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로듀서...였던 남자가 있다. 연예계의 정점에 오른 765 프로덕션 52인 전원을 혼자서 성공으로 이끈 전설적인 경력이 있지만, 그는 박수칠 때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간다는 말과 함께. 그 말은 어쩌면 젊은 날의 혈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2년이 지났다. 남자는 새로운 도전도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일반 사무 회사의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었다. 765 프로덕션도 겉으로는 여전히 잘 나가는 프로덕션이었지만, 프로듀서가 2년 사이에 223번이나 바뀌는, 그야말로 아이돌들의 심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인 상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이고 P씨, 이제 그만 둔대."
"리오, 너랑 사이 좋았잖아?"
"사이가 좋긴 무슨... 아니 언니 있잖아..."
리오와 그나마 7개월동안 호흡을 맞춘 사이고 프로듀서 마저 그만두고 말았다. 프로듀서가 없어서 아이돌이 전부 일정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오리처럼 학업과 스케줄을 동시에 관리하다 쓰러지는 경우까지 나오기도 했다. 수험을 앞둔 상황에 굉장히 예민해져서, 프로듀서가 10일도 못 넘기고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프로듀서들을 도와주기 위해 코토리와 미사키가 몰래 갖고 있던 아이돌 관리 메뉴얼은 붕괴한 지 이미 7개월 째. 사무조 둘의 주름살이 늘어만 갔다.
...그렇다 이거 내 이야기다. 내가 어떤 기묘한 일에 휘말리기 전까지.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한국 출장 갔다 오는 데 그날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흡사 하늘에 구멍 뚫린 마냥 쏟아졌으니... 그래도 집은 가야 하니 주차된 차를 찾으러 장기주차장으로 향했다. 한창을 주차된 차 사이로 지나가는 데 번개 한 가닥이 갑자기 내 근처 땅바닥에 내리친다. 굵은 비를 맞는 걸 잊은 채 우산도 놓고 뒤로 자빠졌다.
"성공...했나?"
연기 속에서 왠 고등학생 여자 애가 하나 나왔다. 어느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였다. 얼굴 딱 한 가지만 제외하고. 얼굴은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나랑 닮았다.
"오늘이 혹시 며칠인지 알아?"
의외로 마코토와 하루카의 중간 톤 느낌의 목소리였다.
"어... 2022년 6월 15일?"
어안이 벙벙하다가 핸드폰 꺼내보고 알려준다.
"아... 맞게 왔나보네."
여자 애는 물건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간다.
"저기... 감기 걸리는 데 괜찮겠어?"
"괜찮아. 이런 비 한 두번 맞는 거도 아니고."
"너 갈 데 없잖아?"
"PC방이나 이런 데 가면 ㄷ..."
"코*나 걸린다 너?"
코*나란 말에 여자 애가 멈칫한다.
"혹시 호텔에 데려다 줄 수 있어? 아님 모텔..."
"차로 20분 거리에 우리 집 있으니 거기가서 씻어."
차로 하네다에서 집까지 운전하는데 말없이 휴대폰만 보고 있다.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일단 냅두기로 했다. 핸드폰에 무언가 텍스트가 잔뜩 적혀있었는데 그냥 보기엔 좀 그랬다.
잠시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자 애는 나에게 입을 옷이 있냐고 묻는다. 남자 혼자 사는 조그만 자취 방에 (당연하지만) 여자 옷이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티셔츠 아무거나 하나 준다. 765 프로덕션 정기 라이브 기념 티셔츠 하나를 건내준다. 눈빛이 어딘가 달라지더니 욕실로 들어간다. 경험상 뭔가 안 좋은 느낌의 눈빛이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사람 찾을 때 어떻게 찾아?"
욕실 문이 벌컥 열리고 여자 애가 나오면서 묻는다.
"이름으로 SNS 검색?"
"이름이라... 찾는 사람 이름도 모르는데..."
여자 애가 풀이 죽는다.
"뭐라도 좀 먹을래?"
"빵 같은 거 있어?"
... 출장 가기 전에 새로 산 식빵을 갈취(?) 당했다...
"... 살 안찌냐?"
"살? ..."
식빵 한 봉지를 다 먹고 말이 없었다. 거기다 우유 사놓은 것도 거덜냈으니...
"그래서 누굴 찾길래 그래?"
"잠시만... 사진이 어디 있는데..."
핸드폰으로 보여주던 여자 애가 사진을 보여준다. ...내 사진이었다. 순간 온갖 생각이 오간다. 미래에서 나를 죽이기 위해 보낸 자객인가부터 생각을 하는데 여자 애가 잠시 내 얼굴을 빤히 처다본다. ...처다보는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어느 새 내 딸이라 주장하는 애의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펑펑 운다.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휴지 줘서 눈물 콧물 가릴 거 없이 닦는다.
"...엄마는 아빠따라 아이돌 프로듀서만 하고 나를 신경 안 쓰고..."
한창 엄마 뒷담화를 듣는데 어느새 3시간이나 갔다.
"내 얼굴은 왜 못 봤대?"
"내가 태어날 즈음에,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엥? 나 혹시 암이라도 걸린 건가?
"뭐 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라도 당해?"
"그런 건 아닌데 언니 오빠들이 이야기를 안해요."
언니 오빠란 말에 멈칫한다.
"혹시 언니랑 오빠가 위로 몇이 있는지 알아?"
"한 113명?"
... 복상사로 죽은 거냐!
"언니 오빠들중엔 아빠 얼굴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대요. 사진 딱 하나 남은 거 찍어서 갖고 온 게 그 사진이에요."
...그 사진이 2년 전 765 프로에서 근무하던 때에 찍은 사진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만... ...잠만 그럼 엄마가 아이돌이란 거?
"엄마는 뭐 하는 지 알아?"
"이때의 엄마는 유명 아이돌이었던 거 밖에 몰라요."
"헤에..."
"아빠랑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더 하고 간신히 재우는 데 성공했다.
야가미 마리카란 이름의 여자 애는 내가 궁금해서 과거에 온 모양이었다. 오빠(라고 말하는) 잇세이가 나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준 모양이다. ...근데 내가 아빠인 건 알아도 엄마가 누군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복상사로 죽은 건지 좀 궁금하긴 했다. 이걸 어디가서 풀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전화가 울린다.
이틀 뒤, 765 프로 사무실.
"...내가 염치 없어서 미안하지만, 오늘부터 765 프로 총괄 프로듀서로 다시 부탁하겠네."
타카키 사장이 묻는다.
"참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자네는 뭐가 필요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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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2년이 지났다. 남자는 새로운 도전도 시도도 하지 못한 채 일반 사무 회사의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었다. 765 프로덕션도 겉으로는 여전히 잘 나가는 프로덕션이었지만, 프로듀서가 2년 사이에 223번이나 바뀌는, 그야말로 아이돌들의 심리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인 상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이고 P씨, 이제 그만 둔대."
"리오, 너랑 사이 좋았잖아?"
"사이가 좋긴 무슨... 아니 언니 있잖아..."
리오와 그나마 7개월동안 호흡을 맞춘 사이고 프로듀서 마저 그만두고 말았다. 프로듀서가 없어서 아이돌이 전부 일정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오리처럼 학업과 스케줄을 동시에 관리하다 쓰러지는 경우까지 나오기도 했다. 수험을 앞둔 상황에 굉장히 예민해져서, 프로듀서가 10일도 못 넘기고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프로듀서들을 도와주기 위해 코토리와 미사키가 몰래 갖고 있던 아이돌 관리 메뉴얼은 붕괴한 지 이미 7개월 째. 사무조 둘의 주름살이 늘어만 갔다.
...그렇다 이거 내 이야기다. 내가 어떤 기묘한 일에 휘말리기 전까지.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한국 출장 갔다 오는 데 그날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흡사 하늘에 구멍 뚫린 마냥 쏟아졌으니... 그래도 집은 가야 하니 주차된 차를 찾으러 장기주차장으로 향했다. 한창을 주차된 차 사이로 지나가는 데 번개 한 가닥이 갑자기 내 근처 땅바닥에 내리친다. 굵은 비를 맞는 걸 잊은 채 우산도 놓고 뒤로 자빠졌다.
"성공...했나?"
연기 속에서 왠 고등학생 여자 애가 하나 나왔다. 어느 평범한 여고생처럼 보였다. 얼굴 딱 한 가지만 제외하고. 얼굴은 어딘가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나랑 닮았다.
"오늘이 혹시 며칠인지 알아?"
의외로 마코토와 하루카의 중간 톤 느낌의 목소리였다.
"어... 2022년 6월 15일?"
어안이 벙벙하다가 핸드폰 꺼내보고 알려준다.
"아... 맞게 왔나보네."
여자 애는 물건 하나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간다.
"저기... 감기 걸리는 데 괜찮겠어?"
"괜찮아. 이런 비 한 두번 맞는 거도 아니고."
"너 갈 데 없잖아?"
"PC방이나 이런 데 가면 ㄷ..."
"코*나 걸린다 너?"
코*나란 말에 여자 애가 멈칫한다.
"혹시 호텔에 데려다 줄 수 있어? 아님 모텔..."
"차로 20분 거리에 우리 집 있으니 거기가서 씻어."
차로 하네다에서 집까지 운전하는데 말없이 휴대폰만 보고 있다.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일단 냅두기로 했다. 핸드폰에 무언가 텍스트가 잔뜩 적혀있었는데 그냥 보기엔 좀 그랬다.
잠시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여자 애는 나에게 입을 옷이 있냐고 묻는다. 남자 혼자 사는 조그만 자취 방에 (당연하지만) 여자 옷이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티셔츠 아무거나 하나 준다. 765 프로덕션 정기 라이브 기념 티셔츠 하나를 건내준다. 눈빛이 어딘가 달라지더니 욕실로 들어간다. 경험상 뭔가 안 좋은 느낌의 눈빛이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사람 찾을 때 어떻게 찾아?"
욕실 문이 벌컥 열리고 여자 애가 나오면서 묻는다.
"이름으로 SNS 검색?"
"이름이라... 찾는 사람 이름도 모르는데..."
여자 애가 풀이 죽는다.
"뭐라도 좀 먹을래?"
"빵 같은 거 있어?"
... 출장 가기 전에 새로 산 식빵을 갈취(?) 당했다...
"... 살 안찌냐?"
"살? ..."
식빵 한 봉지를 다 먹고 말이 없었다. 거기다 우유 사놓은 것도 거덜냈으니...
"그래서 누굴 찾길래 그래?"
"잠시만... 사진이 어디 있는데..."
핸드폰으로 보여주던 여자 애가 사진을 보여준다. ...내 사진이었다. 순간 온갖 생각이 오간다. 미래에서 나를 죽이기 위해 보낸 자객인가부터 생각을 하는데 여자 애가 잠시 내 얼굴을 빤히 처다본다. ...처다보는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 어?"
한참을 처다보더니 한 말이 충격적이었다.
"...아빠?"
"아빠 모습을 처음 볼 줄이야..."
어느 새 내 딸이라 주장하는 애의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펑펑 운다.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휴지 줘서 눈물 콧물 가릴 거 없이 닦는다.
"...엄마는 아빠따라 아이돌 프로듀서만 하고 나를 신경 안 쓰고..."
한창 엄마 뒷담화를 듣는데 어느새 3시간이나 갔다.
"내 얼굴은 왜 못 봤대?"
"내가 태어날 즈음에,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엥? 나 혹시 암이라도 걸린 건가?
"뭐 병에 걸리거나 교통사고라도 당해?"
"그런 건 아닌데 언니 오빠들이 이야기를 안해요."
언니 오빠란 말에 멈칫한다.
"혹시 언니랑 오빠가 위로 몇이 있는지 알아?"
"한 113명?"
... 복상사로 죽은 거냐!
"언니 오빠들중엔 아빠 얼굴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대요. 사진 딱 하나 남은 거 찍어서 갖고 온 게 그 사진이에요."
...그 사진이 2년 전 765 프로에서 근무하던 때에 찍은 사진일 줄은 누가 알았겠냐만... ...잠만 그럼 엄마가 아이돌이란 거?
"엄마는 뭐 하는 지 알아?"
"이때의 엄마는 유명 아이돌이었던 거 밖에 몰라요."
"헤에..."
"아빠랑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는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더 하고 간신히 재우는 데 성공했다.
야가미 마리카란 이름의 여자 애는 내가 궁금해서 과거에 온 모양이었다. 오빠(라고 말하는) 잇세이가 나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준 모양이다. ...근데 내가 아빠인 건 알아도 엄마가 누군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복상사로 죽은 건지 좀 궁금하긴 했다. 이걸 어디가서 풀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전화가 울린다.
이틀 뒤, 765 프로 사무실.
"...내가 염치 없어서 미안하지만, 오늘부터 765 프로 총괄 프로듀서로 다시 부탁하겠네."
타카키 사장이 묻는다.
"참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긴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자네는 뭐가 필요하길래..."
커피 한잔 마시며 싱긋 웃는다.
"... 돈이겠죠? 저 이외의 다른 사람을 부양할."
+2 다이스(마리카의 종합 능력치)
+3 다이스(카렌의 위화감 다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