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발단은 정말로 별 것 아닌 물건. 로케이션으로 다녀온 지역에서 들렸었던, 한산한 관광지의 기념품 상점에서 하나 사 온 조그마한 목걸이.
볼품없이 가는 검은색 끈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마도 모조 보석일 터인 투명한 보라색 결정 뿐. 그 외에 별다른 장식도 되어 있지 않은 수수한 목걸이에서 어째서인지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다지 비싼 가격도 아니었기에 일단 사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구입하고, 어쩐지 기묘한 시선을 보내 오는 상점 주인에게 의문을 품으며 상점을 뒤로 하고 사무소로 복귀.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목걸이를 꺼내 전등의 불빛 아래 비춰 보기도 하고, 이유 모를 설렘과 함께 목에 살며시 걸어 본 그 때.
「……!」
등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여긴 내 방이니까. 나 이외에 누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저 자신에게 혼잣말로 말을 건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 방, 금」
「누구…?」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정확히는 가슴 앞섶. 방금 막 목에 걸린 참인 보랏빛의 보석.
저도 참 아직도 순진하네요.
누구나 서너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흔해빠진 괴담 같은 생각이나 하고.
『… …』
그 직후, 한 번 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류.
주위에 소리를 낼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그렇지만 꺼질 듯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려 오고 있어서.
처음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엣…」
「… 뭐야, 이거」
「누가… 말하는…!」
급격하게 방 안의 온도가 내려갔나 싶었을 정도의 싸늘한 공포.
당혹으로 굳어버린 몸을 채찍질해, 황급히 목걸이를 벗어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 때, 저는 한 발 늦고 말았습니다.
알아듣고 만 것입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내게 뭐라고 말을 걸고 있는 것인지를.
일일까요.
착각인가 했지만, 그럴 리도 없습니다.
환청인가 했지만, 스스로가 그렇게까지 정상이 아니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꼭 잡고 들여다보았습니다. 보랏빛 보석의 안에, 어쩐지 꾸물꾸물 꿈틀꿈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의, 점에 필적할 정도로 자그마한 빛 같은 것이.
아니,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이라기엔 너무나도 시커먼 색이었으니까.
하루카「이… 목걸이가」
하루카「말을……!」
착각 같은 것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듯, 혼란스러운 사고를 비집고 속삭임이 들려왔습니다.
『저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빌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이루어드릴 테니』
상식 밖의 상황. 가슴을 죄어 오는 긴장감과 두려움.
꿀꺽,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때의 저는 정상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환청인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목걸이를 벗어던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가 부모님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밉고 또 미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어쩐지 멍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입 밖에 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대화가 통할지 어떨지도 알 수 없었지만.
하루카「그 사람을 말하면, 저주해 주는 건가요?」
『빌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이루어드릴 테니』
같은 대답.
하지만 그렇기에 어떤 의미로는 신뢰를 주는 대답.
저는, 그 짧은 찰나 뇌리를 스쳐지나간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또박또박, 씹어뱉듯이 이름을 발음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돌연 침묵했습니다. 이어지는 정적.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지만, 그 침묵에서만큼은 미묘하게 인간적인 것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하루카「저를 저주해 주세요」
이유를 물으려나.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댈 이유는 산더미만큼 있었으니까.
자기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얼마나 덜떨어졌는지. 얼마나 민폐가 되는지 따위는, 평소에도 머릿속을 터질 듯이 채우고 있고 자기 위해서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 발 아래에서부터 스멀스멀 타고 올라와 새까매진 시야마저 더욱 검게 물들이고 말 정도로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한 발짝만 더 나갔더라면 모두를 세계를 전부를 증오하는 데에 이르고 말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아무튼 저 자신이 밉고 미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무슨 저주라도 좋아. 죽음에 이르는 저주라고 해도 상관없어.
비현실적인 상황에 몸을 맡겨, 비현실적인 망상과 함께, 응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의문. 가벼운 실망감.
하루카「어째서, 죠?」
『자기 자신은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았던 만큼, 이유를 대지 않고서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까지 절실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차분하게 납득했습니다.
『다른 대상을 지정하세요』
하루카「그렇지만 저주하고 싶은 건 저밖엔 없는걸요」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 한 마디와 함께.
시커멓게 꿈틀대던 목걸이 안의 무언가가 순식간에 흘러넘쳐, 방 안을 끈적하게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끈끈한 액체가 순식간에 불어나, 이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검고,
검고,
검어.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서 하루카가 목걸이를 내밀었다. 손에 들린 그것은, 하지만 예쁘다기엔 아무런 특징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물건이다. 보라색 보석이 달려 있지만 아마 그조차도 모조일 것이다. 약간 의문스런 얼굴로 하루카를 바라보자 하루카는 재차 생긋 웃으며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무소에 출근하자마자 말을 걸어 온 하루카는 제대로 된 인사조차 건네기 전에 대뜸 목걸이부터 내밀어 왔기 때문이다. 당황하여 눈을 바라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 없을 터인데도, 어째서인지 여느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하루카「응? 유키호, 받아 주지 않을래? 유키호를 위해서 준비했다니까」
유키호「저, 저기, 하루카… 왜 그러는 거야? 조금 무서워」
하루카「내가 왜? 난 평소대로인걸, 그렇잖아? 유키호. 그런 건 됐으니까」
하루카가 목걸이를 다시 들이밀었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뒤로 밀치기라도 할 기세로 목걸이를 쥔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움찔하여 뒤로 물러섰다. 하루카는 생긋 하고 웃어 보였다.
하루카「응? 유키호」
하루카「받아 줘」
유키호「… 읏, 아, 알았… 어. 받을게」
쭈뼛쭈뼛 손을 내밀어 하루카의 손에 걸린 목걸이를 받았다. 이어질지도 모르는 추궁이 두려운 나머지 재빨리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하루카는 그것을 보더니 갑작스레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연료가 떨어진 로봇처럼, 하루카는 멀뚱히 선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유키호「저기… 하루, 카…?」
하루카「…… 아? 응, 유키호. 왜 그래?」
하루카는 곧 정신을 차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하루카는 여느 때와 같이 밝게 행동했다. 이상해. 그렇게 느꼈지만 캐묻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거곘지, 애초에 선물을 받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도 기가 죽은 나머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말았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을 짚어 보기 위해선 아마 처음으로 마코토에게 동경심을 품었을 때까지 거슬러 가야 할 것이다.
마코토는 멋있는 아이다. 당당하고, 활기차고, 밝고, 나 같은 것과는 정반대다. 남자다우면서도 소녀다운 면도 있다. 좌우지간 좋았다. 항상 마코토를 좇고 있었다. 사무소 내에서 가장 친한 두 사람이라고 자타가 공인했다.
하지만 그것도 순식간에 파탄났다.
사실 잘못은 내 쪽에 있을 것이다. 선을 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기가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마코토는 극히 평범한 축의 사람이었다.
그런 마코토가, '특별함'에 어울려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어느새 훨씬 질 나쁜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왜.
미워.
마코토, 네가 미워.
이렇게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절망했다.
행복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담했다.
그렇기 때문에 빌었다. 그 정돈 괜찮잖아?
난 꼴사나운 애니까, 이 이상 꼴사나워진다고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목소리가 물어 온다. 적어도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일까. 그럼에도 같은 대답을 되풀이했다.
유키호「네, 괜찮아요. 그러니까 해 주세요」
유키호「모두에게 미움받도록 해 주세요」
유키호「하기와라 유키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미움받도록」
유키호「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도록」
알고 있다.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의 의미를. 나도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미움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미 전부 잊어버렸다. 아이돌이 된 이유라던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던가, 사랑을 주고받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던가, 전부 남김없이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괜찮아.
헤어나올 수 없는 늪 안에서 허우적대는 마코토에게 뛰어든다.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 함께 늪 안에서 가라앉기 위해서. 마지막 애처로운 호흡마저도, 목 안까지 들어찬 물 탓에 꾸르륵거리는 소리밖에는 되지 않는 단말마마저 함께 하기 위해서.
복수일까?
집착일까?
미련일까?
잘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섣불리 빈 소원은, 역시 잘못되어 있었는지도.
『저주는 이루어졌습니다』
***
효과는 다음 날부터 즉각 나타났다.
하루카「……」
사무소에서 마주친 하루카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나를 째려봤다.
미키「… 기분 나쁜 거야. 왜 아이돌 같은 거 하고 있는 걸까」
미키는 들으라는 듯이 비아냥거렸다.
타카네「…… 윽」
시죠 씨는 불결한 것이라도 본 듯 나를 피했다.
비단 사무소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추장스러운 눈치의 프로듀서를 따라 나선 CD 사인회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초리만이 온몸에 따갑게 꽂힐 뿐이었다. 더 볼 것도 없다며 자리를 정리하던 프로듀서가 힐끗 돌아보며 지겹다는 투로 빈정댔다.
P「… 새삼스럽지도 않다. 유키호, 너 진짜 가망 없어」
그렇겠죠, 프로듀서.
차 뒷좌석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얹힌 채로 사무소로 돌아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자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갔다.
이제 저 사람들 중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겠지?
조금 우스워졌다. 후후,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하지, 마코토. 이거 생각보다 더,
사무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보는 둥 마는 둥하며 먼저 건물로 들어가는 프로듀서의 뒤를 따랐다. 사무소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간 프로듀서 뒤에서 그대로 멈추어 섰다. 닫힌 문은 기다려도 열리지 않았다. 역시 나 같은 건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그런 것 때문에 들어가지 않은 게 아니었으니까.
계단을 마저 올랐다. 목적지는 옥상이었다. 예감했기 때문이다.
마코토는 그곳에 있었다.
옥상의 한구석,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얼굴을 파묻고 있는 눈에 익은 흑발의 소녀. 얼핏 보면 소년으로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절대로 헷갈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들끓는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이. 아아, 하지만, 난 이제 알 것 같아, 마코토.
그게 바로 애증이라고 부르는 감정이었던 거겠지?
그래, 이제 알았어. 자아, 마코토.
내가 너의 구세주가 되어 줄게.
마코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마코토가 얼굴을 들었다. 한바탕 눈물을 흘렸는지 새빨개진 눈가는 부어올라 있었다. 엉망으로 헝클어져 이마에 들러붙은 앞머리가 섬뜩하리만치 스산하다. 다가온 사람의 정체를 아직 인식하지 못했는지 마코토의 시선은 흐리멍텅했다.
아, 사랑스럽다.
그렇게도 보일 수 있는 거구나, 그 순간 깨달았다.
유키호「마코토」
유키호「왜 울고 있어?」
마코토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표정이 점차 일그러진다. 울음을 터트리려는 걸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아직 남아 있다는 안도감과 환희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위화감을 눈치챘다.
마코토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틀림없이,
혐오,
다?
굉장히 눈에 익다.
왜냐면 오늘 하 루종 일 보았 는 걸
이런
건
아.
그제서야 실감했다.
부족했어.
실수했어.
빠뜨린 게, 있었어.
마코토「… 꺼져, 하기와라」
그것은 마코토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었던 호칭이었다.
마코토「너 같은 쓰레기가 내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마코토「여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마코토「…… 돌아가버려」
마코토는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무엇을, 놓쳤는지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모두에게 미움받도록.
하기와라 유키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그것이 나에게 적용되었다면, 그렇다면.
그 대상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키쿠치 마코토 또한, 포함되는 거니까.
상호의존?
나는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단지 미워할 뿐이라면 괜찮다. 그것은 결국 돌릴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결국은 미움마저 매달림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만큼은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절대적이니까.
이 증오는, 결코 변할 일이 없을 테니까.
저주.
하다못해 늪 안에서라면 서로 껴안은 채 가라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싫다.
***
자연히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방에 틀어박혔다. 틀어박힌 채로 계속해서 생각했다. 되돌릴 방법. 되돌릴 방법. 되돌리지 못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어. 죽을 수밖에 없어.
유키호「…………」
퀭한 눈으로 목걸이를 내려다봤다. 아무런 징후도 없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탈출의 단서 따윈 제공하지 않는다.
없는 건가요? 역시.
애초에 이 목걸이를 건네준 사람은 하루카다. 생각해 보면 억지로 떠넘기려고 했던 태도부터가 이상했다.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목걸이의 정체를. 그 위험성을. 사용한 사람이 어떤 꼴이 될 것인가도.
나를 미워하고 있었던 거야. 분명히 그런 것이다. 내가 불행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자신에겐 부담스러운 물건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선물이랍시고 떠넘겼던 것이다.
검은 감정이,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부풀었다.
아니,
이제 와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도 방법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방법. 하루카가 준 것인 만큼 하루카가 알고 있을 것이다─ 라고 하기보다 애초에 그것밖엔 방법이 남아 있지 않다.
물어보더라도 제대로 대답해 줄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렇대도, 어쩔 수 없으니까.
유키호「……」
유키호「잘못, 했어요」
이불을 뒤집어써 후텁지근하고 답답한 감각에 휩싸인 채로, 사죄했다.
유키호「잘못했어요」
유키호「잘못했어요…」
나는─ 누구에게 사과하는 걸까.
그것도 모르는 주제에.
***
하루카「… 하? 무슨 소리야. 이젠 헛소리까지 하는 거야, 유키호?」
유키호「……」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미 하루카라는 아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새삼 절감했다. 하루카는 자신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상대에게라면 이렇게까지 돌변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애써 웃는 낯을 보였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키호「… 이, 이 목걸이, 하루카가 준 거잖아…? 저기, 어디에서 산 거야? 그거라도 알려줄 수 없을까?」
하루카「왜 내가 그걸 알려줘야 돼? 줬으면 그걸로 끝이잖아. 왜, 이제 와서 싫어지기라도 했어? 내가 준 거라서?」
유키호「그… 그런 게, 아니라… 난… 그냥」
하루카「아아, 나도 후회하고 있어. 왜 유키호 같은 애한테 선물을 준 걸까~. 치하야한테라도 줬다면 기뻐했을 텐데. 미쳤었나 봐, 그치?」
유키호「윽……」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눌러 참았다. 안 된다. 이것을 놓치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달리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아, 안 된다. 어쩔 수도 없는 사실을 절감했다.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하더라도, 아무리 처절해져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무력하기 때문이다. 이젠 어떻게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단서는 얻을 수 없다.
상황은 바꿀 수 없다.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
남겨진 방법이 없다면.
유키호「알겠어, 미안해 하루카. 계속 내 얼굴 같은 걸 보게 해서」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나 같은 건 하루카의 경멸이 어느 정도로 클지 예상이 가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하루카는 굉장히 미묘한 얼굴을 했다.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후련해졌는지, 이윽고 이 쪽을 흘깃거리고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합류해 즐겁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수다라도 떨고 있는 것일까.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지만.
사무소를 나섰다. 문을 닫고 소리없이 등을 기대, 스르륵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난도질당한 자의식이 제멋대로 비애를 자아낸다.
옥상에 몇 번인가 올라가 본 적이 있다. 답답할 때. 괴로울 때. 스스로가 미울 때. 왜 이렇게나 갑갑하고 볼품없고 초라한 아이인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그것은 누구에게 묻더라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일임을 자각하고 말았을 때. 바람을 맞고 싶을 때. 하늘을 보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싶을 때. 사실 사무소가 있는 건물은 결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것만큼은 충족할 수 없는 목적이었지만.
또각.
이번만큼은 달랐다. 올라가는 목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사실 드문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반 이상은 이 목적에 대해 생각하겠지. 물론 그만큼의 사람들이 그것과 같은 목적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연상해내기는 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연관이 깊으니까. 그만큼이나 흔하기도 하니까. 뉴스에서도, 만화에서도, 영화에서도, 게임에서도 질리도록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질린 나머지 웬만하면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각.
사실,
죽는다는 건,
그것이 언제이건간에,
허무하니까.
그뿐야.
또각.
문을 연 순간 시원한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오늘은 바람이 있는 날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센 기세도 아닌, 딱 기분 좋은 정도의 시원함이었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녹음한 적이 있었던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가사도 떠올렸다. 봄바람의 리듬. 춤추는 나뭇잎, 흔들리는 사운드.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아기새와 함께, 허밍.
곤란하다.
그렇지만 딱히 흔들리는 소리를 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침착하게 되질 않는다. 스스로는 대단히 침착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그렇게는 안 되는 모양이다. 애초에,
내 인생에서 마음대로 된 것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목에 건 것을 만지작거렸다.
하다못해 남겨두도록 하자.
벗어서 발밑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유예는 자신의 손에 의해 사라졌다.
탁 트인 풍경 앞에서 두 손을 마주모아 뒷짐을 지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기분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주위에는, 아래에는, 뒤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이 유난히 기뻤다. 그라비아 촬영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던 요령을 살려, 지금껏 없을 정도로, 활짝 웃었다.
누군가 찍어 주지 않으려나?
아, 그렇지. 잊고 있었다.
이제 내가 이런 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 '누군가' 는.
최초 발견자는 나였다. 괴로움을 가눌 길이 없어 또다시 올라간 옥상에서, 기묘하게 빛나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그것을 줍고, 무심코 내려다본 곳에는 흰색의 꽃잎이 시뻘겋게 물든 채로 무참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유키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무소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투신자살이다. 당연히 화제가 되어 사무소의 활동은 거의 강제로 올스톱되었지만, 딱히 그런 부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 그래야 했는지, 그것 또한 알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부분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괴하다.
남겨진 이들의 행동이, 너무나도 기괴하다.
하루카는 충격에 빠져 자택에 틀어박혔다. 타카네는 좀더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탄식했다. 아즈사는 한 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듯 언제 보아도 벌겋게 부은 눈을 하고 있었다. 미키는 항상 차를 끓여 주던 유키호가 떠오르는 듯 주먹밥도 먹지 않게 되었다. 히비키는 매일같이 유키호의 무덤에 찾아가고 있지만 유가족과 마주쳤다간 어떤 사단이 날지 알고 있기에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며 엉망진창인 목소리로 털어놓기도 했다.
이상하다.
왜?
아니, 그치만 그렇잖아.
너희들이잖아?
우리들이잖아?
유키호를 그렇게 만든 건,
나잖아?
기괴하다.
나조차도 유키호가 더 이상 밉지 않다는 것이 기괴하다.
유키호를 잠시나마 증오했었다는 사실이 기괴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것들이 결코 거짓일 리가 없다.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버틸 수가 없다. 뭐야, 유키호. 이건.
나에 대한 저주야?
목걸이를 강하게 쥐었다. 조금 더 날카로웠다면 손바닥을 파고들어 상처를 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중간하게 각이 진 모조 보석은 아무리 힘을 넣어 쥐어도 약간의 아픔밖에는 가져다주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기괴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모두의 태도의 변화. 분명히 친한 동료였던 아이들이, 하루만에 돌변하여 나를 경원시했다.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비단 동료들만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이 나의 적이 되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치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왜 울고 있어?』
너는,
다가와 주었었는데.
「… 윽… 큭, 우욱…」
새어나오는 소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최대한 억눌렀다. 그럼에도 미처 다 막지 못한 흐느낌이 방 안을 스산하게 채웠다. 무엇을 위해 우는 거지? 그런 것은 간단했다.
나를 위해 울었다.
유키호를 위해 울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며칠 전을 위해,
울었다.
「미안… 해…」
주체할 수 없는 통곡을 삼키며, 숨을 들이키는 것조차 잊고서, 그 아이에게 빌었다. 이제는 듣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미안해, 유키호… 미안… 미안」
전부 비틀려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나빴기 때문인 것만 같아서.
그저, 유키호에게 사과했다.
언제까지고.
곧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사과했다.
7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볼품없이 가는 검은색 끈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아마도 모조 보석일 터인 투명한 보라색 결정 뿐. 그 외에 별다른 장식도 되어 있지 않은 수수한 목걸이에서 어째서인지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다지 비싼 가격도 아니었기에 일단 사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구입하고, 어쩐지 기묘한 시선을 보내 오는 상점 주인에게 의문을 품으며 상점을 뒤로 하고 사무소로 복귀.
그 날 저녁, 집에 돌아와 목걸이를 꺼내 전등의 불빛 아래 비춰 보기도 하고, 이유 모를 설렘과 함께 목에 살며시 걸어 본 그 때.
「……!」
등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여긴 내 방이니까. 나 이외에 누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저는 저 자신에게 혼잣말로 말을 건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 방, 금」
「누구…?」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정확히는 가슴 앞섶. 방금 막 목에 걸린 참인 보랏빛의 보석.
저도 참 아직도 순진하네요.
누구나 서너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흔해빠진 괴담 같은 생각이나 하고.
『… …』
그 직후, 한 번 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전류.
주위에 소리를 낼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그렇지만 꺼질 듯이 흔들리는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려 오고 있어서.
처음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엣…」
「… 뭐야, 이거」
「누가… 말하는…!」
급격하게 방 안의 온도가 내려갔나 싶었을 정도의 싸늘한 공포.
당혹으로 굳어버린 몸을 채찍질해, 황급히 목걸이를 벗어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 때, 저는 한 발 늦고 말았습니다.
알아듣고 만 것입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내게 뭐라고 말을 걸고 있는 것인지를.
당신은.
『>>+3, 당신은』
『저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 765 한정
무서워요..
속으로는 상당히 여러 사람을 미워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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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뭐야… 이거…」
하루카「이게, 무슨」
일일까요.
착각인가 했지만, 그럴 리도 없습니다.
환청인가 했지만, 스스로가 그렇게까지 정상이 아니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목걸이를 꼭 잡고 들여다보았습니다. 보랏빛 보석의 안에, 어쩐지 꾸물꾸물 꿈틀꿈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의, 점에 필적할 정도로 자그마한 빛 같은 것이.
아니, 빛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빛이라기엔 너무나도 시커먼 색이었으니까.
하루카「이… 목걸이가」
하루카「말을……!」
착각 같은 것이 아니라고 쐐기를 박듯, 혼란스러운 사고를 비집고 속삭임이 들려왔습니다.
『저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빌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이루어드릴 테니』
상식 밖의 상황. 가슴을 죄어 오는 긴장감과 두려움.
꿀꺽,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때의 저는 정상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끝까지 환청인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목걸이를 벗어던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다못해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방을 뛰쳐나가 부모님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침착하게,
밉고 또 미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버리고 말았으니까요.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어쩐지 멍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입 밖에 냈습니다. 이렇게 하면 대화가 통할지 어떨지도 알 수 없었지만.
하루카「그 사람을 말하면, 저주해 주는 건가요?」
『빌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이루어드릴 테니』
같은 대답.
하지만 그렇기에 어떤 의미로는 신뢰를 주는 대답.
저는, 그 짧은 찰나 뇌리를 스쳐지나간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또박또박, 씹어뱉듯이 이름을 발음했습니다.
하루카「>>+4를, 저주해 주세요」
햄조 어떤가요!
자기혐오 루트 떴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돌연 침묵했습니다. 이어지는 정적.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였지만, 그 침묵에서만큼은 미묘하게 인간적인 것을 느낀 것 같았습니다. 저의 착각이었을까요.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다시 한 번 말했습니다.
하루카「저를 저주해 주세요」
이유를 물으려나.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댈 이유는 산더미만큼 있었으니까.
자기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얼마나 덜떨어졌는지. 얼마나 민폐가 되는지 따위는, 평소에도 머릿속을 터질 듯이 채우고 있고 자기 위해서 불을 끄고 침대 위에 누워 이불을 덮으면 발 아래에서부터 스멀스멀 타고 올라와 새까매진 시야마저 더욱 검게 물들이고 말 정도로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한 발짝만 더 나갔더라면 모두를 세계를 전부를 증오하는 데에 이르고 말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저는 아무튼 저 자신이 밉고 미워서 견딜 수 없었어요.
무슨 저주라도 좋아. 죽음에 이르는 저주라고 해도 상관없어.
비현실적인 상황에 몸을 맡겨, 비현실적인 망상과 함께, 응답을 기다렸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의문. 가벼운 실망감.
하루카「어째서, 죠?」
『자기 자신은 대상으로 지정할 수 없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았던 만큼, 이유를 대지 않고서 대답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까지 절실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저 차분하게 납득했습니다.
『다른 대상을 지정하세요』
하루카「그렇지만 저주하고 싶은 건 저밖엔 없는걸요」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 한 마디와 함께.
시커멓게 꿈틀대던 목걸이 안의 무언가가 순식간에 흘러넘쳐, 방 안을 끈적하게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끈끈한 액체가 순식간에 불어나, 이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검고,
검고,
검어.
나, 뭔가 실수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저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하루카「응, 굉장히 예뻐」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서 하루카가 목걸이를 내밀었다. 손에 들린 그것은, 하지만 예쁘다기엔 아무런 특징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물건이다. 보라색 보석이 달려 있지만 아마 그조차도 모조일 것이다. 약간 의문스런 얼굴로 하루카를 바라보자 하루카는 재차 생긋 웃으며 아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이거, >>+3에게 줄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사무소에 출근하자마자 말을 걸어 온 하루카는 제대로 된 인사조차 건네기 전에 대뜸 목걸이부터 내밀어 왔기 때문이다. 당황하여 눈을 바라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 없을 터인데도, 어째서인지 여느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하루카「응? 유키호, 받아 주지 않을래? 유키호를 위해서 준비했다니까」
유키호「저, 저기, 하루카… 왜 그러는 거야? 조금 무서워」
하루카「내가 왜? 난 평소대로인걸, 그렇잖아? 유키호. 그런 건 됐으니까」
하루카가 목걸이를 다시 들이밀었다. 거절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뒤로 밀치기라도 할 기세로 목걸이를 쥔 손을 가슴에 가져다 댔다. 움찔하여 뒤로 물러섰다. 하루카는 생긋 하고 웃어 보였다.
하루카「응? 유키호」
하루카「받아 줘」
유키호「… 읏, 아, 알았… 어. 받을게」
쭈뼛쭈뼛 손을 내밀어 하루카의 손에 걸린 목걸이를 받았다. 이어질지도 모르는 추궁이 두려운 나머지 재빨리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하루카는 그것을 보더니 갑작스레 무표정한 얼굴이 되었다. 연료가 떨어진 로봇처럼, 하루카는 멀뚱히 선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유키호「저기… 하루, 카…?」
하루카「…… 아? 응, 유키호. 왜 그래?」
하루카는 곧 정신을 차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하루카는 여느 때와 같이 밝게 행동했다. 이상해. 그렇게 느꼈지만 캐묻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는 거곘지, 애초에 선물을 받지 않으면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도 기가 죽은 나머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하루의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내 방의 침대에 걸터앉은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빌도록 하십시오』
『그것을, 이루어드릴 테니』
그렇구나.
어쩐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3 유키호가 저주한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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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토가 밉다.
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그것을 짚어 보기 위해선 아마 처음으로 마코토에게 동경심을 품었을 때까지 거슬러 가야 할 것이다.
마코토는 멋있는 아이다. 당당하고, 활기차고, 밝고, 나 같은 것과는 정반대다. 남자다우면서도 소녀다운 면도 있다. 좌우지간 좋았다. 항상 마코토를 좇고 있었다. 사무소 내에서 가장 친한 두 사람이라고 자타가 공인했다.
하지만 그것도 순식간에 파탄났다.
사실 잘못은 내 쪽에 있을 것이다. 선을 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기가 행동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마코토는 극히 평범한 축의 사람이었다.
그런 마코토가, '특별함'에 어울려 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은 어느새 훨씬 질 나쁜 것으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왜.
미워.
마코토, 네가 미워.
이렇게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절망했다.
행복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담했다.
그렇기 때문에 빌었다. 그 정돈 괜찮잖아?
난 꼴사나운 애니까, 이 이상 꼴사나워진다고 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다.
유키호「키쿠치 마코토를 저주해 주세요」
『저주의 내용을 말씀하십시오』
『단,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유키호「… 주의사항?」
『저주의 내용은 당신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유키호「……」
저주할 거라면 무덤을 두 개 파라.
이렇게까지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오히려 웃음이 나올 정도다.
『저주의 내용을 정하십시오』
『정할 수 없다면, 기존에 정해져 있는 저주를 실행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떠한 피해도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당신이 스스로 정해도 무관합니다. 그러면 저주의 내용을』
『정해주십시오』
1. 직접 저주의 내용을 정한다 (내용도 함께)
2. 맡긴다
>>+4
주변에 의식하게 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는 걸로...
마코토가 자기만 바라볼 수 있도록.
765의 모두가 마코토를 미워하게 되고, 이것은 유키호도 마찬가지. 서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목소리가 물어 온다. 적어도 한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일까. 그럼에도 같은 대답을 되풀이했다.
유키호「네, 괜찮아요. 그러니까 해 주세요」
유키호「모두에게 미움받도록 해 주세요」
유키호「하기와라 유키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미움받도록」
유키호「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도록」
알고 있다.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의 의미를. 나도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미움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이미 전부 잊어버렸다. 아이돌이 된 이유라던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이라던가, 사랑을 주고받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던가, 전부 남김없이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괜찮아.
헤어나올 수 없는 늪 안에서 허우적대는 마코토에게 뛰어든다.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래, 함께 늪 안에서 가라앉기 위해서. 마지막 애처로운 호흡마저도, 목 안까지 들어찬 물 탓에 꾸르륵거리는 소리밖에는 되지 않는 단말마마저 함께 하기 위해서.
복수일까?
집착일까?
미련일까?
잘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섣불리 빈 소원은, 역시 잘못되어 있었는지도.
『저주는 이루어졌습니다』
***
효과는 다음 날부터 즉각 나타났다.
하루카「……」
사무소에서 마주친 하루카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나를 째려봤다.
미키「… 기분 나쁜 거야. 왜 아이돌 같은 거 하고 있는 걸까」
미키는 들으라는 듯이 비아냥거렸다.
타카네「…… 윽」
시죠 씨는 불결한 것이라도 본 듯 나를 피했다.
비단 사무소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추장스러운 눈치의 프로듀서를 따라 나선 CD 사인회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단 한 명도.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초리만이 온몸에 따갑게 꽂힐 뿐이었다. 더 볼 것도 없다며 자리를 정리하던 프로듀서가 힐끗 돌아보며 지겹다는 투로 빈정댔다.
P「… 새삼스럽지도 않다. 유키호, 너 진짜 가망 없어」
그렇겠죠, 프로듀서.
차 뒷좌석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얹힌 채로 사무소로 돌아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자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갔다.
이제 저 사람들 중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겠지?
조금 우스워졌다. 후후,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하지, 마코토. 이거 생각보다 더,
괴로워
사무소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보는 둥 마는 둥하며 먼저 건물로 들어가는 프로듀서의 뒤를 따랐다. 사무소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간 프로듀서 뒤에서 그대로 멈추어 섰다. 닫힌 문은 기다려도 열리지 않았다. 역시 나 같은 건 들어오든 말든 상관없다는 걸까.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그런 것 때문에 들어가지 않은 게 아니었으니까.
계단을 마저 올랐다. 목적지는 옥상이었다. 예감했기 때문이다.
마코토는 그곳에 있었다.
옥상의 한구석,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얼굴을 파묻고 있는 눈에 익은 흑발의 소녀. 얼핏 보면 소년으로 착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절대로 헷갈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들끓는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이. 아아, 하지만, 난 이제 알 것 같아, 마코토.
그게 바로 애증이라고 부르는 감정이었던 거겠지?
그래, 이제 알았어. 자아, 마코토.
내가 너의 구세주가 되어 줄게.
마코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마코토가 얼굴을 들었다. 한바탕 눈물을 흘렸는지 새빨개진 눈가는 부어올라 있었다. 엉망으로 헝클어져 이마에 들러붙은 앞머리가 섬뜩하리만치 스산하다. 다가온 사람의 정체를 아직 인식하지 못했는지 마코토의 시선은 흐리멍텅했다.
아, 사랑스럽다.
그렇게도 보일 수 있는 거구나, 그 순간 깨달았다.
유키호「마코토」
유키호「왜 울고 있어?」
마코토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 표정이 점차 일그러진다. 울음을 터트리려는 걸까? 상냥하게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 아직 남아 있다는 안도감과 환희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내 위화감을 눈치챘다.
마코토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틀림없이,
혐오,
다?
굉장히 눈에 익다.
왜냐면 오늘 하 루종 일 보았 는 걸
이런
건
아.
그제서야 실감했다.
부족했어.
실수했어.
빠뜨린 게, 있었어.
마코토「… 꺼져, 하기와라」
그것은 마코토의 입에서 나온 적이 없었던 호칭이었다.
마코토「너 같은 쓰레기가 내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마코토「여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 들어」
마코토「…… 돌아가버려」
마코토는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무엇을, 놓쳤는지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다.
모두에게 미움받도록.
하기와라 유키호를 제외한 모두에게.
그것이 나에게 적용되었다면, 그렇다면.
그 대상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키쿠치 마코토 또한, 포함되는 거니까.
상호의존?
나는 무슨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단지 미워할 뿐이라면 괜찮다. 그것은 결국 돌릴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을 좋아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면,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결국은 미움마저 매달림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한해서만큼은 그렇게 될 리가 없다.
절대적이니까.
이 증오는, 결코 변할 일이 없을 테니까.
저주.
하다못해 늪 안에서라면 서로 껴안은 채 가라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싫다.
***
자연히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방에 틀어박혔다. 틀어박힌 채로 계속해서 생각했다. 되돌릴 방법. 되돌릴 방법. 되돌리지 못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어. 죽을 수밖에 없어.
유키호「…………」
퀭한 눈으로 목걸이를 내려다봤다. 아무런 징후도 없다.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탈출의 단서 따윈 제공하지 않는다.
없는 건가요? 역시.
1. 목걸이를 부순다
2. 하루카라면, 뭔가.
>>+4
아마미씨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싶지만...
어째서냐냥!
어째서,어째서, .. 어떻게 되도 하루카만 이득이라냐...
하기와라 유키호로 지적할 수는 없었던...
유키호「뭔가 알고 있을 거야」
애초에 이 목걸이를 건네준 사람은 하루카다. 생각해 보면 억지로 떠넘기려고 했던 태도부터가 이상했다.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목걸이의 정체를. 그 위험성을. 사용한 사람이 어떤 꼴이 될 것인가도.
나를 미워하고 있었던 거야. 분명히 그런 것이다. 내가 불행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자신에겐 부담스러운 물건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선물이랍시고 떠넘겼던 것이다.
검은 감정이,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부풀었다.
아니,
이제 와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도 방법이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을 방법. 하루카가 준 것인 만큼 하루카가 알고 있을 것이다─ 라고 하기보다 애초에 그것밖엔 방법이 남아 있지 않다.
물어보더라도 제대로 대답해 줄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렇대도, 어쩔 수 없으니까.
유키호「……」
유키호「잘못, 했어요」
이불을 뒤집어써 후텁지근하고 답답한 감각에 휩싸인 채로, 사죄했다.
유키호「잘못했어요」
유키호「잘못했어요…」
나는─ 누구에게 사과하는 걸까.
그것도 모르는 주제에.
***
하루카「… 하? 무슨 소리야. 이젠 헛소리까지 하는 거야, 유키호?」
유키호「……」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미 하루카라는 아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새삼 절감했다. 하루카는 자신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상대에게라면 이렇게까지 돌변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애써 웃는 낯을 보였다. 상처받았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키호「… 이, 이 목걸이, 하루카가 준 거잖아…? 저기, 어디에서 산 거야? 그거라도 알려줄 수 없을까?」
하루카「왜 내가 그걸 알려줘야 돼? 줬으면 그걸로 끝이잖아. 왜, 이제 와서 싫어지기라도 했어? 내가 준 거라서?」
유키호「그… 그런 게, 아니라… 난… 그냥」
하루카「아아, 나도 후회하고 있어. 왜 유키호 같은 애한테 선물을 준 걸까~. 치하야한테라도 줬다면 기뻐했을 텐데. 미쳤었나 봐, 그치?」
유키호「윽……」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눌러 참았다. 안 된다. 이것을 놓치면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어떻게든 해야 한다. 추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매달리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유키호「부탁, 할게… 하루카」
유키호「나…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서」
하루카「…… 으에」
어떤 표정을 지은 것으로 보였던 것인지, 하루카는 노골적으로 역겨운 눈빛을 했다.
아주 잠시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던 하루카는 이윽고,
1. 말해준다
2. 외면한다
>>+4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눈을 가늘게 뜨고 조소했다.
하루카「싫~어」
하루카「역시,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는걸」
아, 안 된다. 어쩔 수도 없는 사실을 절감했다. 안 되는 일도 있는 것이다. 필사적으로 하더라도, 아무리 처절해져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 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무력하기 때문이다. 이젠 어떻게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다.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간단하게 알 수 있었다.
단서는 얻을 수 없다.
상황은 바꿀 수 없다.
돌이키는 건 불가능하다.
남겨진 방법이 없다면.
유키호「알겠어, 미안해 하루카. 계속 내 얼굴 같은 걸 보게 해서」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나 같은 건 하루카의 경멸이 어느 정도로 클지 예상이 가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하루카는 굉장히 미묘한 얼굴을 했다.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후련해졌는지, 이윽고 이 쪽을 흘깃거리고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 합류해 즐겁게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수다라도 떨고 있는 것일까.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지만.
사무소를 나섰다. 문을 닫고 소리없이 등을 기대, 스르륵 무너지듯이 주저앉았다. 아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난도질당한 자의식이 제멋대로 비애를 자아낸다.
누구도 듣지 못할 만큼 조용히 읊조렸다.
1. 이제, 버틸 수 없다.
2. 그럼에도, 살아가자.
>>+3
>>61 무슨 소리인가요. 저런 상황에서조차 살아나가야죠. 이런 말도 있잖아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살아있으면 희망은 있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제일 지옥이 아니라는 희망이.)
옥상에 몇 번인가 올라가 본 적이 있다. 답답할 때. 괴로울 때. 스스로가 미울 때. 왜 이렇게나 갑갑하고 볼품없고 초라한 아이인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은데, 그것은 누구에게 묻더라도 대답이 나오지 않는 일임을 자각하고 말았을 때. 바람을 맞고 싶을 때. 하늘을 보고 싶을 때.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싶을 때. 사실 사무소가 있는 건물은 결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것만큼은 충족할 수 없는 목적이었지만.
또각.
이번만큼은 달랐다. 올라가는 목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사실 드문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옥상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반 이상은 이 목적에 대해 생각하겠지. 물론 그만큼의 사람들이 그것과 같은 목적을 가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연상해내기는 할 것이다. 그만큼이나 연관이 깊으니까. 그만큼이나 흔하기도 하니까. 뉴스에서도, 만화에서도, 영화에서도, 게임에서도 질리도록 보여 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질린 나머지 웬만하면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상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각.
사실,
죽는다는 건,
그것이 언제이건간에,
허무하니까.
그뿐야.
또각.
문을 연 순간 시원한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다. 오늘은 바람이 있는 날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센 기세도 아닌, 딱 기분 좋은 정도의 시원함이었기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녹음한 적이 있었던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가사도 떠올렸다. 봄바람의 리듬. 춤추는 나뭇잎, 흔들리는 사운드.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아기새와 함께, 허밍.
곤란하다.
그렇지만 딱히 흔들리는 소리를 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침착하게 되질 않는다. 스스로는 대단히 침착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까지 그렇게는 안 되는 모양이다. 애초에,
내 인생에서 마음대로 된 것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아마도.
목에 건 것을 만지작거렸다.
하다못해 남겨두도록 하자.
벗어서 발밑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유예는 자신의 손에 의해 사라졌다.
탁 트인 풍경 앞에서 두 손을 마주모아 뒷짐을 지고 그 자리에 멈춰섰다. 기분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주위에는, 아래에는, 뒤에는 아무도 없다. 그것이 유난히 기뻤다. 그라비아 촬영을 위해 열심히 연습했던 요령을 살려, 지금껏 없을 정도로, 활짝 웃었다.
누군가 찍어 주지 않으려나?
아, 그렇지. 잊고 있었다.
이제 내가 이런 식으로 말을 걸 수 있는 '누군가' 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잘 있어.
춤추듯이, 그러나 화려하지 않게,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어.
한 번도 이뤄낸 적 없었던 로드뷰를.
Gratified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최초 발견자는 나였다. 괴로움을 가눌 길이 없어 또다시 올라간 옥상에서, 기묘하게 빛나는 목걸이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그것을 줍고, 무심코 내려다본 곳에는 흰색의 꽃잎이 시뻘겋게 물든 채로 무참하게 짓이겨져 있었다.
유키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무소의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투신자살이다. 당연히 화제가 되어 사무소의 활동은 거의 강제로 올스톱되었지만, 딱히 그런 부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 그래야 했는지, 그것 또한 알고 있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부분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괴하다.
남겨진 이들의 행동이, 너무나도 기괴하다.
하루카는 충격에 빠져 자택에 틀어박혔다. 타카네는 좀더 잘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탄식했다. 아즈사는 한 시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 듯 언제 보아도 벌겋게 부은 눈을 하고 있었다. 미키는 항상 차를 끓여 주던 유키호가 떠오르는 듯 주먹밥도 먹지 않게 되었다. 히비키는 매일같이 유키호의 무덤에 찾아가고 있지만 유가족과 마주쳤다간 어떤 사단이 날지 알고 있기에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라며 엉망진창인 목소리로 털어놓기도 했다.
이상하다.
왜?
아니, 그치만 그렇잖아.
너희들이잖아?
우리들이잖아?
유키호를 그렇게 만든 건,
나잖아?
기괴하다.
나조차도 유키호가 더 이상 밉지 않다는 것이 기괴하다.
유키호를 잠시나마 증오했었다는 사실이 기괴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것들이 결코 거짓일 리가 없다.
모두 잊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버틸 수가 없다. 뭐야, 유키호. 이건.
나에 대한 저주야?
목걸이를 강하게 쥐었다. 조금 더 날카로웠다면 손바닥을 파고들어 상처를 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중간하게 각이 진 모조 보석은 아무리 힘을 넣어 쥐어도 약간의 아픔밖에는 가져다주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기괴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모두의 태도의 변화. 분명히 친한 동료였던 아이들이, 하루만에 돌변하여 나를 경원시했다. 누구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비단 동료들만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이 나의 적이 되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미치고 말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왜 울고 있어?』
너는,
다가와 주었었는데.
「… 윽… 큭, 우욱…」
새어나오는 소리를 억누를 수 없었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최대한 억눌렀다. 그럼에도 미처 다 막지 못한 흐느낌이 방 안을 스산하게 채웠다. 무엇을 위해 우는 거지? 그런 것은 간단했다.
나를 위해 울었다.
유키호를 위해 울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며칠 전을 위해,
울었다.
「미안… 해…」
주체할 수 없는 통곡을 삼키며, 숨을 들이키는 것조차 잊고서, 그 아이에게 빌었다. 이제는 듣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었다.
「미안해, 유키호… 미안… 미안」
전부 비틀려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나빴기 때문인 것만 같아서.
그저, 유키호에게 사과했다.
언제까지고.
곧 따라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사과했다.
END
ㅎㅎ..헿ㅎ.ㅔ헤ㅔ..
제게 좀 더 1박과 1일이 있었더라면─
군인, 변명은 죄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여튼 그렇습니다
모두 참여 감사해요…
수고하셨습니다(__
군대...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