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너 혼자 끙끙 앓고 있으면 다 해결이 돼? 저 사람이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바라기만 하는 되는 거야? 마음만 그렇게 품고서는 말도 안 하고, 행동으로도 보여주지 않으면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시호네 가족 빼고 대체 누가 알아줘? 내가 시호네 어머니야? 내가 릿군이냐고? 내가 아무리 아이돌의 모든 것을 케어해줘야 하는 프로듀서라지만 그것까지 내가 어떻게 알아줘? 세상은 네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네 뜻대로 다 돌아가는 동네가 아니라고!
내가 코토하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고백을 어떻게 하냐고? 웃기지 마! 내가 너한테 기회를 얼마나 줬어? 당장 코토하가 나한테 고백해온 그날 밤에도 나랑 전화가 끝난 후 시호가 울고 있다고 릿군한테서 전화가 왔길래 걱정돼서 너희 집으로 찾아가기까지 했었지. 괜찮냐고, 무슨 일 있냐고. 나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그 때마다 내 질문을 회피하면서 그 기회를 모조리 걷어찬 건 너잖아! 내가 네 마음을 무시할 거라고 네 멋대로 넘겨짚지 말란 말이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한다면 다음에 있을 코토하의 스케쥴에 늦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시호에게 할 말을 해야겠다.
P "좋아했는데... 이런 식이면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
시호 "....."
P "자꾸 이렇게 할수록 너에 대한 애정이 식어간단 말이야. 이해하겠어?"
시호 "......"
P "더 이상 우리 사이의 관계를 망치지 마. 어? 우리 그동안 좋은 관계였잖니? 너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시호 "그러니까... 저를 좋아하셨다구요?"
P "그래"
시호 "그럼 왜 저에게 타나카씨가 좋다고 고백하셨죠?"
P "난 지금 여기 있는 너의 태도가 문제라는 거잖아! 그게 뭐가 중요한데?"
시호는 헛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시호 "당연히 중요한 거 아닌가요? 제가 프로듀서씨에게 말씀드리지 못한 건 프로듀서씨가 타나카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했기 때문이에요"
기억에 혼란이 생긴다. 격리기간동안 시호와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자.
P "너가 미리 말을 했어야지!"
시호 "그럼 프로듀서씨도 먼저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저를 좋아한다고 한 번이라도 말하신 적 있어요?"
P "말꼬리 잡지 마. 더 이상 대들지 마라고. 이런 식이면 나랑 싸우자는 거 밖에 더 돼? 난 언제나 너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이게 내 최선이라고!"
시호 "싸우자는 게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저 프로듀서씨를 좋아했긴 했지만, 프로듀서씨는 제게 마음 한 번 준적 없잖아요? 제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왜 타나카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냐구요!"
P "코토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상관이 없어!"
시호 "당연히 있죠.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놓고, 정작 와서는 날 좋아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그게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고 끔찍하게 만드는 줄 아시는 건가요? 당신이 내게 물어본 건 동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시호는 기분 나쁜 실소를 지으며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시호 "정나미가 떨어진다고요? 누가 할 소리를... 우리 사이 관계를 망치고 있는 건 프로듀서, 당신이에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말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나는 시호와 왜 이런 다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더 말을 하면 분명히 다음 스케쥴에 늦을 것이다.
아무래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녀를 설득시킨다고 해서 무슨 이득을 보겠는가. 시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며 말했다.
P "시호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어. 난 그럼 가볼게" 질끈
시호의 표정이 어떤지도 보지 않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자기 갈 길을 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굳은 마음으로 주차장까지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 상쾌했던 마음이 바닥까지 축 가라앉았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며 나는 라디오를 살며시 켰다. 시호와 조금 길게 다툼을 해서 코토하가 라디오 방송에 들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순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위험한 시기에 팬 분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아팠던 것은 아니고, 그저 예방의 차원 때문에 잠시 활동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팬 여러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코토하는 또박또박 말하면서도 본인이 말하고 싶은 바를 그대로 차분하게 말하였다.
P '역시나... 코토하는 아나운서를 해도 괜찮을 거야. 조금 수줍은 것만 빼면...'
창밖을 보니 어느새 방송국 앞까지 다와갔다.
「물어본 김에 하나만더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남성 진행자가 낮은 톤으로 코토하에게 물어보았다.
「네!」
「격리되고 나서 얼마 안되서 본인 개인 SNS 계정으로 Vlog를 남겼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잖아요」
「...!」
말은 없지만 코토하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꼭 그런 것을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나는 더욱 더 빨리 방송국으로 향했다. 코토하 혼자를 두고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PD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 부분은 어떻게 된 거예요? 격리 기간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그 영상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의아해 했어요. 돌아오자마자 너무 가혹한 것 같긴 하지만, 시청자들도 많이 궁금해하니까 코토하쨩이 시원하게 말해줬으면 하는데...」
「xx씨, 코토하씨가 불편해 하잖아요...」
여성 진행자의 만류에도 남성 진행자는 꿋꿋하게 코토하에게 물어보았다.
「뭔가 그 부분에 대해서 직접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집에서 혼자 개인적으로 촬영한 건가요?」
>+2 많은쪽
1. 그 부분은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어서 더는 할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2.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3. 격리되기 전에 찍은 영상을 아무 생각없이 올렸었습니다. 팬과 모든 분들을 놀라게 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커피를 사들고 라디오 방송실로 들어갔다. 코토하는 유리창 너머 녹음실 부스 안에 있다. 대본에 집중하고 있어 내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진지한 눈빛이다. 스태프들은 모두 나를 환영해 주었다. 나는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친분이 있는 메인 PD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P "프로듀서님, 아무리 그래도 첫 방송부터 그런 질문은 좀..."
PD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아아... 물론 전달은 해드렸는데... oo 씨 스타일 잘 아시잖아요? 워낙 그런 것들을 좋아하시는 지라..."
코토하가 출연하는 라디오의 남성 진행자인, 유명 텔런트 oo 씨는 대본과 형식을 넘어서는 위험한 토크를 구사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라디오도 마찬가지로 여러 민감한 사항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너무 걱정하진 마요. 2부에는 다른 코너들을 꽉꽉 채웠으니까 아마 더 이상 그 문제는 다시 꺼내지 않을 거예요"
P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잖아요. 고등학생인 여자 아이돌에게 그러고 싶습니까?"
"미안해요. 조금 이따 쉬는 시간이 되니까 직접 캐어해 주세요"
PD는 그 말을 남기고는 다시 방송실로 들어갔다. 생방송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나도 더 이상 불평하진 못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유리창 너머에 있는 코토하는 여전히 대본을 보고 있다. 한 눈에 봐도 긴장하고 있지만 애써 참아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전까지 밖에도 돌아다니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 안쓰러웠다.
코토하 "......!"
한동안 코토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드리어 코토하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코토하는 대답 대신,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뺨이 그녀의 머리결과 같은 옅은 빨간빛이 되었다.
잠시 후 광고가 시작되고 잠시 휴식 시간이 되었다. 잠깐 라디오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가볼까. 아니면 코토하와 따로 이야기를 해볼까?
P "하지만 지금은 아이돌로서의 코토하로 돌아가야 해. 벌써 쉬는 시간이 다 가는걸. 앞으로 조금만 더 참아줄 수 있겠니?"
코토하는 마치 꿈을 꾸는 것 처럼 몽롱하게 나를 바라보다가 문득 단잠에서 깬 듯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코토하 "아...! ㄴ,네엣!"
P "걱정하지마. 난 어디 도망가거나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코토하 "마,맞아요! 저... 다시 힘내서 가보겠습니다!"
코토하는 주먹을 꼭 쥐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다.
...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방송은 완전히 무르익었다. 코토하도 나의 말에 어느정도 안심이 됐는지 평소의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두 MC의 대답에도 생긋 웃으며 재치있게 대답하곤 했다.
P '뭐야. 조금만 마음을 다잡아줘도 전혀 딴 사람이 되버리잖아'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코토하는 욕심이 나는 아이다. 어떤 말을 해줘도 바로바로 피드백이 올 만큼 나를 신뢰하고 성실하게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욕심을 부리고 다양한 요구를 하고 싶다.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코토하 "그럼 다음에는 청취자 여러분들의 코멘트를 들여볼까 해요... 어라...? 저, 이건 xx 씨가 읽으셔야 할 부분이었나요?"
"하하. 이제는 진행까지 하려는 거예요?"
"이야~ 이젠 우리 자리까지 넘보는 거야? 큰일이네! 코토하쨩이 DJ를 한다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겠어"
스튜디오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넘친다.
코토하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저, 팬 분들과 한시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들떠버려서 그만... 죄송해요!"
P '지금 것은... 일부러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코토하 씨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걸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코멘트들을 읽어주실래요?"
코토하 "아 네! 으음... 어디보자... 너, 너무 많아요...!"
코토하가 보고 있는 것은 나도 모니터를 통해서 보고 있다. 대부분 코토하를 걱정하고 기다렸다는 응원의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가끔 코토하가 허둥지둥 대는 것을 놀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코토하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코토하는 하나 둘 읽어주려고 했지만 너무 많아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다.
코토하 "...세상에... 저... 모두... 모두 모두, 너무 감사해요. 절 위해서 이렇게나..." 울먹
"아앗! 코토하쨩~! 울지 마! 청취자분들! 대체 뭘 하는 거예요? 코토하쨩을 괴롭히다니~!"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자의 말에 한층 가벼워졌다. 코토하도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도, 고맙고 즐거운 마음에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갔다. 나역시 마찬가지로 팬들의 코멘트들을 같이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한 줄 한 줄 올라올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 때, 코토하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한 지점에서 뚝 하고 끊기고 말았다. 잠시동안,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메세지에 얼어붙고 말았다.
'어차피 격리 중에 남자나 불러놓고 자면서 즐거운 듯 Vlog나 찍고 있었잖아? 아주 푹 쉬다 오지 그래?'
P ".........뭐야...?"
순간, 나도 모르게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역시 마치 짠 것처럼 나와 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있다.
나는 태연한 척 큰 소리를 내며, 코토하에게 따뜻한 물을 건내주었다. 나는 코토하의 손을 꼭 붙잡아주고 귓속말로 얘기했다.
P '10분만 참아. 이제 곧 끝나니까 최대한 말하지 말고 마무리 하자. 응? 조금만 참아!'
코토하 "......"
코토하는 말없이 끄덕였다. 뭐라 더 말할 시간도 없이 생방송은 다시 시작되었다. 코토하는 창백한 얼굴로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가끔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 빼고는 허공을 바라보거나 손톱을 뜯거나 했다. 이렇게까지 침착함을 잃은 코토하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 시간이었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코토하를 붙잡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서둘러 코토하를 차에 태우고 잠깐 한숨을 돌렸다. 코토하는 여전히 헐떡이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나는 차의 시동을 걸다 말고 잠시 어젯밤의 일을 생각해본다. 어젯밤, 코토하에게 격리 해제 소식을 알리며 앞으로의 일을 물어보았을때, 코토하의 반응은 의외였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야죠! 더 이상 프로듀서 씨와 사무소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아니, 생각해보면 평소의 성실한 코토하답다고 하면 코토하답다고 할까나.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코토하와 있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코토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섭섭했다. 우린 아직 이제 처음 시작하는 관계니까 너무 큰 것을 바란 것일까? 내가 너무 심각한 고민을 했을까? 코로나 격리 기간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오늘 아침, 코토하는 나와 같이 짐을 옮겨 그녀가 본래 살고 있던 집으로 돌아갔다.
코토하 "...새액... 후우..."
어두운 밤길을 가고 있자니 코토하는 어느새 잠이 들어 옅은 숨을 내쉬며 차문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살짝 손을 뻗어 코토하의 고개를 살며시 이쪽으로 옮겨주었다.
코토하 "...프로듀서어..." 꼼지락
코토하는 내 손길이 닿자 코토하는 잠꼬대처럼 나를 불렀다. 이렇게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 같아 보인다.
...
P "코토하, 집에 다 왔어"
코토하 "......"
P "코토하?"
살짝 코토하의 손을 흔들자 코토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코토하 "아... 죄송해요... 차 안에서 자버려서..."
P "아니야, 괜찮아. 그것보다 몸은 어때?"
코토하 "...조금 피곤해요"
힘이 없는 코토하를 보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P "집에 혼자 있을 수 있겠니...?"
코토하 "......" 빤히
P "...왜?"
코토하 "후훗... 어린애 아니니까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거에요"
P "...그, 그렇지... 미안해"
코토하 "아니에요"
P "......"
코토하 "......"
P "안 내릴거니?"
코토하 "......글쎼요..."
P "......??"
코토하는 얌전히 보조석에 앉아있다.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코토하 "...저기... 프로듀서 씨... 뭐 잊으신 건 없으신가요?"
코토하의 말에 나는 주머니를 더듬어본다.
P "......? 잊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코토하 "......"
코토하는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운지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바라보다 시선을 옮겨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이건 그러니까... 그것인가? 하지만 대놓고 하기엔 나중에 큰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으음...
P "그, 그러지 말고... 자 안전벨트... 풀어줄테니까" 스윽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빠졌다. 그리고 벨트를 제자리에 놓으려고 상체를 기울이는 순간, 나는 코토하 위로 쓰러지듯 엎어졌다.
코토하 "꺄?!"
P "윽?! 미, 미안해. 코토하, 괜찮아?"
겨우 몸을 추스려려고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코토하의 얼굴이 있다. 백옥같이 흰 피부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티없이 맑고 커다란 눈망울이 귀엽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호하게 날 쳐다보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더욱 귀엽다.
코토하 "......프, 프로듀서...?"
P "......"
10cm도 안되는 거리에 코토하의 입술이 있다. 얉고 투명한 입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개었다.
코토하 "흐... 흐으...?!"
코토하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어 부드럽고 상냥한 키스를 했다. 그동안 코로나 녀석 때문에 참을만큼 참았다. 하지만...
코토하 "흐으.... 으... 으음..."
코토하의 깊은 숨소리가 느껴졌다. 코토하의 부드러운 볼을 다시 쓰다듬으며 나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지나가고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뺨이 약간 붉어진채로 입술을 떨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분명, 키스를 원하는 얼굴이다.
한 번 더 코토하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이번에는 코토하도 작게 츄 소리를 내며 나에게 살며시 키스를 했다. 차 안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지만,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더웠다. 잠시동안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그녀에게서 떨어져 잠시 숨을 골랐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지나갔다.
P "......저기 코토하, 이제 그만 얼굴 안가려도 되니까..."
코토하는 여전히 손으로 얼굴을 꽁꽁 싸메고 있다.
P "코토하... 내가 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잠깐 고개 좀 들어볼래?"
코토하는 몸을 크게 흔들어 싫다는 표시를 했다.
P "호, 혹시 이런 건 싫니?"
코토하는 내 말에 벌떡 일어나 황급히 손을 저었다.
코토하 "아... 아니에요...! 저, 저, 저어... 부, 부끄러워서......"
이마부터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는 코토하.
P "미, 미안해... 자, 음료라도 마셔"
코토하는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한참 시간이 지난후 조금 감정이 정리된듯 코토하가 말을 걸었다
코토하 "......저, 첫 키스에요..."
P "......"
코토하 "...책임져... 주실거죠...?"
P "무, 물ㄹ론이지!"
코토하 "...후훗... 행복해..."
코토하는 정말 무의식적으로 나온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내가 다 기쁘다. 하지만...
P "코토하... 더 같이 있고 싶지만... 밤이 깊었으니까 이제 헤어져야지?"
코토하 "조,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시면... 안될까요?"
코토하가 손을 꼭 모으고 있는 힘껏 용기를 모으고 말을 했다. 평소에 항상 일찍 자라며 걱정해주는 코토하의 모습과 대비가 되었다.
P "내일 또 볼 수 있으니까...조금만 떨어져있자. 알겠지?"
코토하 "...저어... 그럼 부탁이 있는데요... 이따 밤에... 주무시기전에... 전화 한 통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P "으,응... 알았어. 꼭 전화할게"
역시 혼자서 자긴 조금 무서울테지. 자기 전까지 항상 곁에 있어준다는 느낌이 좋을까? 나도 그쪽이 기쁘니까...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프로듀서와 코토하는 헤어졌다. 코토하는 혼자서 그녀의 큰 집으로 들어갔다.
코토하는 기분이 이상했다. 그토록 원하던 순간인데, 마음 한 켠에 구멍이 난 것처럼 바람이 불어왔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물컵처럼 감정이 뚝뚝 세어나갔다.
코토하 '하지만... 이걸로... 됐어"
첫키스의 추억은 누군가는 아름다운 종이 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밝아보이는 것처럼 황홀하다고 하지만, 코토하는 방금 전의 추억을 떠올리면 오히려 더 쓸쓸해질 뿐이었다. 코토하는 침대에 앉아 계속 입술에 손을 대었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왜 프로듀서의 느낌이 나지 않는 거냐고 되묻는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만다.
코토하의 넓은 집은 더욱 더 허전하고 어두울 뿐이다. 고작 2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침대 시트의 감촉마저 낯설다.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부터 다시 레슨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코토하는 레슨이나 숙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위잉-
코토하는 핸드폰의 짧은 진동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을 키고 메세지를 확인했다. 분명 지금쯤이면 프로듀서가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맥이 빠지게도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코토하 "하...아... 나... 뭐하는 걸까...?"
시무룩하게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음성 녹음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 말도 담겨있지 않았다. 코토하는 무의식적으로 녹음된 파일을 재생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프로듀서 씨는... 저를 좋아하시나요?'
낯익은 목소리에 순간 안심이 되었다가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듣고 나서 코토하는 두 귀를 의심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지나고 남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어지는 그 목소리는 앞의 목소리보다 100배는 더 익숙한 프로듀서의 목소리였다.
'그래... 좋아했어. 하지만 지금은 이러지 말자...'
'그럼... 왜 저에게 타나카 씨가 좋다고 고백하셨던 거예요?'
'그건 관계 없어. 애초에 그때 너가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랬다면 나는 고백을 받아줬을 거라고!'
거기서 녹음은 끊겼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코토하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코토하는 텅 빈 눈으로, 휴대폰의 액정을 바라보았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코토하는 상당히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 좋아하는 티를 내기도 했었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눌때도 돌이켜보면 나를 좋아하고 있던 신호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백하기를 망설였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걸까? 역시, 어머니의 말대로 그녀도 관계에 대해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P "......"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코토하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까 차 안에서 나누었던 뽀뽀만 생각날 뿐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지금 곁에 없는 연인이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싶어졌다.
P "......하아..."
P '벌써 12시가 지났어...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 고생할지도...'
P "......나 뭔가 까먹은 것 같기도 하고...?"
'이따 밤에 주무시기 전에 전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P "맞다! 전화하기로 했었는데!"
분명 코토하는 10시만 되면 잠을 자곤 했다. 지금 전화해도 받지 않을수도 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둘러 주제를 바꿔 대화를 계속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몸도 나른해졌다.
P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슬슬 자야겠다. 졸립기도 하고 코토하도 내일 일정이 있었지?"
"네..."
P "내일 피곤할지도 모르니 그만 자자"
"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해도 괜찮을까요?"
P "응, 뭔데?"
"...그게 있잖아요..."
P "?"
"아, 아뇨... 까먹었어요... 죄송해요"
P "뭐야 싱겁긴. 잘 자"
"네... 프로듀서 씨도..."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코토하와 만나고 나서 이상하게도 씻은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시호와 다툰 일, 라디오에서 벌어졌던 사건, 코토하의 상처 등도 거짓말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마음 속에는 코토하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상하게도 방안이 온통 그녀의 향기로 가득 체워진 것 같았다. 상큼한 벚꽃의 향기다.
하지만 수화기 건너편의 코토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텅 빈 휴대폰을 들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휴대폰에서는 차디찬 금속 냄새가 날 뿐이었다.
세 명의 사람에게 꼭 안기는 코토하, 약간 버겁긴 하지만 그래도 입가의 미소는 숨길 수 없다. 프로듀서와 코토하가 돌아온 이후로 극장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전염병 때문에 온전하게 열지는 못했다. 관람객은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영상 촬영이라던가 다른 업무들로 인해서 일이 있는 몇명의 인원만 교대로 출근을 하고 있다.
행복한 시간이 잠시 흐르고, 코토하는 떠올렸다. 분명히 오늘은 한 명의 아이가 더 출근을 했을 것이다.
코토하 "저기... 오늘 시호도 온다고 하지 않았어?"
우미 "우와아아앙~~!! 시호도 보고 싶어~~!!!" 왈칵
메구미 "아니, 시호는 어제도 봤잖아... 그러고보니 아침에는 같이 있었는데?"
엘레나 "잠깐 프로듀서 만나러 간게 아닐까~?"
코토하 "......"
메구미 "왜? 무슨 일 있어?"
코토하 "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어제 그 메세지에 대해서 알기까지는 조금 힘들 것 같다.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코토하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는 시호를 발견했다. 지금이라면 다른 아이들은 레슨중이기 때문에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토하 "저... 저기... 시호쨩...?"
시호는 깜짝 놀라며 일어나서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반가운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시호 "...아! 타나카 씨... 몸은 괜찮으세요?"
코토하 "으, 으응..."
시호 "그렇구나... 다행이다... 정말 무서운 병이에요. 단순히 의심만 받아도 격리를 해야 한다니... 저희도 청결에 최선을 다해야만 해요"
코토하 "으... 응... 그렇지..."
시호 "...? 괜찮으신 거 맞으신가요? 조금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시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
>+2 많은쪽, 코토하는 시호에게 어떤 말을 할까?
@ 진작 끝냈어야 할 것인데 자꾸자꾸 미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지고 여유도 사라지네요. 코로나 때문에라도 더욱 힘들어지네요. 어찌됐건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내일 밤에 계속 합니다
코토하 "내가 알던 시호는... 정직하고 굳센 사람이었어. 이렇게 겉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상처만 키우는 그런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어"
시호 "......"
코토하 "시호도 마음이 아픈 거지? 하지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마지막으로 부탁이야"
시호 "정말... 얘기해도 괜찮은가요?"
코토하 "응, 난 시호를 이해할 수 있..."
시호 "아니요. 제가 망설이는 이유는... 타나카 씨 때문이에요"
코토하 "......뭐어...?"
시호 "프로듀서 씨랑 사귀고 있죠?"
코토하 "......"
시호 "아까 그 음성 메세지... 들어서 아시겠지만, 프로듀서 씨는... 아마도, 저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전 아니었기 떄문에 거절을 했지만... 그때도 타나카 씨와 사귀고 있던 거였나요...? 전 전혀 몰랐어서... 죄송해요.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릴 것 같고, 굳이 쓸대없는 말로 타나카 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한참을 멍하니 듣고 있던 코토하가 나지막히 말했다.
코토하 "......하아......?"
>+2 많은쪽
1. 시호야... 자꾸 반복하게 하지 말아줄래? 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지?
145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제와서 시호가 이런 얘기를 하는지도 몰랐고, 미리 말을 해줬으면 이런 상황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허나 시호의 생각은 나와 전혀 달라보였다. 시호는 들고 있던 대본을 책상에 내리치듯이 내려놓았다. 시호는 벌떡 일어나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시호 "...그러니까... 말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물어본 건 프로듀서, 당신이잖아!!"
시호 "프로듀서야 말로 뭐야...? 내가 얼마나 더 비참해져야 속이 시원한 거야?"
P "난 널 위해서 물어본 것 뿐이야!"
시호 "하아... 됐어. 더 말하기도 싫어"
시호는 자기 자신이 제어가 안 되는지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P "대답은 해! 대체 너가 원하는 게 뭔데? 답답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
시호는 입술을 꾹 깨물고 주먹을 꽉 지고 말했다.
시호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아니, 방금 하나 소원이 떠올랐어요. 당신 얼굴 따위 보기 싫으니까... 당분간 우리 서로 마주치지 말죠"
P "뭐라고? 야!!"
시호는 내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문을 쾅 닫으며 나가버렸다.
P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 곳에는 시호는 없었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여긴 촬영장이다.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자제력을 잃어버리고 맞받아친 것은 안될 일이다.
>+2 많은쪽
1. 집에 가서 좀 쉬자
2. 시호의 촬영이 끝나는 것까지 보고,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으니 약속은 지킨다
3. 다음 스케쥴은 코토하의 라디오 녹화니까 미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호는 알아서 잘 하겠지
4. 자유롭게
"키타자와씨가 조금 이상하네요. 전반부랑 달리 뭔가 의욕도 없어 보이고... 광고주분도 살짝 기분이 언짢아 지신 것 같아요"
P "......"
시호는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일단 카메라가 돌면 모든 잡념을 멈추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다. 디렉터는 중얼거리듯 현장을 떠났다.
"오랜만의 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실망스럽네요. 가뜩이나 요즘 일거리도 줄어들텐데... 아무튼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디렉터에게 말없이 인사를 하고 시호를 찾으러 갔다. 시호는 대기실에 없었다. 저만치 멀리, 시호가 빠르게 촬영장을 빠져가나는 것을 보았다.
P "시호야!"
나는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시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뛰어가서 시호의 앞에 섰다.
P "잠깐 얘기 좀 하자. 차로 데려다 줄게"
내가 바로 앞에 있어도 시호는 한 번 쳐다보더니 차갑게 스쳐 지나갔다.
P "일에 대한 문제야! 시호야!"
시호는 그 말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일에 대한 부분이라고 했는데도 내 말을 무시하고 있다.
P "야!!"
시호 "보는 사람이 많은 거 같은데요. 할 말이 있으면 다른 분을 통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2 많은쪽
1. 시호를 이해할 수 없고, 오늘의 태도에 대해 실망했음을 말한다
2. 다 떠나서 시호가 화가 났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3.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한다 (자유롭게)
4. 자유롭게
내가 코토하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고백을 어떻게 하냐고? 웃기지 마! 내가 너한테 기회를 얼마나 줬어? 당장 코토하가 나한테 고백해온 그날 밤에도 나랑 전화가 끝난 후 시호가 울고 있다고 릿군한테서 전화가 왔길래 걱정돼서 너희 집으로 찾아가기까지 했었지. 괜찮냐고, 무슨 일 있냐고. 나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몇 번을 물어봤는데! 그 때마다 내 질문을 회피하면서 그 기회를 모조리 걷어찬 건 너잖아! 내가 네 마음을 무시할 거라고 네 멋대로 넘겨짚지 말란 말이야!
나는 격해진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그동안 시호에게 느꼈던 감정 그대로를 말이다.
시호 "...그럼 프로듀서는 저를 좋아하셨나요?"
시호의 눈빛이 너무 무겁다.
P "너 내 말 못 들었니?"
시호 "대답해 주세요"
>+2 많은쪽
1. 아니
2. 아니
3. 자유롭게
P "좋아했는데... 이런 식이면 정나미가 다 떨어진다"
시호 "....."
P "자꾸 이렇게 할수록 너에 대한 애정이 식어간단 말이야. 이해하겠어?"
시호 "......"
P "더 이상 우리 사이의 관계를 망치지 마. 어? 우리 그동안 좋은 관계였잖니? 너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시호 "그러니까... 저를 좋아하셨다구요?"
P "그래"
시호 "그럼 왜 저에게 타나카씨가 좋다고 고백하셨죠?"
P "난 지금 여기 있는 너의 태도가 문제라는 거잖아! 그게 뭐가 중요한데?"
시호는 헛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보았다.
시호 "당연히 중요한 거 아닌가요? 제가 프로듀서씨에게 말씀드리지 못한 건 프로듀서씨가 타나카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했기 때문이에요"
기억에 혼란이 생긴다. 격리기간동안 시호와 있었던 일을 되짚어보자.
P "너가 미리 말을 했어야지!"
시호 "그럼 프로듀서씨도 먼저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 저를 좋아한다고 한 번이라도 말하신 적 있어요?"
P "말꼬리 잡지 마. 더 이상 대들지 마라고. 이런 식이면 나랑 싸우자는 거 밖에 더 돼? 난 언제나 너희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어. 이게 내 최선이라고!"
시호 "싸우자는 게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저 프로듀서씨를 좋아했긴 했지만, 프로듀서씨는 제게 마음 한 번 준적 없잖아요? 제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었다면 왜 타나카씨를 좋아한다고 고백했냐구요!"
P "코토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상관이 없어!"
시호 "당연히 있죠.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세요. 당신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놓고, 정작 와서는 날 좋아하냐고 물어보셨잖아요. 그게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고 끔찍하게 만드는 줄 아시는 건가요? 당신이 내게 물어본 건 동정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
시호는 기분 나쁜 실소를 지으며 나를 경멸하듯 쳐다보았다.
시호 "정나미가 떨어진다고요? 누가 할 소리를... 우리 사이 관계를 망치고 있는 건 프로듀서, 당신이에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말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나는 시호와 왜 이런 다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더 말을 하면 분명히 다음 스케쥴에 늦을 것이다.
>+2 많은쪽
1. 너 진짜 나랑 해보자는 거야 뭐야?
2.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대화하자며 시호를 내버려두고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온다
3. 자유롭게
P "시호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어. 난 그럼 가볼게" 질끈
시호의 표정이 어떤지도 보지 않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자기 갈 길을 갔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굳은 마음으로 주차장까지 걸어가 차에 올라탔다. 상쾌했던 마음이 바닥까지 축 가라앉았다. 어두운 밤길을 달리며 나는 라디오를 살며시 켰다. 시호와 조금 길게 다툼을 해서 코토하가 라디오 방송에 들어가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신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도착할 순 있을 것 같았다.
...
잠시후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 게스트는요. 여러분들 놀라지 마세요.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765 프로의 아이돌 타나카 코토하쨩입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765 프로의 타나카 코토하입니다」
코토하의 똑부러지는 목소리가 차안에 울려퍼졌다. 유명 남녀 MC 두 명이 진행하는 프로의 단독 게스트다. 그 전에는 다른 멤버들과 고정으로 같이 나왔지만 이번에 특별히 혼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야~ 오랜만에 방송 부스가 환해졌어요. 그동안 코토하쨩이 없어서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
「xx씨가 맨날 저에게 구박했어요! 글쎄 타나카씨가 없으면 방송을 할 맛이 안난다나 뭐라나」
「그거야 당연하지~ 매일 아줌마랑 방송만 하다가 가끔은 이런 상큼한 아이돌쨩이랑 방송도 해야 할 맛도 나는 거지」
「최악이네 이 남자! 타나카씨, 이리로 와요. 가까이 다가가면 안 돼!」
코토하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후훗, 두 분 모두 저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MC의 환영하는 말이 이어지고, 이번에는 남자 MC가 다시 코토하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말이죠. 코토하쨩, 정말 정말 놀랐다구?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잠깐...! 그 얘기는 타나카씨가 곤란해 하니까...」
「그렇지만, 그게 말이지.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잖아? 8시 뉴스에도 나온 거라고」
P "아이씨..."
나는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말을 내밷으며 엑셀을 밞았다. 분명 작가들과 회의할때 되도록이면 그 얘기는 삼가해달라고 했다. 몇 번이고 부탁을 했는데도 이런 식이라니, 물론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아니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된 거야? 격리됐다고 들었을때는 정말 걱정했다고?」
코토하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 그 부분은 말이죠」
P "......"
코토하와 복귀했을때 대비는 어느 정도 했지만... 디테일하게 손을 보지는 못했다. 격리 해제가 풀리자마자 코토하와 내가 소화해야 하는 일거리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제발 잘 대답해야 할텐데...
>+2 많은쪽, 텔레파시라도 보내볼까
1. 모두가 위험한 시기에 팬 분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모두의 응원 덕분에 무사히 격리 해제될 수 있었어요
2. 걱정해주셔서 고맙지만 정말 잘 지냈어요. 그야 프로듀서씨가 쭉 돌봐주셔서...
3. ......
4. 자유롭게
「...모두가 위험한 시기에 팬 분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아팠던 것은 아니고, 그저 예방의 차원 때문에 잠시 활동을 쉬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팬 여러분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다시 이 자리에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사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코토하는 또박또박 말하면서도 본인이 말하고 싶은 바를 그대로 차분하게 말하였다.
P '역시나... 코토하는 아나운서를 해도 괜찮을 거야. 조금 수줍은 것만 빼면...'
창밖을 보니 어느새 방송국 앞까지 다와갔다.
「물어본 김에 하나만더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남성 진행자가 낮은 톤으로 코토하에게 물어보았다.
「네!」
「격리되고 나서 얼마 안되서 본인 개인 SNS 계정으로 Vlog를 남겼었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잖아요」
「...!」
말은 없지만 코토하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굳이 꼭 그런 것을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나는 더욱 더 빨리 방송국으로 향했다. 코토하 혼자를 두고 어른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건가? PD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 부분은 어떻게 된 거예요? 격리 기간인 줄 알았는데 갑작스럽게 그 영상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의아해 했어요. 돌아오자마자 너무 가혹한 것 같긴 하지만, 시청자들도 많이 궁금해하니까 코토하쨩이 시원하게 말해줬으면 하는데...」
「xx씨, 코토하씨가 불편해 하잖아요...」
여성 진행자의 만류에도 남성 진행자는 꿋꿋하게 코토하에게 물어보았다.
「뭔가 그 부분에 대해서 직접 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집에서 혼자 개인적으로 촬영한 건가요?」
>+2 많은쪽
1. 그 부분은 일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어서 더는 할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2.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3. 격리되기 전에 찍은 영상을 아무 생각없이 올렸었습니다. 팬과 모든 분들을 놀라게 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 자유롭게
(5시에 돌아오겠습니다)
「아... 그, 그렇구나! 이야~ 너무 교과서적인 대답이라서 조금 놀랐네~」
「저기요! 이제 그만 하시죠? 코토하씨, 괜찮아요~ 코토하씨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아하하! 예쁜 여자아이를 보면 꼭 놀리고 싶어져서 말이지~ 하하핫! 미안해 코토하쨩」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그럼! 다음 코너는 말이죠. 코토하쨩의 고민 상담소! 자아, 모처럼 건강하게 돌아왔으니 아이돌력 뿜뿜으로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거야!」
「네! 저...」
치이이......
그 뒤로 라디오의 음성은 끊겼다. 차가 방송국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멈춰진 차 안에서 잠시 생각한다.
>+2 많은쪽
1. 코토하의 방송이 끝날때까지 대기한다
2.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사들고 라디오 녹음실에 들어가자
3. 라디오 PD에게 항의하러 간다
4. 자유롭게
P "프로듀서님, 아무리 그래도 첫 방송부터 그런 질문은 좀..."
PD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아아... 물론 전달은 해드렸는데... oo 씨 스타일 잘 아시잖아요? 워낙 그런 것들을 좋아하시는 지라..."
코토하가 출연하는 라디오의 남성 진행자인, 유명 텔런트 oo 씨는 대본과 형식을 넘어서는 위험한 토크를 구사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라디오도 마찬가지로 여러 민감한 사항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너무 걱정하진 마요. 2부에는 다른 코너들을 꽉꽉 채웠으니까 아마 더 이상 그 문제는 다시 꺼내지 않을 거예요"
P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잖아요. 고등학생인 여자 아이돌에게 그러고 싶습니까?"
"미안해요. 조금 이따 쉬는 시간이 되니까 직접 캐어해 주세요"
PD는 그 말을 남기고는 다시 방송실로 들어갔다. 생방송 중이라 어쩔 수 없이 나도 더 이상 불평하진 못했다. 잠깐 쉬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유리창 너머에 있는 코토하는 여전히 대본을 보고 있다. 한 눈에 봐도 긴장하고 있지만 애써 참아내려고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얼마전까지 밖에도 돌아다니지 못했던 것이 생각나 안쓰러웠다.
코토하 "......!"
한동안 코토하를 바라보고 있자니, 드리어 코토하가 눈치를 챈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 이쪽을 바라보더니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반갑게 손을 들어 인사를 대신했다. 코토하는 대답 대신, 살며시 고개를 내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뺨이 그녀의 머리결과 같은 옅은 빨간빛이 되었다.
잠시 후 광고가 시작되고 잠시 휴식 시간이 되었다. 잠깐 라디오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가볼까. 아니면 코토하와 따로 이야기를 해볼까?
>+2 많은쪽
1. 라디오 녹음실에 들어가 코토하의 앞에 있는 진행자 oo 씨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한다
2. 라디오 녹음실에 들어가 코토하를 응원해준다
3. 잠시 코토하를 불러낸다
4. 자유롭게
코토하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지이
코토하는 밖으로 나오자 아까의 긴장된 표정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나를 약간 째진 눈으로 바라보며 문책을 하는 코토하.
P "윽...! 미안해, 잠깐 사정이 있어서..."
분명 코토하와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대본을 체크해준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시호의 일 때문에 모든 게 꼬여버렸다. 시호의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로 과장된 몸짓으로 당황했다는 것을 코토하에게 보여주었다.
코토하 "후훗... 괜찮아요. 방금 것은 장난이었어요"
코토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프로듀서로서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P "방송 잘 들었어"
코토하 "아!... 어떠셨나요...? 저, 실수한 부분은 없었나요?"
중간 부분은 듣지 못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또박또박 열심히 말을 하긴 했지만... 조금 긴장된 목소리였다. 대본 하나하나에 집중은 하고 있지만 어쩐지 억지로 웃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2 많은쪽
1. 솔직하게, 단호하게 코토하가 대처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2. 손을 꼭 잡고, 안심을 시켜준다
3. 모두 좋았고 청취자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4. 자유롭게
P "...이러면 조금 진정이 될까?"
코토하 "......"
P "코토하?"
코토하는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코토하 "저... 쭉 이대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두 손을 마주잡고... 언제까지나 쭉... 프로듀서 씨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요"
나는 간신히 이성을 통제하고 있다.
코토하 "......저, 모르겠어요. 분명... 반짝반짝 빛나기 위해서... 팬 분들에게 미소를 드리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오늘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느꼈어요. 저는... 아이돌로서의 제 자신보다 프로듀서 씨와 같이 지내던 지난 2주간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P "코토하..."
코토하 "제가 무뎌진 걸까요...? 게을러진 걸까요?"
>+2 많은쪽
1. 하지만 지금은 아이돌로 돌아가야 해. 날 믿고 조금만 더 힘내주겠니?
2. 난 도망가지 않아. 언제까지나 쭉 그대로니까. 걱정하지 마
3. 말 없이 코토하를 안아준다
4. 자유롭게
P "하지만 지금은 아이돌로서의 코토하로 돌아가야 해. 벌써 쉬는 시간이 다 가는걸. 앞으로 조금만 더 참아줄 수 있겠니?"
코토하는 마치 꿈을 꾸는 것 처럼 몽롱하게 나를 바라보다가 문득 단잠에서 깬 듯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코토하 "아...! ㄴ,네엣!"
P "걱정하지마. 난 어디 도망가거나 사라지지 않을 거니까"
코토하 "마,맞아요! 저... 다시 힘내서 가보겠습니다!"
코토하는 주먹을 꼭 쥐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다.
...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방송은 완전히 무르익었다. 코토하도 나의 말에 어느정도 안심이 됐는지 평소의 편안한 모습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두 MC의 대답에도 생긋 웃으며 재치있게 대답하곤 했다.
P '뭐야. 조금만 마음을 다잡아줘도 전혀 딴 사람이 되버리잖아'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코토하는 욕심이 나는 아이다. 어떤 말을 해줘도 바로바로 피드백이 올 만큼 나를 신뢰하고 성실하게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욕심을 부리고 다양한 요구를 하고 싶다.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코토하 "그럼 다음에는 청취자 여러분들의 코멘트를 들여볼까 해요... 어라...? 저, 이건 xx 씨가 읽으셔야 할 부분이었나요?"
"하하. 이제는 진행까지 하려는 거예요?"
"이야~ 이젠 우리 자리까지 넘보는 거야? 큰일이네! 코토하쨩이 DJ를 한다면 우리가 설 자리가 없겠어"
스튜디오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넘친다.
코토하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저, 팬 분들과 한시라도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들떠버려서 그만... 죄송해요!"
P '지금 것은... 일부러 실수를 한 것 같은데...?'
"괜찮아요~ 코토하 씨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걸요. 그럼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코멘트들을 읽어주실래요?"
코토하 "아 네! 으음... 어디보자... 너, 너무 많아요...!"
코토하가 보고 있는 것은 나도 모니터를 통해서 보고 있다. 대부분 코토하를 걱정하고 기다렸다는 응원의 메시지들로 가득했다. 가끔 코토하가 허둥지둥 대는 것을 놀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모두 코토하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코토하는 하나 둘 읽어주려고 했지만 너무 많아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다.
코토하 "...세상에... 저... 모두... 모두 모두, 너무 감사해요. 절 위해서 이렇게나..." 울먹
"아앗! 코토하쨩~! 울지 마! 청취자분들! 대체 뭘 하는 거예요? 코토하쨩을 괴롭히다니~!"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가 사회자의 말에 한층 가벼워졌다. 코토하도 눈에 눈물이 맺히면서도, 고맙고 즐거운 마음에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갔다. 나역시 마찬가지로 팬들의 코멘트들을 같이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다. 한 줄 한 줄 올라올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 때, 코토하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한 지점에서 뚝 하고 끊기고 말았다. 잠시동안,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메세지에 얼어붙고 말았다.
'어차피 격리 중에 남자나 불러놓고 자면서 즐거운 듯 Vlog나 찍고 있었잖아? 아주 푹 쉬다 오지 그래?'
P ".........뭐야...?"
순간, 나도 모르게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역시 마치 짠 것처럼 나와 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있다.
>+2 많은쪽
1. 어차피 다른 코멘트들에 묻힐 게 뻔하니 무시하자
2. 이런 황당한 이야기,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테니 농담삼아 이야기 해보자
3. 자유롭게
코토하 "......어... 그, 그럼... 다음은 뭔가요...?"
"코토하 씨?"
코토하 "아... 그, 그게 그러니까..." 덜덜덜
하지만 내 바램과 달리, 코토하는 패닉에 빠진 것 같았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지려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야! 역시 너무 많은 글들이 있어서 다 읽지를 못하겠죠? 코토하쨩을 너무 곤란하게 하지 마라구! 그럼, 잠깐 광고 듣고 오겠습니다!"
중간 광고가 시작된 뒤, 여성 진행자가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세요? 갑자기 얼굴이..."
코토하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 목이 좀 말라서..."
나는 물을 가져다주는 척 라디오 부스에 들어가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코토하의 손이 피가 전혀 돌지 않는 것처럼 차가웠고, 몸을 살짝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P '코토하...! 코토하 정신 차려! 생방송이야!'
코토하 "......프, 프로듀서..."
남자 진행자가 눈치를 챈 모양인지 큰 소리로 말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악플이라도 읽은 거야?"
P "......"
코토하 "......프로듀서..."
>+2 많은쪽
1. 중단시킨다
2. 이제 곧 다 끝나가니까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무리를 하자. 조금만 참아
3. 자유롭게
나는 태연한 척 큰 소리를 내며, 코토하에게 따뜻한 물을 건내주었다. 나는 코토하의 손을 꼭 붙잡아주고 귓속말로 얘기했다.
P '10분만 참아. 이제 곧 끝나니까 최대한 말하지 말고 마무리 하자. 응? 조금만 참아!'
코토하 "......"
코토하는 말없이 끄덕였다. 뭐라 더 말할 시간도 없이 생방송은 다시 시작되었다. 코토하는 창백한 얼굴로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가끔 질문에 대답을 하는 것 빼고는 허공을 바라보거나 손톱을 뜯거나 했다. 이렇게까지 침착함을 잃은 코토하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 시간이었다. 생방송이 끝나자마자 코토하를 붙잡고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다. 서둘러 코토하를 차에 태우고 잠깐 한숨을 돌렸다. 코토하는 여전히 헐떡이며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다.
P "괜찮아? 코토하, 정신 좀 들어?"
코토하는 여전히 초점을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P "이제 괜찮아. 다 끝났으니까"
나는 물티슈를 꺼내 코토하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식은땀이 눈썹까지 흘러내리고 있다.
코토하 "......프로듀서 씨..." 덜덜
P "응. 나 여기 있어"
코토하 "...죄송해요"
P "뭐가 미안해? 자, 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 그렇지?"
코토하 "...죄송... 해요..."
>+2 많은쪽
1. 코토하를 꼭 끌어안아 준다
2. 큰 소리를 내어 정신이 들게 한다
3. 조금 길어도 진정할때까지 괜찮다고 해준다
4. 자유롭게
코토하 "......" 스윽
코토하가 내 허리춤에 손을 넣고 내 어깨에 얼굴을 포근하게 기대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뺨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P "그래...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내가 널 지켜줄테니까 넌 아무 걱정하지 마"
코토하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P "......응.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한동안 가만히, 아무 말도 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그렇게 껴안고 있었다.
P '하지만... 대체 누가 그런 글을...'
어딜가나 악플은 있다만... 그 악플을 보았을때, 시호의 차갑고 무서운 눈빛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P '지금은 잊자... 별 일 아니야'
...
조금 진정이 되었을까. 이제 슬슬 돌아가야만 한다. 밤이 깊어지고, 코토하도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잔기침을 하고 있다. 빨리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나는 어제 밤의 일을 잠시 떠올렸다.
당신은 차의 시동을 켜고 어디론가 향한다. 당신이 향할 곳은 정해져 있다. 그 곳은...
>+2 많은쪽
1. 밤이 늦었으니 근처 호텔을...
2. 당연히 코토하와 내가 살고 있는 나의 아파트
3. 코토하의 집으로
4. 자유롭게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야죠! 더 이상 프로듀서 씨와 사무소 모두에게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아니, 생각해보면 평소의 성실한 코토하답다고 하면 코토하답다고 할까나.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코토하와 있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코토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섭섭했다. 우린 아직 이제 처음 시작하는 관계니까 너무 큰 것을 바란 것일까? 내가 너무 심각한 고민을 했을까? 코로나 격리 기간이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이다. 오늘 아침, 코토하는 나와 같이 짐을 옮겨 그녀가 본래 살고 있던 집으로 돌아갔다.
코토하 "...새액... 후우..."
어두운 밤길을 가고 있자니 코토하는 어느새 잠이 들어 옅은 숨을 내쉬며 차문에 고개를 기대고 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살짝 손을 뻗어 코토하의 고개를 살며시 이쪽으로 옮겨주었다.
코토하 "...프로듀서어..." 꼼지락
코토하는 내 손길이 닿자 코토하는 잠꼬대처럼 나를 불렀다. 이렇게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들 같아 보인다.
...
P "코토하, 집에 다 왔어"
코토하 "......"
P "코토하?"
살짝 코토하의 손을 흔들자 코토하는 살며시 눈을 떴다.
코토하 "아... 죄송해요... 차 안에서 자버려서..."
P "아니야, 괜찮아. 그것보다 몸은 어때?"
코토하 "...조금 피곤해요"
힘이 없는 코토하를 보자 조금 걱정이 되었다.
P "집에 혼자 있을 수 있겠니...?"
코토하 "......" 빤히
P "...왜?"
코토하 "후훗... 어린애 아니니까요... 조금 쉬면 괜찮아질거에요"
P "...그, 그렇지... 미안해"
코토하 "아니에요"
P "......"
코토하 "......"
P "안 내릴거니?"
코토하 "......글쎼요..."
P "......??"
코토하는 얌전히 보조석에 앉아있다. 내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코토하 "...저기... 프로듀서 씨... 뭐 잊으신 건 없으신가요?"
코토하의 말에 나는 주머니를 더듬어본다.
P "......? 잊은 건 없는 것 같은데..."
코토하 "......"
코토하는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운지 입을 꾹 다물고 나를 바라보다 시선을 옮겨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2 무엇을 잊었을까? 코토하에게 뭔가를 해줘야 할까? 자유롭게
이건 그러니까... 그것인가? 하지만 대놓고 하기엔 나중에 큰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으음...
P "그, 그러지 말고... 자 안전벨트... 풀어줄테니까" 스윽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안전벨트가 빠졌다. 그리고 벨트를 제자리에 놓으려고 상체를 기울이는 순간, 나는 코토하 위로 쓰러지듯 엎어졌다.
코토하 "꺄?!"
P "윽?! 미, 미안해. 코토하, 괜찮아?"
겨우 몸을 추스려려고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코토하의 얼굴이 있다. 백옥같이 흰 피부와 오똑한 콧날, 그리고 티없이 맑고 커다란 눈망울이 귀엽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호하게 날 쳐다보는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더욱 귀엽다.
코토하 "......프, 프로듀서...?"
P "......"
10cm도 안되는 거리에 코토하의 입술이 있다. 얉고 투명한 입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개었다.
코토하 "흐... 흐으...?!"
코토하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의 입술을 파고들어 부드럽고 상냥한 키스를 했다. 그동안 코로나 녀석 때문에 참을만큼 참았다. 하지만...
코토하 "흐으.... 으... 으음..."
코토하의 깊은 숨소리가 느껴졌다. 코토하의 부드러운 볼을 다시 쓰다듬으며 나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지나가고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코토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뺨이 약간 붉어진채로 입술을 떨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분명, 키스를 원하는 얼굴이다.
코토하 "...하아... 하아..."
>+2 많은쪽
1. 잠깐 라면이라도 끓여주고 갈까...?
2. 한 번 더 키스를
3. 지금은 코토하의 건강이 우선이다. 코토하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만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4. 자유롭게
P "......저기 코토하, 이제 그만 얼굴 안가려도 되니까..."
코토하는 여전히 손으로 얼굴을 꽁꽁 싸메고 있다.
P "코토하... 내가 미안해. 참을 수가 없었어. 잠깐 고개 좀 들어볼래?"
코토하는 몸을 크게 흔들어 싫다는 표시를 했다.
P "호, 혹시 이런 건 싫니?"
코토하는 내 말에 벌떡 일어나 황급히 손을 저었다.
코토하 "아... 아니에요...! 저, 저, 저어... 부, 부끄러워서......"
이마부터 목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는 코토하.
P "미, 미안해... 자, 음료라도 마셔"
코토하는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한참 시간이 지난후 조금 감정이 정리된듯 코토하가 말을 걸었다
코토하 "......저, 첫 키스에요..."
P "......"
코토하 "...책임져... 주실거죠...?"
P "무, 물ㄹ론이지!"
코토하 "...후훗... 행복해..."
코토하는 정말 무의식적으로 나온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내가 다 기쁘다. 하지만...
P "코토하... 더 같이 있고 싶지만... 밤이 깊었으니까 이제 헤어져야지?"
코토하 "조,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시면... 안될까요?"
코토하가 손을 꼭 모으고 있는 힘껏 용기를 모으고 말을 했다. 평소에 항상 일찍 자라며 걱정해주는 코토하의 모습과 대비가 되었다.
P "내일 또 볼 수 있으니까...조금만 떨어져있자. 알겠지?"
코토하 "...저어... 그럼 부탁이 있는데요... 이따 밤에... 주무시기전에... 전화 한 통만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P "으,응... 알았어. 꼭 전화할게"
역시 혼자서 자긴 조금 무서울테지. 자기 전까지 항상 곁에 있어준다는 느낌이 좋을까? 나도 그쪽이 기쁘니까... 아쉬운 작별 인사를 마치고 프로듀서와 코토하는 헤어졌다. 코토하는 혼자서 그녀의 큰 집으로 들어갔다.
>+2 많은쪽, 다음 시선은?
1. 코토하
2. 프로듀서
3. 코토하의 집에 깜짝 손님이 있는데...? (자유롭게)
몰아서 읽을 수밖에 없나...
내용은 너무 좋네요
코토하 '하지만... 이걸로... 됐어"
첫키스의 추억은 누군가는 아름다운 종이 울리고 세상 모든 것이 밝아보이는 것처럼 황홀하다고 하지만, 코토하는 방금 전의 추억을 떠올리면 오히려 더 쓸쓸해질 뿐이었다. 코토하는 침대에 앉아 계속 입술에 손을 대었다가 떼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왜 프로듀서의 느낌이 나지 않는 거냐고 되묻는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만다.
코토하의 넓은 집은 더욱 더 허전하고 어두울 뿐이다. 고작 2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침대 시트의 감촉마저 낯설다.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일부터 다시 레슨을 해야 하지만 지금의 코토하는 레슨이나 숙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위잉-
코토하는 핸드폰의 짧은 진동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을 키고 메세지를 확인했다. 분명 지금쯤이면 프로듀서가 집에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맥이 빠지게도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코토하 "하...아... 나... 뭐하는 걸까...?"
시무룩하게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음성 녹음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 말도 담겨있지 않았다. 코토하는 무의식적으로 녹음된 파일을 재생했다.
'확실하게 이야기 해주세요. 프로듀서 씨는... 저를 좋아하시나요?'
낯익은 목소리에 순간 안심이 되었다가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듣고 나서 코토하는 두 귀를 의심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지나고 남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어지는 그 목소리는 앞의 목소리보다 100배는 더 익숙한 프로듀서의 목소리였다.
'그래... 좋아했어. 하지만 지금은 이러지 말자...'
'그럼... 왜 저에게 타나카 씨가 좋다고 고백하셨던 거예요?'
'그건 관계 없어. 애초에 그때 너가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그랬다면 나는 고백을 받아줬을 거라고!'
거기서 녹음은 끊겼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코토하의 기분을 망가뜨리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코토하는 텅 빈 눈으로, 휴대폰의 액정을 바라보았다.
한편 그 시각,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프로듀서가 본 것은...
>+2 많은쪽
1. 어느새 여기저기 붙어있는 코토하의 손글씨 메모
2. 코토하의 짧은 문자
3. 누군가 집에 와있다
4. 자유롭게
P '...엄마?'
우리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부모님 뿐이다. 그런데...
>+2 많은쪽, 누구지?
1. 역시 엄마다
2. 코토하가 반갑게 쪼르르 나와서 내 가방을 들어준다
3. 시호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4. 마스크와 방호복을 쓰고 있는 수상한 무리?
5. 자유롭게
엄마는 소파에 앉아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엄마 "너 여자 생겼니?"
P "어?! 어... 어? 그, 그것보다 갑자기 왜 왔어?!"
엄마 "오랜만에 음식이나 가져다 줄려고 했지. 요즘 바쁘다고 연락도 안하고 오지도 말라고 해서, 너 없을때 음식이나 가져다 줄려고 왔지"
P "......아, 아아... 고, 고마워..."
엄마 "너 바른대로 말해. 누구랑 같이 사는 거야?"
P "왜,왜에~ 맨날 똑같지..."
엄마 "집안이 완전 다른데? 방 정리도 깔끔하고, 음식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산뜻한 향기도 나는 거 같은데?"
P "......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청결을 유지하느라..."
엄마 "그리고 이거, 저번에 사다준 비타민제 다 먹었더라?"
P "아... 건강에도 관심이 생겨서 말이지..."
엄마 "이 쪽지도 너가 쓴 거고?"
P "쪽지?"
뭔가 불길한 마음에 쪽지를 받아 읽었다. 소박하고 예쁜 글씨체다.
「제가 없어도 어머님이 주신 거니까 꼬박꼬박 챙겨드셔야 해요. 꼭이요!」
P "......" 삐질삐질
>+2 많은쪽
1. 아무튼 아니야! 별 일 없으니까~ 하하! 그, 그럼 밤도 늦었는데 그만 들어가 보시는 것이...
2. 바른대로 말하자면 길지만... 주저리 주저리...
3. 곧 며느리 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4. 자유롭게
나는 코토하와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동안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도, 전부 말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엄마 "정말 진지하게 만나는 거야?"
P "응"
엄마 "...엄마는 조금 걱정이네. 그 코토하쨩이라면 참 예쁘고 착실한 아이인 것 같지만... 일반인이 아니라 같은 회사 아이돌이니까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P "걱정하는 부분은 충분히 알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엄마는 걱정하면서도 코토하를 칭찬해 주었다. 얼마간의 대화를 나누고서 엄마를 보내드리고 나서야 쉴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가 말씀하신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망설이고 또 고민했다.
P '하지만 걱정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겠지'
>+2 많은쪽
1. 내일을 위해 얼른 자자
2. 뭔가 할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3. 자유롭게
뒤돌아 생각해보면, 코토하는 상당히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 좋아하는 티를 내기도 했었고,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눌때도 돌이켜보면 나를 좋아하고 있던 신호를 보내곤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백하기를 망설였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걸까? 역시, 어머니의 말대로 그녀도 관계에 대해서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P "......"
잠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코토하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까 차 안에서 나누었던 뽀뽀만 생각날 뿐이다. 그리고 그럴수록 지금 곁에 없는 연인이 너무나도 그립고 보고싶어졌다.
P "......하아..."
P '벌써 12시가 지났어...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 고생할지도...'
P "......나 뭔가 까먹은 것 같기도 하고...?"
'이따 밤에 주무시기 전에 전화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P "맞다! 전화하기로 했었는데!"
분명 코토하는 10시만 되면 잠을 자곤 했다. 지금 전화해도 받지 않을수도 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P "어... 코토하... 아직 안 자고 있었니...?"
"네. 아직 안 자고 있었어요"
P "그, 그래..."
다행히도 코토하는 별일 없이 전화를 받았다.
코토하에게...
>+2 많은쪽
1. 그래서 왜 전화하라고 했어? 너가 전화하라고 했잖아
2. 뭐해? 보고 싶어
3. 미안해! 엄마가 집에 와서 정신이 없었어. 늦게 전화해서 정말로 미안해...
4. 자유롭게
"......"
P "코토하?"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P "응!"
"그럼... 벌칙이에요...!"
P "버, 벌칙?!"
"네.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끼리라도... 서로의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요"
코토하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도 어울려 주기로 했다.
P "그...... 그렇겠지...? 그, 그래서 벌칙은... 벌칙이 뭔데?"
코토하 "벌칙은..."
>+2 많은쪽
1. 코토하가 말한 벌칙은? 자유롭게
2. 그녀는 "프로듀서 씨가 정해주세요!" 라고 했다. 그럼 내가 말할 벌칙은? 자유롭게
P "가정방문? 생뚱맞게 무슨 가정방문이야?"
"...어머님이랑 같이요"
P "우리 엄마랑...? 왜?"
"......"
P "??? 뭐... 코토하가 원한다면야 이번주 내로 가능할지도? 그런데 갑자기 왜?"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냥요"
P "뭐야... 떨어져 지낸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내가 그리운 거야?"
"솔직히 조금 이상해요. 언제나 같이 잠들었었는데, 갑자기 떨어져서 자야 한다니..."
P "가, 같이 자진 않았었지...?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네?"
P "아니야. 그런 게 있어. 그것보다도 있지..."
서둘러 주제를 바꿔 대화를 계속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몸도 나른해졌다.
P "...응?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슬슬 자야겠다. 졸립기도 하고 코토하도 내일 일정이 있었지?"
"네..."
P "내일 피곤할지도 모르니 그만 자자"
"저...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해도 괜찮을까요?"
P "응, 뭔데?"
"...그게 있잖아요..."
P "?"
"아, 아뇨... 까먹었어요... 죄송해요"
P "뭐야 싱겁긴. 잘 자"
"네... 프로듀서 씨도..."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코토하와 만나고 나서 이상하게도 씻은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시호와 다툰 일, 라디오에서 벌어졌던 사건, 코토하의 상처 등도 거짓말처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나의 마음 속에는 코토하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상하게도 방안이 온통 그녀의 향기로 가득 체워진 것 같았다. 상큼한 벚꽃의 향기다.
하지만 수화기 건너편의 코토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텅 빈 휴대폰을 들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휴대폰에서는 차디찬 금속 냄새가 날 뿐이었다.
>+2 자유롭게, 내일 코토하가 한 가지만 꼭 해야 한다면
엘레나 "이제 안 아픈 거야...? 괜찮은 거YA...?" 글썽
코토하 "으응... 처음부터 아파서 못 온 것은 아니니까..."
메구미, 엘레나 "다행이다~~~~!!" 꼬옥
우미 "우와아아앙~~!! 다행이야!!!!!!" 와락
코토하 "우웁~?! 자, 잠깐만 얘드랍...?!" 우읍
세 명의 사람에게 꼭 안기는 코토하, 약간 버겁긴 하지만 그래도 입가의 미소는 숨길 수 없다. 프로듀서와 코토하가 돌아온 이후로 극장도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전염병 때문에 온전하게 열지는 못했다. 관람객은 받지 않고, 인터넷으로 영상 촬영이라던가 다른 업무들로 인해서 일이 있는 몇명의 인원만 교대로 출근을 하고 있다.
행복한 시간이 잠시 흐르고, 코토하는 떠올렸다. 분명히 오늘은 한 명의 아이가 더 출근을 했을 것이다.
코토하 "저기... 오늘 시호도 온다고 하지 않았어?"
우미 "우와아아앙~~!! 시호도 보고 싶어~~!!!" 왈칵
메구미 "아니, 시호는 어제도 봤잖아... 그러고보니 아침에는 같이 있었는데?"
엘레나 "잠깐 프로듀서 만나러 간게 아닐까~?"
코토하 "......"
메구미 "왜? 무슨 일 있어?"
코토하 "음...?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어제 그 메세지에 대해서 알기까지는 조금 힘들 것 같다.
...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코토하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는 시호를 발견했다. 지금이라면 다른 아이들은 레슨중이기 때문에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토하 "저... 저기... 시호쨩...?"
시호는 깜짝 놀라며 일어나서 코토하에게 다가갔다. 반가운 마음에, 떨리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시호 "...아! 타나카 씨... 몸은 괜찮으세요?"
코토하 "으, 으응..."
시호 "그렇구나... 다행이다... 정말 무서운 병이에요. 단순히 의심만 받아도 격리를 해야 한다니... 저희도 청결에 최선을 다해야만 해요"
코토하 "으... 응... 그렇지..."
시호 "...? 괜찮으신 거 맞으신가요? 조금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시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코토하 "......"
>+2 많은쪽, 코토하는 시호에게 어떤 말을 할까?
@ 진작 끝냈어야 할 것인데 자꾸자꾸 미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가면 갈수록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지고 여유도 사라지네요. 코로나 때문에라도 더욱 힘들어지네요. 어찌됐건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마무리를 할 생각입니다. 내일 밤에 계속 합니다
코토하: 시호가 프로듀서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려나?
시호 "저한테요?"
시호는 의외인지 눈을 반짝였다. 코토하는 불안한 마음에 조금 더 쎄게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다.
코토하 "으...응... 저기... 시호는 프로듀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시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다시 풀어졌다.
시호 "글쎄요. 파트너이자 직장 상사라면 상사겠죠...?"
코토하 "그런 것이 아니야!"
순간 코토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시호 "...네?" 깜짝
코토하 "아... 그, 그게... 미안해. 나, 나도 모르게..."
시호 "괜...찮습니다만... 무슨 이야기인지 잘..."
코토하 "소, 솔직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 나... 나 사실 알고 있어. 시호가... 프로듀서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시호 "제가요?"
코토하 "......난 진심이야"
시호 "왜 그걸 저에게 물어보시는..."
코토하 "꼭 듣고 싶어. 꼭!"
코토하는 시호에게 다가가 애원하듯 말했다.
코토하 "꼭... 부탁이니까... 내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제발 부탁이야"
시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코토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코토하의 간절한 요청에 시호도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시호 "......알겠습니다. 타나카 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전 프로듀서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이성적으로"
시호는 진지하게 코토하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2 많은쪽
1. 정말...? 정말이지?
2. 거짓말!!!!
3. 자유롭게
시호 "그거? 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죠?"
시호는 처음 듣는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코토하 "어제 모르는 번호로 메세지가 하나 왔어. 음성 메세지, 시호가 보낸 거잖아?"
시호 "전 아니에요. 무슨 음성 메세지인데요?"
코토하 "정말 모르는 거야?"
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토하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코토하 "이거... 이거 시호쨩의 목소리 맞지...? 그리고 남자는 프로듀서..."
코토하는 침착함을 잃어갔다. 다시 그 목소리를 들으려니 심장이 마구 뛰었다.
시호 "......"
코토하 "맞니...? 정말 이거... 맞아? 이런 대화를 나눈 거 맞아?"
시호 "네..."
코토하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어?"
시호 "거짓말이요?"
코토하 "난 정말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시호는 프로듀서를 좋아하는 거 맞지?"
시호 "아니요... 뭔가 착각하시는 거 같은데요"
코토하 "그럼... 그럼 이건 뭔데...? 시호가 보낸 거잖아?"
시호 "잠깐만요. 제가 보내지 않았어요. 제가 무슨 이유로 그런 심한 짓을..."
코토하 "그럼 이 내용은 뭐야...? 시호랑 프로듀서가 맞다며...? 무슨 대화를 나눈 건데?"
시호는 입술을 깨물고는 답변을 망설였다.
시호 "......별 내용이 아니에요. 그냥 단지... 연기 지도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최근 제가 맡은 여주인공의 대사를 연습하고 있던 것 뿐이에요. 그러니까 진정해 주세요. 전 정말 프로듀서 씨에 대해서 하나도 관심이 없으니까요"
코토하 "......"
>+2 많은쪽
1. 연기... 였구나...? 미안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2.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
3. 자유롭게
코토하는 속상한 마음에 시호의 손을 붙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시호를 마주보았다.
시호 "타, 타나카 씨?"
코토하 "내가 알던 시호는... 정직하고 굳센 사람이었어. 이렇게 겉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속으로는 상처만 키우는 그런 미련한 사람은 아니었어"
시호 "......"
코토하 "시호도 마음이 아픈 거지? 하지만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마지막으로 부탁이야"
시호 "정말... 얘기해도 괜찮은가요?"
코토하 "응, 난 시호를 이해할 수 있..."
시호 "아니요. 제가 망설이는 이유는... 타나카 씨 때문이에요"
코토하 "......뭐어...?"
시호 "프로듀서 씨랑 사귀고 있죠?"
코토하 "......"
시호 "아까 그 음성 메세지... 들어서 아시겠지만, 프로듀서 씨는... 아마도, 저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전 아니었기 떄문에 거절을 했지만... 그때도 타나카 씨와 사귀고 있던 거였나요...? 전 전혀 몰랐어서... 죄송해요. 말씀을 드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릴 것 같고, 굳이 쓸대없는 말로 타나카 씨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으니까요"
한참을 멍하니 듣고 있던 코토하가 나지막히 말했다.
코토하 "......하아......?"
>+2 많은쪽
1. 시호야... 자꾸 반복하게 하지 말아줄래? 내가 몇번이나 말했잖아?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지?
2. 무슨 소리야? 프로듀서 씨가 널 좋아한다고?
3.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