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끝까지 울리는 이상한 경고음. P는 머리를 움켜쥐고 일어났다. 고막부터 뇌까지 구석구석 울려퍼지는 괴음은 그가 일어나자마자 평형 감각을 잃고 쓰러지기에 충분했다.
"끄아아악...!!"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 안개속에서 더듬거리며, 끔찍한 두통에 울부짖으며 얼굴을 이끼에 비빈다. 어느정도 지나자 P는 더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줄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피로, 하지만 웃음, 갑작스러운 충돌, 그리고 눈 앞에서 사라진 여자아이.
"우즈키"
P는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안개는 여전히 짙었다. 손으로 땅을 짚고 나뭇가지를 잡으며 어딘가를 향해 본능적으로 간 P는 인기척을 느꼈다.
"우즈키!"
인기척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간 그는 돌 틈에 발이걸려 넘어졌다. 얼굴에 작지만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곧바로 일어나 다시 뛰었다. 계속 무언가에 부딪히고 까지고 피가나고 멍들었지만 그는 계속 뛰었다.
그런 그의 체력에 한계가 올쯤 옅어진 안개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여기에요! 여기!"
기쁜 마음을 안고 그들에게 뛰어간 그는 곧바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위장무늬의 근미래 SF에서나 볼법한 슈트를 입은 그들은 커다란 소총을 들고 P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중 한 명은 그 자리에 쓰러져있던 소녀, 우즈키의 어께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P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들이 결코 호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커다란 총를 든 그들은 절대 자신에게 호의적 존재가 아니라고. 그 생각에 부스터를 달아주듯 그들중 한명이 주사기를 꺼내 우즈키에게 무언가를 주사하려 했고 또 다른 한명은 P를 향해 총을 조준했다.
기세좋게 날라간 주먹은 곧 누군가에 의해 간단히 막혔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P는 휘청거렸고 곧 P의 주먹을 막은 자는 P를 팔로 밀어낸뒤 개머리판을 크게 휘둘렀다. 보기좋게 제대로 맞은 P는 느꼈다. 아프다는걸. 너무나 아파서 죽을 것 같다는걸. 흔들리는 턱을 겨우 붙잡고 중심을 잡으려는 찰나 다시 한 번 휘둘리는 개머리판. P의 두뇌는 흔들렸고 P의 몸은 전기 끊어진 로봇처럼 그대로 널부러졌다.
P는 처음 느껴보는 두통이 너무나도 싫었다. 날카로운 형광등빛이 P의 눈동자를 도려내듯 마구 찔렀다. 얼굴을 찌뿌리며 일어난 그는 자신 사방이 흰 쿠션으로 가득찬 방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10엔 이라 적힌 동전 하나만 있었다.
곧바로 한 구석에 있던 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을 빼입은 그는 뒤에서 책상과 의자 두개를 가져온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게 말했다.
"나가도 괜찮아"
검은 정장들은 곧바로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닫히는 문소리는 이제 이 공간에 P와 그만 남았다는걸 P에게 환기시켜줬다.
"앉으시죠"
사내가 말했다. P는 천천히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음. 당신은 누구죠?"
P는 너무나 쉬운, 그리고 형식적 질문을 듣고 살짝 웃었다. 뭔가 핀트가 안맞는 대사였다. '네 이름은?'이라고 보통 말하지 않던가. P는 앞에 앉아있던 사내에게 웃으며 말하려했다.
"내 이름은....."
그때 P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쉽게 말하려던 그 대답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그말이즉슨 그는 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 그는 단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그가 아는 유일한 사실이 되었다.
한 남성이 사무실 안에서 타자를 두드리고 있다. 직급은 대리. 능숙한 솜씨로 엑셀 파일을 작성해내고 있다. 평소에 학습된 것처럼 컵에 담긴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엑셀 파일을 상사에게 보낸다. 그리고 떨어지는 OK사인. 그는 그걸로 만족하는 법을 학습했다.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의 이름은 '요한 모세'.
하지만 우리는 그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 P. 하지만 P는 자신의 이름이 P라고 학습하지 않았다. '요한 모세'라고 학습했다.
"요한"
그의 상사가 그를 뒤에서 불렀다. 요한은 대답했다.
"예 과장님"
상사는 기분 좋게 웃었다.
"정말 엄청난 슈퍼 루키군. 자네. 이번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어"
상사는 요한에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내주었다. 흰 종이 위에는 짙은 검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따라서 중앙연구소로 직별 이동이 학정됨을 알림. 위대한 지도자 만세"
"자네 승진했다네. 이게 다 위대한 지도자 덕분이지"
요한은 기뻤다. 자신의 가치를 지도자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렇게 학습이 되었기에 그는 기뻤다.
"2년만이군 자네가 온지"
상사는 웃으며 요한의 어께를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요한은 그저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학습되었으니까.
집에 돌아온 요한은 먼저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맥주캔 하나를 꺼내 소파위에 앉아 TV를 켰다. 맥주가 들어가자 그는 자신의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학습받았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아딸딸한 기분 속에서 요한은 채널을 골랐다.
뉴스는 언제나 똑같았다. '땡' 하면 '위대한'으로 시작하는, 이른바 '땡위'뉴스는 위대한 지도자의 행동을 찬양하며 시작했다.
"위대한 지도자께서는 오늘 공장 순찰을 도시며 강력한 생산력이 곧 강력한 국력이라며 애국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더러운 반국가분자'
"더러운 반국가분자, 공공의 적들이 오늘도 14명이나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신성한 자유국가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악마의 족속들이며...."
그다음 이어지는 여러가지 이상한 내용들. P라면 '뉴스가 왜 이따구야'라고 할만한 저급한 내용이였지만 그는 P가 아니었다. 그는 요한이었다.
20분쯤 흘렀을까 요한은 다른 채널로 틀까 고민했다.
그는 채널을 [1.유지하기로] [2. 예능으로] [3.영화로] [4.드라마로] 결정했다.>>14
요한은 참기로 결정했다. 채널을 굳이 돌린다는건 학습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오늘 각계의 중요인사분들이 함께 모여 국가의 무궁한 영광을 기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영식분들과 영애분들도...."
그때 요한은 누군가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 소녀라고 해야할지 모를 그 여성은 갈색의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평범한 미인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요한의 눈동자에 그대로 박혔을까. 우리는 그 답을 안다.
"중앙연구소장 이시하라 슈헤이 박사께선......"
소녀와 같이 찍힌 자는 그가 곧 가게 될 직장의 최고 상사였다. 어쩌면 요한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무의식적 작은 안도감과 기쁨. 하지만 요한은 눈치채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그는 맥주를 다 마신뒤 다시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보았다. 여전히 소녀는 화면에 작게 있었지만 요한은 아까와는 다른 감정을 가졌다.
'관심 없음'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일주일이 지나 새로운 직장으로 가기 위해 이사한 그는 가장 먼저 한 태블릿을 꺼냈다. '중앙연구소 매뉴얼'이라고 적힌 파일을 꺼낸 그는 곧바로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완벽히 학습했지만 딱히 달리 할 것도 없는 그는 그냥 읽기로 결정했다. 따뜻한 햇살이 오랜만에 그의 뺨을 따스하게 했다. 전에 있던 곳은 녹지 하나 보기 힘든 회색 덩어리였지만 이곳은 넓은 푸른 평야와 절벽 아래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요한은 잠시 푸른 하늘 아래 들판과 바다를 보더니 태블릿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했다. 그의 기억 내용으론 이런 자연을 마지막으로 본게 초등학교때 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밝은색 셔츠를 입고 푸른 청바지를 입은채 [1.들판],[2.바다]를 보러갔다.
바다.모든 생명의 스프. 요한은 수평선에서 날라오는 해풍을 맞으며 생각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출렁이는 파도와 부숴지는 파도소리. 그는 사실상 처음으로 바다를 본 것이다. 한창 바다의 미를 찬양하고 있을때 시야 한 구석에서 흰 색의 울렁거림을 보았다. 요한은 급히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번써 일주일째. 요한은 말단 사무직이 되었다. 일은 기존보다 넘쳤지만 요한은 만족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 바다, 하늘, 잦은 휴식, 좀더 많아진 여가활동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그는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오전근무량을 다 끝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 쪽 구석에 놓인 휴게실에 앉아 동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까기 시작했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말이다.
곧이어 점심시간. 예전보다 좀더 좋아진 식단을 즐길 수 있게된 요한은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즐겼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항상 지도자에게 감사하며 삶을 즐겼다.
오후 업무를 하기위해 자리에 복귀하자 그는 팀장이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평소 지도자에게 의문을 품던 사내였지만 능력은 뛰어났던 자로 요한은 기억했다. 그가 급히 출장을 갔고 나머지 상사들도 긴급 회의에 들어가 보고서를 자신이 직접 연구소장에게 갔다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물론 요한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연구소장 실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현재 층은 5층, 연구소장의 사무실은 7층에 있었다. 무언가 애매한 차이.
요한은 [1.엘리베이터] [2.계단]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25
2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끄아아악...!!"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 안개속에서 더듬거리며, 끔찍한 두통에 울부짖으며 얼굴을 이끼에 비빈다. 어느정도 지나자 P는 더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한줄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피로, 하지만 웃음, 갑작스러운 충돌, 그리고 눈 앞에서 사라진 여자아이.
"우즈키"
P는 곧바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안개는 여전히 짙었다. 손으로 땅을 짚고 나뭇가지를 잡으며 어딘가를 향해 본능적으로 간 P는 인기척을 느꼈다.
"우즈키!"
인기척을 향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간 그는 돌 틈에 발이걸려 넘어졌다. 얼굴에 작지만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곧바로 일어나 다시 뛰었다. 계속 무언가에 부딪히고 까지고 피가나고 멍들었지만 그는 계속 뛰었다.
그런 그의 체력에 한계가 올쯤 옅어진 안개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는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여기에요! 여기!"
기쁜 마음을 안고 그들에게 뛰어간 그는 곧바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위장무늬의 근미래 SF에서나 볼법한 슈트를 입은 그들은 커다란 소총을 들고 P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중 한 명은 그 자리에 쓰러져있던 소녀, 우즈키의 어께를 손으로 잡고 있었다.
P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들이 결코 호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커다란 총를 든 그들은 절대 자신에게 호의적 존재가 아니라고. 그 생각에 부스터를 달아주듯 그들중 한명이 주사기를 꺼내 우즈키에게 무언가를 주사하려 했고 또 다른 한명은 P를 향해 총을 조준했다.
P는 [1. 그들을 맨몸으로 공격하기로] [2. 그자리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3
타케 P라면 도망가지 않습니다!
마성의 남자답게 모두를 프로듀싱해서 해피엔딩으로 이끌겁니다! (?)
"그녀를 놓아줘!!!!"
기세좋게 날라간 주먹은 곧 누군가에 의해 간단히 막혔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은 P는 휘청거렸고 곧 P의 주먹을 막은 자는 P를 팔로 밀어낸뒤 개머리판을 크게 휘둘렀다. 보기좋게 제대로 맞은 P는 느꼈다. 아프다는걸. 너무나 아파서 죽을 것 같다는걸. 흔들리는 턱을 겨우 붙잡고 중심을 잡으려는 찰나 다시 한 번 휘둘리는 개머리판. P의 두뇌는 흔들렸고 P의 몸은 전기 끊어진 로봇처럼 그대로 널부러졌다.
P는 처음 느껴보는 두통이 너무나도 싫었다. 날카로운 형광등빛이 P의 눈동자를 도려내듯 마구 찔렀다. 얼굴을 찌뿌리며 일어난 그는 자신 사방이 흰 쿠션으로 가득찬 방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본능적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10엔 이라 적힌 동전 하나만 있었다.
곧바로 한 구석에 있던 문이 열렸다. 회색 정장을 빼입은 그는 뒤에서 책상과 의자 두개를 가져온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게 말했다.
"나가도 괜찮아"
검은 정장들은 곧바로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닫히는 문소리는 이제 이 공간에 P와 그만 남았다는걸 P에게 환기시켜줬다.
"앉으시죠"
사내가 말했다. P는 천천히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음. 당신은 누구죠?"
P는 너무나 쉬운, 그리고 형식적 질문을 듣고 살짝 웃었다. 뭔가 핀트가 안맞는 대사였다. '네 이름은?'이라고 보통 말하지 않던가. P는 앞에 앉아있던 사내에게 웃으며 말하려했다.
"내 이름은....."
그때 P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쉽게 말하려던 그 대답이 결코 쉽지 않다는걸. 그말이즉슨 그는 그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 그는 단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게 그가 아는 유일한 사실이 되었다.
"....난 누구지?"
그는 그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다. P. 하지만 P는 자신의 이름이 P라고 학습하지 않았다. '요한 모세'라고 학습했다.
"요한"
그의 상사가 그를 뒤에서 불렀다. 요한은 대답했다.
"예 과장님"
상사는 기분 좋게 웃었다.
"정말 엄청난 슈퍼 루키군. 자네. 이번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어"
상사는 요한에게 작은 종이 한 장을 건내주었다. 흰 종이 위에는 짙은 검은 글씨로 적혀있었다.
"......따라서 중앙연구소로 직별 이동이 학정됨을 알림. 위대한 지도자 만세"
"자네 승진했다네. 이게 다 위대한 지도자 덕분이지"
요한은 기뻤다. 자신의 가치를 지도자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렇게 학습이 되었기에 그는 기뻤다.
"2년만이군 자네가 온지"
상사는 웃으며 요한의 어께를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요한은 그저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학습되었으니까.
집에 돌아온 요한은 먼저 물을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맥주캔 하나를 꺼내 소파위에 앉아 TV를 켰다. 맥주가 들어가자 그는 자신의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학습받았으니 말이다. 어찌되었든 아딸딸한 기분 속에서 요한은 채널을 골랐다.
[1.예능 채널], [2.뉴스 채널], [3. 영화 채널], [4.드라마 채널]>>9
"위대한 지도자께서는 오늘 공장 순찰을 도시며 강력한 생산력이 곧 강력한 국력이라며 애국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더러운 반국가분자'
"더러운 반국가분자, 공공의 적들이 오늘도 14명이나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신성한 자유국가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악마의 족속들이며...."
그다음 이어지는 여러가지 이상한 내용들. P라면 '뉴스가 왜 이따구야'라고 할만한 저급한 내용이였지만 그는 P가 아니었다. 그는 요한이었다.
20분쯤 흘렀을까 요한은 다른 채널로 틀까 고민했다.
그는 채널을 [1.유지하기로] [2. 예능으로] [3.영화로] [4.드라마로] 결정했다.>>14
1....
저 곳은...
1번으로!
"오늘 각계의 중요인사분들이 함께 모여 국가의 무궁한 영광을 기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영식분들과 영애분들도...."
그때 요한은 누군가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한 여성. 소녀라고 해야할지 모를 그 여성은 갈색의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모로 평범한 미인이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얼굴이 요한의 눈동자에 그대로 박혔을까. 우리는 그 답을 안다.
"중앙연구소장 이시하라 슈헤이 박사께선......"
소녀와 같이 찍힌 자는 그가 곧 가게 될 직장의 최고 상사였다. 어쩌면 요한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무의식적 작은 안도감과 기쁨. 하지만 요한은 눈치채지 못했다. 어째서일까 그는 맥주를 다 마신뒤 다시 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화면을 보았다. 여전히 소녀는 화면에 작게 있었지만 요한은 아까와는 다른 감정을 가졌다.
'관심 없음'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일주일이 지나 새로운 직장으로 가기 위해 이사한 그는 가장 먼저 한 태블릿을 꺼냈다. '중앙연구소 매뉴얼'이라고 적힌 파일을 꺼낸 그는 곧바로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완벽히 학습했지만 딱히 달리 할 것도 없는 그는 그냥 읽기로 결정했다. 따뜻한 햇살이 오랜만에 그의 뺨을 따스하게 했다. 전에 있던 곳은 녹지 하나 보기 힘든 회색 덩어리였지만 이곳은 넓은 푸른 평야와 절벽 아래 바다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요한은 잠시 푸른 하늘 아래 들판과 바다를 보더니 태블릿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했다. 그의 기억 내용으론 이런 자연을 마지막으로 본게 초등학교때 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밝은색 셔츠를 입고 푸른 청바지를 입은채 [1.들판],[2.바다]를 보러갔다.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번써 일주일째. 요한은 말단 사무직이 되었다. 일은 기존보다 넘쳤지만 요한은 만족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자연, 바다, 하늘, 잦은 휴식, 좀더 많아진 여가활동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그는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오전근무량을 다 끝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한 쪽 구석에 놓인 휴게실에 앉아 동료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까기 시작했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말이다.
곧이어 점심시간. 예전보다 좀더 좋아진 식단을 즐길 수 있게된 요한은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즐겼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항상 지도자에게 감사하며 삶을 즐겼다.
오후 업무를 하기위해 자리에 복귀하자 그는 팀장이 출장을 가게 되었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평소 지도자에게 의문을 품던 사내였지만 능력은 뛰어났던 자로 요한은 기억했다. 그가 급히 출장을 갔고 나머지 상사들도 긴급 회의에 들어가 보고서를 자신이 직접 연구소장에게 갔다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물론 요한은 기꺼이 받아들였고 연구소장 실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현재 층은 5층, 연구소장의 사무실은 7층에 있었다. 무언가 애매한 차이.
요한은 [1.엘리베이터] [2.계단]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25
"안녕하세요"
인사성 좋아보아는 여자아이가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요한은 그 소녀를 기억할까?
>>+2 주사위 판정 80 이상이면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