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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사에 "파양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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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7, 2019 23:43에 작성됨.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모아둔 인스턴트 단편집. 퀄리티는 낮고 개연성 또한 낮으며 캐붕만은 잦습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때마다 제목을 바꿉니다.
-목차-
[1] 카나데 "아스카는 귀엽네." 아스카 "..우으.."
설명: 욕망
[2] 코토리 "슈사에는 사에가 요망한게 정석"
설명: 오타쿠 토크.
[3] 아나스타샤 "미쿠냥, 팬, 그만둡니다"
설명: 아냐까지 그만두다니 환멸했습니다. 미쿠냥 팬 그만둡니다.
[4] 후미카 "재미없는 ss의 요정"
설명: 사기사와 후미카의 골목팬픽
[5] 미나미 "춤이 생각날 때까지"
설명: 어떤 식으로 사랑에 빠지곤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5.5] 막간 - 단편집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나
[6] 아이리 "미무라 카나코의 설탕 다이어트"
설명: 절 대 감 량 해
[7] 아이코 "헤비 로테이션"
설명: 유루후와
[8] 리사 "요즘 아리스랑 친해보이던데" 하루 "응?"
설명: 유닛이 무너지고 우정이 무너지고
[9] 듄느 "미, 미팅은" 신 "스위티♪"
설명: 미팅은 너모 부끄러워요!
[10] 아, 판타지아
설명: 아판타시아에 걸린 망상소녀 원본 창톡(beststarlight님)
[밀리번외] 반장 미즈키
[11] 사에 "파양당했습니다...."
설명: 무슨 짓을 한거냐
31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77 미유 - 카에데p (립스틱)
66 카에데 - 나나p (나무술잔)
64 듄느 - 사나에p (손수건)
16 사나에 - 미유p (수갑)
군요
나나 "자~ 그럼 남자쪽! 물건을 확인해보실까요!"
두둥
p들 ".........."
나나p ".........자, 잠깐 작전타임!"
신 "허가한다!"
나나p "저기 수갑 보셨나요?! 게다가 나무 술잔은 대체...." 소근
사나에p "....아무래도 저희 누님 것 같긴 한데, 또 장난기가 발동해서 다른 사람 것과 바꿔놨을지..."
나나p "그게 사나에 씨 소지품이 아니면 더 곤란하죠..." 파르르
사나에p "아니, 누나 소지품이어도 무서워요."
카에데p "그보다 나무 술잔은 뭐죠.....?"
미유p "나무술잔... 역시 나나 ㅆ"
나나p "그 이상 말하면 우사밍 성인 코스프레를 시켜버리겠어요." 싸늘
미유p "...뭐 농담이고... 저런걸 들고다닐 만한 주당은 카에데 씨와 사나에 씨... 그리고 없지 않나요?"
카에데p, 사나에p "휴우....."
신 "작전타임 끝! 그냥 순서대로 고르세요!" 삐-
듄느 "호루라기는 대체 어디서 난건가요..."
카에데p "저는 (가장 멀쩡해보이는) 립스틱을 고르겠습니다."샥
사나에p "저는 손수건...."샥
나나p, 미유p ".........." 동공지진
나나p "나무술자안!!!" 샥
미유p "...전 자동으로 수갑이군요."
나나 "결과 발표! 먼저 수갑은!"
사나에 "뭐 이건 당연하겠지? 미유p씨, 체포해버리겠어!"
사나에p "거봐요, 누나 소지품이 맞아도 무섭다니까요."
사나에 "으흥, 프로듀서 군 오랜만에 손맛 좀 보고 싶구나?"
사나에p "...저는 손수건을 골라서... 손수건은 누구죠?"
듄느 "저, 저에요..."
신 "명함 내놓으려던걸 내가 말렸다니까☆ 그리고 카에데p가 고른 립스틱은 미유 씨 소지품이야."
카에데p "그럼 나무 술잔은....."
카에데 "후훗♪ 저랍니다."
나나p "방송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군요..."
신 "아이돌이 참여하는 미팅은 비방용이지! 아무튼, 미팅 연습은 여기까지~ 다들 수고했어☆"
나나 "모두 박수~"
와아~!
듄느 "그, 그럴까나요... 땜빵.. 이기도 하고...진지하게 만날 사람을 한번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그것보다도 역시 긴장이 된다는게 문제네요... 다행히 연습에서는 마음이 많이 놓였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카에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카에데p "분명 순조로울 거에요."
나나p "듄느 씨는 꼼꼼하시니까, 이번 연습으로 확실히 미팅에서 떨지 않게 되었을거에요!"
미유 "네, 꼭 그럴거에요...!"
미유p "미유 씨의 응원을 받았으니 꼭 잘 될겁니다."
사나에 "응응! 화이팅이야~!"
사나에p "....화이팅, 입니다."
나나 "우사밍 성의 기운이 듄느 씨를 보호해줄테니까요~ 미미밍!"
신 "밍나...." 찌잉
듄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미팅 연습은 훈훈하게 끝났읍니다
-미팅 다음 날-
신 "프로듀서~! 미팅 어떻게 됐어? 말해라☆"
듄느 "그, 그냥 그랬어요...."
~회상~
듄느 "미팅이라는게 미트(meat)+이팅(eating)이라 미팅...?!"
친구 "응, 새로 생긴 고기 뷔페 '미팅'! 할인 받을 수 있는 단체 입장권에는 사람 수가 정해져있어서 말이야~ 네가 모르는 중학교 동창들이라서 초대할지 말지 망설였는데, 한명이 빠지게 되서..."
듄느 "그, 그렇구나....."
듄느 '그 난리를 쳐놓고... 절대 고기뷔페였다고는 말 못해....'
신 "흐음, 그래? 드디어 프로듀서도 연애하나 했는데~"
듄느 "어, 언젠가 하겠죠? 지금은 하트쨩이랑 일하는게 좋아요....!"
신 "어머머, 프로듀서 스위~티한걸♪"
-아홉번째 단편, 끝-
최다 등장인물을 자랑하는 단편이었습니다. 비중을 맞추느라 그랬는지 아니면 소재 자체의 특성 때문인지 다른 단편들보다 훨씬 길어졌군요.
더불어 앵커가 가장 폭주한 단편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기록 경신이네요! 스위티☆
이번 편은 '짱구는 못말려'의 에피소드 '미팅은 너무 부끄러워요'에서 차용한 아이디어입니다.
오, 이걸로 요이오토메가 미팅 연습하는 거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바로 소재로 적어두었음.
p들이 개성 있으면서 아이돌들도 잘 특징이 드러나게 하고 싶었는데,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쓰면서 나나p한테 정들어서 언젠가 무명의 p로 단편집에 재출연할지도 모릅니다만 안 출연할수도 있고..
다음 이야기는
아, 판타지아
입니다. 마법 나오는 판타지는 아닙니다.
+
200 돌파. 감사합니다!
늦잠을 자버려서 계단을 성급히 내려가는데 쪼그려 앉아있는 히나코가 보였다.
이 애가 아직 가지 않은걸 보면 시간을 잘못 봤나.... 어쩌면 지각이 아닐지도 몰라.
"안녕, 히나코. 나는 뛰어가야될 것 같아. 교실에서 보자."
....옷자락을 붙잡혔다.
원하는게 뭐야?
"히나코, 정신병에 걸린 모양이에요.."
뭐?
"....도와줘요, ---군..."
+1~3 너의 이름은 (일본식, 성이나 한자는 딱히 안 적어도 됩니다)
34~66 유우 군
67~100 유-군
"....그러니까 내 성은 야가미가 아니라..."
얘 혹시 전에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복수하는건가.
정신병이라는 것도 솔직히 농담 같아.
그런데, 지금은 장난을 칠만큼 친한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러지?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돼. 그럼 교실에서 보자. 난 오늘 일찍 가봐야 되서."
"오늘은 당번 아니잖아요."
"....그래도 일찍 가서 예습하면 좋잖아?"
"예습을 하기에는, 이미 지각인걸요?"
"어? .....지, 진짜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그러니까 그냥 같이 등교하면 안 돼요?"
".........뭐, 그러자."
같이 걸어가는건 오랜만이다.
그만큼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렇다고 쓸데없이 말을 해서 대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몇분이었지?
"있죠, 아까 거짓말한거 아니에요?"
+1~ 투표. 라이토 군은..
1. 같이 있으면 다정한 편
2. "뭔 개소리야!"
"라이토 군, 정신병에 걸리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상한 인간들."
조헌병이나, 관심을 받기 위해 병자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정상일리가.
".....그럼, 라이토 군에게 히나코는 어떤 아이에요?"
"이상한... 애."
"그럼 히나코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나요~?"
"......."
논파당했다....
라기엔 그냥 할말이 없을 뿐이다.
히나코는 언제부터 저렇게 됐을까.
"그치만, 정신병이라는 건 꼭 이상한 사람들만이 대상인건 아니에요...그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평범한 사람이 어느날 우울에 퐁당하고 빠져버릴 수도 있는거라구요~?"
"정상적이고 평범한 사람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건 우울이 아니라 우물.. 아닐까?"
"므흐, 라이토 군도 참. 므흐흐~ 이렇게 웃으며 얘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네 웃음소리 이상하다니까."
"그렇게 얘기해주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정신병은 맞는것 같다, 조증."
"아니요, 조증이 아니에요~! '아판타시아'라구요오."
+1~ 투표.
1. ....얘 또 망상벽이 도졌구나. 병명까지 창조해내는건가? (히나코의 망상에 대해 알고 있다)
2. 오늘따라 진짜 왜 이래....? (히나코의 망상에 대해 까먹었다)
망상으로 병까지 꾸며내다니, 안 본 사이에 '진짜' 이상해진거 아냐?
"아판타시아는 망상벽의 다른 말이지?"
"....그 반대에요."
"반대라면... 모든걸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
"아니.... 망상을 못하게 된 거에요..."
어? 뭐야. 망상을 못한다고?
"그럼 잘 됐네. 쭉 그렇게 살아."
"....안 돼요."
"......"
"히나코는... 망상이 없으면 안 돼요."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거야?
.....정신병자 주제에...
+1~3 뭐라고 하는게 좋을까... (할말+주사위. 주사위는 가장 낮은수로. 디폴트 성격이 있으니 무시나 혐성도 됩니다.)
".....사람을 살게 하는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뭐야, 갑자기 철학적이게.
순간 '사랑'이 떠올랐지만 입밖에 내기는 싫었다.
"물, 음식.. 뭐 그런거겠지."
"아니요, 단지 살아 있는 것과 사는 것은 달라요. 히나코가 말하는건 삶의 원동력이에요."
"목표.... 같은거?"
"맞아요~ 라이토 군, 제법 히나코의 말을 잘 들어주시네요~"
"어린 애 대하듯이 하지 마."
"그냥 기뻐서라구요? 아무튼.. 히나코에게 삶의 원동력은.. 희망이에요. 꿈처럼 멋진 세계가 있을거라는, 그런 희망..."
"그야말로 꿈같은 소리네."
"에이~, 그러는 라이토 군은 꿈같은 희망을 품어본 적이 없는거에요?"
"그런 적 없어."
"꿈도 희망도 없네요..."
"...그래서 망상이 유일한 희망이라는거야?"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에요~"
"그래서 망상을 못하는 병에 걸려서 희망이 사라졌다."
"네~ 맞워요~"
"그럼 의사한테 가지 왜 나한테 도와달라는거야. 의사앞에서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기엔 베짱이 부족한가보네."
"......아판타시아는, 말하자면 장애 같은거에요."
"......"
장애라면... 불치병이라는건가.
뭔 망상이 이렇게 디테일해.
"그렇지만.... 혹시나... 1.5%의 확률로라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하니까, 다른 시도를 하다가 기적이 일어날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무슨 시도를 생각하는건데...?"
"그동안 하던 망상을, 현실에서 재현해보는거에요~! 그렇게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갑자기 뿅! 하고 다시 머리 속에서 멋진 망상이 이것저것 떠오를수도... 므흐흐~"
"미쳤구나."
"도와주실거죠?"
"뭐라도 사주고 그런 말을 해."
"아, 라이토 군 화이트샤워맛 빠삐코를 좋아했었죠?"
"어? 어, 어어."
"그럼 같이 나눠먹으면서 얘기해볼까요~? 마침 앞에 편의점이 보이네요오."
의외.. 라고 해야될까? 아니 내가 그런걸 말했었나?
잘도 기억하고 있었네. 그런데...
"...우리 학교 가던 중이었잖아."
"? 어차피 늦었잖아요?"
무논리도 저런 무논리가 없다.
...하지만 등교 중에 이렇게 늦장을 부리는게 신선해서인지... 기분이 들떠서, 그냥 히나코를 따라가기로 했다.
"히나코, 같이 가."
"히나코 잡아봐라~♪ 므흐~"
".....꺼져..."
"잠깐?! 가, 가지 마세요~!"
***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편의점 앞 간의의자에 앉았다. 어깨를 압박하던 책가방까지 내려놓자 온전한 자유의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협력해주실건가요~?"
"...무슨 망상인지 먼저 말해줘."
"으~음.... 히나코는 말이죠... 왕자님이 나오는 망상을 했던 것 같기도~"
"왕자님이라니... 하아. 변한게 하나도 없네."
"히나코가 변했으면 좋겠어요?"
"별 생각없어. 그런데 무슨 망상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그게, 주로 즉석적으로 시각적인 상상을 하다보니... 우선은 히나코가 힘들고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왕자님이 백마를 타고 오셔서... 그리고... 안장에서 내리신 다음...."
"....."
"으으.... 완전히 까맣게 보여.. 아무것도 안 보여...."
+1....망상만으로 저런게 가능한가..?
1. 병에 대해 좀 물어보자.
2. 아무튼 조금 안쓰럽네.
+2~3: 1을 택했다면 물어볼 질문을, 2를 택했다면 히나코의 망상이 어떤 내용일지 대신 상상해주세요.
...뭐야. 그런눈으로 보지마. 대충 이런거 아니었냐?
"라이토 군..?"
히나코의 표정이 굳었다.
내가 뭐 이상한 말 했나...?
"...뭐야. 그런 눈으로 보지 ㅁ... "
"므흐흐~ 훌륭한 망상이에요~! 이렇게 하면 히나코의 기분이 므흐흐흐~해서..."
.....난 또 뭐라고...
"대충 이런거 아니었을까 하고 말한 것 뿐이야. 짜증나게 같은 종자 취급하지 마."
"네~? 그런적 없는데요? 라이토 군, 아까부터 오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히나코는 그냥 라이토 군이 신경 써주는게 좋아서요~."
"......"
"그럼 라이토 군,"
+1~ 주사위로 두번 먼저 나오는 범위로.
1~50 말이 되어줘
51~100 왕자님이 되어줘
"......."
말?
horse?
뭐...?
"그게 무슨...."
"왜냐하면... 말에는 타본 적이 없으니까 상상할 수도 없잖아요...?"
"아니, 그럼...."
"걱정하지 마세요, 네발로 걸으라는 말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런 생각 한적도 없거든? 히나코, 미친 소리 좀 작작해."
"그치만.. 말처럼 취급하지도 않을거고... 그냥 올라타기만 할거라구요?"
"너 혹시..."
"맞아요~ 어부바에요~!"
목마를 생각했지만, 본질적으로는 비슷하려나.
하긴 목마를 했다간 내 목이 부러질테니.. 잠깐.
"그래서, 업어주실건가요...?"
"하아......."
+1~3 대체 뭐라고 해야 돼...? (할말+주사위. 주사위는 가장 높은수로. 디폴트 성격이 있으니 무시나 혐성도 됩니다.)
"그말인즉 해주겠다는...?"
"........."
"므흐흐~ 라이토 구우운~"
....히나코가 웃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웃고 있기야 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알아챈거다.
므흐흐-하는 그 이상한 웃음소리, 학교에서 들은적이 있던가...
없었어. 한번도 없었어.
"...일단 업혀."
"이, 이렇게 바로? 히나코도 마음의 준비를...!"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아, 치마라서 그래?"
"..그게.... 속바지는 입었는데요오..."
"당연히 그렇겠지..."
쓸데없는 소리를..
"솔직히 억지부리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서..."
...그건 맞아.
"그, 그리고...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라이토 군과 이런 저런 신체접촉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말은 똑바로 해. 초등학생 때도 이런 저런 신체접촉은 안 했어..."
"손도 잡고, 안아주고, 뽀뽀도 했는데요?!"
"뽀뽀한적 없잖아?!"
"......으음~ 기억을 머리 속에 떠올릴 수가 없어서 가물가물해요~ 아, 그치만 안아준적은 확실히 있다는 거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
아,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꺼내서 사람 골 때리게 만드는거야.
"잔말 말고 업히기나 해."
몇초쯤 뒤, 등에 닿는 느낌과 함께 무게가 올라왔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다. 체육 대회의 이상한 미션 용지로 반에서 제일 키가 작은 애를 업었을 때와 거의 비슷한 무게였다.
"....그럼 실례할게요.. 말 씨, 상냥하게 대해주셔야 해요..?"
"한번만 더 그렇게 부르면 떨궈버릴테니까..."
"있죠오, 고마워요 라이토 군."
목에 가느다란 팔이 감겨왔다.
....그러고보니 저 벤치에 있던 가방, 지금은 어디로 간거지? 설마 히나코가-
".....고고..."
"학교까지 이러고 가라고?!"
"네? 학교가 아니라 성으로 가는거, 아니었나요~?"
"....성?"
아, 그러고보니까 이거... 내가 히나코한테 장단 맞춰준 그 역할놀이였었지.
나는 아무래도 스스로의 무덤을 판 것 같다.
+1~ 투표. 왕자님의 백마는 어디로 향하는가
1.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2. 히나코의 성이라면 역시....?
...이 상태로 학교를 간다고...?! 웃기지마!!
2가즈아
히나코의 망상(내가 했지만)을 따라, '성'에 가기로 했다.
솔직히 성이라고 해도 뭔가 떠오르지는 않아서 그냥 시작점으로 걸어간다.
어찌보면 성이지, 성도 결국은 사람 사는 집일 뿐이니까..
어색하다고 생각했던 등교길을 조금 다른 느낌의 어색함과 함께 다시 걸었다.
'아판타시아'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히나코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건 맞다. 그리고 히나코는 도움을 줄 사람으로 나를 택했다.
왜?
"...집 앞이네."
답은 쉽다.
+1~ 투표.
1. 계단
2. 라이토 군의 데스노ㅌ 아니 집
3. 히나코는 말없이 열쇠를 건넨다
....이런 나밖에.
"......."
히나코가 손에 열쇠를 쥐어주었다. 지각을 걱정했던 내가 한심할 정도로 지금은 걸리는게 없었다.
부모님은 출근하셨을 시간인가.
아줌마, 아저씨, 히나코와 학교를 째고 집에 멋대로 놀러와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들어갈게."
"어서오세요, 라이토 군. 집에 오는 것도 오랜만이죠~"
"뭐... 아무튼 이제 내려."
"네에?"
"신발까지 벗겨주기는 싫단 말이야."
"아아, 알았어요~ 그럼... 웃챠."
무게가 사라지니 홀가분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라이토 군. 성으로 돌아간 왕자님과 히나코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요~?"
+1~3 무엇을 했을까-요 (할말+주사위. 이번에는 가장 낮은 수로. 히나코의 망상에 맞춰줘도 되고 디폴트 성격(이하 생략)
동화는 이쯤에서 끊는게 정석 아닌가?
"그치만, 이건 동화가 아니라 히나코의 이야기인걸요~ 좀 더 자세한 편이 좋다구요?"
"....자세하게...? 흠.. 데려온 직후라면.. 괜찮냐고 물어보려나."
".......그렇겠네요~ 히나코를 구해주셨으니까, 상냥한 왕자님은 히나코의 손을 꼭 붙잡고, 물어봐주시겠죠...?"
상냥한 왕자님....
이 나이대 여자애가 말할만한 단어냐고.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단어에 냉소가 나왔다.
"왕자님이 나타나기 전에, 히나코는 왜 힘들어하고 있던거야?"
그런건 없어.
+1~ 주사위로 두번 먼저 범위가 나오는 쪽으로..
1~50 ...기억을 할 수가 없네요
51~100 .....
이유를 말해주면 좋을텐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히나코는..."
"........"
"........"
"이번에도 상상이 안 되서 기억을 못하는거야?"
"........네..."
거짓말이라는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판타시아라고 했나?
머리 속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까맣게 보인다고 했지.
세상에는 여러가지 증상이 있으니까 '상상이 안 되는 장애' 즉 '머리 속으로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장애' 같은것도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매체에서 흔한 기억상실증보다 강도로 따지면 더 현실적이다. 덜 익숙해서 그렇지.
그럼 조금 더 관용을 발휘해서 히나코가 망상을 못하는게 아판타시아의 증세라고 치자. 히나코의 말이 다 맞다고 치자고.
아판타시아는 장애다.
장애는 후천적이거나 선천적이거나 둘 중 하난데, 선천적은 분명히 아니고 후천적이다.
그런데 망상은 상상할 수 없고, 기억은 상상할 수 있을까?
아무리 즉석에서 한다고 해도 '망상을 했던 기억'만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히나코는 기억을 상상할 수 있는게 분명하다.
겁에 질린 눈동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두 손
밝히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리고 그건 학교에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던 히나코의 웃음소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굳이 등교 시간에 나를 찾은 점, 그리고 굳이 나를 찾은 점.
나는 히나코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나는 히나코와 친했'었'으니까...
"미안하지만 네 정신병 더는 못 도와주겠어."
어쨌든 그건 내가 어떻게 못할 영역이다.
나 자신도 이해를 못하는데 다른 사람, 특히 히나코의 정신세계같은건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도와준다는 말도 이상한거야. 누가 누굴 돕는다고... 그런거 못해."
".......라이토 군."
"대신,"
+1~ 투표
1. 옆에 있어줄게
2. 오늘은 마음대로 해도 돼
그런 말을 하면서 내 자신이 뻔뻔스러워서 제대로 히나코를 볼 수 없었다.
있어준다고... 하여간 말 참 못해.
"피차 서로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라도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럴 때는 원하는 만큼 옆에 있을게."
그래, 이게 좀 더 낫다.
이젠 히나코를 똑바로 볼 수는 있을 정도다.
"왕자님이 없다면, 힘들 때 조금은 받쳐줄 건 있어야하잖아. 그게... 너한테는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그럴 때라도 내가...."
히나코가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순간적으로 머리 속이 새까맣게 되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히나코가 아까 망상을 못하고 있을 때 이런 기분이었나?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비록 내가 그렇게 된건 히나코의 탓이었지만..
"히나코?"
".......조금만... 이렇게, 조금만요...."
".....떨어지라고 한 적 없어."
그 날, 나는 히나코와 하루종일 있었다. 혼나는 것도 동시에였다. 그 대신 양쪽 부모님이 서로 미안해했기 때문에 혼을 내는 대신 '우리 아들이...' 혹은 '우리 딸이....'로 시작하는 대화가 좀 더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히나코와 내가 아무런 말 없이 멀어지게 되었을 때에도 부모님, 특히 엄마 쪽은 아무런 말 없이도 히나코의 가족과 계속 연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는 히나코에게도 스스럼 없이 내 험담을 할 정도였다.
아니, 오늘은 진짜 내 잘못 아니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쌍방이라고.
히나코 쪽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대처했을 것 같다.
"어제 진짜 아팠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더라고."
"와, 그거 독감 아냐? 옮기지말고 저리 꺼져 있어."
"밤길 조심해, 길가는 행인인척 하다가 니쪽에 기침할테니까."
"아 씨 더러워."
"미안, 용서해줘."
...친구들도 별 일 없이 넘어갔고....
솔직히 나보다는 오지 않는 히나코가 더 걱정됐다.
아줌마한테 말했나? 내가 모르는것까지?
...그래서 쉬기로 한건가...
"그러고보니 키타도 어제 안 왔잖아."
그냥 솔직하게 말할까?
아니, 이 녀석들은 내가 히나코와 친했던 사이라는 것도 모를텐데... 그리고.. 히나코의 일을 떠벌리고 다니기도 싫고.
"...글쎄. 오늘도 안 온걸 보면 진짜 아픈거겠지."
"응? 오늘 왔는데? 그것도 엄청 일찍."
".....뭐?"
그렇게 둘러대고 서둘러 교실을 나갔다.
히나코가 일찍 학교에 올 일.....
.....당번... 같은건 아니고...
예습은 절대 아니고....
어제 안 왔기 때문에 처리해야할 일?
담임과의 면담일수도 있지만, 그거에 아직까지 잡혀있을 수는 없다. 왜냐면 방금 내가 담임이랑 얘기하고 왔으니까.
그럼 어제 하지 못한 무언가다.
그리고 어제는 히나코가 나에게 '도움'을 청한 날.
그렇다면.. 히나코는....
....
단 한군데 찾지 않은... 아니 찾지 못한 곳은 여자화장실 뿐.
합리적 의심이 가는 장소임은 맞지만, '대화'가 길어지기에 알맞은 장소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혹시 히나코가 없다면 가장 후폭풍을 맞을 장소이기도 하다.
힐끔 보는것도 절대 안 되고, 밖에서 이름을 불러도 이상한 눈길을 받을게 뻔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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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라 배째
2. 문자를 하고 기다리자..
절대 할보...읍읍
“히나코!”
히나코를 찾고 있지만, 이건 히나코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를 나 자신을 위해서다. 진정한 후폭풍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후회일테니까.
“히나코, 거기 있어? 있으면 대답해.”
“어이 야가미! 너 지금 뭐하냐?”
“무슨 일이야 야가미 군?”
“너넨 또 뭐야, 히나코가 아니면 꺼져.”
“그치만 재밌어보이는걸. 히나코는 왜 찾는걸까나?”
“키타 그 녀석 너한테 돈이라도 빌린건 아니겠지? 나한테는 쪼잔하게 굴더니 여자라고-”
시끄러운 녀석들이 따라붙었다.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히나코를 찾는게 우선이니 쫓아낼 시간은 없었다.
“히나코?”
“키타-!”
“히나코~”
“여기도 아닌가..”
“너네, 거기서 뭐해?”
“잘 모르겠어! 그냥 야가미 군을 따라가고 있어.”
“왜, 무슨 일이야?”
“그럼 우리도 가야지~”
..뭐야 대체..?!
““““히나코-!!!””””
......정신을 차려보니 한 반 정도의 인원이 나와 같이 히나코를 찾고 있었다.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수업 시작 전. 잘 하면 소동을 일으켜 수업을 빠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건지 지독히도 따라붙었다.
이제는 쫓아낼 시간이 없는게 아니라 쫓아낼 수가 없었다.
“잠깐, 너네! 뭐하는거니?”
어느덧 1학년층까지 와버렸다. 비교적 얌전한 자습 시간 전의 1학년 교실에 이 소란이 들리지 않을 리가 없지.
일 났다.
벌써 뒤쪽에 있는 인원은 선생님께 붙잡혔다.
그래도 히나코를 찾아야한다.
이렇게 된 이상 히나코는 이 화장실에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내가 찾아보지 않은 단 한 장소.
“히나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여자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히나코는 여기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나는 뒷일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누가 양동이를 들고 있었어요. 그, 화장실 닦는 물걸레 있잖아요. 그거 넣는곳. 물까지 가득 채워놨더라구요.. 아, 그래서 그 더러운 물을 남자애가 딱 그 타이밍에 들어가서 여자애 대신 다 뒤집어쓴거에요. 그래서 다들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그 때 000 선생님이 그걸 본거죠. 그 남자애요? 그게.. 재밌어보여서 따라가긴 했는데 사실 잘 모르는 앤데요. 화장실에서 싸우고 있던것도 어떻게 알았는지.. 전 그런건줄 모르고 따라갔죠. 아무튼 그래서 지각했다고 태도점수 깎지는 않으실거죠?"
"들어가라."
"예."
선생님이 준 수건으로 대충 뒷정리를 하고 오니, 옆반 반장은 벌써 교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얘기 다 끝났냐 물으니까 그렇다고 한다. 히나코는 아직 '가해자'측과 면담을 하고 있지만.
솔직히 찝찝해서 미칠 것 같다.
얼굴은 물로 닦았지만 몸은 그럴 수도 없었다. 게다가 교복은 엉망이 되서 남아도는 체육복과 양말을 입고... 담임도 내가 어제 '아팠다'라는 것까지 고려해서 조퇴서를 끊어줬다.
아무래도 이게 동정표로 작용해서인지 소란을 피운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히나코가 있던 위치를 알았는지도 전혀 묻지 않고 나는 보내줬다.
그래도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히나코, 어떻게 됐어?"
"으으... 내일 부모님 불러서 면담이래요..."
다른 쪽 문으로는 나에게 (정확히는 히나코를 목표로) 물을 뿌린 그 문제의 무리가 나오고 있었다.
둘 다 오늘 일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든 핑계삼아 조퇴로 빠져나오기에 성공한 것 같았다.
이미 부모님 측에는 연락이 갔겠지. 히나코네 부모님도 어제 오늘 참 고생이 많구나 싶었다. 그래도, 다행히도, 히나코는 무사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그 애들한테 시달리고는 혼자 앓을 일은 없을 것이다.
막 히나코를 찾았을 때는 그런건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다시 면담실을 돌아봤을 때는 히나코보다 그 애들의 상처가 더 심각해보였다. 헛웃음이 났다. 통쾌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결국 히나코에게는 기댈 곳 한 곳만이 필요했던 것이다.
단 한 곳.
"그런데, 생각보다 잘 풀릴 것 같아요~. 담임 선생님께서도 히나코를 믿는다고 해주셨고..."
히나코는 돌아가는 동안 홍수처럼 그동안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물론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나도 별로 듣고 싶지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지금의 히나코가 후련해보이는걸로 안심하는 것, 그것만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가시는건가요...?"
"샤워해야지. 지금 당장이라도 이 더러운 체육복을 벗어버리고 싶다고. 아까 젖은 교복도 어떻게 해야되고.."
"그럼, 히나코가 가서 도와줄게요~ 오늘은, 구해주셨으니까.. 은혜를 갚고 싶어요~ 아까 라이토 군이 감싸주셨을 때, 정말로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므흐흐~ 했다구요~?"
"...나는 그냥 더럽게 찝찝했는데."
"그야 더러운 물이었으니까요~?"
"하아..."
"그럼 같이 들어가요~"
어제 했던 말을 지금 무를 수는 없겠지?
샤워를 하고 나오니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 담임과 어떤 통화를 했는지 읽어보기도 싫은 세줄 이상의 장문의 편지가 와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 답장은 나중에 해야지.
"다 하셨어요~"
"...혹시 그거 다 손빨래한거야?"
"어,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히나코의 교복도 가끔 이렇게 하거든요. 전용 세제가 보이길래 바로 해버렸어요~ 그치만 다림질은 직접 해야 한답니다?"
"그건.. 당연하지. 아무튼 고마워."
"라이토 군이 좋아하는 핫초코도 타놨어요~"
"고마ㅇ..."
잠깐, 얘 왜 이렇게 자연스러워?
핫초코가 어디있는지도 안단말이야?
"아무래도 히나코 집이랑 구조가 비슷해서 알기 쉽더라구요."
"그.. 그래."
그렇기야 하겠지...
한모금을 마시니 드디어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있죠, 라이토 군. 히나코, 할 말이 있어요~"
"고맙다는 말이라면..."
"그건 학교에서 했고, 이건 다른 말이에요."
미리 거절하려 했는데 먼저 거절당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긴가민가 했지만.. 역시 맞는 것 같아서, 말하는게 맞을 것 같아요.."
"......."
"....그게.... 히나코의 정신병, 없어진 것 같아요."
뭐?
"아까 빨래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왕자님과 결혼을 하면 어떨까... 까지 생각이 닿아서요.. 그래서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망상을 하는데... 므흐흐~ 너무 좋았어요~"
"아니, 그래서 그게 보였다고?"
"네, 이제는 망상을 할 수 있어요~ 므흐흐~"
"그거... 잘 된건가..."
"....만약에 치료가 되서, 라이토 군이 더 이상 옆에 있어준다고 하지 않는다면... 그건 조금 슬픈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제 머리 속의 이미지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니까요~"
그러고보니 어제 한 말은 다 '히나코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말한거였지.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말을 무를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줄은 몰랐다.
뭐라고.. 해야 하려나.
"이렇게 빨리 회복이 된걸 보니까, 아판타시아는 아닌 것 같아요.. 본의아니게 거짓말을 해서 죄송해요."
"뭐.. 그럴 줄 알았어."
"응? 정말요?"
"아무일도 없이 갑자기 장애가 생길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 '갑자기' 생긴거에 대해서 가설이 있는데 들어보실래요~?"
"...뭔데?"
"......."
"그래서... 망상 속의 히나코는 포기했던 것 같아요.. 왕자님을 기다리는 걸요. 그러니까 왕자님이 구하러 오는 망상은, 할 수 없어졌던 거에요~"
"망상이라지만 너무 오래 기다렸네..."
"하지만, 그것도 그럴게.. 히나코는 한번도 왕자님을 부르지 않았잖아요~? 그냥... 기다리고만 있었던거에요. 무서워서.."
"그야 왕자님은 없잖아. 없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 아무리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만찬을 차려놔도 그걸 먹을 산타할아버지는 오지 않는다고."
"......그런데 라이토 군이 말해준거에요. 항상 옆에 있어줄거라고."
항상.. 이라는 말은 안 했지만. 필요할 때라고 했는데.
"그래서 히나코는, 무섭지 않게 되어서~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거에요~"
"......"
"그런데 그 때.... 정말 정말로 기다리던 왕자님이, 진짜로 나타나서 히나코를 구해준거에요~"
"왕자님이?"
"네~ 그러니까 이제 망상 속의 히나코도 왕자님을 포기하지 않게 된거에요~"
"그렇...구나. 뭔가 말이 되는듯 안 되는데."
"망상 속이니까요~"
"하긴 네 정신세계를 내가 어떻게 이해하겠냐. 어제는 업어달라고 말 취급, 오늘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왕자님."
"그러네요... 오늘은 왕자님이니까, 다른 걸 해주셔야겠네요...."
"그게 어떻게 그렇게 돼?"
"그러니까 오늘은.... 히나코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걸로 하면 되겠네요, 그렇죠~?"
"됐어."
"므흐, 그러면서 웃고 있는데요~? 좋은거죠?"
"좋아하는건 내가 아니라 너겠지. 아까부터 이상하게 웃고 있잖아."
"무, 무슨 소리에요~! 프로포즈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좋아하는건 아니라구요...!"
"........"
"...응? 라이토 군, 왜 그런 표정이에요~?"
쏘아붙일 말이 바로 생각나면 좋을텐데, 머리 속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온통 까맣다.
"뭐에요, 라이토 군~ 아무 말도 안 하고....."
뭐라고 해야할지, 뭐라고 하고 싶은건지도 생각이 안 난다.
그러고보니 어제도 이런 적이 있었다. 지속되는거면, 이것도 병인건가..
히나코가 말했었지. 정신병은 '이상한' 사람만 걸리는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걸릴 수 있다고. 어느날 퐁당 빠져버릴 수 있는거라고.
그럼....
"....히나코."
"라이토 군~ 왜요?"
"나.. 아무래도 정신병에 걸린 모양이야."
"........"
"........"
".....그렇구나~ 어떤 병인데요?"
"글쎄...."
"어떤 병인지도 모르는거에요.....? 그럼... 이번에는, 히나코가 라이토 군의 옆에 있어줄게요~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옆에 있어줄테니까요~"
아.
.....당연한 소리지만, 나는 정신병이 아니라 이런걸 원했던게 아닐까?
그거야말로 환자같은 생각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
그러니 이 말 역시 무르지는 않을 것이다.
-열번째 단편, 끝-
우선은 소재를 주신 Beststarlight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원조 창톡 주소를 올리니 모바일 댓글이 이상하게 보여서 설명에 올리겠습니다)
제가 히나코 소재 없다고 징징거렸을 당시 뚝딱 올려주셨읍니다. 벌써 4달 전이네요..
댓글 수는 안 세어봤는데 아마 최장 기록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부분 쓰면서도 너무 안 끝나서 당황...
아니 대체 뭐야.. 왜 안 끝나... 하면서도 결국 고쳐가며 마무리했습니다.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 판타지아는 원래 제가 썼던 원본이 있습니다.창작판에 올리려던 단편인데 나중에 아이돌도 되고 좀 더 아이마스에 가까운 내용이었죠. 그런데 괴롭힘 파트를 자세하게 묘사하는게 담당으로서 좀 심적으로 힘들기도 했고, 담당이다보니 제대로 못하면 안 될것 같다는 부담감에 포기.
그런데 소재가 너무 아까워서 제목만 스틸하고 단편집에 넣는걸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애매한 혐성의 야가미 군 탄생.
담당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데 안 부러운 캐릭터..네요. 적당히 인성질하면서도 너무 비호감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비호감이었다면 죄송.
그리고 1인칭만 아니지 진 주인공 히나코
담당을 주인공으로 쓴 첫 글입니다.
쓰알 안 나와서 울며 쓴 글은 있지만 그걸 ss라고 칠수는 있을ㄲ.. 아무튼
그래서 좀 신기하기도 하고 잘 묘사됐나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히나코는 보면 마유와 비슷한 점이 많죠
존댓말+3인칭+끝을 늘이는 말투+깊은 애정+속세(?)에 대해 없다시피한 애착
그런데 재밌는건 마유는 방어력이 약하고, 히나코는 공격력이 약하다는겁니다. 이벤트 커뮤에서 잠깐 등장했는데, 마유는 프로포즈를 하겠다고 하고 히나코는 그런건 못하겠다고 하는 내용이 나왔었죠.
그러고보면 망상에 크게 좌우된다고는 하나 거의 모든게 왕자님 위주고, 그 왕자님도 기다리려고만 함.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는게 왕자님은 실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왕자님에게 과하게 의존하는 아이러니.. 점점 카드가 나올수록 주체가 p로 변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거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성장'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망상이 없는 히나코라면 어떻게 한발짝 더 나아갈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소재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단편 후기인데 담당력이 폭발해서 쓸데없는 얘기도 쓰고 싶어지네요. 적어놓고보니 후기까지 최장기록입니다 ㄷㄷ...
뭐...아무튼 이 글에서의 히나코와 라이토 군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의 히나코는 p와 행복하고요. 합삐합삐다니☆
다음 이야기는
막간
입니다.
이야기가 아닌가..?
어차피 제가 썼어도 못쓸 글이라 작가님의 글에 태클을 걸 수는 없고, 제 주제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상상 속에서는 '이런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죠. 하지만 상상은 결국 현실과는 다르기에 다들 타협하고 받아들이죠. 하지만 그것을 망상으로 치부할지, 아니면 가능성으로 받아들일지는 선택에 달려있으니...
둘의 망상이 현실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 글 쓰시면 쓰신다고 해주시지... 참여도 못하고 끝나버렸어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창작글판 쓸때만 해도 이런 전개일줄 몰랐어요...
Beststarlight님이 생각하신 전개도 궁금하지만, 공개하기를 원치 않으신다면 그냥 남겨두겠습니다.
+ 그게... 창작글이 아니라 창댓이라 생각 자체를 못했...
본방 시작하기 전에 광고 보는것처럼, 예고된대로의 막간이 아니라 외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멘탈이 갈갈이가 되서 제목만이라도 외전으로 바꿔서 잠시 쉬고 싶네요 흑흑..
안녕하세요. 미즈키입니다.
조용하고 착실하다는 이유로 학급의 반장을 맡고 있지만, 정작 우리 학급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
??? "반장! 큰일났어요!"
...오늘도 역시나군요.
하지만, 반장이니까 최선을 다해서 반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미즈키 "무슨 일이죠?"
??? "그게 글쎄...!"
+1 누구일까 (밀리 14~17세 애들 중)
+2 뭐가 큰일일까
그것도 거절한 이유까지 정성스레 알려주면서.
그랬더니, 30분째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입 벌리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잖아요!
미즈키 "흐음, 고백이라... 이것은 보복형 범죄의 킹능성이"
츠무기 "아뇨,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미즈키 "그렇군요, 계속 말해보세요."
츠무기 "오히려 단칼에 차면 아무 미련도 남지 않을거라 판단했었죠. 그래서 정성스레 거절한 이유까지 알려주며 찼는데... 그랬더니..."
미즈키 "......"
츠무기 "그랬더니, 30분째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는 입 벌리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잖아요! 저로서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미즈키 "오."
츠무기 "......가, 감상이 그게 단가요?!"
미즈키 "아니요,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저는 여러분이 뽑아주신 반장이니까, 최대한 신경써서 좋은 방법을 이야기해드리고 싶어요."
츠무기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츤츤
미즈키 ".....우선은 상황을 보러 갈까요. 아직도 있나요?"
츠무기 "네..."
그렇게 시라이시 양과 저는 사건의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미즈키 "가는동안 혹시나 해서 말인데, 거절한 이유는 무엇이었죠?"
+1~3 츄무기가 그 아이의 고백을 거절한 이유 하나씩 써주세요.
34-66 남자가 돈이 없어서
67-99 남자가 돈 없는 못생긴 거지
100 고백한 남자가 사촌
미즈키 " "
츠무기 "그래서 원래부터 비호감이었고요."
미즈키 " "
츠무기 "게다가 말 한번도 나눠보지 못한 사이인데 고백은 좀 그렇지 않나요?"
미즈키 "그건 그렇죠. 그걸 전부 말한건가요."
츠무기 "...네. 후우, 정말 당황스러워서..."
미즈키 "....혹시 저 남학생분, 이신가요?"
츠무기 "아직도 저러고 있다니.... 네, 맞아요."
미즈키 "우선 제가 가서 말을 걸어보겠습니다."
츠무기 "...부탁할게요!"
미즈키 "안녕하세요. 미즈키입니다."
??? "........"
미즈키 "이름표, 이름표... 흐음, 이름이... 피라타 피로시 군이군요. '피'가 반복되니, 간단히 줄여서 P 군이라고 해도 될까요."
??? "........"
미즈키 "네, P 군. 저어.... 괜찮으신가요."
P "아아-! 시라이시 양... 어째서 저를 떠나보냈는지..." 훌쩍
미즈키 "!!"
미즈키 "시라이시 양. 상대는 소통이 가능한 상태로 판명되었습니다."
츠무기 "그야 당연하죠! 사람이라구요!"
미즈키 "그건 그렇지만, 입을 벌리고 아무말도 못하고 있다길래...."
츠무기 "이, 이제 정상적으로 됐다 이건가요? 그럼... 그럼 됐어요!"
미즈키 "정말, 그걸로 괜찮으신가요."
츠무기 "...무슨 뜻이죠?"
미즈키 "사실은 심한 말을 해서 죄책감이 생긴게 아닌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P 군이 못생기고 쪼잔하고 비호감일 뿐,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신가요."
츠무기 "..........."
역시, 큰일이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표출된 것이었을까요.
시라이시 양은, 따뜻한 사람이니까요.
홧김에 나온 심한 말을 되돌리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미즈키 "그럼, 이렇게 해보는게 어떨까요."
+1~3 반장 미즈키의 솔루션 하나씩 적어주세요. 주사위가 가장 높은걸로 채택합니다
그런고로 데이트입니다! 두근두근.
@ -10
전개라... 딱히 명확하게 정한 건 없었어요. 그냥 아판타시아라는 병을 보고 망상소녀와 조합하면 어떨까 생각하고서 정리도 안하고 올렸거든요.
개인적으로 있으면 했던 전개는 아이돌로 힘내고 있던 히나코가 친하게 지내고 있다 생각했던 친구들에게 폭언을 듣고 왕따를 당해 그 충격으로 아판타시아에 걸리고, 망상이 박살나자 아이돌로서의 캐릭터와 정체성이 붕괴되고 그에 대한 악플과 비난에 무너져 내리는 히나코를 보고 싶었...
(<<정리 안했다며)
그걸 (같은 과인) 유리코가 도와주는 스토리를 생각했습니다.
아 그런데 '공개하기를 원치 않으신다면 그냥 남겨두겠습니다'는 무슨 뜻인가요? 잘 이해가 안되네요.
@-1 그러면 억지로 망상을 쥐어짜내다가 무대에서 멘탈이 터져버리는 유열이 가능
앗 아닙니다...
츠무기 "천리..라구요..?"
미즈키 "지금까지 시라이시 양과 P 군의 소통은 일방적이었죠. P 군은 일방적으로 고백을 했고, 시라이시 양은 일방적으로 혼내기만 했어요."
츠무기 "흠흠...." 부끄
미즈키 "친해지는데에는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 법, 우선은 저와 시라이시 양- 그리고 P 군 세명이 대화를 시작해보죠."
츠무기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
츠무기 "뭐꼬?! 내가 어째서 저 비호감 남자랑-!!"
미즈키 "쉬잇- 소리가 너무 커요."
P "이미 들었어..." 피눈물
미즈키 "시라이시 양의 말대로, 말 한번 나눠보지 못한 사이에 속단해서 판단하는 건 금물이에요. 표정은 많은 것을 말할 수 있지만, 마음을 전부 드러내지는 못하는 것처럼." 무시
츠무기 "....음..."
미즈키 "괜찮으시다면..."
츠무기 "...알았어요."
+1 츠무기가 P 군에게 다가가 할 첫마디!
1.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2. 성가신 태양이군요.
3. 기타 (자유)
+2 P 군은 뭐라고 할까?!
+3 대화거리 혹은 다음 상황.
미즈키 '힘내요, 시라이시 양.'
츠무기 "......성가신 태양이군요?"
미즈키 '아, 틀렸다'
P "........."
미즈키 '하지만 p 군은 시라이시 양을 좋아하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거에요.'
P "성가신 태양? 성 오신 달 아니고? 엌ㅋㅋㅋㅋㅋㅋ"
미즈키 '그렇다고 그렇게 받아칠줄은 몰랐지만요.....'
츠무기 "..........." 싸-아
오, 이런. 분위기가 싸해집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성가신 태양...
성... 오신... 달.
미즈키 "아, 아아."
이제 이해했습니다.
말장난이었다니.
미즈키 "....크큭..."
츠무기 "반장?!"
미즈키 "우, 우후훗... 성, 오신..."
P "아니 왜 이딴거에 웃는거야?!"
츠무기 "애초에 그딴걸 한사람은 P 군이잖아요!"
미즈키 "....흠흠."
그래도, 분위기가 조금 밝아진 것 같습니다. P 군도, 시라이시 양도 웃는 모습입니다.
좋아, 미즈키.
이렇게 해서 시라이시 양이 P 군과 말을 터놓는 사이가 되면, 언젠가는 오해도 풀고 사과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3 다음 장면~
츠무기 "......" 냉ㅡ랭
P "........" 쭈뼛
어째서 그대로?!
츠무기 ".....반장, 다른 곳으로 가죠."
미즈키 "상관은 없지만요.... 무슨 일인가요."
츠무기 "어색하다구요? 무진장 어색하다구요! 이 분위기, 저는 못 견디겠어요!"
미즈키 "으음...."
역시 하루만에 친해지기는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미즈키 "그래도, 인사 정도를 주고 받는 사이라면."
츠무기 ".....바로 어제 제가 찼는걸요. 먼저 인사하거나 하면 눈치도 없고 염치도 없는 여자라고 생각할거에요."
미즈키 "........"
+1~2 츠무츠무에게 해줄 말 / 조언, 자유앵커. 적당히 채택
츠무기: ... 그러지 않을까요?
미즈키: 흠흠. 그렇게 속마음을 숨기는 시라이시 씨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에잇!
옆에 있는 박스를 어디선가 나온 지팡이로 두드리는 미즈키. 그러자 박스가 팡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안에서 P가 튀어나오는 마술.
츠무기: 이게 뭐여!
미즈키: P씨는 사실 대화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인서라도.
아니 방금 P를 피해서 여기로 왔고 박스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어떻게?
근데 P본인도 놀란 거 같은데?
츠무기 "...그러지 않을까요? 저였다면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미즈키 "어제의 일이 없었다고 한다면, 시라이시 양은 P 군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츠무기 "....네? 아니, 얼굴만 알지.. 사실상 모르는 사이였는데요?"
미즈키 "네, 그런데 지금은 인사를 할 수도 있고 인사를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죠."
츠무기 "딱히 하고 싶은것도 아니라구요. 저는 그냥 심한 말을 한게 미안해ㅅ... 읏."
...시라이시 양.
미즈키 ".....이얍."
저는 품에서 트럼프 카드를 꺼냈습니다.
속마음을 숨기고 싶어하는 시라이시 양이, 이 일은 속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놀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카드의 패를 드러내는 것처럼, 시라이시 양도 표현하고 싶은 만큼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미즈키 "시라이시 양. 하나를 골라주세요."
츠무기 "가, 갑자기 뭔가요?"
미즈키 "셔플은 한번만. 이렇게 해서... 짜잔- 알아맞히기 마술입니다."
츠무기 "뜬금 없네요... 자, 이렇게 하나 고르면 되나요?"
미즈키 "네. 그럼, 질문으로 범위를 좁혀보겠습니다. 카드의 문양은, 검은 색입니까."
조금 고민하는 표정.
고민, 고민.
갑자기 이런 놀이를 제안한 제가 이상해진게 아닐까, 라는 고민이 아니라면, 이 질문에 고민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한가지 가능성을 제외한다면요.
츠무기 "네, 검은 색이에요."
미즈키 "그럼 계속해서 두번째. 그 카드에는 인물이 그려져있나요."
츠무기 "네."
미즈키 "세번째, 그 인물은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있나요."
츠무기 "네."
미즈키 "네번째, 그 카드는... 조커인가요."
츠무기 "맞았어요. 조커라.......도둑 잡기의 도둑이네요."
미즈키 "하지만 원카드에서는 와일드카드죠."
츠무기 "........"
미즈키 "어떤 문양이든, 어떤 숫자든 뛰어넘는 행운의 와일드 카드."
츠무기 "...그래서... 무슨 의미인가요? 갑자기 이런 카드 맞히기 마술은..."
미즈키 "제가 어떻게 시라이시 양의 카드를 맞혔는지 아시나요."
츠무기 "...그야 반장은 마술을 좋아하니까, 그 카드도 뭔가 속임수가 있겠죠. 전부 조커인게 아니에요?"
미즈키 "아니, 이 카드는 평범해요. 하지만 제가 '문양'의 색에 대해 질문했을 때, 시라이시 양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스페이드. 클로버. 하트. 다이아몬드. 이 넷 중의 하나라면 금세 답할 수 있었을텐데, 조커에는 문양이 없기 때문에 망설인 거죠. 그런데 일러스트도 문양으로 친다면, 이 조커는 검은색의 문양이기에 검은 색으로 답하신 게 아닐까... 해서."
츠무기 "...맞아요. 제대로 보셨네요."
미즈키 "시라이시 양은, 아까의 P 군을 제대로 보고 있었나요?"
츠무기 "........"
미즈키 "...시라이시 양. 와일드 카드를 뽑으신 기념으로, 선물을 드리도록 할게요."
츠무기 "뭐죠..?"
미즈키 "우선 카드를 눈높이에 두고, 눈을 감으세요."
츠무기 "이상한 짓 하려는건 아니죠?!"
미즈키 "선물이랍니다. 어쨌거나, 카드 전체에서 두장밖에 없는 와일드카드니까요."
츠무기 "........."
저는, 그렇게 시라이시 양을 두고 발소리를 죽여 멀어졌습니다.
아, 드디어 저기에 오는군요. '선물'이.
P "......시라이시 양!"
츠무기 "다, 당신은 P....... 아니, P 군도 조커인가요?"
P "아, 아까 바닥에 떨어져있길래 돌려주려고... 마카베 양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시라이시 양이었네. 어쨌든 여기."
츠무기 "...고맙다고는 해두죠." 츤츤
P "근데 왜 복도 한복판에서 혼자 트럼프카드를 들고 있었던거야...? 눈까지 감고..."
츠무기 "그... 그건...! 당신은 눈치도 없네요! 설명하기엔 복잡하다구요!"
P "뭐,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 ㅎㅎㅎ
츠무기 ".......!"
.....시라이시 양도 이제는 본 거겠죠.
P 군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 거리지만, 지금 P 군은 아마도...
미즈키 "그래서, 어떤 표정이었던가요?"
츠무기 "웃고 있더라구요. ....바보같이."
P "어, 안녕. 시라이시 양. 마카베 양."
츠무기 ".....안녕하세요!"
미즈키 "안녕하세요, P 군."
반장 미즈키, 이번 일도 최선을 다해 봉사한 것 같습니다.
.....예이.
-밀리 외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