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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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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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댓쪽은 손을 뗀지가 꽤 되었는데 이쪽...의 글을 쓰는건 거의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해서 연습 차원에서 슬쩍 써 봅니다. 글 쓰는게 빠르지도 않아서 제법 느릿느릿하게 갈 것 같습니다.
신데 한정입니다. 분위기가 제법 무겁고 어두울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흐름을 방해하거나 공지사항을 위반할 정도의 수위의 앵커는 자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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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점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출근을 해야 할 사람이 11시가 되도록 자고 있었는데도 문자나 전화 한 통 온 기록이 없었다. 머릿속은 복잡했고 확실한 대답이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내 몸은 습관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서둘러서인지 옷장을 열고 바지를 꺼내 입으려다가 아직 씻지도 않았다는 생각에 세면대 앞으로 향한 것 빼고는 평소와 다를게 전혀 없었다. 약간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고 급한 김에 세면대 앞에서 머리도 비누로 감았다. 옆에 걸려있는 수건으로 대충 머리를 털어 말리고 치약을 칫솔에 짜서 양치질을 시작했다. 아직 머리에선 물이 몇 방울씩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 씻고 나서 잘 다려놓은 와이셔츠를 입고 정장의 자켓을 입으려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오래전에 피우던 담배였다. 담배는 이 사무소에 들어왔을 때부터 끊었을텐데, 왜 담배가 놓여져 있는 걸까.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풀렸다. 담배와 함께 놓여있던 신문이 내 모든 의문에 해답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알람이 울리지 않았던 이유도, 어제 술을 마신 이유도, 한동안 피우지 않았던 담배가 놓여 있는 이유도, 모든 것이 떠올랐다.
나는 더이상 한 아이돌의 프로듀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 > 프로듀서가 담당했던 아이돌
(히로인 아닙니다. 주연도 아닙니다.)
어제 자 날짜가 박혀있는 신문의 1면은 경제 위기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와 함께 어딘가의 높으신 분의 사진이 대문짝하게 실려 있었지만 원하던 기사는 그게 아니었다. 페이지를 뒤로 한참 넘겨 연예 면을 보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린 아이돌의 불행한 죽음'. 그런 제목의 기사였다.
신문이 나오기 하루 전, 그러니까 이틀 전 밤에 마유는 죽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조사중이었지만 독극물에 의한 자살이라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었다.
어제 하루종일 이뤄진 경찰의 사정청취에서도 몇 번이나 말한 것이었지만, 마유는 자살 같은 걸 할 아이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 정신이 불안정한 면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절대로 자살을 택할 리는 없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납득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너무나도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한 나머지 사고가 극단적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마유는 그런 아이였다.
어디까지나 경찰은 자살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이어나갔기 때문에 나는 그저 평소에 마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어땠는지 말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돌 동료들 중 몇명도 불려왔고 사장도 조사를 받았다. 그게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나는 조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진탕 술을 마셨으니까.
문득 가슴에 공허함이 밀려왔다. 아직도 마유가 죽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은 채라면 더 나았을텐데. 목이 탔다. 담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출근은 하지 못했다. 안했다고 해도 좋다. 지금 출근을 해봐야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장도 어제 경찰서를 나오면서 충격도 받았을테고 상심도 클테니 당분간 푹 쉬라고 말했었다. 마음은 잘 알겠지만 푹 쉰다고 해서 나아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갖춰입은 옷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벨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눈에 익은 이름이었다.
+1 > 전화를 건 사람
1. 사장
2. 평소 마유와 친했던 동료 아이돌
3. 평소 마유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 아이돌
+2 > 2, 3인 경우 그 아이돌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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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재미없게 히로인 아니니 주연 아니니 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예. 전화받았습니다."
"이름 뜨는거 다 알고 있는데 꼭 그렇게 깐깐하게 굴기는."
꼭 모르는 사람의 전화가 아니더라도 정중하게 전화를 받는 건 나 자신의 자그마한 고집이었다.
"매번 들으면서 그걸 또 굳이 나무랄 것도 없잖아."
"그것도 그렇네."
가벼운 대화였지만 린의 목소리는 그다지 힘이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게... 마유의 일로 할 말이 있어서."
린의 목소리는 크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린도 친한 친구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을 거다. 게다가 마유를 가장 처음 발견한 것도 린이었으니까. 마유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전화를 받지 않는 걸 이상하게 여겨 직접 찾아갔다가 그걸 봤다고 했다.
"...어제 경찰 조사도 있었고, 더 할 말 없는 거 아니었어?"
나는 마유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술과 담배로 간신히 막아놓은 상처가 다시 벌어져버릴 것 같았으니까.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아무한테도 말할 수가 없어서... 그래도 당신은 마유의 프로듀서였으니까..."
"...그래. 무슨 일인데."
마음을 다잡고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지만 린은 쉽사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 안될까?"
"무슨 이야기인데 그러는 건데."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린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안녕...하진 않은 것 같네."
"뭐가 말이야."
"눈은 퀭하고, 표정은 죽어있고. 옷차림도 죄다 엉망이고."
나는 린의 말에 옷매무새를 살펴봤다. 확실히 엉망이었다. 넥타이는 반쯤 풀러져있었고 말끔한 양복 자켓은 잔뜩 구겨져있었다. 굳이 거울을 보며 얼굴까지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야, 그런 일이 있었는데 제대로 된 모습일 리가 없잖아.
"린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는 린의 얼굴도 퉁퉁 부어있었다. 한참을 울었던 것인지 눈도 새빨갛게 충혈되어있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린은 말라버린 눈가를 소매로 슥슥 닦더니 저편에 있는 벤치를 가리켰다. 나와 린은 어색한 거리감을 두고 나란히 벤치에 앉았다.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 거야. 마유가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걸..."
고개를 반쯤 숙여 땅을 바라보던 린은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도 경찰이 그렇다고 하니까. 린도 직접 봤을 거 아냐."
"그렇지만..."
린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마유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린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누가 듣기라도 할까봐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마유는 살해당한 거야."
너무나도 충격적인 린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확실하거나 증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소문을 들은 적도 있어."
갑자기 머릿속에 이상한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마유가 살해당했다고? 누구에게? 주변 누군가에게?
"당신한테는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마유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 누군지는 몰라도 마유를 저렇게 만든 사람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린의 표정은 어떤 결의에 찬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미래를 향한 밝고 희망찬 다짐이 아니라 어둡고 음울한 복수의 결심이었다.
"...린은 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
+2 > 린이 의심하는 사람. 마유와 평소에 관계가 나빴던 인물.
마유 사건때문에 우즈키도 활동을 쉬고 집에서 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린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 우즈키의 집으로 향했다. 몇 번이나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차가 없어도 지하철을 타고 찾아갈 수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파자마 차림인 우즈키는 아이돌다운 반짝이는 모습이 아니라 기운 없는 여학생에 가까웠다.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더 뭔가 나온 거라던가?"
나는 말을 신중히 골랐다. 우즈키한테 곧바로 마유를 죽인게 너냐고 물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나는 우즈키가 그랬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직. 그래서 나 혼자라도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지."
"프로듀서 씨도 힘드실 텐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우즈키의 어머님이 들어오셔서 차와 과일을 차려주시고 다시 나가셨다. 언뜻 보니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는 않으셨다.
"이미 몇 번이나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우즈키가 봤을 때 마유가 이상하다던가 하는 낌새라던가 없었어? 뭐라도 좋으니까."
우즈키는 똑같은 질문을 많이 들었을 텐데도 깊이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아뇨. 역시 마유는 평소의 마유 그대로였어요. 게다가 프로듀서 씨도 아시겠지만..."
우즈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저와 마유는 그다지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정확히는 마유 쪽에서 저를 조금 멀리한다고 할까..."
확실히 우즈키는 마유를 싫어하지 않았다. 우즈키가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반면에 마유는 우즈키를 굉장히 의식하는 편이었다. 인기 때문인지, 그 다른 무엇 때문인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마유가 자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마유가 자살 같은 방법을 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 강한 어조에도 우즈키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마유가 자살이라니..."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지, 자살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나는 우즈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2
1. 슬쩍 떠본다.
2. 강하게 직접적으로 추궁한다.
몰래 녹음해둔다.
우즈키는 힘없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유는 적이 많았으니까...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적이 많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우즈키는 뭔가 짐작이라도 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혹시나 해서 나는 우즈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켰다. 하지만 우즈키의 다음 말은 내가 전혀 예상할 수 없던 것이었다.
"프로듀서 씨는 마유랑 잤죠?"
>+1
1. 그렇다.
2. 그, 그게 무슨 소리야?
3. 정말로 그런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