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가수 일을 한다고 하셨죠. 지금 성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활동은 당분간은 중단해야 할 듯 합니다. 아마 적어도 한 달 쯤은 쉬어야 다시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안 그러면 더 악화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성대에 근본적인 이상이 올 겁니다."
"......"
안녕하세요. 아리우라 칸나에요. 전 사랑과 평화를 찾고 있었어요.
사랑과 평화는 참 많은 곳에 쓰일 수 있죠. 인류의 사랑과, 심신의 평화. 역으로 심신에서 올라오는 사랑과 인류의 평화도 가능하고. 겨레의 사랑과 세계의 평화. 가족의 사랑과 가정의 평화. 자신의 사랑과 내면의 평화.
하지만, 전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무리한 까닭이겠죠. 다른 분에 비해서 인기가 없는 전 다른 분에 비해서 스케줄이 많거나 일이 고된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한 일에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되고 만 걸까요.
저는 이 곳에서 좀 더 살아가고 싶어요. 좀 더 자라고 싶어요. 전,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면서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참 많은 곳을 다녔어요. 홋카이도 끝까지도 가봤고, 바다를 건넜고, 저 오키나와까지 가서, 그쪽 바닷가에서도 있어봤어요.
하지만, 제가 바라던 사랑과 평화는 아직 못 찾았는데. 벌써 제 앞에 턱이 왔나봐요.
턱이 왔으면, 별 수 있나요. 힘을 길러서 턱을 올라가거나, 오래 걸리더라도 턱을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제가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배운 중요한 교훈이에요. 지금은, 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저앉지는 않을 거에요. 그럴 생각도 없고, 그래선 안 되지요. 하지만, 제가 저 벽에 부딪히고 난다면, 전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겠죠. 지금 벽을 오르지 못한다고 해서 벽에 무작정 몸을 들이받으면, 벽은 커녕 땅에도 발을 딛지 못 할 거에요.
그렇기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뿐이에요. 약간의 휴식. 사랑과 평화를 위한 휴식.
전 프로듀서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병원도 프로듀서씨의 권유로 간 것이었고, 건강 문제로 당분간 휴식을 고려해야겠다는 것을 알려야 했으니까요.
"저, 프로듀서씨."
"응. 칸나."
"병원에서 제가 지금 성대결절이래요. 그렇게 중한 건 아닌데, 당분간은 쉬어야 한대요. 적어도 한 달은 쉬어야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대요."
"...그랬구나."
"저, 쉬어도 되는 거죠?"
"응. 일단 상부에는 말해둘게."
프로듀서씨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프로듀서씨는 제게 신경을 쓰고 있을 거에요. 담당하는 다른 분들이 있고, 그분들이 더 인기야 많겠지만, 그래도 저도 한 손가락이라 그거죠. 새끼손가락. 없으면 사랑과 평화가 깨져버리는, 작아도 있어야만 하는 손가락.
사무소에서도 절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제가 인기가 없고 좀 밖으로 새는 경향이 있다고 절 내칠 회사였으면, 사랑과 평화 대신 다른 것을 찾는 회사였으면 절 이미 계약해지했을 거에요.
다른 쪽에서도 그렇게 쉬라고 나름대로 절 생각해주는데. 저도 이렇게 되면 쉬는 게 그런 마음에 보답을 해주는 거겠죠.
지금 제 앞엔 저 벽 너머에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어요. 어디 있을진 몰라도,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해요.
하지만, 지금은 쉬러 갈 떄에요. 목은 최대한 쉬고, 집에서 따뜻한 홍차라도 한 잔 하면서, 기타를 들고,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라도 쳐 보는 거에요. 어쩌면 닐 영도 괜찮겠죠. 아니면 조니 캐쉬도 괜찮을지도요.
개미는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버텼고, 베짱이는 겨울에 얼어죽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다시 나머지 세 계절을 나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겨울이란 벽에 기대서 잠시 겨울잠에 빠졌을 뿐. 전 베짱이입니다. 사랑과 평화를 찾는 베짱이.
프로듀서. 프로듀서라는 일은 그렇게 눈앞에 띄는 직업은 아니다. 뒤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들을 보좌해주는 역할이니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 많겠지. 지금 내가 담당한 아이돌은 현재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아이돌 중 한명이다.
"...듀서씨! 안녕하세요!"
"아, 안녕. 치에리."
치에리는 이번 신데렐라 걸 총선거에서 9위를 차지했고, 큐트 타입 내에서도 늘 상위권에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이 빛만 계속 쬐는 것도 딱히 좋은 일은 아니다. 치에리는 요즘따라서 꽤나 피로해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치에리에게 늘상 일은 꽤나 많이 들어왔었다. 데뷔하고 난 이후에도 여러 모로 화제가 되었었고, 그 이후에 더 많은 일이 들어왔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이미 치에리의 입지는 프로라고 할 만하니까. 그것도 인기가 꽤 많은.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프로듀서인 내가 보기에도 걱정할 정도로 많아졌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치에리는 슬슬 한계에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프로듀서? 그,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아, 아니야. 그냥 니가 걱정돼서 그랬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지 않아?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괜찮을리가 없는데. 날 신경써서 괜찮다는 대답을 해주는 게 빤히 보이는데.
"정말로 안 힘든거 맞아? 그냥 편하게 말해도 괜찮으니까."
"하하하..."
치에리는 아무말 없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치에리가 자주 보여줬던 생기넘치는 웃음이 아닌, 참으로 빈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웃음이었다. 치에리는 이렇게 웃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안되지. 안되고말고.
"치에리. 잠깐만."
"네?"
난 당장 나가서 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치에리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잡힌 일정들만 다 소화한 다음에 얼마 뒤에 휴식기를 좀 가질 수 있냐고. 다행히도, 인기 아이돌을 프로듀싱한다고 나름 발언권이 있었고, 치에리의 스케줄이 꽤나 빡빡하다는 것을 부장님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외로 내 주장은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3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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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재
갑작스럽겠지만, 이제 저에겐 더이상 오를 산이 없습니다. 전 이제 완전히 평평한 세계에 있는 거에요.
저 혼자뿐인 곳. 아무도 있을 수 없고,아무도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곳에 전 와 있습니다.
평평한 세계.
산과 평평한 세계는 매칭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나 있겠지만, 오히려 그 평평한 세계야말로 산의 정점인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산은 전체적으로 뾰족하게 그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 꼭대기에는 평평한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뾰족함과 평평함이 공존하는 겁니다.
그런 양면이야말로 제가 산을 탐닉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지금 그 이유를 다시한번 찾아낸 겁니다. 산 맨 꼭대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평평함. 더이상 오를 곳 조차 없는 정점.
더이상 오를 산 조차 없는, 완전한 꼭대기 위. 저는 또다시 그곳에 도달한 겁니다.
전 또 다시 해냈습니다.
처음이라 잘 됐을지 모르겠네요.
+1 아이돌
+2 소재
프로듀서가 어딘가에게 암살당했다
"뭐라고요?"
"프로듀서가 어딘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여느날처럼 출근한 아침. 사무원씨가 나한테 소식을 전해주었다. ...프로듀서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라.
"저도... 저도 잘 믿기지는 않지만. 진짜에요. 지금 이걸로 회사도 시끄러워서."
"......"
잠시 멈춰있는 동안 핸드폰으로 메세지 하나가 도착했다.
"저, 치아키씨?"
"잠시만요."
나는 잠시 사무실을 빠져나가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핸드폰에 도착한 메세지. 메세지에는 사진이 같이 와 있었다. 프로듀서였던 사람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
"......"
꼭 그런 식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억척같이 사람을 속이고 착취하더니."
당신도 나를 꼭 그렇게까지 대할 필요는 없었고.
뭐, 나는 받은 만큼 한다는 주의다. 나는 당신이 제시한 비전과 꿈을 믿어보려 했건만. 최대한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고 참으려고 했건만. 이상한 일을 가져와도 가만히 있었고, 당신이 내 몸을 더듬거리거나 날 이상한 눈으로 봐도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베게 영업? 그건 아니었어. 누굴 바보로 아는 건지.
그의 최후를 확실히 확인한 나는 다시 화장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돌아왔다. 난 아무 말도 없이 사무원씨를 쳐다보기만 했다."
"저... 프로듀서씨랑 당신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건 알아요."
"무슨 일?"
"......"
"그 사람, 회사 내 평판은 좋았어?"
"아뇨. 아첨하는 능력만 좋지, 사람 인품에 대해서는 전혀..."
내 이럴줄 알았지.
"다음 프로듀서는 좋은 사람이 오면 좋을텐데 말이지."
"그러게요."
이번엔 뭔가 희망적이지가 않은 느낌...
+1 아이돌
+2 소재
@써주셔서 감사드려요!
나는, 지금 병실에 앉아 있다.
"...히나나."
"......"
"다들 너만 두고 먼저 가는 바람에... 나는 끝까지 같이 있고 싶었는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내게 남은 마지막 소꿉친구다.
누구는 차에 치여 죽었고, 누구는 병에 걸려 죽었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누구는 늙어 죽게 생겼다.
늙어가지고 병에 걸렸댄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온갖 병이란 병은 다 걸려가지고 병실은 커녕 침대를 박차고 나온 지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는 친구다.
나에게 남은 유일한 친구였으니까. 매일 병문안도 오고 함께 있었는데. 이렇게 가는구나.
"나같은 늙은이는... 차라리 말이라도 할 수 있을때 이렇게 가는게 제일이야. 말도 못하고 앞도 안 보이면서 골골대다가 가는 건 너무 추하잖어. 이 정도면 호상이라고 호상."
"호상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호상."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나다. 그냥, 약간의 미련이 마음 밖으로 나왔을 뿐.
"자. 환자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정말로, 동의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시면, 산소호흡기를 떼는 데 동의하는걸로 간주하겠습니다."
내 앞에 있던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내 주변은 꺼이꺼이 우는 소리로만 가득하다. 너의 아들. 딸. 그리고 손주들, 손녀들. 다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고, 내 또래는 너밖에 없는데. 이제 너도 안녕이구나.
"...이젠, 갈 때도 됐지."
너의 마지막 선택은, 안락사였다. 병 때문에 마음대로 못 움직이는 몸을 질질 끌고가는 산소호흡기를 떼버리기로 한 것이다.
"보호자분. 그럼 지금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예."
너의 장남은, 의사가 너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을 그저 울면서 보고 있었다.
참. 나는 눈물이 말라버린건지. 다들 울고 있는데도 눈물이 안 나온단 말이야. 아니, 오히려 약간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너는, 산소호흡기를 뗐어도, 발버둥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그저 웃고만 있었으니까.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내 말은 너에게 닿았을까.
"난 지금까지 너와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어. 정말로."
그 말을 내뱉고 나니, 산소호흡기가 없는 너의 입이 약간 파르르 떨렸다. 들렸구나. 다행이야.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소리가 들린다. 심장 박동을 재는 기계가 간헐적으로 들리던 소리를 멈추고 삐 소리롤 내기 시작했다. 주위가 우는 소리로만 가득할 적. 나는 웃는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어도, 너랑 마지막은 함께할 수 있었네.
소꿉친구 모두가 한번에 몰살당하는 걸로 행복하게 쓸 자신이 없어서 다른 소꿉친구들이 죽었어도 혼자 늙을때까지 살아있었다는 설정으로 했습니다.
+1 아이돌
+2 소재
@모두가 사라져도 히나나는 행복했어요....
"하하하하하하!!!!!"
그리고 그 초콜릿을 카렌이 사왔다.
"먹고싶지!? 나오! 먹고싶지!?"
"...응."
"먹고싶으면 나는 큐트 타입이다를 세번 외쳐봐!"
내 저럴 줄 알았어.
"안 해."
"싫어? 싫으면 내가 다 먹어야지."
그렇게 말하고 카렌은 봉지에서 초콜릿 하나를 꺼내서 집어먹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는데? 야. 안되겠다. 이거 진짜 너 주기 아까워. 아까 한 말 취소."
"뭐!?"
...카렌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진짜 맛있는 건가?
"으음... 나는 큐트 타입이다..."
"뭐? 잘 안들리는데?"
"나는 큐트 타입이다! 나는 큐트 타입이다! 나는 큐트 타입이다!"
"푸하하핫! 역시 나오는 귀여워! 자! 여기!"
"힝."
뭔가 좀 떨떠름한 기분이지만... 나는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그리고 초콜릿이 혀에 닿자마자... 세상에. 초콜릿 맛 수준 ㄹㅇ실화냐? 진짜 세계관 최강 초콜렛이다.. 내가 알던 그 초콜렛이 맞나? 진짜 이 초콜렛은 전설이다. 진짜 감격스럽고 뇌리에 스치면서 가슴이 웅장해지는 맛이다...
제가 데레쪽 나오를 더 좋아해서 그쪽으로 썼습니다. 시간이 늦어서 아마 오늘은 이것까지만 할것같네요.
+1 아이돌
+2 소재
주말땐 최대한 써볼게요
미나미는 어제부터 프로듀서한테 아직 말하지 못한 비밀이 생겼다. 자신이 프로듀서의 애를 뱄다는 사실이었다.
어제까지, 미나미는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
프로듀서에게 처음 고백을 받았을 때도, 프로듀서와 처음 데이트를 가고 입을 맞췄을 때도, 그 육체 관계의 정도가 점점 더 격해졌을 때도, 결국 미나미가 스스로에게 그었던 마지막 선 안쪽으로 프로듀서를 들여놓았을 때도.
미나미에게 있어서, 자신이 아이를 뱄다는 사실은 넘어서 자신이 사랑받았다는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였다. 미나미가 가지고 있던 약간의 불안감은, 그것을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돌로서의 자신이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어쩌니 하는 건, 스캔들이니 뭐니 하는 건, 이젠 아무래도 좋았다. 프로듀서의 사랑은 그것보다 더 큰 힘이었으니까.
사랑은 힘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힘. 심상이나 감정 등의 추상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호르몬 분비나 건강 상태등의 측정 가능한 부분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힘.
이 바닥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아플 각오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많은 것을 잃을 각오를 한다는 뜻이었다. 미나미는, 완전한 사랑을 확인한 것을 계기로 각오가 완전히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남은 건 프로듀서에게 자신의 상태를 말하는 것 뿐. 미나미는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내가 지닌 사랑이라는 이름의 힘이 프로듀서에게도 닿을 수 있길...
미나미는 프로듀서에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1 아이돌
+2 소재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 가수 일을 한다고 하셨죠. 지금 성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활동은 당분간은 중단해야 할 듯 합니다. 아마 적어도 한 달 쯤은 쉬어야 다시 상태가 원래대로 돌아갈 거에요. 안 그러면 더 악화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성대에 근본적인 이상이 올 겁니다."
"......"
안녕하세요. 아리우라 칸나에요. 전 사랑과 평화를 찾고 있었어요.
사랑과 평화는 참 많은 곳에 쓰일 수 있죠. 인류의 사랑과, 심신의 평화. 역으로 심신에서 올라오는 사랑과 인류의 평화도 가능하고. 겨레의 사랑과 세계의 평화. 가족의 사랑과 가정의 평화. 자신의 사랑과 내면의 평화.
하지만, 전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어요. 아무래도 무리한 까닭이겠죠. 다른 분에 비해서 인기가 없는 전 다른 분에 비해서 스케줄이 많거나 일이 고된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한 일에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되고 만 걸까요.
저는 이 곳에서 좀 더 살아가고 싶어요. 좀 더 자라고 싶어요. 전,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면서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참 많은 곳을 다녔어요. 홋카이도 끝까지도 가봤고, 바다를 건넜고, 저 오키나와까지 가서, 그쪽 바닷가에서도 있어봤어요.
하지만, 제가 바라던 사랑과 평화는 아직 못 찾았는데. 벌써 제 앞에 턱이 왔나봐요.
턱이 왔으면, 별 수 있나요. 힘을 길러서 턱을 올라가거나, 오래 걸리더라도 턱을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해요. 제가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배운 중요한 교훈이에요. 지금은, 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주저앉지는 않을 거에요. 그럴 생각도 없고, 그래선 안 되지요. 하지만, 제가 저 벽에 부딪히고 난다면, 전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겠죠. 지금 벽을 오르지 못한다고 해서 벽에 무작정 몸을 들이받으면, 벽은 커녕 땅에도 발을 딛지 못 할 거에요.
그렇기에,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질 뿐이에요. 약간의 휴식. 사랑과 평화를 위한 휴식.
전 프로듀서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단 병원도 프로듀서씨의 권유로 간 것이었고, 건강 문제로 당분간 휴식을 고려해야겠다는 것을 알려야 했으니까요.
"저, 프로듀서씨."
"응. 칸나."
"병원에서 제가 지금 성대결절이래요. 그렇게 중한 건 아닌데, 당분간은 쉬어야 한대요. 적어도 한 달은 쉬어야지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온대요."
"...그랬구나."
"저, 쉬어도 되는 거죠?"
"응. 일단 상부에는 말해둘게."
프로듀서씨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프로듀서씨는 제게 신경을 쓰고 있을 거에요. 담당하는 다른 분들이 있고, 그분들이 더 인기야 많겠지만, 그래도 저도 한 손가락이라 그거죠. 새끼손가락. 없으면 사랑과 평화가 깨져버리는, 작아도 있어야만 하는 손가락.
사무소에서도 절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제가 인기가 없고 좀 밖으로 새는 경향이 있다고 절 내칠 회사였으면, 사랑과 평화 대신 다른 것을 찾는 회사였으면 절 이미 계약해지했을 거에요.
다른 쪽에서도 그렇게 쉬라고 나름대로 절 생각해주는데. 저도 이렇게 되면 쉬는 게 그런 마음에 보답을 해주는 거겠죠.
지금 제 앞엔 저 벽 너머에 사랑이 있고, 평화가 있어요. 어디 있을진 몰라도, 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해요.
하지만, 지금은 쉬러 갈 떄에요. 목은 최대한 쉬고, 집에서 따뜻한 홍차라도 한 잔 하면서, 기타를 들고,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라도 쳐 보는 거에요. 어쩌면 닐 영도 괜찮겠죠. 아니면 조니 캐쉬도 괜찮을지도요.
개미는 열심히 일해서 겨울을 버텼고, 베짱이는 겨울에 얼어죽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다시 나머지 세 계절을 나기 위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겨울이란 벽에 기대서 잠시 겨울잠에 빠졌을 뿐. 전 베짱이입니다. 사랑과 평화를 찾는 베짱이.
그렇기에, 저는 잠시 쉬려 합니다.
@칸나가 처음 접하는 애라서 쓰는데 힘들고 오래 걸렸네요... 만족스러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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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날. 그동안의 고생이 결실을 맺는 날. 제가 아무리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는 소리를 듣건, 심지어는 신적인 존재가 아닌가. 초능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듣건, 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산다는 사실만큼은 변치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즉 자신의 행복을 자신이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거죠. 전 지금 제 행복을 추구하러 합니다.
사무소 근처에는 전병을 빼어나게 잘 만드는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사무소에서는 저만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가게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오늘 일을 치루기로 한 겁니다. 오후 8시쯤, 전 가게에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딱 문 닫을 적에 오셨네요. 뭐 드릴까요."
"전병을 좀 주셨으면 하는 것이오니."
"예. 얼마나 드릴까요?"
"다."
"다요?"
"남은것 전부 다."
여기 있는 전병은 전부 다 제겁니다.
@이건 쓰다가 고민이 좀 됐는데, 전병이 누구한테 팔렸다는 이야기는 없었지요. 그렇다면 요시노가 전병을 다 사버려서 더이상 전병이 없는 것도 전병이 다 팔린 것입니다.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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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서씨! 안녕하세요!"
"아, 안녕. 치에리."
치에리는 이번 신데렐라 걸 총선거에서 9위를 차지했고, 큐트 타입 내에서도 늘 상위권에 있었다. 하지만, 그림자가 없이 빛만 계속 쬐는 것도 딱히 좋은 일은 아니다. 치에리는 요즘따라서 꽤나 피로해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치에리에게 늘상 일은 꽤나 많이 들어왔었다. 데뷔하고 난 이후에도 여러 모로 화제가 되었었고, 그 이후에 더 많은 일이 들어왔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 이미 치에리의 입지는 프로라고 할 만하니까. 그것도 인기가 꽤 많은.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프로듀서인 내가 보기에도 걱정할 정도로 많아졌다. 인기가 많은 아이돌들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치에리는 슬슬 한계에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저, 프로듀서? 그,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아, 아니야. 그냥 니가 걱정돼서 그랬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지 않아?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괜찮을리가 없는데. 날 신경써서 괜찮다는 대답을 해주는 게 빤히 보이는데.
"정말로 안 힘든거 맞아? 그냥 편하게 말해도 괜찮으니까."
"하하하..."
치에리는 아무말 없이 웃어보일 뿐이었다. 치에리가 자주 보여줬던 생기넘치는 웃음이 아닌, 참으로 빈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웃음이었다. 치에리는 이렇게 웃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안되지. 안되고말고.
"치에리. 잠깐만."
"네?"
난 당장 나가서 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치에리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지금까지 잡힌 일정들만 다 소화한 다음에 얼마 뒤에 휴식기를 좀 가질 수 있냐고. 다행히도, 인기 아이돌을 프로듀싱한다고 나름 발언권이 있었고, 치에리의 스케줄이 꽤나 빡빡하다는 것을 부장님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외로 내 주장은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저. 프로듀서씨."
"응?"
"뭐 하고 오셨어요?"
"치에리. 지금까지 잡힌 일정만 다 끝나면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어."
"네?"
"그냥... 치에리가 너무 힘들어보였으니까."
"아..."
"몸이 최우선이야. 치에리.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고, 당분간은 좀 쉬자."
"아... 네!"
치에리는, 다시한번 나를 바라보며 웃어보였다. 내가 원하던 미소를 얼굴에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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