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고교에 진학했다고 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딱히 더 특별히 달라지거나, 뭔가 새로워지거나 하는건 없었다. 그냥 언제나처럼의 똑같은 사건이, 그저 사람만 몇몇 바뀌는 것 이외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냥 성적에 맞춰 학군 내의 현립 고교로 진학하고, 쓸데없이 높은 언덕 위에 있어서 3년 내내 하이킹을 하는 기분으로 고통스러울거라는 점 외에 평범한 시설에, 평범한 교복에,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될거라는 생각. 첫 등교 날부터 담임교사가 교단 앞에 설때는 발판이 꼭 필요할 것 같은 신장이었다는 점 외에는 그닥 특이할 것 없는 똑같은 HR이 지나가고...
"...자, 그럼 다들 첫날이니까 간단하게 자기소개라도 하면서 시작할까?"
그 작은 키에도 기특하게 생활지도 교사를 겸임하고 있는 바바 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제일 왼쪽 앞에 앉아있던 녀석부터 차례대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뭐어, 똑같이 흘러가겠지. 이름, 출신 중학, 잘부탁드립니다.
다들 똑같잖아? 이거 말고 뭐, 관심받고 싶어서 한두마디 오버 하는거 외에, 다른게 있겠냐고.
그렇게 시큰둥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다가, 바바 선생의 손가락이 나를 지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멋쩍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솔직히 이름에 그리 좋은 기억은 없어서, 그닥 주목받고 싶지 않았기에 적당히, 그냥 재미없는 자기소개로 간단히 잘 부탁한다고만 말하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뭐 상관 없어. 딱히 유명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주목받고 싶지도 않고. 그냥 무탈하게, 적당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니까.
...그런데.
"안녕하세요! 키타카미 레이카입니다!"
...내 바로 뒤에 앉아있던 녀석은, 조금 달랐다.
아주 밝은, 솔 톤의 목소리로 말을 꺼낸 녀석은-
"평범한 사람에겐 관심 없어요! 이 중에서 우주인, 미래에서 온 사람, 초능력자가 있다면, 제게 찾아오길 바랍니다! 이상!"
"...아니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아, 못 참았다.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뒤를 돌아보니, 정말 티 하나 없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결국... 실패했구나."
"...젠장..."
"뭐, 이름에서 누구라도 연상할 수 있을테니까 어쩔수 없지 않을까."
"치하, 너까지 그러기야...?"
이래서 고교에서는 눈에 안띄고 싶었던건데.
지금 나랑 대화하고 있는 이 녀석은 치하, 키사라기 치하야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 치하, 라는건 녀석의 애칭. ...쨩, 같은건 좀 낯간지럽잖아? 그렇다고 요비스테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거라고.
"므믓-! 푸우 쨩은 푸우 쨩이니까 어쩔수 없-"
"시끄러워 아리."
"너무 가차없잖아요?!"
"마츠다 씨는 너무 시끄러우니까 말이지."
"치하야 쨩마저?!"
아무튼 시끄러. 밥먹다 체하게 하려고 그러냐. 지금 시끄럽게 끼어든 이 녀석의 이름은 마츠다 아리사.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자기 멋대로 마구 찍고 다니는 도촬범이다.
"제 소개가 너무 가차없지 않나요?!"
"글쎄... 적당히 자비로운 편 아닐까? 마츠다 씨, 전에 중학교에서는-"
"으아아아 치하야 쨩, 제발 중학교 때의 중학교 때의 일로 적당히 묻어주세요!!"
"...아니, 그렇게 바로 침몰할거면 그냥 토달지 말고 얌전히 밥이나 먹어, 아리."
"...으윽..."
이 녀석도 중학교때부터 계속되어온 악우. 사진 찍는게 취미인 녀석인데, 버릇이 나빠서 사진을... 피사체가 좋다면서 저도 모르게 찍어댄다고 해야하나.
뭐, 그래도 장점이라면 붙임성이라고는 그다지 없는 나랑 치하와는 달리, 저렇게 민폐를 끼치며 다니는 데에도 불구하고 발이 넓어 이래저래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고 해야할까. 저런 친화력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생각은.
"아, 그나저나 아까 푸우 쨩이 자기소개 시간에 태클 걸었던..."
"키타카미 레이카."
"네에 맞아요. 저 사람에 대해서 아리사가 이것저것 조사를 해봤는데요-"
"...어이, 고작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벌써 조사를 해온거야..."
"므믓! 아리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주세요! 오전시간이면 충분히 수소문이 가능하답니다!"
아니, 별로 칭찬이 아니니까. 치하를 돌아보니 치하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뭐, 아리 녀석의 조사라면 그래도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으니까 일단은 들어볼까.
"그래서, 뭘 알아온거야?"
"그러니까-"
>>+3까지, 레이카에 대한 소문을 적어주세요! 자유 앵커지만, 적당히... 분위기에서 너무 벗어날거 같은 앵커는 창댓 분위기에 맞게 수정될수 있어요!
"그 키타카미 레이카 쨩은, 이것저것 재미있는 소문이 돌더라구요!"
"...저기, 우리 오늘 첫 등교 아니었어? 무슨 소문이..."
음, 정말 적절한 태클이야, 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그 레이카 쨩이랑 같은 중학교를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고, 그래서 이래저래 그 시절 소문이 재밌는게 많았더라구요."
"그래서, 서론은 됐으니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푸우 쨩은 너무 냉정하지 않나요?!"
"푸우 쨩이라 하지말고."
"그치만 푸우 쨩은 푸우 쨩인데 푸우 쨩이라 안하면-"
"아 그만하고 넘어가 좀!"
...그리고 넌 좀 이럴때는 만류를 해주면 안될까, 치하. 물론 잘 안웃는 네가 폭소를 터뜨리는건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면 상처니까 자제해줘.
아무튼 겨우 진정한 아리는 녀석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교장 선생님이랑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구요?"
"...친밀?"
"교장 선생님이랑 알고 지낸다고 그랬어요. 친척이랬나? 뭐 정확한건 더 알아봐야겠지만요."
"성은 같지 않았던거 같은데... 먼 친척인걸까?"
"그건 아리사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건 사소한거고..."
"사소한건가."
교직원 중에 친척이 있는거, 라노벨 같은데에는 흔히 있지만 현실에서 쉽게 볼수 있는건 아니잖아. 여기 그리고 사립도 아니고 공립이라 더더욱 성립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식의 태클은 귀찮으니 일단 아리의 이야기를 더 듣도록 하자.
"음악에 엄청 뛰어나대요."
"...음악?"
치하가 그 말에 지대하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눈빛이 변하는거, 이 녀석을 잘 모르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지만, 분명 지금 엄청 흥미가 동하고 있어.
"네. 일단 휘파람으로 왕벌의 비행을 연주할 수 있대요."
"뭐야 그거, 완전 초능력이잖아."
...기타로도 쉽게 하기 힘든데. 아니, 어떻게 그걸 휘파람으로 소화하는건데. 무슨 폐활량이야 그거.
"아니 비슷한 초능력자를 찾기라도 하는거야?"
"음, 역시 그 이야기, 신경쓰고 있었구나?"
"...아니, 딱히 신경쓰는건 아니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외워버린거 뿐이라고."
"므믓! 그게 바로 신경쓰고있-아파팟?!"
"...시끄러우니까 마저 이야기해, 아리."
"푸우 쨩은 아리사한테 너무 자비가 없다구요! 치하야 쨩한테는 그렇게 너그러우면서 왜 아리사한테는- 넵, 자중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표정보고 바로 쫄거면 좀 기어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나한테 별로 꿀릴게 없는 녀석이 왜 그러는걸까.
"...그리고... 이건 거의 뜬소문에 가까운 소리지만, 현장체험으로 갔던 아쿠아리움에서 있던 일이라던데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 이야기를 하듯, 주위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아리.
"...키타카미 레이카는...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 공연 때, 돌고래랑 이야기를 했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뭐야 그거 진짜 초능력이잖아."
"그, 그런게 가능한거야...?!"
"아리사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증언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같은 중학에서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아예 근거가 없었던건 아닌것도 같아요...!"
...흠.
치하도 아리도... 이 이야기를 꽤나 진지하게 믿는 모양이다. 눈빛들이 바뀌었어. 엄청나게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야. 그리고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있죠, 푸우 쨩!"
"아, 하지마. 부탁은 거절한다."
"아리사가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막는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뭔소리 할지 뻔히 보이니까 싫다고 하는거다."
"아 그래도요!!"
"저기, 나도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치하 너까지 그러기냐. 제발-"
"그렇지만, 그 키타카미 씨하고 말 한마디라도 섞어본건 이 반에서 딱 한 명 뿐이니까."
...어이, 둘 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빤히 보지 말아줘. 아니, 싫으니까. 제발. 그만둬.
고개를 돌려보니 단정한 긴 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미인이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안녕, 키사라기 씨, 마츠다 씨. 그리고... 푸우 쨩?"
"...저기, 첫 인사에서 별명을 부르는건 좀 무례하지 않을까."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이래저래 이거 갖다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건 넘어갈까.
"그래서, 뭘 부탁하겠다는 거야."
"키타카미 씨, 말이지. 다들 제대로 말도 못붙이고 있고. 뭔가 한두마디 붙여도 제대로 이야기가 안되는거 같아서. 그래도 바로 앞자리에 뭔가 말이 통할것같은 느낌? 이 들어서 좀 부탁하고 싶어져서."
"...아니, 나는 폭탄 처리반이 아니야..."
"마츠다 씨도 케어하는거 보면 맞지 않을까?"
"아, 아리사는 폭탄이 아닌건데요?!"
"...젠장, 부정할수 없네."
"아니, 푸우 쨩도 거기서 동의하지 말구요! 치하야 쨩은 또 그렇게 웃고만 있지 마세요?! 고작 첫날인데 왜 아리사 취급은 이렇게-"
"-아무튼, 개인의 개성을 억압하거나 하는건 좋지 않지만...너무 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튀는 아이가 있으면 면학 분위기에도 도움이 안될테니까. 조금은 모두와 어울릴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 안될까?"
아까부터 느끼는거지만, 말 하는거 하나하나가 똑부러지고 강단이 있네. 동갑내기 치고는 엄청나게 어른스럽다.
하는 말은 전부 일리 있는 이야기고...
"키타카미 씨가 별명까지 불러가며 친근하게 대한 사람은 푸우 쨩 뿐이니까."
"아니 그러니까 푸우...하아."
"그만 포기하라구요, 푸우 쨩."
"...아리는 입 다물어."
후후후, 하고 웃는 저 얄미운 녀석을 한대 쥐어박아줬으면 좋겠는데.
"저기, 그래도 너무 밀어붙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꺼내는 치하. 역시, 너만큼은 내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타나카는 그 말을 듣고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뭐라고 하고 싶은건 알겠는데, 뭐랄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걸만한 건덕지도, 저쪽에서 이야기를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고.
치하나 아리가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타나카가 따로 압박하는 것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1주일이 지나갔다.
키타카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아리를 통해 키타카미에 대한 소식을 전해들은 후.
"너, 모든 동아리에 다 들어가봤다는 게 사실이야?"
...하굣길에 전해듣고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침 조회 전에 바로 캐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말을 걸지 않는 한, 이 녀석은 그냥 혼자 알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는데다 어제 본 드라마나 오늘의 날씨같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서.
...거참 이야기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야.
"...재미있는 동아리가 있다면 좀 가르쳐 줘. 참고라도 하게."
"없어!"
키타카미는 해맑게도 대답했다.
"전혀 없어!"
"아, 그러냐..."
...너무 해맑게 대답해서 뭐라 할 말이 없는 이 느낌, 알련지 모르겠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 조금은 재밌어질 줄 알았는데, 으음. 이래서는 의무 교육 시절이랑 뭐 하나 달라진게 없다~고 해야하나? 학교를 잘못 고른걸까, 푸우 쨩?"
"...무얼 기준으로 학교를 고르려는거야. 그리고 푸우 쨩이라 부르지 말랬잖-"
"-운동이고 문화고 하나같이 다 너무 평범해."
"...너 말을 잘라먹을거면 그냥 대화를 안 하는게 낫지 않겠냐...?"
대체 뭘 가지고 특이한지 평범한지를 결정을 내리는건지...
"...대체 뭘 가지고 특이한지를 결정하는거냐?"
"응? 그야, 내 마음에 들법한 동아리가 특이한거겠지? 당연하잖아."
"...당연한거냐. 난 처음 알았는데."
키타카미는 그 후, 남자들의 고백 방식이나, 왜 쓸데없이 착실하냐 등에서 재미 없다- 는 이야기를 하고는.
"그래서, 세상에는 한심한 남자들 밖에 존재하지 않나- 싶기도 해!"
"아니, 뭐 그게 딱히 문제인가 싶지만."
...아무튼 죄다 나가떨어졌다고 치자. 그러면 또 궁금해지는건데.
"한 명 정도는 진지하게 사귀고 싶었던 녀석은-"
"없었어!"
...야, 말 좀 끊지 말아봐.
"그치만, 데이트랍시고 데려가는거 죄다 재미 없었는걸?"
"...뭐, 그럼 별수 없고."
이녀석은 무조건 재미가 우선인걸까. 그런데 그 재미는 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콧노래 흥얼거리는거 말고 대체 뭘 좋아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동아리는 왜 죄다 재미없다고 그러던 건지도.
"뭔가, 우주인 내지는 그에 버금가는 무언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인간만 아니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을 거 같아."
"...왜 그렇게 인간 이외의 존재에 집착하는거야?"
내 질문에, 키타카미는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 쪽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건, 나도 모르게 순순히 수긍하고 말았다. 사실은 매일 다른 학생들의 뒷조사나 캐묻고 다니는 마츠다 아리사가 원래는 우주인이라던가, 이쪽을 매일같이 흘끔흘끔 지켜보고 있는 타나카 코토하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서 이것저것 개입하고 있는거였다던가. 뭔가 이런거라면 학교가 꽤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거, 불가능한 소리잖아. 우주인이니, 미래에서 온 사람이니, 초능력자니... 이런게 존재할리도 있을수 없는 소리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너나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본인들 정체를 '저는 사실 우주인입니다.' 같은 식으로 PR해올리도 없단 말이지.
"응. 그러니까 말이지-!"
"아아, 늦어서 미안해!"
새 학기가 시작된지 1달도 되지 않아서 학생들 사이에서 귀여움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생활지도교사 겸 우리 반 담임교사 바바 코노미가 평소답지 않게 도짓코마냥 지각해서 헐레벌떡 달려들어오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키타카미 레이카를 보고는 식겁하는 표정으로 멈춰서고야 말았다.
"푸우쨩!!"
"...아리 너 다시한번 그렇게 크게 불렀다간 네 그 트레이드마크를 쫙 잡아당겨버릴테다."
"그건 너무 잔혹하잖아요?!"
니가 불러대는 그 내 별명은 자비롭냐?
"아무튼! 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저 키타카미 레이카랑 그렇게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는거에요?! 아리사가 쭈욱 다들 관찰해왔지만,"
어이, 남을 그렇게 관찰하는거 법어 저촉되는거다.
"아무튼요! 이 반의 그 누구도, 푸우 쨩처럼 오랫동안 키타카미 씨랑 대화하질 못했다구요! 대체 무슨 화제를 꺼낸건가요?!"
"...딱히? 그냥 아무거나 물어본거라고."
"진짜 특종이라구요 특종!!"
거참 호들갑떨기는...
"그야, 네가 사귀는 친구들은 좀 다 특이하잖아."
...갑자기 불쑥 끼어들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치하. 넌 또 뭔 말을 하는거야.
"푸우 쨩이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든 말든 그건 아무래도 좋다구요! 중학교 때부터 알아온 아리사가 그건 이미 잘 알고 있다구요!"
...어이, 내가 특이한 사람이랑 가깝다니 뭐라니 하는거 말이지. 그건 너희들이 스스로 특이한 인간이라고 인정하는 셈이 되는건데.
"아리사가 이해가 안되는건, 키타카미 씨가 푸우 쨩을 상대로 어떻게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단 말이죠!! 이해가 되냐구요?!"
"음... 그렇게 따지면. 굳이 구분하면 특이한 인간에 들어가서? 포함되서? 그런거 아닐까?"
"그야, 푸우 쨩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통용되니까 평범한 사람에 포함될리가 없지만요- 그래도 말이죠!!"
...야, 너희들 진짜 계속 푸우 쨩, 푸우 쨩 거릴래?! 나도 이런 웃기지도 않은 별명으로 불릴 정도라면 차라리 본명으로 불리는게 낫-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잖아."
"...쳇."
"아, 나도 궁금해."
그러다 갑자기, 반에서 익숙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에는 끼지 않던 목소리가.
"타나카?"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안하던게 키타카미였는데. 어떻게 하면 이야기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거야?"
...음.
"몰라."
"...후후. 그래도, 안심했어. 키타카미 씨가 언제까지나 반에서 고립된 상태여선 곤란하잖아. 한 명이라도 친구가 생긴거, 좋은 일이잖아?"
...그러고보니, 이 녀석 반장이지. 문득 왜 그렇게 신경을 쓰나, 했지만 어제 이 녀석이 조회 시간에 반장으로 뽑혔으니까.
"...친구...?"
...내가 그녀석의 친구라고? 그냥 말 몇마디 섞은걸로 친구라 할수 있는거야?
"이대로 키타카미 씨를 다른 반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게 해줘. 모처럼 한 반이니까,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잖아? 다시 한번 부탁할게."
"...아니, 뭐 부탁해도 말이지."
"앞으로 전할게 있으면 푸우 쨩한테 부탁할게."
"아니 난 그녀석 대변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음... 학생들이 계속해서 실종되거나, 밀실이 된 교실에서 선생님이 살해를 당한다거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네."
"뭐, 이런거 찾아다니는 미스터리 연구부라는 것도 있던걸?"
"허어. 어땠는데?"
"음... 재미없었어!"
...확실히 키타카미 이 녀석은 재미없다, 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아니면 심심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건다운 사건과 만나보질 못했대! 부원들도 그냥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뿐이고, 딱히 이상한 약먹고 어려질 것 같은 녀석도 없었고!"
"...아니 뭘 바라고 있는거야."
"재미있는 비일상!"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냐."
"초자연 현상 연구부도 기대해봤는데."
"뭐, 별 차이 없었겠지."
"앗, 어떻게 알았어?!"
...뻔한 이야기잖냐. 아니, 애초에 뭘 바라고 있는거냐고. 이런 말을 내가 입에 몇번이나 담게 만드는건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으으 심심해... 왜 이 학교에는 제대로 된 동아리가 없는거야?"
"너, 노래 잘 부르니까 밴드나 성악부에 들어가는건-"
"지루한걸. 맨날 똑같은 노래나 부르고. 1년에 딱 한번 축제때나 부르고 마는거잖아? 그냥 평소에 실컷 부르면 그만이지, 몇곡 되지도 않는거 겨우겨우 연습하는거 재미없으니까."
...
"심심해~"
이 녀석의 재미 기준은, 왜 이렇게 높은거냐.
대체 뭐 어떤 동아리면, 어떤 일이면 만족하는거냐? 정의도 불명확하고. 너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거 아냐? 그냥 막연하게 '뭔가 재미있는 걸 하고싶어!'라는 거 외에 아무 비전이 없잖아. 그 재미있는게 뭔지 니가 먼저 정해놔야 확실히 정해지지 않을까. 머릿속에서라도 먼저 정리해놓으라고.
"...대체 어떤 동아리면, 어떤 일이면 만족하는거냐?"
"에?"
"정의도 불명확한데다가, 너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거 아니냐? 네가 하는 말들은 죄다 그냥 막연하게, '뭔가 재미있는걸 하고 싶어!'라는 거 외엔 아무 비전이 없잖아."
"어? 그러면 안되는거야?"
...아니,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되묻지 마!
"그 재미있는게 뭔지를 네가 먼저 정해놔야, 기준이 있어야 찾아질거 아니냐. 하다못해 머릿 속에서라도 먼저 정리해놔야지."
...으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 내가 뭐 답을 내놓을거같냐.
...애석하게도 답이 YES, 였다는게 슬프지만.
"아니... 없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결국 인간은 주위에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하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발명이나 발견을 해오면서 문명이 발달해온 걸테지. 예를 들어 하늘을-"
"그런 장광설은 듣고 싶지 않은걸!"
"...요컨데, 주제에 맞지 않는 모험심은, 평범한 인간인 우리들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그런 쓸데 없는거 발휘하지 말고-"
"시시해~"
그렇게 툭, 내뱉고는 창밖을 내다보는 키타카미. 눈에 띄게 기분이 다운되어보인다.
...그래 뭐, 가끔 정도는 네가 이렇게 얌전해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이 여자는 따분한 현실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상관 없을거야. 그래서 재미를 운운하는걸거고. 하지만 그런 현상은 이 세상에 그리 흔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없잖아 애초에.
...아무튼 나는 이 철부지의 텐션을 어쨌든 다운시켜서 쉬는시간과 수업시간의 평온함을 찾은것에 만족하며, 수업에 집...중...
"-명망을 높이기 위해, 교내 유명인을 한 명 더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뭐라고?"
지금 뭔소리를 하는거냐?
갑자기 날뛰기 시작해서, 니카이도 선배... 치즈 언니를 납치해오고, 문예부 부실까지 점거한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어느날. 뜬금없이 말을 걸어오길래 적당히 어울려줬더니만 갑자기 급발진 하는건 또 뭐냐?
"이미 네가 데려온 니카이도 선배로 만족 못하는거냐...?"
"치즈루 쨩은 치즈루 쨩이고. 다른 쪽으로 유명한 사람 하나 쯤 데려와도 좋지 않을까?"
"아니, 대체 뭐로 유명한 사람을 데려오겠다는거야. 그리고 네가 하려는 거에 유명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고 필요인데?"
"그래야 균형이 맞을테니까?"
...왜 화를 내지 않냐고? 그야, 레이카 녀석한테는 화를 내봤자 의미가 없다는걸 진즉 학습했으니까.
"뭐가 균형이 맞는건데. 이미 너 하나를 다른 3명이 균형을 못맞추고 있는데 또 무슨 유명인을 데려오겠다고-"
"으으음, 누구를 데려오면 좋을까나~"
"...그러니까 내 의견 따윈 아무래도 좋다 이거잖아, 너."
...이러니까 말이지.
"...대체 키타카미 씨랑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아, 우리 반에서 가장 시끄러운 녀석이 와버렸네.
"가장 시끄럽지 않아요?! 무슨 연인도 아니고 그렇게 찰싹 붙어다니질 않나-"
"...절대 아니거든? 설령 내가 동성 취향이더라도 저녀석은 전혀 아니니까."
...근데 그렇다쳐도, 내가 대체 뭘하고 다니는지는 나도 도저히 모르겠다. 나도 좀 알고 싶어.
"...아리사가 굳이 조언할 것도 없겠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세요. 여기는 중학교가 아니라구요. 누구처럼 교직원중에 친척같은게 있어서 연줄이 있는것도 아니고. 정학을 받을 정도 장난까지 갈지 안갈지 장담할 수 있나요?"
"...그 녀석이 뭐가 되던 지 혼자서 하겠다면 내가 혹여나 거기까지 싹 다 낄거 같아?"
"그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거 뿐이라고."
"...아무튼, 주의하시라고 하는 이야기에요."
"알았다고 알았어... 고마워, 아리."
...처음에는 엄청 흥미본위로 정보수집 돕는 차원으로 부추겼던 녀석인데. 저렇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건 또 새롭네. 뭐... 아무튼, 알았다고는 해야지.
...그나저나... 아까 키타카미가 한 말... 또 유명인을 데려온다고...? 그냥 부탁하건데, 이쯤에서 단념하고 적당히 지내주면 어떨까 싶다. 지금 있는 멤버들이야,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휘둘려 주고 있으니 여기 있는거지... 과연 누가 한명이라도 더 네 말을 그렇게 열심히 들어줄거라 생각하는거냐?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하는 말이 뭔가 이상한데. 어이, 바로 옆이라는게 어딜 말하는거냐.
"따라와, 푸우 쨩! 아, 치즈루 쨩!"
"ㄴ, 네?!"
"치즈루 쨩도!"
나 뿐만 아니라 얌전히 앉아있던 치즈 언니까지 따라오라고 시킨 키타카미가 향한 곳은...
"...여기 컴퓨터 연구부 잖아."
"응. 자, 카메라 어플 켜놓고 대기!"
...그러니까 좀 대답을 하면 사람 말을 들었으면 하는데. 이런걸 이제와서 바런다고 들어질리도 없으니 포기하면 되겠지.
"자, 그럼 작전을 말해줄게! 들으면 그대로, 해야해? 타이밍은 절대 놓치지 말고!"
대체 이녀석이 작전이랍시고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궁금해지긴 했는데...
"......"
...키타카미가 내 귓가에 대고 쑥덕거린 말은...
"...야,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물론!"
"아니, 너한테나 되지 그게 말이..."
"자, 가자!"
키타카미가 태연하게 컴퓨터 연구부의 문을 열어젖히는 동안, 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치즈 언니와 시선을 마주치게 되었다. 뭐, 일단 따라가야할테니, 가보자고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컴퓨터, 한세트 가지러 왔어요!"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하는 키타카미의 뒤로, 치즈 언니와 나는 차례로 따라들어갔고...
옆옆 방이라 같은 구조일텐데, 이 방은 문예부와 달리 상당히 좁았다. 아무래도, 컴퓨터가 여러대가 들어서다보니 책상도 더 많이 있어야할거고...
"저기, 부장은 누구?"
우리가 들어온걸, 눈만 끔뻑거리며 바라보던 4명중 1명이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다만. 무슨 일이지?"
"응, 아까 들어올 때 말해서 제대로 못 들었구나! 컴퓨터, 1대만 줘!"
이름도 모를 상급생 씨, 미안. 당신이 컴퓨터 연구부 부장이라는 게 죄일거야.
"...안 돼. 이 컴퓨터는 예산만으로는 부족해서 부원들이 함께 사비를 털어서 애써 마련한 거다. 달라고 해서 줄 수 있을 만큼 기재를 많이 구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으음, 하나정도는 어떻게 안될까? 이렇게나 많은걸!"
"...얘기를 듣기는 한건가... 그런데, 너흰 누구지?"
...어, 그거 지금에서야 궁금해진거야...?
"네에! RED 단장 키타카미 레이카에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내 부하인 치즈루 쨩이랑 푸우 쨩이야!"
"야, 다른 표현도 있을텐데 부하라니 좀 심한거 아니냐?!"
"에? 그럼 뭐라고 해야해?"
"아니 그냥 단원이라고 할수도 있잖아-"
"그치만 단장 아래니까 부하 맞지 않아?"
"아니, 단장 단원이야 그냥 말이 그렇-아아아아 귀찮아! 몰라 그냥 너 좋을대로 해!"
...키타카미와 내가 하는 만담을 지켜보던 컴퓨터 연구부 부장은, 머리가 아픈지 이마로 손을 짚더니만 길게 숨을 내쉬고는.
"...너희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에, 그러니까 RED단이라니까"
"-아무튼 안 돼. 직접 사면 되잖아."
"그치만 전문가들이 맞춰놓은 컴퓨터를 쓰고 싶은걸!"
"그러니까, 미리 조립 완료 된 기성품들도 충분히 학생 신분에서 쓰기에는 좋은 제품들이다... 그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줄수 없으니, 그만 돌아가도록."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어!"
...아, 눈을 빛낸다라... 이거, 좋지 않은 징조인데.
>>+3까지 다이스! 2표 먼저 나오는 쪽으로!
1 ~ 80 : 레이카가 갑자기 부장 앞으로 혼자 걸어간다...?
81 ~ 100 : 레이카가 멍하니 서있던 치즈루의 등을 떠밀어 부장 앞으로 걸어간다...?
"...그만하고, 저 부장한테도, 그리고 치즈 언니한테도 사과해."
"...어째서?"
"어째서, 가 아닌건 너도 알고 있잖아."
천연덕스럽게 모르는척, 그냥 다른사람들을 휘두르기만 한다고 해서 다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니다.
"저기, 푸우 쨩..."
"치즈 언니는 가만히 있어요."
뭘 말리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만히 있어요. 한편, 키타카미는 그 방글거리던 얼굴이 조금은, 웃음기를 잃고 있었다.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키타카미 녀석, 항상 웃고있어서 그런가. 정색하고 무표정해지면 꽤나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하는 말을 번복하거나 할 생각 같은건 먼지 한톨만큼도 없지만.
한편, 컴퓨터 연구부의 부장과 부원들은 전부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마음대로 끼어들며 훼방놓으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눈치보는 거 아닌가...
"그럼, 푸우 쨩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말했잖아. 부장하고, 치즈 언니한테 정중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그리고?"
"그리고, 라니."
"그렇게 하고 우리는 컴퓨터를 그대로 들고 가고, 저 쪽은 컴퓨터를 주는 걸로. 그건 그대로 가는거야?"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럼 우리는 컴퓨터가 필요한데, 컴퓨터는-"
"그건 노트북 같은 거라도 너나, 아니면 내가 가져오면 그만이지."
키타카미는 거의 즉답에 가까운 내 대답을 듣고는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 하더니...
"응, 뭐 그럼. 푸우 쨩이 비품같은거 가져온거 하나도 없으니까, 푸우 쨩이 책임지고 노트북 하나 가져와주는걸로 결정. 알았지?"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어? 야, 잠깐-"
"으음. 미안해, 치즈루 쨩. 그리고, 컴퓨터 부장씨. 그래도 좋은 경험했지? 세레브의 가슴을 만져본건데."
"얌마-!"
"앞으로 이런 피해 끼치는 일 없도록할게. 그럼!"
...키타카미는 그렇게, 분명 저녀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믿기지 않게 정중하게-웃기는 소리지만 사실이다-사과하고, 폭풍같이 부실을 나가버렸다.
"......후우......"
골치 아파, 정말이지...
적당히 옆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내 휴대폰에 남아있는 별 의미 없는 사진들을 차례대로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내쪽으로 쏟아지는 시선에,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보이며 대답해주었다.
"아아, 걱정마. 클라우드에 백업같은거 안했으니까. 믿든 안믿든 상관 없지만-"
...그런데, 아무런 대꾸가 없다...?
>>+3까지 다이스. 가장 높은 값 채택.
1 ~ 50 : 다들 혼이 나간것 같다. ...더이상 폐 끼치 말고 조용히 나가자.
51 ~ 80 : 고마움을 표하는데... 뭐, 사람된 도리를 늦게 나마 했을 뿐이야.
81 ~ 100 : ...아니 저기, 누님이라니 이봐. 내가 그쪽들보다 하급생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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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 새로운 반, 새로운 친구들.
하지만 고교에 진학했다고 해서,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딱히 더 특별히 달라지거나, 뭔가 새로워지거나 하는건 없었다. 그냥 언제나처럼의 똑같은 사건이, 그저 사람만 몇몇 바뀌는 것 이외의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냥 성적에 맞춰 학군 내의 현립 고교로 진학하고, 쓸데없이 높은 언덕 위에 있어서 3년 내내 하이킹을 하는 기분으로 고통스러울거라는 점 외에 평범한 시설에, 평범한 교복에,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될거라는 생각. 첫 등교 날부터 담임교사가 교단 앞에 설때는 발판이 꼭 필요할 것 같은 신장이었다는 점 외에는 그닥 특이할 것 없는 똑같은 HR이 지나가고...
"...자, 그럼 다들 첫날이니까 간단하게 자기소개라도 하면서 시작할까?"
그 작은 키에도 기특하게 생활지도 교사를 겸임하고 있는 바바 선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제일 왼쪽 앞에 앉아있던 녀석부터 차례대로 지목하기 시작했다.
...뭐어, 똑같이 흘러가겠지. 이름, 출신 중학, 잘부탁드립니다.
다들 똑같잖아? 이거 말고 뭐, 관심받고 싶어서 한두마디 오버 하는거 외에, 다른게 있겠냐고.
그렇게 시큰둥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다가, 바바 선생의 손가락이 나를 지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멋쩍지만 자리에서 일어나서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솔직히 이름에 그리 좋은 기억은 없어서, 그닥 주목받고 싶지 않았기에 적당히, 그냥 재미없는 자기소개로 간단히 잘 부탁한다고만 말하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뭐 상관 없어. 딱히 유명인이 되고 싶지도 않고, 주목받고 싶지도 않고. 그냥 무탈하게, 적당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 뿐이니까.
...그런데.
"안녕하세요! 키타카미 레이카입니다!"
...내 바로 뒤에 앉아있던 녀석은, 조금 달랐다.
아주 밝은, 솔 톤의 목소리로 말을 꺼낸 녀석은-
"평범한 사람에겐 관심 없어요! 이 중에서 우주인, 미래에서 온 사람, 초능력자가 있다면, 제게 찾아오길 바랍니다! 이상!"
"...아니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아, 못 참았다.
책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뒤를 돌아보니, 정말 티 하나 없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아니, 이런 정신나간 소리를 하는 녀석이랑 엮여봤자 별로 좋은 일은 안 일어날텐데.
그리고, 이 여자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또 이런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잘 부탁해, 푸우 쨩!"
...아, 망할.
"...젠장..."
"뭐, 이름에서 누구라도 연상할 수 있을테니까 어쩔수 없지 않을까."
"치하, 너까지 그러기야...?"
이래서 고교에서는 눈에 안띄고 싶었던건데.
지금 나랑 대화하고 있는 이 녀석은 치하, 키사라기 치하야다. 중학교 때부터 함께 해온 친구. 치하, 라는건 녀석의 애칭. ...쨩, 같은건 좀 낯간지럽잖아? 그렇다고 요비스테 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거라고.
"므믓-! 푸우 쨩은 푸우 쨩이니까 어쩔수 없-"
"시끄러워 아리."
"너무 가차없잖아요?!"
"마츠다 씨는 너무 시끄러우니까 말이지."
"치하야 쨩마저?!"
아무튼 시끄러. 밥먹다 체하게 하려고 그러냐. 지금 시끄럽게 끼어든 이 녀석의 이름은 마츠다 아리사.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자기 멋대로 마구 찍고 다니는 도촬범이다.
"제 소개가 너무 가차없지 않나요?!"
"글쎄... 적당히 자비로운 편 아닐까? 마츠다 씨, 전에 중학교에서는-"
"으아아아 치하야 쨩, 제발 중학교 때의 중학교 때의 일로 적당히 묻어주세요!!"
"...아니, 그렇게 바로 침몰할거면 그냥 토달지 말고 얌전히 밥이나 먹어, 아리."
"...으윽..."
이 녀석도 중학교때부터 계속되어온 악우. 사진 찍는게 취미인 녀석인데, 버릇이 나빠서 사진을... 피사체가 좋다면서 저도 모르게 찍어댄다고 해야하나.
뭐, 그래도 장점이라면 붙임성이라고는 그다지 없는 나랑 치하와는 달리, 저렇게 민폐를 끼치며 다니는 데에도 불구하고 발이 넓어 이래저래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고 해야할까. 저런 친화력은 본받아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생각은.
"아, 그나저나 아까 푸우 쨩이 자기소개 시간에 태클 걸었던..."
"키타카미 레이카."
"네에 맞아요. 저 사람에 대해서 아리사가 이것저것 조사를 해봤는데요-"
"...어이, 고작 몇 시간이나 되었다고 벌써 조사를 해온거야..."
"므믓! 아리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주세요! 오전시간이면 충분히 수소문이 가능하답니다!"
아니, 별로 칭찬이 아니니까. 치하를 돌아보니 치하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뭐, 아리 녀석의 조사라면 그래도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으니까 일단은 들어볼까.
"그래서, 뭘 알아온거야?"
"그러니까-"
>>+3까지, 레이카에 대한 소문을 적어주세요! 자유 앵커지만, 적당히... 분위기에서 너무 벗어날거 같은 앵커는 창댓 분위기에 맞게 수정될수 있어요!
"...저기, 우리 오늘 첫 등교 아니었어? 무슨 소문이..."
음, 정말 적절한 태클이야, 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그 레이카 쨩이랑 같은 중학교를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고, 그래서 이래저래 그 시절 소문이 재밌는게 많았더라구요."
"그래서, 서론은 됐으니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푸우 쨩은 너무 냉정하지 않나요?!"
"푸우 쨩이라 하지말고."
"그치만 푸우 쨩은 푸우 쨩인데 푸우 쨩이라 안하면-"
"아 그만하고 넘어가 좀!"
...그리고 넌 좀 이럴때는 만류를 해주면 안될까, 치하. 물론 잘 안웃는 네가 폭소를 터뜨리는건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면 상처니까 자제해줘.
아무튼 겨우 진정한 아리는 녀석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교장 선생님이랑 친밀한 관계...라고 하더라구요?"
"...친밀?"
"교장 선생님이랑 알고 지낸다고 그랬어요. 친척이랬나? 뭐 정확한건 더 알아봐야겠지만요."
"성은 같지 않았던거 같은데... 먼 친척인걸까?"
"그건 아리사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건 사소한거고..."
"사소한건가."
교직원 중에 친척이 있는거, 라노벨 같은데에는 흔히 있지만 현실에서 쉽게 볼수 있는건 아니잖아. 여기 그리고 사립도 아니고 공립이라 더더욱 성립하기 힘든 일이 아닐까 싶은데.
이런 식의 태클은 귀찮으니 일단 아리의 이야기를 더 듣도록 하자.
"음악에 엄청 뛰어나대요."
"...음악?"
치하가 그 말에 지대하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눈빛이 변하는거, 이 녀석을 잘 모르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지만, 분명 지금 엄청 흥미가 동하고 있어.
"네. 일단 휘파람으로 왕벌의 비행을 연주할 수 있대요."
"뭐야 그거, 완전 초능력이잖아."
...기타로도 쉽게 하기 힘든데. 아니, 어떻게 그걸 휘파람으로 소화하는건데. 무슨 폐활량이야 그거.
"아니 비슷한 초능력자를 찾기라도 하는거야?"
"음, 역시 그 이야기, 신경쓰고 있었구나?"
"...아니, 딱히 신경쓰는건 아니니까. 너무 어이가 없어서 외워버린거 뿐이라고."
"므믓! 그게 바로 신경쓰고있-아파팟?!"
"...시끄러우니까 마저 이야기해, 아리."
"푸우 쨩은 아리사한테 너무 자비가 없다구요! 치하야 쨩한테는 그렇게 너그러우면서 왜 아리사한테는- 넵, 자중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표정보고 바로 쫄거면 좀 기어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나한테 별로 꿀릴게 없는 녀석이 왜 그러는걸까.
"...그리고... 이건 거의 뜬소문에 가까운 소리지만, 현장체험으로 갔던 아쿠아리움에서 있던 일이라던데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 이야기를 하듯, 주위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아리.
"...키타카미 레이카는...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 공연 때, 돌고래랑 이야기를 했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뭐야 그거 진짜 초능력이잖아."
"그, 그런게 가능한거야...?!"
"아리사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증언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같은 중학에서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아예 근거가 없었던건 아닌것도 같아요...!"
...흠.
치하도 아리도... 이 이야기를 꽤나 진지하게 믿는 모양이다. 눈빛들이 바뀌었어. 엄청나게 흥미가 동하는 모양이야. 그리고 여기서,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있죠, 푸우 쨩!"
"아, 하지마. 부탁은 거절한다."
"아리사가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막는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뭔소리 할지 뻔히 보이니까 싫다고 하는거다."
"아 그래도요!!"
"저기, 나도 부탁하고 싶은게 있는데."
"치하 너까지 그러기냐. 제발-"
"그렇지만, 그 키타카미 씨하고 말 한마디라도 섞어본건 이 반에서 딱 한 명 뿐이니까."
...어이, 둘 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빤히 보지 말아줘. 아니, 싫으니까. 제발. 그만둬.
"저기, 푸우 쨩, 어떻게 좀-"
"아 싫어! 궁금하면 직접해 아리! 너같은 마당발이 못하는데 나같은 아웃사이더가 되겠냐?!"
"그치만 다들 도저히 말을 못섞고 있잖아요! 그니까 푸우 쨩한테 부탁하는거라구요!!"
...아니, 난 총대 메고싶은 생각 없어. 이미 그 녀석이 푸우 쨩이라는 내가 정말 버리고 싶은 별명을 다시금 반에서 퍼뜨려놓은 시점에서, 난 그 녀석이랑 더 엮이고 싶지 않아. 그렇게 명백히 거부하려던 참에-
"저기, 나도 좀 부탁하면 안될까?"
"ㅇ, 우효오?! 타, 타나카 씨?!"
"아, 타나카 씨, 안녕."
고개를 돌려보니 단정한 긴 머리에 헤어밴드를 한 미인이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안녕, 키사라기 씨, 마츠다 씨. 그리고... 푸우 쨩?"
"...저기, 첫 인사에서 별명을 부르는건 좀 무례하지 않을까."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해서."
...이래저래 이거 갖다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건 넘어갈까.
"그래서, 뭘 부탁하겠다는 거야."
"키타카미 씨, 말이지. 다들 제대로 말도 못붙이고 있고. 뭔가 한두마디 붙여도 제대로 이야기가 안되는거 같아서. 그래도 바로 앞자리에 뭔가 말이 통할것같은 느낌? 이 들어서 좀 부탁하고 싶어져서."
"...아니, 나는 폭탄 처리반이 아니야..."
"마츠다 씨도 케어하는거 보면 맞지 않을까?"
"아, 아리사는 폭탄이 아닌건데요?!"
"...젠장, 부정할수 없네."
"아니, 푸우 쨩도 거기서 동의하지 말구요! 치하야 쨩은 또 그렇게 웃고만 있지 마세요?! 고작 첫날인데 왜 아리사 취급은 이렇게-"
"-아무튼, 개인의 개성을 억압하거나 하는건 좋지 않지만...너무 반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튀는 아이가 있으면 면학 분위기에도 도움이 안될테니까. 조금은 모두와 어울릴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 안될까?"
아까부터 느끼는거지만, 말 하는거 하나하나가 똑부러지고 강단이 있네. 동갑내기 치고는 엄청나게 어른스럽다.
하는 말은 전부 일리 있는 이야기고...
"키타카미 씨가 별명까지 불러가며 친근하게 대한 사람은 푸우 쨩 뿐이니까."
"아니 그러니까 푸우...하아."
"그만 포기하라구요, 푸우 쨩."
"...아리는 입 다물어."
후후후, 하고 웃는 저 얄미운 녀석을 한대 쥐어박아줬으면 좋겠는데.
"저기, 그래도 너무 밀어붙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꺼내는 치하. 역시, 너만큼은 내 편을 들어줄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타나카는 그 말을 듣고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 키사라기 씨. 뭐, 그건 정론이지만... 아까 세사람이 나누던 이야기에서도 나온 소문들도 평범치 않았는데... 마츠다 씨? 그게 전부는 아니지?"
"읏."
...저게 다가 아니라고?
"온갖 괴소문의 근원인 만큼... 제대로 반에 어울리게 하지 않으면 끝도 없이 골칫거리가 될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도와줬으면 좋겠어. 혼자서 힘들다면 여기 두 사람도 함께 했으면 하고, 정 뭐하면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고."
...아니, 그냥 좀 튀는 녀석에게 너무 진지하게 나오는거 아니야, 너? 이렇게 너스레로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저기, 그러면 직접-"
"아니야. 알았어, 타나카. 내가 말은 좀 걸어볼게."
발끈하는 치하를 만류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해보였다.
"...왜 이런걸 수용하는거야?"
"뭐... 나도 저녀석은 그냥 냅두면 안될거같다,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야, 그냥."
그래. 그냥 그래서다.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는 걸 보고 싶지도 않지만, 뭐 나도 충분히 동의하는 이야기니까. 저 키타카미 레이카는, 스스로가 폭탄이라고 이미 대놓고 알려온터라, 그냥 내버려 두면 안될거같다고 내 본능이 경종을 울리고 있기도 했다.
그래. 어디까지나 내 편안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함이다. 그런거야.
"...미안. 너무 밀어붙였어. 그래도, 필요한게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줘."
"그래, 고마워 타나카."
...슬슬 점심시간도 끝나가고... 자리로 돌아갈 때인가.
짬이 날때 말을 좀 걸어보면 되겠지.
"저기."
"응? 푸우 쨩? 뭐 물어볼거라도 있어?"
"아니, 푸우가 아니라..."
...이 원흉이...
...참자. 일단 말을 뭐라도 걸어보자고.
"너 아까 맨 처음에 했던 그 자기소개 말이야... 어디까지가 진심인거야?"
"자기 소개?"
"아니 그... 우주인이 어쩌고, 했던거 말야."
"응? 푸우 쨩, 우주인이야?"
티 하나 없이 투명한 눈동자는, 정말 그 어떠한 비꼼이나 다른 의도 없이 단순한 의문을 아주 진지하게 물어올 뿐이었다.
"...그건 아닌데."
"아닌데 뭐?"
"...아니, 아무것도 아냐."
"푸우 쨩, 재미있어!"
"아니, 그러니까 푸우 쨩이 아니라니까..."
싱글벙글한 얼굴에 뭐라 더 쏘아붙이기도 힘들고. 뭐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고.
...시간낭비였나...
"있지 푸우 쨩-"
뭔가 더 말을 걸려는 레이카였지만, 다행이라 할지 교실로 들어오는 바바 선생 덕분에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게 되었다. 음, 뭔가 이야기를 더 했다간 이상한 녀석이라고 나까지 싸잡혀서 오해를 살뻔했어. 이건 담임 교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야기가 끊기고-
>>+3까지 다이스. 2표 나온 쪽으로.
1 ~ 80 : 1주일 뒤.
81 ~ 100 : 방과 후.
-키타카미 레이카는, 별 다르게 나한테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뭐라고 하고 싶은건 알겠는데, 뭐랄까. 내가 먼저 이야기를 걸만한 건덕지도, 저쪽에서 이야기를 걸거나 하지도 않았다고.
치하나 아리가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타나카가 따로 압박하는 것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1주일이 지나갔다.
키타카미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아리를 통해 키타카미에 대한 소식을 전해들은 후.
"너, 모든 동아리에 다 들어가봤다는 게 사실이야?"
...하굣길에 전해듣고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침 조회 전에 바로 캐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말을 걸지 않는 한, 이 녀석은 그냥 혼자 알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는데다 어제 본 드라마나 오늘의 날씨같은,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서.
...거참 이야기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야.
"...재미있는 동아리가 있다면 좀 가르쳐 줘. 참고라도 하게."
"없어!"
키타카미는 해맑게도 대답했다.
"전혀 없어!"
"아, 그러냐..."
...너무 해맑게 대답해서 뭐라 할 말이 없는 이 느낌, 알련지 모르겠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면 조금은 재밌어질 줄 알았는데, 으음. 이래서는 의무 교육 시절이랑 뭐 하나 달라진게 없다~고 해야하나? 학교를 잘못 고른걸까, 푸우 쨩?"
"...무얼 기준으로 학교를 고르려는거야. 그리고 푸우 쨩이라 부르지 말랬잖-"
"-운동이고 문화고 하나같이 다 너무 평범해."
"...너 말을 잘라먹을거면 그냥 대화를 안 하는게 낫지 않겠냐...?"
대체 뭘 가지고 특이한지 평범한지를 결정을 내리는건지...
"...대체 뭘 가지고 특이한지를 결정하는거냐?"
"응? 그야, 내 마음에 들법한 동아리가 특이한거겠지? 당연하잖아."
"...당연한거냐. 난 처음 알았는데."
뭐, 그 후론 바바 선생이 들어왔으므로 이날의 대화 종료.
...정말 웃기게도, 조용한 생활을 원하는 나 답지도 않은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지만...
...그야... 타나카한테 부탁도 받아버렸고. 이녀석 흥얼거리는 노래들 나쁘지 않다고 생각들고... 뭐, 이래저래 겸사겸사, 라고 할까.
"응? 친구?"
...그렇게 해맑게 대답하지마. 물어보는 쪽이 더 씁쓸해지잖아.
"왜 씁쓸해지는데?"
"...아니, 그...아니야. 됐으니까."
"이상한 질문이네."
...아니, 굉장히 뼈아픈 질문일 수도 있는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천연덕스러운 대답을 듣는게, 굉장히 이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고보니 언뜻 들은건데 말야."
"응?"
"사귀는 남자를 다 찼다는게 사실이냐?"
"응."
이 녀석, 이런 말을 '오늘 아침은 미소 된장국으로 먹고왔어!'같은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말하네.
"근데 그건 누구한테 들은거야? 혹시 아리사 쨩?"
"...뭐야, 어떻게 아는거야."
"그야 아리사 쨩, 나한테도 말 많이 말 거는걸?"
...뭐, 그렇긴 하네. 근데 그거 아냐? 아리는 너한테 말 몇 번이고 걸어보았지만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었다고 항상 하소연한다...
"? 왜?"
"...아니다."
그렇게 손사레를 치니, 키타카미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뺨 위로 올리고는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으음, 아무튼, 뭐 사귀자는 남자들을 다 찼다는건, 사실은 아닌걸?"
"...어?"
...찼다는게 아니라고?
"좀 지나면 그냥 연락을 안하던데?"
"...아."
...도망치는건가.
"뭐, 딱히 찾으러 가기도 그렇고? 재미도 없으니까!"
"...뭔지는 알거같다."
키타카미 레이카의 도를 넘어선 엉뚱함에 다들 질려서, 알아서 나가떨어지는 거로군. 덤으로, 하도 당하니까 악의가 생길수도 있고.
키타카미는 그 후, 남자들의 고백 방식이나, 왜 쓸데없이 착실하냐 등에서 재미 없다- 는 이야기를 하고는.
"그래서, 세상에는 한심한 남자들 밖에 존재하지 않나- 싶기도 해!"
"아니, 뭐 그게 딱히 문제인가 싶지만."
...아무튼 죄다 나가떨어졌다고 치자. 그러면 또 궁금해지는건데.
"한 명 정도는 진지하게 사귀고 싶었던 녀석은-"
"없었어!"
...야, 말 좀 끊지 말아봐.
"그치만, 데이트랍시고 데려가는거 죄다 재미 없었는걸?"
"...뭐, 그럼 별수 없고."
이녀석은 무조건 재미가 우선인걸까. 그런데 그 재미는 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콧노래 흥얼거리는거 말고 대체 뭘 좋아하는 지도 잘 모르겠고. 동아리는 왜 죄다 재미없다고 그러던 건지도.
"뭔가, 우주인 내지는 그에 버금가는 무언가면 재미있지 않을까? 인간만 아니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을 거 같아."
"...왜 그렇게 인간 이외의 존재에 집착하는거야?"
내 질문에, 키타카미는 전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 쪽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뭐,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
...이건, 나도 모르게 순순히 수긍하고 말았다. 사실은 매일 다른 학생들의 뒷조사나 캐묻고 다니는 마츠다 아리사가 원래는 우주인이라던가, 이쪽을 매일같이 흘끔흘끔 지켜보고 있는 타나카 코토하가 미래에서 온 사람이라서 이것저것 개입하고 있는거였다던가. 뭔가 이런거라면 학교가 꽤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거, 불가능한 소리잖아. 우주인이니, 미래에서 온 사람이니, 초능력자니... 이런게 존재할리도 있을수 없는 소리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너나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나서 본인들 정체를 '저는 사실 우주인입니다.' 같은 식으로 PR해올리도 없단 말이지.
"응. 그러니까 말이지-!"
"아아, 늦어서 미안해!"
새 학기가 시작된지 1달도 되지 않아서 학생들 사이에서 귀여움으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생활지도교사 겸 우리 반 담임교사 바바 코노미가 평소답지 않게 도짓코마냥 지각해서 헐레벌떡 달려들어오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키타카미 레이카를 보고는 식겁하는 표정으로 멈춰서고야 말았다.
...그러고보니, 다들 키타카미를 돌아보고 있었구나. 왜 나만 몰랐지.
...아, 바바 선생, 이 정신나간 분위기에 압도되서 식겁한거구나. 음, 나라도 그럴법하니까 인정하자.
"어... 저기, 조회 시작할게?"
"네에-!"
해맑게 대답하며 자리에 털썩, 앉는 키타카미 레이카였고.
"그... 늦어서 미안해. 조회 시작한다."
흠흠, 하고 목을 다시 가다듬으면서 굳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서 말하는 바바 선생. 고생이 많으십니다, 선생님.
그렇게 겨우 평소와 같은 일상이 부활했지만... 키타카미 녀석은, 이런 일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려나? 물론 언제나처럼 싱글벙글한 얼굴에서 그런걸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하지만 인생이란거, 그냥 일상이 계속 반복해서 흘러가는게 쌓여가는거. 그런거잖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서, 저 키타카미 레이카에 대한... 무언가가 싹트기 시작한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아리 너 다시한번 그렇게 크게 불렀다간 네 그 트레이드마크를 쫙 잡아당겨버릴테다."
"그건 너무 잔혹하잖아요?!"
니가 불러대는 그 내 별명은 자비롭냐?
"아무튼! 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저 키타카미 레이카랑 그렇게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는거에요?! 아리사가 쭈욱 다들 관찰해왔지만,"
어이, 남을 그렇게 관찰하는거 법어 저촉되는거다.
"아무튼요! 이 반의 그 누구도, 푸우 쨩처럼 오랫동안 키타카미 씨랑 대화하질 못했다구요! 대체 무슨 화제를 꺼낸건가요?!"
"...딱히? 그냥 아무거나 물어본거라고."
"진짜 특종이라구요 특종!!"
거참 호들갑떨기는...
"그야, 네가 사귀는 친구들은 좀 다 특이하잖아."
...갑자기 불쑥 끼어들어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치하. 넌 또 뭔 말을 하는거야.
"푸우 쨩이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든 말든 그건 아무래도 좋다구요! 중학교 때부터 알아온 아리사가 그건 이미 잘 알고 있다구요!"
...어이, 내가 특이한 사람이랑 가깝다니 뭐라니 하는거 말이지. 그건 너희들이 스스로 특이한 인간이라고 인정하는 셈이 되는건데.
"아리사가 이해가 안되는건, 키타카미 씨가 푸우 쨩을 상대로 어떻게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단 말이죠!! 이해가 되냐구요?!"
"음... 그렇게 따지면. 굳이 구분하면 특이한 인간에 들어가서? 포함되서? 그런거 아닐까?"
"그야, 푸우 쨩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레 통용되니까 평범한 사람에 포함될리가 없지만요- 그래도 말이죠!!"
...야, 너희들 진짜 계속 푸우 쨩, 푸우 쨩 거릴래?! 나도 이런 웃기지도 않은 별명으로 불릴 정도라면 차라리 본명으로 불리는게 낫-
"그렇지 않으니까 그러잖아."
"...쳇."
"아, 나도 궁금해."
그러다 갑자기, 반에서 익숙하지만 우리의 이야기에는 끼지 않던 목소리가.
"타나카?"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단 한 번도 제대로 안하던게 키타카미였는데. 어떻게 하면 이야기하게 만들 수 있었는지.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거야?"
...음.
"몰라."
"...후후. 그래도, 안심했어. 키타카미 씨가 언제까지나 반에서 고립된 상태여선 곤란하잖아. 한 명이라도 친구가 생긴거, 좋은 일이잖아?"
...그러고보니, 이 녀석 반장이지. 문득 왜 그렇게 신경을 쓰나, 했지만 어제 이 녀석이 조회 시간에 반장으로 뽑혔으니까.
"...친구...?"
...내가 그녀석의 친구라고? 그냥 말 몇마디 섞은걸로 친구라 할수 있는거야?
"이대로 키타카미 씨를 다른 반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게 해줘. 모처럼 한 반이니까,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잖아? 다시 한번 부탁할게."
"...아니, 뭐 부탁해도 말이지."
"앞으로 전할게 있으면 푸우 쨩한테 부탁할게."
"아니 난 그녀석 대변인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그리고 푸우 쨩이라 하지마...
"부탁해."
...하아...
오 하느님... 물론 하느님을 믿는건 아니지만. 이녀석이랑 대화하는건 꽤 재미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동반하니까.
"...오늘은 또 표정이 왜 그러냐?"
무언가 뾰로통해져서 입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게, 뭔가 심상치 않다.
"그게-"
>>+3까지 투표.
1. 심심해!
2. 시시해!
@ 뭔차이냐고요? 그러게요.
"심심하니까!"
"...언제는 즐거웠냐..."
...애초에 학교에서 뭘 바라고 있는거야.
"음... 학생들이 계속해서 실종되거나, 밀실이 된 교실에서 선생님이 살해를 당한다거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네."
"뭐, 이런거 찾아다니는 미스터리 연구부라는 것도 있던걸?"
"허어. 어땠는데?"
"음... 재미없었어!"
...확실히 키타카미 이 녀석은 재미없다, 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다. 아니면 심심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사건다운 사건과 만나보질 못했대! 부원들도 그냥 미스터리 소설 마니아 뿐이고, 딱히 이상한 약먹고 어려질 것 같은 녀석도 없었고!"
"...아니 뭘 바라고 있는거야."
"재미있는 비일상!"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냐."
"초자연 현상 연구부도 기대해봤는데."
"뭐, 별 차이 없었겠지."
"앗, 어떻게 알았어?!"
...뻔한 이야기잖냐. 아니, 애초에 뭘 바라고 있는거냐고. 이런 말을 내가 입에 몇번이나 담게 만드는건지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는데.
"으으 심심해... 왜 이 학교에는 제대로 된 동아리가 없는거야?"
"너, 노래 잘 부르니까 밴드나 성악부에 들어가는건-"
"지루한걸. 맨날 똑같은 노래나 부르고. 1년에 딱 한번 축제때나 부르고 마는거잖아? 그냥 평소에 실컷 부르면 그만이지, 몇곡 되지도 않는거 겨우겨우 연습하는거 재미없으니까."
...
"심심해~"
이 녀석의 재미 기준은, 왜 이렇게 높은거냐.
대체 뭐 어떤 동아리면, 어떤 일이면 만족하는거냐? 정의도 불명확하고. 너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거 아냐? 그냥 막연하게 '뭔가 재미있는 걸 하고싶어!'라는 거 외에 아무 비전이 없잖아. 그 재미있는게 뭔지 니가 먼저 정해놔야 확실히 정해지지 않을까. 머릿속에서라도 먼저 정리해놓으라고.
...근데 내가, 이런말을 굳이 다 해줘야하나.
>>+3까지 다이스 체크. 80이 넘으면, 푸우 쨩(웃음)이 레이카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대체 어떤 동아리면, 어떤 일이면 만족하는거냐?"
"에?"
"정의도 불명확한데다가, 너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거 아니냐? 네가 하는 말들은 죄다 그냥 막연하게, '뭔가 재미있는걸 하고 싶어!'라는 거 외엔 아무 비전이 없잖아."
"어? 그러면 안되는거야?"
...아니,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되묻지 마!
"그 재미있는게 뭔지를 네가 먼저 정해놔야, 기준이 있어야 찾아질거 아니냐. 하다못해 머릿 속에서라도 먼저 정리해놔야지."
...으음?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면 내가 뭐 답을 내놓을거같냐.
...애석하게도 답이 YES, 였다는게 슬프지만.
"아니... 없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결국 인간은 주위에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하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발명이나 발견을 해오면서 문명이 발달해온 걸테지. 예를 들어 하늘을-"
"그런 장광설은 듣고 싶지 않은걸!"
"...요컨데, 주제에 맞지 않는 모험심은, 평범한 인간인 우리들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그런 쓸데 없는거 발휘하지 말고-"
"시시해~"
그렇게 툭, 내뱉고는 창밖을 내다보는 키타카미. 눈에 띄게 기분이 다운되어보인다.
...그래 뭐, 가끔 정도는 네가 이렇게 얌전해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이 여자는 따분한 현실에서 벗어날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상관 없을거야. 그래서 재미를 운운하는걸거고. 하지만 그런 현상은 이 세상에 그리 흔하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아니, 없잖아 애초에.
...아무튼 나는 이 철부지의 텐션을 어쨌든 다운시켜서 쉬는시간과 수업시간의 평온함을 찾은것에 만족하며, 수업에 집...중...
...하지 못하고 따뜻한 햇살의 마수에 빠져들어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무언가 계기가 된게 존재했던걸까. 앞서 나눈 대화가 뭔가 녀석에게 영향을 준걸지도 모른다.
...얼마나 졸았을까?
수마의 손길에 편안히 스스로를 놓아버리고 메트로놈이 되어버리기를 선택한 나에게, 빠르게 현실로 돌아오도록 만드려는 작정인지 내 목덜미를 잡고 무지막지한 힘으로 잡아당기는 손길이 있었으니.
쾅!
그 무지막지한 힘으로 힘껏 책상에 부딪히니 단번에 잠이 깨며, 눈에 한가득 눈물이 고이고야 말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당연한 분노를 표출하며 힘차게 몸을 돌리니, 언제나와 같은. 아니, 평소와 다르다. 명백히 더 짙게, 환희로 가득차있는 미소로 가득 차있는 키타카미 레이카였다.
"이제야 깨달았어!"
야, 일단 손부터 놔봐.
"엄-청 간단한 일이었네!"
"뭐가?!"
"나, 드디어 깨달았어!"
"뭘 깨달았는데...?"
"없으면, 내가 직접 만들면 되는거잖아!"
"...뭐를..."
"동아리 말야!"
...뒤통수만 아프지는 않게 해주려는 모양이다.
"그래...그거 잘됐다. 그러니까 이젠 손 좀 놔봐."
"에? 푸우 쨩, 반응 싱거워~ 조금은 더 기뻐해주면 안돼?"
"그 기뻐하느니 뭐니 하는 반응은 나중에 천천히 해줄테니까. 일단 좀 진정하는게 좋지 않을까."
"무슨 말이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제발 헤어스타일처럼 정신줄도 좀 묶어뒀으면 하는 녀석에게 나는 현실을 일러주었다.
"수업 중이라고."
"앗."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목덜미를 쥐고 있던 손이 풀리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겨우 앞으로 돌릴 수 있었던 나는
"......"
...경악으로 물든 반 아이들 전체의 얼굴과,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 표정의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진정시키는게 급선무지.
일단 뒤의 뒤통수 테러범에게 빨리 앉으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내고,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90도로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연스럽게 다시 자리에 앉았다.
...수업을 계속해달라는 신호를 잘 받으신걸까. 다행히도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다른 아이들도 다시 앞으로 몸을 돌리며 사태는 일단락 되었다.
...그런데... 새 동아리를 만들어...?
...흐음.
...설마, 나보고 가입하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응 맞아.
나를 찾아 온건-
>>+3까지 다이스. 2표 먼저 모이는 쪽으로.
1 ~ 80 : 당연히 레이카.
81 ~ 100 : 코토하?
...뭐, 누구라도 예상하다시피 그 녀석이.
키타카미 레이카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붙잡고, 나를 억지로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야, 잠깐! 야!"
내가 하는 말은 들은 척도 안하고, 복도를 힘차게 걸어가서 게단으로 가더니, 옥상으로 나가는 문까지 한달음에 뛰어 올라갔고.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잠겨있어 사실상 쓰이지 않는 공간이라 이것저것 창고로 쓰이던 이 어두컴컴한 공간으로 강제로 데려온 이 녀석은,
"협력해줘!"
밑도 끝도 없이 그런 말을 했다.
아니, 일단 얼굴 들이대는건 그만둬. 그렇게 사람을 응시하는건 엄청 부담스럽다. 같은 동성인데도 이렇게 부담스러운데, 이성이었다면 아마 뺨부터 후려쳤을거야.
아무튼.
"뭘 협력하라는거야...?"
...사실 뭘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아니길 바라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새로운 동아리 만들기에!"
"...왜 내가 너한테 협력해야하는지 그거부터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나는 동아리 방이랑 회원을 확보할테니까, 푸우 쨩이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해줘!"
...좀 들어!
"아니, 무슨 동아리를 만들건데?"
"응? 그게 중요해? 일단 만드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학교가 어중이 떠중이도 아니고, 그런 정체도 모를 동아리를 만드는걸 허락해 줄리가-"
"푸우 쨩은 오늘 방과 후까지 조사를 해두는거야. 나도 그때까지 동아리방을 찾아둘게. 알았지?"
"뭘 알았지야-"
...하지만 내가 뭐라고 따지기도 전에, 폭풍과도 같이, 키타카미 레이카는 몸을 돌려 계단을 휙휙 뛰어내려가버리고야 말았다.
"...내가 언제 동의해줬냐..."
...혼자 계속 푸념하는건 추하니까 관두자.
애초에 규정은 학생 수첩에 다 적혀있으니까 내가 따로 찾아볼 필요도 없다.
동아리를 신설하려면 인원은 다섯명 이상의 인원에, 고문 교사, 명칭, 책임자, 활동 내용을 결정하고 학생회의 동아리 운영위에 승인을 받으면 되지만...
"...창조적이며 활기찬 학교 생활을 영유하는데 걸맞는 활동 내용이겠냐."
절대 무리지. 뭐, 고문 교사나 명칭은 어떻게든 될거고. 책임자는 이미 정해져있지만...
...낸들 알바냐.
"야, 야! 잠깐!!"
들은척이라도 해봐!!
"어딜 가는건데?!"
나의 당연한 질문에, 키타카미 레이카는-
>>+3까지 다이스! 2표 모이는 쪽으로!
1 ~ 50 : 동아리방 확보!
51 ~ 100 : 부원 확보!
"부원 확보!"
아, 눈 그렇게 빛내지 마. 이젠 그 눈빛만 봐도 두렵다.
내 말을 들은척도 안하고는 키타카미 레이카가 부리나케 달려간 방향은...
"...야, 여기 2학년 교실 아니냐-"
"실례하겠습니다-!!"
쾅!
...엄청나게 박력있게 문을 박차고, 상급생의 교실로 당연하게 들어가버린 키타카미 레이카는...
"뭐, 뭐야?!"
"저거, 키타카미 레이카 아냐...?!"
"그, 동아리를 온통 휩쓸고 갔다던...!"
...와, 축하한다야. 아주 선배들 사이에서도 너를 모르는 사람이 없구나. 잘했어, 잘했어. 그러니까 네 인기를 생각해서 나는 좀 빼주지 않을래?
"저기, 여기 혹시 ~ "
내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누군가를 찾는...?
>>+3까지 다이스! 레이카가 찾는 선배는?
1 ~ 70 : 세레브한 아가씨.
71 ~ 100 : 엄마같은 분위기의 보건위원.
당연히 2표 모이는 쪽!
"여기 혹시 니카이도 치즈루 씨, 있나요?"
...어?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에, 나도, 주변의 2학년 선배들도 다들 얼이 빠져버렸다.
"어? 2학년 맞지 않아요?"
아니, 그런걸 되물어보지 말아라. 그게 맞든 틀리든, 갑자기 2학년 교실에 무작정 들어와서 그렇게 물어보면 누가-
"저기, 제가 니카이도 치즈루, 여요... 그런데 어쩐 일로오오-?!"
...굉장히 사근사근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선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나오자, 키타카미는 다짜고짜 나를 잡고 있지 않던 손으로 그 선배의 손목을 나꿔채고는 우리 둘을 나란히 끌고 다시 복도로 나왔다.
"정말, 푸우쨩! 내가 딱 치즈루 쨩을 잡았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손을 잡고 데리고 에스코트해야지!"
"뭔 미친 소리야?! 내가 왜 니 미친 짓에 힘을 보태야해?!"
"ㅁ, 무슨 일이어요?! 왜 제가?!"
아니, 이 녀석 무슨 힘이 이렇게 세?! 하도 정신나간 상황에, 주변에 있던 2학년 선배들도 죄다 얼이 빠졌는지 이 상황을 멍하니 지켜만 볼 뿐이다. 아니 저기요, 이거 그냥 지켜볼 일입니까?!
"자, 일단 한명 추가 확보!"
"뭐?!"
"에?!"
뭔소리인지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니카이도 선배와, 감히 상급생 교실에 멋대로 들어가서 선배를 부원으로 나꿔채올 정신나간 생각을 한 키타카미에게 놀란 내 반응 따위는 가볍게 무시한 채로,
"산본~ 산본~ 와산본~!"
"그건 또 무슨 노래야?!"
...들어본적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키타카미 레이카는 니카이도 선배와 나를 질질 끌고 2학년 복도를 보무도 당당하게 헤쳐나갔다.
"저, 저기 일단 갈테니까 일단 이 손 좀 놓아주시어요..."
"야, 잠깐 좀! 멈춰봐!"
나랑 선배의 말에 키타카미는-
>>+3까지 다이스! 2표 먼저 나온쪽으로!!
1 ~ 50 : 무시하고 동아리 건물 쪽으로 걸어갑니다. 야 아프다니까!
51 ~ 100 : 손을 놓아주고, 니카이도 선배와 마주봅니다. ...야, 뭐하려는거야.
-손을 놓고, 몸을 빙글 돌려 나를, 아니 정확히는 함께 끌려온 니카이도 선배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니카이도 선배도, 키타카미도 작지 않은 키였지만...
방글방글, 웃음기 잔뜩 어린 얼굴로 빤히 응시하는 키타카미의 기세에 눌린건지, 이내 고개를 돌리는 니카이도 선배.
"ㅇ, 왜 저를 끌고 가는 거시어요? 무엇때문에-"
"쉿, 조용히."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목소리 낮추고는 입술위에 검지손가락 펴서 붙이면... 말이지...
"......"
니카이도 선배는, 그런 말도 안되는 행태에 놀랐는지, 어이가 없는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 소개할게, 푸우 쨩. 니카이도 치즈루야."
"...아니 소개고 뭐고, 이름은 충분히 알겠으니까..."
...책상에 뒤통수 들이받는게 훨씬 머리가 덜 아플것 같다.
"...왜 이 분을 납치한거야."
"납치가 아니라, 그냥 마음대로 데리고 나온건데?"
"...미안하지만 그걸 납치라고 부르기로 사회적 합의가 있었어."
넌 단어 공부부터 다시 해야하지 않을까.
"나, 쉬는 시간이면 학교 건물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보거든? 그 때 몇번 본적 있었는데, 동아리에 꼭 필요할거 같아서 잡아왔어!"
"아니, 상급생이잖아!"
"그게 왜?"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냐?!
슬쩍 옆을 돌아보니, 니카이도 선배는 이 기절초풍할 사태에 할말을 잃었는지 그냥 멍하니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하아..."
...그래. 일단, 하다못해 이녀석이 무슨 생각으로 하는 건지 확인이나 해보자.
"...그래... 알았으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저기. 왜 하필 이 사람인건데?"
"으음~ 그게 말이지?"
>>+3까지, 레이카가 치즈루를 납치(?)해온 이유.
거침없이 이 선배를 데리고 나왔던 키타카미는, 역시나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머리가 복슬복슬하니까, 귀엽잖아?"
"...하?"
아니, 확실히 머리가 풍성하긴 하지만... 예쁘긴 하지만 말이지, 도대체 그 귀여운거랑 네가 끌고 나온건 무슨 의미가 있는건데.
"동아리에 이런 마스코트 같은 느낌의, 예쁘고 훤칠하고 귀여운 아가씨가 있으면 뭔가 사건이 팍팍! 일어나고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아니, 이봐. 진짜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상급생을 네 멋대로 끌고 나온거냐, 진짜로.
"그리고...으흠..."
킁, 킁.
갑자기 녀석은 코를 벌름거리며 니카이도 선배의 몸에서 체취를 맡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이어요?!"
...어라, 이상하다.
아까 전의 그 말도 안되는 이유보다, 체취를 맡을 때에 더 당황하고 흥분하는, 니카이도 선배...?
"뭐어언가 말이지... 냄새가 났거든."
"무, 무무무무 무슨 냄새?!"
"향수를 무척이나 짙게 썼지만 말이지~ 어쩐지 모르게 느껴지는 소-읍"
"자자자자자자 잠깐만요 멈춰주시어요!!!"
...말까지 더듬으면서, 레이카의 입을 틀어 막는다.
아니, 저 선배, 레이카를 저렇게 제압할 수 있었잖아...? 그런데 왜 순순히 끌려온거지...? 그나저나 왜 레이카의 냄새 운운하는 이야기에 저렇게 흥분해서 저러는거려나.
"잠깐, 잠깐 저랑 저쪽에서 따로 이야기 좀...!"
"...저기, 선배, 저는-"
"저저저는 괜찮으니 잠깐만 기다리시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키타카미를 끌고 복도 구석으로 향한다.
...아니 뭐야. 뭐냐고.
몇 분간, 둘이서 무언가를 수근수근 이야기한 끝에...
"자, 그럼 신입부원 한명 확보! 이제 2명 남았어!"
"...뭐어...?"
"자, 잘 부탁드리어요...!"
...아니, 내가 당연하게도 그 명단에 들어가 있던건 그렇다 쳐도. 저 선배, 키타카미를 데리고 가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거야...?
"자 치즈루, 푸우 쨩! 이제 동아리 부실을 확보하러 갈까?"
"오- 오오!!"
"...하아..."
...뭔가, 지금 캐물어도 대답은 제대로 안나올거 같으니... 넘어가자...
...그렇게 나는 그 니카이도 선배와 함께, 키타카미의 손에 이끌려 동아리 건물 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 얼렁뚱땅 모인 3인조가 향한...부실은...
>>다음 연재시까지...다이스!
가장 높은 값을 반영합니다.
1 ~ 85 : 문예부
86 ~ 100 : 마술부
양 손에 나와 니카이도 선배를 꽉 붙들고 동아리 건물로 들어온 키타카미는 계단을 올라간 끝에, 어두컴컴한 복도 중간에 멈춰섰다.
그 앞에 있던 문에 달려있는 팻말에 쓰인...
"...문예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채로 달려있는 팻말을 읽고 있으려니, 옆에서 키타카미의 긴 머리카락이 세차게 흔들렸다.
"응! 여기야!"
"...뭐?! 잠-"
뭐가 여기냐, 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키타카미는 노크도 없이 문을 활짝 열어버렸고, 당연하게도 양해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녀석한테 손이 붙잡혀있던 나랑 니카이도 선배는 당연히 끌려들어갔고.
부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테이블, 의자, 책장...뿐인 심플한 구성이라 그렇겠지. 꽤나 삭막하네. 창문틀과 천장, 벽은 온통 낡아서,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새삼스레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의자에 걸쳐앉아 두꺼운 양장본을 읽고있던, 단발머리 여학생 하나가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파악하는 데에 조금 늦어졌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키타카미는 음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침내 손을 놓고 뒤로 돌아서며 그 양팔을 천장으로 쫙 펼치고는, 자기 딴에는 나름 엄숙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이제부터 이 방이, 우리 동아리방이야!"
와-이! 하고 기뻐하는건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된다, 키타카미...
...잠깐만. 동아리방?
"...잠깐, 여긴 문예부잖아."
"응."
"아니, 응, 이 아니라. 멀쩡히 있는 동아리 방을 빼앗겠다는거냐?!"
천연덕스럽게 그런 말을 하지마!
"하지만? 올 봄에 3학년 들이 졸업한 뒤로 부원이 제로. 새로 누군가가 입부하지 않으면 활동이 정지되는 유일한 동아리인걸? 아, 이쪽이 1학년 신입부원이야."
네가 뭔데 소개하겠답시고 그 신입부원을 양손으로 가리키는거냐.
"...아. 안녕하세요, 마카베 미즈키라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 관심 없이 책만 읽고 있는 줄 알았던 그 단발머리는, 갑자기 그런 말을 하면서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아, 안녕하시와요, 니카이도 치즈루, 여요."
"안녕하세요, 니카이도 씨."
"응응! 미즈키 쨩이구나! 반가워, 미즈키 쨩! 나는 키타카미 레이카야!"
"아. 안녕하세요, 키타카미 씨. 처음 뵙겠습니다."
"응! 잘 부탁해!"
......아니, 이런 정신나간 상황에서 다들 태연하게 서로 인사하고 있지마.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내가 이상한거 같잖아!!
어찌저찌, 1학년인 유일한 문예부원, 마카베 미즈키와 통성명을 하고 나서...
...일단, 정리해보자. 솔직히 정리고 뭐고 다 때려치고 돌아가고 싶은데, 일단 정리해보자. 그래.
"...어이, 키타카미."
"응, 푸우 쨩."
"푸우...아니 됐고. 어쨌든, 신입부원이 있으니, 문예부는 정지를 먹은건 아니잖아."
"응? 그야 그렇지?"
뭘 당연한걸 묻고 있냐는 듯 대답하지 말라고. 그럼 넌 당연하게도 이 동아리 방을 강탈하려고 온거란 말이잖아.
아주 기가 막혀서...
어쨌든 방금 키타카미만 불러내서 따로 이야기하는 중이었으니까, 좀 물어보자.
"...저 신입부원... 그니까, 마카베는 어쩌려고 그러는거야."
"으음... 물어보지 뭐!"
...뭠마?!
"있지~ 미즈키 쨩~"
"네, 미즈키 입니다."
"저기 있지, 동아리방, 빌릴수 있을까?"
...야, 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른거냐 이거?! 아무 대책없이 그냥 와서 물어본거야?! 아니 이런 민폐가 대체 세상에 어디있다고?!
하도 어이가 없는 광경에 슬쩍 눈을 돌려 니카이도 선배를 살펴보니, 저쪽도 어이가 없기는 매한가지인지 입을 떡 벌린채로 넋을 놓고 있었다.
...오늘 수업끝나고 참...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렇게나 간절하게 들 줄은 몰랐어. 정말로.
아무튼 키타카미의 정신나간 부탁을 들은 마카베는...
"그러세요."
"됐다-!!"
"됐다는 뭐가 됐다-냐?! 그리고 어이, 마카베! 너는 뭘 그렇게 쉽게 허락을 해주고 있어?! 이런 폭거에 그냥 오케이라니, 그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아니 너무 선뜻 허락해버리니까 도저히 내가 알던 상식선이 다 무너지는거 같아서 참을수가 있어야지?!
"아니, 뭐 때문에 허락해 주는거야?!"
좀 그거라도 알고 가자! 너무 이상하잖아!! 제발 뭐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줘!!
내 간절한 외침에, 마카베는...
>>+3까지 다이스. 물론 2표~
1 ~ 60 : ...책만 읽을수 있다면, 상관 없다구.
61 ~ 100 : ...사실...
"...저는, 책만 읽을수 있으면 되니까요. ...상관 없다구."
...아, 그래.
"특이한 아이네?"
"네가 할 말은 아니야, 키타카미."
이 특이한 문예부원...은,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저런 말을 하면서도... 표정은 일관되게, 무표정했다. 키타카미와는 정반대되게,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것만 같은, 천연의 무표정.
"저기, 마카베."
"네, 마카베 입니다."
"아니, 확인시켜줄건 없고... 여기 있는 이 키타카미는, 이 방을 뭘 할지 알수 없는 수상한 동아리 방으로 쓰려는거야. 그래도 괜찮은거야?"
"네."
아니, 그렇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지 말라고. 이 문학소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아니, 아마 굉장히 민폐가 될텐데."
"그다지요."
"그러다 쫓겨날수도 있는데-"
"상관 없습니다."
...거, 즉답이라 참 좋긴한데. 감정이 없는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잘 판단이 안 선다. 설마 진심으로,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거야?
"자아~! 그럼, 그렇게 된걸로!"
"뭐가 그렇게 되었다는거야?!"
손뼉치며 멋대로 상황 정리하려 들지마라. 지금 뭐하나 정리된것도 없잖냐!
하지만 내 태클은 가볍게 무시당했다. 덤으로, 마카베는 할 이야기가 끝났다는 듯 다시 독서로 빠져들었고.
"자, 그럼 앞으로 방과 후에 이 방에 모이는거야! 꼭 와야 돼? 안 오면 사형!"
...엄청나게 상큼한 얼굴로, 그런 무지막지한 단어를 입에 담지 마. 그렇게 얼렁뚱땅, 다른 동아리 방에 셋방살이를 하게 된건... 그렇다치고.
"...야, 동아리 방은 그렇다치고. 서류는?"
명칭도, 활동 내용도, 뭐하나 정해진게 없잖아.
"그런 건 나중에 다 알아서 따라오지 않을까?"
"아니, 퍽이나 그러겠다."
하지만 역시 내 의견 따위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거지.
"일단은 부원을 마저 채우는게 중요하지! 이제 1명 남았어!"
이제 1명...? 어... 설마, 니카이도 선배하고, 여기 있는 마카베는 당연하게 머릿수에 들어간거냐...?
"...음! 걱정마! 적당히 뽑을 사람은 추려놨어!"
뭘 걱정 말라는거야. 도대체.
"...저기..."
그때, 그 순간까지 조용히 존재감이 사라져가던 니카이도 선배가 한 손을 들어올리며 키타카미를? 아니, 나는 아닌거 같으니까. 아무튼 키타카미를 불렀다.
"응! 치즈루 쨩! 말해!"
"그, 저기, 그래서... 뭘 하는 동아리인 거여요...? 저, 실은 다도부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그렇지. 이런 불확실하고 정체모를 곳에 있는거 보단, 원래 활동하던 동아리로 돌아가는게 좋을 거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왜 연신 이야기를 하면서, 마카베의 눈치를 보는건지.
"아, 그럼 거기 그만두는걸로!"
물론 키타카미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에에에?!"
"그야, 우리 동아리 활동에 방해되잖아?"
...정말, 한도 없이 제멋대로구만.
"아까 이야기 했던건 기억하지, 치즈루 쨩?"
"...으으으..."
아니, 진짜, 방금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저러는거지. 저런 양갓집 규수가 굳이 키타카미의 억지에 어울려줘야 할 이유가 있는걸까?
"...알겠사와요... 다도부, 그만두겠어요..."
...무슨 약점을 잡은거냐. 도대체-
"아! 그래!"
대충 정신이 멍해질 것 같은 전개에,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건 키타카미의 손뼉이었다.
"방금, 좋은 이름을 떠올렸어!"
"...말해봐."
물론 기대치는 제로. 가능하면 듣고싶지도 않고... 하지만 듣긴 해야겠지.
>>+3까지, 레이카가 선포할 동아리 이름을 정해주세요! 가장 재미있고 적절한 이름을 선정합니다!
K키타카미 레이카가 뿌뿌카뿌~하면 G군말없이 어디서든 B뿌~ 라고 해줘!
'레'이카의 '에'너지를 '다' 쓸 때까지 계속하는 동아리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RED!"
...어... 레드부? 뭐? 뭔가 이상한 이름인데. 일단 그냥 레드라는 이름 자체는 괜찮-
"약자야! 그러니까, '레'이카와 함께 '에'너지를 '다' 쓸 때까지 계속되는! 동아리!"
"...아니 듣기만 해도 끔찍한 약자잖아?!"
"그런 동아리! 인걸로!"
"너 그냥 적당히 뜻 갖다 붙이는거지?"
...들켰넹, 같은 표정 짓지마.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키타카미 외에 그 누구도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이 없었고.
"...야, 일단 동아리고 뭐고 체계가 하나도 안잡혀있잖아. 그리고 이게 뭐하는 단체인지도 전혀 모르겠는데 무슨 동아리-"
"-아! 그럼 단으로 하자!"
"...어이어이..."
...뭔가 말려보려고 해도, 옆의 마카베나, 니카이도 선배는 뭔 말을 할 기색들이 아니었고. 나도 딱히 말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찬성 1, 기권 3으로 'RED단'은 이렇게 발족을 하게 되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그냥 네 맘대로 해...
"자, 매일 방과후에 여기서 다들 모이는거야!"
그렇게 선언하는 키타카미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날은 해산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3까지 투표.
1. 여전히 책을 읽고 있는 마카베가 신경쓰인다.
2. 어깨를 떨구고 복도를 걸어가는 니카이도 선배가 신경쓰인다.
대체 어떤 협상을 한걸까..
-어깨를 떨구고 복도를 걸어가는 니카이도 선배가 신경쓰였기에,
"니카이도 선배."
"뭔가요?"
어딘가 침울해보이긴 해도, 기품 있어보이고 차분한 얼굴인 채로 니카이도 선배는 뒤를 돌아보았다.
"이런 괴상한 단체, 안 들어와도 상관 없어요. 그 녀석이라면 신경 안 쓰셔도 되니까요. 제가 나중에 말할게요."
"아니여요."
미소.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는-
"괜찮습니다. 들어가겠어요."
그런, 아까까지의 그 당황했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차분하게 가라앉아있었다.
"...하지만 온갖 일들이 일어날텐데..."
"괜찮사와요. 당신도 있는거잖아요?"
...생각해보니 나는 왜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거지?
>>+1, +2 다이스 판정!
+1)
1 ~ 20 : "입막음을 하려면..."
21 ~ 100 : "이게 이 시간 평면 상의 필연인 거시와요..."
+2)
1 ~ 80 : "마카베 양이 있는 것도 신경쓰이고요."
81 ~ 100 :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하려면..."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아마도.
"이게 이 시간 평면 상의 필연인 거시와요..."
...네?
"네?"
"그리고 마카베 양이 있는 것도 신경쓰이고요."
"...신경이 쓰이다뇨?"
"엇, 아, 아무것도 아니어요."
당황한 듯 고개를 가로젓는 니카이도 선배. 아까 괜히 레이카가 강조한 머리카락의 폭신함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다. 살랑거리면서도 그 볼륨이 전혀 죽지 않...
"저어, 많이 모자라지만, 잘 부탁드리겠사와요."
"...뭐,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그리고 그냥 편하게 치즈루, 라고 불러도 괜찮으니까요?"
아니, 그 미소를 다시 짓는건 너무 반칙이잖습니까, 선배.
...그래도, 오늘 처음 뵌 상급생을, 아니 누구라도 그냥 요비스테해버리는건 좀 거부감이 있으니까...
"치즈 언니."
응. 이걸로 합의. 물론, 선배가 듣는 자리에서 한건 아니지만, 뭐 적당히 넘어가주시겠지.
...아무튼 제발 그 자애로운 미소는 다시 안지었으면 좋겠다. 방치하고 도망치는 입장에서는 너무 양심에 찔리게하는 그런거라고...
"...이제 필요한건 뭘까?"
"글쎄다."
"...역시-"
>>+3까지 다이스!
1 ~ 60 : 수수께끼의 전학생!
61 ~ 100 : ...뭐라고?
2표 먼저 나온 쪽으로!
"-명망을 높이기 위해, 교내 유명인을 한 명 더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뭐라고?"
지금 뭔소리를 하는거냐?
갑자기 날뛰기 시작해서, 니카이도 선배... 치즈 언니를 납치해오고, 문예부 부실까지 점거한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어느날. 뜬금없이 말을 걸어오길래 적당히 어울려줬더니만 갑자기 급발진 하는건 또 뭐냐?
"이미 네가 데려온 니카이도 선배로 만족 못하는거냐...?"
"치즈루 쨩은 치즈루 쨩이고. 다른 쪽으로 유명한 사람 하나 쯤 데려와도 좋지 않을까?"
"아니, 대체 뭐로 유명한 사람을 데려오겠다는거야. 그리고 네가 하려는 거에 유명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고 필요인데?"
"그래야 균형이 맞을테니까?"
...왜 화를 내지 않냐고? 그야, 레이카 녀석한테는 화를 내봤자 의미가 없다는걸 진즉 학습했으니까.
"뭐가 균형이 맞는건데. 이미 너 하나를 다른 3명이 균형을 못맞추고 있는데 또 무슨 유명인을 데려오겠다고-"
"으으음, 누구를 데려오면 좋을까나~"
"...그러니까 내 의견 따윈 아무래도 좋다 이거잖아, 너."
...이러니까 말이지.
"...대체 키타카미 씨랑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아, 우리 반에서 가장 시끄러운 녀석이 와버렸네.
"가장 시끄럽지 않아요?! 무슨 연인도 아니고 그렇게 찰싹 붙어다니질 않나-"
"...절대 아니거든? 설령 내가 동성 취향이더라도 저녀석은 전혀 아니니까."
...근데 그렇다쳐도, 내가 대체 뭘하고 다니는지는 나도 도저히 모르겠다. 나도 좀 알고 싶어.
"...아리사가 굳이 조언할 것도 없겠지만... 적당히 거리를 두세요. 여기는 중학교가 아니라구요. 누구처럼 교직원중에 친척같은게 있어서 연줄이 있는것도 아니고. 정학을 받을 정도 장난까지 갈지 안갈지 장담할 수 있나요?"
"...그 녀석이 뭐가 되던 지 혼자서 하겠다면 내가 혹여나 거기까지 싹 다 낄거 같아?"
"그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는거 뿐이라고."
"...아무튼, 주의하시라고 하는 이야기에요."
"알았다고 알았어... 고마워, 아리."
...처음에는 엄청 흥미본위로 정보수집 돕는 차원으로 부추겼던 녀석인데. 저렇게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는건 또 새롭네. 뭐... 아무튼, 알았다고는 해야지.
...그나저나... 아까 키타카미가 한 말... 또 유명인을 데려온다고...? 그냥 부탁하건데, 이쯤에서 단념하고 적당히 지내주면 어떨까 싶다. 지금 있는 멤버들이야,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휘둘려 주고 있으니 여기 있는거지... 과연 누가 한명이라도 더 네 말을 그렇게 열심히 들어줄거라 생각하는거냐?
...잠깐, 이렇게 생각하면 나도 이상한 인간이 되나.
>>다음 연재시까지, 다음 전개 투표!
1. 컴퓨터부 습격사건
2. 전단지 배부
3. 고문교사 구하기
"컴퓨터, 있어야겠지?"
"...굳이?"
의자에 앉아서 까딱거리지 마라. 버릇없어 보여.
"와, 푸우 쨩 선생님처럼 말한다!"
"위험하기도 하니까 그만해! 그러다 넘어간다고!!"
내 일갈이 통했는지, 키타카미는 그제서야 의자를 얌전히 하고 다리를 책상 아래로 내리고는...
"그래도 옛날 쇼와 시대도 아니고, 컴퓨터 한대도 없는건 좀 그렇지 않을까~?"
...이번에는 책상에 엎드려서 볼멘 소리를 하는구만.
RED단인지 뭔지... 아무튼 설립을 선언한 이래로, 테이블과 책장, 의자 정도 밖에 없어 삭막했던 문예부 부실에는 물건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3까지, RED단원들이 가져온 물건들을 3개씩 적어주세요! 활동에 도움이 되든, 안되든 관계없이 자유롭게!
"에,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푸우쨩?"
"...아, 아니..."
...뭔가 이런 말을 꼭 해야할 것 같아서, 라고 하면 안되겠지.
아무튼, 커피포트나 주전자, 컵에 미니 냉장고, 미니 난로, 다양한 그릇... 뭐야. 여기서 누가 살 작정이라도 한건가, 싶은 것들도 있지만.
"...와사비는 누가 가져온 거야?"
"나!"
"...왜?"
"음... 벌칙게임용?"
"벌칙 게임을 왜 하는...아니 뭐..."
...참자. 따지지 말자.
"...기타는?"
"기타 같은거 있으면, 있어보이지 않아?"
...하다못해 좀 저 뜬금 없는 것들 간의 상관관계가 있으면 모르겠다. 대체 와사비와 기타가 동아리 활동이랑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기사 애초에 무슨 동아리 활동인지도 잘 모르겠으니.
"...하아... 혹시, 트럼프 카드랑 마술사 모자, 마술사 봉도 네가 가져온거냐?"
"아, 그건 제가 가져왔습니다. 브이."
"......어이."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더니만, 설마 알아차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던거냐? 고개를 슬쩍 돌려 쳐다보니 마카베 녀석. 눈을 반짝이며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키타카미 씨가 뭐든 상관없다고 하셔서 가져와봤습니다. 미즈키, 마술은 자신 있다구."
"...그러냐..."
"와아- 정말?!"
"정말입니다."
"한번 보고 싶어!!"
...저녀석도 상당한 괴짜인거같다. 큰일이야. 벌써부터 2:1로 불리해지면 곤란해지는데.
일단 이 RED단인지 뭔지하는 단체의 멤버는 얼추 갖춰진 상태다.
마카베 미즈키는... 언제나처럼 앉아있던 자기 위치에서 두꺼운 양장본 책을 읽다말고, 자기가 가져온 마술 용품 이야기가 나오자 무표정한 그대로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소극적이고 쿨한 캐릭터가 아니었던 거냐고...?!
그리고 굳이 안와도 되는데, 성실하게 찾아오고 있는 치즈 언니는 어색하게 책상 끝자락의 의자에 걸터 앉아있었다.
"...아참, 그건 나중으로 하고!"
"그런가요..."
...어이, 키타카미. 마카베가 눈에 띄게 시무룩해하잖아. 이야기를 먼저 꺼내놓고 네 멋대로 끊어버리면-
"그치만 지금은 당면과제를 먼저 해결해야지!"
"당면과제라니."
"컴퓨터! 하나정도는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거, 요즘 누가 그렇게 목메냐. 애초에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다 해결되는 시대인데."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작업은 다 할 수 있는 시대다. 누가 굳이 자기 집에 있는 컴퓨터 같은걸 무겁게 들고 오겠냐. 노트북은... 노트북도 마찬가지지. 들고다니는게 만만치 않다고.
하지만 키타카미는 아라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치만 컴퓨터가 있으면 더 있어보일거아냐?"
"...뭐가."
"아무튼 조달하러 가자!"
"뭐가 있어보이는지 같은거 설명해줄 생각같은건 없는거냐..."
그렇게 말하고 폴짝, 하는 소리가 날듯이 제자리에서 뛰어서 일어난 키타카미는, 역시나 내 말 중 대답해주고 싶은 것만 대답해줄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조달이라니, 컴퓨터를? 대체 어디서? 전자제품 점이라도 가보려는거냐?"
"음...그건-"
>>+3까지, 레이카가 생각한 방법이라는건?
"바로 옆에 컴퓨터가 있는데 전자제품 점에 갈 필요가 있어?"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하는 말이 뭔가 이상한데. 어이, 바로 옆이라는게 어딜 말하는거냐.
"따라와, 푸우 쨩! 아, 치즈루 쨩!"
"ㄴ, 네?!"
"치즈루 쨩도!"
나 뿐만 아니라 얌전히 앉아있던 치즈 언니까지 따라오라고 시킨 키타카미가 향한 곳은...
"...여기 컴퓨터 연구부 잖아."
"응. 자, 카메라 어플 켜놓고 대기!"
...그러니까 좀 대답을 하면 사람 말을 들었으면 하는데. 이런걸 이제와서 바런다고 들어질리도 없으니 포기하면 되겠지.
"자, 그럼 작전을 말해줄게! 들으면 그대로, 해야해? 타이밍은 절대 놓치지 말고!"
대체 이녀석이 작전이랍시고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궁금해지긴 했는데...
"......"
...키타카미가 내 귓가에 대고 쑥덕거린 말은...
"...야, 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물론!"
"아니, 너한테나 되지 그게 말이..."
"자, 가자!"
키타카미가 태연하게 컴퓨터 연구부의 문을 열어젖히는 동안, 나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치즈 언니와 시선을 마주치게 되었다. 뭐, 일단 따라가야할테니, 가보자고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컴퓨터, 한세트 가지러 왔어요!"
그런 정신나간 소리를 하는 키타카미의 뒤로, 치즈 언니와 나는 차례로 따라들어갔고...
옆옆 방이라 같은 구조일텐데, 이 방은 문예부와 달리 상당히 좁았다. 아무래도, 컴퓨터가 여러대가 들어서다보니 책상도 더 많이 있어야할거고...
"저기, 부장은 누구?"
우리가 들어온걸, 눈만 끔뻑거리며 바라보던 4명중 1명이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다만. 무슨 일이지?"
"응, 아까 들어올 때 말해서 제대로 못 들었구나! 컴퓨터, 1대만 줘!"
이름도 모를 상급생 씨, 미안. 당신이 컴퓨터 연구부 부장이라는 게 죄일거야.
"...안 돼. 이 컴퓨터는 예산만으로는 부족해서 부원들이 함께 사비를 털어서 애써 마련한 거다. 달라고 해서 줄 수 있을 만큼 기재를 많이 구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으음, 하나정도는 어떻게 안될까? 이렇게나 많은걸!"
"...얘기를 듣기는 한건가... 그런데, 너흰 누구지?"
...어, 그거 지금에서야 궁금해진거야...?
"네에! RED 단장 키타카미 레이카에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내 부하인 치즈루 쨩이랑 푸우 쨩이야!"
"야, 다른 표현도 있을텐데 부하라니 좀 심한거 아니냐?!"
"에? 그럼 뭐라고 해야해?"
"아니 그냥 단원이라고 할수도 있잖아-"
"그치만 단장 아래니까 부하 맞지 않아?"
"아니, 단장 단원이야 그냥 말이 그렇-아아아아 귀찮아! 몰라 그냥 너 좋을대로 해!"
...키타카미와 내가 하는 만담을 지켜보던 컴퓨터 연구부 부장은, 머리가 아픈지 이마로 손을 짚더니만 길게 숨을 내쉬고는.
"...너희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에, 그러니까 RED단이라니까"
"-아무튼 안 돼. 직접 사면 되잖아."
"그치만 전문가들이 맞춰놓은 컴퓨터를 쓰고 싶은걸!"
"그러니까, 미리 조립 완료 된 기성품들도 충분히 학생 신분에서 쓰기에는 좋은 제품들이다... 그런 무리한 요구는 들어줄수 없으니, 그만 돌아가도록."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우리도 생각이 있어!"
...아, 눈을 빛낸다라... 이거, 좋지 않은 징조인데.
>>+3까지 다이스! 2표 먼저 나오는 쪽으로!
1 ~ 80 : 레이카가 갑자기 부장 앞으로 혼자 걸어간다...?
81 ~ 100 : 레이카가 멍하니 서있던 치즈루의 등을 떠밀어 부장 앞으로 걸어간다...?
@ 과연 주작이 일어날까...?
"엣?"
멍하니 서 있던 치즈 언니의 등을 떠밀어 부장 앞으로 걸어간 키타카미는, 갑자기 부장의 손목을 잡는가 싶더니만 순식간에 그 손바닥을...
"꺄아악?!"
"우왓?!"
...뭐, 아까 해둔 이야기가 있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범주 내의 비명들을 귓등으로 흘리면서, 나는 아까 자연스럽게 켜둔 카메라 앱으로 그 광경을 찍어두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와, 재빠르기도 하지. 그렇게 들이대놓고 순식간에 앵글에서 벗어나는 키타카미. 그로써, 화면에는 오롯이 치즈 언니의 가슴을 주무르며 희롱하는 부장의 모습만이 남게 되었다.
"푸우 쨩, 팍팍 찍어!"
...네이네이.
미안합니다, 치즈 언니. 그리고 이름도 모를 가엾은 부장 씨.
"...핫! 무, 무슨 짓을 하는거냐!!"
하도 어이없는 상황에 놓아졌던 정신줄을 다시 붙잡은 모양인지, 겨우 손을 떼고 뒤로 펄쩍 물러나는 부장.
"음음, 이미 늦었어요! 자아, 이 사진들이 전교에 퍼지지 않게 하고 싶다면, 컴퓨터를!"
"말도 안돼애애애!!"
...아까까지만 해도 보였던 냉정침착한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어보인다. 물론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내, 내 의지가 아니었단말야!! 난 무죄야!"
"하지만 사진에는 딱, 이렇게 두 사람만 찍혀있는걸?"
어이, 그렇다고 내 휴대폰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빼앗아가면...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치즈 언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일단 일으켜 세워야겠지. 어차피 휴대폰도 키타카미한테 빼앗겼겠다, 나는 치즈 언니에게 다가가서 손을 붙잡고 바닥에서 일어나도록 도왔다.
"여기 있는 부원 들이 증인이 되어줄거야! 그건 내 의사가 아니었다니까!!"
"그, 그래!"
"부장은 잘못 없어!"
...그렇게 해결된다면 다행이겠지만... 키타카미 레이카는, 생각 이상으로 똑똑해서 말이지.
"팔은 안쪽으로 굽는다고, 한통속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 언제나의 천진난만한 미소로 저런 무서운 말을 내뱉고 있다. 적으로 돌리기엔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한편, 저 말을 듣고 있던 치즈 언니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런식으로 소문이 퍼지면 퍼질수록 더 안 좋은 쪽으로 번지니까...
"어, 어이...키타카미...!"
"응, 컴퓨터 하나만 주면 다 해결되니까!"
...다른 건 허용치 않겠다는 저 오만한 태도. 결국, 부장은...
"...그래, 가져가라..."
...그 말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 앉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부장!!!"""
...부원들이 창자가 끊어지는 것마냥 비통한 비명을 지르며 부장의 곁으로 달려갔지만...
"자, 푸우 쨩! 치즈루 쨩! 이거, 챙겨가자!"
"......어이-"
"본체랑 키보드, 마우스는 내가 챙겨갈테니까. 치즈루 쨩이 모니터, 그리고 푸우 쨩이 나머지 선들 챙겨오는거야!"
.......
>>+3까지 다이스 체크. 85 이상이면 레이카한테 한마디 합니다.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어.
"어이, 키타카미."
"응? 왜 그래, 푸우 쨩?"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지마라.
"...그만하고, 저 부장한테도, 그리고 치즈 언니한테도 사과해."
"...어째서?"
"어째서, 가 아닌건 너도 알고 있잖아."
천연덕스럽게 모르는척, 그냥 다른사람들을 휘두르기만 한다고 해서 다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니다.
"저기, 푸우 쨩..."
"치즈 언니는 가만히 있어요."
뭘 말리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만히 있어요. 한편, 키타카미는 그 방글거리던 얼굴이 조금은, 웃음기를 잃고 있었다.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키타카미 녀석, 항상 웃고있어서 그런가. 정색하고 무표정해지면 꽤나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하는 말을 번복하거나 할 생각 같은건 먼지 한톨만큼도 없지만.
한편, 컴퓨터 연구부의 부장과 부원들은 전부 숨을 죽이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마음대로 끼어들며 훼방놓으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눈치보는 거 아닌가...
"그럼, 푸우 쨩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말했잖아. 부장하고, 치즈 언니한테 정중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그리고?"
"그리고, 라니."
"그렇게 하고 우리는 컴퓨터를 그대로 들고 가고, 저 쪽은 컴퓨터를 주는 걸로. 그건 그대로 가는거야?"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럼 우리는 컴퓨터가 필요한데, 컴퓨터는-"
"그건 노트북 같은 거라도 너나, 아니면 내가 가져오면 그만이지."
키타카미는 거의 즉답에 가까운 내 대답을 듣고는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 하더니...
"응, 뭐 그럼. 푸우 쨩이 비품같은거 가져온거 하나도 없으니까, 푸우 쨩이 책임지고 노트북 하나 가져와주는걸로 결정. 알았지?"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렸다.
"어? 야, 잠깐-"
"으음. 미안해, 치즈루 쨩. 그리고, 컴퓨터 부장씨. 그래도 좋은 경험했지? 세레브의 가슴을 만져본건데."
"얌마-!"
"앞으로 이런 피해 끼치는 일 없도록할게. 그럼!"
...키타카미는 그렇게, 분명 저녀석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정말 믿기지 않게 정중하게-웃기는 소리지만 사실이다-사과하고, 폭풍같이 부실을 나가버렸다.
"......후우......"
골치 아파, 정말이지...
적당히 옆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면서, 내 휴대폰에 남아있는 별 의미 없는 사진들을 차례대로 삭제해버렸다.
...그리고 내쪽으로 쏟아지는 시선에, 머리 위로 손을 흔들어보이며 대답해주었다.
"아아, 걱정마. 클라우드에 백업같은거 안했으니까. 믿든 안믿든 상관 없지만-"
...그런데, 아무런 대꾸가 없다...?
>>+3까지 다이스. 가장 높은 값 채택.
1 ~ 50 : 다들 혼이 나간것 같다. ...더이상 폐 끼치 말고 조용히 나가자.
51 ~ 80 : 고마움을 표하는데... 뭐, 사람된 도리를 늦게 나마 했을 뿐이야.
81 ~ 100 : ...아니 저기, 누님이라니 이봐. 내가 그쪽들보다 하급생이잖아.
"......누님!!"
...응? 누가?
머리가 아파 와서 휴대폰을 안들고 있던 왼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는데, 뭔가 상상치도 않은 호칭이 튀어나오고 있다.
저거 누구 부르는거야. 설마 나는 아니겠지.
"...감사합니다, 누님!"
...뭐야, 설마 나야...?
불길한 느낌에 들고 있던 오른손을 얌전히 내리고, 조심스럽게 왼손을 뗐는데...
...컴퓨터 연구부 부장과 부원들이 내 옆으로 와서 고개를 거의 90도에 가깝게 숙이고 있었...
"...아니, 뭐하는 거야. 감사고 나발이고 받을 짓 전혀 아니거든...?"
나도 사실상 한패인데 나한테 감사를 표해도 말이지.
하지만 부장의 의견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 쪽이 저 키타카미...맞나? 아무튼 저 쪽을 막아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테지. 진심으로... 내 인생을 구원해줘서 고맙다."
"아니 뭔 인생 구원까지 가?!"
말이 거 엄청 신랄하잖아?! 라고 하기엔, 정말 어떻게 퍼지느냐에 따라 인생이 정말 결딴날수도 있는 사건이었으리라 생각도 들어서 더 뭐라 따지지 않는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무튼, 폐를 끼쳐서 미안해. 우린 그만 가볼테니까, 부디. 길 가다가 하수구에 빠진 정도의 불행으로만 생각하고 털어버리라고."
...솔직히 계속 감사를 들을만한 입장도 아닌거 같아서, 적당히 무마시키고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자, 가죠, 치즈 언니."
더 이상 이 컴퓨터 연구부와 얽히기 부끄럽고 미안해서,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치즈 언니를 데리고 나가려 했는데-
"...저기, 잠시."
"""잠시만요, 누님!"""
"...또 왜..."
...부장이, 그리고 부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원들이 한마음으로 저렇게 붙들어댄다.
"...아까, 이야기를 잠깐 듣기로는... 어찌되었든 컴퓨터를 그 쪽의 부실에서 사용을 하기는 할 모양인가?"
"...뭐, 내가 어떻게 노트북을 구해오는 방향이겠지만. 그렇지 않을까."
...가뜩이나 쪼들리는 지갑으로 어떻게 감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뭐, 주변에 조금 돈을 빌리거나 해서 어떻게든 구해보는건 가능하니까. 안될건 없다고 생각한다.
"...저기, 그렇다면 우리가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컴퓨터 연구부 부장은, 갑작스레 그런 말을 했다. 도움을 줄수 있다..니?
"무슨 도움?"
"우리가 컴퓨터를 주거나 하는건... 우리 주머니 사정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적어도, 그쪽 부실에 인터넷 선을 끌어다 주거나, 아니면 여러 필요한 프로그램 중 무료로 설치해 줄 수 있는 것들 정도는 세팅을 도와줄 수 있다."
...어라.
이런 호의, 좀 갑작스러운데.
"...아니, 괜찮은..."
"아니. 인생이 작살날뻔한걸 구해준거다. 이 댓가로 우리가 없는 돈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 사둔 컴퓨터를 그대로 헌납할 뻔한걸 막아준거에 비하면, 이정도 도움은 별거 아니니까."
...정말 괜찮다고 사절하고 싶었는데,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저 굳은 표정을 보니 더 이상 말리기도 그렇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그럼, 나중에 노트북을 구하면 그 때는 좀 신세를 질게."
"아아, 물론. 필요한 지원은 뭐든 하겠다."
"물론임다, 누님!"
"...그러니까, 누님이 아니라니까..."
...그쪽 죄다 2학년이잖아. 난 1학년이라니까. 상급생들에게 떠받들려지는 취미같은거, 전혀 없으니까...
하여튼 간에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가는 순간까지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컴퓨터 연구부를 뒤로 하고, 나는 치즈 언니와 함께 그 부실을 나와 문예부 부실로 돌아갔다.
...돌아간 부실에는...
>>+3까지 다이스. 2표 먼저 나온 쪽으로.
1 ~ 80 : 레이카는 없었다.
81 ~ 100 : 본인 책상에 엎드려서 뒹굴거리고 있는 레이카.
문예부 실로 침울해하는 치즈 언니를 부축해서 데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일단 짐은 나든 치즈 언니든 다 거기에 두고 갔으니, 집에 돌아가려면 들리긴 해야한다.
...혹시라도 부실 안에 키타카미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를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키타카미는 자리에 없었다.
"...뭐야, 마카베. 너뿐이야?"
"네."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 언제나처럼 책을 읽고 있는 문예부원, 마카베 미즈키였다.
"키타카미는?"
"키타카미 씨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적당히 전해달라고 했다구."
...뭐, 잘된건가...? 그런셈 치자. 지금, 키타카미가 뭐라고 말할지 상상도 안가니까.
...물론 내일 어떻게 나올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겠지만. 미리 생각해서 골머리 썩히는 것보다...
"...음..."
...일단 여기 있는 두 사람에게 먼저 신경을 쓰자.
>>이번에는 투표에요 투표! 2표 먼저 나온 쪽으로! ...후훗
1. 치즈 언니와 대화.
2. 마카베와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