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저희 회사의 정기 운행 비공정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비공정은 연료 공급과 적재된 화물 운반을 위해 이곳에서 20분동안 정비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벽에 설치된 관에서 운전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제서야 제가 가려던 곳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아챈 저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살짝 회색빛이 감도는 유리 너머로, 제가 향하는 곳이 자그맣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즐거움에 취해 창문을 열고 몸을 내민 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그도 그럴 게, 아찔한 창공 위를 날고 있는 비공정의 창문을 함부로 여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이건 어린 애들도 알고 있는 상식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어린애처럼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헤헷.
이런저런 생각 속에 빠져 기대감을 키워가는 동안 비공정은 목적지에 꽤나 가까이 접근해 있었습니다.
이제 곧 내릴 수 있겠어요!
저는 승무원의 배웅을 받으며 비공정에서 내렸습니다.
분명 비공정이 착륙한 곳은 도시 외곽의 선착장이었을 텐데도, 지금껏 제가 봐온 그 어떤 도시의 어떤 거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가죽과 천으로 된 옷을 입은 사람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간혹 실린더나 태엽 장치가 달린 처음 보는 장비를 이곳저곳에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이 도시, 정말 대단해요! 저 사람들 중에는 저와 같은 심부름꾼도 있겠죠?
으으, 다른 심부름꾼들한테 촌뜨기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데. 자, 괜한 데 시선 돌리지 말고 빨리 가야지!
저는 심부름꾼입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고 보수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죠.
듣기에는 꽤나 멋져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같은 초짜는 일을 얻어내기 꽤나 어렵거든요. 로망만 가득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곳에 오면서 제가 들떴던 이유도 그것과 연관이 있답니다?
왜냐면, 오늘 이곳에서 제 첫 의뢰가 시작될 예정이니까요!
"보자... 약도가..."
+3 (주사위) 야부키 양은 약도를 잘 간직하고 있을까요.
75 이상일 경우 잃어버린 상태.
곤란해곤란해곤란해곤란해!
이렇게 넓은 도시에서 약도를 잃어버린다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다고요!
호, 혹시 가방 안에 있나?
항상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작은 가방을 열어, 약도를 찾아봅니다.
약도야, 여기 있니?
좀 나와봐아아아아...
"있다아!"
아무리 뒤적거려도 나오지 않아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가방 안에 있었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정말로 잃어버린 줄 알고 철렁했어요!
저는 약도를 보며 목적지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약도를 따라 도시의 중심부로 이동하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자, 무언가를 파는 가게가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무래도 제가 있는 곳은 상가인 것 같네요. 지금쯤 상가에 들어와 있어야 했으니,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제 흥미를 끄는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태엽을 이용하는 작은 장난감부터 마차를 끄는 데 사용되는 말 모양의 자동인형까지 온갖 크고 작은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진열되어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리창 앞에서 물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자 저도 조금 구경하고 싶어졌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정식으로 의뢰를 받고 나면 조금은 놀아도 되겠죠?
오늘은 신나는 일이 잔뜩 있을 것 같아요!
+2 야부키 양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릴까요?
+3 정신이 팔린다면, 그 대상을 써 주세요.
약도에 그려진 길의 끝에 위치한 곳.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평범한 2층 주택이었습니다.
주거 지역 외곽의 특이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집.
왠지 김이 빠지네요.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시키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까지는 무리더라도 첫 의뢰를 받는 곳이 이런 평범한 집이라니, 실망스럽다고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문 앞에 서 있을 수만은 없죠.
약도에 노크할 필요 없이 그냥 들어와도 된다고 메모되어 있었기에, 저는 그 말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평범한 집의 평범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의뢰주 분은 안에 계신 것 같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층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2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집 중앙에 놓인 원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니, 맞은편에 보이는 방 안에는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방 안에 책이 가득한 것을 보면, 아마 서재겠네요.
저는 그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그곳으로 접근해, 열려 있는 문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 인기척을 냈습니다.
똑, 똑, 똑.
"...심부름꾼, 이신가요."
앉아 있던 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남성일 줄 알았는데, 여성이었어요!
아, 아무튼 여기선 역시 초짜 티를 내면 안 되겠죠. 최대한 여유 있게...
"ㄴ, 네네네, 네!"
글렀어요!
"제대로 소개받은 것 같군요."
에? 에에에에?
제대로 소개받았다니, 이런 말이 들려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보통은 긴장했다는 것을 알면 실망하잖아요?
제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의뢰주 분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가려져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녀의 복장은 서민적인 저택과 맞지 않는 고급 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많이 긴장하신 것 같네요.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네! 부디!"
그래도 차는 대접받게 되었네요.
하으, 떨려라.
저에게 일을 맡기시려는 의뢰주 분은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소녀였습니다.
자신을 마카베 미즈키라고 소개한 의뢰주 분은 무표정으로 제가 차를 마시는 걸 계속 보고만 계셨습니다.
"저... 마카베 씨, 이제 슬슬 일 이야기를..."
"...좋습니다. 야부키 씨라고 했던가요?"
"네."
"야부키 씨가 해 주셨으면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마카베 씨는 서재에서 나올 때 챙겨왔던 편지를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이 편지를 전해주십시오."
"편지요?"
첫 일이 편지 배달부 일이라니.
아니, 아직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편지 전달을 우체국이 아니라 심부름꾼에게 맡기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22
미즈키 "사망에 이르려면 24시간보다는 조금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살아서 도착하시기만 한다면 해독제를 받으실 수 있으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24시간을 넘겨 도착한다면 보수는 없겠지만요."
해독제는 도착해서 편지를 건네주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위험했기에, 저는 출발하기 전에 정비를 하기 위해서 상가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마카베 씨가 선수금이라며 돈을 주셨지만 그 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장비는 극히 한정적이었습니다.
저는 각양각색의 굴뚝이 늘어서 증기를 피워올리고 있는 거리를 지나며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우와..."
고급스런 외형을 가진 가게의 진열장에 전시된 멋들어진 기계식 보조 외골격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쪽 팔에 장비하여 사용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그 장비는 확인하기 쉽도록 팔등에 압력계가 달려 있었고, 안쪽에 염색한 가죽을 덧대 착용시에 편안하게 만들었으며 신체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작은 실린더와 금속으로 된 장치들이 여러 개 달려 있었습니다.
실린더는 기껏해야 하나에서 두 개 정도만 달아놓는 게 보통인데, 이건 정말 고급품인가 봐요.
어린 여성이라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이런 보조 외골격을 사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물론 제가 이런 걸 살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저가형 보조 외골격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저가형. 이런 고급품에 비해 저렴하다고 해도 그걸 사고 나면 제 지갑이 텅텅 비어버릴 거예요.
아직 살 게 한가득인데 그래서는 안 되겠죠.
저는 적당한 장비를 찾기 위해서 다시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괜찮아보이는 단검 하나와 금속 와이어를 구입하고 나서 돌아다니다 찾게 된 한 공방.
"뭐 찾는 거 있나?"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커다란 남성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휴대하기 좋은 무기가 있나요?"
"오, 그런 거라면 여기 많이 있지!"
주인 분은 창고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잔뜩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 이건 어때?"
처음으로 내놓은 것은 회중시계.
조금 긴 시계줄 끝에 팔뚝만한 원통 모양의 장치가 달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회중시계로 보입니다.
"이걸로 말하자면 사용자의 목소리에 반응해서 나이프로 변형시킬 수 있는 회중시계란 말씀! 변형 과정은 자동인데다가 여기 이 핵심 장치는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아도 꽤나 오래 간다고! 물론 변형 기능을 작은 시계에 집어넣느라 좀 무리해서 시계로서의 기능은 좋지 않지만... 어때?"
허를 찌르기에는 좋을 것 같았지만, 저는 그것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없나요?"
핵심 장치라는 것 같은 원통이 휴대하기에는 좀 큰 것도 있었지만, 저 시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작은 단도를 숨기고 있다가 그걸 사용하면 될 일이었으니까요.
"쯥, 좋은 상품인데 왜 여태까지 안 팔리는지를 모르겠구먼."
아무래도 저만 사지 않기로 했던 게 아닌가봅니다.
주인 분께서 두 번째로 꺼내든 물건은 몹시 윤이 나는 황동빛 권총이었습니다.
위쪽에 달린 조준경을 떼어내며 주인 분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이 조준경은 탈착식이라 떼어낸 다음 망원경처럼 쓸 수도 있고, 사거리는 권총 치고는 긴 편이야. 물론 권총 '치고는'이니까 너무 먼 곳에 쏘려고 하면 안 되고."
주인 분은 저에게 그 총을 건네준 뒤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화약을 사용하는 일반 총알을 쓰니까 호환성도 좋아. 그리고 거기 옆에 달린 그거 보이지? 어, 그거. 돌리는 거. 그걸로 방아쇠 압력도 조절 가능하고 탄창 분리에도 힘이 별로 안 들어가서 아가씨가 쓰기 꽤 편할 거야."
저는 시험삼아 방아쇠 압력을 조절하고 방아쇠를 당겨보았습니다.
꽤나 세밀하게 조정이 되네요. 마음에 들어요.
다음은 탄창. 안전 장치를 해제하고 살짝 힘을 주는 것으로 탄창을 쉽게 빼낼 수 있었습니다.
자그만해서 휴대하기도 좋고, 이 정도면 쓸만하겠네요.
이걸로 할까요?
"이거, 얼마죠?!"
"흐흥~ 흐흥~"
여러 군데를 둘러보느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비공정은 놓쳤지만, 그래도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요!
물론 비공정이 출발할 때까지도 시간이 남아있죠.
방금 들렀던 곳에서 마음에 드는 총을 사고 나서 다시 거리로 나와 이곳저곳을 다니며 준비하며 정신없이 다니던 중, 저는 누군가와 살짝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아, 예! 괜찮아요!"
부딪힌 사람이 먼저 사과했기에 저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사실 제 부주의 때문에 부딪힌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영 석연치 않았습니다.
...라는 것이 3분 전의 이야기.
지금은 석연치 않기는커녕 그 사람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방금 전에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거든요!
아까 부딪힌 그 사람이 소매치기였던 것이 틀림없어요!
비공정 표는 미리 사둔 다음 마카베 씨에게 받은 돈으로 새로 마련한 벨트형 가방에 넣어서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방금 전에도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의뢰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비상식량이나 구급품같은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물품을 못 샀다고요.
그리고 돈이 없으면 여러 모로 곤란하기도 하고...
저는 우선 메모지와 펜을 꺼내 제가 기억하는 소매치기의 인상착의를 그렸습니다.
이게 있다면 주변을 탐색할 때 큰 도움이 되겠죠!
놀랍게도 탐문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근 골목에서 그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런 건 빨리 시작하는게 좋다니까요.
"감사합니다!"
저는 소중한 정보를 주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그 사람이 가르쳐준 골목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운 좋게도, 소매치기는 아직 골목에 있었고 저는 소매치기가 저를 발견하기 전에 뒤에서 급습해 그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잡았다."
소매치기의 입 안에 총구를 쑤셔넣은 채,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으아아, 다리가 후들거려요.
맞다. 총에 침 묻으면 안 되는데.
"아아허 아아허! 이어! 이어 어여으 에이아!"
협박이 잘 먹혀들어, 저는 지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내용물을 빼고 줬을까싶어 저는 지갑을 열고 돈을 확인하기 위해 총을 총집에 집어넣었습니다.
다행히도 내용물은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햐아, 쉽게 풀려서 다행이에요.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아직 돈을 빼가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냥 가기는 좀 그러니까 충고라도 해 줘야...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소매치기는..."
어라?
저 사람, 손에 뭘 들고 있었던가요?
휘! 휘휘!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란 제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레버 액션 라이플을 들고 경찰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수놓아진 짙은 적색 코트 위에 가죽으로 된 유틸리티 베스트를 걸친 남성 두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경찰이라, 마침 잘 됐네요!
이 사람을 경찰에게 인수인계하면, 포상금은... 안 나오겠지만 그래도 치안 유지에 일조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서로 윈윈이에요!
"아가씨, 손을 천천히 들어 주시겠습니까."
"네?"
뜻밖에도, 경찰 분들은 그렇게 말하며 저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잠깐 의아해했지만, 생각해보니 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뒷골목에서 사람 돈을 갈취하고 있는 걸로 오해하신 것 같네요.
일단 하라는 대로 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으우우, 오늘은 되는 게 하나 없네요. 생명의 위기에, 소매치기에, 오해까지...
그래도 심부름꾼이 될 때부터 모두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소매치기는 빼고요.
저는 지갑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천천히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순순히 협조하는 것에 안심했는지, 한 분이 장총을 든 손을 내렸습니다.
물론 다른 분은 아직 저를 겨냥하고 있었지만요.
+3 다음 상황, 다이스 롤!
1~23 - 다행히도 경찰 분들이 소매치기를 알아보셔서 곧바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24~56 - 사정을 잘 설명드린 결과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렸어요...
57~89 - 갑자기 소매치기가 웃으며 경찰에게 친근하게 대하네요...?
90~100 - 어, 어라? 저, 감옥에 갇혔어요!
저는 두 분에게 상황을 여차저차 설명했습니다.
설명한 상황이라고 해도 비공정 시간이 다 돼서 가봐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것 뿐이었지만요.
"저희로서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동 수단이 없거든요. 예산 문제 때문에 말을 지급받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예산 문제라니는 말을 들은 제 머릿속에서 멋진 환상 하나가 깨져나갔습니다.
이것이 현실인가요...
"너 뭐 지름길 아는 거 있어?"
"아니. 잠깐만. 그냥 마차를 타고 가면 되는 거 아냐?"
마차?
"글쎄, 뛰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 걸 보니까 마차 탈 돈이 없는 모양인데? "
"앗."
다른 이동수단을 빌리면 되는 일이었네요. 소매치기 때문에 돈을 쓸 타이밍을 놓쳐서 아직 여유자금이 조금 있으니 마차삯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으우우, 저는 왜 이걸 생각하지 못 했을까요?
"마차는 어디에서 탈 수 있나요?!"
"...그냥 생각을 못 했던 모양인데."
"그러게."
아하하하...
경찰 분들의 친절한 안내로 마차를 타는 곳에 도착하자, 마침 비공정 선착장으로 가는 마차에 빈 자리가 있어, 양해를 구하고 합승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왜 이 생각을 못 하고 있었을까요, 정말.
다그닥, 다그닥. 하고 규칙적으로 발굽이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앞쪽으로 작게 나있는 창문을 보니, 마부와 말이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말이 아닌, 기계 말이.
규칙적인 운동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말 모양의 기계는 말이 콧김을 뿜어내는 것처럼 옆구리에서 증기를 피워올리며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기계 말은 진짜 말보다 다루기가 쉬워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거나 했을 때처럼 급히 멈춰야 할 때 멈추기 쉽고 진짜 말처럼 흥분하거나 놀라서 돌발 상황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 더 안전한데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고 병도 안 걸리기 때문에 요즘은 기계 말을 사용하는 마차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타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기계 말은 살아있는 말보다도 비싸서 말을 사용하던 마차들이 선뜻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다 사람이 걷는 것보다 빠르긴 해도 진짜 말처럼 급할 때 빠르게 이동할 수 없어 기계 말로 바꾸지 않은 마차가 아직 많거든요.
드디어 도착!
저는 마차에서 내려 선착장에 정박해있는 비공정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출발 준비가 다 되지 않은 듯, 어마어마하게 큰 프로펠러들을 정지한 채 지상에 내려앉은 비공정 안으로 화물 상자를 연신 나르는 인부들이 보였습니다.
저는 수속 절차를 밟기 위해서 비공정의 입구와 연결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무기를 비롯해 위험물품으로 규정된 물건을 맡긴 뒤, 다른 위험물을 몸에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저는 비공정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비공정을 타는 것은 이걸로 두 번째지만, 아직도 처음으로 비공정에 탑승하는 것만 같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의자들이 늘어서있는 지루한 공간. 제가 탄 것은 커다란 고급 비공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객실이 주어지지 않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작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객실이 딸린 비공정을 이용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객실이 없다며 불평하는 것은 조금 웃기겠죠.
그럼, 잠시 정박할 때까지는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으니까 잠깐 자 볼까요...
"......!"
"...! .........!"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우으..."
눈을 뜨니 보인 것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무기를 든 사람들.
이, 이건 말로만 듣던 공중 납치?!
크, 큰일이에요! 이대로 항로 이탈이라도 하게 된다면...!
+3 야부키 양이 할 행동.
생각해보면 수속 절차만으로 지금 써낸 분량만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영 귀찮단 말이죠... 어차피 가볍게 가는 창댓이기도 하고...
선내에 몇 명이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선실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두 명. 둘 다 총기로 무장했네요. 제가 탑승한 비공정이 큰 비공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공정이란 게 만만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장 이 비공정만 해도 엔진 세 개가 위치한 커다란 동력실이 하나 있고 선실 네 개, 그리고 조종실과 기계실까지 점령해야 할 곳이 많은데다 비공정을 운영하는 회사 측에서 고용한 안전 요원들까지 있으니까요.
그 정도는 이곳을 습격한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테니 안전 요원들은 맨 먼저 무력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질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선실에 사람들을 보내 전력을 분산하는 것보다 주요 시설을 먼저 점거한 다음 선실에 사람을 보내는 게 합당하니까요. 설사 인질을 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이렇게 적은 인원이라면 각개격파당하기 딱 좋으니 한 선실에 되도록 많은 사람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을 테죠.
이곳에 두 명을 보냈다면 다른 선실에도 비슷하게 보냈을 테고, 조종실은 이미 경호 병력들이 무효화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조종사 두 명만 감시하면 되니까 기껏해야 한두명밖에 없을 테죠. 기계실은 사람이 많진 않지만 꽤나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이 다섯 명은 필요할 테고, 동력실은 크기만 커다랗지 딱히 복잡하진 않기 때문에 네 명이면 될 것 같습니다.
최소 20명... 일까요.
현재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목숨과 마카베 씨에게서 맡은 편지. 그 둘 때문이라도 목적지에 제 때 도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습격자들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일이 틀어지고 맙니다.
돈을 노리고 온 해적들이라면 목적지로 무사히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무선 통신이 개발되기 전이나 널리 보급되기 이전이라면 모를까, 무선 통신이 보편화된 지금은 제아무리 빠르게 제압했다고 해도 버튼 하나만으로 무선 통신에 의해 공중 납치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지상으로 전달될 테고,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출동한 경찰들이 쫒아오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빠르게 승객들의 돈만 챙기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최악의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금품을 갈취하고 나서 비공정을... '치워버리는' 것.
주 엔진 세 개 중에서 한 개만 고장나도 이런 민간 비공정에게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만약 해적들이 일을 마치고 난 뒤 엔진을 망가뜨리거나 폭발물을 설치한 다음 자신들이 타고 온 비공정으로 돌아간다면...
으아아아! 추락하는 비공정에 탑승하는 경험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요! 비상용 낙하산에 제 목숨을 맡기기는 싫다고요!
...어라?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해적으로 추정되는 납치범들이 비공정을 타고 접근했다면 다른 비공정이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선원이 경보를 울려 모두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을 테고, 그 즉시 조종사는 유선 음성 송신 체계를 통해 모든 선실에 안내를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각 선실마다 경호 병력이 즉시 배치되었을 테고, 제가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깨는 시점은 안내가 시작되었을 때나 선실을 점거하기 위해 교전이 일어났을 때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설마... 납치범들은 비공정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안에 타고 있었던 것일까요?!
일단 여기까지. 나머지는 조, 좀 있다 쓰겠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 대한 분석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상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83에서 제시해주신 행동 방향 및 상황 분석도 전혀 생각 못 했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피드백프리 마크를 본문에 안 붙였었네요. 어차피 이미지 삽입도 제한되었으니 하지 말까...
처음부터 안에 타고 있었다면, 납치범들이 선실에 경보가 전달되기 전에 송신선을 끊어서 연락을 봉쇄했다면 안내가 나오지 않은 것이 설명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일단 이런 작은 배에서 범인들이 선원으로 위장하고 숨어들어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납치범들은 일반 승객들과 같이 섞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실에서 나가서 미리 숨겨둔 무기로 무장한 뒤 다음 배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송신선을 절단하여 선원들 간의 연락을
차단하고 무장한 채 선실로 돌아왔거나 선실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무기를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정말로 이렇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일을 일으키기 얼마 전에 미리 돌아다니면서 송신 설비를 무력화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무튼, 범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돈.
뻔하디 뻔한 동기입니다. 취할 행동도... 뻔하죠.
두 번째, 사람들.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한 인질로 비공정의 승객들을 노렸거나 승객들을 노예로 만들고 팔아버리기 위해서 비공정 하나를 통째로 납치했다는 가능성입니다.
전자라면 어찌저찌 구출받는다는 가능성이 존재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후자는... 적어도 노예가 되기 전에 죽겠네요.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아요!
후우... 심호흡... 진정, 진정하자...
세 번째는 비공정 그 자체를 노린 경우.
큰 범죄 조직이나 테러 단체가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비공정을 납치한 후 본거지, 혹은 따로 마련한 설비가 있는 장소로 가져가서 그 비공정을 개조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비공정에 타 있던 승객들은... 끔찍한 결말을 맞았죠.
...죽기 전에 끔찍한 일까지 당해야 한다니, 그건 정말로 사양하고 싶은데 말이죠.
어떤 상황이건... 잠깐.
네 번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 비공정에 있는 특정한 사람, 혹은 물건을 노렸을 경우.
혹시, 제가 가진 편지를 노리고?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일단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요."
저는 몸을 낮추고 제 왼쪽에 앉은 여성을 작은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벌벌 떨며 작은 십자가를 손에 잡고 눈물을 연신 흘리고 있을 뿐, 제 말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겁에 질려서 제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네요.
"저기요!"
두 번째 시도.
이번에는 상대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불렀습니다.
물론 여전히 목소리를 죽인 채로 말이죠.
"왜, 왜 부르니...?"
"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보, 보면 몰라?"
제가 원하는 건 제가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요!
"알죠. 알아요. "
"그, 그게 중요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우리 둘 다 끝장이라고!"
"거기, 뭘 떠들고 있어!"
납치범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납치범 중 한 명이 제가 있는 곳으로 뛰어오고... 아니, 제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들켜버린 것 같네요.
"너희들은 우리한테 아무 가치도 없다. 우린 너희가 죽건 살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 잘못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경고했습니다.
인질로 잡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정말 안 좋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나쁠지라도 이 선실 안의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한 명은 저에게 등을 보이고 있고, 한 명은 조금 떨어져 있으니까요.
저는 제가 끼고 있는 장갑의 금속 장식에 숨겨둔 금속 와이어를 꺼내 양손에 감았습니다. 이걸 사용한다면 힘이 약한 저도 누군가를 기습해서 목을 조르는 것쯤은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이 최고의 기회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려는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올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행동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년들처럼 자꾸 쑥덕거리면서 이상한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 당장 보여주지!"
그 납치범이 여전히 저에게 뒤를 보인 채 경고에 정신이 팔려있는 때를 노려 저는 그를 뒤에서 덮쳐 와이어로 그의 목을 감은 채 등을 맞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와이어를 잡아당겨 그의 목을 조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려 제가 붙잡은 납치범을 동료 납치범과 마주보게 해서 그를 고기방패로 사용했습니다.
이거라면 얼마간은 다른 납치범이 저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죠. 마침 납치범의 등과 맞닿은 등에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옷 안에 방탄판을 두르고 있는 것 같으니 관통된 총알에 제가 맞을 걱정은 조금 덜어내도 될 것 같습니다.
"켁... 컥... 그륵..."
저와 맞닿은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가 이 두 손으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저는 하마터면 손의 힘을 풀 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기절시키기만 하면 충분하니까요. 그때까지,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괴로워해주세요!
"너! 당장 그 자식을 놔 줘!"
지금 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는 납치범도, 양심의 문제도 아닌 다른 납치범이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동료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 무섭게...
총성이 울렸습니다.
"끄아아악! 내 다리!"
"꺄아아악!"
"사람이! 사람이 맞았어!"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퍼졌습니다.
지금... 저 납치범이... 다른 사람을 쏜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죽이겠다! 이건 경고다! 다음은 없다!"
+2~3 (주사위, 높은 수.) 다음에 일어날 상황.
45~100 - 좋은 상황.
25~44 - 나쁜 상황.
1~24 - 더 나쁜 상황.
>>80의 앵커는 주사위의 상황에 따라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80의 앵커 분에게는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까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제가 손에서 힘을 빼려고 할 때, 다른 승객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의 비명과 총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친구가 다녀서 분노한 것은 이해하지만 총을 든 납치범과 정면으로 맞붙다니, 바보같은 짓이에요.
이런 일이 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역시 제가...
"이! 개자식이!"
뜻밖에도, 납치범을 덮친 승객의 목소리와 누군가가 거칠게 싸우는 듯한 소리가 잦아드는 사람들의 비명 사이에서 들려왔습니다.
잦아드는 비명소리를 대신한 것은 사람들의 분노한 고함 소리였습니다. 의지할 것 없는 공중에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억누르고 있었던 투쟁심이 터져나와, 먼저 납치범을 습격한 사람을 도와 제압하려는 것이겠죠.
저는 서서히 힘을 풀어가던 손에 다시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있는 힘껏 당겨진 와이어가 납치범의 목을 파고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납치범은 팔을 버둥거리며 저를 잡으려고, 와이어를 풀려고 시도했지만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뇌로 등 뒤에 숨은 저를 제대로 공격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이윽고, 그가 기절했습니다.
"휴우..."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요. 혹시라도 그 사람이 총에 맞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위험했겠죠.
다른 납치범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니, 건장한 남성들이 그 납치범을 몸으로 눌러 제압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가 쓰던 총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상처를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다행히도 의사가 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의사라고 말한 평상복을 입은 여성은 총에 맞은 사람의 다리를 살펴보고 나서 가방에서 천과 주사기를 꺼내 응급처치를 한 다음, 진단을 내렸습니다.
"상처가 조금 심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고 당분간 이쪽 다리를 못 쓸 거예요. 일단 지혈을 하고 진통제를 투여했으니 안정을 취하게 해 주세요. 혹시 다른 다치신 분이 계신가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이제 어떻게 하죠?"
"옷을 찢어서 그걸로 묶어두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제가 제압한 납치범이 들고 있던 총을 주워들고 붙잡힌 납치범에게 다가갔습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저는 사과와 함께, 그 사람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한 발, 두 발.
"끄으아아아악!"
큰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납치범의 어깨에 작은 구멍이 두 개 생겨났습니다.
총알은 들어갈 때보다 안에서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여도 지금 이 사람의 어깨는 만신창이겠죠.
"지,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사람이 다친 것에 가장 처음으로 반응한 사람은 의사였습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무슨 수를 쓰면 안... 되니까요..."
저는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그녀에게 겨우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찬동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은 제 행동에 찬성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팔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을 상처입힌다는 건가요?
누군가를 쉽게 상처입히는 악한에게 그가 한 일을 되갚아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요?
차마 죽일 수 없어서 확실하게 제압하고자 한 일이었지만, 그것마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약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고, 제가 한 행동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힘드네요. 차라리 조금 나쁜 선택을 할 걸 그랬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제가 한 일을 대신 해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제가 너무 성급하게 일을 저지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을 상처입히는 것은 이게 시작이겠죠.
하지만 전 살아야 합니다.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미 엎어진 물이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해요.
언제까지고 궁상을 떨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밖으로 나간 세 명이 돌아오기 전에 방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네? 세 명이나 더 있어요?"
"으, 응. 돌아올 때까지 잘 지키고 있으라면서 나간 세 명이 있었어."
역시 두 명만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납치범의 총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이래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총은 두 정뿐인데 그 중 하나를 가져간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게 뻔하니까요.
이래서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어했던 건데!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준비해야 하는 일은 방어전이겠죠.
무기도 있고, 납치범들이 여분의 탄약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급 문제는 지금 당장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제가 있어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혼자 밖으로 나가서 활동해도 될 것 같지만... 문제는 무기입니다.
아아, 꼬여버렸어요.
하지만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버텨내겠지만 방어가 뚫리는 건 시간 문제니까요.
차라리 밖에서 납치범들을 교란하고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제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3 다음 상황!
참고로 저번 앵커의 주사위값에 따른 전개 내용은...
좋은 상황: 사망자 없이 해결
나쁜 상황: 사상자가 조금 나오고 해결
더 나쁜 상황: 밖에 나갔던 세 명의 납치범이 돌아오고, 결국 제압 실패
으음... 총을 쏜 상황이 위쪽 선실의 저항 때문이라면 그에 대한 개연성 확보가 잘 안 되고... 아래쪽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는데 총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총구가 위로 향한 채 총알이 발사되었다고 가정하고 바닥이 얇았으며 그걸 관통할 수 있는 종류의 총알을 사용해서 관통되었다는 가정을 하면 처리되겠지만 선실이나 다른 공간이 밑에 있다면 방음 등등의 쾌적한 환경 조성과 상부 구조물 지지를 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총알로 뚫릴 만한 구조의 바닥은 아닐 것 같고...
...총알과 총의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서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는 설정이라면 다 설명되겠지만 이건 논리적 결함을 설정놀음으로 때워버리려는 수단이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제 머리로는 해결 불가능입니다...
바닥에 뚫린 구멍 주위로 총알이 몇 발 더 튀어올라왔습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아래쪽의 선실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지도 몰라요!
저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도 가지지 않은 채, 선실에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온 저는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실 아래쪽을 도와주기 위해서 무작정 나온 것이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무기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고 제가 안 들키고 아래쪽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이미 상황이 끝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승객들과 납치범이 몸싸움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압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승객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승산이 있으니 싸움을 걸었겠죠.
잘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을 수도 있고, 무기를 더 확보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5
1. 나왔던 선실로 다시 들어간다.
2.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문제의 선실로 향한다.
3. 다른 곳으로 간다.
179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오늘도 저희 회사의 정기 운행 비공정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비공정은 연료 공급과 적재된 화물 운반을 위해 이곳에서 20분동안 정비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벽에 설치된 관에서 운전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제서야 제가 가려던 곳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아챈 저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살짝 회색빛이 감도는 유리 너머로, 제가 향하는 곳이 자그맣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즐거움에 취해 창문을 열고 몸을 내민 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그도 그럴 게, 아찔한 창공 위를 날고 있는 비공정의 창문을 함부로 여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이건 어린 애들도 알고 있는 상식이잖아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어린애처럼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헤헷.
이런저런 생각 속에 빠져 기대감을 키워가는 동안 비공정은 목적지에 꽤나 가까이 접근해 있었습니다.
이제 곧 내릴 수 있겠어요!
저는 승무원의 배웅을 받으며 비공정에서 내렸습니다.
분명 비공정이 착륙한 곳은 도시 외곽의 선착장이었을 텐데도, 지금껏 제가 봐온 그 어떤 도시의 어떤 거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가죽과 천으로 된 옷을 입은 사람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간혹 실린더나 태엽 장치가 달린 처음 보는 장비를 이곳저곳에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도 끼어 있었습니다.
이 도시, 정말 대단해요! 저 사람들 중에는 저와 같은 심부름꾼도 있겠죠?
으으, 다른 심부름꾼들한테 촌뜨기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데. 자, 괜한 데 시선 돌리지 말고 빨리 가야지!
저는 심부름꾼입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고 보수를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죠.
듣기에는 꽤나 멋져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저같은 초짜는 일을 얻어내기 꽤나 어렵거든요. 로망만 가득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곳에 오면서 제가 들떴던 이유도 그것과 연관이 있답니다?
왜냐면, 오늘 이곳에서 제 첫 의뢰가 시작될 예정이니까요!
"보자... 약도가..."
+3 (주사위) 야부키 양은 약도를 잘 간직하고 있을까요.
75 이상일 경우 잃어버린 상태.
진부한 설정과 함께하는 새로운 창댓.
잘 못 쓸 것 같지만, 그래도 해볼까요.
주머니를 뒤적거려 약도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 어, 어디 갔지?!"
곤란해곤란해곤란해곤란해!
이렇게 넓은 도시에서 약도를 잃어버린다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없다고요!
호, 혹시 가방 안에 있나?
항상 어깨에 걸치고 다니는 작은 가방을 열어, 약도를 찾아봅니다.
약도야, 여기 있니?
좀 나와봐아아아아...
"있다아!"
아무리 뒤적거려도 나오지 않아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가방 안에 있었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정말로 잃어버린 줄 알고 철렁했어요!
저는 약도를 보며 목적지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약도를 따라 도시의 중심부로 이동하자,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자, 무언가를 파는 가게가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이무래도 제가 있는 곳은 상가인 것 같네요. 지금쯤 상가에 들어와 있어야 했으니, 제대로 온 것 같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제 흥미를 끄는 물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태엽을 이용하는 작은 장난감부터 마차를 끄는 데 사용되는 말 모양의 자동인형까지 온갖 크고 작은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진열되어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리창 앞에서 물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자 저도 조금 구경하고 싶어졌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니까요.
그래도 정식으로 의뢰를 받고 나면 조금은 놀아도 되겠죠?
오늘은 신나는 일이 잔뜩 있을 것 같아요!
+2 야부키 양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릴까요?
+3 정신이 팔린다면, 그 대상을 써 주세요.
약도에 그려진 길의 끝에 위치한 곳.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평범한 2층 주택이었습니다.
주거 지역 외곽의 특이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집.
왠지 김이 빠지네요.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차를 대접받으며 시키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까지는 무리더라도 첫 의뢰를 받는 곳이 이런 평범한 집이라니, 실망스럽다고요.
하지만 언제까지고 문 앞에 서 있을 수만은 없죠.
약도에 노크할 필요 없이 그냥 들어와도 된다고 메모되어 있었기에, 저는 그 말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평범한 집의 평범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의뢰주 분은 안에 계신 것 같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층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2층으로 올라가 볼까요.
집 중앙에 놓인 원형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니, 맞은편에 보이는 방 안에는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방 안에 책이 가득한 것을 보면, 아마 서재겠네요.
저는 그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그곳으로 접근해, 열려 있는 문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 인기척을 냈습니다.
똑, 똑, 똑.
"...심부름꾼, 이신가요."
앉아 있던 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남성일 줄 알았는데, 여성이었어요!
아, 아무튼 여기선 역시 초짜 티를 내면 안 되겠죠. 최대한 여유 있게...
"ㄴ, 네네네, 네!"
글렀어요!
"제대로 소개받은 것 같군요."
에? 에에에에?
제대로 소개받았다니, 이런 말이 들려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보통은 긴장했다는 것을 알면 실망하잖아요?
제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의뢰주 분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가려져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녀의 복장은 서민적인 저택과 맞지 않는 고급 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많이 긴장하신 것 같네요.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네! 부디!"
그래도 차는 대접받게 되었네요.
하으, 떨려라.
저에게 일을 맡기시려는 의뢰주 분은 저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소녀였습니다.
자신을 마카베 미즈키라고 소개한 의뢰주 분은 무표정으로 제가 차를 마시는 걸 계속 보고만 계셨습니다.
"저... 마카베 씨, 이제 슬슬 일 이야기를..."
"...좋습니다. 야부키 씨라고 했던가요?"
"네."
"야부키 씨가 해 주셨으면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마카베 씨는 서재에서 나올 때 챙겨왔던 편지를 탁자 위에 놓으며 말했습니다.
"이 편지를 전해주십시오."
"편지요?"
첫 일이 편지 배달부 일이라니.
아니, 아직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편지 전달을 우체국이 아니라 심부름꾼에게 맡기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가능하시겠습니까."
"당연하죠!"
고작해야 편지 전달인데 얼마나 어렵겠어요?
+3 다음 상황, 혹은 대화.
편지 전달(난이도: 하드코어)
서, 설마 어려운 걸까요? 이번 의뢰.
"죄송합니다, 야부키 씨. ...꾸벅."
의성어?
조금 특이한 사람이네요.
"네? 왜 갑자기 사과를..."
"차에 독을 넣어 두었거든요."
"거짓말!"
독? 독?!
방금 마신 차에 독이 들어있었다는 소리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하다니, 아무래도 저는 안 좋은 의뢰주한테 걸린 것 같습니다.
제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리자, 마카베 씨는 제 손끝을 손톱으로 누르며 말했습니다.
무언가 이상합니다.
"감각, 있으신가요?"
"어...?"
분명 그녀의 손톱이 제 손끝을 누르고 있었는데도 제 손끝에서는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설마 독의 영향?
"눈치채셨겠지만, 독의 증상입니다. 혹시 다른 증거가 필요하시다면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만."
필요 없어요!
아직도 머릿속에서 무언가 정리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요.
"어째서..."
"혹시라도 편지를 저쪽에 넘긴다던가 하는 다른 생각을 하면 저희가 곤란해지거든요. 실력 좋은 심부름꾼보다 아직 인맥도 별로 없는 초보인 쪽을 쓰면 이런 방식을 썼을 때 뒷처리하기도 간편하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씨익."
무서워어어어어....
저, 정신 차리자! 아직 죽은 것도 아니잖아!
무섭지만, 이, 이 정도의 일은 심부름꾼이 되기로 했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책에서만 읽었던 일이 정말로 저한테 닥쳐올 줄은 몰랐지만요...
"해독제는..."
"물론 일을 끝내고 나면 드릴 겁니다. 저는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거든요. ...물론 붙잡히지 않고 돌아오신다면 말이죠."
붙잡혀?!
"참고로, 의뢰 수행 기간은..."
+3 야부키 양에게 남은 시간은!?
"그렇게 적어요?!"
"충분히 드린 겁니다만."
이 쪽은 목숨이 걸려 있다고요!
"사망에 이르려면 24시간보다는 조금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살아서 도착하시기만 한다면 해독제를 받으실 수 있으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24시간을 넘겨 도착한다면 보수는 없겠지만요."
살아서 도착한다면, 말이겠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첫 의뢰, 멋지게 끝내 보이겠어요!
그리고, 살아남겠습니다!
저도 이제부터는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이런 방법을 써서 죄송합니다. ...꾸벅."
잠깐의 침묵 후에, 마카베 씨가 저에게 사과했습니다.
"...사과할 줄은 아시네요."
저는 작게 쏘아붙였습니다.
제 말에 가시가 돋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까요.
"편지는 남쪽에 있는 작은 무역항 메이플라워의 시계탑 관리인에게 전달하시면 됩니다. 비공정을 타고 가면... 12시간 정도 걸리겠네요."
12시간이라...
시간은 아직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붙잡히지 말고 몸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마카베 씨가 암시하는 추격자들의 존재.
이 추격자들의 존재가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잘 할 수 있을까요?
집 밖으로 나온 저는 제 손끝을 눌러보았습니다.
조금 전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제 볼을 잡아당겨봅니다.
아픕니다.
역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꿈이었을 리는 없죠.
"하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네요.
첫 의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 심부름꾼은 손에 꼽을 겁니다.
지금이라도 주저앉아서 울고 싶지만, 그래서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일단은...
+1~3
1. 12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빠르게 움직인다.
2. 우선 도시에서 준비를 하고 간다.
미즈키 "사망에 이르려면 24시간보다는 조금 더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살아서 도착하시기만 한다면 해독제를 받으실 수 있으실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24시간을 넘겨 도착한다면 보수는 없겠지만요."
해독제는 도착해서 편지를 건네주면 받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마카베 씨가 선수금이라며 돈을 주셨지만 그 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장비는 극히 한정적이었습니다.
저는 각양각색의 굴뚝이 늘어서 증기를 피워올리고 있는 거리를 지나며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우와..."
고급스런 외형을 가진 가게의 진열장에 전시된 멋들어진 기계식 보조 외골격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쪽 팔에 장비하여 사용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그 장비는 확인하기 쉽도록 팔등에 압력계가 달려 있었고, 안쪽에 염색한 가죽을 덧대 착용시에 편안하게 만들었으며 신체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작은 실린더와 금속으로 된 장치들이 여러 개 달려 있었습니다.
실린더는 기껏해야 하나에서 두 개 정도만 달아놓는 게 보통인데, 이건 정말 고급품인가 봐요.
어린 여성이라는 신체적 한계 때문에 이런 보조 외골격을 사용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물론 제가 이런 걸 살 수 있을 리 없습니다.
저가형 보조 외골격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저가형. 이런 고급품에 비해 저렴하다고 해도 그걸 사고 나면 제 지갑이 텅텅 비어버릴 거예요.
아직 살 게 한가득인데 그래서는 안 되겠죠.
하아, 다른 곳으로 가볼까요.
+1~4 야부키 양이 발견할 물품들.
아니아니, 그냥 단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괜찮아보이는 단검 하나와 금속 와이어를 구입하고 나서 돌아다니다 찾게 된 한 공방.
"뭐 찾는 거 있나?"
안으로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커다란 남성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휴대하기 좋은 무기가 있나요?"
"오, 그런 거라면 여기 많이 있지!"
주인 분은 창고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잔뜩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 이건 어때?"
처음으로 내놓은 것은 회중시계.
조금 긴 시계줄 끝에 팔뚝만한 원통 모양의 장치가 달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회중시계로 보입니다.
"이걸로 말하자면 사용자의 목소리에 반응해서 나이프로 변형시킬 수 있는 회중시계란 말씀! 변형 과정은 자동인데다가 여기 이 핵심 장치는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아도 꽤나 오래 간다고! 물론 변형 기능을 작은 시계에 집어넣느라 좀 무리해서 시계로서의 기능은 좋지 않지만... 어때?"
허를 찌르기에는 좋을 것 같았지만, 저는 그것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른 건 없나요?"
핵심 장치라는 것 같은 원통이 휴대하기에는 좀 큰 것도 있었지만, 저 시계를 사용하는 것보다 작은 단도를 숨기고 있다가 그걸 사용하면 될 일이었으니까요.
"쯥, 좋은 상품인데 왜 여태까지 안 팔리는지를 모르겠구먼."
아무래도 저만 사지 않기로 했던 게 아닌가봅니다.
주인 분께서 두 번째로 꺼내든 물건은 몹시 윤이 나는 황동빛 권총이었습니다.
위쪽에 달린 조준경을 떼어내며 주인 분은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이 조준경은 탈착식이라 떼어낸 다음 망원경처럼 쓸 수도 있고, 사거리는 권총 치고는 긴 편이야. 물론 권총 '치고는'이니까 너무 먼 곳에 쏘려고 하면 안 되고."
주인 분은 저에게 그 총을 건네준 뒤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화약을 사용하는 일반 총알을 쓰니까 호환성도 좋아. 그리고 거기 옆에 달린 그거 보이지? 어, 그거. 돌리는 거. 그걸로 방아쇠 압력도 조절 가능하고 탄창 분리에도 힘이 별로 안 들어가서 아가씨가 쓰기 꽤 편할 거야."
저는 시험삼아 방아쇠 압력을 조절하고 방아쇠를 당겨보았습니다.
꽤나 세밀하게 조정이 되네요. 마음에 들어요.
다음은 탄창. 안전 장치를 해제하고 살짝 힘을 주는 것으로 탄창을 쉽게 빼낼 수 있었습니다.
자그만해서 휴대하기도 좋고, 이 정도면 쓸만하겠네요.
이걸로 할까요?
"이거, 얼마죠?!"
"흐흥~ 흐흥~"
여러 군데를 둘러보느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비공정은 놓쳤지만, 그래도 아직 시간은 남아있어요!
물론 비공정이 출발할 때까지도 시간이 남아있죠.
+3 다음으로 생길 일, 혹은 야부키 양이 할 일.
방금 들렀던 곳에서 마음에 드는 총을 사고 나서 다시 거리로 나와 이곳저곳을 다니며 준비하며 정신없이 다니던 중, 저는 누군가와 살짝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네? 아, 예! 괜찮아요!"
부딪힌 사람이 먼저 사과했기에 저는 그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사실 제 부주의 때문에 부딪힌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영 석연치 않았습니다.
...라는 것이 3분 전의 이야기.
지금은 석연치 않기는커녕 그 사람이 원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방금 전에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거든요!
아까 부딪힌 그 사람이 소매치기였던 것이 틀림없어요!
비공정 표는 미리 사둔 다음 마카베 씨에게 받은 돈으로 새로 마련한 벨트형 가방에 넣어서 따로 보관하고 있었고 방금 전에도 그곳에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의뢰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비상식량이나 구급품같은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물품을 못 샀다고요.
그리고 돈이 없으면 여러 모로 곤란하기도 하고...
아우우... 이제 어쩌죠?
+1~3 (주사위, 작은 수) 야부키 양이 취할 행동.
잘 써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아아아...
어디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찾다 보면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발견하게 되면 약간의 위해를 가해서라도 제 지갑을...
으핫? 제가 무슨 생각을?!
위해를 가한다니, 제가 그럴 수 있을 리 없잖아요! 혀, 협박이라면 조금 할 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꺼내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직 시간이 충분하긴 하지만 소매치기를 찾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매치기를 쫓는다?
약간 도박이 되겠지만...
해볼까요!
제 지갑은 소중하니까요!
그리고 소매치기한테도 이런 일은 나쁘다고 분명히 말해야겠어요!
그럼 우선...
+1 소매치기를 찾기 위해 야부키 양이 할 일.
+2~3 다음 상황.
그래도 정직하게 돌려준 것은 감사할 일이니 고개를 숙여서 인사한다.
꾸벅, 한 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세 소매치기의 손에 들려있는 총.
(물론 +4까지 해야 재밌기에, 아쉽다고도 생각한 진행자였습니다.)
이게 있다면 주변을 탐색할 때 큰 도움이 되겠죠!
놀랍게도 탐문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근 골목에서 그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이런 건 빨리 시작하는게 좋다니까요.
"감사합니다!"
저는 소중한 정보를 주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뒤 그 사람이 가르쳐준 골목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운 좋게도, 소매치기는 아직 골목에 있었고 저는 소매치기가 저를 발견하기 전에 뒤에서 급습해 그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잡았다."
소매치기의 입 안에 총구를 쑤셔넣은 채,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으아아, 다리가 후들거려요.
맞다. 총에 침 묻으면 안 되는데.
"아아허 아아허! 이어! 이어 어여으 에이아!"
협박이 잘 먹혀들어, 저는 지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내용물을 빼고 줬을까싶어 저는 지갑을 열고 돈을 확인하기 위해 총을 총집에 집어넣었습니다.
다행히도 내용물은 아직 그대로였습니다.
햐아, 쉽게 풀려서 다행이에요. 순순히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3 다음에 생길 일, 혹은 다음으로 할 일.
길거리 순찰대가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오는데.
그냥 가기는 좀 그러니까 충고라도 해 줘야...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소매치기는..."
어라?
저 사람, 손에 뭘 들고 있었던가요?
휘! 휘휘!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여러 차례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란 제가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레버 액션 라이플을 들고 경찰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수놓아진 짙은 적색 코트 위에 가죽으로 된 유틸리티 베스트를 걸친 남성 두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게 보였습니다.
경찰이라, 마침 잘 됐네요!
이 사람을 경찰에게 인수인계하면, 포상금은... 안 나오겠지만 그래도 치안 유지에 일조할 수 있으니까요!
서로서로 윈윈이에요!
"아가씨, 손을 천천히 들어 주시겠습니까."
"네?"
뜻밖에도, 경찰 분들은 그렇게 말하며 저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잠깐 의아해했지만, 생각해보니 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뒷골목에서 사람 돈을 갈취하고 있는 걸로 오해하신 것 같네요.
일단 하라는 대로 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하는 수밖에 없겠어요.
으우우, 오늘은 되는 게 하나 없네요. 생명의 위기에, 소매치기에, 오해까지...
그래도 심부름꾼이 될 때부터 모두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소매치기는 빼고요.
저는 지갑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천천히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습니다.
순순히 협조하는 것에 안심했는지, 한 분이 장총을 든 손을 내렸습니다.
물론 다른 분은 아직 저를 겨냥하고 있었지만요.
+3 다음 상황, 다이스 롤!
1~23 - 다행히도 경찰 분들이 소매치기를 알아보셔서 곧바로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24~56 - 사정을 잘 설명드린 결과 오해를 풀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걸렸어요...
57~89 - 갑자기 소매치기가 웃으며 경찰에게 친근하게 대하네요...?
90~100 - 어, 어라? 저, 감옥에 갇혔어요!
...제가 잘 써내야 한다는 전제가 붙겠지만요.
아, 주사위는 이 댓글 밑에 굴리시면 됩니다.
경찰 분들은 소매치기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물으며 저에게 명령했습니다.
아마도 민간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겠죠.
"잠깐만."
저를 겨누고 계시던 경찰 분이 한 손을 들어 저에게 다가오던 경찰을 제지했습니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소매치기를 겨누며 말하셨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았더니, 소매치기로 수배된 사람이었군. "
"흠? 그러고보니 수배서에서 본 거 같은데?"
"한 번 찾아봐. 지갑도 확인하고."
경찰 분이 제 지갑을 집어들어 안쪽을 확인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지갑 안에는 제 지갑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인 제 사진이 붙은 심부름꾼 자격증이 들어 있었기에 확인은 빠르게 끝이 났습니다.
"이 아가씨 지갑이야. 심부름꾼 자격증이 있어."
"거기, 도망칠 생각 하지 마. 다리 정도는 쏴도 되니까."
"칫..."
약간 험악한 대화가 오고갔습니다.
물론 그 대화의 끝은 수갑이 채워진 소매치기의 한숨으로 끝났지만 말이죠.
"죄송해요. 제가 조심했어야 하는데..."
저는 소매치기를 연행할 준비를 하는 경찰 분들에게 사과했습니다.
제가 사과하자, 경찰 분들이 당혹스러워하며 말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사과드려야죠. 아가씨를 범인인 것처럼 몰아붙였잖습니까."
"비록 발단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가씨 덕분에 이 녀석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의외로, 제가 소매치기를 협박한 것에 대한 말은 없었습니다.
못 보셨던 걸까요?
+3 다음 상황, 혹은 다음에 할 일!
짦은 다리로 달려야 할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할지 고민한다.
"좋은 시간 보내시길."
"안녕히 가세요!"
친절한 경찰 분들이라 다행이었어요.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범죄자와 한 패가 된 나쁜 경찰들도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나저나 지금 시간이... 으와앗!"
소매치기를 빨리 찾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촉박해지고 말았습습니다.
이대로라면 지금 바로 뛰어가도 남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합니다.
경찰 분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지만, 저를 도와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요.
으으, 어떻게 하죠?
+3
1. 뛰어간다!
2. 일단 경찰에게 도움을 구해본다.
3. 기타(+내용)
저는 소매치기를 끌고 어딘가로 가고 있던 경찰 분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가씨?"
저는 두 분에게 상황을 여차저차 설명했습니다.
설명한 상황이라고 해도 비공정 시간이 다 돼서 가봐야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냐는 것 뿐이었지만요.
"저희로서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동 수단이 없거든요. 예산 문제 때문에 말을 지급받은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예산 문제라니는 말을 들은 제 머릿속에서 멋진 환상 하나가 깨져나갔습니다.
이것이 현실인가요...
"너 뭐 지름길 아는 거 있어?"
"아니. 잠깐만. 그냥 마차를 타고 가면 되는 거 아냐?"
마차?
"글쎄, 뛰어가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 걸 보니까 마차 탈 돈이 없는 모양인데? "
"앗."
다른 이동수단을 빌리면 되는 일이었네요. 소매치기 때문에 돈을 쓸 타이밍을 놓쳐서 아직 여유자금이 조금 있으니 마차삯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으우우, 저는 왜 이걸 생각하지 못 했을까요?
"마차는 어디에서 탈 수 있나요?!"
"...그냥 생각을 못 했던 모양인데."
"그러게."
아하하하...
경찰 분들의 친절한 안내로 마차를 타는 곳에 도착하자, 마침 비공정 선착장으로 가는 마차에 빈 자리가 있어, 양해를 구하고 합승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왜 이 생각을 못 하고 있었을까요, 정말.
다그닥, 다그닥. 하고 규칙적으로 발굽이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앞쪽으로 작게 나있는 창문을 보니, 마부와 말이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말이 아닌, 기계 말이.
규칙적인 운동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말 모양의 기계는 말이 콧김을 뿜어내는 것처럼 옆구리에서 증기를 피워올리며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기계 말은 진짜 말보다 다루기가 쉬워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거나 했을 때처럼 급히 멈춰야 할 때 멈추기 쉽고 진짜 말처럼 흥분하거나 놀라서 돌발 상황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 더 안전한데다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되고 병도 안 걸리기 때문에 요즘은 기계 말을 사용하는 마차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직접 타보는 것은 처음이네요.
기계 말은 살아있는 말보다도 비싸서 말을 사용하던 마차들이 선뜻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다 사람이 걷는 것보다 빠르긴 해도 진짜 말처럼 급할 때 빠르게 이동할 수 없어 기계 말로 바꾸지 않은 마차가 아직 많거든요.
아, 선착장이 보여요!
"시간은 됐고..."
이제 곧 비공정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겠어요.
+1~3 (주사위, 높은 수.) 다음 상황!
때로는 함정이나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선택지가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마차에서 내려 선착장에 정박해있는 비공정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출발 준비가 다 되지 않은 듯, 어마어마하게 큰 프로펠러들을 정지한 채 지상에 내려앉은 비공정 안으로 화물 상자를 연신 나르는 인부들이 보였습니다.
저는 수속 절차를 밟기 위해서 비공정의 입구와 연결된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무기를 비롯해 위험물품으로 규정된 물건을 맡긴 뒤, 다른 위험물을 몸에 숨기고 있지는 않은지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저는 비공정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비공정을 타는 것은 이걸로 두 번째지만, 아직도 처음으로 비공정에 탑승하는 것만 같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의자들이 늘어서있는 지루한 공간. 제가 탄 것은 커다란 고급 비공정은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객실이 주어지지 않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작은 불편함이었습니다.
객실이 딸린 비공정을 이용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객실이 없다며 불평하는 것은 조금 웃기겠죠.
그럼, 잠시 정박할 때까지는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아 있으니까 잠깐 자 볼까요...
"......!"
"...! .........!"
시끄러운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우으..."
눈을 뜨니 보인 것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무기를 든 사람들.
이, 이건 말로만 듣던 공중 납치?!
크, 큰일이에요! 이대로 항로 이탈이라도 하게 된다면...!
+3 야부키 양이 할 행동.
생각해보면 수속 절차만으로 지금 써낸 분량만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영 귀찮단 말이죠... 어차피 가볍게 가는 창댓이기도 하고...
카나 "아, 아무리 심부름꾼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건 중범죄니까요?! 청부 살인을 받으면 그건 심부름꾼이 아니라 킬러라고요! 무, 물론 그런 심부름꾼들도 있지만..."
+1~2 야부키 양이 할 행동 및 다음 상황.
@하이잭은 누가 죽여도 무죄인게?
이대로면 목적지에는 도착하지 못하나? 범인들의 목적은?
그걸 냉철하고 빠르게 판단할 정도면 이미 배태량 이겠네요
선내에 몇 명이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선실에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두 명. 둘 다 총기로 무장했네요. 제가 탑승한 비공정이 큰 비공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비공정이란 게 만만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장 이 비공정만 해도 엔진 세 개가 위치한 커다란 동력실이 하나 있고 선실 네 개, 그리고 조종실과 기계실까지 점령해야 할 곳이 많은데다 비공정을 운영하는 회사 측에서 고용한 안전 요원들까지 있으니까요.
그 정도는 이곳을 습격한 사람들도 알고 있었을 테니 안전 요원들은 맨 먼저 무력화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질을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선실에 사람들을 보내 전력을 분산하는 것보다 주요 시설을 먼저 점거한 다음 선실에 사람을 보내는 게 합당하니까요. 설사 인질을 잡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이렇게 적은 인원이라면 각개격파당하기 딱 좋으니 한 선실에 되도록 많은 사람을 보내는 것이 더 나을 테죠.
이곳에 두 명을 보냈다면 다른 선실에도 비슷하게 보냈을 테고, 조종실은 이미 경호 병력들이 무효화되었다는 전제 하에서 조종사 두 명만 감시하면 되니까 기껏해야 한두명밖에 없을 테죠. 기계실은 사람이 많진 않지만 꽤나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이 다섯 명은 필요할 테고, 동력실은 크기만 커다랗지 딱히 복잡하진 않기 때문에 네 명이면 될 것 같습니다.
최소 20명... 일까요.
현재 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목숨과 마카베 씨에게서 맡은 편지. 그 둘 때문이라도 목적지에 제 때 도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습격자들 때문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일이 틀어지고 맙니다.
돈을 노리고 온 해적들이라면 목적지로 무사히 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무선 통신이 개발되기 전이나 널리 보급되기 이전이라면 모를까, 무선 통신이 보편화된 지금은 제아무리 빠르게 제압했다고 해도 버튼 하나만으로 무선 통신에 의해 공중 납치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지상으로 전달될 테고,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출동한 경찰들이 쫒아오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빠르게 승객들의 돈만 챙기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최악의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금품을 갈취하고 나서 비공정을... '치워버리는' 것.
주 엔진 세 개 중에서 한 개만 고장나도 이런 민간 비공정에게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만약 해적들이 일을 마치고 난 뒤 엔진을 망가뜨리거나 폭발물을 설치한 다음 자신들이 타고 온 비공정으로 돌아간다면...
으아아아! 추락하는 비공정에 탑승하는 경험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요! 비상용 낙하산에 제 목숨을 맡기기는 싫다고요!
...어라?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해적으로 추정되는 납치범들이 비공정을 타고 접근했다면 다른 비공정이 접근하는지 확인하는 선원이 경보를 울려 모두 만반의 준비를 시작했을 테고, 그 즉시 조종사는 유선 음성 송신 체계를 통해 모든 선실에 안내를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물론 각 선실마다 경호 병력이 즉시 배치되었을 테고, 제가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깨는 시점은 안내가 시작되었을 때나 선실을 점거하기 위해 교전이 일어났을 때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죠.
설마... 납치범들은 비공정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안에 타고 있었던 것일까요?!
일단 여기까지. 나머지는 조, 좀 있다 쓰겠습니다.
제가 이런 상황에 대한 분석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라, 이상한 점이 있다면 피드백을 주시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83에서 제시해주신 행동 방향 및 상황 분석도 전혀 생각 못 했고 말이죠.
...생각해보니 피드백프리 마크를 본문에 안 붙였었네요. 어차피 이미지 삽입도 제한되었으니 하지 말까...
총탄의 방식…
음…
이건 사실 시대적 트랜드에 따라 너무 갈려서 뭐라 조언 못 해드리겠네요.
하지만 일반 승무원이 아니라 정규 경호원들도 재압할 정도면 방탄복을 뚧는 관통 타입 총탄이란 거고, 이건 쉽게 말해…
살 안에서 조각나 데미지가 강한 타입이 아니라 방어력 무시 데미지를 지닌 관통 속성 이란 이야기.
아니면 AK-47의 경우 처럼 그냥 깡으로 위력 쌔서 탄두 부서져도 방탄복 부수고 마는 타입 이거나…
관통력에 집중한 타입이면 깨끗하게 뚧고 가기에 한 두발 맞아도 히어로급 근성이면 버티고 나갈 수 있으니 인간방패 들면 어찌 접근은 할 수 있겠지만,
후자의 경우 접근 하면서 시체 다 박살나고 나도 시체되는 상황 있을 수 있는대.
문제는 거리,
다른거론 실내전 이기에 총탄의 관통력이고 뭐고 그냥 퍼부으면 되는 걸수도 있고…
음…
조언을 포기하겠습니다.
밀덕 불러와요.
앗키 같은 밀찔이라…
그렇다면, 어떻게?
일단 이런 작은 배에서 범인들이 선원으로 위장하고 숨어들어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납치범들은 일반 승객들과 같이 섞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실에서 나가서 미리 숨겨둔 무기로 무장한 뒤 다음 배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송신선을 절단하여 선원들 간의 연락을
차단하고 무장한 채 선실로 돌아왔거나 선실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에게 무기를 전달해 주었다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정말로 이렇게 일이 진행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이죠. 일을 일으키기 얼마 전에 미리 돌아다니면서 송신 설비를 무력화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무튼, 범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돈.
뻔하디 뻔한 동기입니다. 취할 행동도... 뻔하죠.
두 번째, 사람들.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한 인질로 비공정의 승객들을 노렸거나 승객들을 노예로 만들고 팔아버리기 위해서 비공정 하나를 통째로 납치했다는 가능성입니다.
전자라면 어찌저찌 구출받는다는 가능성이 존재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후자는... 적어도 노예가 되기 전에 죽겠네요.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아요!
후우... 심호흡... 진정, 진정하자...
세 번째는 비공정 그 자체를 노린 경우.
큰 범죄 조직이나 테러 단체가 자신들이 사용하기 위해서 비공정을 납치한 후 본거지, 혹은 따로 마련한 설비가 있는 장소로 가져가서 그 비공정을 개조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지금 제가 처한 상황이 그런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그 비공정에 타 있던 승객들은... 끔찍한 결말을 맞았죠.
...죽기 전에 끔찍한 일까지 당해야 한다니, 그건 정말로 사양하고 싶은데 말이죠.
어떤 상황이건... 잠깐.
네 번째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이 비공정에 있는 특정한 사람, 혹은 물건을 노렸을 경우.
혹시, 제가 가진 편지를 노리고?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네요.
일단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요."
저는 몸을 낮추고 제 왼쪽에 앉은 여성을 작은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벌벌 떨며 작은 십자가를 손에 잡고 눈물을 연신 흘리고 있을 뿐, 제 말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겁에 질려서 제 말을 듣지 못한 것 같네요.
"저기요!"
두 번째 시도.
이번에는 상대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불렀습니다.
물론 여전히 목소리를 죽인 채로 말이죠.
"왜, 왜 부르니...?"
"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보, 보면 몰라?"
제가 원하는 건 제가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요!
"알죠. 알아요. "
"그, 그게 중요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우리 둘 다 끝장이라고!"
"거기, 뭘 떠들고 있어!"
납치범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납치범 중 한 명이 제가 있는 곳으로 뛰어오고... 아니, 제가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이미 들켜버린 것 같네요.
"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옆자리의 여성이 한 말에 납치범은 총구를 들이밀며 조용히 하라며 그녀를 협박했습니다.
"너희들은 우리한테 아무 가치도 없다. 우린 너희가 죽건 살건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 잘못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며 경고했습니다.
인질로 잡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이 정말 안 좋네요.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나쁠지라도 이 선실 안의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한 명은 저에게 등을 보이고 있고, 한 명은 조금 떨어져 있으니까요.
저는 제가 끼고 있는 장갑의 금속 장식에 숨겨둔 금속 와이어를 꺼내 양손에 감았습니다. 이걸 사용한다면 힘이 약한 저도 누군가를 기습해서 목을 조르는 것쯤은 쉽게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이 최고의 기회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너무 성급하게 행동하려는 걸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올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까, 행동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년들처럼 자꾸 쑥덕거리면서 이상한 생각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 당장 보여주지!"
그 납치범이 여전히 저에게 뒤를 보인 채 경고에 정신이 팔려있는 때를 노려 저는 그를 뒤에서 덮쳐 와이어로 그의 목을 감은 채 등을 맞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와이어를 잡아당겨 그의 목을 조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려 제가 붙잡은 납치범을 동료 납치범과 마주보게 해서 그를 고기방패로 사용했습니다.
이거라면 얼마간은 다른 납치범이 저를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죠. 마침 납치범의 등과 맞닿은 등에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옷 안에 방탄판을 두르고 있는 것 같으니 관통된 총알에 제가 맞을 걱정은 조금 덜어내도 될 것 같습니다.
"켁... 컥... 그륵..."
저와 맞닿은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제가 이 두 손으로...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저는 하마터면 손의 힘을 풀 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기절시키기만 하면 충분하니까요. 그때까지,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괴로워해주세요!
"너! 당장 그 자식을 놔 줘!"
지금 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안간힘을 쓰며 저항하는 납치범도, 양심의 문제도 아닌 다른 납치범이었습니다.
그가 저에게 동료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기 무섭게...
총성이 울렸습니다.
"끄아아악! 내 다리!"
"꺄아아악!"
"사람이! 사람이 맞았어!"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퍼졌습니다.
지금... 저 납치범이... 다른 사람을 쏜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죽이겠다! 이건 경고다! 다음은 없다!"
+2~3 (주사위, 높은 수.) 다음에 일어날 상황.
45~100 - 좋은 상황.
25~44 - 나쁜 상황.
1~24 - 더 나쁜 상황.
>>80의 앵커는 주사위의 상황에 따라 나올 수도,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80의 앵커 분에게는 죄송합니다... 쓰다 보니까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다이스 갓에게 버림받은 사람의 주사위는 과연 어떨까요.
"너 이 새끼! 내 친구를!"
제가 손에서 힘을 빼려고 할 때, 다른 승객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들의 비명과 총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친구가 다녀서 분노한 것은 이해하지만 총을 든 납치범과 정면으로 맞붙다니, 바보같은 짓이에요.
이런 일이 더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역시 제가...
"이! 개자식이!"
뜻밖에도, 납치범을 덮친 승객의 목소리와 누군가가 거칠게 싸우는 듯한 소리가 잦아드는 사람들의 비명 사이에서 들려왔습니다.
잦아드는 비명소리를 대신한 것은 사람들의 분노한 고함 소리였습니다. 의지할 것 없는 공중에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억누르고 있었던 투쟁심이 터져나와, 먼저 납치범을 습격한 사람을 도와 제압하려는 것이겠죠.
저는 서서히 힘을 풀어가던 손에 다시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있는 힘껏 당겨진 와이어가 납치범의 목을 파고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납치범은 팔을 버둥거리며 저를 잡으려고, 와이어를 풀려고 시도했지만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뇌로 등 뒤에 숨은 저를 제대로 공격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이윽고, 그가 기절했습니다.
"휴우..."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요. 혹시라도 그 사람이 총에 맞았다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위험했겠죠.
다른 납치범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니, 건장한 남성들이 그 납치범을 몸으로 눌러 제압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그가 쓰던 총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상처를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다행히도 의사가 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의사라고 말한 평상복을 입은 여성은 총에 맞은 사람의 다리를 살펴보고 나서 가방에서 천과 주사기를 꺼내 응급처치를 한 다음, 진단을 내렸습니다.
"상처가 조금 심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고 당분간 이쪽 다리를 못 쓸 거예요. 일단 지혈을 하고 진통제를 투여했으니 안정을 취하게 해 주세요. 혹시 다른 다치신 분이 계신가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이제 어떻게 하죠?"
"옷을 찢어서 그걸로 묶어두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제가 제압한 납치범이 들고 있던 총을 주워들고 붙잡힌 납치범에게 다가갔습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저는 사과와 함께, 그 사람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한 발, 두 발.
"끄으아아아악!"
큰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납치범의 어깨에 작은 구멍이 두 개 생겨났습니다.
총알은 들어갈 때보다 안에서 더 큰 상처를 남기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까,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여도 지금 이 사람의 어깨는 만신창이겠죠.
"지, 지금 뭐하시는 건가요!"
사람이 다친 것에 가장 처음으로 반응한 사람은 의사였습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무슨 수를 쓰면 안... 되니까요..."
저는 욕지기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으며 그녀에게 겨우 말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의외로 다른 사람들은 저에게 찬동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은 제 행동에 찬성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팔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을 상처입힌다는 건가요?
누군가를 쉽게 상처입히는 악한에게 그가 한 일을 되갚아주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나요?
차마 죽일 수 없어서 확실하게 제압하고자 한 일이었지만, 그것마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약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고, 제가 한 행동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힘드네요. 차라리 조금 나쁜 선택을 할 걸 그랬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제가 한 일을 대신 해 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제가 너무 성급하게 일을 저지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을 상처입히는 것은 이게 시작이겠죠.
하지만 전 살아야 합니다.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이미 엎어진 물이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해요.
언제까지고 궁상을 떨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밖으로 나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밖으로 나간 세 명이 돌아오기 전에 방어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네? 세 명이나 더 있어요?"
"으, 응. 돌아올 때까지 잘 지키고 있으라면서 나간 세 명이 있었어."
역시 두 명만 있던 게 아니었습니다.
납치범의 총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이래서는 그럴 수 없습니다. 총은 두 정뿐인데 그 중 하나를 가져간다면 남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게 뻔하니까요.
이래서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어했던 건데!
밖으로 나간 세 사람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준비해야 하는 일은 방어전이겠죠.
무기도 있고, 납치범들이 여분의 탄약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급 문제는 지금 당장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제가 있어도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혼자 밖으로 나가서 활동해도 될 것 같지만... 문제는 무기입니다.
아아, 꼬여버렸어요.
하지만 여기서 죽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버텨내겠지만 방어가 뚫리는 건 시간 문제니까요.
차라리 밖에서 납치범들을 교란하고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나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제가 그것을 잘 해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3 다음 상황!
참고로 저번 앵커의 주사위값에 따른 전개 내용은...
좋은 상황: 사망자 없이 해결
나쁜 상황: 사상자가 조금 나오고 해결
더 나쁜 상황: 밖에 나갔던 세 명의 납치범이 돌아오고, 결국 제압 실패
였습니다!
...총알과 총의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서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는 설정이라면 다 설명되겠지만 이건 논리적 결함을 설정놀음으로 때워버리려는 수단이고...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제 머리로는 해결 불가능입니다...
...+1 총탄이 올라온 것에 대한 논리적인 보충 설정 혹은 재앵커.
또 내구성은 프레임만 튼튼하면 되는지라…
아님 다른분이 다른가로~
"으아아아!"
"꺄아아악!"
바닥에 뚫린 구멍 주위로 총알이 몇 발 더 튀어올라왔습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아무래도 아래쪽의 선실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지도 몰라요!
저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도 가지지 않은 채, 선실에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온 저는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실 아래쪽을 도와주기 위해서 무작정 나온 것이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무기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고 제가 안 들키고 아래쪽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이미 상황이 끝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승객들과 납치범이 몸싸움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제압에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승객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승산이 있으니 싸움을 걸었겠죠.
잘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협조를 얻을 수도 있고, 무기를 더 확보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1~5
1. 나왔던 선실로 다시 들어간다.
2.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문제의 선실로 향한다.
3. 다른 곳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