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똘망똘망한 아이돌들과 함께 일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무대에 오르며 점점 눈부시게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들을 보면서 매일매일이 보람찬 하루의 연속이었다. 나는 야근도 감내하며 그녀들의 서포트가 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일을 해왔다. 때로는 힘들때도 있지만, 아이돌들이 꺄르르 웃으며 고맙다고 할때면 고된 마음도 사르르 녹곤 하였다.
그렇게 나의 프로듀서로서의 생활은 이대로 쭉 순탄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생각은, 2주전부터 거대한 암초를 만나 송두리째 뽑히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재앙이라 부를만한 일이었다.
...
2주전 어느날, 그날도 평소와 다름이 없이 평온한 날이었다. 밤새 야근을 해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지만, 이미 완벽하게 회사의 노예가 된 나는 '이 정도 쯤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미사키 "프로듀서 씨? 눈이 아프신가요?"
P "예?"
미사키 "아까부터 눈을 계속 비비세요. 계속 하품도 하시고..."
P "...아, 그런가요. 별일 아니에요"
나는 또 눈이 부었나 싶어서 눈을 더욱 세게 비볐다. 미사키가 뭐라고 걱정을 해줬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미사키는 어디로 가버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안나가 혼자 나에게 다가왔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언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안나 "프로듀서 씨... 바빠...?"
P "응, 왜? 무슨 일 있어?"
안나 "그게... 있잖아요... 안나... 저번에 말씀해주신 그 부분... 생각해... 봤는데요..."
P "응? 그 부분...?"
내가 전혀 모르는 소리인 것처럼 반응하자, 안나는 움찔 놀라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 "아...... 기...억... 안나시는구나..." 추욱
P "...아, 아니! 기, 기억이 날 것 같아! 안나쨩의 일인데 기억이 안날리가 없지! 하하!"
나의 말에 안나는 다시 얼굴이 환해졌다. 물론 기억이 나진 않았다. 안나의 일이라면 내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무엇이지?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안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기억을 최대한 짜내보았다. 밤을 세서 그런지 기억이 뿌옇게 흐릿했다. 눈도 뻑뻑한지 시야도 흐릿하고 몽롱했다.
P "으음...? 아니, 아니아니 그건... 으흠...?" 갸웃
안나 "(불안한듯 꼼지락거리며) ......"
무엇이더라...? 그래... 분명... 안나의 보들보들한... 토끼 귀였나...?
P "......" 꾸벅
안나 "......?"
P "......" 꾸벅
안나 "저... 저기....... 프....... 로............ 듀..........."
안나가 날 부르는 것 같았다. 아니, 날 부르는 게 맞을까? 점점 안나의 목소리가 고장난 비디오테이프처럼 길게 늘어졌다. 안나의 모습이 점점 뒤틀리더니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아니, 안나는 토끼일텐데...? 아니? 여긴 어디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더니, 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미사키가 날 깨우고 있었다.
P "...에? 미사키 씨...? 안나는요?"
미사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나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졸아버렸나? 나는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오가 내 멱살을 잡으며 뭐라뭐라고 하고 있었다.
나오 "무슨 일이고! 울지만 말고, 제대로 말해삐라! 안나랑 대체 무신 일이 있었던 기고!"
나오가 멱살을 잡고 흔들자 내 머리가 용수철처럼 마구 흔들렸다.
P "나... 나 사실은..."
나오 "사실 뭐! 대체 믄데?! 퍼뜩 말하라 안카나!!"
P "......"
나는 나오에게 진실을 말했다. 그래 그 날 이후로부터, 나는 안나와 가급적이면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든 자신 혼자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안나와 대화를 하면... 졸음이 쏟아졌다...
...
오늘 아침, 나오와 유리코, 그리고 안나 세 사람의 그룹이 결성되는 날이었다. 마침 안나가 일찍 와있어서 미리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
안나 "......프...로듀서... 오늘은... 안... 피곤해...?"
안나의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말에 조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어제는 분명 휴일이었고, 나 또한 집에서 뒹굴거리며 잘 수 있을만큼 푹 잤다. 나는 가슴을 펴고 말했다.
P "음! 컨디션은 최고야! 이대로면 3일동안 밤을 세도 괜찮겠는걸?"
안나는 그 말에 얼굴이 환해져서 이것저것을 이야기했다.
안나 "새 유닛..... 컨셉이랑... 노래... 빨리 듣고 싶어..."
P "그렇지 그렇지! 이번에 말이지, 무려 단독 콘서트까지 예정되어 있다구!"
안나는 눈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안나 "정말...? 안나 기뻐..."
안나의 포근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신이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안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안나 "의상... 맘에 들어... 그런데..."
P "엇? 혹시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어?"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나 "아니... 하지만... 그... 나오 씨는... 안나보다 키가... 크니까... 이... 의상을.... 입었을 때....... 조금 균형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P "......."
나긋나긋하고 포근한 안나의 말이 오뉴월 햇살처럼 반짝반짝 나를 적셨다.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안나의 말이... 느려졌다...?
안나 "유리......코... 씨는... 좀 더... 밝은... 의상... 역.... 시.... 화.... 이........."
P '어라...? 어라라.......? 왜...... 말이 끝나지... 않는 거지....?"
P "저어어기...."
안나 "프으으....로오오오.... 듀우우...서어어....?"
나는 미칠듯한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필름은 거기서 끊겼다.
...
나오에게 이야기 한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나오는 황당하다는듯 나를 보았다.
P "......"
나오 "...그게 무신 말이가? 졸아버렸다 그 말이야?"
P "아마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나가 나를 흔들어 깨우면서 울먹이고 있었으니까..."
나오 "그게 무슨 무책임한 소리가! 방금까지 둘이서 대화를 나눴던 것도 기억을 못한다 이말이가?!"
P "난... 난...!"
난 나오에게 지난 2주동안 있었던 일을 다 알려주었다. 말 그대로, 안나의 말만 들으면 졸음이 쏟아져 잠을 자버렸다. 안나의 말만 들으면, 마음이 풀어지고 눈이 무거워졌다. 심지어 같이 서서 걸어갈때 조차도 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면서 걸어갔던 적도 있었다. 나는 몇번이고 안나에게 사과했다. 안나도 처음에는 나를 걱정해 주었다. 잠을 못자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잠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혀 피곤하지 않은 날에도, 막 일어난 아침에도 안나의 목소리만 들으면, 바로 고개가 고꾸라지고 잠에 빠져 쿨쿨대는 것이었다. 안나는 그래도 날 믿어주었다 .하지만 오늘, 드리어 안나가 터져버린 것이다.
나는 고개를 파묻고, 그대로 모든 신경이 정지되었다. 잠깐이지만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달콤하고 행복한 꿈이었는데...?
P "......." 꾸벅꾸벅
P ".......?"
P "헉?!" 화들짝
P "여, 여기 어디야?! 아, 안나! 안나?!"
안나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나는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P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어, 어디까지 했더라...? 잠깐 전략을 생각하느라..."
안나 "......"
P "아, 아니야! 잔 거 정말 아니라..."
안나 "정말로... 잔 거 아니야...?"
안나는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뭔가 굳게 닫은 입술이... 각오를 한 모습이었다. 안나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안나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솔직히 왜 잠든 것인지 잘 모르겠어.
아득하고 깊은 꿈나라... 갑자기 시야가 환해지더니, 정신이 들자 어느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있다.
"안...나...?"
유채꽃밭의 가운데, 큰 밀짚모자를 쓰고 나를 바라보는 보라빛 소녀가 있다.
"안나!"
나는 소녀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알싸한 꽃내음이 나를 휘감았다. 어째서인지 달려도 달려도 소녀에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나는 제풀에 꺾여 주저앉았다. 소녀는 나에게 다가와 내 곁에 앉았다.
"앉으라고...? 여기에?"
소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그녀의 무릎에 내 머리를 기대자 그녀는 환한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뭐...? 안 들려..."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소녀는 양 볼을 크게 부풀리고 말을 했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아니야... 이대로 있을래. 쭉... 안나의 곁에서... 자면 안 돼?"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귀여운 단호함으로 내게 말했다.
"삐- 삐- 삐~~~~~~!! 삐삐삐!!"
...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알람보다 20분이나 늦게 일어나버렸다. 최근 많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벙찐 마음으로 알람을 해제하니 이번에는 게임 화면이 등장했다.
「프로듀서... 지치고 힘들때는... 안나에게... 기대도 돼...」
화면에는 안나가 약간 수줍은 것 같은 표정으로 멈춰 있었다. 대사는 거기에 멈춰있었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일이 기억이 났다. 분명 어제 밤까지 졸린 눈으로 이벤트를 했었지. 또 안나의 대사 부분에서 잠에 빠진 모양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안나의 목소리만 들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핸드폰도 근처에 떨어뜨린 채로 침대 위에서 사정없이 잠에 빠졌다.
"괜히 미안해지네..."
목소리는 예뻤지만, 조금 느리고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절로 잠에 빠졌다. 뭔가 알게 모르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닌데, 미안해. 물론 그 덕에 밤을 세가면서 게임에 빠지는 일은 최근에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나 덕분에 편하게 잠이 들 수 있던 거 같아... 매번 안나의 이벤트가 나올때마다 끝까지 못 봐줘서 미안하긴 하지만...'
문득 꿈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그 꿈은 뭐였지? 안나가 나왔던 거 같았는데... 어라...? 꿈 속에서도... 나는 안나 때문에 잠에 빠진 것 같았는데...
더 생각을 하니 꿈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내가 안나와의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지금도 꿈 속에 빠진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꿈이었으면 차라리 좋았을 걸.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제 일어날 때다. 습관적으로 나는 일상에 몸을 담근다.
이후에... 게임 속 안나의 표정이... 아주 조금 뾰루퉁해진 것은...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4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나오 "안녕~! 좋은 아침이구마~"
유리코 "안녕하세요~ 어라?... 안나쨩이랑... 프로듀서...? 뭐하고 있..."
안나 "(주먹을 불끈 쥐며) 프로듀서 같은 거..."
P "자, 잠깐만..."
안나 "프로듀서 같은 거 몰라! 정말 싫어~!!"
나오 "에엑?!"
유리코 "안나쨩?!"
안나는 소리를 빽 지르고는 눈물을 훔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오와 유리코가 놀라 안나를 불렀지만, 안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P "안나야!!!"
P "크... 크윽... 난 또 뭘... 무슨 짓을...! 또다시... 안나에게 상처를 줬어...!!"
안나가 떠난 사무실에는, 프로듀서가 한탄을 하며 땅을 치고 절규하고 있었다.
>+2 까지, 주인공은?
1. P
2. 안나
3. 나오
4. 유리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똘망똘망한 아이돌들과 함께 일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무대에 오르며 점점 눈부시게 자신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들을 보면서 매일매일이 보람찬 하루의 연속이었다. 나는 야근도 감내하며 그녀들의 서포트가 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일을 해왔다. 때로는 힘들때도 있지만, 아이돌들이 꺄르르 웃으며 고맙다고 할때면 고된 마음도 사르르 녹곤 하였다.
그렇게 나의 프로듀서로서의 생활은 이대로 쭉 순탄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생각은, 2주전부터 거대한 암초를 만나 송두리째 뽑히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그것은 재앙이라 부를만한 일이었다.
...
2주전 어느날, 그날도 평소와 다름이 없이 평온한 날이었다. 밤새 야근을 해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지만, 이미 완벽하게 회사의 노예가 된 나는 '이 정도 쯤이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미사키 "프로듀서 씨? 눈이 아프신가요?"
P "예?"
미사키 "아까부터 눈을 계속 비비세요. 계속 하품도 하시고..."
P "...아, 그런가요. 별일 아니에요"
나는 또 눈이 부었나 싶어서 눈을 더욱 세게 비볐다. 미사키가 뭐라고 걱정을 해줬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미사키는 어디로 가버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안나가 혼자 나에게 다가왔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무언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안나 "프로듀서 씨... 바빠...?"
P "응, 왜? 무슨 일 있어?"
안나 "그게... 있잖아요... 안나... 저번에 말씀해주신 그 부분... 생각해... 봤는데요..."
P "응? 그 부분...?"
내가 전혀 모르는 소리인 것처럼 반응하자, 안나는 움찔 놀라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 "아...... 기...억... 안나시는구나..." 추욱
P "...아, 아니! 기, 기억이 날 것 같아! 안나쨩의 일인데 기억이 안날리가 없지! 하하!"
나의 말에 안나는 다시 얼굴이 환해졌다. 물론 기억이 나진 않았다. 안나의 일이라면 내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말 무엇이지? 갑자기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안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나는 기억을 최대한 짜내보았다. 밤을 세서 그런지 기억이 뿌옇게 흐릿했다. 눈도 뻑뻑한지 시야도 흐릿하고 몽롱했다.
P "으음...? 아니, 아니아니 그건... 으흠...?" 갸웃
안나 "(불안한듯 꼼지락거리며) ......"
무엇이더라...? 그래... 분명... 안나의 보들보들한... 토끼 귀였나...?
P "......" 꾸벅
안나 "......?"
P "......" 꾸벅
안나 "저... 저기....... 프....... 로............ 듀..........."
안나가 날 부르는 것 같았다. 아니, 날 부르는 게 맞을까? 점점 안나의 목소리가 고장난 비디오테이프처럼 길게 늘어졌다. 안나의 모습이 점점 뒤틀리더니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아니, 안나는 토끼일텐데...? 아니? 여긴 어디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더니, 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미사키가 날 깨우고 있었다.
P "...에? 미사키 씨...? 안나는요?"
미사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나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나 지나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졸아버렸나? 나는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오가 내 멱살을 잡으며 뭐라뭐라고 하고 있었다.
나오 "무슨 일이고! 울지만 말고, 제대로 말해삐라! 안나랑 대체 무신 일이 있었던 기고!"
나오가 멱살을 잡고 흔들자 내 머리가 용수철처럼 마구 흔들렸다.
P "나... 나 사실은..."
나오 "사실 뭐! 대체 믄데?! 퍼뜩 말하라 안카나!!"
P "......"
나는 나오에게 진실을 말했다. 그래 그 날 이후로부터, 나는 안나와 가급적이면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어떻게든 자신 혼자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안나와 대화를 하면... 졸음이 쏟아졌다...
...
오늘 아침, 나오와 유리코, 그리고 안나 세 사람의 그룹이 결성되는 날이었다. 마침 안나가 일찍 와있어서 미리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
안나 "......프...로듀서... 오늘은... 안... 피곤해...?"
안나의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말에 조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어제는 분명 휴일이었고, 나 또한 집에서 뒹굴거리며 잘 수 있을만큼 푹 잤다. 나는 가슴을 펴고 말했다.
P "음! 컨디션은 최고야! 이대로면 3일동안 밤을 세도 괜찮겠는걸?"
안나는 그 말에 얼굴이 환해져서 이것저것을 이야기했다.
안나 "새 유닛..... 컨셉이랑... 노래... 빨리 듣고 싶어..."
P "그렇지 그렇지! 이번에 말이지, 무려 단독 콘서트까지 예정되어 있다구!"
안나는 눈을 반짝이며 좋아했다.
안나 "정말...? 안나 기뻐..."
안나의 포근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신이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안나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의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안나 "의상... 맘에 들어... 그런데..."
P "엇? 혹시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어?"
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나 "아니... 하지만... 그... 나오 씨는... 안나보다 키가... 크니까... 이... 의상을.... 입었을 때....... 조금 균형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P "......."
나긋나긋하고 포근한 안나의 말이 오뉴월 햇살처럼 반짝반짝 나를 적셨다. 나는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안나의 말이... 느려졌다...?
안나 "유리......코... 씨는... 좀 더... 밝은... 의상... 역.... 시.... 화.... 이........."
P '어라...? 어라라.......? 왜...... 말이 끝나지... 않는 거지....?"
P "저어어기...."
안나 "프으으....로오오오.... 듀우우...서어어....?"
나는 미칠듯한 졸음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필름은 거기서 끊겼다.
...
나오에게 이야기 한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나오는 황당하다는듯 나를 보았다.
P "......"
나오 "...그게 무신 말이가? 졸아버렸다 그 말이야?"
P "아마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나가 나를 흔들어 깨우면서 울먹이고 있었으니까..."
나오 "그게 무슨 무책임한 소리가! 방금까지 둘이서 대화를 나눴던 것도 기억을 못한다 이말이가?!"
P "난... 난...!"
난 나오에게 지난 2주동안 있었던 일을 다 알려주었다. 말 그대로, 안나의 말만 들으면 졸음이 쏟아져 잠을 자버렸다. 안나의 말만 들으면, 마음이 풀어지고 눈이 무거워졌다. 심지어 같이 서서 걸어갈때 조차도 안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면서 걸어갔던 적도 있었다. 나는 몇번이고 안나에게 사과했다. 안나도 처음에는 나를 걱정해 주었다. 잠을 못자서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잠이 문제가 아니었다. 전혀 피곤하지 않은 날에도, 막 일어난 아침에도 안나의 목소리만 들으면, 바로 고개가 고꾸라지고 잠에 빠져 쿨쿨대는 것이었다. 안나는 그래도 날 믿어주었다 .하지만 오늘, 드리어 안나가 터져버린 것이다.
>+2 까지, 피의자 진술이 끝났습니다. 프로듀서의 형량을 알려주세요.
아이돌들 “그건 안돼!”
형량에는 여러 이견이 있었다. 역시 프로듀서를 잠시동안 휴가를 보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건 절대로 안돼!"라는 어느 강경하신 분의 말과 함께 기각이 되었다.
결국 안나랑 게임 봉사 명령 200시간에 처하기로 합의를 보고 나서야 아이돌들의 핸드폰은 잠잠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안나의 집으로 가니, 안나는 상당히 화가 난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노려보고 있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 좋을까?
>+2 까지, 자유롭게
안나 "......" 경멸
P "......"
쾅!
하고 문이 닫혔다?!
P "아, 안나?! 미안해!! 사과의 뜻으로 준비해왔는데?!!" 으아아
내가 방문 앞에서 울부짖자 다시 살며시 방문이 열렸다.
안나 "농담...이야... 프로듀서... 화난... 거... 아냐... 사과하러 와줘서... 안나는... 기뻐요..."
P "아... 아아...! 안나 미안해...!" 왈칵
안나 "게임... 준비 많이 했어..." 반짝
P "그, 그래! 오늘은 밤새 달리자구!"
안나는 내 소매를 끌면서 방으로 초대했다. 생각보다 깨끗하고 귀여운 방이었다.
P "....."
안나는 게임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을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어쩌면 무대에서 빛나는 모습보다 더 활기찬 것 같았다. 말투는 평소와 같긴 하지만...
안나 "게임... 어떤 게... 좋아...? 로그라이크... JRPG... 이건 어때...? 요번에 새로... 나온... FPS도 있어..." 반짝반짝
전혀 알지 못한다. 게임은... 어렸을때 즐겨했던 오락실 게임... 아니면 스포츠 게임은 잠깐 해봤지만... 그렇게 많이 즐기진 않았다.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기엔 안나의 기대에 찬 눈빛을 외면할 순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안나에게 사과하려고 온 것이 아닌가...!
>+2 까지, 어쩌지?
안나 “응?”
P “응?”
안나 "응...! 잘 모르면... 초보자들...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
P "우, 우와아... 엄청 귀여운 공룡 게임이네...?"
안나 "공룡이 아니라... 소켓몬... 인데..."
P "아...? 아아! 그거! 당연히 알지! 쥐나오는 거 아냐! 와~ 귀엽네. 안나가 가진 건 되게 쎄보인다. 와하하"
안나 "...헤헤, 이 애는 말이지... 전 서버에서... 나만 가지고 있는... 알비노 개체야... 특정 시간에...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달성할 수 있는 미션이 있는데..." 중얼중얼
안나는 기쁜듯 게임에 대한 정보를 마구 이야기를 해주었다. 게임에 막상 들어가니 상당히 조작이 어려웠다.
P "이, 이렇게? 요러케?" 꾹꾹
안나 "아니야. 다시"
P "으아악!! 죽었어. 어떻게 해?"
안나 "그게 아니야. 그 버튼 말고... 아래에 있는 버튼"
안나는 내게 다가와 내 손을 잡고 같이 조이스틱을 눌러주었다. 포근하고 달콤한 향기가 느껴졌다.
P '그래... 이 향기... 안나와 함께 있으면... 뭔가 나른해지고...'
P "후... 후아아암... 헉...?! 으, 으아아차~ 힘내서 가볼까~"
하품이 나오려다가 순간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만약 여기서 하품을 한다면... 지루해하고 있는 것이 들킬 것이다.
안나 "...집중... 해야 해... 강하게 누르고... 파밧... 하고... 다시 이 버튼을 누르고... 저기 피버가 떴으니까... 이때... 다시 한 번..."
안나는 조그만 손으로 내 손가락을 옮겨가며 알려주고 있다.
안나 "아... 얘는... 상성이 달라서... 스틱을 움직여서... 교체를 해야 하는데... 그리... 네 번... 구... 와... 움직... 로..."
안나의 속삭이는 것 같은 말투가... 점점 느려진다.... 나는...
P "......" 꾸벅
안나 "......!" 깜짝
안 돼... 게임은 알지도 못하겠고... 안나 때문에 억지로 맞춰주곤 있는데... 안나의 향기... 나긋나긋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이것은 그래...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 같아...!! 방 온도는 또 왜 이렇게 더워...?!
이미 나는 고개를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몸이 되어버렸다. 휘청거리며 겨우 마지막 실날같은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다.
P "......으, 으음..." 꾸벅 꾸벅
안나 "......프로듀서어..." 울먹
>+1 주사위 80 이상의 눈만이 프로듀서를 깨울 수 있다.
나는 고개를 파묻고, 그대로 모든 신경이 정지되었다. 잠깐이지만 꿈이라도 꾼 것 같았다. 달콤하고 행복한 꿈이었는데...?
P "......." 꾸벅꾸벅
P ".......?"
P "헉?!" 화들짝
P "여, 여기 어디야?! 아, 안나! 안나?!"
안나 "......"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안나는 바로 옆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P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어, 어디까지 했더라...? 잠깐 전략을 생각하느라..."
안나 "......"
P "아, 아니야! 잔 거 정말 아니라..."
안나 "정말로... 잔 거 아니야...?"
안나는 순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뭔가 굳게 닫은 입술이... 각오를 한 모습이었다. 안나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까? 아니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안나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솔직히 왜 잠든 것인지 잘 모르겠어.
>+1
1. 거짓말을 한다
2. 솔직하게 말한다
3. 자유롭게
P "...미안해, 자버린 것 같아"
안나 "왜.....?"
왜라고 해도... 사실 잘 몰랐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P "나도 잘 모르겠어..."
안나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어..."
P "게, 게임이... 내 취향은 아니었던 거 같아... 어렵기도 하고"
안나 "하지만... 프로듀서... 최근에... 안나랑 말하기만 하면... 그랬잖아"
P "그, 그건... 나도 잘..."
안나 "프로듀서... 안나 때문에... 일부러... 모르는 척... 안해도 괜찮아..."
P "응?"
안나 "...프로듀서 씨는... 안나의 말투... 답답한 거지...?"
P "......."
안나 "그야... 안나... 무대 밖에서는... 목소리도 작고... 자신감도 없고..." 울먹
안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안나 "프로듀서... 안나가... 지루한 거야...? 재미 없는... 거지...?"
나는 깨달았다. 안나가 내 조는 모습에 왜 그렇게 화를 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속으로 끙끙 앓고 있었는지도....
>+2 까지, 주사위
1~33 : 그 와중에도 잠에 빠진 프로듀서, 드르러러어엉ㅇ~~! 쿨쿨쿨! 음냐~ 꺼어억~ 쿨쿨쿨~ 크흥~ 음냐음냐
34~66 : 안나는 그렇지 않아! 하지만 안나는 설득되지 않았다.
67~100 : 안나는 귀여워!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그런 마음인 걸!
하지만 안나는 납득하지 않았다.
안나 "그럼... 왜... 안나가 이야기만 하면... 스르륵 잠에... 빠지는 거야...?"
P "......" 꾸벅
P "핫?!" 화들짝
순간 또 눈을 감을 뻔 했다.
안나 "우... 우우으으으..." 뚝뚝
나는 화들짝 놀라 안나에게 휴지를 가져다 주었다.
P "나도 정말 모르겠어... 정말로!!"
안나 "그치만... 흐우으에에엥..." 뚝뚝뚝
빨리 머리를 돌려보자! 안나를 진정시킬 방법은 없을까??
>+2 까지, 자유롭게. 안나의 목소리가 지루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찾을 순 없을까?
안나 "......"
안나는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다.
P "그런데 이상하게도... 안나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심이 돼. 어렸을 때 듣던 자장가가 생각난다고 해야 할까? 내가 안심한 채로 편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은... 안나의 곁 뿐이야"
안나 "......"
안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안나 "그거... 결국엔... 안나의 말투... 너무 느려서... 잠이 온다는..."
P "아니 아니 아니! 정말로 마음이 편해지고 포근해져서 그래"
정곡을 찔린 것 같아 뜨금해졌다. 안나는 묘하게 예리할 떄가 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안나는 곁에만 있어도 안심이 되었긴 했다.
안나 "......"
안나 "정말로...?"
P "응! 그럼! 그렇고 말고!"
안나 "......"
안나 "그럼... 다른 사람에겐 그러지 않아...?"
P "오직... 안나 뿐이야"
안나 "......히힛...//"
안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오늘 밤은 자지 못할 정도로...
안나 "...그런 줄도 모르고... 안나... 프로듀서에게... 심한 말을 했어... 미안해...."
P "아니야!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갑자기 대화를 하다 말고 잠이 들다니 말도 안되긴 하지..."
하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대화를 즐겁게 하는데 갑자기 상대편이 졸다니. 무시도 이런 무시가 없다.
안나 "하지만... 안나랑 같이... 일할때는... 잠들면 곤란하잖아... 어떻게 해야 해...? 안나... 사무소에서는... 프로듀서랑 이야기하면 안 돼...?"
P "......."
그러고보니 그랬다. 편안하고 행복하게 잠에 빠질 수 있긴 하다만, 이건 거의 병적인 증세나 다름이 없었다. 이대로는 정상적으로 안나와 대화도 할 수 없다. 안나도 나도 똑같은 생각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2 까지, 해결법은 없을까?
1. 정말 푹 잔다면 해결이 되지 않을까? 안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에 빠진다면 낮에는 잠들지 않을 거 같아
2. 결혼하자
3. 자유롭게
안나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안나 "흐에에...? 결...혼...?"
P "갑작스럽게... 말해서 그렇지만..."
나는 안나의 부드러운 손을 마주잡았다.
P "이대로는 일도 못해. 대화도 못 나눠... 어떻게든 적응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같이 사는 게 아닐까?"
안나 "헤... 흐에...? 하지만...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하는 건데..."
P "안나는 내가 싫어?"
안나 "히잇...?! 안... 안나는... 싫진 않아... 아니... 좋은데..."
P "나도 안나가 좋아! 나랑... 결혼해줘!!"
안나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안나 "좋아해...? 안나를...?"
P "응"
안나 "......결혼... 같이... 자는 거야...? 일어날때도... 함께... 후와아아앗....///"
P "......"
어라? 정신이 말짱하다. 아까까진 안나와 이야기를 나눌때 정신을 한데 모아서 잠에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눈에도 힘을 빡 주고, 계속해서 자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결혼하자고 하니... 하나도 졸리지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대고, 안나의 목소리에 대답하고 싶어졌다.
P '뭐지...?'
P "저기, 안나야. 무슨 말이라도 해봐!"
안나 "후엣...? 무, 무엇을 말해...요...?"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특정한 말에만 반응하는 걸까?
>+1
1. 오늘자 뉴스 기사 중에 가장 긴 기사를 쭉 읽어봐
2. 이 러브레터를 읽어줄래? 안에는 사랑의 노래가 가득 적혀있다.
3. 자유롭게
안나는 자신의 몸보다 큰 신문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중인 것 같았다.
P "응. 부탁해"
안나 "어... 음... 2020년... 9월... xx현에서... 지역축제가 온라인... 으로... 개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 국토부...는...? 발전 촉진... 형... 이랑... 어..."
안나가 읽기엔 조금 어려운 경제 기사인 것 같았다...
P "......" 꾸벅
안나 "......어... 거점... 육성형의... 브... 브... 이거 어떻게... 읽는... 프... 프로듀서어...?"
P "......" 꾸벅꾸벅
안나 "...프로듀서 씨... 자고... 있어...?"
안나가 프로듀서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건드리자 프로듀서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P "드르르렁~~~! 쿨쿨~!!! 음냐음냐... ZZZ"
안나 "자고 있어...?! 게다가 코 까지 골고 있어..."
P "커어어어억~~~!!!! 거어어억..." 벅벅벅
안나 "......"
안나 "......극혐"
>+1 이후에 어떻게 할까?
1. 다른 테스트도 해볼까...?
2. 결혼... 다시 생각할래...
3. 자유롭게
P "...나 얼마나 잤어?"
안나 "......"
안나는 대답 대신 눈빛으로 말을 전했다. 벌레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는 것 같다...
P "어쨌든... 안나가 지루한 내용을 읽어줄때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잠이 드는 것 같군..."
안나 "아무리 그래도... 3초만에 잠이 드는 건..."
P "크, 크흠... 다른 테스트도 해볼까...?"
안나 "또 하는 거야?"
P "응. 아까 안나와 이야기를 했을때는 전혀 졸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두근두근 했거든"
안나 "......"
P "분명, 안나의 특정한 말에 반응하는 게 틀림 없어. 그래, 그런 말을 해보는 건 어때?"
>+1 안나에게 어떤 말을 해달라고 할까?
1. 사랑의 고백
2. 자유롭게
안나 "......"
P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건 그냥 테스트니까..."
안나 "......"
안나 "좋아... 해요..."
안나의 달콤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내 안에 울려퍼진다. 물론 당연한 소리지만 졸린다던가 그런 것은 없었다. 조금 느릴수도 있고, 조금 작은 소리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분명하고 또렷하게 들렸다.
>+1
1. 얼마나?
2. 자유롭게
안나 "...많이"
P "우헤헤헤헤헤"
바보같은 웃음을 지으며 안나를 바라보는 나. 안나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안나 "...어... 프로듀서... 이제 졸지 않아..."
P "응. 당연하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안나의 말은, 졸립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조금 소심한 말투라도 나에겐 그 어떤 말보다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P "어쩌면 난..."
P '무의식적으로 이런 것을... 바래왔던 걸까...?'
안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해...?"
P "그거야 물론"
>+1
1. 둘만의 결혼식을 했다 치고 안나를 덮친다
2. 당장 해외로 나가 둘만의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3. 안나와 결혼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넌 나를 위해서 나를 사랑해줘. 나에게 사랑의 노래를 해줘.
4. 자유롭게
안나 "비밀로 하는 거야...?"
P "응"
안나 "그럼... 정말로 결혼... 하는 거야...?"
안나는 수줍게도 물어보았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갑작스럽게 결혼하자고 했는데도 안나는 금방이라도 웨딩드레스를 입으러 가자고 하면 가자고 할 것 같았다...
P "...하하, 그건 아무래도 무리겠지. 나도 물론 엄청 하고 싶지만, 안나는 아직 중학생이잖아? 아이돌이기도 하고"
안나 "...그럼 비밀로 하겠다는 건...?"
P "물론... 안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해줘야지"
안나 "......왜에?"
P "그거야... 방금까지 테스트한 결과, 안나가 사랑한다고 해주지 않으면... 또 원래대로 졸아버릴지도 몰라"
안나 "......"
안나 "안나... 프로듀서 씨가 좋아... 하지만... 그런 말 계속 하는 건... 부끄러운 걸..."
P "......"
>+1
1. 그치만...! 프로듀서 일을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안나랑 이야기만 해도 졸도하게 되버리는 걸!! 안나는 내가 일 그만 두었으면 좋겠어?
2. 역시 그건 무리인가...
3. 안타깝지만 너에겐 선택지가 없어. 내가 하라면 해!
4. 자유롭게
P "역시~ 그건 무리인가... 그럼 어떻게 하지...?" 긁적긁적
안나 "여, 역시 안나가 노력할게. 평소에도... 무대 위에서처럼... 이야기를 하면 되잖아"
안나는 벌떡 일어나서 멋진 포즈를 보여주었다.
안나 "야, 얏호~☆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더이상 안나 때문에 곤란할 필요는 없겠지~?" 브이
P "응! 열정적인 안나도 귀엽네~"
안나 "정말로 고마워~~~"
안나 "......"
안나는 밝게 웃고 있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안나야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네 목소리가... 너무너무 졸린 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네가 싫은 건 아니야.
그냥... 그냥...
......zzz
>+1
1. 아득하고 깊은 꿈나라로 떠난다
2. 안나야 미안해. 하지만 난... 더이상 네 목소리를 버틸 수 없어.
3. 안나의 목소리가 그렇다면, 같이 잠에 들면 되잖아?
4. 자유롭게
"안...나...?"
유채꽃밭의 가운데, 큰 밀짚모자를 쓰고 나를 바라보는 보라빛 소녀가 있다.
"안나!"
나는 소녀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재빨리 그곳으로 향했다. 알싸한 꽃내음이 나를 휘감았다. 어째서인지 달려도 달려도 소녀에게 가까워지지 않는다. 나는 제풀에 꺾여 주저앉았다. 소녀는 나에게 다가와 내 곁에 앉았다.
"앉으라고...? 여기에?"
소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그녀의 무릎에 내 머리를 기대자 그녀는 환한 미소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뭐...? 안 들려..."
소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소녀는 양 볼을 크게 부풀리고 말을 했지만 여전히 들리지 않았다.
"아니야... 이대로 있을래. 쭉... 안나의 곁에서... 자면 안 돼?"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귀여운 단호함으로 내게 말했다.
"삐- 삐- 삐~~~~~~!! 삐삐삐!!"
...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핸드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알람보다 20분이나 늦게 일어나버렸다. 최근 많이 힘들어서 그랬을까? 벙찐 마음으로 알람을 해제하니 이번에는 게임 화면이 등장했다.
「프로듀서... 지치고 힘들때는... 안나에게... 기대도 돼...」
화면에는 안나가 약간 수줍은 것 같은 표정으로 멈춰 있었다. 대사는 거기에 멈춰있었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일이 기억이 났다. 분명 어제 밤까지 졸린 눈으로 이벤트를 했었지. 또 안나의 대사 부분에서 잠에 빠진 모양이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안나의 목소리만 들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 핸드폰도 근처에 떨어뜨린 채로 침대 위에서 사정없이 잠에 빠졌다.
"괜히 미안해지네..."
목소리는 예뻤지만, 조금 느리고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대사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절로 잠에 빠졌다. 뭔가 알게 모르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럴려고 한 것은 아닌데, 미안해. 물론 그 덕에 밤을 세가면서 게임에 빠지는 일은 최근에 줄어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나 덕분에 편하게 잠이 들 수 있던 거 같아... 매번 안나의 이벤트가 나올때마다 끝까지 못 봐줘서 미안하긴 하지만...'
문득 꿈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그 꿈은 뭐였지? 안나가 나왔던 거 같았는데... 어라...? 꿈 속에서도... 나는 안나 때문에 잠에 빠진 것 같았는데...
더 생각을 하니 꿈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내가 안나와의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지금도 꿈 속에 빠진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꿈이었으면 차라리 좋았을 걸.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제 일어날 때다. 습관적으로 나는 일상에 몸을 담근다.
이후에... 게임 속 안나의 표정이... 아주 조금 뾰루퉁해진 것은... 그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안나 "......"
안나 "안녕히... 주무세요... 라고 하면 될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