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또래는, 날 보고 애늙은이냐며 놀려댔다.
선생님께서는, 내 나이에 꿈을 꾸지 않으면 평생의 손해라고 말씀하셨다.
꿈. 그게 미래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을 뜻하는 거라면, 그건 나와 인연이 없었다고 그때의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 세상은 수많은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그 톱니바퀴 중 하나다. 나 하나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톱니바퀴는 돌아간다. 그걸 어느샌가 깨달아버린 나는, 내가 어찌하고자 할 의지도 없이 시간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꿈을 쫓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도, 그 톱니바퀴들이 맞물린 우연이었던 걸까?
"저기, 실례합니다아앗?!"
무미건조하게 늘어선, 그러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갖춰보겠다는 안달감 속에 싸구려 희극에서조차 쓰지 않을 듯한 데코레이션을 휘감은 건물들 옥상에 해가 고단한 몸을 눕히려 할 때쯤, 가게 입구에서 밝은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입구에 진열된 꽃들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부모님께 여쭤보고 조치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카운터로 나선 내 눈에는, 절묘하게도 늘어선 화분과 진열대를 피해 혼자 넘어진 여성이 조심스레 일어서고 있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라는 상투적인 질문에
"아뇨! 괜찮아요! 하루에 한 번은 꼭 넘어지거든요. 에헤헤.."
라며 헤실헤실한 웃음으로 대답한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응.. 저기, 죄송한데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그러던 여자는, 지금 자신에게 어울리는 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새로운 분이 오시는데, 그 분에게 도움이 될만한 꽃이 있느냐는 내용. ...아무리 봐도 내 또래인데 벌써 OL인가? 아니면 위법? 기묘한 손님에게 떠오른 몇가지 질문을 목 속으로 밀어넣고, 떠오른 몇가지 꽃을 추천했다.
라벤더.. 꽃말은 기대, 하지만 불신 이라는 꽃말도 있기에, 다른 꽃을 섞어보는게 어떨까 제안했다.
은방울꽃...반드시 행복해집니다. 손님은 그건 아닌거같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비비추는 어떨까? 좋은 소식. 하늘이 내린 인연. 손님은 다른 꽃도 있는지 물어보았다.
..해가 뒤척이며 건물 옥상에서 내려가고 검푸른 어둠이 해가 지나간 자리를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손님은 완성된 꽃다발과 화분을 보면서 방긋 웃고 있었다. 나도 아직 공부가 필요하구나, 그런걸 느끼며 배송해드릴지 물어보자, 손님은 직접 들고 가겠다며 꽃다발을 안았다. ..어쩐지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려 하길래, 급히 뛰어가서 부축해줬다.
감사하다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던 손님은, 나에게서 얼굴을 돌릴 때까지 연신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또 넘어졌다.
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내 나이에 꿈을 꾸지 않으면 평생의 손해라고 말씀하셨다.
꿈. 그게 미래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을 뜻하는 거라면, 그건 나와 인연이 없었다고 그때의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이 세상은 수많은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그 톱니바퀴 중 하나다. 나 하나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이, 톱니바퀴는 돌아간다. 그걸 어느샌가 깨달아버린 나는, 내가 어찌하고자 할 의지도 없이 시간에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랬던 내가, 꿈을 쫓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 것도, 그 톱니바퀴들이 맞물린 우연이었던 걸까?
무미건조하게 늘어선, 그러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갖춰보겠다는 안달감 속에 싸구려 희극에서조차 쓰지 않을 듯한 데코레이션을 휘감은 건물들 옥상에 해가 고단한 몸을 눕히려 할 때쯤, 가게 입구에서 밝은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입구에 진열된 꽃들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부모님께 여쭤보고 조치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카운터로 나선 내 눈에는, 절묘하게도 늘어선 화분과 진열대를 피해 혼자 넘어진 여성이 조심스레 일어서고 있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라는 상투적인 질문에
"아뇨! 괜찮아요! 하루에 한 번은 꼭 넘어지거든요. 에헤헤.."
라며 헤실헤실한 웃음으로 대답한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응.. 저기, 죄송한데 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그러던 여자는, 지금 자신에게 어울리는 꽃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새로운 분이 오시는데, 그 분에게 도움이 될만한 꽃이 있느냐는 내용. ...아무리 봐도 내 또래인데 벌써 OL인가? 아니면 위법? 기묘한 손님에게 떠오른 몇가지 질문을 목 속으로 밀어넣고, 떠오른 몇가지 꽃을 추천했다.
라벤더.. 꽃말은 기대, 하지만 불신 이라는 꽃말도 있기에, 다른 꽃을 섞어보는게 어떨까 제안했다.
은방울꽃...반드시 행복해집니다. 손님은 그건 아닌거같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비비추는 어떨까? 좋은 소식. 하늘이 내린 인연. 손님은 다른 꽃도 있는지 물어보았다.
감사하다고 꾸벅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던 손님은, 나에게서 얼굴을 돌릴 때까지 연신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또 넘어졌다.
꽃말은 위키백과에서 참고하고 있습니다. 다시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__). 최대한 빨리 더 좋은 글로 이어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