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게~?」
P 「뭐야, 미라이?」
미라이 「데헤헤, 바로 알아차렸네.」
P 「애초에 나한테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겠어.」
미라이 「그런가?」
시호 「여긴 무슨 일이야?」
미라이 「그냥, 심심해서 P의 집에 가봤는데 없어서. 여기로 갔나 싶어서 왔는데, 정말로 있었네.」
P 「뭐야, 나 때문에 온 거야?」
미라이 「응!」
눈을 번쩍이며 말하는 미라이.
그러고 보니, 이렇게 미라이랑 같이 얘기해본 게 얼마만인지.
최근에 나를 보면 자꾸 피하는 듯했는데, 기분탓이었나보다.
...조금 장난을 쳐볼까. 미라이도 나한테 장난을 쳤으니까?
P 「학교에서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을 탠데, 굳이 찾아온 이유가 뭐야.」
미라이 「에? 어, 어...」
P 「누가 보면 네가 나 좋아서 찾아온 줄 알겠어.」
시호 「......」
시호가 날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고. 방금 발언 되게 저질스러운거.
미라이 「......」
P 「......」
P 「...미안미안, 좀 저질스러웠-」
미라이 「그래! P가 좋아!」
P 「...?!」
발언을 철회하려던 순간, 미라이가 뜬금없이 큰 소리로 말했다.
시호 「어머...」
미라이 「...랄까, 농담이지만.」
P 「」 머-엉
미라이 「...P?」
P 「」 ←뇌정지
미라이 「...어어, P? 저기, 괜찮아? 정신차려!」 툭툭
시호 (역관광...)
미라이 「으아아, 나 괜한 말을 한 건가? 시호, 어떻게 해야-」
시호 「난 모르겠다.」
시호 「꽁냥거리는 건 굳이 다른 사람 앞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소곤
미라이 「에? 커피 사러 간다고?」
시호 「응. 가자.」
미라이 「아, 잠깐, P는?」
시호 「알 게 뭐야. 알아서 오겠지.」
.
.
.
정신을 차려보니 시호는 미라이와 함께 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난 곧 뒤를 따라 달려갔다. 좀 기다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런데, 나 왜 멍 때렸지?
미라이의 그 말 때문에?
-편의점
시호 「그냥 500ml 5개로 가져가면 되겠지?」
P 「응. 아마도.」
물을 챙기고 계산대로 가는 나와 시호.
미라이도 오랜지 주스 하나를 들고 같이 향했다.
「전부 합쳐서 660엔입니다.」
시호 「네. ...어라..?」
P 「?」
당황하며 주머니를 더듬기 시작하더니 가방까지 뒤지는 시호.
P 「뭐야, 왜 그래?」
시호 「지갑... 없어졌어.」
P 「뭐?」
시호 「깜빡하고 두고 온 건가...」
P 「그럼 내가 계산할... 어?」
지갑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분명히 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어디에도 없었다.
P 「......」
시호 「...없어?」
P 「응.」
이상하다.
주머니 밖으로 꺼낸 적이 없으니 스튜디오에 두고 오진 않았을 탠데...
미라이 「여기, 계산요.」
「네. 감사합니다.」
지갑이 없어서 난처해있던 우리들 대신 미라이 대신 계산해줘서 덕분에 살 수는 있었다.
P 「미안, 돈은 내일 꼭 갚을게.」
미라이 「아냐, 천천히 갚아도 돼.」
.
.
.
다이고 「여어, 왔나.」
미라이 「나도 왔어!」
시즈카 「미라이?」
P 「편의점 가다가 우연히 만나서, 따라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따라오라고 했어.」
다이고 「그래? 마침 잘 됐구마. 오디션 시작 전에 예비 심사위원들이 필요했던 참이었는디.」
구석에 있던 의자 하나를 꺼내서 손님을 앉히는 다이고.
그와중에 시호는 짐을 모아둔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시호 「...없어?」
료 「시호, 뭘 찾는 거야?」
시호 「그... 지갑이...」
료 「지갑이라면... 아, 이거 말하는 거야?」
료가 주머니에서 꺼낸 검은 고양이 지갑.
시호는 그 지갑을 보더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시호 「..!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료 「바닥에 떨어져 있었거든. 혹시 몰라서 일단 가지고 있었어.」
시호 「이리 줘!」
료 「에? 아, 응.」
...저 표정을 보니까 그냥 세 명이 다 본 모양이네.
그런데 안데 뭐가 있길래 시호가 그렇게까지 볼을 붉히는 거야?
미라이 「아, 그럼 시호 것도 여기 있으니까 P 것도?」
P 「아, 맞다. 혹시 내 것도 봤어?」
다이고 「음? 뭘 말하는 기고?」
P 「있잖아. 그 회색 지갑. 내가 학생증 넣고 다니는.」
시즈카 「P의 지갑?」
료 「글쎄...」
다이고 「다들 못본거 같은디?」
P 「......」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길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다.
중요한 물건이라고 할 건 딱히 들어있진 않아서 괜찮지만...
.
.
.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라이는 먼저 스튜디오를 나왔기 때문에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이, P!」
P 「?」
길을 걷다가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카즈키 형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들은 나란히 서서 집으로 향했다.
카즈키 「연습, 끝난 거야?」
P 「응.」
카즈키 「아, 맞다. 이거 전해줄거.」
P 「뭔데?」
카즈키 「다음부턴 잃어버리지 마.」
P 「뭐?」
형이 경고하면서 꺼낸 물건.
다름아닌 내 지갑이었다.
P 「...이걸 왜 형이?」
카즈키 「유리코가 나한테 주더라. 너한테 돌려달라고.」
P 「유리코가? 형, 유리코 만나고 온 거야?」
카즈키 「그럴 목적은 아니었지만...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거든.」
P 「헤에.」
카즈키 「......」
----------
-낮 카페
카즈키 「......」
유리코 「저, 저기...!」
카즈키 「...? 어라, 유리코?」
유리코 「아, 기억하고 계셨군요!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
카즈키 「응. 그러네. 카페엔 무슨 일이야?」
유리코 「그게, 아무리 써 봐도 집에선 머리가 안 돌아가서...」
유리코 「장소를 옮겨볼까 싶어서 여기에 와봤는데, 꽤 잘 써지더라고요.」
카즈키 「음, 가끔은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
카즈키 「그런데, 지난번에 나한테 보여준 그 작품, 어떻게 됐어?」
유리코 「아, 그게 마침 다 쓴 참인데...」
카즈키 「정말? 그럼, 혹시 보여줄 수 있어?」
유리코 「그, 그래도 되나요?」
카즈키 「물론. 내가 지난번에. 완성되면 알려달라고 했었잖아.」
유리코 「그, 그럼 금방 가지고 올 게요!」
하우스 내의 연습실에서 악기를 준비하는 우리들(아쉽게도 료의 에어드럼은 볼 수 없었다).
기타를 엠프에 연결하고 소리를 조절.
줄을 튕기니 베이스의 낮은 저음이 아주 작게 들렸다.
다이고 「좋아, 준비 다 됐제?」
전원 「OK.」
다이고 「그럼, 처음부터 해보는 기다. 료, 신호.」
료의 드럼스틱 신호에 맞춰서 연주를 시작했다.
『~♪』
대기실 한 쪽에 있는 공개된 연습실이라서 밖에 있어도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집중 되었다.
몇몇은 박자에 맞춰 몸울 까딱까딱 흔들고 있었고, 몇몇은 팔짱을 끼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사람들은 우리들의 연주를 나쁘게 듣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
.
.
「53번째 팀, 준비해주세요.」
시호 「네.」
시즈카 「드디어 우리 차례네.」
다이고 「억~수로 기다리고 있었다고!」
P 「......」
드디어 우리들의 순서.
각자 악기를 챙기고 심사를 치루는 무대 쪽으로 향했다.
오디션 시작 전, 무대 뒤편에서 최종 점검을 끝내고 앞 순서 팀의 무대를 지켜보는 우리들.
갑자기 심사위원의 말과 함께 연주가 중단되더니, 이내 악기를 챙기고 빠져나왔다.
다이고 「불합격이가.」
시즈카 「꽤 잘 한 거 같았는데...」
「다음 순서 입장해주세요.」
시호 「...자, 가자.」
P 「응.」
무대로 나온 우리들.
관객석에는 맨 앞에 있는 심사위원 단 한 명만 앉아있었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준비됐으면 시작하세요.」
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 바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우리들은 조금 머쓱해진 상태로 악기를 꺼내 준비했다.
기타를 엠프를 연결하고 이펙터까지 준비를 끝마치고 우리는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연주를 하면서 느껴지는 손끝의 감각.
조금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저 심사위원, 아까부터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다.
연주를 듣고 있긴 한 건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는 건가?
『~♪』
시호 「......」
다이고 「......」
「......」
연주가 끝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심사위원.
정말로 듣고 있었던 건 맞겠지?
시즈카 「...저기-」
「벌써 끝났나요?」
시호 「네.」
「......물러!」
「이 오디션은 잔실수 따위는 봐주지 않습니다.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특히 거기 베이스랑 보컬!」
P 「」 움찔
시호 「......」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호통하는 심사위원.
제대로 듣고 있었군. 티 안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합격. 다음.」
P 「......」
.
.
.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난 후,
우리들은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시즈카 「......」
다이고 「하아... 불합격이가...」
P 「......」
다이고 「P, 괜찮나? 왜 그렇게 쭈구리고 있는 기고.」
P 「미안...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료 「뭘. 어차피 끝난 거, 이제 잊어버리자고.」
다이고 「그래그래. 괜찮다.」 토닥토닥
두 사람의 위로로 심사위원에게 지적 받아 영 언짢았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하지만...
미라이 「그래... 아깝게 됐네.」
유리코 「그래서, 시호는?」
P 「기운을 차리긴 차렸어. 다만...」
안나 「...다만?」
P 「너무 힘을 꽉 줬다고 해야 하나, 오디션 연습 때보다 더 기합을 넣어서 말이지.」
미라이 「아하하...」
그래서 최근에는 밴드부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든다.
P 「어쨌든 지금 이 얘기는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고.」
P 「마침 배달 음식도 다 왔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할까.」
유리코 「응!」
미라이 「그렇지.」
안나 「...///」
오늘의 주인공이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돌렸다.
안나의 축하 파티를 위해 미라이의 집에 단체로 모여 있는 우리 도서부원들.
오디션 날, 밴드부에서는 불합격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지만,
안나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P ˙ 미라이 ˙ 유리코 「안나의 예선 통과 축하를 위하여!」
안나 「고... 고마워...」
여태까지 바라던 대회 본선에 오를 수 있게 된 안나.
팀전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개인전에서는 오후 E조 2등이라는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P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안나 「한 명은, 본선, 같이…진출, 했고, 나머지는…예선 탈락.」
유리코 「그동안 노력해 온 결실을 봤구나!」
안나 「아니, 아직, 멀었어.」
안나 「안나가, 바라는 건…대회, 우승. 이건, 아직…시작일, 뿐이야.」
미라이 「그럼 여기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안나 「물론…이지.」
미라이 「헤에, 더 힘들어 지겠네.」
안나 「상관…없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안나.
억지로 지어낸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P 「그런데,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프로필 촬영이라던가, 본선 조 추첨이라던가.」
안나 「응. 그게. 내일이었나. 그 때, 프로필 촬영이랑…조 추첨, 할 거야.」
유리코 「장소는?」
안나 「하라주쿠…스타디움, 에서.」
미라이 「아, 그러면 내일 같이 하라주쿠로 갈래? 마침 그 때 볼일이 있었거든.」
안나 「뭐, 안나는…좋지.」
미라이 「그러면 P도 같이...」
P 「나는 왜?」
미라이 「그냥 같이 놀-」
갑자기 말을 멈추는 미라이.
그리고선 살짝 흘깃하더니 이내 말을 멈췄다.
미라이 「아, 아니다. 그냥 나 혼자 갈래.」
P 「뭐야, 싱겁긴.」
미라이 「데헤헤...」 흠칫
유리코 「?」
.
.
.
-다음 날 일요일
P 「......」
주말이면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나.
다른 점이 있다면 기타 연주 영상을 보면서 누워있다는 점인가.
예전에는 기타 관련 영상을 막 찾아보지는 않았었는데, 밴드부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이런 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P 「......」
P 「하아암......」
밀려오는 지루함에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게임은 서버 점검 중이고... 만화책은 다 읽었고...
..재밌다.
만화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험이라는 주제인데도 난생 처음 보는 새로움과 놀라움이 있었다.
16장, 총 32페이지를 읽은 후 머리를 긁으며 살짝 안타까워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에.
카즈키 「다 읽었어?」
P 「응, 이거 되게 재밌네.」
카즈키 「구체적인 평가는?」
P 「음, 그림체는 다른 만화에서도 보이는 익숙한 그림체지만, 내용은 되게 신선했어.」
P 「용사의 탐험이라는 흔한 주제를 완전 색다르게 표현해서 되게 좋았어.」
카즈키 「흠...」
P 「이거 언제 책으로 나와? 작가는 누구고? 그 사람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은데.」
카즈키 「...유리코.」
P 「뭐?」
카즈키 「작가 이름 궁금하다며. 나나오 유리코. 작가 이름이야.」
P 「......」
P 「에에?!」
.
.
.
예전에, 형이 흥미를 가진 한 소설이 있었다.
그래서 형은 아는 만화가에게 소설을 건네주고 소설의 일부분을 만화로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아까 나갔던 이유는 그 만화가에게 원고를 받기 위해서였고.
그리고 그 소설을 쓴 주인은
P 「다름 아닌 유리코였다?」
카즈키 「응.」
P 「그리고 소설을 만화화해서 내게 보여준 이유는 그 내용을 평가받기 위해서고?」
카즈키 「응.」
P 「근데 왜 굳이 만화로 바꾸기까지 한 거야? 그냥 소설 원본을 나한테 보여주면 됐었잖아?」
카즈키 「네가 글로만 이뤄진 소설을 읽을 것 같진 않았거든.」
P 「......」
반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라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카즈키 「어쨌든, 그래도 내용은 좋았다는 거지?」
P 「응. 일부만 보긴 했지만.」
카즈키 「음......」
미라이 「......」
P 「......」
미라이 「...더워.」
P 「에에컨 틀었잖아. 조용히 하고 어서 빨리 풀어.」
미라이 「므므므...」
지난 중간고사 때처럼 머리를 문지르며 기계음을 내는 미라이.
난 앞에 앉아서 미라이가 문제 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유리코 「음, 역시 도서관은 한적하구나.」
안나 「그러…게.」
P 「쉿,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에선 조용히 해주세요.」
유리코 「그래도 여긴 우리들 밖에 없잖아.」
P 「그렇지.」
안나 「미라이, 공부…중?」
미라이 「므므므...」
P 「곧 있으면 기말고사잖아. 미라이가 지난번처럼 공부 도와달라고 해서 말이지.」
유리코 「그러고 보니 진짜네. 이제 4주 정도 남았나?」
안나 「에? 벌써? 안나, 완전히…까먹고…있었어.」
신발장 근처 게시판에 있었을 탠데. 시험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중형 디지털시계가.
P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도 같이 공부할래?」
유리코 「음... 그럴까?」
안나 「에? 안나, 공부하기…싫어.」
유리코 「자,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잠깐 기다리고 있어. 책이랑 필통 가져올게. 안나, 어서 가자.」
안나 「네에...」 추욱
안나와 유리코까지 합쳐서 모인 도서부 스터디 클럽.
지난번처럼 조금 소란스런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꽤나 조용했다.
특히 미라이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할까, 전에는 집중 자체를 못했었는데.
미라이 「......」
P 「......」 뿌듯
미라이 「......」 스르륵
P 「...?」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꾸벅거리는 미라이.
P 「미라이?」
미라이 「......」
P 「...저기요?」
미라이 「......」
미라이 「Zzz,,,」
유리코 「자고 있었어.」
안나 「언제부터?」
P 「미라이, 일어나.」 툭툭
미라이 「......」
유리코 「...일어날 생각이 없는거 같은데.」
P 「어~이, 미라이~」 흔들흔들
미라이 「Zzz... 데헤헤, 생크림 케이크...」 쿠-울
P 「......」
『와아-!』
미라이 「으아아악!」 지이잉----
P 「대체 언제부터 졸고 있었던 거야.」
미라이 「으으... 고막이...」
P 「다음에는 이거보다 더 큰 소리로 깨울거니까 그렇게 알아.」
미라이 「P, 도서관에선 조용히 해야-」
P 「」 찌릿
미라이 「...죄송합니다.」
역시 미라이는 미라이였다.
『~♩』
시즈카 「뭐야, 밖에까지 큰 목소리가 들렸었는데.」
P 「잠 깨운다고 크게 소리 질렀을 뿐이야.」
미라이 「그래도 좀 더 상냥하게 깨워줄 수 있었을 탠데.」
P 「몸을 흔들어대도 안 깨는데, 뭐 어떻게 깨우라고.」
미라이 「그, 그랬어?」
P 「그랬어.」
유리코 「하하... 근데 시즈카는 무슨 일? 문제집까지 들고 오고. 혹시?」
시즈카 「이제 시험 기간이잖아. 지금부터 공부해야지.」
안나 「역시, 우등생.」
시즈카 「우등생이라니... 그런 거 아냐.」
전교 10등이 그렇게 말해도 전혀 와 닿지 않는데.
.
.
.
시즈카 「......」
P 「그러니까 여기에 대입하고...」
유리코 「음...」 슥슥
유리코 「...그럼 여기는?」
P 「거기는 아까 위에서 풀었던 것처럼… ….」
유리코 「아, 그렇구나.」
유리코 「고마워. 덕분에 풀었어.」
P 「뭘 이걸로.」
시즈카 「...되게 다정해보이네. 유리코랑 P.」
P 「그야 친구니까.」
시즈카 「그래도 뭐랄까, 가끔씩 두 사람을 보면 친구 이상의 관계 같이 보인단 말이야.」
시즈카 「뭐랄까... 마치 연인 같이?」
미라이 「응응.」
유리코 「...에?」 화끈
P 「네. 아닙니다.」
미라이 & 시즈카 「정말로?」
P 「그래. 절대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거든.」
안나 「어라, 그래?」
안나 「안나, 지난번에, 봤었는데. 길에서…두 사람,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모습.」
P 「......」
유리코 「......」
미라이 「......」
시즈카 「......」
...뭐?
유리코 「...자, 잠깐,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시즈카 「안나, 그 말에 대해서 자세히 증언해주지 않을래?」
안나 「응. 그러니까...」
.
.
.
-며칠 전
안나 「......」
안나 (스크림까진 시간이 좀 남았네.)
안나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라도 한 잔 사갈까.)
안나 「...어라, 저 두 사람...」
P 「… ….」
유리코 「… ….」
안나 「P랑, 유리코 씨?」
안나 (그러고보니, 오늘 카즈키 작가의 팬 사인회에 간다고 했었지.)
안나 (그나저나, 미라이는 어디 있는 거지? 같이 간 줄 알았는데.)
안나 「...?」
안나 (어라, 잠깐만... 지금 저 두 사람...)
.
.
.
시즈카 「그래서 그 때 목격했다.」
안나 「응. 조금, 멀긴…했지만.」
미라이 「......」
시즈카 「...이렇게 증명 됐네.」
유리코 「그럴 리가...」
시즈카 「자, 이래도 발뺌할거야? 두 사람 다.」
P 「그러니까-」
유리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P 「...뭘 그렇게 당황해 하는 거야.」
유리코 「그치만 정말로 아닌걸...」
안나 「유리코 씨, 그러니까, 더…수상해…보여.」
시즈카 「그렇지.」
시즈카 & 미라이 & 안나 「.....」 지그시
세 사람 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P 「일단 미라이가 그 때 없던 이유는 미라이가 잘 알고 있을 거고.」
미라이 「응. 그 땐 중간에 빠져서...」
P 「그리고 안나, 정말로 제대로 본 거 맞아?」
안나 「음... 아마도?」
P 「혹시 착각한 거 아닐까. 내가 그 때 봉투를 들고 있어서.」
안나 「아, 확실히, 그 때…P가, 봉투를, 들고…있긴, 했었어.」
P 「그리고 손을 잡았다고 해서 그게 연인이라는 증거가 될 순 없잖아. 나랑 미라이도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 손은 잡고 다니는 데.」
미라이 「그건...」
시즈카 「흠...」
P 「자, 이제 됐지?」
나와 유리코의 연애설을 해명하고 난 다시 문제에 집중했다.
안나는 아쉬운 듯이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디가 아쉬운 건데.
일어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안나.
다행스럽게 바퀴가 의자에 달려있었기 때문에 안나를 의자에 앉힌 채로 책상까지 옮겼다.
안나 「의자가, 하필이면...」
P 「자, 어서 시작할까.」
안나 「네에...」
한숨을 쉬며 책을 펼치고 문제를 바라보는 안나.
나도 안나의 앞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중간고사에 비해 조금은 적어진 시험 범위.
하지만 그 만큼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을 선생님들은 경고했다.
P (그래도 풀 수 있을 정도로 나올 것 같긴 하지만.)
문제에 집중해서 수식을 써나갔다.
난이도도 있는데 문제 유형 자체가 오랜 시간을 들여야지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 3문제를 푸는데 25분이나 걸려버렸다.
P 「하아... 어려워...」
안나 「으음...」
P 「안나는 어... 음?」
연필을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나.
자세히 보니, 손이 멈춰있었다.
P 「설마...」
안나 「......」
P 「어~이, 안나?」 휙휙
안나 「......」
죽어있다.
안나 「Zzz... Zzz...」
가 아니라 자고 있다.
꾸벅거리면서 졸고있는 안나.
그나저나 언제부터 잠들어 있었던 거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P 「안나, 일어나.」
안나 「......」
안나 「...5분만...」 털썩
P 「아, 잠깐-」
책에 얼굴을 파묻어버린 안나.
다시 안나를 깨워보려고 흔들어보거나 머리를 건드려보거나 크게 소리도 질러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P 「흠...」
『달칵』
유리코 「미안, 좀 늦었지?」
P 「이제 왔네. 왜 이렇게 늦었어?」
유리코 「헤헤, 늦잠을 자버려서...」
유리코 「안나는 자고 있어?」
P 「아까 전부터 계속 졸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예 잠들어버렸어.」
유리코 「안나, 일어나. 어서 공부해야지.」
안나 「으으음... 잠깐, 10분만…더...」
5분이라는 시간이 10분으로 늘어났다.
유리코 「...계속 그렇게 안 일어날거야?」
안나 「그게…아니라... 조금만, 쉴게...」
유리코 「음... 그래, 좋아. 그렇다면 이제부터 컴퓨터 인터넷 연결 끊어버리겠어.」
안나 「에에?!」 벌떡
P 「아, 일어났다.」
유리코 「어차피 도서대출시스템은 인터넷 없어도 할 수 있으니까, 상관은 없잖아.」
안나 「그렇…지만...」
유리코 「그렇게 하기 싫으면 어서 정신 차려. 자, 어서.」
안나 「으으...」
유리코의 말에 안나는 다시 일어나 책을 바라봤다.
역시 유리코, 안나를 대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다.
안나 「너무해... 조금만…쉬게, 해주지...」
유리코 「그러게 누가 밤새서 게임하랬어?」
안나 「으윽...」
정곡을 찔렸구나.
안나 「그냥, 대회…연습, 이었다고...」
유리코 「지난번에는 며칠 동안 스크림 없을 거라면서.」
안나 「그, 그건... 그래도-」
유리코 「자, 이제 집중하자.」
안나 「네에...」
.
.
.
안나 「아아...」
유리코 「알겠지? 자, 그럼 확인해볼까. 용액의 정의는?」
안나 「......」
유리코 「...내 말 안 듣고 있었지?」
안나 「미안...」
유리코 「됐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줄게.」
안나 「고마…워.」
유리코의 옆에 앉아서 밀착 과외를 받고 있는 안나.
처음에는 싫어하는 티를 냈었지만 이내 꾹 참고 유리코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뭐, 수업의 진전이 있다곤 할 수 없지만...
안나 「음...」
유리코 「......」
안나 「으음....」
유리코 「......」
안나 「으으음.......」
유리코 「...알겠-」
안나 「전혀…모르겠어...」 털썩
안나 「안나, 오늘 머리, 너무 많이…썼어... 오늘은…여기까지...」
P 「그렇게 할까. 이제 한 5시간 정도 쉬지 않고 했으니.」
오후 4시.
우리들은 책을 덮고 도서관 밖을 나왔다.
밖에 나오자마자 7월의 더위가 우리를 덮쳤다.
P 「덥네.」
유리코 「이제 7월인데, 8월 달에는 얼마나 더 더워질 셈인지 원...」
안나 「유리코 씨, 넷카페…가려고…하는데, 같이…갈래?」
유리코 「미안,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좀...」
안나 「음... 그럼, P는?」
P 「시험기간이라서, 지금 게임하는 건 좀 그렇지.」
안나 「그래도, 시험까진…4주나, 남았…잖아. 게다가, 오늘 5시간, 공부도…했고,」
원래 안 하기로 맹세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5시간 정도 공부했고 1~2시간 정도 게임하는 건 상관... 없겠지?
P 「...좋아, 그럼 같이 갈까.」
안나 「! 응.」
유리코 「너무 오랫동안 하면 안 된다?」
안나 「알고…있어. 자, 그럼, 우리 집으로…가자.」
P 「음? 그냥 넷카페에서...」
.
.
.
-안나의 집
P 「와... 엄청나네.」
안나 「그런가?」
안나의 책상 위에 있는 23인치 모니터와 기계식 키보드, 게이밍 마우스, 딱 봐도 성능 좋아 보이는 컴퓨터 본체까지.
게이머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꿈의 세팅이 눈앞에 있었다.
P 「이런 건 어떻게 다 산거야? 돈 꽤 들었겠는데.」
안나 「응. 두 개, 합쳐서, 한…20만, 됐을 걸.」
P 「2, 20...? 그런 큰돈은 어디서?」
안나 「아마추어 리그에서…탄, 상금으로. 차곡차곡…모았어.」
P 「상금으로 샀다라...」
그래도 아마추어 리그의 상금으로 70만을 모은다면...
대체 몇 번을 우승해야지 그 정도의 금액이 모이는 걸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안나 「컴퓨터, 쓸래? 안나는, 노트북…있으니까.」
P 「에? 그래도 돼?」
안나 「물론.」
P 「그, 그럼...」
난 설레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키보드와 마우스에 LED 불빛이 들어오고 화면이 밝아졌다.
23인치라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되게 깔끔하게 잘 보였다.
P 「안나는 이 컴퓨터로 매일 연습해?」
안나 「응. 그렇지.」
P 「부럽다... 매일 이런 컴퓨터로 게임할 수 있다면 되게 재밌겠어.」
안나 「그런가...」 갸우뚱
P 「?」
안나 「그나저나, 무슨 게임…할래? 역시, 카트…인가?」
P 「그럴까.」
게임 실행을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며칠 동안 게임을 안해서 오랜만에 보는 공지 게시판.
게시판 목록 중에서는 이번 대회를 광고하는 공지도 걸려있었다.
P 「헤에, 이제 1달 남았네.」
안나 「시험, 끝나고…일주일, 뒤.」
P 「시험 끝나도 안나는 바쁘겠구나.」
안나 「하아...」 추욱
안나의 한숨에서 시험이 끝난 후 안나의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힘내, 안나.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게임 실행 전, 이번 대회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확인해보기로 했다.
진행 방식은 예선전과 똑같았고 일정도 매주 금, 토, 일마다 진행하는 것도 변함없었다.
P 「어라, 선수소개 있네.」
안나 「」 움찔
P 「한 번 볼-」
안나 「보지 마!」 버럭
안나의 외침에 순간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확인해봤다.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개인전 A조.
그리고 선수 여덟 명 중, 안나가 레드 라이더로 포즈를 잡고 있었다.
P 「헤에, 되게 멋있게 나왔는데.」
안나 「으으...」 ///
P 「미라이랑 유리코한테도 보여줄까, 이 사진,」
안나 「보여주는 즉시, 처형인 줄…알아.」
P 「아아, 알겠어.」
안나 「하여간... 일단, 빨리…들어오기나, 해.」
난 로그인 후, 게임을 실행시켰다.
컴퓨터의 성능 탓인가, 게임을 켰을 때의 대기화면이 우리 집에서 켰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P 「안나는 들어왔어?」
안나 「잠깐... 응. 됐어.」
P 「좋아, 그나저나 닉네임은?」
안나 「+~3.」
안나의 현재 사용 계정
1~50 : 부계정 사용 중
51~100 : 본계정 사용 중
먼저 2표.
4년 전, 난 게임 도중 공방에서 어느 유저랑 마주치게 되었다.
당시 메타에는 잘 맞지 않는 바이크를 타던 유저.
공방에서 바이크는 부스터 게이지를 채우기 쉬워서 주로 초보자들이 많이 애용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그저 단순한 뉴비인 줄 알았다.
어느 정도 게임을 한 사람들이라면 2륜보단 4륜을 더 선호하니까.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평소처럼 무난하게 1등을 하는가 싶었는데...
『끼이익-』 『위잉-』
『FINISH!』
초반 사고에 휘말렸던 바이크는 어느새 순위를 회복해서 2등까지 올라오더니,
이내 마지막 코너에서 조금 열린 틈새를 파고들어서 그대로 1등을 해버렸다.
난 그 판을 아쉬워하며 다시 레디를 눌렀는데,
갑자기 내게 친구 신청을 하더니 이런 말을 같이 보내왔다.
【잘하시던데 1대1 가능하신가요?】
게임 내에선 유난히 자존심이 셌던 난 대결을 받아들였고,
결과는 당연히 전패로 처참했다.
그때가 바로 내가 vivid_rabbit님을 처음 알았을 때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은...
안나 「P_pro님이, P였을…줄이야.」
P 「그러게. 세상 참 좁네.」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리고 침대 위에 앉아있다.
전학을 오고 도서관에서 어떤 한 여자애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몇 년 동안 같이 게임하던 사람이었다.
대체 몇 퍼센트의 확률로 발생하는 일일까.
안나 「그럼, 여태까지…아이템전, 피드백하던…사람도…혹시?」
P 「어어, 나였겠네.」
안나 「그렇구나... 미안…해.」
P 「? 갑자기 왜 사과를?」
안나 「그... 팀전, 본선 진출…못했잖아.」
안나 「반드시, 통과한다고, 장담…했었는데.」
P 「아아, 그걸로 사과 할 필욘 없어. 다음에 통과하면 되는 거지.」
안나 「...고마워.」
안나는 볼을 긁으면서 쑥쓰러워했다.
시선을 다시 노트북 모니터로 돌리더니 초대를 받은 후 레디 버튼을 눌렀다.
안나 「게임…할까.」
P 「에? 1대1로?」
안나 「지난, 캠핑 때, 리벤지…안 할 거야?」
P 「딱히 할 생각은 없-」
안나 「자, 시작…한다.」
P 「아아, 잠깐 스탑!」
안나가 레디 후 10초 카운트가 지나서 게임이 자동시작 되었다.
맵은 내가 많이 해본 적 없는 황금문명 맵.
결과는 당연히 리타이어였다.
.
.
.
『FINISH!』
P 「아아!」
안나 「나이스...!」
이번에도 또 졌다.
감속되는 구간이 많은 맵으로 골랐는데...
대체 바이크로 감속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
P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길 수가 있는 거지...」
안나 「그래도, 지난번보다…실력, 많이…좋아…졌어.」
안나 「음... 역시, P를…팀에…넣었어야, 했나.」
P 「에?」
안나 「혹시, 관심…없어? 대회…출전에는.」
P 「아냐아냐, 내가 무슨 대회를 나간다고...」
나같은 일반인이 대회에 나간다?
바로 예선탈락일 게 훤하잖아.
P 「...아, 이제 가야겠네.」
안나 「? ...어라, 벌써…6시.」
P 「난 이만 가볼게.」 벌떡
난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나도 나를 배웅해주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와 안나는 같이 현관으로 나왔다.
안나 「그럼, 다음주에…보자.」
P 「응. 아, 유리코가 도서관에서 내준 숙제, 잊진 않았지?」
안나 「알고…있어.」
P 「그래. 밤늦게까지 게임하지 마. 난 간다.」 터벅터벅
안나 「바이바이.」
나는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본체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헤드셋을 쓰고 가볍게 손을 푼 뒤, 게임을 시작했다.
대회까진 이제 앞으로 한 달 남았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프로무대가.
P 「시간 남는데.」
미라이 「! 그럼, 부탁할 수 있을까?」
P 「물론. 그 대신에...」
미라이 「...?」
P 「쉬엄쉬엄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씨익
미라이 「......」 섬뜩
.
.
.
-미라이의 집
P 「실례합니다.」
미라이 「어서오세요. 자, 들어가자.」
나랑 같이 집에 들어오면서 환영 인사를 하는 미라이.
집 안은 불을 모두 꺼놓은 듯 어두컴컴했다.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P 「마카베 씨는?」
미라이 「아직 학교에 있을걸.」
난 미라이를 따라 2층에 있는 미라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급하게 치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P 「이번엔 웬일로 깔끔하네.」
미라이 「원래 깔끔했거든요.」
P 「화장실에서 우당탕탕 튀어나와선 급하게 정리하러 올라갔을 때-」 텁
미라이 「그건 말하지 마!」
볼을 붉히면서 손으로 내 입을 막는 미라이.
난 미라이의 손을 때고 가방을 벗고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미라이도 내 옆에 앉고 가방을 자기 옆에 내려놨다.
P 「자, 그럼 시작해볼까.」
미라이 「네에~!」
P 「그리고 얘기했던 것처럼 쉬엄쉬엄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알겠지?」
미라이 「알겠습니다!」 도야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손경례를 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P 「좋아, 그럼 처음은… ….」
.
.
.
-3시간 뒤
미라이 「저기... P...」
P 「안 돼.」
미라이 「므므므... 제발...」
P 「바꿔줄 생각 없어. 빨리 풀어.」
미라이 「므아아......」
기계음 소리와 절규하는 소리를 동시에 내는 미라이.
학교에서 풀었던 문제보다 좀 어려운 문제를 내줘봤더니,
지금 30분 째 이러고 있다.
어찌저찌 머리를 부여잡고 문제를 풀고 있긴 하지만,
이내 얼마 안 가 펜을 내려놓고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미라이 「포기...」
P 「안 돼. 어서 일어나.」
미라이 「P, 지금 날 죽일 샘이야?」
P 「무슨 소리야... 자, 어서어서.」
풀다 쓰러지고 풀다 쓰러지고를 반복하던 미라이.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문제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미라이 「하아... 드디어 끝났다...」
P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리고...」 뒤적뒤적
미라이 「...?」
P 「자, 여기 숙제.」
미라이 「...이건 언제 만든 거야?」
P 「내일 확인할 태니까. 꼭 풀어 와.」
미라이 「뭐? 잠깐, 내일까지?」
P 「그럼 난 간다.」
너무 빡세게 시켜서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어쩌겠어, 난 분명히 미라이에게 쉬엄쉬엄할 생각 없다고 경고했으니.
그렇게 공부를 끝내고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달칵』 『쿵!』
P 「으악!」
미즈키 「카스가 씨, 저녁 준비... 어라, P군.」
P 「방문 열 때는 노크를 하고 열어주세요...」
미즈키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시간까지? 곧 있으면 7시입니다만.」
P 「네?」
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6시 54분, 마카베 씨의 말대로였다.
P 「아, 정말이네...」
형으로 부재중 전화가 6통이나 도착해있었다.
무음 설정 하지 말걸...
부재중 전화 후 나에게 남긴 문자의 내용.
“6시 반까지 안 오면 저녁 없다.”
P 「...하아.」
미라이 「왜 그래? 아, 혹시 오늘 저녁...」
P 「굶게 생겼어...」
미라이 「아이고...」
미즈키 「큰일이네요.」
미즈키 「...아, 그렇다면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하고 가시는 건 어떤가요?」
P 「네? 그래도 되나요?」
미즈키 「카스가 씨의 공부를 도와준 답례라고 생각하세요. 게다가 오늘 메뉴는 가라아게 덮밥이랍니다.」
P 「권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그냥 돌아갈게요.」
미라이 「에에? 그냥 같이 먹으면 안 돼?.」
P 「괜찮아. 돈 있으니까 밖에서 먹고 들어가면 돼.」
난 가방을 챙기고 현관까지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난 곧바로 지갑 안을 확인했다.
미라이에겐 그렇게 얘기했었지만, 사실은 내 지갑 사정을 잘 몰랐었다.
P 「...휴, 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가게에서 라면 한 그릇 사먹을 돈은 가지고 있었다.
난 곧장 근처에 있는 라면 가게로 향했다.
.
.
.
P 「돈코츠로 하나 주세요.」
「알겠습니다!」
컵에 따른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한 숨을 쉬었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은 날 빼면 2~3명밖에 없었다.
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인터넷을 하면서 기다렸다.
『~♪』
「어서오십쇼!」
유리코 「......」 두리번두리번
P 「...유리코?」
유리코 「...어라, P.」
교복차림으로 가방을 매고 노트북을 들고 있는 유리코.
이런 시간에 유리코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유리코는 내 쪽으로 다가와서 서있었다.
P 「아직도 교복차림이네. 학교 끝나고 계속 밖에 있었던 거야?」
유리코 「응. 선생님이 공부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P 「선생님? 유리코 학원 다녔었나?」
유리코 「아니, 카즈키 선생님.」
P 「아아, 우리 형 말하는 거였나. ...잠깐, 여태까지 우리 집에 있었던거야?」
유리코 「어어... 응.」
유리코 「아까 선생님이 되게 걱정하시던데, 전화도 안 받고, 언제 돌아오는 거냐면서.」
P 「그게... 여태까지 미라이가 공부 도와달라고 해서, 걔 집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었거든.」 하하...
유리코 「미라이랑...」
.
.
.
-한편 P의 집
카즈키 「......」
----------
그 아이는 내 손을 잡고 걷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난 이 손을 놓아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때가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랑 손을 잡아보는 일이 생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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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키 「......」 긁적긁적
유리코 「저 왔어요!」
카즈키 「어어, 시간 맞춰서 왔네.」
유리코 「...P는 아직 안 왔나요?」
카즈키 「응. 좀 있다가 오지 않을까.」
유리코 「그런가요...」
.
.
.
유리코 「......」 슥슥
유리코 「......」 휙
카즈키 「...아까부터 자꾸 왜 그래. 문제 풀다가, 시계 보다가.」
유리코 「P는 대체 언제 오는걸까요.」
카즈키 「음... 확실히 늦긴 하네. 그런데 P는 왜?」
유리코 「네? 아아, 그, 그냥...」
유리코 「이번 주 토요일?」
미라이 「왜? 혹시 안 돼?」
유리코 「응, 그 때는 선약이 있어서...」
안나 「안나도…이번 주는…안 돼.」
P 「둘 다 못 가는 건가.」
미라이 「그럼 일요일은-」
P 「이거 사용기간 토요일까지잖아.」
미라이 「아아... 그랬었지...」
안나와 유리코가 거절하고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데려갈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다이고랑 료, 시호, 시즈카에게도 물어봤지만
각각
다이고 「아아, 그 날은 가족끼리 어디 가기로 했다.」
료 「다음 주 월요일이 시험이잖아.」
시즈카 「나도 공부해야 해서...」
시호 「따로 일이 있어.」
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티켓 사용 설명서에서는 무조건 인원을 4명을 채워서 사용해야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카즈키 「그래서 날 데려가겠다고?」
P 「꼭 인원을 맞춰야 해서...」
카즈키 「나머지, 한 명은?」
P 「미라이가 마케베 씨가 같이 가기로 했어.」
카즈키 「마카베 씨라면... 그, 미라이의 사촌?」
P 「기억하고 있었네.」
카즈키 「...뭐, 알겠어. 같이 가자.」
.
.
.
-그리고 며칠 뒤
P 「오랜만에 수영복 입어서 그런가, 좀 불편하네.」
카즈키 「두 사람은?」
P 「아직 안 나온 모양인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와 형.
미라이와 마카베 씨는 아직 탈의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나저나... 사람들 되게 많은데.
들어오기 전에 미라이가 여기 워터슬라이드가 명물이라면서 타고 싶다고 했었는데 탈 수 있으려나.
미라이 「우리 왔어!」
미즈키 「갈아입고 왔습니다.」
P 「어, 마침 나왔네.」
미라이 「P도 방금 나왔구나. 그나저나, 어때? 이 수영복.」
P 「에에?」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수영복을 입고 잡지에서 볼 법한 포즈를 취하는 미라이.
뭔가 잡지에서 나오는 모델들은 느낌이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느낌이었는데.
미라이가 그런 포즈를 취하니까...
P 「어린애다...」 소곤
미라이 「뭐?」
P 「아니, 어울린다고.」
미라이 「그, 그래? 데헤헤, 며칠 전에 되게 고민하면서 결정했다고.」 짠
그래서 그 때 마카베 씨랑 같이 백화점에서 싱글벙글 나왔었던 건가.
미라이 「근데 어울린다고만 하고 끝이야?」
P 「그럼 더 말할 게 있나?」
미라이 「...아냐,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뭐.」
미즈키 「카스가 씨, 그러고보니 아까 워터슬라이드 타신다고...」
미라이 「아아, 맞다. 그랬었지.」
카즈키 「아까 보니까 사람들 다 그쪽으로 가던데. 빨리 안 가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걸.」
미라이 「좋아! 그럼 Let's go!」
미즈키 「오오!」
P 「아, 잠깐, 뛰어가다가 넘어진다고!」
.
.
.
워터슬라이딩 대기열은 예상대로 꽤 길었다.
예상 대기시간 10분, 우리는 그냥 그곳에서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미라이는 갑자기 정체불명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미라이 「~♪」
P 「되게 신났는데.」
미라이 「당연하지, 여기 워터슬라이드, 재밌다고 들었거든.」
카즈키 「곧 있으면 우리 차례네.」
미즈키 「무서운 건 잘 못타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꿀꺽.」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식은 땀이 흐르는 걸보면 정말인거 같기도 하고.
형은...
P 「......」
카즈키 「......」
P 「...여기까지 와서 책을 읽어야 해?」
카즈키 「심심하다고.」
P 「나중에 내려갈 땐 어떻게 하려고,」
카즈키 「방수팩 챙겨왔으니까, 여기에 넣고 타면 돼.」
P 「......」
태클을 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걸어야 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3분 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기대하는 미라이와 다르게 긴장해서 굳어버린 미즈키 씨.
형도 조금은 기대했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손잡이 놓지 말고 꽉 잡고 있으세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출발하는 고무보트.
고무보트는 약 40m의 높이에서 거의 시속 90km에 다다르는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P 「우왓!」
미라이 「꺄아아~~!!」
카즈키 「!」 움찔
미즈키 「오오오...!」
우리들이 탄 고무보트는 미라이의 시원한 비명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도착했다.
미라이는 타고 난 후 개운해진 듯 기지개를 폈고, 마카베 씨도 한 번 타보니까 재밌었는지 다시 타러가자고 제안했다.
카즈키 「그럼 한 번 더 타볼까.」
P 「형도 재밌었나보네.」
카즈키 「응. 오랜만에 타보니까 재밌네.」
그렇게 우리들은 몇 분 동안 더 기다린 후에 한 번 더 고무보트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
.
.
P 「미라이는 어디로 갔지...」
슬라이드를 타고난 후 형은 테라스에서 잠시 쉬기로 했고, 마카베 씨는 슬라이드에 푹 빠졌는지 혼자서 다시 타기로 했다.
미라이는 아까 다른 놀이기구 타자고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놓고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미즈키 「...아, 그러고 보니 저기서 봤던 것 같은데요.」
P 「어디에요?」
미즈키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마카베 씨를 따라 미라이가 있던 장소로 향했다.
여기는 길이 마치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미아가 될 수도 있었다.
난 마카베 씨를 따라가다가 마카베 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멈췄다.
미즈키 「이 근처에서 마주쳤던 거 같았는데.」
P 「이 근처요?」
난 확신이 들었다.
미라이는 지금 미아가 되고 주변을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P 「감사합니다. 안내해주셔서.」
미즈키 「별 말씀을.」
P 「그럼 전 찾으러 가볼게요.」
미즈키 「행운을 빌게요.」
미즈키 「.....」
미즈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었죠?」
.
.
.
난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미라이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멀리서 멀뚱히 서있는 미라이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미아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P (하여튼... 어라?)
좀 더 다가가니 보이는 남자 한 명. 작업인가?
멀뚱히 서있던 이유는 저거 때문이였나.
난 곧장 미라이에게 달려갔다.
P 「여어, 미라이.」
미라이 「아, P!」 덥썩
P 「어이, 잠깐...」
내 한 쪽 팔을 껴안고 상대를 바라보는 미라이.
작업을 건 남자는 나와 미라이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순히 물러나줬다.
P 「그냥 물러나줬네.」
미라이 「하아, 다행이다...」
P 「그런데 저 사람은 뭐야? 역시 작업?」
미라이 「응. 그나저나... P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한참 찾아다녔잖아.」
P 「무슨...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안 나타나서 직접 찾으러 다녔는데.」
P 「그런데 왜 여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거야? 완전 정반대잖아?」
미라이 「......」
P 「...미라이?」
미라이 「실은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서...」
P 「역시 미아였냐.」
어떻게 내 예상이 이렇게 정확할 수가 있는거지.
P 「뭐, 어쨌든... 같이 놀이기구 타자며.」
미라이 「응. 반드시 2인용이라서 한 명이 더 필요했거든.」
P 「그래서? 위치가 어디야?」
미라이 「그게... 여기서 반대편에 있는데, 길을 몰라서...」
P 「좋아, 그럼 가자. 딱 붙어서 따라와.」
난 미라이와 함께 반대편으로 향했다.
미라이는 나와 떨어지지 않도록 가까이 붙었다.
P 「...그런데 손은 놔도 되잖아.」
미라이 「호, 혹시 모르잖아. 따로 떨어져서 또 미아가 될지...」
.
.
.
미라이와 합류하고 난 뒤, 우리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즐겼다.
파도풀장에서 내 키보다 더 큰 파도에 휩쓸려보기도 하고,
물놀이터의 대형물통 아래에서 물벼락을 맞아보기도 하고.
내일이 시험이라는 것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채 즐겁게 놀았다.
미라이 「다음엔 저쪽으로~!」
P 「어이, 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미라이 「이곳 지리는 이제 다 외웠어. 자, 가자!」
게다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장소가 여기기도 하니까.
스릴을 좋아하는 마카베 씨라면 아직 여기에 남아있을 수도.
『꺄아아-』
미라이 「우와... 비명이 여기까지 들리는데.」
P 「좋아, 그럼 한 번 찾아볼까.」
미라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마카베 씨를 찾아봤다.
보통의 워터파크에는 대형 슬라이드가 많아봤자 3~4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여긴 어떻게 된 건지 슬라이드가 8개가...
미라이 「...어, 저기 언니 아니야?」
P 「?」
미라이가 손가락으로 슬라이드 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마카베 씨가 보였다.
우릴 보지 못했는지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는 마카베 씨.
우린 쫓아가면서 마카베 씨를 불렀다.
미라이 「언니~!」
미즈키 「어라, P랑 카스가 씨.」
P 「역시 여기 있으셨네요. 찾고 있었어요.」
미즈키 「네. 그런데 찾고 있었다뇨?」
P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잖아요. 미라이도 배고파하는 것 같고.」
미즈키 「그렇군요. 어쩐지 조금 출출했었어요.」
미즈키 「아, 그 전에 저기에 한 번...」
P 「네?」
뒤를 돌아 슬라이드 쪽으로 걸어가는 마카베 씨.
P 「저기, 또 타시려고요?」
미즈키 「이제 저것만 타면 모든 슬라이드 정복이란 말입니다.」
P 「5시간 동안 다 타보신 거 아니였나요?」
미즈키 「어쩌다보니 같은 기구를 2~3번씩 탔었습니다.」
미라이 「그래서 다 못 타봤구나.」
미즈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P 「아, 잠깐만요!」
.
.
.
P 「하여튼...」
난 슬라이드 밑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마카베 씨는 내 만류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 가버렸고,
미라이는
미라이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타야지~!」
라면서 마카베 씨를 따라가 버렸다.
미라이는 나도 같이 타자며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그나저나 미라이는 지치지도 않는 건가.
쉬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면 피곤하지 않나?
『꺄아아-!』
P 「뭐야, 벌써 탄 건가.」
슬라이드에서 들려오는 미라이의 비명소리.
30분 정도 기다릴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10분 만에 슬라이드에서 돌아왔다.
미라이 「재밌었지?」
미즈키 「맞아요.」
P 「금방 왔네.」
미라이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라 그런가.」
미즈키 「그럼 한 번 더-」
P 「안 돼요.」
미즈키 「......」
.
.
.
-씨푸드 레스토랑
미라이 「맛있어~!」
미즈키 「가리비 구이도 괜찮아요. 먹어볼래요?」
미라이 「응!」 냠
P 「용케 이런 곳을 알고 있었네.」
카즈키 「조사, 해봤으니까.」
P 「헤에, 역시 형이야.」
저렴한 가격에 좋은 경치.
원래 내가 알아봐뒀던 곳보다 더 좋았던 것 같았다.
P 「근데 형, 해산물 요리는 별로라고 하지 않았었나?」
카즈키 「못 먹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여기선, 꽤 좋은 그림이, 나올 거 같았거든.」
P 「좋은 그림?」
카즈키 「응. 7시부터였나?」
P 「7시라면...」
...아, 설마 그건가.
『촤아아-』
미라이 「와, 저기 봐!」
미즈키 「오오, 되게 예쁘네요.」
창문 밖 분수 광장에서 시작한 분수 쇼.
여기서 보니 한 눈에 모든 장면을 볼 수 있었다.
P 「이거 노리고 온 거구나.」
카즈키 「사진으로 보니까, 예쁘더라고.」
P 「확실히 꽤 좋은 그림인데.」
조명에 비춰 반짝이는 물줄기들이 흩날리듯이 춤추고 있었다.
우리 네 사람 모두 그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혀버렸다.
미라이 「좋은 음식에, 화려한 풍경까지... 되게 좋은 걸!」
P 「그러게. 하아, 좀 더 여기 있고 싶은데.」
미라이 「음? 밥 먹고 좀 더 있다가 가는 거 아니었어?」
P 「시험 준비 안 할 거냐.」
미라이 「......」 움찔
P 「...미라이?」
미라이 「...잊고 있었어. 내일이 시험이라는 거...」
나도 순간 잊고 놀았었지.
미라이 「아아, 어쩌지...」 지끈
미즈키 「잘 되지 않을까요. 열심히 공부했으니.」
P 「뭐, 하루 정도 쉰다고 점수가 팍 깎이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상심하진 마.」
미라이 「으으...」
고개를 숙이고 들지 못하는 미라이.
그만큼 시험에 대한 압박이 큰 거겠지.
미라이 「...좋아.」
P 「?」
미라이 「이왕 이렇게 된 거, 폐장 시간까지 즐기겠어! 오오!」 활활
카즈키 「갑자기 각성했네.」
미라이 「~♪」
시즈카 「기분 좋아 보이는데. 좋은 일 있었어?」
미라이 「그게 오늘 성적표 나왔잖아~」
시즈카 「성적표? 어라, 그러면...」
미라이 「짠~ 지난 시험보다 평균 점수 상승~!」
시즈카 「오오, 많이 올랐는데. 축하해, 미라이.」
미라이 「데헤헤♪」
성적표를 시즈카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는 미라이.
등수는 아직도 중하위권이지만, 그래도 평균 점수가 올랐다는 것에서 미라이는 의의를 두는 것 같다.
그리고 등수도 조금이지만 올랐으니까.
유리코 「......」
P 「유리코는 뭐하는 거야? 아까부터.」
유리코 「쉿.」
P 「?」
아까부터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는 유리코.
유리코 「지금!」 딸깍
《SYSTEM : (대충 실패했다는 내용)》
유리코 「아아, 실패인가...」
P 「실패?」
유리코 「티케팅 말이야. 리그 개막전 티케팅.」
P 「아아.」
유리코 「하아... 안나가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현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리그도 시작하는구나.
안나는 내일 개막식 날에 첫 경기였던가.
어쩐지, 오늘 방과 후에 안보이더라니, 연습하러 간 거였군.
미라이 「무슨 일이야 유리코? 그렇게 상심한 표정을 짓고는.」
P 「내일 리그 개막전 티케팅 실패했데.」
미라이 「리그 개막전? 아, 맞다. 내일이 안나의 첫 데뷔 경기였지?」
유리코 「어쩔 수 없지. TV로 보면서 응원하는 수밖에.」
미라이 「......」
미라이 「...!」 번쩍
미라이 「그러면, 내일 우리 집에서 같이 보지 않을래? 같이 안나를 응원하자!」
P 「응원?」
유리코 「그럴까. 안나가 16강에 통과할 수 있도록!」
미라이 「P는 어떻게 할래?」
P 「난 상관없는데. 그런데 미라이, 안나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아는 거야?」
미라이 「음... 대충 레이싱 게임이라는 것 정도?」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구나.
미라이 「뭐, 모르면 P랑 유리코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니까. 그치 시즈카?」
시즈카 「에? 나도 같이 응원하는 거야?」
미라이 「에?」
시즈카 「그게, 내일은 일이 있을 거 같아서, 시간이 될지...」
미라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P랑 유리코는 오는 거지?」
유리코 「물론.」
P 「나도 내일은 한가하니까.」
시즈카 「혹시 시간이 된다면 나도 가도 될까?」
미라이 「당연하지! 올 수 있다면 연락해 줘.」
.
.
.
-미라이의 집 (PM 6 : 57)
유리코 「이제 곧 시작이네.」
미라이 「안나 긴장하고 있으려나.」
P 「첫 대회니까 당연히 떨리겠지.」
미라이 「잘 했으면 좋겠는데.」
TV 광고를 보면서 기다리는 우리들.
10분 전에 안나한테 응원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긴 했는데, 봤으려나.
『~♪』
P 「? 메시지?」
----------
발신자 : 안나
1등으로 16강 진출할 테니까 지켜보고 있어.
----------
P 「안나한테서 왔네.」
유리코 「정말? 무슨 내용이야?」
P 「16강 진출할 거니까 지켜보고 있으라는데.」
유리코 「헤에.」
미라이 「그런데 시즈카는 안오는건가.」
P 「사정이 있다고 했으니까.」
1~50 : 바로 시즈카에게 전화가 왔다.
51~100 : 역시 오지 않았다.
먼저 2표.
61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 누구게~
p: ?? 미라이..잖아
미라이: 헤헤 알아버렸네~?
p: 여긴 어쩐일이야?
미라이: 오늘 집에 p가없다길래 여기있나해서!
p: (장난 한번 쳐볼까) 뭐야 나 보고 싶어서 온거야
미라이: !! (작은소리로)응..
P 「?!」
바깥 공기를 한번 크게 들이마시던 중,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날 덮쳤다.
「누구게~?」
P 「뭐야, 미라이?」
미라이 「데헤헤, 바로 알아차렸네.」
P 「애초에 나한테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겠어.」
미라이 「그런가?」
시호 「여긴 무슨 일이야?」
미라이 「그냥, 심심해서 P의 집에 가봤는데 없어서. 여기로 갔나 싶어서 왔는데, 정말로 있었네.」
P 「뭐야, 나 때문에 온 거야?」
미라이 「응!」
눈을 번쩍이며 말하는 미라이.
그러고 보니, 이렇게 미라이랑 같이 얘기해본 게 얼마만인지.
최근에 나를 보면 자꾸 피하는 듯했는데, 기분탓이었나보다.
...조금 장난을 쳐볼까. 미라이도 나한테 장난을 쳤으니까?
P 「학교에서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었을 탠데, 굳이 찾아온 이유가 뭐야.」
미라이 「에? 어, 어...」
P 「누가 보면 네가 나 좋아서 찾아온 줄 알겠어.」
시호 「......」
시호가 날 경멸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고. 방금 발언 되게 저질스러운거.
미라이 「그, 그게...」
1~50 : 고백해서 혼내주자!
51~100 : 부정한다.
먼저 2표.
P 「......」
P 「...미안미안, 좀 저질스러웠-」
미라이 「그래! P가 좋아!」
P 「...?!」
발언을 철회하려던 순간, 미라이가 뜬금없이 큰 소리로 말했다.
시호 「어머...」
미라이 「...랄까, 농담이지만.」
P 「」 머-엉
미라이 「...P?」
P 「」 ←뇌정지
미라이 「...어어, P? 저기, 괜찮아? 정신차려!」 툭툭
시호 (역관광...)
미라이 「으아아, 나 괜한 말을 한 건가? 시호, 어떻게 해야-」
시호 「난 모르겠다.」
시호 「꽁냥거리는 건 굳이 다른 사람 앞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소곤
미라이 「에? 커피 사러 간다고?」
시호 「응. 가자.」
미라이 「아, 잠깐, P는?」
시호 「알 게 뭐야. 알아서 오겠지.」
.
.
.
정신을 차려보니 시호는 미라이와 함께 저 앞으로 가고 있었다.
난 곧 뒤를 따라 달려갔다. 좀 기다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그런데, 나 왜 멍 때렸지?
미라이의 그 말 때문에?
-편의점
시호 「그냥 500ml 5개로 가져가면 되겠지?」
P 「응. 아마도.」
물을 챙기고 계산대로 가는 나와 시호.
미라이도 오랜지 주스 하나를 들고 같이 향했다.
「전부 합쳐서 660엔입니다.」
시호 「네. ...어라..?」
P 「?」
당황하며 주머니를 더듬기 시작하더니 가방까지 뒤지는 시호.
P 「뭐야, 왜 그래?」
시호 「지갑... 없어졌어.」
P 「뭐?」
시호 「깜빡하고 두고 온 건가...」
P 「그럼 내가 계산할... 어?」
지갑을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분명히 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어디에도 없었다.
P 「......」
시호 「...없어?」
P 「응.」
이상하다.
주머니 밖으로 꺼낸 적이 없으니 스튜디오에 두고 오진 않았을 탠데...
미라이 「여기, 계산요.」
「네. 감사합니다.」
지갑이 없어서 난처해있던 우리들 대신 미라이 대신 계산해줘서 덕분에 살 수는 있었다.
P 「미안, 돈은 내일 꼭 갚을게.」
미라이 「아냐, 천천히 갚아도 돼.」
.
.
.
다이고 「여어, 왔나.」
미라이 「나도 왔어!」
시즈카 「미라이?」
P 「편의점 가다가 우연히 만나서, 따라와도 되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따라오라고 했어.」
다이고 「그래? 마침 잘 됐구마. 오디션 시작 전에 예비 심사위원들이 필요했던 참이었는디.」
구석에 있던 의자 하나를 꺼내서 손님을 앉히는 다이고.
그와중에 시호는 짐을 모아둔 곳을 수색하고 있었다.
시호 「...없어?」
료 「시호, 뭘 찾는 거야?」
시호 「그... 지갑이...」
료 「지갑이라면... 아, 이거 말하는 거야?」
료가 주머니에서 꺼낸 검은 고양이 지갑.
시호는 그 지갑을 보더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시호 「..!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료 「바닥에 떨어져 있었거든. 혹시 몰라서 일단 가지고 있었어.」
시호 「이리 줘!」
료 「에? 아, 응.」
시호는 료가 들고 있는 지갑을 바로 낚아챘다.
시호 「...봤어?」
료 「...뭘?」
시호 「그... 지갑 안...」
료 「뭐... 어땠을까?」 하하
시호 「......」
료의 저 반응. 분명히 본 모양이다.
시호도 그걸 알았는지 얼굴이 더 붉어졌다.
시즈카 ˙ 다이고 「......」 씨익
...저 표정을 보니까 그냥 세 명이 다 본 모양이네.
그런데 안데 뭐가 있길래 시호가 그렇게까지 볼을 붉히는 거야?
미라이 「아, 그럼 시호 것도 여기 있으니까 P 것도?」
P 「아, 맞다. 혹시 내 것도 봤어?」
다이고 「음? 뭘 말하는 기고?」
P 「있잖아. 그 회색 지갑. 내가 학생증 넣고 다니는.」
시즈카 「P의 지갑?」
료 「글쎄...」
다이고 「다들 못본거 같은디?」
P 「......」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길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것 같다.
중요한 물건이라고 할 건 딱히 들어있진 않아서 괜찮지만...
.
.
.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라이는 먼저 스튜디오를 나왔기 때문에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이, P!」
P 「?」
길을 걷다가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목소리의 주인은 카즈키 형이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우리들은 나란히 서서 집으로 향했다.
카즈키 「연습, 끝난 거야?」
P 「응.」
카즈키 「아, 맞다. 이거 전해줄거.」
P 「뭔데?」
카즈키 「다음부턴 잃어버리지 마.」
P 「뭐?」
형이 경고하면서 꺼낸 물건.
다름아닌 내 지갑이었다.
P 「...이걸 왜 형이?」
카즈키 「유리코가 나한테 주더라. 너한테 돌려달라고.」
P 「유리코가? 형, 유리코 만나고 온 거야?」
카즈키 「그럴 목적은 아니었지만...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거든.」
P 「헤에.」
카즈키 「......」
----------
-낮 카페
카즈키 「......」
유리코 「저, 저기...!」
카즈키 「...? 어라, 유리코?」
유리코 「아, 기억하고 계셨군요!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
카즈키 「응. 그러네. 카페엔 무슨 일이야?」
유리코 「그게, 아무리 써 봐도 집에선 머리가 안 돌아가서...」
유리코 「장소를 옮겨볼까 싶어서 여기에 와봤는데, 꽤 잘 써지더라고요.」
카즈키 「음, 가끔은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지.」
카즈키 「그런데, 지난번에 나한테 보여준 그 작품, 어떻게 됐어?」
유리코 「아, 그게 마침 다 쓴 참인데...」
카즈키 「정말? 그럼, 혹시 보여줄 수 있어?」
유리코 「그, 그래도 되나요?」
카즈키 「물론. 내가 지난번에. 완성되면 알려달라고 했었잖아.」
유리코 「그, 그럼 금방 가지고 올 게요!」
.
.
.
카즈키 「......」
유리코 「...어떤 가요?」
카즈키 「......」
유리코 「...카즈키 씨?」
카즈키 「......」
----------
카즈키 「...완전히 푹 빠져버렸었어.」 소곤
P 「음? 뭐라고?」
카즈키 「아무것도 아냐.」
P 「......」
안나 「......」 달그락달그락
『부우웅-』 『위잉-』
노트북과 키보드를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는 안나.
캠핑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초집중을 하고 있었다.
『FINISH! '1 : 06 : 93'』
안나 「후우...」
P 「헤에, 신기록 아냐?」
안나 「개인…신기록.」
이번 주 주말에 시작하는 예선 대회.
본선 진출을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안나였다.
P 「이번엔 본선진출 자신 있어?」
안나 「...확신은, 못 해.」
P 「그 정도 실력인데도?」
안나 「안나보다…대단한, 사람은…많으…니까.」
P 「......」
하긴, 타임어택만 하면 신기록을 찍어내는 사람들도 몇몇 있으니까.
안나 「P도, 이번 주말에…오디션, 하지, 않아?」
P 「음? 어, 그렇지.」
안나 「그 쪽은…어때?」
P 「뭐, 잘 되고 있는 거 같아.」
안나 「...유리코 씨도, 되게…집중하고…있었지.」
P 「그렇지.」
유리코도 이번 주말이 공모전 작품 제출 마감일이었나.
형 말대론 이제 수정 작업을 시작했다는데.
P 「이번 주는 다들 바쁘구나.」
안나 「그러…네.」
.
.
.
-지하철 역
시호 「늦었잖아.」
P 「미, 미안. 어제 긴장해서 잠이 통 안 와서...」
시즈카 「약속 시간을 좀 빨리 잡길 잘했네. 지각할 일은 없겠어.」
다이고 「혹시라도 제시간에 못가면 P 책임이데이.」
료 「다이고 너도 지각생이잖아?」
다이고 「조용히 해라!」
각자 악기를 챙겨 지하철 역으로 모인 우리들.
드디어 오늘, 우리가 여태까지 연습해왔던 성과를 보여주는 날이다.
시즈카 「좋아, 악기도 다 가져왔고, 빠진 건 없는 거 같으니 가볼까.」
다이고 「후우~ 벌써부터 긴장되는구마.」
시호 「벌써부터 긴장하는 거야? 오랫동안 이래왔었잖아.」
다이고 「하하, 농담이다.」
P 「......」
4명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놀러 가는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P (나만 긴장한 건가...)
.
.
.
-라이브 하우스
P 「와아...」
시호 「자, 어서 가자.」
료 「근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긴장되는데?」
다이고 「재밌겠구마!」
난 라이브 하우스 건물의 모습을 보고 순간 놀랐다.
평소 스튜디오 옆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의 모습을 떠올렸었는데, 그 하우스보다는 한 6~7배 정도는 더 커보였다.
P 「상가도 아니고... 되게 크네.」
시호 「뭘 멍하니 있는 거야?」
P 「아, 응. 갈게, 가.」
3층으로 이뤄진 라이브 하우스 건물 안.
오디션은 무대에서 진행되고, 우리들은 1층에 있는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꽤 많은 밴드가 지원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정말로 한 대기실에 10개의 밴드가 있었다.
P 「되게 많네...」
다이고 「뭐, 여긴 그런 곳이니께. 자, 다들 정비하자.」
P 「어... 응.」
(밴드부 한정)말을 걸어볼 사람.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한 쪽 구석에서 목을 풀고 있는 시호.
난 시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봤다.
P 「목 푸는 중?」
시호 「아, P. 응. 악기 점검은?」
P 「문제없어.」
시호 「그래.」
그리고 바로 뒤로 돌아 목을 푸는 시호.
P 「하아...」
시호 「긴장 돼?」
P 「어어... 응. 되게 많이.」
시호 「벌써부터 긴장하면 어쩌자는 거야. 겨우 오디션인데.」
P 「시호는 안 떨리는 거야?」
시호 「이런 오디션, 수십 번을 봤어. 긴장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P 「......」
또 다시 돌아서서 목을 푸는 시호.
지난번에 다이고한테 들었었다.
시호는 긴장할 때엔 연습에 집중한다고.
P 「...오디션, 통과했으면 좋겠네.」
시호 「그래.」
시호 「아, 그리고...」
P 「?」
시호 「...아니다, 이건 나중에 얘기하는 게 맞겠지.」
P 「에? 뭔데?」
시호 「별 거 아냐. 나중에 오디션 끝나고 얘기해줄게.」
P 「뭐야, 궁금하게.」
.
.
.
우리들의 순서는 53번째.
오디션 시작이 10분 전에 시작했으니, 한 팀당 5~6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1시간은 기다려야 하나...
P 「...연습이나 할까.」
1~33 : 뭐, 그럭저럭이네.
34~66 : 오늘은 감이 좋은데. (최종 다이스 +5)
67~100 : 오늘은 날이다. (최종 다이스 +10)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외워둔 악보를 떠올리며 기타를 손에 맡긴 채 연주했다.
여태까지 연습으로 익힌 감각만으로 연주하는 것인데도 꽤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다른 부분보다 더 섬세하게 연습한 비브라토도 오늘은 잘 되는 것 같았다.
P 「...좋아, 문제없음.」
.
.
.
-45분 후
「30번 팀, 준비해주세요.」
「「「「네.」」」」
다이고 「이제 30번이구마.」
료 「우리 순서까진 한참 남았네.」
P 「그래도 예상보단 빨리 줄어드는데?」
다이고 「여기 심사위원들은 꽤 까다로우니께. 듣다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쫓아내서 그런 기다.」
그래서 몇몇 팀들이 혼이 쏙 빠진 표정으로 돌아온 건가.
P 「......」
P 「...후우.」
다이고 「긴장하는기가.」
P 「아마도?」
다이고 「걱정마라. 우리가 연습한 시간이 얼만디.」
료 「평소대로 하면 되는 거야. 평소대로만.」
P 「...그래, 그렇지.」
아직 우리 차례까진 꽤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긴장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밴드부에 있었을 때도 이게 문제였지. 쓸데없이 긴장하는 거.
다이고 「아, 시간도 있겠다, 합주 함 해보까?」
P 「그럴까.」
료 「난 스네어 밖에 없는데...」
다이고 「에어드럼 모르나, 에어드럼.」
P (그게 뭔데.)
다이고 「좋아, 그럼 시호랑 시즈카 데려온데이.」
P 「어, 갔다 와.」
1~50 : 한 명이 안 보이는데?
51~100 : 전원 집합 후 마무리 연습 (최종 다이스 +10)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기타를 엠프에 연결하고 소리를 조절.
줄을 튕기니 베이스의 낮은 저음이 아주 작게 들렸다.
다이고 「좋아, 준비 다 됐제?」
전원 「OK.」
다이고 「그럼, 처음부터 해보는 기다. 료, 신호.」
료의 드럼스틱 신호에 맞춰서 연주를 시작했다.
『~♪』
대기실 한 쪽에 있는 공개된 연습실이라서 밖에 있어도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집중 되었다.
몇몇은 박자에 맞춰 몸울 까딱까딱 흔들고 있었고, 몇몇은 팔짱을 끼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사람들은 우리들의 연주를 나쁘게 듣는 것 같진 않아보였다.
.
.
.
「53번째 팀, 준비해주세요.」
시호 「네.」
시즈카 「드디어 우리 차례네.」
다이고 「억~수로 기다리고 있었다고!」
P 「......」
드디어 우리들의 순서.
각자 악기를 챙기고 심사를 치루는 무대 쪽으로 향했다.
오디션 시작 전, 무대 뒤편에서 최종 점검을 끝내고 앞 순서 팀의 무대를 지켜보는 우리들.
갑자기 심사위원의 말과 함께 연주가 중단되더니, 이내 악기를 챙기고 빠져나왔다.
다이고 「불합격이가.」
시즈카 「꽤 잘 한 거 같았는데...」
「다음 순서 입장해주세요.」
시호 「...자, 가자.」
P 「응.」
무대로 나온 우리들.
관객석에는 맨 앞에 있는 심사위원 단 한 명만 앉아있었다.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준비됐으면 시작하세요.」
라는 말 한 마디를 하고 바로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시선을 내렸다.
우리들은 조금 머쓱해진 상태로 악기를 꺼내 준비했다.
기타를 엠프를 연결하고 이펙터까지 준비를 끝마치고 우리는 시작 신호를 기다렸다.
P 「......」
「......」
시즈카 「...저, 저기...」
「네, 준비됐으면 시작하세요.」
료 「아, 네.」
...아까부터 계속해서 휴대폰만 보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 ‘니들이 무슨 음악을 한다고?’라고 도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다이고 「」 긁적긁적
시호 「」 빠직
저 두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시호 「......」
P 「...?」
날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호.
시호의 눈빛은 화가 단단히 났는지 매우 날카로웠다.
P (...그래, 우리를 무시 못 하게 해주지.)
+~3까지 주사위
최종 다이스 값이 80이 넘을 경우 성공.
(5 + 10 + 주사위 1, 2, 3 = 최종 다이스)
연주를 하면서 느껴지는 손끝의 감각.
조금 긴장한 탓인지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저 심사위원, 아까부터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다.
연주를 듣고 있긴 한 건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는 건가?
『~♪』
시호 「......」
다이고 「......」
「......」
연주가 끝나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심사위원.
정말로 듣고 있었던 건 맞겠지?
시즈카 「...저기-」
「벌써 끝났나요?」
시호 「네.」
「......물러!」
「이 오디션은 잔실수 따위는 봐주지 않습니다.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에요.」
「특히 거기 베이스랑 보컬!」
P 「」 움찔
시호 「......」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호통하는 심사위원.
제대로 듣고 있었군. 티 안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불합격. 다음.」
P 「......」
.
.
.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난 후,
우리들은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랐다.
시즈카 「......」
다이고 「하아... 불합격이가...」
P 「......」
다이고 「P, 괜찮나? 왜 그렇게 쭈구리고 있는 기고.」
P 「미안...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료 「뭘. 어차피 끝난 거, 이제 잊어버리자고.」
다이고 「그래그래. 괜찮다.」 토닥토닥
두 사람의 위로로 심사위원에게 지적 받아 영 언짢았던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하지만...
시호 「......」
시즈카 「시호도 이제 그만-」
시호 「」 찌릿
시즈카 「......」
시호 「......」
시호 「...칫!」 쾅
잔뜩 찡그린 시호.
화를 참을 수 없었는지 주먹으로 자리를 크게 내리치고 일어나, 그대로 승강장으로 나갔다.
다이고 「아, 우리 여기서 내리는 거-」
시호 「알고 있어.」
다이고 「어어...」
출입문이 닫히고 난 시호가 나간 문만 계속 바라봤다.
참을 수 없었겠지. 그렇게 칼을 갈고 연습했는데도 불합격이라니.
시즈카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지?」
료 「아마도.」
다이고 「괜찮을...기다.」
P 「......」
유리코 「그래서, 시호는?」
P 「기운을 차리긴 차렸어. 다만...」
안나 「...다만?」
P 「너무 힘을 꽉 줬다고 해야 하나, 오디션 연습 때보다 더 기합을 넣어서 말이지.」
미라이 「아하하...」
그래서 최근에는 밴드부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든다.
P 「어쨌든 지금 이 얘기는 여기서 중요한 건, 아니고.」
P 「마침 배달 음식도 다 왔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할까.」
유리코 「응!」
미라이 「그렇지.」
안나 「...///」
오늘의 주인공이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돌렸다.
안나의 축하 파티를 위해 미라이의 집에 단체로 모여 있는 우리 도서부원들.
오디션 날, 밴드부에서는 불합격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지만,
안나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P ˙ 미라이 ˙ 유리코 「안나의 예선 통과 축하를 위하여!」
안나 「고... 고마워...」
여태까지 바라던 대회 본선에 오를 수 있게 된 안나.
팀전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지만, 개인전에서는 오후 E조 2등이라는 성적으로 본선에 진출했다.
P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안나 「한 명은, 본선, 같이…진출, 했고, 나머지는…예선 탈락.」
유리코 「그동안 노력해 온 결실을 봤구나!」
안나 「아니, 아직, 멀었어.」
안나 「안나가, 바라는 건…대회, 우승. 이건, 아직…시작일, 뿐이야.」
미라이 「그럼 여기서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안나 「물론…이지.」
미라이 「헤에, 더 힘들어 지겠네.」
안나 「상관…없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안나.
억지로 지어낸 미소가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P 「그런데,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프로필 촬영이라던가, 본선 조 추첨이라던가.」
안나 「응. 그게. 내일이었나. 그 때, 프로필 촬영이랑…조 추첨, 할 거야.」
유리코 「장소는?」
안나 「하라주쿠…스타디움, 에서.」
미라이 「아, 그러면 내일 같이 하라주쿠로 갈래? 마침 그 때 볼일이 있었거든.」
안나 「뭐, 안나는…좋지.」
미라이 「그러면 P도 같이...」
P 「나는 왜?」
미라이 「그냥 같이 놀-」
갑자기 말을 멈추는 미라이.
그리고선 살짝 흘깃하더니 이내 말을 멈췄다.
미라이 「아, 아니다. 그냥 나 혼자 갈래.」
P 「뭐야, 싱겁긴.」
미라이 「데헤헤...」 흠칫
유리코 「?」
.
.
.
-다음 날 일요일
P 「......」
주말이면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나.
다른 점이 있다면 기타 연주 영상을 보면서 누워있다는 점인가.
예전에는 기타 관련 영상을 막 찾아보지는 않았었는데, 밴드부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이런 영상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P 「......」
P 「하아암......」
밀려오는 지루함에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게임은 서버 점검 중이고... 만화책은 다 읽었고...
P 「어떻게 하지...」
1~50 : 밖에 나가볼까.
51~100 : 그냥 집에서 웹서핑이나 하자.
먼저 2표.
어차피 밖에 나가서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집에서 웹서핑이나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나름 빠져들었었지만 한 30분 정도? 그 정도 지나서는 그새 또 질려버렸다.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빛을 쬐면서 하품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P 「뭐야?」
카즈키 「어, 부탁이 있거든.」
P 「부탁?」
카즈키 「몇 분 뒤에, 손님이 한 명, 올 거거든. 그 때, 집으로 들여보내줘. 난 잠시, 볼 일이 있어서.」
P 「손님? 누군데?」
카즈키 「말할 시간 없어. 금방, 갔다 올게.」
P 「어어, 응.」
할 말을 끝내자마자 내려가는 형.
형이 말하는 손님이라는 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손님은 10분 뒤에 우리 집에 도착했다.
『~♪』
P 「온 건가.」
거실에서 TV를 보며 기다리고 있던 나.
난 초인종 소리를 듣고 바로 밖으로 나가봤다.
P 「어서오세... 응?」
유리코 「아, 안녕?」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평상복 차림을 하고 노트북을 들고 있는 유리코였다.
P 「유리코? 여긴 무슨 일로?」
유리코 「그, 선생님한테 초대받아서 왔는데.」
P 「형이라면 지금 집에 없는데. 볼 일이 있다면서 나갔었거든.」
유리코 「아아...」
P 「일단 들어와. 형이 문 열어달라고 했었거든.」
유리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난 유리코를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최근 들어서 유리코를 우리 집에서 보는 일이 많아진 것 같은데.
글을 쓰는 작가라는 코드가 형이랑 맞아서 그런가.
유리코는 거실의 소파에 앉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난 부엌에서 언제 있었는지 모르는 쌀과자를 몇 개 꺼내서 돌아왔다.
P 「여기, 이거 먹어.」
유리코 「고마워.」
과자를 한 개 집고 입에 문 채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유리코.
매우 집중하고 있었다.
P 「글 쓰는 중?」
유리코 「응.」
P 「오늘 우리 집에 온 이유도 형이 초대해서?」
유리코 「응. 전화로 오늘 만날 수 있냐고 물어봤었거든.」
P 「전화번호까지 교환했어?」
그렇게 내성적인 형이 다른 사람이랑 전화번호를 교환하다니.
유리코 「근데 선생님은 언제 오신데?」
P 「금방 갔다 온다고 하고 나갔었는데.」
유리코 「음...」
1~50 : 1시간 뒤, 아직도 오지 않았다.
51~100 : 몇 분 뒤에 도착.
먼저 2표.
카즈키 「나 왔어. 어라, 와있었구나.」
유리코 「안녕하세요, 선생님.」
카즈키 「미안, 많이 기다렸어?」
유리코 「아뇨. 저도 몇 분 전에 온 거라서.」
커피 한 잔과 뭔가의 서류 봉투를 들고 돌아온 형.
형은 그 서류를 일단 소파 근처에 있는 선반에 두고 유리코의 옆자리에 앉았다.
카즈키 「그래서, 수정하고 싶은 부분은 수정해봤어?」
유리코 「네. 한 번 이렇게 해봤는데요.」 타닥타닥
카즈키 「으음...」
.
.
.
『~♪』
P 「......」
유리코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카즈키 「괜찮은 거 같은데... 좀 많다고 해야 할까.」
유리코 「...아! 그럼 조금 더 간단하게 해서… ….」 타닥타닥
카즈키 「...응, 괜찮네.」 끄덕
노트북 화면에 집중해 글을 써가는 유리코.
그리고 유리코의 질문에 조언을 해주며 지켜보는 형.
TV소리가 조금 거슬릴 법도 한데, 1시간 동안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P 「완전히 집중했구만.」
.
.
.
1시간하고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형의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말과 함께 유리코는 노트북을 덮고 기지개를 켰다.
유리코 「으으음~ 힘들었다~」
카즈키 「수고했어. 집에서 더 쓸 거야?」
유리코 「네. 한... 5~6페이지 정도만 더 쓰고 오늘은 마무리 할 거예요.」
카즈키 「응. 열심히 써 봐.」
유리코 「감사합니다!」
나와 형은 유리코를 현관까지 배웅해주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형은 돌아오자마자 선반에 올려둔 서류 봉투를 가지고 소파에 앉아서 내용물을 꺼내 확인했다.
유리코가 있었을 때부터 신경 쓰였었다. 그 서류.
카즈키 「......」 끄덕끄덕
P 「...무슨 서류야?」
카즈키 「너한테 보여줄 거.」
P 「...에?」
카즈키 「자, 여기.」
P 「잠깐, 갑자기?」
당황하는 내게 서류뭉치를 건네는 형.
난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서류를 받았다.
형이 내게 준 서류의 내용은 다름 아닌 만화의 원고였다.
제목도 내용도 모르는 난생 처음 보는 만화였다.
P 「...뭐야, 이게?」
카즈키 「만화 원고.」
P 「그러니까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건데?」
카즈키 「한 번 평가해보라고.」
P 「내가?」
난 어리둥절하며 다시 원고로 시선을 떨궜다.
A4용지 16장의 원고.
P 「근데 이거 누가 쓴 거야? 형이?」
카즈키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한 번 봐.」
P 「음...」
난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일단 손에 들고 있는 원고를 천천히 읽어봤다.
내용은… ….
1~33 : 그저 그렇다.
34~66 : 꽤 괜찮았다.
66~100 : 책 언제 나옴?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만화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모험이라는 주제인데도 난생 처음 보는 새로움과 놀라움이 있었다.
16장, 총 32페이지를 읽은 후 머리를 긁으며 살짝 안타까워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에.
카즈키 「다 읽었어?」
P 「응, 이거 되게 재밌네.」
카즈키 「구체적인 평가는?」
P 「음, 그림체는 다른 만화에서도 보이는 익숙한 그림체지만, 내용은 되게 신선했어.」
P 「용사의 탐험이라는 흔한 주제를 완전 색다르게 표현해서 되게 좋았어.」
카즈키 「흠...」
P 「이거 언제 책으로 나와? 작가는 누구고? 그 사람의 다른 작품도 보고 싶은데.」
카즈키 「...유리코.」
P 「뭐?」
카즈키 「작가 이름 궁금하다며. 나나오 유리코. 작가 이름이야.」
P 「......」
P 「에에?!」
.
.
.
예전에, 형이 흥미를 가진 한 소설이 있었다.
그래서 형은 아는 만화가에게 소설을 건네주고 소설의 일부분을 만화로 그려줄 것을 부탁했다.
아까 나갔던 이유는 그 만화가에게 원고를 받기 위해서였고.
그리고 그 소설을 쓴 주인은
P 「다름 아닌 유리코였다?」
카즈키 「응.」
P 「그리고 소설을 만화화해서 내게 보여준 이유는 그 내용을 평가받기 위해서고?」
카즈키 「응.」
P 「근데 왜 굳이 만화로 바꾸기까지 한 거야? 그냥 소설 원본을 나한테 보여주면 됐었잖아?」
카즈키 「네가 글로만 이뤄진 소설을 읽을 것 같진 않았거든.」
P 「......」
반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라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카즈키 「어쨌든, 그래도 내용은 좋았다는 거지?」
P 「응. 일부만 보긴 했지만.」
카즈키 「음......」
형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안지나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눈을 떴다.
카즈키 「좋아. 알겠어.」
P 「?」
짧게 말하고 자기 옆에 있는 책을 읽는 형.
책을 보면서 형은 옅은 미소를 하고 있었다.
P 「......」
미라이 「...더워.」
P 「에에컨 틀었잖아. 조용히 하고 어서 빨리 풀어.」
미라이 「므므므...」
지난 중간고사 때처럼 머리를 문지르며 기계음을 내는 미라이.
난 앞에 앉아서 미라이가 문제 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유리코 「음, 역시 도서관은 한적하구나.」
안나 「그러…게.」
P 「쉿,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에선 조용히 해주세요.」
유리코 「그래도 여긴 우리들 밖에 없잖아.」
P 「그렇지.」
안나 「미라이, 공부…중?」
미라이 「므므므...」
P 「곧 있으면 기말고사잖아. 미라이가 지난번처럼 공부 도와달라고 해서 말이지.」
유리코 「그러고 보니 진짜네. 이제 4주 정도 남았나?」
안나 「에? 벌써? 안나, 완전히…까먹고…있었어.」
신발장 근처 게시판에 있었을 탠데. 시험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중형 디지털시계가.
P 「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도 같이 공부할래?」
유리코 「음... 그럴까?」
안나 「에? 안나, 공부하기…싫어.」
유리코 「자,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잠깐 기다리고 있어. 책이랑 필통 가져올게. 안나, 어서 가자.」
안나 「네에...」 추욱
이후 상황 +~2까지.
시즈카: 둘이 다정하네 혹시 사귀어?
P: 아니요 너무 많이 한 거 아니야?
유리코: 그... 그래도 아니고 하니까 (미라이 눈치를 본다)
지난번처럼 조금 소란스런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이번에는 꽤나 조용했다.
특히 미라이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했다고 할까, 전에는 집중 자체를 못했었는데.
미라이 「......」
P 「......」 뿌듯
미라이 「......」 스르륵
P 「...?」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꾸벅거리는 미라이.
P 「미라이?」
미라이 「......」
P 「...저기요?」
미라이 「......」
미라이 「Zzz,,,」
유리코 「자고 있었어.」
안나 「언제부터?」
P 「미라이, 일어나.」 툭툭
미라이 「......」
유리코 「...일어날 생각이 없는거 같은데.」
P 「어~이, 미라이~」 흔들흔들
미라이 「Zzz... 데헤헤, 생크림 케이크...」 쿠-울
P 「......」
『와아-!』
미라이 「으아아악!」 지이잉----
P 「대체 언제부터 졸고 있었던 거야.」
미라이 「으으... 고막이...」
P 「다음에는 이거보다 더 큰 소리로 깨울거니까 그렇게 알아.」
미라이 「P, 도서관에선 조용히 해야-」
P 「」 찌릿
미라이 「...죄송합니다.」
역시 미라이는 미라이였다.
『~♩』
시즈카 「뭐야, 밖에까지 큰 목소리가 들렸었는데.」
P 「잠 깨운다고 크게 소리 질렀을 뿐이야.」
미라이 「그래도 좀 더 상냥하게 깨워줄 수 있었을 탠데.」
P 「몸을 흔들어대도 안 깨는데, 뭐 어떻게 깨우라고.」
미라이 「그, 그랬어?」
P 「그랬어.」
유리코 「하하... 근데 시즈카는 무슨 일? 문제집까지 들고 오고. 혹시?」
시즈카 「이제 시험 기간이잖아. 지금부터 공부해야지.」
안나 「역시, 우등생.」
시즈카 「우등생이라니... 그런 거 아냐.」
전교 10등이 그렇게 말해도 전혀 와 닿지 않는데.
.
.
.
시즈카 「......」
P 「그러니까 여기에 대입하고...」
유리코 「음...」 슥슥
유리코 「...그럼 여기는?」
P 「거기는 아까 위에서 풀었던 것처럼… ….」
유리코 「아, 그렇구나.」
유리코 「고마워. 덕분에 풀었어.」
P 「뭘 이걸로.」
시즈카 「...되게 다정해보이네. 유리코랑 P.」
P 「그야 친구니까.」
시즈카 「그래도 뭐랄까, 가끔씩 두 사람을 보면 친구 이상의 관계 같이 보인단 말이야.」
시즈카 「뭐랄까... 마치 연인 같이?」
미라이 「응응.」
유리코 「...에?」 화끈
P 「네. 아닙니다.」
미라이 & 시즈카 「정말로?」
P 「그래. 절대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거든.」
안나 「어라, 그래?」
안나 「안나, 지난번에, 봤었는데. 길에서…두 사람,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모습.」
P 「......」
유리코 「......」
미라이 「......」
시즈카 「......」
...뭐?
유리코 「...자, 잠깐,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시즈카 「안나, 그 말에 대해서 자세히 증언해주지 않을래?」
안나 「응. 그러니까...」
.
.
.
-며칠 전
안나 「......」
안나 (스크림까진 시간이 좀 남았네.)
안나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커피라도 한 잔 사갈까.)
안나 「...어라, 저 두 사람...」
P 「… ….」
유리코 「… ….」
안나 「P랑, 유리코 씨?」
안나 (그러고보니, 오늘 카즈키 작가의 팬 사인회에 간다고 했었지.)
안나 (그나저나, 미라이는 어디 있는 거지? 같이 간 줄 알았는데.)
안나 「...?」
안나 (어라, 잠깐만... 지금 저 두 사람...)
.
.
.
시즈카 「그래서 그 때 목격했다.」
안나 「응. 조금, 멀긴…했지만.」
미라이 「......」
시즈카 「...이렇게 증명 됐네.」
유리코 「그럴 리가...」
시즈카 「자, 이래도 발뺌할거야? 두 사람 다.」
P 「그러니까-」
유리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P 「...뭘 그렇게 당황해 하는 거야.」
유리코 「그치만 정말로 아닌걸...」
안나 「유리코 씨, 그러니까, 더…수상해…보여.」
시즈카 「그렇지.」
시즈카 & 미라이 & 안나 「.....」 지그시
세 사람 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P 「일단 미라이가 그 때 없던 이유는 미라이가 잘 알고 있을 거고.」
미라이 「응. 그 땐 중간에 빠져서...」
P 「그리고 안나, 정말로 제대로 본 거 맞아?」
안나 「음... 아마도?」
P 「혹시 착각한 거 아닐까. 내가 그 때 봉투를 들고 있어서.」
안나 「아, 확실히, 그 때…P가, 봉투를, 들고…있긴, 했었어.」
P 「그리고 손을 잡았다고 해서 그게 연인이라는 증거가 될 순 없잖아. 나랑 미라이도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 손은 잡고 다니는 데.」
미라이 「그건...」
시즈카 「흠...」
P 「자, 이제 됐지?」
나와 유리코의 연애설을 해명하고 난 다시 문제에 집중했다.
안나는 아쉬운 듯이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어디가 아쉬운 건데.
유리코 「......」
미라이 「...?」
유리코 「......」 휙
카즈키 「공부하다가 자면 안 된다.」
P 「내가 그럴 거 같아?」
난 가방을 챙기고 집 밖으로 나갔다.
지금부터 시작해야하는 시험 준비.
내가 향한 곳은… ….
1. 미라이의 집
2. 학교 도서관
3. 기타
먼저 2표.
(3번 선택 시 장소도 서술 후 주사위, 높은 값으로 결정.)
『조용...』
P 「...아무도 없네.」
다른 애들은 아직 안 온 건가.
가방이 있는 걸 보면 한 명은 오고 한 명은 안 온 거 같은데.
안나 「유리코 씨는…안 왔어,」
P 「응. 그래.」
안나 「어서 앉아. 공부, 하기로, 했지.」
P 「어, 응...」
P 「...안나?」
안나 「안녕.」
도서실 내에 비치된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있는 안나.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게임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다.
것보다 도서관에서 컴퓨터 게임이라니, 이래도 되는 거야?
P 「있으면 있다고 말 좀 해주지.」
안나 「미안, 집중…하느라.」
안나 「그런데, 미라이는, 같이…안 왔어?」
P 「아아, 오늘은 집에서 혼자 공부하고 싶다나 봐.」
안나 「혼자라... 제대로, 하고…있겠지?」
P 「뭐, 알아서 하겠지. 미라이를 믿어보자고.」
라고 생각해도 솔직히 미라이가 혼자 자발적으로 공부를 할 것 같진 않지만.
P 「자, 그럼 슬슬 우리도-」
안나 「잠깐, 한 판 만 더...」
P 「안 돼. 어서 일어나.」
안나 「아아...」
다음 상황 +~2까지.
다행스럽게 바퀴가 의자에 달려있었기 때문에 안나를 의자에 앉힌 채로 책상까지 옮겼다.
안나 「의자가, 하필이면...」
P 「자, 어서 시작할까.」
안나 「네에...」
한숨을 쉬며 책을 펼치고 문제를 바라보는 안나.
나도 안나의 앞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중간고사에 비해 조금은 적어진 시험 범위.
하지만 그 만큼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을 선생님들은 경고했다.
P (그래도 풀 수 있을 정도로 나올 것 같긴 하지만.)
문제에 집중해서 수식을 써나갔다.
난이도도 있는데 문제 유형 자체가 오랜 시간을 들여야지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 3문제를 푸는데 25분이나 걸려버렸다.
P 「하아... 어려워...」
안나 「으음...」
P 「안나는 어... 음?」
연필을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나.
자세히 보니, 손이 멈춰있었다.
P 「설마...」
안나 「......」
P 「어~이, 안나?」 휙휙
안나 「......」
죽어있다.
안나 「Zzz... Zzz...」
가 아니라 자고 있다.
꾸벅거리면서 졸고있는 안나.
그나저나 언제부터 잠들어 있었던 거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P 「안나, 일어나.」
안나 「......」
안나 「...5분만...」 털썩
P 「아, 잠깐-」
책에 얼굴을 파묻어버린 안나.
다시 안나를 깨워보려고 흔들어보거나 머리를 건드려보거나 크게 소리도 질러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P 「흠...」
『달칵』
유리코 「미안, 좀 늦었지?」
P 「이제 왔네. 왜 이렇게 늦었어?」
유리코 「헤헤, 늦잠을 자버려서...」
유리코 「안나는 자고 있어?」
P 「아까 전부터 계속 졸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아예 잠들어버렸어.」
유리코 「안나, 일어나. 어서 공부해야지.」
안나 「으으음... 잠깐, 10분만…더...」
5분이라는 시간이 10분으로 늘어났다.
유리코 「...계속 그렇게 안 일어날거야?」
안나 「그게…아니라... 조금만, 쉴게...」
유리코 「음... 그래, 좋아. 그렇다면 이제부터 컴퓨터 인터넷 연결 끊어버리겠어.」
안나 「에에?!」 벌떡
P 「아, 일어났다.」
유리코 「어차피 도서대출시스템은 인터넷 없어도 할 수 있으니까, 상관은 없잖아.」
안나 「그렇…지만...」
유리코 「그렇게 하기 싫으면 어서 정신 차려. 자, 어서.」
안나 「으으...」
유리코의 말에 안나는 다시 일어나 책을 바라봤다.
역시 유리코, 안나를 대하는 데 있어서는 전문가다.
안나 「너무해... 조금만…쉬게, 해주지...」
유리코 「그러게 누가 밤새서 게임하랬어?」
안나 「으윽...」
정곡을 찔렸구나.
안나 「그냥, 대회…연습, 이었다고...」
유리코 「지난번에는 며칠 동안 스크림 없을 거라면서.」
안나 「그, 그건... 그래도-」
유리코 「자, 이제 집중하자.」
안나 「네에...」
.
.
.
안나 「아아...」
유리코 「알겠지? 자, 그럼 확인해볼까. 용액의 정의는?」
안나 「......」
유리코 「...내 말 안 듣고 있었지?」
안나 「미안...」
유리코 「됐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줄게.」
안나 「고마…워.」
유리코의 옆에 앉아서 밀착 과외를 받고 있는 안나.
처음에는 싫어하는 티를 냈었지만 이내 꾹 참고 유리코의 수업을 듣고 있었다.
뭐, 수업의 진전이 있다곤 할 수 없지만...
안나 「음...」
유리코 「......」
안나 「으음....」
유리코 「......」
안나 「으으음.......」
유리코 「...알겠-」
안나 「전혀…모르겠어...」 털썩
안나 「안나, 오늘 머리, 너무 많이…썼어... 오늘은…여기까지...」
P 「그렇게 할까. 이제 한 5시간 정도 쉬지 않고 했으니.」
오후 4시.
우리들은 책을 덮고 도서관 밖을 나왔다.
밖에 나오자마자 7월의 더위가 우리를 덮쳤다.
P 「덥네.」
유리코 「이제 7월인데, 8월 달에는 얼마나 더 더워질 셈인지 원...」
안나 「유리코 씨, 넷카페…가려고…하는데, 같이…갈래?」
유리코 「미안,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좀...」
안나 「음... 그럼, P는?」
P 「시험기간이라서, 지금 게임하는 건 좀 그렇지.」
안나 「그래도, 시험까진…4주나, 남았…잖아. 게다가, 오늘 5시간, 공부도…했고,」
1. 같이 간다.
2. 역시 안 간다.
먼저 2표,
원래 안 하기로 맹세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5시간 정도 공부했고 1~2시간 정도 게임하는 건 상관... 없겠지?
P 「...좋아, 그럼 같이 갈까.」
안나 「! 응.」
유리코 「너무 오랫동안 하면 안 된다?」
안나 「알고…있어. 자, 그럼, 우리 집으로…가자.」
P 「음? 그냥 넷카페에서...」
.
.
.
-안나의 집
P 「와... 엄청나네.」
안나 「그런가?」
안나의 책상 위에 있는 23인치 모니터와 기계식 키보드, 게이밍 마우스, 딱 봐도 성능 좋아 보이는 컴퓨터 본체까지.
게이머라면 한 번쯤 상상해본 꿈의 세팅이 눈앞에 있었다.
P 「이런 건 어떻게 다 산거야? 돈 꽤 들었겠는데.」
안나 「응. 두 개, 합쳐서, 한…20만, 됐을 걸.」
P 「2, 20...? 그런 큰돈은 어디서?」
안나 「아마추어 리그에서…탄, 상금으로. 차곡차곡…모았어.」
P 「상금으로 샀다라...」
그래도 아마추어 리그의 상금으로 70만을 모은다면...
대체 몇 번을 우승해야지 그 정도의 금액이 모이는 걸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지만.
안나 「컴퓨터, 쓸래? 안나는, 노트북…있으니까.」
P 「에? 그래도 돼?」
안나 「물론.」
P 「그, 그럼...」
난 설레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키보드와 마우스에 LED 불빛이 들어오고 화면이 밝아졌다.
23인치라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되게 깔끔하게 잘 보였다.
P 「안나는 이 컴퓨터로 매일 연습해?」
안나 「응. 그렇지.」
P 「부럽다... 매일 이런 컴퓨터로 게임할 수 있다면 되게 재밌겠어.」
안나 「그런가...」 갸우뚱
P 「?」
안나 「그나저나, 무슨 게임…할래? 역시, 카트…인가?」
P 「그럴까.」
게임 실행을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며칠 동안 게임을 안해서 오랜만에 보는 공지 게시판.
게시판 목록 중에서는 이번 대회를 광고하는 공지도 걸려있었다.
P 「헤에, 이제 1달 남았네.」
안나 「시험, 끝나고…일주일, 뒤.」
P 「시험 끝나도 안나는 바쁘겠구나.」
안나 「하아...」 추욱
안나의 한숨에서 시험이 끝난 후 안나의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릴 수 있었다.
힘내, 안나.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게임 실행 전, 이번 대회의 구체적인 진행 방식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 자세히 확인해보기로 했다.
진행 방식은 예선전과 똑같았고 일정도 매주 금, 토, 일마다 진행하는 것도 변함없었다.
P 「어라, 선수소개 있네.」
안나 「」 움찔
P 「한 번 볼-」
안나 「보지 마!」 버럭
안나의 외침에 순간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들어가서 확인해봤다.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개인전 A조.
그리고 선수 여덟 명 중, 안나가 레드 라이더로 포즈를 잡고 있었다.
P 「헤에, 되게 멋있게 나왔는데.」
안나 「으으...」 ///
P 「미라이랑 유리코한테도 보여줄까, 이 사진,」
안나 「보여주는 즉시, 처형인 줄…알아.」
P 「아아, 알겠어.」
안나 「하여간... 일단, 빨리…들어오기나, 해.」
난 로그인 후, 게임을 실행시켰다.
컴퓨터의 성능 탓인가, 게임을 켰을 때의 대기화면이 우리 집에서 켰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깔끔하고 보기 좋았다.
P 「안나는 들어왔어?」
안나 「잠깐... 응. 됐어.」
P 「좋아, 그나저나 닉네임은?」
안나 「+~3.」
안나의 현재 사용 계정
1~50 : 부계정 사용 중
51~100 : 본계정 사용 중
먼저 2표.
P 「알겠어. 초대할게.」 타닥타닥
P 「...?!」
.
.
.
4년 전, 난 게임 도중 공방에서 어느 유저랑 마주치게 되었다.
당시 메타에는 잘 맞지 않는 바이크를 타던 유저.
공방에서 바이크는 부스터 게이지를 채우기 쉬워서 주로 초보자들이 많이 애용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엔 그저 단순한 뉴비인 줄 알았다.
어느 정도 게임을 한 사람들이라면 2륜보단 4륜을 더 선호하니까.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평소처럼 무난하게 1등을 하는가 싶었는데...
『끼이익-』 『위잉-』
『FINISH!』
초반 사고에 휘말렸던 바이크는 어느새 순위를 회복해서 2등까지 올라오더니,
이내 마지막 코너에서 조금 열린 틈새를 파고들어서 그대로 1등을 해버렸다.
난 그 판을 아쉬워하며 다시 레디를 눌렀는데,
갑자기 내게 친구 신청을 하더니 이런 말을 같이 보내왔다.
【잘하시던데 1대1 가능하신가요?】
게임 내에선 유난히 자존심이 셌던 난 대결을 받아들였고,
결과는 당연히 전패로 처참했다.
그때가 바로 내가 vivid_rabbit님을 처음 알았을 때다.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은...
안나 「P_pro님이, P였을…줄이야.」
P 「그러게. 세상 참 좁네.」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리고 침대 위에 앉아있다.
전학을 오고 도서관에서 어떤 한 여자애를 만났는데, 알고 보니 몇 년 동안 같이 게임하던 사람이었다.
대체 몇 퍼센트의 확률로 발생하는 일일까.
안나 「그럼, 여태까지…아이템전, 피드백하던…사람도…혹시?」
P 「어어, 나였겠네.」
안나 「그렇구나... 미안…해.」
P 「? 갑자기 왜 사과를?」
안나 「그... 팀전, 본선 진출…못했잖아.」
안나 「반드시, 통과한다고, 장담…했었는데.」
P 「아아, 그걸로 사과 할 필욘 없어. 다음에 통과하면 되는 거지.」
안나 「...고마워.」
안나는 볼을 긁으면서 쑥쓰러워했다.
시선을 다시 노트북 모니터로 돌리더니 초대를 받은 후 레디 버튼을 눌렀다.
안나 「게임…할까.」
P 「에? 1대1로?」
안나 「지난, 캠핑 때, 리벤지…안 할 거야?」
P 「딱히 할 생각은 없-」
안나 「자, 시작…한다.」
P 「아아, 잠깐 스탑!」
안나가 레디 후 10초 카운트가 지나서 게임이 자동시작 되었다.
맵은 내가 많이 해본 적 없는 황금문명 맵.
결과는 당연히 리타이어였다.
.
.
.
『FINISH!』
P 「아아!」
안나 「나이스...!」
이번에도 또 졌다.
감속되는 구간이 많은 맵으로 골랐는데...
대체 바이크로 감속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
P 「어떻게 한 번을 못 이길 수가 있는 거지...」
안나 「그래도, 지난번보다…실력, 많이…좋아…졌어.」
안나 「음... 역시, P를…팀에…넣었어야, 했나.」
P 「에?」
안나 「혹시, 관심…없어? 대회…출전에는.」
P 「아냐아냐, 내가 무슨 대회를 나간다고...」
나같은 일반인이 대회에 나간다?
바로 예선탈락일 게 훤하잖아.
P 「...아, 이제 가야겠네.」
안나 「? ...어라, 벌써…6시.」
P 「난 이만 가볼게.」 벌떡
난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챙기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나도 나를 배웅해주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와 안나는 같이 현관으로 나왔다.
안나 「그럼, 다음주에…보자.」
P 「응. 아, 유리코가 도서관에서 내준 숙제, 잊진 않았지?」
안나 「알고…있어.」
P 「그래. 밤늦게까지 게임하지 마. 난 간다.」 터벅터벅
안나 「바이바이.」
나는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본체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매웠다.
헤드셋을 쓰고 가볍게 손을 푼 뒤, 게임을 시작했다.
대회까진 이제 앞으로 한 달 남았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프로무대가.
안나 「...하아.」
P 「......」
조용한 도서관 안.
미라이는 어제 내가 만든 10문제짜리 시험지를 풀고 있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번엔 기계음 소리를 내는 일 없이 그저 문제만 풀고 있었다.
P 「......」
P 「...좋아, 시간 종-」
미라이 「다 풀었다!」
P 「타이밍 좋게 끝냈네.」
난 미라이가 푼 시험지를 다시 받고 슬쩍 훑어봤다.
빼곡하게 적혀있는 수식들, 문제 난이도가 쉬웠는지 이번에는 모두 풀어본 모양이다.
P 「좋아, 그럼 한 번 채점해볼까.」
미라이 「데헤헤, 다 맞았을걸?」
P 「그건 봐야 알겠지. 어디보자...」
1~33 : 그저 머라이
34~66 :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67~100 : 정말로 다 맞췄다.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P 「...오, 딱 5문제 맞췄네.」
미라이 「에에? 전부 다 맞춘 게 아니라?」
P 「못 믿겠으면 직접 확인해보던가.」
미라이 「어디...」
미라이는 자신이 푼 식과 해설지의 풀이 방법을 비교하며 확인했다.
그리고는 어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미라이 「아아... 인수분해 잘못했었구나...」
P 「역시 거기서 틀린 거였나.」
미라이 「으아아, 인수분해 어려워...」
P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밑도 끝도 없이 어렵게 낼 수 있는 문제가 인수분해 문제니까...
미라이 「헤에, P도 어려운 문제가 있긴 있었구나.」
P 「나도 사람인데, 당연하잖아.」
미라이 「난 P라면 그... ‘밀레니언 문제’ 같은 것도 다 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P 「난 그 정도는 아니라고.」
P 「뭐, 그 두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시즈카 ˙ 다이고 「엣취!」
료 「음? 뭐야, 에어컨 너무 세게 틀었나?」
다이고 「으음... 그런 거 같다. 좀 쌀쌀하구마.」
시즈카 (누가 내 얘기 중인가...)
.
.
.
미라이 「후아, 힘들다.」 쭈욱
P 「확실히 지난 번보단 빨라졌네. 문제 푸는 속도가.」
미라이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데헤헤
절반 정도는 틀리는 게 문제지만.
P 「자, 교실로 갈까. 곧 있으면 수업인데.」
미라이 「그럴까.」 벌떡
책과 필기구를 챙기고 교실로 돌아가는 나와 미라이.
복도에 있던 애들도 각자 교실로 스멀스멀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라이 「...아, 맞다. 그... P.」
P 「?」
미라이 「어어... 혹시 오늘 방과후 때 시간 남아?」
P 「시간?」
미라이 「혹시 시간 되면, 그... 우리 집에서 과외 좀 부탁 할 수 있을까... 싶어서.」
P 「오늘이라면… ….」
1~50 : 시간 있다.
51~100 : 다른 약속이 있다.
먼저 2표.
미라이 「! 그럼, 부탁할 수 있을까?」
P 「물론. 그 대신에...」
미라이 「...?」
P 「쉬엄쉬엄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씨익
미라이 「......」 섬뜩
.
.
.
-미라이의 집
P 「실례합니다.」
미라이 「어서오세요. 자, 들어가자.」
나랑 같이 집에 들어오면서 환영 인사를 하는 미라이.
집 안은 불을 모두 꺼놓은 듯 어두컴컴했다.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P 「마카베 씨는?」
미라이 「아직 학교에 있을걸.」
난 미라이를 따라 2층에 있는 미라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급하게 치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P 「이번엔 웬일로 깔끔하네.」
미라이 「원래 깔끔했거든요.」
P 「화장실에서 우당탕탕 튀어나와선 급하게 정리하러 올라갔을 때-」 텁
미라이 「그건 말하지 마!」
볼을 붉히면서 손으로 내 입을 막는 미라이.
난 미라이의 손을 때고 가방을 벗고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미라이도 내 옆에 앉고 가방을 자기 옆에 내려놨다.
P 「자, 그럼 시작해볼까.」
미라이 「네에~!」
P 「그리고 얘기했던 것처럼 쉬엄쉬엄 할 생각은 없으니까, 알겠지?」
미라이 「알겠습니다!」 도야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손경례를 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P 「좋아, 그럼 처음은… ….」
.
.
.
-3시간 뒤
미라이 「저기... P...」
P 「안 돼.」
미라이 「므므므... 제발...」
P 「바꿔줄 생각 없어. 빨리 풀어.」
미라이 「므아아......」
기계음 소리와 절규하는 소리를 동시에 내는 미라이.
학교에서 풀었던 문제보다 좀 어려운 문제를 내줘봤더니,
지금 30분 째 이러고 있다.
어찌저찌 머리를 부여잡고 문제를 풀고 있긴 하지만,
이내 얼마 안 가 펜을 내려놓고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미라이 「포기...」
P 「안 돼. 어서 일어나.」
미라이 「P, 지금 날 죽일 샘이야?」
P 「무슨 소리야... 자, 어서어서.」
풀다 쓰러지고 풀다 쓰러지고를 반복하던 미라이.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문제를 해설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지었다.
미라이 「하아... 드디어 끝났다...」
P 「수고했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리고...」 뒤적뒤적
미라이 「...?」
P 「자, 여기 숙제.」
미라이 「...이건 언제 만든 거야?」
P 「내일 확인할 태니까. 꼭 풀어 와.」
미라이 「뭐? 잠깐, 내일까지?」
P 「그럼 난 간다.」
너무 빡세게 시켜서 조금 미안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어쩌겠어, 난 분명히 미라이에게 쉬엄쉬엄할 생각 없다고 경고했으니.
그렇게 공부를 끝내고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달칵』 『쿵!』
P 「으악!」
미즈키 「카스가 씨, 저녁 준비... 어라, P군.」
P 「방문 열 때는 노크를 하고 열어주세요...」
미즈키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시간까지? 곧 있으면 7시입니다만.」
P 「네?」
난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6시 54분, 마카베 씨의 말대로였다.
P 「아, 정말이네...」
형으로 부재중 전화가 6통이나 도착해있었다.
무음 설정 하지 말걸...
부재중 전화 후 나에게 남긴 문자의 내용.
“6시 반까지 안 오면 저녁 없다.”
P 「...하아.」
미라이 「왜 그래? 아, 혹시 오늘 저녁...」
P 「굶게 생겼어...」
미라이 「아이고...」
미즈키 「큰일이네요.」
미즈키 「...아, 그렇다면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하고 가시는 건 어떤가요?」
P 「네? 그래도 되나요?」
미즈키 「카스가 씨의 공부를 도와준 답례라고 생각하세요. 게다가 오늘 메뉴는 가라아게 덮밥이랍니다.」
1. 사양한다.
2. 신세를 진다.
먼저 2표.
미라이 「에에? 그냥 같이 먹으면 안 돼?.」
P 「괜찮아. 돈 있으니까 밖에서 먹고 들어가면 돼.」
난 가방을 챙기고 현관까지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왔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난 곧바로 지갑 안을 확인했다.
미라이에겐 그렇게 얘기했었지만, 사실은 내 지갑 사정을 잘 몰랐었다.
P 「...휴, 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가게에서 라면 한 그릇 사먹을 돈은 가지고 있었다.
난 곧장 근처에 있는 라면 가게로 향했다.
.
.
.
P 「돈코츠로 하나 주세요.」
「알겠습니다!」
컵에 따른 생수를 한 모금 마시고 한 숨을 쉬었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은 날 빼면 2~3명밖에 없었다.
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인터넷을 하면서 기다렸다.
『~♪』
「어서오십쇼!」
유리코 「......」 두리번두리번
P 「...유리코?」
유리코 「...어라, P.」
교복차림으로 가방을 매고 노트북을 들고 있는 유리코.
이런 시간에 유리코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유리코는 내 쪽으로 다가와서 서있었다.
P 「아직도 교복차림이네. 학교 끝나고 계속 밖에 있었던 거야?」
유리코 「응. 선생님이 공부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P 「선생님? 유리코 학원 다녔었나?」
유리코 「아니, 카즈키 선생님.」
P 「아아, 우리 형 말하는 거였나. ...잠깐, 여태까지 우리 집에 있었던거야?」
유리코 「어어... 응.」
유리코 「아까 선생님이 되게 걱정하시던데, 전화도 안 받고, 언제 돌아오는 거냐면서.」
P 「그게... 여태까지 미라이가 공부 도와달라고 해서, 걔 집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었거든.」 하하...
유리코 「미라이랑...」
.
.
.
-한편 P의 집
카즈키 「......」
----------
그 아이는 내 손을 잡고 걷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난 이 손을 놓아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잠깐 다시 생각해보니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때가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그 아이랑 손을 잡아보는 일이 생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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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즈키 「......」 긁적긁적
유리코 「저 왔어요!」
카즈키 「어어, 시간 맞춰서 왔네.」
유리코 「...P는 아직 안 왔나요?」
카즈키 「응. 좀 있다가 오지 않을까.」
유리코 「그런가요...」
.
.
.
유리코 「......」 슥슥
유리코 「......」 휙
카즈키 「...아까부터 자꾸 왜 그래. 문제 풀다가, 시계 보다가.」
유리코 「P는 대체 언제 오는걸까요.」
카즈키 「음... 확실히 늦긴 하네. 그런데 P는 왜?」
유리코 「네? 아아, 그, 그냥...」
카즈키 「......」
카즈키 (설득력이 너무 떨어지는 거 같은데, 유리코.) 하아
P 「그렇지...」
7월인데도 푹푹 찌는 날씨.
카페에서 공부를 마친 우리들은 태양열 덕분에 이글거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덤으로 가방의 무게 때문에 더 힘들어 미칠 것 같았다.
이렇게 빨리 끝날 줄 알았으면 그냥 수학책만 챙겨오는 건데...
미라이 「...어라, P, 저기.」
P 「?」
미라이는 손으로 마트 앞을 가리켰다.
자세히보니 마트에서 여름맞이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받는 뽑기권으로 뽑기를 하는 행사였다.
미라이 「1등은 워터파크 4인 무료입장권이네.」
P 「그리고 꽝은 500ml 물병 1개고.」
마침 지난번 형이 내게 준 뽑기권을 한 장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곧장 가서 써보기로 했다.
2등, 3등 상품들도 꽤 탐나는 상품들이었지만, 푹푹 찌는 지금 상황에서는 꽝이 오히려 더 나아보였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추첨용 통을 돌리고...
『통통-- 또르르---』
.
.
.
미라이 「그래서 그렇게 됐단 말씀~!」
유리코 「워터파크라...」
안나 「P, 운, 정말…좋네.」
P 「나도 깜짝 놀랐어. 순간 멍했다니까.」
미라이 「짠~ 이게 바로 토요일에 받은 티켓!」
유리코 ˙ 안나 「오오...」
미라이는 어제 내가 건네준 무료이용티켓을 꺼내 자랑했다.
근데 뽑은 건 난데 왜 네가 자랑하는 거야.
P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에 가려고 하는데, 어때? 같이 갈래?」
두 사람의 참석 여부
1. 같이 온다.
2. 그 날엔 좀...
먼저 2표.
미라이 「왜? 혹시 안 돼?」
유리코 「응, 그 때는 선약이 있어서...」
안나 「안나도…이번 주는…안 돼.」
P 「둘 다 못 가는 건가.」
미라이 「그럼 일요일은-」
P 「이거 사용기간 토요일까지잖아.」
미라이 「아아... 그랬었지...」
안나와 유리코가 거절하고 우리는 다른 누군가를 데려갈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다이고랑 료, 시호, 시즈카에게도 물어봤지만
각각
다이고 「아아, 그 날은 가족끼리 어디 가기로 했다.」
료 「다음 주 월요일이 시험이잖아.」
시즈카 「나도 공부해야 해서...」
시호 「따로 일이 있어.」
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티켓 사용 설명서에서는 무조건 인원을 4명을 채워서 사용해야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카즈키 「그래서 날 데려가겠다고?」
P 「꼭 인원을 맞춰야 해서...」
카즈키 「나머지, 한 명은?」
P 「미라이가 마케베 씨가 같이 가기로 했어.」
카즈키 「마카베 씨라면... 그, 미라이의 사촌?」
P 「기억하고 있었네.」
카즈키 「...뭐, 알겠어. 같이 가자.」
.
.
.
-그리고 며칠 뒤
P 「오랜만에 수영복 입어서 그런가, 좀 불편하네.」
카즈키 「두 사람은?」
P 「아직 안 나온 모양인데?」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와 형.
미라이와 마카베 씨는 아직 탈의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나저나... 사람들 되게 많은데.
들어오기 전에 미라이가 여기 워터슬라이드가 명물이라면서 타고 싶다고 했었는데 탈 수 있으려나.
미라이 「우리 왔어!」
미즈키 「갈아입고 왔습니다.」
P 「어, 마침 나왔네.」
미라이 「P도 방금 나왔구나. 그나저나, 어때? 이 수영복.」
P 「에에?」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 수영복을 입고 잡지에서 볼 법한 포즈를 취하는 미라이.
뭔가 잡지에서 나오는 모델들은 느낌이 멋지다거나 예쁘다는 느낌이었는데.
미라이가 그런 포즈를 취하니까...
P 「어린애다...」 소곤
미라이 「뭐?」
P 「아니, 어울린다고.」
미라이 「그, 그래? 데헤헤, 며칠 전에 되게 고민하면서 결정했다고.」 짠
그래서 그 때 마카베 씨랑 같이 백화점에서 싱글벙글 나왔었던 건가.
미라이 「근데 어울린다고만 하고 끝이야?」
P 「그럼 더 말할 게 있나?」
미라이 「...아냐,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뭐.」
미즈키 「카스가 씨, 그러고보니 아까 워터슬라이드 타신다고...」
미라이 「아아, 맞다. 그랬었지.」
카즈키 「아까 보니까 사람들 다 그쪽으로 가던데. 빨리 안 가면 꽤 오래 기다려야 할 걸.」
미라이 「좋아! 그럼 Let's go!」
미즈키 「오오!」
P 「아, 잠깐, 뛰어가다가 넘어진다고!」
.
.
.
워터슬라이딩 대기열은 예상대로 꽤 길었다.
예상 대기시간 10분, 우리는 그냥 그곳에서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미라이는 갑자기 정체불명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미라이 「~♪」
P 「되게 신났는데.」
미라이 「당연하지, 여기 워터슬라이드, 재밌다고 들었거든.」
카즈키 「곧 있으면 우리 차례네.」
미즈키 「무서운 건 잘 못타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꿀꺽.」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식은 땀이 흐르는 걸보면 정말인거 같기도 하고.
형은...
P 「......」
카즈키 「......」
P 「...여기까지 와서 책을 읽어야 해?」
카즈키 「심심하다고.」
P 「나중에 내려갈 땐 어떻게 하려고,」
카즈키 「방수팩 챙겨왔으니까, 여기에 넣고 타면 돼.」
P 「......」
태클을 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걸어야 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3분 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기대하는 미라이와 다르게 긴장해서 굳어버린 미즈키 씨.
형도 조금은 기대했는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출발하겠습니다. 손잡이 놓지 말고 꽉 잡고 있으세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출발하는 고무보트.
고무보트는 약 40m의 높이에서 거의 시속 90km에 다다르는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P 「우왓!」
미라이 「꺄아아~~!!」
카즈키 「!」 움찔
미즈키 「오오오...!」
우리들이 탄 고무보트는 미라이의 시원한 비명소리와 함께 지상으로 도착했다.
미라이는 타고 난 후 개운해진 듯 기지개를 폈고, 마카베 씨도 한 번 타보니까 재밌었는지 다시 타러가자고 제안했다.
카즈키 「그럼 한 번 더 타볼까.」
P 「형도 재밌었나보네.」
카즈키 「응. 오랜만에 타보니까 재밌네.」
그렇게 우리들은 몇 분 동안 더 기다린 후에 한 번 더 고무보트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
.
.
P 「미라이는 어디로 갔지...」
슬라이드를 타고난 후 형은 테라스에서 잠시 쉬기로 했고, 마카베 씨는 슬라이드에 푹 빠졌는지 혼자서 다시 타기로 했다.
미라이는 아까 다른 놀이기구 타자고 같이 가자고 했었는데.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놓고선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P 「...한 번 찾아볼까.」
1~50 : 주변에서 보이지 않는다.
51~100 : 금방 발견.
먼저 2표.
혹시 다른 놀이기구로 새었나 싶어서 같아서 다른 놀이기구들의 줄도 한 번 살펴봤다.
하지만 약속장소 근처의 장소에선 아무리 돌아다녀도 미라이는 보이지 않았다.
P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돌아다니다가 엇갈렸을 수도,
그런 생각에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가 봤지만, 미라이는 없었다.
...혹시 나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반대편까지 가버린 건 아닐까?
P 「...한 번 가보자.」
.
.
.
반대편에서 미라이를 찾으러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근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도저히 안 보이는데.
P 「...어, 저기...」
미즈키 「아, 츠쿠모 군.」
P 「여기서 보네요. 슬라이드는 마음껏 타셨나요?」
미즈키 「네. 이번에는 저 기구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마카베 씨는 내 뒤에 있는 놀이기구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겉으로만 봐도 어마무시한 높이에 트랙이 어지럽게 꼬여있는 슬라이드였다.
P 「...저거 맨처음에 탔던 것보다 몇 배로 무서울탠데.」
미즈키 「괜찮습니다. 이제 적응했으므로.」
P 「그런가요. 참, 혹시 이 근처에서 미라이 못 봤어요? 만나기로 했는데 통 안보이네요.」
미즈키 「카스가 씨라...」
1~50 : 못 봤다.
51~100 : 저기 지나가는 걸 봤다.
먼저 2표.
미즈키 「...아, 그러고 보니 저기서 봤던 것 같은데요.」
P 「어디에요?」
미즈키 「따라오세요. 안내해드릴게요.」
마카베 씨를 따라 미라이가 있던 장소로 향했다.
여기는 길이 마치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미아가 될 수도 있었다.
난 마카베 씨를 따라가다가 마카베 씨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멈췄다.
미즈키 「이 근처에서 마주쳤던 거 같았는데.」
P 「이 근처요?」
난 확신이 들었다.
미라이는 지금 미아가 되고 주변을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P 「감사합니다. 안내해주셔서.」
미즈키 「별 말씀을.」
P 「그럼 전 찾으러 가볼게요.」
미즈키 「행운을 빌게요.」
미즈키 「.....」
미즈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었죠?」
.
.
.
난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미라이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멀리서 멀뚱히 서있는 미라이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미아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P (하여튼... 어라?)
좀 더 다가가니 보이는 남자 한 명. 작업인가?
멀뚱히 서있던 이유는 저거 때문이였나.
난 곧장 미라이에게 달려갔다.
P 「여어, 미라이.」
미라이 「아, P!」 덥썩
P 「어이, 잠깐...」
내 한 쪽 팔을 껴안고 상대를 바라보는 미라이.
작업을 건 남자는 나와 미라이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순히 물러나줬다.
P 「그냥 물러나줬네.」
미라이 「하아, 다행이다...」
P 「그런데 저 사람은 뭐야? 역시 작업?」
미라이 「응. 그나저나... P는 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한참 찾아다녔잖아.」
P 「무슨... 만나기로 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안 나타나서 직접 찾으러 다녔는데.」
P 「그런데 왜 여기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거야? 완전 정반대잖아?」
미라이 「......」
P 「...미라이?」
미라이 「실은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서...」
P 「역시 미아였냐.」
어떻게 내 예상이 이렇게 정확할 수가 있는거지.
P 「뭐, 어쨌든... 같이 놀이기구 타자며.」
미라이 「응. 반드시 2인용이라서 한 명이 더 필요했거든.」
P 「그래서? 위치가 어디야?」
미라이 「그게... 여기서 반대편에 있는데, 길을 몰라서...」
P 「좋아, 그럼 가자. 딱 붙어서 따라와.」
난 미라이와 함께 반대편으로 향했다.
미라이는 나와 떨어지지 않도록 가까이 붙었다.
P 「...그런데 손은 놔도 되잖아.」
미라이 「호, 혹시 모르잖아. 따로 떨어져서 또 미아가 될지...」
.
.
.
미라이와 합류하고 난 뒤, 우리들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음껏 즐겼다.
파도풀장에서 내 키보다 더 큰 파도에 휩쓸려보기도 하고,
물놀이터의 대형물통 아래에서 물벼락을 맞아보기도 하고.
내일이 시험이라는 것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 채 즐겁게 놀았다.
미라이 「다음엔 저쪽으로~!」
P 「어이, 길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미라이 「이곳 지리는 이제 다 외웠어. 자, 가자!」
마음이 가는 방향대로 돌아다니는 미라이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1. 온천 풀장
2. 다이빙 풀장
3. 중앙 대형 풀장
먼저 2표.
미라이 「꽤 한적하네.」
P 「그러게.」
다른 곳에 비해서는 사람이 적은 온천 풀장.
미라이는 풀장에 다가가서 손을 물에 적셨다.
미라이 「하아, 따뜻해~」
P 「좀 쉬었다 갈까. 많이 돌아다니기도 했으니.」
미라이 「그럴까?」
.
.
.
풀장에 몸을 담는 우리들.
실제 온천수처럼 뜨겁진 않았지만 여름이니까 뜨거웠으면 오히려 더 기분 나빴을지도.
여태까지 시원한 물만 맞으면서 놀아 차가워진 몸이 따뜻해졌다.
P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도 좋단 말이지...)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며 피로를 풀었다.
...라는 일은 내 앞에 공을 가져온 사람 덕분에 이뤄질 수 없었다.
P 「...뭐야, 그 비치볼은.」
미라이 「데헤헤, 그냥 심심해서 빌려왔어.」
P 「빌려왔다고?」
미라이 「응. 저기서.」
미라이는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튜브 & 비치볼 & 구명조끼 대여’라는 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P 「그래서, 왜 가져왔어?」
미라이 「당연한 거 아냐? 배구하자고!」
P 「......」
난 처음에는 애써 미라이를 무시했다.
하지만 뾰루퉁한 미라이의 눈빛에 못 이겨냈다.
P 「...알겠어. 할게.」
미라이 「데헤헤~」
.
.
.
P 「그럼, 한다.」
미라이 「아아, 잠깐.」
서브를 하려는 순간,
미라이는 손을 올리며 타임을 외쳤다.
미라이 「이왕 하는 거, 벌칙이라도 하나 걸고 할까?」
P 「벌칙?」
미라이 「그냥 하면 뭔가 재미없을 거 같고-」
재밌을거 같습니다만.
미라이 「뭣보다, P, 전혀 집중 안 할 거 같단 말이야.」
P 「아니, 난 집중 안 한다고-」
미라이 「벌칙은 뭘로 할까...」
P 「저기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진 미라이.
내가 아무리 미라이를 불러봐도 전혀 대답하지 않았다.
미라이 「아, +~2으로 할까.」
벌칙 결정
+~2까지 서술 후 주사위.
높은 값으로.
P 「좋고 말고가 아니고...」
워터파크에서 눈감고 돌아다니면 미끄러질 수 있어서 위험하다고...
게다가 사람들한테 치여 다닐 수도 있고.
미라이 「걱정 마. P가 지더라도 내가 길잡이가 될 테니까.」
P 「하아?」
미라이 「자, 그럼 시작하자. 어서, 서브!」
P 「잠깐, 진짜 그 벌칙 걸고 할 거야?」
미라이 「당연하잖아?」
미라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로 할 건가...
그래도 다른 벌칙들 있잖아. 입수라던가...
P 「...알겠어. 그럼 간다.」 통
난 미라이를 향해 가볍게 서브했다.
뭐, 내가 이겨서 그런 벌칙은 없던 걸로 만들면 되는 거잖아.
물에서 하는 거지만, 배구 정도는 미라이에게 이길 자신은 있다고.
+~2까지 주사위.
+1의 값이 높으면 미라이 승, +2의 값이 높으면 P 승.
쉽게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상보다는 좀 버거웠다.
뭔가 미라이의 움직임이 더 날래졌다고 해야 할까.
미라이 「받아랏~!」
P 「읏차.」
계속해서 강한 공을 날리는 미라이.
조금이라도 시선을 놓치면 공이 떨어진다.
미라이 「스매쉬!」
『톡』
P 「아!」
큰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강한 공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미라이가 속임수를 쓸 줄이야...
P 「졌다...」
미라이 「데헤헤, 속임수 성공~」
P 「꽤 하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미라이 「필드가 물로 바뀌었지만 배구엔 자신 있으니까!」
가슴을 피며 우쭐거리는 미라이.
난 가볍게 박수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P 「그럼 이제 다른 곳으로 가볼까.」
미라이 「맞다. 파도 풀장 가기로 했었는데.」
P 「지금 가면 되잖아. 자, 가자.」
미라이 「아, 잠깐, P.」
P 「?」
미라이 「벌칙, 잊은 건 아니지?」
P 「......」
.
.
.
P 「저기...」
미라이 「음?」
P 「굳이 눈 감고 돌아다녀야 해?」
미라이 「일단은 벌칙이니까.」
P 「......」
시합에서 져 눈을 감은 채 돌아다니는 나.
미라이가 내 손을 잡고 길잡이 역할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뭐지 하면서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뭔가 부끄러워졌다.
P 「그래서, 파도 풀까지는 아직 멀었어?」
미라이 「......」
P 「...미라이?」
미라이 「음, 거의 다 왔어. 근처야.」
말하기 전의 간격이 조금 신경 쓰이는데.
.
.
.
-20분 후
P 「그냥 솔직히 말하자.」
미라이 「...뭐를?」 뜨끔
P 「길 잃었다고.」
미라이 「...데헤헤.」
P 「대체 여기가 어디야?」
미라이 「아아, 눈뜨면 안 돼지!」
거의 다 왔다고만 말하고 도착하지를 않아서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였다.
난 20분 동안 감고 있었던 눈을 뜨고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
완전 근처에서 맴돌고 있었다.
P 「너 이거 일부로 그런거지?」
미라이 「데헤헤, 그랬던걸까나...」
P 「하여튼...」
.
.
.
미라이 「재밌었다~」
P 「그런 파도를 맞게 될 줄이야...」
카즈키 형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다니,
처음 봤을 때는 엄청 위험해보였다고.
미라이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나~」
P 「아, 그것보다-」
『꼬르륵-』
미라이 「......」 ///
P 「곧 있으면 저녁시간인데, 밥은 먹어야지.」
미라이 「응... 솔직히 좀 배고팠던 참이었어.」
P 「그럼 이제 슬슬 두 사람을 찾아볼까.」
4시간 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낸 우리들.
각자의 시간이라고 해도 나는 내내 미라이랑 같이 다녔지만...
근데 형이랑 마카베 씨를 어디서부터 찾아봐야하지...
이럴 줄 알았으면 개인활동 하기 전에 집합 약속 시간이랑 장소를 정해놓을 걸 그랬어.
미라이 「집합시간이랑 장소를 미리 정해놓을 걸 그랬나?」
P 「그러게. 어쨌든 한 번 찾아보자고.」
미라이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 같긴 한데... 찾으러 가볼까.」
P 「그럼 우선은… ….」
첫 번째로 들를 곳
1~50 : 슬라이드 존
51~100 : 테라스 파크
먼저 2표.
미라이 「여기 언니가 있다고?」
P 「예상을 해본다면 말이지.」
게다가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장소가 여기기도 하니까.
스릴을 좋아하는 마카베 씨라면 아직 여기에 남아있을 수도.
『꺄아아-』
미라이 「우와... 비명이 여기까지 들리는데.」
P 「좋아, 그럼 한 번 찾아볼까.」
미라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마카베 씨를 찾아봤다.
보통의 워터파크에는 대형 슬라이드가 많아봤자 3~4개가 있는 걸로 아는데
여긴 어떻게 된 건지 슬라이드가 8개가...
미라이 「...어, 저기 언니 아니야?」
P 「?」
미라이가 손가락으로 슬라이드 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마카베 씨가 보였다.
우릴 보지 못했는지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는 마카베 씨.
우린 쫓아가면서 마카베 씨를 불렀다.
미라이 「언니~!」
미즈키 「어라, P랑 카스가 씨.」
P 「역시 여기 있으셨네요. 찾고 있었어요.」
미즈키 「네. 그런데 찾고 있었다뇨?」
P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잖아요. 미라이도 배고파하는 것 같고.」
미즈키 「그렇군요. 어쩐지 조금 출출했었어요.」
미즈키 「아, 그 전에 저기에 한 번...」
P 「네?」
뒤를 돌아 슬라이드 쪽으로 걸어가는 마카베 씨.
P 「저기, 또 타시려고요?」
미즈키 「이제 저것만 타면 모든 슬라이드 정복이란 말입니다.」
P 「5시간 동안 다 타보신 거 아니였나요?」
미즈키 「어쩌다보니 같은 기구를 2~3번씩 탔었습니다.」
미라이 「그래서 다 못 타봤구나.」
미즈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P 「아, 잠깐만요!」
.
.
.
P 「하여튼...」
난 슬라이드 밑에서 두 사람을 기다렸다.
마카베 씨는 내 만류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 가버렸고,
미라이는
미라이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타야지~!」
라면서 마카베 씨를 따라가 버렸다.
미라이는 나도 같이 타자며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그나저나 미라이는 지치지도 않는 건가.
쉬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워터파크를 돌아다니면 피곤하지 않나?
『꺄아아-!』
P 「뭐야, 벌써 탄 건가.」
슬라이드에서 들려오는 미라이의 비명소리.
30분 정도 기다릴 줄 알았는데 두 사람은 10분 만에 슬라이드에서 돌아왔다.
미라이 「재밌었지?」
미즈키 「맞아요.」
P 「금방 왔네.」
미라이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라 그런가.」
미즈키 「그럼 한 번 더-」
P 「안 돼요.」
미즈키 「......」
.
.
.
-씨푸드 레스토랑
미라이 「맛있어~!」
미즈키 「가리비 구이도 괜찮아요. 먹어볼래요?」
미라이 「응!」 냠
P 「용케 이런 곳을 알고 있었네.」
카즈키 「조사, 해봤으니까.」
P 「헤에, 역시 형이야.」
저렴한 가격에 좋은 경치.
원래 내가 알아봐뒀던 곳보다 더 좋았던 것 같았다.
P 「근데 형, 해산물 요리는 별로라고 하지 않았었나?」
카즈키 「못 먹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여기선, 꽤 좋은 그림이, 나올 거 같았거든.」
P 「좋은 그림?」
카즈키 「응. 7시부터였나?」
P 「7시라면...」
...아, 설마 그건가.
『촤아아-』
미라이 「와, 저기 봐!」
미즈키 「오오, 되게 예쁘네요.」
창문 밖 분수 광장에서 시작한 분수 쇼.
여기서 보니 한 눈에 모든 장면을 볼 수 있었다.
P 「이거 노리고 온 거구나.」
카즈키 「사진으로 보니까, 예쁘더라고.」
P 「확실히 꽤 좋은 그림인데.」
조명에 비춰 반짝이는 물줄기들이 흩날리듯이 춤추고 있었다.
우리 네 사람 모두 그 모습에 시선이 사로잡혀버렸다.
미라이 「좋은 음식에, 화려한 풍경까지... 되게 좋은 걸!」
P 「그러게. 하아, 좀 더 여기 있고 싶은데.」
미라이 「음? 밥 먹고 좀 더 있다가 가는 거 아니었어?」
P 「시험 준비 안 할 거냐.」
미라이 「......」 움찔
P 「...미라이?」
미라이 「...잊고 있었어. 내일이 시험이라는 거...」
나도 순간 잊고 놀았었지.
미라이 「아아, 어쩌지...」 지끈
미즈키 「잘 되지 않을까요. 열심히 공부했으니.」
P 「뭐, 하루 정도 쉰다고 점수가 팍 깎이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상심하진 마.」
미라이 「으으...」
고개를 숙이고 들지 못하는 미라이.
그만큼 시험에 대한 압박이 큰 거겠지.
미라이 「...좋아.」
P 「?」
미라이 「이왕 이렇게 된 거, 폐장 시간까지 즐기겠어! 오오!」 활활
카즈키 「갑자기 각성했네.」
미라이 씨, 시험에 대한 압박이 큰 거, 맞죠?
미라이 「~♪」
시즈카 「기분 좋아 보이는데. 좋은 일 있었어?」
미라이 「그게 오늘 성적표 나왔잖아~」
시즈카 「성적표? 어라, 그러면...」
미라이 「짠~ 지난 시험보다 평균 점수 상승~!」
시즈카 「오오, 많이 올랐는데. 축하해, 미라이.」
미라이 「데헤헤♪」
성적표를 시즈카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는 미라이.
등수는 아직도 중하위권이지만, 그래도 평균 점수가 올랐다는 것에서 미라이는 의의를 두는 것 같다.
그리고 등수도 조금이지만 올랐으니까.
유리코 「......」
P 「유리코는 뭐하는 거야? 아까부터.」
유리코 「쉿.」
P 「?」
아까부터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는 유리코.
유리코 「지금!」 딸깍
《SYSTEM : (대충 실패했다는 내용)》
유리코 「아아, 실패인가...」
P 「실패?」
유리코 「티케팅 말이야. 리그 개막전 티케팅.」
P 「아아.」
유리코 「하아... 안나가 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현장에서 보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곧 있으면 리그도 시작하는구나.
안나는 내일 개막식 날에 첫 경기였던가.
어쩐지, 오늘 방과 후에 안보이더라니, 연습하러 간 거였군.
미라이 「무슨 일이야 유리코? 그렇게 상심한 표정을 짓고는.」
P 「내일 리그 개막전 티케팅 실패했데.」
미라이 「리그 개막전? 아, 맞다. 내일이 안나의 첫 데뷔 경기였지?」
유리코 「어쩔 수 없지. TV로 보면서 응원하는 수밖에.」
미라이 「......」
미라이 「...!」 번쩍
미라이 「그러면, 내일 우리 집에서 같이 보지 않을래? 같이 안나를 응원하자!」
P 「응원?」
유리코 「그럴까. 안나가 16강에 통과할 수 있도록!」
미라이 「P는 어떻게 할래?」
P 「난 상관없는데. 그런데 미라이, 안나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아는 거야?」
미라이 「음... 대충 레이싱 게임이라는 것 정도?」
그래도 어느 정도 알고는 있구나.
미라이 「뭐, 모르면 P랑 유리코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니까. 그치 시즈카?」
시즈카 「에? 나도 같이 응원하는 거야?」
미라이 「에?」
시즈카 「그게, 내일은 일이 있을 거 같아서, 시간이 될지...」
미라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P랑 유리코는 오는 거지?」
유리코 「물론.」
P 「나도 내일은 한가하니까.」
시즈카 「혹시 시간이 된다면 나도 가도 될까?」
미라이 「당연하지! 올 수 있다면 연락해 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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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의 집 (PM 6 : 57)
유리코 「이제 곧 시작이네.」
미라이 「안나 긴장하고 있으려나.」
P 「첫 대회니까 당연히 떨리겠지.」
미라이 「잘 했으면 좋겠는데.」
TV 광고를 보면서 기다리는 우리들.
10분 전에 안나한테 응원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긴 했는데, 봤으려나.
『~♪』
P 「?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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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 안나
1등으로 16강 진출할 테니까 지켜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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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안나한테서 왔네.」
유리코 「정말? 무슨 내용이야?」
P 「16강 진출할 거니까 지켜보고 있으라는데.」
유리코 「헤에.」
미라이 「그런데 시즈카는 안오는건가.」
P 「사정이 있다고 했으니까.」
1~50 : 바로 시즈카에게 전화가 왔다.
51~100 : 역시 오지 않았다.
먼저 2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