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거를 보라고 만든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포 수위는 물론이고 방금 강당 천장에서 떨어진 시체도 정말 사람이 죽은 시체를 쓴 것 같은 리얼함을 보여줬다.
영화 내 인물들이 갑자기 떨어진 시체에 놀라 비명을 지를 때, 극장에서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도 전부 놀라 똑같이 비명을 질렀다.
미라이 「꺄아악--!」
P 「!」 움찔
주변에서 그냥 들은 말로는 이게 영화의 5분의 1이라고 하는데, 이런 게 아직도 더 남았다는 거야? 장난하자는 건가?
미라이 (으으... 괜히 공포영화 보자고 하는 게 아니였어...) 덜덜
.
.
.
영화가 끝나고 어두웠던 내부가 밝아졌다.
영화를 볼 때 두근거리던 심장이 아직까지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P 「하아... 다 끝났다...」
미라이 「으으...」 덜덜
P 「이제 나가자. ...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뭔가가 내 팔을 붙잡고 있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P 「미라이, 그렇게 무서웠어?」
미라이 「......」 덜덜
P 「...미라이?」
미라이 「무... 무서웠어...」 글썽
P 「그 정도로 무서웠냐... 일단 팔 좀 놔줄래?」
미라이 「...어라?」
미라이는 자기가 두 팔로 잡고 있는 내 팔을 황급히 풀어줬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팔 잡고 있는 것도 눈치 못 챘던 거야.
P 「일단 눈물부터 닦자...」
P 「...어라?」
미라이 「왜 그래?」
P 「없어... 내 손수건...」
분명히 오늘 아침에 들고 나왔었는데...
설마 역에서 여기까지 급하게 오다가 떨어뜨린 건가.
미라이 「괜찮아? 손수건 잃어버렸는데.」
P 「됐어.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지. 자, 나가자.」
.
.
.
영화를 다 보고 극장에서 나오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P 「미라이, 배 안 고파?」
미라이 「음, 살짝 배고픈 거 같기도 하고.」
P 「그럼 이 근처에 햄버거 가게 있으니까 먹으러 갈까.」
미라이 「좋아!」
그래서 향하게 된 햄버거 가게.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1층에는 자리가 없었고 2층에도 3~4자리만 남겨놓고 전부 차있었다.
P 「그래도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네. 주문하고 올게. 뭐 먹을 거야?」
미라이 「음... 난 치즈버거로 할까.」
P 「OK, 저기 앉아서 기다려. 주문하고 올게.」
미라이가 2층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난 1층 카운터에서 주문 후 다시 올라갔다.
먼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라이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 밖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전형적인 거리의 모습이었다.
미라이 「하아... 이렇게 단 둘이서 노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네.」
P 「그러게.」
최근엔 밴드부 연습이나 vivid_rabbit님의 아이템전 연습을 도와준다고 거의 한 달 동안은 미라이랑 대화 한 번 할까 말까였으니.
미라이 「...저기, P.」
P 「왜?」
미라이 「어... 음...」
P 「...말 할 거면 빨리 말해.」
미라이 「그게... 그러니까...」
내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말을 더듬는 미라이.
난 그런 미라이를 ‘뭐지?’하며 빤히 바라봤다.
미라이 「그... 조(す)...」
??? 「저기...」 톡톡
P 「?」
미라이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밀짚모자에 안경을 쓰고 붉은 생머리를 한 여자였다.
???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P 「네?」
그 사람이 내게 전해준 건 잃어버렸던 손수건.
난 살짝 놀라 그 사람에게 물었다.
P 「언제 주우신 거예요?」
??? 「극장에서 부딪혔을 때, 주머니에서 떨어뜨리셔서. 그 때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쌩하고 가버리시더라고요.」
P 「아, 그럼 입구에서 저랑 부딪친 사람이...」
??? 「네. 저에요.」
P 「그렇군요. 그 땐 정말 죄송했어요.」
??? 「괜찮아요.」
그 땐 너무 급해서 제대로 못했던 사과를 다시 정중하게 사과했다.
사과를 한 후, 그 사람은 비어있는 우리 옆 자리에 앉았다.
P 「그런데,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어? 스(す)?」
미라이 「스... 스마트폰(スマホ) 케이스 바꿨구나 싶어서...」 아하하
P 「나 케이스 안 바꿨는데?」
미라이 「그, 그래? 내가 잠깐 착각했나 봐. 데헤헤...」
P 「하여간...」
주문한 음식을 가져오고 나서부터 계속 옆쪽을 흠칫 쳐다보고 있는 미라이.
옆 사람도 미라이의 시선이 느껴지는지 자꾸 두리번거렸다.
P 「...아까부터 왜 계속 흠칫흠칫 쳐다보는 거야.」
미라이 「저기, P. 옆에 앉아있는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P 「뭐?」
미라이 「아니, 그냥 분위기가 어디서 느껴본 분위기다 싶어서.」
미라이 「게다가 P한테 말 걸 때 목소리도 익숙했고.」
P 「그래?」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혹시 저 사람...」
P 「음?」
미라이 「P, 내 생각엔...」 소곤소곤
미라이는 내 귀에 대고 저 사람의 정체를 조용히 말했다.
P 「에이, 설마.」
미라이 「그래도, 정말 비슷해 보이잖아?」
P 「그건... 그렇긴 한데...」
미라이 「한 번 말이라도 걸어볼까. P가 한 번 가볼래?」
P 「왜 나야? 네가 한 번 가 봐.」
미라이 「흠...」
미라이의 행동
1~50 : 한 번 접근해본다.
51~100 : 그냥 가만히 있는다.
먼저 3표.
미라이 「그래. 한 번 가볼게.」
P 「정말?!」
미라이 「왜? 가보라고 하지 않았어?」
P 「그냥 가볍게 해본 말이지. 만약에 갔다가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라면-」
미라이 「갔다올게.」
P 「어이!」
내가 멈춰 세우기도 전에 미라이는 재빨리 그 사람에게 접근했다.
먼저 그 사람에게 말을 거는 미라이, 6~7 발자국 거리밖에 되지 않아서 대화 내용이 여기까지 들렸다.
미라이 「저기... 혹시 코토하 씨...」
코토하 「?!」 뜨끔
미라이 「역시! 제가 잘 못 본 게 아니었네요.」
코토하 「아하하... 안녕하세요...」
...잠깐, 정말로 코토하 씨였어?
미라이 「이야, 몇 주 전에도 만났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코토하 「네? 몇 주 전이라면... 아, 혹시 크레이프 가게에서 만났던...?」
미라이 「에? 절 기억하시나요?」
코토하 「물론이죠. 3주 전에 있었던 일인데.」
미라이 「저랑 P를 기억하고 계셨구나, 영광이에요!」
코토하 「영광이라뇨...」
미라이 「아, 그 때 같이 있었던 친구는 지금 제 뒤에 있어요.」
미라이는 옆으로 살짝 비키며 날 가리켰다.
코토하 씨는 날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미라이 「하아, 연예인이란 건 굉장히 힘든 거구나.」
P 「그렇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타인에게 노출되니까.」
미라이 「...그냥 알아차린 척하지 말 걸 그랬나 봐. 괜히 피해만 준 거 같단 말이지.」
P 「뭐, 일부러 피해주려고 말 건 건 아니잖아. 신경 쓰지 마.」
미라이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미라이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원래 사람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가.
미라이 「아, 그것보다 우리 햄버거 먹고 어디로 갈 거야?」
P 「어? 딱히 생각 안 해봤는데.」
미라이 「이 근처라면 오락실도 괜찮고 노래방도 괜찮고... 아, 보드게임 카페가 근처에 생겼다고 하던데.」
P 「그래?」
미라이 「P는 여기 근처에 어디 가보고 싶은데 있어?」
P 「음...」
1. 오락실
2. 노래방
3. 보드게임 카페
4. 기타
먼저 2표.
(4번 선택 시 행선지 작성 후 주사위, 높은 값으로 결정.)
미라이 「~♪」
P 「어이, 들어가기 전부터 목 나가겠다.」
미라이 「괜찮아, 이 정도로 뭘.」
P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네 노래 부르는 거 듣고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고...
난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간신히 노래방에 도착했다.
P 「하아... 드디어 도착...」
「...P?」
P 「?」
내가 시선을 땅에 두고 한숨을 쉴 때, 바로 옆에서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미라이 「시호?」
시호 「미라이도 같이 있었구나. 안녕.」
P 「여긴 무슨 일이야? 연습 중 아니었어?」
시호 「애들이 피곤해하더라고. 그래서 연습은 일찍 끝났어.」
시호의 주도하에 연습하는 장면이 필름이 지나가듯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갔다.
다이고의 한탄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다.
P 「어어... 연습은 잘 됐어?」
시호 「뭐, 그럭저럭.」
P 「다행이네. 미안, 오늘 연습 참가 못 해서.」
시호 「딱히 미안해 할 건 없잖아. 내가 오늘 갑자기 모이자고 한 건데.」
미라이 「그나저나, 시호랑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걸.」
P 「그러게. 거리엔 뭐 때문에 나왔어?」
시호 「그냥...」
미라이가 기운 넘치는 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시호는 조금 머뭇거렸다.
역시 밴드부 외 사람을 대하는 건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다.
P 「...저기, 시호.」
시호 「왜?」
P 「혹시 시간 되면 우리랑 같이 노래방 갈래?」
시호 「에?」
P 「아, 그리고 미라이가 시호 너랑 노래로 승부 보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미라이 「내가 언제?」
P 「이길 자신 있다며?」
미라이 「그렇게 말하진 않았던 걸로 아는데?」
P 「자, 그럼 들어갈까.」
미라이 「내 말은 무시하는 거야?!」
뭔가 이번 기회, 시호가 다른 사람들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호는 내 질문에 대해 신음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P 「자, 가자.」
시호 「......」
P 「시호, 어떻게 할래?」
시호 「아, 응. 그럼, 잠시 실례...」
.
.
.
그래서 일단은 시호를 데려오긴 했지만...
미라이 「ボクに焼き付けて!(나에게 새겨 줘!)♪」
시호 「......」 가만-히
P 「......」
뭐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두 사람의 어색함은...
한 쪽은 너무 밝고 한 쪽은 너무 어두워서, 같은 한 공간인데도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라이 「...어어, 저기, 시호도 한 곡 할래?」
시호 「...응.」
미라이 「시호는 노래방 오면 무슨 노래를 자주 불러?」
시호 「그냥, 아무거나.」
미라이 「그, 그렇구나...」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이는 미라이.
그건 시호도 마찬가지로 아까부터 계속 무슨 노래가 있나만 보고 있었다.
그래, 일단은 개입하는게 좋겠지.
그런데... 막상 개입하려고 하니까 나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미라이 「......」 ← 두리번거리는 중
시호 「......」 ← 계속 선곡 중
P 「......」
P 「...아, 맞다. 그래서 노래 대결은 언제 할 거야? 미라이.」
미라이 「...에?」
P 「그... 왜? 한다고 했었잖아? 내가 시호는 절대 못 이긴다고 말하니까 그럼 네가 한 번 승부 해볼까라고 말했잖아.」
시호 「...정말?」
미라이 「아, 난 그런 말-」
P 「응. 했었어.」
시호 「그래?」
미라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미라이. 방법이 이것밖에 안 떠오르더라.
시호 「좋아, 그럼 한 번 겨뤄볼까.」
미라이 「자, 잠깐-」
P 「응. 대결 방식은 어떻게 할래?」
시호 「음, 노래방 점수 측정기는 좀 부정확하니까. P가 심사하는 게 어때?」
P 「내가?」
시호 「싫으면 굳이 안 해줘도 돼.」
P 「아, 아냐. 내가 할게.」
미라이 「얘들아, 내 말도 좀-」
시호 「좋아, 그럼 시작할까.」
시호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라이는...
미라이 「......」 허탈
...미안해, 내가 나중에 뭐라도 사줄게.
대결 승자 결정
1~30 : 미라이 승
31~50 : 무승부
51~100 : 시호 승
+~3까지 주사위 후 가장 높은 값.
시호의 차례가 끝난 이후 노래를 부르는 미라이.
갑자기 성사된 매치라 대충 할 법도 한데, 오히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이의 말대로 노래 연습을 했는지 노래 실력이 조금 오른 것 같았다.
.
.
.
미라이 「하아, 끝...」
P 「꽤 잘 부르네?」 짝짝
미라이 「말했잖아. 집에서 연습했다고.」 데헤헤
시호 「그럼, 이제 P의 심사 결과만 남았나.」
미라이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P 「내 심사는... 시호의 승리.」
시호 「...그래.」
미라이 「뭐, 당연했어.」
전에는 농담으로 시호와 노래로 비빌 수 있다고 말했었지만 솔직히 미라이 본인도 인정할 것이다.
학교 내에서 시호와 노래로 비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아니 한 명도 없다는 걸.
.
.
.
노래방에서 나온 뒤, 시호는 먼저 갈 데가 있다면서 우리와 헤어졌다.
시호 「월요일에 보자.」
P 「어, 잘 가.」
미라이 「......」 뿡뿡
P 「...미안, 화났어?」
미라이 「정말, 내가 한 적도 없는 말을 멋대로 지어내다니.」
P 「그래도 노래로 시호랑 겨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 건 미라이 너잖아.」
미라이 「농담인 게 당연하잖아?」 흥
P 「그래, 미안해.」
미라이 「......」
내가 사과해도 미라이는 팔짱을 끼고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P 「...뭐야, 정말로 화난 거야?」
미라이 「그래! 나 화났다!」 뿡뿡
미라이 「거짓으로 말을 지어낸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미라이 (단 둘이서만 노는 줄 알았는데...) 소곤
P 「응? 뭐라고?」
미라이 「아무것도 아냐.」 휙
P 「......」
P 「......」 긁적
미라이 「......」
P 「...그래, 시호 때문이지? 화난 이유가.」
예전에 케이크 가게에서 미라이가 강조했던 말.
“무조~건 단 둘이서만 가는 거야. 알겠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라이는 나랑 단 둘이서만 놀고 싶어 했었다.
P 「미안. 시호가 워낙 너를 어려워하는 거 같아서, 너랑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싶어서 한 번 물어 본거야.」
미라이 「...시호는 나도 대하기 어렵다고.」
P 「너라면 빨리 친해질 수 있을 줄 알았거든. 내가 너무 성급했네.」
미라이가 아무리 붙임성이 좋다곤 해도, 상대는 남을 쉽게 믿지 않는 시호.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거리가 가까워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때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상한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
P 「그것보단, 단 둘이서만 있고 싶었었지?」
미라이 「......」 뜨끔
P 「왜 네가 ‘단 둘이’를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P 「뭐... 그래도 네 소원이고 약속이었으니까. 그걸 어겼으니 내가 사과해야겠지.」
난 미라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말 미안해.”라고 작게 말했다.
그러자 미라이는 살짝 화가 누그러졌는지 다시 내 쪽을 쳐다봤다.
미라이 「P는 사과할만한 짓을 많이 한단 말이지.」
P 「그런가?」
미라이 「응. 지금도 그렇고 캠핑장에서도 그랬었고.」
P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그렇다니까.」
미라이는 날 보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화난 게 완전히 잠잠해진 것 같았다.
P 「화는 풀렸어?」
미라이 「P가 사과했으니까, 받아줘야겠지.」
P 「그래, 그럼 다행이네.」 휴우
난 미라이의 손을 잡았다.
미라이 「?!?!?!」
P 「자, 그럼 다음 행선지로 가볼까.」
미라이 「어, 응, 에? 어디로 가려고?」 ///
P 「몰라,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가는 거지. 자, 가자!」
미라이 「아, 손은-!」
미라이 「......」
미라이 (그냥 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
.
.
역에서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은 이미 푸른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미라이 「재밌었다~」
P 「피곤해...」
미라이 「나도 조금 피곤할지도.」 하암
P 「그나저나, 재밌었어? 오늘.」
미라이 「물론!」
P 「그래, 그럼 됐고.」
시호 일 때문에 불만이었나 싶었는데, 다행히 오늘 하루에 꽤 만족한 모양이었다.
미라이 「저기, P. 다음에도 이렇게 둘끼리 놀러가지 않을래?」
P 「미안,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미라이 「아... 그렇지, 참...」
P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생각해볼게.」 긁적
미라이 「...! 응!」
P 「그럼 내일 보-」
미라이 「」 덥썩
P 「...미라이?」
미라이 「저기... 오늘 집까지 바래다 줄 수 있어?」
P 「뭐?」
미라이 「그, 그냥... 이왕 오늘 소원 들어주는 김에 안 될까?」
P 「음... 그래, 좋아.」
.
.
.
미라이와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
미라이가 갑자기 그런 부탁을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은가보다 하고 넘겼다.
근데 문제는...
미라이 「......」 꼬옥
P 「......」
아까부터 손은 왜 꼭 붙잡고 있는 걸까.
손을 놓으려고 할 때마다 미라이는 조용히 손에 힘을 주며 더 꽉 쥐었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미라이의 손을 통해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미라이의 손, 원래 이렇게 따뜻했었나.
게다가 바로 옆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P (...기분탓인가.)
미라이 「저기, P.」
P 「왜?」
미라이 「그... 요즘엔 시호랑은 어떻게 지내?」
P 「시호? 음... 그냥 동료라고 해야 하나.」
미라이 「그래?」
P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단 많이 나아졌지. 같이 사적인 얘기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미라이 「...그렇구나.」
미라이 「......」
P 「......」
미라이 「다음에 놀러갈 때, 또 같이 노래방이나 갈까?」
P 「뭐, 좋아.」
미라이 「노래 연습 더 해야겠는데. ~♪」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미라이.
오늘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미라이를 부른 게...
P 「...저기, 미라이.」
미라이 「음?」 ~♪
P 「......」
말을 하다가 잠시 멈칫거렸다.
정말 궁금한 질문.
하지만 굳이 이걸 물어봐야하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대답해하기 싫어하는데 굳이 물어봐야하나 싶었다.
그래도...
P 「그, 물어볼게 있는데.」
미라이 「뭐야?」
P 「...원래 점심시간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P 「어... 대체 왜 아이돌을 포기한 거야?」
미라이 「......」
미라이는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추더니 이내 굳어버렸다.
뭐, 예상한 반응이었다.
난 그런 미라이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계속했다.
P 「넌 그냥...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좀 신경 쓰이거든.」
P 「흥미를 잃긴 했어도 아무 이유 없이 흥미를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미라이 「......」
P 「넌 좋아하는 일은 뭐든 도전해보는 성격이잖아. 근데-」
미라이 「해봤어.」
P 「...뭐?」
난 잘못들은 거 같아서 미라이에게 되물었다.
그러더니 미라이는 쓴웃음을 하고 날 쳐다보며 대답했다.
미라이 「오디션, 봤었어.」
P 「정말?」
미라이 「응.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그 때, 한 번 지원했었어.」
P 「역시...」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P 「그래서, 결과는?」
미라이 「떨어졌어. 붙었다면 난 지금 P랑 같이 있는 게 아니라 지쳐서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을 걸.」
P 「......」
미라이 「오디션 치룰 때,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더라고.」
미라이 「정말 놀라웠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춤을 잘 추는 사람도 있었고, 스타일이 압도적으로 좋은 사람도 있었고.」
미라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은데, 내가 과연 그런 사람들을 뛰어넘고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P 「그렇게 오디션에서 불합격을 받고, 꿈을 접었다?」
미라이 「그렇지.」
P 「음...」
뭔가 개의치 않는 사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생긴 결과였다.
그래도 미라이, 도전은 했었구나.
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전도 하지 못하고 포기한 건 아니라서.
미라이 「이제 다 왔네.」
P 「어, 그러네.」
미라이 「난 그럼 들어갈게. P도 조심히 집으로 가.」
P 「응. 내일 보자.」
미라이 「내일 봐.」
미라이는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미라이가 집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P 「응. 나도 같이 가자.」
카즈키 「좋아, 기타 줘. 내가 들어줄게.」
P 「고마워.」
.
.
.
형을 따라 도착한 서점.
서점 입구 옆에는 ‘신권 발매!’라는 제목으로 배너가 서있었다.
배너에는 총 3권의 책들의 표지와 제목이 적혀있었고,
그 중 내 눈에 확 띈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 - 츠쿠모 카즈키’
P 「...형, 이거...」
카즈키 「응. 그 책, 사러 온 거야.」
P 「헤에...」
형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형의 작품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배너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형은 먼저 서점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뒤따라 들어갔다.
형의 책은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돼있었다.
P 「와... 베스트셀러?」
카즈키 「뭐... 그렇게, 됐네.」
P 「형, 대단한데.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카즈키 「그닥...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내가 형을 추켜세우자 형은 볼을 긁으며 쑥스러워했다.
카즈키 「책도 찾았고, 이제 갈까.」
P 「...아, 나 잠깐 찾아볼 게 있어.」
카즈키 「뭔데?」
P 「그냥, 형의 여러 작품들이 궁금해졌어.」
카즈키 「......」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돼있는 형의 책을 보고 난 궁금해졌다.
여태까지 형은 무슨 작품들을 남겼는지, 형의 노력의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카즈키 「그럼, 보러 갈까.」
P 「정말?」
카즈키 「소개해줄게. 내가, 어떤 책들을 썼는지.」
P 「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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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그러니까, 이게 형의 첫 작품이라는 거지?」
카즈키 「응. 첫 작품이라서,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형은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썼던 책들을 하나씩 소개시켜줬다.
그 중에서는 놀랍게도 현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도 있었다.
형이 3년 동안의 짧은 경력에도 많은 책들을 냈다는 사실이 난 많이 놀라웠다.
카즈키 「그나저나... 역시, 아는 사람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건, 좀 부끄럽네...」
P 「그래?」
카즈키 「솔직히... 난 그 책, 내가 썼지만 마음에 안 들어.」
카즈키 「오히려, 후회 돼. 책을 읽을 때마다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형은 자신의 책을 한 장씩 천천히 넘겨보며 조용히 말했다.
자기 작품을 읽고 있는데도 전혀 재밌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P 「...형의 작품은 좋은 작품이야.」
카즈키 「넌 그렇게 생각해?」
P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걸. 형의 책이 출판됐단 것 자체가 이미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 아닐까?」
카즈키 「그래...」
내가 다시 형의 작품을 칭찬하자 이번에 형은 쓴 웃음을 지었다.
『~♪』
카즈키 「어라, 문자가...」
카즈키 「...!」
P 「? 무슨 문잔데 놀라는 거야?」
카즈키 「아냐, 아무것도.」 휙
P 「에에? 뭔데? 궁금한데 좀 알려줘.」
카즈키 「진짜 별 거 아냐. 가자, 저녁 먹어야지.」
P 「에이, 정말이지.」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고 나와 유리코는 횡단보도로 발을 내딛었다.
거의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는 줄에 서있는 것 같이, 많은 인파들이 한 번에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인파에 떠밀려 엉뚱한 길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코 「P, 잘 따라 와.」
P 「따라가고 있어.」
유리코 「응. 으앗!」 툭
앞장서서 걷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 한 남성과 부딪친 유리코.
넘어지진 않았지만 균형을 잃고 그대로 떠밀려가고 있었다.
유리코 「으와아, 자, 잠깐...」
P 「아차.」 텁
난 떠밀려가는 유리코의 손을 간신히 붙잡았다.
P 「괜찮아?」
유리코 「응. 괜찮아.」
P 「조심해야지. 사람도 많은데.」
유리코 「미안...」
P 「가는 길이 저쪽이었지? 어서 가자.」
유리코 「응. 에, 어라?」
난 유리코에게 가는 길을 확인하고 그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횡단보도를 벗어나고 3분 더 그대로 직진했다.
어느 정도 걸어도 편의점이 나오지 않자 난 그 자리에 멈춰 유리코에게 물어봤다.
P 「유리코, 여기서 어디로 가야해?」
유리코 「......」
P 「...유리코?」
유리코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있었다.
내가 유리코를 아무리 불러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P 「저기, 유리코...?」
유리코 「......」
P 「...하아.」
『꼬집』
유리코 「아아아~~!」
P 「유리코 씨, 정신 차리세요.」
안나에게 배운 망상 속 유리코를 꺼내는 방법.
배워서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꽤나 유용했다.
유리코 「아야야... 볼은 왜 꼬집는거야?」
P 「미안, 안나한테 배운 대로 하느라.」
P 「그런데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는 거야. 뭐, 좋은 네타라도 생각났어?」
유리코 「에? 아, 그게 아니라...」
P 「......」
유리코 「지금... P가...」
P 「...내가?」
??? 「저기...」
P 「?」
??? 「아... 죄송한데, 길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 「혹시 ●○레코드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P 「아, 거기는… ….」
아까 있었던 서점 근처에 있던 음반 가게.
난 그 사람에게 손으로 길을 안내해줬다.
P 「그렇게 가시면 나올 거예요.」
??? 「네. 감사합니다. 그럼...」
P 「......」
난 혹시나 싶었다.
붉은 장발에 어디서 본 듯한 안경과 모자.
그리고 미라이보다 조금 큰 키.
설마...?
1~50 : 혹시나 싶어서 다시 부른다.
51~100 : 에이, 아니겠지...
+~3까지 높은 값.
미즈키 (되게 바글바글하네요.)
미즈키 (평소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었는데.)
미즈키 「...어라, 저건...」
P 「… ….」
유리코 「… ….」
미즈키 「츠쿠모 씨랑... 나나오 씨인가요.」
미즈키 (아는 척이라도 해볼까요. 아,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부른다고 해서 들리진 않겠네요.)
미즈키 「그런데 두 분이 왜 여기에...」
미즈키 (그러고 보니까, 오늘 세 분이서 여기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간다고 했었는데. 카스가 씨는 어디있는거죠?)
미즈키 「...어?」
P 「」 ←오른손을
유리코 「」 ←봐버렸다.
미즈키 「......」
미즈키 「......」 찰칵
미즈키 「......」 삑삑
----------
from. 카스가 미라이
(사진 첨부)
----------
미즈키 「...그냥 계속 갈까요.」
.
.
.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산 후, 우린 곧장 서점으로 돌아갔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30분이나 걸렸었다.
아까보단 줄도 확실히 줄었고 미라이도 이제 3층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P 「여어, 왔어.」
유리코 「미안, 많이 늦었지?」
미라이 「… ….」
미라이의 반응
1~30 : 아무 말도 없다.
31~60 : 유리코를 자꾸 응시한다.
61~90 : 평소랑 똑같은 미라이.
먼저 2표.
사람이 빠져나갈 때마다 우리의 순서가 가까워졌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해했지만, 딱히 지금 내가 뭘 할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순서.
형은 날 보고 꽤 놀란 표정을 했다.
난 형에게 제발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카즈키 「어라, P?」
P 「......」
형은 내가 보낸 신호를 알아챈 건지 못 알아챈 건지, 바로 아는 척을 했다.
난 형의 말에 서자마자 몰려오는 어색함에 어쩔 줄은 몰랐다.
그 와중에 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이었다.
유리코 「...에? P의...?」
미라이 「어라, 카즈키 오빠?」
그리고 두 사람도 이 사람의 정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형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카즈키 「어, 안녕, 오랜만이네. 미라이.」
카즈키 「그리고, 그 옆은...」
유리코 「아, 나나오 유리코에요.」
카즈키 「아아, P가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
P 「아니거든!」
미라이 「에?」
아니라고 했는데도...
정말 형은 늘 자기 멋대로 생각한단 말이야...
카즈키 「그런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너희들을.」
유리코 「아, 네. 그게... 그, 카즈키 작가님의 팬이라서...」
카즈키 「세 사람 모두?」
P 「아니, 나랑 미라이는 유리코 따라 온 거야.」
카즈키 「그래. 그럼...」 슥슥
카즈키 형은 옆에 쌓여있던 종이 세 장을 내려놓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카즈키 「자, 여기.」
유리코 「가, 감사합니다!」
카즈키 「P랑 미라이도.」
미라이 「아, 네.」
P 「고마워.」
카즈키 「아, 맞다. P, 오늘 저녁 찬거리 좀 부탁해도 될-」
P 「나중에 문자로 보내! 자, 어서 가자.」
난 미라이와 유리코의 팔을 붙잡고 옆으로 빠지려 했다.
그런데 유리코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코 「......」
카즈키 「...? 왜 그래?」
유리코 「저, 그...」
유리코는 손을 떨면서 형에게 내밀었다.
유리코 「혹시, 악수 한 번...」
카즈키 「아, 응.」
형은 펜을 내려놓고 유리코의 악수를 받아줬다.
악수를 하고 있을 때, 유리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유리코 「그, 존경하고 있어요. 작가님을.」
카즈키 「...그래.」
유리코는 짧게 한 문장을 형에게 말하고 손을 놓았다.
유리코 「감사합니다. 악수 받아주셔서.」
카즈키 「뭘, 이 정도로.」
유리코 「그럼, 저희는 이만.」
카즈키 「그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
유리코 「! 네!」
.
.
.
유리코 「되게 놀랐어. 카즈키 작가님이 P의 형일 줄이야.」
P 「어어, 그래?」
유리코 「그런데 작가님은 원래 혼자서 사는 걸로 아는데, 혹시 거짓말?」
P 「이번 작품 완결 됐다고 해서, 휴식 겸 우리 집에 온 거야.」
유리코 「헤에, 얼마나 쉰데?」
P 「글세, 형한테 물어본 적은 없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유리코의 반응은 되게 건조했다.
내가 괜히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유리코 「어쨌든 오늘은 되게 행복한 날이야. 존경하는 카즈키 작가님을 뵐 수 있었으니까.」
유리코 「미라이는 어땠어?」
미라이 「에? 아, 난...」
미라이 「나도 꽤 괜찮았던 거 같아...」
유리코 「그치?」
유리코는 그저 웃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미라이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침울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뭐 때문에?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겪은 건가?
과자 한 조각을 바닥에 흘리긴 했었지만, 그것 때문에 저렇게까지 침울해진다고?
P 「......」
뭐, 미라이라면 그런 사소한 일 하나로 텐션이 다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일로도 텐션이 급상승하거나 급하강하는 사람이 바로 미라이니까.
.
.
.
『~♪』
P 「? 문자?」 삑
----------
발신자 : 카즈키 형
그냥 네가 먹고 싶은 메뉴 재료들 사와.
----------
유리코 「뭐야?」
P 「저녁 찬거리 사오라고, 형이 보낸 거네.」
P 「마트 좀 들러야겠는데.」
유리코 「아,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마침 집에 우유가 없어서.」
P 「그래? 그럼 같이 갈까. 미라이는-」
미라이 「난 먼저 가볼게.」 다다다
P 「에? 어, 그래. 알겠어.」
유리코 「학교에서 보자!」
미라이 「......」
유리코의 말에도 미라이는 대답도 없이 그대로 길을 빠르게 걸어갔다.
P 「......」
유리코 「...오늘따라 미라이 되게 상태가 이상한 거 같지?」
P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유리코 「응... 무슨 일 있었나?」
1. P와 유리코가 마트 가는 장면으로
2. 미라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먼저 2표.
응.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만약 사실이었다면 P도 그렇게 당황하진 않았을 건데.
P도 그 말에 당황하는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하아.」
P랑 유리코, 되게 사이 좋아 보이긴 했었는데...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했던 건.
미라이 「에라, 모르겠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봤을 때,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정도 관계까지 발전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카즈키 오빠의 그 말을 듣자마자,
난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이 정신이 멍해졌었다.
미라이 「...응원, 해줘야겠지? 두 사람을...」
미라이 「그래, 그래야지...」
P가 유리코랑 사귄 건 많이 서럽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붙잡지 못한 걸 누구보고 탓하겠어.
애초에 P는 나랑 다시 사귈 마음도 없는 거 같고...
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평소랑 똑같은 하늘이었다.
미라이 「하늘 참 맑네...」
영화나 이런 걸 보면 주인공이 무슨 안 좋은 일을 겪을 땐, 비가 내리던데.
데헤헤, 난 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
미라이 「...잊어버리자. 더 생각해봤자 울적해질 뿐인데.」
난 이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길을 달려갔다.
속도를 내어 달리니 조금은 이 울적함이 그나마 나아지는 듯했다.
그래도... 이 울적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달릴 때마다 내가 왜 달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길 모퉁이를 돌다가
『쿵』
미라이 「으악!」
시즈카 「앗!」
난 누군가와 부딪쳐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미라이 「아야야...」
시즈카 「어라, 미라이?」
미라이 「아, 시즈카.」
시즈카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시즈카의 손을 잡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즈카 「갑자기 튀어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에?」
미라이 「?」
시즈카 「저기, 미라이...?」
미라이 「왜 그래?」
시즈카 「그, 눈가... 왜 그렇게 붉어진 거야?」
미라이 「에?」
난 휴대폰의 검은 화면을 거울삼아 내 눈가를 확인했다.
시즈카의 말대로 되게 붉어져있었다.
미라이 「저, 정말이네...」
시즈카 「붉은 것도 모자라서 뺨에 물기 같은 것도 있고. 혹시 어디서 운 거야?」
미라이 「에? 아, 아니야! 그런 건.」
시즈카 「정말?」
미라이 「정말이라니까.」 데헤헤
시즈카는 P랑 관련한다는 말에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계속 우물쭈물거리자 시즈카는 빨리 말해달라면서 날 재촉했다.
하지만 뭔가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즈카 「...혹시,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런 거야?」
미라이 「그럴...지도?」
시즈카 「그럼 장소를 옮겨볼까.」
.
.
.
-카페 안
시즈카 「하아?!」 쾅
미라이 「시즈카.」
시즈카 「아...」 크흠
난 시즈카에게 P와 유리코가 사귀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즈카는 되게 당황해하면서 테이블을 내리쳤다.
내가 시즈카를 진정시키자 시즈카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즈카 「하아... 잠깐잠깐잠깐, 미라이. 내가 지금 잘못들은 게 아니지?」
미라이 「」 끄덕
시즈카 「......」
나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가만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시즈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나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시즈카 「...근데, 그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사귄다는 증거가 있는 거야?」
미라이 「응.」
난 오늘 미즈키 언니에게 받은 사진과 카즈키 오빠에게 들은 말을 시즈카에게 말해줬다.
시즈카 (미라이랑은 사귈 생각이 없다고 P가 말하긴 했었지만...)
시즈카 (그런데 유리코랑 사귀고 있었을 줄이야...)
시즈카 「어, 언제부터 두 사람은 사귀고 있었데?」
미라이 「그건... 모르겠어.」
시즈카 「...하아.」
시즈카 (그러고보니 유리코가 자주 우리 밴드부 연습 때 찾아오는 거 같기도 했었지.)
시즈카 (...설마, 그 때부터 이미...?)
시즈카 (아니, 그래도 유리코랑 P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즈카 「......」 골똘
미라이 「...시즈카?」
시즈카 「저기, 미라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미라이 「뭐가?」
시즈카 「P랑 유리코가 만난지 이제 겨우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 기간 안에 연인관계로 발전했다니, 별로 믿기지 않잖아?」
미라이 「그건...」
난 시즈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시즈카의 말이 일리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
시즈카 「...좋아, 그럼 P랑 유리코가 사귀는 사이라고 치자.」
시즈카 「그럼 미라이, 넌 그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할 거야?」
미라이 「음... 그냥 두 사람을 응원하지 않을까.」
미라이 「끝까지, 오래가도록.」
시즈카 「그래... 뭐, 어쨌든 알겠어.」 벌떡
미라이 「어라, 벌써 가려고?」
시즈카 「응. 오늘 어디 가야할 곳이 있어서.」
미라이 「어, 알겠어. 그럼 학교에서 봐.」
시즈카는 옆에 있는 가방을 챙기고 자리를 떳다.
시즈카가 떠나고 나서 난 테이블 위에 놓인 카페오레를 보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 짧은 기간 동안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뭔가 이상했다.
...혹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걸수도...?
난 기타를 거실에 내려놓고 방으로 올라가 교복을 갈아입었다.
뭔가 하루가 지나면 지날 때마다 피로가 쌓여가는 것 같았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그대로 뻗어버리는 일도 많고, 밤에 잠을 일찍 자도 일어날 땐 별로 개운한 거 같지도 않고...
난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소파에 앉아도 별로 푹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감각마비인가?
카즈키 「......」
P 「...저기, 형. 저녁 언제 먹을 거야.」
카즈키 「......」
P 「형?」
카즈키 「......」
P 「저기요~ 카즈키 씨~」
내가 아무리 형을 불러봐도 형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배가 꽤 고팠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
.
.
P 「형, 저녁 준비 다 했어.」
카즈키 「......」
P 「아직도...」
난 형의 뒤로 다가가 등을 한 대 갈겨줬다.
『짝』
카즈키 「아야.」
P 「뭘 그리 열심히 읽고 있는 거야.」
카즈키 「어, 뭐야. 방에 있던 거 아니였어?」
P 「아까 전부터 계속 부엌에 있었거든요. 자, 저녁 준비 다 끝났어. 어서 먹자.」
카즈키 「음?」
형은 TV위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내 ‘아~’소리를 내며 책을 내려놨다.
카즈키 「미안, 저녁 준비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P 「하여튼...」
나와 형은 각자 자리에 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형이 오고나선 형에게 요리를 맡겼지만 오랜만에 해보는 요리인만큼 본격적으로 실력발휘를 해봤지만...
카즈키 「......」 깨작깨작
P 「......」
형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젓가락질을 한 번 할 때마다 멍을 때렸다.
P 「...맛없어?」
카즈키 「아니, 맛은 있어.」
P 「그럼 어서 먹어. 이번에 내가 실력발휘 좀 해봤는데.」
카즈키 「응.」
하지만 내가 말을 해도 형은 계속해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했다.
혹시 오늘, 형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P 「...저기, 혹시-」
카즈키 「지난번에 봤었던 유리코라는 애, 집으로 초대해줄 수 있어?」
P 「......」
P 「...네?」
응. 괜한 걱정이었다.
P 「유리코는 갑자기 왜?」
카즈키 「그냥, 그 때 악수 이후로 좀 흥미로워졌다고 해야할까. 다시 만나보고 싶어졌어.」
P 「......」
.
.
.
그리고 다음 날 학교,
난 유리코에게 어제 형이 말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우당탕』
유리코 「뭐무머무머뭐?!?!?!」
P 「진정해. 유리코.」
유리코는 당황했는지 옮기고 있던 책을 그대로 떨어뜨려버렸다.
유리코 「그, 그게 정말이야?」
P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유리코 「카, 카즈키 작가님이... 나를...?」
유리코 「.............」
P 「......」
유리코 「......에헤헤...」
P 「......」
『꼬집-』
유리코 「아야야~!」
P 「내 형으로 무슨 이상한 망상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유리코 「아아, 아니야, 아니야! 그러 거 아니야!」
유리코 「물론이지! 학교 끝나자마자 바로 가는 거야?」
P 「어, 응.」
유리코 「카즈키 작가님이...」
P 「...아, 맞다. 까먹고 말 안할 뻔했네.」
유리코 「?」
P 「내일 우리 집으로 올 때… ….」
유리코 「...에?」
.
.
.
-다음 날 학교
미라이 「P~!」 덥썩
P 「우왓, 뭐야, 미라이였나.」
미라이 「데헤헤.」
P 「그래서 용건이 뭐야?」
미라이 「그냥, 오늘 시간 되면 같이 어디 놀러갈까 싶어서.」
P 「아아, 오늘은 미안.」
미라이 「?」
유리코 「P, 나 왔어.」
P 「뭐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네.」
유리코 「미라이도 안녕.」
미라이 「아... 안녕.」
P 「오늘은 유리코랑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시간 되면 그 때 같이 놀자.」
미라이 「...알겠어.」
미라이는 살짝 침울해하더니 이내 날 금방 풀어줬다.
복도에서 날 기다리는 유리코. 나도 금방 가방을 챙기고 복도로 나갔다.
유리코가 품에 들고 있는 노트북.
난 그걸 보고 곧장 집으로 유리코를 데려왔다.
P 「형, 나 왔어.」
카즈키 「어, 왔구나. 그 애는?」
유리코 「예, 예에... 저도 같이...」
카즈키 「왔구나. 마침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현관에서 인기척을 내자 형은 거실에서 현관으로 나왔다.
처음이었다. 손님이 왔을 때, 형이 직접 현관까지 걸어 나온 적은.
카즈키 「일단, 안으로 들어와.」
유리코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리코를 편하게 대하는 형.
하지만 유리코는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형은 유리코를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혔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나와 유리코.
유리코는 안절부절못하고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와중에 형은 부엌에서 차를 끓여와 우리에게 내었다.
카즈키 「마침 홍찻잎이 있어서.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
유리코 「네. 잘 마실게요...」
P 「그래서, 유리코를 데려오라고 한 용건은?」
카즈키 「......」
형은 아무 말 없이 유리코를 가만히 바라봤다.
유리코는 형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즈키 「너, 혹시 아마추어 작가?」
P 「?」
유리코 「아, 네. 맞아요.」
유리코 「...어라? 근데 그건 어떻게 아신 거죠?」
P 「그러게. 내가 형한테 말해줬었나? 유리코 글 쓰고 있는 거.」
카즈키 「며칠 전 악수했었을 때.」
P 「악수가 왜?」
카즈키 「그냥, 그 때 감이 오더라고.」
P 「감?」
카즈키 「응.」 끄덕
P 「......」
그게 감으로 알 수 있는 거였어?
유리코 「대단하시네요... 그걸 감으로 알아맞히다니.」
P 「아니, 것보다 데려오라고 한 용건이 뭐냐니깐.」
카즈키 「그게, 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이긴 한데...」
유리코 「?」
카즈키 「...혹시 네가 여태까지 썼던 작품들, 몇 편을 내게 소개해 줄 수 있을까?」
유리코 「......」
유리코 「...네에에?!」
P 「」 깜짝
유리코의 놀라는 소리에 옆에 있던 나도 깜짝 놀라버렸다.
난 살짝 옆을 쳐다봤다. 유리코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카즈키 「아아, 싫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카즈키 「미안. 혹시 내가 괜한 말을 했나?」
유리코 「아, 아니요! 아니에요! 그, 그런 게 아니라!」 절레절레
당황한 유리코가 허공에 손을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유리코 「그, 그, 그게...」
1~50 : 네, 네! 좀 모자랄수도 있지만...
51~100 : 죄송해요! 남한테 보여줄 만한 실력은 아니라서...
먼저 2표.
유리코는 노트북의 전원을 킨 후, 배경화면에 있는 파일 한 개를 실행시켰다.
파일 안에는 그동안 유리코가 쓴 워드 파일들이 쌓여있었다.
적어도 한 20개는 되는 것 같았다.
유리코 「여, 여기요.」
카즈키 「음...」
노트북을 돌려 형에게 보여주는 유리코.
형은 파일 안에 있는 파일들의 제목을 싹 훑어보더니 그 중 워드 파일 한 개를 실행했다.
형이 실행한 워드 파일에는 여태까지 유리코가 쓴 걸로 추정되는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50페이지나 되는 워드 파일이었다.
카즈키 「......」
유리코 「......」
글을 천천히 읽어보는 형과 그런 형을 뻘쭘하게 바라보는 유리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5분 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 긴 글을 다 읽은 듯했다.
카즈키 「글 쓴 지는, 한 3~4년 정도?」
유리코 「아, 네.」
카즈키 「전부, 취미로 쓴 거야?」
유리코 「네.」
카즈키 「흐음.」
형은 유리코와 짧은 대화를 하더니 다시 노트북의 모니터에 집중.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카즈키 「전부 미완성이네.」
유리코 「네...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카즈키 「어디가?」
유리코 「그... 너무 진부하다고 할까요. 소재가.」
유리코 「그리고 쓸 때도 뭔가 이상해보이고...」
카즈키 「어디가?」
유리코 「뭐랄까... 인물과 인물 간의 대화가 많이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상황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조금...」
유리코 「그래서 처음엔 되게 열정적으로 써보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의욕을 잃어버려서...」
카즈키 「그래서 전부 미완성인건가.」
유리코 「네...」
땅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유리코.
형은 그런 유리코를 부르며 말했다.
카즈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카즈키 「누가 말했는지 알고 있어?」
유리코 「네? 어... 그게... 빅토르 위고?」
카즈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말이야.」
유리코 「아, 네. 그랬었죠.」
카즈키 「...넌 자기 작품을 써보고 다시 한 번 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어?」
유리코 「네? 어...」
유리코는 잠시 신음했다.
유리코 「...아뇨.」
카즈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
카즈키 「첫 번째는 수십 수백편의 글을 쓰는 것, 두 번째는 한 작품을 몇 개월, 몇 년 동안 붙잡고 쓰는 것.」
카즈키 「유리코, 넌 이 중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네.」
유리코 「네.」
카즈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요행수만 바란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거야.」
유리코 「네...」
형이 작가 지망생인 유리코에게 하는 뼈있는 말.
형은 다시 유리코에게 노트북을 돌려줬다.
유리코는 노트북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자기 작품을 한 번 더 읽어보기 시작했다.
유리코 「......」
카즈키 「내 생각엔, 그 작품, 조금만 더 다져보고 완결까지 낸다면 꽤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은데.」
유리코 「저, 정말인가요?」
난 형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웬만한 것(특히 작문)에는 사람에 대해서 칭찬을 안 하는 형이 유리코에게 칭찬을 할 줄이야.
게다가 가식적인 칭찬이 아닌 정말로 말하고 싶어서 하는 칭찬이었다.
카즈키 「응. 초고만 읽었을 뿐인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라니까.」
유리코 「...!」
형의 칭찬에 유리코의 볼이 붉어졌다.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면 무슨 기분일까.
유리코가 지금 느끼는 기분이려나.
.
.
.
유리코 「오늘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즈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와줬으니.」
카즈키 「혹시 그 글이 완성된다면, 우리 집에 또 와줄 수 있어?」
유리코 「아, 네! 그렇게 할 게요!」
카즈키 「그래. 기대할게.」
유리코 「기대해주세요!」
유리코는 그렇게 말하고 달려갔다.
유리코를 밖까지 배웅해주고 거실로 돌아온 형과 나.
형은 소파에 털썩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난 찻잔을 정리하면서 형에게 말을 걸었다.
P 「제대로 말해봐. 유리코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어?」
카즈키 「그 날 악수할 때, 손톱 끝 일부에 검은 페인트가 묻어있었거든.」
카즈키 「그래서 키보드의 페인트가 벗겨져서 손톱에 묻었구나라고 생각했어.」
P 「3~4년 동안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카즈키 「쓴 걸 보니까 알겠더라고. 되게 오랜 시간동안 써왔던 걸.」
카즈키 「그런 글은 많이 써봐야 나오는 거니까.」
P 「헤에.」
정리를 끝낸 나도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 TV를 켰다. 최근 학교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길었다면 길고 짧았다면 짧은 5월이 지나고 드디어 6월.
6월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활동하는 밴드부는 연습에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시작하는 라이브 하우스 오디션이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요일. 원래는 쉬는 날이었지만, 멤버들의 회의로 남은 일주일 동안 마무리 특훈에 돌입하기로 했다.
『~♪』
시호 「~♪」
스튜디오 안은 악기소리와 시호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처음 연주와는 다르게 많이 발전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호랑 다이고는 여기에 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시호 「하아...」
다이고 「목 괜찮나? 좀 쉬어?」
시호 「아냐, 괜찮아. 계속해도 돼.」
다이고 「좋아. 자, 그럼 다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전원 「OK.」
61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p: 밥 안먹었어...? 그럼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뭐 먹고 들어갈까?
미라이: 흠... 아니야! 팝콘이랑~ 콜라랑~ 다른 간식들 먹으면 되니까! 괜찮아!
미라이 「음, 그런가?」
P 「그렇잖아? 공포영화, 아니, 그냥 공포라는 단어만 들어도 질색했었는데.」
미라이 「어어...」
미라이 「어, 언니!」
미즈키 「무슨 일인가요?」
미라이 「저기, 그게, 그...」
미즈키 「자자, 일단 심호흡을 하시고.」
미라이 「응.」 스읍 하아
미즈키 「그래서, 무슨 일이죠?」
(문자 보여주고 난 후)
미즈키 「그런 건가요. P 군, 의외로 저돌적이네요.」
미라이 「으으...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둘이서 볼 만한 영화, 생각도 안 해봤는데...」
미즈키 「음... 아, 그렇다면… ….」
미라이 「그, 그냥 최근에 관심이 생겨서...」
P 「아아, 최근에 공포 소설 읽고 있었던 것도 그래서?」 끄덕끄덕
미라이 「어어... 응. 그렇지.」
미라이 (공포 소설이 아니라 공포를 가장한 개그물이였지만...)
『~♪』
P 「음?」
조용한 지하철 내부에 내 휴대폰 문자 도착음이 울렸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안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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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이 : 안나
오늘 시간 되면 같이 넷카페 갈래?
같이 게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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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곧바로 안나에게 답신을 보냈다.
----------
받는 이 : 안나
미안,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다음에 같이 가자.
----------
미라이 「...P랑 안나, 요즘 많이 친해진 거 같아.」
P 「...그런가?」
미라이 「물론이지. 안나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다니, 유리코 같이 정말 친한 사람 아니면 안 보내거든.」
P 「음...」
하긴, 내가 도서관에서 처음 안나를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미라이 「시호도 그렇고, P는 정말 커뮤력 대단한 거 같아.」
P 「내가 커뮤력이 대단한 거면 다이고는 어느 정도인 거야.」
솔직히 내가 그 두 사람과 친해질 수 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다이고랑 다른 애들 덕분이지만.
걔네들이 없었으면 전학 오고 교우관계에 있어서 많이 고생했을 것이다.
미라이 「...저기, P. 하나 그냥 궁금한 게 있는데.」
P 「?」
미라이 「만약에... 혹시라도 만약에... 시호랑 안나가 P에게 사귀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P 「...에?」 당황
미라이 「아니, 그냥... 정말로 궁금해서...」
1. 답하지 않는다.
2. 사귄다.
3. 사귀지 않는다.
먼저 3표.
난 미라이를 보고 옛날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이별한 날을 떠올렸다.
P 「안 사귈 거야.」
미라이 「에? 정말?」
P 「응.」
미라이 「어째서? 두 사람, 되게 매력 있잖아?」
P 「어어... 그냥 취향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미라이 「헤에.」
...라기 보단 다시는 그런 이별의 순간을 겪기 싫어서 그런 거지만.
미라이 「그렇구나... 다행이야...」 하아
P 「뭐라고?」
미라이 「에? 아, 아무 것도 아냐. 신경 쓰지 마.」
『~♪♬』
P 「아, 다 왔나보다.」
미라이 「어서 가자!」
전차에서 내리고 난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 ….
1~50 : 얼마 안 남았다!
51~100 : 넉넉하다
먼저 3표.
뭔가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출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미라이 「음, 간식이라도 사갈-」
P 「미라이, 서둘러야 해.」 덥석
미라이 「음, 어, 에?」
P 「간식은 영화관에서 팝콘 사면 되잖아. 어서 가자.」
미라이 「아, 알겠으니까 손은 놓고!」
.
.
.
전차에서 내려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달렸다.
상영까지 앞으로 3분, 좀 더 서두르면 제시간에 맞춰 들어갈 수 있겠다.
미라이 「하아... 하아... 얼마나 더 달려야 해?」
P 「거의 다 왔어.」
『위잉-』 『쿵』
P 「앗!」
「어머!」
시간이 촉박해서 급하게 달리다가 영화관이 위치한 빌딩 입구에서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P 「죄송합니다.」 다다다
미라이 「죄송해요.」 다다다
「아, 저-」
빌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그나저나, 아까 그 사람이 날 불렀던 거 같았는데.
기분 탓이려나.
빌딩 4층에 위치해있는 영화관 매표소.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내부는 꽤 한산했다.
P 「내가 팝콘 사올 태니까 대신 표 끊어줄래?」
미라이 「응. 알겠어.」
P 「예매티켓 출력기 저기 있으니까. 어떻게 쓰는지는 알지?」
미라이 「어어...」
P 「그럼 부탁할게.」
예매번호가 적힌 메모를 미라이에게 전달하고 난 팝콘과 음료를 사러갔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1분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팝콘과 음료를 가지고 예매티켓 출력기로 향했다.
미라이 「으음...」
P 「......」
이미 뽑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고 그냥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미라이 「그러니까...」 꾹 꾹
미라이 「...왜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거지?」
메모와 출력기를 번갈아보며 당황해하는 미라이.
보다 못한 나는 미라이 대신에 티켓을 출력했다.
P 「너 꽤 기계치였구나.」
미라이 「처, 처음이라 그런 거거든! 원래는 현장에서 사니까.」
응. 나도 방금 처음 써본 거야.
팝콘과 티켓까지 다 준비한 우리들은 상영관으로 향했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고 자리에 앉자마자 내부가 곧바로 암전되었다.
P 「때 맞춰 온 거 같네.」
미라이 「그러게.」
영화가 시작되고 공포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극초반에는 되게 평화롭게 시작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부분.
몰입도는 상당했고 공포 수위는… ….
1~33 : 움찔할 정도
34~66 : 손에서 땀이 난다.
67~100 : 관객들 전원이 기겁한다.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털썩』
정말 이거를 보라고 만든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공포 수위는 물론이고 방금 강당 천장에서 떨어진 시체도 정말 사람이 죽은 시체를 쓴 것 같은 리얼함을 보여줬다.
영화 내 인물들이 갑자기 떨어진 시체에 놀라 비명을 지를 때, 극장에서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도 전부 놀라 똑같이 비명을 질렀다.
미라이 「꺄아악--!」
P 「!」 움찔
주변에서 그냥 들은 말로는 이게 영화의 5분의 1이라고 하는데, 이런 게 아직도 더 남았다는 거야? 장난하자는 건가?
미라이 (으으... 괜히 공포영화 보자고 하는 게 아니였어...) 덜덜
.
.
.
영화가 끝나고 어두웠던 내부가 밝아졌다.
영화를 볼 때 두근거리던 심장이 아직까지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P 「하아... 다 끝났다...」
미라이 「으으...」 덜덜
P 「이제 나가자. ...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뭔가가 내 팔을 붙잡고 있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P 「미라이, 그렇게 무서웠어?」
미라이 「......」 덜덜
P 「...미라이?」
미라이 「무... 무서웠어...」 글썽
P 「그 정도로 무서웠냐... 일단 팔 좀 놔줄래?」
미라이 「...어라?」
미라이는 자기가 두 팔로 잡고 있는 내 팔을 황급히 풀어줬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팔 잡고 있는 것도 눈치 못 챘던 거야.
P 「일단 눈물부터 닦자...」
P 「...어라?」
미라이 「왜 그래?」
P 「없어... 내 손수건...」
분명히 오늘 아침에 들고 나왔었는데...
설마 역에서 여기까지 급하게 오다가 떨어뜨린 건가.
미라이 「괜찮아? 손수건 잃어버렸는데.」
P 「됐어.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지. 자, 나가자.」
.
.
.
영화를 다 보고 극장에서 나오니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P 「미라이, 배 안 고파?」
미라이 「음, 살짝 배고픈 거 같기도 하고.」
P 「그럼 이 근처에 햄버거 가게 있으니까 먹으러 갈까.」
미라이 「좋아!」
그래서 향하게 된 햄버거 가게.
점심시간이라 그런가, 1층에는 자리가 없었고 2층에도 3~4자리만 남겨놓고 전부 차있었다.
P 「그래도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네. 주문하고 올게. 뭐 먹을 거야?」
미라이 「음... 난 치즈버거로 할까.」
P 「OK, 저기 앉아서 기다려. 주문하고 올게.」
미라이가 2층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난 1층 카운터에서 주문 후 다시 올라갔다.
먼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라이는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창 밖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는 전형적인 거리의 모습이었다.
미라이 「하아... 이렇게 단 둘이서 노는 것도 되게 오랜만이네.」
P 「그러게.」
최근엔 밴드부 연습이나 vivid_rabbit님의 아이템전 연습을 도와준다고 거의 한 달 동안은 미라이랑 대화 한 번 할까 말까였으니.
미라이 「...저기, P.」
P 「왜?」
미라이 「어... 음...」
P 「...말 할 거면 빨리 말해.」
미라이 「그게... 그러니까...」
내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말을 더듬는 미라이.
난 그런 미라이를 ‘뭐지?’하며 빤히 바라봤다.
미라이 「그... 조(す)...」
??? 「저기...」 톡톡
P 「?」
미라이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밀짚모자에 안경을 쓰고 붉은 생머리를 한 여자였다.
???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P 「네?」
그 사람이 내게 전해준 건 잃어버렸던 손수건.
난 살짝 놀라 그 사람에게 물었다.
P 「언제 주우신 거예요?」
??? 「극장에서 부딪혔을 때, 주머니에서 떨어뜨리셔서. 그 때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쌩하고 가버리시더라고요.」
P 「아, 그럼 입구에서 저랑 부딪친 사람이...」
??? 「네. 저에요.」
P 「그렇군요. 그 땐 정말 죄송했어요.」
??? 「괜찮아요.」
그 땐 너무 급해서 제대로 못했던 사과를 다시 정중하게 사과했다.
사과를 한 후, 그 사람은 비어있는 우리 옆 자리에 앉았다.
P 「그런데,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어? 스(す)?」
미라이 「스... 스마트폰(スマホ) 케이스 바꿨구나 싶어서...」 아하하
P 「나 케이스 안 바꿨는데?」
미라이 「그, 그래? 내가 잠깐 착각했나 봐. 데헤헤...」
P 「하여간...」
다음에 이어질 상황 또는 대화 주제.
+~2까지.
???의 정체를 맞출 시 이벤트 발생.
미라이 「......」 지그시
P 「......」
주문한 음식을 가져오고 나서부터 계속 옆쪽을 흠칫 쳐다보고 있는 미라이.
옆 사람도 미라이의 시선이 느껴지는지 자꾸 두리번거렸다.
P 「...아까부터 왜 계속 흠칫흠칫 쳐다보는 거야.」
미라이 「저기, P. 옆에 앉아있는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P 「뭐?」
미라이 「아니, 그냥 분위기가 어디서 느껴본 분위기다 싶어서.」
미라이 「게다가 P한테 말 걸 때 목소리도 익숙했고.」
P 「그래?」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혹시 저 사람...」
P 「음?」
미라이 「P, 내 생각엔...」 소곤소곤
미라이는 내 귀에 대고 저 사람의 정체를 조용히 말했다.
P 「에이, 설마.」
미라이 「그래도, 정말 비슷해 보이잖아?」
P 「그건... 그렇긴 한데...」
미라이 「한 번 말이라도 걸어볼까. P가 한 번 가볼래?」
P 「왜 나야? 네가 한 번 가 봐.」
미라이 「흠...」
미라이의 행동
1~50 : 한 번 접근해본다.
51~100 : 그냥 가만히 있는다.
먼저 3표.
P 「정말?!」
미라이 「왜? 가보라고 하지 않았어?」
P 「그냥 가볍게 해본 말이지. 만약에 갔다가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라면-」
미라이 「갔다올게.」
P 「어이!」
내가 멈춰 세우기도 전에 미라이는 재빨리 그 사람에게 접근했다.
먼저 그 사람에게 말을 거는 미라이, 6~7 발자국 거리밖에 되지 않아서 대화 내용이 여기까지 들렸다.
미라이 「저기... 혹시 코토하 씨...」
코토하 「?!」 뜨끔
미라이 「역시! 제가 잘 못 본 게 아니었네요.」
코토하 「아하하... 안녕하세요...」
...잠깐, 정말로 코토하 씨였어?
미라이 「이야, 몇 주 전에도 만났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코토하 「네? 몇 주 전이라면... 아, 혹시 크레이프 가게에서 만났던...?」
미라이 「에? 절 기억하시나요?」
코토하 「물론이죠. 3주 전에 있었던 일인데.」
미라이 「저랑 P를 기억하고 계셨구나, 영광이에요!」
코토하 「영광이라뇨...」
미라이 「아, 그 때 같이 있었던 친구는 지금 제 뒤에 있어요.」
미라이는 옆으로 살짝 비키며 날 가리켰다.
코토하 씨는 날 바라보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코토하 「아, 그럼 전 이만...」
미라이 「네? 가시는 건가요?」
코토하 「그게...」 두리번두리번
코토하 씨는 초조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저 사람이 아이돌, 코토하라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작게나마 들렸다.
미라이 「아아... 죄송해요. 괜히 말 걸어서...」
코토하 「괜찮아요. 이젠 익숙하니까. 그럼 안녕히 계세요.」
황급히 짐을 챙기고 자리를 떠나는 코토하 씨.
미라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미라이 「하아, 연예인이란 건 굉장히 힘든 거구나.」
P 「그렇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타인에게 노출되니까.」
미라이 「...그냥 알아차린 척하지 말 걸 그랬나 봐. 괜히 피해만 준 거 같단 말이지.」
P 「뭐, 일부러 피해주려고 말 건 건 아니잖아. 신경 쓰지 마.」
미라이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미라이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원래 사람에게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가.
미라이 「아, 그것보다 우리 햄버거 먹고 어디로 갈 거야?」
P 「어? 딱히 생각 안 해봤는데.」
미라이 「이 근처라면 오락실도 괜찮고 노래방도 괜찮고... 아, 보드게임 카페가 근처에 생겼다고 하던데.」
P 「그래?」
미라이 「P는 여기 근처에 어디 가보고 싶은데 있어?」
P 「음...」
1. 오락실
2. 노래방
3. 보드게임 카페
4. 기타
먼저 2표.
(4번 선택 시 행선지 작성 후 주사위, 높은 값으로 결정.)
미라이 「그럼 다음 행선지는 결정!」 와앙
P 「어이, 천천히 먹어, 천천히.」
P 「...노래방이라.」
그나저나, 최근에 노래방을 언제 갔었더라.
그 때, 애들이랑 캠핑 끝내고 간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아는데.
P 「......」 슬쩍
미라이 「~♪」
햄버거를 물고 기분 좋다는 듯이 웃고 있는 미라이.
사람은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P 「......」
P 「......」 냠
그냥 다른 가게에서도 맛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맛인데.
.
.
.
미라이 「그래서 많이 연습했다고?」
P 「헤에, 그래?」
미라이 「응. 이젠 노래 실력만 놓고 보면 시호한테도 안 꿀릴 걸.」
P 「그래그래. 정말 기대 되네.」
어제 집에서 노래 연습 한 걸 자랑하며 걸어가는 미라이.
난 그런 미라이의 말을 반은 듣고 반은 흘려들으며 걸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미라이가 시호를 노래로 이긴다는 건...
+~3까지 주사위 굴리고
50이상이 나올 시 이벤트 발생.
안 나오면 그대로 진행.
미라이 「~♪」
P 「어이, 들어가기 전부터 목 나가겠다.」
미라이 「괜찮아, 이 정도로 뭘.」
P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네 노래 부르는 거 듣고 시선이 이쪽으로 쏠린다고...
난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면서 간신히 노래방에 도착했다.
P 「하아... 드디어 도착...」
「...P?」
P 「?」
내가 시선을 땅에 두고 한숨을 쉴 때, 바로 옆에서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난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미라이 「시호?」
시호 「미라이도 같이 있었구나. 안녕.」
P 「여긴 무슨 일이야? 연습 중 아니었어?」
시호 「애들이 피곤해하더라고. 그래서 연습은 일찍 끝났어.」
시호의 주도하에 연습하는 장면이 필름이 지나가듯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갔다.
다이고의 한탄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것 같았다.
P 「어어... 연습은 잘 됐어?」
시호 「뭐, 그럭저럭.」
P 「다행이네. 미안, 오늘 연습 참가 못 해서.」
시호 「딱히 미안해 할 건 없잖아. 내가 오늘 갑자기 모이자고 한 건데.」
미라이 「그나저나, 시호랑 이런 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는걸.」
P 「그러게. 거리엔 뭐 때문에 나왔어?」
시호 「그냥...」
(1시간 전)
시호 「......」
다이고 「시호, 연습 수고했데이~」
시호 「...저기, 다이고.」
다이고 「?」
시호 「P, 어디로 갔는지 알아?」
시즈카 「P랑 미라이라면… ….」
시호 「...그래.」
시호 「...연습도 끝났겠다, 산책 겸으로.」
미라이 「시호네 밴드, 이번에 오디션 준비한다고 했었지?」
시호 「에? 어, 응. 근데 어떻게...」
미라이 「다른 애들한테 들었어. 나, 계속 응원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해야 해!」
시호 「응...」
미라이가 기운 넘치는 목소리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시호는 조금 머뭇거렸다.
역시 밴드부 외 사람을 대하는 건 조금 어려워하는 것 같다.
P 「...저기, 시호.」
시호 「왜?」
P 「혹시 시간 되면 우리랑 같이 노래방 갈래?」
시호 「에?」
P 「아, 그리고 미라이가 시호 너랑 노래로 승부 보고 싶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미라이 「내가 언제?」
P 「이길 자신 있다며?」
미라이 「그렇게 말하진 않았던 걸로 아는데?」
P 「자, 그럼 들어갈까.」
미라이 「내 말은 무시하는 거야?!」
뭔가 이번 기회, 시호가 다른 사람들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호는 내 질문에 대해 신음하며 고민하고 있었다.
P 「자, 가자.」
시호 「......」
P 「시호, 어떻게 할래?」
시호 「아, 응. 그럼, 잠시 실례...」
.
.
.
그래서 일단은 시호를 데려오긴 했지만...
미라이 「ボクに焼き付けて!(나에게 새겨 줘!)♪」
시호 「......」 가만-히
P 「......」
뭐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느껴지는 두 사람의 어색함은...
한 쪽은 너무 밝고 한 쪽은 너무 어두워서, 같은 한 공간인데도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라이 「...어어, 저기, 시호도 한 곡 할래?」
시호 「...응.」
미라이 「시호는 노래방 오면 무슨 노래를 자주 불러?」
시호 「그냥, 아무거나.」
미라이 「그, 그렇구나...」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리만 긁적이는 미라이.
그건 시호도 마찬가지로 아까부터 계속 무슨 노래가 있나만 보고 있었다.
P 「......」
1~50 : ...개입할까?
51~100 : 미라이의 커뮤력을 믿어본다.
먼저 2표.
그런데... 막상 개입하려고 하니까 나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미라이 「......」 ← 두리번거리는 중
시호 「......」 ← 계속 선곡 중
P 「......」
P 「...아, 맞다. 그래서 노래 대결은 언제 할 거야? 미라이.」
미라이 「...에?」
P 「그... 왜? 한다고 했었잖아? 내가 시호는 절대 못 이긴다고 말하니까 그럼 네가 한 번 승부 해볼까라고 말했잖아.」
시호 「...정말?」
미라이 「아, 난 그런 말-」
P 「응. 했었어.」
시호 「그래?」
미라이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해, 미라이. 방법이 이것밖에 안 떠오르더라.
시호 「좋아, 그럼 한 번 겨뤄볼까.」
미라이 「자, 잠깐-」
P 「응. 대결 방식은 어떻게 할래?」
시호 「음, 노래방 점수 측정기는 좀 부정확하니까. P가 심사하는 게 어때?」
P 「내가?」
시호 「싫으면 굳이 안 해줘도 돼.」
P 「아, 아냐. 내가 할게.」
미라이 「얘들아, 내 말도 좀-」
시호 「좋아, 그럼 시작할까.」
시호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미라이는...
미라이 「......」 허탈
...미안해, 내가 나중에 뭐라도 사줄게.
대결 승자 결정
1~30 : 미라이 승
31~50 : 무승부
51~100 : 시호 승
+~3까지 주사위 후 가장 높은 값.
시호의 차례가 끝난 이후 노래를 부르는 미라이.
갑자기 성사된 매치라 대충 할 법도 한데, 오히려 평소보다 더 집중해서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이의 말대로 노래 연습을 했는지 노래 실력이 조금 오른 것 같았다.
.
.
.
미라이 「하아, 끝...」
P 「꽤 잘 부르네?」 짝짝
미라이 「말했잖아. 집에서 연습했다고.」 데헤헤
시호 「그럼, 이제 P의 심사 결과만 남았나.」
미라이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P 「내 심사는... 시호의 승리.」
시호 「...그래.」
미라이 「뭐, 당연했어.」
전에는 농담으로 시호와 노래로 비빌 수 있다고 말했었지만 솔직히 미라이 본인도 인정할 것이다.
학교 내에서 시호와 노래로 비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아니 한 명도 없다는 걸.
.
.
.
노래방에서 나온 뒤, 시호는 먼저 갈 데가 있다면서 우리와 헤어졌다.
시호 「월요일에 보자.」
P 「어, 잘 가.」
미라이 「......」 뿡뿡
P 「...미안, 화났어?」
미라이 「정말, 내가 한 적도 없는 말을 멋대로 지어내다니.」
P 「그래도 노래로 시호랑 겨뤄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한 건 미라이 너잖아.」
미라이 「농담인 게 당연하잖아?」 흥
P 「그래, 미안해.」
미라이 「......」
내가 사과해도 미라이는 팔짱을 끼고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P 「...뭐야, 정말로 화난 거야?」
미라이 「그래! 나 화났다!」 뿡뿡
미라이 「거짓으로 말을 지어낸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미라이 (단 둘이서만 노는 줄 알았는데...) 소곤
P 「응? 뭐라고?」
미라이 「아무것도 아냐.」 휙
P 「......」
완전히 등을 돌려버린 미라이.
화가 나도 정말로 단단히 난 것 같았다.
P의 다음 행동
+~3까지 작성 후 높은 값.
시호가 와서 그런거라면 미안해 다음에 둘이 또 놀러갈까?
미라이 「......」
P 「...그래, 시호 때문이지? 화난 이유가.」
예전에 케이크 가게에서 미라이가 강조했던 말.
“무조~건 단 둘이서만 가는 거야. 알겠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라이는 나랑 단 둘이서만 놀고 싶어 했었다.
P 「미안. 시호가 워낙 너를 어려워하는 거 같아서, 너랑 좀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싶어서 한 번 물어 본거야.」
미라이 「...시호는 나도 대하기 어렵다고.」
P 「너라면 빨리 친해질 수 있을 줄 알았거든. 내가 너무 성급했네.」
미라이가 아무리 붙임성이 좋다곤 해도, 상대는 남을 쉽게 믿지 않는 시호.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거리가 가까워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때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이상한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
P 「그것보단, 단 둘이서만 있고 싶었었지?」
미라이 「......」 뜨끔
P 「왜 네가 ‘단 둘이’를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P 「뭐... 그래도 네 소원이고 약속이었으니까. 그걸 어겼으니 내가 사과해야겠지.」
난 미라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말 미안해.”라고 작게 말했다.
그러자 미라이는 살짝 화가 누그러졌는지 다시 내 쪽을 쳐다봤다.
미라이 「P는 사과할만한 짓을 많이 한단 말이지.」
P 「그런가?」
미라이 「응. 지금도 그렇고 캠핑장에서도 그랬었고.」
P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그렇다니까.」
미라이는 날 보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화난 게 완전히 잠잠해진 것 같았다.
P 「화는 풀렸어?」
미라이 「P가 사과했으니까, 받아줘야겠지.」
P 「그래, 그럼 다행이네.」 휴우
난 미라이의 손을 잡았다.
미라이 「?!?!?!」
P 「자, 그럼 다음 행선지로 가볼까.」
미라이 「어, 응, 에? 어디로 가려고?」 ///
P 「몰라,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가는 거지. 자, 가자!」
미라이 「아, 손은-!」
미라이 「......」
미라이 (그냥 이대로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
.
.
역에서 내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늘은 이미 푸른빛에서 주황빛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미라이 「재밌었다~」
P 「피곤해...」
미라이 「나도 조금 피곤할지도.」 하암
P 「그나저나, 재밌었어? 오늘.」
미라이 「물론!」
P 「그래, 그럼 됐고.」
시호 일 때문에 불만이었나 싶었는데, 다행히 오늘 하루에 꽤 만족한 모양이었다.
미라이 「저기, P. 다음에도 이렇게 둘끼리 놀러가지 않을래?」
P 「미안,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미라이 「아... 그렇지, 참...」
P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생각해볼게.」 긁적
미라이 「...! 응!」
다음 상황 +~2까지.
@그러고보니 P가 미라이에게 물어볼게 있었는데?
거기서 이제 헤어져야했지만...
P 「그럼 내일 보-」
미라이 「」 덥썩
P 「...미라이?」
미라이 「저기... 오늘 집까지 바래다 줄 수 있어?」
P 「뭐?」
미라이 「그, 그냥... 이왕 오늘 소원 들어주는 김에 안 될까?」
P 「음... 그래, 좋아.」
.
.
.
미라이와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
미라이가 갑자기 그런 부탁을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고 싶은가보다 하고 넘겼다.
근데 문제는...
미라이 「......」 꼬옥
P 「......」
아까부터 손은 왜 꼭 붙잡고 있는 걸까.
손을 놓으려고 할 때마다 미라이는 조용히 손에 힘을 주며 더 꽉 쥐었다.
그러다보니 오랫동안 미라이의 손을 통해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미라이의 손, 원래 이렇게 따뜻했었나.
게다가 바로 옆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거 같기도 하고...
P (...기분탓인가.)
미라이 「저기, P.」
P 「왜?」
미라이 「그... 요즘엔 시호랑은 어떻게 지내?」
P 「시호? 음... 그냥 동료라고 해야 하나.」
미라이 「그래?」
P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보단 많이 나아졌지. 같이 사적인 얘기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
미라이 「...그렇구나.」
미라이 「......」
P 「......」
미라이 「다음에 놀러갈 때, 또 같이 노래방이나 갈까?」
P 「뭐, 좋아.」
미라이 「노래 연습 더 해야겠는데. ~♪」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미라이.
오늘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미라이를 부른 게...
P 「...저기, 미라이.」
미라이 「음?」 ~♪
P 「......」
말을 하다가 잠시 멈칫거렸다.
정말 궁금한 질문.
하지만 굳이 이걸 물어봐야하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대답해하기 싫어하는데 굳이 물어봐야하나 싶었다.
그래도...
P 「그, 물어볼게 있는데.」
미라이 「뭐야?」
P 「...원래 점심시간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 그래.」
P 「어... 대체 왜 아이돌을 포기한 거야?」
미라이 「......」
미라이는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추더니 이내 굳어버렸다.
뭐, 예상한 반응이었다.
난 그런 미라이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계속했다.
P 「넌 그냥... 흥미를 잃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좀 신경 쓰이거든.」
P 「흥미를 잃긴 했어도 아무 이유 없이 흥미를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미라이 「......」
P 「넌 좋아하는 일은 뭐든 도전해보는 성격이잖아. 근데-」
미라이 「해봤어.」
P 「...뭐?」
난 잘못들은 거 같아서 미라이에게 되물었다.
그러더니 미라이는 쓴웃음을 하고 날 쳐다보며 대답했다.
미라이 「오디션, 봤었어.」
P 「정말?」
미라이 「응.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그 때, 한 번 지원했었어.」
P 「역시...」
역시, 아무런 이유 없이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P 「그래서, 결과는?」
미라이 「떨어졌어. 붙었다면 난 지금 P랑 같이 있는 게 아니라 지쳐서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을 걸.」
P 「......」
미라이 「오디션 치룰 때,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더라고.」
미라이 「정말 놀라웠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춤을 잘 추는 사람도 있었고, 스타일이 압도적으로 좋은 사람도 있었고.」
미라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 수없이 많은데, 내가 과연 그런 사람들을 뛰어넘고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P 「그렇게 오디션에서 불합격을 받고, 꿈을 접었다?」
미라이 「그렇지.」
P 「음...」
뭔가 개의치 않는 사정이 있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현실의 벽을 마주하고 생긴 결과였다.
그래도 미라이, 도전은 했었구나.
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전도 하지 못하고 포기한 건 아니라서.
미라이 「이제 다 왔네.」
P 「어, 그러네.」
미라이 「난 그럼 들어갈게. P도 조심히 집으로 가.」
P 「응. 내일 보자.」
미라이 「내일 봐.」
미라이는 손을 흔들며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미라이가 집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미라이 「......」
난 몇 년 전, 팬이었던 아이돌의 스캔들 기사를 다시 보고 있었다.
미라이 「정말, 아이돌 활동이랑 연애랑 무슨 상관인지...」
미라이 「......」
P에게 거짓말한 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P도 오늘 거짓말 쳤었잖아. 응. 그럼 등가 교환이지, 뭐.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안 그래도 아팠던 어깨가(왜 아픈지는 모르겠다.) 지금 매고 있는 기타 때문에 더 아파왔다.
P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지.」
P 「...그리고 한 시간 뒤에 vivid_rabbit님이랑 아이템전 코칭이네.」 하아
오늘은 피곤하니까 코칭은 평소보다 좀 빨리 끝낼까...
카즈키 「P?」
P 「...?」
카즈키 「역시, 맞네.」
P 「어라, 형.」
축 쳐진 상태로 걸어가다가 간단한 차림의 옷을 입고 있는 형을 마주쳤다.
형의 한 쪽 손에는 작은 책이 들려있었다.
P 「형이 밖으로 나오고 웬일이야?」
카즈키 「서점, 가볼까 싶어서.」
P 「서점?」
카즈키 「책, 살 게 생겼거든. 그거 사러, 가는 길.」
카즈키 「P도 같이 갈래?」
P 「어...」
1. 따라간다.
2. 따라가지 않는다.
먼저 2표.
카즈키 「좋아, 기타 줘. 내가 들어줄게.」
P 「고마워.」
.
.
.
형을 따라 도착한 서점.
서점 입구 옆에는 ‘신권 발매!’라는 제목으로 배너가 서있었다.
배너에는 총 3권의 책들의 표지와 제목이 적혀있었고,
그 중 내 눈에 확 띈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 - 츠쿠모 카즈키’
P 「...형, 이거...」
카즈키 「응. 그 책, 사러 온 거야.」
P 「헤에...」
형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소설책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형의 작품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배너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형은 먼저 서점 안으로 들어갔고 나도 뒤따라 들어갔다.
형의 책은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돼있었다.
P 「와... 베스트셀러?」
카즈키 「뭐... 그렇게, 됐네.」
P 「형, 대단한데. 베스트셀러 작가라니.」
카즈키 「그닥...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내가 형을 추켜세우자 형은 볼을 긁으며 쑥스러워했다.
카즈키 「책도 찾았고, 이제 갈까.」
P 「...아, 나 잠깐 찾아볼 게 있어.」
카즈키 「뭔데?」
P 「그냥, 형의 여러 작품들이 궁금해졌어.」
카즈키 「......」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돼있는 형의 책을 보고 난 궁금해졌다.
여태까지 형은 무슨 작품들을 남겼는지, 형의 노력의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카즈키 「그럼, 보러 갈까.」
P 「정말?」
카즈키 「소개해줄게. 내가, 어떤 책들을 썼는지.」
P 「응!」
.
.
.
P 「그러니까, 이게 형의 첫 작품이라는 거지?」
카즈키 「응. 첫 작품이라서,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형은 서점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썼던 책들을 하나씩 소개시켜줬다.
그 중에서는 놀랍게도 현재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도 있었다.
형이 3년 동안의 짧은 경력에도 많은 책들을 냈다는 사실이 난 많이 놀라웠다.
카즈키 「그나저나... 역시, 아는 사람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건, 좀 부끄럽네...」
P 「그래?」
카즈키 「솔직히... 난 그 책, 내가 썼지만 마음에 안 들어.」
카즈키 「오히려, 후회 돼. 책을 읽을 때마다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형은 자신의 책을 한 장씩 천천히 넘겨보며 조용히 말했다.
자기 작품을 읽고 있는데도 전혀 재밌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P 「...형의 작품은 좋은 작품이야.」
카즈키 「넌 그렇게 생각해?」
P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할 걸. 형의 책이 출판됐단 것 자체가 이미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뜻 아닐까?」
카즈키 「그래...」
내가 다시 형의 작품을 칭찬하자 이번에 형은 쓴 웃음을 지었다.
『~♪』
카즈키 「어라, 문자가...」
카즈키 「...!」
P 「? 무슨 문잔데 놀라는 거야?」
카즈키 「아냐, 아무것도.」 휙
P 「에에? 뭔데? 궁금한데 좀 알려줘.」
카즈키 「진짜 별 거 아냐. 가자, 저녁 먹어야지.」
P 「에이, 정말이지.」
P ˙ 미라이 ˙ 안나 「사인회?」
유리코 「응! 이번 주 일요일에 쇼핑몰 서점에서 열리거든!」
유리코 「팬이라서 꼭 한 번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소원이 이뤄지게 됐어!」
안나 「작가 분의…이름은?」
유리코 「츠쿠모 카즈키 씨!」
P 「...?」
...어라, 잠깐...
내가 방금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미라이 「헤에, P의 형이랑 이름이 똑같네.」
안나 「어라, 정말?」
P 「아아... 응. 그렇지...」
잠깐이나마 내 귀를 의심했지만,
미라이가 확실히 확인사살을 해줬다.
유리코 「그래서, 이번 주 일요일에 시간 되는 사람? 같이 가보자!」
P 「어어...」
어쩌지...
이번 주 일요일이면 밴드부 연습도 없으니 한가하긴 한데...
사인회에서 형의 사인을 받는다니, 나중에 집에서 만나면 서로 어색해질 것 같은...
1. 에라, 모르겠다. 따라간다.
2. 다른 일이 있다며 핑계댄다.
먼저 2표.
미라이 「P가 간다면 나도!」
유리코 「좋아, 안나는?」
안나 「미안, 안나는…연습…있어서...」
유리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P 「......」
뭐, 딱히 간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아니니까.
상관 없…겠지?
.
.
.
-그리고 일요일
형은 평소와 다르게 아무 말 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집 밖으로 나섰다.
오늘 있을 사인회 때문이겠지.
거기서 나랑 만나면 무슨 반응을 보여주려나.
일단 오늘은 나도 형을 보면 아는 척 하진 말자. 서로 어색해질 수 있으니...
유리코 「~♪」
미라이 「기분 좋아보이네, 유리코.」
유리코 「당연하지~! 카즈키 씨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날인데!」
유리코는 한 권의 책을 꼭 품고 있었다.
지난 번 형이 샀었던 그 책이었다.
P 「저기, 유리코.」
유리코 「?」
P 「그... 카즈키 씨? 였나, 대단한 사람이야?」
유리코 「당연하지!」
P 「」 깜짝
유리코 「3년이라는 기간에 무려 10권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니까.」
미라이 「에에? 3년 동안 10권?!」
P 「헤에...」
같은 가족인데도 몰랐다.
형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은...
『~♪』
유리코 「아, 여기서 내려야 해.」
미라이 「가자~!」
그런데 유리코, 지난번에 캠핑용품 사러 갔을 때, 형을 만나지 않았었나?
P 「......」 멈칫
유리코 「? P, 어서 가자.」
P 「아아... 응.」
에이,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어...
.
.
.
-팬 사인회 현장
정류장에서 내리고 10분 거리에 큰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이 오늘 사인회가 열리는 장소였다.
줄은… ….
1~30 : 짧다.(10분 정도)
31~60 : 조금 기다려야겠는데.(1시간 정도)
61~100 : 3층에서 하는데 1층까지 줄이 서있다.(몇 시간 걸릴지 모르겠다.)
+~3까지 높은 값.
미라이 「사람들 되게 많은 걸.」
유리코 「우리가 너무 늦게 오긴 했지...」
흡사 아이돌 팬 사인회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배너에 적힌 내용을 보면 분명히 3층에서 진행한다고 했었는데, 줄이 바깥까지 나와 있다는 건...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
P 「어서 줄 서자. 계속 늘어난다.」
.
.
.
줄을 선 지 어느덧 30분째, 인데...
우린 아직까지도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히 내려오는 사람은 있는데, 왜 줄어들지를 않는 거지.
P 「하아...」
유리코 「......」 ←책 읽는 중
P 「뭐 읽고 있는 거야?」
유리코 「잊을 수 없는 기억.」
P 「카즈키 씨 작품?」
유리코 「응. 오늘 이 책에 사인 받으려고.」
내게 말하면서도 유리코는 책에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만큼 재밌다는 건가.
P 「유리코, 그 책 재밌어?」
유리코 「당연하지! P도 한 번 읽어볼래?」
P 「에? 그럼 유리코는 뭐하면서 기다리게?」
유리코 「괜찮아. 난 따로 휴대폰에 저장해 둔 e북 있으니까.」
P 「그럼...」
유리코는 책을 건네주고 뒤로 돌아 휴대폰을 꺼냈다.
난 유리코에게 받은 책을 받고 천천히 넘겨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
1~50 : 별로...
51~100 : 꽤 재밌다.
먼저 2표.
P 「......」 팔락팔락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 이해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줄글의 거부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나랑 영 맞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읽어가며 시간을 보내봤지만 책의 반의 반도 읽지 못하고 다시 유리코에게 돌려주었다.
유리코 「어땠어?」
P 「음... 솔직히 말하면 재미없었어.」
유리코 「그렇구나...」
유리코는 받은 책을 책갈피가 끼워진 페이지를 펼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난 유리코의 책 읽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집중력이 나오는 걸까.
난 많이 의아했다.
.
.
.
1시간 째 기다리는 중.
드디어 우리는 2층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라곤 해도 줄이 줄어드는 속도를 보면 아직도 한참 남은 것 같았다.
P 「언제쯤이면 우리 차례가 되려나...」
미라이 「이 정도 속도라면... 한 1시간 조금 더?」
유리코 「미안해. 내가 괜히 두 사람까지 데려와서...」
P 「데려왔다니, 내가 따라가기로 한 건데.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유리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도 계속 주눅 들어있는 유리코.
위로해줘도 별 소용이 없는 건가.
『꼬르륵-』
유리코 「아...」
미라이 「? 뭐야, 유리코 배에서 난 소리야?」
유리코 「에헤헤...」
P 「그러고 보니까 약간 출출하네.」
오랫동안 서있어서 그런 건지, 세 명 모두 조금 출출한 상태였다.
P 「그럼 내가 나가서 먹을 거라도 사올까?」
다음 대사
1~33 : 미라이 「아아, 나도 같이 갈래.」
34~66 : 유리코 「그런데 이 근처 편의점 어디 있는지 알아?」
67~100 : 미라이 「난 삼각김밥 한 개!」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P 「그럼 갔다 올 태니까 줄 좀 맡아줘.」
미라이 「맡겨 둬.」
유리코 「아, 그런데 P. 여기 근처에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가려는 거야?」
P 「어어...」
그러고 보니, 나 여기 처음 와보는 곳이라 주변 지리가 어떤지 잘 몰랐었지.
무턱대고 출발했다가 그대로 길 잃을 뻔 했군.
유리코 「역시 모르지?」
P 「응.」
유리코 「그럼 나랑 같이 갈래? 여기서 가까운 편의점까진 한 10분 정도는 걸어야 하거든.」
P 「그래. 부탁할게.」
미라이 「잘 갔다 와. 아, 난 참치마요 삼각김밥 데운 거로!」
P 「주문도 많네. 알겠어, 다녀올게.」
나는 유리코와 함께 미라이에게 줄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계속해서 줄이 쌓이는 중이었다. 우리가 왔을 때보다 더 쌓인 거 같은데?
P 「좀 더 늦게 왔으면 더 기다렸겠네.」
유리코 「그러게.」
+~2까지 상황.
유리코 「자, 건너자.」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고 나와 유리코는 횡단보도로 발을 내딛었다.
거의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는 줄에 서있는 것 같이, 많은 인파들이 한 번에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인파에 떠밀려 엉뚱한 길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코 「P, 잘 따라 와.」
P 「따라가고 있어.」
유리코 「응. 으앗!」 툭
앞장서서 걷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는 순간 한 남성과 부딪친 유리코.
넘어지진 않았지만 균형을 잃고 그대로 떠밀려가고 있었다.
유리코 「으와아, 자, 잠깐...」
P 「아차.」 텁
난 떠밀려가는 유리코의 손을 간신히 붙잡았다.
P 「괜찮아?」
유리코 「응. 괜찮아.」
P 「조심해야지. 사람도 많은데.」
유리코 「미안...」
P 「가는 길이 저쪽이었지? 어서 가자.」
유리코 「응. 에, 어라?」
난 유리코에게 가는 길을 확인하고 그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횡단보도를 벗어나고 3분 더 그대로 직진했다.
어느 정도 걸어도 편의점이 나오지 않자 난 그 자리에 멈춰 유리코에게 물어봤다.
P 「유리코, 여기서 어디로 가야해?」
유리코 「......」
P 「...유리코?」
유리코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있었다.
내가 유리코를 아무리 불러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P 「저기, 유리코...?」
유리코 「......」
P 「...하아.」
『꼬집』
유리코 「아아아~~!」
P 「유리코 씨, 정신 차리세요.」
안나에게 배운 망상 속 유리코를 꺼내는 방법.
배워서 써먹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꽤나 유용했다.
유리코 「아야야... 볼은 왜 꼬집는거야?」
P 「미안, 안나한테 배운 대로 하느라.」
P 「그런데 왜 그렇게 멍 때리고 있는 거야. 뭐, 좋은 네타라도 생각났어?」
유리코 「에? 아, 그게 아니라...」
P 「......」
유리코 「지금... P가...」
P 「...내가?」
??? 「저기...」
P 「?」
??? 「아... 죄송한데, 길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 「혹시 ●○레코드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P 「아, 거기는… ….」
아까 있었던 서점 근처에 있던 음반 가게.
난 그 사람에게 손으로 길을 안내해줬다.
P 「그렇게 가시면 나올 거예요.」
??? 「네. 감사합니다. 그럼...」
P 「......」
난 혹시나 싶었다.
붉은 장발에 어디서 본 듯한 안경과 모자.
그리고 미라이보다 조금 큰 키.
설마...?
1~50 : 혹시나 싶어서 다시 부른다.
51~100 : 에이, 아니겠지...
+~3까지 높은 값.
P 「에이, 설마...」 절래절래
그래, 설마 여기서 또 만날 리가 있겠어?
그냥 단순히 착각한 거겠지...
유리코 「......」
P 「어이, 유리코. 왜 그래. 아까부터 멍 때리고.」
유리코 「그러니까...」
P 「?」
유리코는 가만히 땅만 쳐다보고 있었다.
난 뭔가 싶어서 같이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유리코가 멍때리고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P 「?! 아, 미안...」
유리코 「아냐, 딱히...」
아까 전부터 오른손이 뭔가 따뜻하다고 생각은 했다만...
그런데 언제부터 손을 잡고 있었지?
유리코 「......」
유리코 「어, 어서 갈까. 편의점.」
P 「응. 그래서 어디로 가야해?」
유리코 「그러니까... 이제 여기서 쭉 가면 돼.」
P 「좋아. 미라이 기다리겠다. 어서 가자.」
유리코 「......」
유리코 (미라이가 있었다면 큰일이었겠는데...)
유리코 (잠깐, 이걸 혹시 미라이가 알게 된다면...?)
유리코 「......」
유리코 「...에이, 절대 그럴일은 없겠지...」 소곤
P 「? 방금 뭐라고 했어?」
유리코 「아, 그냥 혼잣말이야.」
1~50 : 짜잔~ 하지만 절대라는 건 없군요!
51~100 : 아무일 없이 편의점 들렀다가 돌아옴.
+~3까지 주사위 후 낮은 값.
「바글바글」
미즈키 (되게 바글바글하네요.)
미즈키 (평소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었는데.)
미즈키 「...어라, 저건...」
P 「… ….」
유리코 「… ….」
미즈키 「츠쿠모 씨랑... 나나오 씨인가요.」
미즈키 (아는 척이라도 해볼까요. 아, 그래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부른다고 해서 들리진 않겠네요.)
미즈키 「그런데 두 분이 왜 여기에...」
미즈키 (그러고 보니까, 오늘 세 분이서 여기 근처에 있는 서점에 간다고 했었는데. 카스가 씨는 어디있는거죠?)
미즈키 「...어?」
P 「」 ←오른손을
유리코 「」 ←봐버렸다.
미즈키 「......」
미즈키 「......」 찰칵
미즈키 「......」 삑삑
----------
from. 카스가 미라이
(사진 첨부)
----------
미즈키 「...그냥 계속 갈까요.」
.
.
.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산 후, 우린 곧장 서점으로 돌아갔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30분이나 걸렸었다.
아까보단 줄도 확실히 줄었고 미라이도 이제 3층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P 「여어, 왔어.」
유리코 「미안, 많이 늦었지?」
미라이 「… ….」
미라이의 반응
1~30 : 아무 말도 없다.
31~60 : 유리코를 자꾸 응시한다.
61~90 : 평소랑 똑같은 미라이.
먼저 2표.
P 「자, 여기 네가 부탁한 삼각김밥. 덤으로 네가 좋아하는 과자도 사왔어.」
미라이 「아, 응. 고마워...」
P 「...?」
뭐지, 미라이, 텐션이 되게 쳐져 있는 거 같은데.
너무 오래 기다려서 피곤했던 건가.
.
.
.
-30분 뒤
유리코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미라이 「그러네.」
유리코 「사진도 같이 찍어달라고 할까... 아, P는 어떻게 할 거야?」
미라이 「......」
P 「에? 나? 난, 어...」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들뜬 유리코.
그에 비례해서 나의 불안함은 더 높아져갔다.
츠쿠모 카즈키가 내 형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유리코가 내게 쏟아낼 귀찮은 질문들이 상상되었다.
제발 유리코가 형의 얼굴을 까먹었길 비는 수밖에 없는 건가.
유리코 「미라이도 기대 되지?」
미라이 「아, 으응...」
유리코 「~♪」
미라이 「......」
사람이 빠져나갈 때마다 우리의 순서가 가까워졌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불안해했지만, 딱히 지금 내가 뭘 할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다가온 순서.
형은 날 보고 꽤 놀란 표정을 했다.
난 형에게 제발 아는 척 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카즈키 「어라, P?」
P 「......」
형은 내가 보낸 신호를 알아챈 건지 못 알아챈 건지, 바로 아는 척을 했다.
난 형의 말에 서자마자 몰려오는 어색함에 어쩔 줄은 몰랐다.
그 와중에 형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표정이었다.
유리코 「...에? P의...?」
미라이 「어라, 카즈키 오빠?」
그리고 두 사람도 이 사람의 정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형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카즈키 「어, 안녕, 오랜만이네. 미라이.」
카즈키 「그리고, 그 옆은...」
유리코 「아, 나나오 유리코에요.」
카즈키 「아아, P가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
P 「아니거든!」
미라이 「에?」
아니라고 했는데도...
정말 형은 늘 자기 멋대로 생각한단 말이야...
카즈키 「그런데, 여기서 만날 줄이야, 너희들을.」
유리코 「아, 네. 그게... 그, 카즈키 작가님의 팬이라서...」
카즈키 「세 사람 모두?」
P 「아니, 나랑 미라이는 유리코 따라 온 거야.」
카즈키 「그래. 그럼...」 슥슥
카즈키 형은 옆에 쌓여있던 종이 세 장을 내려놓고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카즈키 「자, 여기.」
유리코 「가, 감사합니다!」
카즈키 「P랑 미라이도.」
미라이 「아, 네.」
P 「고마워.」
카즈키 「아, 맞다. P, 오늘 저녁 찬거리 좀 부탁해도 될-」
P 「나중에 문자로 보내! 자, 어서 가자.」
난 미라이와 유리코의 팔을 붙잡고 옆으로 빠지려 했다.
그런데 유리코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리코 「......」
카즈키 「...? 왜 그래?」
유리코 「저, 그...」
유리코는 손을 떨면서 형에게 내밀었다.
유리코 「혹시, 악수 한 번...」
카즈키 「아, 응.」
형은 펜을 내려놓고 유리코의 악수를 받아줬다.
악수를 하고 있을 때, 유리코의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 같았다.
유리코 「그, 존경하고 있어요. 작가님을.」
카즈키 「...그래.」
유리코는 짧게 한 문장을 형에게 말하고 손을 놓았다.
유리코 「감사합니다. 악수 받아주셔서.」
카즈키 「뭘, 이 정도로.」
유리코 「그럼, 저희는 이만.」
카즈키 「그래, 다음에 기회가 되면 보자.」
유리코 「! 네!」
.
.
.
유리코 「되게 놀랐어. 카즈키 작가님이 P의 형일 줄이야.」
P 「어어, 그래?」
유리코 「그런데 작가님은 원래 혼자서 사는 걸로 아는데, 혹시 거짓말?」
P 「이번 작품 완결 됐다고 해서, 휴식 겸 우리 집에 온 거야.」
유리코 「헤에, 얼마나 쉰데?」
P 「글세, 형한테 물어본 적은 없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유리코의 반응은 되게 건조했다.
내가 괜히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유리코 「어쨌든 오늘은 되게 행복한 날이야. 존경하는 카즈키 작가님을 뵐 수 있었으니까.」
유리코 「미라이는 어땠어?」
미라이 「에? 아, 난...」
미라이 「나도 꽤 괜찮았던 거 같아...」
유리코 「그치?」
유리코는 그저 웃고 있었지만, 옆에 있는 미라이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침울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뭐 때문에?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겪은 건가?
과자 한 조각을 바닥에 흘리긴 했었지만, 그것 때문에 저렇게까지 침울해진다고?
P 「......」
뭐, 미라이라면 그런 사소한 일 하나로 텐션이 다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일로도 텐션이 급상승하거나 급하강하는 사람이 바로 미라이니까.
.
.
.
『~♪』
P 「? 문자?」 삑
----------
발신자 : 카즈키 형
그냥 네가 먹고 싶은 메뉴 재료들 사와.
----------
유리코 「뭐야?」
P 「저녁 찬거리 사오라고, 형이 보낸 거네.」
P 「마트 좀 들러야겠는데.」
유리코 「아,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마침 집에 우유가 없어서.」
P 「그래? 그럼 같이 갈까. 미라이는-」
미라이 「난 먼저 가볼게.」 다다다
P 「에? 어, 그래. 알겠어.」
유리코 「학교에서 보자!」
미라이 「......」
유리코의 말에도 미라이는 대답도 없이 그대로 길을 빠르게 걸어갔다.
P 「......」
유리코 「...오늘따라 미라이 되게 상태가 이상한 거 같지?」
P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유리코 「응... 무슨 일 있었나?」
1. P와 유리코가 마트 가는 장면으로
2. 미라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먼저 2표.
‘P가 새로 사귄 여자친구였나?’
미라이 「...내가 잘못 듣지 않았지?」
응.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어.
만약 사실이었다면 P도 그렇게 당황하진 않았을 건데.
P도 그 말에 당황하는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하아.」
P랑 유리코, 되게 사이 좋아 보이긴 했었는데...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했던 건.
미라이 「에라, 모르겠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을 봤을 때,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정도 관계까지 발전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카즈키 오빠의 그 말을 듣자마자,
난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이 정신이 멍해졌었다.
미라이 「...응원, 해줘야겠지? 두 사람을...」
미라이 「그래, 그래야지...」
P가 유리코랑 사귄 건 많이 서럽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붙잡지 못한 걸 누구보고 탓하겠어.
애초에 P는 나랑 다시 사귈 마음도 없는 거 같고...
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평소랑 똑같은 하늘이었다.
미라이 「하늘 참 맑네...」
영화나 이런 걸 보면 주인공이 무슨 안 좋은 일을 겪을 땐, 비가 내리던데.
데헤헤, 난 주인공이 아니니까 그런 일은 없겠지.
미라이 「...잊어버리자. 더 생각해봤자 울적해질 뿐인데.」
난 이 울적함을 달래기 위해 길을 달려갔다.
속도를 내어 달리니 조금은 이 울적함이 그나마 나아지는 듯했다.
그래도... 이 울적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오히려 달릴 때마다 내가 왜 달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길 모퉁이를 돌다가
『쿵』
미라이 「으악!」
시즈카 「앗!」
난 누군가와 부딪쳐 그대로 뒤로 넘어져버렸다.
미라이 「아야야...」
시즈카 「어라, 미라이?」
미라이 「아, 시즈카.」
시즈카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난 시즈카의 손을 잡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즈카 「갑자기 튀어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에?」
미라이 「?」
시즈카 「저기, 미라이...?」
미라이 「왜 그래?」
시즈카 「그, 눈가... 왜 그렇게 붉어진 거야?」
미라이 「에?」
난 휴대폰의 검은 화면을 거울삼아 내 눈가를 확인했다.
시즈카의 말대로 되게 붉어져있었다.
미라이 「저, 정말이네...」
시즈카 「붉은 것도 모자라서 뺨에 물기 같은 것도 있고. 혹시 어디서 운 거야?」
미라이 「에? 아, 아니야! 그런 건.」
시즈카 「정말?」
미라이 「정말이라니까.」 데헤헤
난 애써 시즈카에게 바보같이 웃어보였다.
하지만 시즈카는 이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시즈카 「거짓말.」
미라이 「...뭐?」
시즈카 「나도 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안다고. 되게 어색하게 웃던데,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미라이 「......」
시즈카 「혹시 나한테 뭐 잘못하기라도 한 거야?」
미라이 「......」 절래절래
시즈카 「그럼 뭔데?」
미라이 「그...게...」
미라이 「P에... 대한... 건데...」
시즈카 「P?」
시즈카는 P랑 관련한다는 말에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계속 우물쭈물거리자 시즈카는 빨리 말해달라면서 날 재촉했다.
하지만 뭔가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즈카 「...혹시,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런 거야?」
미라이 「그럴...지도?」
시즈카 「그럼 장소를 옮겨볼까.」
.
.
.
-카페 안
시즈카 「하아?!」 쾅
미라이 「시즈카.」
시즈카 「아...」 크흠
난 시즈카에게 P와 유리코가 사귀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시즈카는 되게 당황해하면서 테이블을 내리쳤다.
내가 시즈카를 진정시키자 시즈카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시즈카 「하아... 잠깐잠깐잠깐, 미라이. 내가 지금 잘못들은 게 아니지?」
미라이 「」 끄덕
시즈카 「......」
나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가만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다.
시즈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지 나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시즈카 「...근데, 그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두 사람이 사귄다는 증거가 있는 거야?」
미라이 「응.」
난 오늘 미즈키 언니에게 받은 사진과 카즈키 오빠에게 들은 말을 시즈카에게 말해줬다.
시즈카 (미라이랑은 사귈 생각이 없다고 P가 말하긴 했었지만...)
시즈카 (그런데 유리코랑 사귀고 있었을 줄이야...)
시즈카 「어, 언제부터 두 사람은 사귀고 있었데?」
미라이 「그건... 모르겠어.」
시즈카 「...하아.」
시즈카 (그러고보니 유리코가 자주 우리 밴드부 연습 때 찾아오는 거 같기도 했었지.)
시즈카 (...설마, 그 때부터 이미...?)
시즈카 (아니, 그래도 유리코랑 P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즈카 「......」 골똘
미라이 「...시즈카?」
시즈카 「저기, 미라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미라이 「뭐가?」
시즈카 「P랑 유리코가 만난지 이제 겨우 2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 기간 안에 연인관계로 발전했다니, 별로 믿기지 않잖아?」
미라이 「그건...」
난 시즈카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시즈카의 말이 일리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미라이 「......」
시즈카 「...좋아, 그럼 P랑 유리코가 사귀는 사이라고 치자.」
시즈카 「그럼 미라이, 넌 그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할 거야?」
미라이 「음... 그냥 두 사람을 응원하지 않을까.」
미라이 「끝까지, 오래가도록.」
시즈카 「그래... 뭐, 어쨌든 알겠어.」 벌떡
미라이 「어라, 벌써 가려고?」
시즈카 「응. 오늘 어디 가야할 곳이 있어서.」
미라이 「어, 알겠어. 그럼 학교에서 봐.」
시즈카는 옆에 있는 가방을 챙기고 자리를 떳다.
시즈카가 떠나고 나서 난 테이블 위에 놓인 카페오레를 보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 짧은 기간 동안 두 사람이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뭔가 이상했다.
...혹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걸수도...?
시즈카 (...P랑 유리코를 유심히 지켜봐야겠는 걸.)
P 「다녀왔어.」
카즈키 「어, 왔어?」
난 기타를 거실에 내려놓고 방으로 올라가 교복을 갈아입었다.
뭔가 하루가 지나면 지날 때마다 피로가 쌓여가는 것 같았다.
수업시간이 끝나면 쉬는 시간에 그대로 뻗어버리는 일도 많고, 밤에 잠을 일찍 자도 일어날 땐 별로 개운한 거 같지도 않고...
난 거실로 내려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지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소파에 앉아도 별로 푹신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감각마비인가?
카즈키 「......」
P 「...저기, 형. 저녁 언제 먹을 거야.」
카즈키 「......」
P 「형?」
카즈키 「......」
P 「저기요~ 카즈키 씨~」
내가 아무리 형을 불러봐도 형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배가 꽤 고팠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
.
.
P 「형, 저녁 준비 다 했어.」
카즈키 「......」
P 「아직도...」
난 형의 뒤로 다가가 등을 한 대 갈겨줬다.
『짝』
카즈키 「아야.」
P 「뭘 그리 열심히 읽고 있는 거야.」
카즈키 「어, 뭐야. 방에 있던 거 아니였어?」
P 「아까 전부터 계속 부엌에 있었거든요. 자, 저녁 준비 다 끝났어. 어서 먹자.」
카즈키 「음?」
형은 TV위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내 ‘아~’소리를 내며 책을 내려놨다.
카즈키 「미안, 저녁 준비는 내가 하려고 했는데.」
P 「하여튼...」
나와 형은 각자 자리에 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형이 오고나선 형에게 요리를 맡겼지만 오랜만에 해보는 요리인만큼 본격적으로 실력발휘를 해봤지만...
카즈키 「......」 깨작깨작
P 「......」
형은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젓가락질을 한 번 할 때마다 멍을 때렸다.
P 「...맛없어?」
카즈키 「아니, 맛은 있어.」
P 「그럼 어서 먹어. 이번에 내가 실력발휘 좀 해봤는데.」
카즈키 「응.」
하지만 내가 말을 해도 형은 계속해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했다.
혹시 오늘, 형한테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P 「...저기, 혹시-」
카즈키 「지난번에 봤었던 유리코라는 애, 집으로 초대해줄 수 있어?」
P 「......」
P 「...네?」
응. 괜한 걱정이었다.
P 「유리코는 갑자기 왜?」
카즈키 「그냥, 그 때 악수 이후로 좀 흥미로워졌다고 해야할까. 다시 만나보고 싶어졌어.」
P 「......」
.
.
.
그리고 다음 날 학교,
난 유리코에게 어제 형이 말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우당탕』
유리코 「뭐무머무머뭐?!?!?!」
P 「진정해. 유리코.」
유리코는 당황했는지 옮기고 있던 책을 그대로 떨어뜨려버렸다.
유리코 「그, 그게 정말이야?」
P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유리코 「카, 카즈키 작가님이... 나를...?」
유리코 「.............」
P 「......」
유리코 「......에헤헤...」
P 「......」
『꼬집-』
유리코 「아야야~!」
P 「내 형으로 무슨 이상한 망상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유리코 「아아, 아니야, 아니야! 그러 거 아니야!」
유리코가 내 형과 관련된 망상을 한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서 그대로 응징했다.
P 「그래서, 혹시 내일 방과후에 시간 돼?」
유리코 「… ….」
1. 당연하지!
2. 아, 그 땐 별로...
먼저 2표.
P 「어, 응.」
유리코 「카즈키 작가님이...」
P 「...아, 맞다. 까먹고 말 안할 뻔했네.」
유리코 「?」
P 「내일 우리 집으로 올 때… ….」
유리코 「...에?」
.
.
.
-다음 날 학교
미라이 「P~!」 덥썩
P 「우왓, 뭐야, 미라이였나.」
미라이 「데헤헤.」
P 「그래서 용건이 뭐야?」
미라이 「그냥, 오늘 시간 되면 같이 어디 놀러갈까 싶어서.」
P 「아아, 오늘은 미안.」
미라이 「?」
유리코 「P, 나 왔어.」
P 「뭐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네.」
유리코 「미라이도 안녕.」
미라이 「아... 안녕.」
P 「오늘은 유리코랑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시간 되면 그 때 같이 놀자.」
미라이 「...알겠어.」
미라이는 살짝 침울해하더니 이내 날 금방 풀어줬다.
복도에서 날 기다리는 유리코. 나도 금방 가방을 챙기고 복도로 나갔다.
유리코가 품에 들고 있는 노트북.
난 그걸 보고 곧장 집으로 유리코를 데려왔다.
P 「형, 나 왔어.」
카즈키 「어, 왔구나. 그 애는?」
유리코 「예, 예에... 저도 같이...」
카즈키 「왔구나. 마침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현관에서 인기척을 내자 형은 거실에서 현관으로 나왔다.
처음이었다. 손님이 왔을 때, 형이 직접 현관까지 걸어 나온 적은.
카즈키 「일단, 안으로 들어와.」
유리코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유리코를 편하게 대하는 형.
하지만 유리코는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형은 유리코를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혔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나와 유리코.
유리코는 안절부절못하고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와중에 형은 부엌에서 차를 끓여와 우리에게 내었다.
카즈키 「마침 홍찻잎이 있어서. 입에 맞았으면 좋겠네.」
유리코 「네. 잘 마실게요...」
P 「그래서, 유리코를 데려오라고 한 용건은?」
카즈키 「......」
형은 아무 말 없이 유리코를 가만히 바라봤다.
유리코는 형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즈키 「너, 혹시 아마추어 작가?」
P 「?」
유리코 「아, 네. 맞아요.」
유리코 「...어라? 근데 그건 어떻게 아신 거죠?」
P 「그러게. 내가 형한테 말해줬었나? 유리코 글 쓰고 있는 거.」
카즈키 「며칠 전 악수했었을 때.」
P 「악수가 왜?」
카즈키 「그냥, 그 때 감이 오더라고.」
P 「감?」
카즈키 「응.」 끄덕
P 「......」
그게 감으로 알 수 있는 거였어?
유리코 「대단하시네요... 그걸 감으로 알아맞히다니.」
P 「아니, 것보다 데려오라고 한 용건이 뭐냐니깐.」
카즈키 「그게, 좀 실례가 될 수도 있는 말이긴 한데...」
유리코 「?」
카즈키 「...혹시 네가 여태까지 썼던 작품들, 몇 편을 내게 소개해 줄 수 있을까?」
유리코 「......」
유리코 「...네에에?!」
P 「」 깜짝
유리코의 놀라는 소리에 옆에 있던 나도 깜짝 놀라버렸다.
난 살짝 옆을 쳐다봤다. 유리코가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카즈키 「아아, 싫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카즈키 「미안. 혹시 내가 괜한 말을 했나?」
유리코 「아, 아니요! 아니에요! 그, 그런 게 아니라!」 절레절레
당황한 유리코가 허공에 손을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유리코 「그, 그, 그게...」
1~50 : 네, 네! 좀 모자랄수도 있지만...
51~100 : 죄송해요! 남한테 보여줄 만한 실력은 아니라서...
먼저 2표.
유리코는 노트북의 전원을 킨 후, 배경화면에 있는 파일 한 개를 실행시켰다.
파일 안에는 그동안 유리코가 쓴 워드 파일들이 쌓여있었다.
적어도 한 20개는 되는 것 같았다.
유리코 「여, 여기요.」
카즈키 「음...」
노트북을 돌려 형에게 보여주는 유리코.
형은 파일 안에 있는 파일들의 제목을 싹 훑어보더니 그 중 워드 파일 한 개를 실행했다.
형이 실행한 워드 파일에는 여태까지 유리코가 쓴 걸로 추정되는 글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50페이지나 되는 워드 파일이었다.
카즈키 「......」
유리코 「......」
글을 천천히 읽어보는 형과 그런 형을 뻘쭘하게 바라보는 유리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5분 뒤,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 긴 글을 다 읽은 듯했다.
카즈키 「글 쓴 지는, 한 3~4년 정도?」
유리코 「아, 네.」
카즈키 「전부, 취미로 쓴 거야?」
유리코 「네.」
카즈키 「흐음.」
형은 유리코와 짧은 대화를 하더니 다시 노트북의 모니터에 집중.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카즈키 「전부 미완성이네.」
유리코 「네... 쓰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카즈키 「어디가?」
유리코 「그... 너무 진부하다고 할까요. 소재가.」
유리코 「그리고 쓸 때도 뭔가 이상해보이고...」
카즈키 「어디가?」
유리코 「뭐랄까... 인물과 인물 간의 대화가 많이 어색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상황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조금...」
유리코 「그래서 처음엔 되게 열정적으로 써보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의욕을 잃어버려서...」
카즈키 「그래서 전부 미완성인건가.」
유리코 「네...」
땅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유리코.
형은 그런 유리코를 부르며 말했다.
카즈키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
카즈키 「누가 말했는지 알고 있어?」
유리코 「네? 어... 그게... 빅토르 위고?」
카즈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말이야.」
유리코 「아, 네. 그랬었죠.」
카즈키 「...넌 자기 작품을 써보고 다시 한 번 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어?」
유리코 「네? 어...」
유리코는 잠시 신음했다.
유리코 「...아뇨.」
카즈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
카즈키 「첫 번째는 수십 수백편의 글을 쓰는 것, 두 번째는 한 작품을 몇 개월, 몇 년 동안 붙잡고 쓰는 것.」
카즈키 「유리코, 넌 이 중에서 전자에 해당하는 것 같네.」
유리코 「네.」
카즈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요행수만 바란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거야.」
유리코 「네...」
형이 작가 지망생인 유리코에게 하는 뼈있는 말.
형은 다시 유리코에게 노트북을 돌려줬다.
유리코는 노트북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두고 자기 작품을 한 번 더 읽어보기 시작했다.
유리코 「......」
카즈키 「내 생각엔, 그 작품, 조금만 더 다져보고 완결까지 낸다면 꽤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은데.」
유리코 「저, 정말인가요?」
난 형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웬만한 것(특히 작문)에는 사람에 대해서 칭찬을 안 하는 형이 유리코에게 칭찬을 할 줄이야.
게다가 가식적인 칭찬이 아닌 정말로 말하고 싶어서 하는 칭찬이었다.
카즈키 「응. 초고만 읽었을 뿐인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라니까.」
유리코 「...!」
형의 칭찬에 유리코의 볼이 붉어졌다.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에게 칭찬을 들으면 무슨 기분일까.
유리코가 지금 느끼는 기분이려나.
.
.
.
유리코 「오늘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카즈키 「아니,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이렇게 와줬으니.」
카즈키 「혹시 그 글이 완성된다면, 우리 집에 또 와줄 수 있어?」
유리코 「아, 네! 그렇게 할 게요!」
카즈키 「그래. 기대할게.」
유리코 「기대해주세요!」
유리코는 그렇게 말하고 달려갔다.
유리코를 밖까지 배웅해주고 거실로 돌아온 형과 나.
형은 소파에 털썩 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난 찻잔을 정리하면서 형에게 말을 걸었다.
P 「제대로 말해봐. 유리코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어?」
카즈키 「그 날 악수할 때, 손톱 끝 일부에 검은 페인트가 묻어있었거든.」
카즈키 「그래서 키보드의 페인트가 벗겨져서 손톱에 묻었구나라고 생각했어.」
P 「3~4년 동안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카즈키 「쓴 걸 보니까 알겠더라고. 되게 오랜 시간동안 써왔던 걸.」
카즈키 「그런 글은 많이 써봐야 나오는 거니까.」
P 「헤에.」
정리를 끝낸 나도 소파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 있던 리모컨을 집어 TV를 켰다. 최근 학교에서 많은 말이 나오고 있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었다.
카즈키 「...빨리 완성되면 좋겠네.」 소곤
P 「음? 뭐라고?」
카즈키 「그냥 혼잣말이야.」
6월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활동하는 밴드부는 연습에 더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시작하는 라이브 하우스 오디션이 이제 겨우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요일. 원래는 쉬는 날이었지만, 멤버들의 회의로 남은 일주일 동안 마무리 특훈에 돌입하기로 했다.
『~♪』
시호 「~♪」
스튜디오 안은 악기소리와 시호의 노랫소리로 가득 찼다.
처음 연주와는 다르게 많이 발전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호랑 다이고는 여기에 더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시호 「하아...」
다이고 「목 괜찮나? 좀 쉬어?」
시호 「아냐, 괜찮아. 계속해도 돼.」
다이고 「좋아. 자, 그럼 다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더.」
전원 「OK.」
.
.
.
P 「하아... 하아...」
다이고 「좋아, 지금부터 30분간 휴식. 푹 쉬어둬라.」
시즈카 「드디어...」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시즈카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료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다들 이미 피곤할 만큼 피곤해졌었다.
시호 「어라...」
P 「왜 그래?」
시호 「물, 다 마셔버렸네. 시즈카, 혹시 물 있어?」
시즈카 「미안, 나도 마침 다 마셔서...」
다이고 ˙ 료 「나도.」
P 「그 많은걸 다 마신 거야?」
분명히 올 때 물 5리터를 들고 왔는데.
전부 연습하면서 다 마셔버린건가.
시호 「그럼 더 사올까.」
P 「아, 나도 같이 갈게.」
다이고 「부탁한데이.」
우린 스튜디오 밖으로 나왔다.
계속 느끼지만 스튜디오에서 나온 직후의 바깥 바람은 되게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후 상황
+~2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