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였다. 아니, 폭우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물로써 인간을 정화했다는 구약 성서의 홍수를 떠올릴만큼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는 자조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런 세상에 그런 신화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걸까?
쓰고 왔던 우산은 이미 그 표면을 강타한 빗물에 구멍이 뚫려 그 역할을 온전히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저 빗물을 맞으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빰에 생긴, 빗물에 스친 상처에서 붉은 피와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지만 왠지 신경쓰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잿빛 하늘 아래에서 걸었다. 이렇게 걷다보면 정말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라울정도로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살아서 집으로 도달한 나는 증오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며 땅만 보던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엔, 내가 사는 아파트의 입구에 어느 작은 소녀가 쭈구리고 앉아 비를 맞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소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밝은 노랑색의 단발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비가 온다는 것도 모른다는듯이 그저 주저앉아 머리를 그녀의 품속에 넣은 채 죽은듯이 있었다.
쏴아아
군데군데 찢겨져있는 기모노를 입은 밝은 노랑색 단발의 소녀는 꽤나 오랫동안 홀로 쭈구리고 앉아 있었는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하지만, 왠지 이상하게도 소녀에게는 폭우의 물기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분명 소녀는 비에 젖어 있었지만 어쩐지 이 빗물은 소녀에게 덮지 않았다는 기분이 떠나질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 나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내 찢어진 우산을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찢어진 우산의 틈새에서 빗물이 새어 흘렀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소녀의 몸에 빗물이 덜 떨어졌다.
소녀는 무언가를 느낀듯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꼬마야."
소리를 쫓아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내 시야를 일부분 막았지만 소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고 갸냘퍼 보이는 소녀는 특이하게도 한쪽 눈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내가 말을 건 것이 놀란듯이, 또는 당황한듯이 보였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소녀를 신경쓰지 않았던걸까?
"따라오렴."
쏟아지는 빗물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기어가듯 퍼져나갔다. 소녀는 고개를 들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야..."
소녀의 작은 질문엔 물음표가 없었다. 너무나 굶주린 아이의 유언이 혹 이와 같을까.
말끝의 물음표는 너무 지친 까딹에 그만 생략해버린걸까 아니면 상대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은걸까?
나는 열쇠를 돌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고독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됬건만. 마치 환영이 들리는 것같다. 항상 집에 돌아오면 느껴지는 공혀함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나는 자조를 짓고는 문 안으로 들어왔다.
"......"
기묘한 기모노를 입은 단발머리의 소녀는 작은 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따라 들어왔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이리저리 둘러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다시 나와 소녀의 머리에 덮었다. 수건에 소녀의 얼굴이 다 가려지자 나는 쭈그리고 앉아 수건을 소녀의 머리에 꾹 누르고는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털었다.
소녀는 순간 놀랐는지 몸을 움찔 했지만 이내 굳은 채로 서있었다.
"따라오렴."
나는 기묘한 소녀에게 말을 건냈다. 소녀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내 뒤를 쫒았다.
마치 그 어떤 저항도 포기한 모습. 소녀의 모습은 어딘가 깊은 곳부터 고장나버린 모습 같았다.
나는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놓여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그 안에서 헤어 드라이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플레그를 꽂고는 소녀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올래?"
소녀는 다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순수함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를 신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소녀는 그저 다른 이의 명령에 저항하는 법을 잊어먹은 듯한, 마치 그녀에게 뛰어내리라고 말한다면 정말 뛰어내릴 것같다는 생각과 함께 기괴함이 느껴졌다.
나는 한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에 얹혀진 수건을 잡고 헤어 드라이기를 켰다.
위이잉
그리고는 헤어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그녀의 젖은 머리에 가져다댔다.
"...!"
우당탕탕!
소녀는 그 열기를 접하자마자 여태까지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은 모두 거짓이였다는듯, 내 손을 강렬히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아... 하아... 하아..."
물러난 소녀의 입에서 갸녀리지만 거친 숨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나는 그녀의 드러난 한쪽 눈을 보았다.
공포다. 울것만 같은 소녀의 얼굴에서는 강한 공포가 묻어났다.
나는 당황하여 눈을 부릅뜨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그저 소녀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깨달았다. 동정심이나 미안함, 그런 것보다 더 먼저 나에게 떠오른 것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슬프...
띵동! 띵동!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집에 있어?"
...료.
주인공과 마츠나기 료의 관계는?
1. 소꿉친구
2. 대학 동기
3. 버스킹에서 만난 사이
4. 기타
먼저 두표지만... 만약 기타의 의견이 재밌을 것같으면 그걸로 쓰겠습니다(무책임)
누나와 나는... 정확히 따지자면 친남매는 아니다. 불임이셨던 부모님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셨고 그렇기에 부모님은 우리 누나를 입양하셨다. 그리고 몇년 뒤 나를 입양하셨다.
비록 배않아 낳은 자식은 아니였지만, 부모님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훌룡한 부모님이셨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어릴적 기억이 별로 없는 나도 부모님만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 외에는 찾기 어려우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렇게 분명 우리 가족은 행복했었다.
집에 화재가 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된 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집에 가스가 샜다는 것같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건 검은 정장이나 멋스러운 옛날 옷들을 입고 있던 어른, 그리고 나를 꽈악하고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누나였다. 고요한 장례식장에서 힘겹게 울음을 참는 누나의 목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그후 혼자 남은 나와 누나에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화재 보험으로 꽤나 많은 돈이 들어왔었다는 모양이다. 아마 그중 대부분은, 아니 전부가 그 돈을 뺐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친척들의 욕을 하는 모습을, 나는 몰래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그러던 도중 한명의 큰 아저씨가 그들에게 호통을 쳤었던 것같다. 친척들과는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는 가족의 삼촌이였다.
결국 삼촌이 우리를 맡아 키우기로 했지만 누나는 삼촌 집에서 살기를 거부했다. 삼촌은 그런 누나를 만류했지만 누나의 고집을 꺽지 못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체 누나를 따랐다.
나는 여태껏 우리 둘의 생활비는 그때 받은 보험금으로 충당했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나도 모르게, 이빨이 엇부딪쳐 까드득하는 소리를 냈다.
그럴거면... 그냥 착하게 살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조금은 나쁘고, 조금은 불친절하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서 같이...
그때였다.
+2
1. 갑자기 욕실에서 료의 비명소리가?!
2. 그런거 없다. 그냥 나온다.
@참고로 장례식장이 고요한 이유는 일본의 장례식 문화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곡소리를 내면 실례라고 하더군요.
마츠나가 료. 그녀는 원래 흔히 말하는 '아가씨'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도쿄대에 붙자마자 집안과는 연을 끊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고 한다. 어찌어찌 방을 잡았지만... 집주인은 전에 나도 만나본적이 있다.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을 격렬하게 싫어했었지 아마. 무슨 일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게 집주인의 특기였다.
"...어떡하지."
확실히 우리 둘은 사회생활에 능숙하지는 못한 것같다. 어릴적부터 아가씨로 자라와서 일반적인 생활을 격지 못한 료와, 누나의 과보호 속에서 누나에게만 의지하며 살았던 나. 둘 모두 사회인으로써는 빵점이다.
료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기 전에, 내가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 집에 머물게 하자."
"뭐?"
료는 당황하여 특유의 갈색 얼굴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잠깐, 그게... "
"괜찮아. 원래 두 명이 살던 집이였는데."
"......."
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
"두명이 살려고 샀던, 아니 정확히는 빌렸던 집이니까. 이 아이가 살아도 충분할거야."
나는 쓰러진 기묘한 소녀, 코우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료는 그런 나와 코우메를 바라보더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볼게."
"그래."
해가 지자, 료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그런 그녀를 마중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료. 잘자."
"...너도."
끼이익
오래된 집의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료는 나의 집을 떠났다.
"......"
나는 다시 코우메에게로 돌아와 아직 자고 있는 코우메를 내려다보았다.
자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아주 작고 연약한 숨소리가 겨우 들려왔다.
나는 그녀를 안아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내 방의 문을 열고 코우메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나는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비내리는 아파트의 프롤로그가 끝났습니다. 이 창댓에 게임 오버는 없으며 엔딩 또한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즐겨주세요~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뤄지며 각각의 시간마다 주인공의 행동이 가능합니다. 캐릭터들의 호감도나 행동에 따라 이벤트가 펼쳐지며 시간과 계절은 상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하렘물이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여성들을 후리고다니지는 않으니 기대하셨던 분들은 죄송함다... 배드신은 그리 잦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없는건 아니니 기대하시면... 실망하시겠죠 아마. 동정한테 뭘 바라는겁니까?(?)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
1일차 아침
장소 : 집
시라사카 코우메
호감도 : 3. 코우메는 당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2 무엇을 할까?
1. 식사
2. 대화(대화가 채택됬다면 선착순으로 2개 선정)
3. 외출(+같이 나갈 인물도 적어주세요. 만일 혼자라면 필요 X)
4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폭우였다. 아니, 폭우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물로써 인간을 정화했다는 구약 성서의 홍수를 떠올릴만큼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는 자조어린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런 세상에 그런 신화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걸까?
쓰고 왔던 우산은 이미 그 표면을 강타한 빗물에 구멍이 뚫려 그 역할을 온전히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저 빗물을 맞으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빰에 생긴, 빗물에 스친 상처에서 붉은 피와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지만 왠지 신경쓰기 싫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잿빛 하늘 아래에서 걸었다. 이렇게 걷다보면 정말 쓰러져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라울정도로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살아서 집으로 도달한 나는 증오와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며 땅만 보던 시선을 위로 올렸다. 내 시선이 닿은 곳엔, 내가 사는 아파트의 입구에 어느 작은 소녀가 쭈구리고 앉아 비를 맞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소녀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밝은 노랑색의 단발과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녀는, 비가 온다는 것도 모른다는듯이 그저 주저앉아 머리를 그녀의 품속에 넣은 채 죽은듯이 있었다.
쏴아아
군데군데 찢겨져있는 기모노를 입은 밝은 노랑색 단발의 소녀는 꽤나 오랫동안 홀로 쭈구리고 앉아 있었는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하지만, 왠지 이상하게도 소녀에게는 폭우의 물기가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분명 소녀는 비에 젖어 있었지만 어쩐지 이 빗물은 소녀에게 덮지 않았다는 기분이 떠나질 않는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 나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내 찢어진 우산을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찢어진 우산의 틈새에서 빗물이 새어 흘렀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소녀의 몸에 빗물이 덜 떨어졌다.
소녀는 무언가를 느낀듯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꼬마야."
소리를 쫓아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내 시야를 일부분 막았지만 소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고 갸냘퍼 보이는 소녀는 특이하게도 한쪽 눈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내가 말을 건 것이 놀란듯이, 또는 당황한듯이 보였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소녀를 신경쓰지 않았던걸까?
"따라오렴."
쏟아지는 빗물 사이로 낮은 목소리가 기어가듯 퍼져나갔다. 소녀는 고개를 들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누구야..."
소녀의 작은 질문엔 물음표가 없었다. 너무나 굶주린 아이의 유언이 혹 이와 같을까.
말끝의 물음표는 너무 지친 까딹에 그만 생략해버린걸까 아니면 상대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은걸까?
어딘가 기묘한 소녀. 나는 이 소녀를 보고...
"...좋은 사람."
추워보인다고 생각했다.
나는 열쇠를 돌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 고독은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됬건만. 마치 환영이 들리는 것같다. 항상 집에 돌아오면 느껴지는 공혀함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나는 자조를 짓고는 문 안으로 들어왔다.
"......"
기묘한 기모노를 입은 단발머리의 소녀는 작은 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따라 들어왔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이리저리 둘러보지도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다시 나와 소녀의 머리에 덮었다. 수건에 소녀의 얼굴이 다 가려지자 나는 쭈그리고 앉아 수건을 소녀의 머리에 꾹 누르고는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털었다.
소녀는 순간 놀랐는지 몸을 움찔 했지만 이내 굳은 채로 서있었다.
"따라오렴."
나는 기묘한 소녀에게 말을 건냈다. 소녀는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내 뒤를 쫒았다.
마치 그 어떤 저항도 포기한 모습. 소녀의 모습은 어딘가 깊은 곳부터 고장나버린 모습 같았다.
나는 방문을 열고 안방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놓여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그 안에서 헤어 드라이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플레그를 꽂고는 소녀에게 손짓했다.
"이리로 올래?"
소녀는 다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다가왔다. 의심을 할 줄 모르는 순수함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를 신뢰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소녀는 그저 다른 이의 명령에 저항하는 법을 잊어먹은 듯한, 마치 그녀에게 뛰어내리라고 말한다면 정말 뛰어내릴 것같다는 생각과 함께 기괴함이 느껴졌다.
나는 한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에 얹혀진 수건을 잡고 헤어 드라이기를 켰다.
위이잉
그리고는 헤어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그녀의 젖은 머리에 가져다댔다.
"...!"
우당탕탕!
소녀는 그 열기를 접하자마자 여태까지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은 모두 거짓이였다는듯, 내 손을 강렬히 뿌리치며 뒤로 물러났다.
"하아... 하아... 하아..."
물러난 소녀의 입에서 갸녀리지만 거친 숨이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나는 그녀의 드러난 한쪽 눈을 보았다.
공포다. 울것만 같은 소녀의 얼굴에서는 강한 공포가 묻어났다.
나는 당황하여 눈을 부릅뜨고는 몸이 굳어버렸다. 나는 그저 소녀의 눈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깨달았다. 동정심이나 미안함, 그런 것보다 더 먼저 나에게 떠오른 것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슬프...
띵동! 띵동!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집에 있어?"
...료.
주인공과 마츠나기 료의 관계는?
1. 소꿉친구
2. 대학 동기
3. 버스킹에서 만난 사이
4. 기타
먼저 두표지만... 만약 기타의 의견이 재밌을 것같으면 그걸로 쓰겠습니다(무책임)
띵동! 띵동!
"집에 있지? 어이!"
...마츠나가 료. 그녀다.
어떻게 해야되지?
"미안 료."
아직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지만, 내 입은 내 의지와는 괸계없이 움직였다.
"다음에..."
끼릭끼릭
"들어간다?"
...료는 내 대답을 마저 듣지도 않고 열쇠를 돌렸다.
"최근에 뭐 좀 먹었어? 집에만 계속 쳐박혀있지 말고 죽이라도 사왔으니까 먹..."
툭
료는 현관문을 열고 멋대로 들어오다가 왼손에 든 검은 비닐봉지를 툭하고 떨어트렸다. 분명 죽이라고 했는데... 쏟았으려나?
"미, 미안!"
료는 이내 당황하여 떨어트린 비닐봉지를 다시 주워들었다.
그러고보니, 료는 어떻게 듵어온거지?
"...료."
"우, 우왓! 약간 흘렸을려나?"
"열쇠. 어떻게 된거야?"
"응? 아 아아. 그게..."
+2 료에게 열쇠를 준 사람은?
1. 주인공의 형
2. 주인공의 누나
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
"......"
"...미안."
료는 고개를 숙인체 나에게 사과했다.
"뭐가?"
"그게..."
"그것보다."
"응?"
"누나가 줬었다고? 너한테 열쇠를?"
"...응."
"설명해줘."
"...그게. 동생한테 여, 여자친구가 생긴 적은 처음이라면서 나한테 주더라고."
나는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정말로 누나다운 행동이다.
료 특유의 연한 갈색의 얼굴이 흥분해서 붉어진 체로 대답했다.
"무, 물론 여자친구같은건 아니지만 뭐라고 할 틈도 없이 가버려서..."
"응 알아. 걱정하지마 료."
"...응."
기분탓인였을까? 료의 목소리는 약간 실망한 것같기도, 주눅든 것같기도 했다.
"...저기. 죽은 냉장고에 둘게."
료는 화제를 돌리려는 듯이 냉장고의 문을 열고 검은 비닐봉지를 그대로 넣었다.
"약간 흘렸지만, 뭐 괜찮을거야."
료는 시선을 돌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그 아이는 누구야?"
나는 료의 시선을 따라갔다.
...아차.
순간적으로 누나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잊고 있었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는 문에 새로 들어온 료를 보고 겁에 질린듯이 쳐다보는 금색의 단발머리를 한, 기묘한 기모노를 입은 소녀가 주저앉아 있었다.
...어떡하지?
1. 지인의 딸이라고 말한다.
2. 이웃이라고 말한다.
3. 포기하고 사실대로 말한다.
먼저 두표
@별개로, 역시 ""앞에 캐릭터의 이름을 붙이는 편이 좋을까요?
"거짓말이지?"
"...응."
옛날부터 그랬다. 료는 이상하리만치 내 거짓말을 잘 알아챘다.
"누구야 저 아이는?"
나는 고개를 돌려 그 기묘한 아이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무언가 혼란스러운듯, 무언가 겁에 질린듯 그 누구에게도 등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며 구석에서 주저앉아서 나와 료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까전의 그 생기없는 모습에 비하면 더 살아있는 것같지만 그렇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나는 결국 료에게 전부 털어놓기로 했다.
"...그러니까..."
"잠깐."
료는 손을 들어 나의 말을 막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저 아이는 괜찮아? 온몸이 흠뻑 젖었잖아. 여태까지 밖에서 비를 맞고 있었던거야?"
료는 그 금발의 소녀를 가르키며 질문을 퍼부었다.
"무엇보다 먼저, 일단 씻기는게 좋겠어."
료는 자리를 박차고 그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답다고, 나는 생각했다.
소녀는...
+2
1. 반항 없이 료에게 끌려간다.
2. 겁에 질린듯 몸부림친다.
료씨에게는 얌전한 코우메쟝
료는 그 기묘한 소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소녀는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다시 생기를 잃은 모양새가 됬다.
"온몸이 흠뻑 젖었네. 괜찮니?"
"......"
소녀는 말없이 조용하게 앉아있었다.
"춥진 않아?"
"......."
소녀의 침묵은 질문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이어졌다.
료는 말하기보다 먼저 소녀의 신뢰를 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건지 소녀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
료는 움찔하고 손을 떨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손으로 소녀의 손을 감싸안았다.
"얼음장같이 차갑네. 꼬마야 너 괜찮은거야?"
"......"
료는 심각한 얼굴로 코우메의 눈을 바라봤다.
잠시 후
"...일단 몸을 먼저 녹여야겠네. 언니가 씻겨줄테니까 이리로와."
료는 소녀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말릴 틈도 없이 소녀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소녀는 역시 아무런 생기도 없이 료를 따라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떡하지?
화장실의 불이 켜지더니 문이 딸깍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둘을 따라서 이동한 내 시선은 불투명한 화장실의 유리문에 막혔다.
"읏!"
두개의 살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자 나는 급하고 몸을 돌려 화장실의 반대편을 쳐다보았다.
잠시후, 화장실에서는 샤워기에서 물이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3 내가 할 생각은?
1. 료에 관하여
2. 소녀에 관하여
3. 누나에 관하여
솔직히 료가 열쇠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누나라면... 그래. 누나는 충분히 그렇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언제나 사람을 의심하기보다는 사람을 믿고 싶어 했었고 받기 보다는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누나.
누나와 나는...
+1 피가 이어진 남매? 아니면 피가 이어지지 않은 남매?
비록 배않아 낳은 자식은 아니였지만, 부모님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훌룡한 부모님이셨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하곤 했다.
어릴적 기억이 별로 없는 나도 부모님만 생각하면 행복한 기억 외에는 찾기 어려우니 아마 맞을 것이다.
그렇게 분명 우리 가족은 행복했었다.
집에 화재가 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된 건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중에 말을 들어보니 집에 가스가 샜다는 것같았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건 검은 정장이나 멋스러운 옛날 옷들을 입고 있던 어른, 그리고 나를 꽈악하고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던 누나였다. 고요한 장례식장에서 힘겹게 울음을 참는 누나의 목소리는 꽤 크게 들렸다.
그후 혼자 남은 나와 누나에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화재 보험으로 꽤나 많은 돈이 들어왔었다는 모양이다. 아마 그중 대부분은, 아니 전부가 그 돈을 뺐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친척들의 욕을 하는 모습을, 나는 몰래 들은 기억이 있으니까.
그러던 도중 한명의 큰 아저씨가 그들에게 호통을 쳤었던 것같다. 친척들과는 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우리 가족이 유일하게 가까이 지내는 가족의 삼촌이였다.
결국 삼촌이 우리를 맡아 키우기로 했지만 누나는 삼촌 집에서 살기를 거부했다. 삼촌은 그런 누나를 만류했지만 누나의 고집을 꺽지 못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체 누나를 따랐다.
나는 여태껏 우리 둘의 생활비는 그때 받은 보험금으로 충당했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나도 모르게, 이빨이 엇부딪쳐 까드득하는 소리를 냈다.
그럴거면... 그냥 착하게 살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조금은 나쁘고, 조금은 불친절하고,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서 같이...
그때였다.
+2
1. 갑자기 욕실에서 료의 비명소리가?!
2. 그런거 없다. 그냥 나온다.
@참고로 장례식장이 고요한 이유는 일본의 장례식 문화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곡소리를 내면 실례라고 하더군요.
료?!
나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료의 비명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당황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화장실로 뛰어갔다.
꽝!
"료! 괜찮아? 무슨 일..."
깡!
"무, 무슨 짓이야?!"
기절하기전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나의 머리를 친 샤워기가 료의 손에 들려있는 상태로 물을 뿜어내는 장면이였다.
으으으... 머리가...
"아! 괘, 괜찮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 처음으로 본 것은 어쩔줄 몰라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는 갈색 피부의 여성과 그 여성의 옆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기묘한 소녀였다.
소녀는 그녀의 몸보다 더 커다란 옷을 입고 있어 소매 안으로 두 팔이 전부 들어가 있었다.
"...미안 료. 깜짝 놀라는 바람에..."
"나, 나야말로 미안. 나도 깜짝 놀라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나와 료가 어찌할줄 몰라하는 사이, 기묘한 소녀는 어느새 다가와 나의 이마를 만졌다.
나는 당황하여 깜짝놀란 상태로 그 기묘한 소녀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소녀의 얼굴에선 그 무엇도 관찰하기 힘들었다.
"...괜찮아?"
나는 처음으로 그 기묘한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니, 사실 처음은 아니다. 폭우가 쏫아지고 있을 때, 그녀를 집으로 데리러 오면서 이미 소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비에 섞여 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는 내 머리속에 잘 각인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소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예쁜 목소리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바로 깨달았다. 내 생각이 입밖으로 그대로 꺼내졌다는 것을.
나는 다시 당황하여 그 소녀에게 사과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관찰하기 힘든 소녀의 표정 때문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저기 꼬마야."
아무것도 하지 못한체 소매를 걷고는 나의 이마를 만지는 소녀의 행동에 결국 료는 소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나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는 료를 바라봤다.
"일단 그러니까, 음..."
나는 둘의 대화 도중에 스리슬쩍 일어나 앉았다.
"이름이 뭐니?"
"...우메."
"응?"
"시라사카... 코우메."
소녀의 얇고 끊어질 것만 같은 목소리에서 소녀의 이름이 나왔다. 시라사카 코우메. 그거 소녀의 이름인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난 소녀에게 이름도 안물어봤다.
"예쁜 이름이네. 내 이름은 마츠나기 료야. 잘부탁해."
료는 소녀에게, 아니 코우메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주저하더니 고사리같은 작은 손을 소매체로 내밀어 료와 악수했다.
지금 보니 코우메가 입고 있는 옷은 내 옷이다. 그래서 코우메에게 맞지 않아 소매가 펄럭거리던 모양이다.
나는 료를 불러 그녀에게 코우메를 데리고온 정황을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료의 반응은... 말하자면 이랬다.
"...제 정신이야?"
...그리 좋지는 않았다.
"아니 그게..."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집에 데려왔다고? 미친거야? 물론 네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건 아니지만 누군가한테 신고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오해사기 딱 좋은 상황, 아니 오해해달라고 애원하는거잖아!"
"...그렇게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씻기는건 괜찮고?"
"그, 그것도 그렇지만..."
나와 료는 동시에 할말을 잃었다.
"...어떡하지."
"...일단 경찰에게 신고를..."
"안돼요!"
료의 말을 끊고, 코우메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 둘은 깜짝 놀라 코우메를 바라봤다.
코우메는 벌떡 일어나 몸을 부들거리며 거친 숨을 쉬고 있었다.
"경찰에... 연락하지 말아줘..."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우메는 경찰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지 전력을 다해 외쳤다.
그리고는 코우메는 기절하듯 쓰러졌다.
"코우메!
료는 쓰러지는 코우메에게 달려가 그녀를 받았다.
...어떡하지?
+2 나는...
1. 그래도 경찰에 연락한다.
2. 경찰에 연락하지 않는다.
나는 쓰러진 코우메를 받은 료에게 물었다.
"으, 응?"
료는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건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이 아이. 어떡해야할까."
"...글쎄. 경찰에 연락을..."
'안돼요!'
...생기 없던 코우메의 마지막 단말마가 아직도 귓속에 멤돈다.
"......"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럴때... 이럴때 누나가 있었다며...
꽉 다문 입술 사이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잠시간의 침묵 끝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료가 입을 열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하는건 유보하는게 좋을까?"
료는 말을 꺼냄과 동시에 자신의 자켓을 벋어 쓰러진 코우메에게 덮어주었다.
한쪽 눈을 가리는, 옛날에 꽤나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을 한 코우메는 나의 후드티를 입어 팔 안에 소매가 들어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상의와는 다르게, 코우메의 하의는 코우메에게 맞는 짧은 체크무늬의 치마였다.
...치마?
"...료."
"응?"
"저 치마... 어디서 난거야?"
"아... 그, 그게..."
료는 내 질문을 듣고 당황하여 우물쭈물거렸다.
"...미안. 사실은 서랍을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했어. 아마..."
"그만."
나는 손을 들어 료의 말을 멈췄다.
사정은 이해했다. 막상 막무가내로 코우메를 씻겼지만 옷이 없어 서랍을 뒤지던 중, 상의는 내 후드티를 입혔지만 하의는 다행히도 코우메에게 맞을 사이즈의 치마를 발견했겠지. 아마 그 치마는...
"누나 옷인가..."
절약정신이 몸에 벤 누나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버리지 못했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에게는 맞지 않는 어릴적 옷이더라도.
...그런 핑계를 대긴 했지만 나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옷들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절약 때문이 아니라, 옷을 보며 과거를 떠올리기 위함이라는 것을.
...누나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버리지 못했었다. 심지어 과거 마저도.
...젠장.
"그... 미안."
료는 내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나는 어쩐지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뭘. 내 옷도 아닌걸."
"그, 그렇지만..."
료는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보다."
나는 료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아이. 코우메. 어떻게 하지?"
"음..."
료는 내말을 듣고 한참동안을 고민하다가 답했다.
+2
1. 내 집에서...
2. 네 집에서...
"...일단 우리 집에 데리고갈까?"
료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다.
"...괜찮아?"
"응? 아..."
료는 내 말을 듣더니 무언가를 알아챈 듯이 탄식과도 같은 단말마를 내뱉었다.
"...우리 집주인. 그런거에 까다롭지."
료는 입술을 앙하고 물었다.
마츠나가 료. 그녀는 원래 흔히 말하는 '아가씨'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도쿄대에 붙자마자 집안과는 연을 끊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고 한다. 어찌어찌 방을 잡았지만... 집주인은 전에 나도 만나본적이 있다.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을 격렬하게 싫어했었지 아마. 무슨 일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는게 집주인의 특기였다.
"...어떡하지."
확실히 우리 둘은 사회생활에 능숙하지는 못한 것같다. 어릴적부터 아가씨로 자라와서 일반적인 생활을 격지 못한 료와, 누나의 과보호 속에서 누나에게만 의지하며 살았던 나. 둘 모두 사회인으로써는 빵점이다.
료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고민하기 전에, 내가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 집에 머물게 하자."
"뭐?"
료는 당황하여 특유의 갈색 얼굴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잠깐, 그게... "
"괜찮아. 원래 두 명이 살던 집이였는데."
"......."
료는 말을 잇지 못했다.
"두명이 살려고 샀던, 아니 정확히는 빌렸던 집이니까. 이 아이가 살아도 충분할거야."
나는 쓰러진 기묘한 소녀, 코우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료는 그런 나와 코우메를 바라보더니,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들어가볼게."
"그래."
해가 지자, 료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그런 그녀를 마중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료. 잘자."
"...너도."
끼이익
오래된 집의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료는 나의 집을 떠났다.
"......"
나는 다시 코우메에게로 돌아와 아직 자고 있는 코우메를 내려다보았다.
자고 있는 그녀에게서는 아주 작고 연약한 숨소리가 겨우 들려왔다.
나는 그녀를 안아들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내 방의 문을 열고 코우메를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나는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거실의 소파에 주저앉았다.
한사람이 누울 정도로 커다란 소파는, 누나의 고집에 의한 것이였다.
'어차피 같은 침대에서 잘거면서 왜 이렇게 큰 소파를 산거야!'
'에헤헤헤...'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바보처럼 헤실헤실 웃어대는 누나가 생각났다.
나는 소파에 그대로 누웠다.
피곤하다.
오늘은 왠지, 빨리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2
1. 스스로 일어났다.
2. 코우메가 깨웠다.
"...!"
나는 무언가 차가운 것이 내 피부에 닿는 감촉을 느끼며 눈을 떴다.
나는 눈을 비비고는 찌뿌둥한 몸을 움직였다.
"누나?"
"....."
아.
내 눈 앞에 보이는건 누나가 아니라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하는 소녀, 시라사카 코우메였다.
...어째서 누나라고 생각한걸까. 누나는 이미...
...젠장.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기 싫어 투정은 부리는거겠지 아마.
나는 머리를 쥐어잡고 코우메를 바라보았다.
"네가 깨운거니?"
코우메는...
+2
1. 아무 반응이 없다.
2.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어 머리를 긁었다.
"그러니까... 코우메? 코우메라고 불러도 될까?"
"......"
코우메는 긍정을 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갈 곳이 있니?"
"......"
"부모님은?"
"......"
코우메는 두 질문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출같은건 이닌 모양이다. 그녀를 처음 발견했을때의 그 기묘한 기모노도 그렇고, 어딘가 신비한 소녀다.
"음..."
나는 뭐라고 할지 떠오르지 않아 말을 주저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누나를 따라서 고아원 봉사를 자주 갈걸.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야?"
코우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작고 가녀린 하이톤의 목소리이다. 어딘가 소름 돋는다고 느껴지지만... 동시에 어딘가 친절하다고도 느껴지는 목소리다.
그런데 착한 사람이라...
"아니. 응."
"......?"
코우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코우메."
"응."
"어디로 갈 곳도, 머물 곳도 없다면."
나는 코우메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역시 사회성이 모자란지도 모르겠다. 아마 누나라면, 그래 누나라면. 더 좋은 대답을 찾을 수 있겠지. 더 보편적이지만 친절한. 하지만 누나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나는 이런 대답 밖에는 찾지 못하겠다.
"나랑 같이 살지 않을레?"
"......"
코우메는 내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그리곤 내 눈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한쪽 밖에 보이지 않는 눈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한 사람이야?"
나는 그런 코우메를 바라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대답했다.
"...응."
나중에 코우메에게 들은 말에 따르면, 나는 그날 처음으로 웃었다고 한다.
코우메는 작고 차가운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맞잡았다.
이게, 나와 코우메의 기묘한 동거의 시작이였다.
하루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뤄지며 각각의 시간마다 주인공의 행동이 가능합니다. 캐릭터들의 호감도나 행동에 따라 이벤트가 펼쳐지며 시간과 계절은 상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하렘물이지만 그렇다고 주인공이 여성들을 후리고다니지는 않으니 기대하셨던 분들은 죄송함다... 배드신은 그리 잦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없는건 아니니 기대하시면... 실망하시겠죠 아마. 동정한테 뭘 바라는겁니까?(?)
아무튼, 재밌게 봐주세요~
1일차 아침
장소 : 집
시라사카 코우메
호감도 : 3. 코우메는 당신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2 무엇을 할까?
1. 식사
2. 대화(대화가 채택됬다면 선착순으로 2개 선정)
3. 외출(+같이 나갈 인물도 적어주세요. 만일 혼자라면 필요 X)
나는 소파를 짚고 일어났다.
내가 몸을 움직이자 코우메는 작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나는 어찌해야되나하고 생각하다가 결국 그냥 그녀를 두기로 했다.
나는 냉장고의 문을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확인했다. 냉장고 안에는 누가 청소를 마친 것처럼 깔끔했다.
나는 쩝하는 소리를 내고 머리를 긁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이 어제 료가 준 죽을 꺼냈다.
오랜만에 먹는 음식이니까 죽이 좋겠지. 코우메에게는... 미안하네.
나는 검은 비닐봉지에서 죽을 꺼내 전자렌지에 돌렸다. 아마 두 사람분은 충분할 것이다.
전자렌지는 위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 빛을 뿜었다. 나는 식탁에 젖가락 두 짝과 그릇을 놓고는 기다리며 코우메를 슬쩍 보았다.
코우메는 노란 빛을 내며 돌아가는 전자렌지가 신기한듯이 바라봤다. 뭐지? 전자렌지를 모르는건가?
설마. 21세기에 전자렌지를 모르는 사람이...
나는 문뜩 코우메가 입고 있던 기묘한 기모노가 떠올랐다. 지금은 세탁기에 돌아가고 있는 붉은 기모노. 혹시 코우메는 꽤나 전통적인 환경에서 자라온건가?
내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전자렌지에서 땡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뜨겁게 데펴진 죽을 전자렌지에서 꺼내고 식탁 한가운데에 두었다.
"코우메?"
"......!"
코우메는 전자렌지를 바라보다가 내가 부르자 움찔했다.
"배고프지 않니? 별건 없지만 좀 먹을레?"
내가 죽을 들고는 코우메에게 보이자 잠시후 코우메는 조심스럽게 식탁 의자에 앉았다. 나는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코우메의 앞에 놓인 그릇에 죽을 약간 부었다. 코우메는 어설프게 젖가락을 들고는 죽을 먹더니 놀란 눈을 취했다. 혹시 입맛에 맞지 않는건가?
그러나 코우메는 이내 곧 정신없이 죽을 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코우메를 보고는 안심하고 젖가락을 들었다.
...맛없어.
+2 무슨 얘기가 나올까?(코우메가 주인공에게, 또는 주인공이 코우메에게. 아무 얘기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료를 P의 여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중.)
어딘가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해보이는 료의 결점을 발견한 것에 대한 흥미인지, 어떻게하면 죽에서 단맛과 짠맛이 이렇게 안어우러질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인지 모를 것이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런 죽을 맛있게 먹고 있는 소녀, 코우메를 바라봤다.
맛있게도 먹네.
원래라면 게걸스럽다는 표현이 붙을 것 같이 먹는 모습이였지만 왠지 코우메가 먹는 모습은 흐믓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나는 코우메를 조용히 바라봤다.
이런 내 시선이 코우메에게 불편함을 줬던 걸까? 코우메는 갑자기 눈을 위로 치켜뜨고 내쪽을 쳐다보더니 작은 입술을 그릇에서 떨어트려놓았다.
앗차. 너무 처다본 모양이다.
나는 내 실수에 어찌할줄도 모르고 머슥하게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탁자를 중심으로 대척점에서 나는 고개를 괜히 이리저리 돌리며 어색함에 빠져 있었고 코우메는 어깨를 좁히고는 바닥을 쳐다봤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코우메?"
"......"
코우메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나는 코우메의 반응에 어찌할줄 모르고 손을 이리저리 움지이며 말을 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료가 간절하게 그리웠다. 의외로 아이를 잘보던데 료.
"그... 혹시 뭐 궁금한거나 그런거 있니?"
"......"
코우메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들고는 소심하게 물었다.
"...다른 언니들은 언제 와?"
...응?
나는 코우메의 질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시 사고를 정지했다.
그리고는 다시 두뇌 회로를 재작동 시켰다.
"...언니?"
"응."
코우메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게... 그러니까..."
나는 대답을 찾지 못하고 웅엉거렸다.
"...아저씨는."
코우메는 그런 나의 다음 대답을 제치고 먼저 입을 열었다.
"나를 아껴주고... 계속 변해... 아파... 힘들어..."
"그러니까... 아저씨처럼... 아저씨도 언니들... 불러?"
...뭐?
나는 코우메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내 생각은 이어지는 코우메의 말에 의해 막혔다.
"지금도... 있잖아..."
나는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섬득함을 가지고 코우메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게도, 내 뒤엔 아무도 없었다.
"아..."
코우메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2 나의 반응
1. 왠지 무섭다. 더 물어보지 말자.
2. 무슨 여자를 본거냐고 묻는다.
언젠간 리메이크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