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하는 시호에게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시호가 프로듀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프로듀서가 시호를 좋아했던 거였어?
코토하 "프로듀서 씨가... 시호쨩을...?"
시호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녀 역시 동요하고 있었다
시호 "괜찮으세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코토하 "몰랐어... 난 아무것도 모르고... 시호쨩에게..."
시호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타나카 씨랑 프로듀서가 사귀기 이전의 일이니까요"
코토하 "......"
시호 "그 뒤로는... 그냥 좋은 직장 선후배 사이일 뿐이에요. 타나카 씨가 생각하는 그런 심각한 것은 아니니까..."
코토하 "아, 아니야... 내가 미안해. 아무 잘못도 없는 시호쨩에게 험한 말을 해버렸어. 정말 미안해.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시호 "타나카 씨..."
코토하는 시호에게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코토하 "죄송합니다. 시호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제가 멋대로 생각한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시호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타나카 씨도 저도 프로듀서 씨도 아무도 잘못한 건 없으니까요"
코토하 "......"
시호 "타나카 씨?"
코토하 "자, 잠깐만 쉬고 싶어. 미안해... 나,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니?"
시호 "...네, 언제든지요"
코토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비틀거리며 복도로 사라졌다. 시호는 그런 코토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시호 "타나카 씨..."
...
오전 레슨을 마치고 나서, 나는 모처럼 날라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집에서 화상 통화로만 업무를 진행하다가 이렇게 다시 현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니 그동안 담아왔던 불안감과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도 걱정한 것과 달리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았다.
P "아! 코토하~!"
복도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코토하가 보였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P "그건 코토하의 마음을 알기 이전의 이야기였어. 물론 시호가 나에게 고백했다면 난 받아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마음에 코토하 밖에 없어"
나는 시호와 있었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이야기 했다. 난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코토하 "......"
P "시호가 왜 너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것 뿐이야. 시호를 좋아하는 건 아냐"
코토하 "네..."
P "그 녀석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것이지 코토하에게까지 이런 짓을 하다니..."
한숨을 푹 쉬고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직 기분이 다 풀어지진 않았는지 풀이 죽은 모습이다.
P "또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니?"
코토하는 애써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코토하 "으응... 아니에요. 바쁘신데 괜히 불러서 죄송해요..."
P "아니야. 오늘 레슨도 열심히 했는데, 이제 좀 쉬어. 별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맘 알지?"
코토하 "네"
나는 코토하의 어꺠를 살짝 주물러주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음에 쌓아두고 있던 짐이 하나 풀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프로듀서가 나간지 시간이 꽤 되었지만, 코토하는 여전히 좁은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보고 있다. 예전 의상들과 소품들,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이 정갈하게 쌓여있다. 그러다 코토하의 눈에 한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약 1달 전에 시호와 같이 촬영을 했던 오페라세리아 유닛의 단체 촬영이다.
코토하 "......"
그러고 보면 프로듀서는 유독 시호에게는 유순해지는 것 같다. 카오리 씨는 맞언니니까, 마츠리 씨는 마츠리니까, 타나카 코토하는 언제나 성실하고 착실한 아이니까... 하지만 그건 시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토하의 머리 속에 한 장면이 영화처럼 돌아간다. 프로듀서와 시호가 따스하게 대화하는 장면이다. 당시는 오페라세리아의 주인공은 시호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시호가 과도한 관심에 툴툴대더라도 프로듀서는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시호를 달래준다. 그 당시에는 프로듀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코토하라면 언제나 믿을 수 있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 언제나 믿고 있어'
코토하는 손을 살짝 떨며,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코토하의 오른쪽에는 약간 뾰루퉁한 시호와 시호를 달래주며 웃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그 날도 분명 시호와 프로듀서는...
찌익-
순간 코토하는 자신도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양손의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반쯤 찢긴 사진을 바라보며 놀라 주저앉았다. 그녀는 방금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을 찢은 것이다. 코토하와 시호의 사이가 너덜너덜하게 찢겨 갈라지고 말았다.
코토하 "......" 뚝
코토하 "프로듀서 씨... 죄송해요. 저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저 괜찮지 않아요. 하나도 괜찮지 않아요. 분해요. 속상해요. 프로듀서 씨에게 저는 뭔가요? 제 고백을 받아주신 건 그저 제 마음일 뿐이었나요?" 뚝뚝
코토하가 가장 속상한 것은, 그의 태도였다. 그는 시호가 먼저 고백했더라면 사귀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코토하는 아니었다. 세상 그 어떤 잘나고 멋진 사람이 와서 코토하에게 고백했더라도, 코토하는 제일 먼저 프로듀서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코토하 "......좋아하는 건 저 뿐만인가요...? 프로듀서 씨에게 저는... 그저 착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동생일 뿐인가요? 저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이 세상에 당신 빼고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으신가요...?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 흔한 사랑은 싫어요... 오직 세상에서 단 둘만 있다고 하더라도... 전 당신만을 원해요. 당신만이..."
코토하의 눈에서 방울방울 눈방울이 뚝뚝 떨어지다 문득 찢어진 사진 위로 떨어져 버린다. 코팅이 안된 속지에 눈물이 떨어져 번지기 시작했다.
코토하 "......"
코토하 "내, 내가 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시호는... 프로듀서 씨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왜 두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거야...?"
코토하는 눈물을 훔치고 사진을 꼭 끌어안았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인데, 코토하는 왜 이런 나쁜 생각을 했던 거지?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이런 자신이 싫어졌다. 코토하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 당시에는 그런 마음을 전혀 모르는 채로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빨리 퇴근해서 코토하와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나는 차량에 달린 DMB를 켜면서 말했다. 사무소에서 대놓고 데이트를 할 순 없고, 집에 들어가기엔 보는 시선이 많다. 결국 둘 만의 비밀을 만들 공간은 이 좁은 차량 뿐일까. TV에서는 이제는 지겹도록 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나 싶더니 가을이 다가오며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는 흉흉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P "빨리 끝나야 우리들도 힘내서 움직일 수 있을텐데... 그렇지?"
나는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는 얌전히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하지 않고 있다. 나는 머쓱하게 코토하의 시선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P "표정을 보니까... 할 말이 있는 거 같네?"
코토하 "네"
코토하는 똑부러지게 말했다. 덕분에 TV 소리는 배경음처럼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코토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P "응 뭐든지 물어봐"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제가 왜 좋으신가요? 아이돌로써의 매력이 아니라... 여자로써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P "사탕발림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코토하라는 사람 자체가 좋아. 맑고 아름다운 눈도, 너의 목소리도, 야무진 손도, 바른 길로 걸어가고 있는 발걸음도, 네 모든 게 나에겐 매력이야"
P '크으~~~~!'
아, 이건 통했다. 확실하게 코토하에게 제대로 점수를 땄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잘 말한 것 같다. 나는 자랑스럽게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 침울
P '어? 어라... 이게 아닌가?'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떨어졌다.
코토하 "전... 프로듀서 씨의 매력을... 잘 모르겠어요"
P "어? 어... 어라? 응?" 당황
코토하 "왜냐면... 말로서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저도 이런 제가 답답하지만... 그냥... 그냥 프로듀서 씨와 함께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요... 하지만... 전 프로듀서 씨처럼 능숙하게... 말할 수 없으니까요..."
코토하는 자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그것이 가장 능숙하고 파괴적인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진 않았다.
P "뭐어... 그럴 수도 있지... 이제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긁적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사랑이 능숙하신가요...?"
P "어?! 어...? 능숙...?"
코토하 "죄송해요... 전...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갈피를 잡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전... 프로듀서 씨의 매력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P '..........그, 그런가...?'
물론 코토하의 말은, P의 대답이 너무 준비된 멘트 같다는 소리다. 코토하도 눈치를 채고 있을 것이다. P는 코토하와는 달리 첫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전의 시호와의 친밀한 관계도 거슬렸다. 쭉 그렇게 속앓이를 했기 때문에 P의 진심어린 고백도 코토하에게는 우울하게 들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코토하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자신 스스로도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해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P는 그런 것은 전혀 못한다.
P "아, 아니야! 코토하가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코토하 "정말요?"
P "그러어엄..."
코토하 "다행이다..."
P '......'
서로의 생각이 마구 교차했다가 평행을 달렸다 하면서, 밤은 그렇게 흘렀다.
>+2 깊은 밤이 다가온다. P는
1. 출출한데 우리 집에 가서 라면이라도 먹고 갈래?
2. 바닷가라도 산책해볼까
3. 아무리 장인 장모님이 병원에 계신다고 하더라도, 코토하는 미성년자, 통금 시간을 엄수하라!
밤이 늦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있기 때문에 변명이 구차해질 것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코토하와 나는 이미 예전에, 서로의 마음을 몰랐을 때부터 같은 집에서 살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그런 것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제안을 하자 코토하도 힘이 빠졌는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코토하가 내 침대 위에서 누워있다. 나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그것도 아이돌이 있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긴 했지만... 그때와 달리 바이러스 걱정도 할 필요도 없고, 그녀에 대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없다. 짧은 밤 인사를 나누고, 불을 껐다.
P "코토하"
코토하 "네...?"
벽 너머에서 코토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파 위에서 보이지 않는 내 방의 침대 쪽으로 향하고 다시 말을 했다.
P "아까 그 질문... 대답은 안해줄 거니...?"
코토하 "...프로듀서 씨"
코토하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P "아하하! 미안해~ 장난이니까..."
코토하 "......안녕히 주무세요"
코토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역시 그 대답을 들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까? 갑자기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코토하였다.
'...앞으로 다른 분과 라면먹는 거, 절대로 금지! 또 금지니까요!... 다음 번에 또 같이 맛있는 거 먹어 주실거죠?'
P "......"
P '이런 금지라면 평생 죽을때까지도 할 수 있다구!!!'
P "두 말하면 잔소리지! 코토하!"
코토하 "알았으면 빨리 주무세요...///"
코토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이불을 코까지 한껏 올려 푹 안았다. 프로듀서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졌다. 문득 엄청 부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코토하는, 그만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한동한 P도 코토하도, 서로의 생각을 하느라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
...
...
시호는 다시 한 번 핸드폰을 보았다. 메세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역시 자는 걸까? 그 사람은 착실하니까 분명 이 시간에는 깊은 잠에 빠졌을 것이다. 시호는 다시 한 번 오늘 저녁의 일을 떠올렸다. 가장 늦게까지 레슨을 하고 퇴근을 하는 길에, 차 안에서 코토하와 프로듀서가 단 둘이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그 이후 혹시나 해서 문자를 남겼지만 읽지도 않고 있다. 그 사람과 프로듀서는 무엇을 했을까?
시호 "......"
시호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지...? 어째서...?"
시호는 침대에서 돌아누워 자신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최근 1달동안 터무니없는 바보 노릇을 했다. 다시금 떠올리면 왜 그랬는지 모를 일들 뿐이었다. 그 냉정하고 똑똑한 시호가, 가장 어리석고 감정적인 행동만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녀의 거울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침대에서 일어나 그 거울을 소매로 닦아내었지만, 다시 한 번 나타나는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 그 사람이었다.
시호 "......"
시호 "타나카 씨..."
시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그녀의 동료 아이돌인 타나카 코토하였다.
시호 "어째서... 어째서... 프로듀서여만 했나요...?"
시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멋진 제복을 입고, 시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던 그녀를.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항상 나를 다정하게 챙겨주던 그 사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시호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알려주세요... 제발... 누군가..."
>+2 시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코토하를 잊어야 한다
2.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말해야 한다
3. 코토하는 그저 한낱 착각에 의해서, 프로듀서는 하찮은 동정심에 의해서 사귀는 것 뿐이다. 그들에게 진짜 그들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 뭐가 나쁜가?
잊을 수 밖에 없는 사랑은 독이 된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할수록 심장은 독에 감염되어 썩어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둘 수 없다. 가만히 둔다고 하더라도 마음 깊숙한 곳에 침전되어 서서히 중독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고 나면,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병이 들어 버릴 것이다.
해독을 해야 한다.
시호가 처음으로 감정을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코토하가 자가격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시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시호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프로듀서가 코토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
배신감이 들었다. 코토하와 프로듀서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거북하고 불편했다. 더욱 힘든 것은, 프로듀서의 태도였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자처해서 코토하와 같이 지내겠다고 했다. 그것도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로. 시호의 눈에는 프로듀서의 의도가 너무나도 뻔해보였다. 그리고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프로듀서의 얼굴에서, 시호는 느낄 수 있었다. 프로듀서도 코토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시호는 프로듀서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거다. 적어도 프로듀서와 코토하의 사이를 떼어놓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시호는 망설였다. 왜 그랬을까?
>+2 많은쪽, 해독의 방법은?
1. 코토하에게 고백한다
2. 프로듀서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3.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 시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열심히, 더욱 열심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것 뿐이다.
안타깝게도 시호는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 시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열심히, 더욱 더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것 뿐이었다. 시호는 한숨을 푹 쉬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시호는 자신의 메신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화창이 열리며 최근까지 대화를 나누었던 그 인물과의 상담 내용이 화면 가득히 보였다. 시호는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본다. 시호가 그를 메신저에서 보게 된 것은 코토하가 격리되었을 즈음이었다. 그 무렵의 시호는, 프로듀서가 일부러 자신이 코토하와 같이 격리되겠다고 주장했던 것이 사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이후였다. 시호는 어찌할줄 몰랐다. 시호는 어렸을때부터 늘 혼자서 스스로의 일을 해결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과 연애라는 문제를 해결할 출구가 없었다. 가족은 물론이거와 동료들에게도 말해서는 안되는 비밀이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스스로 고민을 삭히고 있던 시호에게 어느날 모르는 사람의 메세지가 왔다. 그는 짝사랑을 해결해 주는 전문가라고 했다. 시호는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에게 코토하와 프로듀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호 '하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오히려 프로듀서 씨와 다툴 뿐이었잖아'
시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보내려던 메세지를 취소했다. 더 이상 발버둥쳐봐야 소용 없다. 어차피 프로듀서와 코토하는 사귀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해봐야 괴롭다. 그 생각 때문에 평소에 하던 레슨도 건성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사태와 겹쳐 평소의 연습량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에, 그것도 괴로운 생각 때문에 대충대충 넘어간 적도 많았다. 시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시호는 앱을 삭제했다. 더 이상 이런 헛된 기대속에 살 순 없다. 내일부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습량을 따라가기 위해서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일을 하면 괴로운 일은 사라질 것이다.
...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코토하에게 시호와 프로듀서의 음성 메세지를 건내준 사람은 누구였는가? 그는 시호와 몰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그 사람이었나?
그 사람은 시호 본인이었다. 시호는 자기 자신에게 묻고, 자기 자신이 대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시호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이 보낸 음성 파일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사무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녹취하고 그걸 코토하의 개인 휴대폰에 전송할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과 가장 밀접해있는 시호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시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시호는 지금, 오로지 내일 레슨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
눈부신 태양이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꿈은 꾸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주 푹 잔 것 같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가족들의 밥을 챙겨주셨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국이 뚜껑 사이로 비집고 세어나올려고 할때쯤, 나의 침대까지 그 향기가 올라와 나를 깨워주었다. 태어나자마자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달콤한 알람시계를 선물받은 것이다. 그리고 눈을 비비고 내려다본 그곳에는,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이 서 있었다.
코토하 "일어나셨어요?"
코토하는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묶고는, 언제 앞치마까지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P "응... 언제 일어났어?"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이라고 불러도 될 시간이다. 하지만 요리는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 것 같았다.
코토하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기뻐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도 방금 전에 일어났어요"
거짓말이다. 20년간 들어서 아는 뻔한 거짓말이다.
>+2 많은쪽
1. 그녀를 뒤에서 살며시 안는다
2. 갑자기 왜 그래? 저번에 같이 격리되었을 때는 한 번도 식사를 준비한 적 없잖아? 한 번은 있었나?
출근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는 걸까? 아이돌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사실 출근이 하기 싫다. 이대로 코토하와 같이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싶다.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겨우겨우 다시 문을 열게 된 극장이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문을 닫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도, 아이돌들도 모두 초긴장 상태의 연장선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일을 손에 놓을 순 없었다. 2주간 격리되어 있는 동안, 극장은 로테이션제를 도입했다. 최대한 대규모 이벤트는 모두 취소했고, 공연도 최소한의 아이돌끼리의 접촉을 피해서 스케쥴을 조정하였다. 레슨과 극장의 비대면 공연 등의 가장 필수적인 스케쥴이 있는 매일 5~6명 정도의 아이돌만 출근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렇다고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돌들은 티를 내고 있진 않지만 분명히 프로듀스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코토하와 같이 격리된 것도 무리한 결정이었고, 그 후 극장마저 문을 닫으니 분명 회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업무의 공백에 대한 불안감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코토하 "어머, 벌써 출근하시는 거예요?"
방 안에서 무언갈 하던 코토하가 놀라서 현관으로 나왔다.
P "응"
코토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도 금방 나갈 준비를 할께요!"
P "아니, 코토하는 천천히 나와도 괜찮아. 어제도 무리를 했고... 조금은 쉬는 편이 좋아. 오후에 합동 안무 연습에만 늦지 않으면 돼"
코토하 "하지만 그래도..."
P "그래도 괜찮아. 컨디션 관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잖아? 얌전히 푹 쉬어"
코토하 "......"
P "그럼, 이따가 극장에서 봐"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코토하가 나를 잡아세웠다.
코토하 "자, 잠시만요!"
P "응?"
코토하 "마스크는요? 마스크는 하시고 가셔야죠!"
P "아아?! 그러고보니 깜빡했네...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코토하 "아이참...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코토하는 쪼르르 방에 들어가 마스크를 하나 꺼내서 나왔다.
코토하 "정말... 혹시라도 모르니까 바쁘더라도 위험하니까 꼭 챙기셔야죠! 게다가 사람들도 많이 만나실텐데 다른 분들이 불안해 하실 수 있으니까요"
P "으, 으응... 미안"
코토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충고해주었다. 코토하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나도 깜빡한 것 뿐인데...
P "으응... 알았으니까 줘"
코토하 "아... 제가 씌워드려도 괜찮을까요?"
P "응?"
코토하 "잠깐 고개 좀 숙여주세요! 제가 씌워드릴게요"
코토하는 나에게 다가와 발돋움을 하고 마스크를 씌워주려고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이 얼마만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P "왜 그런 쓸대없는 걱정을 해. 괜찮아. 난 항상 네 곁에 있잖아? 코토하도 그렇지?"
코토하의 눈물 방울을 닦아주었다. 코토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토하 "하지만... 제가 항상 옆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마스크 같은 부분은 꼭 주의를 해주세요!"
P "윽... 울면서도 그 부분은... 역시 코토하는 성실하다니까"
코토하 "네?"
P "아니야. 챙겨줘서 고마워.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코토하 "아 네! 이따가 뵐게요"
P "응! 이따봐"
현관문을 닫을때까지 코토하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누군가 집에서 나를 배웅해준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이 샘솟는다. 충만함? 뿌듯함? 삶의 의욕? 이 세상에 누군가와 기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을 일이다.
...
아침 일찍 극장에 도착했다. 이미 관객들은 받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소수의 아이돌과 직원만 출근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북적거리던 극장 안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오늘은 3일 후에 있을 비대면 공연의 리허설을 하는 날이다. 멤버는 코토하와 시호... 내가 기획을 했다지만 정말 우연히도 최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두 사람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사무실은 조용했다. 교대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절반 정도의 직원들은 자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오늘 출근하는 직원은 나와 사무원, 기술 감독님들을 포함하여도 고작 5명 뿐이다.
나는 곧 있을 시어터의 비대면 공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공개가 되는 것이라 텅 빈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모든 직원들이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야 입장료를 받으면 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 공연에 티켓팅을 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많은 회의를 거친 끝에 따로 페이를 받지 않은 공개된 플랫폼에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송출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이전에 협업했던 회사들이 광고를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어떻게든 수익은 마련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홍보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예의 그 회사의 광고주였다.
P "아 네! 765 프로덕션입니다... 아 네! 아... 예. 오히려 저희들이 너무 감사하죠.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번에 우리 쪽에서도 온라인 방송 컨텐츠를 하나 제작중인데, 출연자가 필요해서 말이죠"
P "아, 저희 아이돌들 말입니까?"
나는 재빨리 스케쥴표를 확인했다. 일정이 더럿 있긴 했지만 조정만 한다면 어떻게든 상관이 없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온라인 공연에 출연하는 분들 중에 섭외하고 싶어서요. 연계성도 있고..."
P "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분이라면..."
"아무래도 우리 회사 아이템에 대해서 전혀 모를 것 같은 신선한 인물들이 필요해요. 저희 쪽이 염두해두고 있는 분들은 두 명이에요. 타나카 코토하 양과 키타자와 시호 양의 스케쥴은 괜찮습니까? 꼭 두 분 다 섭외를 하고 싶은데요"
순간 당황했다. 코토하도 괜찮고 시호도 괜찮지만, 내 머리속에는 지난번 있었던 코토하와 시호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지금 그 둘을 같이 출연시킨다는 것은...
P "아... 네... 그, 그게..."
>+2 많은쪽
1. 어떤 컨텐츠인지 설명을 먼저 구하자
2.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지금 고를 수 있는 것은 없다. 게다가 비대면 공연을 지원해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된다고 한다
145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코토하 "프로듀서 씨가... 시호쨩을...?"
시호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녀 역시 동요하고 있었다
시호 "괜찮으세요? 그래서 말씀을 드리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코토하 "몰랐어... 난 아무것도 모르고... 시호쨩에게..."
시호 "아니요! 전 괜찮아요.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타나카 씨랑 프로듀서가 사귀기 이전의 일이니까요"
코토하 "......"
시호 "그 뒤로는... 그냥 좋은 직장 선후배 사이일 뿐이에요. 타나카 씨가 생각하는 그런 심각한 것은 아니니까..."
코토하 "아, 아니야... 내가 미안해. 아무 잘못도 없는 시호쨩에게 험한 말을 해버렸어. 정말 미안해.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시호 "타나카 씨..."
코토하는 시호에게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코토하 "죄송합니다. 시호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제가 멋대로 생각한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시호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타나카 씨도 저도 프로듀서 씨도 아무도 잘못한 건 없으니까요"
코토하 "......"
시호 "타나카 씨?"
코토하 "자, 잠깐만 쉬고 싶어. 미안해... 나,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해줄 수 있겠니?"
시호 "...네, 언제든지요"
코토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비틀거리며 복도로 사라졌다. 시호는 그런 코토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시호 "타나카 씨..."
...
오전 레슨을 마치고 나서, 나는 모처럼 날라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집에서 화상 통화로만 업무를 진행하다가 이렇게 다시 현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되니 그동안 담아왔던 불안감과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도 걱정한 것과 달리 생기가 넘치는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았다.
P "아! 코토하~!"
복도 끝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코토하가 보였다.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P "코토하, 레슨 수고했어!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니까 기분이... 응?"
코토하 "......아, 안녕하세요"
P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코토하 "......"
P "코토하?!"
>+2 많은쪽, 코토하는
1. 프로듀서 씨는... 지금도 시호쨩을 좋아하시나요?
2. 아무 말 없이 뒷걸음을 친다
3.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4. 자유롭게
P "뭐...?"
코토하 "저... 괜찮아요. 프로듀서 씨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든... 전..."
P "자, 잠깐만... 코토하, 복도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잠깐 이쪽으로..." 속닥속닥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안 쓰는 좁은 창고가 있어 서둘러 코토하를 이끌고 그 곳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좁은 방 안에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코토하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P "무슨 소리야?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었어? 혹시 시호가 그런 소리 했어?"
코토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P "그러니까 시호가 내가 시호를 좋아한다고 했다고? 그런 거지?"
코토하 "......"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긴 했지만, 대체 시호는 무슨 생각인 걸까? 나와 코토하의 관계를 망칠 샘인가?
>+2 많은쪽
1. 말도 안되는 소리를... 시호 이 녀석을 그냥...!!
2.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시호를 좋아한 적 없어
3. 그건 코토하의 마음을 알기 이전의 이야기였어. 물론 시호가 나에게 고백했다면 난 받아줬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마음에 코토하 밖에 없어
4. 자유롭게
나는 시호와 있었던 이야기를 간략하게 이야기 했다. 난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코토하 "......"
P "시호가 왜 너에게 그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것 뿐이야. 시호를 좋아하는 건 아냐"
코토하 "네..."
P "그 녀석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할 것이지 코토하에게까지 이런 짓을 하다니..."
한숨을 푹 쉬고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직 기분이 다 풀어지진 않았는지 풀이 죽은 모습이다.
P "또 물어보고 싶은 거 있니?"
코토하는 애써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코토하 "으응... 아니에요. 바쁘신데 괜히 불러서 죄송해요..."
P "아니야. 오늘 레슨도 열심히 했는데, 이제 좀 쉬어. 별 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맘 알지?"
코토하 "네"
나는 코토하의 어꺠를 살짝 주물러주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동안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마음에 쌓아두고 있던 짐이 하나 풀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
프로듀서가 나간지 시간이 꽤 되었지만, 코토하는 여전히 좁은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들을 보고 있다. 예전 의상들과 소품들,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이 정갈하게 쌓여있다. 그러다 코토하의 눈에 한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약 1달 전에 시호와 같이 촬영을 했던 오페라세리아 유닛의 단체 촬영이다.
코토하 "......"
그러고 보면 프로듀서는 유독 시호에게는 유순해지는 것 같다. 카오리 씨는 맞언니니까, 마츠리 씨는 마츠리니까, 타나카 코토하는 언제나 성실하고 착실한 아이니까... 하지만 그건 시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토하의 머리 속에 한 장면이 영화처럼 돌아간다. 프로듀서와 시호가 따스하게 대화하는 장면이다. 당시는 오페라세리아의 주인공은 시호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시호가 과도한 관심에 툴툴대더라도 프로듀서는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시호를 달래준다. 그 당시에는 프로듀서는 모든 아이들에게 친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코토하라면 언제나 믿을 수 있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지? 언제나 믿고 있어'
코토하는 손을 살짝 떨며,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의 코토하의 오른쪽에는 약간 뾰루퉁한 시호와 시호를 달래주며 웃는 프로듀서가 보였다. 그 날도 분명 시호와 프로듀서는...
찌익-
순간 코토하는 자신도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양손의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반쯤 찢긴 사진을 바라보며 놀라 주저앉았다. 그녀는 방금 우리들의 소중한 추억을 찢은 것이다. 코토하와 시호의 사이가 너덜너덜하게 찢겨 갈라지고 말았다.
코토하 "......" 뚝
코토하 "프로듀서 씨... 죄송해요. 저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저 괜찮지 않아요. 하나도 괜찮지 않아요. 분해요. 속상해요. 프로듀서 씨에게 저는 뭔가요? 제 고백을 받아주신 건 그저 제 마음일 뿐이었나요?" 뚝뚝
코토하가 가장 속상한 것은, 그의 태도였다. 그는 시호가 먼저 고백했더라면 사귀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코토하는 아니었다. 세상 그 어떤 잘나고 멋진 사람이 와서 코토하에게 고백했더라도, 코토하는 제일 먼저 프로듀서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코토하 "......좋아하는 건 저 뿐만인가요...? 프로듀서 씨에게 저는... 그저 착하고 지켜주고 싶은 여동생일 뿐인가요? 저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이 세상에 당신 빼고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데... 당신은 그렇지 않으신가요...? 저는... 사랑받고 싶어요. 흔한 사랑은 싫어요... 오직 세상에서 단 둘만 있다고 하더라도... 전 당신만을 원해요. 당신만이..."
코토하의 눈에서 방울방울 눈방울이 뚝뚝 떨어지다 문득 찢어진 사진 위로 떨어져 버린다. 코팅이 안된 속지에 눈물이 떨어져 번지기 시작했다.
코토하 "......"
코토하 "내, 내가 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시호는... 프로듀서 씨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왜 두 사람을... 미워하고 있는 거야...?"
코토하는 눈물을 훔치고 사진을 꼭 끌어안았다. 모두 소중한 사람들인데, 코토하는 왜 이런 나쁜 생각을 했던 거지?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이런 자신이 싫어졌다. 코토하는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 당시에는 그런 마음을 전혀 모르는 채로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빨리 퇴근해서 코토하와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2 까지, 밤이 찾아오면, 코토하와 같이 어떤 것을 할까?
나는 차량에 달린 DMB를 켜면서 말했다. 사무소에서 대놓고 데이트를 할 순 없고, 집에 들어가기엔 보는 시선이 많다. 결국 둘 만의 비밀을 만들 공간은 이 좁은 차량 뿐일까. TV에서는 이제는 지겹도록 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확진자 수가 감소하나 싶더니 가을이 다가오며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는 흉흉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P "빨리 끝나야 우리들도 힘내서 움직일 수 있을텐데... 그렇지?"
나는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는 얌전히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하지 않고 있다. 나는 머쓱하게 코토하의 시선과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P "표정을 보니까... 할 말이 있는 거 같네?"
코토하 "네"
코토하는 똑부러지게 말했다. 덕분에 TV 소리는 배경음처럼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코토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P "응 뭐든지 물어봐"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제가 왜 좋으신가요? 아이돌로써의 매력이 아니라... 여자로써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본능적인 직감이 왔다. 이거 잘못 대답하면 두고두고 등짝을 맞을 일이다.
>+2 많은쪽
1. 예쁜 거
2. 이뻐 죽겠는 거
3. 자유롭게
P '크으~~~~!'
아, 이건 통했다. 확실하게 코토하에게 제대로 점수를 땄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 잘 말한 것 같다. 나는 자랑스럽게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 침울
P '어? 어라... 이게 아닌가?'
등 뒤로 식은땀이 한 줄기 떨어졌다.
코토하 "전... 프로듀서 씨의 매력을... 잘 모르겠어요"
P "어? 어... 어라? 응?" 당황
코토하 "왜냐면... 말로서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저도 이런 제가 답답하지만... 그냥... 그냥 프로듀서 씨와 함께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해요... 하지만... 전 프로듀서 씨처럼 능숙하게... 말할 수 없으니까요..."
코토하는 자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그것이 가장 능숙하고 파괴적인 말이라는 것을 아는 것 같진 않았다.
P "뭐어... 그럴 수도 있지... 이제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긁적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사랑이 능숙하신가요...?"
P "어?! 어...? 능숙...?"
코토하 "죄송해요... 전...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갈피를 잡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전... 프로듀서 씨의 매력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P '..........그, 그런가...?'
물론 코토하의 말은, P의 대답이 너무 준비된 멘트 같다는 소리다. 코토하도 눈치를 채고 있을 것이다. P는 코토하와는 달리 첫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이전의 시호와의 친밀한 관계도 거슬렸다. 쭉 그렇게 속앓이를 했기 때문에 P의 진심어린 고백도 코토하에게는 우울하게 들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코토하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은, 자신 스스로도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해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P는 그런 것은 전혀 못한다.
P "아, 아니야! 코토하가 미안해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코토하 "정말요?"
P "그러어엄..."
코토하 "다행이다..."
P '......'
서로의 생각이 마구 교차했다가 평행을 달렸다 하면서, 밤은 그렇게 흘렀다.
>+2 깊은 밤이 다가온다. P는
1. 출출한데 우리 집에 가서 라면이라도 먹고 갈래?
2. 바닷가라도 산책해볼까
3. 아무리 장인 장모님이 병원에 계신다고 하더라도, 코토하는 미성년자, 통금 시간을 엄수하라!
4. 자유롭게
코토하 "......" 찌릿
P '응?! 또, 뭔가 잘못 했을까...!?!'
코토하 "저녁 6시 이후에 먹는 음식은 소화불량에 걸릴 수 있고 살도 찔거예요. 저번에도 체중 때문에 저랑 같이 운동 하셨으니까 건강을 위해서는 먹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P "뭐... 그렇긴 하지만... 가끔은 라면이라던가... 땡기지 않아?"
코토하 ".....!!" 경악
코토하는 나를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코토하 "라... 라면이라니... 프, 프로듀서 씨... 정말 진심인가요...?" 덜덜
P "...진심인데"
코토하 "그,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요...! 라면은 염분도 많고 튀긴 음식이라 기름도 많아서 저녁에는 정말로 나쁜 음식이에요. 그리고 또 맵기도 하고..." 꼬르륵
입으로는 안된다고 하고 있지만, 라면의 이미지를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꼽시계가 울리고 만 코토하.
P "하핫, 코토하의 배는 그렇지 않은 거 같은데?"
코토하 "헤엣...?! 이, 이건 그러니까... 그, 그으..." 울먹
P "괜찮아. 생리 현상인데 뭐... 집도 가까우니까 우리 집에서 먹고 가. 어머니가 주신 반찬들도 있으니까..."
코토하 "조, 조금만이라면... 괜찮을 거 같아요...//" 화악
코토하는 작은 목소리로 기어들어가며 말했다. 어쩐지 뺨이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배가 울리는 게 부끄러웠던 걸까?
P "좋아. 든든하게 먹어야 내일 또 힘을 쓰지!"
나는 경쾌하게 핸들을 꺾었다. 목적지는 우리 집이다. 코토하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지 며칠이나 됐다고 다시 집에 오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지도 몰라!
...
...
...
P "후루룩 후루룩! 후루루룹!!!"
코토하 "......"
P "아~~! 배부르다. 역시 라면은 갓 끓여서 먹는 게 최고야!"
코토하 "......"
P "엄마가 준 밑반찬도 맛있고, 역시 배가 든든해야 뭐든지 할 수 있지! 그렇지? 코토하도 맛있었지?"
코토하 "......"
P "자, 그럼 밤도 늦었으니 슬슬 데려다줄까? 이제 배 안고프지? 응, 가끔 먹는 라면이 최고지~ 이렇게 가끔 라면이 먹고 싶으면 우리 집으로 와! 언제든지 끓여줄 테니까~ 그럼 이제 집으로 가자!"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테이블에 놓여있는 차 키를 움켜쥐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뻗자 코토하는 나보다 훨씬 빠르게 차 키를 움켜지고 벽에다 냅다 던져버렸다.
코토하 "......!" 부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열쇠가 그대로 벽에 꽃히고 말았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는 웃고 있었지만 왠지 표정이 무서웠다. 게다가 코토하의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어둠의 오오라가 피어나고 있었다.
코토하 "........." 사아악
P "왜, 왜 그래...?! 호,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았니? 아, 아니면 역시 다이어트 때문에...?!" 덜덜
>+2 많은쪽
1. 역시 입맛에 안 맞은 거야. 나란 녀석은 정말!
2. 다이어트가 문제야! 나가서 가벼운 운동이라고 했어야지!
3. 자유롭게
코토하 "...그게 아니라... 그... 저어... 정말 라면만 먹고 가는... 건가요...?" 발그레
P "...그럼 뭐?"
코토하 "하앗...?!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 그러면... 슬슬 집에 가야..." 스윽
코토하는 테이블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빠르게 코토하에게 다가가 손목을 낚아챘다. 그 바람에 코토하와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코토하 "꺄앗?! 프, 프로듀서 씨...?!"
코토하는 내 밑에서 손목이 붙잡힌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그림자 덕분에, 코토하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P "방금 뭘 말하려고 했어?"
코토하 "네, 네에...?"
P "방금 그랬잖아. 정말 라면만 먹고 가는 거냐고? 다른 걸 할 것이 있었나?"
코토하 "아아...? 아... 아무것도... 아닌...데..."
P "내가 '라면 먹고 갈래?'라고 했을때... 코토하는 혹시,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었던 거야?"
코토하 "......아, 아니요... 전..."
P "......."
억지로 코토하를 쓰러트리고는, 팔목을 붙잡고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2 많은쪽
1. 역시 라면 맛이 없었다거나...
2. 무슨 생각했어? 말하지 않으면... 널 해칠지도 몰라?
3. 아... 역시 피곤해서 그렇구나? 괜찮으면... 자고 갈래?
4. 자유롭게
P “아... 역시 피곤해서 그렇구나? 괜찮으면... 자고 갈래?”
콭 “아..ㄴ..”
P “아니면, 코토하,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거니?”
콭 “네?”
P “무슨 생각했어? 말하지 않으면... 널 해칠지도 몰라?”
P "아... 역시 피곤해서 그랬구나? 말을 하지. 그런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버렸네? 코토하가 괜찮으면... 자고 갈래?"
코토하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을 보며 말했다.
코토하 "아... 하지만... 하지만요... 저희... 격리된 것도 아니고... 집도 가까운데..."
P "흐응... 그래? 그럼 내가 틀렸나 보네. 그럼 무슨 고민이 있어서 그랬어?"
코토하 "...고, 고민은... 고민은..."
코토하의 눈동자가 갈 곳을 모르고 흔들리고 있다. 그녀의 손목이 살짝 저항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 그녀의 팔을 풀어주지 않았다.
P "무슨 생각했어? 말하지 않으면... 널 해칠지도 모른다고?"
코토하 "헤엣...?"
나도 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눈 앞의 그녀를 놀려주고 싶었다. 그것도 강압적으로.
코토하 "스, 슬슬 풀어주세요... 농담하시는 거 다 아니까..."
P "농담 아닌데?"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나는 코토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대로 코토하를 쓰러트린 채로 말이다. 코토하는 점점 숨이 가빠오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코토하 "풀어주세요. 프로듀서 씨..."
마지막으로 단호하게 코토하는 말했다. 그런데, 조금 화난듯한 단호한 표정이 오히려 더 귀여웠다.
>+2 많은쪽
1. 앗차, 내가 무슨 짓을? 코토하를 풀어주자
2.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댄다. 말하지 않으면 키스를 할 거야.
3. 자유롭게
키스로 혼내주겠어
하지만 나는 코토하의 변명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나도 더 이상 순진하게 참고 있을 수 많은 없다.
나는 코토하에게 돌연 입맞춤을 했다. 코토하는 놀랐는지 조금 소리를 내었다.
코토하 "꺄?! 으응...?!"
나는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위에서 그녀를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다. 나는 조금 거칠게 입맞춤을 하였다.
코토하 "...?!!!"
코토하는 너무 놀라 그만 눈을 꼭 감고 가만히 나를 받아드릴 수 밖에는 없었다. 코토하는 몸을 살며시 떨고 있었다. 긴장하며 떨고 있는 것이 몸을 통해서 느껴졌다. 코토하의 숨이 거칠어질때쯤 나는 살며시 입술을 떼었다.
코토하 "후~~ 후우~ 하아..."
입술이 떨어졌음에도 코토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아기처럼 눈을 꼭 감고 있다.
>+2 많은쪽
1. 코토하가 말을 할때까지 할 거야.
2. 코토하가 힘들어하니까, 코토하를 일으켜주고 대화를 나눈다.
3. 자유롭게
코토하 "후... 우..."
P "괜찮니?"
코토하 "안 괜찮...아요..."
P "저, 정말?! 미안해! 많이 놀랬어?"
코토하 "네에... 후우... 정말 미안하세요?"
P "응. 그거야 내가 잘못한 게 맞긴 하니까..."
사실, 코토하에게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대한 것은 처음이었다. 코토하는 화낼 일도 별로 없을 뿐더러 언제나 나를 위해주었으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코토하 "그럼 벌로... 꼭... 안아... 주세요... 떨림이 멈출때까지..."
P "코, 코토하..."
코토하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르륵 내 품에 안겼다. 가쁜 호흡 때문에 가슴의 움직임이 조금 느껴졌다. 하지만 이건 벌이니까... 제대로 코토하를 따스하게 안아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가만히 있었다.
>+2 많은쪽
1. 진정이 된 코토하를 집까지 바래다주자.
2. 예전처럼, 다시 각자의 방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자
3. 사랑하는 사람끼리 같은 침대에서 자는 건 괜찮잖아...? 그냥 자기만 하는 거니까...?
4. 자유롭게
그래도 부모님께 전화는 해야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코토하가 내 침대 위에서 누워있다. 나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그것도 아이돌이 있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긴 했지만... 그때와 달리 바이러스 걱정도 할 필요도 없고, 그녀에 대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없다. 짧은 밤 인사를 나누고, 불을 껐다.
P "코토하"
코토하 "네...?"
벽 너머에서 코토하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파 위에서 보이지 않는 내 방의 침대 쪽으로 향하고 다시 말을 했다.
P "아까 그 질문... 대답은 안해줄 거니...?"
코토하 "...프로듀서 씨"
코토하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P "아하하! 미안해~ 장난이니까..."
코토하 "......안녕히 주무세요"
코토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역시 그 대답을 들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까? 갑자기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코토하였다.
'...앞으로 다른 분과 라면먹는 거, 절대로 금지! 또 금지니까요!... 다음 번에 또 같이 맛있는 거 먹어 주실거죠?'
P "......"
P '이런 금지라면 평생 죽을때까지도 할 수 있다구!!!'
P "두 말하면 잔소리지! 코토하!"
코토하 "알았으면 빨리 주무세요...///"
코토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이불을 코까지 한껏 올려 푹 안았다. 프로듀서의 체취가 그대로 느껴졌다. 문득 엄청 부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코토하는, 그만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한동한 P도 코토하도, 서로의 생각을 하느라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
...
...
시호는 다시 한 번 핸드폰을 보았다. 메세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역시 자는 걸까? 그 사람은 착실하니까 분명 이 시간에는 깊은 잠에 빠졌을 것이다. 시호는 다시 한 번 오늘 저녁의 일을 떠올렸다. 가장 늦게까지 레슨을 하고 퇴근을 하는 길에, 차 안에서 코토하와 프로듀서가 단 둘이 있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그 이후 혹시나 해서 문자를 남겼지만 읽지도 않고 있다. 그 사람과 프로듀서는 무엇을 했을까?
시호 "......"
시호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거지...? 어째서...?"
시호는 침대에서 돌아누워 자신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최근 1달동안 터무니없는 바보 노릇을 했다. 다시금 떠올리면 왜 그랬는지 모를 일들 뿐이었다. 그 냉정하고 똑똑한 시호가, 가장 어리석고 감정적인 행동만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녀의 거울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침대에서 일어나 그 거울을 소매로 닦아내었지만, 다시 한 번 나타나는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 그 사람이었다.
시호 "......"
시호 "타나카 씨..."
시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그녀의 동료 아이돌인 타나카 코토하였다.
시호 "어째서... 어째서... 프로듀서여만 했나요...?"
시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멋진 제복을 입고, 시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주던 그녀를.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항상 나를 다정하게 챙겨주던 그 사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시호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알려주세요... 제발... 누군가..."
>+2 시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지금까지 쭉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코토하를 잊어야 한다
2.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말해야 한다
3. 코토하는 그저 한낱 착각에 의해서, 프로듀서는 하찮은 동정심에 의해서 사귀는 것 뿐이다. 그들에게 진짜 그들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이 뭐가 나쁜가?
4. 자유롭게
해독을 해야 한다.
시호가 처음으로 감정을 느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때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코토하가 자가격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시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시호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은 프로듀서가 코토하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
배신감이 들었다. 코토하와 프로듀서가 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거북하고 불편했다. 더욱 힘든 것은, 프로듀서의 태도였다. 그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자처해서 코토하와 같이 지내겠다고 했다. 그것도 다른 회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한 채로. 시호의 눈에는 프로듀서의 의도가 너무나도 뻔해보였다. 그리고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프로듀서의 얼굴에서, 시호는 느낄 수 있었다. 프로듀서도 코토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시호는 프로듀서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거다. 적어도 프로듀서와 코토하의 사이를 떼어놓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시호는 망설였다. 왜 그랬을까?
>+2 많은쪽, 해독의 방법은?
1. 코토하에게 고백한다
2. 프로듀서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3.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 시호가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열심히, 더욱 열심히 자신의 일에 전념하는 것 뿐이다.
4. 자유롭게
시호는 자신의 메신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대화창이 열리며 최근까지 대화를 나누었던 그 인물과의 상담 내용이 화면 가득히 보였다. 시호는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려본다. 시호가 그를 메신저에서 보게 된 것은 코토하가 격리되었을 즈음이었다. 그 무렵의 시호는, 프로듀서가 일부러 자신이 코토하와 같이 격리되겠다고 주장했던 것이 사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이후였다. 시호는 어찌할줄 몰랐다. 시호는 어렸을때부터 늘 혼자서 스스로의 일을 해결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과 연애라는 문제를 해결할 출구가 없었다. 가족은 물론이거와 동료들에게도 말해서는 안되는 비밀이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스스로 고민을 삭히고 있던 시호에게 어느날 모르는 사람의 메세지가 왔다. 그는 짝사랑을 해결해 주는 전문가라고 했다. 시호는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그에게 코토하와 프로듀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시호 '하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어. 오히려 프로듀서 씨와 다툴 뿐이었잖아'
시호는 눈을 질끈 감으며 보내려던 메세지를 취소했다. 더 이상 발버둥쳐봐야 소용 없다. 어차피 프로듀서와 코토하는 사귀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해봐야 괴롭다. 그 생각 때문에 평소에 하던 레슨도 건성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사태와 겹쳐 평소의 연습량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에, 그것도 괴로운 생각 때문에 대충대충 넘어간 적도 많았다. 시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고 부끄러웠다.
시호는 앱을 삭제했다. 더 이상 이런 헛된 기대속에 살 순 없다. 내일부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연습량을 따라가기 위해서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일을 하면 괴로운 일은 사라질 것이다.
...
하지만 그렇다면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코토하에게 시호와 프로듀서의 음성 메세지를 건내준 사람은 누구였는가? 그는 시호와 몰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던 그 사람이었나?
>+2 많은쪽, 코토하를 위협하고 있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1. 프로듀서
2. 코토하
3. 시호 본인
4. 아무도 모르는 제 3자
5. 자유롭게
하지만 지금 시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이야기이다. 시호는 지금, 오로지 내일 레슨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
눈부신 태양이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꿈은 꾸지 않았다. 오랜만에, 아주 푹 잔 것 같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했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가족들의 밥을 챙겨주셨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국이 뚜껑 사이로 비집고 세어나올려고 할때쯤, 나의 침대까지 그 향기가 올라와 나를 깨워주었다. 태어나자마자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달콤한 알람시계를 선물받은 것이다. 그리고 눈을 비비고 내려다본 그곳에는,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성이 서 있었다.
코토하 "일어나셨어요?"
코토하는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묶고는, 언제 앞치마까지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P "응... 언제 일어났어?"
시계를 보니 아직 새벽이라고 불러도 될 시간이다. 하지만 요리는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 것 같았다.
코토하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기뻐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도 방금 전에 일어났어요"
거짓말이다. 20년간 들어서 아는 뻔한 거짓말이다.
>+2 많은쪽
1. 그녀를 뒤에서 살며시 안는다
2. 갑자기 왜 그래? 저번에 같이 격리되었을 때는 한 번도 식사를 준비한 적 없잖아? 한 번은 있었나?
3. 메뉴는 뭐야? 맛있는 냄새가 나네?
4. 자유롭게
나는 등 뒤에서 코토하를 살며시 안았다. 코토하의 등에 몸을 기대고 가만히 그녀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머리 향기가 은은하게 퍼진다. 코토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려고 했지만, 난 놓아줄 생각이 없다.
코토하 "저... 저기... 프로듀서 씨...? 요리 중인데요...."
P "응... 알아"
코토하 "손을 움직이지 못하겠어요...다 타버릴 거예요...?"
P "그래도 괜찮아..."
코토하도 싫지 않은지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물 끓는 소리만 가만히 들린다. 이미 코토하를 안고 있지만, 더욱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씨, 이제 괜찮으시면 놓아주시면 안될까요?"
P "싫어"
코토하 "프로듀서 씨? 놓아주세요"
P "싫은데?"
코토하 "...에에?? 장난은 그만 치시고 노, 놓아주세요! 곧 다 되니까요!"
코토하는 살며시 내 손을 놓으려고 했다. 난 힘을 주어 저항했다. 코토하는 더욱 힘을 주어 내 팔을 잡았다.
P '우악?! 무슨 힘이 이렇게 쎄?!'
코토하의 강한 팔 힘이 느껴진다.
>+2 많은쪽
1. 얌전히 아침을 기다리자...
2. 좀 더 끌어안을래!
3. 코토하는 내가 싫어? 난 좋아서 그러는 거야
4. 자유롭게
코토하 "참...! 혹시라도 타거나 국물이 졸아버리면 어떡해요. 기, 기쁘긴 하지만요... 제대로 준비가 될때까지는 얌전히 기다려 주세요"
P "미, 미안해..."
코토하 "다른 것보다 프로듀서 씨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주고 싶으니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시겠죠?"
P "네에..." 시무룩
얌전히 식탁에 앉아서 코토하가 분주하게 요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침은 소박한 된장국과 생선구이다. 하나부터 열가지 너무 맛있었다. 어쩜 코토하는 못하는 게 뭐람?
P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 정말로!" 척
코토하 "프로듀서 씨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더 맛있었을 거예요"
P "......미안함다..."
코토하 "그래도 맛있게 드셔주시니 기뻐요"
배가 든든하게 채워졌다. 사실은 음식보다는 아침부터 코토하와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하지만 슬슬 출근도 해야하고 코토하도 돌아가야 하는데...
>+2 많은쪽
1. 조금 늦게 출근해도 괜찮으니 집에서 코토하와 단둘이 느긋하게 보낸다
2. 오늘은 일찍 출근해야 한다. 코토하는 피곤할테니 조금 쉬다가 회사로 오라고 하자
3. 자유롭게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겨우겨우 다시 문을 열게 된 극장이지만, 최근 들어서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문을 닫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였다. 나를 포함한 직원들도, 아이돌들도 모두 초긴장 상태의 연장선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일을 손에 놓을 순 없었다. 2주간 격리되어 있는 동안, 극장은 로테이션제를 도입했다. 최대한 대규모 이벤트는 모두 취소했고, 공연도 최소한의 아이돌끼리의 접촉을 피해서 스케쥴을 조정하였다. 레슨과 극장의 비대면 공연 등의 가장 필수적인 스케쥴이 있는 매일 5~6명 정도의 아이돌만 출근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렇다고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한 명 한 명의 아이돌들은 티를 내고 있진 않지만 분명히 프로듀스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코토하와 같이 격리된 것도 무리한 결정이었고, 그 후 극장마저 문을 닫으니 분명 회사에 대한 불만과 함께 업무의 공백에 대한 불안감 또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코토하 "어머, 벌써 출근하시는 거예요?"
방 안에서 무언갈 하던 코토하가 놀라서 현관으로 나왔다.
P "응"
코토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도 금방 나갈 준비를 할께요!"
P "아니, 코토하는 천천히 나와도 괜찮아. 어제도 무리를 했고... 조금은 쉬는 편이 좋아. 오후에 합동 안무 연습에만 늦지 않으면 돼"
코토하 "하지만 그래도..."
P "그래도 괜찮아. 컨디션 관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거잖아? 얌전히 푹 쉬어"
코토하 "......"
P "그럼, 이따가 극장에서 봐"
웃으면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코토하가 나를 잡아세웠다.
코토하 "자, 잠시만요!"
P "응?"
코토하 "마스크는요? 마스크는 하시고 가셔야죠!"
P "아아?! 그러고보니 깜빡했네...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코토하 "아이참...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코토하는 쪼르르 방에 들어가 마스크를 하나 꺼내서 나왔다.
코토하 "정말... 혹시라도 모르니까 바쁘더라도 위험하니까 꼭 챙기셔야죠! 게다가 사람들도 많이 만나실텐데 다른 분들이 불안해 하실 수 있으니까요"
P "으, 으응... 미안"
코토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충고해주었다. 코토하의 말이 백번 옳다. 하지만 나도 깜빡한 것 뿐인데...
P "으응... 알았으니까 줘"
코토하 "아... 제가 씌워드려도 괜찮을까요?"
P "응?"
코토하 "잠깐 고개 좀 숙여주세요! 제가 씌워드릴게요"
코토하는 나에게 다가와 발돋움을 하고 마스크를 씌워주려고 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살핌을 받는 것이 얼마만일까?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2 많은쪽
1.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마스크도 못 쓸까봐~? 내가 쓸게~
2. 얌전히 있는다
3. 장난스럽게 입술을 내밀어 본다
4. 앞으로는 매일 매일 일부러 까먹을 거야
5. 자유롭게
코토하 "네에~?! 그, 그러면 안 돼요!"
P "왜?"
코토하 "제가 아까부터 이야기 했잖아요. 혹시 잘 못 들으셨나요?"
P "아니, 알고 있어"
코토하 "그런데 왜요...? 호, 혹시... 잔소리 같아서 싫으셨나요?"
P "잔소리 같긴 해"
코토하 "헤엣......?! 저, 제가 주제넘게 참견했던 건가요...?"
P "그런 면도 있긴 하지"
코토하 "헤에에에...? 저는... 그냥... 프로듀서 씨가 걱정되어서 그런 건데..." 쿠웅
P "근데 말이지... 그게 싫진 않아"
코토하는 어리둥절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P "그게, 보통의 관계라면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참견하진 않잖아?"
코토하 "네..."
P "사소하고 작은 거긴 하지만... 이런 참견은 싫지 않아. 마치... 아내같아"
코토하 "에...?"
P "앞으로도... 매일 매일 일부러 까먹을래. 대신 코토하가 날 챙겨줘. 난 그게 좋아"
코토하 "......"
P "왜... 그래? 울어?"
코토하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흐윽..."
P "어?! 왜 그래? 왜 울어?"
코토하 "저... 저 방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그래서... 믿어지지가 않아요. 혹시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제 눈 앞에 있는 당신이... 사라질까봐..." 뚝뚝
P "코토하..."
>+2 많은쪽
1. 꿈이면 볼을 꼬집으면 깰 거야. 코토하의 볼을 마구 꼬집어준다
2.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다고 다독여준다. 난 어디도 가지 않아
3. 사실 이거 다 꿈이야. 미안해 (장난)
4. 나도 그래. 그래서... 다시 코토하랑 같이 살고 싶어.
5. 자유롭게
코토하의 눈물 방울을 닦아주었다. 코토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토하 "하지만... 제가 항상 옆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마스크 같은 부분은 꼭 주의를 해주세요!"
P "윽... 울면서도 그 부분은... 역시 코토하는 성실하다니까"
코토하 "네?"
P "아니야. 챙겨줘서 고마워.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
코토하 "아 네! 이따가 뵐게요"
P "응! 이따봐"
현관문을 닫을때까지 코토하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누군가 집에서 나를 배웅해준다는 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감정이 샘솟는다. 충만함? 뿌듯함? 삶의 의욕? 이 세상에 누군가와 기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을 일이다.
...
아침 일찍 극장에 도착했다. 이미 관객들은 받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소수의 아이돌과 직원만 출근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도 북적거리던 극장 안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 오늘은 3일 후에 있을 비대면 공연의 리허설을 하는 날이다. 멤버는 코토하와 시호... 내가 기획을 했다지만 정말 우연히도 최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두 사람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은...
>+2 많은쪽
1. 무대 점검을 위해 극장 무대로 간다
2. 아이돌들의 지도를 위해 레슨실로 간다
3. 전반적인 기획 업무를 위해 사무실로 간다
4. 자유롭게
나는 곧 있을 시어터의 비대면 공연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관객 없이 온라인으로 공개가 되는 것이라 텅 빈 무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 자체가 어색할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모든 직원들이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극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야 입장료를 받으면 되지만 아무래도 온라인 공연에 티켓팅을 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많은 회의를 거친 끝에 따로 페이를 받지 않은 공개된 플랫폼에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송출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이전에 협업했던 회사들이 광고를 지원해주겠다고 해서 어떻게든 수익은 마련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홍보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데, 전화가 울렸다. 예의 그 회사의 광고주였다.
P "아 네! 765 프로덕션입니다... 아 네! 아... 예. 오히려 저희들이 너무 감사하죠.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번에 우리 쪽에서도 온라인 방송 컨텐츠를 하나 제작중인데, 출연자가 필요해서 말이죠"
P "아, 저희 아이돌들 말입니까?"
나는 재빨리 스케쥴표를 확인했다. 일정이 더럿 있긴 했지만 조정만 한다면 어떻게든 상관이 없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온라인 공연에 출연하는 분들 중에 섭외하고 싶어서요. 연계성도 있고..."
P "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분이라면..."
"아무래도 우리 회사 아이템에 대해서 전혀 모를 것 같은 신선한 인물들이 필요해요. 저희 쪽이 염두해두고 있는 분들은 두 명이에요. 타나카 코토하 양과 키타자와 시호 양의 스케쥴은 괜찮습니까? 꼭 두 분 다 섭외를 하고 싶은데요"
순간 당황했다. 코토하도 괜찮고 시호도 괜찮지만, 내 머리속에는 지난번 있었던 코토하와 시호의 사건들이 떠올랐다. 지금 그 둘을 같이 출연시킨다는 것은...
P "아... 네... 그, 그게..."
>+2 많은쪽
1. 어떤 컨텐츠인지 설명을 먼저 구하자
2. 회사 경영이 어려워진 지금 고를 수 있는 것은 없다. 게다가 비대면 공연을 지원해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된다고 한다
3. 출연은 어렵다고 한다. 대신 다른 인물들로...
4. 자유롭게
이상한 공연일지도 모르니 당연한 소리다.
"예능이에요. 인터넷에서 짧은 단위의 영상으로 나가는 형식으로요. 웹드라마와 비슷한데, 주제는 가볍고 가능한 사실적인 다큐 예능 형식의 방송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각 주제별로 저희 회사의 상품을 소개해주시면 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2 많은쪽
1. 보건국과의 협업으로, 코로나 방역에 대한 공익 광고에 대한 내용
2. 집에서 하루종일 게임만 하는 내용
3. 여행 패키지를 체험하는 내용
4. 자유롭게
P "시의성은 있지만... 여자 아이들이 하기엔 조금 무리지 않겠습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최대한 가볍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촬영할 거니까요. 그럼 촬영 괜찮은 거죠?"
P "스케쥴은 괜찮지만, 연기자들의 생각들도 들어봐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구체적인 촬영 컨셉은 같이 조율하면 되니까 그렇게 큰 부담감은 없을 거예요. 오늘 내로 다시 전화주세요"
P "네! 최대한 빠르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또 그 놈의 바이러스인가... 정말 끈덕지다. 그 녀석 때문에 코토하의 마음을 알게 되긴 했지만... 격리가 해제된 뒤에도 끊임없이 따라오고 있다. 어쩔 수 없을까? 오늘 중으로 그 둘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
>+2 많은쪽
1. 시호에게 연락을 하자
2. 코토하에게 연락을 하자
3. 삼자대면은 어떨까
4. 자유롭게
P "어라? 코토하, 핸드폰 보고 있었어? 바로 받았네?"
"네에?! 아... 아 그,그게..."
P "응? 뭘 그렇게 놀라? 아직 우리집에 있지?"
"네...? '우리'... 집이요?"
P "음? 우리집... 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오... 무, 무슨 일이신가요?!"
왠지 상기된 듯한 목소리인 코토하.
P "...? 아무튼 중요한 이야기야.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일인데..."
코토하에게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
P "어떻게 생각해? 아직 그 일... 마음에 쓰고 있니?"
"아니에요! 그 정도 일은 잊은지 오래에요.... 저 알고 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고 믿어주시는 팬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걸요!"
P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코토하는 격리까지 된 당사자기도 하고, 그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워낙 바쁘게 스케쥴이 있으니까 힘들면 언제든지 말해도 괜찮아"
"아니에요. 오히려 프로듀서 씨가 제일 바쁘시잖아요? 어렵게 구해오신 일인데, 제가 거절할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소개하는 좋은 일이잖아요? 아이돌 일을 하면서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전 감사해요!"
P "코토하..."
코토하에겐 미안하지만 여기서부터 본론이 될지도 모르겠다.
P "그런데, 이번 기획은 혼자가 아니라 두 명이서 출연하는 거라서 말이야..."
"앗! 그랬었나요? 상대분은 누구신가요?"
P "우리 회사 아이돌이야"
"아~! 잘 됐네요! 안심이에요! 후훗, 친한 친구랑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니 정말 기대돼요! 누구인가요?"
P "시호야"
".......에?"
조금은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분명 저번에 말한 시호의 거짓말 때문이겠지... 코토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
P "코토하"
"네, 네에?"
P "괜찮니?"
"ㄴ,네엣!"
P "내 말은... 시호와 같이 일해도 괜찮냐는 뜻이야"
"......"
"괘, 괜찮아요. 시호는... 배려심 많고 착한걸요. 분명 잘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거예요!"
P "그래?"
>+2 많은쪽
1. 시호는 싫다고 하던데? (거짓말)
2. 다행이야. 코토하가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그럼 열심히 일 해보자!
3. 저번에 나에게 했던 말은? 그 이후로 시호랑 이야기 해본 적 있어?
4. 자유롭게
"아... 제가 그날 저녁에 전화를 했었어요. 하지만 받질 않아서..."
P "그래서?"
"메세지를 보냈어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는데... 시호는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P "......"
"하지만 전...! 그동안의 시호쨩을 믿고 있어요. 분명 어떤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마침 같이 방송을 할 수 있다니까... 이번 계기로 다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직접 시호쨩이랑 이야기를 해봐도 괜찮을까요?"
P "하지만 시호는 이야기를 하기 싫다고 했잖아"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시호쨩은 항상 자기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니까...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촬영에 대해서도 제가 출연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코토하의 똑부러진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밤 사이에 심경의 변화라도 있을까? 아니면 사적인 일 정도는 넘어서더라도 지나치게 성실한 걸까...?
>+2 많은쪽
1. 코토하에게 맡긴다
2. 시호는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한다
3. 역시 문제가 있을 것 같다. 같이 출연하는 것은 꼭 시호가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한다
4. 자유롭게
일단 프로듀서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통보를 해야지
"하지만..."
P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호가 출연을 승낙하고 나서 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지금 단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더 일이 복잡해질 거 같아"
"......알겠습니다. 프로듀서 씨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P "신경써줘서 고마워. 괜히 코토하까지 걱정시키게 만든 것 같네"
"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의욕만 앞선 것일지도 몰라요"
P "응... 그래"
나는 사무소를 힐끗 돌아보았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눈은 없을 거다.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대화는 이정도로 할까?
P "...그건 그렇고 큰일이네"
"네?! 어, 어떤 큰일이에요?! 또 무슨 일이 있나요?"
P "출근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벌써 코토하가 보고 싶어"
"...네에?!! 그, 그, 그치만... 출근하신지 1시간도 안 되셨고... 지금 사무소에 계신 거 아니신가요?! 누, 누가 듣기라도 하면..."
P "마침 아무도 없어. 그리고 1시간이면 너무 가혹하지 않아?"
"우으....... 그, 그럼 어떡하죠...? 프로듀서 씨... 저 때문에 괜히 일에 지장이라도 가시면... 그것만은 안 돼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P '문득 든 생각이지만 코토하는 내가 우선인 걸까 일이 우선인 걸까......?'
P "그럼 말이야... 지금 전화로, 이것을 해주면 힘이 날 것 같아!"
>+2 까지, 수화기 너머의 코토하에게 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