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해가 뉘엿뉘엿 땅속으로 사라질 무렵. 소년과 소녀는 걷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보다 키가 컸고, 교복 바깥으로 드러난 주먹과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교복도 여러가지 장식물로 멋대로 튜닝한 것을 보아, 이른바 불량아라는 느낌이 드는 소년이었지만, 소녀의 옆에 선 소년은 그저 한없이 조그마해지는것 같았다.
소녀는 소년보다 키가 작지만, 여자중에서는 조금 큰 편이다. 부드러운 미소와 자애로운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특히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교복 너머로도 드러나는 글래머러스한 체형이 눈에 띈다. 아마 학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미인일 것이다.
소녀가 쿡쿡 웃으면서 수긍한다. 소녀는 통학하는 학교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미인이다. 그녀와 사귀고 싶어하는 남성은 셀수도 없었다. 물론 고백은 전부 거절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느라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질 나쁜 무리이다.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으로 돈으로 유혹하거나, 때로는 폭력을 이용하여 그녀를 덮치려 했다. 그럴때마다 소년은 소녀를 지켜주었다. 지금에 와서는 소년은 소녀의 기사가 된 것이었다.
"게다가 거기에서는 나도 없잖아! 누나가 그... 그..."
소년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소녀가 고개를 젓는다.
"나에게 들어온 회사는 아이돌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회사니까. 경호는 괜찮을거야."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
"그건 그렇지."
소녀가 쉽게 수긍할 정도로, 소년의 싸움 실력은 왠만한 어른 뺨치게 뛰어났다. 수많은 불리한 상항에서도 전부 때려눕히고 돌아오는 소년은 거의 여포 그 자체였다.
"...유명해지면, 돈도 많이 버니까... 고아원에 많은 지원을 할수있을거야. 너도 대학은 가야지.."
"대학교는 갈 필요가 없다...니까..."
소녀의 눈매가 엄해지자, 소년은 자연스럽게 말을 줄인다. 자신보다도 머리 한통이 작은 소녀에게 쩔쩔매는 불량아라는 조합은 실로 희귀했다.
"가. 그걸 위해서 내가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잖아?"
소녀는 성적 역시 상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쌈박질만 하고 오는 듯한 소년의 성적이 의외로 높은 것은 그녀의 노력 덕분이었다. 성적이 낮아질때마다 그녀는 소년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과외를 했는데, 문제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한다는 점이었다. 고아원을 돕는 일에도 휴식시간은 부족한데 몇시간을 소년과의 공부에 투자하니, 당연히 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소년은 소녀가 과외를 하지 않도록,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 대학을 가서 누나를 지킬수 있도록 그곳에 입사할래!"
"나를?"
"응."
"그러네... 기왕이면 프로듀서가 되어서 나를 지켜줄래?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모든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니까."
"내...내가 누나의 모든... 것을?"
"...?"
소녀는 분명히 아무런 의미가 담기지 않은 말을 했을테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의 소년은 그 단어에 많은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아. 알았어! 내가 프로듀서가 되서 누나를 지켜줄게!"
"정말이지? 그럼 대학은 꼭, 가는거지?"
"응!"
"자... 약속?"
소녀가 새끼 손가락과 엄지를 내밀며 말한다.
"어... 어린애도 아니고..."
"약. 속."
"...응."
소년의 거친 손이, 소녀의 고운 손을 엮어서 도장을 찍었다.
"그럼. 갈까? 오늘 저녁은 특별히 쇠고기 장조림이야!"
"오! 진짜? 기대하고 있을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면서 노을로 향하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다음날.
소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소녀는 그날, 소년과 같이 하교하지 않았다. 그런 날은 흔치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날에 맞춰, 소년에게 원한을 지닌 무리들이, 소녀에게 접근했다.
어느 골목길. 소녀는 무리에게 둘러쌓여있다.
"무슨... 일이시죠?"
"네 동생이 말이지, 우리에게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거든?"
무리들이 교복 너머로의 소녀의 가슴과 엉덩이에 흥분을 숨기지 못한 눈길을 보낸다. 소녀는 구역질 할것 같으면서도,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경찰을 부를거예요...!"
"어이쿠. 우리 아버지가 중의원이라는거, 알고 계시나? 경찰따위는 입도 뻥끗 못하지."
무리는 단순한 불량배무리는 아니었다. 머리도 나름 좋고, 집안이 좋은 이른바 뒷배경이 있는 무리들이었다. 그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지역 내에서도 한 끗발을 날리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뒷배경과 돈을 믿고 소녀를 강간하려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전부 소년이 두들겨서 쫒아버렸다. 사실, 소년이 같이 하교를 하지 못하게 한것도 그들이 꾸민 책략이었다.
"좋게좋게 가자구? 저쪽의 모텔. 거기서 조금 쉬다가 오면 되는거야. 돈도 제대로 줄게. 아마 너희같은 거지들은 듣도보도 못한 돈일걸?"
농담이 재밌다고 느껴졌는지, 그들은 킥킥거렸다.
"..."
소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리들 여섯명. 포위당하여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일단은...
"...알겠...어요."
"하. 이해가 빠르군."
소녀가 천천히,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것을 그들이 뒤따르려 할때...
"...!"
소녀가 그들을 순간적으로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런 젠장. 쫒아!"
소녀가 정신없이 달렸다. 눈앞의 길에 오로지 달렸다. 그러나, 패닉에 빠져있던 소녀는, 자신이 달리는 곳이 아직 빨간불은 횡단보도임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끼이이이익! 빠아아아아앙-!
봉고차 한대가, 귀를 찢는 타이어소리와 크락션을 울려댔고.
콰아앙!
무언가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저 멀리 날아가다가 퍽. 하고 차도에 나뒹굴었다.
소년의 복수는 심플하고도 단순했다.
소녀의 교통사고의 원인이 그들임을 알아챈 소년은, 그들의 아지트로 쳐들어가서, 말 그대로 반 죽여놓았다.
처음에는 숫자를 믿고 거만하게 굴던 그들이었고, 전부 때려눕혀진 이후에는 자신의 부모를 들먹이면서 협박했다. 그리고 몇시간후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제발 살려달라고밖에 말할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미 소년의 인생은 끝났다. 그들의 부모는 잔혹하게 구타당한 아들들을 보면서 소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죽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이런 더러운 놈들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그들은 가치있지도 않았다.
"살려ㅈ... 살려주세요... 돈이건 뭐건 다 드릴게요... 제발..."
이가 너덜거리고 이미 전신이 퉁퉁 부어버린 한 불량배가 그에게 애걸한다.
허무했다. 이런 짓을 해도, 소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못해준 말들이 많았는데. 아직 자신에게는 소녀가 필요했다.
소년은 아지트에서 나왔다. 그다지 멀리 가지도 않고, 어딘가에 걸터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다가 이윽고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전신이 흠뻑 젖는것도 개의치 않는듯,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문득, 소년의 눈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의 다리가 척. 하고 나타났다.
"...저 애새끼들을 때려눕힌거냐?"
"..."
중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성이, 소년에게 말을 건다.
"하. 저 녀석들, 분명 부모님이 유명한 놈들이었지? 그거덕분에 저 놈들이 우리 구역에서 건방지게 설치고 다녔지. 속은 시원하군."
"..."
"너. 앞으로 어쩔 셈이냐? 저 놈들을 건드린 이상, 무사하기는 힘들텐데."
"몰라."
"무대포구만."
"흠..."
남성이 쪼그려 앉아, 소년의 눈을 바라본다. 소년의 눈은 마치 텅 빈, 공허한 유리알과 같았다.
"...이런 곳에 계속 비를 맞아도 감기에 걸린다. 날 따라와라. 밥이라도 사주마."
그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좋다. 이제 소년은 살 희망이 없었으니까.
그가 소년을 데려온곳은, 어느 조그마한 라면가게였다.
"어서옵쇼. 하기와라씨."
"오오. 간장 라면 2개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주인장이 아는 척을 하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라면이 나오자, 남성은 잠깐 묵념을 하고, 입을 연다.
"...먹지."
"..."
소년은 기계적으로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먹는다. 분명 맛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나도 아내나 딸이 누군가에게 죽는다면, 너처럼 될지도 모르겠군.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라... 생각하기도 싫다."
"..."
소년은 말없이 한 젓가락을 삼켰다.
"...이러면 어떨까. 내가 너를 숨겨주지. 대신에 너는 조용해 지면, 날 위해 조금... 일을 하면 되는거야."
소년이 그를 바라본다. 소년은 그가 야쿠자임을 알아챘다. 권유가 없던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가 슬퍼하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소년은 그런 권유는 매번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녀는 없었다. 소년은 아무래도 좋았다. 소년도 죽고싶지는 않았다. 소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소년은 하기와라를 모시면서 살아갔다.
소년은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싸움실력도 한계를 모르고 성장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무식하지도 않아서 단순한 싸움꾼이 아닌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는 위치에도 설수 있었다.
당시의 일본 버블경제에서, 하기와라조는 급속도로 성장하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하였다. 소년은 하기와라의 목숨을 수도 없이 구했고, 그의 가족 역시 소년 덕분에 위기를 넘긴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런데도, 그가 소년을 아끼지 않는것은 이상하다. 그는 소년에게 완벽한 지원을 해주었다. 돈. 지위. 명예... 비록 야쿠자였지만, 그가 누리는 권한은 다른 야쿠자들에게도 질투를 살만한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소년은 본질적인 공허함만큼은 결코 채울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그 얼굴을 잊기위해, 소년은 수많은 여자를 안았다. 그러나 소녀의 미소는 희미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그의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안은 여자중에 소녀보다 아름답고, 더 좋은 여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매번. 때때로 생각나는 소녀의 그 모습... 가방을 두손에 쥔채로, 자신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던 그 때는, 그는 결코 잊을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거칠었던 그도 어느정도 신사가 되었다. 아마 하기와라의 따님을 모시면서 그리 된것이라 생각된다. 남자를 무서워 하는 따님도, 그 만큼은 무서워하지 않고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기와라조의 산하 조직을 맡게 되었을때도, 틈틈히 소녀를 보러 갈 정도로 그 역시 소녀를 아꼈다. 소녀를 모시는데, 거친 모습이 신경쓰인 듯한 그는 행동거지를 바로잡고, 불같던 성격을 고쳐나갔다. 아이돌을 시작한다고 했을때에도, 걱정을 했지만 어느새 전심전력으로 서포트를 해주기도 하였다. 그녀의 프로듀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매너있는 그를, 결코 야쿠자라 생각하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다른 경쟁조의 누군가의 책략에 걸려버렸다. 전까지의 그저 그랬던 수많은 책략이 아닌, 오랜 기간을 준비해온 치밀한 모함이었다. 그도 꼼짝없이 걸려, 그의 조직내 위상은 추락해버렸다. 그는 조직에서 더욱 있을수 없게되었다. 그를 아끼는 하기와라는 그의 무고를 알고있으나,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그를 결국 놓아주기로 하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의 현재까지의 활약을 고려하여, 비교적 멀쩡하게 나올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쟁자 역시 그의 재산, 싸움능력을 빼앗고 싶어하였으나 그것마저 노리는것은 위험하였기에, 다른 조직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그를 내보내었다.
그는 제법 보유한 재산도 많았다. 흥청망청 소비하지만 않으면 아마 평생을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의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대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날. 문득. 그는 꿈을 꾸었다.
그의 첫사랑. 그녀였다.
꿈속에서 그녀를 본것은 오랜만이었다. 아마 과거의 기억이었던것 같다. 이제는 희미해진 그녀의 외모였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여전했다.
그녀는 그때의 그날과 같이, 노을빛의 석양을 등 뒤로 하고, 빙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타카가키 카에데. 찾아보니, 적당한 인지도의 아이돌같았다.
하기와라의 아가씨만큼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녀는 빛이 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 외모. 분위기. 모든 것이... 빛이 나고 있었다.
사실, 그 때에는 아가씨에만 집중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도 그가 옛날부터 봐왔던 아이였으니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분명... 빛이 나고있었다.
'그녀도 이렇게... 빛이 날수 있었을까.'
그는 멍하니 생각하면서, TV를 주시했다.
'아니면, 다른 수많은 아이돌처럼 그저, 빛이 나지 않는채로 묵혀져버리는 거였을까.'
그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직접, 그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를 지켜주고, 같이 있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빛나도록 만들었을것이다.
"...빛나도록. 인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과거는 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록 눈과 같은 빛이 가까이 있기는 했지만, 그의 본질은 질척한 어둠에 잠겨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어둠에 잠기게 하는 적은 셀수도 없었다.
그는 지금, 다 타버린채로 쓸쓸히 식어가는 숯덩이였다.
그를 태우게 하는것은, 하기와라의 아가씨와 자신을 거두어준 사부로를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원동력이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원동력이 사라진채로 다 타버렸다. 그는 지금, 무엇하나 할 의욕조차 들지 않았다. 매일 복싱 체육관에서 복싱을 연습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것은 하나의 사이클에 지나지 않았다. 삶에 허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건강했다. 그의 몸은 전성기를 지났음에도 아직도 터무니없이 튼튼하고 강했고, 아직도 타오를수 있었다. 타오를수 있는 장작과 불씨만 주어진다면... 그는 다시 타오를 것이다.
확실히, 그는 흥미가 동했다.
아이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돌의 팬이되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원석이다. 그리고 빛을 닦는 존재.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고 문득,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저 그렇게 생각할뿐, 그것을 위해 딱히 노력한다거나 한것은 아닌... 그 정도라고 할수 있었다.
새벽 6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활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문 밖을 나선다.
밖은 적당히 쌀쌀하여 운동하기에 방해가 되는 날씨는 아니다.
그는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적당한 속도로 근처의 공원으로 구보하기 시작했다.
"후. 후."
그는 숨을 규칙적으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졸음이 담긴 눈으로 도보를 걷고있고, 쓰레기차가 부웅 도로를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일상이 시작되려하는 아침의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그는 공원까지 단숨에 주파한다.
공원 근처에 다다랐을때 즈음...
"...으우우... 나나는 무리이..."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소리가 난 곳을 보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이 숨을 거칠게 헐떡이면서 벤치에 주저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주황빛의 머리카락의 끝에는 땀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몸에서 연기가 조금씩 나고있었다.
"...상당히, 비효율적인 운동방법을 사용하시더군요."
"네엣!?"
"...실례지만, 전문 트레이너의 조언을 받고 하시는 건가요?"
"아... 아뇨. 이건 그냥 제가 다짐으로 하는 건데요..."
"그렇군요."
나나가 하는 운동은, 운동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그의 입장으로 보건데, 엉망진창이었다. 힘만 들고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 머지않아 때려칠 가능성이 농후할 그런 운동들이었다.
"...실례지만, 어떤 부분을 발달시키고 싶으신건지요?"
"어떤 부분이라뇨?"
"근육운동. 체력운동. 모든게 짬뽕된 엉터리 운동법입니다. 운동은, 자신이 발달시키고 싶은 부분을 중점으로 하는게 핵심입니다. 체력이 더 좋아지고 싶습니까? 다이어트?"
"그, 요즘 체력이 떨어지는것 같아서요. 그걸 좀 어떻게 해보려고..."
"그렇군요. 그런 용도라면... 유산소 운동이 제격이지요... 음?"
순간적으로, 소녀가 그의 몸을 훑어보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싸울때에도 자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이라던가, 무기의 소지여부등을 훑어보는 식으로 빠르게 스캔하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당연히 그에게 적의가 없으므로 그런 일은 아니겠지만.
"대단하시네요! 분명 나이가 드셨을텐데, 군더더기없는 몸을 가지고 계세요!"
소녀가 눈을 빛내면서 그에게 다가가자, 뒤따라온 나나가 그녀를 저지한다.
"케...케이양. 후지키씨에게 조금 실례예요."
"아... 아차... 죄, 죄송합니다. 후지키씨."
"아. 아닙니다. 아오키양. 실례지만... 뭔가, 체육쪽을 전공하시지 않으셨나요?"
"...네!? 그것을 어떻게?"
"저도... 흠. 아오키양의 몸이, 상당히 단련되있었기 때문이지요."
"에... 엣? 부끄러워요! 아직 언니에 비하면..."
얼굴을 붉히면서도 칭찬은 싫지않은듯, 케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나나씨의 친구분이신가요? 같이 운동하러 나오셨군요."
"아... 아니예요. 케이씨는 저희 사무소의 트레이너랍니다."
"트레이너인가요."
"하하... 아직, 루키지만요... 아직 춤도 가르치지 않고, 그저 스트레칭이나 운동의 코치를 할 뿐이예요."
"아니, 모든 것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케이양은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후지키씨는 정말 신사시네요! ...실은, 후지키씨를 한번 보고싶었거든요."
"...절 말입니까?"
"네!"
"하하... 아오키양이 절 만나고 싶었다니. 정말 궁금하긴 하지만... 여기서 계속 서서 있는것도 뭣하군요."
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뛰면서 이야기하지요!"
"그거 좋지요!"
"엣."
그와 케이가 단숨에 공원 저편으로 달려나가자, 나나가 약간 사색이 되면서 쫒아오는 것이었다...
"아오키양에게 언니가 있었습니까?"
"네. 전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트레이너예요! 그냥 케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케이양이군요."
둘은 나나와는 다르게, 숨을 규칙적으로 쉬면서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리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앗. 그게 아니죠... 사실, 나나씨가 어제 우연히 했던 말이 조금 흥미로워서요."
"이런. 아베씨가 저에 대해 뭐라고 말했지요?"
"음. 오전에 조깅하러 나갔는데, 친절한 신사분이 운동을 교정해주셨대요."
"호오."
"그런데, 그 상세 내용은 상당히 뛰어난... 전문가의 것이었어요."
"과찬입니다. 저도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일뿐이죠."
"그, 저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봤거든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한번 확인해보려고, 나나씨와 같이 나와있던거예요."
"흐음."
그가 잠깐 입을 다물더니, 이내 케이에게 묻는다.
"왜. 흥미로웠지요?"
"네?"
"그걸로는 케이양이 저를 확인할 이유가 되지 않아요. 저를 찾아서, 무엇을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권유랍니다!"
"권유요? 트레이너 말인가요?"
"아, 아뇨. 트레이너 말고... 프로듀서요!"
"프로...듀서?"
어째서 거기까지 이어지는가. 에 답하듯, 케이가 말했다.
"실은 저희 회사는 프로듀서를 구인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모이는건 어중이떠중이뿐. 트레이너들에게도 프로듀서를 스카웃할수 있다면 하라고 공문이 내려와서요."
"호오."
"혹시나... 해서 따라와봤답니다! 후지키씨는... 신사적이고, 지적인데다가 체력도 있으신것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케이양. 그 전에 제 직업을 먼저 물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그녀가 헉.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있으셨군요... 나란 아이도 참..."
"...다행히, 요즘엔 은퇴를 해서 한가합니다만."
"다행이네요!"
'아직 한다고는 안했습니다만...'
노래의 경우, 회식을 할때도 항상 그가 노래를 부를 차례에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빈말로도 좋다고는 힘들 정도였다. 춤의 경우에는 보통이었지만, 그렇다고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것과, 육성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요한건... 아니겠지만."
그가 노래를 못 부른다 해서, 노래를 잘 못 듣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후."
그의 마음속의 불길이, 다시 장작을 넣은듯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열정을 가지게 되는 그는, 왠만하면 막을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가에는 미소가 띄어졌다. 오랜만이었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런 열정을, 다시는 느낄수 없을것만 같았다.
"...뭐, 내가 프로듀서가 무조건 된다는 것은 아니다만."
그녀의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이것은 그녀의 인도인 걸까?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살펴달라는 의미로...
7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3까지 투표
1.네
2.아니오
"됬어! 나도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 무슨..."
저녁해가 뉘엿뉘엿 땅속으로 사라질 무렵. 소년과 소녀는 걷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보다 키가 컸고, 교복 바깥으로 드러난 주먹과 얼굴에는 상처가 있었다. 교복도 여러가지 장식물로 멋대로 튜닝한 것을 보아, 이른바 불량아라는 느낌이 드는 소년이었지만, 소녀의 옆에 선 소년은 그저 한없이 조그마해지는것 같았다.
소녀는 소년보다 키가 작지만, 여자중에서는 조금 큰 편이다. 부드러운 미소와 자애로운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특히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교복 너머로도 드러나는 글래머러스한 체형이 눈에 띈다. 아마 학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미인일 것이다.
"...아직도 화난거야?"
소녀가 소년의 앞에서 뒷걸음질로 걸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년을 바라본다. 소년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다...당연히 화났지! 아이돌이라니! 누나가 이상한 옷을 입고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걸 어떻게봐!"
소녀가 웃는다.
"이상한 옷? 어떤거?"
"수...수영복이라던가."
"수영복인가... 음. 수영장은 가본적이 없었네. 나. 수영복 어울릴까?"
"어. 응. 어울릴거 같... 아니! 중요한건 그게 아냐!"
"?"
"누나가 아이돌이 되면, 그. 다른 남자들이 누나를 음흉한 눈으로 볼거라고! 지금보다도 더!"
"...후후. 그건 그러네."
소녀가 쿡쿡 웃으면서 수긍한다. 소녀는 통학하는 학교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미인이다. 그녀와 사귀고 싶어하는 남성은 셀수도 없었다. 물론 고백은 전부 거절하고 있다. 그녀에게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도와주느라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질 나쁜 무리이다.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으로 돈으로 유혹하거나, 때로는 폭력을 이용하여 그녀를 덮치려 했다. 그럴때마다 소년은 소녀를 지켜주었다. 지금에 와서는 소년은 소녀의 기사가 된 것이었다.
"게다가 거기에서는 나도 없잖아! 누나가 그... 그..."
소년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소녀가 고개를 젓는다.
"나에게 들어온 회사는 아이돌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회사니까. 경호는 괜찮을거야."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
"그건 그렇지."
소녀가 쉽게 수긍할 정도로, 소년의 싸움 실력은 왠만한 어른 뺨치게 뛰어났다. 수많은 불리한 상항에서도 전부 때려눕히고 돌아오는 소년은 거의 여포 그 자체였다.
"...유명해지면, 돈도 많이 버니까... 고아원에 많은 지원을 할수있을거야. 너도 대학은 가야지.."
"대학교는 갈 필요가 없다...니까..."
소녀의 눈매가 엄해지자, 소년은 자연스럽게 말을 줄인다. 자신보다도 머리 한통이 작은 소녀에게 쩔쩔매는 불량아라는 조합은 실로 희귀했다.
"가. 그걸 위해서 내가 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잖아?"
소녀는 성적 역시 상위권에 드는 우수한 학생이었다. 쌈박질만 하고 오는 듯한 소년의 성적이 의외로 높은 것은 그녀의 노력 덕분이었다. 성적이 낮아질때마다 그녀는 소년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과외를 했는데, 문제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한다는 점이었다. 고아원을 돕는 일에도 휴식시간은 부족한데 몇시간을 소년과의 공부에 투자하니, 당연히 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었다. 소년은 소녀가 과외를 하지 않도록,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 대학을 가서 누나를 지킬수 있도록 그곳에 입사할래!"
"나를?"
"응."
"그러네... 기왕이면 프로듀서가 되어서 나를 지켜줄래?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모든것을 관리하는 사람이니까."
"내...내가 누나의 모든... 것을?"
"...?"
소녀는 분명히 아무런 의미가 담기지 않은 말을 했을테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의 소년은 그 단어에 많은 것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아. 알았어! 내가 프로듀서가 되서 누나를 지켜줄게!"
"정말이지? 그럼 대학은 꼭, 가는거지?"
"응!"
"자... 약속?"
소녀가 새끼 손가락과 엄지를 내밀며 말한다.
"어... 어린애도 아니고..."
"약. 속."
"...응."
소년의 거친 손이, 소녀의 고운 손을 엮어서 도장을 찍었다.
"그럼. 갈까? 오늘 저녁은 특별히 쇠고기 장조림이야!"
"오! 진짜? 기대하고 있을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면서 노을로 향하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다음날.
소녀는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어느 골목길. 소녀는 무리에게 둘러쌓여있다.
"무슨... 일이시죠?"
"네 동생이 말이지, 우리에게 큰 잘못을 많이... 저질렀거든?"
무리들이 교복 너머로의 소녀의 가슴과 엉덩이에 흥분을 숨기지 못한 눈길을 보낸다. 소녀는 구역질 할것 같으면서도, 침착하게 말을 잇는다.
"경찰을 부를거예요...!"
"어이쿠. 우리 아버지가 중의원이라는거, 알고 계시나? 경찰따위는 입도 뻥끗 못하지."
무리는 단순한 불량배무리는 아니었다. 머리도 나름 좋고, 집안이 좋은 이른바 뒷배경이 있는 무리들이었다. 그들의 부모님은 대부분 지역 내에서도 한 끗발을 날리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뒷배경과 돈을 믿고 소녀를 강간하려던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전부 소년이 두들겨서 쫒아버렸다. 사실, 소년이 같이 하교를 하지 못하게 한것도 그들이 꾸민 책략이었다.
"좋게좋게 가자구? 저쪽의 모텔. 거기서 조금 쉬다가 오면 되는거야. 돈도 제대로 줄게. 아마 너희같은 거지들은 듣도보도 못한 돈일걸?"
농담이 재밌다고 느껴졌는지, 그들은 킥킥거렸다.
"..."
소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리들 여섯명. 포위당하여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일단은...
"...알겠...어요."
"하. 이해가 빠르군."
소녀가 천천히, 골목길을 빠져나오는 것을 그들이 뒤따르려 할때...
"...!"
소녀가 그들을 순간적으로 뿌리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이런 젠장. 쫒아!"
소녀가 정신없이 달렸다. 눈앞의 길에 오로지 달렸다. 그러나, 패닉에 빠져있던 소녀는, 자신이 달리는 곳이 아직 빨간불은 횡단보도임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끼이이이익! 빠아아아아앙-!
봉고차 한대가, 귀를 찢는 타이어소리와 크락션을 울려댔고.
콰아앙!
무언가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저 멀리 날아가다가 퍽. 하고 차도에 나뒹굴었다.
"...썅. 야! 튀자."
리더가 조용히 뇌까리자, 그들은 다시 원래 왔던 골목길로 사라져갔다.
"여...여자애잖아?"
"갑자기 달려들었어!"
"끔찍해라... 어떻게 이런..."
소녀는, 그렇게 꽃을 피기도 전에, 목숨을 잃고말았다.
소녀의 교통사고의 원인이 그들임을 알아챈 소년은, 그들의 아지트로 쳐들어가서, 말 그대로 반 죽여놓았다.
처음에는 숫자를 믿고 거만하게 굴던 그들이었고, 전부 때려눕혀진 이후에는 자신의 부모를 들먹이면서 협박했다. 그리고 몇시간후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제발 살려달라고밖에 말할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이미 소년의 인생은 끝났다. 그들의 부모는 잔혹하게 구타당한 아들들을 보면서 소년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죽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이런 더러운 놈들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그들은 가치있지도 않았다.
"살려ㅈ... 살려주세요... 돈이건 뭐건 다 드릴게요... 제발..."
이가 너덜거리고 이미 전신이 퉁퉁 부어버린 한 불량배가 그에게 애걸한다.
허무했다. 이런 짓을 해도, 소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못해준 말들이 많았는데. 아직 자신에게는 소녀가 필요했다.
소년은 아지트에서 나왔다. 그다지 멀리 가지도 않고, 어딘가에 걸터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다가 이윽고 엄청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전신이 흠뻑 젖는것도 개의치 않는듯, 그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문득, 소년의 눈앞에 검은 양복을 입은 남성의 다리가 척. 하고 나타났다.
"...저 애새끼들을 때려눕힌거냐?"
"..."
중후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성이, 소년에게 말을 건다.
"하. 저 녀석들, 분명 부모님이 유명한 놈들이었지? 그거덕분에 저 놈들이 우리 구역에서 건방지게 설치고 다녔지. 속은 시원하군."
"..."
"너. 앞으로 어쩔 셈이냐? 저 놈들을 건드린 이상, 무사하기는 힘들텐데."
"몰라."
"무대포구만."
"흠..."
남성이 쪼그려 앉아, 소년의 눈을 바라본다. 소년의 눈은 마치 텅 빈, 공허한 유리알과 같았다.
"...이런 곳에 계속 비를 맞아도 감기에 걸린다. 날 따라와라. 밥이라도 사주마."
그의 말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좋다. 이제 소년은 살 희망이 없었으니까.
그가 소년을 데려온곳은, 어느 조그마한 라면가게였다.
"어서옵쇼. 하기와라씨."
"오오. 간장 라면 2개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주인장이 아는 척을 하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라면이 나오자, 남성은 잠깐 묵념을 하고, 입을 연다.
"...먹지."
"..."
소년은 기계적으로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먹는다. 분명 맛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왜 그런거냐?"
"..."
"보아하니, 너는 이 근처에서도 유명한 불량아 아니더냐?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놈들이, 누나를 죽였어."
"...?"
"놈들이, 누나를... 강간하려고 한걸... 피하려다가 누나는 교통사고를 당한거야.... 놈들이... 누나를 죽였어."
"...그런가."
남성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인다.
"나도 아내나 딸이 누군가에게 죽는다면, 너처럼 될지도 모르겠군.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라... 생각하기도 싫다."
"..."
소년은 말없이 한 젓가락을 삼켰다.
"...이러면 어떨까. 내가 너를 숨겨주지. 대신에 너는 조용해 지면, 날 위해 조금... 일을 하면 되는거야."
소년이 그를 바라본다. 소년은 그가 야쿠자임을 알아챘다. 권유가 없던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녀가 슬퍼하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소년은 그런 권유는 매번 거절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녀는 없었다. 소년은 아무래도 좋았다. 소년도 죽고싶지는 않았다. 소년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남자는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하기와라 사부로다."
소년은 그 손을 멍하니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후지키... 카르마. 입니다."
그 이후로, 소년은 하기와라를 모시면서 살아갔다.
소년은 매우 뛰어난 인재였다. 싸움실력도 한계를 모르고 성장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무식하지도 않아서 단순한 싸움꾼이 아닌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는 위치에도 설수 있었다.
당시의 일본 버블경제에서, 하기와라조는 급속도로 성장하였지만 동시에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하였다. 소년은 하기와라의 목숨을 수도 없이 구했고, 그의 가족 역시 소년 덕분에 위기를 넘긴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런데도, 그가 소년을 아끼지 않는것은 이상하다. 그는 소년에게 완벽한 지원을 해주었다. 돈. 지위. 명예... 비록 야쿠자였지만, 그가 누리는 권한은 다른 야쿠자들에게도 질투를 살만한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소년은 본질적인 공허함만큼은 결코 채울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그 얼굴을 잊기위해, 소년은 수많은 여자를 안았다. 그러나 소녀의 미소는 희미해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그의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안은 여자중에 소녀보다 아름답고, 더 좋은 여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매번. 때때로 생각나는 소녀의 그 모습... 가방을 두손에 쥔채로, 자신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던 그 때는, 그는 결코 잊을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서, 거칠었던 그도 어느정도 신사가 되었다. 아마 하기와라의 따님을 모시면서 그리 된것이라 생각된다. 남자를 무서워 하는 따님도, 그 만큼은 무서워하지 않고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기와라조의 산하 조직을 맡게 되었을때도, 틈틈히 소녀를 보러 갈 정도로 그 역시 소녀를 아꼈다. 소녀를 모시는데, 거친 모습이 신경쓰인 듯한 그는 행동거지를 바로잡고, 불같던 성격을 고쳐나갔다. 아이돌을 시작한다고 했을때에도, 걱정을 했지만 어느새 전심전력으로 서포트를 해주기도 하였다. 그녀의 프로듀서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매너있는 그를, 결코 야쿠자라 생각하지 못할것이다...
한 5시 정도까지 써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다른 경쟁조의 누군가의 책략에 걸려버렸다. 전까지의 그저 그랬던 수많은 책략이 아닌, 오랜 기간을 준비해온 치밀한 모함이었다. 그도 꼼짝없이 걸려, 그의 조직내 위상은 추락해버렸다. 그는 조직에서 더욱 있을수 없게되었다. 그를 아끼는 하기와라는 그의 무고를 알고있으나,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그를 결국 놓아주기로 하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의 현재까지의 활약을 고려하여, 비교적 멀쩡하게 나올수 있다는 것이었다. 경쟁자 역시 그의 재산, 싸움능력을 빼앗고 싶어하였으나 그것마저 노리는것은 위험하였기에, 다른 조직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그를 내보내었다.
그는 제법 보유한 재산도 많았다. 흥청망청 소비하지만 않으면 아마 평생을 돈을 벌지 않아도 될 만큼의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대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첫사랑. 그녀였다.
꿈속에서 그녀를 본것은 오랜만이었다. 아마 과거의 기억이었던것 같다. 이제는 희미해진 그녀의 외모였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여전했다.
그녀는 그때의 그날과 같이, 노을빛의 석양을 등 뒤로 하고, 빙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이돌이, 될거야.'
"...!"
그리고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우연인지, 새벽시간대에 재방송을 하는 케이블 채널에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가 틀어지고 있었다.
...누구의 뮤직비디오?
+2
미후네 미유 제외
30~100이 나올때까지 주사위 +1
하기와라의 아가씨만큼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녀는 빛이 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 외모. 분위기. 모든 것이... 빛이 나고 있었다.
사실, 그 때에는 아가씨에만 집중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아름답다 생각하는 것도 그가 옛날부터 봐왔던 아이였으니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분명... 빛이 나고있었다.
'그녀도 이렇게... 빛이 날수 있었을까.'
그는 멍하니 생각하면서, TV를 주시했다.
'아니면, 다른 수많은 아이돌처럼 그저, 빛이 나지 않는채로 묵혀져버리는 거였을까.'
그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직접, 그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를 지켜주고, 같이 있어주기로 하였다. 그때,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빛나도록 만들었을것이다.
"...빛나도록. 인가."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과거는 빛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록 눈과 같은 빛이 가까이 있기는 했지만, 그의 본질은 질척한 어둠에 잠겨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파멸시키고 어둠에 잠기게 하는 적은 셀수도 없었다.
"...빛을 내는것... 이라."
그는 자조하든 쓸쓸하게 웃으며, TV를 끄고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그를 태우게 하는것은, 하기와라의 아가씨와 자신을 거두어준 사부로를 위한 것이었다. 그것이 그의 원동력이었다. 자신을 생각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원동력이 사라진채로 다 타버렸다. 그는 지금, 무엇하나 할 의욕조차 들지 않았다. 매일 복싱 체육관에서 복싱을 연습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그것은 하나의 사이클에 지나지 않았다. 삶에 허무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아직 건강했다. 그의 몸은 전성기를 지났음에도 아직도 터무니없이 튼튼하고 강했고, 아직도 타오를수 있었다. 타오를수 있는 장작과 불씨만 주어진다면... 그는 다시 타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이 그의 장작에 불을 지피게 되는 정도.
+3 주사위.
@낮더라도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달라질 뿐입니다. 다만 펌블이라면...(눈을 돌린다)
아이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아이돌의 팬이되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원석이다. 그리고 빛을 닦는 존재.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하고 문득,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저 그렇게 생각할뿐, 그것을 위해 딱히 노력한다거나 한것은 아닌... 그 정도라고 할수 있었다.
+3까지 아이돌을 하나 말해주세요.
'평범한 주사위의 숫자'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니나
미나미
나나
주사위로 얍.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활동하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문 밖을 나선다.
밖은 적당히 쌀쌀하여 운동하기에 방해가 되는 날씨는 아니다.
그는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적당한 속도로 근처의 공원으로 구보하기 시작했다.
"후. 후."
그는 숨을 규칙적으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아직 졸음이 담긴 눈으로 도보를 걷고있고, 쓰레기차가 부웅 도로를 움직이면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일상이 시작되려하는 아침의 풍경을 눈으로 담으며, 그는 공원까지 단숨에 주파한다.
공원 근처에 다다랐을때 즈음...
"...으우우... 나나는 무리이..."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소리가 난 곳을 보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여성이 숨을 거칠게 헐떡이면서 벤치에 주저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주황빛의 머리카락의 끝에는 땀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고, 몸에서 연기가 조금씩 나고있었다.
"..."
그의 천성이랄지, 그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실례합니다. 아가씨."
"네...?"
+3 주사위
첫인상이니만큼, 좋게 바꾸어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1은...
갑작스럽게 나타났기 때문일까. 그녀는 눈앞에 나타난 신사를 경계하는 눈초리를 숨기지 않았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나나에게 볼일이라도...?'
"아. 아닙니다. 나나라고 하시는군요. 아름다운 이름이예요."
"ㄴ...네에..."
그가 주머니에 꽂아뒀던 물통을 꺼내어, 그녀에게 내민다.
"운동을 할때 수분보급은 필수죠. 보아하니, 따로 물은 안가져오신것 같은데..."
"그... 그렇긴 한데..."
낯선 사람이 주는 것이기 때문에 망설이기 때문인지, 잠깐 그와 물통을 번갈아보는 것을 보고, 그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물통을 열어, 물을 조금 마셨다.
"이렇게, 이상한건 들어있지 않으니. 걱정마세요. 나나씨."
"따... 딱히, 의심한건 아니예요!"
나나가 물통을 받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는것을 그가 쓴웃음을 띄며 바라본다.
"푸하...! 가... 감사합니다. 저... 그, 이름이..."
"후지키 카르마라고 합니다."
"후...후지키씨. 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아야야!"
그녀가 황급히 일어서려하다가, 갑자기 허리를 붙잡고 신음소리를 낸다.
"...격한 운동을 하고나서는, 잠깐 숨을 돌리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그래요. 한 5분 정도만 쉬는게 좋겠군요."
"하으으..."
나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그러고보니."
"네?"
"아까, 운동하는 것을 조금 보았습니다만..."
그 말에, 나나가 당황한듯이 황급히 말을 꺼냈다.
"나...나나의 팬이었던건가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아. 나나를 후지키씨가 알아준게 처음이예요!"
"음...?"
"에...? 팬이... 아니신가요?"
"...죄송합니다. 팬은 아닙니다. 오늘, 처음 보는 분입니다."
"하우우... 그렇겠죠. 나나는 아직 인기가 없으니까요..."
추욱 늘어지는 나나를 보며, 그가 말을 잇는다.
"어딘가, 텔레비젼에 나오시는 분이신지요?"
"나나는... 아이돌이랍니다."
"아이돌."
상당히 기묘한 우연이었다. 새벽에 아이돌에 대해 생각했는데, 지금 만난게 아이돌이라니.
"아. 하지만 잘 모르실거예요. 몇번 출연도 못했고... 그래도 노력중이랍니다! 아베 나나랍니다! 후지키씨!"
"아. 아베 나나. 아베씨라 부르면 되겠군요."
아베 나나가 싱긋 웃으면서 인사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오늘의 조깅도 체력단련의 일환인가요?"
"아... 네! 요즘 근육ㅌ...이 아니라, 체력단련이랍니다! 아이돌은 체력을 많이 쓰니까요!"
"그렇겠지요... 아차. 아까 하던 이야기입니다만..."
+2
주사위
...
힘만 더럽게 들고 쓸모는 없네요!
"네엣!?"
"...실례지만, 전문 트레이너의 조언을 받고 하시는 건가요?"
"아... 아뇨. 이건 그냥 제가 다짐으로 하는 건데요..."
"그렇군요."
나나가 하는 운동은, 운동에 나름 일가견이 있는 그의 입장으로 보건데, 엉망진창이었다. 힘만 들고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 머지않아 때려칠 가능성이 농후할 그런 운동들이었다.
"...실례지만, 어떤 부분을 발달시키고 싶으신건지요?"
"어떤 부분이라뇨?"
"근육운동. 체력운동. 모든게 짬뽕된 엉터리 운동법입니다. 운동은, 자신이 발달시키고 싶은 부분을 중점으로 하는게 핵심입니다. 체력이 더 좋아지고 싶습니까? 다이어트?"
"그, 요즘 체력이 떨어지는것 같아서요. 그걸 좀 어떻게 해보려고..."
"그렇군요. 그런 용도라면... 유산소 운동이 제격이지요... 음?"
90이하로 나나의 비밀(?)을 눈치챔
+1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따로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에게는 나름대로 민감한 사안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운동하는 방법을 가르쳐드리고 싶습니다만... 저도 나름대로 운동에 일가견이 있어서 말이죠."
"어... 괘, 괜찮으신가요?"
나나가 조심스럽게 묻자, 그가 손을 저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자. 이제 일어서실까요. 일단, 달리기를 하는 방법부터 알려드리죠."
"다...달리기... 나나. 폐가 망가져버려요오..."
"전력질주를 하시니 그렇지요. 자. 이정도의 속도로..."
그는 나나의 곁에서 뛰며, 적절한 달리기를 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숨은 코로쉬고, 입으로 내뱉습니다. 코로 숨을 쉬는것이 더 많은 숨을 들이키니까요."
"후웁! 하아! 후웁! 하아! 넷!"
"보폭은 일정하게... 불규칙한 보폭은 피로를 증가시킵니다."
"넷!"
나나가 그 말에 충실히 따르는것이 그로서도 나름 기뻤는지, 그는 열정적으로 그녀를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8시쯤...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군요. 제가 가르친 것들을 꾸준히 하시는게 중요합니다. 아베씨."
"하아...하아... 넷!"
숨을 헐떡이면서도, 나나는 충실하게 대답한다.
"아베씨도 일이 있을테니, 이 쯤에서 헤어지는게 좋겠군요."
"네! 후지키씨!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나가 꾸벅 인사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다.
'...아이돌. 인가.'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그는 그날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오랜만에 누군가의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아가씨가 자신을 향해 웃던 그때가 떠올랐는지도 몰랐다.
다음날, 정해진 시간에 그는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공원을 달리며 어제 만났던 아베 나나를 다시 볼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이런?"
어제 보았던 아베 나나의 옆에, 다른 소녀가 눈에 띄었다.
나나와는 반대로 아직 앳된 인상이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는, 멀리서 봐도 유연해보이는 몸과 잘 단련된 몸을 지니고 있었다.
"...어머나. 어제 말씀드렸던 그분이예요!"
나나가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옆에 있던 소녀에게 말했다.
+3 주사위
탓탓탓. 하고 달려온 트레이닝복을 입은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가, 이쪽에 딱 멈춰서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넘긴다.
'단거리이긴 하지만 빠르게 달렸는데도 숨이 흐트러지지 않는군. 역시, 체육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군."
가까이서 보니, 소녀는 얼핏보면 갸냘픈것 같으면서도 호리호리한 몸을 지닌 유연해보이는 몸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오키 케이라고 합니다!"
소녀가 씩씩하게 인사하자, 그 역시 조금 당황하면서도 미소를 잊지 않고 대답한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후지키 카르마라고 합니다."
"후지키... 카르마...씨 로군요."
순간적으로, 소녀가 그의 몸을 훑어보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싸울때에도 자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이라던가, 무기의 소지여부등을 훑어보는 식으로 빠르게 스캔하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당연히 그에게 적의가 없으므로 그런 일은 아니겠지만.
"대단하시네요! 분명 나이가 드셨을텐데, 군더더기없는 몸을 가지고 계세요!"
소녀가 눈을 빛내면서 그에게 다가가자, 뒤따라온 나나가 그녀를 저지한다.
"케...케이양. 후지키씨에게 조금 실례예요."
"아... 아차... 죄, 죄송합니다. 후지키씨."
"아. 아닙니다. 아오키양. 실례지만... 뭔가, 체육쪽을 전공하시지 않으셨나요?"
"...네!? 그것을 어떻게?"
"저도... 흠. 아오키양의 몸이, 상당히 단련되있었기 때문이지요."
"에... 엣? 부끄러워요! 아직 언니에 비하면..."
얼굴을 붉히면서도 칭찬은 싫지않은듯, 케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나나씨의 친구분이신가요? 같이 운동하러 나오셨군요."
"아... 아니예요. 케이씨는 저희 사무소의 트레이너랍니다."
"트레이너인가요."
"하하... 아직, 루키지만요... 아직 춤도 가르치지 않고, 그저 스트레칭이나 운동의 코치를 할 뿐이예요."
"아니, 모든 것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케이양은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후지키씨는 정말 신사시네요! ...실은, 후지키씨를 한번 보고싶었거든요."
"...절 말입니까?"
"네!"
"하하... 아오키양이 절 만나고 싶었다니. 정말 궁금하긴 하지만... 여기서 계속 서서 있는것도 뭣하군요."
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뛰면서 이야기하지요!"
"그거 좋지요!"
"엣."
그와 케이가 단숨에 공원 저편으로 달려나가자, 나나가 약간 사색이 되면서 쫒아오는 것이었다...
+2 주사위
30이상으로 나나는 둘을 뒤쫒는다.
얼마 뛰지도 않았건만, 나나는 벌써부터 숨을 몰아쉬면서 멈춰서서 허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나... 운동부족이란게 절실히 느껴지네요..."
그러고는 멍하니, 대화에 열중한채 저 멀리 사라지는 두명을 볼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
.
.
.
"아오키양에게 언니가 있었습니까?"
"네. 전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트레이너예요! 그냥 케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케이양이군요."
둘은 나나와는 다르게, 숨을 규칙적으로 쉬면서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달리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앗. 그게 아니죠... 사실, 나나씨가 어제 우연히 했던 말이 조금 흥미로워서요."
"이런. 아베씨가 저에 대해 뭐라고 말했지요?"
"음. 오전에 조깅하러 나갔는데, 친절한 신사분이 운동을 교정해주셨대요."
"호오."
"그런데, 그 상세 내용은 상당히 뛰어난... 전문가의 것이었어요."
"과찬입니다. 저도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일뿐이죠."
"그, 저도 그런 가능성을 생각해봤거든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한번 확인해보려고, 나나씨와 같이 나와있던거예요."
"흐음."
그가 잠깐 입을 다물더니, 이내 케이에게 묻는다.
"왜. 흥미로웠지요?"
"네?"
"그걸로는 케이양이 저를 확인할 이유가 되지 않아요. 저를 찾아서, 무엇을 하고 싶으셨던 겁니까?"
"...권유랍니다!"
"권유요? 트레이너 말인가요?"
"아, 아뇨. 트레이너 말고... 프로듀서요!"
"프로...듀서?"
어째서 거기까지 이어지는가. 에 답하듯, 케이가 말했다.
"실은 저희 회사는 프로듀서를 구인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모이는건 어중이떠중이뿐. 트레이너들에게도 프로듀서를 스카웃할수 있다면 하라고 공문이 내려와서요."
"호오."
"혹시나... 해서 따라와봤답니다! 후지키씨는... 신사적이고, 지적인데다가 체력도 있으신것 같아요! 괜찮으시다면..."
"케이양. 그 전에 제 직업을 먼저 물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그녀가 헉.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그....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다른 일이 있으셨군요... 나란 아이도 참..."
"...다행히, 요즘엔 은퇴를 해서 한가합니다만."
"다행이네요!"
'아직 한다고는 안했습니다만...'
상당히 구인난인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프로듀서인가.'
그녀가 꿈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권유라니... 이건, 마치...
"음.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연락해주세요!"
그녀가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땀에 조금 젖었군요... 말려야하겠네요.'
그들이 대화를 끝마칠 무렵, 그들은 처음 왔던 장소로 한바퀴를 빙 돌아서 오고있었다.
"...논스톱으로 한바퀴를 돌아 여기까지 온건가요? 여기 한바퀴는 상당히 큰데..."
나나가 그들에게 물을 건네자, 그와 케이가 물을 들이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야기할 상대가 있으니 시간가는줄 모르겠군요."
"저도요!"
"...프로듀서. 인가..."
여기서 정해보는 그의 노래실력과 춤실력
+1 노래
+2 춤
주사위
노래의 경우, 회식을 할때도 항상 그가 노래를 부를 차례에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 빈말로도 좋다고는 힘들 정도였다. 춤의 경우에는 보통이었지만, 그렇다고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잘하는 것과, 육성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중요한건... 아니겠지만."
그가 노래를 못 부른다 해서, 노래를 잘 못 듣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후."
그의 마음속의 불길이, 다시 장작을 넣은듯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열정을 가지게 되는 그는, 왠만하면 막을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가에는 미소가 띄어졌다. 오랜만이었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런 열정을, 다시는 느낄수 없을것만 같았다.
"...뭐, 내가 프로듀서가 무조건 된다는 것은 아니다만."
그녀의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이것은 그녀의 인도인 걸까? 자신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지켜주고 보살펴달라는 의미로...
"...뭐, 더 이상의 생각은 쓸데없겠지."
그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케이씨. 후지키입니다만... 수업중이셨습니까? 아. 실은 그 제안..."
"아... 네..."
+2 주사위
겉모습은 부드럽고, 신사다운 품격을 갖춘 남성이었다. 몇마디 대화를 해본 것만으로도, 그의 교양을 알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으음... 경력은...'
약간, 부족한 경력이었다.
경력의 경우에는, 치히로도 잘 들어보지 못한 회사의 높은 직급을 가졌다가 명퇴를 했다고 적혀있었다. 인력난이 아니라면 망설임없이 불허를 할 그럴 경력이라 할수있었다.
"음. 조금, 묻고싶은게 있는데요..."
"?"
+3까지.
치히로는 뭘 물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