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 이후였어요. 전 그때 프로듀서 씨에게 실망하고 분노했지만, 일부러 감추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 씨는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셨었죠. 그때 했던 말 기억하세요?"
P "......"
시호 "저보고, 혹시 날 좋아하냐라고 물어보셨잖아요. 설령 제가 백번 양보해서 프로듀서 씨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저보고 코토하 씨가 좋다고 했다가, 제가 시무룩해있으니까 날 좋아하냐고 물어본 이유가 대체 뭐에요? 정말 단순하게 저를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전... 그때 알 수 있었어요. 절대 이런 남자에게... 코토하 씨를... 보내줄 수 없다고요. 그때 제가 고백이라도 했더라면, 코토하 씨를 버리고 저랑 사귀기라도 하실 생각이었다고 했죠?"
시호 "전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정했어요. 어떻게든... 코토하 씨와 프로듀서를 떨어뜨리고 싶다고요"
시호는 깜짝 놀라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시호와 프로듀서 사이를 억지로 떼어내며 코토하는 단호한 눈으로 시호를 마주보았다.
시호의 머리 속에는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시호에게 한 사람이 계속 눈에 밟혔다.
춤도, 노래도, 연기도 모두 시호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마치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시호와는 다르게,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흠집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시호의 눈에는 큰 벽으로만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키사라기 선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데뷔 년도도 훨씬 앞서고, 그녀가 갓 아이돌이 되었을때 그녀는 이미 스타였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더 높은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겠지? 키사라기 선배는 시호에게 있어서 희망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코토하는 달랐다. 코토하는 시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스카우트된 동기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호와는 전혀 달랐다. 체력도 우수했고 연극은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할 정도의 실력이었으며 공부도 잘했다. 이제 모든 것을 시작하는 시호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늘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시호는 그런 차이를 인정할 수 없었다. 같은 레슨을 받고 같은 노력을 했는데 왜 따라잡을 수 없는 걸까? 그때부터 시호는 코토하와 대립했다. 유닛 활동을 하면서 안무부터 의상까지 하나하나 코토하의 의견에 반대를 했다. 코토하가 정성껏 그려온 안무 동선을 초등학생 같다며 비웃었다. 시호는 코토하가 화를 내며 논리적이고 고압적으로 나올 줄 알았다. 시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시호조차 모르겠지만, 시호는 아마 코토하가 자신을 치열한 경쟁자라고 인식해주리라고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시호에게 있어서 코토하와 의견 대립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 자존감을 높혀주는 사실이 될 정도로 시호는 코토하에게 있어서 심한 열등감을 느꼈었다.
코토하의 반응은 시호의 예측을 한참 벗어났다. 코토하는 시호의 말에 시무룩해져서 도리어 사과를 할 뿐이다. 레슨에 대해서 타박을 해도 코토하는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시호를 처다보았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하자며 시호를 위해 도시락까지 준비해주었다. 시호는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도리어 화를 버럭 내며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했다. 왜 나에 대해서 인정해 주지 않는 거지?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시호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토하는 정말로 시호와 싸울 마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코토하는 시호의 일이라면 모든지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순종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깨닫고 난 뒤, 시호의 내면에 있는 적개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보다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지만, 전혀 경쟁자로서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자 시호는 허탈해졌다. 그 공허함을 비집고 자기 만족이 탄생했다. 실은 코토하는 시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에게도 휘둘리기 쉬운 사람이다. 성실하고 논리적이지만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강한 의지를 가진 내가 코토하를 일깨워주어야만 한다. 이런 자기 만족 때문에 시호의 질투는 점점 동료 의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호의 의식속에서 결정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그런 코토하를 일깨워주고 다그치고 응원해주는, 코토하에게 있어서 절대적이고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단 한 사람. 바로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서의 지도하에 코토하는 자신감이 없는 본래의 자신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코토하는 프로듀서를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호는 점점 두려워졌다. 코토하의 의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내면에 꽁꽁 숨겨두었던 열등감이 다시 한 번 폭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비뚤어져 코토하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다. 코토하의 옆에서 성가시게 조언하는 프로듀서는 시호에게 있어서 방해꾼이자 또다른 경쟁자였다.
그 도화선을 붙인 것은, 코토하가 막 격리되었을때의 일이었다.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던 시호가 사장실을 지나친 것은 우연이었을 것이다. 사장실 안에서는 사장님과 프로듀서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세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프로듀서가 코토하를 데리고 2주간 격리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프로듀서는 시호에게 있어서 코토하의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
코토하 "듣고 있는 거야? 시호쨩!"
시호는 문득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정말...! 정말 왜 그러는 거니!!"
코토하는 시호에게 크게 소리를 내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사과하고 있어. 그런 심한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시호는 눈 앞의 코토하가 두려웠다. 시호가 알고 있던 순하고 착한 코토하는 없었다. 지금의 코토하는 오직 프로듀서만을 바라보는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여성에 불과했다.
나의 말에 코토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토하 "...저, 사실은요. 그동안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제 진심을 전하면 저를 돌아봐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어요. 그런데... 시호쨩의 일만 떠올리면... 무서워져요... 어째서 시호쨩은... 착하고, 친절한 아이가 왜... 저와 프로듀서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 생각 때문에..."
코토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 말했다.
코토하 "아...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마음을 돌릴 수 없는 사람들이... 사실은 많았구나.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극장에서 공연을 할땐 모두 저희를 응원해주시지만, 이번 공연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거라서... 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도 있을텐데... 그런 생각 때문에..."
코토하 "솔직히... 조금 무서워요. 저 카메라 뒤에서 바라볼 사람이... 저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런 생각 때문에, 잠시나마 착각을 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정말 정해진 동선대로 행동하게 된다. 카메라 워크, 매 1초마다 켜지는 카메라가 다르고 시점도 달라지고 포즈도 달라진다. 평소 공연 같으면 오로지 관객들만을 위해서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비대면 공연이라면 달라진다. 1초 1초의 동선까지도 모두 정해진대로 맞춰가야 한다. 그래서 항상 방송으로 올라가는 무대는 언제나 몸이 기억할 정도로 반복과 반복의 연습을 동반한다. 결국 머리가 아닌 몸이 자동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만드는 게 언제나의 목표가 된다.
하지만 일정은 그렇게 편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지 못하면 머리로라도 기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토하는 무대가 두렵다고 한다. 두렵다면 머리가 굳는다. 평소에 하던 동작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1
1.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이돌을 해. 그럴수록 뻔뻔하게 웃으면서, 모두 널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야지
P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이돌을 해. 그럴수록 더 뻔뻔하게 웃으면서, 모두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야지"
코토하 "네?"
P "집중해야지 코토하. 공연이 당장 코앞인데 겨우 그런 걸로 신경을 쓰면 어떡해. 너를 기다려주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예상치 못한 따끔한 말에 코토하는 당황스러운지 안절부절 못하며 거듭 사과를 했다.
코토하 "죄, 죄송해요..."
P "마음 꽉 잡아. 지금의 넌 아이돌이야. 알겠니? 내가 아는 코토하라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코토하의 어깨를 잡으며 이야기를 했다.
코토하 "네,네엣! 저... 좀 더 집중하도록 할게요!"
...
며칠 뒤 공연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코토하의 기량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자로서 낙제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코토하는 평소의 당당하고 풍부한 연기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가끔은 아에 다른 곳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도 했다. 학점으로 따지면 B0일까.
해맑게 웃으며 인터넷에 송출되는 화면을 바라보는 아이돌들. 녹화 장면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공연하는 것은, 게다가 관객들이 아무도 없이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텅 빈 공연장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스텝들과 인형을 포함해서 몇명을 객석에 배치했지만 역시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노래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코토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아이들과 웃으며 떠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시호도 저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P "그렇구나... 학생은 마냥 편한줄만 알았는데, 너희들도 고생이 많구나.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네"
모모코 "오빠, 그런 약한 소리해도 변하는 건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외출하고 돌아와서 손 잘 씻기, 마스크 꼼꼼하게 쓰기, 사람 많은 곳은 피하기! 그런 수칙들만 지켜도 더 좋아질 거야"
P "알았어. 고마워 모모코"
코토하 "......"
코토하 "핫?! 아니에요! 여기서는 좀 더 따끔하게, 어른답게 이야기를 해주셔야죠! 그래서야 메구미쨩이나 엘레나쨩이 정말로 원격수업이라고 대충 들을 수 있잖아요!"
P "뭐... 출석만 한다면..."
코토하 "프로듀서 씨!"
코토하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다.
P "윽..."
엘레나 "메구미~ 코토하가 무서워~"
메구미 "제대로 시험만 치면 되잖아"
코토하 "시험만 잘 본다고 다가 아니라, 학교 수업은 당장 필요한 것 같진 않아보여도 나중에 되면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올 거야. 그리고 우리는 아이돌이기 이전에 학생이니까 주어진 과제에 성실히 수행을 해야지. 안 그러면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메구미나 엘레나를 안 좋게 볼 수 도 있어. 그러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제대로 수업을 들어야지 안 그러면 정말..."
모모코가 할 이야기가 있다면야... 코토하랑 같이 놀고 싶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코토하네가 손을 흔들며 사라지고나서 모모코에게 물어보았다.
P "그런데 무슨 일이니?"
모모코 "그게... 있잖아...?"
...
설마, 안경점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즘 눈이 잘 안 보이는 거 같아'라면서 걱정하는 모모코를 데리고 온 것이다. 보니까 부모님도 바쁘시고 다른 직원들에게 말하기도 조금 부담이 되었나보다. 안경을 쓴다는 건 아이돌 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까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시력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멀리 있는 글씨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은 글씨를 읽을때나 잠깐 쓰는 예비용 안경을 맞추었다. 모모코는 안경을 쓴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렌즈나 시력교정도 물어보았다.
P "일단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니까 다행이네"
모모코 "하지만 떨어진 시력은 다시 돌릴 수 없잖아..."
P "괜찮아. 요즘엔 교정해서 다 좋아질 수도 있고, 메구미나 코토하도 평소 지낼때는 안경을 쓰니까. 별 문제 없어! 걱정하지 마. 렌즈 같은 경우는 아직 고려를 좀 더 해보자. 너무 어렸을때 쓰는 건 안좋다고 해"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불행히도 시어터의 식구들은 전혀 이러한 사태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뭐래도 시어터는 애초에 관객들과 직접 매주 소통하는 소규모 공연으로 인기를 끈 경우가 아닌가? 또한 방송계의 사정도 달라지고 있다. 1인 미디어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전처럼 대규모로 아이돌을 섭외하는 장기적이고 큰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지난 달만 해도 정규 라디오 편성 하나가 날라갔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손익분기점 자체가 올라가면서 게런티가 확 줄었다. 사업체들도 모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여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게런티를 이전과 같이 보장해주지 못했다. 극장 공연과 메스미디어 프로그램 두 가지 축이 흔들리면서, 실제로 이러한 리스크는 매출의 타격으로 직결되었다. 벌써 작년 동월 기준으로 매출은 18%나 감소했다. 그나마도 프로듀서가 재빠르게 여러 시도들을 했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다.
P '암울하구만... 암울해...'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언제 종식이 될까. 연신 커피만 마시며 애타는 속을 달래본다.
미사키 "프로듀서 씨! 큰일이에요!"
또 한 프로그램이 날라간 걸까? 미사키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를 들을때면 머리 속이 지끈지끈 아려온다.
P "또 무슨 일인데요?"
미사키 "그게... 그 저번에 프로듀서 씨가 가져오신 일거리 말이에요. 코토하랑 시호가 출연하는 거!"
P "응...? 응. 응 그래. 그거 다음주 중으로 촬영에 들어간다면서요? 그게 왜요?"
미사키 "그... 세리카쨩의 아버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요. 후생성의 차관님께서 따로 제작 책임자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P "차관님이요?"
후생성이라면 우리 사업의 직속 중앙청이 아닌가.
P "...어... 언제...?"
미사키 "오늘 저녁이요!!"
P "......"
P "사, 사장님이랑... 다른 프로듀서 분들은...?"
미사키 "사장님은 바로 오신다고 했는데 저녁때나 되어야 오실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다른 프로듀서들은... 한 분이 계시긴 한데... 나머지 분들은 다 출장이라서요"
P "......아, 잠깐만요..."
하필 또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1
1. 그런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야죠... 코토하에게 연락은 해둬야겠네...
2. 이거 기회일지도 몰라요. 다른 부서도 아니고... 대형 프로젝트의 느낌이 나요. 당장 출발하죠!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메세지로 나의 생각을 남겨두었다.
...
한편 코토하는 양손에 한가득 장을 보고 나왔다.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려고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조금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코토하 '하지만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프로듀서 씨도 먹는 거니까... 많이 준비해도 괜찮겠지? 후훗'
싱글벙글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서는 코토하. 집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흥얼거리며 식사를 준비하는데 문득 문자 메세지가 온 것을 확인하였다.
'오늘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아마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정말로 미안해. 다음에 같이 먹자'
코토하 "......"
코토하는 말 없이 핸드폰을 놓아두고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일이 일찍 끝나서 프로듀서 씨가 올 수도 있을까봐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토하의 얼굴에는 점점 미소가 사라져갔다.
...
밤이 흐르고, 벌써 밤 12시가 다되어 가지만 코토하는 여전히 앞치마를 벗지 않고 있다. 프로듀서에게 전화는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가 부담될까봐, 일에 지장이 갈까봐 먼저 전화는 하지 못한다. 코토하가 먼저 연락하지 못한 것은 대게 그런 식이었다. 혹시라도 피곤하신데 방해가 될까봐, 다른 아이돌들에게 의심받을까봐, 또 다시 상처를 받을까봐, 프로듀서 씨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코토하는 지난 이 주간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프로듀서와 같이 격리되었던 시절이 그리웠다. 코토하는 지난 날을 떠올리다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사장님의 지시를 따른 것 뿐이야. 오히려 코토하가 와서 난 불편했다고'
프로듀서는 분명 코토하와 격리된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그게 본심일 것이다. 코토하에게 있어서 불안함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코토하는 1순위가 아니다. -
그런 생각이 들자 코토하는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은 아이돌 일조차도 프로듀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언제나 코토하가 1순위가 아니었다. 물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사랑이지만... 마지막 사랑도 첫 사랑도 아닌... 처음도 끝도 명확한 사랑이 될 것만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한편 프로듀서는 사장과 함께 차관을 만나고 있었다. 격식 있는 레스토랑의 VIP룸을 전세낸 곳은, 꽤 높으신 분들이 많아보였다. 그 속에는 세리카의 아버님도 함께 있었다.
"아! 앉으세요. 얼마전에 있었던 비대면 공연, 잘 봤습니다!"
후생성 차관은 일본의 보건, 복지, 노동을 담당하는 부처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사는 문과성이 가장 관련이 깊긴 하지만 가끔은 후생성과도 연관되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고위 공무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 섭외가 들어온 일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관련하여 시민들에게 정보를 주는 공익적인 프로그램이어서 후생성에서 관심이 있어 투자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도움을 준 것이 세리카의 아버님이라는 것 같았다. 세리카의 아버님은 보건 분야에 크게 사업을 하고 있었고, 게다가 차관과도 동문으로 서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에게 스폰서를 준 완구 업체와도 협업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치가 않다보니까 젊은 층들이 정부에 대해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765 프로덕션은 독특하고 편안한 극장 공연을 통해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또 국내에서도 제일 선두적으로 비대면 공연과 인터넷 방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어서 많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부차 설명은 말하자면 길지만, 결국 우리 회사는 업계 20위권 안에 드는 꽤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마침 여러 상황들이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세리카의 아버님의 인연이 제일 컸던 것이겠지.
"이번에 출연하게 된 아이돌이 누구누구라고 했죠?"
P "예. 그, 타나카 코토하 양과 키타자와 시호 양입니다"
"아! 알고 있어요. 아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특히 그 타나카 양은 이번에 사태 초기에 격리가 되었던 분 아닙니까?"
또 그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다. 하필 시기가 초기였으니까. 지금은 연예계에서도 수 십명이나 감염이 되었지만 코토하가 있었을 때는 별로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대중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상황이다.
P "예. 맞습니다. 다행히도 빠르게 격리 해제가 되었죠"
"훌륭하네요. 당사자였기도 했으니까 방역 수칙도 잘 아실 것이고..."
대화가 무르익고 술이 조금 들어갔다. 차관은 후에 있을 일본 차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비대면 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들을 위로하고 일본의 방역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의 눈에 잘 보인다면 우리 아이돌들도 라인업에 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분위기가 무르익고 서로 왁자지껄 이야기를 편하게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런데 그 세리카 양이 아이돌이라니 정말 놀랐네요. 765 프로덕션에서 활동하고 있다지요?"
"그럼요! 얼마나 예쁘고 착한 아이인데요. 인기도 많고"
"아~ 어렸을때부터 끼가 보였으니까요. 아 그래! 이번에 xx 사장님 공이 큰데, 세리카 양을 출연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야 사장님 면도 살지 않겠습니까?"
"이미 정해졋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하하"
농담처럼 말하지만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차관은 거듭 나에게 말을 물어보았다.
"P 씨가 책임자니까 변경을 하면 괜찮지 않습니까? 아직 촬영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세리카 양도 귀여우니 한 번 고려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P "네...? 그, 그게..."
시호와 코토하를 대신해서 세리카를 출연시킨다...? 그것도 윗선 때문에? 하지만... 아직 촬영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본도 최종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분명 후생성의 라인에 잘보이기 위해서는 그가 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줘야 한다. 출연자 교체 쯤은 가장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호와 코토하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타나카 양은 출연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왜냐면 한 번 코로나에 걸릴 뻔 했던 적도 있으니까"
P "오히려 악영향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조금 어리고 관련이 전혀 없는 아이돌들이 출연한다면 반발감은 줄이고 친근함은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흐음... 뭐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차관님,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긴 한데, 담당자도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이번에는 좀 부탁해요"
그 뒤로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분명 나의 처세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떄야말로 정부와 관련된 사업을 해야 안정성있게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 분명 오늘만 제대로 넘기면 회사에도 크게 도움이 되겠지. 여러가지 일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짧은 미팅이 끝났다. 차관님과 돌아가면서 세리카의 아버님이 곤란한 부탁을 해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후에는 실무자들과의 대화였다. 대화라기 보다 유흥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업체 관련자와 하급 실무자들끼리의 미팅은 중요한 셀럽들만 다닌다는 클럽에서 진행되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뭐 그런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날이 지난 것 같다. 나는 화장실에서 불쾌한 술기운을 토해내었다. 원래 술도 약했고, 이런 자리에서는 바로바로 틈이 날때마다 게워내는 것이 정신을 유지하는 것에는 좋다. 벌써 술에 취한 사람들 중에서는 여자에게 껄떡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쌀이 찌푸려질만도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은 유흥이다.
위잉- 위잉-
웬만하면 핸드폰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이 신경이 쓰였다. 발신자를 보니 코토하였다. 나는 스폰서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클럽 밖으로 나왔다.
P "여보세요"
"아... 프로듀서 씨"
P "코토하, 무슨 일이니"
술기운을 억지로 참으려고 했지만 발음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 그게..."
P "지금은 좀 바쁜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
전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별안간 뒤에서 어떤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빠~~ 뭐해~? 누구랑 전화해?"
딱봐도 술이 머리 끝까지 취한 사람 같았다.
P "잠깐 당신...! 코토하, 아무튼 오늘은 미안해! 내일 사무소에서 보자 알겠지?"
코토하에게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명색이 아이돌 프로듀서인데 굳이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싫다.
...
수화기 반대편의 코토하는...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눈물을 훔치고 정성껏 만든 요리들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무엇이 그렇게 슬픈 걸까? 프로듀서 씨를 믿고 있는 건 맞아. 그리고 일 때문에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도 대충은 알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조금은 가벼운 사이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내가 너무 먼저 나간 걸까? 아직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이인데... 하지만... 속상해. 나만 바보된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데...
프로듀서는... 내가 없어도... 잠도 잘 자고, 일도 잘 하고, 혼자서도 잘 놀고...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왜?
145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코토하 "안 돼요! 시호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P "나가자고!!"
나는 코토하를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섰다. 시호는 우리가 나가자마자 쾅하며 방문을 걸어잠궜다. 아마 조금만 더 두 사람이 붙어있었으면 큰일이라도 났을 것이다.
시호네 집 앞 근처의 놀이터, 언젠가 이 곳에 온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든다. 나는 코토하를 벤치에 앉히고 숨을 골랐다.
>+1 코토하든 시호든, 프로듀서든 이후 행동 자유롭게
"바보... 바보... 당신한테 그 사람을 양보했는데 왜 당신은..."
다시 코토하와 프로듀서와 함께 좋은 동료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코토하의 행동은 시호를 너무나도 미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지금의 시호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그리고 여기, 앞으로 한 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또 한 명있다. 프로듀서는 입술을 깨물고 분노를 가라앉혔다. 대체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할순 없었지만, 코토하를 책망하고 싶지도 않았다.
코토하 "대체 왜... 그랬던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P "누가...? 시호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
>+1 자유롭게
P "......"
P "시호가... 나를 좋아한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코토하 "네?"
P "근데... 생각해보니까, 시호가... 날 좋아한다고... 한 번이라도 말을 했던 적이 없어"
코토하 "......"
P "어디서부터인가 착각을 한 건 아닐까...? 아니, 착각이 맞는 거 같아. 시호가 너에게 했던 말. 프로듀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 진실일 수 있어"
그래, 몇주전 바로 이 놀이터에서 시호와 했던 이야기들... 다시 한 번 떠올려볼까.
코토하는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1 자유롭게
P "그래... 분명히, 시호는 내가 아닌 너를 좋아했던 거야"
코토하 "그럼 왜... 프로듀서 씨에게 그런 짓을 한 거죠...?"
P "......"
P "아마도... 나와 코토하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고"
코토하 "네...?"
시호는 나와 코토하가 격리된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나에게 경고했다. 코토하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내가 코토하와 가까워지는 걸 막으려는 게 아니라, 코토하에게 내가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다.
P "이제... 어떡하지"
코토하 "......"
>+2 까지, 자유롭게
어느새 시호가 등 뒤에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방금까지, 꼴도 보기 싫다며 나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P "왜... 내려왔어?"
시호 "......"
코토하 "시호쨩...!"
코토하가 쪼르르 달려가서 시호의 손을 마주잡았다.
코토하 "난... 난 아무것도 몰랐어. 시호도 내 마음과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안쓰러워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덜어주려고 했던 것 뿐이야. 시호에 대해서 비꼬거나 상처를 입히려고 한 말은 정말 아니니까"
시호 "왜... 사과를 하시는 거죠?"
코토하 "그야... 시호쨩은... 챙겨주고 싶으니까"
시호 "그래요?"
코토하 "응"
시호 "정말 바보같네요"
코토하 "......에?"
시호 "차라리... 차라리 비난을 해주세요. 아니, 뺨이라도 때려주세요"
코토하 "시호에게 어떻게 그래"
시호 "전부... 내가 나쁜 거잖아... 나 혼자서 바보짓하고, 나 혼자서 말도 안되는 짓 하면서... 당신들을 속이려고 한 거잖아"
코토하 "시호쨩..."
시호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코토하 "처음부터...?"
시호 "처음부터... 코토하 씨가 처음 격리되었을 때부터"
코토하 "왜...? 무엇 때문에...?"
시호 "처음 코토하 씨가 격리되었을때, 사장님은 분명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라고 했어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메스컴에 보도될 것이 두려워 자신의 집에 같이 격리되겠다고 주장했었잖아요"
P "그건 몇 번이나 말했지만"
시호 "정말로요?"
P "그래"
시호 "아무리 그래도, 남녀 둘이서 같은 방에 격리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P "그럼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 건데?"
시호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볼까요? 직원이라면 미사키 씨나 코토리 씨도 있잖아요"
P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 싫었어"
시호 "그럼! 처음부터, 병원에 가면 됐었잖아요!"
P "코토하를 그런 이유로 뉴스에 오르내리게 하기 싫었어"
시호 "그럼 적어도, 자택에 혼자 머무르면 되잖아요. 타나카 씨는 어린아이가 아니에요. 매일 전화로 확인만 해도 괜찮잖아요!"
P "너는 처음부터 내가 사적인 감정으로 코토하와 같이 격리되었다고 가정하고 말하는 거잖아"
P "게다가 지금, 사과하러 온 것 아니야? 이런 식이면 싸우자는 거 밖에 더 돼?"
시호 "전 그럴 생각 없었어요. 모두... 프로듀서 때문이라고요!"
시호 "무엇 때문에 그렇게 급했죠? 타나카 씨는 학생이라고 해도 18세에요. 혼자 집에 있는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요. 단지 그것 뿐이었어요? 사적인 감정이 있었던 거잖아요!"
>+1 시호는 처음부터 내가 코토하를 다른 마음을 가지고 같은 방에 격리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P "오해야. 난 사장님의 지시를 따른 거 뿐이야!"
시호 "사장님이 프로듀서와 코토하가 같은 집에서 지내라고 했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P "나에게 죄가 있다면 회사 지시에 다른 거 그거 밖에 없어. 뭣하면 사장님에게 물어봐!"
시호 "지시가 있기 전에, 사장님이랑 대화하신 건 뭔데요? 프로듀서 씨가 먼저 제안을 했고, 그 지시를 따른 거 역시 결국은 프로듀서잖아요? 프로듀서 씨도 좋았기 때문에 동의한 거잖아요!"
>+1
1. 사장님이 억지로 지시한 거야. 모두!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자
2. 난 코토하가 우리집에서 사는 거, 원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어. 어째서 자기 집이 아닌지에 대해서 오히려 묻고 싶었다고!
3. 자유롭게
시호 "그게 대답인가요?"
시호 "그럼 저도 대답해 드리죠. 처음부터 전 프로듀서 씨를 의심했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프로듀서 씨는 자기의 사적인 감정 때문에 극장도 팽겨치고, 코토하 씨와 함께 지내면서 어떻게든 자기 담당 아이돌을 꼬시려고 한 거로밖에 안보였어요"
P "뭐라고?"
시호 "그땐 저도 제 감정이 이해가 안 되었어요.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었어요. 프로듀서 씨가 미웠어요"
시호 "그래서 제가 그 이후에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을때 그랬죠? 코토하 씨에게 사적인 감정이 있는 것 아니냐고요. 프로듀서 씨는 아니라고 했잖아요. 결과는 어떻죠?"
P "그땐 아니었어. 그 당시에는 정말 그랬다고"
시호 "그럼 왜! 그 이후에 저에게 문자를 보냈죠? 마치 자랑하는 것처럼, 마치 제 걱정을 조롱이라도 하는 것처럼 제게 코토하 씨가 좋다고 왜 문자를 보내신 거나고요"
>+1 나의 대답
시호 "솔직히 그때까지도 제 마음을 몰랐어요"
시호 "그리고 프로듀서 씨는 제가 걱정된다면서 저희 집까지 오셨었죠"
시호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 이후였어요. 전 그때 프로듀서 씨에게 실망하고 분노했지만, 일부러 감추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하지만 프로듀서 씨는 전혀 엉뚱한 소리를 하셨었죠. 그때 했던 말 기억하세요?"
P "......"
시호 "저보고, 혹시 날 좋아하냐라고 물어보셨잖아요. 설령 제가 백번 양보해서 프로듀서 씨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저보고 코토하 씨가 좋다고 했다가, 제가 시무룩해있으니까 날 좋아하냐고 물어본 이유가 대체 뭐에요? 정말 단순하게 저를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전... 그때 알 수 있었어요. 절대 이런 남자에게... 코토하 씨를... 보내줄 수 없다고요. 그때 제가 고백이라도 했더라면, 코토하 씨를 버리고 저랑 사귀기라도 하실 생각이었다고 했죠?"
시호 "전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정했어요. 어떻게든... 코토하 씨와 프로듀서를 떨어뜨리고 싶다고요"
시호 "그때 그 사람에게 물어본 거예요. 그 방법에 대해서"
>+1 나의 대답
P "미안하다..."
시호 "뭐가 미안한데요?"
시호는 나에게 다가와 다시 한 번 말했다.
시호 "이제와서 적당히 넘어갈 셈인가요?! 확실히 말해주세요. 어떤 것이 미안하고, 어떤 것이 오해인지!"
>+1 대답
시호는 깜짝 놀라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시호와 프로듀서 사이를 억지로 떼어내며 코토하는 단호한 눈으로 시호를 마주보았다.
시호의 머리 속에는 지나간 과거의 일들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시호에게 한 사람이 계속 눈에 밟혔다.
춤도, 노래도, 연기도 모두 시호보다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은 마치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았다. 시호와는 다르게,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였다. 흠집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시호의 눈에는 큰 벽으로만 느껴지던 사람이었다.
키사라기 선배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데뷔 년도도 훨씬 앞서고, 그녀가 갓 아이돌이 되었을때 그녀는 이미 스타였다.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더 높은 무대로 진출할 수 있겠지? 키사라기 선배는 시호에게 있어서 희망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코토하는 달랐다. 코토하는 시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스카우트된 동기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시호와는 전혀 달랐다. 체력도 우수했고 연극은 전국대회에서도 수상할 정도의 실력이었으며 공부도 잘했다. 이제 모든 것을 시작하는 시호와는 전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늘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시호는 그런 차이를 인정할 수 없었다. 같은 레슨을 받고 같은 노력을 했는데 왜 따라잡을 수 없는 걸까? 그때부터 시호는 코토하와 대립했다. 유닛 활동을 하면서 안무부터 의상까지 하나하나 코토하의 의견에 반대를 했다. 코토하가 정성껏 그려온 안무 동선을 초등학생 같다며 비웃었다. 시호는 코토하가 화를 내며 논리적이고 고압적으로 나올 줄 알았다. 시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시호조차 모르겠지만, 시호는 아마 코토하가 자신을 치열한 경쟁자라고 인식해주리라고 바랬을지도 모르겠다. 시호에게 있어서 코토하와 의견 대립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있어서 자존감을 높혀주는 사실이 될 정도로 시호는 코토하에게 있어서 심한 열등감을 느꼈었다.
코토하의 반응은 시호의 예측을 한참 벗어났다. 코토하는 시호의 말에 시무룩해져서 도리어 사과를 할 뿐이다. 레슨에 대해서 타박을 해도 코토하는 금방이라도 울 것 처럼 시호를 처다보았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하자며 시호를 위해 도시락까지 준비해주었다. 시호는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도리어 화를 버럭 내며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했다. 왜 나에 대해서 인정해 주지 않는 거지? 나를 바보 취급하는 건가? 시호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토하는 정말로 시호와 싸울 마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코토하는 시호의 일이라면 모든지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 순종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깨닫고 난 뒤, 시호의 내면에 있는 적개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자신보다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람이지만, 전혀 경쟁자로서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하자 시호는 허탈해졌다. 그 공허함을 비집고 자기 만족이 탄생했다. 실은 코토하는 시호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에게도 휘둘리기 쉬운 사람이다. 성실하고 논리적이지만 싫은 소리도 제대로 못하는 나약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강한 의지를 가진 내가 코토하를 일깨워주어야만 한다. 이런 자기 만족 때문에 시호의 질투는 점점 동료 의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시호의 의식속에서 결정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그런 코토하를 일깨워주고 다그치고 응원해주는, 코토하에게 있어서 절대적이고 많은 영향을 미치는 단 한 사람. 바로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서의 지도하에 코토하는 자신감이 없는 본래의 자신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코토하는 프로듀서를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호는 점점 두려워졌다. 코토하의 의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내면에 꽁꽁 숨겨두었던 열등감이 다시 한 번 폭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비뚤어져 코토하에 대한 집착으로 바뀌었다. 코토하의 옆에서 성가시게 조언하는 프로듀서는 시호에게 있어서 방해꾼이자 또다른 경쟁자였다.
그 도화선을 붙인 것은, 코토하가 막 격리되었을때의 일이었다. 밤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있던 시호가 사장실을 지나친 것은 우연이었을 것이다. 사장실 안에서는 사장님과 프로듀서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세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프로듀서가 코토하를 데리고 2주간 격리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제 프로듀서는 시호에게 있어서 코토하의 모든 것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
코토하 "듣고 있는 거야? 시호쨩!"
시호는 문득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정말...! 정말 왜 그러는 거니!!"
코토하는 시호에게 크게 소리를 내었다.
코토하 "프로듀서 씨는... 사과하고 있어. 그런 심한 말을 할 필요는... 없잖아...?"
시호는 눈 앞의 코토하가 두려웠다. 시호가 알고 있던 순하고 착한 코토하는 없었다. 지금의 코토하는 오직 프로듀서만을 바라보는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여성에 불과했다.
>+1 자유롭게
시호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코토하에게 이야기했다.
시호 "타나카 씨도 이제 변했네요"
코토하 "변한 건... 시호야..."
코토하는 시호를 노려보았다. 그래봐야 무섭진 않지만... 시호는 팔짱을 끼고 차갑게 이야기를 했다.
시호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어차피 전... 이유없이 화만 내는 사람에,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바보에... 두 사람을 훼방만 놓는 방해꾼에 불과하니까요"
코토하 "......"
시호 "그럼... 이제 됐나요? 방해꾼은 사라져 줄테니까, 예쁜 사랑이라도 하세요. 더이상 전... 두 사람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잘 됐네요. 축하해요"
시호는 애써 두 사람의 눈을 피하며, 코토하의 곁을 차갑게 지나갔다. 어찌나 빠르게 걷는지 시호가 지나간 자리에 찬바람이 느껴질 정도였다.
>+1 코토하 or P의 시점에서 자유롭게
"비밀로 하는 게 좋았을까요?"
코토하는 그녀의 집 앞까지 와서야 겨우 입을 떼었다.
"아직 시호 말고는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만약 언젠가... 모두가 알게 된다면... 다들... 싫어하시겠죠...? 다른 애들도... 사장님도... 팬 분들도..."
>+1
1. 당연히 아니지. 시호는 정말 예외니까... 모두 축하해 줄거야
2. 나는 코토하만 있으면 돼
3. 그게 아이돌의 숙명이니까
4. 자유롭게
"그럼..."
"그 말은... 코토하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거야. 시호도 마찬가지고'
"......"
"그러니까 당분간은 시호랑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겠어. 그 편이 너랑 나랑 시호 모두에게 좋을 거 같아. 지금은 그냥 코토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힘내는 거야"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래, 여기 바로 앞에 널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물론 포함해서 말이지"
나는 웃으면서 코토하의 앞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코토하는 내 손길에 꼼짝도 안하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늘은 나도 지쳤으니까 그만 들어가자"
시호는 차에 내려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백미러로 보이는 그녀가 점이 될때까지 나는 악셀을 밞을 수 없었다.
...
다음날 나는 모든 스텝과 아이돌들에게 사과를 했다. 어쨌거나 어제 예정된 리허설 공연에 무단으로 빠졌다. 게다가 아이돌 두 명을 데리고서... 고개가 땅에 닿을 것 같이 사과를 했다.
"모두 수고했어"
땀을 흘리며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모두 지친 와중에도 밝게 웃으며 수고했다고 인사를 해준다. 못난 프로듀서에게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에 더 미안한 감정이 든다.
"코토하는 잠깐... 나 좀 볼까?"
멤버들 중에서 코토하만 따로 불러내었다. 오늘 리허설의 코토하는 전혀 딴 사람이었다. 카메라도 두 번이나 못 찾아서 헤매었고, 시호의 빈 자리에 안무가 수정되었음에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따끔하게 혼을 내도 무방할 정도의 실수였다.
>+1
1. 너 실수는 너도 잘 알지? 남아서 좀 더 연습을 해보자
2. 아직도 마음이 쓰이는 거니? 평소답지 않게 실수를 했어
3. 정말 좋았어. 다 좋았는데... 이 부분만 조금... 보완을 했으면 하는데...
4. 자유롭게
코토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했다.
코토하 "죄송합니다! 저 그게... 깜빡해 버려서..."
P "난 사과가 아니라 코토하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어"
나의 말에 코토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토하 "...저, 사실은요. 그동안은... 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제 진심을 전하면 저를 돌아봐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 공연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어요. 그런데... 시호쨩의 일만 떠올리면... 무서워져요... 어째서 시호쨩은... 착하고, 친절한 아이가 왜... 저와 프로듀서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 생각 때문에..."
코토하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어 말했다.
코토하 "아... 내가 아무리 노력하고 애써도... 마음을 돌릴 수 없는 사람들이... 사실은 많았구나.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아요. 극장에서 공연을 할땐 모두 저희를 응원해주시지만, 이번 공연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거라서... 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도 있을텐데... 그런 생각 때문에..."
코토하 "솔직히... 조금 무서워요. 저 카메라 뒤에서 바라볼 사람이... 저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런 생각 때문에, 잠시나마 착각을 한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무대 위에서는 정말 정해진 동선대로 행동하게 된다. 카메라 워크, 매 1초마다 켜지는 카메라가 다르고 시점도 달라지고 포즈도 달라진다. 평소 공연 같으면 오로지 관객들만을 위해서 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비대면 공연이라면 달라진다. 1초 1초의 동선까지도 모두 정해진대로 맞춰가야 한다. 그래서 항상 방송으로 올라가는 무대는 언제나 몸이 기억할 정도로 반복과 반복의 연습을 동반한다. 결국 머리가 아닌 몸이 자동적으로 기억하는 것을 만드는 게 언제나의 목표가 된다.
하지만 일정은 그렇게 편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몸이 기억하지 못하면 머리로라도 기억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토하는 무대가 두렵다고 한다. 두렵다면 머리가 굳는다. 평소에 하던 동작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1
1.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이돌을 해. 그럴수록 뻔뻔하게 웃으면서, 모두 널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야지
2. 내가 무대 앞에 있으면 어떨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3. 시간이 없어. 당장 오늘 밤을 새우더라도 완벽하게 암기할때까지 연습해
4. 시호와의 일이 잘 풀린다면 좋겠는데... 하지만 시호가 도와줄리가 없지
5. 자유롭게
하지만 지금의 나는 코토하의 프로듀서이지 연인이 아니다.
P "그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이돌을 해. 그럴수록 더 뻔뻔하게 웃으면서, 모두 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야지"
코토하 "네?"
P "집중해야지 코토하. 공연이 당장 코앞인데 겨우 그런 걸로 신경을 쓰면 어떡해. 너를 기다려주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예상치 못한 따끔한 말에 코토하는 당황스러운지 안절부절 못하며 거듭 사과를 했다.
코토하 "죄, 죄송해요..."
P "마음 꽉 잡아. 지금의 넌 아이돌이야. 알겠니? 내가 아는 코토하라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코토하의 어깨를 잡으며 이야기를 했다.
코토하 "네,네엣! 저... 좀 더 집중하도록 할게요!"
...
며칠 뒤 공연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코토하의 기량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자로서 낙제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족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코토하는 평소의 당당하고 풍부한 연기력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가끔은 아에 다른 곳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기도 했다. 학점으로 따지면 B0일까.
해맑게 웃으며 인터넷에 송출되는 화면을 바라보는 아이돌들. 녹화 장면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실시간으로 공연하는 것은, 게다가 관객들이 아무도 없이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텅 빈 공연장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스텝들과 인형을 포함해서 몇명을 객석에 배치했지만 역시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노래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코토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아이들과 웃으며 떠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시호도 저 자리에 있어야 하지만...
>+1
1. 코토하를 따로 불러서 오늘의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2. 모든 일이 끝나고나서,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는 척 하며 데이트를 한다
3. 이야기는 하지만, 둘만 있는 사적인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대화하자.
4. 자유롭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이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모두 짧은 시간동안 밤을 새워가며 고생했으니까.
아이돌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온라인 반응부터, 의상은 어땠냐는둥 떠들어대고 있다. 모두 환하게 웃는데 문득 코토하와 눈이 마주쳤다.
P "하하하... 응...?"
코토하 "흣...?! ......" 획
코토하는 웃다가 나를 보자 깜짝 놀라며 획 고개를 돌려버렸다. 시선도 어딜 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메구미 "응? 코토하, 무슨 일 있어? 왜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어?"
코토하 "아, 아무것도?"
메구미 "응... 아무것도 아니구나~☆ 싱겁기는"
메구미는 팔꿈치로 코토하의 허리를 콕 찔렀다. 코토하는 깜짝 놀라며 메구미를 바라본다. 메구미는 그런 코토하가 귀여운지 이곳저곳을 만지기 시작한다.
...
P "오늘 하루도 다 갔구나"
기지개를 펴며 스트레칭을 해본다. 해도 어둑어둑 넘어가고 있고 공연 후 정리도 완료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을 안하고 있다.
P "얘들아 안 가니? 곧 밤인데"
메구미 "아! 프로듀서, 오늘은 오랜만에 다 같이 놀지 않을래? 공연도 끝났는데 밥이라도 사줘~"
P "오늘?"
오늘은 코토하와 같이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나는 코토하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코토하 "?!"
코토하는 내 시선이 느껴지자마자 정좌를 하고 온몸이 굳어버렸다. 시선은 앞을 고정한 채로 휘파람까지 부는 시늉을 하고 있다...?
P "......?"
메구미 "응? 사줘 사줘~ 코토하랑 엘레나랑 모모코도 갈 꺼지?"
P "......"
솔직히 말해서, 코토하와 단 둘이 식사를 하고 싶다. 하지만 눈 앞에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1
1. (코토하에게 눈치를 주며) 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2. 그, 그래! 오늘은 다 같이 회식하자!
3. 코토하에게 몰래 무전을 친다
4. 자유롭게
'어떻게 할래?'
코토하는 내 문자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두리번거리다 다급하게 답장을 보낸다.
'몰라요! 저희가 무슨 사이인 것도 아니잖아요? 저희는 그냥 일적인 관계니까요! 그런 것을 물어보셔도 어쩔 수 없어요!'
의미불명의 답장에 혼란스럽다.
P "......?"
P '코토하... 또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거지...?'
내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활달한 메구미가 어느새 코토하를 질질 끌고 다니고 있다.
메구미 "코토하도 갈 거지?"
코토하 "하아아앗?! 나?! 나 말이지...? 그, 그런 걸 물어봐도... 곤란한데..."
메구미 "에엣? 혹시 싫었던 거야...?"
코토하 "우, 우와아아!!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메구미 "뭐야~? 그런 거 아니면 빨리 가자"
엘레나 "빨리 빨리~ Go Go~♬"
모모코 "난 별로 괜찮은데..."
코토하 "자, 잠깐 기다려...! 잠깐마아안~~~"
코토하는 대답을 머뭇거리다 그만 그녀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P "뭐, 이것도 대답이라면 대답이겠지..."
...
메구미 "그래서?"
P "뭐가?"
메구미 "어째서 어린이용 페밀리 레스토랑인 건데?"
P "...어린이 두 명이 있으니까?"
모모코 "왜 날 봐?"
모모코는 파르페를 먹다 말고 나를 쏘아보았다. 입가에는 초코렛이 조금 묻어있다.
엘레나 "괜찮아 괜찮아~! 모모코쨩은 귀여우니까~"
P "하난 너야"
엘레나 ".....아하하~ 하난 나였구나~ 몰랐어!"
모모코가 말없이 엘레나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P "그럼 이유는 잘 알았겠지?"
메구미 "모르겠는데? 모처럼 공연이 끝났으면 좀 분위기 있고 멋있는 곳도 구경시켜주면 좋잖아!"
P "고등학생이 그런 소리하면 못써요"
메구미 "코토하도 뭐라도 말 좀 해줘~~"
코토하 "......"
메구미 "코토하?"
코토하 "나, 나 불렀어?! 나... 난 전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프로듀서 씨랑 함께라면 장소는 별로 상관 없으니까...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배려해준 게 귀엽다고 할까나...?"
메구미 "에?"
코토하 "히, 히이이익~~!! 아... 아니야! 이게 아니야!!! " 꺄아아아
코토하가 뭔가 고장이 난 것 같다. 다른 아이들 모두 코토하의 말에 놀라 코토하만 빤히 바라보고 있다.
코토하 ".......!! (프로듀서 씨... 살려주세요!!)"
>+1
1. ......
2. 괜히 애써 숨기려도 해도... 언젠간 말해야 하잖아?
3. 우와아아! 저기! 저기 날아다니는 사장님이~~!!
4. 자유롭게
나는 대수롭지 않은 척 넘어갔다.
엘레나 "그렇구나~ 코토하, 많이 놀랐어?"
엘레나가 얼른 코토하를 다독여주었다.
코토하 "아...... 으, 으응..."
모모코 "이런 곳이 뭐야? 아이돌이면 언제 어느 장소에서든 침착해야지!"
코토하 "미안해..."
모모코 "미안할 필요까지는 없어.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모두 편하게 밥이나 먹자"
모모코가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앞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는 메구미만 빼놓고는...
메구미 "프로듀서, 코토하만 너무 감싸고 도는 거 아냐~?"
P "내가 언제?"
메구미 "에- 정말? 아까부터 코토하만 바라보고 웃고 있잖아. 방금도 프로듀서 어쩌구 하지 않았어?"
P "그, 그랬나... 아, 이 스테이크 맛있네! 메구미도 좀 먹어봐"
메구미 "웁~?! ㅇ,우우!"
나는 메구미가 더 말하기 전에 입에다가 스테이크를 쑤셔넣어줬다.
코토하 "......" 안절부절
코토하는 누가 봐도 안절부절, 불안해서 손가락을 연신 꼼지락거리고 있다.
P '코토하만 너무 감싼다라... 메구미는 장난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오후에 있었던 공연의 일이 생각나 조금 목이 막힌다. 조금 주제를 전환해 볼까?
>+1
1. 오늘 공연은 어땠니?
2. 혹시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어? 회사나 나에게 바라는 점이라던가
3. 요즘은 어떻게 지내? 학교는 잘 다니고 있어?
4. 자유롭게
엘레나가 먼저 앓는 소리를 내었다.
엘레나 "학교~~ 가고 싶어... 요즘은 맨날 집에서 수업을 들으니까 친구들도 못 만나고 뛰어다니지도 못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교는 문을 닫고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엘레나를 포함한 아이들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P "학교는 뛰어다니는 곳은 아니긴 한데... 그것 참 안됐구나"
엘레나 "그치 그치? 가뜩이나 일때문에 자주 가지도 못하는데에~~"
엘레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코토하 "나도 그래. 하지만 직접 수업은 듣지 못해도 원격 수업으로나마 진도를 따라갈 수 있으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엘레나 "전혀 다행이 아니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서 지루하고 졸리다구~"
코토하 "그, 그랬어?! 어떡해...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어. 나는 오히려 시간의 제약이 없어서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P '......'
엘레나 "코토하는 아무것도 몰라! 우리랑 다르게 우등생이니까!"
모모코 "엘레나 씨. 불평을 해도 소용없잖아. 상황이 이러니까 어쩔 수 없이 적응해야 하는 문제야!" 흥
엘레나 "모모코도 내 편이 아닌 거야~?? 메구미이~~"
엘레나가 메구미에게 도움을 청했다.
메구미 "나도 오히려 좋았는데? 그거 영상 그냥 틀어놓고 다른 거 하면 되잖아?"
코토하 "에에에에에???!"
코토하가 기겁을 하고 메구미를 바라보았다.
엘레나 "오! 그런 방법이 있었네? 역시 메구미는 똑똑..."
코토하 "그, 그러면 안 돼! 제대로 수업을 들어야지"
메구미 "그 정도는 괜찮잖아? 모르는 게 있으면 따로 공부하면 되지~"
코토하 "그치만... 선생님들이 정성껏 노력해서 만든 영상을 보지 않는다니... 그런 건 실례잖니"
P "......"
뭔가 학교 이야기를 하니까 소외가 되는 것 같다.
>+1
1. 본업은 아이돌이니까 공부는 적당히 해도 되겠지
2. 아직 학생이니까 공부도 성실하게 해야지
3. 아무튼 너희들도 고생이 많구나.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네
4. 자유롭게
모모코 "오빠, 그런 약한 소리해도 변하는 건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외출하고 돌아와서 손 잘 씻기, 마스크 꼼꼼하게 쓰기, 사람 많은 곳은 피하기! 그런 수칙들만 지켜도 더 좋아질 거야"
P "알았어. 고마워 모모코"
코토하 "......"
코토하 "핫?! 아니에요! 여기서는 좀 더 따끔하게, 어른답게 이야기를 해주셔야죠! 그래서야 메구미쨩이나 엘레나쨩이 정말로 원격수업이라고 대충 들을 수 있잖아요!"
P "뭐... 출석만 한다면..."
코토하 "프로듀서 씨!"
코토하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다.
P "윽..."
엘레나 "메구미~ 코토하가 무서워~"
메구미 "제대로 시험만 치면 되잖아"
코토하 "시험만 잘 본다고 다가 아니라, 학교 수업은 당장 필요한 것 같진 않아보여도 나중에 되면 언젠가 필요할 때가 올 거야. 그리고 우리는 아이돌이기 이전에 학생이니까 주어진 과제에 성실히 수행을 해야지. 안 그러면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메구미나 엘레나를 안 좋게 볼 수 도 있어. 그러니까 조금 힘들더라도 제대로 수업을 들어야지 안 그러면 정말..."
P "......"
>+1
1. 코토하의 바람대로 메구미와 엘레나에게 잘 타일러준다
2. 뭐 어때, 아이돌 일도 힘들텐데 널널하게 해~
3. 화제를 바꾸자! 그래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
4. 자유롭게
코토하 "아무튼! 아무리 집에서 듣는다고 해도 수업 시간에는 딴짓하는 거. 금지!"
엘레나 "너무해요..."
메구미 "너무해~"
코토하 "너, 너무한가...?"
세 사람은 내 말은 들리지 않는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고 있다. 나란 존재는 뭘까?
P "얘들아...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거니...?"
모모코 "난 잘 듣고 있으니 됐어. 너무 걱정하지 마. 어린애도 아니니까"
모모코가 새침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P "그, 그래... 고맙다..."
...
P "아, 잘 먹었다. 그럼 이제..."
내가 먼저 가게를 나서니까 코토하가 졸졸 따라와서 마스크를 씌어주었다.
코토하 "잠시만요. 프로듀서 씨,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죠"
P "헤헤... 매번 미안해"
나는 고개를 숙여 얌전히 코토하가 하라는 대로 해주었다.
코토하 "차암... 매번 깜빡하시면 다른 분들이 불편해 할거에요"
엘레나 "에에... 좋겠다! 나도 마스크! 코토하가 씌여주었으면 좋겠는데..."
코토하 "히, 히앗?! 두 사람 어, 언제 왔어? 화장실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메구미 "뭐야 뭐야? 우리들이랑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코토하 "그런 게 아니라..."
메구미 "헤헷, 그런고로 지금부터 코토하는 우리가 접수하도록 하마!"
메구미는 코토하에게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했다.
코토하 "에엣?!"
메구미 "밖에 나오는 것도 오랜만인데, 쇼핑이라도 하고 가자~ 엘레나도 좋지?"
메구미는 엘레나를 이야기를 했지만, 눈으로는 나를 보고 있었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히죽히죽 웃고 있다.
P '메구미 녀석... 일부러 이러는 거 맞네. 우리 사이를 눈치채고 있는 건가? 곤란하네...'
엘레나 "아~ 그러면 프로듀서도..."
메구미 "아, 그러고 보니까 모모코쨩... 전부터 프로듀서 씨랑 같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모모코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모모코 "앗?! 그, 그건... 그냥 뭐! 사무실에 혼자 출근하는 것도 심심하니까 그냥..."
메구미 "뭐라고 했더라~? '오빠가 돌아온다면 꼭 같이...'"
모모코 "아! 아니라구! 그냥 오빠가 없으면 조금 번거로울 뿐이니까!"
모모코는 힐끗 나를 보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이건 100%네...
코토하 "......" 움찔
코토하는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아니면 또 휴일이 언제더라... 세 여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2 까지
1. 메구미가 코토하에게 이상한 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까, 억지로 메구미와 쇼핑을 함께한다.
2. 세 명을 보내고 모모코와 같이 어디론가 간다?
3. 나도 그러고 싶은데 오늘은 너무 늦었어. 차로 데려다줄게
4. 자유롭게
P "그런데 무슨 일이니?"
모모코 "그게... 있잖아...?"
...
설마, 안경점에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요즘 눈이 잘 안 보이는 거 같아'라면서 걱정하는 모모코를 데리고 온 것이다. 보니까 부모님도 바쁘시고 다른 직원들에게 말하기도 조금 부담이 되었나보다. 안경을 쓴다는 건 아이돌 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까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시력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멀리 있는 글씨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은 글씨를 읽을때나 잠깐 쓰는 예비용 안경을 맞추었다. 모모코는 안경을 쓴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렌즈나 시력교정도 물어보았다.
P "일단 크게 떨어진 것은 아니니까 다행이네"
모모코 "하지만 떨어진 시력은 다시 돌릴 수 없잖아..."
P "괜찮아. 요즘엔 교정해서 다 좋아질 수도 있고, 메구미나 코토하도 평소 지낼때는 안경을 쓰니까. 별 문제 없어! 걱정하지 마. 렌즈 같은 경우는 아직 고려를 좀 더 해보자. 너무 어렸을때 쓰는 건 안좋다고 해"
모모코 "으응... 오늘 고민 들어줘서 고마워... 코토하 씨나 다른 분들과 어울리고 싶었을텐데"
P "아니야. 모모코도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못하고 걱정했던 거잖아?"
모모코 "부모님은 바쁘니까... 집에 혼자 있을때가 많아"
P "혼자 있으면 무섭진 않아?"
모모코 "...오빠"
P "아하하! 그렇지, 모모코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쯤이야 문제 없겠지. 자, 이제 밤이 깊었으니 어서 집에 가자"
연락을 해보니까 코토하네는 이미 헤어져서 집에 간 모양이다. 결국 퇴근하고 나서 코토하와의 데이트는 완전히 무산되었다...
>+1
1, 집에 잘 들어갔는지 연락이라도 해볼까?
2. 아까부터 날 부담스러워 했으니까 오늘은 그만 자고 내일 보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관두고 그만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어제 보았던 코토하와 아이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스케쥴이 있는 아이돌들이 출근을 했다. 로테이션제를 도입한 뒤로 모두가 모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전날 공연의 정산 처리 문제가 있었고, 다음주에 있을 코토하와 시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대본이 나왔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시호는 그 이후로 한 번도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
...
하루종일 일만했다. 새로운 그룹의 안을 기획하는 일까지 겹쳐 거의 12시가 다 될 무렵까지 일을 했다. 피곤하고 또 지쳤다. 집에 가서 뭔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1 뭘 하며 풀어야 하나?
P "왓하하~!"
싱글벙글 웃으며 잠에 스르륵 들때까지 영상 탐방을 했다.
...
다음날, 코토하에게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
'프로듀서 씨... 주무세요?'
오후 11시 20분에 온 문자다.
P "......"
'주무시는구나...'
오전 0시 40분.
P "......"
'프로듀서 씨...'
오전 1시 10분
뭔가 등골이 조금 땡기는 기분은 뭘까...?
>+1
1. 아~ 코토하가 심심했나보네! 웬일이지? 하하!
2. 당장, 일초라도 빨리 전화를 한다
3. 자유롭게
P "......"
받지 않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오늘 코토하는 일이 없어서 출근하지 않는다. 코토하는 분명 아침잠이 많았었지... 그나저나 왜 문자를 보낸 거지? 내가 뭘 잘못이라도 한 걸까?
P "으음, 모르겠어. 아무튼 출근하고 생각해 보자"
...
오전 일이 어느정도 끝나갈때 코토하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프로듀서 씨... 혹시 아침에 전화 하셨어요?"
P "응"
"죄송해요! 저... 아침에는 잘 못 일어나서... 전화벨 소리를 못 들었던 것 같아요"
P "아니야 괜찮아. 그것보다 어제 문자는 왜 보냈어?"
"아... 어... 그냥... 그냥... 어제 잘 들어가셨나 해서요... 메구미랑 엘레나랑 모처럼 쇼핑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어요"
P "아니야. 내가 모모코 때문에 늦을 거 같다고 해서 먼저 들어간 거잖아"
"아... 네... 그치만... 궁금해서..."
P "......"
>+1
1. 코토하, 뭐 숨기는 거라도 있니?
2. 아~ 그랬구나. 알겠어! 이따가 퇴근하고 다시 연락할게~
3. 자유롭게
"아 네...?! 그, 그럴리가요...?"
P "누가봐도 거짓말 하고 있어. 코토하, 저번에 시호랑 있었던 일 잊었어? 우리 사이에는... 절대 비밀은 없기로 했잖아"
"...아"
코토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을 했다.
"저... 죄송해요. 거짓말이에요. 사실은... 숨기는 거 있어요..."
역시, 어제 저녁부터 뭔가 이상하더라니 무슨 일이 있던 거다. 혹시 시호랑 또 다투었나? 아니면 메구미가? 아니면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 새벽에 문자를 할 정도면 심각한 일이다.
P "난 괜찮아. 무슨 일이야?"
"...그, 그게요... 별 일... 아니긴 한데..."
코토하는 반 정도 울먹거리는 거 같았다.
>+1
1. 어서 얘기를 해! 얘기를 하지 않으면 내가 모르잖아!
2. 별 일 아니야? 정말로?
3. 자유롭게
"네에..."
P "별 일 아니기는. 휴대폰 너머에서 울먹거리는 소리 다 들리는데"
"네에?!"
P "제대로 말해줘. 무슨 일이야?"
"......"
코토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 그으... 그저께...... 데이트... 하기로 했던 거... 아니었나요...?"
뭐? 데이트? 갑자기 왠 뚱딴지같은 소리야?
P "......? 그렇긴 한데, 다른 애들 때문에..."
"그래도오...... 우, 우우... 전... 기대했었는데... 다른 말로 둘러대고 몰래 만날수도 있는... 거잖아요..."
코토하는 힘겹게 울먹거리며 이야기를 했다.
P "......?"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그, 그리고... 어제 문자는 왜... 못 보셨어요...?"
P "그게... 그냥 편하게 쉬어서...?"
"엊그제는요?"
P "일찍 잠들어서..."
"......"
P "저기..."
>+1
1. 생각해보니 이틀동안 내가 문자도 씹고 잠수탔네?
2. 내가 뭘 잘못한 거야?
3. 코토하, 엊그제 너가 이상한 얘기했잖아. 그래서 난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어. 그때 내가 문자 보냈을때 나 모르는 사람처럼 대답했잖아...
4. 자유롭게
"그, 그건... 메구미랑 엘레나가 옆에 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문자를 보내요..."
P "그럼 식당에서는?"
"그것도... 다른 애들한테... 저희 사귀는 거 들키면 안되니까... 그런건데... 히잉..."
코토하는 거의 1년 내내 처음으로 나에게 징징대고 있다...
P '얘... 얘 왜 이래...???'
"제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드렸는데... 못 보셨나요? 그리고 그 상황이면 그게 알아서... 알아서 눈치껏 해주셔야죠"
P '눈빛? 눈치껏?'
P "어... 어어..."
평소의 코토하와는 다르게 나에게 착 달라붙어 징징대는 것 같았다... 뭐지??
>+1
1. 야, 그런 걸로 어떻게 아냐? 솔직히 말해서...
2. 뭐야? 결국 나 보고싶었다는 소리 할려고 한 거야?
3. 나 그런 건지는 전혀 몰랐어... 미안해...
4. 자유롭게
"...정말 미안하신 거 맞아요?"
P "응! 코토하의 마음을 알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내 말에 갑자기 코토하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사과의 선물... 받고 싶어요"
P "아... 아하하... 선물이 받고 싶어?"
"네!"
P "그래... 뭐가 좋아?"
"맞춰보세요"
P "에?"
"...제가 원하는 거... 맞춰보세요. 그럼... 화 풀어줄게요"
P '애... 얘가 지금...'
>+1 코토하에게 주고 싶은 건?
P "키스 미~ 츄츄츄~ 츄립~♬"
나는 핸드폰 액정에다가 저질스럽게 입술을 내밀었다.
"꺄아?!"
코토하는 달콤한 츄 대신 짧은 비명을 질렀다.
P "왜, 왜 그래?"
"갑자기 키스...라니... 정말...! 그런 생각만 하시고..."
P "그, 그럼 아니었어?"
"네!"
P "...그럼 뭘 원했는데?" 뾰루퉁
"일단... 다른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시면 어떡해요"
P "아아 갑자기 생각나는 게 그런 거 밖에 없어서... 아니, 그것부터?"
"당연히 저희 프로덕션의 노래를 부르셔야죠!"
P "끄, 끄응... 알았어. 아무튼, 코토하가 원하는 건 뭔데?"
"아... 오늘 끝나고 시간 있으시면... 저희 집에... 오실 수 있으신가요?"
P "너네 집?"
"네..."
P "왜?"
"저녁... 같이 드시면 어떨까 해서요"
P '뭐야... 이거 말하려고 그동안 설계했던 거야...?' 시익
>+1
1. 아이! 처음부터 이야기를 했으면 이야기가 쉬웠지! 뭐야~ 그 말 하려고 전화했던 거였니?
2. 어 알았어! 물론이지!
3. 오늘 저녁은... 스케쥴을 좀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4. 자유롭게
"네...! 그럼 이따가 다시 연락 드릴게요"
P "응! 그래~ 이따가 보자"
"네!"
코토하는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P '......'
P '코토하의 부모님... 아직 병원에서 퇴원하지 않으셨지...'
...
오늘 하루도 바쁜 하루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이돌 프로듀서로서 가장 달라진 점은 뭘까.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연으로 전환한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불행히도 시어터의 식구들은 전혀 이러한 사태에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누가뭐래도 시어터는 애초에 관객들과 직접 매주 소통하는 소규모 공연으로 인기를 끈 경우가 아닌가? 또한 방송계의 사정도 달라지고 있다. 1인 미디어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전처럼 대규모로 아이돌을 섭외하는 장기적이고 큰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지난 달만 해도 정규 라디오 편성 하나가 날라갔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손익분기점 자체가 올라가면서 게런티가 확 줄었다. 사업체들도 모두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여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한 프로그램들은 출연자들의 게런티를 이전과 같이 보장해주지 못했다. 극장 공연과 메스미디어 프로그램 두 가지 축이 흔들리면서, 실제로 이러한 리스크는 매출의 타격으로 직결되었다. 벌써 작년 동월 기준으로 매출은 18%나 감소했다. 그나마도 프로듀서가 재빠르게 여러 시도들을 했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다.
P '암울하구만... 암울해...'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언제 종식이 될까. 연신 커피만 마시며 애타는 속을 달래본다.
미사키 "프로듀서 씨! 큰일이에요!"
또 한 프로그램이 날라간 걸까? 미사키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를 들을때면 머리 속이 지끈지끈 아려온다.
P "또 무슨 일인데요?"
미사키 "그게... 그 저번에 프로듀서 씨가 가져오신 일거리 말이에요. 코토하랑 시호가 출연하는 거!"
P "응...? 응. 응 그래. 그거 다음주 중으로 촬영에 들어간다면서요? 그게 왜요?"
미사키 "그... 세리카쨩의 아버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요. 후생성의 차관님께서 따로 제작 책임자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P "차관님이요?"
후생성이라면 우리 사업의 직속 중앙청이 아닌가.
P "...어... 언제...?"
미사키 "오늘 저녁이요!!"
P "......"
P "사, 사장님이랑... 다른 프로듀서 분들은...?"
미사키 "사장님은 바로 오신다고 했는데 저녁때나 되어야 오실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다른 프로듀서들은... 한 분이 계시긴 한데... 나머지 분들은 다 출장이라서요"
P "......아, 잠깐만요..."
하필 또 오늘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1
1. 그런 일이라면 어쩔 수 없이 가야죠... 코토하에게 연락은 해둬야겠네...
2. 이거 기회일지도 몰라요. 다른 부서도 아니고... 대형 프로젝트의 느낌이 나요. 당장 출발하죠!
3. 자유롭게
미사키 "네! 사장님에겐 그렇게 전해드릴게요"
미사키는 통통 튀며 나가버렸다.
P "하아... 코토하에겐 전화를 해두어야 하겠네"
뚜... 뚜...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메세지로 나의 생각을 남겨두었다.
...
한편 코토하는 양손에 한가득 장을 보고 나왔다. 대형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려고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조금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코토하 '하지만 나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프로듀서 씨도 먹는 거니까... 많이 준비해도 괜찮겠지? 후훗'
싱글벙글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서는 코토하. 집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흥얼거리며 식사를 준비하는데 문득 문자 메세지가 온 것을 확인하였다.
'오늘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서 아마 오늘은 못 갈 것 같아. 정말로 미안해. 다음에 같이 먹자'
코토하 "......"
코토하는 말 없이 핸드폰을 놓아두고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일이 일찍 끝나서 프로듀서 씨가 올 수도 있을까봐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토하의 얼굴에는 점점 미소가 사라져갔다.
...
밤이 흐르고, 벌써 밤 12시가 다되어 가지만 코토하는 여전히 앞치마를 벗지 않고 있다. 프로듀서에게 전화는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내가 부담될까봐, 일에 지장이 갈까봐 먼저 전화는 하지 못한다. 코토하가 먼저 연락하지 못한 것은 대게 그런 식이었다. 혹시라도 피곤하신데 방해가 될까봐, 다른 아이돌들에게 의심받을까봐, 또 다시 상처를 받을까봐, 프로듀서 씨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코토하는 지난 이 주간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프로듀서와 같이 격리되었던 시절이 그리웠다. 코토하는 지난 날을 떠올리다가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사장님의 지시를 따른 것 뿐이야. 오히려 코토하가 와서 난 불편했다고'
프로듀서는 분명 코토하와 격리된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그게 본심일 것이다. 코토하에게 있어서 불안함은 점점 확신이 되어갔다.
- 프로듀서에게 있어서 코토하는 1순위가 아니다. -
그런 생각이 들자 코토하는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은 아이돌 일조차도 프로듀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언제나 코토하가 1순위가 아니었다. 물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사랑이지만... 마지막 사랑도 첫 사랑도 아닌... 처음도 끝도 명확한 사랑이 될 것만 같아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2 까지, 코토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 앉으세요. 얼마전에 있었던 비대면 공연, 잘 봤습니다!"
후생성 차관은 일본의 보건, 복지, 노동을 담당하는 부처다. 우리 엔터테인먼트 사는 문과성이 가장 관련이 깊긴 하지만 가끔은 후생성과도 연관되어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고위 공무원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 섭외가 들어온 일이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 관련하여 시민들에게 정보를 주는 공익적인 프로그램이어서 후생성에서 관심이 있어 투자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도움을 준 것이 세리카의 아버님이라는 것 같았다. 세리카의 아버님은 보건 분야에 크게 사업을 하고 있었고, 게다가 차관과도 동문으로 서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에게 스폰서를 준 완구 업체와도 협업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치가 않다보니까 젊은 층들이 정부에 대해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765 프로덕션은 독특하고 편안한 극장 공연을 통해서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또 국내에서도 제일 선두적으로 비대면 공연과 인터넷 방송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어서 많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부차 설명은 말하자면 길지만, 결국 우리 회사는 업계 20위권 안에 드는 꽤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마침 여러 상황들이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세리카의 아버님의 인연이 제일 컸던 것이겠지.
"이번에 출연하게 된 아이돌이 누구누구라고 했죠?"
P "예. 그, 타나카 코토하 양과 키타자와 시호 양입니다"
"아! 알고 있어요. 아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몇 번 들은 적이 있어요. 특히 그 타나카 양은 이번에 사태 초기에 격리가 되었던 분 아닙니까?"
또 그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다. 하필 시기가 초기였으니까. 지금은 연예계에서도 수 십명이나 감염이 되었지만 코토하가 있었을 때는 별로 없었으니까... 아무래도 대중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상황이다.
P "예. 맞습니다. 다행히도 빠르게 격리 해제가 되었죠"
"훌륭하네요. 당사자였기도 했으니까 방역 수칙도 잘 아실 것이고..."
대화가 무르익고 술이 조금 들어갔다. 차관은 후에 있을 일본 차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비대면 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들을 위로하고 일본의 방역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그의 눈에 잘 보인다면 우리 아이돌들도 라인업에 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분위기가 무르익고 서로 왁자지껄 이야기를 편하게 하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런데 그 세리카 양이 아이돌이라니 정말 놀랐네요. 765 프로덕션에서 활동하고 있다지요?"
"그럼요! 얼마나 예쁘고 착한 아이인데요. 인기도 많고"
"아~ 어렸을때부터 끼가 보였으니까요. 아 그래! 이번에 xx 사장님 공이 큰데, 세리카 양을 출연시키는 건 어떻습니까? 그래야 사장님 면도 살지 않겠습니까?"
"이미 정해졋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말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하하"
농담처럼 말하지만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차관은 거듭 나에게 말을 물어보았다.
"P 씨가 책임자니까 변경을 하면 괜찮지 않습니까? 아직 촬영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세리카 양도 귀여우니 한 번 고려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P "네...? 그, 그게..."
시호와 코토하를 대신해서 세리카를 출연시킨다...? 그것도 윗선 때문에? 하지만... 아직 촬영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대본도 최종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분명 후생성의 라인에 잘보이기 위해서는 그가 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줘야 한다. 출연자 교체 쯤은 가장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시호와 코토하의 얼굴이 생각났다.
>+2 까지
1. 시호의 대신으로 세리카를 출연시킬 것을 약속한다
2. 코토하의 대신으로 세리카를 출연시킬 것을 약속한다
3. 출연 교체는 어렵다고 한다
4. 자유롭게
"그렇습니까? 하지만 타나카 양은 출연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왜냐면 한 번 코로나에 걸릴 뻔 했던 적도 있으니까"
P "오히려 악영향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시에도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조금 어리고 관련이 전혀 없는 아이돌들이 출연한다면 반발감은 줄이고 친근함은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흐음... 뭐 그렇다면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차관님,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렇긴 한데, 담당자도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이번에는 좀 부탁해요"
그 뒤로는 화기애애하게 흘러갔다. 분명 나의 처세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떄야말로 정부와 관련된 사업을 해야 안정성있게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 분명 오늘만 제대로 넘기면 회사에도 크게 도움이 되겠지. 여러가지 일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짧은 미팅이 끝났다. 차관님과 돌아가면서 세리카의 아버님이 곤란한 부탁을 해서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후에는 실무자들과의 대화였다. 대화라기 보다 유흥에 가까운 것이긴 하지만... 업체 관련자와 하급 실무자들끼리의 미팅은 중요한 셀럽들만 다닌다는 클럽에서 진행되었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뭐 그런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날이 지난 것 같다. 나는 화장실에서 불쾌한 술기운을 토해내었다. 원래 술도 약했고, 이런 자리에서는 바로바로 틈이 날때마다 게워내는 것이 정신을 유지하는 것에는 좋다. 벌써 술에 취한 사람들 중에서는 여자에게 껄떡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쌀이 찌푸려질만도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은 유흥이다.
위잉- 위잉-
웬만하면 핸드폰은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는 핸드폰이 신경이 쓰였다. 발신자를 보니 코토하였다. 나는 스폰서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클럽 밖으로 나왔다.
P "여보세요"
"아... 프로듀서 씨"
P "코토하, 무슨 일이니"
술기운을 억지로 참으려고 했지만 발음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 그게..."
P "지금은 좀 바쁜데,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
전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별안간 뒤에서 어떤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오빠~~ 뭐해~? 누구랑 전화해?"
딱봐도 술이 머리 끝까지 취한 사람 같았다.
P "잠깐 당신...! 코토하, 아무튼 오늘은 미안해! 내일 사무소에서 보자 알겠지?"
코토하에게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긴 싫어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명색이 아이돌 프로듀서인데 굳이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긴 싫다.
...
수화기 반대편의 코토하는... 어떻게든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눈물을 훔치고 정성껏 만든 요리들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무엇이 그렇게 슬픈 걸까? 프로듀서 씨를 믿고 있는 건 맞아. 그리고 일 때문에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도 대충은 알 수 있어. 하지만...
'우리 조금은 가벼운 사이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내가 너무 먼저 나간 걸까? 아직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는 사이인데... 하지만... 속상해. 나만 바보된 것 같아. 나는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데...
프로듀서는... 내가 없어도... 잠도 잘 자고, 일도 잘 하고, 혼자서도 잘 놀고... 나는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왜?
>+2 코토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다짐을 하고 식탁에 홀로 앉아 기다렸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만 지쳤는지 식탁에 팔을 괴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코토하가 정신이 들었을때는 이미 아침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
오후까지도 숙취가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난번에 코토하네가 선보였던 공연이 꽤 반응이 좋다. 신곡의 MV가 다음주에 발표되고 많은 공연들도 잡혀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가. 이참에 한걸음 더 도약할 차례다.
P "애들 다 도착했어?"
메구미 "코토하만 빼고 다 도착했어"
P "1시까지 오라고 했잖아. 연락은?"
메구미 "연락도 안 돼.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P "아이참. 시간 없으니까 다들 먼저 연습실에 들어가 있어"
메구미 "네~~"
아이들을 연습실에 몰아놓고 코토하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10분이 더 지나고, 나는 집으로라도 찾아가야 할까 해서 시어터의 정문으로 나섰다. 거기에는 때마침 막 뛰어오는 코토하가 있었다.
P "코토하!"
코토하 "아... 허억... 죄송해요... 조금... 늦잠을 자버려서..."
한눈에 봐도 상당히 안색이 안좋아 보였다.
>+1
1. 집도 가까운데 30분이나 지각을 하니... 어서 옷 갈아입고 연습실로 들어가.
2. 너 어디 아프니? 얼굴이 왜 그래?
3. 늦잠이라니... 그게 말이 돼? 지금 낮 1시야
4. 자유롭게
나는 코토하의 뺨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었다.
P "열도 있는데?"
코토하 "아... 아니에요.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리고 방금 전까지 조금 뛰어다녀서 그런 것 같아요..."
P "잠을 못 잤다고? 왜?"
코토하 "어... 그게 있잖아요..."
P "후우, 아무튼! 지금은 다른 애들도 기다리니까 우선 옷부터 갈아입어. 나중에 이야기하자"
코토하의 컨디션이 조금 안 좋은 것 같았다. 코토하의 어깨를 살짝 두들겨주며 연습실로 향했다.
...
메구미 "당장 내일이요?"
P "응,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혔어. 보건의 날 기념 행사인데, 우연찮게 그쪽 회사가 펑크를 냈나봐"
모모코 "아무리 그래도 하루 전날 스케쥴을 잡는 게 어딨어"
P "그래도 가능은 하잖아. 비대면 공연을 했던 게 불과 5일전인데, 다들 문제 없잖아?"
엘레나 "응! 괜찮아! 다 기억하고 있어"
P "시간 없으니까 바로 안무부터 보자. 조금 좁긴 해도 실제 공연처럼 한 번 해봐"
모두 "네!"
~♬
큰 거울앞에 서서 대형을 갖추고, 음악이 켜지자 바로 단체 안무에 들어가는 아이돌들. 춤에는 자신이 있는 아이들이니까 바로 표정을 바꾸고 진지하게 임했다. 다리 동작 하나하나, 손 동작 하나하나 칼같이 맞추며 마무리를 짓는다.
모두 "허억... 허억... 후우..."
모두 가쁜 숨을 몰아쉰다. 조금 안무에 욕심을 낸 곡이라서 버거울 것이다.
트레이너 "이 정도면 바로 무대에 나가도 될 것 같은데요?"
P "......"
사실 불만이 있긴 했다. 뭐... 지방 공연 정도의 수준은 되지만... 솔직히 말해서 5일 전에 공연했던 거 다 까먹은 것 같았다. 분명 이전에도 말했던 부분들이 보완이 안되어 있었다. 특히나 군무를 할때 다리가 벌어지고 습관적으로 박자가 안맞는 부분도 있었다.
코토하는... 계속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표정도 좋지 않고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알겠다만... 너무 심하게 못 하고 있다.
>+1
1. 처음부터 다시 해
2. 보완할 부분만 체크하고, 코토하는 따로 부른다
3. 자유롭게
P "코토하는 잠깐 나 좀 보자"
코토하 "아...?! 아 네엣...!"
코토하는 깜짝 놀라서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연습실 한켠에 있는 작은 방에 와서, 나는 문을 잠그고 코토하에게 말했다.
P "괜찮아?"
코토하 "네? 네... 전 괜찮아요. 콜록... 콜록"
P "...기침까지 하는데?"
코토하 "...조금, 감기 기운이 있는 것 뿐이에요. 전 괜찮아요"
P "......"
>+1
1. 아프지 않다면 좀 더 집중을 해봐... 너도 알고 있겠지만 너답지 않은 실수들이 많잖아
2. 아니야. 병원에 다녀와. 내일 당장 공연을 해야 하잖아
3. 자유롭게
일단 병원 다녀와서 좀 쉬어. 너 지금 상황 안 좋아보인다.
코토하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하지만 연습을 해야 하는데..."
P "그러니까 빨리 갔다 와서 연습해야지"
코토하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갔다올게요!"
P "응. 차 조심하고"
코토하가 나간 뒤 연습실을 지나갈때, 메구미와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나 "프로듀서~ 또 코토하랑만 다니고... 코토하만 편애해! 나도 프로듀서랑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메구미 "으음... 아마 혼나고 있는 게 아닐까?"
엘레나 "왜에?"
메구미 "오늘 지각도 하고... 아까 연습때도 실수 많이 했잖아"
엘레나 "아~~ 그런 거였어? 불쌍해요..."
P '......'
...
코토하 "가벼운 감기라고 해요. 약도... 콜록 콜록... 조금 받아왔어요"
P "연습은 할 수 있는 거 맞지?"
코토하 "네!"
P "그래. 많은 시간은 못 줘. 가서 애들이랑 단체 군무부터 다시 점검해. 3시간 뒤에 다시 평가할 거야"
코토하 "알겠습니다"
...
3시간 뒤, 연습실의 스피커에 반주가 흐르고, 4명의 아이돌은 각각의 동선에 따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새로운 문이 열린 거야~♬
원, 투, 쓰리, 포!
그 앞에서 트레이너와 카메라 감독, 안무를 담당하는 프로듀서와 내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나 혼자서도 보면 되겠지만...
엘레나 "짜안~~!" 헤헷
노래가 끝나고 모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확실히 조언한 것은 수정이 된 것 같았다. 100점 만점은 아니지만 8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트레이너 "프로듀서 씨가 말씀하신 대로 확실히 아까보단 훨씬 낫네요"
P "......"
한 사람만 뺴놓고 말이지. 3명의 군무를 코토하는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무대에 못 올라갈 수준이었다. 100점 만점에 10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코토하 "허억... 허억... 큭..."
>+2 까지
1. 메구미랑 엘레나, 모모코는 수고했어. 내일 아침에 현장에서 최종 리허설을 할 거니까 아침 일찍 와. 코토하는 잠깐 남아있어
2. 너네 연습은 한 거야? 이 정도로 어떻게 무대를 올라가? 5일전에 했던 거 다 까먹은 거야?
3. 코토하, 정신 안 차릴래? 처음부터 다시 해!
4. 이 정도면 괜찮겠지. 오늘은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일찍 모이자. 알겠지?
5. 자유롭게
엘레나 "왜에? 또 코토하만 좋아해!"
엘레나가 투정을 부리자 메구미가 눈치를 채고 엘레나와 모모코를 데리고 나갔다. 넓은 연습실에 코토하 홀로 4명의 프로듀서의 앞에 서 있다.
코토하 "...저어, 하실 말씀이라는 건..."
P "응"
>+1
1. 다 잘했어. 다 잘했는데... 몇 가지 보충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2. 대체 뭘 연습했다는 건지 모르겠어. 다시 너 혼자 춰봐
3.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