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혹은 범죄심리전문가들은 범죄자들의 범죄 심리, 범행 동기, 행동 패턴의 분석을 통해 범죄의 발단과 범죄 유형을 구분하고 관리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범죄 해결, 형량 결정, 범죄 예방에 기여하여 사회학 및 심리학 전반에 걸쳐 범죄 현상을 다루는 전문가들이다.
키타자와 시호는 최근 2년간의 순경 생활을 마치고 정식으로 경시청의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그녀는 사회학과를 졸업한 연구생 출신이며, 경시청의 첫 프로파일러 공채 모집에 합격하여 1년간의 연수 과정과 2년간의 경시청 복무 과정을 거쳐 이제 갓 프로파일러가 된 그야말로 초짜였다.
그녀가 배속된 곳은 지방경시청에서도 형사과, 주로 강력 범죄들을 다루는 부서에 배치가 되었다. 하지만 일반 경찰들과는 달리 그녀는 출동 임무나 범인 검거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경시청 내에서 철저하게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경험이 많고 저명한 프로파일러는 아무리 경시청장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시호와 같이 대학 연구생 출신의 이제 갓 프로파일러가 된 사람들은 여건이 달랐다.
시호가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는 '총을 쏠 줄은 아는가'이다. 시호는 순경으로 복무를 했기 때문에 기본 업무는 대부분 숙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사과장은 프로파일러를 '심리상담가' 정도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출동 임무는 물론 대부분의 활동에 배제가 되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통상적인 프로파일러들이 담당하는 범죄 심리 보고서 작성 하나 뿐이었다. 그것도 범죄자는 만나지도 못하고 오로지 이미 쓰여진 사건 파일을 토대로 프로파일러의 소견을 작성할 뿐이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시호가 여성인 것도 있었다. 고참 형사들은 내색은 안하지만 시호의 존재를 불편해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프로파일러는 단순히 소견서와 도장을 찍고, 수사에 딴지만 거는 불편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경력이 한참 모자라는 신인이 자신들보다 계급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한달 가까이 시호는 묵묵하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그녀는 꼼꼼하게 보고서와 사건 파일, 녹취록 등을 자세하게 검토했다. 그녀도 형사과 내부에서 그녀의 취급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고독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시호는 다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형사 "프로파일러님? 형사과장님이 찾으십니다"
시호 "네, 알겠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시호의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사건 보고서 때문에 형사과장이 부르는 것으로 시호는 직감했다. 어차피 또 이미 벌어진 범죄들도 수사하기 벅찬데 일을 늘려서 어쩌냐는 불만일 것이다.
형사과장 "키타자와 프로파일러"
시호 "네"
평소의 모습과 조금 달리, 침착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형사과장의 가쁜 호흡과 아무렇게나 놓인 휴대폰을 보고, 무엇인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형사과장 "......아무튼 사건이 일어났어. 묻지마 살인 사건이야. 당장 출동 준비 하도록 해!" 버럭
급하게 출동 준비를 하고 형사과장과 대기중인 형사 한 명, 그리고 시호가 경찰차로 이동을 했다. 시호는 이동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사건 개요를 확인한다. 살인 사건은 프로파일러로서는 처음이었다.
장소는 도쿄 신주쿠역 역사 내부. 피해자는 신원 미상의 남성 1명과 여성 1명. 오후 2시 34분 경 길을 걷던 남성 한 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역사 내부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두 번째 피해자는 쓰러진 피해자 남성을 보고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가해자는 그 여성을 동일하게 흉기로 찔려 죽였다. 여기까지 목격자의 증언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체포되기 직전에 주변에 떨고 있던 여성 한 명을 인질로 삼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인질이 흉기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가해자가 대치하고 있다. 이것이 10분 전의 상황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현장 상태는 지옥 수준이었다. 역사 내부에는 놀라 쓰러진 시민들과 구경을 온 시민, 그리고 전철을 이용하는 고객, 취재진까지 뒤엉켜 매우 혼잡했다. 건물 정중앙에 크게 원형으로 폴리스라인이 쳐 있었고, 피해자 두 명은 이미 실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닥에 흥건하게 튄 피가 얼마나 참혹하게 피해자들이 죽었는지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10m 떨어진 화장실 바로 앞에 형사들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가해자가 있었다. 가해자는 문을 걸어 잠구고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 "그만하고 나와!"
가해자 "드, 들어오면... 이,인질을 죽일거야! 저리 가!!"
형사과장 "상황은 어떤가?"
형사 "보시는 바와 같이 인질극이죠. 10분 정도 설득을 해보았습니다만, 화장실로 통하는 문은 저 문 하나 뿐이고 내부도 좁아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사과장 "키타자와 프로파일러, 범인을 설득할 수 있겠나?"
시호 "...알겠..습니다"
사실 시호는 침착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닥의 피와 피냄새, 그리고 고함을 치는 가해자의 목소리가 한대 어우러져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본래 프로파일러의 임무는 범인 설득과는 조금 멀지만, 지금은 이 주위에서 그나마 가장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하, 당신 바보야? 그 문을 열면, 나를 잡아갈 것이 분명하잖아!! 알아 들었어? 인질이 다치기 싫으면 거기서 물러나라고 멍청아!"
시호 "...저희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테니 그러니까 부디 인질만은..."
"물러나라고 했잖아!!!"
시호는 주먹을 꽉 지었다. 어쩔 수 없이 경관들을 문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고작 화장실의 유리문일 뿐인데, 마치 세상이 단절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1차 초기 협상 종료.
인질극 초기에 범인은 극도의 흥분 상태이나 이후 프로파일러의 대화를 통해 조금 진정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이 화장실 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조금 대화가 길어지자 자신감이 생긴 듯 프로파일러를 깔보는 듯이 대화를 진행했다.
시호는 현장총괄인 형사과장에게 십여명의 경관들을 모두 철수하라고 부탁했다. 시호의 부탁에 따라 모든 경관들은 폴리스라인 근처까지 뒤로 이동했다. 작은 화장실 문, 그 앞에 경관 한 명과 시호가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 뒤로 15m 정도 뒤에 많은 경관들이 대기하고 있다.
상황을 정리하자. 젊은 남성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같은 공간을 걸어가고 있던 남성을 흉기로 찌르고, 그 후에 놀라 달아나던 여성까지 붙잡아 같은 흉기로 찔렀다. 주변 시민들이 고함을 지르고 몰려오자 근처의 또 다른 여성을 붙잡고 흉기로 위협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화장실 문을 잠그고 농성에 들어갔다. 목격자의 증언이다.
앞선 상황까지는 일반적인 묻지마 살인 범죄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 인질극을 한다는 것은 조금 이싱하다. 보통의 묻지마 살인의 범인들은 그 장소를 도망치거나 자살, 혹은 자수를 한다. 그 자리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또한 범인의 요구 사항은 일관되게 '접근하지 마라'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요구사항이다.
경찰본부의 협상전문가가 도착하려면 아직 15분 정도 남았다. 범인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진 것은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인질극은 범행 초기에 인질이 사망하게 되어 있다. 인질과 범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 시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범인의 체포가 아니라 인질의 안전이야.
지금 작전을 진행한다면, 인질의 안전은 보장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범인의 시선을 끈 다음 배후로 형사들을 진입시킨다면 어떤가?
그것도 무리다. 화장실 내부로 통하는 입구는 단 한 곳 뿐이다.
범인은 아까부터 계속 유리문에 신경쓰고 있어. 그 문을 강제로 연다면 그 순간 범인은 우리의 행동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해.
머리를 차갑게, 최대한 냉정해지는 것이 필요해. 지금 인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밖에 없어.
범인의 자수.
범인 스스로 인질을 풀어주고 나오게 하는 방법 뿐이야. 역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범인의 가족과 연인이 필요해. 그 방법 뿐이 없어.
하지만 우리는 범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범인에 대해서 더 정보가 필요해.
시호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금 진입해도 인질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범인의 체포는 나중에, 지금은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에 집중해"
다행히 형사과장은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다. 인질극 협상의 대전제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형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겠지.
다시 화장실 문 근처로 가보자.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자.
3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3까지
키타자와 시호는 최근 2년간의 순경 생활을 마치고 정식으로 경시청의 프로파일러가 되었다. 그녀는 사회학과를 졸업한 연구생 출신이며, 경시청의 첫 프로파일러 공채 모집에 합격하여 1년간의 연수 과정과 2년간의 경시청 복무 과정을 거쳐 이제 갓 프로파일러가 된 그야말로 초짜였다.
그녀가 배속된 곳은 지방경시청에서도 형사과, 주로 강력 범죄들을 다루는 부서에 배치가 되었다. 하지만 일반 경찰들과는 달리 그녀는 출동 임무나 범인 검거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경시청 내에서 철저하게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경험이 많고 저명한 프로파일러는 아무리 경시청장이라 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시호와 같이 대학 연구생 출신의 이제 갓 프로파일러가 된 사람들은 여건이 달랐다.
시호가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는 '총을 쏠 줄은 아는가'이다. 시호는 순경으로 복무를 했기 때문에 기본 업무는 대부분 숙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형사과장은 프로파일러를 '심리상담가' 정도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녀는 출동 임무는 물론 대부분의 활동에 배제가 되었다.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오직 통상적인 프로파일러들이 담당하는 범죄 심리 보고서 작성 하나 뿐이었다. 그것도 범죄자는 만나지도 못하고 오로지 이미 쓰여진 사건 파일을 토대로 프로파일러의 소견을 작성할 뿐이었다.
물론 그 기반에는 시호가 여성인 것도 있었다. 고참 형사들은 내색은 안하지만 시호의 존재를 불편해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프로파일러는 단순히 소견서와 도장을 찍고, 수사에 딴지만 거는 불편한 존재들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경력이 한참 모자라는 신인이 자신들보다 계급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
한달 가까이 시호는 묵묵하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극소수였지만 그녀는 꼼꼼하게 보고서와 사건 파일, 녹취록 등을 자세하게 검토했다. 그녀도 형사과 내부에서 그녀의 취급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고독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시호는 다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형사 "프로파일러님? 형사과장님이 찾으십니다"
시호 "네, 알겠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시호의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사건 보고서 때문에 형사과장이 부르는 것으로 시호는 직감했다. 어차피 또 이미 벌어진 범죄들도 수사하기 벅찬데 일을 늘려서 어쩌냐는 불만일 것이다.
형사과장 "키타자와 프로파일러"
시호 "네"
평소의 모습과 조금 달리, 침착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형사과장의 가쁜 호흡과 아무렇게나 놓인 휴대폰을 보고, 무엇인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항사과장 "자네, 무동기 범죄에 대해서 알고 있나?"
>+1~2 높은값
갑자기 무동기 범죄는 왜?
형사과장 "......아무튼 사건이 일어났어. 묻지마 살인 사건이야. 당장 출동 준비 하도록 해!" 버럭
급하게 출동 준비를 하고 형사과장과 대기중인 형사 한 명, 그리고 시호가 경찰차로 이동을 했다. 시호는 이동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사건 개요를 확인한다. 살인 사건은 프로파일러로서는 처음이었다.
장소는 도쿄 신주쿠역 역사 내부. 피해자는 신원 미상의 남성 1명과 여성 1명. 오후 2시 34분 경 길을 걷던 남성 한 명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고, 역사 내부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두 번째 피해자는 쓰러진 피해자 남성을 보고 도망치다가 넘어졌고 가해자는 그 여성을 동일하게 흉기로 찔려 죽였다. 여기까지 목격자의 증언이다.
중요한 것은 가해자가 체포되기 직전에 주변에 떨고 있던 여성 한 명을 인질로 삼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인질이 흉기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가해자가 대치하고 있다. 이것이 10분 전의 상황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현장 상태는 지옥 수준이었다. 역사 내부에는 놀라 쓰러진 시민들과 구경을 온 시민, 그리고 전철을 이용하는 고객, 취재진까지 뒤엉켜 매우 혼잡했다. 건물 정중앙에 크게 원형으로 폴리스라인이 쳐 있었고, 피해자 두 명은 이미 실려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닥에 흥건하게 튄 피가 얼마나 참혹하게 피해자들이 죽었는지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10m 떨어진 화장실 바로 앞에 형사들과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가해자가 있었다. 가해자는 문을 걸어 잠구고 있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경찰 "그만하고 나와!"
가해자 "드, 들어오면... 이,인질을 죽일거야! 저리 가!!"
형사과장 "상황은 어떤가?"
형사 "보시는 바와 같이 인질극이죠. 10분 정도 설득을 해보았습니다만, 화장실로 통하는 문은 저 문 하나 뿐이고 내부도 좁아서 쉽사리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형사과장 "키타자와 프로파일러, 범인을 설득할 수 있겠나?"
시호 "...알겠..습니다"
사실 시호는 침착함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닥의 피와 피냄새, 그리고 고함을 치는 가해자의 목소리가 한대 어우러져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본래 프로파일러의 임무는 범인 설득과는 조금 멀지만, 지금은 이 주위에서 그나마 가장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형사 "...(이 여자가 설득을 한다고?)"
시호 "일단은..."
>+1~3 범인을 설득해야 한다. 필요한 것들은?
시호 "범인의 가족... 애인, 그리고 대테러 부대를 준비해 주세요"
형사과장 "......범인의 신상은 어때?"
형사 "아직 모릅니다"
형사과장 "신상이 밝혀지면 바로 수색하지. 그리고 경찰특공대가 오려면 30분 정도는 걸린다고 해"
시호 "......알겠습니다" 꿀꺽
시호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갔다. 시호의 머리속이 복잡하다. 학교에서 배운 학문, 경찰로서의 경험, 여지껏 살펴보았던 인질극들의 사례. 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다가오지 마! 문을 여는 순간 죽는거야!!!"
고함이라기 보다 절규에 가까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2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목소리였다. 끝이 조금 갈라진 것을 보니 슬슬 목이 아플 때가 왔다. 목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화장실 내부는 극히 작은 공간이었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정도일까. 미리 와있던 형사들에게 물러나라고 한 뒤 시호는 말했다.
시호 "안, 안녕하세요! 저는 키타자와 시호..."
"다가오지 말라고!!"
시호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과장님은 정확히 30분을 주었다. 30분이 지나면 중앙경시청의 협상전문가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버티고 있어야 한다. 시호는 더욱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시호 "안녕하세요! 저는 키타자와 시호라고 합니다! 저랑 이야기를 하시죠!"
갑자기 대화가 끊겼다. 범인은 대답이 없다.
시호 "저는 협상전문가입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 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외쳤다.
"...무슨 이야기"
화장실의 유리문 너머로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인질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그녀의 말에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있다.
>+3까지 많은쪽
1. 지금 무기를 버리고 나오세요. 당장!
2. 힘드신가요?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을리가 없잖아!!"
시호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도움 따위 필요 없어!!"
질문자의 질문에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이다.
시호 "도움이 필요하시면 꼭 저에게 말씀을 해 주세요. 제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
시호 "무슨 일이 있었어요? 많이 힘들어 보여요. 목소리도 많이 갈라지시고 지쳐보여요"
"......"
갑자기 답이 없다. 대화가 중단된다면 그만큼 인질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3까지
1. 제가 조금 더 다가가도 될까요? 목이 아프니까 서로 대화하기가 힘들어요.
2. 휴대폰이 없으신가요? 목이 아프니까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다가오지 말라고 했잖아!!! 오지 말라고!!"
시호 "침착하세요! 침착하고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시끄러!! 저리 가!!"
또다시 반복된 고성이 이어졌다. 폭탄을 밞은 것 같다. 도대체 이 인간은 무슨 생각일까. 시호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사사로운 감정을 앞세워서는 안된다. 완벽하고 실수 없이 인질을 구해내야 한다.
"......"
또다시 범인의 침묵이 이어졌다. 어떤 말이라도 해야 했다.
>+3까지
1. 왜 다가오지 말라고 하는 건가요?
2. 다가가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요?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시호를 깔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당신 바보야? 그 문을 열면, 나를 잡아갈 것이 분명하잖아!! 알아 들었어? 인질이 다치기 싫으면 거기서 물러나라고 멍청아!"
시호 "...저희는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원하는 대로 다 해드릴테니 그러니까 부디 인질만은..."
"물러나라고 했잖아!!!"
시호는 주먹을 꽉 지었다. 어쩔 수 없이 경관들을 문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고작 화장실의 유리문일 뿐인데, 마치 세상이 단절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1차 초기 협상 종료.
인질극 초기에 범인은 극도의 흥분 상태이나 이후 프로파일러의 대화를 통해 조금 진정된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이 화장실 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조금 대화가 길어지자 자신감이 생긴 듯 프로파일러를 깔보는 듯이 대화를 진행했다.
시호는 현장총괄인 형사과장에게 십여명의 경관들을 모두 철수하라고 부탁했다. 시호의 부탁에 따라 모든 경관들은 폴리스라인 근처까지 뒤로 이동했다. 작은 화장실 문, 그 앞에 경관 한 명과 시호가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 뒤로 15m 정도 뒤에 많은 경관들이 대기하고 있다.
상황을 정리하자. 젊은 남성이 길을 걷다가 우연히 같은 공간을 걸어가고 있던 남성을 흉기로 찌르고, 그 후에 놀라 달아나던 여성까지 붙잡아 같은 흉기로 찔렀다. 주변 시민들이 고함을 지르고 몰려오자 근처의 또 다른 여성을 붙잡고 흉기로 위협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화장실 문을 잠그고 농성에 들어갔다. 목격자의 증언이다.
앞선 상황까지는 일반적인 묻지마 살인 범죄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후에 인질극을 한다는 것은 조금 이싱하다. 보통의 묻지마 살인의 범인들은 그 장소를 도망치거나 자살, 혹은 자수를 한다. 그 자리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경우는 흔치 않은 케이스이다. 또한 범인의 요구 사항은 일관되게 '접근하지 마라'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요구사항이다.
경찰본부의 협상전문가가 도착하려면 아직 15분 정도 남았다. 범인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진 것은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인질극은 범행 초기에 인질이 사망하게 되어 있다. 인질과 범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 시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까지 자유롭게
시호 "범인의 가족과 연인은 언제 준비가 됩니까?"
"이제 CCTV 분석을 하고 있어. 인상착의까지는 파악이 됐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범인을 특정할 수 없어. 지금 탐문 수색과 방송국 전파를 통해 수소문하고 있으니 기다리게. 범인이 자기 이름을 말하기라도 했나?"
시호 "아닙니다..."
"자기 이름을 밝히고 다니는 범인은 없겠지... 그 다음은 뭔가?"
시호 "범인의 감정이 누그러져 방심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 진압을 하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제정신인가? 아직 경찰특공대도 오지 않았어!"
시호 "화장실 내부는 좁아요. 게다가 유리문도 허술합니다. 여기 있는 인원들이 있으면 손쉽게 끝낼 수 있습니다"
"확실해?"
시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말을 곱씹었다. 정말 이것이 최선인가?
>+2까지, 최종 결정(선행 해결책들에 대해서)
인질범을 자극할수록 오히려 위험하다.
머리를 차갑게 하고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중요한건 범인의 체포가 아니라, 인질의 안전.. 이라는 처음부터.
지금 작전을 진행한다면, 인질의 안전은 보장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범인의 시선을 끈 다음 배후로 형사들을 진입시킨다면 어떤가?
그것도 무리다. 화장실 내부로 통하는 입구는 단 한 곳 뿐이다.
범인은 아까부터 계속 유리문에 신경쓰고 있어. 그 문을 강제로 연다면 그 순간 범인은 우리의 행동을 알아차릴 것이 분명해.
머리를 차갑게, 최대한 냉정해지는 것이 필요해. 지금 인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밖에 없어.
범인의 자수.
범인 스스로 인질을 풀어주고 나오게 하는 방법 뿐이야. 역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범인의 가족과 연인이 필요해. 그 방법 뿐이 없어.
하지만 우리는 범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
범인에 대해서 더 정보가 필요해.
시호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금 진입해도 인질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범인의 체포는 나중에, 지금은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에 집중해"
다행히 형사과장은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다. 인질극 협상의 대전제를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형사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겠지.
다시 화장실 문 근처로 가보자.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