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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없는 아이돌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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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9-24, 2017 21:24에 작성됨.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내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없다
내 사무실에는 사무원이 없다
내 사무실에는 아이돌이 없다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다
나는 오오하라 미치루의 프로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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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보면 슬프고 화내고 하는거죠! 뭐, 조금 놀라긴했는데...아무튼 빵드실래요? 저건 못 드실텐데..."
이 녀석은 뭘까. 처음보는, 그것도 무턱대고 화만 내는 사람에게 이렇게 친절하다니.
"넌 뭐냐....?"
"네?"
"왜 이러냐구. 왜 빵을 주냐고."
"그거야... 그쪽이 슬퍼보이니까요. 빵을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요."
단지 그뿐인가. 슬퍼보여서 행복하게 해주고싶다고? 바보다 터무니없는 바보다.
"동정이라든가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적어도, 행복하지않은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건 좋지않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러니까 빵 드세요!!"
아직 뜨거운 고로케를 손에 잡았다. 이제 아무래도 좋달까. 더이상 이 호의를 거절 할 수가 없어서 일단은 입에 넣었다. 고로케를 씹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몸을 감싸안았다. 고로케가 뜨겁기 때문은 아니었다. 굶주리고 지친 내 몸에 먹을 것이 들어가자 반응한 것이다. 더 달라고, 배가 고프다고 하고있다. 내 몸은 살고싶어했다.
"아까 프로듀서라고 하셨죠? 프로듀서라면, 밥은 잘 챙겨먹어야죠! 그래야 아이돌을 잘 도와줄 수 있잖아요?"
아이돌....나는 아이돌이 없다. 그러나 아이돌이라는 글자에 나는 아직도 가슴이 뛴다. 기억한다. 첫 라이브를 보내던 긴장과 불안, 무사히 돌아와줬을때의 행복감. 서서히 피어오르는 성공과 미소의 행복...이별의 결단, 그 무게. 전부 기억한다. 후회도 있고 지금도 몇가지 선택에는 의문을 가진다. 나는 아직도 하고싶은 것인가. 어제 후미카를 만났다. 주마등일지 진짜였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아이에게 미련을 가지고있다. 나는.....나는...아직 하고싶은 것이 있다. 살고싶다.
빵을 먹었다. 후끈한 맛이 따끔따금 목구멍을 자극했다. 데일 것도 같지만, 무시하고 커다랗게 입을 벌려 우적 거린다. 손 끝이 기름으로 번들거린다. 쫄깃한 도우 속에서 진하게 흐른 핫치킨소스. 맛이 느껴진다. 빵은 달고, 소스는 매콤하다. 나는 아직 살아있다. 빵이 맛있다. 더 먹고싶다. 나는 아직도 살고싶다. 우적거리며 빵을 씹는다. 아직 부족하다. 나는 바닥의 빵을 집었다. 먹었다. 우적우적. 양 뺨에 눈물이 흘렀다. 옆의 소녀가 기겁하지만, 무시했다. 나는 살고싶다.
생각해보면 바보같았다. 하고싶은 것도, 살고싶은 것도, 전부 다 알면서. 인생에서 버려져 굴렀다고 하루종일 궁상을 떨었나. 바닥이면 바닥에서 다시 시작인거다. 나는 아직도 하고싶으니까. 꿀꺽- 빵을 삼켰다.
고맙다 꼬마야.
"오오하라 미치루라고합니다!"
고맙다. 미치루.
서류 상의, 그 아이돌...?
이름 한자가 큰 대(大)에 언덕 원(原), 그리고 이름은 그냥 가나로?!
(에, 그, 그게...)
아니, 이상한 의도는 없으니까! 대답해줘!! 혹시, 혹시 너 아이돌 응모했던 적이 있는 거냐!?
...그래. 나같은 실패자에게...기회는 없겠지... 젠장.
이런 음울함을 더 퍼뜨리지 말고, 그냥 얌전히 빌어먹을 윗대가리들이 그렇게나 원하는 사직서나 갖다 바치자. 그래...그 인간들이 바라마지않는...
불쑥 그 놈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사직서를 내면 뭐? 뭐가 되는데? 실패자, 실패자, 쓸쓸하게 상자를 들고 가는 나와 그런 나를 보며 웃는 녀석들. 마음에도 없는 걱정이나 하는 놈들.
그걸 위해 내가 살았나. 아니잖아. 아니잖아!!! 꿈을 위해서, 멋진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잖아! 후미카도, 후미카도 그래서 포기했잖아! 그런데, 그런데, 왜 지는 건 나냐고!!!
마음에서 불이 붙는다. 승부욕인가. 승부욕이다!
빌어먹을...빌어먹을 빌어처먹을!!!
펜대 굴려서 사람 멋대로 이리저리 집어넣다 창고에다 대충 처박은 유령부서로 집어던진 주제에!!!
좋아. 좋다고.
나에겐 네놈들이 준 아주 형편없는, 오디션에서 탈락한 아이 중 적당히 주워 넘긴 아이돌 프로필이 있고. 난 그 아이돌을 찾았다. 일단, 이딴 넝마같은 놈이라도 프로듀서고, 엿같아도 기획사니, 소속 아이돌에겐 연습생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지원을 해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미 소속 아이돌로 프로필이 간략하게나마 등재된 아이돌을 데리고 간다면 표면상이어도 멋대로 계약을 완료해 나에게 떠넘겨버린 네놈들이 어찌 할 방법은 없다. 눈에는 눈이고 이에는 이로 맞서야지. 물론, 난 이걸로 끝낼 생각은 없지만.
누군가 말했지, 노예는 두번 찌른다고 노예니까 황제를 찌른다고. 찌른다 찔러주마 이 개자식들!!!
......어차피 마지막이다. 오오하라... 그 아이에겐, 미안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미안한 일이다. 알고있잖아, 내가 왜 망설였는지. 간단하게 알수있는 거다. 저 아이도 알지 몰라. 그래서 명함을 먹었을지도 모르지. 명함을 먹어치운게, 바보같은 행동으로 상냥하게 거절하는 것일지도 몰라. 그런데도 나는...나는...
미치루우우우!!!!!!
머리를 땅에 박았다. 당연한 일이다. 미안한 일이니까. 그 아이가 몇 번이고 건내준 웃음터지는 거절을, 결국 나는 이렇게 민폐로 만들었으니까. 나는 알고있다 왜 망설였는지. 이 일이, 이런 반푼이의 반푼도 못 되는 놈의 프로듀서를 받는 아이돌이, 얼마나 개같은지 난 알고있으니까! 난 그저 내 욕심을 위해서 저 바보보다 바보같이 착한 애를 끌어들이는 거다. 그러니까...그러니까...머리박고 조아리지않으면 안 돼! 부탁하지않으면 안 돼!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한 번만....도와줘!
내 아이돌이 되어줘!!!!
"꼬르르륵....."
역시, 내 인생은 영화답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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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적막이 지나간다. 대낮에 땅에서 구르던 양복거지가 빵까지 얻어먹고 추하게 도게자나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배고프다니........추태도 이런 추태가 없네...내 인생을 건 도박이라고 생각했는데....도박, 도박....이 말을 생각해낸 시점에서 난 정말 추락했구나. 그걸 실감한다. 내가 인생을 도박이라는 짓에 걸어야한다니. 파칭코라든가 슬롯머신만 봐도 얼굴을 구기며 인생실패자 취급을 하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난, 지금, 그런 것으로도 구원받을 수 없는 녀석. 인생이라는 걸 걸어도 될까 말까한 녀석. 이런 나에게.....
......
......
....
...
..
.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래요?"
아직 희망은 있을까
@미치루는 합격 통보를 받은건가여
"역시...아이돌 프로듀서셨나요?"
역시...라니?
"아, 명함에 써있었잖아요! 먹었으니까 알 수 있어요!"
뒷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 아무튼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이돌 없으신건가요? 길거리에서 그런 캐스팅이라니...."
"? 크루와상이 있어도 바게트가 먹고싶잖아요?"
아이돌이 어째서 빵이 된 거냐!
"아이돌이나, 빵이나, 둘 다 행복하게 해주는 쪽이니까. 비슷하지않나요? 저마다의 매력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잖아요 후고후고..."
어이어이, 너 아이돌 해본 적 있는 거냐?
"아니요"
방송 출연은?
"아니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예스해버리는거냐! 그런 일 아니라고! 빵집 아가씨보다 훨씬 어려워!
"빵집 아가씨도 한 번 실패해봤으니 괜찮습니다! 후고후고후고....."
어딜 봐서 괜찮은거냐!
"아저씨를 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걸. 이 녀석이라면 어쩌면...
하지만 묘하게 설득되는걸. 이 녀석이라면 어쩌면...아이돌일지도 모른다. 바보같지만, 바보같이 착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저씨, 아저씨는 어째서 제가 처음에 명함을 먹었을때 다시 안 줬어요?"
엉? 그거야..네가 먹었으니까...
"안에 한 장 더 있었잖아요. 그것도 아깐, 망설였고."
"데리고 있던 아이돌도 내보내고 도게자를 하면서 부탁할 정도로, 그런 상황의 사람이. 맹해보이는 소녀에게 명함하나 건내면서 낚지못하는 프로듀서라면, 그건......분명 착한 사람이에요.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그런 어른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나는 울고말았다
그녀를 아이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녀를 톱 아이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런 아이를 만나서 그저 회사에 붙어있어보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미치루는 빵집 소녀를 한 번 실패했다고해도, 그럼에도 이렇게 해맑은 아이다. 한 번 실패했다고, 주저앉아 질질짜지않고서 다시 또 다시 빛나려고만한다. 그 모습에 나도 일어서버린다. 그렇게 만든다. 실패로 얼룩진 마음이 다시 일어선다. 미치루를 보고 다시 해보자고 마음이 외친다. 마음이 아직 하고싶은 것을 말한다.
후우- 숨을 쉬고, 울음으로 떨리는 호흡을 멈춰세운다. 주먹으로 가슴을 후려쳤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하자. 이런 아이를 아이돌로 올려주겠다고 지금 약속했으니까. 그럼, 나도 한 번 실패한 것으로 이렇게 울어버리면 안된다.
"부탁해도 될까?"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나는, 오늘, 아이돌을 만났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