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부르는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과자 한 봉지를 들고 날 쳐다보는 시즈카가 서있었다.
P 「어라, 시즈카.」
시즈카 「우연이네. 이런 곳에서 만나고.」
P 「그러게. 시즈카는 여기 무슨 일이야?」
시즈카 「잠시 밖에 나왔다가 과자라도 하나 사갈까 싶어서. P는?」
P 「어... 난 저녁 때우러.」
시즈카 「으음, 그래서 컵라면 진열대에서 머리 쥐며 고민하고 있었구나?」
P 「으윽...」 푹
시즈카에게 딱 걸렸다.
시즈카 「그래서, 뭐랑 뭐 중에서 고민인거야?」
P 「이거.」
시즈카 「음, 닛산이랑 UFO라. 둘 다 괜찮지.」
P 「시즈카는 이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뭘 고를래?」
시즈카 「나는… ….」
.
.
.
P 「그럼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P 「으음... 역시...」
솔직히 UFO를 고르지 않은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닛산을 고른 걸 딱히 후회하진 않았다.
그냥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가.
시즈카 「그런데 P는 저녁인데도 교복차림이네. 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
P 「응. 어쩌다보니 미라이의 집에 오래 있게 돼서.」
시즈카 「그랬구나. 공부는 잘 했어?」
P 「어어... 응. 그럭저럭.」
미라이랑 같이 잤다는 말 못하지, 절대...
시즈카 「그래서, 미라이는 공부 잘하고 있어?」
P 「응. 생각보다 꽤 열심이던데?」
시즈카 「호오.」
P 「너무 열심이라 몸까지 혹사시켜가면서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시즈카 「그렇구나.」
시험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미라이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중하려는 것 같지만
뭔가 그런 미라이를 볼 때마다 너무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게 아닌지 조금 걱정되었다.
시즈카 「저기,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P 「무슨 질문?」
시즈카 「P는 미라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P 「음...」
P 「수학이랑 과학은 본인이 좋아해서 꽤 괜찮은-」
시즈카 「아니, 학생으로써가 아니라 친구나 연인으로써의 매력 말이야.」
P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시즈카 「어어... 캠핑 때 P가 제대로 대답 안 해줘서?」
P 「제대로 대답 안했다니?」
시즈카 「캠핑 때 안아주고 싶다는 말에 해명할 필요가 없다면 질문하진 않을게.」
P 「」 푸흡
이제 떠올랐다.
그 때 내가 입단속을 제대로 못해서 발생한 문장 유출 사건이.
P 「하아... 그거 분명 객관적인 의견이라고 얘기했었잖아.」
시즈카 「P의 주관적인 의견은 듣지 못했는데.」
P 「애초에 연인으로써의 매력은 대체 왜 물어보는 거야.」
시즈카 「그건 P가 대답해주면 알려줄게.」
시즈카의 질문에 대답하기는 싫었지만
갑자기 시즈카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가 솔직히 궁금했다.
캠핑장에서 해명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으니까 제대로 내 생각을 얘기해 해명도 해야 하고...
P 「...연인으로썬 전혀 아닌 거 같은데. 내 생각엔.」 하아
시즈카 「음. 왜 그렇게 생각해?」
P 「연인으로썬... 사귀는 그 사람이 많이 피곤하지 않을까.」
P 「툭하면 까먹고 뭐만하면 늦잠자고 챙겨줘야 할 것도 많고. 데이트 할 때 많이 힘들걸.」
시즈카 「흐음...」
P 「아. 나는 일단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니까. 미라이에겐 말하지 말아줘.」
시즈카 「말 안 할 거야. 그럼 미라이가 만약에 P한테 고백한다면...」
P 「절대 안 받아. 그리고 애초에 미라이가 나한테 고백할 리가 없잖아.」
시즈카 「응? 어째서?」
P 「그야...」
난 순간 이사 갈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미라이에겐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떠났으니까...
솔직히 내가 이렇게 미라이랑 다시 친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사 가고 일주일 동안 미라이 집에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안 받았었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삐졌다고 생각했었지만 일주일 간 계속 전화를 걸자 미라이가 정말로 날 싫어하게 됐다고 확신하고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라이는 그 일은 이제 잊어버린 것 같지만 난 이제 미라이와 학교에서 서로 얘기하는 친구 사이, 그 이상도 이하의 관계도 바라지 않는다.
그건 미라이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시즈카 「...알겠어. 말 안 해도 돼.」
P 「하아... 그럼 이젠 내 차례. 갑자기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시즈카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P 「?!?!」 화들짝
난 시즈카의 폭탄 발언에 놀랐다.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정말로?
P 「상대는?」
시즈카 「비밀. 힌트만 알려준다면... 미라이의 반에 있는 남자애.」
P 「어라? 설마 다이고랑 료 중에서-」
시즈카 「그 두 사람은 아니거든.」
P 「흐음...」
처음 알았다.
미라이가 반에서 접점이 있는 남자애라곤 나랑 다이고, 료 뿐일 탠데.
우리 반에서 미라이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다니, 솔직히 의외였다.
P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시즈카 「...P는 그냥 놀라는 걸로 끝나네?」
P 「놀라는 걸로 끝나다니... 대체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거야?」
시즈카 「아냐. 아무것도.」 벌떡
P 「이제 가려고?」
시즈카 「응. 시험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공부해야지. 그럼 나 먼저 갈게.」
P 「......」
난 편의점을 나가는 시즈카의 모습을 바라봤다.
평소와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살짝 기운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P 「여보세요? 언제 와?」
P 「...그래? 그럼 빨리 와.」 뚝
미라이 「뭐래?」
P 「나머지 5명이랑 만나서, 금방 온데.」
미라이 「5명? 나머지 한 명은?」
P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음?」
미라이 「왜 그래?」
난 미라이 뒤편 이동장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는 한 여자애한테 눈이 갔다.
검은 장발 머리에 흰 바탕에 가로로 그어져있는 줄무늬 티셔츠, 그리고 치마에 달려있는 고양이 인형까지.
테이블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는데, 되게 행복한 듯이 쓰다듬고 있었다.
P 「미라이, 저기.」
미라이 「음? 어라, 시호다. 시호!」
시호 「」 움찔
미라이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살짝 움찔했지만 그래도 이쪽으로 시선은 여전히 고양이에게 향해있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았다.
P 「모르는 척 하는데?」
미라이 「잠깐 기다려봐. 금방 데려올게.」
미라이가 먼저 시호에게 다가갔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시호의 표정이 뭔가 당황스러워 보였다.
미라이는 손가락으로 내 쪽을 가리키더니 시호와 같이 내가 있는 테이블로 왔다.
P 「먼저 와 있었구나.」
시호 「응. 어쩌다보니 빨리 왔어.」
미라이 「이야, 처음 알았어. 시호가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할 줄은.」
시호 「으윽... 그런 거 아니라니까...」
미라이 「음? 아까 전엔 “넌 어쩜 이렇게 귀여운 거니?”라면서-」 텁
시호 「그만, 여기까지.」
시호가 미라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 미라이의 발언을 제지하였다.
그나저나, 시호 귀 되게 붉어졌다.
아무래도 들키기 싫어했던 거 같은데... 그냥 모르는 척 할 걸 그랬나.
다이고 「여어, 우리 왔데이.」
유리코 「어라, 시호도 먼저 와있었구나.」
P 「늦었잖아. 뭐 때문에 늦게 온 거야?」
다이고 「기타 친다고...」
시즈카 「피아노 연주...」
료 「누나 회사에 다녀온다고...」
유리코 「글 쓰다가 시간 지난 걸 깜빡해서...」
안나 「타임어택... 그래도, 신기록.」
P 「안나, 그건 지금 자랑할 게 아닌데.」
안나 「미안...」
미라이 「아하하... 자, 이제 다들 모였으니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할까.」
시즈카 「그럴까.」
우린 책상 2개를 붙여 한 책상으로 만들었다.
시호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아마도 나랑 미라이 이외에는 들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일단 시호가 고양이 애호가라는 건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두자...
시호 「으읏...」 어질
안나 「시호, 괜찮아?」
시호 「응... 난 괜찮아...」
유리코 「뭔가... 시호, 어디 아픈 거 같은데」
다이고 「괜찮다. 그냥 일시적인 거니께.」
안나 「일시적?」
료 「그런 게 있어.」
시즈카 「응응.」 끄덕끄덕
유리코 「?」
시호가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이미 밴드부 애들은 시호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냐앙~」 부비부비
시호 「~♪」
.
.
.
공부 시작 후 얼마나 됐을까.
난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P 「어라, 좀 있으면 6시네.」
다이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기가.」
카페에서 꽤 시간을 보낸 우리들은 슬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시호는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작게 작별인사를 했다.
시호 「다음에 보자. 미셸, 네바, 타마, 아델.」 쓰담쓰담
「냐앙~」
시호가 부르는 이름에 각 고양이들이 반응하였다.
벌써 네 고양이에게 이름들까지 지어준 시호였다.
곧 있으면 6시라 그런지 하늘에는 약간 주황색이 섞여있었다.
우린 각자 집으로 향했다.
미라이와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기 때문에 같이 길을 걸어갔다.
P 「하아... 내일이 시험인가...」
미라이 「시험...」
P 「문제, 좀 쉽게 내줬으면 좋겠는데.」
P 「그러고 보니 나, 전학 와서 처음 보는 시험이네. 미라이, 학교 시험 난이도는 어때?」
미라이 「......」
P 「...미라이?」
미라이는 고개를 숙이고 떨고 있었다.
P 「...뭐야, 벌써부터 긴장한 거야?」
미라이 「다, 당연하잖아! 긴장하는 게...」
P 「아무리 그래도 내일인데 긴장하는 건...」
미라이 「하지만...」
P 「...그렇게 긴장하면 열심히 공부했어도 좋은 성적은 못 낼 걸?」
미라이 「그, 그런가?」
P 「적당히 긴장하는 건 좋긴 하지만 그렇게 굳어있다면 제 실력도 못 낼 걸.」
미라이 「그, 그렇구나... 스읍... 후우...」
미라이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내뱉었다.
그래도 몸은 떨고 있었다.
미라이 「으으... 긴당이 풀리지 않아...」
P 「이젠 혀까지 꼬이는 구나.」
미라이 「아아... 어쩌지...」 안절부절
P 「괜찮아. 여태까지 열심히 공부해왔잖아? 결과는 좋을 거야. 무조건.」
미라이 「......」
미라이의 긴장을 풀어주다가 나온 갈림길.
이제 미라이와 헤어질 시간이었다.
P 「이제 헤어져야겠네. 그럼 내일 봐.」
미라이 「어... 응. 내일 봐.」
P 「결과 반드시 좋게 나올 거니까, 너무 긴장해서 잠 안 자면 안 된다?」
미라이 「...알겠어.」
난 그렇게 미라이에게 충고 후 뒤로 돌아 집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보는 미라이의 긴장한 모습, 미라이... 괜찮겠지?
내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
교실 안은 열심히 복습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케이스와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광기의 웃음소리를 내는 케이스.
그리고 이미 시험 같은 건 포기하고 자거나 게임하는 케이스들이 교실 안에 전부 있었다.
내 옆자리인 다이고와 료는 서로 마주보며 자기가 기억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맞춰보고 있었다.
P 「다이고, 료, 좋은 아침.」
다이고 「어, P, 왔나.」
료 「좋은 아침.」
P 「사회 문답 중?」
다이고 「어어. 근데 아직도 가물가물하구마...」
료 「너무 기만하는 거 아니야? 사회 TOP10 씨.」
다이고 「거짓말이 아니라 이번엔 정말로 어렵단 말이다.」
료 「응. 작년 시험에도 그런 말 했었어.」
P 「...(두리번두리번) 미라이는?」
료 「음? 아직 안 왔어? 늘 이 시간 때면 도착하던데.」
P 「매번 지각하는 건 아니었구나.」
내가 처음 학교 왔을 때가 생각이나 순간 그런 말이 나왔다.
다이고 「그나저나, 언제 오는 기고. 이제 곧 있으면 조례 시작인데.」
P 「음...」
1~50 : 결국엔 지각. (최종 다이스 점수 -10점)
51~100 : 호랑이도 제 말하니 온다.
먼저 2표.
첫 번째 과목인 국어.
다른 과목들에 비해 시간을 몇 배나 더 투자한 과목인 만큼 국어 점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90점은 아니지만 85점을 받아냈다.
료 「오오, 85점이네.」
다이고 「내보다 더 잘 나왔구마.」
P 「다른 것도 볼까.」
꽤 높은 국어 점수 때문에 다른 과목의 점수도 꽤 기대가 되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채점한 과목은 수학.
평소에 미라이가 수학만큼은 자신 있어 했기에 난 많이 기대했었다.
그리고 그 기대의 결과는
P 「26점.」
다이고 ˙ 료 「......」
P 「...아냐, 아마도 잘못 매긴걸 거야. 응. 한 번 더...」
난 다시 처음부터 채점했다.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잘못 매긴 거였다.
P 「24점이네...」
다이고 「왜 다시 매겼는데 점수가 떨어지는 긴데?」
료 「아하하...」
P 「뭐어... 수학은 이걸로 됐고, 다른 과목이나 볼까.」
료 「혹시 수학만 망친 걸 수도?」
우린 계속해서 영어, 사회, 과학 점수를 채점했다.
근데 어떻게 50점이 넘는 과목이 하나도 없을까.
결국엔 90점의 약 절반인 평균 47점으로 마무리했다.
P 「내가 잘못 가르친 건가...」
다이고 「뭐... 지난번보다 20점 오르긴 올랐구마.」
P 「그 정도로 낮았었어?」
료 「반, 아니, 전교에서 그냥 맨 꼴찌였었어.」
P 「흐음...」
미라이 「맨꼴찌는 아니였거든!」
료 「아, 그래 뒤에서 2등이였지... ...미라이?」
갑자기 우리 등 뒤에서 튀어나온 미라이.
난 순간적으로 미라이의 시험지를 팔로 덮어 점수를 볼 수 없게 했다.
다이고 「여, 여어... 정신차린 기가.」
미라이 「응.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푹 쉴 수 있어!」
료 「그, 그렇구나. 다행이네.」
미라이 「그런데, P. 아까 내 시험 점수 확인한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다 매긴 거야?」
P 「어어... 응. 다 매겼긴 했는데...」
47점 나왔다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미라이 「음? 그런데 시험지는 왜 가리는거야? 동그라미는 많이 쳐져있는 거 같은데.」
P 「에? 어, 응. 점수는 꽤 잘 나왔어.」
미라이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몇 점이야?」
P 「한 번 직접 확인해볼래? 다 매겼으니까 확인만하면 될 거야.」
난 시험지를 구겨지지 않게 접어 미라이에게 건네주고 가방을 챙겼다.
다이고랑 료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가방을 챙겼다.
P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
미라이 「에? 아, 응. 잘 가.」
다이고 「오늘 어디 놀러가까?」
료 「그러면 노래방이나 갈까.」
『쌔앵~』
미라이 「...오늘따라 이상하네. 저 세 사람.」
미라이 「아, 그것보다 시험 점수, 기대되는데~♪」
내 옆에 있는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한 참 게임 중이었던 나는 휴대폰을 어깨와 볼 사이에 끼워 전화를 받았다.
P 「여보세요?」
다이고 『여보세요? P?』
P 「다이고였구나. 무슨 일이야?」
다이고 『이번에 대단한 걸 하나 구했데이.』
P 「대단한 거?」
뭐가 그리 대단해서 다이고는 만화에 나오는 악당이 웃는 것처럼 웃는 걸까.
내가 뭘 구했는지 궁금해 하며 다이고를 재촉하자 다이고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이고 『무려! 작열소녀 야외 라이브 티켓!』
P 「...뭐?」
다이고 『심지어 5장이나 구했데이, 어때, 쩔지 않나?』
P 「헤에, 5장이라... 대단한데.」
『쿵』
P 「아.」
다이고 『? 뭔 일 있나?』
P 「마지막 커브에서 실수해서 2등했어.」 쩝
다이고 「뭐꼬, 게임 중이었나.」
게임을 끝내고 방을 나와 제대로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P 「그래서, 그 많은 티켓을 구한 걸 나한테 자랑하는 이유가 뭐야.」
다이고 『이번에 밴드부 애들 다 데리고 한 번 같이 가보까 싶어서.』
다이고 『P도 객원이지만 엄연히 우리 밴드부의 베이시스트니께.』
P 「뭐야, 그런 거였어?.」
다이고 『음... 반응이 영 별론데...』
P 「그럼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거야.」
다이고 『그... ‘정말?!’하면서 우당탕 넘어지는?』
P 「그건 무슨 만화에서 나온 장면이야?」
P 「뭐, 나도 같이 갈게.」
다이고 「OK. 그럼 전원 참석이구마.」
P 「라이브 시작은?」
다이고 「6시부터 입장 시작이다. 하라주쿠로 가니께 집합은 5시에 학교 정문에서 모이면 되긌제?」
P 「알겠어.」
다이고 「그럼 그 때 보제이. 지각하지 말고.」
P 「난 지각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다이고와 통화를 끝내고 난 컴퓨터로 ‘하라주쿠 작열소녀 라이브’를 검색했다.
정말로 하라주쿠에 있는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가 열릴 예정이었다.
현재 시간은 2시 40분, 아직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P 「게임이나 계속할까.」
그렇게 게임을 계속했지만 딱히 누구랑 같이 하지 않고
혼자 즐기다보니 금세 질려서 침대에 누워 뒹굴 거렸다.
.
.
.
-다케시타 거리
시즈카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 꽤 많네.」
료 「이번에 열리는 야외 라이브 때문에 그런 걸지도.」
P 「그래서, 라이브 장소는 이 거리 광장이었나?」
다이고 「어어. 그러니까, 방향이...」
다이고는 지도 앱으로 길을 찾고 있었지만
길이 꽤 복잡해서 그런지 길 찾는데 꽤 오래 걸렸다.
시호 「뭘 그리 오래 찾는 거야. 저쪽이잖아.」
다이고 「에? 아아, 맞다. 그쪽이었다.」
시호가 먼저 길을 찾았는지 다이고 대신에 시호가 우리 네 명을 이끌었다.
유명 명소이긴 해도 처음 와보는 하라주쿠. 사람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수많은 인파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조금 멀리서 작열소녀 라이브 홍보 전광판이 보였다.
다이고 「어어, 다 왔구마.」
P 「와아, 줄 되게 기네.」
료 「입장 시작까지 30분이나 남았는데.」
사람이 많다는 건 어느 정도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
직접 줄을 서보니 입장이 시작돼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건 30분 뒤의 일인 것 같았다.
줄을 서고 30분 후, 입장이 시작됐지만 줄이 내 생각만큼 많이 빠지진 않았다.
오랫동안 서있어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순서를 기다리던 도중
다이고 「...?」 툭툭
P 「왜?」
다이고 「저기.」
다이고는 손가락으로 우리 앞에서 조금 떨어진 사람을 가리켰다.
왼쪽으로 묶은 짧은 포니테일 단발머리...
P 「......」
난 혹시나 싶어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봤다.
그러자 앞쪽에 있던 사람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자기 귀에 가져다댔다.
그와 동시에 미라이가 내 전화를 받았다.
미라이 『여보세요? P?』
P 「미라이, 지금 어디 있어?」
미라이 『나 지금 하라주쿠에 있는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P 「미라이, 뒤에서 지금 손 흔들고 있는 사람 보여?」
난 그렇게 말하고 손을 높게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뒤를 돌아보고 미라이는 날 봤는지 크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미라이 『뭐야? P도 오늘 라이브 보러 온 거야?』
P 「나 혼자 보러 온 건 아니고, 나머지 밴드부 애들도 같이 있거든.」
다이고 「예이~」
미라이 『그랬었구나. 놀랐어. 티케팅하기 힘들었을 탠데.』
P 「어쨌든, 우리랑 합류 할래? 이왕 만난 거.」
미라이 『아, 응. 금방 갈게.』
P 「에? 아니, 나중에 객석쪽에서-」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라이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고
좁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우리 쪽으로 도착했다.
미라이 「헤헤,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시즈카 「어라, 미라이?」
미라이 「시즈카도 왔구나. 난 시즈카는 아이돌에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시즈카 「관심이 없다기보단... 그냥 티를 안내는 정도지.」
P 「시즈카도 아이돌 음악 좋아하는구나.」
시즈카 「많이는 아니지만.」
다이고 「참고로 여기서 아이돌 노래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시-」
시호 「.......」 텁
다이고 「읍읍-」
다이고가 말을 꺼내려하자 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손으론 휴대폰을 쳐다보고 한손으론 다이고의 입을 막았다.
료 「아, 이제 슬슬 줄 빠진다.」
P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
.
.
관객석에 입장, 예상대로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맨 앞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중간자리라서 앞사람에게 가리거나 그런 건 없었다.
손님이 어느 정도 들어온 후, 스테이지 위가 갑자기 암전되었다.
P 「이제 시작하네.」
무대 위가 밝아지며 암전 때 들어온 작열소녀 전원의 멤버가 무대 중앙에 서있었다.
그리고 작열소녀의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
코토하 「시작할게요, 저희들의 무대를!」
『와아아---!!!』
음악과 함께 들리는 관중들의 함성소리.
다이고와 료, 시호는 들고 온 야광봉을 흔들며(특히 시호가.) 무대를 즐기고 있었고,
시즈카는 무대를 휴대폰 카메라에 녹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이는...
미라이 「......」
반짝이는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 눈을 보고 어렸을 때, 미라이와 함께 이런 아이돌 라이브에 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 이후였을까, 미라이가 날 이리저리 끌고 다녔었을 때가.
.
.
.
7시 30분까지 진행된 라이브가 끝나고 우리들은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올 때에도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서 나왔다.
미라이 「굉장했어~」
시즈카 「그랬지.」
다이고 「데려오길 잘했구마. 미라이는 어쩌다 만난기지만.」
미라이 「데헤헤~」
료 「라이브도 봤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다이고 「에? 음... 그것까진 생각안했는디...」
『꼬르륵-』
다이고 「음?」
시호 「......」 ///
아까 났던 배꼽소리의 주인은 우리 중에서 열정적으로 야광봉을 흔든 시호였다.
시호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한채 얼굴을 살짝 붉혔다.
시즈카 「시호, 배고프구나?」
시호 「...저녁도 안 먹었으니까...」
다이고 「하하, 그러고보니 아직 저녁 안 먹었었고마.」
P 「그럼 밥 먹으러 가볼까. 메뉴는 뭘로 할래?」
다이고 「뭐, 돌아다니다가 끌리는 데로 들어가믄 된다.」
거리를 계속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곳은 한 우동 가게.
넓은 장소에 비해 자리는 많이 남아있었다.
우린 큰 자리에 자리를 잡아 메뉴판을 보며 뭘 주문할지 고민했다.
P 「종류가 꽤 많은데.」
미라이 「난 카레 우동으로.」
각자 하나씩 메뉴를 결정하고 우린 점원을 불러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 중, 시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시선을 주목시켰다..
시호 「저기, 밴드부 관련해서 하나 말할게 있는데.」
다이고 「음? 뭐꼬?」
시호 「시험도 끝났는데 연습 일정, 어떻게 할 거야?」
다이고 「아아... 연습이라...」
료 「그러고 보니, 오디션까지 3주 밖에 안 남았네.」
P 「...오디션?」
다이고 「아, P한테는 말 안했제.」
시호 「내가 말할게.」
시호는 료가 말한 오디션에 대해서 설명했다.
6월 중순에 우리가 연습하러 모이던 스튜디오 옆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 예정이라고 한다.
시호 「무대에 오르려면 그전에 아까 말했던 오디션에 합격해야 해.」
P 「흠...」
미라이 「쇼핑몰 근처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 거기 무대, 되게 크다고 들었는데.」
시즈카 「맞아. 그래도 그만큼 합격하긴 어렵겠지?」
료 「확실히 지원하는 밴드 80개 중에서 10개만 뽑으니까.」
P 「8, 80...」
료 「아, 이번에는 더 크게 한다고 했으니까 뽑는 팀도 늘어나려나?」
다이고 「그만큼 지원하는 팀들도 많아지겠제...」 하아
다이고, 료 ,시즈카 세 사람이 고생길이 열렸구나하며 해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경쟁률이 그 정도면 되게 빡세긴 하겠다...
시호 「그래서, P한테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P 「음? 나한테?」
시호 「앞으로 오디션 준비 기간 동안, 많이 힘들 거야.」
시호 「오디션 준비 기간까진 다른 애들 전부 하교할 때 우리들은 옥상에 모여서 연습해야하고, 주말도 반납해서 스튜디오로 와서 밤늦게까지 연습해야 해.」
P 「음...」
시호 「그래도 괜찮겠어? 일단 P는 우리 동아리 정식 멤버가 아닌 객원멤버라 다시 물어보는 거야. 혹시라도 중간에 P가 빠지게 된다면 그 땐 비상사태니까.」
내가 밴드부에 객원멤버로 들어오기 전, 시호가 적당히 할 거면 관두라는 말을 왜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빈 공간이 되게 크게 느껴진다.
특히 내가 담당하는 베이스의 경우, 그 저음이 비어버리는 것뿐으로도 음악에 참사를 벌이기엔 충분할 만큼 중요한 파트다.
P 「걱정하지 마. 전에 말했었잖아? 대충 할 생각은 없다고.」
시호 「...알겠어.」
내가 고민도 없이 답변하자 시호의 굳었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다이고도 “곡 수정 작업 안 해도 된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문하진 음식 나왔습니다.」
다이고 「오오, 타이밍 맞춰서 나왔구마.」
내가 주문한 우동은 기본적인 가케 우동.
다른 애들도 자기가 먹고 싶은 우동을 골라 한 젓가락 먹어보았다.
난 꽤 맛있다고 느꼈지만,
다른 애들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미라이 「으음...」
P 「뭐야, 왜 그래?」
시호 「맛이 조금 아쉽네.」
료 「그렇지?」
시즈카 「......」
시호의 아쉽다는 말에 다들 공감했다.
난 맛있는 거 같은데.
무슨 맛이기에 옆에 있던 미라이의 카레우동을 한 번 먹어봤다.
그냥 맛있었다.
P 「난 그냥 맛있는데.」
미라이 「아아, 맛있긴 한데...」
P 「?」
다이고 「시즈카표 우동이랑 쪼-끔 비교되는 거 같지 않나?」
P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거 같기도.」
분명 충분히 맛있었지만, 다이고의 말대로 시즈카의 우동과는 면의 식감이라던가, 육수의 맛 같은 부분에서 조금 비교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쉬운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원 「「「「「「......」」」」」」
캠핑 때 먹었던 우동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애써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비교되었다.
...그냥 우동 말고 다른 거 먹을 걸 그랬나?
.
.
.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웠던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중간에 시호는
시호 「미안,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P 「음? 어디?」
시호 「굳이 알 필요는 없잖아.」
라며 자리를 떳고
5명이 같이 돌아가던 와중에 다이고에게 전화가 오더니
다이고 「예, 아부지. ...에에? ...예, 알겠심다.」
P 「무슨 전화야?」
다이고 「하라주쿠에서 차 대기시켜 놨으니께, 아부지가 그거타고 집으로 오란다.」
라면서 일행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남은 4명끼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라주쿠의 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어느 한 크레이프 가게를 지나쳤다.
P 「...잠깐, 크레이프 가게 좀 들렀다가도 될까?」
시즈카 「음? 크레이프?」
P 「형한테 부탁받았거든. 집으로 돌아올 때 크레이프 하나 사와 달라고.」
료 「괜찮은데. 솔직히 우동만으로 속이 다 채워지지도 않았고.」
미라이 「그럼 가볼까.」
우린 아까 지나쳤던 크레이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작은 간판에는 가게 추천 디저트가 적혀있었고
크레이프 이외에도 타르트나 마카롱 같은 프랑스 디저트들이 진열돼 있었다.
사실 크레이프 가게라기 보단 프랑스 디저트 가게에 더 가까워보였다.
P 「추천 메뉴는 생크림 크레이픈가.」
료 「그걸로 할 거야?」
P 「뭐, 더 둘러봐야겠지만.」
형에게 선물해줄 크레이프를 고르던 중,
마지막 1개 남은 딸기 크레이프가 눈에 띄었다.
형, 딸기 꽤 좋아하니까, 난 저걸로 결정하고 손으로 집으려 했다.
『덥썩』
「앗...」
P 「아아...」
손으로 집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사람과 손이 겹쳤다.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P 「...저기, 가져가실 거면 가져가셔도 돼요.」
「네? 아, 아니에요. 먼저 움직이셨는데, 가져가세요.」
P 「아니, 저는 딱히… ….」
서로서로 양보하던 도중,
미라이가 벌써 샀는지 크레이프를 들고 생크림을 입에 묻힌채 이쪽으로 걸어왔다.
미라이 「P, 골랐어?」
P 「어? 아니, 아직. 그나저나, 넌 대체 뭘 입에 묻히고 있는 거야.」
미라이 「에?」 슥
미라이 「아, 크림 묻어있었네.」 냠
미라이 「맞다, P도 생크림 크레이프 먹지 않을래? 꽤 맛있다고?」
P 「어? 정말?」
미라이 「선물로 줄 거라면 그걸로 주...는...게...?」
P 「...미라이?」
「......?」
미라이가 내 옆에 있던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가만히 있다가
P 「...저기, 미라-」
미라이 「아아아!」 반짝
P 「?!」
미라이가 반짝거리는 눈을 하며 크게 소리치자 나와 옆에 있던 사람은 순간적으로 놀랐다.
P 「뭐야, 왜 갑자기 소리를...」
미라이 「저기, 혹시 오늘 야외 라이브에 있었던 작열소녀, 맞죠?」
P 「에?」
「아...」
붉은색 긴 생머리에 안경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눈 모양.
게다가 모자에 가려진 노란색 머리핀까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작열소녀의 리더, 타나카 코토하였단 사실을.
P 「타, 타나카 코토하 씨?!」 화들짝
코토하 「쉿,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만 조용히...」
P 「아, 네...」
그렇다고 가게 안에 사람도 그닥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정말로 놀랐다. TV에서 보던 연예인을 이렇게 실제로,
그것도 라이브 무대가 아닌 디저트 가게에서 보게 될 줄은.
미라이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실 수 있나요?」
코토하 「네, 물론이죠.」
미라이 「감사합니다! P도 같이 찍을래?」
P 「에? 어, 어어. 그럼 나도 같이...」
미라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실행시켰다.
사진을 찍기 전, 쓰고 있던 안경을 벗는 타나카 씨.
안경만 벗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뿜어졌다.
코토하 씨를 중앙으로 미라이는 왼쪽에 난 오른쪽에 바짝 붙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도 왠지 모르게 옆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미라이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미라이 「네, 됐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코토하 「별말씀을요.」
사진을 찍고 타나카 씨는 안경을 다시 썼다.
P 「감사합니다, 응원할게요.」 꾸벅
미라이 「저도요!」
코토하 「네, 열심히 할게요.」
타나카 씨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우린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코토하 「아, 저기, 크레이프...」
P 「괜찮아요. 갑자기 생크림이 당겨서.」
어차피 내가 먹을 것도 아니고 선물로 주는 건데
생크림으로 줘도 딱히 불만은 없겠지.
난 미라이를 따라 생크림 크레이프가 진열된 곳으로 움직였다.
아까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하는 미라이.
시즈카는 그 때 타나카 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차린 걸 아쉬워했다.
그렇게 오늘 있었던 라이브에 대해 얘기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중,
시즈카와 료랑 헤어질 때가 됐다.
료 「이제 헤어져야겠네.」
시즈카 「P, 내일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는 거, 알지?」
P 「어어,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
료 「그럼, 내일 보자.」
시즈카와 료는 갈림길에서 헤어졌고
나랑 미라이 단 둘이서 나란히 걸어갔다.
미라이는 타나카 씨와 찍은 사진을 보며 헤벌레 웃고 있었다.
P 「그렇게 좋아?」
미라이 「응! 오늘 하라주쿠에 가길 잘했어.」
평소에도 아이돌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고 그만큼 애정도 많았던 미라이.
그런 아이돌을 직접 만났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P 「...만약 미라이가 아이돌을 했었더라면 타나카 씨처럼 됐었을까?」
미라이 「에? 내가 아이돌?」
P 「너 어렸을 적부터 계속 떠들었잖아. 아이돌 할거라면서, 그때 계속 나 끌고 다니면서 매니저라면서 일 시키고.」
미라이 「에...헤헤, 그랬었나...?」
P 「그랬어요.」
미라이 「데헤헤...」
알면서.
P 「...미라이가 아이돌을 했다면 정말 잘했을 거 같은데.」
미라이 「그, 그런가?」P 「응. 미라이를 동경하는 사람도 생겼을 걸.」
미라이 「......」
P 「...?」
칭찬을 해서 웃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침울해진 미라이였다.
P 「저기-」
미라이 「아아, 맞다. P도 이제부터 밴드부였지?」
P 「에? 아, 응. 그렇지.」
미라이 「밴드라. 되게 멋있지? 노래하면서 기타치고… ….」
미라이는 순간적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뭔가, 미라이가 아이돌을 그만두게 된 얘기만 꺼내면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았다.
.
.
.
카즈키 「딸기 크레이프, 먹고 싶었는데.」 냠
P 「그럼 그거 나 주던가.」
카즈키 「아냐, 내가 먹을 건데.」
P 「......」
내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착한 3명은 악기를 연주하며 손을 풀고 있었다.
난 베이스를 엠프에 연결 후 튜닝부터 먼저 시작했다.
P 「그런데 시호는?」
다이고 「잠시 편의점. 물 사러 갔다.」
라고 말하자마자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면서 생수병을 들고 있는 시호가 들어왔다.
시호 「나 왔어. 어라, P도 왔구나.」
P 「제시간에 왔습니다.」
시호 「잘했어. 악기 준비는?」
난 튜닝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해봤다.
P 「응. 다 됐어.」
다이고 「나머지도 다 준비 됐다.」
시호 「좋아. 뭐부터 할 거야?」
다이고 「지난번에 새로 작곡한 거, 함 처음부터 해봐야제. 가사는 다 외웠나?」
시호 「내가 쓴 건데, 물론이지.」
다이고 「좋아, 그럼 함 해보자. 료, 시작 신호.」
료 「알겠어.」
처음 연주해보는 신곡.
합을 맞춰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좋은 연주가 나올 거란 생각은 거의 없었다.
단지 ‘음, 괜찮네.’ 정도만 바랄 뿐이었다.
『~♪』
시호 「~♪」
.
.
.
-연주 후
다이고 「음...」
P 「어땠어? 다이고.」
다이고 「내는 이거 괜찮은 거 같은데. 니들은?」
P 「나도 뭐, 그럭저럭.」
시즈카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시호 「완전히 만족은 못하겠지만.」
내 생각대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음치곤 꽤나 좋은 연주였다.
그래도 완벽하게 연주하려면 계속 연습해야겠지...
료 「다이고, 아까 B파트 한 번 다시 해보면 안 될까. 조금 헷갈린단 말이지.」
다이고 「알겠다. 다들, B파트다.」
어려운 부분을 연습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평소 행동이 가벼워보이던 다이고도 이땐 정말로 진지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나도 점점 몰입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초크를 쓰지 않아서 그런가. 손가락이 이제 얼얼해졌다.
그러다보니 잔 실수도 많아지고, 칠 때마다 손가락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
시호 「~♪↗」 삑
시호 「크흠, 미안... 다시 한 번 해보자.」
료 「저기, 시호. 목 정말 괜찮은 거야?」
시호 「난 괜찮아. 그냥 조금 실수 했을 뿐-」
다이고 「자아, 일단 여기까지 하고, 좀 쉬었다 할까. 벌써 2시간 하고 40분이나 지났데이.」
시호 「음? 아, 그랬구나.」
다이고의 말을 듣고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로 시간이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시호 「그럼... 그렇게 할까.」
P 「하아... 힘들었어.」
난 기타를 거치대에 올려놓고 얼얼한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차가운 얼음에 몇 시간 올려놓은 것처럼 되게 붉어져있었다.
1시간의 쉬는 시간,
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렸다.
오랫동안 서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꽤나 아팠고 어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손가락보단 낫지만...
P 「하아...」 머-엉
시즈카 「저기, P.」
료 「우리 쉬는 김에 근처 카페에 가보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P 「...카페?」
시즈카 「스튜디오에만 있기도 조금 그러니까, 바깥 공기도 좀 쐴 겸 가보려고.」
P 「다이고랑 시호는.」
시즈카 「시호는 그냥 안에 있고 싶다고 하고, 다이고는...」
시즈카가 자기 왼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자 위에 시체 비스 무리한 게 있었다.
P 「......」
료 「기타 솔로부분이 많이 힘들긴 했지...」
시즈카 「아하하...」
료 「어쨌든, 그래서? 같이 갈 거야?」
P 「음, 그래. 같이 가자.」
우린 이어폰을 꽂고 노래에 집중하고 있는 시호와
분홍색 머리 시체(...)에게 잠시 나갔다 온다고 전한 뒤 카페로 향했다.
2시간 동안이나 지하 스튜디오에 있어서 그런가,
바깥 공기가 평소보다 더 상쾌하게 느껴졌다.
.
.
.
-카페
커피색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는 카페.
난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료와 시즈카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시즈카 「P는 쓴 거 잘 마시나 보구나.」
P 「그냥 가격이 저렴해서 마시는 건데...」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 각자 있었던 썰을 풀던 중,
『~♪』
P 「?」
무슨 일인지 유리코에게 전화가 왔다.
P 「여보세요?」
유리코 『P, 뒤 한 번 돌아볼래?』
P 「뒤?」
갑자기 뒤를 돌아보라고 하는 유리코.
난 뭔가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카페 구석 자리에서 유리코와 안나가 앉아있었다.
시즈카 「유리코랑 안나?」
우리 셋은 옆 자리가 비어있는 유리코 쪽으로 자리를 옯겼다.
두 사람은 똑같이 바닐라 라테를 마시고 있었다.
P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유리코 「안나랑 같이 스튜디오에 갈려고 했는데, 연습 다 끝났어?」
P 「아니, 그냥 쉬는 시간이라서.」
유리코 「그렇구나.」
안나 「...시호랑, 다이고는?」
시즈카 「시호는 스튜디오에서 쉬고 있고 다이고는...」
P 「죽었어.」
유리코 「...에?」
료 「그냥 피곤해서 누워있을 뿐이야.」
유리코 「그, 그렇구나...」
안나 「대체, 얼마나…연습한 거야.」
시즈카 「한 3시간 정도?」
유리코 「우와... 손 안 아파...?」
P 「안 그래도 손이 좀 얼얼해.」
시즈카 「나도.」
료 「난 손 대신 팔이...」 뻐근
나 말고도 다들 아픈 곳이 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았다.
안나 「쉬면서, 해. 무리하면…오히려, 안 좋아.」 홀짝
유리코 「...그건 안나가 할 말이 아닌 거 같은데.」
안나 「조용히 해.」
P 「맞다, 안나도 대회 준비한다고 했었지.」
시즈카 「음? 대회?」
P 「이번에 안나, 게임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거든.」
시즈카 「헤에, 안나는 프로게이머였구나.」
안나 「프로는…아니고, 아마추어.」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실력은 아마추어답지 않던데.
P 「안나는 대회 연습 몇 시간 동안 하는 거야?」
안나 「응. 평일엔, 5시간…정도.」
P ˙ 료 ˙ 시즈카 「5시간!?」
우리 밴드부의 연습시간을 웃도는 연습량에 놀랐다.
5시간 동안 연습이라면 학교에 있는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게임에만 몰두한다는 거니까.
P 「그럼, 잠은 몇시에 자는 거야?」
안나 「매일, 바뀌는데... 아마도…2시에서, 3시 사이.」
시즈카 「......」
료 「프로게이머가 힘든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안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아니지.」
안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확실히 노력파 프로게이머들은 자다가도 큐 잡히면 일어나서 게임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안나 「그래도, 오늘은…연습, 없으니까. 오랜만에, 푹 쉴 수…있어.」 하아
유리코 「그리고 내일이 되면 연습해야겠지.」
안나 「으으, 유리코 씨, 쉬는 날엔…연습 얘기, 하지 마... 머리…아파...」
유리코 「헤헤, 미안해.」
.
.
.
쉬는 시간이 끝나고, 우린 다시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이고와 시호는 각자 연습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 안나가 출전하는 리그.
원래 리그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관심도 없었지만
vivid_rabbit님과 안나가 출전한다는 것 때문일까, 난 공지 이미지를 눌렀다.
P 「예선 접수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4대4 팀전으로 진행되는 대회.
총 상금 800만으로 최근 인기에 힘입어 상금도 꽤 많았다.
난 스크롤을 쭉 내려 대회 진행 방식을 확인했다.
P 「...어라?」
작년에는 1세트에서 1대1 스피드전, 2세트에는 4대4 스피드전, 3세트에는 4대4 이어달리기로 진행됐었다.
전부 스피드전으로 진행됐었던 진행 방식, 하지만 이번 대회는 뭔가 달랐다.
3세트인 이어달리기는 변함없었지만, 2세트였던 4대4 스피드전이 1세트로 넘어오고,
2세트에는 1대1 스피드전이 아닌 4대4 아이템전으로 교체되었다.
P 「아이템전이 여기서 나온다고?」
바뀐 경기 진행 방식을 보고 난 순간 놀랐다.
일반 유저들에게 찬밥신세를 받던 아이템전인데 굳이 개최 측에서 이걸 집어넣은 이유가 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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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접속하고 아이템전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했던 방이랑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예전엔 그저 이기든 지든 그냥 즐기자라는 마인드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지만
지금은...
P 「...왜 방 하나에 프로선수들 5명이 모여있는거야?」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모습을
스피드전 방이 아닌, 아이템전 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어찌됐든 시작된 게임, 프로게이머라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했지만...
『쿵』 『펑』 『위잉~』
그냥 초반에 얼음 물폭탄 하나로 묶어둬도 게임 끝까지 힘을 못 쓰는 상황은 다반사,
사이렌 사용 방법, 물폭탄 적중률, 아이템 활용도 등
주행적인 측면만 뛰어났을 뿐, 나머지는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막말로 차라리 아이템 유저 8명끼리 모아놓은 방이 수준이 더 높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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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음? vivid_rabbit님?」
아이템전에 슬슬 질려 스피드전에서 달리고 있던 도중에,
메신저로 vivid_rabbit님께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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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_rabbit : 혹시 시간 되나요
vivid_rabbit : 시간 된다면
vivid_rabbit : 아이템전 연습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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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그러고보니 vivid_rabbit님도 대회 나갔었지.」
급하게 아이템전 연습을 하며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
그건 vivid_rabbit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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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아이템전 연습 힘들죠?
vivid_rabbit : 계속 스피드전만 하다가 아이템전 하려하니까
vivid_rabbit : 힘드네요;
P_pro : 다른 선수 분들도 그러시는거 같던데.
vivid_rabbit : 그래서 몇몇 팀은 아이템전 전용 선수를 구하는 중이에요.
P_pro : vivd_rabbit님 팀은 아이템전 선수 안 구하나요?
vivid_rabbit : 저희 팀은 어떻게 될 진 모르겠는데
vivid_rabbit : 일단 각자 연습해보고 할 만하다 싶으면 그대로 출전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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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전용 선수라...
하긴, 이번에 5인체제가 가능해지면서 매 라운드마다 선수를 한 명씩 바꿀 수 있으니까.
1명이라도 제대로 된 아이템전 유저를 팀에 넣는 게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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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일단은 실력부터 볼게요.
P_pro : 간단하게 한 번 1대1 해보고, 부족한 부분 위주로 피드백 할게요.
vivid_rabbit : 네.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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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카트레이서 내에서 가장 쉬운 맵을 고르고 시작했다.
vivid_rabbit님의 아이템전 실력은… ….
1~25 : 스피드전 실력과 아이템전 실력은 반비례한다.
26~50 : 지난판에 만났었던 프로들과 비슷한 수준
51~75 : 못하진 않지만, 잘하지도 않는다.
76~100 : 잘하는데?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내 생각보다 훨씬 잘했었다.
주행 능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기가 타고 있는 차의 장점을 잘 이끌어냈다.
처음부터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한 일주일만 더 투자하면 완벽은 아니더라도
팀을 캐리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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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잘 하시네요.
vivid_rabbit : 그런가요?
P_pro : 조금만 더 연습하시면 될 거 같아요.
vivid_rabbit : 감사합니다.
P_pro : 근데 커브 구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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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vivid_rabbit님과 2시간 동안 아이템전 강의를 진행했다.
물폭탄 거리와 사이드 주행 같은 기초적인 건 금방 마스터 했었지만
리셋 물폭탄, 월샷, 두 개 먹기 같은 어느 정도 숙련이 필요한 기술들은 조금 어려워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만 연습하다보면 금방 익힐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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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vivid_rabbit : 네. 감사합니다.
vivid_rabbit : 혹시 다음에도 시간 되나요?
P_pro : 아마 주말 저녁에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vivid_rabbit : 그럼 그 때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연습하는 거.
P_pro : 물론이죠.
vivid_rabbit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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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vivid_rabbit님과 인사를 하고 로그아웃했다.
저녁 11시 36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내일은 월요일이니 일찍 일어나기 위해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P 「......」
P 「...아이템전이라.」
only 스피드전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박살낸 이번 대회.
vivid_rabbit님, 잘 할 수 있으려나. 이번 대회...
점심시간, 이번에는 안나와 내가 당번이라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평소처럼 도서관에는 나와 안나 외에는 사람이 없었고
난 지난번에 유리코가 추천해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는...
안나 「」 머-엉
퀭한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P 「...저기, 안나.」
안나 「......」
P 「...안나?」 툭툭
안나 「에? 아, 응. 왜, 불렀어?」
P 「그냥 오늘 상태가 이상해보여서. 어제 푹 못잤어?」
안나 「응... 문제가…생겨서...」
P 「문제?」
안나 「이번 대회, 경기 방식…변해서...」
P 「아아... 아이템전 때문에?」
안나 「」 끄덕
지난번 캠핑에서 아이템전은 어렵다고 얘기했던 안나.
그런데 갑자기 대회에서 아이템전을 추가한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P 「그래서 지금 연습 중?」
안나 「응. 그런데, 너무…어려워...」
한 숨을 푹 내쉬는 안나.
여태까지 스피드전만 죽어라 연습했을 탠데, 스피드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운영해야하는 아이템전은 적응하기 어렵겠지.
안나 「...아!」
P 「왜 그래?」
안나 「P, 아이템 유저, 맞지?」
P 「음? 어, 그건 맞는데.」
안나 「그럼, 안나, 아이템전 연습…도와줄 수…있어?」
P 「내가?」
안나 「응. 부탁…할게.」
안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안나의 아이템전 연습, 솔직히 마음 같아선 도와주고 싶지만...
P 「미안, 밴드 연습 때문에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네...」
안나 「아... 그랬었지...」 추욱
P 「...그래도 연습 빨리 끝나서 시간이 된다면 그 땐 도와줄게.」
안나 「정말?」
P 「응.」
안나 「그럼, 그 때는, 부탁할게.」
.
.
.
밴드부 연습을 끝내고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
P 「...? 형한테 문자가...」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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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 카즈키 형
오는 길에 사와 줄 수 있어?
새우, 후추, 양파, 피망, 올리브유
오늘 저녁 메뉴 : 칠리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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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왔던 길 다시 돌아서 가야되잖아...」
이런 문자는 좀 더 빨리 보내주면 좀 좋을 탠데.
다시 되돌아 가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했기 때문에 난 뒤로 돌아 시내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만나는 인물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여태까지 등장했던 인물들 중에서 적어주세요.)
P 「저기, 시즈카.」
시즈카 「왜?」
P 「지난번에 갔었던 작열소녀 라이브, 기억하지?」
시즈카 「물론이지. 그 때 되게 좋았었어. 사람들 반응도 뜨거웠고 그 다섯 명의 무대도 재밌었고.」
P 「그거 알아? 옛날에 미라이가 아이돌 지망생이었다는거.」
시즈카 「에? 정말?」
P 「응. 그래서 유치원 때 공원에서 혼자 마이크 들고 노래하고 춤췄었어. 그 때 난… ….」
지난번에 있었던 작열소녀 라이브 얘기를 하다가 옛날에 있었던 미라이의 작은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미라이의 집에서 크레파스로 무대를 기획했던 일부터 그 말도 안 되는 기획을 실세로 옮긴 일까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재밌었던 일들이었다.
시즈카도 나와 미라이의 그런 과거사를 듣고 조금 어이없었는지 웃기 시작했다.
시즈카 「후훗, 그랬었구나. 귀엽네.」
P 「그 땐 나랑 미라이 둘 다 어렸으니까.」
시즈카 「지금도 우린 어리거든.」
P 「그래도 그 때보단 아니거든.」
P 「...그 땐 나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 모두 미라이가 이미 목표를 정한 줄 알았어.」
시즈카 「아이돌로?」
P 「응. 그런데 지금은 아이돌 얘기만 꺼내면 뭔가 대답을 피하는 거 같더라고.」
시즈카 「그래?」
P 「모르겠어. 시즈카는 혹시 아는 거 있어?」
시즈카 「음...」
시즈카는 잠시 턱을 괴고 신음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시즈카 「아니, 잘 모르겠는데.」
P 「음...」
그 때를 그냥 흑역사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랬더라면 미라이는 그 질문에
“그, 도대체 언제 적 얘기를 꺼내는 거야?!”
라면서 당황했을 탠데. 굳이 대답을 피하는 이유가 뭘까.
시즈카 「아, 그러고 보니 P. 그건 어떻게 됐어?.」
P 「?」
시즈카 「있잖아, 미라이 점수 90점 넘으면 소원 들어주기로 한 거.」
P 「아...」
난 미라이의 점수(평균 40점대)에 대해 얘기했다.
시즈카 「그래, 결국은 달성 못했구나.」
P 「미라이는 열심히 했는데... 내가 잘못 가르친 걸까?」
시즈카 「그럴 리가. 그냥 지속성의 문제지. P가 오기 전까진 미라이, 공부랑은 완전히 담쌓고 지냈었거든.」
시즈카 「오히려 난 P가 잘했다고 생각해. 미라이의 평균 점수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니.」
P 「그런가...」
시즈카 「다음에 잘하면 돼. 다음에.」
하긴, 비록 목표점수를 넘기진 못했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크게 잡은 것도 있고 나도 넘기지 못할 걸 알고 있었으니.
다음에 올 기말고사 때 또 두 배로 올리면 되는 거지. 응.
시즈카 「일단은 소원 들어주는 건 미루려고?」
P 「음... 솔직히 목표점수는 못 넘겼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긴 했으니...」
시즈카 「들어주게?」
P 「글쎄...」
시즈카 「아, 그럼 이번 기회에 미라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P 「뭐?」
시즈카 「미라이가 아이돌 얘기에 민감한 이유, 소원도 들어줄 겸, 한 번 물어보면 되잖아.」
P 「...쉽게 말 안 해줄걸. 미라이가 단순하다곤 해도-」
시즈카 「그래도 모르지. 혹시 말해줄지도?」
P 「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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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미라이
이번 주 일요일에 둘끼리 영화 보러 갈래?
혹시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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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일단 문자 내용을 쓰긴 썼는데...
보내도... 괜찮으려나?
시간도 늦었는데, 보내지 말아야 하나...
전송 완료.
문자를 보내고 난 몇 분 동안 미라이의 문자를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었다.
역시, 이 시간대엔 자고 있는 건-
『~♪』
P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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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 미라이
응, 이번 주 일요일? 알겠어.
영화는 뭘 보는 게 좋을까나, 최근에 나온 코믹영화 되게 재밌어 보이던데,
그거 말고도 다시 재상영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괜찮고…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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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되게 기네...」
몇 분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 시간 내에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거라면 대체 1초에 몇 번을 두들긴 거야?
난 문자의 내용을 끝까지 읽어봤다.
앞에 있던 내용은 다 상관없이, 결론만 말하자면 공포영화를 보러가자는 것.
그냥 짧게 공포영화 보러가자고 하면 될 걸가지고 이렇게 길게 써놓은 이유가 뭐야...
P 「......」 타닥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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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이 : 미라이
알겠어. 티켓 예매는 내가 할태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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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라이에게 답신을 보내고 휴대폰을 침대 위 받침대에 올려뒀다.
...그런데 미라이가 공포영화라. 미라이, 무서운 거 되게 안 좋아했던 걸로 아는데.
시즈카 「나 왔어.」
시호 「P는?」
시즈카 「오늘 아마 못 올 걸. 미라이랑 영화보기로 했으니까. P한테 문자 못 받았어?」
다이고 「뭐, 어쩔 수 없제. 갑자기 시호가 모이자고 해서 모인 기니까.」
시호 「......」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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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이 : P(베이스)
미안, 미라이랑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못 갈 거 같아.
정말 미안해. 내일 연습 때 두 배로 할태니까 용서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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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어쩔 수 없지. 그럼, 우리들끼리라도 연습 시작하자.」
시즈카 ˙ 다이고 ˙ 료 「네에~」
시호 「그럼, 먼저 A파트부터… ….」
.
.
.
-그 시각 지하철
P 「...지금쯤이면 연습 시작했으려나.」
미라이 「음? 뭐야, 설마 P, 오늘 연습 날이었어?」
P 「아냐, 시호가 다들 한가하면 학교에 모여서 연습하자고 했을 뿐이야.」
미라이 「그래? 난 또... 연습하기 싫어서 빠진 줄 알았잖아...」
P 「내가 넌 줄 아나...」 소곤
미라이 「뭐?!」 발끈
P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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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 「에에? 같이 밥 먹고 가면 좋을 탠데.」
P 「공부하느라 피곤했을 탠데, 나 때문에 일거리 늘린다면 뭔가 미안하잖아.」
미라이 「으음... 그럼 알겠어. 그럼, 다음주에 봐!」
P 「응. 갈게.」
...라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먹고 갈까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순간 미라이의 요리 실력이 번쩍 떠올랐다.
그 생각이 드니, 내 미각을 지키고 싶다면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몸이 반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단 벗어나는 것까진 좋았는데...
『꼬르륵』
P 「...배고파.」
일단 오늘 형의 잔소리랑 집에서 밥 먹는 건 글렀네.
밖에서 때우는 수밖에 없나하며 난 지갑 안을 확인했다.
1~50 : 컵라면 정도는...
51~100 : 이 정도면 한 끼 식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3표.
지갑 안에는 정말로 컵라면 한 개 값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래도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야...
난 집으로 향하지 않고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들어가기로 했다.
.
.
.
-편의점
P 「뭐로 하지...」
내가 항상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고를 때 고민하는 것.
닛신이냐 UFO냐,
평소에 고민 같은 걸 잘 하지 않는 나지만, 이상하게 이런 문제는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다.
P 「으음...」
P 「으아아아...! 대체 왜 쉽게 결정 못 하는건데, 단순히 컵라면 종류 하나 정하는건데에!」
「...P?」
P 「?」
편의점에서 P가 만난 사람(미라이, 미즈키 제외)
인물 적고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과자 한 봉지를 들고 날 쳐다보는 시즈카가 서있었다.
P 「어라, 시즈카.」
시즈카 「우연이네. 이런 곳에서 만나고.」
P 「그러게. 시즈카는 여기 무슨 일이야?」
시즈카 「잠시 밖에 나왔다가 과자라도 하나 사갈까 싶어서. P는?」
P 「어... 난 저녁 때우러.」
시즈카 「으음, 그래서 컵라면 진열대에서 머리 쥐며 고민하고 있었구나?」
P 「으윽...」 푹
시즈카에게 딱 걸렸다.
시즈카 「그래서, 뭐랑 뭐 중에서 고민인거야?」
P 「이거.」
시즈카 「음, 닛산이랑 UFO라. 둘 다 괜찮지.」
P 「시즈카는 이 중에서 고르라고 하면 뭘 고를래?」
시즈카 「나는… ….」
.
.
.
P 「그럼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P 「으음... 역시...」
솔직히 UFO를 고르지 않은 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닛산을 고른 걸 딱히 후회하진 않았다.
그냥 배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가.
시즈카 「그런데 P는 저녁인데도 교복차림이네. 이제 집으로 가는 거야?」
P 「응. 어쩌다보니 미라이의 집에 오래 있게 돼서.」
시즈카 「그랬구나. 공부는 잘 했어?」
P 「어어... 응. 그럭저럭.」
미라이랑 같이 잤다는 말 못하지, 절대...
시즈카 「그래서, 미라이는 공부 잘하고 있어?」
P 「응. 생각보다 꽤 열심이던데?」
시즈카 「호오.」
P 「너무 열심이라 몸까지 혹사시켜가면서 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시즈카 「그렇구나.」
시험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미라이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집중하려는 것 같지만
뭔가 그런 미라이를 볼 때마다 너무 자기 몸을 혹사시키는 게 아닌지 조금 걱정되었다.
시즈카 「저기,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
P 「무슨 질문?」
시즈카 「P는 미라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P 「음...」
1~50 : 부정적 평가
51~100 : 긍정적 평가
먼저 2표.
시즈카 「아니, 학생으로써가 아니라 친구나 연인으로써의 매력 말이야.」
P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시즈카 「어어... 캠핑 때 P가 제대로 대답 안 해줘서?」
P 「제대로 대답 안했다니?」
시즈카 「캠핑 때 안아주고 싶다는 말에 해명할 필요가 없다면 질문하진 않을게.」
P 「」 푸흡
이제 떠올랐다.
그 때 내가 입단속을 제대로 못해서 발생한 문장 유출 사건이.
P 「하아... 그거 분명 객관적인 의견이라고 얘기했었잖아.」
시즈카 「P의 주관적인 의견은 듣지 못했는데.」
P 「애초에 연인으로써의 매력은 대체 왜 물어보는 거야.」
시즈카 「그건 P가 대답해주면 알려줄게.」
시즈카의 질문에 대답하기는 싫었지만
갑자기 시즈카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가 솔직히 궁금했다.
캠핑장에서 해명을 제대로 못한 것도 있으니까 제대로 내 생각을 얘기해 해명도 해야 하고...
P 「...연인으로썬 전혀 아닌 거 같은데. 내 생각엔.」 하아
시즈카 「음. 왜 그렇게 생각해?」
P 「연인으로썬... 사귀는 그 사람이 많이 피곤하지 않을까.」
P 「툭하면 까먹고 뭐만하면 늦잠자고 챙겨줘야 할 것도 많고. 데이트 할 때 많이 힘들걸.」
시즈카 「흐음...」
P 「아. 나는 일단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니까. 미라이에겐 말하지 말아줘.」
시즈카 「말 안 할 거야. 그럼 미라이가 만약에 P한테 고백한다면...」
P 「절대 안 받아. 그리고 애초에 미라이가 나한테 고백할 리가 없잖아.」
시즈카 「응? 어째서?」
P 「그야...」
난 순간 이사 갈 때를 떠올렸다. 그 때 미라이에겐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떠났으니까...
솔직히 내가 이렇게 미라이랑 다시 친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사 가고 일주일 동안 미라이 집에 전화를 걸어도 아무도 안 받았었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삐졌다고 생각했었지만 일주일 간 계속 전화를 걸자 미라이가 정말로 날 싫어하게 됐다고 확신하고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라이는 그 일은 이제 잊어버린 것 같지만 난 이제 미라이와 학교에서 서로 얘기하는 친구 사이, 그 이상도 이하의 관계도 바라지 않는다.
그건 미라이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시즈카 「...알겠어. 말 안 해도 돼.」
P 「하아... 그럼 이젠 내 차례. 갑자기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시즈카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P 「?!?!」 화들짝
난 시즈카의 폭탄 발언에 놀랐다.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정말로?
P 「상대는?」
시즈카 「비밀. 힌트만 알려준다면... 미라이의 반에 있는 남자애.」
P 「어라? 설마 다이고랑 료 중에서-」
시즈카 「그 두 사람은 아니거든.」
P 「흐음...」
처음 알았다.
미라이가 반에서 접점이 있는 남자애라곤 나랑 다이고, 료 뿐일 탠데.
우리 반에서 미라이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있다니, 솔직히 의외였다.
P 「미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시즈카 「...P는 그냥 놀라는 걸로 끝나네?」
P 「놀라는 걸로 끝나다니... 대체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거야?」
시즈카 「아냐. 아무것도.」 벌떡
P 「이제 가려고?」
시즈카 「응. 시험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공부해야지. 그럼 나 먼저 갈게.」
P 「......」
난 편의점을 나가는 시즈카의 모습을 바라봤다.
평소와 다름이 없어 보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살짝 기운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P 「...기분 탓인가.」 후르릅
다이고의 제안으로 전원 모이게 된 스터디그룹.
이번에도 시호는 중간에 빠지려고 했으나
료 「그나저나 어디서 모일 거야?」
다이고 「음... 쇼핑몰 근처 고양이 카페에나 가보까.」
라는 말에 살짝 움찔하더니
“그러고 보니 취소 됐었지 참...”이란 말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원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P 「...왜 아무도 안 오는 걸까.」
미라이 「데헤헤...」
도착하고 20분 째,
미라이랑 나 이외에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이고는 본인이 시간이랑 장소 다 정해놓고 늦게 온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미라이 「언제 오는지 한 번 전화해볼까.」
P 「그럴까.」
난 휴대폰을 꺼내 나머지 6명에게 전화해보기로 했다.
1~30 : 아무도 안 온다...
31~50 : 3명 참여
51~70 : 5명 참여
71~100 : 전원 참여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P 「...그래? 그럼 빨리 와.」 뚝
미라이 「뭐래?」
P 「나머지 5명이랑 만나서, 금방 온데.」
미라이 「5명? 나머지 한 명은?」
P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음?」
미라이 「왜 그래?」
난 미라이 뒤편 이동장에서 고양이와 놀고 있는 한 여자애한테 눈이 갔다.
검은 장발 머리에 흰 바탕에 가로로 그어져있는 줄무늬 티셔츠, 그리고 치마에 달려있는 고양이 인형까지.
테이블 위에 고양이가 올라가 있는데, 되게 행복한 듯이 쓰다듬고 있었다.
P 「미라이, 저기.」
미라이 「음? 어라, 시호다. 시호!」
시호 「」 움찔
미라이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살짝 움찔했지만 그래도 이쪽으로 시선은 여전히 고양이에게 향해있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척 하는 것 같았다.
P 「모르는 척 하는데?」
미라이 「잠깐 기다려봐. 금방 데려올게.」
미라이가 먼저 시호에게 다가갔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시호의 표정이 뭔가 당황스러워 보였다.
미라이는 손가락으로 내 쪽을 가리키더니 시호와 같이 내가 있는 테이블로 왔다.
P 「먼저 와 있었구나.」
시호 「응. 어쩌다보니 빨리 왔어.」
미라이 「이야, 처음 알았어. 시호가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할 줄은.」
시호 「으윽... 그런 거 아니라니까...」
미라이 「음? 아까 전엔 “넌 어쩜 이렇게 귀여운 거니?”라면서-」 텁
시호 「그만, 여기까지.」
시호가 미라이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 미라이의 발언을 제지하였다.
그나저나, 시호 귀 되게 붉어졌다.
아무래도 들키기 싫어했던 거 같은데... 그냥 모르는 척 할 걸 그랬나.
다이고 「여어, 우리 왔데이.」
유리코 「어라, 시호도 먼저 와있었구나.」
P 「늦었잖아. 뭐 때문에 늦게 온 거야?」
다이고 「기타 친다고...」
시즈카 「피아노 연주...」
료 「누나 회사에 다녀온다고...」
유리코 「글 쓰다가 시간 지난 걸 깜빡해서...」
안나 「타임어택... 그래도, 신기록.」
P 「안나, 그건 지금 자랑할 게 아닌데.」
안나 「미안...」
미라이 「아하하... 자, 이제 다들 모였으니 본격적으로 공부 시작할까.」
시즈카 「그럴까.」
우린 책상 2개를 붙여 한 책상으로 만들었다.
시호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아마도 나랑 미라이 이외에는 들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일단 시호가 고양이 애호가라는 건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로 해두자...
벌어나는 상황이나 대화 내용
+~2까지.
그걸보고시호가부러운듯이쳐다본것같은느낌이...
모르는 문제는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씩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끔씩 테이블 위로 고양이가 올라올 때도 있었는데,
다들 한 번씩 머리를 쓰다듬고 고양이의 반응을 보며 힐링했다.(시호는 평소와 뭔가 달라보였다.
미라이 「......」 지이이...
P 「...?」
미라이만 빼고.
아까부터 계속 반대편 끝 쪽에서 계속 날 째려보고 있었다...
안나 「저기. P. 이 문제...」
P 「음? 무슨 문제?」
안나 「국어 문젠데, 안나한텐…어려워.」
P 「어디보자...」
미라이 「......」 지그시
옆에 앉은 안나의 질문에 답을 해줄 때도...
「냐옹~」
시호 「......」 발그래
P 「...역시 시호는 고양이 되게 좋아하는구나.」
시호 「크, 크게 말하지 마...!」
P 「미안미안.」
미라이 「......」
시호와 잠시 짧은 얘기를 할 때도...
계속해서 미라이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따가웠다.
시즈카 「......」 슬쩍
시즈카 「후훗...(질투하네. 미라이.)」
.
.
.
폴짝
P 「?」
「냐옹~」
P 「어어...」
조용히 문제를 풀던 도중,
내 책 위로 페르시안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 앉았다.
난 들고 있던 볼펜을 고양이의 눈에 찔리지 않게 가져대고 허공에 원을 그려댔다.
그러자 고양이의 눈이 내 펜 끝을 따라 돌아갔다.
P (꽤 재밌네...)
시호 「아아...」 반짝반짝
난 고양이와 조금 놀아준 후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문제 푸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한 두 문제쯤 푼 뒤였을까? 아까 그 페르시안 고양이가 다시 나에게 찾아왔다.
「냐옹~!」 「냥!」 「미야옹~!」
P 「......」
그것도 친구들을 잔뜩 데려왔었다.
얼룩 고양이, 황색 고양이, 페르시안 고양이가 나란히 내 책 위를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흰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P 「무슨 상황인지...」
안나 「P, 고양이한테…인기…많네.」
시즈카 「고양이 주인 같은데.」
고양이들을 책 위에서 내려오게 하려 손을 저었지만 전혀 내려올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아까 흰 고양이는 무릎 위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다.
시호 「......」 반짝반짝
P 「......」
...그런데 아까부터 시호, 계속해서 날 쳐다보고 있지 않았나.
P 「......」
P 「...저기, 시호?」
시호 「...?! 왜, 왜 그래?」 휙
P 「혹시 된다면, 고양이들 좀 맡아줄래?」
시호 「! 물론이지!」 활짝
시호가 저런 밝은 표정을 지은 걸, 난생 처음 봤다.
난 책 위에 서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시호에게 보냈다.
시호 「......」 ///
「......」
고양이를 들고 가만히 아이컨택을 하고 있는 시호.
고양이의 반응은… ….
1~50 : 냐아앙! (고양이의 할퀴기, 효과는 굉장했다!)
51~100 : ~♪
먼저 2표.
시호 「......」 반짝반짝
「냐앙~!」 ~♪
시호 「!」 ///
기분이 좋은지 자기 얼굴을 시호의 손에 비비적거렸다.
시호 「으읏...」 어질
안나 「시호, 괜찮아?」
시호 「응... 난 괜찮아...」
유리코 「뭔가... 시호, 어디 아픈 거 같은데」
다이고 「괜찮다. 그냥 일시적인 거니께.」
안나 「일시적?」
료 「그런 게 있어.」
시즈카 「응응.」 끄덕끄덕
유리코 「?」
시호가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이미 밴드부 애들은 시호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냐앙~」 부비부비
시호 「~♪」
.
.
.
공부 시작 후 얼마나 됐을까.
난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P 「어라, 좀 있으면 6시네.」
다이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기가.」
카페에서 꽤 시간을 보낸 우리들은 슬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시호는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작게 작별인사를 했다.
시호 「다음에 보자. 미셸, 네바, 타마, 아델.」 쓰담쓰담
「냐앙~」
시호가 부르는 이름에 각 고양이들이 반응하였다.
벌써 네 고양이에게 이름들까지 지어준 시호였다.
곧 있으면 6시라 그런지 하늘에는 약간 주황색이 섞여있었다.
우린 각자 집으로 향했다.
미라이와 나는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기 때문에 같이 길을 걸어갔다.
P 「하아... 내일이 시험인가...」
미라이 「시험...」
P 「문제, 좀 쉽게 내줬으면 좋겠는데.」
P 「그러고 보니 나, 전학 와서 처음 보는 시험이네. 미라이, 학교 시험 난이도는 어때?」
미라이 「......」
P 「...미라이?」
미라이는 고개를 숙이고 떨고 있었다.
P 「...뭐야, 벌써부터 긴장한 거야?」
미라이 「다, 당연하잖아! 긴장하는 게...」
P 「아무리 그래도 내일인데 긴장하는 건...」
미라이 「하지만...」
P 「...그렇게 긴장하면 열심히 공부했어도 좋은 성적은 못 낼 걸?」
미라이 「그, 그런가?」
P 「적당히 긴장하는 건 좋긴 하지만 그렇게 굳어있다면 제 실력도 못 낼 걸.」
미라이 「그, 그렇구나... 스읍... 후우...」
미라이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내뱉었다.
그래도 몸은 떨고 있었다.
미라이 「으으... 긴당이 풀리지 않아...」
P 「이젠 혀까지 꼬이는 구나.」
미라이 「아아... 어쩌지...」 안절부절
P 「괜찮아. 여태까지 열심히 공부해왔잖아? 결과는 좋을 거야. 무조건.」
미라이 「......」
미라이의 긴장을 풀어주다가 나온 갈림길.
이제 미라이와 헤어질 시간이었다.
P 「이제 헤어져야겠네. 그럼 내일 봐.」
미라이 「어... 응. 내일 봐.」
P 「결과 반드시 좋게 나올 거니까, 너무 긴장해서 잠 안 자면 안 된다?」
미라이 「...알겠어.」
난 그렇게 미라이에게 충고 후 뒤로 돌아 집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보는 미라이의 긴장한 모습, 미라이... 괜찮겠지?
내가 교실에 들어왔을 때,
교실 안은 열심히 복습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케이스와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광기의 웃음소리를 내는 케이스.
그리고 이미 시험 같은 건 포기하고 자거나 게임하는 케이스들이 교실 안에 전부 있었다.
내 옆자리인 다이고와 료는 서로 마주보며 자기가 기억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맞춰보고 있었다.
P 「다이고, 료, 좋은 아침.」
다이고 「어, P, 왔나.」
료 「좋은 아침.」
P 「사회 문답 중?」
다이고 「어어. 근데 아직도 가물가물하구마...」
료 「너무 기만하는 거 아니야? 사회 TOP10 씨.」
다이고 「거짓말이 아니라 이번엔 정말로 어렵단 말이다.」
료 「응. 작년 시험에도 그런 말 했었어.」
P 「...(두리번두리번) 미라이는?」
료 「음? 아직 안 왔어? 늘 이 시간 때면 도착하던데.」
P 「매번 지각하는 건 아니었구나.」
내가 처음 학교 왔을 때가 생각이나 순간 그런 말이 나왔다.
다이고 「그나저나, 언제 오는 기고. 이제 곧 있으면 조례 시작인데.」
P 「음...」
1~50 : 결국엔 지각. (최종 다이스 점수 -10점)
51~100 : 호랑이도 제 말하니 온다.
먼저 2표.
미라이 「세... 세이프...」
조례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교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담임선생님이 아니라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는 미라이였다.
료 「아슬아슬했네.」
P 「뭐 하다가 늦게 온 거야?」
미라이 「늦잠자서... 뛰어오느라 죽는 줄 알았다니까.」
다이고 「그래도 지각은 안 했구마.」
미라이 「데헤헤...」
미라이는 머리를 긁으며 웃었지만
뭔가 평소와는 다르게 많이 피곤해보였다.
.
.
.
조례가 끝나고 10분 뒤,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앞자리에서부터 전달된 시험지를 받자마자 난 문제들을 확인했다.
문제의 난이도는 … ….
1~20 : 난이도 5/5 (최종 다이스 점수 -20)
21~40 : 못 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렵다. (최종 다이스 점수 -10)
41~80 : 그럭저럭
81~100 : 되게 쉬운데? (최종 다이스 점수 +10)
+~3까지 다이스 후 높은 값.
P (...뭐야, 되게 쉽잖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쉬워서 살짝 김이 빠졌다.
기초적인 내용들만 알면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
이런 문제라면 미라이라도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
.
.
3일 동안 진행되는 중간고사.
우리들은 시험이 끝나는 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 집중하기 위해서 만든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리고 3일째 마지막 시험.
『~♪』
P 「끝났다...」
종료 종이 울리고 이번 1학기 중간고사는 모두 끝났다.
집중하는데 정신력을 너무 써버려서 그런가, 끝나자마자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버렸다.
P 「하아...」
다이고 「P, 되게 피곤해보이는구마.」
료 「여태까지 우리들 중에서 제일 바빴었잖아.」
다이고 「그렇제. 자기 공부도 하면서 도서부 일에 미라이 공부까지 봐주고.」
P 「미라이... 아!」
난 미라이 얘기에 순간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시험에서 미라이가 평균 90점이 넘는다면 내가 소원 한 개를 들어주기로 했었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미라이 자리로 향했다.
미라이는 멍하니 책상 위 시험지만 쳐다보고 있었다.
미라이 「......」 머-엉
P 「저기... 미라이?」
미라이 「아, P구나... 시험, 어땠어?」
P 「어어, 으응. 난 잘 쳤어... 잠깐 시험지 좀 빌려가도 될까? 점수 확인해야해서.」
미라이 「응...? 맞다, 이번에 평균 90점 넘기기로, 했었지... 데헤헤...」 쾡~
P ˙ 다이고 ˙ 료 「......」
다이고 「미라이 디게 피곤해보이는디...」
료 「잠까지 줄여가면서 해왔으니까 그럴 만도 하지...」
내가 시험지를 가져가도 미라이는 책상만 멍하니 내려보고 있었다.
뭔가 많이 쾡해보이는 미라이를 뒤로하고 난 자리로 돌아가 미라이의 시험 점수를 확인했다.
다이고 「자아, 과연 점수는?」
*현재 다이스 스코어 : 0 + 10 = 10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다이스 값 + 10 = 미라이의 평균점수)
다른 과목들에 비해 시간을 몇 배나 더 투자한 과목인 만큼 국어 점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90점은 아니지만 85점을 받아냈다.
료 「오오, 85점이네.」
다이고 「내보다 더 잘 나왔구마.」
P 「다른 것도 볼까.」
꽤 높은 국어 점수 때문에 다른 과목의 점수도 꽤 기대가 되었다.
다음으로 우리가 채점한 과목은 수학.
평소에 미라이가 수학만큼은 자신 있어 했기에 난 많이 기대했었다.
그리고 그 기대의 결과는
P 「26점.」
다이고 ˙ 료 「......」
P 「...아냐, 아마도 잘못 매긴걸 거야. 응. 한 번 더...」
난 다시 처음부터 채점했다.
역시 내가 예상한대로 잘못 매긴 거였다.
P 「24점이네...」
다이고 「왜 다시 매겼는데 점수가 떨어지는 긴데?」
료 「아하하...」
P 「뭐어... 수학은 이걸로 됐고, 다른 과목이나 볼까.」
료 「혹시 수학만 망친 걸 수도?」
우린 계속해서 영어, 사회, 과학 점수를 채점했다.
근데 어떻게 50점이 넘는 과목이 하나도 없을까.
결국엔 90점의 약 절반인 평균 47점으로 마무리했다.
P 「내가 잘못 가르친 건가...」
다이고 「뭐... 지난번보다 20점 오르긴 올랐구마.」
P 「그 정도로 낮았었어?」
료 「반, 아니, 전교에서 그냥 맨 꼴찌였었어.」
P 「흐음...」
미라이 「맨꼴찌는 아니였거든!」
료 「아, 그래 뒤에서 2등이였지... ...미라이?」
갑자기 우리 등 뒤에서 튀어나온 미라이.
난 순간적으로 미라이의 시험지를 팔로 덮어 점수를 볼 수 없게 했다.
다이고 「여, 여어... 정신차린 기가.」
미라이 「응. 이제 시험도 끝났겠다, 푹 쉴 수 있어!」
료 「그, 그렇구나. 다행이네.」
미라이 「그런데, P. 아까 내 시험 점수 확인한다고 하지 않았어? 지금 다 매긴 거야?」
P 「어어... 응. 다 매겼긴 했는데...」
47점 나왔다고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미라이 「음? 그런데 시험지는 왜 가리는거야? 동그라미는 많이 쳐져있는 거 같은데.」
P 「에? 어, 응. 점수는 꽤 잘 나왔어.」
미라이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몇 점이야?」
P 「한 번 직접 확인해볼래? 다 매겼으니까 확인만하면 될 거야.」
난 시험지를 구겨지지 않게 접어 미라이에게 건네주고 가방을 챙겼다.
다이고랑 료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가방을 챙겼다.
P 「그럼 우린 먼저 가볼게.」
미라이 「에? 아, 응. 잘 가.」
다이고 「오늘 어디 놀러가까?」
료 「그러면 노래방이나 갈까.」
『쌔앵~』
미라이 「...오늘따라 이상하네. 저 세 사람.」
미라이 「아, 그것보다 시험 점수, 기대되는데~♪」
『촤악』
미라이 「......」 ←점수 확인
시험이 끝나고 다음 날인 토요일.
공부하느라 평소에 하지 못했던 컴퓨터 게임에 로그인했다.
그동안 패치도 꽤나 진행된 모양, 새로운 기능들이 몇가지 추가돼있었다.
게임에 접속, 항상 같이 게임하던 클럽원들은 로그인하지 않았다.
난 아쉬운대로 혼자서 게임을 즐겼다.
P 「오랜만에 하니까 좀 손에 안 맞네...」
드리프트 실수라던가 라인을 엉성하게 판다던가하는 실수들이 있었지만
몇 판 달리다보니 금세 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게임 모드도 플레이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1~50 : 내 옆에 뒀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51~100 : vivid_rabbit님에게 메신저가 왔다.
먼저 2표.
내 옆에 있는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한 참 게임 중이었던 나는 휴대폰을 어깨와 볼 사이에 끼워 전화를 받았다.
P 「여보세요?」
다이고 『여보세요? P?』
P 「다이고였구나. 무슨 일이야?」
다이고 『이번에 대단한 걸 하나 구했데이.』
P 「대단한 거?」
뭐가 그리 대단해서 다이고는 만화에 나오는 악당이 웃는 것처럼 웃는 걸까.
내가 뭘 구했는지 궁금해 하며 다이고를 재촉하자 다이고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이고 『무려! 작열소녀 야외 라이브 티켓!』
P 「...뭐?」
다이고 『심지어 5장이나 구했데이, 어때, 쩔지 않나?』
P 「헤에, 5장이라... 대단한데.」
『쿵』
P 「아.」
다이고 『? 뭔 일 있나?』
P 「마지막 커브에서 실수해서 2등했어.」 쩝
다이고 「뭐꼬, 게임 중이었나.」
게임을 끝내고 방을 나와 제대로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P 「그래서, 그 많은 티켓을 구한 걸 나한테 자랑하는 이유가 뭐야.」
다이고 『이번에 밴드부 애들 다 데리고 한 번 같이 가보까 싶어서.』
다이고 『P도 객원이지만 엄연히 우리 밴드부의 베이시스트니께.』
P 「뭐야, 그런 거였어?.」
다이고 『음... 반응이 영 별론데...』
P 「그럼 무슨 반응을 기대한 거야.」
다이고 『그... ‘정말?!’하면서 우당탕 넘어지는?』
P 「그건 무슨 만화에서 나온 장면이야?」
만화를 너무 많이 본 다이고였다.
다이고 『그래서, 같이 갈기가? 다른 애들은 다 온다고 했는디.』
P 「흐음...」
1. 간다
2. 안 간다.
먼저 3표.
다이고 「OK. 그럼 전원 참석이구마.」
P 「라이브 시작은?」
다이고 「6시부터 입장 시작이다. 하라주쿠로 가니께 집합은 5시에 학교 정문에서 모이면 되긌제?」
P 「알겠어.」
다이고 「그럼 그 때 보제이. 지각하지 말고.」
P 「난 지각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다이고와 통화를 끝내고 난 컴퓨터로 ‘하라주쿠 작열소녀 라이브’를 검색했다.
정말로 하라주쿠에 있는 야외 무대에서 라이브가 열릴 예정이었다.
현재 시간은 2시 40분, 아직까지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P 「게임이나 계속할까.」
그렇게 게임을 계속했지만 딱히 누구랑 같이 하지 않고
혼자 즐기다보니 금세 질려서 침대에 누워 뒹굴 거렸다.
.
.
.
-다케시타 거리
시즈카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 꽤 많네.」
료 「이번에 열리는 야외 라이브 때문에 그런 걸지도.」
P 「그래서, 라이브 장소는 이 거리 광장이었나?」
다이고 「어어. 그러니까, 방향이...」
다이고는 지도 앱으로 길을 찾고 있었지만
길이 꽤 복잡해서 그런지 길 찾는데 꽤 오래 걸렸다.
시호 「뭘 그리 오래 찾는 거야. 저쪽이잖아.」
다이고 「에? 아아, 맞다. 그쪽이었다.」
시호가 먼저 길을 찾았는지 다이고 대신에 시호가 우리 네 명을 이끌었다.
유명 명소이긴 해도 처음 와보는 하라주쿠. 사람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수많은 인파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조금 멀리서 작열소녀 라이브 홍보 전광판이 보였다.
다이고 「어어, 다 왔구마.」
P 「와아, 줄 되게 기네.」
료 「입장 시작까지 30분이나 남았는데.」
사람이 많다는 건 어느 정도 생각했었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
직접 줄을 서보니 입장이 시작돼도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건 30분 뒤의 일인 것 같았다.
벌어나는 일이나 상황
+~2까지.
오랫동안 서있어 아픈 다리를 두드리며 순서를 기다리던 도중
다이고 「...?」 툭툭
P 「왜?」
다이고 「저기.」
다이고는 손가락으로 우리 앞에서 조금 떨어진 사람을 가리켰다.
왼쪽으로 묶은 짧은 포니테일 단발머리...
P 「......」
난 혹시나 싶어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봤다.
그러자 앞쪽에 있던 사람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자기 귀에 가져다댔다.
그와 동시에 미라이가 내 전화를 받았다.
미라이 『여보세요? P?』
P 「미라이, 지금 어디 있어?」
미라이 『나 지금 하라주쿠에 있는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P 「미라이, 뒤에서 지금 손 흔들고 있는 사람 보여?」
난 그렇게 말하고 손을 높게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뒤를 돌아보고 미라이는 날 봤는지 크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미라이 『뭐야? P도 오늘 라이브 보러 온 거야?』
P 「나 혼자 보러 온 건 아니고, 나머지 밴드부 애들도 같이 있거든.」
다이고 「예이~」
미라이 『그랬었구나. 놀랐어. 티케팅하기 힘들었을 탠데.』
P 「어쨌든, 우리랑 합류 할래? 이왕 만난 거.」
미라이 『아, 응. 금방 갈게.』
P 「에? 아니, 나중에 객석쪽에서-」
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미라이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고
좁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우리 쪽으로 도착했다.
미라이 「헤헤,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시즈카 「어라, 미라이?」
미라이 「시즈카도 왔구나. 난 시즈카는 아이돌에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시즈카 「관심이 없다기보단... 그냥 티를 안내는 정도지.」
P 「시즈카도 아이돌 음악 좋아하는구나.」
시즈카 「많이는 아니지만.」
다이고 「참고로 여기서 아이돌 노래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시-」
시호 「.......」 텁
다이고 「읍읍-」
다이고가 말을 꺼내려하자 시호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손으론 휴대폰을 쳐다보고 한손으론 다이고의 입을 막았다.
료 「아, 이제 슬슬 줄 빠진다.」
P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
.
.
관객석에 입장, 예상대로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맨 앞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중간자리라서 앞사람에게 가리거나 그런 건 없었다.
손님이 어느 정도 들어온 후, 스테이지 위가 갑자기 암전되었다.
P 「이제 시작하네.」
무대 위가 밝아지며 암전 때 들어온 작열소녀 전원의 멤버가 무대 중앙에 서있었다.
그리고 작열소녀의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
코토하 「시작할게요, 저희들의 무대를!」
『와아아---!!!』
음악과 함께 들리는 관중들의 함성소리.
다이고와 료, 시호는 들고 온 야광봉을 흔들며(특히 시호가.) 무대를 즐기고 있었고,
시즈카는 무대를 휴대폰 카메라에 녹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라이는...
미라이 「......」
반짝이는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 눈을 보고 어렸을 때, 미라이와 함께 이런 아이돌 라이브에 왔던 일이 떠올랐다.
그 이후였을까, 미라이가 날 이리저리 끌고 다녔었을 때가.
.
.
.
7시 30분까지 진행된 라이브가 끝나고 우리들은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올 때에도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서 나왔다.
미라이 「굉장했어~」
시즈카 「그랬지.」
다이고 「데려오길 잘했구마. 미라이는 어쩌다 만난기지만.」
미라이 「데헤헤~」
료 「라이브도 봤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다이고 「에? 음... 그것까진 생각안했는디...」
『꼬르륵-』
다이고 「음?」
시호 「......」 ///
아까 났던 배꼽소리의 주인은 우리 중에서 열정적으로 야광봉을 흔든 시호였다.
시호는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한채 얼굴을 살짝 붉혔다.
시즈카 「시호, 배고프구나?」
시호 「...저녁도 안 먹었으니까...」
다이고 「하하, 그러고보니 아직 저녁 안 먹었었고마.」
P 「그럼 밥 먹으러 가볼까. 메뉴는 뭘로 할래?」
다이고 「뭐, 돌아다니다가 끌리는 데로 들어가믄 된다.」
저녁 식사 메뉴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넓은 장소에 비해 자리는 많이 남아있었다.
우린 큰 자리에 자리를 잡아 메뉴판을 보며 뭘 주문할지 고민했다.
P 「종류가 꽤 많은데.」
미라이 「난 카레 우동으로.」
각자 하나씩 메뉴를 결정하고 우린 점원을 불러 주문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던 중, 시호가 차가운 목소리로 시선을 주목시켰다..
시호 「저기, 밴드부 관련해서 하나 말할게 있는데.」
다이고 「음? 뭐꼬?」
시호 「시험도 끝났는데 연습 일정, 어떻게 할 거야?」
다이고 「아아... 연습이라...」
료 「그러고 보니, 오디션까지 3주 밖에 안 남았네.」
P 「...오디션?」
다이고 「아, P한테는 말 안했제.」
시호 「내가 말할게.」
시호는 료가 말한 오디션에 대해서 설명했다.
6월 중순에 우리가 연습하러 모이던 스튜디오 옆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 예정이라고 한다.
시호 「무대에 오르려면 그전에 아까 말했던 오디션에 합격해야 해.」
P 「흠...」
미라이 「쇼핑몰 근처에 있는 라이브 하우스? 거기 무대, 되게 크다고 들었는데.」
시즈카 「맞아. 그래도 그만큼 합격하긴 어렵겠지?」
료 「확실히 지원하는 밴드 80개 중에서 10개만 뽑으니까.」
P 「8, 80...」
료 「아, 이번에는 더 크게 한다고 했으니까 뽑는 팀도 늘어나려나?」
다이고 「그만큼 지원하는 팀들도 많아지겠제...」 하아
다이고, 료 ,시즈카 세 사람이 고생길이 열렸구나하며 해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경쟁률이 그 정도면 되게 빡세긴 하겠다...
시호 「그래서, P한테 하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P 「음? 나한테?」
시호 「앞으로 오디션 준비 기간 동안, 많이 힘들 거야.」
시호 「오디션 준비 기간까진 다른 애들 전부 하교할 때 우리들은 옥상에 모여서 연습해야하고, 주말도 반납해서 스튜디오로 와서 밤늦게까지 연습해야 해.」
P 「음...」
시호 「그래도 괜찮겠어? 일단 P는 우리 동아리 정식 멤버가 아닌 객원멤버라 다시 물어보는 거야. 혹시라도 중간에 P가 빠지게 된다면 그 땐 비상사태니까.」
내가 밴드부에 객원멤버로 들어오기 전, 시호가 적당히 할 거면 관두라는 말을 왜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이 중에서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빈 공간이 되게 크게 느껴진다.
특히 내가 담당하는 베이스의 경우, 그 저음이 비어버리는 것뿐으로도 음악에 참사를 벌이기엔 충분할 만큼 중요한 파트다.
P 「걱정하지 마. 전에 말했었잖아? 대충 할 생각은 없다고.」
시호 「...알겠어.」
내가 고민도 없이 답변하자 시호의 굳었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다이고도 “곡 수정 작업 안 해도 된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문하진 음식 나왔습니다.」
다이고 「오오, 타이밍 맞춰서 나왔구마.」
내가 주문한 우동은 기본적인 가케 우동.
다른 애들도 자기가 먹고 싶은 우동을 골라 한 젓가락 먹어보았다.
난 꽤 맛있다고 느꼈지만,
다른 애들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미라이 「으음...」
P 「뭐야, 왜 그래?」
시호 「맛이 조금 아쉽네.」
료 「그렇지?」
시즈카 「......」
시호의 아쉽다는 말에 다들 공감했다.
난 맛있는 거 같은데.
무슨 맛이기에 옆에 있던 미라이의 카레우동을 한 번 먹어봤다.
그냥 맛있었다.
P 「난 그냥 맛있는데.」
미라이 「아아, 맛있긴 한데...」
P 「?」
다이고 「시즈카표 우동이랑 쪼-끔 비교되는 거 같지 않나?」
P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거 같기도.」
분명 충분히 맛있었지만, 다이고의 말대로 시즈카의 우동과는 면의 식감이라던가, 육수의 맛 같은 부분에서 조금 비교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쉬운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원 「「「「「「......」」」」」」
캠핑 때 먹었던 우동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애써 비교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비교되었다.
...그냥 우동 말고 다른 거 먹을 걸 그랬나?
.
.
.
조금... 아니 많이 아쉬웠던 식사를 마치고 가게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중간에 시호는
시호 「미안, 잠시 들를 곳이 있어서.」
P 「음? 어디?」
시호 「굳이 알 필요는 없잖아.」
라며 자리를 떳고
5명이 같이 돌아가던 와중에 다이고에게 전화가 오더니
다이고 「예, 아부지. ...에에? ...예, 알겠심다.」
P 「무슨 전화야?」
다이고 「하라주쿠에서 차 대기시켜 놨으니께, 아부지가 그거타고 집으로 오란다.」
라면서 일행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남은 4명끼리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라주쿠의 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어느 한 크레이프 가게를 지나쳤다.
P 「...잠깐, 크레이프 가게 좀 들렀다가도 될까?」
시즈카 「음? 크레이프?」
P 「형한테 부탁받았거든. 집으로 돌아올 때 크레이프 하나 사와 달라고.」
료 「괜찮은데. 솔직히 우동만으로 속이 다 채워지지도 않았고.」
미라이 「그럼 가볼까.」
우린 아까 지나쳤던 크레이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작은 간판에는 가게 추천 디저트가 적혀있었고
크레이프 이외에도 타르트나 마카롱 같은 프랑스 디저트들이 진열돼 있었다.
사실 크레이프 가게라기 보단 프랑스 디저트 가게에 더 가까워보였다.
P 「추천 메뉴는 생크림 크레이픈가.」
료 「그걸로 할 거야?」
P 「뭐, 더 둘러봐야겠지만.」
형에게 선물해줄 크레이프를 고르던 중,
마지막 1개 남은 딸기 크레이프가 눈에 띄었다.
형, 딸기 꽤 좋아하니까, 난 저걸로 결정하고 손으로 집으려 했다.
『덥썩』
「앗...」
P 「아아...」
손으로 집으려는 순간, 옆에 있던 사람과 손이 겹쳤다.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P 「...저기, 가져가실 거면 가져가셔도 돼요.」
「네? 아, 아니에요. 먼저 움직이셨는데, 가져가세요.」
P 「아니, 저는 딱히… ….」
서로서로 양보하던 도중,
미라이가 벌써 샀는지 크레이프를 들고 생크림을 입에 묻힌채 이쪽으로 걸어왔다.
미라이 「P, 골랐어?」
P 「어? 아니, 아직. 그나저나, 넌 대체 뭘 입에 묻히고 있는 거야.」
미라이 「에?」 슥
미라이 「아, 크림 묻어있었네.」 냠
미라이 「맞다, P도 생크림 크레이프 먹지 않을래? 꽤 맛있다고?」
P 「어? 정말?」
미라이 「선물로 줄 거라면 그걸로 주...는...게...?」
P 「...미라이?」
「......?」
미라이가 내 옆에 있던 사람을 멍하니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가만히 있다가
P 「...저기, 미라-」
미라이 「아아아!」 반짝
P 「?!」
미라이가 반짝거리는 눈을 하며 크게 소리치자 나와 옆에 있던 사람은 순간적으로 놀랐다.
P 「뭐야, 왜 갑자기 소리를...」
미라이 「저기, 혹시 오늘 야외 라이브에 있었던 작열소녀, 맞죠?」
P 「에?」
「아...」
작열소녀? 이 사람이?
난 자세히 그 사람을 관찰해봤다.
작열소녀 멤버 중 아무나 한 명.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게다가 모자에 가려진 노란색 머리핀까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작열소녀의 리더, 타나카 코토하였단 사실을.
P 「타, 타나카 코토하 씨?!」 화들짝
코토하 「쉿,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만 조용히...」
P 「아, 네...」
그렇다고 가게 안에 사람도 그닥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근데 정말로 놀랐다. TV에서 보던 연예인을 이렇게 실제로,
그것도 라이브 무대가 아닌 디저트 가게에서 보게 될 줄은.
미라이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실 수 있나요?」
코토하 「네, 물론이죠.」
미라이 「감사합니다! P도 같이 찍을래?」
P 「에? 어, 어어. 그럼 나도 같이...」
미라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실행시켰다.
사진을 찍기 전, 쓰고 있던 안경을 벗는 타나카 씨.
안경만 벗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뿜어졌다.
코토하 씨를 중앙으로 미라이는 왼쪽에 난 오른쪽에 바짝 붙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했는데도 왠지 모르게 옆에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미라이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미라이 「네, 됐어요. 감사합니다!」 꾸벅
코토하 「별말씀을요.」
사진을 찍고 타나카 씨는 안경을 다시 썼다.
P 「감사합니다, 응원할게요.」 꾸벅
미라이 「저도요!」
코토하 「네, 열심히 할게요.」
타나카 씨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우린 그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코토하 「아, 저기, 크레이프...」
P 「괜찮아요. 갑자기 생크림이 당겨서.」
어차피 내가 먹을 것도 아니고 선물로 주는 건데
생크림으로 줘도 딱히 불만은 없겠지.
난 미라이를 따라 생크림 크레이프가 진열된 곳으로 움직였다.
.
.
.
시즈카 「에에? 정말?」
미라이 「헤헤, 사진도 찍었지롱~」
시즈카 「뭐야, 그랬으면 나도 같이 불러주지...」
미라이 「미안해.」
아까 가게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하는 미라이.
시즈카는 그 때 타나카 씨가 있었다는 사실을 늦게 알아차린 걸 아쉬워했다.
그렇게 오늘 있었던 라이브에 대해 얘기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중,
시즈카와 료랑 헤어질 때가 됐다.
료 「이제 헤어져야겠네.」
시즈카 「P, 내일 스튜디오에서 연습하는 거, 알지?」
P 「어어, 알고 있으니까 걱정 마.」
료 「그럼, 내일 보자.」
시즈카와 료는 갈림길에서 헤어졌고
나랑 미라이 단 둘이서 나란히 걸어갔다.
미라이는 타나카 씨와 찍은 사진을 보며 헤벌레 웃고 있었다.
P 「그렇게 좋아?」
미라이 「응! 오늘 하라주쿠에 가길 잘했어.」
평소에도 아이돌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고 그만큼 애정도 많았던 미라이.
그런 아이돌을 직접 만났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P 「...만약 미라이가 아이돌을 했었더라면 타나카 씨처럼 됐었을까?」
미라이 「에? 내가 아이돌?」
P 「너 어렸을 적부터 계속 떠들었잖아. 아이돌 할거라면서, 그때 계속 나 끌고 다니면서 매니저라면서 일 시키고.」
미라이 「에...헤헤, 그랬었나...?」
P 「그랬어요.」
미라이 「데헤헤...」
알면서.
P 「...미라이가 아이돌을 했다면 정말 잘했을 거 같은데.」
미라이 「그, 그런가?」P 「응. 미라이를 동경하는 사람도 생겼을 걸.」
미라이 「......」
P 「...?」
칭찬을 해서 웃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침울해진 미라이였다.
P 「저기-」
미라이 「아아, 맞다. P도 이제부터 밴드부였지?」
P 「에? 아, 응. 그렇지.」
미라이 「밴드라. 되게 멋있지? 노래하면서 기타치고… ….」
미라이는 순간적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뭔가, 미라이가 아이돌을 그만두게 된 얘기만 꺼내면 대답을 회피하는 것 같았다.
.
.
.
카즈키 「딸기 크레이프, 먹고 싶었는데.」 냠
P 「그럼 그거 나 주던가.」
카즈키 「아냐, 내가 먹을 건데.」
P 「......」
『달칵』
P 「나 왔어.」
다이고 「여어, 제시간에 왔구마.」
내가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먼저 도착한 3명은 악기를 연주하며 손을 풀고 있었다.
난 베이스를 엠프에 연결 후 튜닝부터 먼저 시작했다.
P 「그런데 시호는?」
다이고 「잠시 편의점. 물 사러 갔다.」
라고 말하자마자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면서 생수병을 들고 있는 시호가 들어왔다.
시호 「나 왔어. 어라, P도 왔구나.」
P 「제시간에 왔습니다.」
시호 「잘했어. 악기 준비는?」
난 튜닝이 제대로 됐는지 다시 확인해봤다.
P 「응. 다 됐어.」
다이고 「나머지도 다 준비 됐다.」
시호 「좋아. 뭐부터 할 거야?」
다이고 「지난번에 새로 작곡한 거, 함 처음부터 해봐야제. 가사는 다 외웠나?」
시호 「내가 쓴 건데, 물론이지.」
다이고 「좋아, 그럼 함 해보자. 료, 시작 신호.」
료 「알겠어.」
1~50 : 이게 아닌데...
51~100 : 그럭저럭 괜찮은 연주.
먼저 3표.
합을 맞춰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좋은 연주가 나올 거란 생각은 거의 없었다.
단지 ‘음, 괜찮네.’ 정도만 바랄 뿐이었다.
『~♪』
시호 「~♪」
.
.
.
-연주 후
다이고 「음...」
P 「어땠어? 다이고.」
다이고 「내는 이거 괜찮은 거 같은데. 니들은?」
P 「나도 뭐, 그럭저럭.」
시즈카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될 것 같은데?」
시호 「완전히 만족은 못하겠지만.」
내 생각대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처음치곤 꽤나 좋은 연주였다.
그래도 완벽하게 연주하려면 계속 연습해야겠지...
료 「다이고, 아까 B파트 한 번 다시 해보면 안 될까. 조금 헷갈린단 말이지.」
다이고 「알겠다. 다들, B파트다.」
어려운 부분을 연습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평소 행동이 가벼워보이던 다이고도 이땐 정말로 진지했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나도 점점 몰입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초크를 쓰지 않아서 그런가. 손가락이 이제 얼얼해졌다.
그러다보니 잔 실수도 많아지고, 칠 때마다 손가락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
시호 「~♪↗」 삑
시호 「크흠, 미안... 다시 한 번 해보자.」
료 「저기, 시호. 목 정말 괜찮은 거야?」
시호 「난 괜찮아. 그냥 조금 실수 했을 뿐-」
다이고 「자아, 일단 여기까지 하고, 좀 쉬었다 할까. 벌써 2시간 하고 40분이나 지났데이.」
시호 「음? 아, 그랬구나.」
다이고의 말을 듣고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로 시간이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시호 「그럼... 그렇게 할까.」
P 「하아... 힘들었어.」
난 기타를 거치대에 올려놓고 얼얼한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차가운 얼음에 몇 시간 올려놓은 것처럼 되게 붉어져있었다.
다이고 「좋아, 그럼 1시간 동안 휴식!」
휴식 때 말 걸 사람이나 벌어지는 상황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난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주먹으로 다리를 두드렸다.
오랫동안 서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꽤나 아팠고 어깨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손가락보단 낫지만...
P 「하아...」 머-엉
시즈카 「저기, P.」
료 「우리 쉬는 김에 근처 카페에 가보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
P 「...카페?」
시즈카 「스튜디오에만 있기도 조금 그러니까, 바깥 공기도 좀 쐴 겸 가보려고.」
P 「다이고랑 시호는.」
시즈카 「시호는 그냥 안에 있고 싶다고 하고, 다이고는...」
시즈카가 자기 왼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의자 위에 시체 비스 무리한 게 있었다.
P 「......」
료 「기타 솔로부분이 많이 힘들긴 했지...」
시즈카 「아하하...」
료 「어쨌든, 그래서? 같이 갈 거야?」
P 「음, 그래. 같이 가자.」
우린 이어폰을 꽂고 노래에 집중하고 있는 시호와
분홍색 머리 시체(...)에게 잠시 나갔다 온다고 전한 뒤 카페로 향했다.
2시간 동안이나 지하 스튜디오에 있어서 그런가,
바깥 공기가 평소보다 더 상쾌하게 느껴졌다.
.
.
.
-카페
커피색의 고풍스러운 느낌을 내는 카페.
난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료와 시즈카는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시즈카 「P는 쓴 거 잘 마시나 보구나.」
P 「그냥 가격이 저렴해서 마시는 건데...」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 각자 있었던 썰을 풀던 중,
『~♪』
P 「?」
무슨 일인지 유리코에게 전화가 왔다.
P 「여보세요?」
유리코 『P, 뒤 한 번 돌아볼래?』
P 「뒤?」
갑자기 뒤를 돌아보라고 하는 유리코.
난 뭔가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카페 구석 자리에서 유리코와 안나가 앉아있었다.
시즈카 「유리코랑 안나?」
우리 셋은 옆 자리가 비어있는 유리코 쪽으로 자리를 옯겼다.
두 사람은 똑같이 바닐라 라테를 마시고 있었다.
P 「여기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유리코 「안나랑 같이 스튜디오에 갈려고 했는데, 연습 다 끝났어?」
P 「아니, 그냥 쉬는 시간이라서.」
유리코 「그렇구나.」
안나 「...시호랑, 다이고는?」
시즈카 「시호는 스튜디오에서 쉬고 있고 다이고는...」
P 「죽었어.」
유리코 「...에?」
료 「그냥 피곤해서 누워있을 뿐이야.」
유리코 「그, 그렇구나...」
안나 「대체, 얼마나…연습한 거야.」
시즈카 「한 3시간 정도?」
유리코 「우와... 손 안 아파...?」
P 「안 그래도 손이 좀 얼얼해.」
시즈카 「나도.」
료 「난 손 대신 팔이...」 뻐근
나 말고도 다들 아픈 곳이 한 부분은 있는 것 같았다.
안나 「쉬면서, 해. 무리하면…오히려, 안 좋아.」 홀짝
유리코 「...그건 안나가 할 말이 아닌 거 같은데.」
안나 「조용히 해.」
P 「맞다, 안나도 대회 준비한다고 했었지.」
시즈카 「음? 대회?」
P 「이번에 안나, 게임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거든.」
시즈카 「헤에, 안나는 프로게이머였구나.」
안나 「프로는…아니고, 아마추어.」
아마추어라고 하기엔 실력은 아마추어답지 않던데.
P 「안나는 대회 연습 몇 시간 동안 하는 거야?」
안나 「응. 평일엔, 5시간…정도.」
P ˙ 료 ˙ 시즈카 「5시간!?」
우리 밴드부의 연습시간을 웃도는 연습량에 놀랐다.
5시간 동안 연습이라면 학교에 있는 시간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 게임에만 몰두한다는 거니까.
P 「그럼, 잠은 몇시에 자는 거야?」
안나 「매일, 바뀌는데... 아마도…2시에서, 3시 사이.」
시즈카 「......」
료 「프로게이머가 힘든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안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아니지.」
안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덤덤하게 말했다.
확실히 노력파 프로게이머들은 자다가도 큐 잡히면 일어나서 게임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안나 「그래도, 오늘은…연습, 없으니까. 오랜만에, 푹 쉴 수…있어.」 하아
유리코 「그리고 내일이 되면 연습해야겠지.」
안나 「으으, 유리코 씨, 쉬는 날엔…연습 얘기, 하지 마... 머리…아파...」
유리코 「헤헤, 미안해.」
.
.
.
쉬는 시간이 끝나고, 우린 다시 스튜디오로 향했다.
다이고와 시호는 각자 연습 준비를 하고 있었다.
P 「우리 왔어.」
다이고 「이제 왔나. 어라, 유리코랑 안나?」
안나 「구경, 왔어.」
유리코 「말도 안하고 찾아와서 미안. 설마 방해되려나?」
다이고 「아니다, 괜찮다.」
우리 셋도 자리로 돌아가 악기를 재정비했다.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다이고 「좋아, 그럼 첨부터 다시 해보까.」료 「OK.」
유리코 「열심히 해!」
우리들은 유리코와 안나를 관객으로 세워두고 연습에 임했다.
두 사람의 반응은, 우리들이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P 「하아...」
난 아무런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디션 대비 연습 1일차인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힘이 쫙 빠졌다.
...그래도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해봐야지.
나만 힘든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열심히 하니까.
P 「...게임이나 할까.」
난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오랜만에 보는 카트레이서 홈페이지 화면.
공지사항에는… ….
1. 카트레이서 스프링 리그 예선 접수
2. 신규/복귀 유저 이벤트
먼저 3표.
P 「어라, 이제 리그 열리는구나.」
이번에 안나가 출전하는 리그.
원래 리그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관심도 없었지만
vivid_rabbit님과 안나가 출전한다는 것 때문일까, 난 공지 이미지를 눌렀다.
P 「예선 접수라...」
이번에도 어김없이 4대4 팀전으로 진행되는 대회.
총 상금 800만으로 최근 인기에 힘입어 상금도 꽤 많았다.
난 스크롤을 쭉 내려 대회 진행 방식을 확인했다.
P 「...어라?」
작년에는 1세트에서 1대1 스피드전, 2세트에는 4대4 스피드전, 3세트에는 4대4 이어달리기로 진행됐었다.
전부 스피드전으로 진행됐었던 진행 방식, 하지만 이번 대회는 뭔가 달랐다.
3세트인 이어달리기는 변함없었지만, 2세트였던 4대4 스피드전이 1세트로 넘어오고,
2세트에는 1대1 스피드전이 아닌 4대4 아이템전으로 교체되었다.
P 「아이템전이 여기서 나온다고?」
바뀐 경기 진행 방식을 보고 난 순간 놀랐다.
일반 유저들에게 찬밥신세를 받던 아이템전인데 굳이 개최 측에서 이걸 집어넣은 이유가 뭐지?
.
.
.
게임에 접속하고 아이템전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내가 예전에 했던 방이랑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예전엔 그저 이기든 지든 그냥 즐기자라는 마인드인 사람들이 많이 보였었지만
지금은...
P 「...왜 방 하나에 프로선수들 5명이 모여있는거야?」
평소 같았으면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모습을
스피드전 방이 아닌, 아이템전 방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어찌됐든 시작된 게임, 프로게이머라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긴장했지만...
『쿵』 『펑』 『위잉~』
그냥 초반에 얼음 물폭탄 하나로 묶어둬도 게임 끝까지 힘을 못 쓰는 상황은 다반사,
사이렌 사용 방법, 물폭탄 적중률, 아이템 활용도 등
주행적인 측면만 뛰어났을 뿐, 나머지는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막말로 차라리 아이템 유저 8명끼리 모아놓은 방이 수준이 더 높았을 것이다.
.
.
.
『~♪』
P 「음? vivid_rabbit님?」
아이템전에 슬슬 질려 스피드전에서 달리고 있던 도중에,
메신저로 vivid_rabbit님께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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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d_rabbit : 혹시 시간 되나요
vivid_rabbit : 시간 된다면
vivid_rabbit : 아이템전 연습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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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그러고보니 vivid_rabbit님도 대회 나갔었지.」
급하게 아이템전 연습을 하며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
그건 vivid_rabbit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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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네. 방 팔게요. 들어오세요.
vivid_rabbit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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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방을 하나 파서 vivid_rabbit님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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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아이템전 연습 힘들죠?
vivid_rabbit : 계속 스피드전만 하다가 아이템전 하려하니까
vivid_rabbit : 힘드네요;
P_pro : 다른 선수 분들도 그러시는거 같던데.
vivid_rabbit : 그래서 몇몇 팀은 아이템전 전용 선수를 구하는 중이에요.
P_pro : vivd_rabbit님 팀은 아이템전 선수 안 구하나요?
vivid_rabbit : 저희 팀은 어떻게 될 진 모르겠는데
vivid_rabbit : 일단 각자 연습해보고 할 만하다 싶으면 그대로 출전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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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전용 선수라...
하긴, 이번에 5인체제가 가능해지면서 매 라운드마다 선수를 한 명씩 바꿀 수 있으니까.
1명이라도 제대로 된 아이템전 유저를 팀에 넣는 게 조금이나마 도움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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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일단은 실력부터 볼게요.
P_pro : 간단하게 한 번 1대1 해보고, 부족한 부분 위주로 피드백 할게요.
vivid_rabbit : 네. 부탁드릴게요.
----------
난 카트레이서 내에서 가장 쉬운 맵을 고르고 시작했다.
vivid_rabbit님의 아이템전 실력은… ….
1~25 : 스피드전 실력과 아이템전 실력은 반비례한다.
26~50 : 지난판에 만났었던 프로들과 비슷한 수준
51~75 : 못하진 않지만, 잘하지도 않는다.
76~100 : 잘하는데?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내 생각보다 훨씬 잘했었다.
주행 능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자기가 타고 있는 차의 장점을 잘 이끌어냈다.
처음부터 이 정도 수준이라면 한 일주일만 더 투자하면 완벽은 아니더라도
팀을 캐리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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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잘 하시네요.
vivid_rabbit : 그런가요?
P_pro : 조금만 더 연습하시면 될 거 같아요.
vivid_rabbit : 감사합니다.
P_pro : 근데 커브 구간에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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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vivid_rabbit님과 2시간 동안 아이템전 강의를 진행했다.
물폭탄 거리와 사이드 주행 같은 기초적인 건 금방 마스터 했었지만
리셋 물폭탄, 월샷, 두 개 먹기 같은 어느 정도 숙련이 필요한 기술들은 조금 어려워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만 연습하다보면 금방 익힐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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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_pro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vivid_rabbit : 네. 감사합니다.
vivid_rabbit : 혹시 다음에도 시간 되나요?
P_pro : 아마 주말 저녁에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vivid_rabbit : 그럼 그 때 한 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연습하는 거.
P_pro : 물론이죠.
vivid_rabbit : 감사합니다.
----------
난 vivid_rabbit님과 인사를 하고 로그아웃했다.
저녁 11시 36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내일은 월요일이니 일찍 일어나기 위해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P 「......」
P 「...아이템전이라.」
only 스피드전으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박살낸 이번 대회.
vivid_rabbit님, 잘 할 수 있으려나. 이번 대회...
점심시간, 이번에는 안나와 내가 당번이라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평소처럼 도서관에는 나와 안나 외에는 사람이 없었고
난 지난번에 유리코가 추천해준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는...
안나 「」 머-엉
퀭한 눈으로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P 「...저기, 안나.」
안나 「......」
P 「...안나?」 툭툭
안나 「에? 아, 응. 왜, 불렀어?」
P 「그냥 오늘 상태가 이상해보여서. 어제 푹 못잤어?」
안나 「응... 문제가…생겨서...」
P 「문제?」
안나 「이번 대회, 경기 방식…변해서...」
P 「아아... 아이템전 때문에?」
안나 「」 끄덕
지난번 캠핑에서 아이템전은 어렵다고 얘기했던 안나.
그런데 갑자기 대회에서 아이템전을 추가한다고 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P 「그래서 지금 연습 중?」
안나 「응. 그런데, 너무…어려워...」
한 숨을 푹 내쉬는 안나.
여태까지 스피드전만 죽어라 연습했을 탠데, 스피드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운영해야하는 아이템전은 적응하기 어렵겠지.
안나 「...아!」
P 「왜 그래?」
안나 「P, 아이템 유저, 맞지?」
P 「음? 어, 그건 맞는데.」
안나 「그럼, 안나, 아이템전 연습…도와줄 수…있어?」
P 「내가?」
안나 「응. 부탁…할게.」
안나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안나의 아이템전 연습, 솔직히 마음 같아선 도와주고 싶지만...
P 「미안, 밴드 연습 때문에 시간이 날지는 모르겠네...」
안나 「아... 그랬었지...」 추욱
P 「...그래도 연습 빨리 끝나서 시간이 된다면 그 땐 도와줄게.」
안나 「정말?」
P 「응.」
안나 「그럼, 그 때는, 부탁할게.」
.
.
.
밴드부 연습을 끝내고 학교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
P 「...? 형한테 문자가...」 삑
----------
발신자 : 카즈키 형
오는 길에 사와 줄 수 있어?
새우, 후추, 양파, 피망, 올리브유
오늘 저녁 메뉴 : 칠리새우
----------
P 「왔던 길 다시 돌아서 가야되잖아...」
이런 문자는 좀 더 빨리 보내주면 좀 좋을 탠데.
다시 되돌아 가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했기 때문에 난 뒤로 돌아 시내에 있는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만나는 인물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여태까지 등장했던 인물들 중에서 적어주세요.)
새우와 채소가 담겨있는 바구니를 들고 향신료코너로 향했다.
오른쪽 어깨에 기타를 메고 있어서 양쪽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누르는 것 같았다.
P 「빨리 장보고 돌아가야지. 무거워서 원...」
향신료코너에 도착했지만,
형이 부탁했던 후추는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P 「돌아가야 하나...」
「어라, P?」
P 「?」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날 불렀다.
목소리의 주인은 아직까지도 교복차림인 시즈카였다.
P 「시즈카?」
시즈카 「여기서 만나네. 뭐 사러 왔어?」
P 「후추. 근데 다 팔리고 없네.」
시즈카 「에, 진짜?」
시즈카가 진열대를 확인하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시즈카도 후추를 살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시즈카 「집에 후추 다 떨어졌는데...」
P 「뭐, 어쩔 수 없지.」
시즈카 「다음에 또 와야겠네. 그냥 집으로 가야겠다.」
난 시즈카와 함께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마다 사람들이 3~4명씩, 많은 곳은 5명씩 서있었다.
우린 사람이 가장 적은 곳에 서서 계산 순서를 기다렸다.
시즈카 「오늘 P의 저녁 메뉴는 혹시 새우요리?」
P 「에? 그건 어떻게 알았어?」
시즈카 「바구니에 새우가 있어서 한 번 찍어봤지. P는 새우 좋아해?」
P 「그냥 그럭저럭. 오늘 형이 칠리새우 한다고 해서, 하교하는 길에 재료 사오라고 심부름 온 거거든.」
난 시즈카의 바구니 안에 담긴 재료들을 살펴봤다.
육수멸치와 굵은 면, 어묵, 다시마...
P 「...시즈카는 어묵 우동이구나?」
시즈카 「그렇지. 오랜만에 만들어 먹어보는 거야.」
그나저나 아침에도 우동 먹고 왔다 그랬고
점심 학식 때에도 우동이 나와서 먹었고
저녁도 우동으로 때울 생각인건가.
P 「그렇게 우동 많이 먹는데도 안 물리는 구나...」
시즈카 「좋아하니까.」
.
.
.
마트에서 나오고 집으로 가는 길이 같았던 우리 둘은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할 얘기
+~2까지.
시즈카 「왜?」
P 「지난번에 갔었던 작열소녀 라이브, 기억하지?」
시즈카 「물론이지. 그 때 되게 좋았었어. 사람들 반응도 뜨거웠고 그 다섯 명의 무대도 재밌었고.」
P 「그거 알아? 옛날에 미라이가 아이돌 지망생이었다는거.」
시즈카 「에? 정말?」
P 「응. 그래서 유치원 때 공원에서 혼자 마이크 들고 노래하고 춤췄었어. 그 때 난… ….」
지난번에 있었던 작열소녀 라이브 얘기를 하다가 옛날에 있었던 미라이의 작은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미라이의 집에서 크레파스로 무대를 기획했던 일부터 그 말도 안 되는 기획을 실세로 옮긴 일까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론 재밌었던 일들이었다.
시즈카도 나와 미라이의 그런 과거사를 듣고 조금 어이없었는지 웃기 시작했다.
시즈카 「후훗, 그랬었구나. 귀엽네.」
P 「그 땐 나랑 미라이 둘 다 어렸으니까.」
시즈카 「지금도 우린 어리거든.」
P 「그래도 그 때보단 아니거든.」
P 「...그 땐 나 포함해서 주변 사람들 모두 미라이가 이미 목표를 정한 줄 알았어.」
시즈카 「아이돌로?」
P 「응. 그런데 지금은 아이돌 얘기만 꺼내면 뭔가 대답을 피하는 거 같더라고.」
시즈카 「그래?」
P 「모르겠어. 시즈카는 혹시 아는 거 있어?」
시즈카 「음...」
시즈카는 잠시 턱을 괴고 신음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시즈카 「아니, 잘 모르겠는데.」
P 「음...」
그 때를 그냥 흑역사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하지만 그랬더라면 미라이는 그 질문에
“그, 도대체 언제 적 얘기를 꺼내는 거야?!”
라면서 당황했을 탠데. 굳이 대답을 피하는 이유가 뭘까.
시즈카 「아, 그러고 보니 P. 그건 어떻게 됐어?.」
P 「?」
시즈카 「있잖아, 미라이 점수 90점 넘으면 소원 들어주기로 한 거.」
P 「아...」
난 미라이의 점수(평균 40점대)에 대해 얘기했다.
시즈카 「그래, 결국은 달성 못했구나.」
P 「미라이는 열심히 했는데... 내가 잘못 가르친 걸까?」
시즈카 「그럴 리가. 그냥 지속성의 문제지. P가 오기 전까진 미라이, 공부랑은 완전히 담쌓고 지냈었거든.」
시즈카 「오히려 난 P가 잘했다고 생각해. 미라이의 평균 점수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니.」
P 「그런가...」
시즈카 「다음에 잘하면 돼. 다음에.」
하긴, 비록 목표점수를 넘기진 못했지만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크게 잡은 것도 있고 나도 넘기지 못할 걸 알고 있었으니.
다음에 올 기말고사 때 또 두 배로 올리면 되는 거지. 응.
시즈카 「일단은 소원 들어주는 건 미루려고?」
P 「음... 솔직히 목표점수는 못 넘겼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긴 했으니...」
시즈카 「들어주게?」
P 「글쎄...」
시즈카 「아, 그럼 이번 기회에 미라이에게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P 「뭐?」
시즈카 「미라이가 아이돌 얘기에 민감한 이유, 소원도 들어줄 겸, 한 번 물어보면 되잖아.」
P 「...쉽게 말 안 해줄걸. 미라이가 단순하다곤 해도-」
시즈카 「그래도 모르지. 혹시 말해줄지도?」
P 「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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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미라이
이번 주 일요일에 둘끼리 영화 보러 갈래?
혹시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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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일단 문자 내용을 쓰긴 썼는데...
보내도... 괜찮으려나?
시간도 늦었는데, 보내지 말아야 하나...
1. 일단 보낸다.
2. 지금은 보내지 말자.
먼저 3표.
전송 완료.
문자를 보내고 난 몇 분 동안 미라이의 문자를 기다렸지만 답변이 없었다.
역시, 이 시간대엔 자고 있는 건-
『~♪』
P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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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 미라이
응, 이번 주 일요일? 알겠어.
영화는 뭘 보는 게 좋을까나, 최근에 나온 코믹영화 되게 재밌어 보이던데,
그거 말고도 다시 재상영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도 괜찮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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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되게 기네...」
몇 분을 기다리긴 했지만 그 시간 내에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쓴 거라면 대체 1초에 몇 번을 두들긴 거야?
난 문자의 내용을 끝까지 읽어봤다.
앞에 있던 내용은 다 상관없이, 결론만 말하자면 공포영화를 보러가자는 것.
그냥 짧게 공포영화 보러가자고 하면 될 걸가지고 이렇게 길게 써놓은 이유가 뭐야...
P 「......」 타닥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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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이 : 미라이
알겠어. 티켓 예매는 내가 할태니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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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라이에게 답신을 보내고 휴대폰을 침대 위 받침대에 올려뒀다.
...그런데 미라이가 공포영화라. 미라이, 무서운 거 되게 안 좋아했던 걸로 아는데.
『달칵』
시즈카 「나 왔어.」
시호 「P는?」
시즈카 「오늘 아마 못 올 걸. 미라이랑 영화보기로 했으니까. P한테 문자 못 받았어?」
다이고 「뭐, 어쩔 수 없제. 갑자기 시호가 모이자고 해서 모인 기니까.」
시호 「......」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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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낸 이 : P(베이스)
미안, 미라이랑 선약이 있어서 오늘은 못 갈 거 같아.
정말 미안해. 내일 연습 때 두 배로 할태니까 용서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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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어쩔 수 없지. 그럼, 우리들끼리라도 연습 시작하자.」
시즈카 ˙ 다이고 ˙ 료 「네에~」
시호 「그럼, 먼저 A파트부터… ….」
.
.
.
-그 시각 지하철
P 「...지금쯤이면 연습 시작했으려나.」
미라이 「음? 뭐야, 설마 P, 오늘 연습 날이었어?」
P 「아냐, 시호가 다들 한가하면 학교에 모여서 연습하자고 했을 뿐이야.」
미라이 「그래? 난 또... 연습하기 싫어서 빠진 줄 알았잖아...」
P 「내가 넌 줄 아나...」 소곤
미라이 「뭐?!」 발끈
P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휘파람
주말 낮인데도 한적한 지하철 내부.
우린 나란히 앉아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화 내용이나 상황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