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는 아침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초등학교 방학 숙제 이후로는 처음이 아닐까.
부스스한 눈을 반쯤 뜬체로 화장실로 향한다. 적당히 정돈을 하고서 시계를 살펴보자. 출근까지는 제법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 오늘은 여유롭게 아침을 만들어서 먹어도 될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에 메시지가 왔다.
"어라? 이런 이른 아침에?"
-"프로듀서씨이. 마유에요오."-
"어라. 마유가 보낸거네."
-"아침부터 이렇게 보내서 죄송해요."-
"역시 마유. 메시지에서 벌써 착함이 묻어나온 다니까."
-"우연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산책이라도 할 겸 나왔답니다아.
지금 프로듀서씨의 집 근처인데, 같이 아침이라도 드실래요?"-
"마유랑 아침이라."
공적인 장소에서라면 모를까, 사적인 장소에서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접촉이 많아서는 안된다. 언제 가십거리가 될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이른 아침이고. 우연히 만나서 아침을 사 먹는 정도라면 괜찮으려나?"
애시당초 마유가 같이 아침을 먹자는데 거절할수야 없지!
-"to 마유.
지금 바로 나갈 준비할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참 우연이네. 나도 마유도 이런 이른 아침부터 깨다니."
이게 우연의 일치라는 걸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고서 마유와 만났다.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이라도 살까 했는데, 마유가 도시락을 가져왔다.
사내에서 다른 아이돌들과도 나눠 먹으려고 제법 많이 준비해온 모양이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마유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이 끝나고 나른한 오후. 마침 정리도 끝났겠다 드디어 키보드에서 손을 땔 기회가 생긴다.
뭐라도 마실까. 그렇게 생각하며 냉장고에 다가간다. 이 프로덕션의 특징은 아이돌들이 여럿 생활하는 생활관같은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돌들의 사유품이 이곳 저곳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으으응…."
소파에서 잠결에 끄응 거리는 유카리가 보인다. 몸을 뒤척이더니 손으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발소리를 듣고 깬 모양이다.
"프로듀서어…?"
"미안. 깨워버렸네."
"아니에요. 마침 곧 일어나야 했고…."
"음? 유카리는 오늘 저녁까지 스케쥴 비어있는데?"
"아뇨오…. 프로듀서씨 몰래 책상ㅇ… 앗……."
"응?"
"후와와아아아앗."
유카리의 얼굴이 새빨게진다. 잠결에 일어나서 머리가 살짝 뜬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워 진걸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유카리를 뒤로 하고 다시 냉장고로 향한다. 원래는 나 혼자 아이스티라도 타서 마실 생각이었지만, 이왕 깨버린 거 유카리 것도 태워야지.
"으으…. 하마터면 프로듀서씨 몰래, 책상에다가 설치해놓은 카메라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뻔 했어…."
유카리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중얼거린다. 아이스티의 분말을 스푼으로 달그락 달그락 젓는 소리때문에 뭐라고 말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유카리~. 유카리도 아이스티 마실래?"
"앗……. 고맙습니다 프로듀서씨."
아이스티 두 잔을 가져온다. 공손히 양손으로 받아서 마시는 유카리.
15살이라는 나이와는 안 어울리게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지 유카리는.
"유카리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네."
"어라? 그런가요?"
"청순하다고 해야할지 섹시하다고 해야할지."
"ㅅ… 섹시…. ㄱ…… 그런 말 하면 부끄러워요!"
유카리의 얼굴이 딸기처럼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어른스러운 분위기도 있지만 확실히 큐트 타입. 이런 모습도 귀엽다.
유카리와 조금 잡담을 했더니 슬슬 ( >> )의 마중을 갈 시간이 됬다. 이제 잔을 치워야지.
일이 끝나고 퇴근. 일찍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시계는 내 의견과는 반대로 말을 한다. 그 증거로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주황빛 보다는 푸른빛에 가까운 검정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껌껌한 밤길을 달리는 평소보다는 낫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열쇠를 문에 가까이 가져갈 때 폰의 알림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엷게 진동하는 폰을 무시한다. 어차피 전화는 들어가서도 받을 수 있으니까.
"음?"
문이 열려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불안감에 문을 활짝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이 켜져있었다. 집을 나설때 불을 모두 끄고, 문도 확실히 잠갔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어라? 오셨나요 프로듀서씨."
"아아 쿄코구나."
쿄코가 먼저 우리 집에 온 모양이었다.
"마침 저녁 준비가 다 된 참이었어요~."
"매번 저녁을 차려주다니. 미안한걸."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우리 프로덕션의 천사같은 아이들 뿐이다. 그중에서도 뒤에 날개가 돋은 듯 선한 인상을 보여주는 이가라시 쿄코. 가사 전반이 특기이자 취미인 인기 최고의 아이돌이다.
파파라치가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이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쿄코는 항상 괜찮다고 하며 찾아와준다.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났을 때에는 항복하고 쿄코가 마음대로 올 수 있도록 했다.
"자자~ 배고프실테니 어서 오세요~."
쿄코가 나에게 다가와 팔짱을 낀다. 아직 15살이라고는 해도 역시 아이돌이라고 해야할까. 쿄코는 몸매가 좋은 편이다. 그덕에….
쿄코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내 팔꿈치 끝부분에는 닿고있다. 옷감 너머로 슬쩍 스칠때마다 온갖 감정이 튀어나와 배회하는지라 침착하기 위해 항상 주의한다.
"잘 먹겠습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먼저 젓가락이 가는 곳은 살짝 하얀 김이 풍겨오르는 샛노란 계란 요리. 계란에 간장을 얹기위해 슬쩍 식탁위를 살펴본다.
'어라? 간장 안 꺼냈네.'
그렇게 생각하고 간장을 꺼내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내 젓가락이 멈칫한 것을 보고서 쿄코가 반응했다.
"간장이라면 왼쪽 윗 선반에 있답니다~."
"어? 아 그렇네. 고마워 쿄코."
"후훗~."
평소에 부엌을 어지럽게 쓰는 편이다보니 선반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있다. 그덕에 뭘 꺼내려면 가까이 가서 찾아봐야 하는데, 쿄코는 기억력이 참 좋은 것 같다.
'어라? 그런데 이 간장. 포장을 뜯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간장이 거의 꽉 채워져 있었다. 어제 야식으로 간장 비빔밥을 했던 것 같은데말야.
아마 간장이 떨어진 것을 보고 쿄코가 새로 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주변에 비닐 봉지가 없던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뭐 아무렴 어때.'
저녁을 마친 다음에는 밤이 무르익기 전까지 서로 TV를 보며 잡담했다. 쿄코 부모님께는 사전에 설명을 해뒀지만, 청소년을 친구도 아니고 다 큰 남자 집에 머무르게 하는 건 위험한 일이니까.
쿄코를 차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줬다. 멀리 떨어질 때까지 서로 손으로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밤도 깊었겠다. 집에 도착하면 조금 누웠다가 자야지.
어두운 밤. 저는 말없이 집을 나와 길을 걸었어요. 차갑고 어두운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약간 허름한 아파트.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에요.
이 시간에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항상 TV 야구 중계에 집중해요. 누가 옆을 지나가도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열중한답니다. 제가 이렇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데도 눈치채지 못 하는 걸 보면 히메카와 유키씨처럼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거겠죠.
저에게도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답니다. 아니. 좋아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잘못됬네요.
"프로듀서씨……."
어느덧 문 앞까지 찾아왔답니다. 이 문을 여는 열쇠를 가진 것은 프로듀서씨. 그리고 『도둑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로버 액세서리를 문고리에 끼워넣습니다. 프로듀서씨가 가지고 다니는 열쇠의 모양을 본따 만든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정말 우연의 일치네요.
프로듀서씨도 "우왓~ 그거 치에리가 직접 만든거야? 꼭 진짜 열쇠같네." 라고 말씀해주셨답니다.
"……."
찰칵 문이 열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현관. 복도의 불은 꺼져있었습니다. 저는 제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합니다.
옅게 퍼지는 프로듀서씨의 향기. 그리고 거기에 끼어든…….
"불순물 냄새……."
피의 비릿한 철냄새처럼 불쾌한 냄새. 아마도 그 『도둑 고양이』의 냄새같아요.
하지만 확증이 없을 때 까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법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증거를 밝혀내야 유죄……."
뒤적뒤적…. 뒤적뒤적뒤적……. 뒤적뒤적뒤적뒤적……….
앗 찾아냈어요. 신발장 안에 약간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있네요. 이건 제가 놔둔 물건이 아니에요. 그렇다고해서 프로듀서씨가 놔둔 물건도 아니고요.
"……."
반짝이는 그 물건은 카메라. 아마도 프로듀서씨를 몰래 촬영하려는 더러운 짓을 위해 놔둔 모양이에요. 그 크기는 네잎 클로버처럼 자그마해서 손 안에 쉽게 잡혔습니다.
"짜증나."
픽 부숴버립니다. 모기를 잡아 손가락으로 튕기듯, 저는 그것을 신발장 구석에 튕겨서 버렸습니다. 바스라졌으니 아마 먼지가 쌓인 것이라고 프로듀서씨는 생각하겠죠.
"……."
그렇다면 먼지를 치우기 전에는 『도둑 고양이』가 프로듀서씨의 집안에 남아있는 걸까요.
"치워."
가루로 바스라진 그것을 다시 손에 주워담아 밖에 던져버립니다. 저 멀리 날라가도록. 힘껏 팔을 휘두릅니다.
"끄으냐암……."
"앗……."
프로듀서씨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잠결에 뒤척이는 거겠죠. 빨리 가서 안아드려야 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프로듀서씨의 방 안으로 향했습니다. 방에 들어오기는 외출용 옷을 입고 들어왔지만, 침실에선 잠옷을 입어야겠죠.
겉옷을 벗고, 미리 프로듀서씨의 집안 구석에 숨겨놓은 잠옷을 꺼냈습니다. 잠옷에 얼굴을 폭 박자, 프로듀서의 향기가 묻어나옵니다.
"후후…… 프로듀서씨……."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향합니다. 프로듀서씨는 잘때, 한쪽으로 몸을 돌리고 자는 습관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그쪽으로 들어가 프로듀서의 품 속으로 들어가요.
이불속에서 데워진 프로듀서씨의 몸에 밤 바람을 맞고 서늘해진 제 피부가 닿자 프로듀서씨가 살짝 움찔합니다. 너무 차갑게 하고 온 걸까요.
"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으면 금방 따뜻해질 거에요……."
입을 벌리고 자는 프로듀서의 얼굴 가까이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입술. 저는 바로 입을 맞췄습니다.
중요한 걸 깜빡할 뻔 했네요. 저는 클로버 액세서리를 다시 꺼냈습니다. 손가락에 대고 빠르게 긋자, 피가 멎은 곳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손가락에서 나오는 빨간 과즙을 혀에 두르고선 프로듀서씨의 뺨을 향했습니다. 제 혀가 프로듀서씨의 뺨을 핥자 새빨간 화장품을 바른듯, 예쁜 분홍색이 칠해졌습니다.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어제는 프로듀서씨의 집에 아침부터 들어가지 못 했었죠.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나셨더라면, 저를 쿠션삼아 껴안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안타까워요.
프로듀서씨의 집 열쇠로 문을 엽니다. 어설픈 클로버는 제대로 달라고 주장도 못 하는 레어 아이템☆.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건 즉, 프로듀서씨와 동거할 자격을 가진다는 거겠죠.
"꺄아아~ 부끄러어."
프로듀서씨의 집에는 어제 저녁에도 있었지만, 들어온다면 해야할 일은 한가지!
"흐읍~ 하아~."
프로듀서씨의 향기를 맡으며, 신발장을 체크합니다. 신발을 신을 때 내려가는 이상으로, 몸을 낮추면 반짝반짝, 제가 설치해놓은 카메라가 보인답니다. 프로듀서씨가 평소에 허리를 굽히는 높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절묘한 높이! 프로듀서씨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알고있는 저만이 가능한 설계죠!
"어라?"
이상하네요. 반짝거리지 않습니다. 높이를 잘못 계산한건가요?
조금 더 높이를 낮춰봅니다. 허리가 당겨올 정도로 굽혔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복도에 안아서 아주 낮은 곳까지 쳐다보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발견했습니다. 악취가 나는 이상한 무엇인가를. 프로듀서씨의 신발은 물론 아닙니다. 프로듀서씨가 신었던 신발이라면 배게로 써도 잘수 있는걸요!
"머리카락……."
갈색보다는 빨간색에 가까운 색. 저의 머리카락과는 미묘하게 다른 색입니다.
결정적으로, 이렇게까지 구역질나는 악취가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하나 뿐입니다.
"아아……. 클로버 냄새가 묻었어."
품 속에서 탈취제를 꺼냅니다. 취이익 뿌려주고, 집 밖으로 저 멀리멀리 연을 날리듯 던져버립니다.
"잘 가아~ 다신 오지 말구~."
그리고 프로듀서씨의 방으로 향합니다. 프로듀서씨의 향기가 가득한 방. 침대는 프로듀서씨 혼자로는 미처 채우지 못 할만큼 컸습니다.
"저를 유혹하는 프로듀서씨~. 너무 야하다니까요~."
프로듀서씨의 유혹에 넘어가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잔다면 품속에 안겨들 수 밖에 없는걸요.
"아참. 침실에 옷을 입고 누으면 안 되죠."
프로듀서의 옷장 밑. 약간의 가공 공정을 거친 나무 판자를 뜯어내면 제 속옷이 나옵니다.
겉옷을 벗어서 가지런히 내려놓고 속옷을 갈아입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보여주지 못 하는 프로듀서씨에게만 보여드리는 비밀의 옷.
"아아. 너무 자극적인걸 준비했나 모르겠네요."
프로듀서씨가 정말로 본다면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영차~."
프로듀서의 품으로 다이빙! 얇은 잠옷 너머로 프로듀서의 피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약간 이상하네요. 향기로 가득차야 할 이 침대에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
현관에서 맡은 것과 같은 종류.
'짜증나게시리…….'
하지만 탈취제를 뿌리진 않았습니다. 그 암컷의 냄새를 지운다고 프로듀서씨의 향기까지 사라져버리면, 그런 슬픈일도 없는걸요. 그리고 그 암컷의 냄새는 저와 프로듀서의 땀으로 덮으면 되는거니까~.
"프로듀서씨랑 뒹굴뒹굴~."
일부러 살이 마주 닿도록 프로듀서씨의 손을 옮겨 저의 몸 위로 올립니다.
영원히 지금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폰으로 연락하고 안 받길래 온 걸까. 과연 쿄코. 나로서는 미처 예상치도 못 했다.
"우왓. 고마워 쿄코!"
"자아~ 천천히."
쿄코의 도움을 받아 빨리 옷을 갈아입는다. 어린이도 아니고 남이 도와줘서 옷을 갈아입는다니. 제법 창피해졌다.
"아침……은 드실 시간이 없으려나요."
"앗 아침 차려준거야? 미안해 쿄코!"
"후후.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도시락으로 준비했답니다~."
아침에 쿄코가 올 때면 상에 차려서 주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을 상황을 대비해서 도시락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큿. 어디까지 천사인거냐 쿄코.
"이거이거……. 고마워서 어떻게 하지."
"후후~. 오늘 아침은 같이 출근해요~."
"그래. 그래야겠다. 차 빼올게."
"아 맞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시나요?"
"음? 이번 주말……. 그래 이번 주는 한가해."
"그렇다면 그때 데이트하는 걸로~."
"데…… 데이트?!"
동년배의 여성과 소개팅을 한 적도 별로 없는 나다. 데이트같은 것은 꿈도 못 꾸지. 그런데 그 대상이…….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어라? 뭔가 해 주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앗……. 물론 뭐든 들어줄 게!
하지만 데이트는 괜히 스캔들이 뜰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같이 식사하고 쇼핑하는 걸로 바꿀까요?"
"그건 되겠네."
"그 다음에는 같이 영화라도 보고, 어두워지면……. 꺄아~."
그 후,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쿄코를 태우고 프로덕션으로 향했다.
차를 모는 도중에 길이 막힐때마다 쿄코가 "자아~ 아앙~." 하고서 방울 토마토를 꺼내줘서 당황했다. 가정계 아이돌답게 이런 연기는 쿄코의 전문분야여서 자연스럽게 받아 먹어버렸다. 이거 완전 사육사한테 먹이 달라고 입벌리는 동물 같구먼. 창피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역시 우리 애들은 모두 착해. 얀데레라니 어쩌다가 그런 근거없는 소문이 퍼진건지 모르겠다니까.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위험이랑 매우 위험의 차이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범법행위가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느냐와 전투력,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에로도가 달라집니다.
쿄코가 0.6인 관계로 한번만 더 이벤트를 거듭하면 똑같이 매우 위험으로 올라서 무의미한 설정이지만 말입니다.
아침에는 정말 큰 일이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막히지 않았던 도로가 조금 늦으니까 이렇게까지 막힐 줄이야. 덕분에 쿄코랑 같이 지각해버렸다. 쿄코한테 미안해서 얼굴도 못 들 것 같다.
"헤에. 쿄코는 프로듀서씨랑 같이 지각한 건 가요?"
"으읏. 잘못 했습니다!"
평소에는 "프로듀서씨 어서오떼……요." 하고 발음을 실수하며 귀엽게 맞아주는 치에리건만 이렇게까지 무서워 보이다니. 다시는 늦잠자지 않을게요!
어쨋거나 지각은 지각. 어디선가 나타난 치히로씨가 귀여운 별과 코인을 사는 것으로 용서해준다고 하셨습니다. 고마워라.
"덕분에 자리에 별이 수북히 쌓여버렸지만."
오늘 일은 대체로 앉아서 하는 것. 치에리의 지적으로 아직도 긴장해서 풀리지않은 몸을 한껏 스트레칭해 풀어낸다. 치에리 무서웠지…….
내가 목을 풀기를 반복하자 우득우득 소리가 사무실 구석에서 퍼져간다. 스트레칭이 끝날 즈음에는 문에서 똑똑 소리가 났고, 주의는 그곳으로 돌아갔다.
"프로듀서씨~ 마유에요오."
"응 들어와도 되."
찰칵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마유와 치에리. 마유는 잔을, 치에리는 과자를 들고 온 모양이다.
"같이 드실래요?"
"오옷. 맛있어 보이네."
갓 구워낸듯 과자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
"이거 직접 만든거야?"
"치에리랑 함께 만들었답니다~."
"네. 저번에 마유랑 같이 카나코한테 배웠어요."
"그래서 저번에 오븐 주변이 하얗게 된건가……."
"우웃 죄송해요."
"아니아니. 미안해할 건 없어."
쿠키 하나를 집어들고 바로 입에 집어넣는다. 마유가 가져온 차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입 안의 쿠키가 부드럽게 부서진다.
내가 과자를 먹는 것을 둘은 빤히 바라본다.
"맛있나요……?"
"오오~ 맛있어."
"다행이다."
"후후~."
남에게 시식시키는 것은 처음인 듯 긴장했다가 긴장을 푼다. 안심하고 얼굴을 펴는 모습이 머리를 쓰다듬어져 늘어지는 토끼를 보는 것 같다.
오늘은 프로듀서씨가 사무실에 앉아서 계속 일을 하는 날이에요. 평소처럼 차에 갇혀서 피곤해하시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되면 얼굴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워요.
그렇게 생각하던 중, 마유가 다가옵니다.
"치에리이~ 이럴때는 저번에 배운 걸 써보죠~."
"저번이라면……."
"네에~. 카나코씨한테 배운 제과요~."
"아앗."
저번에 마유랑 같이 카나코에게 전수받은 필살 공략법. 가사 전반에 능한 『도둑 고양이』에 대항하기 위해 마유와 임시로 팀을 맺어서 제과법을 배웠었어요.
카나코에게 배운 바로 그 날, 클로버 모양의 틀을 준비했다. 평범한 세잎 클로버 모양의 틀과 네잎 클로버 모양의 틀.
밀가루 반죽을 시작으로, 우리 둘은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하얏. 하얏. 하야."
오븐에 넣기 전에 틀로 찍어서 모양을 만듭니다.
"어라? 세잎이랑 네잎이 섞여있네요?"
"후헤에.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드문드문 나온 걸 집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렇네요오~."
초록색을 입힐 과자 숲에서 우연히 네잎을 집어내면 프로듀서씨도 기뻐할테니까요.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제 말을 듣고서 마유도 뭔가를 떠올린듯, 틀에 변화를 주면서 과자의 모양을 정해갑니다.
'그렇다면 비밀의 소스…….'
주머니 속에 몰래 넣어놓은 소형 플라스크 유리관을 꺼냅니다. 시키씨의 연구실에서 몰래 가져온 사랑의 비약. 네잎 클로버 모양의 과자들 위로 뿌려줍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나나씨에게 배운 비장의 수를 쓸 때에요.
"으웃…… 맛 있어져라~ 맛 있어져라~."
뒤가 서늘해져 돌아보니, 마유씨가 흐뭇한 미소로 웃고 있었습니다.
"ㅂ…… 방금 거는 그……."
"후후~ 귀여워요~."
"후와아앗……."
거울을 봤다면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게졌을 거에요. 부끄러워서 클로버 아래로 엎드린 토끼처럼 숨고 싶었습니다.
"그럼 저도 마법의 주문을~."
마유도 저를 따라서 쿠키에 무엇인가를 하는 모양이에요. 힐끗 쳐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사랑의 비약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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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이랑 매우 위험의 차이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범법행위가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느냐와 전투력,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에로도가 달라집니다.
쿄코가 0.6인 관계로 한번만 더 이벤트를 거듭하면 똑같이 매우 위험으로 올라서 무의미한 설정이지만 말입니다.
+1 대상 아이돌 (사천왕)
+2 대상 아이돌 (사천왕)
+3 콤마로 이벤트 결정
0~30 : 사랑의 비약이 효과를 나타낸다.
31 ~ : 사랑의 비약이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
화장실에 처박혀서 헛구역질을 조금 했다. 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약간 메스꺼운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으왓. 먼저 가시기에요?"
"속이 좀 안 좋아서요."
"으윽.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대신 내일부터 제대로 굴릴거에요!"
사무실의 치히로씨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선다. 오늘 해야할 일은 다 끝내놨고 몸 상태도 안 좋겠다. 먼저 나가서 죄송합니닷.
"그럼 시동 걸고……."
부르르 엔진 소리가 나며 차가 떨리기 시작한다. 벨트를 매고 핸들에 손을 올리려는 그 때…….
"프로듀서씨~."
"후와아아아!?"
갑자기 뒤에서 사람의 손이 나타났다.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요 프로듀서씨~."
"앗…… 마유구나. 깜짝 놀랐네에."
"프로듀서씨!"
"……???"
갑자기 차 안에서 나타난 마유. 뒷 좌석의 끝에서 가운데로 옮겨와서는 자세를 바꾼다.
저 자세는 분명…….
'그라비아 모델이 쓸법한 강조 포즈?!'
양손을 가슴 아래로 모아 흉부를 강조한다. 키에 비해서 유난히 커다란 부위가 강조될대로 강조된다.
마유는 아이돌 일을 하기 전에는 모델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로리타 계열 독자 모델. 아마도 저런 자세를 배웠다면 아이돌 일을 하면서 배웠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저런 포즈는 못 봤는데.'
"흥~ 흐음~."
콧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고개의 각도를 돌린다. 그러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볼을 부풀리며 입을 열었다.
"마유……?"
"뿌우……."
솜털처럼 가벼운 주먹으로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린다.
"모처럼 배워온 기술인데에……."
"앗. 그랬구나."
"흥. 몰라요오."
그렇게 말하고선 마유가 차의 뒷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더니 앞문을 열고서 바로 조수석에 앉는다.
"집까지 데려다줄까 마유?"
"앗. 그것말인데요 프로듀서~."
"응?"
차는 시동만 걸고 출발은 하지 않은 상황. 아직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아 제 자리에서 부르르 떨기만 할 차 안.
마유가 방금 전과 비슷한 포즈로, 내 한쪽 팔에 부드러운 흉부를 가까이하며 귓속말을 한다. 어차피 마유와 나 둘 뿐인 공간이었기에 그렇게 밀착할 필요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프릴 달린 옷인만큼, 옷 끝부분이 내 팔에 닿을때마다 슬쩍슬쩍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니 그 이상으로, 마유가 이렇게 찰싹 붙어있는데 싫어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에요오. 그럼 부탁해요 프로듀서씨~."
"그럼 그럴까."
귓속말이 끝나고 나는 브레이크를 내려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을 시작하고서도 몇 번, 마유가 기습적으로 그라비아 모델이 취할법한 포즈를 내게 시험하는 등 참기 어려운 상황이 몇 번 일어났다.
차를 타고 앉아있어서 망정이였지. 하마터면, p가 P가 되는 걸 마유에게 보여버릴 뻔 했다.
찰칵. 열쇠를 돌릴 필요는 없었다. 문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안에서 기다리던 쿄코가 우리를 맞이하러 먼저 문을 열고 나와줬기 때문이다.
"오셨어요 프로듀서씨?
오늘은 저녁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저부ㅌ…… 후앗!? 마유씨!?"
"안녕 쿄코~."
"마유에요오~."
"ㅁ…… 마유씨까지. 어쩐일로!?"
"이야……. 사실 마유네 부모님이 집에 안 계셔서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고 했거든."
"프로듀서씨의 집에는 쿄코씨도 있을테니, 3명이서 사이좋게 먹으려고 왔답니다~."
"그누눗……."
"그나저나 쿄코~."
"ㅇ…… 옙!"
"방금전에 뭐라고 말했……."
"ㅈ…… 저녁 먹죠!"
쿄코가 나와 마유의 팔을 당겨서 안으로 들인다. 저녁상은 방금 차린듯 새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나 더 떠야겠네요~."
"미리 말도 안 하고 와서 죄송해요~."
"앗. 괜찮아요!"
마유의 것까지 밥을 뜨고서는 쿄코가 수저를 꺼내준다.
젓가락을 들고 가까이있는 반찬부터 조금씩 올려서 입에 가져가는 마유. 미식가가 시식하듯 천천히 음미한다.
"쿄코는 정말 요리를 잘 하시네요~."
"가사는 특기니까요~."
쿄코와 마유. 원래부터 천사같은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같이 둘이 있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앞에 놓여있는 계란 후라이의 끝부분을 잘라, 간장에 틱하고 살짝 찍어 올리자 쿄코가 마유의 귀에 대고 소근댄다.
"프로듀서씨는 반숙 프라이의 끝부분. 노른자가 닿지 않는 곳까지만 처음에 잘라서 저렇게 찍어요~."
"……."
마유가 큿 소리를 내며 분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말을 했는지는 소리가 작아서 못 들었지만, 저렇게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역시 저 둘도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컵이 비었다. 애매하게 먼저 비어버린 컵에 물을 따르고 다시 마셨다. 분명히 물을 마셨었다. ……그런데 그 다음의 일은 어째선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쿵 소리를 내며 프로듀서가 식탁에 머리를 박았다. 술에 약한 사람이 폭탄주를 마시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듯 정말로 퉁 쓰러져 버리자 그 옆에 있던 두 명, 마유와 쿄코가 입을 열었다.
"쿄코. 알겠어요? 아무리 프로듀서씨가 좋아도 함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에요."
"므구굿."
키를 비교해보면 머리카락 끄트머리가 살짝 차이나는 수준. 옆에서 보면 어느 도토리가 더 크냐고 비교할 정도로 무의미한 신장 차이였으나, 어쨋든 나이로 따지자면 마유가 쿄코보다 한 살 많은 언니. 자연스럽게 훈계하는 분위기로 돌아간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수면제를 먹이거나 하는 건 엄연한 범죄에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서로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을테니까요."
점심때만 하더라도 시키가 만든 묘약을 프로듀서에게 먹일 쿠키에 잔뜩 발라넣던 마유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된 관계로 프로듀서는 제가 돌봐드릴게요."
"기다리세요 마유씨!"
"??? 왜 그러시죠?"
"마유씨는 무엇을 근거로 프로듀서를 데려가는 거죠?"
"근거라. 프로듀서씨가 잠들었으니 침대까지 옮겨드리는 것인데. 거기에 다른 이유가 필요하려나요?"
"호오. 정말로 그걸로 끝인가요?"
"아차. 프로듀서씨가 외롭지 않게 옆에서 함께 자야죠. 중요한 걸 잊을 뻔 했네요~."
"그렇게는 안 되죠."
"……???"
순식간이었다. 정말로 짧은 순간. 마유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는 그 사이에 쿄코는 행동에 나섰다.
입고있던 앞치마의 리본을 풀어 앞치마를 내리자 동시에 셔츠도 내려간다.
"무…… 무슨!"
"안에는 잠옷이에요~."
"앗?!"
방심했다. 생각해보면, 현관에 들어서자 쿄코가 내뱉은 말에 이미 힌트가 있었던 것이다.
『오셨어요 프로듀서씨?
오늘은 저녁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저부ㅌ…… 후앗!? 마유씨!?』
여기서 끝겼던 말의 완성형은 아마도 "저부터……♥". 그렇다는 말은 저녁을 건너뛰고 당장 침실로 직행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뜻.
'단순히 관용구라고 생각했건만……. 방심했네요.'
"하지만 저도 지지 않는답니다."
프로듀서를 의자에서 꺼내서 왼팔은 프로듀서의 무릎 아래로, 오른팔은 등 가운데를 적당히 받친다.
"…… 그 자세는!"
남자가 여자를 안을 때 사용하는 안기 방법 중 가장 주변의 이목을 끄는 방법. 일명 『공주님 안기』라는 것이었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그 시전자가 여성인 마유이고, 대상자가 성인 남성인 프로듀서인 점이 였을 것이다.
"프로듀서씨를 침실에 모시고 가는 것은 바로 저!"
"앗! 저도 지지 않아요!"
자기보다 훨씬 무거운 프로듀서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서 마유가 발을 뗸다. 그리고 타다닷 침실로 직행. 쿄코는 마유를 따라간다.
그리고 도달한 침실. 아이돌 둘과 프로듀서라는,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조합의 인원이 침상에 발을 들이려 한다.
침대에 손이 닿자, 쿄코의 신경을 타고 전기가 달린다.
'마유씨는 저처럼 잠옷을 따로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짧은 의문. 잠옷을 챙겨오지 않은 마유. 침대에 사복 그대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후. 눈치챘나 보네요오."
"뭐…… 라고?"
그것을 표현하는 단어로 무엇이 적절할까.
'탈피'
아직 끄지 않은 부엌의 불빛이 문틈 사이로 들어온다. 밝기가 낮은 빛이 마유의 옷을 비춘다. 산란되는 은은한 불빛. 밤의 빛 속에서 뱀이 허물을 벗듯, 마유는 겉옷을 그대로 풀어 해친다.
"옷을 입지않는다…… 라고요?"
"후후. 그러면 프로듀서씨랑 저는 한 숨 잘게요오~."
당했다. 침실에서는 잠옷. 그런 미지근한 생각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
'저도 지지 않아요!'
아직 끄지 않은 부엌 불을 끄고서 다시 침실로 돌아온다. 마유는 어두운 문가로 슬쩍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꿀걱 침을 삼켰다.
'저도 똑같이 승부에요!'
'드문드문 구멍이 패여있는 속옷이라니…… 완전히 유혹할 생각으로 왔었나요. 무서운 아이 쿄코.'
잠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침대로 들어온다.
이미 잠에 취한 프로듀서를 커다란 쿠션삼아 둘은 피부를 데우기 시작했다.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애정도의 첫 승급이 일어났네요.
개그에 가까운 암투가 일어나긴 했다만, 마유는 위험, 쿄코는 매우 위험에 오른만큼 앞으로는 이런 장면 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9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유카리 - 15 / 155 / 81
치에리 - 16 / 153 / 79
쿄코 - 15 / 154 / 81
마유 - 16 / 153 / 78
나이 키를 적어놓지 않으면 햇갈릴 것 같은 조합이네요!
와카루와
우리 아이돌과 쿨 아이돌이 같은 현장에서 촬영했을 때 시간이 남았었지.
"너네 프로덕션 아이돌중에 시부야 린 있잖아."
"시부린 귀엽지."
"아니 그게 아니라."
"뭐냐 지금 부정한거냐?"
"그건 됬고. 그 애 조금 얀데레같지 않냐?"
"엥? 무슨 헛소리냐 너는."
"저번에 우연히 본 건데. 그 애가 네 셔츠 가지고…."
"터무니없는 말이군. 그 말을 린이 들었다면 법적으로 대응했을거다."
"사실이래니까."
"그러는 너네는 어떤데."
"엥? 우리?"
"그래. 너네 프로덕션. 346에서는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얀데레 농도가 짙다고 들었거든."
"하! 웃기시네. 애들이 들었으면…."
"사람 말을 못 믿는군."
"걔들이 얼마나 착하고 순수한 애들인데."
"둔하구만 너는."
"너한테 그런 말 듣고싶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단 말야. 우리 애들이 얼마나 착한 애들인데.
그렇게되서 그 날부터 일기를 쓰기로 했지. 녀석에게 우리 애들이 얼마나 착한지 보여주기 위해서 말야.
앵커! 대상은 위에 선언된 큐트 4천왕
마유 / 유카리 / 쿄코 / 치에리
+2 대상 아이돌
+3 콤마로 대상 애정도를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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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1일
여느날과 다름없는 아침이다. 일기를 쓰는 것은 초등학교 방학 숙제 이후로는 처음이 아닐까.
부스스한 눈을 반쯤 뜬체로 화장실로 향한다. 적당히 정돈을 하고서 시계를 살펴보자. 출근까지는 제법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 오늘은 여유롭게 아침을 만들어서 먹어도 될 정도다.
그렇게 생각하던 때에 메시지가 왔다.
"어라? 이런 이른 아침에?"
-"프로듀서씨이. 마유에요오."-
"어라. 마유가 보낸거네."
-"아침부터 이렇게 보내서 죄송해요."-
"역시 마유. 메시지에서 벌써 착함이 묻어나온 다니까."
-"우연히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산책이라도 할 겸 나왔답니다아.
지금 프로듀서씨의 집 근처인데, 같이 아침이라도 드실래요?"-
"마유랑 아침이라."
공적인 장소에서라면 모를까, 사적인 장소에서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접촉이 많아서는 안된다. 언제 가십거리가 될지 모르니까.
"하지만 이런 이른 아침이고. 우연히 만나서 아침을 사 먹는 정도라면 괜찮으려나?"
애시당초 마유가 같이 아침을 먹자는데 거절할수야 없지!
-"to 마유.
지금 바로 나갈 준비할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참 우연이네. 나도 마유도 이런 이른 아침부터 깨다니."
이게 우연의 일치라는 걸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고서 마유와 만났다.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도시락이라도 살까 했는데, 마유가 도시락을 가져왔다.
사내에서 다른 아이돌들과도 나눠 먹으려고 제법 많이 준비해온 모양이었다. 덕분에 아침부터 마유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는 운이 좋을 것 같아!
마유
애정도 - 클린(1)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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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앵커
+2 대상 아이돌
+3 콤마로 대상 애정도를 결정합니다. ( 마유가 아닐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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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 : 매우 위험
뭐라도 마실까. 그렇게 생각하며 냉장고에 다가간다. 이 프로덕션의 특징은 아이돌들이 여럿 생활하는 생활관같은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돌들의 사유품이 이곳 저곳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다.
"으으응…."
소파에서 잠결에 끄응 거리는 유카리가 보인다. 몸을 뒤척이더니 손으로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 발소리를 듣고 깬 모양이다.
"프로듀서어…?"
"미안. 깨워버렸네."
"아니에요. 마침 곧 일어나야 했고…."
"음? 유카리는 오늘 저녁까지 스케쥴 비어있는데?"
"아뇨오…. 프로듀서씨 몰래 책상ㅇ… 앗……."
"응?"
"후와와아아아앗."
유카리의 얼굴이 새빨게진다. 잠결에 일어나서 머리가 살짝 뜬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워 진걸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유카리를 뒤로 하고 다시 냉장고로 향한다. 원래는 나 혼자 아이스티라도 타서 마실 생각이었지만, 이왕 깨버린 거 유카리 것도 태워야지.
"으으…. 하마터면 프로듀서씨 몰래, 책상에다가 설치해놓은 카메라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할 뻔 했어…."
유카리가 작은 목소리로 뭔가 중얼거린다. 아이스티의 분말을 스푼으로 달그락 달그락 젓는 소리때문에 뭐라고 말하는지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유카리~. 유카리도 아이스티 마실래?"
"앗……. 고맙습니다 프로듀서씨."
아이스티 두 잔을 가져온다. 공손히 양손으로 받아서 마시는 유카리.
15살이라는 나이와는 안 어울리게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지 유카리는.
"유카리는 굉장히 어른스러운 분위기네."
"어라? 그런가요?"
"청순하다고 해야할지 섹시하다고 해야할지."
"ㅅ… 섹시…. ㄱ…… 그런 말 하면 부끄러워요!"
유카리의 얼굴이 딸기처럼 연분홍빛으로 물든다. 어른스러운 분위기도 있지만 확실히 큐트 타입. 이런 모습도 귀엽다.
유카리와 조금 잡담을 했더니 슬슬 ( >> )의 마중을 갈 시간이 됬다. 이제 잔을 치워야지.
ⓐ 마유
애정도 - 클린(1) + 0.3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다음 앵커
+2 대상 아이돌
+3 콤마로 대상 애정도를 결정합니다. ( 마유, 유카리가 아닐 경우 )
0 ~ 30 : 클린
31 ~ 60 : 위험
61 ~ : 매우 위험
..어라? 책상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도 클린의 범주..구나!
몰래 카메라 정도야 상식의 범위인걸!
그나저나 첫 위험군인가!
그리고 집에 돌아와 열쇠를 문에 가까이 가져갈 때 폰의 알림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엷게 진동하는 폰을 무시한다. 어차피 전화는 들어가서도 받을 수 있으니까.
"음?"
문이 열려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불안감에 문을 활짝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이 켜져있었다. 집을 나설때 불을 모두 끄고, 문도 확실히 잠갔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
"어라? 오셨나요 프로듀서씨."
"아아 쿄코구나."
쿄코가 먼저 우리 집에 온 모양이었다.
"마침 저녁 준비가 다 된 참이었어요~."
"매번 저녁을 차려주다니. 미안한걸."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우리 프로덕션의 천사같은 아이들 뿐이다. 그중에서도 뒤에 날개가 돋은 듯 선한 인상을 보여주는 이가라시 쿄코. 가사 전반이 특기이자 취미인 인기 최고의 아이돌이다.
파파라치가 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이러면 안 된다고 했지만, 쿄코는 항상 괜찮다고 하며 찾아와준다. 그렇게 한달 정도가 지났을 때에는 항복하고 쿄코가 마음대로 올 수 있도록 했다.
"자자~ 배고프실테니 어서 오세요~."
쿄코가 나에게 다가와 팔짱을 낀다. 아직 15살이라고는 해도 역시 아이돌이라고 해야할까. 쿄코는 몸매가 좋은 편이다. 그덕에….
쿄코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내 팔꿈치 끝부분에는 닿고있다. 옷감 너머로 슬쩍 스칠때마다 온갖 감정이 튀어나와 배회하는지라 침착하기 위해 항상 주의한다.
"잘 먹겠습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먼저 젓가락이 가는 곳은 살짝 하얀 김이 풍겨오르는 샛노란 계란 요리. 계란에 간장을 얹기위해 슬쩍 식탁위를 살펴본다.
'어라? 간장 안 꺼냈네.'
그렇게 생각하고 간장을 꺼내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내 젓가락이 멈칫한 것을 보고서 쿄코가 반응했다.
"간장이라면 왼쪽 윗 선반에 있답니다~."
"어? 아 그렇네. 고마워 쿄코."
"후훗~."
평소에 부엌을 어지럽게 쓰는 편이다보니 선반 정리가 제대로 안 되어있다. 그덕에 뭘 꺼내려면 가까이 가서 찾아봐야 하는데, 쿄코는 기억력이 참 좋은 것 같다.
'어라? 그런데 이 간장. 포장을 뜯은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간장이 거의 꽉 채워져 있었다. 어제 야식으로 간장 비빔밥을 했던 것 같은데말야.
아마 간장이 떨어진 것을 보고 쿄코가 새로 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주변에 비닐 봉지가 없던 것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뭐 아무렴 어때.'
저녁을 마친 다음에는 밤이 무르익기 전까지 서로 TV를 보며 잡담했다. 쿄코 부모님께는 사전에 설명을 해뒀지만, 청소년을 친구도 아니고 다 큰 남자 집에 머무르게 하는 건 위험한 일이니까.
쿄코를 차에 태우고 집에 데려다줬다. 멀리 떨어질 때까지 서로 손으로 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밤도 깊었겠다. 집에 도착하면 조금 누웠다가 자야지.
"음……. 그런데 뭔가 잊어버리지 않았나?"
요즘들어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 같단말야.
전화를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째서……?"
전화를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벨소리 대신 옅은 진동이 이어진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는 않는다.
진동이 길어질수록 멀어져간다. 프로듀서와의 거리가 멀어져 간다. 저 멀리로. 프로듀서는 저 멀리로 도망간다.
"전화…… 항상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진동이 끝나고, 자동 응답기가 돌아간다.
폰을 냅다 던져버린다. 침대 위에 떨어졌기에 상처는 나지 않았다.
"……."
녹색 클로버로 장식된 액세서리. 어둑한 밤하늘에 은은히 빛을 받아 푸르게 칠해진 녹색이 된다.
누군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검게, 어둑어둑 물들었다.
"프로듀서씨가 나를……."
클로버 액세서리를 들고 침대위로 천천히 올라간다.
침대 위에 놓인 것은 프로듀서가 사준 인형. 그 인형의 가슴에 클로버를 느릿느릿 푸욱 찔러간다.
"……."
슬쩍 폰을 쳐다본다. 프로듀서로부터 전화도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
"……."
더 깊숙히 클로버를 찔러넣는다. 너무나도 찔러넣은 나머지 클로버가 튕겨 올라온다. 살짝이었으나, 클로버의 날카로운 면에 손끝이 찔려 새빨간 핏방울이 고이기 시작했다.
"……."
입술 가까이로 손가락을 가져온다. 원래부터 새빨갛던 입술에 핏물 한줄기가 쪼륵 흘러내린다.
"프로듀서씨……."
ⓐ 마유
애정도 - 클린(1) + 0.3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 쿄코
애정도 - 위험(2) + 0.3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다음 앵커
여태까지 사천왕 중 셋이 나왔으니, 다음 이벤트는 치에리로 하겠습니다.
+3 콤마로 대상 애정도를 결정합니다.
0 ~ 60 : 위험
61 ~ : 매우 위험
춉춉쵸 춉
출처:http://www.pixiv.net/member_illust.php?mode=medium&illust_id=52813122
>>50 치에리는 그런 짓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귀엽다구요! 이렇게 말이죠☆
어두운 밤. 저는 말없이 집을 나와 길을 걸었어요. 차갑고 어두운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약간 허름한 아파트.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에요.
이 시간에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항상 TV 야구 중계에 집중해요. 누가 옆을 지나가도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열중한답니다. 제가 이렇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데도 눈치채지 못 하는 걸 보면 히메카와 유키씨처럼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거겠죠.
저에게도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답니다. 아니. 좋아하는 것이라는 표현은 잘못됬네요.
"프로듀서씨……."
어느덧 문 앞까지 찾아왔답니다. 이 문을 여는 열쇠를 가진 것은 프로듀서씨. 그리고 『도둑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로버 액세서리를 문고리에 끼워넣습니다. 프로듀서씨가 가지고 다니는 열쇠의 모양을 본따 만든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정말 우연의 일치네요.
프로듀서씨도 "우왓~ 그거 치에리가 직접 만든거야? 꼭 진짜 열쇠같네." 라고 말씀해주셨답니다.
"……."
찰칵 문이 열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현관. 복도의 불은 꺼져있었습니다. 저는 제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합니다.
옅게 퍼지는 프로듀서씨의 향기. 그리고 거기에 끼어든…….
"불순물 냄새……."
피의 비릿한 철냄새처럼 불쾌한 냄새. 아마도 그 『도둑 고양이』의 냄새같아요.
하지만 확증이 없을 때 까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법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증거를 밝혀내야 유죄……."
뒤적뒤적…. 뒤적뒤적뒤적……. 뒤적뒤적뒤적뒤적……….
앗 찾아냈어요. 신발장 안에 약간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있네요. 이건 제가 놔둔 물건이 아니에요. 그렇다고해서 프로듀서씨가 놔둔 물건도 아니고요.
"……."
반짝이는 그 물건은 카메라. 아마도 프로듀서씨를 몰래 촬영하려는 더러운 짓을 위해 놔둔 모양이에요. 그 크기는 네잎 클로버처럼 자그마해서 손 안에 쉽게 잡혔습니다.
"짜증나."
픽 부숴버립니다. 모기를 잡아 손가락으로 튕기듯, 저는 그것을 신발장 구석에 튕겨서 버렸습니다. 바스라졌으니 아마 먼지가 쌓인 것이라고 프로듀서씨는 생각하겠죠.
"……."
그렇다면 먼지를 치우기 전에는 『도둑 고양이』가 프로듀서씨의 집안에 남아있는 걸까요.
"치워."
가루로 바스라진 그것을 다시 손에 주워담아 밖에 던져버립니다. 저 멀리 날라가도록. 힘껏 팔을 휘두릅니다.
"끄으냐암……."
"앗……."
프로듀서씨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잠결에 뒤척이는 거겠죠. 빨리 가서 안아드려야 겠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프로듀서씨의 방 안으로 향했습니다. 방에 들어오기는 외출용 옷을 입고 들어왔지만, 침실에선 잠옷을 입어야겠죠.
겉옷을 벗고, 미리 프로듀서씨의 집안 구석에 숨겨놓은 잠옷을 꺼냈습니다. 잠옷에 얼굴을 폭 박자, 프로듀서의 향기가 묻어나옵니다.
"후후…… 프로듀서씨……."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로 향합니다. 프로듀서씨는 잘때, 한쪽으로 몸을 돌리고 자는 습관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그쪽으로 들어가 프로듀서의 품 속으로 들어가요.
이불속에서 데워진 프로듀서씨의 몸에 밤 바람을 맞고 서늘해진 제 피부가 닿자 프로듀서씨가 살짝 움찔합니다. 너무 차갑게 하고 온 걸까요.
"그래도 이렇게 같이 있으면 금방 따뜻해질 거에요……."
입을 벌리고 자는 프로듀서의 얼굴 가까이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무방비하게 노출된 입술. 저는 바로 입을 맞췄습니다.
중요한 걸 깜빡할 뻔 했네요. 저는 클로버 액세서리를 다시 꺼냈습니다. 손가락에 대고 빠르게 긋자, 피가 멎은 곳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손가락에서 나오는 빨간 과즙을 혀에 두르고선 프로듀서씨의 뺨을 향했습니다. 제 혀가 프로듀서씨의 뺨을 핥자 새빨간 화장품을 바른듯, 예쁜 분홍색이 칠해졌습니다.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사랑해요 프로듀서씨.
"이렇게 영원히 함께 있고 싶어요……."
츄릅. 후와아. 하읍. 후아아…….
ⓐ 마유
애정도 - 클린(1) + 0.3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 쿄코
애정도 - 위험(2) + 0.3
ⓓ 치에리
애정도 - 매우 위험(3) + 0.3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이걸로 아이돌들이 전원 나왔군요!
치에리는 매우 위험치고는 위험하기보단 제법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됬군요. 역시 착한 애들이야!
다음 앵커!
+3 대상 아이돌 (사천왕)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어제는 프로듀서씨의 집에 아침부터 들어가지 못 했었죠.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나셨더라면, 저를 쿠션삼아 껴안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안타까워요.
프로듀서씨의 집 열쇠로 문을 엽니다. 어설픈 클로버는 제대로 달라고 주장도 못 하는 레어 아이템☆. 이걸 가지고 있다는 건 즉, 프로듀서씨와 동거할 자격을 가진다는 거겠죠.
"꺄아아~ 부끄러어."
프로듀서씨의 집에는 어제 저녁에도 있었지만, 들어온다면 해야할 일은 한가지!
"흐읍~ 하아~."
프로듀서씨의 향기를 맡으며, 신발장을 체크합니다. 신발을 신을 때 내려가는 이상으로, 몸을 낮추면 반짝반짝, 제가 설치해놓은 카메라가 보인답니다. 프로듀서씨가 평소에 허리를 굽히는 높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절묘한 높이! 프로듀서씨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알고있는 저만이 가능한 설계죠!
"어라?"
이상하네요. 반짝거리지 않습니다. 높이를 잘못 계산한건가요?
조금 더 높이를 낮춰봅니다. 허리가 당겨올 정도로 굽혔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복도에 안아서 아주 낮은 곳까지 쳐다보았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발견했습니다. 악취가 나는 이상한 무엇인가를. 프로듀서씨의 신발은 물론 아닙니다. 프로듀서씨가 신었던 신발이라면 배게로 써도 잘수 있는걸요!
"머리카락……."
갈색보다는 빨간색에 가까운 색. 저의 머리카락과는 미묘하게 다른 색입니다.
결정적으로, 이렇게까지 구역질나는 악취가 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하나 뿐입니다.
"아아……. 클로버 냄새가 묻었어."
품 속에서 탈취제를 꺼냅니다. 취이익 뿌려주고, 집 밖으로 저 멀리멀리 연을 날리듯 던져버립니다.
"잘 가아~ 다신 오지 말구~."
그리고 프로듀서씨의 방으로 향합니다. 프로듀서씨의 향기가 가득한 방. 침대는 프로듀서씨 혼자로는 미처 채우지 못 할만큼 컸습니다.
"저를 유혹하는 프로듀서씨~. 너무 야하다니까요~."
프로듀서씨의 유혹에 넘어가주기로 합니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잔다면 품속에 안겨들 수 밖에 없는걸요.
"아참. 침실에 옷을 입고 누으면 안 되죠."
프로듀서의 옷장 밑. 약간의 가공 공정을 거친 나무 판자를 뜯어내면 제 속옷이 나옵니다.
겉옷을 벗어서 가지런히 내려놓고 속옷을 갈아입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보여주지 못 하는 프로듀서씨에게만 보여드리는 비밀의 옷.
"아아. 너무 자극적인걸 준비했나 모르겠네요."
프로듀서씨가 정말로 본다면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영차~."
프로듀서의 품으로 다이빙! 얇은 잠옷 너머로 프로듀서의 피부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약간 이상하네요. 향기로 가득차야 할 이 침대에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
현관에서 맡은 것과 같은 종류.
'짜증나게시리…….'
하지만 탈취제를 뿌리진 않았습니다. 그 암컷의 냄새를 지운다고 프로듀서씨의 향기까지 사라져버리면, 그런 슬픈일도 없는걸요. 그리고 그 암컷의 냄새는 저와 프로듀서의 땀으로 덮으면 되는거니까~.
"프로듀서씨랑 뒹굴뒹굴~."
일부러 살이 마주 닿도록 프로듀서씨의 손을 옮겨 저의 몸 위로 올립니다.
영원히 지금이 계속된다면…….
끄아아아 늦게 일어났다아아아아아아!!!!
어서어서어서! 빨리 씻고, 옷을 준비…….
"자아 옷 꺼내놨어요~."
"쿄코!?"
"프로듀서씨가 안 일어나시길래 왔답니다~."
"어떻게 알고 왔……."
아마도 폰으로 연락하고 안 받길래 온 걸까. 과연 쿄코. 나로서는 미처 예상치도 못 했다.
"우왓. 고마워 쿄코!"
"자아~ 천천히."
쿄코의 도움을 받아 빨리 옷을 갈아입는다. 어린이도 아니고 남이 도와줘서 옷을 갈아입는다니. 제법 창피해졌다.
"아침……은 드실 시간이 없으려나요."
"앗 아침 차려준거야? 미안해 쿄코!"
"후후.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도시락으로 준비했답니다~."
아침에 쿄코가 올 때면 상에 차려서 주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을 상황을 대비해서 도시락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큿. 어디까지 천사인거냐 쿄코.
"이거이거……. 고마워서 어떻게 하지."
"후후~. 오늘 아침은 같이 출근해요~."
"그래. 그래야겠다. 차 빼올게."
"아 맞다. 이번 주말에 시간 되시나요?"
"음? 이번 주말……. 그래 이번 주는 한가해."
"그렇다면 그때 데이트하는 걸로~."
"데…… 데이트?!"
동년배의 여성과 소개팅을 한 적도 별로 없는 나다. 데이트같은 것은 꿈도 못 꾸지. 그런데 그 대상이…….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어라? 뭔가 해 주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앗……. 물론 뭐든 들어줄 게!
하지만 데이트는 괜히 스캔들이 뜰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같이 식사하고 쇼핑하는 걸로 바꿀까요?"
"그건 되겠네."
"그 다음에는 같이 영화라도 보고, 어두워지면……. 꺄아~."
그 후,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쿄코를 태우고 프로덕션으로 향했다.
차를 모는 도중에 길이 막힐때마다 쿄코가 "자아~ 아앙~." 하고서 방울 토마토를 꺼내줘서 당황했다. 가정계 아이돌답게 이런 연기는 쿄코의 전문분야여서 자연스럽게 받아 먹어버렸다. 이거 완전 사육사한테 먹이 달라고 입벌리는 동물 같구먼. 창피하면서도 기분은 좋았다.
역시 우리 애들은 모두 착해. 얀데레라니 어쩌다가 그런 근거없는 소문이 퍼진건지 모르겠다니까.
ⓐ 마유
애정도 - 클린(1) + 0.3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 쿄코
애정도 - 위험(2) + 0.6
ⓓ 치에리
애정도 - 매우 위험(3) + 0.3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위험이랑 매우 위험의 차이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범법행위가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느냐와 전투력,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에로도가 달라집니다.
쿄코가 0.6인 관계로 한번만 더 이벤트를 거듭하면 똑같이 매우 위험으로 올라서 무의미한 설정이지만 말입니다.
다음 앵커!
+1 대상 아이돌 (사천왕)
+2 대상 아이돌 (사천왕)
씨익 ( 아수라장 )
"헤에. 쿄코는 프로듀서씨랑 같이 지각한 건 가요?"
"으읏. 잘못 했습니다!"
평소에는 "프로듀서씨 어서오떼……요." 하고 발음을 실수하며 귀엽게 맞아주는 치에리건만 이렇게까지 무서워 보이다니. 다시는 늦잠자지 않을게요!
어쨋거나 지각은 지각. 어디선가 나타난 치히로씨가 귀여운 별과 코인을 사는 것으로 용서해준다고 하셨습니다. 고마워라.
"덕분에 자리에 별이 수북히 쌓여버렸지만."
오늘 일은 대체로 앉아서 하는 것. 치에리의 지적으로 아직도 긴장해서 풀리지않은 몸을 한껏 스트레칭해 풀어낸다. 치에리 무서웠지…….
내가 목을 풀기를 반복하자 우득우득 소리가 사무실 구석에서 퍼져간다. 스트레칭이 끝날 즈음에는 문에서 똑똑 소리가 났고, 주의는 그곳으로 돌아갔다.
"프로듀서씨~ 마유에요오."
"응 들어와도 되."
찰칵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마유와 치에리. 마유는 잔을, 치에리는 과자를 들고 온 모양이다.
"같이 드실래요?"
"오옷. 맛있어 보이네."
갓 구워낸듯 과자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
"이거 직접 만든거야?"
"치에리랑 함께 만들었답니다~."
"네. 저번에 마유랑 같이 카나코한테 배웠어요."
"그래서 저번에 오븐 주변이 하얗게 된건가……."
"우웃 죄송해요."
"아니아니. 미안해할 건 없어."
쿠키 하나를 집어들고 바로 입에 집어넣는다. 마유가 가져온 차향이 코끝을 간질였고, 입 안의 쿠키가 부드럽게 부서진다.
내가 과자를 먹는 것을 둘은 빤히 바라본다.
"맛있나요……?"
"오오~ 맛있어."
"다행이다."
"후후~."
남에게 시식시키는 것은 처음인 듯 긴장했다가 긴장을 푼다. 안심하고 얼굴을 펴는 모습이 머리를 쓰다듬어져 늘어지는 토끼를 보는 것 같다.
'마유랑 치에리 진짜 천사'
이런 천사같은 아이들과 일을 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오늘은 프로듀서씨가 사무실에 앉아서 계속 일을 하는 날이에요. 평소처럼 차에 갇혀서 피곤해하시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렇게 되면 얼굴 볼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워요.
그렇게 생각하던 중, 마유가 다가옵니다.
"치에리이~ 이럴때는 저번에 배운 걸 써보죠~."
"저번이라면……."
"네에~. 카나코씨한테 배운 제과요~."
"아앗."
저번에 마유랑 같이 카나코에게 전수받은 필살 공략법. 가사 전반에 능한 『도둑 고양이』에 대항하기 위해 마유와 임시로 팀을 맺어서 제과법을 배웠었어요.
카나코에게 배운 바로 그 날, 클로버 모양의 틀을 준비했다. 평범한 세잎 클로버 모양의 틀과 네잎 클로버 모양의 틀.
밀가루 반죽을 시작으로, 우리 둘은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하얏. 하얏. 하야."
오븐에 넣기 전에 틀로 찍어서 모양을 만듭니다.
"어라? 세잎이랑 네잎이 섞여있네요?"
"후헤에.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드문드문 나온 걸 집으면 기분이 좋으니까……."
"그렇네요오~."
초록색을 입힐 과자 숲에서 우연히 네잎을 집어내면 프로듀서씨도 기뻐할테니까요.
슬쩍 뒤를 돌아봅니다. 제 말을 듣고서 마유도 뭔가를 떠올린듯, 틀에 변화를 주면서 과자의 모양을 정해갑니다.
'그렇다면 비밀의 소스…….'
주머니 속에 몰래 넣어놓은 소형 플라스크 유리관을 꺼냅니다. 시키씨의 연구실에서 몰래 가져온 사랑의 비약. 네잎 클로버 모양의 과자들 위로 뿌려줍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나나씨에게 배운 비장의 수를 쓸 때에요.
"으웃…… 맛 있어져라~ 맛 있어져라~."
뒤가 서늘해져 돌아보니, 마유씨가 흐뭇한 미소로 웃고 있었습니다.
"ㅂ…… 방금 거는 그……."
"후후~ 귀여워요~."
"후와아앗……."
거울을 봤다면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게졌을 거에요. 부끄러워서 클로버 아래로 엎드린 토끼처럼 숨고 싶었습니다.
"그럼 저도 마법의 주문을~."
마유도 저를 따라서 쿠키에 무엇인가를 하는 모양이에요. 힐끗 쳐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사랑의 비약이였습니다.
'마유도 경계해야겠네.'
이러면 안 되는데. 블랙 리스트에 친구의 이름이 오르는 건 슬픈 일이에요.
ⓐ 마유
애정도 - 클린(1) + 0.6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 쿄코
애정도 - 위험(2) + 0.6
ⓓ 치에리
애정도 - 매우 위험(3) + 0.6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위험이랑 매우 위험의 차이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지만,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범법행위가 어디까지 나갈 수 있느냐와 전투력,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에로도가 달라집니다.
쿄코가 0.6인 관계로 한번만 더 이벤트를 거듭하면 똑같이 매우 위험으로 올라서 무의미한 설정이지만 말입니다.
+1 대상 아이돌 (사천왕)
+2 대상 아이돌 (사천왕)
+3 콤마로 이벤트 결정
0~30 : 사랑의 비약이 효과를 나타낸다.
31 ~ : 사랑의 비약이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
사랑의 비약이 효과를 발휘하면 아무래도 고위험군이 좋겠죠???
아쉽게도 효과가 없네요.
완전 바보잖아 나
"부우우우우에에에에에"
속이 조금 메스껍다. 뭘 잘못 먹었나. 그르르르르르르!
"푸하아아. 이쯤하고 나가야지."
화장실에 처박혀서 헛구역질을 조금 했다. 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약간 메스꺼운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으왓. 먼저 가시기에요?"
"속이 좀 안 좋아서요."
"으윽. 그러면 어쩔 수 없군요. 대신 내일부터 제대로 굴릴거에요!"
사무실의 치히로씨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선다. 오늘 해야할 일은 다 끝내놨고 몸 상태도 안 좋겠다. 먼저 나가서 죄송합니닷.
"그럼 시동 걸고……."
부르르 엔진 소리가 나며 차가 떨리기 시작한다. 벨트를 매고 핸들에 손을 올리려는 그 때…….
"프로듀서씨~."
"후와아아아!?"
갑자기 뒤에서 사람의 손이 나타났다.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요 프로듀서씨~."
"앗…… 마유구나. 깜짝 놀랐네에."
"프로듀서씨!"
"……???"
갑자기 차 안에서 나타난 마유. 뒷 좌석의 끝에서 가운데로 옮겨와서는 자세를 바꾼다.
저 자세는 분명…….
'그라비아 모델이 쓸법한 강조 포즈?!'
양손을 가슴 아래로 모아 흉부를 강조한다. 키에 비해서 유난히 커다란 부위가 강조될대로 강조된다.
마유는 아이돌 일을 하기 전에는 모델 일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로리타 계열 독자 모델. 아마도 저런 자세를 배웠다면 아이돌 일을 하면서 배웠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저런 포즈는 못 봤는데.'
"흥~ 흐음~."
콧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고개의 각도를 돌린다. 그러다가 내가 반응이 없자 볼을 부풀리며 입을 열었다.
"마유……?"
"뿌우……."
솜털처럼 가벼운 주먹으로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린다.
"모처럼 배워온 기술인데에……."
"앗. 그랬구나."
"흥. 몰라요오."
그렇게 말하고선 마유가 차의 뒷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더니 앞문을 열고서 바로 조수석에 앉는다.
"집까지 데려다줄까 마유?"
"앗. 그것말인데요 프로듀서~."
"응?"
차는 시동만 걸고 출발은 하지 않은 상황. 아직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아 제 자리에서 부르르 떨기만 할 차 안.
마유가 방금 전과 비슷한 포즈로, 내 한쪽 팔에 부드러운 흉부를 가까이하며 귓속말을 한다. 어차피 마유와 나 둘 뿐인 공간이었기에 그렇게 밀착할 필요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프릴 달린 옷인만큼, 옷 끝부분이 내 팔에 닿을때마다 슬쩍슬쩍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니 그 이상으로, 마유가 이렇게 찰싹 붙어있는데 싫어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에요오. 그럼 부탁해요 프로듀서씨~."
"그럼 그럴까."
귓속말이 끝나고 나는 브레이크를 내려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을 시작하고서도 몇 번, 마유가 기습적으로 그라비아 모델이 취할법한 포즈를 내게 시험하는 등 참기 어려운 상황이 몇 번 일어났다.
차를 타고 앉아있어서 망정이였지. 하마터면, p가 P가 되는 걸 마유에게 보여버릴 뻔 했다.
"오셨어요 프로듀서씨?
오늘은 저녁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저부ㅌ…… 후앗!? 마유씨!?"
"안녕 쿄코~."
"마유에요오~."
"ㅁ…… 마유씨까지. 어쩐일로!?"
"이야……. 사실 마유네 부모님이 집에 안 계셔서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고 했거든."
"프로듀서씨의 집에는 쿄코씨도 있을테니, 3명이서 사이좋게 먹으려고 왔답니다~."
"그누눗……."
"그나저나 쿄코~."
"ㅇ…… 옙!"
"방금전에 뭐라고 말했……."
"ㅈ…… 저녁 먹죠!"
쿄코가 나와 마유의 팔을 당겨서 안으로 들인다. 저녁상은 방금 차린듯 새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나 더 떠야겠네요~."
"미리 말도 안 하고 와서 죄송해요~."
"앗. 괜찮아요!"
마유의 것까지 밥을 뜨고서는 쿄코가 수저를 꺼내준다.
젓가락을 들고 가까이있는 반찬부터 조금씩 올려서 입에 가져가는 마유. 미식가가 시식하듯 천천히 음미한다.
"쿄코는 정말 요리를 잘 하시네요~."
"가사는 특기니까요~."
쿄코와 마유. 원래부터 천사같은 아이들이지만, 이렇게 같이 둘이 있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내가 앞에 놓여있는 계란 후라이의 끝부분을 잘라, 간장에 틱하고 살짝 찍어 올리자 쿄코가 마유의 귀에 대고 소근댄다.
"프로듀서씨는 반숙 프라이의 끝부분. 노른자가 닿지 않는 곳까지만 처음에 잘라서 저렇게 찍어요~."
"……."
마유가 큿 소리를 내며 분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말을 했는지는 소리가 작아서 못 들었지만, 저렇게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면 역시 저 둘도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컵이 비었다. 애매하게 먼저 비어버린 컵에 물을 따르고 다시 마셨다. 분명히 물을 마셨었다. ……그런데 그 다음의 일은 어째선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프로듀서가 눈을 감은 순간, 아이돌들의 암투는 시작된다.
+1 ~ 2 콤마로 이벤트 결정
합계 0~140 : 귀여운 암투 (마유가 클린, 쿄코가 위험인 관계로 확률 높음)
합계 141~ :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아쉽도다... 콤마가 너무 낮다...
쿵 소리를 내며 프로듀서가 식탁에 머리를 박았다. 술에 약한 사람이 폭탄주를 마시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듯 정말로 퉁 쓰러져 버리자 그 옆에 있던 두 명, 마유와 쿄코가 입을 열었다.
"쿄코. 알겠어요? 아무리 프로듀서씨가 좋아도 함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에요."
"므구굿."
키를 비교해보면 머리카락 끄트머리가 살짝 차이나는 수준. 옆에서 보면 어느 도토리가 더 크냐고 비교할 정도로 무의미한 신장 차이였으나, 어쨋든 나이로 따지자면 마유가 쿄코보다 한 살 많은 언니. 자연스럽게 훈계하는 분위기로 돌아간다.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수면제를 먹이거나 하는 건 엄연한 범죄에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서로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할 수 있을테니까요."
점심때만 하더라도 시키가 만든 묘약을 프로듀서에게 먹일 쿠키에 잔뜩 발라넣던 마유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된 관계로 프로듀서는 제가 돌봐드릴게요."
"기다리세요 마유씨!"
"??? 왜 그러시죠?"
"마유씨는 무엇을 근거로 프로듀서를 데려가는 거죠?"
"근거라. 프로듀서씨가 잠들었으니 침대까지 옮겨드리는 것인데. 거기에 다른 이유가 필요하려나요?"
"호오. 정말로 그걸로 끝인가요?"
"아차. 프로듀서씨가 외롭지 않게 옆에서 함께 자야죠. 중요한 걸 잊을 뻔 했네요~."
"그렇게는 안 되죠."
"……???"
순식간이었다. 정말로 짧은 순간. 마유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는 그 사이에 쿄코는 행동에 나섰다.
입고있던 앞치마의 리본을 풀어 앞치마를 내리자 동시에 셔츠도 내려간다.
"무…… 무슨!"
"안에는 잠옷이에요~."
"앗?!"
방심했다. 생각해보면, 현관에 들어서자 쿄코가 내뱉은 말에 이미 힌트가 있었던 것이다.
『오셨어요 프로듀서씨?
오늘은 저녁부터 드실래요? 아니면 저부ㅌ…… 후앗!? 마유씨!?』
여기서 끝겼던 말의 완성형은 아마도 "저부터……♥". 그렇다는 말은 저녁을 건너뛰고 당장 침실로 직행하는 것을 고려했다는 뜻.
'단순히 관용구라고 생각했건만……. 방심했네요.'
"하지만 저도 지지 않는답니다."
프로듀서를 의자에서 꺼내서 왼팔은 프로듀서의 무릎 아래로, 오른팔은 등 가운데를 적당히 받친다.
"…… 그 자세는!"
남자가 여자를 안을 때 사용하는 안기 방법 중 가장 주변의 이목을 끄는 방법. 일명 『공주님 안기』라는 것이었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그 시전자가 여성인 마유이고, 대상자가 성인 남성인 프로듀서인 점이 였을 것이다.
"프로듀서씨를 침실에 모시고 가는 것은 바로 저!"
"앗! 저도 지지 않아요!"
자기보다 훨씬 무거운 프로듀서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서 마유가 발을 뗸다. 그리고 타다닷 침실로 직행. 쿄코는 마유를 따라간다.
그리고 도달한 침실. 아이돌 둘과 프로듀서라는, 원래라면 있을 수 없는 조합의 인원이 침상에 발을 들이려 한다.
침대에 손이 닿자, 쿄코의 신경을 타고 전기가 달린다.
'마유씨는 저처럼 잠옷을 따로 가져온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어요.'
그것은 짧은 의문. 잠옷을 챙겨오지 않은 마유. 침대에 사복 그대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후. 눈치챘나 보네요오."
"뭐…… 라고?"
그것을 표현하는 단어로 무엇이 적절할까.
'탈피'
아직 끄지 않은 부엌의 불빛이 문틈 사이로 들어온다. 밝기가 낮은 빛이 마유의 옷을 비춘다. 산란되는 은은한 불빛. 밤의 빛 속에서 뱀이 허물을 벗듯, 마유는 겉옷을 그대로 풀어 해친다.
"옷을 입지않는다…… 라고요?"
"후후. 그러면 프로듀서씨랑 저는 한 숨 잘게요오~."
당했다. 침실에서는 잠옷. 그런 미지근한 생각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
'저도 지지 않아요!'
아직 끄지 않은 부엌 불을 끄고서 다시 침실로 돌아온다. 마유는 어두운 문가로 슬쩍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꿀걱 침을 삼켰다.
'저도 똑같이 승부에요!'
'드문드문 구멍이 패여있는 속옷이라니…… 완전히 유혹할 생각으로 왔었나요. 무서운 아이 쿄코.'
잠옷을 벗어 던지고, 속옷 차림으로 침대로 들어온다.
이미 잠에 취한 프로듀서를 커다란 쿠션삼아 둘은 피부를 데우기 시작했다.
ⓐ 마유
애정도 - 위험(2)
ⓑ 유카리
애정도 - 클린(1) + 0.3
ⓒ 쿄코
애정도 - 매우 위험(3)
ⓓ 치에리
애정도 - 매우 위험(3) + 0.6
애정도는 이벤트를 거듭할수록 0.3 또는 그 이상이 올라가며, 0.9 정도 얻으면 +1로 취급되어 괄호 안의 숫자가 증가합니다.
애정도의 첫 승급이 일어났네요.
개그에 가까운 암투가 일어나긴 했다만, 마유는 위험, 쿄코는 매우 위험에 오른만큼 앞으로는 이런 장면 보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1 아침 이벤트 대상 (사천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