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가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다. 마음이 아프다. 난 프로듀서였던 것이 분명했다. 지금은 왜 그 기억이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메는 나의 아이돌이고 난 그녀의 프로듀서였다. 난 유메를 사랑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그녀를 생각하여 거룩한 의식을 치르기도 했었다.
갑자기 유메의 곁을 떠나버린 것은 나다. 그 이유는, 유메에게 떳떳한 프로듀서로 성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메의 곁을 떠나 다른 아이돌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정말로 두려웠던 것은 유메에게 내 본모습을 들키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유메에게 모든 것을 들키자, 내 기분대로 행동했던 게 아닐까?
'기분 나빠'
아이돌들이 몰려와 나에게 강제로 유메에게 페로페로를 시켰을때 나는 유메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유메에게 나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무심코 그런 말을 해버렸다. 그리고 유메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담당 아이돌을 바꿨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일부로 유메를 피하곤 했다. 오로지 유메에게 떳떳하지 못한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광장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길에 유메와 나는 벽을 등지고 마주보고 있다.
P "정말... 정말 유메가 맞니...?"
혹시 착각을 한 것은 아닐까? 고개를 숙여 유메의 얼굴을 더 자세하게 샅샅이 살펴본다. 복실복실한 머리칼과 귀여운 눈망울, 특히 그 밑의 눈물점은 영락없는 내 기억속의 유메였다.
유메 "네에? 전..."
겁이 나서 우물쭈물하는 유메의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빗물에 바지가 흠뻑 젖었지만 상관히자 않는다. 머리가 아퍼서 속 안의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내 말을 이어갔다.
P "미안해. 정말 미안해. 뭐라고, 뭐라고 해야 좋을까. 난... 내가 나빴어. 모든 게 다 내 탓이야.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난... 유메에게... 너무나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말았어... 흐윽... 난 쓰레기야... 제발... 어떻게 해야... 되는 거니...?"
다 큰 어른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유메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다만 착한 유메는 내 모습이 슬퍼보였는지 금방 울상을 짓고 나를 위로해줬다.
유메 "저어... 훌쩍...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우으..."
P "아니... 날 용서하지 말아줘... 내가 뭘 하면 좋니? 내가 어떻게 해야 너에게 속죄할 수 있는 거니?"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참을 수 없어 아무 말이나 마구 내질렀다. 이윽고 바닥에 주저앉아 끅끅대며 울부짖었다.
유메 "우우... 그러지 말아주세요... 저는... 우으으..." 뚝뚝
유메도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덩달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온몸이 젖어 차갑게 굳어갈때쯤, 감정이 축 가라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메는 우산을 꼭 잡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영문도 모르는 채 울고 있었다.
P "하아... 하아..."
조용히 우는 유메를 지켜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유메의 눈물점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충동적으로 유메의 눈물점을 핥고 싶어졌다.
P '핥고 싶다. 유메쨩 눈물점 페로페로 하고 싶어'
유메 "흐윽... 훌쩍... 우으, 엄마..."
P "......"
나는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나 끔찍한 생각이 머리속에 지나가자 오히려 그 생각이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내가 그런 생각을 한게 맞을까? 빗물과 죄책감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아무튼 계속 여기 주저앉아 있어봐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비가 양동이로 퍼내듯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P "어째서...이런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거야...? 난 유메에게...무서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유메 "......무섭지 않아요... 그게... 프로듀서랑..."
P "...?"
유메는 아직 퉁퉁 부운 눈으로 떨면서 얘기했다.
유메 "핫...? 그게 아니라... 저기... 저 같은 아이한테... 고민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솔직하게 얘기하시고... 저를 걱정도 해주셨으니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P "그런가... 하지만 나 같은 것은 도와주지 않아도 돼. 이렇게 또 너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었는걸. 잘 살아"
그 말을 마치고 마저 가던 길을 갔다. 유메를 위해서라면 이제 다시는 고개를 돌리면 안된다.
유메 "아니에요... 도... 도망가지 말아주..."
유메가 작게 외쳐도 빗방울 소리에 금방 묻혀버려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성큼성큼 멀어지는 그를 붙잡을 용기도 유메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한 순간의 인연은 사라지고 말았다.
P "......"
정신차리고 보니 온몸이 흠뻑 젖어가면서 처음 보는 아이에게 용서를 빌었다. 처음에는 명확했던 기억도, 그 아이에게서 멀어지자 다시 희미해졌다. 애초에 나는 아이돌이라던지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아이는 맹새코 만난 적도 없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심리 검사라도 받아볼까?
하지만 그 죄책감은 씻어지지 않았다. 나는 점점 우울감에 빠졌다. 눈을 뜨고 있는 내내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아이를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이름 뿐이었기 때문이다.
수 달이 지나고, 나는 그 아이를 찾기를 포기했다. 그 순간 내 삶의 의미도 부서지고 말았다. 나는 언젠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P "죽자..."
찬 바람이 마음을 스치고,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느껴본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대로 나는 차가운 강에 몸을 던졌다.
문득 눈을 뜨니, 사무실이었다. 내 책상과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 시간은 금요일 늦은 오후. 모두가 퇴근했는지 사무실은 조용했다.
P "......"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 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난 다리에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그때 누군가 내 옆에서 조용히 다가왔다.
P "넌......"
긴 생머리를 단정한 리본으로 묶은, 큰 눈망울의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테블릿PC를 들고 얌전히 서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단순한 여자아이가 아니라, 이상하고 근엄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아리스? "자기 목숨 아니에요? 여기까지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선택지를 주었을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어요"
P "......"
아리스? "그런데... 단순히 도리에 어긋난다고... 마치 유메씨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시네요. 자기 목숨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 얘기하는 것처럼..."
P "그게 뭐가요?"
아리스? "살고 죽는 문제 아닌가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위해서,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에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사는 거 아니에요?"
P "......"
기분이 나쁘다. 이 녀석은 대체 뭐라고 하는 걸까?
아리스? "대체 유메씨는 무엇 때문에..." 한숨
P "결정했으면 빨리 원래대로 돌려놓기나 하세요"
아리스? "......다시 살아난다는 것의 의미도 모르면서... 어이가 없네요. 이것 하나만 알고 가세요. 처음 당신이 새 삶을 살아갈때 당신의 세계에서 유메씨는 죽은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두 번째로 새 삶을 살아갈때 그 세계에서의 유메씨는 아에 만났던적이 없던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세 번째는 뭘까요?"
P "아니,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왜 내가 그래야 하죠? 죽을때까지요? 저기요. 제 말을 제대로 듣긴 한거예요?"
"이해가 안되시는지-"
P "당연히, 당연히 이해가 안되죠! 지금도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순위는 별로 오르지 않았어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어요. 이제와서 포기할 수 없어요!"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었으니"
P "그럼 뭐에요? 결국 당신도 비웃은거죠? 겨우 애니메이션 캐릭터 따위에게 돈을 쏟아붓는 내 노력을 하찮게 보는 거 아닙니까!"
"그런 뜻은 전혀 없으니- 저는 신을 모시고 있사옵니다. 신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그 분보다는, 신님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훨씬 더 허망하고 헛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는 실제로 존재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마음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다를 뿐이지요"
P "그럼 왜 포기하라고 하는 겁니까?"
"포기가 아니라 정도를 말씀드리는 것이오니- 그렇게 하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십니까?"
P "...당연하죠"
"그렇다면 역으로 질문을 드리겠사오니- 본인의 그 행동은 그 아이를 위한 것인지 본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요"
P "당연히 유메를 위해서죠"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가 않사오니- 본인이 하는 행동은 본인을 위해서 하는 행동일 뿐이지 그 아이에게는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착한 아이인가요?"
P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죠"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만약 지금 본인에게 바라는 점을 말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어떨 것 같습니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좀 더 자신을 위해서 투표를 해달라고 할 것 같습니까? 자신 때문에 당신이 집도 팔고 모아둔 돈 모두를 바쳐가면서 건강까지 잃어가면서도 투표해주길 바랄 것 같습니까? 아니면... 그런 당신을 걱정해 줄 것 같습니까?"
15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따라가보자.
유메 "......누구세요?"
P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니?"
유메 "저요...? 전... 나루미야.. 유메라고 하는데요... 나... 나루미야..."
P "......"
유메 "왜... 제 이름을...?"
>+1 뭐라고 하지?
P "......"
유메 "......네?"
어라?
유메라는 캐릭터는 동화속의 요정이 아니었던가?
언제 죽었다는 거지?
>+1
1. 동화속의 요정이 인간이 되서 돌아온 걸까?
2. 나의 담당 아이돌이었던 유메가 돌아온 걸까?
P "저기... 혹시 요정이니?"
유메 "에에... 저는 사람인데요..."
P "그,그래...?"
길을 걷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길을 가다가 어린 아이에게 요정이냐고 물어보니까 미친사람 취급받는 것 같다.
P "미안해. 왠지 날 쳐다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유메 "아...! 죄송해요... 그게... 그러니까... 프로듀서님을 닮은 것 같아서..."
프로듀서?
>+1 나의 대답.
유메 "뭘... 말이에요...?"
P "그거야 물론..."
말을 하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아이는 그냥 동화속에 나오는 요정과 비슷해 보일 뿐이다.
P "저,저기... 혹시... 아, 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고 이런 사람인데..."
유메 "......"
유메는 내 명함을 한참을 들여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유메 "저어..."
P "왜 그러니?"
유메 "저어... '미시로 전자'라는 곳이... 어떤 곳인가요?"
P "응?"
나는 다시 한 번 내 명함을 바라보았다. 명함에는 미시로 전자의 영업부 대리인 내 이름이 간단하게 적혀있다.
유메 "...엄마가 심부름을 시켜서... 금방 가야해요..."
P "아... 그래, 미안해..."
유메는 짧은 인사를 하고 가던 길을 갔다.
나는 누구지?
>+1 자유롭게
1. 역시 나는 유메의 프로듀서
2. 뭔가 기억이 혼란스럽지만 난 평범한 회사원
기억을 더듬어보는 프로듀서. 유메를 만나고 나서 무엇인가 느껴진 것이 있었다. 가장 먼저, 지금의 하늘과 같은 어둡고 깊은 바다속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에 보이는 장면은
>+1
1. 유메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
2. 내가 자살하는 장면
하지만 유메는 어느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 사라지고 말았다. 왜 그녀는 사라졌을까?
>+1
1. 처음부터 유메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2. 내가 '기분 나빠'라며 유메의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3. 자유롭게
61~100 : 1
'기분 나빠'
아이돌들이 몰려와 나에게 강제로 유메에게 페로페로를 시켰을때 나는 유메에게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유메에게 나의 속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무심코 그런 말을 해버렸다. 그리고 유메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담당 아이돌을 바꿨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일부로 유메를 피하곤 했다. 오로지 유메에게 떳떳하지 못한 내 모습을 들키기 싫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1
1. 유메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현실에서도, 기억속에서도
2. 유메는 자살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일말의 모든 것이 떠올랐다. 유메가 떠나가고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 또한 자살을...
P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뭐지?'
지금의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셀러리맨이다. 하지만 유메와 얽힌 기억속에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였다. 나의 모든 기억속에서 유메에 관한 기억만 가시처럼 튀어나 나의 마음 속에 박혀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주사위 80 이상, 앞으로의 이야기에 적용
>+2까지
P "하아... 하아..."
엄마의 심부름을 다녀갔다고 했다. 그녀는 유령일까? 요정일까? 아니면 그냥 내 망상 속의 착각이었을까? 하지만 그녀의 이름인 나루미야 유메가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분명 그녀를 과거 어디선가 알고 있었다.
P "......"
유메 "...?"
P "우악?!... 뭐, 뭐, 뭐..."
어느새 아까 그 아이가 내 옆에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유메 "저어... 저를 부르셨었나요...?"
P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불렀었나?'
나는 유메에게...
>+1 자유롭게
그 때 유메를 죽음으로 몰고 간 크나크고도 끔찍한 죄에 대한 속죄와 회개를.
P "정말... 정말 유메가 맞니...?"
혹시 착각을 한 것은 아닐까? 고개를 숙여 유메의 얼굴을 더 자세하게 샅샅이 살펴본다. 복실복실한 머리칼과 귀여운 눈망울, 특히 그 밑의 눈물점은 영락없는 내 기억속의 유메였다.
유메 "네에? 전..."
겁이 나서 우물쭈물하는 유메의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었다. 빗물에 바지가 흠뻑 젖었지만 상관히자 않는다. 머리가 아퍼서 속 안의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내 말을 이어갔다.
P "미안해. 정말 미안해. 뭐라고, 뭐라고 해야 좋을까. 난... 내가 나빴어. 모든 게 다 내 탓이야. 나를 용서하지 말아줘. 난... 유메에게... 너무나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말았어... 흐윽... 난 쓰레기야... 제발... 어떻게 해야... 되는 거니...?"
다 큰 어른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유메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다만 착한 유메는 내 모습이 슬퍼보였는지 금방 울상을 짓고 나를 위로해줬다.
유메 "저어... 훌쩍...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우으..."
P "아니... 날 용서하지 말아줘... 내가 뭘 하면 좋니? 내가 어떻게 해야 너에게 속죄할 수 있는 거니?"
나는 더 이상 내 감정을 참을 수 없어 아무 말이나 마구 내질렀다. 이윽고 바닥에 주저앉아 끅끅대며 울부짖었다.
유메 "우우... 그러지 말아주세요... 저는... 우으으..." 뚝뚝
유메도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덩달아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쏟아지는 비 때문에 온몸이 젖어 차갑게 굳어갈때쯤, 감정이 축 가라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메는 우산을 꼭 잡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영문도 모르는 채 울고 있었다.
P "하아... 하아..."
조용히 우는 유메를 지켜보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유메의 눈물점이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충동적으로 유메의 눈물점을 핥고 싶어졌다.
P '핥고 싶다. 유메쨩 눈물점 페로페로 하고 싶어'
유메 "흐윽... 훌쩍... 우으, 엄마..."
P "......"
나는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다. 너무나 끔찍한 생각이 머리속에 지나가자 오히려 그 생각이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내가 그런 생각을 한게 맞을까? 빗물과 죄책감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아무튼 계속 여기 주저앉아 있어봐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비가 양동이로 퍼내듯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유롭게
나는 유메를 알지만, 유메는 나를 모르는 상태니, 유메 입장에선 웬 이상한 사람이 자기 앞에서 울고 있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
P "스흡...... 미안해요. 제가 이상한 얘기를 했죠? 처음 보는데...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유메 "흐에에... 훌쩍..."
P "그럼..."
꿈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유메에게 떨어져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대로 유메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뒤로 돌았다
유메 "......아저씨"
P ".....?"
유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셔도 좋아요... 저... 말은 잘 못하지만... 듣는 건 할... 수 있으니까..."
P "......"
>+1 P의 행동, 자유롭게.
유메 "......무섭지 않아요... 그게... 프로듀서랑..."
P "...?"
유메는 아직 퉁퉁 부운 눈으로 떨면서 얘기했다.
유메 "핫...? 그게 아니라... 저기... 저 같은 아이한테... 고민을 얘기해 주셨잖아요...? 솔직하게 얘기하시고... 저를 걱정도 해주셨으니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P "그런가... 하지만 나 같은 것은 도와주지 않아도 돼. 이렇게 또 너에게 무거운 부담을 주었는걸. 잘 살아"
그 말을 마치고 마저 가던 길을 갔다. 유메를 위해서라면 이제 다시는 고개를 돌리면 안된다.
유메 "아니에요... 도... 도망가지 말아주..."
유메가 작게 외쳐도 빗방울 소리에 금방 묻혀버려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성큼성큼 멀어지는 그를 붙잡을 용기도 유메에게는 없었다. 그렇게 한 순간의 인연은 사라지고 말았다.
P "......"
정신차리고 보니 온몸이 흠뻑 젖어가면서 처음 보는 아이에게 용서를 빌었다. 처음에는 명확했던 기억도, 그 아이에게서 멀어지자 다시 희미해졌다. 애초에 나는 아이돌이라던지 그런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아이는 맹새코 만난 적도 없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심리 검사라도 받아볼까?
>+1 다시는 유메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수 달이 지나고, 나는 그 아이를 찾기를 포기했다. 그 순간 내 삶의 의미도 부서지고 말았다. 나는 언젠가 과거의 어느 시점에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게 다리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P "죽자..."
찬 바람이 마음을 스치고, 데자뷰처럼 어디선가 느껴본 죽음의 냄새가 느껴졌다. 그대로 나는 차가운 강에 몸을 던졌다.
문득 눈을 뜨니, 사무실이었다. 내 책상과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 시간은 금요일 늦은 오후. 모두가 퇴근했는지 사무실은 조용했다.
P "......"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 전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난 다리에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그때 누군가 내 옆에서 조용히 다가왔다.
P "넌......"
긴 생머리를 단정한 리본으로 묶은, 큰 눈망울의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테블릿PC를 들고 얌전히 서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단순한 여자아이가 아니라, 이상하고 근엄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아리스? "또 오셨군요"
P "또? 여긴 어디지?"
아리스? "이제 기억이 나셨을 텐데요... 자살하셨던 거 아닌가요?"
P "맞아... 당신은 인간이 아니죠...?"
아리스? "네... 전... 당신들의 세계에서는... 귀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에요"
P "......"
>+1 P의 행동, 자유롭게
아리스? "모르시겠지만... 당신은 이미 3번이나 자살하셨어요. 이전 삶에서도, 이이전 삶에서도..."
P "......"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P "무슨... 전생이라도 있다는 거야?"
귀신?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리스? "전생이랑은 달라요. 사람은 한 번 죽으면 끝이에요"
P "그... 런가..."
사실 죽었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분명 고통스럽게 물에 허우적대다 의식이 끊겼는데...
아리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유메씨에 대해서..."
P "...정말 귀신은 맞는 것 같네... 한 번도 그 이야기는 남에게 한 적이 없어"
아리스? "그렇습니까...?"
P "그래서... 죽어버린 나에게 할 얘기가 뭡니까...?"
입은 얘기를 하고 있지만 반쯤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죽으면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걸까.
아리스? "당신이 그럼에도 아직 살아 있는 이유는... 유메씨 덕분이에요"
P "무슨... 소리를..."
아리스? "그녀가 당신을 살리고자 희생을 했기 때문에... 당신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거예요"
P "......뭐?"
정반대였다. 분명 내 기억속에는 나 때문에 유메가 세상을 떠났고, 나도 뒤이어서...
아리스? "이해하지 못하고 계시네요. 제대로 메모를 해야 겠어요. P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끄적끄적
>+1 P의 행동
아리스? "그것은... 언제의 기억이죠?"
P "......유메를 만나고 나서 기억이 났어.. 그것은 내 전생인거야?"
아리스? "그것은... 2번째 삶의 기억이네요"
P "뭐?"
아리스? "그 이전에도 당신은 자살을 했어요... 기억나지 않으세요?"
P "....."
기억이 혼란스럽다. 나는 대체, 그녀와 어떤 삶을 살았던 거지?
아리스? "정말 비정한 사람이시네요..."
P "그래서 왜, 날 살리려고 한 건데?"
아리스? "그건... 유메씨 본인만 알겠죠. 직접 물어보시지 그러셨어요? 전 다만 그 분의 소원을 들어주었을 뿐이에요"
P "......"
P "그럼 이제 뭘 하면 되지? 난... 이미 죽기로 결심한 사람이야"
아리스? "그래요... 제가 온 것도 그거 때문이었어요"
P "더 이상 뭘... 더 바라는 거지?"
아리스? "후우... 간단해요. 제가 당신에게 찾아온 것은, 유메씨 때문이에요"
P "설마... 또...?"
아리스? "더 이상... 저도 유메씨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요... 지금 여기서 결정하세요. 또 다른 세계에서 다시 새 인생을 살아가실 건지... 아니면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실 건지..."
>+1
아리스? "......"
아리스? "놀랍네요"
그 귀신은 나를 보며 기가막힌듯이 말했다.
P "뭐가요?"
아리스? "자기 목숨 아니에요? 여기까지 온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선택지를 주었을때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어요"
P "......"
아리스? "그런데... 단순히 도리에 어긋난다고... 마치 유메씨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에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시네요. 자기 목숨이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 얘기하는 것처럼..."
P "그게 뭐가요?"
아리스? "살고 죽는 문제 아닌가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누구를 위해서, 누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에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사는 거 아니에요?"
P "......"
기분이 나쁘다. 이 녀석은 대체 뭐라고 하는 걸까?
아리스? "대체 유메씨는 무엇 때문에..." 한숨
P "결정했으면 빨리 원래대로 돌려놓기나 하세요"
아리스? "......다시 살아난다는 것의 의미도 모르면서... 어이가 없네요. 이것 하나만 알고 가세요. 처음 당신이 새 삶을 살아갈때 당신의 세계에서 유메씨는 죽은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두 번째로 새 삶을 살아갈때 그 세계에서의 유메씨는 아에 만났던적이 없던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세 번째는 뭘까요?"
P "모르죠"
아리스? "......더 얘기하기도 싫네요"
>+1 새 삶을 살기 전, 마지막 행동.
하지만 유메와 마주쳤을때, 왜 유메에 대한 기억이 돌아온 걸까? 혹시 마지막으로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와서는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 다음에 눈을 떴을 때에도 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유메가 없는 세상에 난 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것 같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뜨니, 모든 기억은 산산조각이 나 새로운 우주로 흩어져 사라진다. 그리고 또 다른 평행우주의 나에게로 그 조각들이 살며시 들어온다.
눈을 뜨니 평범한 금요일 밤이다.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오늘도, 모두가 퇴근한 이 야심한 밤에 사무소에 홀로 남아서 신성한 의식을 치른다.
P "유메쨩 페로페로! 할짝! 아아... 고귀해..." 할짝
그것은 바로 유메의 사진에 혓바닥을 상하좌우로 이리저리 왓다갔다 하는 행위다. 이 몰상식하고 불결한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하겠지만, 고결한 유메의 사진으로 불결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모순 자체가 나의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너희들이 변태에 대해서 뭘 알아?
하지만 그 순간, 열릴리 없는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누군가가 나의 신성한 의식을 목격한 것이 아니겠는가!
"프로듀서?! 무... 무슨 짓을..."
>+1 목격자
P "아사리?! 노크는 하고 들어와야지" 후다닥
나나미 "아! 또 그 그림 보고 계셨어여?"
P "잠깐, 멋대로 가져가지 마!"
나나미 "후와~ 예쁘네여? 이 애는 이름이 뭔가요?"
P "알 거 없어. 어른들은 어른들만의 사정이 있단다" 훽
나나미 "에에- 우리집 은갈치씨를 닮아서 귀여웠는데..."
P "사람을 은갈치에 비유하지 마. 여긴 왜 온거야?"
나나미 "프로듀서가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자나여~ 기억 안 나세여?"
P "그랬었나?"
기억이 살짝 뒤엉킨 것 같다.
내가 핥고 있던 유메라는 아이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유메는 게임 속의 캐릭터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게임도 아이돌 육성 게임이다. 현직 아이돌 프로듀서가 그런 게임이라니, 누가 알면 비웃을 게 분명하다.
P "아무튼 내려가 있어..."
나나미 "네! 금방 오세요~"
P "......"
나나미가 떠나도, 사진 속의 유메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1 자유롭게
밤이 늦은 탓에, 나나미를 자택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다. 중간에 생선 이야기를 잔뜩 들어야 하는 게 함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이 일이 보람이 있다.
나나미 "아, 그러면 이제 집에 가서 뭐하세여?"
P "내 사생활, 알아서 뭣하게"
나나미 "혹시 아까 그 아이를 프로듀서하러 가시는 걸까여? 저도 그 앱 알려주세여!"
P "눈 나빠져"
나나미 "프로듀서는 치사상어에여"
P "그게 뭔데"
나나미 "치사해여! 프로듀서만 재밌는 거 즐기면 안돼여!"
하더니 쪼르르 제 집으로 가버렸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다 큰 어른이, 그것도 직장 동료에게 저 나이대의 여자애가 관심을 가질만한 나만의 취미를 들킨다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물론 아사리는 크게 신경쓰는 눈치는 아니지만 말이다.
>+1 자유롭게
P "......"
유메는 13살의 귀여운 소녀다. 회색빛 머리카락은 곱슬곱슬해서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주는 유메. 언제 봐도 귀엽다.
P "유메쨩... 오늘도 상냥하구나"
귀여운 웃음에 힘든 마음도 사르르 녹는다. 상냥한 눈짓에 세상에 더럽혀진 나쁜 생각들이 잊혀진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P "후우... 눈물점... 너무 귀여워..."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진은 어쩐지 질릴때도 있다. 그러면 앱을 실행하면 된다. 2D의 귀여운 그림체부터 3D의 생동감 넘치는 춤까지 볼 수 있잖아.
'......'
P "하아..."
하지만 그녀의 노래는 들리지 않는다. 유메는 입만 빵긋빵긋 벌리고, 소리를 내지 못한다. 왜 너는 말하지 못하니?
>+1 자유롭게
P "......"
모든 걸 팔아서라도.
...
P "후우..."
또 다시 한 주가 지나고 말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번 주도 참 힘들었어.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휴일이다. 사무실엔 마침 아무도 없으니 모처럼 유메쨩에게 응원을 받아볼까.
P "아아... 유메쨩의 눈물점은... 무슨 맛일까? 에메랄드 맛? 사파이어 맛?"
앞뒤로 혀를 씰룩씰룩하자 삶의 보람이 다시 차올랐다.
"...프로듀서"
P "흐악?!"
>+1 자유롭게.
P "흐윽?! 뭐,뭐야...?"
프로듀서의 눈앞에 있는 것은 그토록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었던 유메였다. 하지만, 그럴리가 없잖아. 유메는 게임 속의 인물인데?
"...날 놓아줘"
P "뭐? 뭐라고?"
입가에 뭐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지만, 난 들리지 않았다. 유메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만 방긋 벌리고 서 있었다.
"...더 이상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메는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무서워 그만 뒷걸음질을 치다 넘어지고 말았다.
P "으악!! 어... 어라...?"
볼품없이 서류 더미에 뒤엉켜 쓰러졌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아까 유메가 있던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치히로 "프로듀서님? 괜찮으세요?"
P "아...! 치히로씨! 방금 여기, 여기 있던 애는요?"
치히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아무도 없었는데요?"
P "예?"
치히로 "프로듀서님. 얼굴이 많이 안 좋아보여요. 오늘은 이만 퇴근하시는 게 어떠세요?"
P "......"
>+1 자유롭게
치히로 "프로듀서님"
P "네?"
치히로 "괜찮으신 거 맞으시죠?"
P "네..."
치히로 "요즘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매일 야근에 스케쥴도 엄청 무리하시잖아요"
P "괜찮습니다. 집에서 쉬면 좀 낫겠죠"
치히로 "네. 너무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P "네"
...
집에 들어오자마자 유메의 순위를 확인했다.
>+1 자유롭게.
정말 모든 것을 바쳤다. 할 수 있을만큼 최대한 일을 했다. 될 수 있을만큼 많은 청탁을 들어주었다. 집도 팔고 자그마한 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모든 돈을, 유메가 총선거에 상위 순위를 받을 수 있도록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유메의 예쁘고 상냥한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면 난 내 모든 것을 팔 수 있다. 아직 최종순위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있다.
>+1 자유롭게
P "......"
심란한 마음으로 밖을 거닌다. 유저가 한 두명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의 힘으로 순위권에 올린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나는...
'무엇이든 고민을 해결해 드리오니~'
순간,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에 왠 수상한 천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든 고민을 해결해 준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천막 안에는 수상한 로브를 뒤집어 쓴 여성이 차분하게 앉아있었다.
"앉으시지요~"
P "......"
"고민이 있으신 것 같사오니- 말씀해 주시면~ 이번만 특별히, 들어드리도록 하지요~ 다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르셔야 하오니-"
P "......"
매우 수상하다.
>+1 자유롭게
P "저... 저는 사실..."
"말하지 않으셔도 아느니... 당신께서는 지금... 누군가가 잘 되길 바라고 있으신가요?"
따스한 음성이 나의 귓가에 울렸다.
P "네"
"그리고 그 상대는... 인간이 아니오니"
P "...어떻게 그걸..."
"신님은 뭐든지 알고 있답니다... 자세하게 말을 해보시지요-"
평소 무속을 믿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 고민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다만 얼굴을 보고도 그 정도라면, 실날같은 희망도 저버릴 수 없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내 직업부터, 현재 지금의 나까지 전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입니까...?"
P "총선거... 그러니까 인기투표에서 상위를 차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인지요?"
P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하기 때문에... 저 혼자만의 노력으로 순위를 올리려면 천 명 분의 과금이 필요합니다"
"...천 명의 사람의 몫을... 해야 하는 겁니까...?"
P "네"
"그렇다면... 꽤 많은 것이 필요하오니-"
P "복채는 내지 못합니다... 전... 가진 돈이라곤..."
"돈은 상관이 없으니, 다만 그에 상응하는 당신의 노력이 필요하오니"
P "뭐든지 하겠습니다. 뭐든지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하십시오"
>+1
1. 앞으로 다시는 유메를 비롯한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을, 보지도 듣지도 생각하지도 마십시오. 죽을때까지
2. 자유롭게
"그 방법이 아니면... 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사오니-"
P "아니,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왜 내가 그래야 하죠? 죽을때까지요? 저기요. 제 말을 제대로 듣긴 한거예요?"
"이해가 안되시는지-"
P "당연히, 당연히 이해가 안되죠! 지금도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순위는 별로 오르지 않았어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어요. 이제와서 포기할 수 없어요!"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었으니"
P "그럼 뭐에요? 결국 당신도 비웃은거죠? 겨우 애니메이션 캐릭터 따위에게 돈을 쏟아붓는 내 노력을 하찮게 보는 거 아닙니까!"
"그런 뜻은 전혀 없으니- 저는 신을 모시고 있사옵니다. 신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는 그 분보다는, 신님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은 훨씬 더 허망하고 헛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길을 가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는 실제로 존재하느냐 안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마음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다를 뿐이지요"
P "그럼 왜 포기하라고 하는 겁니까?"
"포기가 아니라 정도를 말씀드리는 것이오니- 그렇게 하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십니까?"
P "...당연하죠"
"그렇다면 역으로 질문을 드리겠사오니- 본인의 그 행동은 그 아이를 위한 것인지 본인 자신을 위한 것인지요"
P "당연히 유메를 위해서죠"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가 않사오니- 본인이 하는 행동은 본인을 위해서 하는 행동일 뿐이지 그 아이에게는 전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착한 아이인가요?"
P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죠"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만약 지금 본인에게 바라는 점을 말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어떨 것 같습니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좀 더 자신을 위해서 투표를 해달라고 할 것 같습니까? 자신 때문에 당신이 집도 팔고 모아둔 돈 모두를 바쳐가면서 건강까지 잃어가면서도 투표해주길 바랄 것 같습니까? 아니면... 그런 당신을 걱정해 줄 것 같습니까?"
P "...유메가 원하는 것은"
>+1 유메가 원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