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코는 이럴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은걸까."
"응? 글쎄? 모모코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지 않을까?"
"...바로 대답해주는건 참 좋은데, 방금 한 대답은 앵무새처럼 모모코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거 아닐까나?"
"지, 진심이었는데..."
멋쩍은 웃음을 흘리면서 언니가 모모코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렸어.
"...아니면 뭐,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굳이 말을 안꺼내고 조용히 가도 괜찮잖아. 지금 모모코랑 내가 뭐 토크쇼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멘트를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예능 패널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스오 모모코 양!"
"......언니."
...뭐, 모모코도 알아.
언니가 일부러 이야기를 피하는 것 정도는, 모를 수 없지. 모모코가 초등학생이지만, 그래도, 사람은 꽤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하니까, 대하는 방법같은거... 대충은 어떤지 느껴진다구.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인걸? 모모코가 언니를 하루이틀 봐온것도 아니고 말이지.
물론 언니의 의도에 맞춰서 적당히 우스개소리를 해서 만담으로 흘려보내는 것도... 괜찮을거야.
그렇지만.
>>+1
1. "...아까 무슨 이야기를 했었던거야?" "으으음......"
2. "...고마워 언니." "...에? 갑자기??"
"...아침에, 회의실에서 모모코가 앞으로 어디서 지낼지 이야기 할 때."
"...모모코."
"...모모코가 끝까지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밖으로 멋대로 나가버려서 미안해. 언니."
...언니가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어. 입은 꾹 다물고 있고...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입원하시게 되어가지고. 엄마랑 아빠한테 연락이 가고. 모모코를 혼자 방치할 수 없다고 엄마랑 아빠가-"
"그만."
언니는.
"...그만하면 됐어."
"...그런가?"
"...다시 입에 담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는 하지마. 모모코가 들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는데. 회의실에 모모코가 같이 있게 했던건 내 잘못이었어. 미안해."
"...사과할 필요 없어, 언니. 모모코도, 대충 그렇게 될거라고 알고는 있었으니까."
...오히려, 모모코 스스로가 중간에 더 못듣겠다고 뛰쳐나갈거라 생각을 못하고 꾸역꾸역 듣겠다고 자리에 앉은 모모코가 잘못했으면 잘못한거지.
"...그래, 이 이야기를 빨리 끝내려면 내가 모모코가 원하는 대답을 빨리 해줘야 한다는 뜻이구나아."
"역시 언니는 이야기가 빨라서 좋아."
아까도, 모모코가 뛰쳐나간지 얼마 안지나서 엄마랑 아빠가 돌아갔으니까.
"그래서, 언니는 뭐라고 이야기 했길래 아빠랑 엄마가 서로 모모코를 데려가겠다고 말싸움하는걸 단번에 말리고 돌아가게 만든거야?"
오늘 아침 일찍, 시어터로 출발하기 전에...할머니 댁에서 모모코의 짐을 대부분 다 챙겼지. 응.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야. 할머니께서 계시지도 않는데, 아직 초등학생인 모모코가 혼자서 지내는 건 역시 어렵다고 언니도, 엄마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그렇지만...
...엄마나 아빠는 모모코가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고 아까 그래버렸고. 할머니는 병원에 계시고.
사실, 모모코는 언니하고 지내고 싶긴 했지만... 언니의 방은 둘이 지내기엔 좁고, 도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모모코, 학교도 다녀야하고 언니 도움 없이도 시어터에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언니가 사는 곳은 그걸 생각하면 차가 없으면 애초에 나갈 수 없는 곳이기도 했고...
...뭐어, 언니가 언니가 방 정리같은거 거의 안하고, 대부분은 퇴근도 제대로 안하고 시어터의 수면실에서 잔다는 걸 생각하면 보호자로서는 정말 빵점...
...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걸 느꼈으면 좋았으련만. 생긴거에 비해 여자력이 왤케 부족하냐구, 언니는.
...아무튼, 그래서.
"...왜 안나 씨야?"
언니가 선택한 건... 안나 씨였어.
이상하지?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안나 씨는 고작해야 모모코보다 세 살 많을 뿐인데. 언니는 왜 안나 씨한테 모모코를 맡기려고 한걸까? 모모코, 분명, 안나 씨가 가을 쯔음 까지만 해도 제대로 일어나질 못해서 리허설 시간에 늦어서 언니가 불같이 화를 내며 나오 씨랑 같이 데리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말야...
언니는, 아까와는 달리 별로 고민하지 않고 금방 대답했어.
"뭐,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아니고."
"응?"
"안나가 가장 편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모모코가 지내기에는."
"...하아?"
...안나 씨가 가장 편할거라고?
"...모모코, 뭐랄까. 안나 씨랑은 그렇게 엄청나게 친하진 않은건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길 바라는거구나? 선배."
"당연하지."
타이밍이 좋았다고 할까. 딱 신호가 걸려줬어. 언니가 입을 삐죽이며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게 보여. 저럴때 보면...운전대에 몸을 기대는데, 몸을 푹 기대는거 같은데도 용케도 경적은 안 울리는게 신기해. 요령이 있는걸까? 물론, 이런 요령을 배워봤자 쓸모가 있는건 카오리 씨 정도겠지만...
"...하나하나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면 괜찮을거같네."
"응. 상관없어."
"자, 그럼 일단 첫번째로. 모모코랑 가장 친한 이쿠라던가, 아니면 아리사네 집. 이런데 간다고 생각해보자."
슬쩍 고개를 모모코 쪽으로 돌려 모모코를 바라보는 언니.
"이쿠나 아리사나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지. 그치?"
"응, 당연하잖아."
"...이쿠네 부모님이나 아리사네 부모님이 모모코를 계속 손님으로서 배려해주고 신경써주고 할텐데. 그런 곳에서 맘편히 쉴수 있어?"
......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생각 안하고 맘편히 쉴수 있어? 이쿠나 아리사가 어렵다면. 세리카네 집? 하코자키 가라면 손님 방이 충분히 있겠지만. 세리카네 집이라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겠어? 아닐걸? 신경 써주는 것 그 자체가 하나하나 마음에 걸리고도 남을거야. 이쿠나 아리사나 세리카가 신경 써주는건 그러려니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단순히 하루이틀 놀러간게 아닌 이상 모모코가 못 버틸거야."
"...자, 그럼 다음. 그럼 부모님들이 없을 다른 자취하는 애들? 줄리아나, 츠무기나, 아니면 성인조인 리오? 안돼. 아예 혼자 살던 사람이 갑작스레 하루 아침에 동거인이 생기고 생활 패턴이 바뀌는 건 누구라도 쉬운 일이 아니야. 모모코에게든, 같이 살게 된 사람에게든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테지. 모모코가 싫어서? 아니. 생활이 갑작스레 바뀌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건, 이미 모모코부터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 그렇지?"
......
"그럼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진 않고, 혼자서 안 살고 있는 사람... 음. 코노미 씨 정도려나? 코노미 씨라면야 부탁하면 바로 군말없이 오케이 할거지만... 코노미 씨의 동생인 카린 쨩은... 아무래도 아이돌이 아닌 일반인이다 보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는 애들이랑 큰 차이가 없을거 같지. 모모코가 카린 쨩이랑 인사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왜 안나 씨인건데."
"안나네 동생 이야기는 모모코도 들어봤지? 346의 아이돌 연습생인 그 히지리 쨩."
"...모모코는 있는지도 몰랐지만."
뭐어... 아리사 씨나 유리코 씨나 카오리 씨가 이야기 하는 걸 들어보긴 했고... 노래 했던거 아리사 씨가 녹음해뒀던거 들어보기도 했고, 안나씨 보러 온다고 시어터에 왔던걸 먼발치에서 봤던 적도 있긴 했지만... 대충 안나 씨랑 달리 금발인거 말고는 잘 모르는걸.
애초에 안나 씨랑 언니가 워낙 꽁꽁 숨겨왔어서 아무도 몰랐으니까 말이지.
그런 느낌으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언니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신호가 바뀌어버린 탓에 언니가 슬그머니 앞을 바라보며 차를 출발시켰어.
"원래는 안나랑 같이 안 지내고 있었는데 동생-히지리 쨩이 안나랑 같이 지내고 싶다고 그랬거든. 사실은 아까 모모코한테 말했던 거 처럼, 생활이 갑작스레 바뀌면 스트레스가 상당할거라서 내심 반대하는 편이었지만, 히지리 쨩 쪽에서 강력히 원하길래 1달 정도만 같이 지내보는 걸로 조건을 걸고 동의해줬어."
"...흐응..."
"뭐, 결과는 모모코도 대충은 알지? 안나가 온모드가 아니어도 조금은 더 활발해지고, 지각도 안하고. 평소에 졸거나 하지도 않고. 내가 챙기러 가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잘 확인해서 늦거나 하지도 않고. 언니로서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그런게 있어서 그런가?"
"...뭔가 안나 씨의 지각 관련해서 이야기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 건데."
"까놓고 말해서 히지리 쨩 앞에서만 이야기 안해주면 될거아냐."
"...그래서 안나 씨한테 맡긴다?"
"뭐, 자취하는 아이돌들 중 안나가 가장 큰 방을 빌리기도 했고, 안나가 지내는 맨션이 보안도 나쁘지 않고, 안나네 맨션에서 시어터나 모모코네 학교나 둘 다 거리도 나쁘지 않고. 안나네 방에 유리코나 아리사가 자주 놀러가는데다가, 나도 자주 들러볼 수 있는 위치이고. 사람이 많이 오가는데도 안나나 히지리가 막 싫어한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거든."
......흐음......
대충 이유는 알거 같아. 딱 한마디로 정리는 잘 안되지만... 언니가 무슨 분위기에서 콕 집어서 안나 씨를 선택한건지 같은건.
"...뭐, '왜' 안나 씨인지는 잘 알겠어."
"...어라, 이걸로 끝난게 아닌건가...?"
그렇다면 다음은.
"그럼, '어떻게' 안나 씨를 설득한거야?"
"...어...?"
"뭐야. 아무리 언니처럼 무책임한 사람이어도 '한명만 더 재워줘! 기한 없이!' 하고 밀어붙이는 걸 안나 씨가 '응...알았어...'하고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그, 나에 대한 비하는 자연스럽게 들어가있네요, 모모코 선배...?"
언니의 입꼬리가 파들거리는 걸 보니까 조금은 만족스러울지도. 뭐, 그렇다고 추가타를 더 안넣을건 아니니까.
"모모코가 언니를 하루이틀 보는건 아닌건데. 대충대충 하는 부분은 아예 신경도 안써서 리츠코 씨가 불같이 화내는걸 모모코가 한번도 못봤을거같아?"
"...크윽..."
"흐흥~ 부정 못하겠지?"
"......"
"아무튼 그래서. 대체 어떻게 설득한건데? 생활패턴 바뀌는건 엄청나게 스트레스라고 언니가 직접 설명해놓고. 안나 씨처럼 은근히 고집 센 사람을 뭐라고 설득했길래 이렇게 하루아침만에 동의를 받아냈냐구."
"...어떻게, 라고 할만한건 딱히 없는데..."
잠깐 뜸을 들이던 언니는...
"...정말로,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어. 그저, 모모코도 한동안 같이 지내도 괜찮겠냐고만 물어봤어."
...그냥, 그렇게만 이야기했어.
"...안나도, 모모코처럼 숨기던게 있었으니까. 그런거에 대해 굳이 깊게 캐묻고 궁금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줬고. 그런 점에서 시어터 멤버들 중 가장 모모코가 마음 편히 있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해."
"...그런가아..."
...솔직히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왔다갔다 해야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언니가 용케도 한번에 다-심지어 모모코의 란도셀까지 포함해서 짐이란 짐을 언니가 혼자서 전부-집어들고 바로 방까지 올라온건 너무 심하게 놀라웠달까.
지금이 좀 추운 날씨라 해도 그렇지, 그렇게나 많은 짐을 한번에 들고 올라오는 데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하지 않을까나? 언니? 모모코가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그래도 꽤 똑똑한 편이라고 생각하는건데. 진짜로 아무런 이상함을 못느낄거라 생각하는거려나? 모모코를 바보 취급하는거려나?
...이거봐. 너무 이상하다보니 모모코 혼자 독백하는 것마저도 꼬이잖아. 뭐냐구 대체. 진짜 사람 맞아? 사실 이런 의심은 모모코만 하는건 분명 아닐거야. 다들 겉으로 말만 안하지 언니의 정체에 대해서 엄청엄청 궁금해할게 분명하다고.
그런 의미를 담은 시선을 쭉-던지고 있으니 언니가 뭔가를 느꼈는지 모모코 쪽을 돌아보았어.
"...? 왜 그래?"
...또 막상 그렇게 언니를 마주보니 이상한 생각은 싹 가라앉아버렸지만 말야.
"......아니, 아무것도."
...그야... 뭐, 언니가 힘 세다는거 정도는 모모코도 잘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모모코가 가져온 짐이 적은 건 아닌데 어떻게 그걸 한번에 다 들고 올라올 수 있었는지가 전혀 이해가 안가.
응. 솔직히 모모코, 전부터 쭉 언니가 사람인지 굉장히 의심스러워서 언젠가는 못참고 물어볼거 같긴 한데 말야, 음. 오늘 정도는 참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모모코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뺨을 연신 긁적이던 언니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아니면 뭔가 이야기를 돌려보려는 듯 말을 꺼냈어.
"...어떻게, 짐은? 푸는것도 도와줘?"
"그야 안나 씨가 오고 난 다음에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집 주인들도 방에 없는데 모모코 멋대로 짐을 풀고 내려놓는 건 당연히 예의가 아니겠지? 응?"
"...마, 맞습니다 선배...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모모코한테 딱히 눈치보일 것도 없으면서 눈치보는 시늉을 하진 말라고."
모모코의 지적에 움츠리던걸 멈추고 다시 자세를 바로하는 언니. 그러고는 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쇼파에 털썩 앉았어. 모모코가 계속 서있을거 같으니까 저런거 같긴 한데...
...뭐, 안나 씨가 올 때까지 계속 서있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지.
지쳤다는 듯 쇼파에 푹 기대어있는 언니를 뒤로 하고, 모모코는 거실을 쭉 훑어보았어. 쇼파 앞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게임기나, 거실 구석에 있는 컴퓨터랑 헤드셋... 벽에 달려있는 커다란 자석보드판에 붙어있는 안나 씨와 시어터 멤버들의 사진과, 안나 씨의 이번 달 스케줄표... 누가 봐도 모치즈키 안나의 방, 이라고 생각할 법한 공간이야.
하지만 그 중간중간, 안나 씨 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물건들도 보이네. 보드판에 안나 씨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시어터의 스케줄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레슨 스케줄표하고...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안나 씨와, 금발머리 여자애의 투샷 사진.
...응, 이 아이가 히지리, 겠지. 안나 씨의 동생. 뒷모습만 슬쩍 봤던 터라 얼굴은 이 사진으로 처음 봤어. 뭔가... 얼굴에 안나 씨가 조금 보이는 듯 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르구나 싶어. 느긋느긋해보이는 느낌은 오프 모드의 안나 씨랑 비슷해보이는데... 그거 말고는 머리 색이나, 눈동자 색이나... 안나 씨랑 완전히 달라. 동생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 안해주면 동생인지 잘 모를 정도야.
...안나 씨 동생이랬으니까 모모코랑 나이가 비슷하려나. 어쩌면, 그래서 언니가 굳이 안나 씨네 방으로 모모코를 보낸걸지도 모르겠어.
뭐, 그런거 말고는 딱히 더 둘러볼것도 없고... 주인도 없는데 너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모모코도 언니 옆에 앉았어.
...그리고, 이젠 해야만 했던 말도 슬슬 해야하고.
"...그래서. 언니, 슬슬 안 가봐도 되는거야?"
"...음."
"이미 지금도 해야할 일 엄-청 펑크내고 온거, 모모코도 모르는건 아니거든."
모모코의 말에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면, 정곡을 찌른 모양이야.
물론 뭐 당연히 말하나 마나, 언니가 이렇게 여유부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모모코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인걸.
언니는 모른척, 퉁명스러운 척을 하면서 대꾸했어.
"...아이돌 케어가 0순위, 잖아."
"그치만 언니 담당은 모모코만이 아니잖아."
시어터의 모두가 언니만 바라보고 있는걸. 모모코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야.
"...모모코."
모모코는 그런 사람한테 마냥 어리광만 부리며 달라붙을 정도로 어린애가 아니라구.
...그치만, 이렇게 솔직히 말해버리면 언니가 더더욱 안갈게 뻔하니까... 조금은 쫓아내는 말을 해볼까.
"언니가 모모코 핑계로 계속 농땡이 피우며 리츠코 씨랑 미사키 씨한테 일을 죄-다 떠넘기면 모모코까지 시어터에서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거라구? 언니야 뭐 미사키 씨랑 리츠코 씨한테 항상 죄인인거처럼 얼굴 푹 숙이고 다녔다고 해도 모모코까지 그러고 다니게 만드는건 조금-"
"-네에네에. 잘 알겠습니다, 모모코 선배."
언니는 푹, 하고 모모코의 머리를 꾸욱 누르면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어.
"선배 명령이니까, 사축은 가서 열심히 일해야겠지요. 네이네이."
"언니는 프로듀서잖아? 당연히 맡은바 일을 다 해야지. 그리고 모모코 머리카락 그만 망가뜨리라구. 언니가 맨날 습관적으로 만져대는 통에 스케줄에서 곤란했던게 한두번이야?"
"오늘은 오프잖아."
"습관적, 이라고 모모코가 분명 말하지 않았으려나??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 말하는거니까 말이지??"
차갑고 보드라운 언니의 손길을 받다보면, 손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라는게 무슨 말인지 알것만 같은 기분이야. 괜히 쑥쓰러워져서 더 퉁명스럽게 말하게 되고. 그런데도 언니는 장난을 쳐주든, 아니면 아무말을 안하든, 모모코를 이해해주고.
...그래서, 맨날 투정만 부리는데도 모모코한테 늘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언니한테는... 모모코도 늘 감사하고 있다구.
쓰다듬으면서 모모코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언니가 문득,
"...안나는 몰라도, 히지리 쨩한테까지 못되기 굴기 없기다?"
...뭔가, 모모코의 코 끝이 살짝 시큰거리던걸 쏙 들어가게 만드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어.
응. 시큰거리는 대신 뭔가 부글부글거리기 시작하는건데.
분명 모모코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빤히 다 알면서 꼭 이런식으로 나오니까 모모코가 정말 화가 나는거라구. 일부러 그러는건 알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잖아.
"...언니는 모모코를 대체 뭘로 보는거야..."
아니... 상식적으로 오늘 처음 만날, 시어터 동료의 동생한테 시작부터 틱틱거리고 들어갈정도로 모모코는 앞뒤 경우 없는 철부지가 아니니까 말이지?
"...믿는다?"
...언니가 정-말 가끔만 보여주는 저 불안해보이는 미소가 모모코를 결국 폭발하게 만들었어.
"...모모코, 슬슬 화내도 되는 타이밍 같은건데. 어떻게, 모모코가 화내는거 쭉- 다 듣고 갈래, 아니면 빨리 가서 업무로 복귀할래?"
"으아아아, 모모코 선배의 잔소리를 듣고 사무실에서 아오바 씨랑 릿쨩 잔소리까지 듣는건 너무 잔혹하지 않을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언니는 도망치듯, 방에서 달려나가듯 빠져나갔어. 그리고 그렇게 언니가 빠져나간 안나 씨의 방은... 정말이지, 조용해졌어.
...뭐, 쫓아낼려고 쫓아낸거긴 하지만... 막상 언니가 빠져나가니까, 한번도 와본적 없는 공간에, 집 주인도 없이 혼자서 앉아서 기다리려니... 엄청나게 어색하네.
...근데, 그러고보니... 오늘 안나 씨, 스케줄이 언제 끝나더라...? 생각해보니, 안나 씨한테 안나 씨 동생인 히지리를 소개받든가 해야지, 모모코 혼자 멋대로 방에 들어와서 기다리다가 서로 인사하게 되는거 같은거 굉장히 어색하지 않을까...? 아니, 바깥에서 보는거면 몰라도, 방 안에? 한번도 찾아왔던 적이 없던 손님이 멋대로 들어와서 집 주인인양 기다리고 있다가 집주인을 맞이하면서 인사를 한다?
[어... 안나는 아마 저녁 전에 끝나고 들어갈테고. 음... 안나한테 들은바로는 히지리 쨩은 아마 레슨 끝나고 곧장 출발한다고 했으니까... 아마 한두시간쯤 뒤엔 오지 않을까? 아마도 안나보단 히지리 쨩이 더 먼저 오겠네.]
바로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언니는 운전 중이라서 그런지 심드렁하게 대답했어.
"...언니."
[응?]
"...있지. 모모코가 안나 씨나 언니한테 안나 씨 동생인 히지리를 소개받지 않고서, 손님이 주인도 없는데 멋대로 집에 들어와서 앉아있다가 주인이 들어오는걸 마중나가서 첫 인사를 건네는게 예의가 맞는걸까?"
[어라, 천하의 스오 모모코 선배가 그런걸 신경쓰는 타입이었-]
"화낸다?"
[-긴 하죠...네...]
...그렇게 바로 쭈그러들거면 대체 왜 모모코의 속을 긁는 말을 하는거냐구.
"...으으으..."
[...어쩔까. 지금이라도 내가 돌아갈까?]
"됐.거.든.요?!"
모모코를 무슨 보호자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어! 모모코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
[...그, 일단 아까 안나한테 설명할 때, 히지리 쨩한테는 미리 연락좀 해달라고 했었으니까. 레슨 중이라 전화는 못받더라도 아마 안나가 메일은 미리 보내놨을거야.]
"...안나 씨가 혹시라도 깜빡하거나 하진 않았겠지...? 언니가 지금이라도 직접 메일을 보내서 알리거나 하면 안되는거려나...?"
그치. 이렇게 해서 미리 소개를 해두면 모모코의 체면이 조금이라도 지켜지지 않을까 싶은건데. 조금은 덜 어색해지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걸어봤는데...
새하얀 얼굴, 금발머리, 빨간 눈동자. 무슨 일이 일어난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얼빠진 표정. 그리고...와아, 속눈썹 엄청 길어. 저렇게까지 속눈썹이 긴 건...에밀리? 응. 에밀리 이후로는 처음 보는거 같아.
...대충 첫인상 느낌만 보자면, 안나 씨의 분위기가 풍기는... 언니?
아, 생각해보니 언니도 금발에 붉은 눈동자였지 참. 그렇게 보면 솔직히 안나 씨 동생이라기 보단 언니의 동생이나 딸같아 보ㅇ...아, 이건 너무 나갔나...
아무튼 당황해서 그런건지 살짝 얼어붙은 그 아이에게, 모모코는 쇼파에서 일어나서 다가가서 인사를 건냈어.
"응, 만나서 반가워. 나는 스오 모모코."
"에에..."
"그쪽이 안나 씨의 동생인 모치즈키 히지리. 맞지?"
살짝 눈동자가 커지는 걸 보니, 모모코가 이름을 알고 있는거에 조금은 놀랐나봐. 아니, 그치만 모모코가 모를리가 없잖아? 시어터에 찾아온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모코가 있을 때 찾아오기도 했었고. 모모코랑 직접 마주친 적은 없었더라도 아리사 씨가 이야기하는걸 들어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단 말이지.
모모코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까,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던 히지리도 정신을 차린건지 서둘러서 인사했어.
"에, 으응... 만나서, 반가워...요..."
...아니, 얘도 안나 씨 동생이라고 연상에게 존대하는 타입인거야? 그렇게 딱딱한건 346의 그 타치바나 씨나 사쿠라이 씨 정도로 충분한건데. 보나마나 안나 씨 동생이면 어리면 모모코랑 같은 나이거나, 많아도 뭐 세리카 정도? 그러긴 하겠지만. 그래도 모모코는 호칭 말고 다른거로 존대받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으니까 말이지?
"모모코랑 나이도 비슷할텐데 굳이 존댓말 할 필요 없잖아? 편하게 해도 되니까?"
...그래... 아무리 그래도 모모코가 선배니 만큼 이렇게 먼저 풀어줘야 존댓말을 안할 명분이 생기긴 하겠지. 응.
"뭐, 한동안 잘 부탁할게?"
"아, 으응..."
그렇게 모모코가 손을 내미니까, 얼떨떨하게 손을 내밀고는 모모코랑 악수를 하는데... 손, 모모코만큼 작네. 모모코도 큰 편은 아니지만. 모모코랑 딱 마주대봐서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모코보단 조금은 크지 않을까, 싶은데...
"저기..."
"응?"
어라, 방금 모모코를 부른거야?
"왜? 모모코한테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
"그... 한동안, 잘 부탁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존댓말 할 필요 없다니까? 모모코보다 나이도 많을거 같은데..."
...잠깐? 방금 물어본거-
"...어, 잠깐? 그게 왜?"
"그게..."
뭔가, 모모코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네... 사실 반대여야 하지 않아? 아니, 모모코가 오히려 주인인 안나 씨랑 히지리의 눈치를 봐야하는건데...
"...뭐 이상한 말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뭐야. 언니랑 이야기 다 된거 아니었어?"
...아, 살짝 짜증이 나서 확 말해버리긴 했는데. 언니가 히지리한테 연락은 못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안나 씨한테 전달해달라고 그러기는 했고...
뭐 어쨌든 히지리한테는 안나 씨가 언니니까 뭐 대충 말은 통하겠지.
"...언니...?"
멀뚱멀뚱. 모모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이해를 못한거 같은 반응이야.
...언니? 안나 씨한테 전해달라고 말은 한거 맞는거지?
"잠깐. 언니가 안나 씨랑 다 이야기를 끝냈다고 했는데. 왜 히지리는 전혀 들은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야? 모모코랑 같이 지낼사람인데?"
"...같이...지내...? 그게, 무슨...?"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질끈 감았어.
아까부터. 아니, 아침부터. 아니, 아니야. 어제. 병원에 갔을 때부터.
모모코의 안에 꾸역꾸역 쌓여가던 질척질척한 무언가가, 금방이라도 터질것만 같아서.
그런데도, 아니, 오히려.
모모코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모모코가 가장 잘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가장 잘할거라고 자신할 수 있는-연기를. 지금 이순간, 하고 있어. 최선을 다해서.
"저기, 모모코 잠깐, 전화 한 통화만 할게?"
"어, 응..."
...히지리는 조금 겁을 먹은 듯한 반응이야. 그렇겠지? 모모코, 모모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숨겨본다고 한거긴 한데. 사실 모모코가 생각해봐도 모모코는 지금 화가 나서 어쩔줄 몰라하는 걸 티를 팍팍 내고 있을거 같거든.
그래도, 적어도 아직, 그게 이 앞에 있는 히지리가 잘못한게 아니라는 걸 생각할 정도로. 아직 모모코는 구분 할 수 있어. 그래.
[여보세요? 모모코?]
"여보세요? 언니? 응. 지금 안나 씨네 집인건데."
언니한테 전화하면서 '뭐라고 말해야지' 같은걸 딱히 생각해두진 않았어.
...근데, 근데 말이지.
[응, 모모코. 그야 안나네 집인건 알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모모코, 말이지.
"응. 언니가 말한대로 모모코, 안나 씨네 집에서 지내는 걸로 했으니까. 짐도 다 갖고 왔어요?"
언니도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했어. 그야 당연하잖아. 누가 모모코를 여기까지 데려다 줬겠냐구.
근데 왜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하냐구?
"그.런.데. 왜 히지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모모코. 아무래도 안나가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응? 언니? 분.명.히. 안나 씨한테 다 이야기 했다면서?"
...이렇게나 모모코를 위해서 배려해줬던 언니한테 떼쓰고 투정부리는게 정말 못된거, 모모코도 모르지 않아. 분명 잘 알고 있는건데...
"언제 이야기 한거야? 모모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나 씨한테 미리 다 얘기 해뒀다면 안나 씨가 같이 살고 있는 동생한테 아무 말도 안했을리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건데?"
...모모코가, 할머니하고 지내다가 할머니가 쓰러지셨는데, 엄마하고도, 아빠하고도 같이 지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갈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는 식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응. 오늘 처음 보는 히지리한테까지, 이런 걸 구구절절이 모모코가 설명해야하는건가, 싶어서.
모모코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모모코는 어딜 가든 항상 설명을 해야만 하는걸까-하는게...
...너무 분하고 서러워서.
근데 그게 그 누구에게도 잘못을 물을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어떻게 해?"
그래서, 지금 모모코 곁에 남은 사람 중 모모코의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모코의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하는 언니한테, 하소연하고, 화풀이하고.
...이렇게 말하면서 히지리한테 간접적으로 설명하려는 생각, 도 있고 말이지.
[...화 풀어, 모모코.]
"모모코 화 안났어."
응, 당연히 거짓말이지.
"화 풀라고만 하지 말고. 언니."
응. 트집잡기야. 모모코도 몇번 당해보고, 정말 싫어했던 짓인데. 이걸 모모코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한테 모모코가 하고 있어.
그치만 모모코의 입은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
"차라리 언니가 처음부터 다 제대로 이야기를 못해서 모모코가 조금은 설명을 해야한다고 했으면 모모코, 이렇게 화는 안 나. 분명, 언니가 안나 씨한테 이야기 다 해서 모모코는 몸만 가면 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모모코의 담당 프로듀서로써 그렇게 무책임하고 경솔하게 행동하고 판단하면 안되잖아? 이래서야 모모코가 언니를 어떻게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고 따라갈 수 있겠어?"
...언니는 어느순간부터 별다른 말을 안하고... 그냥 모모코의 말에 맞장구만 쳐주고 있었어. 그리고 모모코가 제멋대로 뱉어내던 말이 끝나니까.
[...내가 미안해, 모모코.]
......
[조금은 괜찮아졌니?]
......
[옆에 히지리 쨩이 있어?]
...진짜, 귀신이냐구, 언니는. 훤히 들여다보듯이, 이미 다 알고 있어.
말 하는거 하나 하나가 모모코의 가슴을 아프게 해. 너무 정곡이라서, 그리고 그래서 더더욱 언니한테 미안해서.
그래도 모모코, 연기력은 스스로 자부할만하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옆에 있는 히지리한테 티는 안 나게 할거야.
[...내가 히지리 쨩한테 마저 설명해줄게. 바꿔줄래?]
숨을 다시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
"응? 언니가 직접 설명할 거라고? 뭐, 알았어."
어쩔수 없다는 듯. 모모코가 이해해줘야만 한다는 듯.
"정말이지...하아..."
...그렇게 뻔뻔하게, 한숨으로 다시 울고 싶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다시 연기를 했어.
"자, 바꿔달래. 언니... 아니, 모모코랑 안나 씨의 프로듀서, 라고 설명해야겠지? 아무튼 히지리한테 할 말이 있다니까. 여기."
"에, 으응..."
모모코한테 살짝 거리를 두며 모모코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던 히지리는, 모모코한테 휴대폰을 넘겨받았어.
...뭐랄까. 엄청나게 지쳐버려서, 소파로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았어.
"...저기, 여보세요...?"
모모코 쪽을 흘끔흘끔 보던 히지리는,
"...에, 저기...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언니가 말하기 시작하니까 시선을 다시 돌리며 통화에 집중했어.
"네...그때, 이사 이래로...처음..."
...아. 그러고보니, 언니가 여기 이사? 오는걸 도와줬다고 그랬나...
"네, 네에... 저기, 근데, 하실 말씀...이라는게..."
......
"...어떤 이야기요...?"
뭐, 언니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에? 에에?"
...많이 놀라는 반응이네.
"그..."
...뭐, 듣고 싶다면야. 그리고 언니가 설명한다면야 모모코가 뭐라 막을 길은 없어. 어디까지나 모모코는 지금 신세지러 온거니까 말이지.
조금 긴 이야기를 가진 뒤, 히지리는-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어.
...그리고 그 대답에서 언니가 뭐라고 말했을지도 대충 알 거 같아서 아주 조금은 불만스러워졌어.
"네. 감사합니다..."
......
"네... 아, 네."
그렇게 대답하더니, 히지리가 다시 휴대폰을 가지고 와서 모모코한테 갖다줬어. 아직 전화는 끊기지 않았구.
"응, 언니."
[...자세한 사정은 설명 안했지만, 같이 지낸다는 건 말했어. 그리고 좀 있다가 안나 스케줄 끝나면 데리고 같이 갈거야.]
"...알았어. 있다가 봐?"
...참 웃기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언니가 도와준건데. 이 통화 자체가 모모코의 자존심 때문에 시작된거라서... 결국엔 끝까지 언니한테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입에 올리질 못했네.
오늘은 모모코가 평소 일어나던 것보다 훨씬 늦게 깨고 말았어. 그, 확실히 모모코가 평소에 자던 시간에 안자기도 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 또 밤에 다같이 모여서 막 떠들고 하다보니 피곤해서 휴대폰을 제대로 확인 안하고 자서 알람을 못들은게 크긴 했겠지. 응. 모모코도 그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근데 그렇다고 해도 좀 어느정도 늦어졌으면 누구 한 사람 쯤은 모모코가 일어났나를 챙겨줬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들어.
뭐, 다행히도 오늘의 스오 모모코는 오프라서 늦잠을 자던 뭘 하던 큰 상관은 없지만 말야. 사실, 오프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언니가 들이닥쳤을거기도 하고...
"...뭐해, 둘이서...?"
"응. 모모코, 지금 미라이 씨를 열심히 노려보는 중인건데."
"히이잉... 안나쨔아앙..."
...아니, 모모코의 눈치를 계속 보기만 할거면 슬쩍 거실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늘상 그러던 것처럼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하는 미라이 씨 그 특유의 태도로 모모코의 건너편에 앉아서 또 실없는 소리라도 해주던가 하지. 저렇게 어정쩡하게 문가에 서서 뭐하고 있는거냐구.
...물론 아침에 잠이 깨자마자 깨워준 사람한테 이렇게 대놓고 쏘아붙일 정도로 모모코는 못된 아이는 아니니까 참아주고 있는거야.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안나 씨는 안나 씨한테 들러붙는 미라이 씨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고서 슬쩍 밀어내며 그렇게 말해줬어.
응. 그치.
미라이 씨가 모모코가 방 밖으로 나오는걸 보자마자 바로 부엌에서 편의점 주먹밥이랑 즉석 된장국을 준비해줘서 지금 모모코가 먹고 있는거니 말야.
"...그건 모모코도 당연히 아는건데. 그러니까 괜히 모모코 눈치같은거 볼 필요도 없는건데 왜 저렇게 계속 눈치를 보나 싶어서 더 쏘아본 거라구."
"...그, 그치만 모모코 쨩이 눈 뜨자마자 바로 내가 정말 싫다고-"
"...? 대체...무슨 일이...있었길래-"
"-아 그만! 그거 미라이 씨 잘못 아니니까 제발 그만해! 그 얘긴 더 안할거니까 그만!! 더 캐묻지 말기!!"
모모코가 눈을 부릅뜨니까 미라이 씨가 헙, 하고 입을 가리고는 자세를 바르게 하면서 안나씨한테서 떨어졌어.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미라이 씨, 은근히 모모코의 잔소리를 무서워하는거 같아...
안나 씨가 불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삐죽였지만, 그래도 모모코가 단호하게 말하니까 더 뭐라 말은 안하고 모모코의 건너편에 앉았어. 그리고 안나 씨가 앉으니까 미라이 씨도 옆에 앉았고.
이젠 한숨을 돌린것 같아서 컵 된장국을 들고 국물을 마셨는데-
"......그러니까 그냥... 한번에 깨웠어야지... 왜, 자는 얼굴을 계속...들여다 봐서..."
"콜록?!"
"ㅁ, 모모코 쨩?!"
-사, 사레 들릴 뻔했잖아...!! 아니, 방금 안나 씨 말대로면, 미라이 씨가 아까 모모코가 자고 있는 동안 계속 모모코 얼굴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안나 씨는 그걸 알면서도 뭐라 안했고?!
"콜록! 콜록!!"
"무, 물 갖다줄게...!"
"...아. 안나... 괜한 말... 했나...?"
......아, 진짜! 짜증나!!
"......"
"......"
"......"
우물우물.
뚱하게 말 없이 주먹밥을 마저 먹고 있는 모모코랑, 휴대폰을 가로로 들고 뭔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안나 씨. 그리고 슬쩍슬쩍 모모코의 눈치를 보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미라이 씨.
...뭐, 그래. 평소처럼 일찍 안 일어난 모모코의 잘못이지. 응. 인정할게. 미라이 씨가 계속 모모코 눈치 보는 것도 좀 불쌍하기도 하고 신경쓰이기도 하니까.
"...뭐어... 다들, 모모코 자는 얼굴... 귀엽다고...했으니까...? 걱정은-"
"-아니, 모모코의 늦잠 자는 얼굴 감상평 같은게 궁금한게 아닌건데?! 다들 어디갔냐고!! 안나 씨는 모모코가 이야기 하기 싫은거 뻔히 알면서 꼭 그걸 말해야 하는 거냐구?! 웃지 말고!!!"
...안나 씨 진짜 짜증나!!
>>+2까지 다이스.
...다들 어디갔을까요?
+1의 다이스, 컴마로 아리사, 유리코
+2의 다이스, 컴마로 츠바사, 미즈키.
1 ~ 35 : 먼저 갔다.
36 ~ 70 : 곧 들어올거다.
71 ~ : ...?????
+)추가로 모모코와 안나, 미라이가 나눌 이야기 주제도 제시...해주실 수 있으면 해주시면...
"츠바사는... 잠깐 갔다 온다고..."
"갔다온다니, 어딜?"
"아, 편의점에서 사올게 좀 있다고 그랬어."
"...그대로 가도... 됐는데..."
...뭔가 꽁해있는 거 같은 안나 씨의 반응은 그러려니 하고. 아니 뭐, 어제 일로 여전히 부루퉁해보이는 거, 모모코도 이해는 하지만 말이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미즈키 씨랑, 아리사 씨랑, 유리코 씨. 다들 어디갔어? 츠바사 씨랑 같이 나갔다 오는거야?"
"......"
"...데헤헤..."
헤실헤실 웃기만 하는 미라이 씨랑, 말 없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모모코를 바라보는 안나 씨.
...아니, 자세히 보니까 모모코가 아니라, 모모코의 뒤쪽...을 보는거 같기도...?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까-
"......"
"......"
"...좋은 아침입니다, 스오 양."
-주방 문 쪽에, 유리코 씨랑 아리사 씨랑 미즈키 씨가 옹기종기 모여서 얼굴만 쏙, 내밀고 주방 안을 살펴보는 모양이었어.
"...모모코, 세 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궁금한건데."
"...그으게 말이죠? 아리사는 화장실에 있었고, 유리코 쨩이랑 미즈키 쨩은 샤워실에 있었는데 모모코 쨩이 버럭 소리를 지르길래... 조금 상황을 살피느라..."
"...어디서부터 들은걸까나."
"...에... 그러니까, 아 진짜 싫어-부...터...?"
......저거, 모모코가 잘못 기억한게 아니라면... 거의 처음 아니려나.
"......왜 바로 나오지 않았던건데?"
"...모치즈키 양이 상황을 살펴보고 알려준다고 해서요."
"......헤에."
...응, 대충 뭔지 알거 같은건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어.
"그러니까, 모모코가 상황을 정리해보면 말이지? 안나 씨는 모든 상황을 다 파악했으면서도 아리사 씨나 유리코 씨, 미즈키 씨한테 바로 알려주지 않았고. 모모코의 질문에도 적당히 모른척 피하면서 모모코가 부끄러워할 만한 말만 해서 일부러 모모코를 골렸다는게 되는데. 맞아?"
"...우와, 모모코 쨩... 엄청 똑소리 나. 역시 선배...!"
미라이 씨의 감탄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모모코의 시선을 피하는 안나 씨. 그리고 왠진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조용한 미즈키 씨랑 아리사 씨, 그리고 유리코 씨까지.
...흐응.
굳이 더 뭔가 말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 얼마 남지 않은 주먹밥을 입에 다 집어넣고서 된장국을 마셨어. 거의 다 식어서 뜨겁지도 않고, 된장국도 거의 다 마신 상태라 금방 다 먹었고.
뭐 물론 모모코가 아무리 화를 내니 어쩌니 해도, 옆에 미즈키 씨나 유리코 씨가 있어서 금방 말려주긴 했어. 안나 씨도 어디까지나 장난의 영역이니까, 모모코도 막 그렇게까지 화내고 어쩌고 할건 아니고 말이지.
아무튼, 대충 정리되고 난 다음에 아리사 씨가 씻으러 들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앉게 됐어. 안나 씨는 이번에는 게임기를 가져와서 게임을 켰고...
"...뭔가 익숙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나나오 양."
유리코 씨의 머리를 빗어주던 미즈키 씨가 문득 그렇게 말을 꺼냈어.
"...음? 에? 어떤 게요?"
"모치즈키 양이랑, 스오 양이 서로 투닥투닥 거리는거요."
그리고 그 말에 옆에서 휴대폰으로 유x브를 보고 있던 미라이 씨도 생각났다는 듯 말했어.
"...어, 그러고보니 그런거 같은데? 안나 쨩이랑 모모코 쨩, 예전이랑 비교하면 서로 엄청 편하게 대하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으런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으음...뭔가 말이지, 예전에는 안나 쨩이나 모모코 쨩이 시어터에서 서로 같이 이야기하거나 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요즘에는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고 하는걸 자주 보는거 같은데."
"일정이 끝나고, 모치즈키 양이 스오 양을 데리고 돌아가는 것도 자주 봤구요."
...뭘까, 오늘. 왜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 모모코가 부끄러워질만한 이야기만 나오는 거냐구.
"음... 시어터에서야 딱히 두 사람이 그렇게 막 친하게 지내고 그런 느낌은 없긴 한데 말이죠."
미라이 씨도 잘 이해를 못했는지 유리코 씨한테 되물어봤어. 하지만 미즈키 씨는 바로 이해했다는 느낌이야.
"...격없이 편하게 대한다는 건가요?"
"네에, 뭐랄까... 프로듀서 씨, 만큼은 아니어도 거의 비슷하게? 대한다고 해야하나. 뭔가, 여기에서는 평소에 다른 연상...그러니까 저나 아리사 씨를 대하는 것보다 안나 쨩을 더 편안해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 안나 쨩이랑 히지리 쨩이 여기서 잘 대해주니까 모모코 쨩도 더 편하게 대하는 그런 느낌일지도."
......
...아니, 유리코 씨?! 모모코랑 안나 씨가 바로 코앞에서 듣고 있는데 대놓고 그런 말을 하기야?!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순 없었어. 여기서 또 막 화내고 따져봐야 모모코만 손해인걸. 그런걸 모르진 않아.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부정할 수도 없고 말이지...
"그리고...그..."
...그러다 왜인진 모르겠는데 갑자기 말을 줄이는 유리코 씨.
"...응? 유리코, 왜 갑자기 안나 쨩 쪽을 바라보고..."
"...아하."
...안나 씨 쪽? 유리코 씨의 말에 좀 부끄러워져서 열심히 딴청을 부리던 모모코도, 미라이 씨의 그 말에 궁금해져서 고개를 돌렸는데...
...대체 뭐가? 싶었어.
"...아하라니. 미즈키 쨩, 대체 뭘 보고 알았다는 거야?"
"...모치즈키 씨의 게임기요."
...안나 씨의 게임기? 별거 없잖아. 그냥 평범한 게임기인걸. 그러고보니 뒷면에 모모코가 선물해준 씰이 몇개 있기는 한데.
뭐랄까... 물론, 스티커를 선물한것도 모모코고, 저렇게나 붙여놓은 것도 모모코라서 딱히 뭐라 부정할 수 없어.
솔직히, 이쿠나 타마키는 모모코랑 늘 붙어다니고 비슷한 나이니까 이런 스티커 모모코처럼 좋아하는거 잘 아니까 막 준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모코가 줘봤자 그냥 짐덩이가 되는거 뻔히 안단말야. 그래서 이쿠나 타마키만큼보다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안주는게 되는게 분명 있어. 괜히 선물하는 걸로 폐끼치거나 하게 되는건 모모코가 싫단 말이지.
근데 안나 씨는... 모모코가 여기 오고 난 이후로 뭔가 이래저래 모모코한테 장난도 자주 치고 그러다보니 모모코도 조금은 안나 씨를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또 게임기에 좀 붙이는 거는 어차피 게임기 충전하는거나 게임 하는거에 방해 안되면 안나 씨가 별로 신경 안쓸거라고 생각하니까 모모코가 그냥 남는거 되는대로 붙여버린거란 말이지.
...그래도 뭐...랄까...
...모모코가 이렇게 제멋대로 굴게 된건 결국 유리코 씨 말처럼 안나 씨나 히지리를 편하게 생각해서...가 있지 않을까, 라는 걸 모모코도 무조건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버려서...
...으, 닭살돋을거같아... 뭐냐구, 이 이상미묘한 느낌은... 물론, 모모코는 프로 배우니까 표정으로 티를 내거나 하진 않지만 말이지. 그래도 모모코도 모르게 손이 자연스레 팔로 올라가서 한번 쓸어내리게 되는건 어쩔수 없었달까...
"......"
...모모코만 이런 거면 좀 억울할거 같아서, 안나씨는 어떤가 싶어서 슬쩍 눈동자만 돌려서 반응을 확인해봤어.
"......"
안나 씨는 별 반응이 없...
...는게 아니네.
방금, 자세히 보는게 아니면 잘 모르겠지만... 안나 씨가 유리코 씨의 말에 게임기를 쥐고 있던 손을 다시 고쳐쥐었어. 게임하기 편하게, 게임기 끝을 잡고 버튼이랑 레버를 누르고 돌리기에 편한 손가락 배치에서 좀 더 안쪽으로 손가락이 들어가서-게임기를 감싸는 듯한 모습으로.
...그래봐야 끽해야 사이드에 있는거나 겨우 가려지지, 본체 한가운데에 있는건 그대로라구, 안나 씨.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평온한 표정의 안나 씨였는데-
"...앗, 안나 쨩, 귀가 빨개졌어!"
-미라이 씨의 이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게임기를 내려놓았어.
"......아까... 미라이, 구해주는게... 아니었는데..."
어라, 뭔가... 안나 씨의 이 목소리 톤, 아리사 씨한테 대하는 거랑 똑같은건데.
"ㅇ, 안나 쨩...?"
"...오늘, 오토메 스톰... 리더, 바꾸자...?"
"ㅈ, 잠깐, 안나 쨩? 안나 쨩?!"
자연스럽게 미라이 씨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 안나 씨였고...
"...진실의 방으로...?"
"...나나오 씨, 한국 영화도 보셨나요."
"에에... 반 친구들이 재밌다고 하길래 그만..."
"잠깐- 유리코?! 미즈키 쨩?! 살려줘요?!"
3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음, 뭐...그렇지? 노래라도 들을래?"
"...조용해서 싫다는 건 아니었어."
"뭐, 그렇다면야."
...그러고는 또 다시 침묵. 슬쩍 고개를 돌려서 운전석 쪽을 바라보니, 언니는 언제나처럼의 표정을 짓고 앞을 바라보며 운전을 하고 있어.
...언제나처럼, 일까...
...뭐, 언제나처럼이라면 차 안이 이렇게 조용한게 아니라 분명 언니가 이것저것. 모모코한테 물어보거나, 말해주거나, 아니면 이상한 소리를 해서 모모코가 지적하거나 했을텐데.
응. 분명, '언니가 먼저' ...말이지.
"......"
...지금만큼은, 모모코가 굳이 말을 안하면 언니는 뭐라 말을 안할 생각, 인걸까?
...그런 배려 필요 없는데...
뭐, 언니 똥고집을 생각하면 또 모모코가 먼저 말해야지. 별 수 있겠어...
"...언니."
"응, 왜?"
>>+1
1. "모모코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2. "...모모코는 이럴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은걸까."
"...모모코는 이럴 때 무슨 말을 하면 좋은걸까."
"응? 글쎄? 모모코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지 않을까?"
"...바로 대답해주는건 참 좋은데, 방금 한 대답은 앵무새처럼 모모코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치는거 아닐까나?"
"지, 진심이었는데..."
멋쩍은 웃음을 흘리면서 언니가 모모코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렸어.
"...아니면 뭐,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굳이 말을 안꺼내고 조용히 가도 괜찮잖아. 지금 모모코랑 내가 뭐 토크쇼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멘트를 채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예능 패널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스오 모모코 양!"
"......언니."
...뭐, 모모코도 알아.
언니가 일부러 이야기를 피하는 것 정도는, 모를 수 없지. 모모코가 초등학생이지만, 그래도, 사람은 꽤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하니까, 대하는 방법같은거... 대충은 어떤지 느껴진다구.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언니인걸? 모모코가 언니를 하루이틀 봐온것도 아니고 말이지.
물론 언니의 의도에 맞춰서 적당히 우스개소리를 해서 만담으로 흘려보내는 것도... 괜찮을거야.
그렇지만.
>>+1
1. "...아까 무슨 이야기를 했었던거야?" "으으음......"
2. "...고마워 언니." "...에? 갑자기??"
"아까 말이지."
"...아까?"
'모르겠어~'라는 듯 능청스럽게? 천연덕스럽게? 아무튼. 그런 톤으로 되묻는 언니였지만...
...뭐, 언니 기억력이 엄-청 좋은편이라는건 모모코가 잘 아니까 모를리는 없을거고. 모른척 하고 싶은거겠지.
"...아침에, 회의실에서."
"...어어..."
...언니가 지금까지 주저한다는건... 역시 모모코가 물어보지 않길 바라는거겠지만.
"...아빠랑 엄마한테 뭐라고 이야기했었던거야?"
모모코 말이지. 말을 걸면서 언니 표정을 조수석에서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언니의 예쁜 얼굴에 약간은 섞여있던 웃음기랑, 올려져 있는 상태에서 모모코의 말에 대답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이었던 입꼬리가.
"......"
한순간에 딱딱하게 굳어버렸어.
"......"
이렇게 무표정한 언니를 보면, 평소의 그 푼수같은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가. 차갑고, 냉정해보이고... 예쁘다를 넘어서 아름답다는 느낌이지만,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고... 사람같은 느낌이 안드는?
"...으으음..."
그러다 그 차가운 표정이 풀리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언니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어.
"...듣고 싶어."
"...난 아무말도 안했는데, 재촉부터 하는거야?"
"그치만 언니의 지금 반응을 보면, 말해주기 싫다는 뜻이잖아. 맞지?"
"...그럼 내가 왜 말해주기 싫은 지도 알거 아냐."
...뭐, 사실 모모코도 듣고싶은 내용은 아닐거라 상상은 가지만...
아니, 상상은 못하겠고 상상하고 싶지 않은게 모모코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래도 모모코가 들어야 하지 않을까."
"......"
>>+1 다음상황 다이스
1~50 : 언니(=P)가 말을 하지 않아서 모모코가 말을 이어갑니다.
51~100 : "...다 솔직하게 이야기는 안할거다?" "상관없으니까."
"......"
참을성있게 기다려봤지만, 언니는 신호등 2개를 지날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
...뭐, 그럼 모모코가 더 말을 해야겠지.
"...아침에, 회의실에서 모모코가 앞으로 어디서 지낼지 이야기 할 때."
"...모모코."
"...모모코가 끝까지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데, 밖으로 멋대로 나가버려서 미안해. 언니."
...언니가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어. 입은 꾹 다물고 있고...
"...할머니가 쓰러지셔서, 입원하시게 되어가지고. 엄마랑 아빠한테 연락이 가고. 모모코를 혼자 방치할 수 없다고 엄마랑 아빠가-"
"그만."
언니는.
"...그만하면 됐어."
"...그런가?"
"...다시 입에 담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는 하지마. 모모코가 들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는데. 회의실에 모모코가 같이 있게 했던건 내 잘못이었어. 미안해."
"...사과할 필요 없어, 언니. 모모코도, 대충 그렇게 될거라고 알고는 있었으니까."
...오히려, 모모코 스스로가 중간에 더 못듣겠다고 뛰쳐나갈거라 생각을 못하고 꾸역꾸역 듣겠다고 자리에 앉은 모모코가 잘못했으면 잘못한거지.
"...그래, 이 이야기를 빨리 끝내려면 내가 모모코가 원하는 대답을 빨리 해줘야 한다는 뜻이구나아."
"역시 언니는 이야기가 빨라서 좋아."
아까도, 모모코가 뛰쳐나간지 얼마 안지나서 엄마랑 아빠가 돌아갔으니까.
"그래서, 언니는 뭐라고 이야기 했길래 아빠랑 엄마가 서로 모모코를 데려가겠다고 말싸움하는걸 단번에 말리고 돌아가게 만든거야?"
>>+1 다이스
1 ~ 30 : 솔직하게. 덜어낸거 없이.
31 ~ 100 : 핵심만.
"...모모코를 765에 믿고 맡긴것처럼, 이번에도 믿고 맡겨달라고 했지."
...어라.
"...그게 전부?"
"어."
"진짜?"
"...대답해줘도 안 믿을거면 애초에 물어보실 필요가 있으셨을까요, 모모코 선배?"
언니가 장난스럽게 얼굴을 찌푸려보였어.
아니, 뭐... 겨우 그런 말 한마디만 듣고 납득했다는 걸 믿으라는건...!
"...물론, 핵심만 요약하면 그렇다는거야."
...그야 그렇겠지요.
"뭐, 자세한 내용 같은건 모모코가 굳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야기 안해줄거야."
당연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으로, 언니의 목소리는 다시 가볍고 쾌활해졌어.
"이건, 스오 모모코의 담당 프로듀서로서도, 인생 선배로서도 이야기 안하는게 맞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렇게 알아둬~?"
"...그건 알았어."
"...그건 알았어, 라... 이야기할게 많이 남았나 보구나? 모모코..."
"그야 당연하지. 뭐... 엄마 아빠 이야기는 그렇게 끝내는 걸로 하고."
...그럼 다음은.
>> +1
1. 감사.
2. 지금 가는 행선지.
3. 모모코의 거취.
"언니."
"응."
...지금 모모코가 가는 곳.
오늘 아침 일찍, 시어터로 출발하기 전에...할머니 댁에서 모모코의 짐을 대부분 다 챙겼지. 응.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야. 할머니께서 계시지도 않는데, 아직 초등학생인 모모코가 혼자서 지내는 건 역시 어렵다고 언니도, 엄마 아빠도 그렇게 생각했을거야.
그렇지만...
...엄마나 아빠는 모모코가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고 아까 그래버렸고. 할머니는 병원에 계시고.
사실, 모모코는 언니하고 지내고 싶긴 했지만... 언니의 방은 둘이 지내기엔 좁고, 도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모모코, 학교도 다녀야하고 언니 도움 없이도 시어터에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언니가 사는 곳은 그걸 생각하면 차가 없으면 애초에 나갈 수 없는 곳이기도 했고...
...뭐어, 언니가 언니가 방 정리같은거 거의 안하고, 대부분은 퇴근도 제대로 안하고 시어터의 수면실에서 잔다는 걸 생각하면 보호자로서는 정말 빵점...
...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운걸 느꼈으면 좋았으련만. 생긴거에 비해 여자력이 왤케 부족하냐구, 언니는.
...아무튼, 그래서.
"...왜 안나 씨야?"
언니가 선택한 건... 안나 씨였어.
이상하지?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안나 씨는 고작해야 모모코보다 세 살 많을 뿐인데. 언니는 왜 안나 씨한테 모모코를 맡기려고 한걸까? 모모코, 분명, 안나 씨가 가을 쯔음 까지만 해도 제대로 일어나질 못해서 리허설 시간에 늦어서 언니가 불같이 화를 내며 나오 씨랑 같이 데리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데 말야...
언니는, 아까와는 달리 별로 고민하지 않고 금방 대답했어.
"뭐, 그렇게 어려운 이유는 아니고."
"응?"
"안나가 가장 편할거라고 생각했거든. 모모코가 지내기에는."
"...하아?"
...안나 씨가 가장 편할거라고?
"...모모코, 뭐랄까. 안나 씨랑은 그렇게 엄청나게 친하진 않은건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길 바라는거구나? 선배."
"당연하지."
타이밍이 좋았다고 할까. 딱 신호가 걸려줬어. 언니가 입을 삐죽이며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게 보여. 저럴때 보면...운전대에 몸을 기대는데, 몸을 푹 기대는거 같은데도 용케도 경적은 안 울리는게 신기해. 요령이 있는걸까? 물론, 이런 요령을 배워봤자 쓸모가 있는건 카오리 씨 정도겠지만...
"...하나하나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보면 괜찮을거같네."
"응. 상관없어."
"자, 그럼 일단 첫번째로. 모모코랑 가장 친한 이쿠라던가, 아니면 아리사네 집. 이런데 간다고 생각해보자."
슬쩍 고개를 모모코 쪽으로 돌려 모모코를 바라보는 언니.
"이쿠나 아리사나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지. 그치?"
"응, 당연하잖아."
"...이쿠네 부모님이나 아리사네 부모님이 모모코를 계속 손님으로서 배려해주고 신경써주고 할텐데. 그런 곳에서 맘편히 쉴수 있어?"
......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생각 안하고 맘편히 쉴수 있어? 이쿠나 아리사가 어렵다면. 세리카네 집? 하코자키 가라면 손님 방이 충분히 있겠지만. 세리카네 집이라면 마음 편히 있을 수 있겠어? 아닐걸? 신경 써주는 것 그 자체가 하나하나 마음에 걸리고도 남을거야. 이쿠나 아리사나 세리카가 신경 써주는건 그러려니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단순히 하루이틀 놀러간게 아닌 이상 모모코가 못 버틸거야."
숨이 턱 막힌다고 해야할까. 언니의 시선을 피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살짝 입술을 깨물었어.
언니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굳이 모모코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어.
"...자, 그럼 다음. 그럼 부모님들이 없을 다른 자취하는 애들? 줄리아나, 츠무기나, 아니면 성인조인 리오? 안돼. 아예 혼자 살던 사람이 갑작스레 하루 아침에 동거인이 생기고 생활 패턴이 바뀌는 건 누구라도 쉬운 일이 아니야. 모모코에게든, 같이 살게 된 사람에게든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테지. 모모코가 싫어서? 아니. 생활이 갑작스레 바뀌는 것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건, 이미 모모코부터 잘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 그렇지?"
......
"그럼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진 않고, 혼자서 안 살고 있는 사람... 음. 코노미 씨 정도려나? 코노미 씨라면야 부탁하면 바로 군말없이 오케이 할거지만... 코노미 씨의 동생인 카린 쨩은... 아무래도 아이돌이 아닌 일반인이다 보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지내는 애들이랑 큰 차이가 없을거 같지. 모모코가 카린 쨩이랑 인사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왜 안나 씨인건데."
"안나네 동생 이야기는 모모코도 들어봤지? 346의 아이돌 연습생인 그 히지리 쨩."
"...모모코는 있는지도 몰랐지만."
뭐어... 아리사 씨나 유리코 씨나 카오리 씨가 이야기 하는 걸 들어보긴 했고... 노래 했던거 아리사 씨가 녹음해뒀던거 들어보기도 했고, 안나씨 보러 온다고 시어터에 왔던걸 먼발치에서 봤던 적도 있긴 했지만... 대충 안나 씨랑 달리 금발인거 말고는 잘 모르는걸.
애초에 안나 씨랑 언니가 워낙 꽁꽁 숨겨왔어서 아무도 몰랐으니까 말이지.
그런 느낌으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언니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신호가 바뀌어버린 탓에 언니가 슬그머니 앞을 바라보며 차를 출발시켰어.
...아주 자연스럽지 정말? 모모코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고개를 돌린게 아닌거처럼 능청스러운 반응이라니.
모모코가 어떻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언니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어.
"원래는 안나랑 같이 안 지내고 있었는데 동생-히지리 쨩이 안나랑 같이 지내고 싶다고 그랬거든. 사실은 아까 모모코한테 말했던 거 처럼, 생활이 갑작스레 바뀌면 스트레스가 상당할거라서 내심 반대하는 편이었지만, 히지리 쨩 쪽에서 강력히 원하길래 1달 정도만 같이 지내보는 걸로 조건을 걸고 동의해줬어."
"...흐응..."
"뭐, 결과는 모모코도 대충은 알지? 안나가 온모드가 아니어도 조금은 더 활발해지고, 지각도 안하고. 평소에 졸거나 하지도 않고. 내가 챙기러 가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잘 확인해서 늦거나 하지도 않고. 언니로서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그런게 있어서 그런가?"
"...뭔가 안나 씨의 지각 관련해서 이야기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 건데."
"까놓고 말해서 히지리 쨩 앞에서만 이야기 안해주면 될거아냐."
"...그래서 안나 씨한테 맡긴다?"
"뭐, 자취하는 아이돌들 중 안나가 가장 큰 방을 빌리기도 했고, 안나가 지내는 맨션이 보안도 나쁘지 않고, 안나네 맨션에서 시어터나 모모코네 학교나 둘 다 거리도 나쁘지 않고. 안나네 방에 유리코나 아리사가 자주 놀러가는데다가, 나도 자주 들러볼 수 있는 위치이고. 사람이 많이 오가는데도 안나나 히지리가 막 싫어한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거든."
......흐음......
대충 이유는 알거 같아. 딱 한마디로 정리는 잘 안되지만... 언니가 무슨 분위기에서 콕 집어서 안나 씨를 선택한건지 같은건.
"...뭐, '왜' 안나 씨인지는 잘 알겠어."
"...어라, 이걸로 끝난게 아닌건가...?"
그렇다면 다음은.
"그럼, '어떻게' 안나 씨를 설득한거야?"
"...어...?"
"뭐야. 아무리 언니처럼 무책임한 사람이어도 '한명만 더 재워줘! 기한 없이!' 하고 밀어붙이는 걸 안나 씨가 '응...알았어...'하고 받아들일 리가 없잖아?"
"...그, 나에 대한 비하는 자연스럽게 들어가있네요, 모모코 선배...?"
언니의 입꼬리가 파들거리는 걸 보니까 조금은 만족스러울지도. 뭐, 그렇다고 추가타를 더 안넣을건 아니니까.
"모모코가 언니를 하루이틀 보는건 아닌건데. 대충대충 하는 부분은 아예 신경도 안써서 리츠코 씨가 불같이 화내는걸 모모코가 한번도 못봤을거같아?"
"...크윽..."
"흐흥~ 부정 못하겠지?"
"......"
"아무튼 그래서. 대체 어떻게 설득한건데? 생활패턴 바뀌는건 엄청나게 스트레스라고 언니가 직접 설명해놓고. 안나 씨처럼 은근히 고집 센 사람을 뭐라고 설득했길래 이렇게 하루아침만에 동의를 받아냈냐구."
"...어떻게, 라고 할만한건 딱히 없는데..."
잠깐 뜸을 들이던 언니는...
"...정말로, 자세한 이야기는 안했어. 그저, 모모코도 한동안 같이 지내도 괜찮겠냐고만 물어봤어."
...그냥, 그렇게만 이야기했어.
"...안나도, 모모코처럼 숨기던게 있었으니까. 그런거에 대해 굳이 깊게 캐묻고 궁금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줬고. 그런 점에서 시어터 멤버들 중 가장 모모코가 마음 편히 있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해."
"...그런가아..."
...안나 씨 답다면 안나 씨 답다고 해야할까...응. 그런 느낌이네.
"이걸로 다 옮겼나..."
"......"
...솔직히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왔다갔다 해야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언니가 용케도 한번에 다-심지어 모모코의 란도셀까지 포함해서 짐이란 짐을 언니가 혼자서 전부-집어들고 바로 방까지 올라온건 너무 심하게 놀라웠달까.
지금이 좀 추운 날씨라 해도 그렇지, 그렇게나 많은 짐을 한번에 들고 올라오는 데 땀이 한 방울도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고 느낄만하지 않을까나? 언니? 모모코가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그래도 꽤 똑똑한 편이라고 생각하는건데. 진짜로 아무런 이상함을 못느낄거라 생각하는거려나? 모모코를 바보 취급하는거려나?
...이거봐. 너무 이상하다보니 모모코 혼자 독백하는 것마저도 꼬이잖아. 뭐냐구 대체. 진짜 사람 맞아? 사실 이런 의심은 모모코만 하는건 분명 아닐거야. 다들 겉으로 말만 안하지 언니의 정체에 대해서 엄청엄청 궁금해할게 분명하다고.
그런 의미를 담은 시선을 쭉-던지고 있으니 언니가 뭔가를 느꼈는지 모모코 쪽을 돌아보았어.
"...? 왜 그래?"
...또 막상 그렇게 언니를 마주보니 이상한 생각은 싹 가라앉아버렸지만 말야.
"......아니, 아무것도."
...그야... 뭐, 언니가 힘 세다는거 정도는 모모코도 잘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모모코가 가져온 짐이 적은 건 아닌데 어떻게 그걸 한번에 다 들고 올라올 수 있었는지가 전혀 이해가 안가.
응. 솔직히 모모코, 전부터 쭉 언니가 사람인지 굉장히 의심스러워서 언젠가는 못참고 물어볼거 같긴 한데 말야, 음. 오늘 정도는 참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모모코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뺨을 연신 긁적이던 언니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아니면 뭔가 이야기를 돌려보려는 듯 말을 꺼냈어.
"...어떻게, 짐은? 푸는것도 도와줘?"
"그야 안나 씨가 오고 난 다음에야 풀어야 하지 않을까? 집 주인들도 방에 없는데 모모코 멋대로 짐을 풀고 내려놓는 건 당연히 예의가 아니겠지? 응?"
"...마, 맞습니다 선배...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모모코한테 딱히 눈치보일 것도 없으면서 눈치보는 시늉을 하진 말라고."
모모코의 지적에 움츠리던걸 멈추고 다시 자세를 바로하는 언니. 그러고는 보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쇼파에 털썩 앉았어. 모모코가 계속 서있을거 같으니까 저런거 같긴 한데...
...뭐, 안나 씨가 올 때까지 계속 서있기만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말이지.
지쳤다는 듯 쇼파에 푹 기대어있는 언니를 뒤로 하고, 모모코는 거실을 쭉 훑어보았어. 쇼파 앞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게임기나, 거실 구석에 있는 컴퓨터랑 헤드셋... 벽에 달려있는 커다란 자석보드판에 붙어있는 안나 씨와 시어터 멤버들의 사진과, 안나 씨의 이번 달 스케줄표... 누가 봐도 모치즈키 안나의 방, 이라고 생각할 법한 공간이야.
하지만 그 중간중간, 안나 씨 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물건들도 보이네. 보드판에 안나 씨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시어터의 스케줄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레슨 스케줄표하고...
책상위에 올려져있는 안나 씨와, 금발머리 여자애의 투샷 사진.
...응, 이 아이가 히지리, 겠지. 안나 씨의 동생. 뒷모습만 슬쩍 봤던 터라 얼굴은 이 사진으로 처음 봤어. 뭔가... 얼굴에 안나 씨가 조금 보이는 듯 하면서도 엄청나게 다르구나 싶어. 느긋느긋해보이는 느낌은 오프 모드의 안나 씨랑 비슷해보이는데... 그거 말고는 머리 색이나, 눈동자 색이나... 안나 씨랑 완전히 달라. 동생이라고 콕 집어서 이야기 안해주면 동생인지 잘 모를 정도야.
...안나 씨 동생이랬으니까 모모코랑 나이가 비슷하려나. 어쩌면, 그래서 언니가 굳이 안나 씨네 방으로 모모코를 보낸걸지도 모르겠어.
뭐, 그런거 말고는 딱히 더 둘러볼것도 없고... 주인도 없는데 너무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도 예의는 아니니까 모모코도 언니 옆에 앉았어.
...그리고, 이젠 해야만 했던 말도 슬슬 해야하고.
"...그래서. 언니, 슬슬 안 가봐도 되는거야?"
"...음."
"이미 지금도 해야할 일 엄-청 펑크내고 온거, 모모코도 모르는건 아니거든."
모모코의 말에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면, 정곡을 찌른 모양이야.
물론 뭐 당연히 말하나 마나, 언니가 이렇게 여유부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모모코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인걸.
언니는 모른척, 퉁명스러운 척을 하면서 대꾸했어.
"...아이돌 케어가 0순위, 잖아."
"그치만 언니 담당은 모모코만이 아니잖아."
시어터의 모두가 언니만 바라보고 있는걸. 모모코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야.
"...모모코."
모모코는 그런 사람한테 마냥 어리광만 부리며 달라붙을 정도로 어린애가 아니라구.
...그치만, 이렇게 솔직히 말해버리면 언니가 더더욱 안갈게 뻔하니까... 조금은 쫓아내는 말을 해볼까.
"언니가 모모코 핑계로 계속 농땡이 피우며 리츠코 씨랑 미사키 씨한테 일을 죄-다 떠넘기면 모모코까지 시어터에서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거라구? 언니야 뭐 미사키 씨랑 리츠코 씨한테 항상 죄인인거처럼 얼굴 푹 숙이고 다녔다고 해도 모모코까지 그러고 다니게 만드는건 조금-"
"-네에네에. 잘 알겠습니다, 모모코 선배."
언니는 푹, 하고 모모코의 머리를 꾸욱 누르면서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렸어.
"선배 명령이니까, 사축은 가서 열심히 일해야겠지요. 네이네이."
"언니는 프로듀서잖아? 당연히 맡은바 일을 다 해야지. 그리고 모모코 머리카락 그만 망가뜨리라구. 언니가 맨날 습관적으로 만져대는 통에 스케줄에서 곤란했던게 한두번이야?"
"오늘은 오프잖아."
"습관적, 이라고 모모코가 분명 말하지 않았으려나?? 그러니까 적당히 하라고 말하는거니까 말이지??"
차갑고 보드라운 언니의 손길을 받다보면, 손이 차가운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라는게 무슨 말인지 알것만 같은 기분이야. 괜히 쑥쓰러워져서 더 퉁명스럽게 말하게 되고. 그런데도 언니는 장난을 쳐주든, 아니면 아무말을 안하든, 모모코를 이해해주고.
...그래서, 맨날 투정만 부리는데도 모모코한테 늘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언니한테는... 모모코도 늘 감사하고 있다구.
쓰다듬으면서 모모코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언니가 문득,
"...안나는 몰라도, 히지리 쨩한테까지 못되기 굴기 없기다?"
...뭔가, 모모코의 코 끝이 살짝 시큰거리던걸 쏙 들어가게 만드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어.
응. 시큰거리는 대신 뭔가 부글부글거리기 시작하는건데.
분명 모모코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빤히 다 알면서 꼭 이런식으로 나오니까 모모코가 정말 화가 나는거라구. 일부러 그러는건 알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잖아.
"...언니는 모모코를 대체 뭘로 보는거야..."
아니... 상식적으로 오늘 처음 만날, 시어터 동료의 동생한테 시작부터 틱틱거리고 들어갈정도로 모모코는 앞뒤 경우 없는 철부지가 아니니까 말이지?
"...믿는다?"
...언니가 정-말 가끔만 보여주는 저 불안해보이는 미소가 모모코를 결국 폭발하게 만들었어.
"...모모코, 슬슬 화내도 되는 타이밍 같은건데. 어떻게, 모모코가 화내는거 쭉- 다 듣고 갈래, 아니면 빨리 가서 업무로 복귀할래?"
"으아아아, 모모코 선배의 잔소리를 듣고 사무실에서 아오바 씨랑 릿쨩 잔소리까지 듣는건 너무 잔혹하지 않을까-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언니는 도망치듯, 방에서 달려나가듯 빠져나갔어. 그리고 그렇게 언니가 빠져나간 안나 씨의 방은... 정말이지, 조용해졌어.
...뭐, 쫓아낼려고 쫓아낸거긴 하지만... 막상 언니가 빠져나가니까, 한번도 와본적 없는 공간에, 집 주인도 없이 혼자서 앉아서 기다리려니... 엄청나게 어색하네.
...근데, 그러고보니... 오늘 안나 씨, 스케줄이 언제 끝나더라...? 생각해보니, 안나 씨한테 안나 씨 동생인 히지리를 소개받든가 해야지, 모모코 혼자 멋대로 방에 들어와서 기다리다가 서로 인사하게 되는거 같은거 굉장히 어색하지 않을까...? 아니, 바깥에서 보는거면 몰라도, 방 안에? 한번도 찾아왔던 적이 없던 손님이 멋대로 들어와서 집 주인인양 기다리고 있다가 집주인을 맞이하면서 인사를 한다?
어라? 이거...엄청 이상한 거 같은데...?
...혹시, 언니를 내쫓아 버린건... 모모코가 괜한 짓을 한건 아닐까...?!
@응 맞아.
@@>>-1 이래저래...좀 그랬습니다.
바로 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언니는 운전 중이라서 그런지 심드렁하게 대답했어.
"...언니."
[응?]
"...있지. 모모코가 안나 씨나 언니한테 안나 씨 동생인 히지리를 소개받지 않고서, 손님이 주인도 없는데 멋대로 집에 들어와서 앉아있다가 주인이 들어오는걸 마중나가서 첫 인사를 건네는게 예의가 맞는걸까?"
[어라, 천하의 스오 모모코 선배가 그런걸 신경쓰는 타입이었-]
"화낸다?"
[-긴 하죠...네...]
...그렇게 바로 쭈그러들거면 대체 왜 모모코의 속을 긁는 말을 하는거냐구.
"...으으으..."
[...어쩔까. 지금이라도 내가 돌아갈까?]
"됐.거.든.요?!"
모모코를 무슨 보호자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 취급하고 있어! 모모코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
[...그, 일단 아까 안나한테 설명할 때, 히지리 쨩한테는 미리 연락좀 해달라고 했었으니까. 레슨 중이라 전화는 못받더라도 아마 안나가 메일은 미리 보내놨을거야.]
"...안나 씨가 혹시라도 깜빡하거나 하진 않았겠지...? 언니가 지금이라도 직접 메일을 보내서 알리거나 하면 안되는거려나...?"
그치. 이렇게 해서 미리 소개를 해두면 모모코의 체면이 조금이라도 지켜지지 않을까 싶은건데. 조금은 덜 어색해지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걸어봤는데...
[유감이지만, 내가 안나한테 히지리 쨩의 메일주소 같은걸 받아두진 못했거든...]
"어째서?!"
[...음... 크흠. 그러니까... '...응. 프로듀서...씨가, 히지리한테... 직접, 연락할 필요...없지? 괜히... 765로, 스카웃, 한다, 만다...같은 이상한, 소리해서... 히지리, 귀찮게...할, 여지 같은거... 안 만드는게... 서로, 좋겠지...?' ...라고 안나가 그러던데.]
...언니가 멋대로 안나 씨의 성대모사를 한다, 그리고 그게 꽤나 흡사하다... 같은건 둘째치고!!
"전부 다 언니 탓이잖아!!!!!"
[귀, 귀 아파...]
...엄살은. 어차피 스피커 폰일거잖아. 아직 차일거면서.
"...후우. 안나 씨는 이미, 스케줄 들어간거잖아. 그치? 지금 언니가 전화해서 동생한테 전화좀 넣어달라고 하는 것도 안될거구. 맞지?"
[...저기, 모모코, 역시 내가 돌아가는게-]
"......"
...뭔가 이쯤되니까 슬슬 모모코도 고집을 꺾고 언니가 다시 돌아오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앗."
삑-삑-삑-삑-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가 들려. 안나 씨는 아직 스케줄이 끝날 시간이 아니잖아. 근데 그렇다는건?
"...언니는 나중에 두고봐."
[잠깐? 모모코? 히지리 쨩이 온거야? 아니 그러면 나한테 다시 전화를-]
별 도움도 안되는 언니의 전화는 끊어버리고, 모모코는 크게 심호흡을 했어.
"다녀왔습니다~"
방에 복도까지 있는 맨션이라서 그런지 다행히도 모모코한테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주어졌어.
"...신발...?"
응. 모모코의 신발을 본거구나. 일단 목소리만 들어봤을 땐... 안나 씨랑 판박이인 분위기, 일까. 사진에서 보인 첫인상이랑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아.
"...누가...온거려나...?"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뭐, 자주들...놀러오니까..."
...그렇게 뭔가 혼자 납득하는 분위기였어.
"...누구지...?"
...느긋한 분위기...려나? 이런건 미야 씨나 히나타 씨 같은 느낌인거 같기도...
음. 대충 어떤 성격인지는 알거 같기도 해.
신발 소리가 잦아들고 아주 희미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서, 모모코는 재빠르게 문에서 떨어져서 소파로 달려들고는 아까부터 얌전히 앉아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기로 했어.
...그야, 일단 아이돌 지망생? 이랬으니까 모모코가 선배잖아. 모범과 약간의 위엄을 보이는게 좋을테니까.
그리고 거실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빙긋 웃으면서.
"아, 언니가 말한 것보다 일찍 왔네?"
그렇게 바로 툭, 던지니까 바로 반응이 왔어.
"...에...?"
...대충 첫인상 느낌만 보자면, 안나 씨의 분위기가 풍기는... 언니?
아, 생각해보니 언니도 금발에 붉은 눈동자였지 참. 그렇게 보면 솔직히 안나 씨 동생이라기 보단 언니의 동생이나 딸같아 보ㅇ...아, 이건 너무 나갔나...
아무튼 당황해서 그런건지 살짝 얼어붙은 그 아이에게, 모모코는 쇼파에서 일어나서 다가가서 인사를 건냈어.
"응, 만나서 반가워. 나는 스오 모모코."
"에에..."
"그쪽이 안나 씨의 동생인 모치즈키 히지리. 맞지?"
살짝 눈동자가 커지는 걸 보니, 모모코가 이름을 알고 있는거에 조금은 놀랐나봐. 아니, 그치만 모모코가 모를리가 없잖아? 시어터에 찾아온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모모코가 있을 때 찾아오기도 했었고. 모모코랑 직접 마주친 적은 없었더라도 아리사 씨가 이야기하는걸 들어서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단 말이지.
모모코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까,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던 히지리도 정신을 차린건지 서둘러서 인사했어.
"에, 으응... 만나서, 반가워...요..."
...아니, 얘도 안나 씨 동생이라고 연상에게 존대하는 타입인거야? 그렇게 딱딱한건 346의 그 타치바나 씨나 사쿠라이 씨 정도로 충분한건데. 보나마나 안나 씨 동생이면 어리면 모모코랑 같은 나이거나, 많아도 뭐 세리카 정도? 그러긴 하겠지만. 그래도 모모코는 호칭 말고 다른거로 존대받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추오도 없으니까 말이지?
"모모코랑 나이도 비슷할텐데 굳이 존댓말 할 필요 없잖아? 편하게 해도 되니까?"
...그래... 아무리 그래도 모모코가 선배니 만큼 이렇게 먼저 풀어줘야 존댓말을 안할 명분이 생기긴 하겠지. 응.
"뭐, 한동안 잘 부탁할게?"
"아, 으응..."
그렇게 모모코가 손을 내미니까, 얼떨떨하게 손을 내밀고는 모모코랑 악수를 하는데... 손, 모모코만큼 작네. 모모코도 큰 편은 아니지만. 모모코랑 딱 마주대봐서 정확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모코보단 조금은 크지 않을까, 싶은데...
"저기..."
"응?"
어라, 방금 모모코를 부른거야?
"왜? 모모코한테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
"그... 한동안, 잘 부탁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존댓말 할 필요 없다니까? 모모코보다 나이도 많을거 같은데..."
...잠깐? 방금 물어본거-
"...어, 잠깐? 그게 왜?"
"그게..."
뭔가, 모모코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네... 사실 반대여야 하지 않아? 아니, 모모코가 오히려 주인인 안나 씨랑 히지리의 눈치를 봐야하는건데...
"...뭐 이상한 말한 건 아니라고 보는데. 뭐야. 언니랑 이야기 다 된거 아니었어?"
...아, 살짝 짜증이 나서 확 말해버리긴 했는데. 언니가 히지리한테 연락은 못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안나 씨한테 전달해달라고 그러기는 했고...
뭐 어쨌든 히지리한테는 안나 씨가 언니니까 뭐 대충 말은 통하겠지.
"...언니...?"
멀뚱멀뚱. 모모코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이해를 못한거 같은 반응이야.
...언니? 안나 씨한테 전해달라고 말은 한거 맞는거지?
"잠깐. 언니가 안나 씨랑 다 이야기를 끝냈다고 했는데. 왜 히지리는 전혀 들은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야? 모모코랑 같이 지낼사람인데?"
"...같이...지내...? 그게, 무슨...?"
숨을 크게 들이쉬고, 눈을 질끈 감았어.
아까부터. 아니, 아침부터. 아니, 아니야. 어제. 병원에 갔을 때부터.
모모코의 안에 꾸역꾸역 쌓여가던 질척질척한 무언가가, 금방이라도 터질것만 같아서.
그런데도, 아니, 오히려.
모모코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모모코가 가장 잘해왔고, 아마 앞으로도 가장 잘할거라고 자신할 수 있는-연기를. 지금 이순간, 하고 있어. 최선을 다해서.
"저기, 모모코 잠깐, 전화 한 통화만 할게?"
"어, 응..."
...히지리는 조금 겁을 먹은 듯한 반응이야. 그렇겠지? 모모코, 모모코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서 숨겨본다고 한거긴 한데. 사실 모모코가 생각해봐도 모모코는 지금 화가 나서 어쩔줄 몰라하는 걸 티를 팍팍 내고 있을거 같거든.
그래도, 적어도 아직, 그게 이 앞에 있는 히지리가 잘못한게 아니라는 걸 생각할 정도로. 아직 모모코는 구분 할 수 있어. 그래.
[여보세요? 모모코?]
"여보세요? 언니? 응. 지금 안나 씨네 집인건데."
언니한테 전화하면서 '뭐라고 말해야지' 같은걸 딱히 생각해두진 않았어.
...근데, 근데 말이지.
[응, 모모코. 그야 안나네 집인건 알지.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모모코, 말이지.
"응. 언니가 말한대로 모모코, 안나 씨네 집에서 지내는 걸로 했으니까. 짐도 다 갖고 왔어요?"
언니도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했어. 그야 당연하잖아. 누가 모모코를 여기까지 데려다 줬겠냐구.
근데 왜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하냐구?
"그.런.데. 왜 히지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모모코. 아무래도 안나가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응? 언니? 분.명.히. 안나 씨한테 다 이야기 했다면서?"
...이렇게나 모모코를 위해서 배려해줬던 언니한테 떼쓰고 투정부리는게 정말 못된거, 모모코도 모르지 않아. 분명 잘 알고 있는건데...
"언제 이야기 한거야? 모모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나 씨한테 미리 다 얘기 해뒀다면 안나 씨가 같이 살고 있는 동생한테 아무 말도 안했을리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건데?"
...모모코가, 할머니하고 지내다가 할머니가 쓰러지셨는데, 엄마하고도, 아빠하고도 같이 지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갈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는 식으로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응. 오늘 처음 보는 히지리한테까지, 이런 걸 구구절절이 모모코가 설명해야하는건가, 싶어서.
모모코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모모코는 어딜 가든 항상 설명을 해야만 하는걸까-하는게...
...너무 분하고 서러워서.
근데 그게 그 누구에게도 잘못을 물을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아서.
"그래서, 어떻게 해?"
그래서, 지금 모모코 곁에 남은 사람 중 모모코의 사정을 다 알고 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모모코의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하는 언니한테, 하소연하고, 화풀이하고.
...이렇게 말하면서 히지리한테 간접적으로 설명하려는 생각, 도 있고 말이지.
[...화 풀어, 모모코.]
"모모코 화 안났어."
응, 당연히 거짓말이지.
"화 풀라고만 하지 말고. 언니."
응. 트집잡기야. 모모코도 몇번 당해보고, 정말 싫어했던 짓인데. 이걸 모모코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한테 모모코가 하고 있어.
그치만 모모코의 입은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
"차라리 언니가 처음부터 다 제대로 이야기를 못해서 모모코가 조금은 설명을 해야한다고 했으면 모모코, 이렇게 화는 안 나. 분명, 언니가 안나 씨한테 이야기 다 해서 모모코는 몸만 가면 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모모코의 담당 프로듀서로써 그렇게 무책임하고 경솔하게 행동하고 판단하면 안되잖아? 이래서야 모모코가 언니를 어떻게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고 따라갈 수 있겠어?"
...언니는 어느순간부터 별다른 말을 안하고... 그냥 모모코의 말에 맞장구만 쳐주고 있었어. 그리고 모모코가 제멋대로 뱉어내던 말이 끝나니까.
[...내가 미안해, 모모코.]
......
[조금은 괜찮아졌니?]
......
[옆에 히지리 쨩이 있어?]
...진짜, 귀신이냐구, 언니는. 훤히 들여다보듯이, 이미 다 알고 있어.
말 하는거 하나 하나가 모모코의 가슴을 아프게 해. 너무 정곡이라서, 그리고 그래서 더더욱 언니한테 미안해서.
그래도 모모코, 연기력은 스스로 자부할만하다고 생각하니까. 바로 옆에 있는 히지리한테 티는 안 나게 할거야.
[...내가 히지리 쨩한테 마저 설명해줄게. 바꿔줄래?]
숨을 다시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
"응? 언니가 직접 설명할 거라고? 뭐, 알았어."
어쩔수 없다는 듯. 모모코가 이해해줘야만 한다는 듯.
"정말이지...하아..."
...그렇게 뻔뻔하게, 한숨으로 다시 울고 싶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다시 연기를 했어.
"자, 바꿔달래. 언니... 아니, 모모코랑 안나 씨의 프로듀서, 라고 설명해야겠지? 아무튼 히지리한테 할 말이 있다니까. 여기."
"에, 으응..."
모모코한테 살짝 거리를 두며 모모코의 눈치를 엄청나게 보던 히지리는, 모모코한테 휴대폰을 넘겨받았어.
...뭐랄까. 엄청나게 지쳐버려서, 소파로 다가가서 털썩 주저앉았어.
"...저기, 여보세요...?"
모모코 쪽을 흘끔흘끔 보던 히지리는,
"...에, 저기...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씨..."
언니가 말하기 시작하니까 시선을 다시 돌리며 통화에 집중했어.
"네...그때, 이사 이래로...처음..."
...아. 그러고보니, 언니가 여기 이사? 오는걸 도와줬다고 그랬나...
"네, 네에... 저기, 근데, 하실 말씀...이라는게..."
......
"...어떤 이야기요...?"
뭐, 언니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에? 에에?"
...많이 놀라는 반응이네.
"그..."
...뭐, 듣고 싶다면야. 그리고 언니가 설명한다면야 모모코가 뭐라 막을 길은 없어. 어디까지나 모모코는 지금 신세지러 온거니까 말이지.
조금 긴 이야기를 가진 뒤, 히지리는-
"-아뇨, 괜찮아요."
그렇게 대답했어.
...그리고 그 대답에서 언니가 뭐라고 말했을지도 대충 알 거 같아서 아주 조금은 불만스러워졌어.
"네. 감사합니다..."
......
"네... 아, 네."
그렇게 대답하더니, 히지리가 다시 휴대폰을 가지고 와서 모모코한테 갖다줬어. 아직 전화는 끊기지 않았구.
"응, 언니."
[...자세한 사정은 설명 안했지만, 같이 지낸다는 건 말했어. 그리고 좀 있다가 안나 스케줄 끝나면 데리고 같이 갈거야.]
"...알았어. 있다가 봐?"
...참 웃기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언니가 도와준건데. 이 통화 자체가 모모코의 자존심 때문에 시작된거라서... 결국엔 끝까지 언니한테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입에 올리질 못했네.
...최악이야. 정말.
소파에서 일어나서 다시금 방글방글 웃어보이면서, 히지리한테 그렇게 말했어.
"으, 응... 잘 부탁...드려요..."
...뭐, 어쩔줄 몰라하는 반응인건 어쩔수 없나...
아, 이거 치하야 씨가 좋아할만한 말장난이려나? 나중에 잘 갈무리해서 한번 치하야 씨를 웃겨봐야지.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어. 그리고 이런 모모코를 멍하니 지켜보는 히지리.
"...응? 뭐해? 여기, 히지리네 집이잖아? 모모코의 눈치를 볼 필요 없으니까."
...모모코가 주인인것마냥 말하고는 옆에 앉으라고 강요하는 거, 엄청 뻔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치만, 이렇게 뻔뻔하게라도 굴지 않으면 모모코가 숨이 막힐거 같으니까...! 다른건 몰라도, 이건 정당방위 인걸로 해주는거지? 응? 그렇지?
어쨌든 고개를 끄덕이며 모모코의 옆에 앉은 히지리한테,
"있지. 모모코, 시어터에서 아리사 씨한테 히지리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에?"
아리사 씨의 이름을 팔면서-사실 아리사 씨가 얘기해준게 대다수니까 아리사 씨가 억울할 건 없긴 하지만-이런 저런 스몰토크?를 시작했어.
"아니, 딱히 모모코한테 엄청 많이 이야기해준건 아니고. 그냥, 346 프로덕션에 있고, 노래를 엄~청 잘 부른다, 정도? 물론, 안나 씨가 바로 아리사 씨의 입을 틀어막아버리긴 했지만.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라고해서."
"아, 하하..."
...뭐, 전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니까.
그리고 지금 히지리가 보여주는 엄-청 곤란하다는 미소는... 응. 그렇겠네. 아리사 씨랑 안나 씨, 보나마나 히지리가 보는 앞에서도 똑~같이 꽁트를 찍었었겠지.
...아무튼.
"아무튼, 그래서 말이지. 지금 히지리는 앞으로 예정이 어떻게 잡혀있는거야?"
"에에?!"
...왜 그렇게 화들짝 놀라는거야?
"에에?! 가 아니라."
히지리의 반응을 즉석에서 똑같이 따라해서 보여주니까, 감탄으로 커지던 두 눈동자가 보이고, 그리고 새빨갛게 물드는 두 뺨이 보이네.
...방금은 모모코가 조금 너무했을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아이돌 지망생이라며? 그럼 예능에도 적응해야 하니까 이런 짖궂은 장난 같은거엔 좀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구.
"아이돌이라면 말이지... 아 잠깐, 지금 데뷔는 한거야?"
...뭐, 지망생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혹시 모르잖아? 어제오늘 중으로 데뷔 일정이 잡혔을지도?
그리고 모모코의 감? 아니면 촉? 어쨌든.
그냥 느낌이었는데, 들어맞아버렸어.
"일정...잡히긴 했는데..."
"...어? 진짜?"
...솔직히 좀 놀랐어.
그냥, 아리사 씨가 굉장하다 어쩌다 그러고 안나 씨가 그걸 제압하는걸 본 정도지, 히지리가 어느정도 실력인지 같은건 모모코가 직접 본 적은 없다구? 그래서 그냥 적당히 스몰토크 용으로 화제를 던져본거였는데... 아니, 진짜로 데뷔 일정이 잡혔다고?
그치만 모모코의 반응을 본 히지리가 작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다시 말을 이어갔어.
"...으응, 했었다고, 해야하나..."
...?
"...에? 무슨 말이야?"
하면 한거고, 아니면 아닌건데.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아이돌로 데뷔하는거...잠시, 보류하자고 이야기가...나와서..."
...왜?
"왜?"
대체 무엇 때문에?
"...글쎄... 잘, 모르겠어..."
...전혀 짚이는게 없다는 반응이네.
"...히지리네 프로듀서가 뭔가 설명해주거나 한건 없는거야?"
"...응, 일단, 기다려달라고만..."
...그런걸 어떻게 잠자코 기다리고만 있어.
"모모코는 그런거 절-대 용납 안하는데."
"...에...?"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한 다음 팔짱을 끼고선. 모모코는 당당하게 말했어.
"모모코였으면, 그냥 무작정 기다려달라는거 납득 안해. 언니가 모모코한테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설령 그렇게 했다간 모모코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전까진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구."
"...와아..."
...아니... 그, 저기... 그렇게 순수하게 감탄하면 말이지, 아무리 모모코라도 좀 부끄럽거든...?
...크흠. 아무튼 간에.
"그러면, 향후 활동은 커녕 활동 방향이나... 뭐 정해진건 없는거네?"
"...응... 아, 그러고보니... 가창력이 좋으니까, 그쪽으로 어필하는 방향...으로, 짜보겠다고 그러시긴..."
...뭐 하나 정해진게 없는거잖아.
이거, 그나마 346같은 대기업이니까 괜찮은거지, 소규모 소속사에서 이런식으로 나왔다가는 그냥 사기치는거 일게 분명했을거라구.
...물론, 이런 골치아픈 이야기 같은거, 이렇게 천진난만한 히지리한테 할 건 아닌거 같으니까 굳이 하진 말아야겠지.
"어휴. '보겠다'잖아? 결국 정해진건 없는거네."
"...그, 그런가... 에헤헤..."
이거 봐. 어휴...
"...뭔가 히지리를 보고 있으면, 시어터에도 비슷한 누가 있어서 자꾸 생각나네."
...이쿠...는 그래도 똑소리 나니까 비교하면 이쿠한테 실례일테고... 세리카? 응. 티없이 맑고 천진난만한걸 보면 세리카랑 가장 비슷한거 같기도...
"...에? 누구...?"
...잠깐. 설마, 안나 씨, 세리카가 그동안 막 말 놓고 편하게 대하고 해도 그냥 내버려두고 했던건... 세리카가 동생인 히지리를 많이 닮아서...?
...같은거 일리가 없지-!
"뭐, 그건 됐고."
괜히 지금 세리카 이야기가 나왔다간 이런 쓸데없는 추측 같은것도 말해버릴거 같으니, 빠르게 넘어가자구.
"히지리는, 모모코한테 뭐 궁금한거 같은거...있어? 모모코가 당장에 궁금한건 다 물어본건데."
...뭐, 모모코만 질문하는건 무슨 청문회?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서로 질문을 주고 받아야 대화인게 아닐까 싶어서.
"모모코 쨩에 대해서...?"
"응."
그래서 그렇게 말한 거였는데...
"...저기, 모모코 쨩은 왜..."
...아아...
"집이 아니라, 하필 우리 집에서 한동안 지내야 하는...거야...?"
...설마하니, 정말 곧장, 이렇게 가장 껄끄러운걸 물어볼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모모코랑 눈이 마주치니까, 히지리가 엄청 놀란게 보여. 아니, 다른사람이 물어본것도 아니고 히지리 스스로가 물어본거면서, 그렇게까지 놀라는건 또 뭐냐구. 진짜 아무 생각 없었던거야? 근데 그러면서도 또 모모코의 반응에 놀란거야?
...눈치가 없다, 는건 아니지만... 음...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를 잘 모르겠는건데.
"...있지, 히지리."
"미, 미안...해요...! 이상한 질문을 했어...!"
...아니 뭐... 언니가 자세히 이야기 안해준거고 그런거면야, 궁금할법도 하고. 히지리가 잘못했다는 생각 같은건 딱히 안들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미안해하는건 모모코가 민망해지잖아.
"...뭐, 모모코는 딱히 화 안났으니까."
...그냥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 언니가 모모코한테 그랬던 거처럼 히지리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뭔가... 강아지처럼 엄청 보송보송, 보슬거리네.
모모코가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어서 그런걸까? 히지리가 놀란거 같아보여. 뭔가 그런게 귀여워보이기도 하고 해서 조금 웃음이 나왔어.
"뭐, 모모코가 집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래서 언니가 안나 씨한테 부탁한게 맞아. 왜 갈수 없는지 같은건...또 캐묻진 않을거지?"
"그, 그럼...!"
...엄청 고개를 끄덕이네... 하마터면 웃어버릴 뻔했다구.
"...응. 그럼 됐어. 아참. 그래도 그런 질문, 무심코 던지거나 하면 듣는 사람이 상처받거나 화낼수도 있다구? 말은 항상 하기 전에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하니까.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항상 명심해야하는 거라구. 알았지, 히지리?"
"으, 응..."
...그러고보니 히지리, 346 프로덕션이라고 그랬었지. 말 조심 안하는 거에는 저쪽에 정말 데뷔하자마자 업계의 전설이 된 사람이 있었지 아마...? 아무래도 모모코가 이런건 조금 설명을 해두는게 좋을거 같네.
"경솔하게 말하는게 얼마나 위험하면 말이지, 그쪽 346 프로덕션에도 유메미 리아무라는-"
...어라?
"...어? 에? 잠깐, 뭐야?"
뭐야? 왜 히지리가 모모코를 끌어안고 있어? 대체 뭔데?
"...잠-깐! 히지리, 이게 뭐하는거야?! 놔줘!"
아니 대체 뭐냐구! 뭔데 대체! 모모코가 말하는데도 전혀 듣지도 않고...!
"왜 갑자기 끌어안는거야! 놔, 놔달라구! 모모코는 애가 아니야!"
...돌아온 대답은, 전혀 이해도 안되는 엉뚱한 소리.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니-까! 그런 막무가내스러운 말이나 행동은 하지말래두-! 놔줘!!"
아니 뭐야. 히지리가 모모코의 사생팬이었던거야? 아니 뭐 그런것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러는건데. 아까까지의 이야기에서 모모코를 갑자기 껴안을 이유같은게 대체 어디에 있는거냐구!
모모코가 대답하고 나니까, 오히려 히지리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갔어. 아니, 모모코는 등신대 봉제인형 같은게 아니니까! 쥐어짜듯 꽉 끌어안거나 하지 말란...말야...!
"힘은, 왜 이렇게 센거야...! 놔달라니까...!!"
몇 분 정도 버둥거려봤지만, 히지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축축해.
땀이 나서 그런걸까, 아니면...
"...진짜... 엉망진창이야..."
...자기 마음대로 모모코를 막 끌어안고 그럴거면. 그럼 모모코가 끌어안아도 정당방위인거지.
"...모모코 쨩...?"
...뭘 놀란거처럼 부르는거냐고.
"...시끄러워... 모모코, 진짜 화났으니까..."
"...응, 미안..."
...짜증나...
"...그러니까 미안하면 놔달라구..."
히지리가 붙어있으니까, 고개를 가로로 저어서 옷이랑 뺨이 쓸리는게 느껴져.
"...미안..."
...그냥,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고 모모코 이야기는 들은체만체 할거라는거지.
모모코한텐 이런거 필요 없는데. 그냥 혼자 있는 걸로도 괜찮았는데.
"...똥고집...말미잘..."
히지리가 꽉 껴안아서 느껴지는 이 압박감이, 너무 싫어서.
싫을 정도로, 도망도 못 가게 꽉 붙잡아서. 모모코를 쥐어짜내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려는 것만 같아서.
"...치사하게... 진짜 싫어..."
"...어라?"
...어라?
눈을 떠보니까, 침대 사다리 방향에서 모모코한테 빼꼼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미라이 씨가 보여.
"......"
"...어, 저기... 모모코 쨩...?"
아무말도 안하고 미라이 씨를 가만히 바라보니까, 미라이 씨가 조금 민망하다는 듯 베시시 웃어보였고.
"...흥-이다. 미라이 씨 정말 싫어."
바로 몸을 돌리며 이불을 뒤집어썼어. 아, 진짜 싫다 진짜로. 진짜!!
"으에엑?! 내 얘기였어?! 대체 꿈에서 눈물이 날정도로 내가 싫을 일이 있었던거야 모모코 쨩?!"
"그러니까 그런거 시끄럽게 큰소리로 말하지 말라니까?! 아 진짜 싫어!!"
...그렇구나.
모모코, 꿈을 꿨던거구나. 안나 씨네 집에 왔던 첫 날의 일을...
...다행히도, 깨우러 와줬던게 미라이 씨라서 잘 얼버무릴 수 있었어.
>>다음상황 다이스
1 ~ 33 : 점심 때가 다 되어가는 시간. 모모코 몫의 아침은 남아있지만 다들 이미 아침식사와 씻는게 끝났습니다.
34 ~ 66 : 다들 잠에서 깨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67 ~ 99 : 아직 이른 아침인거 같은데...?
동률이면 컴마 합계가 더 높은 쪽으로.
"......"
"......"
우물우물.
"......"
"......"
오늘은 모모코가 평소 일어나던 것보다 훨씬 늦게 깨고 말았어. 그, 확실히 모모코가 평소에 자던 시간에 안자기도 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 또 밤에 다같이 모여서 막 떠들고 하다보니 피곤해서 휴대폰을 제대로 확인 안하고 자서 알람을 못들은게 크긴 했겠지. 응. 모모코도 그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근데 그렇다고 해도 좀 어느정도 늦어졌으면 누구 한 사람 쯤은 모모코가 일어났나를 챙겨줬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은 들어.
뭐, 다행히도 오늘의 스오 모모코는 오프라서 늦잠을 자던 뭘 하던 큰 상관은 없지만 말야. 사실, 오프가 아니었다면 진즉에 언니가 들이닥쳤을거기도 하고...
"...뭐해, 둘이서...?"
"응. 모모코, 지금 미라이 씨를 열심히 노려보는 중인건데."
"히이잉... 안나쨔아앙..."
...아니, 모모코의 눈치를 계속 보기만 할거면 슬쩍 거실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늘상 그러던 것처럼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하는 미라이 씨 그 특유의 태도로 모모코의 건너편에 앉아서 또 실없는 소리라도 해주던가 하지. 저렇게 어정쩡하게 문가에 서서 뭐하고 있는거냐구.
...물론 아침에 잠이 깨자마자 깨워준 사람한테 이렇게 대놓고 쏘아붙일 정도로 모모코는 못된 아이는 아니니까 참아주고 있는거야.
"...그래도... 미라이...가, 모모코의 아침밥... 챙겨줬잖아...?"
"...안나 쨔아앙..."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안나 씨는 안나 씨한테 들러붙는 미라이 씨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고서 슬쩍 밀어내며 그렇게 말해줬어.
응. 그치.
미라이 씨가 모모코가 방 밖으로 나오는걸 보자마자 바로 부엌에서 편의점 주먹밥이랑 즉석 된장국을 준비해줘서 지금 모모코가 먹고 있는거니 말야.
"...그건 모모코도 당연히 아는건데. 그러니까 괜히 모모코 눈치같은거 볼 필요도 없는건데 왜 저렇게 계속 눈치를 보나 싶어서 더 쏘아본 거라구."
"...그, 그치만 모모코 쨩이 눈 뜨자마자 바로 내가 정말 싫다고-"
"...? 대체...무슨 일이...있었길래-"
"-아 그만! 그거 미라이 씨 잘못 아니니까 제발 그만해! 그 얘긴 더 안할거니까 그만!! 더 캐묻지 말기!!"
모모코가 눈을 부릅뜨니까 미라이 씨가 헙, 하고 입을 가리고는 자세를 바르게 하면서 안나씨한테서 떨어졌어.
...뭔가 좀 이상하긴 한데, 미라이 씨, 은근히 모모코의 잔소리를 무서워하는거 같아...
안나 씨가 불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삐죽였지만, 그래도 모모코가 단호하게 말하니까 더 뭐라 말은 안하고 모모코의 건너편에 앉았어. 그리고 안나 씨가 앉으니까 미라이 씨도 옆에 앉았고.
이젠 한숨을 돌린것 같아서 컵 된장국을 들고 국물을 마셨는데-
"......그러니까 그냥... 한번에 깨웠어야지... 왜, 자는 얼굴을 계속...들여다 봐서..."
"콜록?!"
"ㅁ, 모모코 쨩?!"
-사, 사레 들릴 뻔했잖아...!! 아니, 방금 안나 씨 말대로면, 미라이 씨가 아까 모모코가 자고 있는 동안 계속 모모코 얼굴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안나 씨는 그걸 알면서도 뭐라 안했고?!
"콜록! 콜록!!"
"무, 물 갖다줄게...!"
"...아. 안나... 괜한 말... 했나...?"
......아, 진짜! 짜증나!!
"......"
"......"
"......"
우물우물.
뚱하게 말 없이 주먹밥을 마저 먹고 있는 모모코랑, 휴대폰을 가로로 들고 뭔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안나 씨. 그리고 슬쩍슬쩍 모모코의 눈치를 보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미라이 씨.
...뭐, 그래. 평소처럼 일찍 안 일어난 모모코의 잘못이지. 응. 인정할게. 미라이 씨가 계속 모모코 눈치 보는 것도 좀 불쌍하기도 하고 신경쓰이기도 하니까.
모모코가 선배이기도 하니까 뭐. 말을 먼저 꺼내줘야겠지.
"...그래서."
"으, 응? 왜, 모모코 쨩?"
"다른 사람들은? 유리코 씨나 아리사 씨나 미즈키 씨나 츠바사 씨."
...슬쩍 다른 쪽으로 이야기거리를 돌리는 게 좋을지도.
"...뭐어... 다들, 모모코 자는 얼굴... 귀엽다고...했으니까...? 걱정은-"
"-아니, 모모코의 늦잠 자는 얼굴 감상평 같은게 궁금한게 아닌건데?! 다들 어디갔냐고!! 안나 씨는 모모코가 이야기 하기 싫은거 뻔히 알면서 꼭 그걸 말해야 하는 거냐구?! 웃지 말고!!!"
...안나 씨 진짜 짜증나!!
>>+2까지 다이스.
...다들 어디갔을까요?
+1의 다이스, 컴마로 아리사, 유리코
+2의 다이스, 컴마로 츠바사, 미즈키.
1 ~ 35 : 먼저 갔다.
36 ~ 70 : 곧 들어올거다.
71 ~ : ...?????
+)추가로 모모코와 안나, 미라이가 나눌 이야기 주제도 제시...해주실 수 있으면 해주시면...
물론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모모코가 진정하고 나니까, 안나 씨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대답했어.
"츠바사는... 잠깐 갔다 온다고..."
"갔다온다니, 어딜?"
"아, 편의점에서 사올게 좀 있다고 그랬어."
"...그대로 가도... 됐는데..."
...뭔가 꽁해있는 거 같은 안나 씨의 반응은 그러려니 하고. 아니 뭐, 어제 일로 여전히 부루퉁해보이는 거, 모모코도 이해는 하지만 말이지.
"그럼 다른 사람들은? 미즈키 씨랑, 아리사 씨랑, 유리코 씨. 다들 어디갔어? 츠바사 씨랑 같이 나갔다 오는거야?"
"......"
"...데헤헤..."
헤실헤실 웃기만 하는 미라이 씨랑, 말 없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모모코를 바라보는 안나 씨.
...아니, 자세히 보니까 모모코가 아니라, 모모코의 뒤쪽...을 보는거 같기도...?
그래서 뒤를 돌아보니까-
"......"
"......"
"...좋은 아침입니다, 스오 양."
-주방 문 쪽에, 유리코 씨랑 아리사 씨랑 미즈키 씨가 옹기종기 모여서 얼굴만 쏙, 내밀고 주방 안을 살펴보는 모양이었어.
"...모모코, 세 사람은 지금 뭐하고 있는건지 궁금한건데."
"...그으게 말이죠? 아리사는 화장실에 있었고, 유리코 쨩이랑 미즈키 쨩은 샤워실에 있었는데 모모코 쨩이 버럭 소리를 지르길래... 조금 상황을 살피느라..."
"...어디서부터 들은걸까나."
"...에... 그러니까, 아 진짜 싫어-부...터...?"
......저거, 모모코가 잘못 기억한게 아니라면... 거의 처음 아니려나.
"......왜 바로 나오지 않았던건데?"
"...모치즈키 양이 상황을 살펴보고 알려준다고 해서요."
"......헤에."
...응, 대충 뭔지 알거 같은건데.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어.
"그러니까, 모모코가 상황을 정리해보면 말이지? 안나 씨는 모든 상황을 다 파악했으면서도 아리사 씨나 유리코 씨, 미즈키 씨한테 바로 알려주지 않았고. 모모코의 질문에도 적당히 모른척 피하면서 모모코가 부끄러워할 만한 말만 해서 일부러 모모코를 골렸다는게 되는데. 맞아?"
"...우와, 모모코 쨩... 엄청 똑소리 나. 역시 선배...!"
미라이 씨의 감탄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모모코의 시선을 피하는 안나 씨. 그리고 왠진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조용한 미즈키 씨랑 아리사 씨, 그리고 유리코 씨까지.
...흐응.
굳이 더 뭔가 말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서, 얼마 남지 않은 주먹밥을 입에 다 집어넣고서 된장국을 마셨어. 거의 다 식어서 뜨겁지도 않고, 된장국도 거의 다 마신 상태라 금방 다 먹었고.
"...잘 먹었습니다."
"에... 변변치 않았습니다...?"
"자아, 그럼 잘 먹었으니...이제 식후 운동할 시간일까나?"
"...먹자마자, 뛰면...소화...안...?!"
뭐 물론 모모코가 아무리 화를 내니 어쩌니 해도, 옆에 미즈키 씨나 유리코 씨가 있어서 금방 말려주긴 했어. 안나 씨도 어디까지나 장난의 영역이니까, 모모코도 막 그렇게까지 화내고 어쩌고 할건 아니고 말이지.
아무튼, 대충 정리되고 난 다음에 아리사 씨가 씻으러 들어갔고,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앉게 됐어. 안나 씨는 이번에는 게임기를 가져와서 게임을 켰고...
"...뭔가 익숙한 것 같은 느낌이네요, 나나오 양."
유리코 씨의 머리를 빗어주던 미즈키 씨가 문득 그렇게 말을 꺼냈어.
"...음? 에? 어떤 게요?"
"모치즈키 양이랑, 스오 양이 서로 투닥투닥 거리는거요."
그리고 그 말에 옆에서 휴대폰으로 유x브를 보고 있던 미라이 씨도 생각났다는 듯 말했어.
"...어, 그러고보니 그런거 같은데? 안나 쨩이랑 모모코 쨩, 예전이랑 비교하면 서로 엄청 편하게 대하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그으런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으음...뭔가 말이지, 예전에는 안나 쨩이나 모모코 쨩이 시어터에서 서로 같이 이야기하거나 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요즘에는 이야기하고 장난도 치고 하는걸 자주 보는거 같은데."
"일정이 끝나고, 모치즈키 양이 스오 양을 데리고 돌아가는 것도 자주 봤구요."
...뭘까, 오늘. 왜 일어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계속 모모코가 부끄러워질만한 이야기만 나오는 거냐구.
"음... 시어터에서야 딱히 두 사람이 그렇게 막 친하게 지내고 그런 느낌은 없긴 한데 말이죠."
다행히도, 유리코 씨가 미라이 씨랑 미즈키 씨의 이야기를 막아-
"제가 봤을 때는...시어터보다는 오히려 집에서 더 친하게 지낼걸요?"
-주는게 아니라 더 큰 폭탄을 떨구는거 같은데...?!
"아까처럼 투닥거리는것도 투닥거리는 거지만, 그거 보다는-"
>>+2까지. 유리코가 본 것은?
"...데면...하다...? 무슨 뜻이야?"
데면하다? 뭘까, 저 말은.
미라이 씨도 잘 이해를 못했는지 유리코 씨한테 되물어봤어. 하지만 미즈키 씨는 바로 이해했다는 느낌이야.
"...격없이 편하게 대한다는 건가요?"
"네에, 뭐랄까... 프로듀서 씨, 만큼은 아니어도 거의 비슷하게? 대한다고 해야하나. 뭔가, 여기에서는 평소에 다른 연상...그러니까 저나 아리사 씨를 대하는 것보다 안나 쨩을 더 편안해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 안나 쨩이랑 히지리 쨩이 여기서 잘 대해주니까 모모코 쨩도 더 편하게 대하는 그런 느낌일지도."
......
...아니, 유리코 씨?! 모모코랑 안나 씨가 바로 코앞에서 듣고 있는데 대놓고 그런 말을 하기야?!
...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순 없었어. 여기서 또 막 화내고 따져봐야 모모코만 손해인걸. 그런걸 모르진 않아.
뭐, 틀린 말도 아니니까... 부정할 수도 없고 말이지...
"그리고...그..."
...그러다 왜인진 모르겠는데 갑자기 말을 줄이는 유리코 씨.
"...응? 유리코, 왜 갑자기 안나 쨩 쪽을 바라보고..."
"...아하."
...안나 씨 쪽? 유리코 씨의 말에 좀 부끄러워져서 열심히 딴청을 부리던 모모코도, 미라이 씨의 그 말에 궁금해져서 고개를 돌렸는데...
...대체 뭐가? 싶었어.
"...아하라니. 미즈키 쨩, 대체 뭘 보고 알았다는 거야?"
"...모치즈키 씨의 게임기요."
...안나 씨의 게임기? 별거 없잖아. 그냥 평범한 게임기인걸. 그러고보니 뒷면에 모모코가 선물해준 씰이 몇개 있기는 한데.
"...모모코 쨩이 이쿠 쨩이나 타마키 쨩 말고 스티커를 저만큼이나 선물해준 사람...있나요?"
유리코 씨는 웃는건지, 뿌듯해하는건지, 부러운건지 모를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고...
>>+1 : 안나의 반응
>>+2 : 모모코의 반응
어차피 다 못 가릴 정도로 많이 붙여놔서 의미는 없다.
말없이 귀가 살짝 빨갛게…
솔직히, 이쿠나 타마키는 모모코랑 늘 붙어다니고 비슷한 나이니까 이런 스티커 모모코처럼 좋아하는거 잘 아니까 막 준거지, 다른 사람들은 모모코가 줘봤자 그냥 짐덩이가 되는거 뻔히 안단말야. 그래서 이쿠나 타마키만큼보다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안주는게 되는게 분명 있어. 괜히 선물하는 걸로 폐끼치거나 하게 되는건 모모코가 싫단 말이지.
근데 안나 씨는... 모모코가 여기 오고 난 이후로 뭔가 이래저래 모모코한테 장난도 자주 치고 그러다보니 모모코도 조금은 안나 씨를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또 게임기에 좀 붙이는 거는 어차피 게임기 충전하는거나 게임 하는거에 방해 안되면 안나 씨가 별로 신경 안쓸거라고 생각하니까 모모코가 그냥 남는거 되는대로 붙여버린거란 말이지.
...그래도 뭐...랄까...
...모모코가 이렇게 제멋대로 굴게 된건 결국 유리코 씨 말처럼 안나 씨나 히지리를 편하게 생각해서...가 있지 않을까, 라는 걸 모모코도 무조건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생각이 들어버려서...
...으, 닭살돋을거같아... 뭐냐구, 이 이상미묘한 느낌은... 물론, 모모코는 프로 배우니까 표정으로 티를 내거나 하진 않지만 말이지. 그래도 모모코도 모르게 손이 자연스레 팔로 올라가서 한번 쓸어내리게 되는건 어쩔수 없었달까...
"......"
...모모코만 이런 거면 좀 억울할거 같아서, 안나씨는 어떤가 싶어서 슬쩍 눈동자만 돌려서 반응을 확인해봤어.
"......"
안나 씨는 별 반응이 없...
...는게 아니네.
방금, 자세히 보는게 아니면 잘 모르겠지만... 안나 씨가 유리코 씨의 말에 게임기를 쥐고 있던 손을 다시 고쳐쥐었어. 게임하기 편하게, 게임기 끝을 잡고 버튼이랑 레버를 누르고 돌리기에 편한 손가락 배치에서 좀 더 안쪽으로 손가락이 들어가서-게임기를 감싸는 듯한 모습으로.
...그래봐야 끽해야 사이드에 있는거나 겨우 가려지지, 본체 한가운데에 있는건 그대로라구, 안나 씨.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평온한 표정의 안나 씨였는데-
"...앗, 안나 쨩, 귀가 빨개졌어!"
-미라이 씨의 이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게임기를 내려놓았어.
"......아까... 미라이, 구해주는게... 아니었는데..."
어라, 뭔가... 안나 씨의 이 목소리 톤, 아리사 씨한테 대하는 거랑 똑같은건데.
"ㅇ, 안나 쨩...?"
"...오늘, 오토메 스톰... 리더, 바꾸자...?"
"ㅈ, 잠깐, 안나 쨩? 안나 쨩?!"
자연스럽게 미라이 씨를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 안나 씨였고...
"...진실의 방으로...?"
"...나나오 씨, 한국 영화도 보셨나요."
"에에... 반 친구들이 재밌다고 하길래 그만..."
"잠깐- 유리코?! 미즈키 쨩?! 살려줘요?!"
응, 자업 자득이야.
"...으그으윽..."
"자업자득? 이잖아."
씻고 나온 아리사 씨가, 바닥에 널부러져서 신음하는 미라이 씨를 보고 측은하다는 듯 말하는게 좀 어이가 없어서...살짝 쏘아붙이듯 말했어.
모모코의 반응에 우우, 하고 불만스러워하던 미라이 씨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어.
"유리코가 나쁜거야..."
"엣, 이거, 내 잘못이야...?"
"...솔직히 모모코는 유리코 씨도 응징해주고 싶었지만 말이지..."
...'난 정말 몰랐다'는 저 반응에서 정말 응징해주고 싶었지만... 뭐, 유리코 씨가 나쁜건 아니니까. 그리고 이젠 모모코도 씻긴 해야하고.
...아 맞다.
"...그러고보니 다들 스케줄은 빈거야? 모모코는 오늘 오프인데,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건데."
점심 시간이 거의 다 됐으니 오전 스케줄은 다들 없었다고 봐도 되겠지만, 오후나 저녁에는 또 모르잖아.
모모코의 질문에-
>>다이스.
아리사, 유리코, 미라이, 미즈키, 츠바사 중 1명을 정해주시고 다이스를 굴려주세요.
1 ~ 20 : "......당장 오후부터 스케줄이......" "...언니가 곧 오겠네. 당장에 멱살잡아 끌려갈지도."
21 ~ 50 : "저녁 스케줄이 있어서 갈 준비는 해야지." "...흐응."
51 ~ 80 : "오프지만, 그래도 집에는 가야하니까요." "뭐, 그렇지..."
81 ~ 100 : "하루 더 묵겠습니다!" "...돌아가."
굴려지지 않은 아이돌은 자동으로 51~80으로 고정됩니다.
+)안나의 판정은 연재 전에 제가 굴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