40대의 남자, 기로 실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작년 3월의 일, 기억하십니까? 법인세 올리자는 여론이 강했잖습니까. 그때, 미나세 그룹 쪽에서 자이젠 의원에게 청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법인세 인상 법안은 폐기되었죠. 그리고, 슬슬 총선도 다가오는데, 자이젠 의원 입장에선 자기가 소속된 당의 당원들을 조금이라도 내각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선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미시로에게 부탁해 일을 벌인거죠. 게다가 미나세는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기와라구미는?"
"야쿠자가 뭐 별 것 있습니까? 적당히 뒤에서 조용히 힘 쓰는 일을 할 뿐이죠. 저, 이것도 진짜 목숨 걸고 하는 짓입니다. 아시죠? 그러니, 제가 발설했다는 거, 절대로 밝히면 안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걱정마세요. 그런 일, 절~ 대로 없을겁니다. 우리도 신용 걸고 하는 일인데, 여기서 내부고발자 신원 제대로 못 지키면 저도 X되는 입장인 겁니다. 어쨌든 수고하셨습니다. 정말로 큰일 하신 거에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서로 꾸벅 인사하고, 검사 쪽에서 먼저 나간 뒤, 기로 실장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진짜 이번 일 조용히 안 끝나긴 하겠지만...다 해결되면 좌천이든 뭐든 좋으니 조용한 지방에 내려가서 살아야지, 원. 무서워서 살겠나, 이거"
기로 실장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술병을 하나 들이킨 다음, 화장실로 향했다
가운데에 있는 소변기 앞에서 조용히 볼 일을 보던 중, 갑자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다수 느껴졌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탓이었다
'서, 설...?!'
뒤를 돌아보기 전, 갑자기 뒤쪽에서 누군가의 억센 손이 머리를 잡고 벽에 처박히게 했다
*
"으, 으으으......"
어딘가의 해안 항구의 컨테이너 야드. 근처에 있는 가로등의 불빛만이 유일한 빛이 어두운 밤 시간. 기로 실장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떴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축축하고 끈적끈적한 무언가의 감촉. 아마도, 혈액이겠지. 그것도, 자기자신의
시선을 조금 내려다보면, 자신의 몸은 의자에 묶여있었다. 그제서야, 기로 실장은 자신이 '처리반'에게 걸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최대한 조용히 했었는데...대체, 어떻게...?!'
순간 문도 검사가 떠올랐지만, 금세 사라졌다. 빽도 없고 줄도 없는 평검사 나부랭이가 공적 좀 세워보자고 자신에게 접촉했던 거다.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걸 알면, 괘씸죄라고 정직 처분을 당할게 뻔한 일
물론 그의 뒤에 있는 부장검사 측에서 몰래 시켜서 그런 일을 벌인 것 일수도 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구걸을 해야할 때다
휘파람을 불며, 컨테이너의 벽들 사이의 어둠 속에서 걸어나오는 한 남자. 거칠고 투박하게 생긴 그 남자의 손에는 빠루가 들려있었다
"미시로 엔터테인먼트의, 기로 실장, 맞지?"
"한 번만...한 번만 봐주십시오...!"
기로 실장은 애원했다. 아직 그의 자식 대학등록금이나 노후자금 마련도 제대로 못 했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
"살려달라? 기로 실장. 당신이 미시로의 밑에서 열심히 일한 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해주면 되지, 왜 쓰레기를 훔치려 들어? 여우 같은 곰이 되지 못 할 거라면...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사라지라구, 알겠어?"
그리고 남자는 빠루를 위로 들어올렸다가 내려쳤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내려친 뒤,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울린다
"에이씨, 쓸데없이 머리만 단단해서...야, 이거 치워"
"옙!"
남자가 빠루를 던져서 버린 뒤, 다른 남자들이 훼손된 시신을 들고 어떤 차의 트렁크 안에 넣었다. 그리고 그 안에 기름을 부운 뒤, 마지막으로 라이터를 키며 말하길,
"다음생에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기를 바라며, 잘 가시길"
불 붙은 라이터를 떨어뜨리고 떠나는 남자들. 트렁크 안쪽에서 불타오르는 시신. 그리고 얼마 후, 엔진과 함께 폭발한 자동차는 시신의 흔적을 제대로 남기지도 않고 산산조각이 났다
*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미시로 전무의 방 안으로 들어온 한 남자가, 조용히 말한다
"전무님. 시키신 대로, 일처리는 했습니다...다만, 괜찮으신 겁니까? 여태까지,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안 했으니 이번에 직접 해야지"
창 밖을 내다보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여성─미시로 전무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나라에서, 높으신 분이 된다는 건, 그만큼 더러운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야. 단순히 미시로 엔터테인먼트의 전무도, 사장도 아닌 미시로 그룹 자체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라면......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무라카미 토모에는 이 일을 모르겠지?"
"그 아가씨의 아버지께서, 얼마나 따님을 아끼시는지 전무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그리고, 무라카미 토모에 양도 이 일에 대해선 모르실 겁니다. 야쿠자의 딸이라고 한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 그녀가 야쿠자 집안의 딸이라는 사실도, 아이돌들 중에서도 일부의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다들 조용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알겠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예"
부하가 나간 뒤, 미시로 전무는 한숨을 내쉬며 좌석에 앉았다. 그때,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더러운 일을 뒤에서 직접 지시해보는 건, 어떤 기분이야? 역시 불쾌하지? 하지만 걱정마. 차~ 차~ 익숙해질테니까"
"......그래서 성격이 그 모양인가, 자이젠 토키코"
"무슨 소리를. 아버지에게서 그대로 물려받은 성격인거지"
싸늘하게 웃으며, 자이젠 토키코는 말했다. 그녀는 미시로의 손님으로서, 이 방에 있던 것이다
"당신도 성격 참 특이해. 처음엔 계모인 줄 알았지만, 그래도 어떤 이들에겐 마법을 걸어줄 요정인 줄 알았더니...요정이 아니라 변덕쟁이 악마네?"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어차피...언젠가는 해야할 일이었으니까"
"흐응~ 그래?"
토키코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전무의 방에서 나가기 직전,
"검찰 쪽은 내게 맡겨. 조용히 침묵시킬테니까. 그럼, 바이바이"
끼익, 쿵! 하고 닫히는 문. 정적이 내려앉은 집무실에서, 전무는 말 없이 노트북을 펼쳤다. 평소처럼, 일을 할 시간이 된 것이다
토키코 설정 보면, 아무리 봐도 높으신 분의 따님이 아닌 이상, 감옥에 갈 것 같더라구요
솔직히 픽션이라고 해도, 무라카미 토모에나, 무카이 타쿠미는 어떻게 아이돌이 될 수 있었을까 싶네요
토모에의 집안이나, 타쿠미의 과거행적이나, 기사 한 번 뜨면, 미시로의 힘으로 덮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누구의 시점 +2
"네, 먼저 퇴근하십시오"
센카와 치히로가 나가고, 타케우치는 마무리 작업을 위해, 다시 자리에 앉았다
"......"
하지만, 일이 쉽게 잡히지 않는다. 마치 공룡과도 같이 커다란 위세를 자랑하는 이 기업에서, 한 프로젝트를 홀로 담당하는 자리까지 오르면, 그만큼 온갖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보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들이
경쟁사를 물리적으로 짓밟는다던가, 스캔들을 터뜨린다던가 등. 자신의 실력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닌, 경쟁자를 끌어내리는 것. 이럴거면 뭐하러 레슨을 하는 건가 싶은 현실들을 볼 때마다 타케우치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곤 했다
현재 346의 경쟁자는 765 프로, 961 프로, 315-876 연합 프로 정도 밖에 없다
765는 미나세 재벌의 영애와 하기와라구미의 외동딸이 있어서 못 건들고, 961 프로는 워낙 오래 전부터 이 바닥에서 굴러먹었기에, 회사의 크기는 346에 비해 작다고 해도, 워낙 연줄이 많아 쉽게 싸우기 힘들며, 315에는 일당백의 양키 2명과, 권투선수, 권법가 그리고 카부토구미의 6대째가 있다. 스캔들을 터뜨릴 건수가 있어도, 전직 변호사 출신의 아이돌이 나서 뭉개버릴 정도의 힘은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오늘 동료들과 이야기하던 도중 들은 이야기
──미시로 전무를 보좌하던 실장 하나가 매장당했다고 하는데?
──뒤를 캐다가, 들킨 모양이야
──처리반이라 해봤자, 뭐...분명, '그쪽의 인간'이겠지?
"......"
사회의 더러운 일면. 원래 이 연예계가 상당히 더러운 곳이긴 하다. 정치, 재계, 언론의 유착에 연예계가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346 프로의 아이돌이니까 무사한 것이지, 조금은 시선이 닿지 않는 하청업체에서 관리하는 곳이나 지방 아이돌들 중에는, 무대 한 번 오르기 위해서 늙은이들에게 자신의 다리를 벌리며, 간신히 꿈을 이어가는 여성들도 있다
"하아......"
타케우치의 무거운 한숨이, 사무실에 내려앉았다
누구의 시점+2
1. 폭주족
2. 야쿠자
3. 양키
"......그런가. 수고했다. 당분간 몸 사리고 있도록"
"예. 형님"
315 프로덕션의 인텔리 양키 - 쿠로노 겐부는 부하의 보고를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17살 밖에 안 된 미성년자에 학교의 양키 수준이라고 해도, 그는 단순한 양키라고 보기 힘들다. 나이의 문제만 있을 뿐, 사실상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수준의 조직을 이룩하고, 교토의 뒷세계를 지배하는 남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톱 아이돌이 되는 것. 양키들을 규합해 거대한 세력을 이룬 것도, 모두 자신의 관리 아래에 넣어, 사고를 치지 못 하게 막으려는 것이다
"스자쿠. 너는 어쩔 생각이지?"
"그들은 악인이겠지?"
고고고고고──무거운 기백을 뿜어내며, 아카이 스자쿠가 말했다
"그래. 정진정명 악인이다. 하지만, 단순한 폭력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말도록. 너의 '폭력'과 '완력'은 분명 국가권력에도 비벼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주먹 하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사안이다"
"...칫, 짜증나는 이야기로군. 나쁜 녀석들을 호쾌하게 두들겨 패는 걸로 끝낼 수만 있다면 참 편할텐데"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할 수 있다"
쿠로노는 안경을 빛내며 말했다. 호오, 하고 스자쿠가 관심을 드러낸다
"역시 겐부. 내가 생각하지 못 하는 걸 바로 떠올리지. 그래, 그 천재적인 머리로 짜낸 경고는, 대체 무엇이지?"
"장수를 치기 위해서는 말을 먼저 베어야지. 그들의 수족이 되는 놈들을 짓밟아 경고를 던진다"
"무라카미구미를 박살내면 되는 건가?"
"아니, 그건 카부토구미에게 맡길 생각이다. 그들과는 또다른 폭력집단, 무카이 타쿠미가 특공대장으로 있는 폭주족들 전원을 묵사발 낸다. 그거라면, 경고 정도는 되겠지. 부탁해도 되겠나, 스자쿠. 이번 일은 홀로, 조용히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물론이다. 나에게 맡겨두도록 해. 겐부"
"언제부터 시행할 생각이지?"
사실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지만, 겐부는 굳이 그 말을 입에 담았다. 스자쿠는, 흉폭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
그날 밤. 무카이 타쿠미가 몸을 담고 있던 폭주족이 전멸당해, 폐공장에 버려지고, 다음날 뉴스를 타서 지역신문 1면을 차지했다
누구의 시점 +2
1. 폭주족
2. 야쿠자
3.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