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제가 도대체 프로듀서께 뭐라고 한건가요? 옷을 벗어? 벗어주세요라니! 전 어디의 치녀인가요?! 아이돌로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아. 저, 이제 아이돌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같아요. 프로듀서 미안해요. 이렇게 엣지한 저라서 프로듀서씨와 톱 아이돌이 되기로 한 약속 지키지 못할 것 같네요. 응, 프로듀서씨의 알몸을 대가로 이정도면 매우 싼편이지.....에? 이게 아닐텐데요! 전 도대체 무슨 말을.....이 아니라 어라? 프로듀서씨의 땀과 노란 액체에 번벅이된 윗통을 보는 것이라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거기다 땀에 절은 그 살갗 위로 트레이닝 복을 입어 제 옷 위로 프로듀서씨의 냄새가 베는 것이라면 톱 아이돌이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지민! 역시 이런걸로 아이돌의 길을 포기하는건 손해인것 같으니 역시 프로듀서씨 제게 그, 음,바지 미, 밑 ㅡ 꺄아! 그, 그런 추잡한 말은 여자아이가 해서는 안되는 말인데 도대체 전 무엇을 말하는 걸까나?!
5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우리 765프로 아이돌들의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바로 그 날은...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수십년만의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고 아침부터 와이드쇼에서는 호들갑을 떨며 더위를 조심하라는 방송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에도 더위에 약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대거 열사병으로 쓰러졌으며, 심지어 사망자까지 나왔다고요.
일본 특유의 축축한 공기가 뜨거운 태양열을 만나면 정말 끔찍한 결과를 낳습니다. 일단 꿉꿉하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죠. 얇은 셔츠가 땀 때문에 살에 달라붙기라도 하면...
하필이면 이런 날에 사무소의 에어컨이 고장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더운 거야..."
"덥다고 하지 마! 더 더우니까..."
"마빡이도 덥다고 한 거야..."
"하하하... 두 사람 모두, 싸우면 안 돼?"
사무소에는 미키와 이오리, 저까지 세 명과 프로듀서가 있었습니다. 프로듀서는 폭염 때문에 미뤄진 스케쥴들을 정리하고 계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실내 스케쥴을 소화하는대로 사무소에 돌아올 예정이고요.
덜컹!
"프로듀서!"
쾅!
사무소의 낡은 문짝을 밀치고 들어와서 소리친 사람은 치하야쨩이었습니다. 보통 때라면 제 쪽에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겠지만,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와 표정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아... 무슨 일이니? 치하야."
"오, 오늘 제 촬영이 취소되었다고 하던데요?!"
"아, 그거라면 맞아. 날씨 때문에..."
이런 날에는 야외 스케쥴은 대체로 연기가 됩니다. 아이돌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촬영을 해도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고, 무거운 기자재를 들고 다니는 스탭들이 더 힘드니까요. 행사는 더 심하죠. 춤추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회사가 곤란하니까요.
"납득할 수 없어요! 프로듀서도 아시겠죠! 제가 얼마나 노래하고 싶었는데!"
"자, 잠깐. 치하야?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마."
"흥분하지 말라니, 치맛속에 카메라나 들이대는 이름도 모를 지역 방송국의 저질 버라이어티에 나오면서 얼굴을 알리면 노래할 수 있다고 한 건 프로듀서겠죠?!"
사실 765프로의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리츠코 씨가 프로듀스하는 류구코마치를 제외하고는 아직 제대로 된 음악 프로그램에서 공연을 한 사람이 없거든요. 며칠 전에 케이블의 음악방송에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치하야 쨩은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거든요.
"그게 그러니까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거라니까..."
"매주 다른 게스트가 나오는 거겠죠?! 다음 주는 물론이고 다다음 주 게스트까지 이미 정해져서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데 대체 언제 찍는다는 건가요?"
"큭..."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소파에 축 늘어져 있던 미키와 이오리도 정자세로 두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우와아후... 치하야 씨 무서운 거야."
"끙... 저 녀석 잘못도 아닐 텐데, 왜 저래? 화낼 상대가 잘못됐잖아"
"역시 날이 더우니까인거야."
"가서 용돈으로 에어컨 사올까..."
... 뭔가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한 발언을 들은 것 같지만 더위 때문에 잘못 들은 거겠죠. 네.
치하야는 그 말을 남기고 뒤돌아서 사무소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눈가에서 뭔가 반짝이는 걸 본 것 같아요.
'하아하아 분노를 어찌하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치하야쨩 귀여어"
"하루카, 들리는 거야..."
"미키 넌 아직도 태클 걸 기력이 있냐..."
치하야쨩도 걱정되지만, 당장 프로듀서 씨도 얼굴이 장난이 아닌데요! 마치 잘 익은 수박 껍질처럼 새빨개져서는, 마치 마코토랑 싸우고 난 뒤의 이오리처럼 이를 앙다물고 있어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분을 삭이시는 모습이 평소에 보던 모습하고 상당히 느낌이 다르네요!
아, 맞아! 프로듀서 씨, 목이 타시겠어요! 뭔가 마실 거라도 가져다 드리는 게 좋겠네요! 급탕실이에요!
보통은 차를 우리거나 커피를 타서 갖다 드리겠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더운 날씨에 그런 뜨거운 음료에는 손이 안 가겠죠! 냉장고를 열어 보니 물통에 싯누런 색의 액체가 담겨 있네요. 어제 유키호가 차를 우려서 넣어놨나 봐요. 이거라면 분명히 열기도 가라앉겠죠!
"에헤헤, 프로듀서! 냉차에요! 냉차!"
아무래도 그거겠지
"어, 아앗?! 꺄아아!"
돈가라갓샹!
저는 크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역시 하루카...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는 건 어떨지..."
"미키적으로는, 슬슬 고의성이 느껴지는 거야"
"아, 아냐! 뭔가 미끄러운 게 바닥에 있었는걸!"
사무실 바닥에 뭔가가 떨어져 있었던 거에요! 정말이에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쟁반을 들고 조심스레 걷다가 넘어지지는 않는다니까요!
"뭐야 그건... 푸딩인 거야?"
"뭐어?!"
축 늘어져 있던 이오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쳤어요.
"키잇-! 또, 또야! 고져스 세레브 푸딩! 모두가 오면 시원하게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너, 너지!"
"이번엔 먹지 않은 거야... 지난번에 마빡이가 그 난리를 쳤는걸."
그러고 보면 지난번에도 미키는 하나만 먹었다고 했었죠. 그 많은 푸딩을 대체 누가 먹었던 걸까요? 저도 여자아이니까 달콤한 건 좋아하지만, 그 칼로리를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지는데... 으으, 안 그래도 요즘 조금... 아,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흐, 흐흐"
갑자기 등 뒤에서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 아차! 프로듀서! 괜찮으세요!"
물벼락을 맞은 프로듀서가 히죽히죽 쪼개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급작한 상황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잃으신 걸까요?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고, 젖은 와이셔츠가 프로듀서의 몸에 달라붙어서 비치고 있었습니다. 바지까지 흠뻑 젖으셔서 이거 큰일이네요. 더운 날이니 벗어두면 금방 마르겠지만 여벌의 옷이 없으실 텐데...
"으."
갑자기 미키가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허니한테서 냄새나는 거야!"
"어...?"
"확실히, 녹차 냄새는 아니네. 뭐지?"
저는 아직도 실실 웃고 계시는 프로듀서 씨에게 다가갔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머릿결이 보입니다. 뭔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이네요... 생각보다 몸도 다부지고, 착 달라붙은 와이셔츠 안으로 쇄골이...
킁킁킁. 프로듀서 씨의 체향과 섞인 뭔가 비릿한 향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이 냄새는, 뭔가 익숙한데....?
"윽. 이거.. 설마..."
이게 왜 사무실에 있는 건가요!?
"가쓰오부시!?!?"
"아, 그거 타카네가 라멘에 쓴다고 가져왔던 거야."
프로듀서 씨.....
"프로듀서 씨, 괜찮으세요?"
"괜찮다라는 말의 의미가 아직도 살아 있느냐라는 뜻이라면, 그래."
"... 죄, 죄송해요. 설마 거기에 푸딩 껍데기가 있으리라고는..."
그때 옆에서 다른 두 사람이 중얼거리는 게 들렸습니다.
"하루카는 그런 거 없어도 잘 넘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렇지... 덜렁이 속성 말고는 딱히 특징도 없고"
이오리...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기억해 두겠어.
그렇지만 큰일이네요. 흰 와이셔츠에 얼룩이 지면 안 될텐데... 그렇게 잠시 고민하고 있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오늘은 댄스 레슨이 없는 날이니 제 트레이닝 복을 빌려드리면 될 것 같아요! 프로듀서가 저보다 크시긴 하지만, 원래 크게 입었던 거라서 아마 입을 수는 있을 거에요!
그리고 프로듀서의 옷은 제가 세탁소에 들고 가서 빨아오면 되겠죠! 건조기도 있으니까, 오케이에요!
"프로듀서 씨!"
"응?"
"옷을 벗어주세요!"
어? 프로듀서 씨, 왜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걸까요? 어라? 미키랑 이오리도? 제가 뭔가 이상한 소리 했던가요? 그냥 옷을 벗... 에, 에에에에에에에에?
가차없지
가차없죠
키니나리마스~
".....저기 하루카. 너 지금 입으로 마음이 흘러나오는 것, 알까나?"
으응. 그렇구나. 여때까지 내가 생각하던건 입으로 나오고 있었구나아아아아아아!!!!?!
" .....하루카...?"
아아. 프로듀서씨가 벙찐 얼굴로 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
"프, 프로듀서씨이이이!?! 그러니깐이건그저그냥제가생각하던망상이랄까환상이랄까그러니까그냥헛나온말이니까신경쓰지말아주세요!!
옷 금방 말려드릴테니까 여기에!!!!"
황급히 프로듀서씨의 뒤에 있는 바람을 불게하는 가전제품을 누릅니다.
"하루카! 그건 겨울에 쓰는 온풍기인거야!!"
미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프로듀서를 덮쳤습니다.
는 인양입니다 데헷?
그 화석이 움직이는지는 우리의 손을 떠난일이지.
(라고 쓰인 발판이 바다 속에 뭍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