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네요~ 처음에는 그저 당황했을 뿐이었죠. '이 사람은 대체 뭐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렇겠죠."
"하지만 말이에요. 그 때의 저는, 텅 비어 있던 상태였어요."
"네?"
타카가키 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 보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대학생 때 잠시했었던 모델 일을 계속했어요.
애초에 낮가림이 심해서 사람들과 말도 잘 못했던 저였으니까, 그저 도망간 걸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 때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도, 비록 찍을 때만은 당당하게 자신있게 있는다 해도, 정말 이게 제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에 빠졌을 시기였어요."
그건 그녀가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이었을 것이다. 그걸 나에게 털어놓는 건, 아무래도 과거의 내가 그 이야기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 때에, 조금 실례되는 마법사가 찾아온 거죠. 갑자기 나타나 마차에 타지 않겠냐고.
보통 사람이라면 거절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는 고민했어요. 25살에, 새로운 도전을 해도 되는지를. 이런 저여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뭐, 사실 마법사도 끈질기기는 했었죠. 가끔 일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권유해 오니까요. 후훗. 그 때 프로덕션의 여러분은 많이 화냈다고요?"
그건 언제나 하던 재활 치료 도중의 일이었다. 평소와 같이 간단한 운동을 하고 나는 어떤 책을 읽는 순간, 그 책을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걸 의사에게 말하니 호전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미용, 패션, 온천 여행. 이 세 가지에 관한 책들 뿐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프로덕션. 특히 '일'에 관한 것은 어슴푸레나마 기억이 돌아왔다. 기억 속의 내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지. ...그래도 여전히 노이즈가 낀 TV처럼 '사람'에 관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병원에서 완치...아니, 퇴원 가능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억의 손실이 보이는 것은 일부- 특히, 인간관계 뿐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지만, 이대로 병원에서 보내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퇴원을 하게되었다.
4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속삭이는 소리, 울리는 비명, 눈을 떠달라는 소녀의 울먹이는 소리.
대체 무슨 일일까?
...모르겠다.
소수...? 이럴 때는 소수를 세면 되는 건가?
안돼겠다. 머리가 질퍽질퍽해서,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나긋나긋한 햇볕이 몸을 감싸, 둥실거리는 침대 위에 있는 것같다. 이렇게 좋은 날인데, 비라도 내리는지 빰 위에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그리고 의식은 점점 멀어져간다.
주위를 둘러보려 몸을 일으키려해도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부르려 소리를 내려해도 목이 갈라진 것처럼 고통스러울 뿐, 으- 아- 하는 의미 없는 소리가 새어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머릿 속에 이상이 생겼다고한다.
그렇다 기억이, 추억이, 통째로 없어졌다고 한다.
>>+2까지 없어진 기억의 수치. (최소 값 50고정). 주사위.
50- 인간관계.
100- 자기자신의 대한 것까지.
이름, 주소, 직장까지는 기억한다. 하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아로 사진을 보는 것처럼 일부만 보일 뿐이다. 윤곽만이. 확대해서 보면 깨지는 jpg 파일처럼. 기억들은 조각조각 아무런 의미도 없이 흩어져 있다.
...나는 대체, 어디에서, 무얼하며 지냈으며.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지낸 걸까.
모르겠다. 그런 상태에서 의미도 없이 재활 훈련을 하는 도중. 면회신청이 왔다고 한다.
[담당 아이돌]이... [담당]? [아이돌]? 확실히 프로덕션에서 일했던 건 기억하지만...
의사는 아직 만날 시기는 아니나 만나면 깨닫는 것도 있을 수 있다며 면회를 허가해줬다.
면회를 온 아이돌은---
>>+2.
그녀는 나를 보고는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옅게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인사를 받아 같이 인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 말을 했지만. 다시 본 그녀의 웃음은, 아까 전과 다르게 쓸쓸해 보였다.
"아, 아. 죄송합니다! ...실례인 건 알지만 당신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사실 간호사에게 들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그녀의 이름을 물을 수 없었다.
"...타카가키, 카에데. 타카가키 카에데에요."
"타카가키 씨. 예, 죄송합니다."
이름을 들으면 생각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은 틀린 모양이다. 그녀의 이름을 들어도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면회실에는 그저 조용한 침묵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와 대화를 하려고 이야기 거리를 찾아봐도, 여기에는 TV도 없고 정신이 든 뒤부터는 재활 치료만 했기 때문인지 아무런 내용도 떠오르지 않았다.
왼쪽 눈밑에 있는 눈물점도 그렇지만, 양쪽 눈의 색이 다른 것이다 각각 청록색과 초록색.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름다워 보였다.
"저...눈이 예쁘시네요."
아까부터 이곳을 맴돌던 침묵을 내쫓기 위해서 나는 그녀의 눈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눈을 다시 한 번 동그랐게 뜨고는 후훗, 미소지었다.
"역시, 프로듀서 씨는 기억을 잃어도 프로듀서 씨군요."
이어서 그녀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게 제 눈을 칭찬했어요.'
"그랬나요?"
"예♪."
첫 만남은 다른 사무소에서 모델을 하던 타카가키 씨가 일 때문에 스튜디오에 찾아왔을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 때는 정말 놀랐다니까요. 갑자기 저를 보고는 하는 첫 마디가 그거였으니까요."
"그. 그랬군요."
아무래도 과거의 나는 말주변이 별로 없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저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그리고는 이어서 하는 말이 '아이돌에 흥미는 없습니까?'에요? 보통 25살에게, 그리고 모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죠."
"....죄송합니다."
"덕분에 저희 쪽 스탭 분들과 싸우기도 하시고."
'지기는 했지만요.' 하고 그녀는 말했지만, 일단 그건 평범한 어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아웃 아닌지...?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 해도 과거의 자신이 한 행동에 무심코 머리를 붙잡고 말았다.
"어머, 권유하신 건 프로듀서 씨가 아니었나요? 후훗."
다행히 그녀는 아까 전의 쓸쓸한 미소가 아니라 진심어린 미소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에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과거의 나는 사회성을 떨어져도 보는 눈이 있는게 아니었을까?
...그건 그렇고 그녀가, 잘 나가던 모델을 그만두고 처음 만난 사람의 권유로 아이돌이 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기억이 없다해도 지금 말하고있는 타카가키 씨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아무래도, 기억력이 나쁜 모양이라서요."
그렇기에, 나는 말을 맞추어 본다.
"그렇겠죠."
"하지만 말이에요. 그 때의 저는, 텅 비어 있던 상태였어요."
"네?"
타카가키 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여기가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바라 보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하고 싶은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대학생 때 잠시했었던 모델 일을 계속했어요.
애초에 낮가림이 심해서 사람들과 말도 잘 못했던 저였으니까, 그저 도망간 걸지도 모르죠.
그래서 그 때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도, 비록 찍을 때만은 당당하게 자신있게 있는다 해도, 정말 이게 제가 원하는 일인지 생각에 빠졌을 시기였어요."
그건 그녀가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이었을 것이다. 그걸 나에게 털어놓는 건, 아무래도 과거의 내가 그 이야기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보통 사람이라면 거절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는 고민했어요. 25살에, 새로운 도전을 해도 되는지를. 이런 저여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뭐, 사실 마법사도 끈질기기는 했었죠. 가끔 일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권유해 오니까요. 후훗. 그 때 프로덕션의 여러분은 많이 화냈다고요?"
"그건 뭐...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자니 면회 종료의 알림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졌다. 좀 더 말을 나누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어머, 죄송해요. 저만 얘기해버려서."
"아뇨, 타카가키 씨 덕분에 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가려는 찰나, 단발 머리를 흩날리며 뒤돌아 보았다.
"프로듀서 씨."
"예."
"당신이 설령 기억을 잃었다 해도. '저희들'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꼭 쾌차해서 사무실로 돌아오셔야 되요."
그리고는 그녀는 손가락을 말아 술 잔을 마시는 시늉을 하고는.
"돌아오면 같이 술을 한 잔하도록 해요! 약속이니까요!"
"...네."
'타카가키 카에데'. 그녀에게, 나는 마법사라고 했다. 그럼 나에게 그녀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렇게 좋은 추억을 들어도 무엇하나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었....
창 밖에서 옅은 녹색 머리를 발견했다. 타카가키 씨. 아까 돌아가셨을 텐데? 옆에 있는 건 녹색의 복장을 입은 머리를 세 갈래로 땋아 내린 여성이었다. 누구일까? 타카가키 씨의 지인?
나는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보인 것은-
아까까지 즐겁게 대화했던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저 아이처럼. 머리를 세 갈래로 땋은 여성은 그런 타카가키 씨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다.
'아아...'
내가 그녀를 상쳐주어 버린 걸까? 그렇다. 아까 한 말들을 되새겨보면, 그녀에게 나는 친근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당신은 누구신가요?'라 묻는다면.
자신과 함께한 기억이, 추억들이 전부 사라졌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녀가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즐겁게 과거를 얘기하며 격려해준 그녀가.
그건 착각이었다. 그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녀는 강하게, 즐겁게 행동했던 거구나.
그런데도 아직도 그녀에 대한 건 기억나지 않는다. 눈에서 한 줄기 물방울이 흘러 침대 위 시트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왜 나는 아직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그런고로 언젠가를 위한 투표.
재활치료가 끝난 후 P는 346 프로덕션에 복귀할 수 있는가?
1. 다행히 재활치료를 하면서 일에대한 기억 중 일부가 돌아왔기에 346프로덕션은 P를 받아준다.
2. 그런건 없다. 현실은 잔혹. 기약없는 휴직 상태이다.
3. 기타
오늘 10시까지 가장 많은 것으로.
상당히 양심적인 회사군요. 346 프로덕션.
그걸 의사에게 말하니 호전됐을지도 모른다며 다양한 책을 읽었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미용, 패션, 온천 여행. 이 세 가지에 관한 책들 뿐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프로덕션. 특히 '일'에 관한 것은 어슴푸레나마 기억이 돌아왔다. 기억 속의 내가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지. ...그래도 여전히 노이즈가 낀 TV처럼 '사람'에 관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병원에서 완치...아니, 퇴원 가능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억의 손실이 보이는 것은 일부- 특히, 인간관계 뿐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과연 그럴까 의문이 들었지만, 이대로 병원에서 보내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퇴원을 하게되었다.
...(도주)
......(36계 줄행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