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1에서 나왔지만,이제부터 뭘 해야 할 지를 모른다. 기세 좋게 나온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그 뒤가 문제였다
961 같은 대기업에서 나왔으니, 그동안의 전적만을 봐도 어디에 들어간들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961에서 나온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부담스러울 것이다
쿠로이 사장. 그자는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쥬피터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무소에 압력을 넣어서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도록 고립시킬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최소한 346 정도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346은 아이돌 부서가 이제 막 2년째에 접어들어가는 중이다. 3명이나 되는 남성 아이돌 유닛을 만들자고, 큰 돈 들여 남성 아이돌 전문 부서를 따로 설립할 수는 없었다
결국 쥬피터가 선택한 것은──
*
타카기 "인사하게. 오늘부터 우리 765 프로에서 함께 일하게 될 동료들, 쥬피터라네"
"""""에엑?!"""""
765 프로의 아이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대립하던 961 프로. 거기에 소속된 아이돌 유닛 쥬피터와 갑자기 동료가 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토우마 "그......잘 부탁한다"
토우마 본인도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린다. P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P "그들을 데려온 건 나야. 내가 사장님께 부탁했지. 우리 765 프로도 이제 꽤나 커져가는 중이니까, 슬슬 다른 쪽에도 손을 뻗어볼까 생각했거든"
그 결과물이 남성 아이돌 유닛이다. 물론 가뜩이나 좁아터진 이 사무소에서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아마추어들을 데려다 레슨을 시키고 데뷔를 시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보기에는 상당히 위험부담이 컸다
765 프로의 아이돌들도 이제 안정적인 상황에 진입해, 여기저기 다른 스케쥴에 뛰어들 정도로 바빠질 정도로 인기가 생겼다고는 해도, 새로 남성 아이돌들을 데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약간 꺼려졌던 일이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인기 많던 남성 아이돌 유닛이 굴러나왔다. 쥬피터. 비록 961에서 나와, 이제는 일을 구하기 어려워 졌다고 해도, 그 인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의 팬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커다란 무대 하나만 구해다 놓아도 엄청나게 많은 여성팬들이 몰릴 것이다. 키쿠치 마코토와 팬층이 겹칠 수도 있겠으나, 그건 그것대로 좋다
P "실력은 이미 보장되어 있고, 팬들도 많아. 무대에만 세워주면 제 몫들은 충분히 해낼 이들이니까. 961과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겠지만, 이전부터도 싸워왔던 프로덕션이고, 961도 이제부터 쥬피터를 대신할 아이돌들을 키우기 바쁠테니까, 그 공백기 동안에, 확실하게 밀어붙여볼 생각이야"
더 이상 당하고만 있는 건 P도 사양하는 바이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상대방이 휘두르던 칼을 잡고 휘두를 시간이다
P "리츠코. 이제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스도 뜸해졌지? 당분간 쥬피터의 프로듀스를 부탁할게"
리츠코 "에엑?! 저에게 맡기시는 거에요?! 하지만, 이런 일은, 같은 남자로서 P가 하는게......"
P "나도 다른 일로 바쁘거든. 그럼, 부탁할게"
두 손 모아 부탁하는 P. 은근히 무른 성격인 그녀로서는 그렇게까지 부탁해오면 거절할 수 없다.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리츠코와 쥬피터. 결국, 한숨을 내쉬며, 리츠코 쪽에서 먼저 백기를 들어올렸다
리츠코 "알겠어요. P에게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제가 한 번 담당해볼게요. 이제와서 새삼스러운 자기소개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즈키 리츠코라고 해요. 쥬피터 여러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리츠코 "일단 사무소 안은 조금 시끄러우니까, 다른 장소로 옮기도록 하죠. 따라와 주세요"
리츠코는 쥬피터를 765 프로의 옥상까지 데리고 올라왔다. 4층짜리 건물의 탁 트인 옥상에서는 주변의 건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보다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높은 961 프로의 빌딩에서는 훨씬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지만
리츠코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그쪽은 저를 잘 모를 것 같고, 이제부터 함께 일을 해 나아갈 동료이니만큼 자기소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아까 말했던대로, 제 이름은 아키즈키 리츠코. 나이는 올해로 19세이며 현재 765 프로에서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어요"
이어서 토우마가 말했다
토우마 "나는 아마가세 토우마. 나이는 18세. 쥬피터의 리더를 담당하고 있어. 딱히 나와 쇼타에게까지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어. 호쿠토라면 모를까, 우리는 당신보다 연하니까"
리츠코 "그런가. 알겠어. 그러면 말을 놓도록 할게"
호쿠토 "저는 이쥬인 호쿠토라고 해요. 나이는 20세. 연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에게의 예의는 지킬 생각이에요. 저도 존댓말을 쓰더라도,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네요"
찡긋. 윙크를 날리는 호쿠토. 리츠코는 덤덤하게 말했다
리츠코 "괜찮아요. 아즈사 씨처럼, 당신보다 연상인 사람도 제게 존댓말을 쓰니까. 아,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여기저기에 윙크를 날리지는 말아주세요. 같은 765 프로의 동료 아이돌들이라고는 해도, 추파를 던지는 건 허가하지 않을 테니까요"
호쿠토 ".....끄응"
강적을 만난 듯 신음소리를 내는 호쿠토. 쇼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쇼타 "하하하, 호쿠토 군. 아주 제대로 적수를 만났는걸? 아, 나는 미타라이 쇼타. 14살이야. 앞으로 잘 부탁할게, 누나"
리츠코 "일단 바로 레슨에 들어가 보도록 하죠. 쥬피터의 무대는 한두 번 본 게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상으로만. 실제로 눈 앞에서 바로 본 적은 없으니까, 한 번 제대로 보도록 할게요"
토우마 "좋아.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도록 하지"
765 프로의 아이돌이 사용하는 레슨실에 들어가는 쥬피터. 그들은 각자의 솔로곡부터 단체곡까지 전부 열창하며 춤췄다
BANG×BANG, 결정~Crystal Dust~, On Sunday, ,Alice or Guilty, 사랑을 시작하자(恋をはじめよう) 등. 그리고 그것들 전부 보고 난 뒤, 리츠코는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리츠코 "확실히 기대 이상이네요. 남성 아이돌이기 때문인지 여성 아이돌보다 체력적으로도 우세한 듯 하고. 댄스의 양상도 달라요. 이건...문외한인 저로서는 상당히 난항을 겪겠네요"
류구코마치를 키워낸 솜씨좋은 프로듀서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여성 아이돌 전문. 남성 아이돌을 상대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리츠코로서는 여기서 더 손을 댄다는 건 무리였다. 그렇기에 나온 결론은,
리츠코 "신곡,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토우마 "음? 가능한거야? 우리들, 이제 막 765에 들어왔는데"
토우마의 질문에 리츠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코 "961 프로의 대표적인 아이돌 유닛이었던 쥬피터. 그들이 961에서 나왔다는 소식만으로 이 바닥이 한 번 술렁였어요. 그리고,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현재 당신들은 떠오르는 신예인 우리들, 765에 들어왔죠. 이것만으로도 연예계는 상당히 큰 소란이 일어날 거에요. 765와 961이 제대로 한 번 맞붙을 거라는 이야기가 될테고, 많은 호사가(好事家)들이 떠들어 대며 주목하겠죠──거기서, 완전히 765 프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로 신곡을 내놓는 거에요"
상당히 전략적인 의견. 듣고 있던 쥬피터 세 사람은 감탄했다. 그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호쿠토는 손을 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호쿠토 "하지만, 괜찮을까? 쿠로이 사장님의 힘이라면 우리가 765 프로에 들어간 것도 금방 알 거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어떻게든 방해하려 하겠지. 우리와 765 아이돌 간의 스캔들이라든가, 그런 자극적인 기사를 쓸지도 모르는데, 괜찮은 거야?"
리츠코 "거기에 대해서 생각해 둔 것도 있어요. P도 바보가 아닌 한, 당신들을 끌어들일 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을 것이고, 요시자와 씨의 힘을 빌리거나, 이쪽이 생각해 둔 대비책으로 똑같이 다른 식으로 961의 치부에 대해서 언론에 퍼뜨리면 비등비등한 승부를 낼 수 있겠죠"
쇼타 "961의 치부라...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꽤나 알고 있는게 많으니까, 협력할게. 뭐, 나의 경우에는 단순히 의심만 하고 있던 거고,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파헤쳐 봤던 사람은...호쿠토지?"
호쿠토는 눈을 질끈 감다가 다시 뜨며, 리츠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호쿠토 "미안해요. 쥬피터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쿠로이 사장님이 당신들에게 폐를 끼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늦게나마 사죄드릴게요"
토우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책임이 있어. 그쪽의 아이돌, 아마미와 처음 만났을 때도 퉁명스럽게 대해버렸고...리더로서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 하고 있던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쇼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변명을 댈 수 없으니, 나도 사과할게"
쥬피터 삼인방이 모두 고개를 숙이자 리츠코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리츠코 "괘, 괜찮으니까 모두 고개를 들어요! 아, 정말! 난 이런 것엔 익숙하지 않은데...!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 어쨌든 지금부터 당신들은 765 프로의 아이돌들이에요.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계세요. 신곡에 관해서는 사장님이랑 P와 따로 이야기를 해 볼테니, 당신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되요. 일단, 제대로 언론에 알리기 전까지는, 당신들이 우리 765 프로에 몸을 맡겼다는 건 어디에서도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해산해서, 자취방으로 향하는 토우마. 횡단보도의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새로운 것을 붙잡은 감각. 그것은 961 프로에서 처음 아이돌로 발탁될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토우마 "새로운 곳에서...새로운 시작인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한때 라이벌이라고 칭할 수 있는 회사의 아이돌들과 이제는 동료가 되었지만, 남녀 가리지 않고 톱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 뿐.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왕자(王者)의 자리에 오르는 건, 아마가세 토우마. 본인이라고 그는 자신하고 있었다
토우마 "그보다 왕자(王者)라니...나도 어지간히 그 아저씨에게 물들었구만"
사실 쿠로이 타카오와 가장 죽이 잘 맞았던 사람은 아마가세 토우마였다. 그는 비록 쿠로이의 비겁한 행동은 경멸했지만, 톱 아이돌에 대한 진지한 자세만큼은 꽤나 존경하고 있었다. 그건 쿠로이도 마찬가지였다. 바보이기는 해도, 순수하게 톱 아이돌의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토우마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날, 토우마가 쿠로이의 멱살을 잡았던 날
서로에 대해서 큰 실망을 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감도 큰 것이다
토우마 "제길...망할 아저씨 같으니라고...당신이 그런 행동을 하지만 않았다면...나는..."
횡단보도의 불길이 바뀌었다. 혀를 차고 걸어가는 그의 앞길을 누군가가 막았다. 그 사람은──
??? "호오, 이게 누구신가? 여전히 먹이를 찾지 못 해 방황하는 길거리의 똥개 아닌가"
익숙한 목소리. 덤으로 짜증나는 말투
토우마 "그 재수없는 말투 하나는 여전하군, 아저씨. 그래서,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그런 똥개에게 관심을 주는거지? 엉?"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곁에서 항상 그런 말투를 보고 들어온 토우마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아이의 교육에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이러니까 나오는 것이다
쿠로이 "우연이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본 거지. 어떠냐, 961에서 나온 뒤 아이돌 활동에 큰 지장이 오기 시작했지? 이제 깨달았을 거다. 너희들이 그때까지 누렸던 인기, 안락함 그 모든 것이 나와 961에서 나온 것임을. 이제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하나?"
처음 961을 나왔을 때 겪은 세상의 혹독함과 마주했을 땐, 후회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쿠로이를 막는다─라는 길을 선택했어도 나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다. 그건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호쿠토와 쇼타. 두 사람 모두를 배신하는 행동이니까.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 쥬피터 3인방만 있는 건 아니다
토우마 "후회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쿠로이 "......너희들을 받아줄 소속사라도 찾은 모양이군?"
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일하며, 안목 하나만큼은 대단한 쿠로이. 순식간에 그가 어디 다른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토우마는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그를 완벽히 속이는게 불가능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속일 수 있다면, 최대한 더 속여본다
"얕보지 말라고, 아저씨. 이 바닥에는 961만 대기업인게 아니야. 우리처럼 실력 검증되고 팬덤도 꽤 큰 아이돌 유닛이라면, 무대에 세워주기만 할테니 이쪽으로 와라─하고 손을 내미는 사무소가 꽤나 많다고, 알아?"
횡단보도의 불빛이 점멸해간다. 이제 슬슬 붉은 빛으로 바뀔 시간이다. 토우마와 쿠로이는 서로를 지나쳐,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다시 불빛이 바뀌고, 차들이 쌩쌩 지나가기 시작할 때. 토우마는 쿠로이를 돌아보며 외쳤다
토우마 "두고봐, 아저씨! 설령 장소가 달라졌다고 해도, 내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어! 961도, 346도, 765도, 경쟁자란 경쟁자는 전부 다 물리쳐서 다시 한 번 더 톱 아이돌의 자리에 올라, 왕자(王者)가 되겠어! 각오하라고, 아저씨가 얼마나 방해를 해 오든, 우리는 우리의 실력만으로 깨부숴 줄테니까!"
쿠로이 "......"
할 말 다 했다는 듯 사라지는 토우마. 쿠로이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쿠로이와 만나고 복잡한 마음을 노래방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고도, 묘하게 불쾌한 귀갓길. 석양 노을로 붉게 물드는 하늘 아래를 걷고 있던 도중, 우연히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갑자기 끽! 하고 멈춰서며 창문을 내린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그 안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토우마 "아키즈키...?"
리츠코 "먼저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왜 이제야...?"
토우마 일행이 나간 시간으로부터 4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토우마는 어느덧 시간이 그렇게 흘러나 싶어서 한숨 소리를 냈다. 그런 토우마를 보며, 리츠코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리츠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집까지, 태워다 줄까?"
토우마 "그래도 되는 거냐?"
리츠코 "문제 없잖아. 너도 제대로 변장한 채 걸어다니는 길이고. 다른 사람들 시선 더 모으기 전에 빨리 탈 건지, 말 건지 정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여자가 건네는 권유.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편안한 좌석에 눕듯이 앉아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토우마는 리츠코의 차에 탔다. 운전석은 오른쪽, 그 바로 옆의 왼쪽 좌석에 앉은 토우마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붉은 노을이 저물어가는 태양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최후의 힘을 다 짜내 가장 강렬한 빛을 내뿜듯이. 그것이 마치 지금의 쥬피터의 처지와 비슷하게 느껴져, 토우마는 눈썹을 찌푸렸다. 리츠코는 토우마를 슬쩍 보고는 물었다
리츠코 "기분이 불쾌해 보이는데...무슨 일 있었어?"
토우마 "......우연히 쿠로이 아저씨를 만났어. 역시 그 눈치 하나는 녹슬지 않은 건지, 우리들이 이미 다른 사무소에 들어간 것도 눈치챘더군"
리츠코 "에엑?! 진짜야?!"
토우마 "765 프로에 들어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일부터 미행이 따라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우리가 765 프로에 들어갔다는게 알려지는 건 시간의 문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리츠코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고민했다
리츠코 "한 4일은 버틸 거라고 생각했는데...어쩔 수 없으려나...P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그리고, 은근슬쩍 토우마를 보는 리츠코. 토우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퉁명스럽게 말했다
토우마 "스카웃 제의는 안 받았으니까 신경 끄시지? 당신보다, 내가 그 아저씨의 성격을 더 잘 알아. 한 번 이거다 싶으면 무조건 그것 하나에 목을 매달듯 돌진하는 바보 같은 아저씨라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더라도, 그걸 번복하지는 않아. 그 정도의 결단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리츠코 "......너 지금, 그 사람을 두둔하는 거야?"
토우마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군. 단지, 나는 그 사람과, 가장 비슷했던 인간이라고...그렇게 알고만 있어"
토우마도 후회하고 있다. 좀 더 뜻이 잘 맞던 쿠로이와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실망을 시킨 건 그쪽이었다. 홧김에 나와버리긴 했어도, 후회는 해도, 다시 받아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쥬피터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그 날의 결단은, 그 날의 행동은 절대로 없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리츠코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리츠코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해. 우리 사무소 사람들 중 그 분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은 사장님과 코토리 씨 정도겠지. 그래도, 한 명의 프로듀서로서는...사장의 자리에 앉아도, 자신이 직접 아이돌을 발탁하여, 일일히 데리고 다니며, 따라 다니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 적극적인 행동만큼은...높게 평가하고 있어"
토우마 "......의외인걸?"
리츠코 "공과 사는 구분하니까. 그리고, 그 사람과 네가 닮았다고 해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다르다고 생각해. 그도 그럴게, 너는 그 사람처럼 야비하고 비열한 방식은 쓰지 않잖아? 단순무식할 정도로, 올곧게 직진하는 남자라고, P도 말했어"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닌 P에게 들은 말. 그걸 믿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P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리츠코 "그런 올곧음, 싫어하지는 않아. 나는...여러모로 흔들릴 때가 있으니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때가 묻어갈수록 점점 더 올곧게 꿈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류구코마치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가끔씩 본인도 무대에 설 때가 있지만, 역시 본업은 프로듀서로의 업무다
토우마 "나는...아직 당신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류구코마치가 그렇게나 성장할 수 있는 것에는...당신의 조력도 컸다고 봐. 그러니까, 의심을 가지지 말라고. 당신은 우리 쥬피터의 프로듀서야. 우리가 다시 왕자(王者)가 될 수 있도록, 잘 부탁하지"
리츠코 "......너, 정말로 영향 많이 받았네"
토우마 "냅둬"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로도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차는 토우마의 집까지 향했다
그 누구보다도 적대하는 765 프로의 아래에 들어갔다는 걸 알면 아주 길길이 날뛰며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방해할 것이다
호쿠토 "토우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계속 모른 척 할래? 아니면 버텨? 그도 아니라면 쿠로이 사장의 슬하로 다시 들어갈 거야?"
토우마 "그럴리가. 이렇게 된 거, 갈때까지 가봐야지.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이거야. 소속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걸, 그 아저씨에게 보여줘야지"
왕자(王者)의 자리. 소속사를 옮겼다고는 해도, 961과 쿠로이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토우마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건 틀리다거나 가짜인 것이 아니다.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 비록 다른 사람에게서 빌려온 이상을 덮어썼다고 해도, 그런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시간이 전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짜에게 진짜가 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만큼 가짜 쪽에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쇼타 "그래도...765 프로의 아이돌들에게 피해가 가면..."
토우마 "무시해. 고작 그 정도의 방해로 흔들릴 녀석들이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잖아? 쿠로이 아저씨와 같이, 우리도 그 녀석들을 지켜봐 왔다고"
미나세 재벌의 영애인 미나세 이오리가 있는 한 선을 넘는 방해는 없을 것이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과거사 폭로보다 더 큰 약점 또한 없을 것이다. 765 프로는 겉보기보다 강하다
토우마 "우리가 미안한 시늉을 보이면 보일수록 녀석들의 자존심만 더 짓밟는 행위가 될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더욱더 그 방해를 무시하고 라이브의 성공에만 집중한다. 알겠어?"
호쿠토 "뭐...나는 토우마의 선택을 지지해. 토우마를 따라가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재밌지 않은 적도 또 없었으니까"
쇼타 "토우마 군의 행동력은 곁에서 많이 지켜봐왔으니...까짓거 한 번 더 믿고 모험을 해볼까?"
토우마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토우마 "좋아. 쥬피터라는 배에 한 번 올라탄 이상 중도하차는 용납하지 못 해. 못 가겠다고 한다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주겠어. 그런게 싫다면, 넘어지지 말고, 자신의 두 다리로, 끝까지 쫓아오라고. 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앞장서 줄 테니까"
리츠코 "어차피 들킬 거라면, 이쪽에서 먼저 치고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765의 저력과 쥬피터라는 유닛이 아직도 이 바닥에서는 강세라는 걸 보여주기로 말이죠. 당신들을 내쫓은 걸 그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 수 있죠?"
호쿠토 "...뭐, 소속사가 달라졌다고 해도, 어느 무대든, 우리의 엔젤들은 찾아와 줄테니까"
쇼타 "우리들, 이래 보여도 남자 아이돌계에서는 라이벌이 없으니까 말이지!"
쥬피터는 리츠코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쥬피터가 765 프로덕션으로 소속사를 이전했으며, 2주일 후. 대형 라이브를 펼칠 거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
토우마 "솔직히 이러면 쿠로이 아저씨 쪽에서 방해를 해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리츠코 "분명 방해를 해오겠지. 오히려 그걸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 라이브장 전체가 하나의 함정과도 같달까?"
토우마의 옆에서 호쿠토가 개인곡 리허설 준비를 하는 걸 보며 리츠코가 말했다
토우마 "그건 무슨 의미지?"
리츠코 "이 라이브장에 모인 스탭들 중 조명감독, 촬영감독 등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들과 끈이 닿아있는 사람들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미나세 재벌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이쪽에서도 원하는게 있고, 그들이 그걸 수행해 줄 능력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 이게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 하지만, 그 외의 스태프들이라면 다르지"
토우마 "사고가 터지면...바로 눈치챌 수 있다는 건가?"
리츠코 "관할 스태프가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는 그들의 책임으로 연결되니까, 눈에 불을 키고 찾을거야. 범인을 색출한 다음에, 우리는 바로 문제의 수습에 들어가면 될 거야"
쿠로이 타카오. 961 프로의 사장이자, 765 프로의 적이며, 쥬피터의 예전 고용주였던 남자
아마가세 토우마는 그의 비열한 행위에 경멸을 느끼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961에서 나와 765로 이적을 했다
쿠로이 "제법이더군. 깜깜한 무대를, 오히려 그런 식으로 활용했나?"
리츠코 "역시 그때의 일은 당신이...!"
격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츠코. 하지만, 토우마는 도리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당겨 다시 의자에 앉혔다
리츠코 "토우마!"
토우마 "자리에 앉아있어"
쿠로이는 호오~ 하고 토우마를 응시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녀보다 먼저 토우마가 박차고 일어서 쿠로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비열한 행위를 경멸하는 그이기에, 그런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쿠로이는 그를 비웃듯이 말했다
쿠로이 "조금은 성장이란걸 한 모양이로군?"
토우마 "아저씨 밑에 있을 때라면 모를까. 여기서는 안 되거든. 이적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사고를 치겠어?"
음료수 한 잔을 한 번에 들이킨 뒤, 쾅! 강하게 내려찍듯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토우마는 쿠로이를 응시했다. 쿠로이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토우마 "조용히 가시지, 아저씨? 이런 곳에서 귀찮은 소동을 벌일 셈이야? 961 프로의 사장과 전직 961 프로의 아이돌 유닛 그리고 현직 765 프로의 프로듀서. 이 조합, 귀찮은 파파라치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딱이라고?"
쿠로이 "......흥, 뭐 좋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주지. 하지만, 토우마, 호쿠토, 쇼타. 잊지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나를 배신한 개들을 절대로 가만히 놔 둘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토우마 "아저씨야말로 각오하시지? 옛 정이고 뭐고, 수틀리면 다 뒤집어 엎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토우마. 호쿠토와 쇼타는 토우마가 대신 나섰기에 침묵하고 있었지만, 토우마와 똑같이 무언의 항의를 쿠로이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과 알고 지낸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 시선만으로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다 알게 된 쿠로이
쿠로이 "흥...짜증나는 녀석들 같으니..."
그대로 말 없이 등을 돌리고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리츠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쥬피터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리츠코 "미안해요. 내가 먼저 이성을 잃──"
호쿠토 "우리 앞에서 고개 숙일 필요는 없어요, 리츠코 씨. 저건,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거니, 어쩔 수 없잖아요?"
쇼타 "아저씨 성격이 나쁘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으니까. 도리어, 우리가 더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네"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역시 쥬피터와 765 사이에는 여전히 쿠로이 타카오라는 남자가 계륵과도 같이 끼어있다. 토우마는 다시 잔에 주스를 따르며 말했다
토우마 "너무 진지하게 상대하지는 마. 이상한 방해를 제외하면, 크게 대응할 것도 없어. 비겁한 짓을 한다고 해도,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나는 행동만큼은 하지 않을테니까"
쿠로이 타카오는 아무리 성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라고 해도, 자신만의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 행동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마치 편집증이나 강박증처럼 말이다. 아마, 그 또한 그의 과거와 관련해서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일이나 가라고 타박을 했던 적이 있었다
토우마 "......"
속이 쓰려왔다. 만약, 쿠로이 타카오라는 남자가 좀 더 솔직하고, 정정당당한 남자였으면 어땠을까?
토우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IF의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961에서 나와, 쿠로이를 등졌고, 그건 쿠로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의 인연은 그 날을 계기로 끝났다. 남아있는 건, 케케묵은 악연 뿐
신곡을 녹음하기 위해 모인 쥬피터. 작곡가는 그들에게 이미 곡과 가사가 완성되었다고 전했다
토우마 "이봐, 우리들에게 상의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니야?"
리츠코 "일단 이쪽에서 임의로 정했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그 후부터 상의를 해서 고쳐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해"
쥬피터는 노래의 제목을 보았다. 『BRAND NEW FIELD』. 961에서 나온 쥬피터가 765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내용의 노래다
호쿠토 "흐음...이 '새로운 기적'이나 '돌아보지마'라는 부분이 마음에 드는걸?"
쇼타 "새로운 시작인가...토우마 군. 이걸로도 괜찮지 않아?"
토우마 "...뭐, 마음에 들기는 하네"
리츠코 "바로 녹음에 들어갈 거야. 우선 맨 처음 곡을 들어보고 난 뒤에, 본격적인 녹음을 시작해보자"
이미 실력은 검증된 아이돌 유닛. 특히, 쥬피터의 메인 보컬은 토우마였다. 호쿠토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서, 쇼타는 댄스와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기 위해서 투입된 인원. 하지만, 역시 쿠로이 타카오가 사람 보는 눈은 있기 때문인지 기본적인 실력도 충분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녹음작업. 다 끝냈을 때 즈음에는, 어느새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음질을 조절하고, 잡음을 지워낸 뒤, 깔끔해져 제대로 된 '노래'로 재탄생한 『BRAND NEW FIELD』. 들어본 감상은 물어볼 것도 없었다
토우마 "두 사람 다, 잘 했어. 작곡가 님도 감사합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작곡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쥬피터. 그리고, 리츠코를 돌아본다
토우마 "당신도...고마워..."
리츠코 "별 말씀을. 신곡을 사용한 본무대에서 큰 문제 없도록 노력해볼테니까, 당신들도 열심히 해주세요"
그때, 은근슬쩍 쇼타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쇼타 "그러고보니 지난번 뒤풀이에서 묻고 싶은게 있었지만, 그냥 어물쩍 넘어가야 할 상황이 있어서 묻지 못 한 건데...토우마 군은 누나가 아이돌이었다는 것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누나도 토우마 군을 이름으로 부르네? 토우마 군은 누나를 '당신'이라든가, '아키즈키'라든가 이렇게 부르던데"
호쿠토 "나도 궁금했어. 언제부터, 우리들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나 친밀해진거야?"
토우마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을 버벅거린다. 다른 두 사람은 그 반응을 노리고 옛날부터 그래왔듯이 놀린 것이지만, 의외로 리츠코도 크게 당황하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쇼타 "토우마 군.. 누나, 확실히 아이돌 출신이라 미인이기는 하지만, 스캔들은 안 돼?"
호쿠토 "토우마. 선은 지켜야지. 너는 아직 18살인걸?"
하지만, 묘한 느낌도 잠시. 오히려 그 느낌이 두 사람의 장난기에 더 불을 붙여버렸다
토우마 "시, 시끄러워! 어쨌든, 오늘 일은 여기서 끝이지?! 나, 나는...먼저 간다!"
쇼타 "아, 도망쳤다...누나는 어때?"
리츠코 "나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이야. 장난이라도,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그만두렴"
완고한 성격. 리츠코는 정석적인 대답으로, 은근슬쩍 찔러들어오는 듯한 공격을 막아냈다. 쇼타는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더니, 호쿠토와 함께 리츠코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리츠코는 프로듀서로서, 마지막으로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리츠코 "이름으로 부른다, 인가......"
일본의 요비스테 문화를 생각해보면 남녀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리츠코도 연애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타나베'라는 소년에게 호감이 있기는 했다. 그게 애정이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호감을 다 키워가기도 전에, 그가 자신의 친구와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고 선을 딱 그어놓기는 했지만(리츠코의 생일 축하 드라마 CD 내용)
리츠코 "어째서일까......"
그 올곧음 때문일까. 쿠로이 타카오의 영향을 진하게 받았다고 해도, 그는 쿠로이의 그림자이거나 하수인 같은게 아니다. 그의 꿈이 '가짜'인 것도 아니다. 그는 타인의 색으로 물든다고 해도, 그걸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아무리 주변이 변해도, 그의 본질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할까
어쩌면 그 우직함과 올곧음에, 무언가를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리츠코 "모르겠네...일단...퇴근이나 할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녀는 프로듀서. 그는 아이돌. 공과 사를 철저히 지켜야 할 관계. 지나친 관심은,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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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1 같은 대기업에서 나왔으니, 그동안의 전적만을 봐도 어디에 들어간들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961에서 나온 그들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부담스러울 것이다
쿠로이 사장. 그자는 자신을 배신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쥬피터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사무소에 압력을 넣어서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 하도록 고립시킬 것이다
그걸 피하려면, 최소한 346 정도 되는 대기업에 들어가야 하겠지만, 346은 아이돌 부서가 이제 막 2년째에 접어들어가는 중이다. 3명이나 되는 남성 아이돌 유닛을 만들자고, 큰 돈 들여 남성 아이돌 전문 부서를 따로 설립할 수는 없었다
결국 쥬피터가 선택한 것은──
*
타카기 "인사하게. 오늘부터 우리 765 프로에서 함께 일하게 될 동료들, 쥬피터라네"
"""""에엑?!"""""
765 프로의 아이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대립하던 961 프로. 거기에 소속된 아이돌 유닛 쥬피터와 갑자기 동료가 된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토우마 "그......잘 부탁한다"
토우마 본인도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린다. P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P "그들을 데려온 건 나야. 내가 사장님께 부탁했지. 우리 765 프로도 이제 꽤나 커져가는 중이니까, 슬슬 다른 쪽에도 손을 뻗어볼까 생각했거든"
그 결과물이 남성 아이돌 유닛이다. 물론 가뜩이나 좁아터진 이 사무소에서 재능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아마추어들을 데려다 레슨을 시키고 데뷔를 시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보기에는 상당히 위험부담이 컸다
765 프로의 아이돌들도 이제 안정적인 상황에 진입해, 여기저기 다른 스케쥴에 뛰어들 정도로 바빠질 정도로 인기가 생겼다고는 해도, 새로 남성 아이돌들을 데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건 약간 꺼려졌던 일이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인기 많던 남성 아이돌 유닛이 굴러나왔다. 쥬피터. 비록 961에서 나와, 이제는 일을 구하기 어려워 졌다고 해도, 그 인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의 팬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커다란 무대 하나만 구해다 놓아도 엄청나게 많은 여성팬들이 몰릴 것이다. 키쿠치 마코토와 팬층이 겹칠 수도 있겠으나, 그건 그것대로 좋다
P "실력은 이미 보장되어 있고, 팬들도 많아. 무대에만 세워주면 제 몫들은 충분히 해낼 이들이니까. 961과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겠지만, 이전부터도 싸워왔던 프로덕션이고, 961도 이제부터 쥬피터를 대신할 아이돌들을 키우기 바쁠테니까, 그 공백기 동안에, 확실하게 밀어붙여볼 생각이야"
더 이상 당하고만 있는 건 P도 사양하는 바이다. 이번에는 이쪽에서 상대방이 휘두르던 칼을 잡고 휘두를 시간이다
P "리츠코. 이제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스도 뜸해졌지? 당분간 쥬피터의 프로듀스를 부탁할게"
리츠코 "에엑?! 저에게 맡기시는 거에요?! 하지만, 이런 일은, 같은 남자로서 P가 하는게......"
P "나도 다른 일로 바쁘거든. 그럼, 부탁할게"
두 손 모아 부탁하는 P. 은근히 무른 성격인 그녀로서는 그렇게까지 부탁해오면 거절할 수 없다.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리츠코와 쥬피터. 결국, 한숨을 내쉬며, 리츠코 쪽에서 먼저 백기를 들어올렸다
리츠코 "알겠어요. P에게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제가 한 번 담당해볼게요. 이제와서 새삼스러운 자기소개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즈키 리츠코라고 해요. 쥬피터 여러분,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호쿠토 "잘 부탁드립니다"
쇼타 "잘 부탁할게, 누나!"
토우마 "뭐...크게 골 썩힐 일은 없을테니까...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미인들이 많은 공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일까. 유독 토우마만이 허술한 반응을 보였다
+2
1. 자기소개
2. 레슨
리츠코는 쥬피터를 765 프로의 옥상까지 데리고 올라왔다. 4층짜리 건물의 탁 트인 옥상에서는 주변의 건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보다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높은 961 프로의 빌딩에서는 훨씬 더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지만
리츠코 "사실은 다 알고 있지만, 그쪽은 저를 잘 모를 것 같고, 이제부터 함께 일을 해 나아갈 동료이니만큼 자기소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단 제 소개부터 할게요. 아까 말했던대로, 제 이름은 아키즈키 리츠코. 나이는 올해로 19세이며 현재 765 프로에서 류구코마치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어요"
이어서 토우마가 말했다
토우마 "나는 아마가세 토우마. 나이는 18세. 쥬피터의 리더를 담당하고 있어. 딱히 나와 쇼타에게까지 존댓말을 쓸 필요는 없어. 호쿠토라면 모를까, 우리는 당신보다 연하니까"
리츠코 "그런가. 알겠어. 그러면 말을 놓도록 할게"
호쿠토 "저는 이쥬인 호쿠토라고 해요. 나이는 20세. 연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프로듀서에게의 예의는 지킬 생각이에요. 저도 존댓말을 쓰더라도,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는 말아줬으면 하네요"
찡긋. 윙크를 날리는 호쿠토. 리츠코는 덤덤하게 말했다
리츠코 "괜찮아요. 아즈사 씨처럼, 당신보다 연상인 사람도 제게 존댓말을 쓰니까. 아,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여기저기에 윙크를 날리지는 말아주세요. 같은 765 프로의 동료 아이돌들이라고는 해도, 추파를 던지는 건 허가하지 않을 테니까요"
호쿠토 ".....끄응"
강적을 만난 듯 신음소리를 내는 호쿠토. 쇼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쇼타 "하하하, 호쿠토 군. 아주 제대로 적수를 만났는걸? 아, 나는 미타라이 쇼타. 14살이야. 앞으로 잘 부탁할게, 누나"
토우마 "어이, 쇼타. 여기, 961이 아니니까 너무 사고치며 지내지 마라. 사춘기는 벼슬이 아니라고"
리츠코 "괜찮아요. 아미나 마미 같은 장난꾸러기들을 관리하는데에는 이골이 났으니까요. 게다가, 사촌동생을 돌봐본 경험도 꽤나 있으니까 큰 문제는 없어요. 물론, 장난을 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잔소리나 벌을 줄테니까, 각오해둬 쇼타"
쇼타 "아, 으응......"
리츠코의 기백에 밀린 탓인지 쇼타는 떨떠름해 하며 대답했다
토우마 "그래서, 이제부터 뭘 할 생각이지?"
리츠코 "음...이제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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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슨
2. 퇴근
토우마 "좋아.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도록 하지"
765 프로의 아이돌이 사용하는 레슨실에 들어가는 쥬피터. 그들은 각자의 솔로곡부터 단체곡까지 전부 열창하며 춤췄다
BANG×BANG, 결정~Crystal Dust~, On Sunday, ,Alice or Guilty, 사랑을 시작하자(恋をはじめよう) 등. 그리고 그것들 전부 보고 난 뒤, 리츠코는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리츠코 "확실히 기대 이상이네요. 남성 아이돌이기 때문인지 여성 아이돌보다 체력적으로도 우세한 듯 하고. 댄스의 양상도 달라요. 이건...문외한인 저로서는 상당히 난항을 겪겠네요"
류구코마치를 키워낸 솜씨좋은 프로듀서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여성 아이돌 전문. 남성 아이돌을 상대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리츠코로서는 여기서 더 손을 댄다는 건 무리였다. 그렇기에 나온 결론은,
리츠코 "신곡,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토우마 "음? 가능한거야? 우리들, 이제 막 765에 들어왔는데"
토우마의 질문에 리츠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츠코 "961 프로의 대표적인 아이돌 유닛이었던 쥬피터. 그들이 961에서 나왔다는 소식만으로 이 바닥이 한 번 술렁였어요. 그리고, 아직 발표는 안 났지만, 현재 당신들은 떠오르는 신예인 우리들, 765에 들어왔죠. 이것만으로도 연예계는 상당히 큰 소란이 일어날 거에요. 765와 961이 제대로 한 번 맞붙을 거라는 이야기가 될테고, 많은 호사가(好事家)들이 떠들어 대며 주목하겠죠──거기서, 완전히 765 프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로 신곡을 내놓는 거에요"
상당히 전략적인 의견. 듣고 있던 쥬피터 세 사람은 감탄했다. 그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호쿠토는 손을 들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호쿠토 "하지만, 괜찮을까? 쿠로이 사장님의 힘이라면 우리가 765 프로에 들어간 것도 금방 알 거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어떻게든 방해하려 하겠지. 우리와 765 아이돌 간의 스캔들이라든가, 그런 자극적인 기사를 쓸지도 모르는데, 괜찮은 거야?"
리츠코 "거기에 대해서 생각해 둔 것도 있어요. P도 바보가 아닌 한, 당신들을 끌어들일 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을 것이고, 요시자와 씨의 힘을 빌리거나, 이쪽이 생각해 둔 대비책으로 똑같이 다른 식으로 961의 치부에 대해서 언론에 퍼뜨리면 비등비등한 승부를 낼 수 있겠죠"
쇼타 "961의 치부라...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도 꽤나 알고 있는게 많으니까, 협력할게. 뭐, 나의 경우에는 단순히 의심만 하고 있던 거고,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파헤쳐 봤던 사람은...호쿠토지?"
호쿠토는 눈을 질끈 감다가 다시 뜨며, 리츠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호쿠토 "미안해요. 쥬피터를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었어요. 그동안 쿠로이 사장님이 당신들에게 폐를 끼치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늦게나마 사죄드릴게요"
토우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책임이 있어. 그쪽의 아이돌, 아마미와 처음 만났을 때도 퉁명스럽게 대해버렸고...리더로서 마지막까지 눈치채지 못 하고 있던 나에게도 책임이 있어"
쇼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변명을 댈 수 없으니, 나도 사과할게"
쥬피터 삼인방이 모두 고개를 숙이자 리츠코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리츠코 "괘, 괜찮으니까 모두 고개를 들어요! 아, 정말! 난 이런 것엔 익숙하지 않은데...!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 어쨌든 지금부터 당신들은 765 프로의 아이돌들이에요.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계세요. 신곡에 관해서는 사장님이랑 P와 따로 이야기를 해 볼테니, 당신들은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되요. 일단, 제대로 언론에 알리기 전까지는, 당신들이 우리 765 프로에 몸을 맡겼다는 건 어디에서도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이후의 행동 +2
1. 315측에서의 스카웃 제의
2. 쿠로이와의 우연한 재회
3. 그냥 집으로
호쿠토 "다음에 또 봐, 토우마. 쇼타"
쇼타 "토우마 군. 오늘 있던 일, 언제나의 블로그에 실수로라도 올리지 말라구?"
토우마 "그런 실수 따위 할까 보냐!"
해산해서, 자취방으로 향하는 토우마. 횡단보도의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새로운 것을 붙잡은 감각. 그것은 961 프로에서 처음 아이돌로 발탁될 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토우마 "새로운 곳에서...새로운 시작인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한때 라이벌이라고 칭할 수 있는 회사의 아이돌들과 이제는 동료가 되었지만, 남녀 가리지 않고 톱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 뿐.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왕자(王者)의 자리에 오르는 건, 아마가세 토우마. 본인이라고 그는 자신하고 있었다
토우마 "그보다 왕자(王者)라니...나도 어지간히 그 아저씨에게 물들었구만"
사실 쿠로이 타카오와 가장 죽이 잘 맞았던 사람은 아마가세 토우마였다. 그는 비록 쿠로이의 비겁한 행동은 경멸했지만, 톱 아이돌에 대한 진지한 자세만큼은 꽤나 존경하고 있었다. 그건 쿠로이도 마찬가지였다. 바보이기는 해도, 순수하게 톱 아이돌의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토우마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날, 토우마가 쿠로이의 멱살을 잡았던 날
서로에 대해서 큰 실망을 했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감도 큰 것이다
토우마 "제길...망할 아저씨 같으니라고...당신이 그런 행동을 하지만 않았다면...나는..."
횡단보도의 불길이 바뀌었다. 혀를 차고 걸어가는 그의 앞길을 누군가가 막았다. 그 사람은──
+2
가다가 만나라는 앵커가 들어온 들, 누구와 만나라고 하는지 모르기에
1. 야마무라 켄
2. 쿠로이 타카오
익숙한 목소리. 덤으로 짜증나는 말투
토우마 "그 재수없는 말투 하나는 여전하군, 아저씨. 그래서,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그런 똥개에게 관심을 주는거지? 엉?"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곁에서 항상 그런 말투를 보고 들어온 토우마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아이의 교육에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이러니까 나오는 것이다
쿠로이 "우연이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본 거지. 어떠냐, 961에서 나온 뒤 아이돌 활동에 큰 지장이 오기 시작했지? 이제 깨달았을 거다. 너희들이 그때까지 누렸던 인기, 안락함 그 모든 것이 나와 961에서 나온 것임을. 이제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하나?"
처음 961을 나왔을 때 겪은 세상의 혹독함과 마주했을 땐, 후회하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쿠로이를 막는다─라는 길을 선택했어도 나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다. 그건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호쿠토와 쇼타. 두 사람 모두를 배신하는 행동이니까. 게다가, 이제는 더 이상 쥬피터 3인방만 있는 건 아니다
토우마 "후회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쿠로이 "......너희들을 받아줄 소속사라도 찾은 모양이군?"
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일하며, 안목 하나만큼은 대단한 쿠로이. 순식간에 그가 어디 다른 프로덕션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토우마는 주먹을 불끈 쥐었으나, 그를 완벽히 속이는게 불가능하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속일 수 있다면, 최대한 더 속여본다
"얕보지 말라고, 아저씨. 이 바닥에는 961만 대기업인게 아니야. 우리처럼 실력 검증되고 팬덤도 꽤 큰 아이돌 유닛이라면, 무대에 세워주기만 할테니 이쪽으로 와라─하고 손을 내미는 사무소가 꽤나 많다고, 알아?"
횡단보도의 불빛이 점멸해간다. 이제 슬슬 붉은 빛으로 바뀔 시간이다. 토우마와 쿠로이는 서로를 지나쳐,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다시 불빛이 바뀌고, 차들이 쌩쌩 지나가기 시작할 때. 토우마는 쿠로이를 돌아보며 외쳤다
토우마 "두고봐, 아저씨! 설령 장소가 달라졌다고 해도, 내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어! 961도, 346도, 765도, 경쟁자란 경쟁자는 전부 다 물리쳐서 다시 한 번 더 톱 아이돌의 자리에 올라, 왕자(王者)가 되겠어! 각오하라고, 아저씨가 얼마나 방해를 해 오든, 우리는 우리의 실력만으로 깨부숴 줄테니까!"
쿠로이 "......"
할 말 다 했다는 듯 사라지는 토우마. 쿠로이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쿠로이 "...흥, 애송이 주제에...기세등등한 것만큼은 여전하군"
복잡미묘한 심경이 담긴 목소리는 허공 속에 퍼져 사라져갔다
+2
1. 야마무라 켄
2. 리츠코
토우마 "아키즈키...?"
리츠코 "먼저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왜 이제야...?"
토우마 일행이 나간 시간으로부터 4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토우마는 어느덧 시간이 그렇게 흘러나 싶어서 한숨 소리를 냈다. 그런 토우마를 보며, 리츠코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리츠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집까지, 태워다 줄까?"
토우마 "그래도 되는 거냐?"
리츠코 "문제 없잖아. 너도 제대로 변장한 채 걸어다니는 길이고. 다른 사람들 시선 더 모으기 전에 빨리 탈 건지, 말 건지 정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여자가 건네는 권유.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편안한 좌석에 눕듯이 앉아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토우마는 리츠코의 차에 탔다. 운전석은 오른쪽, 그 바로 옆의 왼쪽 좌석에 앉은 토우마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붉은 노을이 저물어가는 태양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최후의 힘을 다 짜내 가장 강렬한 빛을 내뿜듯이. 그것이 마치 지금의 쥬피터의 처지와 비슷하게 느껴져, 토우마는 눈썹을 찌푸렸다. 리츠코는 토우마를 슬쩍 보고는 물었다
리츠코 "기분이 불쾌해 보이는데...무슨 일 있었어?"
토우마 "......우연히 쿠로이 아저씨를 만났어. 역시 그 눈치 하나는 녹슬지 않은 건지, 우리들이 이미 다른 사무소에 들어간 것도 눈치챘더군"
리츠코 "에엑?! 진짜야?!"
토우마 "765 프로에 들어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내일부터 미행이 따라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거야. 우리가 765 프로에 들어갔다는게 알려지는 건 시간의 문제.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리츠코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고민했다
리츠코 "한 4일은 버틸 거라고 생각했는데...어쩔 수 없으려나...P와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
그리고, 은근슬쩍 토우마를 보는 리츠코. 토우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퉁명스럽게 말했다
토우마 "스카웃 제의는 안 받았으니까 신경 끄시지? 당신보다, 내가 그 아저씨의 성격을 더 잘 알아. 한 번 이거다 싶으면 무조건 그것 하나에 목을 매달듯 돌진하는 바보 같은 아저씨라고.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더라도, 그걸 번복하지는 않아. 그 정도의 결단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리츠코 "......너 지금, 그 사람을 두둔하는 거야?"
토우마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군. 단지, 나는 그 사람과, 가장 비슷했던 인간이라고...그렇게 알고만 있어"
토우마도 후회하고 있다. 좀 더 뜻이 잘 맞던 쿠로이와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실망을 시킨 건 그쪽이었다. 홧김에 나와버리긴 했어도, 후회는 해도, 다시 받아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쥬피터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그 날의 결단은, 그 날의 행동은 절대로 없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리츠코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리츠코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해. 우리 사무소 사람들 중 그 분을 싫어하지 않는 사람은 사장님과 코토리 씨 정도겠지. 그래도, 한 명의 프로듀서로서는...사장의 자리에 앉아도, 자신이 직접 아이돌을 발탁하여, 일일히 데리고 다니며, 따라 다니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 적극적인 행동만큼은...높게 평가하고 있어"
토우마 "......의외인걸?"
리츠코 "공과 사는 구분하니까. 그리고, 그 사람과 네가 닮았다고 해도, 결정적인 부분에서 다르다고 생각해. 그도 그럴게, 너는 그 사람처럼 야비하고 비열한 방식은 쓰지 않잖아? 단순무식할 정도로, 올곧게 직진하는 남자라고, P도 말했어"
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닌 P에게 들은 말. 그걸 믿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P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리츠코 "그런 올곧음, 싫어하지는 않아. 나는...여러모로 흔들릴 때가 있으니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사회의 때가 묻어갈수록 점점 더 올곧게 꿈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류구코마치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가끔씩 본인도 무대에 설 때가 있지만, 역시 본업은 프로듀서로의 업무다
토우마 "나는...아직 당신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류구코마치가 그렇게나 성장할 수 있는 것에는...당신의 조력도 컸다고 봐. 그러니까, 의심을 가지지 말라고. 당신은 우리 쥬피터의 프로듀서야. 우리가 다시 왕자(王者)가 될 수 있도록, 잘 부탁하지"
리츠코 "......너, 정말로 영향 많이 받았네"
토우마 "냅둬"
그리고 두 사람은 동시에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후로도 사소한 잡담을 나누며, 차는 토우마의 집까지 향했다
다음날 +2
1. 집에서 뒹굴뒹굴
2. 쥬피터 집합
호쿠토 "......그렇구나. 결국 들켰나"
쇼타 "765 프로인 걸 아는 건 순식간이겠지......"
그 누구보다도 적대하는 765 프로의 아래에 들어갔다는 걸 알면 아주 길길이 날뛰며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방해할 것이다
호쿠토 "토우마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계속 모른 척 할래? 아니면 버텨? 그도 아니라면 쿠로이 사장의 슬하로 다시 들어갈 거야?"
토우마 "그럴리가. 이렇게 된 거, 갈때까지 가봐야지.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이거야. 소속사가 바뀌었다고 해도,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는 걸, 그 아저씨에게 보여줘야지"
왕자(王者)의 자리. 소속사를 옮겼다고는 해도, 961과 쿠로이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토우마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그건 틀리다거나 가짜인 것이 아니다. 톱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 비록 다른 사람에게서 빌려온 이상을 덮어썼다고 해도, 그런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시간이 전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짜에게 진짜가 되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 만큼 가짜 쪽에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쇼타 "그래도...765 프로의 아이돌들에게 피해가 가면..."
토우마 "무시해. 고작 그 정도의 방해로 흔들릴 녀석들이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잖아? 쿠로이 아저씨와 같이, 우리도 그 녀석들을 지켜봐 왔다고"
미나세 재벌의 영애인 미나세 이오리가 있는 한 선을 넘는 방해는 없을 것이다. 키사라기 치하야의 과거사 폭로보다 더 큰 약점 또한 없을 것이다. 765 프로는 겉보기보다 강하다
토우마 "우리가 미안한 시늉을 보이면 보일수록 녀석들의 자존심만 더 짓밟는 행위가 될 뿐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더욱더 그 방해를 무시하고 라이브의 성공에만 집중한다. 알겠어?"
호쿠토 "뭐...나는 토우마의 선택을 지지해. 토우마를 따라가서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재밌지 않은 적도 또 없었으니까"
쇼타 "토우마 군의 행동력은 곁에서 많이 지켜봐왔으니...까짓거 한 번 더 믿고 모험을 해볼까?"
토우마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토우마 "좋아. 쥬피터라는 배에 한 번 올라탄 이상 중도하차는 용납하지 못 해. 못 가겠다고 한다면, 억지로라도 끌고 가주겠어. 그런게 싫다면, 넘어지지 말고, 자신의 두 다리로, 끝까지 쫓아오라고. 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앞장서 줄 테니까"
일 +2
1. 라이브 준비
2. 신곡 준비
토우마 "신곡을 만들자고 하지 않았어?"
리츠코의 제안에, 토우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리츠코 "어차피 들킬 거라면, 이쪽에서 먼저 치고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765의 저력과 쥬피터라는 유닛이 아직도 이 바닥에서는 강세라는 걸 보여주기로 말이죠. 당신들을 내쫓은 걸 그가 후회하게 만들어 줄 수 있죠?"
호쿠토 "...뭐, 소속사가 달라졌다고 해도, 어느 무대든, 우리의 엔젤들은 찾아와 줄테니까"
쇼타 "우리들, 이래 보여도 남자 아이돌계에서는 라이벌이 없으니까 말이지!"
쥬피터는 리츠코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쥬피터가 765 프로덕션으로 소속사를 이전했으며, 2주일 후. 대형 라이브를 펼칠 거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
토우마 "솔직히 이러면 쿠로이 아저씨 쪽에서 방해를 해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리츠코 "분명 방해를 해오겠지. 오히려 그걸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 라이브장 전체가 하나의 함정과도 같달까?"
토우마의 옆에서 호쿠토가 개인곡 리허설 준비를 하는 걸 보며 리츠코가 말했다
토우마 "그건 무슨 의미지?"
리츠코 "이 라이브장에 모인 스탭들 중 조명감독, 촬영감독 등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들과 끈이 닿아있는 사람들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미나세 재벌과 연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이쪽에서도 원하는게 있고, 그들이 그걸 수행해 줄 능력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 이게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배신하지 않아. 하지만, 그 외의 스태프들이라면 다르지"
토우마 "사고가 터지면...바로 눈치챌 수 있다는 건가?"
리츠코 "관할 스태프가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는 그들의 책임으로 연결되니까, 눈에 불을 키고 찾을거야. 범인을 색출한 다음에, 우리는 바로 문제의 수습에 들어가면 될 거야"
그리고 리츠코의 예상대로 사건이 터졌다. 공연 시작 1시간 전. 조명이 나가버린 것이다
+2
1. 쥬피터가 나서서 함께 고친다(정전 해프닝 가챠)
2. 일단 범인부터 잡고 본다
토우마 "좋아. 그럼 우리도 조명을 복구시키는데 힘을 보태볼까?"
리츠코 "에? 당신들도 참여하라는 말은 없었는데...?"
토우마 "라이브에서 조명 트러블이라고!?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수리하러 가야지. 라이브를 개최할 수 있을지 어떨지의 위기다, 아이돌도 스태프도 상관없어. 호쿠토, 쇼타. 따라와"
호쿠토 "뭐, 긴급사태이니 어쩔 수 없지. 거기, 스태프 분. 배선도를 좀 가져와 주시겠어요?"
지나가던 여성 스태프가 호쿠토의 매력에 빠져 들어 바로 배선도를 가져다 바쳤다
호쿠토 "흐음, 이게 배선도인가. 문제가 된 곳은......쇼타, 내가 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쇼타 "물론! 나, 기계 손대는 것도 비교적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해 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든 해 볼 거야!"
손전등의 불을 키고, 연장통을 들고 이동하는 쇼타. 쥬피터의 예상 외의 행동에 리츠코는 잠시 벙찐 상태였지만, 곧 쓴웃음을 지었다
리츠코 "과연...이런 유닛인가..."
지금까지 961 프로와 쿠로이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쥬피터는 책임감이 강하며 프로의식도 높은 아이돌 유닛이다. 역시 톱 아이돌에 가까웠던 것은, 단순히 소속사의 힘과 쿠로이의 뒷공작 때문만은 아니였던 모양이다
리츠코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나. 좋아, 나도 도와줄게!"
두 팔을 걷어붙이고서, 리츠코도 손을 보태기 위하여 나섰다
*
토우마 "......전문가가 아닌 사람의 손도 보탰지만, 역시 이게 한계인가?"
조명이 끊어진 문제는 어떻게든 수습했다. 하지만, 완전한 것은 아닌지라, 무대가 조금 어두울 수 있었다
리츠코 "너무 방심했어.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 거라고 큰 소리쳤지만...결국 결과가 이건가..."
리츠코는 초조한 듯 엄지손가락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호쿠토는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호쿠토 "걱정마요, 프로듀서. 우리들도, 우리들의 팬도 고작 이 정도에 낙담하지는 않으니까"
리츠코 "하지만, 이래서는 제대로 된 무대를 펼칠 수 없──"
토우마 "쥬피터를 너무 얕보지 말라고, 아키즈키"
리츠코의 말을 끊으며, 토우마가 말했다
토우마 "어두운 무대에서라도, 스스로 빛을 내는게 진짜 '스타'지. 부족한 불빛은 우리와 팬들이 대신한다. 평소 이상으로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지. 시간이 없어.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이제,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다"
자신만만한 미소로 말하는 토우마. 리츠코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잠시 고민했지만, 이번만큼은 그들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예전에 담당했던 류구코마치는 초보 때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이들은 이미 프로. 그들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살짝 어두운 무대의 위. 토우마가 마이크를 붙잡고 팬들에게 외쳤다.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호쿠토 "공연 시작 전에 미리 알릴게 있어. 실로 유감스럽게도, 라이브 전에 조명 트러블이 생겼어. 그 때문에, 무대가 살짝 어두워, 아름다운 엔젤들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 부디, 우리들을 위해서, 대신 불을 밝혀주지 않겠어?"
호쿠토의 애원. 여자는 죽는다(두-둥)
아까보다 더 커진 여성들의 환호성과 함께, 그들 모두가 녹색의 사인라이트를 켰다. 흔들리며 물결치는 녹색의 파도. 하나하나의 불빛은 작지만, 그것들 모두가 하나로 모였을 때, 그 어떤 조명보다도 밝은 빛의 물결이 되어 어두운 공연장에서 빛을 퍼뜨린다
쥬피터도, 리츠코도, 스태프들도 그리고 스스로 빛을 낸 팬들도 감탄한 듯 소리를 낸다. 녹색의 빛무리. 그 물결로 가득찬 무대와 공연장.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쇼타 "모두의 라이트 덕분에 밝은 라이브가 되었네~! 우리 아이돌은, 관객 분들에게 지탱 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로♪"
쇼타가 거들자, 관객석 쪽에서 쇼타군 귀여워~! 라는 환호성이 들려왔다.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뻗으며, 토우마가 외쳤다
토우마 "좋아. 준비는 다 됬어!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첫 곡은 당연히──"
『사랑을 시작하자』
*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박수소리가 울린다. 무대 뒤편에 모여있던 스태프들과 아이돌들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지금 이 순간을 순수하게 기뻐했다
조명 트러블도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으며, 범인도 붙잡았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
리츠코 "거의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거 알아? 팬덤이 크고 열광적이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는지....."
토우마 "이게 쥬피터의 저력이라고. 똑똑히 보았겠지, 아키즈키"
당당하게 외치는 토우마를 보고, 리츠코는 잠시 그를 응시하다가 미소지으며
리츠코 "그래. 바보같지만 멋있더라"
토우마 ".....바보같지만, 이라는 말은 빼줬으면 좋았으련만"
호쿠토는 안됐다는 듯이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거리며,
호쿠토 "토우마는 정말로 레이디를 대하는 방법을 모르네. 그때는 웃으며 대범하게 받아들여주는 것이, 남자로서의 그릇이 넓다는 증거가 되는 거야"
토우마 "나, 나에게는 나만의 방식이 있어!"////
쇼타 "토우마 군, 또 부끄러워하는 구나?! 그런 모습을 팬들에게도 보여준다면, 여성팬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텐데"
토우마 "시, 시끄러워! 쇼타 너는 가만히 있어!"
또다시 토우마를 놀리는 방향으로 시끄러워지는 쥬피터. 그 모습이 즐거운 웃음을 유발한다. 이번만큼은 리츠코도 딱딱한 귀신중사로서의 모습보다는, 여유로움을 터득한 프로듀서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2
1. 뒤풀이
2. 해산
짠~! 하고 부딪히는 잔. 하지만, 단 한 명을 제외하면 전원 주스를 마신다. 일본의 법률상 20살 이상부터 음주가 가능하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해도, 20살이 되지 못 한 리츠코는 술을 마실 수 없었다
토우마 "뭐야, 당신 19살이었어? 의외네. 아무리 적어도 21세는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리츠코 "......" 빠직
은근히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을 신경쓰고 있던 리츠코. 손으로 쥔 유리잔에 살짝 금이 간다
토우마 "......" 뻘쭘
쇼타 "......토우마 군. 아무리 나라도 그 상황에서, 그런 대사는 안 해"
호쿠토 "......이래서 토우마는......"
여자 앞에서 터부시되는 화제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이와 체중 이야기였다. 토우마는 그 중 하나를 터뜨려버렸다
리츠코 "나이 들어 보여서 미안하구만"
토우마 "아, 아니 자세히 보니까 엄청 어려보일지도! 아, 그, 그래! 예쁘다! 엄청 예뻐! 역시 한 때 아이돌을 했기 때문인지 엄청 예쁜데?!"
리츠코 "내가 아이돌이었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토우마 "엑......"
그 상태로 딱 굳어버린 두 사람. 뭔가 말실수를 한 것 같고, 분위기가 요상해져서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빨개졌다
그때, 갑자기 제 3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군. 3류 프로듀서와 집 잃은 개들이 만나는 건 당연한 것인가?"
리츠코 "다, 당신은...!"
토우마 "......아저씨"
갑자기 그들의 뒤풀이 자리에 끼어든 그 남자는, 961 프로의 사장인 쿠로이 타카오였다
+2
1. 적당히 물러난다
2. 조금 투닥거리다 물러난다
아마가세 토우마는 그의 비열한 행위에 경멸을 느끼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961에서 나와 765로 이적을 했다
쿠로이 "제법이더군. 깜깜한 무대를, 오히려 그런 식으로 활용했나?"
리츠코 "역시 그때의 일은 당신이...!"
격앙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츠코. 하지만, 토우마는 도리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당겨 다시 의자에 앉혔다
리츠코 "토우마!"
토우마 "자리에 앉아있어"
쿠로이는 호오~ 하고 토우마를 응시했다. 이전 같았으면, 그녀보다 먼저 토우마가 박차고 일어서 쿠로이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 비열한 행위를 경멸하는 그이기에, 그런 행동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쿠로이는 그를 비웃듯이 말했다
쿠로이 "조금은 성장이란걸 한 모양이로군?"
토우마 "아저씨 밑에 있을 때라면 모를까. 여기서는 안 되거든. 이적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사고를 치겠어?"
음료수 한 잔을 한 번에 들이킨 뒤, 쾅! 강하게 내려찍듯이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토우마는 쿠로이를 응시했다. 쿠로이 또한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토우마 "조용히 가시지, 아저씨? 이런 곳에서 귀찮은 소동을 벌일 셈이야? 961 프로의 사장과 전직 961 프로의 아이돌 유닛 그리고 현직 765 프로의 프로듀서. 이 조합, 귀찮은 파파라치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딱이라고?"
쿠로이 "......흥, 뭐 좋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주지. 하지만, 토우마, 호쿠토, 쇼타. 잊지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나를 배신한 개들을 절대로 가만히 놔 둘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토우마 "아저씨야말로 각오하시지? 옛 정이고 뭐고, 수틀리면 다 뒤집어 엎어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토우마. 호쿠토와 쇼타는 토우마가 대신 나섰기에 침묵하고 있었지만, 토우마와 똑같이 무언의 항의를 쿠로이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들과 알고 지낸 시간이 짧은 것도 아니었기에, 그 시선만으로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다 알게 된 쿠로이
쿠로이 "흥...짜증나는 녀석들 같으니..."
그대로 말 없이 등을 돌리고 떠났다. 그가 떠난 뒤, 리츠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쥬피터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리츠코 "미안해요. 내가 먼저 이성을 잃──"
호쿠토 "우리 앞에서 고개 숙일 필요는 없어요, 리츠코 씨. 저건,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거니, 어쩔 수 없잖아요?"
쇼타 "아저씨 성격이 나쁘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으니까. 도리어, 우리가 더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네"
쓴웃음이 흘러나온다. 역시 쥬피터와 765 사이에는 여전히 쿠로이 타카오라는 남자가 계륵과도 같이 끼어있다. 토우마는 다시 잔에 주스를 따르며 말했다
토우마 "너무 진지하게 상대하지는 마. 이상한 방해를 제외하면, 크게 대응할 것도 없어. 비겁한 짓을 한다고 해도, 사람의 도리에서 벗어나는 행동만큼은 하지 않을테니까"
쿠로이 타카오는 아무리 성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라고 해도, 자신만의 선이 있다. 그 선을 넘는 행동만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마치 편집증이나 강박증처럼 말이다. 아마, 그 또한 그의 과거와 관련해서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빨리 일이나 가라고 타박을 했던 적이 있었다
토우마 "......"
속이 쓰려왔다. 만약, 쿠로이 타카오라는 남자가 좀 더 솔직하고, 정정당당한 남자였으면 어땠을까?
토우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IF의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961에서 나와, 쿠로이를 등졌고, 그건 쿠로이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의 인연은 그 날을 계기로 끝났다. 남아있는 건, 케케묵은 악연 뿐
다음날 +2
1. 신곡 녹음
2. 사무소에서 시간 때우기
토우마 "이봐, 우리들에게 상의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니야?"
리츠코 "일단 이쪽에서 임의로 정했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그 후부터 상의를 해서 고쳐나가도 괜찮다고 생각해"
쥬피터는 노래의 제목을 보았다. 『BRAND NEW FIELD』. 961에서 나온 쥬피터가 765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내용의 노래다
호쿠토 "흐음...이 '새로운 기적'이나 '돌아보지마'라는 부분이 마음에 드는걸?"
쇼타 "새로운 시작인가...토우마 군. 이걸로도 괜찮지 않아?"
토우마 "...뭐, 마음에 들기는 하네"
리츠코 "바로 녹음에 들어갈 거야. 우선 맨 처음 곡을 들어보고 난 뒤에, 본격적인 녹음을 시작해보자"
이미 실력은 검증된 아이돌 유닛. 특히, 쥬피터의 메인 보컬은 토우마였다. 호쿠토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서, 쇼타는 댄스와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기 위해서 투입된 인원. 하지만, 역시 쿠로이 타카오가 사람 보는 눈은 있기 때문인지 기본적인 실력도 충분했다
몇 시간 동안 이어진 녹음작업. 다 끝냈을 때 즈음에는, 어느새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음질을 조절하고, 잡음을 지워낸 뒤, 깔끔해져 제대로 된 '노래'로 재탄생한 『BRAND NEW FIELD』. 들어본 감상은 물어볼 것도 없었다
토우마 "두 사람 다, 잘 했어. 작곡가 님도 감사합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작곡가에게 고개를 숙이는 쥬피터. 그리고, 리츠코를 돌아본다
토우마 "당신도...고마워..."
리츠코 "별 말씀을. 신곡을 사용한 본무대에서 큰 문제 없도록 노력해볼테니까, 당신들도 열심히 해주세요"
그때, 은근슬쩍 쇼타가 끼어들면서 말했다
쇼타 "그러고보니 지난번 뒤풀이에서 묻고 싶은게 있었지만, 그냥 어물쩍 넘어가야 할 상황이 있어서 묻지 못 한 건데...토우마 군은 누나가 아이돌이었다는 것 어떻게 알았어? 그리고, 누나도 토우마 군을 이름으로 부르네? 토우마 군은 누나를 '당신'이라든가, '아키즈키'라든가 이렇게 부르던데"
호쿠토 "나도 궁금했어. 언제부터, 우리들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나 친밀해진거야?"
토우마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을 버벅거린다. 다른 두 사람은 그 반응을 노리고 옛날부터 그래왔듯이 놀린 것이지만, 의외로 리츠코도 크게 당황하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쇼타 "토우마 군.. 누나, 확실히 아이돌 출신이라 미인이기는 하지만, 스캔들은 안 돼?"
호쿠토 "토우마. 선은 지켜야지. 너는 아직 18살인걸?"
하지만, 묘한 느낌도 잠시. 오히려 그 느낌이 두 사람의 장난기에 더 불을 붙여버렸다
토우마 "시, 시끄러워! 어쨌든, 오늘 일은 여기서 끝이지?! 나, 나는...먼저 간다!"
쇼타 "아, 도망쳤다...누나는 어때?"
리츠코 "나는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사람이야. 장난이라도,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그만두렴"
완고한 성격. 리츠코는 정석적인 대답으로, 은근슬쩍 찔러들어오는 듯한 공격을 막아냈다. 쇼타는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더니, 호쿠토와 함께 리츠코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리츠코는 프로듀서로서, 마지막으로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리츠코 "이름으로 부른다, 인가......"
일본의 요비스테 문화를 생각해보면 남녀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리츠코도 연애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타나베'라는 소년에게 호감이 있기는 했다. 그게 애정이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 호감을 다 키워가기도 전에, 그가 자신의 친구와 연인관계라는 것을 알고 선을 딱 그어놓기는 했지만(리츠코의 생일 축하 드라마 CD 내용)
리츠코 "어째서일까......"
그 올곧음 때문일까. 쿠로이 타카오의 영향을 진하게 받았다고 해도, 그는 쿠로이의 그림자이거나 하수인 같은게 아니다. 그의 꿈이 '가짜'인 것도 아니다. 그는 타인의 색으로 물든다고 해도, 그걸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아무리 주변이 변해도, 그의 본질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할까
어쩌면 그 우직함과 올곧음에, 무언가를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리츠코 "모르겠네...일단...퇴근이나 할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녀는 프로듀서. 그는 아이돌. 공과 사를 철저히 지켜야 할 관계. 지나친 관심은, 모두를 파국으로 이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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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쥬피터끼리 대화
2. 사무소에서 노닥거리기
아미 "간다!"
토우마 "우오옷?!"
사무소에 들어오자마자, 몸통박치기를 해오는 쌍둥이 자매. 토우마는 두 사람의 돌진을 몸으로 받아냈지만, 바로 옆의 벽들을 두 손으로 짚고 버텼다
토우마 "이 망할 꼬맹이들이! 위험하잖아!"
마미 "꺄아~ 아마토우가 화났다!"
아미 "중1의 장난에 진지하게 대응하기? 싫다~ 정말~"
그러나 장난기를 잃지 않고, 계속 토우마를 놀리는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리츠코의 철권이 떨어졌다
리츠코 "과격한 장난은 삼가할 것. 말해뒀었지? 마미, 아미"
마미 "우우, 너무해! 그거 프로듀서 한정이었는걸!"
리츠코 "프로듀서가 아니라, 그 누구여도 마찬가지야. 토─아마가세. 너도 똑같아. 애들의 장난에 무조건 격하게 반응하지 말고, 어른스럽게 타이르거나 흘러넘겨봐"
토우마 바로 뒤에 있는 호쿠토를 보고, 이름으로 부르려다가 바로 성으로 바꿔 부르는 리츠코. 토우마는 거기에 딱히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 했는지, 아니면 쌍둥이 자매 때문에 신경이 다른 쪽으로 쏠린 탓인지 토우마는 바로 반박했다
토우마 "이건 내가 문제가 아니라 저 꼬마들이 문제인거잖아! 당신도 프로듀서 중의 한 사람이라면, 애들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그냥 적당히 혼내고 봐주기만 하니까 저렇게 계속 기어오르는 거 아니야!"
리츠코 "그렇다고 해서, 남의 집 귀한 애들을 마음대로 때리거나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틀린 말은 아니기에, 토우마는 그에 반박하지 못 하고,
토우마 "어이, 너희들! 이제 중학생이면 조금은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함부로 남자에게 육탄돌격을 하지 말란 말이야. 너희들은 장난일지 몰라도, 그 행동을 조금 과격한 애정표현이라고 착각해서 이상한 짓을 하려는 얼간이들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으니까"
그래도 일단은 리츠코의 충고를 들은 건지, 어른스럽게 충고를 하는 토우마. 다만, 쌍둥이들은 여전했다
마미 "에? 그 말은 혹시 아마토우는 우리들의 장난을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한 거?"
아미 "뭐야~ 아마토우. 우리가 아마토우를 좋아한다고 착각한거야? 그런 감정 절~ 대로 없거든? 설마 그 얼간이에 대한 설명도 자기자신에 대한 거 아니야?"
토우마 "이, 이 녀석들이...!"
아니라고 말해봐야 믿지 않으며 더 놀릴테고, 그렇다고 말하면 로리콘으로 찍힐 상황. 토우마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사이, 하루카가 끼어들어서 정리했다
하루카 "자, 모두들 거기까지. 사이좋게 과자나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자. 오늘같은 오프가 아니면, 이런 식으로 얼굴 맞대며 이야기 나누기 힘들잖아? 그렇지?"
쇼타 "오오, 하루카 누나가 직접 구운거? 맛있겠네!"
하루카 "누, 누나......응! 맛있게 먹어줘, 쇼타 군!"
누나─라는 호칭은 익숙하지 않은지, 하루카는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토우마 "맛있네...그러고보니, 프로필 상 취미가 과자 굽기였던가? 잡지에서 과자 만들기(お菓子作り)를 애 만들기(子作り)로 봐서 한순간 진심으로 뿜었다구"
방금한 말이 성희롱인지 모르고 웃고 있는 토우마. 당연히 하루카의 얼굴은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지고
리츠코 "토ㅡ우ㅡ마ㅡ여성 아이돌 앞에서 그게 무슨 소리얏!"
토우마 "앗...?!"
당연하다는 듯, 그의 머리에도 리츠코의 철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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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