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오리는 매일 어떤 꿈을 꿉니다. 그 꿈에서는 비둘기의 여신이 내려와 히오리의 손을 붙잡고 행운의 키스를 해주는 장면이에요. 그리고 그 꿈을 꾼 날에는 언제나 일이 잘 풀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히오리는 비둘기를 사랑하게 된 거랍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히오리가 생각하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사실 히오리는 어렸을적에 희귀병에 걸렸던 적이 있었어요. 워낙 치료제도 비쌌고 치료 방법도 어려웠기 때문에, 어린 히오리는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내야만 했었지요.
히오리의 가정은 평범했기 때문에 히오리가 희귀병에 걸리자 히오리네 집은 급격하게 형편이 안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버지의 봉급으로는 히오리의 수술비에 턱없이 부족했고, 어머니 또한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에 다녀야만 했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히오리에겐 힘든 시간이었어요. 히오리는 언제나 홀로 병실에 누워있었지요. 가끔 할머니나 부모님이 오시긴 했지만 한달에 두세번 정도 뿐이었어요.
히오리는 슬펐어요. 아직 부모님과 친구들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아이였어요.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사, 간호사 분들에게도 일부러 못되게 굴었죠. 그렇게 하면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병원의 뒷뜰을 산책하던 히오리는 한 친구를 발견한 거예요.
병원에서 비둘기를 처음 본 히오리는 무척이나 신기했어요. 병균에 옮을 수 있다는 간호사의 제지로 만지지는 못했지만, 비둘기도 어린 소녀가 다가가니 위협을 느끼지 못했는지 가만히 히오리를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 이후로 히오리가 뒤뜰에 가면 언제나 그 비둘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P군과 히오리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P군과 처음 만난 이후로, 히오리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희귀병이 완치가 되었죠. 히오리는 아직까지 비둘기 P군 때문에 자신의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다만 우연의 일치일까요? 히오리가 병원에 있는 동안, 히오리는 부모님에게 큰 실망을 했어요. 불쌍하게도 어린 히오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고, 막대한 병원비의 동그라미들을 세기에는 지식이 부족했어요. 아버지는 병원 청구서를 받고 숨을 죽이며 울었어요. 10년동안 모아두었던 그들의 모든 저축이 한 번에 날라갔어요.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을 보지 못한 부모님은 복권을 사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성냥이었답니다.
그런데, 정말로 비둘기 여신께서 축복을 내리신 걸까요? 히오리가 마당에서 흰 비둘기와 처음 마주친 바로 그 순간에, 히오리의 부모님은 복권을 들고 울고 있었어요. 복권에 당첨된 거예요. 당첨금은 수술비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빚을 졌던 것까지 모두 갚고도 남을 정도였답니다. 그 이후로 부모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히오리를 방문할 수 있었고, 치료제도 아낌없이 투여할 수 있었어요. 히오리가 퇴원하는 날이 오자, 아버지는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안고 히오리에게 말했답니다.
하얀 비둘기 P군과의 생활은 정말 행복했어요. 히오리는 방에서 P군이 고개를 갸웃거릴때마다 같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꺄르르 웃곤 했어요. 밥을 먹을때나, 잠을 잘때나 함께 했어요. P군은 히오리가 가장 아프고 외로웠을때 히오리를 구원해 준 생명의 은인이자 최고의 친구였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달랐답니다. 히오리의 희귀병은 면역 계통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었어요. 완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더러운 비둘기에 혹시 병균이라도 옮아버릴까 큰 고민을 했죠. 그 이유 때문에 부모님은 P군을 기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런 사정을 모르는 히오리는 마구 대들었어요. 퇴원을 했지만, 집을 몰래 나와서 P군과 함꼐 노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겨우 허락을 했죠. 그러나 부모님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어요. 어느날 히오리는 감기에 걸렸죠. 그리고 열병이 나서 쓰러지고 나서야, 그것이 비둘기에게서 옮겨간 인플루엔자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부모님은 큰 결심을 하기로 했답니다.
밖에 날려보냈다는 엄마의 말에 히오리는 눈물을 쏟으며 말했어요. 엄마가 나에게 해준게 뭐야. P군은 내가 아플때 옆에 함께 있어줬어. 엄마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히오리는 그대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눈물을 훔치며 근처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어요. 집 앞에도, 공원에도,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도 P군은 없었어요. 이미 떠나버렸다는 부모님의 말을 믿기 싫었어요. 해가 질 무렵까지 돌아다니다 어느새 예전에 히오리가 희귀병에 걸렸을때 입원했었던 병원 앞까지 왔어요. 어느새 비가 내려 온 몸이 젖은 히오리지만, 히오리는 혹시나 해서 그 병원의 뒤뜰로 들어갔답니다. 거기에는 P군이 있었어요. P군은 흠뻑 젖고 몸이 다친 상태로 웅크리고 있었어요.
비가 올때는 새는 날지 않아요. 게다가 히오리의 집에서 그 병원까지는 꽤 멀어서 비둘기가 갈만한 거리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P군은, 어느날 갑자기 히오리가 사라지자 히오리가 다시 큰 병에 걸려 병원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풀어줬을때 폭풍우가 쳤지만 P군은 망설임없이 그 병원으로 다시 향했어요. 히오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히오리 옆에 있어줘야 한다고요.
히오리는 다친 P군을 안아주며 펑펑 울었어요. 히오리는 그 날로 다짐했어요. P군이 히오리를 도와준 만큼, 이 생이 끝날때까지 영원히 함께 있자고요.
그 후로 아이돌이 된 지금까지 쭉, 그들은 함께했습니다. P군은 어느새 자식까지 낳아서, 마노에게 새끼를 선물해주기도 했죠. 히오리가 지금 행복하게 웃으며 아이돌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P군 덕분입니다. 그리고 P군 뿐만 아니라 거리에 불쌍한 비둘기들이 많다는 것도 깨달아갔죠. 지금 히오리가 거리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히오리는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말이 통하는 상대들이 아니었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 다시 비둘기들을 쫓아갔다. 히오리는 이런 일들에 익숙했다. 비둘기를 키운다고 하면, 의아해 하며 더럽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히오리는 굳이 그런 사람들에게 설득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지하고 무식해서 말이 통하지 않아. 히오리의 부모님 조차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오늘날이야 대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들의 생명권에 대한 존중은 매우 낮았다. 예전에는 길가에 개들이 지나가면 발로 걷어차는게 이상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심지어 오늘날 야생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는 하지만,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기사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사람과 가장 친한 개와 고양이도 그러는데, 비둘기의 동물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히오리는 이런 부당한 현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어느날 P군이 방송 출연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히오리는 외출할떄마다 비둘기를 어깨에 올려놓고 외출을 하는데, 그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이 된 것이다.
"비둘기를 키운다고요? 어깨에 올려 놓으면 도망가지 않아요?"
히오리는 진행자에게 말했다.
"비둘기라고 사람을 몰라보지 않아요"
"더럽진 않은가요? 부모님께선 뭐라고 하시나요? 주변에게 폐가 됬던 적은 없나요?"
진행자는 마치 외계인을 본 것마냥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아이돌로서, P군에 대해 히오리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들은 겉으로는 모두 놀라면서도, 속으로는 '이제 하다하다 비둘기가 은인이라는 컨셉으로 나오는 아이돌도 있구만'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행히 팬들 사이에서는 P군이 유명하다. 모두 P군과 같이 있는 히오리의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한다. 가끔 P군의 간식도 챙겨주는 고마운 팬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둘기를 보고 놀라거나 도망가곤 한다. 그래서 이젠 P군과 외출하는 것도 부담스럽긴 하다.
오늘은, 어쩐지 날이 화창해요. P군도 햇빛이 따사로운지 자꾸만 창밖을 보고 있네요. 오늘 같은 날은 꼭 둘이서 산책하고 싶은 날이네요. 예전에, 아주 어렸을때, 피부가 아주 새하얀 아이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그날따라 간호사님에게 고집을 부려 뒷뜰에 나갔던 것은 우연일까요?
히오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죠. 그때 히오리의 빨간 목도리가 히오리의 시야에서 춤을 추더니 사라져 버렸어요. 히오리는 어깨가 갑자기 가벼워 진 것을 알아차렸죠. 그리고 그 다음 히오리가 본 것은, 날개를 활짝 피며 쏜살같이 트럭으로 날라가는 P군이었어요.
"P군?!!!"
운전자는 미처 뛰어나오는 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덕대며 나타나자 깜짝 놀랐어요. 트럭은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제동을 했고, 기적적으로 아이를 스쳐 지나갔어요. 아이는 놀라서 건너편의 엄마 품으로 쏙 들어가 버렸죠.
히오리는 정신없이 횡단보도로 뛰어갔어요. 횡단보도 위에 서있는 트럭과, 그 밑에 있는 것은... 트럭과 부딫혀 참혹하게 죽어버린 P군이었어요.
"어... 어.... 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히오리는 눈 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히오리의 소중한, 하얗고 작은 친구가... 아스팔트 길 위에... 홀로 그렇게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흐윽... 으으윽... 으아아아아아!!!!"
히오리는 P군에게 다가가 쓰러져 오열을 했다. 어째서 P군은... 왜...?
히오리가 눈물을 흘리자, 건너편의 아이도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P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둘기?"
하지만 엄마는 그 아이를 다그치며 혼내기 시작했다. 비둘기 따위는 그들의 인생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 그렇게 그들은 가던 길을 마져 갔다. 아이가 자꾸 비둘기를 돌아보았지만, 아이 엄마는 더러운 거라며 보지 말라고 또 한번 다그쳤다.
히오리의 눈물이 죽은 P군에게로 흘러 떨어졌지만 아무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은 더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트럭 운전수는 투덜거리며 내려와 한탄했다.
"이런 x!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더니, 이게 뭐야!! 갑자기 튀어나와서!"
갑자기 튀어 나온 아이를 보지 못한 듯, 운전수는 P군의 시체에 다가가 악담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히오리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에이 재수없어! 카아악~ 퉤!"
툭
싸늘한 P군의 시체에, 운전수의 가래침이 묻었다. 히오리는... 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보았다. 히오리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노가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아니, 그것은 분노가 아닐지도 모른다. 히오리의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 깊은 눈 속에 있는 것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절망감이었다.
트럭 운전수는 태연하게 다시 트럭에 올라타 눈앞에서 사라졌다. 횡단보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조용하게 되었다. 아무도 없다. 단지 길가에 버려진 비둘기 시체 한 마리 뿐이었다.
히오리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절망감에, 무력감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비둘기의 삶이었다. 비둘기의 사체 따위가 굴러다니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구청에 전화를 해서 당장 치워달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이 없다. 쓸쓸하게 죽은 P군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히오리가 바래왔던 미래는 이런 것이었나? 히오리가 아이돌을 하는 것은 모두에게 기쁨을 나눠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친구의 죽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바보같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히오리가 앉아있는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이 사실 진짜 세상이 아닐까?
아니다. 히오리는 일어섰다. 절망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지금 P군과 비둘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일어서야 한다. P군이 히오리에게 불어준 생명이 절때 헛되이 되지 않도록, P군이 목숨을 바친 것이 절때 무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히오리는 P군의 시체를 살며시 들었다.
히오리는 P군을 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줘야 한다. 적어도 이 세상에 한 비둘기가 태어나 이런 사랑을 했었다고, 그래야 히오리의 마음도 쪼그라들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왜 헤어저야 하는가? 늦은밤 몰래 P군의 사체를 묻어주고 히오리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보고 싶다. 다시 만나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어쨌든 히오리는 그래도 살아야 했다. 그래도 굳세게 살아야 하늘에 간 P군이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 순간까지도 히오리는 아직 어렸다.
며칠뒤 다시 간 무덤은 파해쳐져 비둘기의 사체는 온대간데 없어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동물의 시체를 맘대로 묻으면 안된다며 집까지 찾아왔었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이, 비둘기 사체 때문에 쥐가 돌아다닌다고 신고한 모양이다.
파해쳐진 무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텅 빈 구덩이가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게 아닌가? 옆에 빨간 무엇인가가 묻혀있다. 빨간 목도리였다. 언젠가 P군과 함께, 산책을 하며 같이 메고 다녔던 그 목도리였다. P군에게 히오리가 준 것은 그 목도리가 전부였다. 은혜를 입었는데, 갚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태연하게 밥을 먹고, 태연하게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다.
동물감수성이 부족하다며, 히오리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반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어느 사회에 가도 여성에 대한 혐오가 있다. 철부지 청소년에 대한 혐오도 있고 동물애호가에 대한 혐오도 있다. 아이돌에 대한 혐오도 있다. 그렇다면 그 네가지가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까?
"머리에 든게 없는 여자 고등학생 아이돌이 비둘기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거자체로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히 아주 많이. 인터넷에서는 비둘기와 히오리를 합성해서 조롱하는 인간들도 생겨났다. 니들이 뭘 알아. 니들이 히오리와 P군을 알아?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P군이 그렇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히오리와 인간의 목숨은, P군이 죽자 히오리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되어버렸다. 그가 지키려했던 인간이 거꾸로 히오리와 비둘기를 욕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비둘기를 싸잡아서 화형시킨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까지 있었다.
A씨는 큰 결심을 했다. 그 역시 미성년자로 아직 판단력이 어수룩하기 때문일까? 그는 악플들 속에서 기가막힌 해법을 하나 발견했다. 나 혼자만 악인이 되면 된다. 나 혼자서 이 모든 혐오와 무지를 짊어지고 가리라.
그날 저녁 8시에, 공원에 있던 비둘기 25마리를 통채로 잡아 불을 지르고 비둘기 고기를 뜯어먹던 10대 남성이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었다.
이 황당하고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대중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졌다. 대체 비둘기 따위에 신경써아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허나 그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것은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아이돌인지 뭐시기 따위가 비둘기를 옹호하길래 다 죽여버리고 싶어졌다. 비둘기는 더럽고 불결한 동물이다. 내가 잡히더라도 비둘기에 대한 혐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모든 비둘기가 멸종할때까지 이것을 멈추지 않겠다. 대중들은 더욱 격앙되었다.
A의 소망은 이렇다. 오히려 비둘기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 반동으로 비둘기의 인권을 말하는 히오리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기적이 찾아왔다.
할리우드의 여배우 B씨는 동양의 동물학대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채식주의를 강조했고, 모든 동물이 인간의 탄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마침 그녀가 일본에 있을때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B씨는 히오리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고, 비둘기 혐오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을 했다.
그럴수록 비둘기에 대한 혐오의식이 부풀어 올랐다. 회사에서도 히오리의 돌발행동에 매우 당황스럽게 생각했다. 히오리를 말리기 위해서 다른 프로듀서들이 출동했지만, 히오리는 거부했다.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B씨의 영향력은 컸다. 그녀는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인권단체들과의 커넥션이 있었다. 가뜩이나 아베 정권에서 기를 못펴고 있었던 시민단체들이 유명 연예인인 히오리와 B씨의 이름값에 기대기 위해서 줄을 섰다.
게다가 히오리가 활동하는 주 무대는 10~20대의 젊은 학생들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문제가 폭발하자 어디선가 이권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등장하여 히오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둘기에 도를 넘은 혐오감에 저질러진 범좌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서 정부에서도 반응이 왔다. 메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고 있으니 더 이상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최근 벌어지는 미중무역갈등에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도가 커져갔다. 정부로서는 이 황당한 비둘기 사건에 대해서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은 감투를 쓰면 180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달라진다기 보다 재물과 권력의 칼을 잡으면 인간의 본모습이 나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P군과 히오리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어느새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되고 말았어요. 더는 P군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어요.'
히오리조차 그렇다. 이미 인권과 자유, 세계 평화에 앞정서고 있다는 정의 의식과 그 소명감에 잡아먹혀, 히오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청소년 인권 운동가의 타락은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겪어왔던 문제였다. 그녀가 가진 칼은, 그녀의 그릇에 맞지 않는 거대한 칼이 되어버렸다.
이 사건 이후로 히오리와 마노를 비롯한 다른 모든 아이돌들이 피해를 보았다. 대중들은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그것도 어린 아이들이라면 더욱 색안경을 끼고 보았다. 회사는 망해갈 위기에 쳐했다. 하지만 히오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은 더욱 열광했다.
그리고 대형 사건이 터졌다. 샤이니 컬러즈의 합동 공연이 있던 날, 히오리가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프로듀서님... 전, 이 노래 못 부르겠어요"
"뭐...? 이 노래... '큐티 팡팡 뿅뿅'이 맘에 안 드니?"
"...맘에 안 들고 자시고를 떠나서, 딴따라 같아요"
"따,딴따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사랑 노래 따위는 지겨워요. 그런 것쯤은 아무나 다 부를 수 있어요! 그런 쓸대없고 유치한 노래 따위 개나 줘버려!"
"너... 너 대체 무슨..."
"전... 이제 결심했어요. 세계 평화와... 비둘기의 인권을 위해서 노래할 거예요"
"그만둬! 히오리!!"
갑자기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를 바꾸겠다는 히오리. 상대는 도쿄돔의 관중 6만명이라고!! 가만히 둘 것인가?!
히오리는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직접 불렀다. 노래 제목은 '999,999' 히오리의 주장으로는 비둘기 P군이 울음소리로 '구구구'하는 것에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한다. 노래 가사는 정말 충격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에 '999'밖에 없기 때문이다.
'999~ 99, 999~♬'
히오리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처절하고 슬프게, P군이 죽던 그날을 떠올리며 불렀다. 콘서트장은 어리둥절한 3만명의 사람들과 노래를 따라부르며 같이 눈물을 흘리는 3만명의 사람들이 공존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감동적이든 끔찍하든, 일생에 있어서 잊기 힘든 특이한 공연이었다.
'999~ 999, 99 99~!!'
히오리와 히오리의 팬들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열심히 열창을 하고 있다. 무대 뒷배경에는 떠나간 P군의 사진이 떠오르며 장내는 울음바다가 된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3만명은 웃거나 놀라거나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아직까지 그냥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래의 마지막에서 히오리는 나지막히 외쳤다.
"비둘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러분들과 제가 사랑하는 마음과 똑같아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P군은 떠나갔지만 그 새끼들은 커서, 많은 자식들을 낳았답니다"
마지막 퍼포먼스로, 히오리는 100마리의 비둘기를 꺼내 날려보냈다. 물론 모두 P군의 자식은 아니었다. 마술사용 비둘기랑 이것저것을 공수해서 겨우 얻어낸 비둘기였다. 이 또한 동물보호단체의 지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흰 비둘기가 뻥뚤린 도쿄돔의 천장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엽기적인 공연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경이롭게 그 새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연예뉴스 1번은 바로 히오리가 100마리의 비둘기를 날리는 장면으로 도배가 되었다. 거의 대다수가 비판이었다. TV에 나온 한 연예기자는 이런 말까지 했다.
"노쇼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분명히 콘서트의 홍보 내용에는 '큐티 뿅뿅 뿡뿡'을 부르기로 했었는데, 일방적으로 카자노 히오리씨 측에서 노래를 바꿨다고 했죠. 명백히 계약 위반이며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한 시사전문 유튜버는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비난을 했다.
"안타깝습니다. 어린 소녀를 이용해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안 그래도 조류 독감 때문에 난리인데, 이게 무슨 코미디입니까?"
아침 뉴스에서는 앵커가 짧은 기사를 무덤덤하게 읽어내려갔다.
"오늘 아침 긴급 속보입니다. 어제 화제가 되었던 카자노 히오리씨의 콘서트가 진행된 배경에는 도쿄 도지사인 나나오 유리코 지사가 연루되어 있다는 경찰의 보도입니다. 경찰은 이미 부정 청탁과 뇌물 수수에 관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나 이 뻘하고 막장스러운 행태가 일본의 실정을 모르는 외국인의 눈으로 비추어 보았을떄는 어떤 느낌인지를. 그 다음주의 빌보드 차트 TOP 100에서 히오리의 '999,999'가 랭크되어 있음을 확인했을때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들이 참여를 했다. 한국의 밴드 크라잉넛이 맨 처음 콜라보 영상을 올렸고, 중국,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반응이 왔다. 히오리의 공연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이미 1억을 돌파했으며, 미국 클럽에서는 젊은이들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999'를 외치며 엉덩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는 '비틀즈의 시대가 드리어 끝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그런 먼나라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283 프로덕션에서는 메구루가 놀란 눈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히오리가 프로젝트 샤이니 컬러즈에서 탈퇴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 쨰... 서...?"
메구루는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사무소의 모두들 침울한 표정으로 영상 속의 히오리를 바라보았다.
'전 더이상 그룹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미안해 얘들아... 나 때문에 피해가 가는 것은 싫어...'
그렇게 전세계의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히오리는,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은 그저 비둘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고 싶었던 것 뿐이라며, 모든 활동에서 손을 때고 잠적했다.
그녀는 지금 다시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와,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처럼 비둘기를 괴롭히는 할아버지는 없었지만 말이다.
도지사 유리코가 내민 안건은, 도심 속의 비둘기들의 거점이 되는 공원들을 전부 밀고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경기 부양을 하는 정책이었다. 비둘기와 민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아베 수상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행시켜"
히오리가 가만히 공원에 앉아서 모이를 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불도저가 나타났다. 히오리는 비둘기들을 지키기 위해 불도저 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학생! 거기 있으면 다쳐! 여긴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촌이 될 거라구! 썩 꺼저!"
그러더니 불도저는 맹렬하게 공원을 휘젓고 다니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둘기 몇마리도 죽어버렸다. 불도저 기사는 욕을 하며 침을 퉤 밷었다. 모든 것이 P군이 죽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다. 히오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봐! 위험해! 비켜!"
커다란 불도저 앞에, 히오리가 양팔을 펴고 서있었다. 금방이라도 깔려 죽을 것 같이 위태롭게, 하지만 그 두 눈은 단호하게 빛이 났다. 그리고, 이 역시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렸다.
'제 2의 천안문 사태'
히오리의 은퇴로 잠잠했던 세상은 다시 한 번 들끓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그동안 썩어왔던 부분이 한꺼번에 터뜨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히오리는 다시 죽어버린 비둘기들의 영정사진을 짊어지고 광장으로 나왔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불공정한 세상을 뒤집어 엎기 위해 10만명의 시민이 그녀를 뒤따랐다.
그달 말에,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인물'에는 한 소녀의 사진이 올라갔다. 그녀의 어깨에는 비둘기의 두 다리가 굳건하게 서있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어꺠는 비둘기의 똥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일본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비둘기 사태'다. 한 마리의 비둘기에서 시작된 분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던 아베 정권에게 불만이던 대중들을 크게 격앙시켰다. 매일 전국의 주요 도시에는 시위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일본 국회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법이 'P군법'이었다. 일명,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 그 내용은, 인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동물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동물 (비둘기 등)에 대해서 실수로 그들을 죽게 했을 경우에 1년 이하의 징역, 고의로 죽였을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 하는 강력한 법이었다. 이제, 비둘기들은 대낮의 거리를, 고개를 빳빳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국가가 비웃을때, 아베 수상 역시 웃었다. 이대로 가면, 모든 시민들이 비둘기에 대한 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 일본의 평범한 가정집에 살았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에게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 딸이 희귀병에 걸리고 말았다. 빠듯하게 겨우겨우 살았던 부부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딸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기적적으로 다시 살 수 있게 되자, 아버지는 신이 나서 차량을 끌고 마구 시내를 달렸다. 그리고 왠 비둘기 한 마리가 그의 차에 치이게 되었다. 1년 뒤, 감옥 안에서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그대로 자살을 선택했다. 그 딸은, 히오리가 될 수 있었을까?
악법 논란과는 별개로 히오리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져갔다. 세계적인 인권 운동가. 차세대 일본의 리더, 그것이 히오리에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그녀 또한 서서히 사람들이 비둘기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다시 정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이중 스파이가 큰 역할을 해냈다. 유리코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그녀가 만든 비둘기 아파트가 완공되기 시작하자,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베 수상의 진실을 폭로했다.
"아베 수상은 사실은 17살입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우사밍 성인이라 부르며, 온갖 사치를 즐기고 남자들을 대통령 침소까지 불러내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될 소리입니까!"
이른바 제 2차 비둘기 사태, '우사밍 게이트'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거의 예수처럼 추앙받던 히오리가 포함된 '연예계 블랙리스트'가 발견이 되자 또다시 시위가 일어났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람들은 집안까지 도청하고, 모든 행동을 통제받고 있었다. 이번엔 전국의 행정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분노였다. 시위자들은 하나같이 '자칭 우사밍 성인'을 조롱하기 위해 메르헨 체인지를 불러대었다.
"밍밍밍! 밍밍밍!"
"우~ 사밍~!"
그들이 함성을 외치자, 때마침 지나가던 비둘기때가 하늘에서 춤을 추듯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비둘기들도 자신들의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밍밍밍 밍밍밍! 우사우사밍~!!"
10년 동안 수상의 자리에 있었던 아베 나나씨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베 수상의 눈물 어린 기자회견이 있는 후, 그녀들은 모두 수감되었다. 관방장관인 사키는 오열을 하며 외쳤다.
"저는 사실 남자입니다!!! 다 아베 나나가 시켜서 한 짓입니다!! 저놈이 나쁜 놈이에요!!!"
"으아아아악!!!"
수상의 세력이 모두 줄줄이 감옥을 가자 남은 것은 히오리 뿐이었다. 하지만 히오리는 수상의 자리에 올라갈 수 없었다. 나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완벽한 하수인이자 대리인이 있었다. 바로 유리코였다.
그리하여 일본의 수상에 오른 것은 유리코가 되었다. 당선되던 그 날, P군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던날 눈물을 흘리며 몰래 묻었던 비둘기 시체는 이미 썩어 없어졌다. 그 대신, 호화스럽고 거대한 무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모두 안이 텅 빈 그 무덤 앞에서 절을 했다. 여기까지 오게 해 준 비둘기 여신에게 드리는 감사 기도이자, 앞으로도 무사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부신 나날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P군법'의 피해자들과, 엄청나게 불어난 비둘기때에 피해를 본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민심을 달래야 했다. 그들의 정권은 정의로운 정권이므로, 결코 남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만약 유리코와 아베 나나와의 커넥션이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히오리마저 목이 날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5년 뒤에, 그녀들의 목이 교수대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때, 그들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비둘기라는 것은, 단 20년 만에 인간 생태계에서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유일한 동물이다. 개와 고양이는 이미 200만년 전부터 길러오던 동물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지만, 실로 놀라운 발전이다. 그들의 정권에 대한 합당성을 가질려면, 그만큼 비둘기의 권익이 커저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최초로,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우사밍 프로젝트'
비둘기에 대한 생체실험, 생태학 계통 변화, 고도 지능화.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둘기가 가지고 있었던 고도의 잠재력과 미칠듯한 번식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이 계획된 곳은 바로 그들이 지었던 '비둘기 아파트'였다. 수백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은밀하게 생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5년 뒤.
일본 국민들이 폭발했다. 히오리와 유리코를 당장 잡아다가 내란죄로 처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왜냐고?
이미 사람 키보다 커저버린, 초대형 비둘기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본 인구보다 더 많은 5억 마리의 거대 비둘기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이미 비둘기는 사회 전반에 걸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바뀌었다. 육체 노동에도 월등한 능력을 보여 이미 산업 전반에 비둘기가 근로하고 있었고, 가장 똑똑한 비둘기는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며 비둘기와 사람 사이의 통역을 전담하는 그런 비둘기도 존재했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체력이 좋고, 날수도 있으며 번식도 100배가 넘는 그런 존재들이 길거리 곳곳에 있었다. 이렇게 되자 그 모든 비둘기들의 수장이었던 유리코와 히오리에게 감히 대들 수 없게 되었다. 그 해, 처음으로 비둘기의 참정권이 국회를 통과했고, 인간과 비둘기의 선거 싸움에서, 히오리는 대다수의 비둘기의 압도적인 지지로 일본 수상에 당선될 수 있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비둘기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미 교과서에는 히오리에 대한 찬양글이 뺴곡히 적혀있었다. 교황은 그녀를 가르켜 "예수님의 재림이다. 무지한 비둘기들을 사랑하사, 이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신의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했으며 불교계 또한 "부처의 환생이다. 세상 만물이 부처라는 큰 뜻을 실현한 선인이다"라며 극찬했다.
일본 전국에 비둘기 P군과 히오리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녀는 돈, 명성, 권력 모두를 가졌다. 5억의 슈퍼 비둘기도 모두 그녀를 따랐다. 그녀는 세상 전부를 가진 것 같았다.
비둘기. 그들의 날개는 점점 손으로 진화했고, 그들의 다리는 점점 튼튼하고 이족보행에 알맞도록 진화했다. 단 10년만에, 비둘기는 인간의 유전 정보를 모두 습득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대화도 가능하며 고도의 교육도 가능하게 진화했다. 이제 비둘기가 아니다. 그들은 신인류였다.
전 세계가 비둘기 위협에 대응하여 일본을 고립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본의 비둘기들은 전세계로 흩어저 토착 비둘기들과 결합해 새로운 비둘기종을 만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조차 인구의 절반이 비둘기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비둘기와 인간의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수 년에 걸처서 핵전쟁이 발생했다. 인류는 그들이 가진 모든 화학적, 생물학적 무기들을 총동원해서 비둘기를 멸절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비둘기였다. 비둘기들은 그들의 특유의 진화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전파되는 초강력 독감을 생성해냈다. 그들이 핵을 쏘아올리고 기관총을 난사할때 수십만의 비둘기가 죽어갔지만, 초강력 독감은 똑같은 시간에 몇천만명의 인류를 죽여대었다.
최후의 승자는 비둘기였다. 그리고 모든 비둘기들의 수장인 히오리는 선언했다.
"아하하하하! 내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둘기로 이 세상, 아니 우주 전체를 삼켜버리리라!!"
호화스러운 생활이 이어졌다. 일본 황궁은 온세계에서 온 공물들로 가득찼으며 인간 노예를 비롯한 수십만의 노예들이 히오리의 수발을 들었다. 그녀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 날도 어느떄와 마찬가지로 황궁에서 술파티가 진행중이었다. 이미 15년이 지나 어엿한 어른이 된 히오리의 눈은, 총명하긴 커녕 더럽고 추악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15년 전에 트럭 앞에서 울부짖던 바로 그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 히오리는 말했다.
"우리는 위대한 문명을 건설했지. 성간 고속도로 건설까지 진행했던 초고도의 문명이었으니까"
나나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허나,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이야"
비둘기 문명은 이미 3억년 전에 지구에 번성했던 최초의 문명이었다. 허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는 점점 망가져갔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성간 고속도로였다. 무리한 우주 엘리베이터의 확장은 지구의 지반을 붕괴시켰고, 지구 근접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와 부딫힐 위험에 처했다.
"우리 조상들은 비둘기의 절멸을 예상했지. 그리고 전 지구의 생명체의 98%가 절멸할때, 우리의 조상 중 일부는 우주에 무중력 셔틀을 쏘아올린 거지"
아이돌 비둘기인, 카자노 히오리는 1년전 치명적인 조류 독감에 걸렸었다. 그녀를 조류독감에서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었다. 병원 안뜰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던 벌거벗은 인간인 프로듀서를 만난 히오리는, 기적적으로 조류독감에서 완쾌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프로듀서를 집 안에 기르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은, 어느날 검은 슈트를 입은 비둘기들이 들이닥쳐 조류독감에 대한 백신 연구라며 프로듀서를 끌고 갔다.
그 이후로, 히오리와 프로듀서가 다시 만난 것은, 국립의학연구소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속이었다. 처참하게 실험체가 되고 나서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자 그냥 죽이고 버린 것이다.
히오리는 그 날로 다짐했다. 더 이상 비둘기의 알을 낳고 알을 낳을 뿐인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그 대신 인간과 비둘기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올때까지 프로듀서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어쩌면 기억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억을 무의식의 저편 깊숙한 곳으로 꽁꽁 감춰두고, 영영 봉인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히오리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다시 돌아온 것에 감사하자. 그 끔찍한 비둘기포칼립스가 다 개꿈이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기쁜가.
히오리 "마노,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마노 "에... 에엣...?"
히오리 "옆에 있던 게 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히오리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몸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왜 이런 기쁨과 행복을 모르고 살았을까? 창 밖으로 한줄기 햇빛이 비춰진다. 배가 꼬르륵 거린다. 이제 슬슬 점심 시간일까? 히오리는 고개를 들어 마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히오리의 비명과는 무관하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계속해서 벌판을 달렸다. 한 비둘기가 조류 독감에서 비둘기 종족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얼려버리고 나서, 지구의 모든 종족은 메챠쿠챠 멸망해 버렸다.
살아남은 몇몇 비둘기는 재앙을 피해서 절대 멈추지 않는 고대의 설국 열차를 다시 가동했다. 그리고 지구 상의 모든 종족들의 샘플들을 하나씩 넣어 잠들게 했다. 언젠가 그들 중 한 명이 꿈에서라도 이 끝나지 않을 영원의 겨울을 멈출 방법을 찾아낼때까지, 세계의 구원자를 기다리며 설국의 철마는 영원히 달릴 것이다.
<end>
9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그 소녀는 아이돌을 하고 있는 착한 소녀랍니다.
>+1 소녀
히오리는 오늘도 툴툴대면서 비둘기 모이를 나눠주러 공원에 갑니다.
"머... 먹어... 별로, 너희들을 위해서 준비한 것은 아니거든?! 그냥 버리긴 아까우니까...//" 휙
"구구... 구구..."
비둘기들은 히오리의 말을 알아 듣는건지 마는건지, 열심히 몰려들어와 모이를 쪼기 시작했어요. 신기하게도 히오리가 다정하게 비둘기를 챙겨주니 비둘기들도 히오리에게 다가가 무서워 하지 않네요.
"후훗... 잘 먹네..." 휙
따사로운 미소로 비둘기들을 바라보는 히오리입니다. 그런데, 사실 히오리의 비둘기 사랑은 조금 특별한 것입니다. 히오리가 비둘기를 사랑하게 된 계기는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때의 일이었습니다.
>+1 히오리가 비둘기를 사랑하게 된 계기
그 여신을 만난 뒤로 모든 일들이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꿈이라는 것은 히오리가 생각하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합니다. 사실 히오리는 어렸을적에 희귀병에 걸렸던 적이 있었어요. 워낙 치료제도 비쌌고 치료 방법도 어려웠기 때문에, 어린 히오리는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내야만 했었지요.
히오리의 가정은 평범했기 때문에 히오리가 희귀병에 걸리자 히오리네 집은 급격하게 형편이 안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아버지의 봉급으로는 히오리의 수술비에 턱없이 부족했고, 어머니 또한 아픈 몸을 이끌고 직장에 다녀야만 했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히오리에겐 힘든 시간이었어요. 히오리는 언제나 홀로 병실에 누워있었지요. 가끔 할머니나 부모님이 오시긴 했지만 한달에 두세번 정도 뿐이었어요.
히오리는 슬펐어요. 아직 부모님과 친구들의 사랑이 필요한 어린 아이였어요. 친절하게 대해주는 의사, 간호사 분들에게도 일부러 못되게 굴었죠. 그렇게 하면 부모님이 오실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병원의 뒷뜰을 산책하던 히오리는 한 친구를 발견한 거예요.
그래요. 그것이 바로 히오리의 애완 비둘기인 P군이었던 거예요.
>+1 P군과의 추억
병원에서 비둘기를 처음 본 히오리는 무척이나 신기했어요. 병균에 옮을 수 있다는 간호사의 제지로 만지지는 못했지만, 비둘기도 어린 소녀가 다가가니 위협을 느끼지 못했는지 가만히 히오리를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 이후로 히오리가 뒤뜰에 가면 언제나 그 비둘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P군과 히오리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P군과 처음 만난 이후로, 히오리의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희귀병이 완치가 되었죠. 히오리는 아직까지 비둘기 P군 때문에 자신의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다만 우연의 일치일까요? 히오리가 병원에 있는 동안, 히오리는 부모님에게 큰 실망을 했어요. 불쌍하게도 어린 히오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렸고, 막대한 병원비의 동그라미들을 세기에는 지식이 부족했어요. 아버지는 병원 청구서를 받고 숨을 죽이며 울었어요. 10년동안 모아두었던 그들의 모든 저축이 한 번에 날라갔어요.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을 보지 못한 부모님은 복권을 사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성냥이었답니다.
그런데, 정말로 비둘기 여신께서 축복을 내리신 걸까요? 히오리가 마당에서 흰 비둘기와 처음 마주친 바로 그 순간에, 히오리의 부모님은 복권을 들고 울고 있었어요. 복권에 당첨된 거예요. 당첨금은 수술비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빚을 졌던 것까지 모두 갚고도 남을 정도였답니다. 그 이후로 부모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히오리를 방문할 수 있었고, 치료제도 아낌없이 투여할 수 있었어요. 히오리가 퇴원하는 날이 오자, 아버지는 삶에서 가장 큰 기쁨을 안고 히오리에게 말했답니다.
"얘야, 원하는 것이 있니? 아버지는 뭐든지 해줄 수 있단다"
히오리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했어요.
"P군을 키우고 싶어요"
>+1 P군과의 생활
하지만 부모님은 달랐답니다. 히오리의 희귀병은 면역 계통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병이었어요. 완치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더러운 비둘기에 혹시 병균이라도 옮아버릴까 큰 고민을 했죠. 그 이유 때문에 부모님은 P군을 기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런 사정을 모르는 히오리는 마구 대들었어요. 퇴원을 했지만, 집을 몰래 나와서 P군과 함꼐 노는 모습을 보고는 그제서야 겨우 허락을 했죠. 그러나 부모님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어요. 어느날 히오리는 감기에 걸렸죠. 그리고 열병이 나서 쓰러지고 나서야, 그것이 비둘기에게서 옮겨간 인플루엔자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부모님은 큰 결심을 하기로 했답니다.
히오리가 독감에서 완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때, P군은 보이지 않았어요.
"엄마... P군은...?"
엄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1 부모님은 P군을 어떻게 했나?
밖에 날려보냈다는 엄마의 말에 히오리는 눈물을 쏟으며 말했어요. 엄마가 나에게 해준게 뭐야. P군은 내가 아플때 옆에 함께 있어줬어. 엄마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히오리는 그대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눈물을 훔치며 근처를 마구 뒤지기 시작했어요. 집 앞에도, 공원에도,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에도 P군은 없었어요. 이미 떠나버렸다는 부모님의 말을 믿기 싫었어요. 해가 질 무렵까지 돌아다니다 어느새 예전에 히오리가 희귀병에 걸렸을때 입원했었던 병원 앞까지 왔어요. 어느새 비가 내려 온 몸이 젖은 히오리지만, 히오리는 혹시나 해서 그 병원의 뒤뜰로 들어갔답니다. 거기에는 P군이 있었어요. P군은 흠뻑 젖고 몸이 다친 상태로 웅크리고 있었어요.
비가 올때는 새는 날지 않아요. 게다가 히오리의 집에서 그 병원까지는 꽤 멀어서 비둘기가 갈만한 거리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P군은, 어느날 갑자기 히오리가 사라지자 히오리가 다시 큰 병에 걸려 병원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이 풀어줬을때 폭풍우가 쳤지만 P군은 망설임없이 그 병원으로 다시 향했어요. 히오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히오리 옆에 있어줘야 한다고요.
히오리는 다친 P군을 안아주며 펑펑 울었어요. 히오리는 그 날로 다짐했어요. P군이 히오리를 도와준 만큼, 이 생이 끝날때까지 영원히 함께 있자고요.
그 후로 아이돌이 된 지금까지 쭉, 그들은 함께했습니다. P군은 어느새 자식까지 낳아서, 마노에게 새끼를 선물해주기도 했죠. 히오리가 지금 행복하게 웃으며 아이돌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P군 덕분입니다. 그리고 P군 뿐만 아니라 거리에 불쌍한 비둘기들이 많다는 것도 깨달아갔죠. 지금 히오리가 거리의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많이 먹어... 응, 후훗..." 휘익
"구구구구"
"아이 착해..."
비둘기들이 모이를 먹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히오리였습니다.
>+1 공원에서 비둘기와 함께, 자유롭게
행복한 그때, 누군가 혀를 쯧쯧 차며 말을 걸어온다. 공원을 산책하는 할아버지와 손자였다.
"새 모이를 먹다니 저런 쯧쯧"
"......"
히오리는 대꾸하지 않았어요. 어딜가나 비둘기 모이를 주면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새들한테 모이 주지 마소. 그게 중국에서 날라온 건지, 병균이 있는지 어떻게 알어? 가뜩이나 지금 우한 폐렴이 도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여?"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어요. 게다가 옆에 있던 손자는 먹이를 먹는 비둘기를 위협하기 시작했어요.
"에비! 훠이 훠이!"
아이는 큰 소리를 내며 발을 굴렀어요. 비둘기를 발로 차는 시늉을 하는 거죠. 그러자 비둘기들이 놀라 다른 방향으로 총총 걸어갔어요. 아이는 재밌는지 비둘기들을 쫒아 달려갔어요.
"우아아아아!!" 다다다
비둘기들은 푸드덕 거리더니, 저 편으로 날라가 버렸어요. 할아버지는 통쾌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잘했다! 저 비둘기놈들은 쓸대없이 병균만 퍼뜨리는 더러운 것들이야!"
>+1 히오리는 어떻게 할까?
오늘날이야 대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물들의 생명권에 대한 존중은 매우 낮았다. 예전에는 길가에 개들이 지나가면 발로 걷어차는게 이상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심지어 오늘날 야생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는 하지만, 길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기사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사람과 가장 친한 개와 고양이도 그러는데, 비둘기의 동물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히오리는 이런 부당한 현실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어느날 P군이 방송 출연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히오리는 외출할떄마다 비둘기를 어깨에 올려놓고 외출을 하는데, 그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이 된 것이다.
"비둘기를 키운다고요? 어깨에 올려 놓으면 도망가지 않아요?"
히오리는 진행자에게 말했다.
"비둘기라고 사람을 몰라보지 않아요"
"더럽진 않은가요? 부모님께선 뭐라고 하시나요? 주변에게 폐가 됬던 적은 없나요?"
진행자는 마치 외계인을 본 것마냥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아이돌로서, P군에 대해 히오리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
그들은 겉으로는 모두 놀라면서도, 속으로는 '이제 하다하다 비둘기가 은인이라는 컨셉으로 나오는 아이돌도 있구만'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행히 팬들 사이에서는 P군이 유명하다. 모두 P군과 같이 있는 히오리의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한다. 가끔 P군의 간식도 챙겨주는 고마운 팬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둘기를 보고 놀라거나 도망가곤 한다. 그래서 이젠 P군과 외출하는 것도 부담스럽긴 하다.
오늘은, 어쩐지 날이 화창해요. P군도 햇빛이 따사로운지 자꾸만 창밖을 보고 있네요. 오늘 같은 날은 꼭 둘이서 산책하고 싶은 날이네요. 예전에, 아주 어렸을때, 피부가 아주 새하얀 아이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그날따라 간호사님에게 고집을 부려 뒷뜰에 나갔던 것은 우연일까요?
>+1 P군과 어디로 산책을 나가볼까?
기억하고 있니? 너와 처음 만났던 장소야. P군은 영리해서 히오리의 말을 알아들어요. P군도 날개를 한 번 들어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네요. 히오리는 혹시 P군이 추울까 목도리를 같이 둘러줬어요.
"꾸루룩... 구구..."
"오랜만에 밖에 나오니까 좋지?"
"꾸구구..."
옛 생각에 젖어 길을 걷고 있엇어요. 조금 떨어진 앞에 횡단보도에서 한 꼬마가 서 있네요. 건너편에 엄마가 꼬마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어...? 빨간 불인데... 왜 앞으로 나가는 거죠? 꼬마는 엄마를 향해 뛰어갔고, 그리고 그 순간에 저 멀리서 대형 트럭이 그 꼬마에게 다가가고 있었어요. 히오리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어요.
"앗?! 안돼?!"
>+1 히오리는?
히오리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죠. 그때 히오리의 빨간 목도리가 히오리의 시야에서 춤을 추더니 사라져 버렸어요. 히오리는 어깨가 갑자기 가벼워 진 것을 알아차렸죠. 그리고 그 다음 히오리가 본 것은, 날개를 활짝 피며 쏜살같이 트럭으로 날라가는 P군이었어요.
"P군?!!!"
운전자는 미처 뛰어나오는 아이를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둘기 한 마리가 푸드덕대며 나타나자 깜짝 놀랐어요. 트럭은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제동을 했고, 기적적으로 아이를 스쳐 지나갔어요. 아이는 놀라서 건너편의 엄마 품으로 쏙 들어가 버렸죠.
히오리는 정신없이 횡단보도로 뛰어갔어요. 횡단보도 위에 서있는 트럭과, 그 밑에 있는 것은... 트럭과 부딫혀 참혹하게 죽어버린 P군이었어요.
"어... 어.... 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히오리는 눈 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1
"흐윽... 으으윽... 으아아아아아!!!!"
히오리는 P군에게 다가가 쓰러져 오열을 했다. 어째서 P군은... 왜...?
히오리가 눈물을 흘리자, 건너편의 아이도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P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비둘기?"
하지만 엄마는 그 아이를 다그치며 혼내기 시작했다. 비둘기 따위는 그들의 인생과 아무 상관이 없는 듯, 그렇게 그들은 가던 길을 마져 갔다. 아이가 자꾸 비둘기를 돌아보았지만, 아이 엄마는 더러운 거라며 보지 말라고 또 한번 다그쳤다.
히오리의 눈물이 죽은 P군에게로 흘러 떨어졌지만 아무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은 더 차가웠다. 너무 차가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트럭 운전수는 투덜거리며 내려와 한탄했다.
"이런 x! 아침부터 재수가 없다더니, 이게 뭐야!! 갑자기 튀어나와서!"
갑자기 튀어 나온 아이를 보지 못한 듯, 운전수는 P군의 시체에 다가가 악담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히오리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에이 재수없어! 카아악~ 퉤!"
툭
싸늘한 P군의 시체에, 운전수의 가래침이 묻었다. 히오리는... 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보았다. 히오리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분노가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아니, 그것은 분노가 아닐지도 모른다. 히오리의 두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 깊은 눈 속에 있는 것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절망감이었다.
>+1
히오리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절망감에, 무력감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비둘기의 삶이었다. 비둘기의 사체 따위가 굴러다니는 것은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구청에 전화를 해서 당장 치워달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이 없다. 쓸쓸하게 죽은 P군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히오리가 바래왔던 미래는 이런 것이었나? 히오리가 아이돌을 하는 것은 모두에게 기쁨을 나눠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친구의 죽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바보같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히오리가 앉아있는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이 사실 진짜 세상이 아닐까?
아니다. 히오리는 일어섰다. 절망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지금 P군과 비둘기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일어서야 한다. P군이 히오리에게 불어준 생명이 절때 헛되이 되지 않도록, P군이 목숨을 바친 것이 절때 무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히오리는 P군의 시체를 살며시 들었다.
>+1 히오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히오리는 P군을 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줘야 한다. 적어도 이 세상에 한 비둘기가 태어나 이런 사랑을 했었다고, 그래야 히오리의 마음도 쪼그라들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왜 헤어저야 하는가? 늦은밤 몰래 P군의 사체를 묻어주고 히오리는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보고 싶다. 다시 만나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어쨌든 히오리는 그래도 살아야 했다. 그래도 굳세게 살아야 하늘에 간 P군이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그 순간까지도 히오리는 아직 어렸다.
며칠뒤 다시 간 무덤은 파해쳐져 비둘기의 사체는 온대간데 없어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동물의 시체를 맘대로 묻으면 안된다며 집까지 찾아왔었다고 한다. 동네 주민들이, 비둘기 사체 때문에 쥐가 돌아다닌다고 신고한 모양이다.
파해쳐진 무덤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텅 빈 구덩이가 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게 아닌가? 옆에 빨간 무엇인가가 묻혀있다. 빨간 목도리였다. 언젠가 P군과 함께, 산책을 하며 같이 메고 다녔던 그 목도리였다. P군에게 히오리가 준 것은 그 목도리가 전부였다. 은혜를 입었는데, 갚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태연하게 밥을 먹고, 태연하게 아이돌 활동을 하고 있다.
히오리는... 아직 P군을 놓아줄 수 없었다.
>+1
히오리는 P군을 죽인 트럭 회사도 찾아갔다. 거기서도 또 한번 히오리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동물단체는 거의 마음에 못을 박았다. 비둘기는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답변이었다.
모두 히오리를 미친 사람으로 보았다. 비둘기도 엄연한 생명체인데, P군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히오리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주 작은 사과나, 조금의 동정심도 얻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히오리는 멈출 수 없다. 세상에 알려야만 했다. P군의 억울한 죽음을 알려야 했다.
>+1
그래서 톱 아이돌인 카자노 히오리가, 도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신주쿠 거리에, P군의 영정 사진을 메고 시위하기 시작한 것이다. SNS에서도 실시간 방송을 통해 중계했고, 인터넷 뿐만 아니라 메신져를 이용해서도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도대체 10대 아이돌이 대낮에 거리 한복판에 주저앉아 비둘기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으니 어느 누가 관심을 안가질 수 있겠는가.
팬들은 P군과 히오리에 관한 사연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히오리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운전수와 주민들에 대해서 분개했고, P군을 살려내라며 같이 시위에 동참을 하였다.
히오리의 1인 시위는 하루만에 해외에서도 보도가 될 정도로 특이하고 신선한 반응을 일으켰다.
>+1 사람들의 반응.
대놓고 조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젠 하다하다가 비둘기 인권까지 나오는 구나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인구의 1/4가 키우는 개와 고양이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사람들이 과연 비둘기라고 공감해 줄까?
빠르게 퍼져나간 것과 동일한 속도로 관심이 멀어져갔다. 이제 신주쿠 거리에서 아이돌이 시위하는것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또다시 히오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히오리의 팬인 A씨 역시 마찬가지로 절망감을 느꼈다. 히오리와 P군의 안타까운 스토리를 몰라서 저러는 것이라며 외쳐댔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1 한 팬의 절규
"머리에 든게 없는 여자 고등학생 아이돌이 비둘기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거자체로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히 아주 많이. 인터넷에서는 비둘기와 히오리를 합성해서 조롱하는 인간들도 생겨났다. 니들이 뭘 알아. 니들이 히오리와 P군을 알아?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P군이 그렇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히오리와 인간의 목숨은, P군이 죽자 히오리에게는 크나큰 고통이 되어버렸다. 그가 지키려했던 인간이 거꾸로 히오리와 비둘기를 욕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비둘기를 싸잡아서 화형시킨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까지 있었다.
A씨는 큰 결심을 했다. 그 역시 미성년자로 아직 판단력이 어수룩하기 때문일까? 그는 악플들 속에서 기가막힌 해법을 하나 발견했다. 나 혼자만 악인이 되면 된다. 나 혼자서 이 모든 혐오와 무지를 짊어지고 가리라.
그날 저녁 8시에, 공원에 있던 비둘기 25마리를 통채로 잡아 불을 지르고 비둘기 고기를 뜯어먹던 10대 남성이 경찰에게 붙잡혔다는 소식이 대서특필되었다.
>+2 까지,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 것인가
허나 그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것은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아이돌인지 뭐시기 따위가 비둘기를 옹호하길래 다 죽여버리고 싶어졌다. 비둘기는 더럽고 불결한 동물이다. 내가 잡히더라도 비둘기에 대한 혐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모든 비둘기가 멸종할때까지 이것을 멈추지 않겠다. 대중들은 더욱 격앙되었다.
A의 소망은 이렇다. 오히려 비둘기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면, 그 반동으로 비둘기의 인권을 말하는 히오리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한번의 기적이 찾아왔다.
할리우드의 여배우 B씨는 동양의 동물학대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는 여러 나라를 다니며 채식주의를 강조했고, 모든 동물이 인간의 탄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마침 그녀가 일본에 있을때 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B씨는 히오리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고, 비둘기 혐오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을 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남성이 비둘기를 학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 까지, 시민 사회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B씨의 영향력은 컸다. 그녀는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인권단체들과의 커넥션이 있었다. 가뜩이나 아베 정권에서 기를 못펴고 있었던 시민단체들이 유명 연예인인 히오리와 B씨의 이름값에 기대기 위해서 줄을 섰다.
게다가 히오리가 활동하는 주 무대는 10~20대의 젊은 학생들이었다. 인터넷 상에서 문제가 폭발하자 어디선가 이권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등장하여 히오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비둘기에 도를 넘은 혐오감에 저질러진 범좌가 점점 증가함에 따라서 정부에서도 반응이 왔다. 메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고 있으니 더 이상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특히 아베 정권은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최근 벌어지는 미중무역갈등에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도가 커져갔다. 정부로서는 이 황당한 비둘기 사건에 대해서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간은 감투를 쓰면 180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달라진다기 보다 재물과 권력의 칼을 잡으면 인간의 본모습이 나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P군과 히오리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어느새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되고 말았어요. 더는 P군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어요.'
히오리조차 그렇다. 이미 인권과 자유, 세계 평화에 앞정서고 있다는 정의 의식과 그 소명감에 잡아먹혀, 히오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청소년 인권 운동가의 타락은 역사적으로 수도 없이 겪어왔던 문제였다. 그녀가 가진 칼은, 그녀의 그릇에 맞지 않는 거대한 칼이 되어버렸다.
>+2 까지, 칼자루의 방향
그리고 대형 사건이 터졌다. 샤이니 컬러즈의 합동 공연이 있던 날, 히오리가 폭탄 선언을 한 것이다.
"프로듀서님... 전, 이 노래 못 부르겠어요"
"뭐...? 이 노래... '큐티 팡팡 뿅뿅'이 맘에 안 드니?"
"...맘에 안 들고 자시고를 떠나서, 딴따라 같아요"
"따,딴따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사랑 노래 따위는 지겨워요. 그런 것쯤은 아무나 다 부를 수 있어요! 그런 쓸대없고 유치한 노래 따위 개나 줘버려!"
"너... 너 대체 무슨..."
"전... 이제 결심했어요. 세계 평화와... 비둘기의 인권을 위해서 노래할 거예요"
"그만둬! 히오리!!"
갑자기 콘서트에서 부를 노래를 바꾸겠다는 히오리. 상대는 도쿄돔의 관중 6만명이라고!! 가만히 둘 것인가?!
>+1
프로듀서가 손가락으로 히오리를 가리키려는데, 누군가 와서 그 손가락을 부러뜨린다.
"우어억?! 우우... 다,당신 누구야!!"
"누구냐...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게 인지상정"
"너... 너는..."
프로듀서의 앞을 가로막은 사람은 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수많은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너 대체... 히오리... 어디까지 추락한 거야...?!"
여성은 말을 했다.
"추락이라뇨... 현직 도지사에게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후후
"도... 도지사라고...?"
프로듀서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도쿄 도에서 가장 높은, 도쿄 도지사 나나오 유리코였다.
>+1 도대체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 거야!
"곧 경찰들이 오겠군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경찰들이 헐래벌떡 달려왔다.
"폭행 및 불법 시위 사건 접수를 받고 왔습니다~!"
"드리어 오셨군요"
"도... 도지사님...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현행범으로 체포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제가 현행범...? 어떻게 알고 오셨죠? 누구의 신고를 받은 거죠? 여긴 CCTV도 없는 건물 안이고, 여기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는데요?"
"그... 그건... 익명의 제보자가..."
유리코는 히오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현 정부의 진짜 모습이야... 알겠니 히오리?"
"무... 무슨 소리죠...?'
"저 경찰들이 때마침 우연히 등장했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리가 없지. 히오리, 경찰이 널 도청하고 있던게 분명해"
"도... 도청...?"
유리코는 다시 경찰들에게 말했다.
"증거 있나요? 폭행과 불법 시위가 있었다는 증거! 왜... 못 꺼내시나요? 그것이 불법으로 도청된 위법한 증거기 때문에...?"
"으... 으윽..."
"잘 들어요. 히오리. 정부에서는 당신을 도청까지 하며 감시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단 하나.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죠"
"그... 그럴수가..."
경찰들은 다시 말했다.
"여긴 콘서트가 열리기로 한 공간입니다. 이런 곳에서 불법 노래를 부르며 시위를 한다면, 여러분 모두 체포할 겁니다!"
"체포...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는... 체포 면제권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 그럴수가..."
"당신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똑똑히 들으세요! 여긴 나 도쿄도지사 나나오 유리코가, 정식으로 초청한, 평화 시위 콘서트라는 것을!! 자아~ 히오리. 당신의 마음을 담아서, 노래를 불러 주세요!"
>+1
다음날 히오리의 콘서트 태도 논란과 유리코가 부정 청탁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떴다
'999~ 99, 999~♬'
히오리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불렀다. 처절하고 슬프게, P군이 죽던 그날을 떠올리며 불렀다. 콘서트장은 어리둥절한 3만명의 사람들과 노래를 따라부르며 같이 눈물을 흘리는 3만명의 사람들이 공존했다. 아무튼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감동적이든 끔찍하든, 일생에 있어서 잊기 힘든 특이한 공연이었다.
'999~ 999, 99 99~!!'
히오리와 히오리의 팬들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열심히 열창을 하고 있다. 무대 뒷배경에는 떠나간 P군의 사진이 떠오르며 장내는 울음바다가 된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3만명은 웃거나 놀라거나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아직까지 그냥 단순한 이벤트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노래의 마지막에서 히오리는 나지막히 외쳤다.
"비둘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러분들과 제가 사랑하는 마음과 똑같아요... 그래서 준비했어요. P군은 떠나갔지만 그 새끼들은 커서, 많은 자식들을 낳았답니다"
마지막 퍼포먼스로, 히오리는 100마리의 비둘기를 꺼내 날려보냈다. 물론 모두 P군의 자식은 아니었다. 마술사용 비둘기랑 이것저것을 공수해서 겨우 얻어낸 비둘기였다. 이 또한 동물보호단체의 지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흰 비둘기가 뻥뚤린 도쿄돔의 천장 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어처구니 없는 엽기적인 공연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경이롭게 그 새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모든 연예뉴스 1번은 바로 히오리가 100마리의 비둘기를 날리는 장면으로 도배가 되었다. 거의 대다수가 비판이었다. TV에 나온 한 연예기자는 이런 말까지 했다.
"노쇼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분명히 콘서트의 홍보 내용에는 '큐티 뿅뿅 뿡뿡'을 부르기로 했었는데, 일방적으로 카자노 히오리씨 측에서 노래를 바꿨다고 했죠. 명백히 계약 위반이며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한 시사전문 유튜버는 과장된 말투와 몸짓으로 비난을 했다.
"안타깝습니다. 어린 소녀를 이용해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안 그래도 조류 독감 때문에 난리인데, 이게 무슨 코미디입니까?"
아침 뉴스에서는 앵커가 짧은 기사를 무덤덤하게 읽어내려갔다.
"오늘 아침 긴급 속보입니다. 어제 화제가 되었던 카자노 히오리씨의 콘서트가 진행된 배경에는 도쿄 도지사인 나나오 유리코 지사가 연루되어 있다는 경찰의 보도입니다. 경찰은 이미 부정 청탁과 뇌물 수수에 관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들은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나 이 뻘하고 막장스러운 행태가 일본의 실정을 모르는 외국인의 눈으로 비추어 보았을떄는 어떤 느낌인지를. 그 다음주의 빌보드 차트 TOP 100에서 히오리의 '999,999'가 랭크되어 있음을 확인했을때 모두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2 까지, 막장의 막장을 보여주세요.
와중에 그 공연 소식을 들은 메구루는 기가 차서 기절하기 일보 직전.
한편, 그런 먼나라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283 프로덕션에서는 메구루가 놀란 눈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다. 영상 속에서는 히오리가 프로젝트 샤이니 컬러즈에서 탈퇴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 쨰... 서...?"
메구루는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사무소의 모두들 침울한 표정으로 영상 속의 히오리를 바라보았다.
'전 더이상 그룹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미안해 얘들아... 나 때문에 피해가 가는 것은 싫어...'
그렇게 전세계의 엄청난 충격을 주었던 히오리는,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은 그저 비둘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키고 싶었던 것 뿐이라며, 모든 활동에서 손을 때고 잠적했다.
그녀는 지금 다시 평범한 여고생으로 돌아와,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처럼 비둘기를 괴롭히는 할아버지는 없었지만 말이다.
"수상님"
일본 수상실에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들어왔다. 수상은 그를 반겼다.
"오오... 오셨군요. 자리에 앉으시죠"
놀랍게도 수상을 찾아온 사람은 바로 나나오 유리코, 현직 도쿄 도지사였다.
"수상 각하, 그동안 평온하셨는지요"
"음음... 평온할리가 있겠는가. 그 비둘기인지 뭔지 때문에 골치가 아퍼"
"한 소녀 때문에 일이 커졌으니 말입니다. 허허"
"음음...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아베 수상, 그러니까 아베 나나 수상과 유리코는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제게 한 계책이 있습니다"
>+2 까지, 비둘기를 시험에 빠지게 하옵소서.
도지사 유리코가 내민 안건은, 도심 속의 비둘기들의 거점이 되는 공원들을 전부 밀고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경기 부양을 하는 정책이었다. 비둘기와 민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아베 수상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행시켜"
히오리가 가만히 공원에 앉아서 모이를 주고 있는데, 어디선가 땅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불도저가 나타났다. 히오리는 비둘기들을 지키기 위해 불도저 기사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학생! 거기 있으면 다쳐! 여긴 재개발이 되어 아파트촌이 될 거라구! 썩 꺼저!"
그러더니 불도저는 맹렬하게 공원을 휘젓고 다니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둘기 몇마리도 죽어버렸다. 불도저 기사는 욕을 하며 침을 퉤 밷었다. 모든 것이 P군이 죽었을 때와 똑같은 장면이었다. 히오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봐! 위험해! 비켜!"
커다란 불도저 앞에, 히오리가 양팔을 펴고 서있었다. 금방이라도 깔려 죽을 것 같이 위태롭게, 하지만 그 두 눈은 단호하게 빛이 났다. 그리고, 이 역시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퍼뜨렸다.
'제 2의 천안문 사태'
히오리의 은퇴로 잠잠했던 세상은 다시 한 번 들끓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그동안 썩어왔던 부분이 한꺼번에 터뜨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히오리는 다시 죽어버린 비둘기들의 영정사진을 짊어지고 광장으로 나왔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불공정한 세상을 뒤집어 엎기 위해 10만명의 시민이 그녀를 뒤따랐다.
그달 말에,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인물'에는 한 소녀의 사진이 올라갔다. 그녀의 어깨에는 비둘기의 두 다리가 굳건하게 서있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의 어꺠는 비둘기의 똥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그리고 한 문구가 쓰여졌다.
'The Least Jesus'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용감한 소녀. 그것이 바로 히오리였다.
>+1 우사밍~
그러니 그 비둘기를 오히려 잔뜩 방생시켜 세상에 문제를 가져온다면, 그도 생각을 조금 고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쟤 진짜 왜 저래?!"
"도지삽니다"
"와-아!"
"여러분~! 우리의 소중한 이웃인 비둘기들이 고통속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될 소리입니까?!"
"옳소!"
"여러분! 제가 이번에 또다시 당선이 된다면, 저는 지금 정부가 파해치고 있는 공원에, 비둘기 아파트를 짓겠습니다. 그리고 비둘기들을 보호하면서 안락한 주거를 제공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인류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올바른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리코는 이번에 자민당에 탈당함을 공식화 했다. 이미 정부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샘이었다.
일본 관방장관인 미즈시마 사키는 분통을 터뜨렸다.
"쟤 진짜 왜 저래?!"
사키가 화를 내자, 수상인 아베 나나 각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다 큰 그림일세. 비둘기는 번식력이 좋지 않겠나. 저런 식으로 비둘기 친화 정책을 쓰면 비둘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걸세. 그럼 불편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우리에게도 돌아오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유리코 지사는..."
"그렇네, 우리 편이지. 이른바 이중 스파이라는 것이네. 저들의 편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친 비둘기파를 말살할 작전이지"
히오리는 10만명의 앞에 다시 섰다. 마이크를 잡은 히오리는 대중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1
"네에-!"
그렇게 시작된 것이 일본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비둘기 사태'다. 한 마리의 비둘기에서 시작된 분노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던 아베 정권에게 불만이던 대중들을 크게 격앙시켰다. 매일 전국의 주요 도시에는 시위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일본 국회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법이 'P군법'이었다. 일명, 야생동물보호법 개정안. 그 내용은, 인간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동물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동물 (비둘기 등)에 대해서 실수로 그들을 죽게 했을 경우에 1년 이하의 징역, 고의로 죽였을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을 살게 하는 강력한 법이었다. 이제, 비둘기들은 대낮의 거리를, 고개를 빳빳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이게 좋은 세상일까?
>+1 이후
모든 국가가 비웃을때, 아베 수상 역시 웃었다. 이대로 가면, 모든 시민들이 비둘기에 대한 혐오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 일본의 평범한 가정집에 살았던 부부가 있었다. 그 부부에게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그 딸이 희귀병에 걸리고 말았다. 빠듯하게 겨우겨우 살았던 부부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딸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기적적으로 다시 살 수 있게 되자, 아버지는 신이 나서 차량을 끌고 마구 시내를 달렸다. 그리고 왠 비둘기 한 마리가 그의 차에 치이게 되었다. 1년 뒤, 감옥 안에서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그대로 자살을 선택했다. 그 딸은, 히오리가 될 수 있었을까?
악법 논란과는 별개로 히오리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져갔다. 세계적인 인권 운동가. 차세대 일본의 리더, 그것이 히오리에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그녀 또한 서서히 사람들이 비둘기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다시 정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들의 이중 스파이가 큰 역할을 해냈다. 유리코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였다. 그녀가 만든 비둘기 아파트가 완공되기 시작하자, 그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베 수상의 진실을 폭로했다.
"아베 수상은 사실은 17살입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우사밍 성인이라 부르며, 온갖 사치를 즐기고 남자들을 대통령 침소까지 불러내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될 소리입니까!"
이른바 제 2차 비둘기 사태, '우사밍 게이트'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거의 예수처럼 추앙받던 히오리가 포함된 '연예계 블랙리스트'가 발견이 되자 또다시 시위가 일어났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람들은 집안까지 도청하고, 모든 행동을 통제받고 있었다. 이번엔 전국의 행정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분노였다. 시위자들은 하나같이 '자칭 우사밍 성인'을 조롱하기 위해 메르헨 체인지를 불러대었다.
"밍밍밍! 밍밍밍!"
"우~ 사밍~!"
그들이 함성을 외치자, 때마침 지나가던 비둘기때가 하늘에서 춤을 추듯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비둘기들도 자신들의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밍밍밍 밍밍밍! 우사우사밍~!!"
10년 동안 수상의 자리에 있었던 아베 나나씨도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
아베 수상의 눈물 어린 기자회견이 있는 후, 그녀들은 모두 수감되었다. 관방장관인 사키는 오열을 하며 외쳤다.
"저는 사실 남자입니다!!! 다 아베 나나가 시켜서 한 짓입니다!! 저놈이 나쁜 놈이에요!!!"
"으아아아악!!!"
수상의 세력이 모두 줄줄이 감옥을 가자 남은 것은 히오리 뿐이었다. 하지만 히오리는 수상의 자리에 올라갈 수 없었다. 나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완벽한 하수인이자 대리인이 있었다. 바로 유리코였다.
그리하여 일본의 수상에 오른 것은 유리코가 되었다. 당선되던 그 날, P군의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던날 눈물을 흘리며 몰래 묻었던 비둘기 시체는 이미 썩어 없어졌다. 그 대신, 호화스럽고 거대한 무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모두 안이 텅 빈 그 무덤 앞에서 절을 했다. 여기까지 오게 해 준 비둘기 여신에게 드리는 감사 기도이자, 앞으로도 무사히 정권을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부신 나날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P군법'의 피해자들과, 엄청나게 불어난 비둘기때에 피해를 본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민심을 달래야 했다. 그들의 정권은 정의로운 정권이므로, 결코 남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만약 유리코와 아베 나나와의 커넥션이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히오리마저 목이 날라갈 수 있었다.
>+1 비둘기 정책의 허점으로부터 정권을 유지시켜라.
"그래서 비둘기가 뭔데?"
히오리는 말했다.
"나도 이젠 몰라..."
하지만, 그들이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5년 뒤에, 그녀들의 목이 교수대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때, 그들의 머리 속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비둘기라는 것은, 단 20년 만에 인간 생태계에서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유일한 동물이다. 개와 고양이는 이미 200만년 전부터 길러오던 동물이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지만, 실로 놀라운 발전이다. 그들의 정권에 대한 합당성을 가질려면, 그만큼 비둘기의 권익이 커저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세계 최초로,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우사밍 프로젝트'
비둘기에 대한 생체실험, 생태학 계통 변화, 고도 지능화.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둘기가 가지고 있었던 고도의 잠재력과 미칠듯한 번식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실험이 계획된 곳은 바로 그들이 지었던 '비둘기 아파트'였다. 수백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그들은 은밀하게 생체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5년 뒤.
일본 국민들이 폭발했다. 히오리와 유리코를 당장 잡아다가 내란죄로 처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왜냐고?
이미 사람 키보다 커저버린, 초대형 비둘기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본 인구보다 더 많은 5억 마리의 거대 비둘기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1 초전개
한편 바다 건너 옆나라는 일본 전복을 고소해하며 불가침 및 상호교류조약을 맺는 조건으로 일본 조류공화국을 승인한다
이에 일본 조류공화국과 옆나라 사이에 인간-비둘기 인구교환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자신보다 월등히 체력이 좋고, 날수도 있으며 번식도 100배가 넘는 그런 존재들이 길거리 곳곳에 있었다. 이렇게 되자 그 모든 비둘기들의 수장이었던 유리코와 히오리에게 감히 대들 수 없게 되었다. 그 해, 처음으로 비둘기의 참정권이 국회를 통과했고, 인간과 비둘기의 선거 싸움에서, 히오리는 대다수의 비둘기의 압도적인 지지로 일본 수상에 당선될 수 있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비둘기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미 교과서에는 히오리에 대한 찬양글이 뺴곡히 적혀있었다. 교황은 그녀를 가르켜 "예수님의 재림이다. 무지한 비둘기들을 사랑하사, 이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신의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다"라고 평가했으며 불교계 또한 "부처의 환생이다. 세상 만물이 부처라는 큰 뜻을 실현한 선인이다"라며 극찬했다.
일본 전국에 비둘기 P군과 히오리의 동상이 세워졌다. 그녀는 돈, 명성, 권력 모두를 가졌다. 5억의 슈퍼 비둘기도 모두 그녀를 따랐다. 그녀는 세상 전부를 가진 것 같았다.
.>+1 히오리의 폭주
(@시간이 얼마 없어서 제대로 반영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전 세계가 비둘기 위협에 대응하여 일본을 고립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본의 비둘기들은 전세계로 흩어저 토착 비둘기들과 결합해 새로운 비둘기종을 만들어대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조차 인구의 절반이 비둘기로 전환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비둘기와 인간의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수 년에 걸처서 핵전쟁이 발생했다. 인류는 그들이 가진 모든 화학적, 생물학적 무기들을 총동원해서 비둘기를 멸절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비둘기였다. 비둘기들은 그들의 특유의 진화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에게 전파되는 초강력 독감을 생성해냈다. 그들이 핵을 쏘아올리고 기관총을 난사할때 수십만의 비둘기가 죽어갔지만, 초강력 독감은 똑같은 시간에 몇천만명의 인류를 죽여대었다.
최후의 승자는 비둘기였다. 그리고 모든 비둘기들의 수장인 히오리는 선언했다.
"아하하하하! 내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둘기로 이 세상, 아니 우주 전체를 삼켜버리리라!!"
호화스러운 생활이 이어졌다. 일본 황궁은 온세계에서 온 공물들로 가득찼으며 인간 노예를 비롯한 수십만의 노예들이 히오리의 수발을 들었다. 그녀는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 날도 어느떄와 마찬가지로 황궁에서 술파티가 진행중이었다. 이미 15년이 지나 어엿한 어른이 된 히오리의 눈은, 총명하긴 커녕 더럽고 추악한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15년 전에 트럭 앞에서 울부짖던 바로 그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 히오리는 말했다.
"여봐라! 술을 가져와라. 그리고 인간 노예들을 춤추게 하라!!"
"......"
뭔가 이상하다. 황제의 최측근인 나나오 유리코마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유리코, 무엄하다! 뭘 하느냐. 난 대 비둘기 제국의 황제니라!!"
>+1 등골이 싸늘하다
"너... 너는..."
이미 15년 전에 감옥에서 죽은 줄 알았던, 전 일본의 수상인 아베 나나였다.
"너가 어떻게 이곳에...? 여봐라 저 자를 죽여라!"
"......"
역시 아무도 대답이 없다. 모두 싸늘하게 히오리를 쳐다보았다. 나나가 말을 꺼냈다.
"안녕? 나 돌아왔어"
나나가 인사하자 주위의 모든 가신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우사밍 각하!!!"
히오리는 절규하며 말했다.
"이...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일일까요? 갑자기 나나가 왜 나왔을까요?"
나나는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잡아당겼다. 마술처럼 그녀의 얼굴이 벗겨지며 그녀의 진정한 정체가 들어났다.
"비... 비둘기...?"
"수고했어. 꼭두각시 황제"
"어떻게... 어떻게 네가...?"
"아... 그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지?"
나나... 아니 핑크색 비둘기는 말했다.
"떄는... 2억 7천만년 전이네... 우리 조상이 이곳 지구를 탈출했던 것이 말이야"
>+1 지구의 운명은?
나나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위대한 문명을 건설했지. 성간 고속도로 건설까지 진행했던 초고도의 문명이었으니까"
나나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허나,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던 것이야"
비둘기 문명은 이미 3억년 전에 지구에 번성했던 최초의 문명이었다. 허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는 점점 망가져갔다. 그 정점을 찍은 것이 성간 고속도로였다. 무리한 우주 엘리베이터의 확장은 지구의 지반을 붕괴시켰고, 지구 근접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와 부딫힐 위험에 처했다.
"우리 조상들은 비둘기의 절멸을 예상했지. 그리고 전 지구의 생명체의 98%가 절멸할때, 우리의 조상 중 일부는 우주에 무중력 셔틀을 쏘아올린 거지"
"무중력... 셔틀...?"
>+1 그들은 대체...?
나나는 눈물을 흘렸다.
"네놈이 그 슬픈 역사를 알리가 없지, 우리 후손들은 드리어 결정했다. 우주 탐사를 포기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자고. 하지만 이미 그 곳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원숭이 부족들이 지구를 다스리고 있었다. 바로 네놈 인간들이지"
"그... 그럴수가... 말 도... 안 돼..."
"가끔 옳은말을 하던 과학자들이 있었지, 지구에 외계에서 온 생명체, UFO등에 관련된 것은 모두 우리 종족의 증거였다"
나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허나... 지구에 돌아와보니, 우리 종족의 후손들은 그야말로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수억년의 세월동안 퇴화해서 음식 쓰레기나 주워먹는 닭둘기가 된 것이다!!"
"......"
"난, 직감했다. 지금 소수의 인원으로는 인류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인간들 속에 숨어 인간인 척을 하며 우리 동포들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처음부터... 처음부터 계획된 거였어...? 난... 난 대체..."
"아아... 그 중에서 우리가 눈여거 본 것은 한 소녀였다. 희귀병에 걸린 어여쁘고 새하얀 소녀..."
"네놈이!!!!!!!"
>+1
히오리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나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비둘기의 스피드에는 한참 모자랐다. 나나는 가볍게 피하고 히오리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비둘기 펀치"
"그어어어억?!!" 털썩
"뭐 그 이후에는 네 생각대로다... 모든게 계획되었지. 이 몸이 수상이 된 것도, 그리고 수상에서 내려와 감옥에 갇힌 것도 네놈 인간들을 방심하기 위한 계략이다. 얌전히 사라졌으면 좋았을 것을"
"......P군은... P군만큼은 진실이었어..." 쿨럭
"아아... 그 불쌍한 동포 말인가..."
나나는 살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네놈이 처음 병원에서 본 비둘기와, 집에서 대려와 키운 비둘기, 그리고 집을 나갔다가 다시 찾은 비둘기... 세 비둘기가 모두 같은 비둘기일까?"
"뭐....... 라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P군 덕분이었다. 그가 지켜준 생명 때문에, 히오리는 이런 비극적인 세계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니? 전부 다른 비둘기였다. 네놈은 그저 흰 비둘기를 똑같은 비둘기로 착각해서 멋대로 가지고 논 것 뿐이다"
"거... 거짓... 말..."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우숩구나!!! 그런줄도 모르고 P군 P군 거리다니... 인간 주제에!!!!"
"꺄하하하하!!"
주위 모든 사람이 쓰러진 히오리를 비웃었다.
>+1
"아직 절망하긴 이르지... 네놈이 벌인 짓이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달아야 해"
"으윽... 난... 난..."
"이 몸이... 불렀던 노래 기억하나? 나를 탄핵했을때 너희들이 앞장서서 불렀던 노래... 그래 메르헨 체인지... 사실 그것또한 계획 중에 일부였다"
"뭐...?"
"우사밍... 우사밍... 그것이야 말로, 동포들 속에 숨겨진 우리 조상의 DNA를 꺠울 수 있는 마지막 열쇠..."
"우사밍... 우사밍이라는 것은... 외계 행성이 아니었나...?"
"말했잖나... 우리가 외계 행성에서 왔으면 우리가 이런 수고를 하면서 지구를 정복할 필요가 없지. 그냥 정복하면 될텐데 말이야..."
"우사밍이 대체 무슨 뜻이길래!!"
"잘 생각해봐라... 우 사 밍... 한자로는 어떻게 되지...?"
"우사밍... 오사밍... 오사님... 5... 4... 는...? 5 더하기 4는?!?!"
"9다"
나나가 손짓을 하자 모두가 외쳤다. 히오리가 불렀던 노래 가사기도 했던 그 소리...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끄아아아아악!!!!"
>+1
히오리는 떨려오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후훗, 말했지 않았나? 우리 조상은 공룡과 이 지구를 지배했다고..."
"......설마"
"그래, 공룡인 나나오 유리코는 처음부터 우리의 동료였다"
유리코도 역시 인간의 탈을 벗어던졌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트리케라톱스였다.
"전부... 전부... 전부 거짓말이었어... 전부!!!"
"끌고 가라, 인간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서 다시는 우리에게 저항하지 못하도록 참혹하게 끝내버려!!"
"네에!!"
비둘기 두 마리가 히오리를 끌고갔다. 히오리는 그대로 끌려갔다. 후대의 기록에서는 사라져 도망쳤다느니, 요술을 써서 살아남았다느니 낭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비둘기 선생님은 역사 책을 덮어두고 비둘기 학생들에게 말했다.
"그렇게 해서, 인간들의 교만과 멍청한 두뇌 때문에 인간들의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구구구! 구구구구!!" 짝짝짝
"여러분들은 앞으로 인간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더러우니까 만지지 않습니다!"
"쫒아버려요!"
"그래요, 인간들은 병균을 옮기는 더러운 생물들이니까 절대로 만지거나 다가가서는 안 돼요!"
학교 종이 울리고, 비둘기 아이들은 저마다 책가방을 챙겨서 어디론가 달려나간다.
그 후로 100년이 지난 지금, 히오리도, P군도 잊혀진 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는 비둘기 문명이다. 모든 학교와 관공서에는 그들의 영원한 지도자, 아베 나나의 멋진 동상이 세겨져 있다.
>+1 비둘기 세상에서는
그 이후로, 히오리와 프로듀서가 다시 만난 것은, 국립의학연구소에서 음식물 쓰레기 더미 속이었다. 처참하게 실험체가 되고 나서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자 그냥 죽이고 버린 것이다.
히오리는 그 날로 다짐했다. 더 이상 비둘기의 알을 낳고 알을 낳을 뿐인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그 대신 인간과 비둘기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올때까지 프로듀서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갑작스러운 히오리의 발표에 모든 비둘기들은 영문을 몰라 그저 구구거리고만 있다.
"들어주세요... 제 소중하고 작은 친구였던, 프로듀서에 대한 노래를!!"
Music : Nine inch nails - 999,999 (https://www.youtube.com/watch?v=JOUBNVtg200)
그녀의 청순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무슨 말인지도 모를 가사를 마구 불러대었다. 평소 그들이 부르던 '999'가 아닌, 인간들이 떠들어대는 소리 같았다.
"평소대로 999 999라고 부르라고!!"
"이 따위가 무슨 노래야!!"
아랑곳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비둘기 히오리. 지금 이 시각에도 조류독감으로 쓰러지는 비둘기들을 구하기 위해서, 그녀는 싸워야 했다.
>+1
"FREE HONGKONG! FREE HUMAN!!"
"뭐,뭐라고?"
"저 녀석을 잡아!!"
히오리의 무대는 페이페이와 흥분한 관객들 때문에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히오리의 눈물이 전해지지 않는 걸까?
삐-이
P "여러분, 이 상황에서 잘못된 행동들이 보이시나요?"
카호가 손을 들고 말했다.
카호 "사무소 내에서 비둘기를 키우고 싶어요!"
P "안 돼. 휴우코가 난리를 칠게 뻔해. 그것보다 좀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단다" 도리도리
>+1 정답을 말하는 사람에게는 부비부비를
P "나츠하씨가 말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땡입니다"
나츠하 "에에..."
P "정답은, 이겁니다"
빠-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세요~'
P "현재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콘서트를 즐길때에도 꼭 마스크를 껴야 하겠죠?"
나츠하 "아아... 그거 말이구나"
P "아아... 가 아닙니다! 무서운 병이에요. 설마 하는 마음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 꼭 명심하세요!"
P "그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볼까요?"
>+1
P "에에...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니,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안전수칙에 관한 영상을 보고 있잖니"
히오리 "그럼 지금까지 고작 마스크나 끼라고 이 쓰잘대기 없이 긴 스토리를 말한 거라구?"
P "당연한거 아니니? 히오리쨩~ 수업 중에 졸면 어떡하니..."
카호 "죄송해요! 전 도시락을 까먹었어요!"
P "어허!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 학생들이 수업 태도가 아주 불량하구만!"
히오리는 뭔가 할 말이 엄청나게 많은 것 같다.
>+1
P "하 것참...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잖니"
히오리 "그럼 뭐가 문제인데?"
P "음... 이 기억이 너의 것이 아니라는 점?"
히오리 "응...?"
P "넌 대체 누구니?"
아련한 기억, 그랬다.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은 아니었다. 그건 대체 누구의 기억이지?
비둘기 히오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년의 시간을 넘어, 비둘기를 사랑했던 소녀의 외침이 그녀에게 닿았던 걸까?
"난... 그저 모두가 행복하길 바랬어"
너와 나, 우리 모두. 심지어 비둘기까지도, 살아있는 그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그렸어. 설사 그것이 욕심이라도.
"그만... 그만해 주세요..."
비둘기와 인간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비둘기들은 인간들이 조류독감을 전파했다며, 인간들은 그들을 존중해달라며 서로 싸웠다. 내가 혹시 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든게 아닐까? 내가 바래왔던 행복은, 사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1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서 그 마음은 너무 쉽게 변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너무 쉽게 변했다.
세상이 그들의 마음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그녀들의 마음 속에 어둠이 숨겨져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선의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 착한 마음이 나쁜 결과를 낳았다면, 그 마음은 착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착한 마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비둘기 하나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착한 마음일까? 비둘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길을 걷다 밞혀 죽은 개미에게도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정답은 없어보인다.
비둘기 히오리는 생각했다. 적어도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복잡한 세계라는 것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보다 못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이런 비극의 순환을 또다시 반복할 수 없었다. 인간 히오리의 기억의 조각이 갑자기 그녀에게 느껴진 이유는 바로 이 반복되는 역사를 끊어내라는 영혼의 준엄한 경고였을 것이다.
비둘기 히오리는 다짐했다.
이제 다시 절대로,
미키의 흉내를 내지 않기로.
응?
히오리가 문득 눈을 떠보니, 한 침대에 누워있었다. 옆에서는 마노가 걱정된 눈으로 수건을 적시고 있었다.
히오리 "......어?"
마노 "앗?! 히오리쨩, 정신이 들어?"
히오리 "이... 인간...?"
마노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갑자기 쓰러졌었다구..." 훌쩍
히오리 "쓰러져...?"
히오리는 몽롱한 가운데, 기억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나는 카자노 히오리. 아이돌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지...
히오리 "아... 다 꿈... 이었구나..."
마노 "꿈?"
히오리 "나...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이 있었어...?"
마노 "그게... 하루카 선배님 방에 들어간 것은 기억나?"
히오리 "아니..."
마노 "침실 어택!... 촬영 중이었잖아... 히오리쨩은 호시이 미키씨가 빙의된 연기를 하고 하루카 선배님 옆에 누웠는데... 그 다음부터는 쓰러져서..." 울먹
히오리 "......아"
>+1
마노 "정말 하나도 기억 안나는구나..."
히오리 "무슨 일이 있었어?"
마노 "하루카 선배님이랑 치하야 선배님이 히오리의 양 팔을 잡고 밖으로 쫒아내 버렸어. 히오리쨩은 계속 바둥거렸고..."
히오리 "......"
마노 "울면서 방으로 돌아온 히오리쨩은... 계속 중얼거렸어..."
히오리 "뭐라고?"
마노 "쪽팔려서 죽고 싶다고 그랬어... 차라리 할 수 있다면... 내 비둘기가 되고 싶다고 그랬어..."
히오리 "......"
마노 "그러더니, 울다 지쳐서 잠들었어"
히오리 "......"
슬픈 이야기네
>+1
히오리는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니, 어쩌면 기억하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억을 무의식의 저편 깊숙한 곳으로 꽁꽁 감춰두고, 영영 봉인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히오리는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은 다시 돌아온 것에 감사하자. 그 끔찍한 비둘기포칼립스가 다 개꿈이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기쁜가.
히오리 "마노,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다시 돌아와줘서 고마워!"
마노 "에... 에엣...?"
히오리 "옆에 있던 게 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히오리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다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몸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왜 이런 기쁨과 행복을 모르고 살았을까? 창 밖으로 한줄기 햇빛이 비춰진다. 배가 꼬르륵 거린다. 이제 슬슬 점심 시간일까? 히오리는 고개를 들어 마노를 바라보며 말했다.
>+1 엔딩
열차는 시베리아 벌판을 계속 달리고 있었다.
@작가님이 살은 더 붙여주시리라 믿는 걸로
히오리 "그동안 난 얼마나 바보처럼 살았을..." 스윽
마노? "꾸르륵?" 갸웃
히오리 "......"
마노? "꾸르르르르르르~" 갸웃갸웃
거기에 마노는 없었다. 마노가 있어야 할 곳에는 베이지색 비둘기가 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마노? "희한하네~ 마지막 일본인인 너가 그런 꿈을 꾸다니... 꾸르르륵~ 신기해~"
히오리 "오... 오지 마..."
마노? "안 돼... 넌 희귀 샘플이니까... 얌전히 다시 잠들어줘야 겠어" 스윽
비둘기는 수상한 주사기를 꺼내들고 히오리에게 다가왔다.
히오리 "오지 마!!!!"
"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
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9"
히오리의 비명과는 무관하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계속해서 벌판을 달렸다. 한 비둘기가 조류 독감에서 비둘기 종족을 구하기 위해 지구를 얼려버리고 나서, 지구의 모든 종족은 메챠쿠챠 멸망해 버렸다.
살아남은 몇몇 비둘기는 재앙을 피해서 절대 멈추지 않는 고대의 설국 열차를 다시 가동했다. 그리고 지구 상의 모든 종족들의 샘플들을 하나씩 넣어 잠들게 했다. 언젠가 그들 중 한 명이 꿈에서라도 이 끝나지 않을 영원의 겨울을 멈출 방법을 찾아낼때까지, 세계의 구원자를 기다리며 설국의 철마는 영원히 달릴 것이다.
<end>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