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모리 아이코에게 비극이라는건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주위사람을 치유해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면하게된 이번 상황은 꽤나 무거웠다.
편리한 검은 추리닝 바지에 급하게 신기라도 한듯 꺾어 신은 운동화, 그리고 겨우 걸쳐입은 카키색 코트를 입은 그녀가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로 급하게 병원으로 뛰쳐 들어갔다. 응급실로 뛰어 들어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찾는 사람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한 간호사가 다가와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아이코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간호사로부터 멀어졌다. 병원 로비로 돌아온 그녀는 로비 한쪽에 걸려있는 ‘수술실’이라는 푯말을 보고 그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수술실에 달린 전광판을 바라보았지만, 그 전광판에는 그녀가 찾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뭐야...도대체 어디에...”
삐리릭하고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치히로’라고 휴대전화 겉부분 검은 액정에 글자가 떴다. 당황한 아이코는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가 곧바로 손으로 집어 전화를 받았다.
“아이코양, 어디에요?”
생각보다 침착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이코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OO...병원이에요...”
“아, 그, 431호로 오시면 돼요.”
“아, 네. 지금 바로 갈께요.”
431호. 아이코는 속으로 계속 되외우며 병동을 햐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을 급하게 올라가 4층에 도착한 그녀는 복도 중앙에 놓인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431호. 얼추 보아하니 왼쪽 끝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왼쪽을 향해 달렸다. 얼마 뛰지 않아 한 여사무원이 방 밖으로 걸어나왔다. 치히로였다.
“아이코양.”
그녀는 거기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슬프면서도 동정하는 표정이었다. 아이코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히로씨...”
거기서 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애도 치히로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병실 안쪽으로 돌렸다. 아이코도 그녀를 따라 병실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교통사고였다. 아이코의 콘서트 사전 조사를 한답시고 홀로 차를 몰고간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방 국도를 달리던 도중 상대 차량의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를 당했다. 상대방은 즉사했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도의의 의견이었다. 엔진룸이 완전히 찌그러져 소방관이 확인했을 땐 다리가 완전히 뭉개져있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나마 오른쪽 다리는 수술하면 다시 쓸 수 있었지만 왼쪽 다리는 이미 반쯤 잘려 있는 상황이었고 차량에 화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었기에 현장에서 구급요원들이 절단했다고 그가 말했다. 그 절단한 다리를 접합해보려 했지만 너무 손상이 심해 접합하더라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 뻔했다.
“일단 목숨에 위협은 없습니다.”
그 말을 한 의사가 간단히 고개를 숙인 뒤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코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아이코는 판단할 수 있었다. 그건 분노였다. 그녀가 침상위에 누워있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온 갓 의료기기에 몸을 의존하고 있는 프로듀서의 모습. 아이코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왼쪽 무릎 아래서부턴 갑자기 손이 침대로 떨어졌다. 다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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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검은 추리닝 바지에 급하게 신기라도 한듯 꺾어 신은 운동화, 그리고 겨우 걸쳐입은 카키색 코트를 입은 그녀가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든 채로 급하게 병원으로 뛰쳐 들어갔다. 응급실로 뛰어 들어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찾는 사람을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한 간호사가 다가와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아이코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간호사로부터 멀어졌다. 병원 로비로 돌아온 그녀는 로비 한쪽에 걸려있는 ‘수술실’이라는 푯말을 보고 그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수술실에 달린 전광판을 바라보았지만, 그 전광판에는 그녀가 찾는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뭐야...도대체 어디에...”
삐리릭하고 그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치히로’라고 휴대전화 겉부분 검은 액정에 글자가 떴다. 당황한 아이코는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가 곧바로 손으로 집어 전화를 받았다.
“아이코양, 어디에요?”
생각보다 침착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이코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OO...병원이에요...”
“아, 그, 431호로 오시면 돼요.”
“아, 네. 지금 바로 갈께요.”
431호. 아이코는 속으로 계속 되외우며 병동을 햐애 다시 뛰기 시작했다. 비상계단을 급하게 올라가 4층에 도착한 그녀는 복도 중앙에 놓인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바라보았다. 431호. 얼추 보아하니 왼쪽 끝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왼쪽을 향해 달렸다. 얼마 뛰지 않아 한 여사무원이 방 밖으로 걸어나왔다. 치히로였다.
“아이코양.”
그녀는 거기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슬프면서도 동정하는 표정이었다. 아이코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치히로씨...”
거기서 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럼애도 치히로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병실 안쪽으로 돌렸다. 아이코도 그녀를 따라 병실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병실 안에 누워있는건. 붕대로 온몸을 감싼 그녀의 프로듀서였다.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집도의의 의견이었다. 엔진룸이 완전히 찌그러져 소방관이 확인했을 땐 다리가 완전히 뭉개져있었다고 그가 설명했다. 그나마 오른쪽 다리는 수술하면 다시 쓸 수 있었지만 왼쪽 다리는 이미 반쯤 잘려 있는 상황이었고 차량에 화재가 일어나기 일보 직전이었기에 현장에서 구급요원들이 절단했다고 그가 말했다. 그 절단한 다리를 접합해보려 했지만 너무 손상이 심해 접합하더라도 기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 뻔했다.
“일단 목숨에 위협은 없습니다.”
그 말을 한 의사가 간단히 고개를 숙인 뒤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코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나중에서야 아이코는 판단할 수 있었다. 그건 분노였다. 그녀가 침상위에 누워있는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온 갓 의료기기에 몸을 의존하고 있는 프로듀서의 모습. 아이코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왼쪽 무릎 아래서부턴 갑자기 손이 침대로 떨어졌다. 다리가 없었다.
“이게..이게...뭐예요...”
아이코의 뺨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