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미 「아, 역시 여깄었네.」
이로하 「하나미?」
하나미 「오늘도 자율 레슨이야? 슬슬 몸 상할 거 같은데...」
이로하 「괜찮아. 잠도 제대로 자고 집에선 충분히 쉬고 있으니까.」
안경과 모자를 쓰고 들어온 하나미.
일을 끝내고 막 극장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로하 「오늘은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나미 「예능프로그램 게스트 출연. 일주일 뒤에 방송하는 거 같아.」
이로하 「...그래.」
역시, 요즘 인기 많구나.
하나미 「프로듀서 씨한테 들었어. 9월 초에 열리는 라이브 때문에 열심인거지?」
이로하 「그렇지.」
하나미 「연습은 어떤 거 같아? 잘 되는 거 같아?」
이로하 「노래도 그렇고 춤 동작도 어렵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라이브 7일 전엔 깔끔하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나미 「우와, 엄청 어렵나보네.」
이로하 「어려워도 해내야지. 그게 당연한 거고.」
하나미 「정말, 로하 쨩은 매번 볼 때마다 마인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이로하 「칭찬은...」
『~♪』
하나미 「? 전화가... 여보세요?」
하나미 「프로듀서 씨. 네, 지금 극장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내려가 볼게요.」 삑
이로하 「또 일이야?」
하나미 「좀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힝
하나미 「저녁 때 전화할 게.」
이로하 「그래. 잘 다녀와.」
급하게 일어나 연습실을 나서는 하나미.
연습실 안엔 나 혼자 남게 됐고, 아까와 같은 적막이 흘렀다.
이로하 「......」
이 적막은 스쿨 데이즈에 들어온 이후로도 변함없었다.
막 데뷔했을 땐, 날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활동을 열심히 해봤지만, 봐주는 사람은 없었고
스쿨 데이즈에서 이름은 알리긴 했지만, 이름만 알렸을 뿐.
스쿨 데이즈의 팬들 중 날 봐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쳇바퀴 속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기분, 이럴 때마다 하나미, 스쿨 데이즈의 두 사람과 나를 또 비교하게 된다.
이로하 「또 쓸데없는 생각을...」
이로하 「...됐다. 연습 좀만 더 하다 나갈까.」 벌떡
카나 「......」 멍
시호 「카나, ...카나?」
카나 「......」
시호 「카나!」 쩌엉
카나 「우왓! 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움찔
시호 「방금 올라왔는데. 좀 바람 좀 쐬면서 쉬려고.」
시호 「근데 옆에서 불러도 대답을 안 하고, 뭔 생각에 잠겨서 그렇게 멍 때렸던 거야? 걱정이라도 있는 거야?」
카나 「음? 아아, 걱정은 아니고... 그냥 이로하P 씨 때문에.」
시호 「이로하P 씨?」
카나 「그게… ….」
-몇 시간 전, 사무실
카나 「정말 진심이세요?」
이로하P 「네. 9월 초에 열리는 라이브를 끝내고... 퇴사할 겁니다.」
시호 「퇴사를? 퇴사 사유는?」
카나 「회사 일이 자기랑 너무 안 맞는 거 같데. 확실히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긴 했지...」
시호 「흠...」
이로하P 씨의 퇴사라...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그만둔다니 개인적으로 아쉬운 걸.
시호 「그럼 퇴사 후엔 야마다 씨의 담당은?」
카나 「프로듀서들 중 한 명한테 맡기지 않을까. 사장님이 나한테 맡길 거 같긴 하지만...」
시호 「야마다 씨한텐 얘기했데?」
카나 「아직 안 한 모양이야. 직접 말하긴 할 거라고 하던데, 아직까진 그 애한테 마음에 걸리는 게 좀 있나봐.」
시호 「...미안한 거겠지.」
카나 「그치.」
스쿨 데이즈의 멤버인 야마다 이로하 씨.
하지만 야마다 씨 자체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잔혹하게 말한다면, 야마다 씨는 그나마 유닛에 합류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계속해서 개인 활동을 이어갔다면, 야마다 씨를 봐주는 사람은 여전히 없었을 거다.
카나 「...슬슬 돌아가서 일할까.」
시호 「그래, 바람도 많이 맞았으니.」
나와 카나는 천천히 사무실로 내려갔다.
그러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이로다P 씨를 마주쳤다.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무거워보였다.
.
.
.
카나에게 얘기를 전해 듣고 3일 뒤.
이로하P 씨가 9월 초에 퇴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 소문은… ….
1~50 : 담당 아이돌의 귀에도 들어간 거 같다.
51~100 : 아직 그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먼저 2표.
사무실로 가다가 우연히 휴게실에 있는 두 사람을 보게 됐다.
퇴사 소식을 듣고 이로하P 씨가 신경 쓰여 벽 뒤에 조용히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이로하P 「그럼 이번 주 일정 브리핑은 여기까지.」
이로하 「뭔가 지난주보다 더 여유로운 거 같은데요.」
이로하P 「하하... 미안하다. 여전히 일 따오는 게 어려워서 말이지.」 하아
이로하 「뭐, 그래도 옛날보단 지금이 훨씬 나으니까요.」
이로하P 「...그렇겠지.」
이로하 「그리고 머잖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로하P 「......」
이로하 「전 프로듀서 씨 믿고 있다고요? 끝까지 책임지실 거죠?」 후훗
이로하P 「아아... 알겠어. 그럼 여기까지.」
이로하 「네. 브리핑 수고하셨습니다.」 벌떡
시호 「......」
뭐야, 두 사람. 되게 친해 보이네.
야마다 씨의 저런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걸.
이로하P 「...아, 맞다. 이로하.」
이로하 「네?」
이로하P 「그게...」
계속 우물쭈물 거리는 이로하P 씨.
그렇게 꺼낸 말은
이로하P 「,,,하아, 고마워. 믿어줘서.」
이로하 「고맙긴요. 먼저 나갈게요.」
시호 「......」
이번에 얘기할 생각이었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간 밝혀야겠지. 자기를 믿어주는 담당한테 직접.
이로하 「안녕하세요.」 꾸벅
시호 「네, 안녕하세요.」
나가면서 나한테 인사하고 걸어가는 야마다 씨.
방향을 보면, 또 연습실로 가는 것 같아보였다.
난 다시 휴게실 안을 들여다봤다.
이로하P 씨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호 「이로하P 씨.」
이로하P 「아... 키타자와 씨.」
시호 「방금 대화 좀 엿들었어요. 죄송해요.」
이로하P 「아뇨. 그냥 스케줄 브리핑인데 뭘요.」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그는 잠시 내 쪽을 보고 얘기하더니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호 「아까 그녀에게 했던 마지막 말, 원래 다른 말 아니었나요?」
이로하P 「네. 입이 쉽게 안 떨어져요...」
이로하P 「지금 제 퇴사 소문도 도는 것 같고, 머잖아 그 애도 소식을 알겠지만... 말하기가 어렵네요.」
시호 「그렇겠죠. 야마다 씨, 아까 이로하P 씨를 되게 신뢰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로하P 「하아...」
이번엔 바닥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로하P 씨.
그는 작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시호 「퇴사하겠다 말하는 게 어렵다면, 그냥 계속 남아있는 건 어때요?」
이로하P 「그 애한테 제가 계속 붙어있으라고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에게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하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이로하P 「키타자와 씨도 잘 알고 계실 탠데요. 제 실적 어떠신지.」 하하
그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의 말이 맞다. 현재 ‘아이돌 : 야마다 이로하’가 회사에 벌어주는 액수는 다른 아이돌들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담당 프로듀서가 일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 거다.
시호 「...슬슬 가봐야겠네요. 자리를 너무 비워도 안 좋으니.」
이로하P 「먼저 가보세요. 전 좀 있다 나가야 해서...」
시호 「그래요.」
시호 「...이로하P 씨. 퇴사 건에 대해서 말인데요.」
이로하P 「네?」
1.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때요? (퇴사 부정)
2. 그녀에게 말할 거면 빨리 말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퇴사 긍정)
3.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돈 터치)
먼저 2표.
카나 「궁금하다면 알려줄 순 있는데... 그럼 시호 너한테만 따로 얘기해줄게.」
시호 「나만?」
하나미 「에에? 저도 궁금한데요.」
카나 「미안. 근데 조금 민감한 얘기일 수도 있거든.」
시호 「민감한 얘기라니?」
카나 「잠시 저쪽으로 가자.」
하나미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난 카나와 함께 멀리 있지 않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카나 「하나 먹을래?」
시호 「아냐, 됐어. 근데 나만 따로 부를 정도로 민감한 얘기야?」
카나 「하나미 씨한텐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나한테 부탁한 거거든.」
시호 「그래서 나만 따라오라고 했었구나.」
카나 「일 있으니까 빠르게 얘기할게. 지금 이로하, 이로하P 씨처럼 슬슬 지친 모양인 것 같아.」
카나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여기서 멈추는 게 나을지.」
시호 「...멈춘다는 건?」
카나 「은퇴하겠다는 뜻이지.」
시호 「!」
난 카나의 말을 듣고 순간 놀랐다.
시호 「잠깐, 은퇴라니. 데뷔한지 이제 8~9개월 밖에 안됐는데.」
카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이로하의 사정을 들어보니까 힘이 부칠 만도 하더라고.」
시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카나 「미안, 그건 다음에 얘기할게. 일정이 또 잡혀있거든.」
시호 「...알겠어.」
카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자리를 떴다.
대략적인 얘기를 들은 나도 날 기다리고 있을 하나미 씨에게 돌아갔다.
시호 「죄송해요. 기다리게 만들었네요.」
하나미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는걸요. 그나저나, 야부키 씨가 무슨 말을 하셨나요?」
시호 「그건...」
시호 「...별거 아니었어요. 그냥 일에 대해서...」
하나미 「아아, 그랬군요.」
궁금해서 더 캐물었을 것 같았는데, 하나미 씨는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묻지 않았다.
하나미 「자, 디저트를 먹으러 가볼까요!」
시호 「네.」
우리들은 다시 디저트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로하P 씨의 퇴사에 이어 야마다 씨까지 은퇴라니... 너무 신경 쓰였다.
카나 「어라, 시호?」
시호 「안녕. 퇴근하나보네.」
카나 「뭐야, 설마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시호 「어어... 아마도?」
카나 「...오후에 얘기했던 게 꽤나 신경 쓰였나봐?」
시호 「...납득이 되지 않거든.」
야마다 씨의 실적이 좋지 않지만 그건 담당 프로듀서의 책임일 뿐, 그녀의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게다가 개인 활동에서 실적이 좋지 않을 뿐이지, 스쿨 데이즈에선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기도 하고.
카나 「...아아, 마침 피곤해서 운전하기 귀찮았는데,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 어디 없을까나?」
시호 「아하하, 알겠어. 열쇠 이리 줘.」
.
.
.
『부릉─』
카나 「야마다 씨가 은퇴하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 거지?」
시호 「응.」
카나는 시트에 등을 기대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카나 「...은퇴 이유는?」
이로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실적도 안 나오고, 실적이 안 나오니까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학업에도 신경을 쓰고 싶은데...」 주절주절
카나 「......」
이로하 「하아... 너무 주절거렸네요. 솔직히 이런 이유는 다 필요 없고, 가장 큰 이유는 지쳐서 그래요.」
카나 「이제 데뷔한지 8~9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쳤다고 그만두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적어도 1년은─」
이로하 「4년이에요, 4년! 4년 동안 계속 버텼...!」 버럭
카나 「4, 4년?」
이로하 「...하아, 죄송해요. 순간 욱했네요...」
.
.
.
시호 「4년 동안 활동했다고? 내가 현역일 때도 그렇고, 야마다 씨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카나 「‘비즈’라는 걸그룹, 들어봤어?」
시호 「아니, 전혀.」
카나 「이로하는 여기에 속한 아이돌이었어. 하지만 인기가 없어서 TV나 잡지 같은 곳에서 활동은 못했고, 라이브하우스나 길거리 공연 등 라이브 위주로 활동했지.」
시호 「...‘인디즈 아이돌’이었구나.」
인디즈 아이돌.
지하 아이돌이라고 하면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난 카나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봤다.
카나 「비즈는 액터 3명과 매니저 1명, 총 4명으로 구성된 그룹이었어.」
카나 「그 때 액터 3명 중 한 명이 이로하였고, 매니저 1명은─」
시호 「혹시 이로하P 씨?」
카나 「맞아. 감이 좋은 걸.」
시호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혹시 두 사람은 가족이라거나...」
카나 「그건 아니고, 원래 라이브하우스 스태프로 일하고 있던 이로하P 씨가 우연히 무대에서 공연하던 3인에게 빠져서 그녀들의 뒤를 봐주게 된 거래. 마침 그녀들도 무대 외적인 상황에 신경을 쓰느라 피곤한 상황이었거든.」
.
.
.
이로하 「많은 활동들을 했죠... 공연복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포스터 홍보를 하기도 했었고, 유튜브 채널을 열어서 음악 활동도 해보고, 20만 엔 들여서 버추얼 유튜브 활동도 해봤어요.」
카나 「열심히 했는걸.」
이로하 「...그러다가 2년 5개월 때, 팀 분위기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죠.」
카나 「이유는?」
이로하 「팀 리더가 지쳐가기 시작했죠. 지하 아이돌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둬야하나 갈팡질팡하기 시작했어요.」
이로하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3년 동안 발전 없어 보이는 매일매일 똑같은 삶에, 어쩔 땐 수치심이 들 때도 있었고...」
이로하 「(실소)그리고 가장 웃긴 건데... 저희 월에 얼마 벌었는지 아세요? 월 2만 엔이었어요! 한 명당 월급이 5천 엔이었다고요!」 하하
.
.
.
시호 「......」
난 그 말을 듣고 순간 벙졌다.
월 5천 엔... 지금 최저 시급이 대충 930엔인데, 그 정도면 편의점 알바를 하루에 6시간 일한 금액보다도 못하다.
근데 그 금액을 하루가 아니라 월마다...
카나 「그렇게 팀 분위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 얼마 안 가서 유닛의 에이스이자 리더가 유닛을 떠났고, 2인 체제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져서 6개월 만에 이로하 씨는 홀로 비즈에서 활동하게 됐지.」
시호 「......」
카나 「그러다가 두 사람은 765 프로덕션에 지원하게 됐고,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로하P 씨와 이로하 두 사람 다 합격하게 된 거야.」
시호 「하지만 765에 들어와서 8~9개월이 지났지만, 실적은 그 때처럼 변한 게 없고...」
카나 「이젠 이로하P 씨까지 그만둔다고 하니, 이로하 입장에선 홀로 남는다는 생각에 완전히 멘탈이 나가는 거지.」
시호 「그렇구나...」
카나의 말을 듣고, 어째서 야마다 씨가 은퇴를 생각했는지 이해가 됐다.
765프로덕션에서 일한 기간을 제외하면 그래도 대략 3년 조금 넘는다.
그 기간 동안 지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카나 「시호 넌 어떻게 생각해? 슬슬 지칠대로 지친 야마다 씨의 은퇴에 대해서.」
시호 「......」
시호 「야마다 씨가 왜 은퇴를 고민하는지는 알 것 같아.」
시호 「하지만 벌써 은퇴라니, 그녀의 잠재성이 너무 아까워서라도 안 돼.」
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시호 「카나 너도 마찬가지?」
카나 「물론.」
야마다 씨의 은퇴에 부정적인 건, 카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야마다 씨의 고민 상담에 대한 질문에, 카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면서.
카나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었어. 만약 이로하가 그만두고 싶었으면 이번 라이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얘기했지, 고민 같은 걸 털어놓지는 않아.」
시호 「흠.」
카나 「그냥 푸념을 늘어놓고 싶었던 거지. 만약 내가 그만두라고 얘기했어도, 며칠 지나면 마음 고쳐먹고 계속 활동했을 걸.」
카나 「그 앤 앞으로만 걸어가는 아이니까.」
.
.
.
야마다 씨에 대한 얘기를 끝마치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새 카나의 집에 도착했다.
카나가 주차는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난 운전석에서 내렸다.
카나 「집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집에는 지하철 타고 들어가려고?」
시호 「이제 6시 반이니 시간은 많으니까.」
카나 「저녁도 안 먹었을 탠데, 밥 같이 먹는 건 어때?」
시호 「괜찮아. 피곤할 텐데 그냥 들어가서 쉬어.」
생각해보니, 리쿠 저녁 차려놓고 계속 기다리고 있겠는 걸.
카나 「참, 궁금한 게 있었는데.」
시호 「?」
카나 「만약 이로하P 씨가 퇴사하고 이로하의 담당을 맡으라고 하면, 시호 넌 어떻게 할 거야?」
시호 「갑자기?」
1. 두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2. 하나미 씨 한 명도 힘들다.
3. 글쎄요.
먼저 2표.
장월 맞이 라이브까지 앞으로 5일.
시작 날이 코앞으로 다가 온 만큼 나와 하나미 씨는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일정에도 빈틈이 없어서 하나미 씨의 레슨 감독을 해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의외의 조력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
시호 「오늘도 같이 있었네.」
히나타 「이 시간대는 한가하니까.」
하나미 「오셨네요, 프로듀서 씨!」
시호 「네, 다녀왔습니다.」
시간을 낼 수 없는 나를 대신해서 히나타가 여태껏 하나미 씨의 레슨을 감독해주고 있었다.
며칠 전까진 나도 몰랐다. 하나미 씨가 얘기하길, 감독한지 2주일은 지났다고 했다.
시호 「오늘도 고마워. 쉬고 싶었을 탠데.」
히나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고마워 할 필요 없다니까.」
히나타 「라이브도 며칠 안 남았네. 이제...」
하나미 「5일 남았어요!」
시호 「마지막까지 달려야지. 카나 쪽보다 좋은 결과를 내려면.」
히나타 「음? 경쟁이야?」
시호 「뭐... 어쩌다보니. 라이브 날짜도 비슷하기도 했고.」
히나타 「헤에, 그랬구만.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했구나.」
33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로하 「하나미?」
하나미 「오늘도 자율 레슨이야? 슬슬 몸 상할 거 같은데...」
이로하 「괜찮아. 잠도 제대로 자고 집에선 충분히 쉬고 있으니까.」
안경과 모자를 쓰고 들어온 하나미.
일을 끝내고 막 극장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이로하 「오늘은 어디 갔다 온 거야?」
하나미 「예능프로그램 게스트 출연. 일주일 뒤에 방송하는 거 같아.」
이로하 「...그래.」
역시, 요즘 인기 많구나.
하나미 「프로듀서 씨한테 들었어. 9월 초에 열리는 라이브 때문에 열심인거지?」
이로하 「그렇지.」
하나미 「연습은 어떤 거 같아? 잘 되는 거 같아?」
이로하 「노래도 그렇고 춤 동작도 어렵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라이브 7일 전엔 깔끔하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하나미 「우와, 엄청 어렵나보네.」
이로하 「어려워도 해내야지. 그게 당연한 거고.」
하나미 「정말, 로하 쨩은 매번 볼 때마다 마인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이로하 「칭찬은...」
『~♪』
하나미 「? 전화가... 여보세요?」
하나미 「프로듀서 씨. 네, 지금 극장이에요. ...아, 알겠습니다. 바로 내려가 볼게요.」 삑
이로하 「또 일이야?」
하나미 「좀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힝
하나미 「저녁 때 전화할 게.」
이로하 「그래. 잘 다녀와.」
급하게 일어나 연습실을 나서는 하나미.
연습실 안엔 나 혼자 남게 됐고, 아까와 같은 적막이 흘렀다.
이로하 「......」
이 적막은 스쿨 데이즈에 들어온 이후로도 변함없었다.
막 데뷔했을 땐, 날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활동을 열심히 해봤지만, 봐주는 사람은 없었고
스쿨 데이즈에서 이름은 알리긴 했지만, 이름만 알렸을 뿐.
스쿨 데이즈의 팬들 중 날 봐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쳇바퀴 속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기분, 이럴 때마다 하나미, 스쿨 데이즈의 두 사람과 나를 또 비교하게 된다.
이로하 「또 쓸데없는 생각을...」
이로하 「...됐다. 연습 좀만 더 하다 나갈까.」 벌떡
카나 「......」 멍
시호 「카나, ...카나?」
카나 「......」
시호 「카나!」 쩌엉
카나 「우왓! 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움찔
시호 「방금 올라왔는데. 좀 바람 좀 쐬면서 쉬려고.」
시호 「근데 옆에서 불러도 대답을 안 하고, 뭔 생각에 잠겨서 그렇게 멍 때렸던 거야? 걱정이라도 있는 거야?」
카나 「음? 아아, 걱정은 아니고... 그냥 이로하P 씨 때문에.」
시호 「이로하P 씨?」
카나 「그게… ….」
-몇 시간 전, 사무실
카나 「정말 진심이세요?」
이로하P 「네. 9월 초에 열리는 라이브를 끝내고... 퇴사할 겁니다.」
시호 「퇴사를? 퇴사 사유는?」
카나 「회사 일이 자기랑 너무 안 맞는 거 같데. 확실히 일이 잘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 같긴 했지...」
시호 「흠...」
이로하P 씨의 퇴사라...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그만둔다니 개인적으로 아쉬운 걸.
시호 「그럼 퇴사 후엔 야마다 씨의 담당은?」
카나 「프로듀서들 중 한 명한테 맡기지 않을까. 사장님이 나한테 맡길 거 같긴 하지만...」
시호 「야마다 씨한텐 얘기했데?」
카나 「아직 안 한 모양이야. 직접 말하긴 할 거라고 하던데, 아직까진 그 애한테 마음에 걸리는 게 좀 있나봐.」
시호 「...미안한 거겠지.」
카나 「그치.」
스쿨 데이즈의 멤버인 야마다 이로하 씨.
하지만 야마다 씨 자체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잔혹하게 말한다면, 야마다 씨는 그나마 유닛에 합류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만약 계속해서 개인 활동을 이어갔다면, 야마다 씨를 봐주는 사람은 여전히 없었을 거다.
카나 「...슬슬 돌아가서 일할까.」
시호 「그래, 바람도 많이 맞았으니.」
나와 카나는 천천히 사무실로 내려갔다.
그러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이로다P 씨를 마주쳤다.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무거워보였다.
.
.
.
카나에게 얘기를 전해 듣고 3일 뒤.
이로하P 씨가 9월 초에 퇴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 소문은… ….
1~50 : 담당 아이돌의 귀에도 들어간 거 같다.
51~100 : 아직 그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먼저 2표.
퇴사 소식을 듣고 이로하P 씨가 신경 쓰여 벽 뒤에 조용히 숨어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이로하P 「그럼 이번 주 일정 브리핑은 여기까지.」
이로하 「뭔가 지난주보다 더 여유로운 거 같은데요.」
이로하P 「하하... 미안하다. 여전히 일 따오는 게 어려워서 말이지.」 하아
이로하 「뭐, 그래도 옛날보단 지금이 훨씬 나으니까요.」
이로하P 「...그렇겠지.」
이로하 「그리고 머잖아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이로하P 「......」
이로하 「전 프로듀서 씨 믿고 있다고요? 끝까지 책임지실 거죠?」 후훗
이로하P 「아아... 알겠어. 그럼 여기까지.」
이로하 「네. 브리핑 수고하셨습니다.」 벌떡
시호 「......」
뭐야, 두 사람. 되게 친해 보이네.
야마다 씨의 저런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걸.
이로하P 「...아, 맞다. 이로하.」
이로하 「네?」
이로하P 「그게...」
계속 우물쭈물 거리는 이로하P 씨.
그렇게 꺼낸 말은
이로하P 「,,,하아, 고마워. 믿어줘서.」
이로하 「고맙긴요. 먼저 나갈게요.」
시호 「......」
이번에 얘기할 생각이었지만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간 밝혀야겠지. 자기를 믿어주는 담당한테 직접.
이로하 「안녕하세요.」 꾸벅
시호 「네, 안녕하세요.」
나가면서 나한테 인사하고 걸어가는 야마다 씨.
방향을 보면, 또 연습실로 가는 것 같아보였다.
난 다시 휴게실 안을 들여다봤다.
이로하P 씨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1. 가서 말을 걸어본다.
2. 사무실로 간다.
먼저 2표.
난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시호 「이로하P 씨.」
이로하P 「아... 키타자와 씨.」
시호 「방금 대화 좀 엿들었어요. 죄송해요.」
이로하P 「아뇨. 그냥 스케줄 브리핑인데 뭘요.」
근처에 놓인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그는 잠시 내 쪽을 보고 얘기하더니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호 「아까 그녀에게 했던 마지막 말, 원래 다른 말 아니었나요?」
이로하P 「네. 입이 쉽게 안 떨어져요...」
이로하P 「지금 제 퇴사 소문도 도는 것 같고, 머잖아 그 애도 소식을 알겠지만... 말하기가 어렵네요.」
시호 「그렇겠죠. 야마다 씨, 아까 이로하P 씨를 되게 신뢰하는 것 같았거든요.」
이로하P 「하아...」
이번엔 바닥 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이로하P 씨.
그는 작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시호 「퇴사하겠다 말하는 게 어렵다면, 그냥 계속 남아있는 건 어때요?」
이로하P 「그 애한테 제가 계속 붙어있으라고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에게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하라는 말처럼 들리네요.」
이로하P 「키타자와 씨도 잘 알고 계실 탠데요. 제 실적 어떠신지.」 하하
그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웃었다.
그의 말이 맞다. 현재 ‘아이돌 : 야마다 이로하’가 회사에 벌어주는 액수는 다른 아이돌들에 비하면 매우 저조하다.
담당 프로듀서가 일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면, 이렇게 되는 거다.
시호 「...슬슬 가봐야겠네요. 자리를 너무 비워도 안 좋으니.」
이로하P 「먼저 가보세요. 전 좀 있다 나가야 해서...」
시호 「그래요.」
시호 「...이로하P 씨. 퇴사 건에 대해서 말인데요.」
이로하P 「네?」
1.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는 건 어때요? (퇴사 부정)
2. 그녀에게 말할 거면 빨리 말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퇴사 긍정)
3.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돈 터치)
먼저 2표.
시호 「괜히 우물쭈물 거리다간 나중에 야마다 씨가 크게 상처 받을 거예요.」
이로하P 「...알겠습니다.」
난 할 말만 전하고 바로 휴게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 날, 히나타에게서 얘기를 들었다.
크게 화를 내고 연습실을 나서는, 눈물 맺힌 야마다 씨를 마주쳤다고 한다.
8월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달려온 나와 하나미 씨.
하지만 마음 같아선 한 달 내내 계속 달리고 싶었지만, 한 달을 꽉 채울 정도로 일을 받아내진 못했다.
하나미 「」 후릅
하나미 「하아... 에스프레소는 정말 쓰네요.」
시호 「커피 원두만 사용하니까요.」
하나미 「흠... 역시... 이게 바로 인생의 쓴 맛이로군요.」 끄덕
시호 「17살이 무슨 그런 소리를...」 하하
쉬는 날이 생겨버린 나와 하나미 씨.
주말이라 학교도 가지 않는 하나미 씨가 먼저 밖에서 만나자고 연락을 취했다.
하나미 「프로듀서 씨는 대체 이런 커피를 시럽도 없이 어떻게 마시는 거예요? 전 커피는 기껏 해봐야 아메리카노가 최댄데.」
시호 「커피를 생명수라 생각하고 마시면 됩니다.」
하나미 「아아...」
요즘엔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여유를 만끽한 다기보단 잠 깨려고 마시는 게 그 이유라서...
.
.
.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들은 가게에서 나와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디저트 카페. 그곳에서 파는 한정판 쿠키가 맛이 괜찮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나미 씨를 따라갔는데
이로하 「바쁜데 시간 내주셔서 고마워요.」
카나 「이 정도로 뭘. 나중에 또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줘.」
이로하 「네. 감사합니다.」
시호 「음? 카나잖아?」
하나미 「로하 쨩도 같이 있었어요.」
카나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 야마다 씨.
우리는 카나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시호 「카나, 여기서 만나네.」
하나미 「야부키 씨!」
카나 「하나미 씨도 같이 있었네. 뭐야, 데이트 중이었어?」
하나미 「네. 쉬는 날이라서 같이 밖에서 놀고 있었어요.」
시호 「넌 왜 여기 있어? 오늘은 일 있는 거 아니었어?」
카나 「방금 전까지 누구랑 같이 있었거든. 상담할 게 있다면서.」
시호 「야마다 씨가?」
카나 「뭐야, 혹시 본 거야?」
하나미 「아까 로하 쨩이 여기서 인사하고 자리 뜨는 것만 봤어요.」
카나 「아아, 그랬구나.」
시호 「무슨 상담이었는데? 이로하P 씨에 대한 거야?」
카나 「음......」
카나의 대답
1~50 : 얘기하긴 좀 껄끄러운데.
51~100 : 시호 너만 따라와 봐.
먼저 2표.
시호 「나만?」
하나미 「에에? 저도 궁금한데요.」
카나 「미안. 근데 조금 민감한 얘기일 수도 있거든.」
시호 「민감한 얘기라니?」
카나 「잠시 저쪽으로 가자.」
하나미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난 카나와 함께 멀리 있지 않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카나 「하나 먹을래?」
시호 「아냐, 됐어. 근데 나만 따로 부를 정도로 민감한 얘기야?」
카나 「하나미 씨한텐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나한테 부탁한 거거든.」
시호 「그래서 나만 따라오라고 했었구나.」
카나 「일 있으니까 빠르게 얘기할게. 지금 이로하, 이로하P 씨처럼 슬슬 지친 모양인 것 같아.」
카나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여기서 멈추는 게 나을지.」
시호 「...멈춘다는 건?」
카나 「은퇴하겠다는 뜻이지.」
시호 「!」
난 카나의 말을 듣고 순간 놀랐다.
시호 「잠깐, 은퇴라니. 데뷔한지 이제 8~9개월 밖에 안됐는데.」
카나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이로하의 사정을 들어보니까 힘이 부칠 만도 하더라고.」
시호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카나 「미안, 그건 다음에 얘기할게. 일정이 또 잡혀있거든.」
시호 「...알겠어.」
카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으면서 자리를 떴다.
대략적인 얘기를 들은 나도 날 기다리고 있을 하나미 씨에게 돌아갔다.
시호 「죄송해요. 기다리게 만들었네요.」
하나미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는걸요. 그나저나, 야부키 씨가 무슨 말을 하셨나요?」
시호 「그건...」
시호 「...별거 아니었어요. 그냥 일에 대해서...」
하나미 「아아, 그랬군요.」
궁금해서 더 캐물었을 것 같았는데, 하나미 씨는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했는지 묻지 않았다.
하나미 「자, 디저트를 먹으러 가볼까요!」
시호 「네.」
우리들은 다시 디저트 카페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로하P 씨의 퇴사에 이어 야마다 씨까지 은퇴라니... 너무 신경 쓰였다.
시호 「뭘요. 오히려 저도 심심했었는데, 같이 노니까 좋았어요.」
하나미 「내일은 또 일해야 하네요. 그럼 내일 극장에서 봬요.」
오후 5시 반 정도에 하나미 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여기서 혼자 볼 일은 없으니...
이제 집으로 가볼까.
시호 「......」
그나저나, 지금 시간이면...
카나, 슬슬 퇴근 했을까.
1. 집으로 간다.
2. 극장으로 가본다.
먼저 2표,
카나 「어라, 시호?」
시호 「안녕. 퇴근하나보네.」
카나 「뭐야, 설마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시호 「어어... 아마도?」
카나 「...오후에 얘기했던 게 꽤나 신경 쓰였나봐?」
시호 「...납득이 되지 않거든.」
야마다 씨의 실적이 좋지 않지만 그건 담당 프로듀서의 책임일 뿐, 그녀의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게다가 개인 활동에서 실적이 좋지 않을 뿐이지, 스쿨 데이즈에선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기도 하고.
카나 「...아아, 마침 피곤해서 운전하기 귀찮았는데,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 어디 없을까나?」
시호 「아하하, 알겠어. 열쇠 이리 줘.」
.
.
.
『부릉─』
카나 「야마다 씨가 은퇴하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 거지?」
시호 「응.」
카나는 시트에 등을 기대고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카나 「...은퇴 이유는?」
이로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실적도 안 나오고, 실적이 안 나오니까 부모님도 반대하시고, 학업에도 신경을 쓰고 싶은데...」 주절주절
카나 「......」
이로하 「하아... 너무 주절거렸네요. 솔직히 이런 이유는 다 필요 없고, 가장 큰 이유는 지쳐서 그래요.」
카나 「이제 데뷔한지 8~9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쳤다고 그만두는 건 좀 아니지 않아? 적어도 1년은─」
이로하 「4년이에요, 4년! 4년 동안 계속 버텼...!」 버럭
카나 「4, 4년?」
이로하 「...하아, 죄송해요. 순간 욱했네요...」
.
.
.
시호 「4년 동안 활동했다고? 내가 현역일 때도 그렇고, 야마다 씨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카나 「‘비즈’라는 걸그룹, 들어봤어?」
시호 「아니, 전혀.」
카나 「이로하는 여기에 속한 아이돌이었어. 하지만 인기가 없어서 TV나 잡지 같은 곳에서 활동은 못했고, 라이브하우스나 길거리 공연 등 라이브 위주로 활동했지.」
시호 「...‘인디즈 아이돌’이었구나.」
인디즈 아이돌.
지하 아이돌이라고 하면 다들 알 거라고 생각한다.
난 카나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봤다.
카나 「비즈는 액터 3명과 매니저 1명, 총 4명으로 구성된 그룹이었어.」
카나 「그 때 액터 3명 중 한 명이 이로하였고, 매니저 1명은─」
시호 「혹시 이로하P 씨?」
카나 「맞아. 감이 좋은 걸.」
시호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혹시 두 사람은 가족이라거나...」
카나 「그건 아니고, 원래 라이브하우스 스태프로 일하고 있던 이로하P 씨가 우연히 무대에서 공연하던 3인에게 빠져서 그녀들의 뒤를 봐주게 된 거래. 마침 그녀들도 무대 외적인 상황에 신경을 쓰느라 피곤한 상황이었거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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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하 「많은 활동들을 했죠... 공연복 차림으로 길거리에서 포스터 홍보를 하기도 했었고, 유튜브 채널을 열어서 음악 활동도 해보고, 20만 엔 들여서 버추얼 유튜브 활동도 해봤어요.」
카나 「열심히 했는걸.」
이로하 「...그러다가 2년 5개월 때, 팀 분위기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죠.」
카나 「이유는?」
이로하 「팀 리더가 지쳐가기 시작했죠. 지하 아이돌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둬야하나 갈팡질팡하기 시작했어요.」
이로하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3년 동안 발전 없어 보이는 매일매일 똑같은 삶에, 어쩔 땐 수치심이 들 때도 있었고...」
이로하 「(실소)그리고 가장 웃긴 건데... 저희 월에 얼마 벌었는지 아세요? 월 2만 엔이었어요! 한 명당 월급이 5천 엔이었다고요!」 하하
.
.
.
시호 「......」
난 그 말을 듣고 순간 벙졌다.
월 5천 엔... 지금 최저 시급이 대충 930엔인데, 그 정도면 편의점 알바를 하루에 6시간 일한 금액보다도 못하다.
근데 그 금액을 하루가 아니라 월마다...
카나 「그렇게 팀 분위기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 얼마 안 가서 유닛의 에이스이자 리더가 유닛을 떠났고, 2인 체제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져서 6개월 만에 이로하 씨는 홀로 비즈에서 활동하게 됐지.」
시호 「......」
카나 「그러다가 두 사람은 765 프로덕션에 지원하게 됐고,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로하P 씨와 이로하 두 사람 다 합격하게 된 거야.」
시호 「하지만 765에 들어와서 8~9개월이 지났지만, 실적은 그 때처럼 변한 게 없고...」
카나 「이젠 이로하P 씨까지 그만둔다고 하니, 이로하 입장에선 홀로 남는다는 생각에 완전히 멘탈이 나가는 거지.」
시호 「그렇구나...」
카나의 말을 듣고, 어째서 야마다 씨가 은퇴를 생각했는지 이해가 됐다.
765프로덕션에서 일한 기간을 제외하면 그래도 대략 3년 조금 넘는다.
그 기간 동안 지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카나 「시호 넌 어떻게 생각해? 슬슬 지칠대로 지친 야마다 씨의 은퇴에 대해서.」
시호 「......」
1. 그만 달릴 때가 된 것 같기도.
2. 그래도 은퇴는 아닌 것 같다.
먼저 2표,
시호 「하지만 벌써 은퇴라니, 그녀의 잠재성이 너무 아까워서라도 안 돼.」
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시호 「카나 너도 마찬가지?」
카나 「물론.」
야마다 씨의 은퇴에 부정적인 건, 카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야마다 씨의 고민 상담에 대한 질문에, 카나는 딱 잘라서 말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라면서.
카나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었어. 만약 이로하가 그만두고 싶었으면 이번 라이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얘기했지, 고민 같은 걸 털어놓지는 않아.」
시호 「흠.」
카나 「그냥 푸념을 늘어놓고 싶었던 거지. 만약 내가 그만두라고 얘기했어도, 며칠 지나면 마음 고쳐먹고 계속 활동했을 걸.」
카나 「그 앤 앞으로만 걸어가는 아이니까.」
.
.
.
야마다 씨에 대한 얘기를 끝마치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새 카나의 집에 도착했다.
카나가 주차는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난 운전석에서 내렸다.
카나 「집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집에는 지하철 타고 들어가려고?」
시호 「이제 6시 반이니 시간은 많으니까.」
카나 「저녁도 안 먹었을 탠데, 밥 같이 먹는 건 어때?」
시호 「괜찮아. 피곤할 텐데 그냥 들어가서 쉬어.」
생각해보니, 리쿠 저녁 차려놓고 계속 기다리고 있겠는 걸.
카나 「참, 궁금한 게 있었는데.」
시호 「?」
카나 「만약 이로하P 씨가 퇴사하고 이로하의 담당을 맡으라고 하면, 시호 넌 어떻게 할 거야?」
시호 「갑자기?」
1. 두 명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2. 하나미 씨 한 명도 힘들다.
3. 글쎄요.
먼저 2표.
시호 「그 이상은 무리겠지만.」
원랜 하나미 씨 이외의 프로듀스는 생각 없었지만...
카나에게 야마다 씨의 과거 얘기를 듣게 되니 순간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나.
야마다 씨의 프로듀서를 맡으라고 하면 할 생각은 있다.
카나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흠
시호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건데.」
카나 「궁금해서 물어봤어. 집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웠어. 내일 보자.」
시호 「그래.」
난 카나랑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시호 「...야마다 씨의 프로듀서라...」
웬만해선 카나한테 맡기겠지만, 만약에 나한테 그 아이를 맡긴다면...
시작 날이 코앞으로 다가 온 만큼 나와 하나미 씨는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일정에도 빈틈이 없어서 하나미 씨의 레슨 감독을 해줄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의외의 조력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
시호 「오늘도 같이 있었네.」
히나타 「이 시간대는 한가하니까.」
하나미 「오셨네요, 프로듀서 씨!」
시호 「네, 다녀왔습니다.」
시간을 낼 수 없는 나를 대신해서 히나타가 여태껏 하나미 씨의 레슨을 감독해주고 있었다.
며칠 전까진 나도 몰랐다. 하나미 씨가 얘기하길, 감독한지 2주일은 지났다고 했다.
시호 「오늘도 고마워. 쉬고 싶었을 탠데.」
히나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고마워 할 필요 없다니까.」
히나타 「라이브도 며칠 안 남았네. 이제...」
하나미 「5일 남았어요!」
시호 「마지막까지 달려야지. 카나 쪽보다 좋은 결과를 내려면.」
히나타 「음? 경쟁이야?」
시호 「뭐... 어쩌다보니. 라이브 날짜도 비슷하기도 했고.」
히나타 「헤에, 그랬구만.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했구나.」
라이벌한테 지기 싫은 게 사람 심리니까.
히나타 「그래서, 시호 네가 보기엔 라이브 준비는 어떻게 되가고 있는 거 같아?」
+~3까지 주사위 굴리고 평균값
높을수록 준비 만땅, 낮을수록 준비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