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정도 진정된 걸까. 로코의 눈빛이 돌아왔다. 내가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할 만큼 꽉 들어찬 눈빛이 아니라 평소대로의 눈빛이었다. 말투도 돌아왔다. 다행... 일까. 다른 사람이 날 받아들여준다는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말로 설명을 못 하지만, 어쨰서인지 이렇게 끝이 나는건 옳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서 로코는 프로듀서를 러브하는 걸지도 몰라요. 에고이스트니까, 프로듀서는 셀프만을 위해서 로코를 러브하는 거에요. 자신만의 데자이어에 따라서 러브하는 거에요. 그 데자이어 속에 로코가 있는건, 정말로 해피한 일이에요."
"결국 내 사랑은 내멋대로란 말이잖아."
"네. 그래서에요. 무언가를 아더 퍼슨을 위해서 한다면 언젠간 스탑하게 되지만, 셀프를 위해서 한다면 스탑하지 않게 돼요. 프로듀서는 셀프를 위해서 로코랑 안나를 사랑하는 거에요. 로코랑 안나의 사랑을 얻어야만 프로듀서가 해피하니까."
"...맞아."
나는 날 위해서 사랑을 한다. 내가 안나와 로코의 사랑이 있어야만 행복하니까 사랑을 한다... 나는 안나와 로코를 위한 사랑이 하고 싶은데. 정말인데. 그런데 그럴 수 없던게 너무 싫었는데... 그런데도 괜찮다니. 아니, 오히려 좋다니.
"나는 사랑을 하다보면 행복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로코도 러브를 하다 보면..."
"아니. 좀 지나치게 행복해. 너무 많이 행복해. 안나랑 로코보다도 나만 너무 행복해. 나만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을 나눠주지 못한다는게 싫을 정도야."
"로코는 프로듀서가 해피하면 새드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하잖아요. 러브하는 사람이 해피한데 어떻게 새드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맞아."
"프로듀서. 로코를 해피하게 해 주세요. 안 그러면 프로듀서의 해피니스를 로코가 뺏을지도 모른다고요?"
"로코라면 괜찮은데."
"로코가 안 괜찮이서 그래요."
"고마워."
다시 웃음을 찾은 로코는, 다른 어떤 모습도다도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로코는, 내가 언제나 알고 있던 로코였다.
"좀 새삼스럽지만, 이제 좀 풀렸어?"
"얼모스트요."
"다는 아니구나."
"오브 코스죠."
당연하다라. 당연하지. 내가 반대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안 풀렸다. 아니,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로코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했을 거야.
"프로듀서."
"응?"
"안나... 안 바쁘죠?"
"응. 그런데 왜?"
"안나를 꼭 봐야겠어요. 안나한테 디스 필링을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그게 응어리져서 하트에 남고 말아요. 그럼 로코는 삐지고 말 거에요."
"안나는 착하니까. 로코가 뭐라고 해도 다 받아줄 거야."
"그래요. 로코도, 로코도 잠시동안은 좀 에고이스틱한 사람이 될 거에요. 안나한테 할 말 못할 말 다 할거에요."
"지금 갈래?"
"예스에요."
안나는 사무실에 그대로 있겠지? 없으면 와달라고 해야겠지.
"...아, 프로듀서씨? 로코?"
다행히도 로코는 사무실에 계속 있었다.
"안나. 굿 애프터눈이에요."
"로코..."
"안나. 아무리 띵킹해도 예스터데이엔 너무했어요."
"...맞아."
안나는 로코의 얼굴과 옷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는길에 세수도 하고 오고, 눈물자국도 다 닦아내긴 했지만, 씻어내고 닦아낸 것이지, 지워진 건 아니었나보다.
"음, 프로듀서씨가 공주... 프로듀서씨가 공주...? 프로듀서씨가 위기에 처했을 때 바람의 용사가..."
유리코는 그 말을 듣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안나랑 로코는 이미 익숙한 건지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솔직히 머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 나도 웃으면 되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제 슬슬 출발해야지. 나는 극장 앞에 주차한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차 앞에 서서 차 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안나가 내 팔을 잡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왜, 안나? 혹시 걸어가고 싶어서 그래?"
"으응..."
음. 걸어가는 건 좋지만 차는 다시 가지러 와야 할텐데. 아. 귀찮아...
"안나... 프로듀서씨랑 같이 걸어가는 거... 그, 좋아해요... 그래서..."
이건 반칙이잖아. 안나가 이렇게 나와버리니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가는게 좋대서 걷자고 하는데 차 가지러 가기 귀찮다는 생각이나 하고 자빠졌던 인간이 되었다. 우우. 안나 치사해.
"로코도 어그리하는 거에요!"
"그, 그럼 저도!"
그렇게 유리코까지 합세해서 다들 안나네 집까진 걸어가기로 했다. 안나네 집이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애초에 멀었으면 안나가 걸어가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아무튼 안나네 집으로 출발은 했는데. 걸어가는 도중엔 다들 조용했다. 나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르겠기도 하거니와 다들 자기가 기꺼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는 타입은 아니다 보니까.
"......"
그렇게 다들 조용히 걸어가고 있을 적, 안나가 먼저 다가와서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았고, 로코랑 유리코도 이에 질세라 나한테 꼬옥 달라붙어왔다. 음. 확실히 엄청나게 기쁘고, 행복하고, 입꼬리가 붕 떠오르지만, 사람 세명이 달라붙어오니까 좀 불편한 건 역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다지도 좋은 게 아닌가?
나는 그 불편함을 만끽하면서 안나네 집에 도착했다. 안나는 집에 도착했는데도 문을 안 열고 현관문 앞에 서서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응... 프로듀서씨..."
"어, 왜?"
"안나네 집, 비밀번호, 몰라...?"
"다, 당연히 모르지!"
"으음... 전에, 알려주지 않았나...?"
"무, 뭐, 뭐!?"
"안나?"
"안냐짱?"
"에헤헤... 장난이야..."
안나가 한번 진도를 나가고 나니까 슬슬 거리감이 줄어드는 건지, 좀더 거리낌이 없어졌다. 안나 좋아... 그렇지만 이런 장난은 두번 다시 하지 말아줘... 나 진심으로 식겁했다고...
딜러는 안나랑 로코 포함해서 둘. 탱커는 없고 유리코는 서포팅하는 역할... 이지만 딜러도 겸한다. 유리코의 플레이를 안 봐서 모르고, 난 문외한이니 봐도 모르긴 하겠지만 유리코는 당연히 딜러도 겸하겠지. 매일 바람의 전사 이야기를 하고 닉네임에도 "나이트"가 들어가는데.
그리고 힐러도 없구나. 힐러라. 힐러? 탱커? 힐러? 음. 탱커는 없어도 유리코의 서포트로 커버가 될 지 모르지만, 힐러가 없으면 죄다 말라죽겠지. 좋아. 나는 힐러로 간다.
"직업? 힐러로 해야지."
"힐러...?"
"응."
"음. 인토레스팅이에요."
"프로듀서씨! 좋은 선택이에요! 저도 안나쨩이랑 로코를 혼자서 보조하는데 좀 힘에 부치긴 했거든요!"
유리코는 눈을 빛내면서 서포터 동지가 늘어난 걸 기뻐하는 듯 보였다. 오오. 뒤에서 묵묵히 주인공을 보좌하는 길. 오오. 그것은 인생. 그것은 외로움.
"유리코. 딜 욕심만 어 리틀 레스해도 파티 플레이가 훨씬 더 컴포터블 해질거라고 안나가... 읍읍..."
"아하하하... 딜 욕심이라니. 내, 내가 언제?"
은 유리코도 딜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으으음. 팀을 보좌해야 할 역할을 맡은 사람이 딜뽕에 취했다라... 머릿속 한켠에서 기억이 떠오른다. 13데스 카라짐... 주문도둑검 500골드 15분에 다 쌓은 유성 럭스...
"유리코씨... 아니야. 유리코씨라면, 딜 마음껏... 넣어도 돼..."
"어, 안나? 하지만 라스트 위크에 분명..."
"으으음... 그렇게 말했던건... 사실이긴 하지만... 유리코씨라면... 하고 싶은대로 해도 돼..."
이건 유리코를 배려해주는건가 맥이는 건가. 안나도 유리코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줄 만큼 좀 쌓인 게 있었나? 그냥 유리코씨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맘대로 할거면서 뭘 물어봐요. 네에네에. 유리코씨 플레이가 다 맞아요.
"힐러로 할 거라면... 전직 장소에 가서... 음..."
힐러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건지. 안나는 어떤 직업을 추천해야 할까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한번에 많은 힐을 주는 컨셉이면 그만큼 마나 소모량이 많거나 쿨타임이 길겠지. 그 반대로 힐을 천천하고 꾸준히 주는 컨셉이라면 힐량이 적더라도 그 반대가 적용될테고. 폭힐 대 도트힐이라.
도트힐...? 생각해보니까 dot는 데미지 오버 타임인데. 데미지가 포함된 단어 뒤에 힐을 붙이는게 맞는 건가?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는... 어떤 컨셉이 좋아...?"
"컨셉?"
"응..."
탑랭커 비비드래빗께서 성능보다 컨셉을 먼저 질문해왔다. 역시 성능보다 중요한건 컨셉이다 이것인가.
솔직히 컨셉이라면 나도 그냥 딜뽕에 취하는게 최고긴 한데. 아ㅋㅋㅋㅋ 철권 카라짐은 못 참지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 선루덴 유성 서폿럭스는 못 참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도 유리코처럼 딜과 힐을 같이 병행할 수 있는게 좋긴 한데."
"으으으음..."
안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나? 음... 나는 참아야 하는가. 소중한 담당 아이돌을 위해서.
"그래도... 서포팅 역할이... 두명이면... 확실히 도움이 되니까... 으응. 프로듀서씨... 이걸로 하면 좋을 것 같아..."
안나가 추천한 직업은 무엇일까요?
+1
1~33 힐 비중 75% 딜 비중 25% 정도의 수도사
34~66 힐 비중 반 딜 비중 반 정도의 음유시인
67~99 힐 비중 25% 딜 비중 75% 정도의 성기사
100 그냥 딜러
탑랭커 비비드래빗의 지론. 뉴비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음. 괜찮은 건가. 아니 안나가 날 보고 대놓고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긴 했지만, 그 칭찬이 이렇게 돌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안나는 그리핀 탈것을 불러서 나랑 로코랑 유리코를 데리고 저기 멀리 있는 화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화산... 그동안의 던전은 그냥 산이랑 바다였는데 이번엔 화산을 간다고 한다. 게임에서 용암이나 화산 같은 것들은 대부분 후반에 많이 나오는. 이건 마리오 담배피던 시절부터 정립된 일종의 국룰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아직은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절로 된다.
"도착했어..."
도착했어! 포켓몬 리그장... 왜 오늘따라 주체를 못하고 이런저런 괴상한 농담이 자꾸 나오고 있는 거지. 지금 내 옆에 있는 귀엽고 아리따운 아이들이 내 머릿속을 읽을 수 없다는게 참 다행이다. 초능력자인 타카네나 뿌뿌카였으면 큰일날 뻔했어.
"프로듀서씨... 로코... 가기 전에, 이거 먹어야 해..."
"오오..."
"히트 레지스트 포션?"
"응... 유리코씨랑... 안나는... 장비에 화염 저항 인챈트까지 있으니까... 열기 저항 포션은 안 마셔도 괜찮아..."
흑흑흑. 미리 준비해놨구나... 흑흑흑흑. 안나는 얼마나 친절하고 착한 아이란 말인가. 이게 그 소매넣기인가 하는 그건가.
잠깐. 그럼 열기 저항 포션까지 미리 준비해놓았다면 안나는 이런 상황까지 미리 계산해놓은 건가? 와아아아! 안나 똑똑해! 안나 짱똑똑해! 아! 안나 예뻐! 안나 귀여워! 안나 좋아! 안나 좋아!!!
"에휴... 나쁜 사람... 내가 왜 저런 사람이랑 사랑에 빠져서... 아... 프로듀서씨... 그래도 멋진걸..."
"어, 음..."
"슉. 슈슉. 슉. 슈슉. 쉣. 슉. 슉. 슈슉. 쉣. 슉. 슈슉."
내가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아니야. 로코가 그런 불건전한 단어를 입에 담을 리가 없지. 음. 없고말고.
"후후후..."
안나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던전에 들어갔다. 나도, 유리코도, 로코도 같이 안나를 따라 던전에 들어갔다.
"으악!"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는데 캐릭터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리다가 내 회면은 한방에 흑백이 되었다.
"...프로듀서씨. 포션 안 마셨어."
아. 프리ㅁ... 아니. 프로듀서. 이 바보.
"아. 베리 리타드했다. 안나. 부활은 얼마나 있다가 돼?"
"원래라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는데... 유리코씨가, 부활시켜줄 수 있어..."
"......"
유리코는 뭔가 오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냥 좀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라고.
아무튼 이번엔 부활하자마자 포션을 마셔서 즉사하는건 면했다. 그 대산 체력이 20퍼센트정도는 깎이긴 했지만,
"자. 이번엔 진짜로 간다. 비빗또 이쿠요!"
"그거... 안나 대사인데..."
"라이브노 로코카라! 메요 하나사나이데 쿠다사이네!"
"다, 다이죠부데스! 이키마스!"
우리는 기합을 외치며. 이번에는 진짜로 들어갔다. 주변 풍경을 보니 엔드 컨텐츠는 엔드 컨텐츠인지 던전 내부의 생김새부터가 전까지 갔던 던전들과는 활실히 달랐다. 내가 로코처럼 예술에 조예가 있는 건 아니라 근사한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지만 확실히 내부에서부터 위압감이 느껴졌다.
"프로듀서씨. 조심해. 이 앞에는 플레임 글라이더가 나오거든. 방심하면 공중에서 날아오는거 못 피하고 순식간에 당할 수 있으니까."
안나는 본격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려고 하는 건지 말이 갑자기 청산유수다. 바보털도 살짝 올라갈락말락 하고있고. 아. 귀여워.
"우왓! 안나! 헬프에요!"
"감히 로코를 공격했겠다! 어림도 없지! 릴리나이트씨!"
이런 세상에! 말 끝에 느낌표가 붙고 유리코를 릴리나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이 광경을 실제로 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아!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좋아! 아리사의 마음이 이해될 것 같아!
"샤이닝 카운터!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도 지원해주세요!"
"으, 응!"
나, 나도 기술 이름을 외치면서 싸워야 하나...?
"비비드 래빗! 간다! 샤이닝 휠즈!"
"......"
"......"
"......"
아니... 이번엔 또 왜...
"왜 내가 하니까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그, 프로듀서씨...."
"우리 생각보다 엄청 몰입하고 있구나 싶어서..."
"어, 베, 베리 패셔너블한 애티듀드에요!"
내 기합을 듣고 안나의 바보털이 푹 수그러든건지. 안나는 오프 모드가 되어있었다.
아. 갑자기 도망치고 싶다.
+1 안나는 앞으로도 프로듀서가 과몰입할때마다 온모드가 끊어지나요?
1~33 네
34~66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67~99 아니오
100 765에서는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오프모드로 만듭니다!!!
19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로코는 진심으로 답을 해 줬다. 날 좋아한다고. 진심인데. 틀림없는 진심인게 느껴지고, 로코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아이도 아닌데. 왜 이 진심어린 한마디조차도 나에겐 아직까지 차갑게 느껴지는 걸까.
"로코."
"프로듀서."
로코의 얼굴이 이곳저곳 씰룩거리고 있었다. 내가 눈썰미가 좋다고는 딱히 못하겠지만, 로코가 의도적으로 얼굴을 씰룩거리는게 아니란 건 한 눈에 보였다. 나 때문이겠지.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정말... 너무해요."
"...나도 알아."
"안다고 다가 아니잖아요."
로코의 눈이 참... 참이 아니지. 너무나도 초롱초롱해보였다. 나는 감당 못할 것 같은 물기를 머금은 눈빛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그대로 쏟아져나와버릴것 같은 눈빛이.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정말 너무해요."
"로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좋겠지. 그냥. 그냥 로코가 내게 뭘 해도, 받아들이자. 그래. 나는 나쁜 사람이야. 나는 이기적이라고... 그 이기심을 성토해도 나는 어쩔 수 없다. 내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진 않을 테니까. 내가 사랑에 빠져버린게 나쁜 거야...
"로코는, 어제, 어제 정말로 앵그리하고, 새드하고, 모든 걸 다 쏟아버리고 싶을만큼 속상했는데.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째서?"
"그야, 안나가 로코보다 프로듀서를 더 러브하고, 예전부터 러브해왔으니까."
안나가 날 더 사랑하고, 날 더 오래 사랑해왔다. 그래서. 그래서 참았다... 난 모르겠다. 사랑이 얼마나 큰지, 얼마나 오래됐는지가 중요한게 아니야. 중요한건 날 바라봐준다는 거잖아.
"그래서, 로코는 참았어요. 안나한테, 안나한테 임미디에이틀리 엉엉 울면서 화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않았어요."
"난 그래도 괜찮았어."
"안 괜찮았어요."
로코가 끝까지 모아온 눈빛이, 살짝 밖으로 물기져 쏟아진다. 바닥엔 검은색 점이 너무나도 크게 탁 한방울 박혔다. 내 마음 속에도.
"안 괜찮았다고요."
"로코..."
"로코는 ,로코는 이제 뭐라고 해야 하나요?"
로코가 나에게로 한발자국 다가섰다.
"아니, 로코가 뭐라고 답하길 원하고 그런 말을 한 거에요?"
"내가 원하는 답은 이미 들었어."
"뭔데요?"
"...날 사랑해준다는거."
언젠가부터. 로코가 영어를 안 쓰고 있었다.
+2
1~33 흑흑흑흑
34~66 엉엉엉엉
67~99 우와아아앙
100 타카기 사장:니가 그러고도 프로듀서야! 당장 옷벗어 임마!
"응."
"그 대답. 흑, 정말 치사한 대답인거 알고 있죠?"
"맞아. 난 치사한 사람이야."
나같은 치사한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이렇게 치사한 짓만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
아가페적 사랑이 아닌 연심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경쟁적인 것이다. 한 사람이 받는 것엔 한계가 있어도 나눠주는 것엔 한계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줄서기가 일어난다. 로코는 뒤로 물러났지만 내가 다시 그 줄에 세웠다.
난 안나의 사랑도 원했고, 로코의 사랑도 원해서 로코에게도 고백을 했다. 그렇게 치사한게 어딨어. 이렇게 치사한 짓을 할 것 같아서 안나한테선 멀리 떨어지더니. 왜 로코한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는 치사한 놈이라고 그러고 있는 거야?
로코가 당장 짖밟아버릴듯이 날 경멸해도 나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치사한건... 흑, 로코도 마찬가지에요..."
"로코..."
"로코는... 로코는, 훌쩍. 로코는 프로듀서가 안나랑 있을때 그렇게나 행복한걸 알았으면서도, 흑, 두 눈으로 봤으면서도, 프로듀서씨의 옆에 끼어들고 싶었다구요. 으, 으흑, 아, 안나를 치워버리고, 프로듀서를 독차지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로코가 나에게 발자국을 디딜 때마다, 바닥에 검고 탁한 색의 점이 더 많이, 더 굵게 박혀왔다. 로코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에 지금 당장이라도 익사할 것만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 흑, 로코는, 안나가 행복했으면 좋겠던 거에요. 훌쩍, 안나는 계속 힘들어했다고요. 어쩌면 지금의, 훌쩍! 로코보다도 더. 그렇지만... 정작 안나가 프로듀서랑 함께 있어서, 흐끅, 행복한걸 보니까... 마음이 바뀌었어요."
언제였을까, 로코는 내 눈 바로 앞까지 와서 내 손을 잡았다.
"훌쩍, 그 자리에 로코가 있어야 했는데."
로코의 눈물은 로코의 팔로, 그리고 내 팔로 떨어져왔다.
"로코가, 로코가 프로듀서 옆에 있어야 했는데!"
"미안해."
로코가 울고 있다. 나 때문에 울고 있다. 내가 울린 거야. 내가 울린 거라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어째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데요!"
내 두 손을 꽉 부여잡은 로코의 손이 떨려왔다. 그 흔들림으로 당장이라도 날 넘어뜨릴 듯이.
"내가 잘못했으니까."
"흑, 뭘 잘못했는데요!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요! 미안하다고 하지 말라고요... 훌쩍, 우와아아아앙..."
로코는 내 품에 껴안아서 울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않고 그저 울었다. 그냥 계속 울었다.
+1
1~33 완전부활 퍼펙트 한다미치코
34~66 꽤 풀림
67~99 반쯤만 풀림
100 타카기 사장
+2 다 울고 난 로코가 맨 처음 할 말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프로듀서..."
내 품에 안겨서 잔뜩 울고난 뒤. 로코는 구석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프로듀서는 에고이스트에요."
어느정도 진정된 걸까. 로코의 눈빛이 돌아왔다. 내가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할 만큼 꽉 들어찬 눈빛이 아니라 평소대로의 눈빛이었다. 말투도 돌아왔다. 다행... 일까. 다른 사람이 날 받아들여준다는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말로 설명을 못 하지만, 어쨰서인지 이렇게 끝이 나는건 옳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서 로코는 프로듀서를 러브하는 걸지도 몰라요. 에고이스트니까, 프로듀서는 셀프만을 위해서 로코를 러브하는 거에요. 자신만의 데자이어에 따라서 러브하는 거에요. 그 데자이어 속에 로코가 있는건, 정말로 해피한 일이에요."
"결국 내 사랑은 내멋대로란 말이잖아."
"네. 그래서에요. 무언가를 아더 퍼슨을 위해서 한다면 언젠간 스탑하게 되지만, 셀프를 위해서 한다면 스탑하지 않게 돼요. 프로듀서는 셀프를 위해서 로코랑 안나를 사랑하는 거에요. 로코랑 안나의 사랑을 얻어야만 프로듀서가 해피하니까."
"...맞아."
나는 날 위해서 사랑을 한다. 내가 안나와 로코의 사랑이 있어야만 행복하니까 사랑을 한다... 나는 안나와 로코를 위한 사랑이 하고 싶은데. 정말인데. 그런데 그럴 수 없던게 너무 싫었는데... 그런데도 괜찮다니. 아니, 오히려 좋다니.
"나는 사랑을 하다보면 행복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로코도 러브를 하다 보면..."
"아니. 좀 지나치게 행복해. 너무 많이 행복해. 안나랑 로코보다도 나만 너무 행복해. 나만 너무 행복해서 그 행복을 나눠주지 못한다는게 싫을 정도야."
"로코는 프로듀서가 해피하면 새드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당연하잖아요. 러브하는 사람이 해피한데 어떻게 새드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맞아."
"프로듀서. 로코를 해피하게 해 주세요. 안 그러면 프로듀서의 해피니스를 로코가 뺏을지도 모른다고요?"
"로코라면 괜찮은데."
"로코가 안 괜찮이서 그래요."
"고마워."
다시 웃음을 찾은 로코는, 다른 어떤 모습도다도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쁜 로코는, 내가 언제나 알고 있던 로코였다.
"좀 새삼스럽지만, 이제 좀 풀렸어?"
"얼모스트요."
"다는 아니구나."
"오브 코스죠."
당연하다라. 당연하지. 내가 반대 상황이었으면 나라도 안 풀렸다. 아니, 내가 그 상황이었으면 로코처럼 의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했을 거야.
"프로듀서."
"응?"
"안나... 안 바쁘죠?"
"응. 그런데 왜?"
"안나를 꼭 봐야겠어요. 안나한테 디스 필링을 꼭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그게 응어리져서 하트에 남고 말아요. 그럼 로코는 삐지고 말 거에요."
"안나는 착하니까. 로코가 뭐라고 해도 다 받아줄 거야."
"그래요. 로코도, 로코도 잠시동안은 좀 에고이스틱한 사람이 될 거에요. 안나한테 할 말 못할 말 다 할거에요."
"지금 갈래?"
"예스에요."
안나는 사무실에 그대로 있겠지? 없으면 와달라고 해야겠지.
"...아, 프로듀서씨? 로코?"
다행히도 로코는 사무실에 계속 있었다.
"안나. 굿 애프터눈이에요."
"로코..."
"안나. 아무리 띵킹해도 예스터데이엔 너무했어요."
"...맞아."
안나는 로코의 얼굴과 옷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는길에 세수도 하고 오고, 눈물자국도 다 닦아내긴 했지만, 씻어내고 닦아낸 것이지, 지워진 건 아니었나보다.
"로코... 울었어...?"
"어... 어떻게 알았...?"
"...미안해."
"쏘, 쏘리라뇨."
+1 70이상이면 바람의 전사 릴리나이트의 난입
+2 안나는 어째서 미안한가요
"......"
"로코가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고... 로코가 슬퍼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안나는 입고 있던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래도, 안나는 프로듀서씨랑 있고 싶었어... 일어나서 사무소에 갈 때... 그 때 생각이 나기 시작해서...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프로듀서씨가 너무 좋아서..."
"...충분히 언더스탠드하는 거에요."
"로코..."
"안나. 이제 로코가 스피치해도 될까요?"
"응..."
"후우, 안나가 배드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은 안 하는 거에요. 그냥, 그만큼이나 프로듀서를 러브했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로코는 후드티를 쓴 안나의 곁에 좀 더 다가가 눈을 마주보려고 했다.
"그래도, 로코는 새드했어요. 무척이나."
"미안해."
"정말, 정말 그 자리에서 울고 싶을 만큼 새드했다고요. 로코는 무슨 일이 있어도 프로듀서가 해피하기만 하면 로코도 해피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안나가 프로듀서랑 함께 있어서 둘 다 해피한걸 보니까... 그렇게 좋은 필링은 아니더라고요."
"......"
안나는 아무 말도 없이 로코의 눈을 피하려고 했다. 정말로 딱히 할 말이 없겠지.
"그러니까. 안나."
"응."
"프로듀서가 로코만의 러버였으면 좋겠다는 말은 안 할 거에요. 그래도, 프로듀서와 프라이빗한 타임을 원하면 미리 로코에게 말해 주세요. 예스터데이처럼 막무가내로 하면 속상하다구요. 로코도 프라이빗한 타임을 원한다고 미리 말할 테니까."
"로코..."
서로 말을 하다 보니까 둘 다 서로에게 가진 감정이 그럭저럭 풀리는 것 같다. 가장 큰 원흉은 나일지도 모르지만... 뭐 어떠냐. 이제 다 잘 풀렸는데.
"로코. 이제 괜찮지?"
"예스에요. 프로듀서."
"안나도?"
"아... 응..."
"다행이네. 기념으로 오늘은..."
오늘은... 일이 있었지. 생각해보니. 으. 꽁냥꽁냥하고 싶은데.
"오늘은 일이 있네..."
"아."
"아."
아. 괜찮은 무드인데 김이 엄청 빠지는데. 상온에 열두시간동안 뚜껑열고 놔둔 콜라급으로 김이 빠졌어.
"......"
그런데 왜 누군가가 이걸 보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거지.
과연 보고 있던 사람은 누굴까요?
1 타카기 사장
2~50츠무기
51~99유리코
100 츄파카브라
3표 먼저 나온 쪽으로 갑니다.
@ 갑자기 하렘이 써보고싶어서 도입부를 하긴 했는데 잘 안되면 그냥 흐지부지할 것 같아요.
정말로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지는데.
"저, 안나. 유리코. 잠깐만."
나는 당장 사무실 문 쪽으로 갔다.
"히익!?"
가보니까 이게 누구신가. 바람의 전사 유리코 아닌가.
"아, 전, 그... 오, 오늘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다 타이밍을 못 맞춘 거에요!"
"그렇구나."
"훔쳐보려던 건 아니었어요! 정말이라니까요?"
"유리코씨... 어디부터 들었어...?"
"어... 처음부터 다?"
아이구야.
"안나 때문에... 로코가 속상해해서... 안나도 속상했었는데... 유리코씨는... 염탐이나 하고... 프로듀서씨한테 작업 걸더니... 바람의 전사가 아니라 바람피는 전사가 될 셈이야...?"
"무, 무슨!"
"안나. 유리코가 프로듀서를 플러팅하다니요?"
"유리코씨가... 자연스레 접근해서... 프로듀서씨한테 이대로라면 자기도 모르게 푹 빠질지도 모른다고 했어..."
"유리코..."
유리코는 죽을 둥 살 둥 날 바라봤지만... 어떡하니. 안나랑 유리코를 냅두고 널 감쌀 순 없는걸.
"하아. 그래도 프로듀서는 베리 그레이트한 퍼슨이에요. 유리코가 러브하는 것도 언더스탠드에요."
"자, 잠깐! 러브라니! 내... 가... 언제 프로듀서씨를... 사... 사랑... 한다고..."
아냐. 그러지마. 두명만으로도 트러블이 일어났단 말이야.
"프로듀서는 참 길티한 사람이네요."
"죄 많은 남자..."
"안나쨩, 프로듀서씨가 죄 많은 남자라니... 내, 내 첫사랑이 옴므파탈이랑... 막 나쁜 남자한테 정말로 헤어니오지도 못할 만큼 푹 빠져서 엉엉 울고 매달리고..."
"유리코...?"
아이구 이런.
"유리코. 그전에 우리 일 가야 하는데?"
"그렇게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헤어지지 말자고 빌 때까지 날 흔들어놓고..."
"그런 짓 안 하거든."
"핫!?"
"일하러 가자니까."
"아, 아! 네!"
안나랑 로코가 유리코를 좀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건 기분 탓일 거야. 음음.
+1 유리코는 무슨 일을 할까요?
+2 누구랑 같이 갈까요?
"저, 프로듀서씨. 이번 일은 뭔가요?"
"수영복 그라비아야."
"네?"
"저번에 한 화보가 평이 엄청 좋았거든."
"휴우..."
유리코는 갑자기 바닥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또 이상한 참치잡이 배 같은 곳에 데려가나 해서..."
"그건..."
"제가 잘못했다고는 해도... 그, 그건 정말 싫었어요..."
나는 유리코에게 상식적으로 누가 주변에 있는 아이들로 팬픽을 써제끼냐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그 사실은 유리코랑 나만 알고 있기도 했고.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씨."
"안녕. 시즈카."
시즈카는 레슨을 하고 나서 이번 수영복 화보에 참가하기로 했다. 방금 전에 레슨을 마친 뒤에 옷을 갈아입고 온 건지 살짝 지쳐보였다... 으음. 팬픽사건의 피해자가 시즈카였는데. 시즈시호는 인정... 아니아니. 내가 유리코냐.
"오늘 일은 수영복 화보라고 했죠?"
"응. 유리코랑 같이 할 거야."
"컨셉은 어떤 컨셉인가요?"
"전에 우미랑 사요코랑 후카가 한 것처럼 비치발리볼 느낌으로."
"그렇군요."
유리코는 으흑흑 참치잡이 싫어요 하는데 시즈카는 이번 일의 컨셉부터 물어봤다. 역시 똑부러졌어.
"자. 그럼 가자."
"네에..."
"네."
유리코가 뭔가 묘하게 쳐져있는 느낌인데... 음... 내가 뭐라고 물어봐야겠지?
"유리코."
"네?"
"그, 뭔가 신경쓰이는 거라도 있어?"
"아, 그, 그냥... 부끄러워서..."
"으음... 그건 그렇겠지."
"그래도 일이라서 해야 하는건 알고 있는데... 걱정이 돼요. 어떻게 하면 될지."
"흠. 아! 맞다! 유리코씨!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즈카가 제시한 유리코의 부끄러움 해결 솔루현은 뭘까요?
+2
"에, 엣!? 프로듀서씨가 본다면..."
"그리고 유리코씨는 몸매가 좋으니까 딱히 옷맵시가 살지 않는지에 대해서 걱정은 안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해요."
"프, 프로듀서씨한테 수영복 차림을..."
뭔가 더 악화되는 것 같은데.
"지, 지금까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저, 저는 지금까지 프로듀서씨한테도 수영복 차림을 보여주고 있었던 거잖아요!?"
"응. 그렇지."
"으, 으으으..."
안돼. 이러다간 유리코의 팔만망상대장경이 다시 시작되고 말거야.
"유리코. 잠깐만 내 말 들어봐."
"네?"
"내가 왜 이 일을 맡겼을 것 같아?"
"펴, 평판이 좋아서?"
"그럼 왜 평판이 좋았을까?"
"그러게요?"
"그건 이미 유리코 니가 저번에 한번 잘 해내서야."
"그, 그래도 말이죠."
"그래서야. 난 널 믿었거든."
"저, 절 믿는다... 프로듀서씨가 날 믿는다..."
유리코도 좀 이런저런 부분에서 나름 자신감이 없는 건지. 로코랑 같이 지내면 좋을까나. 로코는 자신감 덩어리라서 안나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으, 으으! 그런 말은 반칙이라구요! 절 무조건적으로 믿어준다니!"
"그래. 나 반칙이나 쓰는 치사한 프로듀서야. 하지만 축 쳐져있게 놔두는 것보단 치사한 짓이라도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은걸."
"프로듀서씨... 후우, 날 믿는다... 알겠어요! 그럼 저도 자신 있게 가볼게요!"
좋아! 어떻게든 잘 된 것 같다! 유리코가 이제 속으로 뭔가 플래그를 쌓아놓을 것 같지만 넘어가자.
"프로듀서. 유리코씨를 케어해주는 건 좋지만 출발 안 하다가는 늦고 말 거에요?"
"일찍 도착했는데도 현장에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 보단 늦더라도 마음가짐을 제대로 하는 게 낫지."
"뭐,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은 제대로 지켜 주세요. 제가 다 불안하다구요."
"어련하시겠습니까. 갑니다 가요."
유리코와 시즈카의 화보 촬영은 어떤 반응인가요?
1 정도를 지나친 요염함에 지켜보던 촬영진이 돌이 되었다.
2~33 오오오오!!!
34~66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67~99 님은 바로 유리코와 시즈카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100 정도를 지나친 색기에 지켜보던 촬영진이 폭발했다.
+2
"안녕하세요. 모가미 시즈카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나나오 유리코입니다..."
"아! 예! 유리코씨! 어서 오세요! 저번 화보는 정말로 좋았습니다!"
"네?"
유리코가 오니까 카메라맨분이 반색을 하면서 뛰어왔다.
"자! 그럼 유리코씨! 시즈카씨! 어서 들어가시죠!"
"네."
"네, 네!"
유리코는 그렇게 불안해 하던것과는 달리 정작 촬영이 본 궤도에 들어가자 프로답게 이런저런 자세를 능숙하게 취하고 카메라와의 각도도 잘 신경을 썼다. 시즈카도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부분을 잘 신경쓰고 있었다.
"오오오!!! 지금 구도 좋습니다! 이대로 가자고요!"
화보 촬영은 그렇게 쭉 이어졌고...
"이야아!!!"
"이거 느낌이 정말 대박인데!"
촬영이 끝나자마자 이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어, 잘 됐나요?"
"아! 프로듀서 분이시군요! 이번 건 정말로 기대해도 좋습니다. 저번 화보가 그냥 커피라면 지금건 루왁커피입니다!"
"진짜로요?"
"여러분! 님이 누구입니까? 오랫동안 목말라하고 그리워하던 이름입니다! 님은 바로 유리코와 시즈카를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와아아아아아!!!"
"무아호오오오오!!!"
으으음... 결과가 그렇게나 잘나왔나? 그만큼 신나시다는 거지.
"유리코! 시즈카! 들었어?"
"후훗, 이것도 엄연한 일이니까 결과가 잘 나오면 좋은 거죠."
"당연하지. 아이돌 일에 대해서도 좀 더 프로페셔널해지는 거라고. 자. 그럼 유리코는?"
"......"
"유리코?"
"으, 반응이 좋다고 하니까 기쁜데에... 음, 프로듀서가 이걸 다 봤다는 생각이 다시 드니까... 으으..."
"......"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 수고하혔... 아니.. 하셨..."
으음.
"자. 다들 차에 타자. 사무소로 돌아가야지."
"네."
"우와아앗... 프로듀서씨가 또 이쪽을 보셨..."
당연히 보겠지. 차에 태워야 하는데.
으으으으으으으음.
아무튼 나랑 유리코랑 시즈카는 사무소로 다시 돌아갔다. 유리코의 얼굴은 안량과 문추를 베고 돌아온 관우마냥 벌개져서 나에게 말은 한 마디도 안 하고 알 수 없는 눈빛을 계속 보내왔다.
이대로 가다간 유리코의 망상특급호가 탈선해버리는 바람에 백병원마냥 폭! 8! 하게 될 것이다. 이건 특단의 조치말고 답이 없다. 안나를 보러가야겠다.
절대로 안나랑 함꼐 있고 싶다는 사심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다!
아무튼 유리코를 데리고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에선 안나가 게임을 하고 있다가 내가 온 걸 보더니 바로 게임을 멈추고 나에게 달려왔다. 흑흑. 안나 좋아요.
"아. 프로듀서씨... 잘 다녀왔어요..."
"응. 저, 안나. 오자마자 미안한데. 잠시만 내 말 조 들어줄 수 있어?"
"무슨 말이길래...?"
나는 안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응..."
"어, 안나.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안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도 사무실에서 유리코랑 제일 친하니까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한다 같은 건 있지 않아?"
"...유리코씨는 원래 저래."
"음."
"그렇지만... 안나...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1 안나의 아이디어는?
1~33 진정되게 같이 있어준다
34~66 진정되게 당분간 안나랑 둔다
67~99 로코한테 했던 것처럼 대쉬한다
100 당장 옷벗어 임마!
+2 프로듀서의 반응은?
"응?"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유리코의 얼굴이 이제 안량 문추를 잡고 온 관우마냥 붉은 것을 넘어서서 이젠 샤아의 전용기마냥 붉어졌다.
"프로듀서씨... 안나랑은, 손 잡는 것도... 무서워하면서... 로코한테는 잘만 대쉬했잖아..."
"아니, 그, 그건... 무섭다기보단..."
"무서워하는 거... 맞아..."
"그, 하아. 그래. 무서워. 안나는 나에게 너무 소중한 존재니까 막 함부로 건드리는 건 싫어."
"흥..."
"아무튼! 막 유리코한테 대쉬를 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유리코씨가... 지금 충격을 받았으니까... 오히려 충격을 주면 진정될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유리코를..."
"프로듀서는... 유리코씨를 아끼지... 않는 거야...? 담당 아이돌인데...? 애정이 없는 거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당연히 아끼지! 마음 속에 둔다고! 그래도... 지금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안나 너랑 로코밖에 없는걸..."
으음. 이런 말을 해도 괜찮...지 않겠지. 오히려 비련의 여주인공 버프가 걸릴 것이다.
"프로듀서씨... 그... 기쁘긴 한데... 유리코씨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아. 아무튼... 그래. 그래서 프로포즈를 하라고?"
"...으응."
"그래."
나는 뒤로 돌아서 유리코를 바라보았다. 유리코를 바라보고 점점 유리코에게로 다가갔다.
유리코는 내가 다가서자 점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속, 천천히 뒷걸음질치다가 유리코는 벽에 맞닥뜨렸다. 나는 벽에 등을 기댄 유리코를 두 눈으로 지긋이 바라보았다.
"유리코."
"히익!?"
나는 유리코 쪽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유리코를 벽으로 몰아놓고. 어디 못 가게 벽에 기댄 유리코의 머리 바로 옆으로 팔을 뻗었다.
"으... 으으... 프, 프로듀서씨가... 벼... 벽...! 프, 프로듀서씨! 이런 건 정말 위험하다구요! 이러다가 제 마음을 장난처럼 가지고 놀 생각이죠! 그, 그러다가 버릴 생각이죠!?"
"미안하게 되었지만. 난 널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이 없어. 내가 그렇게 드라마틱한 사람도 아닌걸."
"그, 이러다가 정말로 사랑에 빠진다구요! 이... 이러다가... 프로듀서씨... 이러다가..."
"유리코."
"네엣!?"
"그래서, 싫어?"
"싫을 리가 없잖아요!!!"
말을 더듬던 유리코는 날 바라보면서 아무런 막힘없이 말을 시작했다.
"좋아한다구요! 안나쨩이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어서 말은 못했지만 프로듀서씨가 무척이나 좋았다구요! 아니! 지금도 좋단 말이에요! 그런데도 프로듀서씨는 이렇게 막 제 마음을 흔들기나 하고! 이러다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할 건데요!"
"어떡하긴. 내가 책임져야지."
"프로듀서씨...!"
+1 유리코는 진정되었나요?
1~50 예
51~100 아니오
+2 유리코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벽에 몰려있던 유리코는 벽에 뻗어있던 내 팔을 꾸욱 잡았다. 꾸욱 붙잡고는 놓지 않으려고 했다.
"저, 유리코."
"네."
"이제 좀 괜찮아졌어?"
"아마..."
내 시선을 피하던 유리코는 내 팔을 꾸욱 붙잡고 다시 날 평소에 바라보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마... 진정될지도..."
"다행이네."
"프로듀서씨... 안나쨩... 그, 저, 앞으로도! 자, 잘 부탁해요!"
"물론이지."
"당연하잖아... 유리코씨..."
안나는 유리코의 손을 잡았다.
아. 이거 괜찮은 것 맞지? 에이 아니야. 괜찮은 걸로 칠래. 담당 아이돌과 프로듀서간의 관계에 있어서 사랑을 품는 것이 그른 것이라는 건 당연한 원칙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게 안되는 거라면 애초에 난 아웃이었어.
로코랑 안나가 둘 다 좋아하는 만큼, 유리코도 날 좋아하는걸. 어떻게 고개를 저을 수가 있겠어.
그런데 안나가 계속 내 품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저... 안나쨩?"
"...안나, 아무리 유리코씨라도 쉽게 양보할 생각 없으니까."
"아... 음..."
"흐응..."
음.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은 더이상 일도 없겠다. 로코까지 해가지고 셋이서 같이 뭘 하면 좋을텐데. 안나가 좋아하는 게임을 다시 켜야 하나? 음. 일단 로코 얼굴은 보긴 해야지. 일단 자초지종은 설명하든가 해야 하니까?
오늘 심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로코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너무한 것 같긴 하지만...
"그럼 난 잠깐만 어디 갔다올게."
"다녀오세요."
"잘... 다녀와요..."
나는 다시 로코가 로코 아트를 만들던 곳에 돌아왔다. 로코는 거기서 계속 로코 아트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 프로듀서! 웰컴 백이에요!"
"응. 로코. 그, 해야 할 말이 좀 있어."
"프로듀서?"
"왜?"
"페이스를 보니 뭔가 굿 뉴스가 아닌 것 같은데요."
"으음..."
나는 로코에게 자초지종을 전부 다 말했다.
"......"
로코의 반응은 어떨까요?
+2까지
로코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숨을 푹 쉬었다.
"로코가 말했잖아요. 프로듀서는 베리 에고이스틱하다고."
"그래도, 내가 원했다기보단..."
"알아요. 로코는 프로듀서를 언더스탠드 하는 거에요."
안 그래도 안나랑 있던 일 때문에 잔뜩 시무룩할텐데... 음. 가져온 소식이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다 보니까. 시무룩 할만도 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거에요?"
"어떻게 하다니?"
"프로듀서. 프로듀서의 러버가 이제 쓰리에요. 쓰리."
"미안해. 할 말이 없습니다..."
"로코는 이제 기브 업 할 거에요."
로코는 로코 아트를 뒤쪽으로 물리고 나에게로 꾸욱 붙어왔다. 내 등 뒤로 꾸욱 붙어서 기대왔다.
"프로듀서가 로코를 러브하지 않는 건 아니란 건 알아요. 그런데, 그것만으론 로코는 새티스파이 하지 못해요. 안나도 그렇겠죠. 하물며 유리코는요?"
"유리코가 나에게 받아들여달라고 계속 신호를 줬는걸. 난 거절하지 못하겠더라."
"오브 코스에요. 프로듀서는 그 편이 해피할 테니까. 그렇지만, 로코도 델리케이트 하지 않다고는 못하겠지만... 유리코는 매우 델리케이트 하다구요. 어쩌면 로코보다 더."
"그건 그래. 유리코는 무척이나 섬세한 아이니까."
"프로듀서. 로코는, 로코만의 해피니스를 원해서 이런 말을 게 아니에요. 로코만의 해피니스를 원했다면 안나가 한 것처럼 투데이는 로코랑만 같이 있어달라고 하면 되는 거에요. 로코는... 로코는 에브리바디가 행복하면 좋겠어요. 안나도, 로코도, 유리코도, 프로듀서도."
로코는 내 등에 꾸욱 붙은 채로 노란색 팔찌가 있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날 위해서 울어주는 사람의 빈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나는 참 형편없는 사람이 되겠지. 난 로코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런데,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아니야."
"...아니라뇨."
"나도 생각이 있다고. 오늘 해볼까 하는 게 하나 있었어."
"오. 프로듀서. 뭔가 아이디어가 있는 건가요?"
"다같이 안나가 게임을 하는 거야. 그럼 다들 그런 복잡한 건 좀 뒤로 밀쳐두고 다같이 행복하지 않을까?"
"프로듀서. 프로듀서는 그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잖아요."
"괜찮아. 어제부터 시작했어."
"오! 리얼리에요!?"
"나는 하다 베리 시리어스."
로코는 그 말을 듣자 언제 그렇게 축 처졌었는지 등에서 떨어진 뒤 다시 빛나는 눈빛을 나에게 보여줬다.
"와! 프로듀서! 굿이에요! 당장 안나한테 가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로코는 내 손을 잡고 나도 로코의 손을 잡은 채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아! 로코! 아... 안...녕?"
"유리코! 굿 애프터눈이에요!"
"저... 로코... 할 말이 있어..."
"유리코가 프로듀서한테 프로포즈 했단 거요?"
"에, 에!? 반대야!"
"그렇지만 유리코는 맨날 프로듀서를 보면서 러브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무튼! 오늘은 베리 임포턴트한 뉴스가 있어요! 프로듀서가 파티에 합류했단 거에요!"
파티. 파티라. in soviet russia, party finds YOU!!! 기립하시오. 당신도 기립하시오. 음. 게임하다가 이런 드립 치면 안되겠지?
"그런데... 음... 어..."
"안나쨩. 왜?"
"유리코씨랑 먼저 시작하고... 그 다음에 로코까지 낀 채로... 같이 파티를 만들고 나서... 이제 프로듀서씨까지, 끼었잖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딱히 이름이 없는걸...?"
"흐음."
"아, 그렇네. 딱히 이름같은 걸 안 정했으니까."
"뭘로... 정할까?"
+3까지 파티의 이름
주사위가 가장 높은 값으로 정합니다
1~50 토끼공듀들
51~100 765썩은물모임
"오. 어떤 이름인데?"
"토끼공듀들..."
음. 무난한 이름이다. 무난하고 좋다. 게임 길드 치고는 말이지. 문제는 내가 공주는 커녕 하룻밤만 수염을 안 깎아도 턱이 거의 아마존이 되는 남정네라는 것이다. 날 빼고 셋이서만 있었다면 괜찮은 이름 같긴 한데 말이지.
"로코도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 거에요!"
"어떤 이름?"
"Vivid Lily Impression!"
셋의 특징을 정해서 잡은 이름이라. 역시 로코다운 작명 센스다.
"혹시 프로듀서씨는 생각해둔 이름 같은 거 있나요?"
"나?"
내가 네이밍 센스가 별로 좋은 것 같진 않은데. 흠. 안나랑 유리코랑 로코의 캐릭터성에 어울릴법한 이름? 안나가 일단 그 게임에 있어선 일단 닉네임을 대면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라는 네임드랬고, 유리코도 그에 못지 않으니까...
"765 썩은물 모임?"
"음."
"음..."
"흐음."
다들 이름을 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고민만 하고 게임은 시작도 안 할 기세인데.
"좋아. 그러면 가위바위보로 정할래?"
"응..."
"예스에요."
"유리코는 생각해둔 이름 같은 거 있어?"
"어, 전 딱히... 그리고 이름 같은걸 막 생각해내려고 한다고 쳐봐요. 그러다가 스위치가 한번 켜지면 뭔가, 뭔가 제가 주체를 못 할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음음. 자각은 하고 있구나.
"좋아.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안내면 진거!"
"가위!"
"바위!"
"보!"
파티 이름 정하기배 가위바위보. 첫번째는 무승부였다. 나는 가위. 안나는 바위. 로코는 보자기.
"안내면 진거 가위바위보!"
이번엔 안나가 가위를 냈고, 나랑 로코는 보자기를 내서 안나가 이겼다.
"이겼다...!"
"우우. 쏘 클로즈에요."
그렇게 파티의 이름은 토끼공듀들이 되었다. 좋다. 이제부터 내가 공주란 말이지? 프로듀서 공주님이 나가신다. 프로듀서는 이제 프린세스인 거에요. 프로듀서는 후와후와한 마쉬멜로를 즐겨먹는 거에요. 프로듀서는 그저 당신의 칭찬을 듣고 싶었을 뿐이야.
설마 속으로 흉내 좀 냈다고 마츠리 권왕님이 직접 나타나거나 하진 않겠지.
마츠리가 나타난다? 안 나타난다?
1~33 아무 일도 없었다.
34~66 하이호!
67~99 잠시 할 말이 있는 거에요.
100 진실의 방으로.
+2
"음..."
"보통 안나랑 유리코랑 게임을 플레이할 땐 안나네 홈에 가서 했던 것 같아요."
"그렇긴 한데. 안나쨩. 오늘도 괜찮아?"
"으응... 엄마아빠가 오늘도 바쁘셔서... 늦게 오실 거야..."
안나네 부모님이 맞벌이란건 알고 있었지만. 안나가 왜 이리 새삼스럽게도 가여워 보이는 걸까. 안나... 외로웠겠구나.
"그럼 안나쨩네 집에서 할래요?"
"그거 좋겠네."
에이. 나는 참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그렇게 외롭지 말라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인데. 내가 그렇게 걱정을 하면 뭐하자는 거냐구. 그렇게 파티 이름도 정하고, 게임할 정소도 정했겠다. 이제 남은건 게임을 하는 거지.
나는 안나, 로코, 유리코를 데리고 사무실 문을 열어제꼈다.
"아! 프로듀서씨! 하이호!"
이런 세상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마츠리 권왕님... 아니. 공주님이 마침 사무실 앞에 있던 모양이다.
"안녕. 마츠리."
"안녕하세요..."
"굿 애프터눈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다들 표정이 즐거워 보이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던 거에요?"
"그냥 별 건 아니고. 안나가 일 다 끝났으니까 같이 게임 하자고 해서. 마츠리는 무슨 일로 왔어?"
"딱히 큰 일은 아니고. 그냥 슬슬 집에 돌아가볼 참이라서 인사하려고 왔었던 거에요."
"그렇구나."
"안나랑 같이 하는 거라면 역시 파티 플레이인 거죠? 피티 이름은 지었나요?"
"응. 그런데, 으음..."
"파티 이름이요? 토끼공듀들이에요."
"호? 프로듀서씨도 이제 공주의 길에 들어서려는 거에요?"
"그렇지만 파티 이름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안나가 이겼는걸."
"그렇게 프로듀서씨가, 토끼공주가 되었다는 거군요."
"그래."
"흠. 프로듀서씨가 공주라. 흥미로운 거에요. 그럼! 오늘도 수고하신 거에요! 공주듀서씨!"
"......"
공주듀서라니. 사람 별명을 그렇게 짓고... 뿌뿌카한테 옮았나?
+1 70 이상이면 특별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2 본격적으로 안나가 하는 게임을 시작한 프로듀서의 실력은?
1~33 아 이건 좀
34~66 평범한 초보
67~99 생각보다 잘함
100 안나는 천재의 발견에 전율했다
유리코는 그 말을 듣고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런저런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안나랑 로코는 이미 익숙한 건지 그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솔직히 머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말이지. 나도 웃으면 되나?
아무튼 그건 그거고. 이제 슬슬 출발해야지. 나는 극장 앞에 주차한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
차 앞에 서서 차 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안나가 내 팔을 잡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왜, 안나? 혹시 걸어가고 싶어서 그래?"
"으응..."
음. 걸어가는 건 좋지만 차는 다시 가지러 와야 할텐데. 아. 귀찮아...
"안나... 프로듀서씨랑 같이 걸어가는 거... 그, 좋아해요... 그래서..."
이건 반칙이잖아. 안나가 이렇게 나와버리니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가는게 좋대서 걷자고 하는데 차 가지러 가기 귀찮다는 생각이나 하고 자빠졌던 인간이 되었다. 우우. 안나 치사해.
"로코도 어그리하는 거에요!"
"그, 그럼 저도!"
그렇게 유리코까지 합세해서 다들 안나네 집까진 걸어가기로 했다. 안나네 집이 여기서 그리 멀지는 않았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애초에 멀었으면 안나가 걸어가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겠지?
아무튼 안나네 집으로 출발은 했는데. 걸어가는 도중엔 다들 조용했다. 나도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모르겠기도 하거니와 다들 자기가 기꺼이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는 타입은 아니다 보니까.
"......"
그렇게 다들 조용히 걸어가고 있을 적, 안나가 먼저 다가와서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았고, 로코랑 유리코도 이에 질세라 나한테 꼬옥 달라붙어왔다. 음. 확실히 엄청나게 기쁘고, 행복하고, 입꼬리가 붕 떠오르지만, 사람 세명이 달라붙어오니까 좀 불편한 건 역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다지도 좋은 게 아닌가?
나는 그 불편함을 만끽하면서 안나네 집에 도착했다. 안나는 집에 도착했는데도 문을 안 열고 현관문 앞에 서서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응... 프로듀서씨..."
"어, 왜?"
"안나네 집, 비밀번호, 몰라...?"
"다, 당연히 모르지!"
"으음... 전에, 알려주지 않았나...?"
"무, 뭐, 뭐!?"
"안나?"
"안냐짱?"
"에헤헤... 장난이야..."
안나가 한번 진도를 나가고 나니까 슬슬 거리감이 줄어드는 건지, 좀더 거리낌이 없어졌다. 안나 좋아... 그렇지만 이런 장난은 두번 다시 하지 말아줘... 나 진심으로 식겁했다고...
+1 안나의 장난에 대한 로코의 반응은 어떤가요?
+2 안나의 장난에 대한 유리코의 반응은 어떤가요?
@왜 미완성으로 올라갔을까요...
고쳤습니다
날 바라보는 로코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분노하거나 울화가 치밀었다기보단 말 그대로 날 로코나이즈 해버릴 듯한 눈빚이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부끄럽죠. 엄마 아빠. 나는 인기만점.
"로코...?"
"익스큐즈 할 오포튜니티는 드릴게요. 두 텔 하세요. 원. 투 쓰ㄹ..."
"로코! 잠깐만! 아니야! 웨잇!"
"흥."
"그, 그 때... 안나랑 같이 자긴 했지만! 이건 안나가 장난치는 거야! 진짜로!"
"뭐라구요...?"
아.
"프로듀서씨가... 안나쨩이랑... 같이 잤다구요?"
유리코는 내가 안나랑 같이 잔 거 모르고 있었지. 아. 이런 세상에.
"저한텐 안 알려 주셨으면서... 안나쨩이랑 같이 자고..."
"유리코... 그... 그게... 내가 다 설명할게..."
"으으... 역시 프로듀서씾는 정실부인이라고 안나쨩만 편애해... 으으... 역시 난 옴므파탈한테 노려져서 막 휘둘릴 운명인거야..."
안돼. 유리코에게 비련의 여주인공 버프가 걸리기 시작했다.
*비련의 여주인공 버프
망상력이 150% 상승합니다.
주의력이 150% 상승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능력이 150% 감소합니다.
멘탈 내성이 150% 감소합니다.
지금 유리코의 상태를 스테이터스로 나타내면 이 정도일까. 음. 아니야 아니야. 좀 더 조정을... 아. 난 또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안나하고 유리코랑 같이 있더니 게임 좋아하는 거랑 망상하는 것까지 옮았나?
일단 이 난관을 어떻게든 벗어나야지.
"옴므파탈이라니. 나도 그렇게 막 여자 후리고 다닐 만큼 매력이 철철 넘치면 좋겠다! 응?"
"프로듀서. 가슴에 핸드를 얹고 띵킹을 해 보세요. 지금 프로듀서 옆에 몇 명이 있나요?"
"안나랑, 로코 너랑, 유리코..."
"쓰리 피플을 걸프렌드로 만들어 놓고 자기도 챠밍해지고 싶다니."
"프로듀서씨는 욕심쟁이! 바보! 말미잘! 밥먹고 후식으로 먹는 인스턴트 커피!"
후식으로 먹는 인스턴트 커피는 또 뭔데!?
"에헤헤..."
그리고 안나도 나름 쌓인 게 있었는지 뒤에서 내가 곤경에 처한 걸 신나가지고 웃으면서 보고 있다. 흑흑. 그래. 내가 무서워만 하느라 안나한테 좀 신경을 못 쓰긴 했어. 같이 잘 때도 몰래 도망치려고 하고...
"저... 로코... 유리코씨..."
"안나?"
"안나쨩?"
그리고 안나는 로코랑 유리코를 불러서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로코랑 유리코는 그 이야기를 유심히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요. 프로듀서씨!"
"응."
"안나쨩이랑 로코랑 협의를 해서 프로듀서씨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단 결론을 내렸어요!"
"에스에요! 프로듀서는 우리가 애스크하는 것을 무조건 들어줘야만 해요!"
로코랑 유리코가 무엇을 원할까요?
1~33 소원 하나 들어주기!
34~66 날 잡아서 데이트 하기!
67~99 소원 하나 들어주고 날 잡아서 데이트 하기!
100 죽이시오! 반동은 죽어야 합니다!
2표 먼저 나온 쪽으로
"소원을 들어 달라고?"
"네. 그리고 나중에 하루 날 잡아서 데... 데이트..."
소원 하나에 하루 데이트라. 유리코는 데이트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마자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에스에요! 로코하고 데이트도 해주셔애 돼요! 유리코랑도!"
"마, 맞아요! 프, 프로듀서씨랑 데이트... 이건 기회야...! 나나오 유리코! 넌 할 수 있어...!"
"유리코씨... 혼잣말... 다 들려..."
"어, 에? 자, 잠깐! 프로듀서씨! 다 들었어요!"
"못 들은 걸로 할게."
"...! 나, 나 뛰어요!!!"
유리코는 그대로 당장 뛰어서 도망치고 말았고, 결국 내가 간신히 유리코를 쫓아가서 붙잡아야만 했다... 안나네 방에 있을 때도 유리코는 계속 얼굴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거 오늘 안에 게임 한 판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으으으... 프로듀서씨가 다 들었어... 이제 나 시집 못 가..."
"내가 널 훔쳐보기라도 했니? 시집 못 가긴. 이미 수영복 차림까지 다 보여줘놓고선."
"저, 정말! 무드없게 그런 말 하지 말란 말이에요! 하아... 이런 프로듀서씨의 무드없는 모습조차도 좋아보인다니..."
지금이 딱히 무드 잡아야 할 땐 아닌 것 같은데...
"으응... 프로듀서씨. 로코. 유리코씨. 다 됐어."
날 보면서 계속 유리코가 웅얼거릴 적, 안나가 세팅을 마쳤다. 네 명이 한 방에서 같이 할 수 있게.
"안나. 몇 명까지 같이 할 수 있어? "
"응... 아직까진 네 명... 안나, 집에 이런저런 게임이 많아서... 유리코씨가 놀러 올 때... 마미랑 아미도 가끔씩 함께 놀러와가지고... 네 명까진... 같이 할 수 있게 했어요."
안나는 게임을 키고 로그인을 했다. 휘황찬란한 갑주를 입은 캐릭터 위에 있는 Vivid_rabbit이라는 닉네임에서 찬란한 광채가 나는 것 같다. 우리 안나 기특해.
"프로듀서... 이제... 던전 몇개만 더 돌면... 프로듀서도, 전직... 할 수 있어. 초보자 부스트 이벤트가... 있어서... 레벨업이 빨리 될 거에요..."
"오오. 그렇겠는데?"
"그런데... 전직을 한 뒤부턴 컨트롤이 필요해서... 컨트롤이 필요한 던전에... 갈게..."
그렇게 말하고 안나는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가기 시작했다. 산 쪽 방향이다. 보통 깊은 산 쪽에 있는 던전이 위압감이 있긴 하니까.
"안나쨩. 혼자서 프로듀서씨를 데리고 어디 가려고? 프로듀서씨를 독점할 셈이야? 안나쨩. 그렇게 안 봤는데."
"안나. 낫 투데이에요. 로코도 조인하는 거에요."
유리코랑 로코는 날 따라가다가 안나가 향하는 곳을 보곤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어... 정말 거기 데리고 가게?"
"음... 로코는 스테이 백 할게요."
다들 반응이 왜 이러지.
"이 던전은... 솔로 던전이라 안나도... 같이 못 가..."
안나까지 이런 반응이고.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별 일 있을라고. 나는 안나가 데리고 간 던전을 돌기 시작했다.
+2
1~50 한방컷
51~100 안됩니다! 땡!
"으으으음..."
그래도 솔직히 할만은 했다. 이래뵈도 나름 게이머 짬밤이 있다 이말이야. 소싯적엔 게임하면서 밤도 새봤다 이말이야. 지금은 게임하면서 밤을 샐 시간은 둘째치고 그만큼의 체력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아무튼 어찌저찌 잡몹들을 돌파하고 나니까 딱 봐도 '이 안에 보스 있음' 하고 쓰여 있는 듯한 문 앞에 도착했다.
"저 보스는...!"
"프로듀서! 워치 아웃이에요!"
"노 프라블럼."
보스가 나타나는 컷씬이 끝나자마자 보스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림도 없지. 나는 이동기를 활용해서 보스의 공격을 전부 피했다. 비록 초보자 스킬이긴 하지만 이동기가 있고 없고는 천지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스의 공격은 꽤나 화려하고 빈틈도 없지만 거기까지였다. 초보자용 보스인건 맞는 건지, 공격하는 동안에 들어갈 틈이 없는 대신 중간중간 공격을 쉬는 시간이 있었으니까. 그 사이에 들어가서 공격을 하고 뒤로 빠지는 플레이에 취약했다.
뭐야. 괜히 뉴비 겁줄라고 호들갑 떤 거였어?
"오오!"
"프로듀서! 어썸해요!"
"프로듀서씨...!"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머지 셋은 날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프로듀서! 저 보스는 베리 하드하다고요!"
"맞아요! 인터넷에선 던전도 그렇고 보스는 뉴비들의 통곡의 벽으로 통하는 보스에요!"
...안나는 그런 데에 날 데려간 거야?
"저는 처음 할 때 하루종일 걸려서 깼는데..."
"로코는 쓰리 데이즈가 걸렸어요..."
안나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2
1~50 프로듀서를 칭찬한다.
51~100 뉴비는 더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 더 어려운 곳에 데려간다.
"진짜?"
"응...!"
안나는 내 손을 꾸욱 잡았다. 안나까지 이런 반응인 걸 보면 어렵긴 한 곳이었나 보다. 흑흑흑. 안나한테 게임으로 칭찬을 받았어. 안나한테 게임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으음... 프로듀서씨. 이제, 파티 플레이... 같이 할 수 있겠네...!"
"응!!!"
"그럼 안나랑 같이... 파티 플레이... 할래?"
"네!!!!!"
나는 이번에도 안나에게 이끌려서 한 던전에 들어갔다. 이번 던전은 바다쪽에 있는 던전이었다.
"에!? 안나쨩!? 진짜 거기 갈 거야!?"
"어... 로코는 그 초이스는 별로라고 생각하는데요..."
대체 이번엔 또 어떻길래 이런 반응이지? 이번에도 뉴비 겁주기인가. 낄낄낄.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나아아아아는 무려 사우디아라비아 지층 속 원유만큼 고인 Vivid_rabbit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다.
"프로듀서씨...! 조심해...!"
"엣?"
그리고 나는 던전에 들어간 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죽고 말았다.
"뭐, 뭐지?"
"그 던전, 프로듀서씨가 가기엔 많이 어려울 텐데..."
"안나. 지금 고레벨 던전에 날 데려간 거야?"
"아니..."
"노에요. 디스 던전은 장비와 레벨로 인크리즈하는 능력치의 리미트가 있어요. 그래서 그 이상의 수준이 되더라도 능력치는 최대치로 픽스드되는 거에요."
"안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깨고 있는데?"
"안나는 익스퍼트니까요... 로코는 기브 업 했어요."
"저도 이 던전은 안나쨩이랑 같이 하는 게 아니면 어려워서 못 해요..."
유리코도 수준급 랭커까진 아니라도 꽤나 이 게임에 조예가 깊은 게 아니었나? 그런 유리코도 솔플을 못 하는 던전에 날 데려간 거야?
"음... 프로듀서씨라도, 벌써 여길 클리어하는건 무리였나..."
"어, 안나. 여기가 원래 그만큼 어려운 던전이야?"
"응... 아까 들었겠지만, 유리코씨도... 아직 솔플은 못 하고 있어..."
"그런 곳을 내가 돌라는 거였어?"
"원래... 뉴비는 강하게 키우는 거야... 컨트롤은... 죽을 수록... 익숙해지는 거야..."
게이머로서의 나를 돌아보자면 그건 분명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상승폭이 높지 않나? 음. 생각해보니까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는데.
"맞다. 안나. 나 전직은 언제 해?"
"아... 맞다... 전직은... 저기 가면 할 수 있어... 이제 프로듀서씨도... 레벨이 되니까 가능할 거야..."
"저는 안나쨩을 서포트하는 쪽이에요! 연계 기술이나 주위를 엄호해주는 쪽으로!"
"로코는 소드맨이에요! 그런데 이제 인텔리전스를 곁들인."
"직업은... 어떤 걸로 할 거야...?"
유리코는 안나를 서포팅하는 역할. 로코는 지능 찍은 검사. 팀에 탱커가 없네. 음. 뭘 해야 할까?
+2
1~33 탱커
34~66 딜러
67~99 힐러
100 난 초보자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힐러도 없구나. 힐러라. 힐러? 탱커? 힐러? 음. 탱커는 없어도 유리코의 서포트로 커버가 될 지 모르지만, 힐러가 없으면 죄다 말라죽겠지. 좋아. 나는 힐러로 간다.
"직업? 힐러로 해야지."
"힐러...?"
"응."
"음. 인토레스팅이에요."
"프로듀서씨! 좋은 선택이에요! 저도 안나쨩이랑 로코를 혼자서 보조하는데 좀 힘에 부치긴 했거든요!"
유리코는 눈을 빛내면서 서포터 동지가 늘어난 걸 기뻐하는 듯 보였다. 오오. 뒤에서 묵묵히 주인공을 보좌하는 길. 오오. 그것은 인생. 그것은 외로움.
"유리코. 딜 욕심만 어 리틀 레스해도 파티 플레이가 훨씬 더 컴포터블 해질거라고 안나가... 읍읍..."
"아하하하... 딜 욕심이라니. 내, 내가 언제?"
은 유리코도 딜뽕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으으음. 팀을 보좌해야 할 역할을 맡은 사람이 딜뽕에 취했다라... 머릿속 한켠에서 기억이 떠오른다. 13데스 카라짐... 주문도둑검 500골드 15분에 다 쌓은 유성 럭스...
"유리코씨... 아니야. 유리코씨라면, 딜 마음껏... 넣어도 돼..."
"어, 안나? 하지만 라스트 위크에 분명..."
"으으음... 그렇게 말했던건... 사실이긴 하지만... 유리코씨라면... 하고 싶은대로 해도 돼..."
이건 유리코를 배려해주는건가 맥이는 건가. 안나도 유리코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줄 만큼 좀 쌓인 게 있었나? 그냥 유리코씨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맘대로 할거면서 뭘 물어봐요. 네에네에. 유리코씨 플레이가 다 맞아요.
"힐러로 할 거라면... 전직 장소에 가서... 음..."
힐러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 건지. 안나는 어떤 직업을 추천해야 할까 고민하는 듯 보였다. 한번에 많은 힐을 주는 컨셉이면 그만큼 마나 소모량이 많거나 쿨타임이 길겠지. 그 반대로 힐을 천천하고 꾸준히 주는 컨셉이라면 힐량이 적더라도 그 반대가 적용될테고. 폭힐 대 도트힐이라.
도트힐...? 생각해보니까 dot는 데미지 오버 타임인데. 데미지가 포함된 단어 뒤에 힐을 붙이는게 맞는 건가?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는... 어떤 컨셉이 좋아...?"
"컨셉?"
"응..."
탑랭커 비비드래빗께서 성능보다 컨셉을 먼저 질문해왔다. 역시 성능보다 중요한건 컨셉이다 이것인가.
솔직히 컨셉이라면 나도 그냥 딜뽕에 취하는게 최고긴 한데. 아ㅋㅋㅋㅋ 철권 카라짐은 못 참지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ㅋㅋㅋ 선루덴 유성 서폿럭스는 못 참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나도 유리코처럼 딜과 힐을 같이 병행할 수 있는게 좋긴 한데."
"으으으음..."
안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나? 음... 나는 참아야 하는가. 소중한 담당 아이돌을 위해서.
"그래도... 서포팅 역할이... 두명이면... 확실히 도움이 되니까... 으응. 프로듀서씨... 이걸로 하면 좋을 것 같아..."
안나가 추천한 직업은 무엇일까요?
+1
1~33 힐 비중 75% 딜 비중 25% 정도의 수도사
34~66 힐 비중 반 딜 비중 반 정도의 음유시인
67~99 힐 비중 25% 딜 비중 75% 정도의 성기사
100 그냥 딜러
"유리코랑 같은 클래스네요!"
"오! 그럼 우리는 이제부터 동지인가요!?"
"언젠 동지가 아니었던 것 처럼 말하니?"
"프로듀서씨...!"
유리코는 그 말을 듣고 감명을 받은 건지 눈을 반짝거리며 날 보고 있다. 아니. 유리코씨. 일단 게임 이전에 우리는 같은 곳에서 몸을 담고 일하고 있잖아요. 그게 동지가 아님 뭐라고. 어깨동무 어깨동무. 친구 내친구야.
"좋다. 바로 간다. 딱 기다려라."
나는 안나가 길을 알려주기도 전에 먼저 전직 장소로 가기 시작했다. 이건 굳이 안나가 알려줄 필요 없이 지도에 나와있었으니까.
"프로듀서! 잠깐 웨잇이에요!"
"같이 가요!"
"하하하하. 이제부터 내가 팀의 체력을 책임진다."
내가 누구냐? 바로 성기사다. 인간 성기사! 뿌뿌뿡! 나는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대화는 그냥 보지도 않고 넘긴 채로 바로 성기사로 전직했다.
"프로듀서씨는 대화 같은 건 잘 안 보는 편인가요?"
"음,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은 스토리나 대화를 보는 게 묘미라고 생각을 하지만... 프로듀서씨가 그런 게 취향이라면요."
"맞아...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사람마다 달라..."
"로코도 어그리하는 거에요."
미안하지만 나는 성질이 매우 급해. 거의 염단장급이야. 물론 게임 한정이긴 하지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겠네요!"
"응... 그 전까진... 프로듀서씨가... 직업이 없었으니까..."
"프로듀서! 어서 파티에 조인하는 거에요!"
안나랑 유리코가 파티 초대장을 보내기 이전에 로코가 한 발 더 빨리 파티 초대장을 보내왔다. 나는 기꺼이 예를 눌렀고.
"이제 프로듀서씨도 정식으로!"
"우리 파티의... 일원..."
"콩그레츄레이션이에요!!!"
"와아아아!"
예아아아아. 베리 신나는군. 그럼 이제 슬슬 던전도 가야 하는데. 던전은 어디로 가면 좋지? 음. 안나가 알아서 골라주겠지.
안나가 고른 던전은?
+1
1~33 적당하게 초심자용 던전에 가자
34~66 평소처럼 로코랑 같이 할 때 돌았던 중급자용 던전으로 가자.
67~99 뉴비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유리코랑 둘이서 할 때만 도는 곳으로 간다.
100 안나가 평소에 솔플하는 곳으로 보낸다.
"어, 에? 하지만 거긴 로코랑도 아직 안 가보지 않았어?"
"프로듀서씨는... 으음... 거기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야..."
"로코는 아직 네버 엔터했던 던전이요?"
"응..."
탑랭커 비비드래빗의 지론. 뉴비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음. 괜찮은 건가. 아니 안나가 날 보고 대놓고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긴 했지만, 그 칭찬이 이렇게 돌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안나는 그리핀 탈것을 불러서 나랑 로코랑 유리코를 데리고 저기 멀리 있는 화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화산... 그동안의 던전은 그냥 산이랑 바다였는데 이번엔 화산을 간다고 한다. 게임에서 용암이나 화산 같은 것들은 대부분 후반에 많이 나오는. 이건 마리오 담배피던 시절부터 정립된 일종의 국룰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아직은 던전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긴장이 절로 된다.
"도착했어..."
도착했어! 포켓몬 리그장... 왜 오늘따라 주체를 못하고 이런저런 괴상한 농담이 자꾸 나오고 있는 거지. 지금 내 옆에 있는 귀엽고 아리따운 아이들이 내 머릿속을 읽을 수 없다는게 참 다행이다. 초능력자인 타카네나 뿌뿌카였으면 큰일날 뻔했어.
"프로듀서씨... 로코... 가기 전에, 이거 먹어야 해..."
"오오..."
"히트 레지스트 포션?"
"응... 유리코씨랑... 안나는... 장비에 화염 저항 인챈트까지 있으니까... 열기 저항 포션은 안 마셔도 괜찮아..."
흑흑흑. 미리 준비해놨구나... 흑흑흑흑. 안나는 얼마나 친절하고 착한 아이란 말인가. 이게 그 소매넣기인가 하는 그건가.
잠깐. 그럼 열기 저항 포션까지 미리 준비해놓았다면 안나는 이런 상황까지 미리 계산해놓은 건가? 와아아아! 안나 똑똑해! 안나 짱똑똑해! 아! 안나 예뻐! 안나 귀여워! 안나 좋아! 안나 좋아!!!
"안나 좋아..."
"익스큐즈 미?"
"에?"
아.
유리코 "+1"
로코 "+2"
하지만 그래서 좋은 걸지도...
로코 말 재앵커 받습니다
"어, 음..."
"슉. 슈슉. 슉. 슈슉. 쉣. 슉. 슉. 슈슉. 쉣. 슉. 슈슉."
내가 무언가를 잘못 들은 것 같은데. 아니야. 로코가 그런 불건전한 단어를 입에 담을 리가 없지. 음. 없고말고.
"후후후..."
안나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면서 던전에 들어갔다. 나도, 유리코도, 로코도 같이 안나를 따라 던전에 들어갔다.
"으악!"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는데 캐릭터의 비명소리가 계속 들리다가 내 회면은 한방에 흑백이 되었다.
"...프로듀서씨. 포션 안 마셨어."
아. 프리ㅁ... 아니. 프로듀서. 이 바보.
"아. 베리 리타드했다. 안나. 부활은 얼마나 있다가 돼?"
"원래라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는데... 유리코씨가, 부활시켜줄 수 있어..."
"......"
유리코는 뭔가 오묘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냥 좀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거라고.
아무튼 이번엔 부활하자마자 포션을 마셔서 즉사하는건 면했다. 그 대산 체력이 20퍼센트정도는 깎이긴 했지만,
"자. 이번엔 진짜로 간다. 비빗또 이쿠요!"
"그거... 안나 대사인데..."
"라이브노 로코카라! 메요 하나사나이데 쿠다사이네!"
"다, 다이죠부데스! 이키마스!"
우리는 기합을 외치며. 이번에는 진짜로 들어갔다. 주변 풍경을 보니 엔드 컨텐츠는 엔드 컨텐츠인지 던전 내부의 생김새부터가 전까지 갔던 던전들과는 활실히 달랐다. 내가 로코처럼 예술에 조예가 있는 건 아니라 근사한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지만 확실히 내부에서부터 위압감이 느껴졌다.
"프로듀서씨. 조심해. 이 앞에는 플레임 글라이더가 나오거든. 방심하면 공중에서 날아오는거 못 피하고 순식간에 당할 수 있으니까."
안나는 본격적으로 스위치가 켜지려고 하는 건지 말이 갑자기 청산유수다. 바보털도 살짝 올라갈락말락 하고있고. 아. 귀여워.
"우왓! 안나! 헬프에요!"
"감히 로코를 공격했겠다! 어림도 없지! 릴리나이트씨!"
이런 세상에! 말 끝에 느낌표가 붙고 유리코를 릴리나이트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이 광경을 실제로 볼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아! 이런 거 하나하나가 다 좋아! 아리사의 마음이 이해될 것 같아!
"샤이닝 카운터! 프로듀서씨! 프로듀서씨도 지원해주세요!"
"으, 응!"
나, 나도 기술 이름을 외치면서 싸워야 하나...?
"비비드 래빗! 간다! 샤이닝 휠즈!"
"......"
"......"
"......"
아니... 이번엔 또 왜...
"왜 내가 하니까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거야!?"
"그, 프로듀서씨...."
"우리 생각보다 엄청 몰입하고 있구나 싶어서..."
"어, 베, 베리 패셔너블한 애티듀드에요!"
내 기합을 듣고 안나의 바보털이 푹 수그러든건지. 안나는 오프 모드가 되어있었다.
아. 갑자기 도망치고 싶다.
+1 안나는 앞으로도 프로듀서가 과몰입할때마다 온모드가 끊어지나요?
1~33 네
34~66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67~99 아니오
100 765에서는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오프모드로 만듭니다!!!
+2 프로듀서의 닉네임은?
"내 닉네임이 어때서. 공주 컨셉이라 그렇게 지었는데."
아직 말 안 했던가? 내 닉네임은 '^쁘띠꽁쮸^' 다.
"아무리 띵킹해도 뭔가 로코는 언더스탠딩하기에 좀 타임이 필요할 듯한 네이밍 센스에요."
"......"
안나는 아예 스위치가 꺼졌는지 묵묵히 컨트롤만 하고 있었다.
"음... 프로듀서씨가 그 와일드한 목소리로 [쁘띠꽁쮸 오의!] 같은걸 외친다고 생각하면..."
"닉네임이 이런게 죄는 아니잖아."
"죄는 아니죠..."
"음... 그렇지만, 안나는 솔직히 좀... 그래..."
아.
"뭔가 핸섬한 닉네임으로 체인지하는 건 어떤가요?"
"아무리 그래도 파티가 공주 컨셉인데. 컨셉을 어길 순 없다 이말이야."
"어..."
"허..."
"음..."
그렇게 분위기가 다운되어있는 순간 적의 공격이 날아왔고난 그대로 뻗었다. 에에에에에잇! 아니 이거 그냥 못해먹겠네. 마츠리는 공주 노릇을 어떻게 잘도 하는 거지. 피지컬은 어쩌면 나보다도 좋...
[호?]
"...!?!?"
"어?"
"프로듀서?"
"갑자기... 왜...?"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음. 아무것도 아니지. 아니고말고. 하하. 하하하하.
그리고 아직 엔드 컨텐츠는 일렀던 건지 로코랑 나는 결국 뻗어버렸고 던전은 유리코랑 안나 둘이서만 돌다시피 했다.
"음... 수고... 했어요..."
"......"
"......"
"......"
다들 아무 말이 없다.
"...나 닉네임 다시 지을까?"
"네!"
"에스에요!"
"응...!"
나름 생각해서 지은 닉네임인데 이러면 좀 섭한데.
"그럼 닉네임은 그냥 '프로듀서'라고 바꿀게."
"투 심플한데요."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냥 게임 닉네임도 같이 프로듀서라고 통일하는 편이 헷갈리지 않고 좋을 것 같은데."
"음..."
1~34 게임 닉네임을 프로듀서 그대로 한다
34~66 프로듀서가 다시 닉네임을 짓지만 충격적인 센스를 보여준다
67~99 프로듀서가 다시 닉네임을 짓고 다들 만족한다
100 타카기 사장이 난입해서 닉네임을 지어준다
+2
"안나는... 음..."
안나는 잠시 두리번거리면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안나는...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럼 로코는?"
로코는 갑자기 쭉 달라붙어오며 말했다.
"로코는 서제스트할 닉네임이 하나 있는 거에요! 하트 오브 아티스트에요! 어때요! 삘이 바로 오지 않나요?"
"기각..."
"에엥!?"
"예술가의... 심장이라니... 플레이어가 아니고... 무슨 아이템 이름 같잖아..."
"힝."
"그리고 너무 사심이 들어간 것 같다고. 지금 안나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걸랑요?"
안나가 어째 나한테 달라붙은 로코랑 나를 보며 언제든지 다시 비빗또해질 것만 같은 눈빛을 하고 있다.
"어때요! 안나가 프로듀서랑 제일 친하면서! 닉네임 정도는 로코한테 핸드 오버 해도 오케이잖아요!"
"기각이야... 그러는 로코는 로코 아트 만들때마다... 프로듀서 불러서 같이 있으면서..."
"아, 헤헷!"
"음. 그럼 유리코는 어떄?"
"프로듀서씨의 닉네임... 나는 백합의 기사고, 안나쨩은 선명한 토끼, 그리고... 음... 선풍의 용사? 아니. 아니야. 황혼? 아니... 음..."
"기각."
"에엑!? 아직 못 정했어요!"
"기각이야. 안봐도 중2병스럽고 부끄러운 닉네임일거잖아."
"자신을 쁘띠꽁쮸라고 하는건 부끄럽지 않고요?"
"그래서 바꿨잖아. 그리고 자신을 공주라고 하는게 부끄럽지 않냐고 하는 그거 누가 들으면 큰일난다."
"힝."
결국 내 닉네임은 프로듀서로 굳혀졌다. 그리고 대충 시간도 많이 흘렀고, 오늘은 다들 지친것 같으니. 이만 해산해볼까.
"그럼 오늘은 이만 해산할까?"
"으응..."
"후아암... 예스에요."
"음, 안나쨩. 나는 좀 더 같이 있어도 될까?"
"몇 번 더 돌아보게?"
"응! 저번처럼 또 좋은 거 나올지도 모르잖아?"
"으음... 그래."
안나는 로코를 지긋이 쳐다봤고, 로코도 안나에게 질세라 안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안나는 로코의 눈빛을 보고는 눈을 잠시 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리코씨는... 안나랑 더 하고 싶은가봐... 로코랑... 프로듀서씨는... 먼저 들어가도 괜찮아..."
"안나. 유리코. 그럼 굿나잇이에요."
"프로듀서씨! 안녕히 가세요! 로코! 잘 가!"
나는 로코랑 둘이서 안나네 집을 나섰다.
"......"
로코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왔다.
+3까지 더 많은쪽
1:쿠로이 사장 "아이돌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
2~50:프로듀서 "...로코. 나 오늘은 좀 안 바빠."
51~99:로코 "저, 프로듀서. 오늘은 좀 비지한가요?"
100:타카기 사장 "둘이서 당장 껴안지 못할까!"
@ 한섭 섭종으로 정신이 나갔었습니다.
한달동안요.
앞으로도 나가있을것 같아요.
"...아니."
로코는 무언가 올라오는 말이 있어도 입 뒤로는 나오지 못하는 건지. 입술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내 손에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배배 꼬고는 우물쭈물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겠지. 말 안해도 무슨 말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로코한테서 직접 듣고 싶었으니까.
"프로듀서... 로코랑 데이트... 해줄거요?"
"응."
"로코의 위시... 그랜트해줄 거에요?"
"당연하지."
내가 마음 속에 품고 다니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 해주겠니.
눈을 감아도 보이고 떠도 보이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몇날며칠을 웃고만 살 수도 있고, 울고만 살 수도 있는걸.
"...라잇 나우라도요?"
"...응."
"프로듀서..."
로코는 내 손을 좀 더 꼬옥 잡았다. 꼬옥 잡은 채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코의 눈빛이 평소보다 묘하게 철렁이고 있었다.
내가 로코를 보는 눈빛도 그렇겠지. 아니, 내 눈빛도 철렁이고 있어. 나는 나에 대한 것은 조금만큼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이번만큼은 알 수 있다.
"프로듀서는..."
"로코, 내가 좋아?"
"...오브 코스에요."
"말 끊어서 미안해. 하지만, 내가 먼저 안 물어보면 뭔가, 뭔가 내 쪽에서 못 견딜 것 같아서."
"저... 프로듀서. 투나잇은 프로듀서네 홈에서 슬립하고 싶어요."
"괜찮아...?"
"...부모님한테는 안나네 홈에서 슬립하고 온다고 말해뒀으니까요."
"로코는 똑똑하네."
"스마트하다뇨..."
+2
1~50:프로듀서 이야기
51~100:로코 이야기
@정말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나간 정신이 돌아왔어요. 언젠가 또 나간 정신이 돌아오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내가...?"
"어, 그야 프로듀스를 하려면 비즈니스에 대한 널릿지가 머치해야 한 거 아닌가요?"
"그렇다고는 해도..."
로코랑 나는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밤이 돼서 슬슬 공기가찰 법도 한 데 로코의 손은 점점 더 따뜻해져만 갔다.
"그, 그리고... 프로듀서는... 로코 아트를 언더스탠드해주는... 얼마 안 되는 퍼슨이니까..."
"로코 아트를 이해해준다니...?"
"...잠시만 띵킹할 타임을 주실래요?"
"응..."
로코는 집에 가는 동안, 아니,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내 손을 놓아주지 않을 것 처럼 꼬옥 잡고 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로코의 손을 잡고 놓고 싶지 않았다.
"...저, 이제 나름대로 정리된 것 같아요. 프로듀서는 로코 아트에서 필한 인스피레이션을 확실히 말해주잖아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느껴질땐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고 말하고, 모르겠다고 할 땐 그냥 모르겠다고 하고..."
"그게 임포턴트한 거에요!"
로코는 내 손을 꽉 잡으며 글썽이는 눈을 내게서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물이 살짝살짝 내 손등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바라보기에는 너무나도 반짝이고 맑은 눈빛이다. 이 눈빛을 좀 만 더 바라보며 이것저것 말하다가는 나도 울어버릴 것 같다.
"프로듀서는 어찌됐던 솔직하게 임프레션을 말해주잖아요. 필링이 오면 필링이 온다고 해주잖아요."
"그거야..."
"로코도 솔직하게 말할게요. 그동안 로코에게 프로듀서만큼 솔직하게 대해주는 퍼슨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애들도 솔직하게 말해주잖아. 안나나 아니면 다른 애들도"
"그래요. 시어터의 다들... 그러니까, 시어터에 있는... 로코의... 그..."
"친구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거야?"
"아니에요! 그... 로코의, 프, 프렌즈도 로코 아트를 시리어스하게 대해주는걸요. 그래도... 시어터의 프렌즈는 프로듀서가 있어서 만날 수 있었단 말이에요. 그리고..."
"로코오..."
로코가 덜덜 떨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가만히 서있고 싶지 않았다. 욕심을 부려서 로코를 확 끌어안고 싶었다. 푹신푹신한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싶었다. 로코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로코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싶었다.
"로코는, 로코는,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정말 론리했을 거에요. 매일 밤에 베드에 누워서 크라이했을지도 몰라요. 언해피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리고..."
로코는 무엇인가 말을 더 잇고 싶은건지 그리고라는 한 단어만을 말했다. 로코가 말하는 그 한 단어는 계속 이어지다가, 점점 더 느려지더니, 이윽고 멈췄다.
"...쏘리에요. 로코의 하트는 풀 오브 이모션이라서 버스트 할 것 같은데, 프로듀서에게 스피크 할 수가 없어요."
"아니야."
"프로듀서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로코의 이모션이. 로코의 하트가..."
"충분히 젼해졌어. 나는..."
+1
1~33:나는 로코의 프로듀서니까
34~66: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마음은 나도 아니까
67~99:그동안 로코랑 계속 함께해왔으니까
100:엉엉엉엉로코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2 로코의 반응
@로코 좋아요
로코가 좋아요 엉엉
내용 조금 수정했어요
"프로듀서어..."
"...나는 로코랑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
"프로듀서, 흑, 로코는..."
"로코도... 로코도, 나랑 같이 있으면 행복해?"
"훌쩍..."
로코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코가 흘리는 눈물이 계속해서 내 손등을 타고 흘러내리고, 흘러내린다.
온기에 손등이 타들어갈것 같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나는, 그... 이미 새삼스러울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로코가... 로코가 좋...아..."
"프로듀서... 흑... 히끅...!"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참고 싶지도 않았다. 내 마음을 한곳에 묶어두고 싶지도 않았고, 가만히 있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로코를 꽉 끌어안고는 내 어깻죽지에 로코의 얼굴을 갖다댔다. 로코의 녹아내릴듯한 눈물이 어깨로 흘러내려서, 나도 살짝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로코가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그런 건 이매진하지 말았으면 해요."
"로코가 없었다면 나도 엄청 외롭고, 사람들한테 다가가지도 못했을 거야. 붙임성도 없고... 로코가 없었다면... 난 힘들었을 거야. 고마워... 훌쩍..."
"프로듀서... 크라잉하는 거에요?"
"...내가 널 위해서가 아니면 누굴 위해서 우는데."
"프로듀서가... 로코 때문에 크라잉... 프로듀서도 로코랑 같은 하트... 프, 프로듀서어어..."
"로코... 좋아해, 훌쩍, 로코. 좋아해..."
"아, 프, 프로듀서어... 프로듀서어어어어어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실컷 울고 나서 무엇을 할까요?
+2
바다를 보러 간다거나?
그래. 울었다. 그냥 울었다. 그냥 엉엉 울었다.
"훌쩍... 프로듀서..."
"응... 나 여기 있어... 흑."
그렇게 훌쩍이며 잠시동안 부둥켜안았다.
...나 얼굴이 너무 난장판일텐데. 좀 세수라도 하고 안았어야 했을 것 같다. 이대로면 로코의 아티스트한 옷이 다 젖었을 거 아니야.
로코한테 괜찮냐고 물어는 봐야지.
"저, 로코. 괜찮아?"
"...단순히 오케이가 아니에요. 로코는 지금 엄청 기ㅃ... 아니. 말로는 못 할 만큼 베리 해피하다구요."
"그게 아니고... 음. 로코. 옷이 좀 더러워졌는데, 괜찮아?"
"더티하지 않아요."
"그치만..."
"더티하지 않다구요."
어느새 울음을 그친 로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안겨왔다.
나도, 나도 그렇게 몸을 맡겨오는 로코를 마음껏 품었다. 그래. 그런게 뭐가 중요하다고.
잠깐 눈을 감으니 로코의 품이 따뜻해서 그대로 기대고, 잠들 것만 같다.
"저, 프로듀서."
"응."
"그... 로코의 하트는 제대로 전해졌다고... 로코는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 프로듀서..."
"나도 로코가 좋아."
"...단순한 워드라면 이미 여러번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
그래. 단순한 말이라면 이미 몇 번이고 했지. 생각해보니 안나네 집에는 놀러가기까지 했는데...
"혹시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
"네?"
"지금은 시간 남으니까 가고 샆은데 있으면 같이 가자."
이럴 땐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데 말이지.
+2
1~33 일단 멋진 곳에 놀러가보자
34~66 프로듀서네 집에 초대해달라고 한다
67~99 로코네 집에 가자고 한다
100 단번에 퍼펙트 커뮤니케이션으로 로코 아트 감상회를 연다
물론 로코 아트 감상회는 무조건 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