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이맘땐 그래도 혼자 자취를 해도 사람 보는 맛은 있었다. 외롭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 교토대 연구원이 중국가서 우연히 에모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개월 건드리고 놀아보니 실험용 바이러스로 적당하다나 뭐라나. 이름도 모 교수의 대학원생 연구원이 발견 직후 모에모에큥으로 외치던 걸 지도교수가 잘못 알아들어 에모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암튼 이 바이러스를 통해 인류는 유전병을 바이러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었다. 적어도 임상 실험 전까진.
늘 쓸쓸하다고 생각해 어느날 집을 나간다. 한낮의 마을인데 조용하다. 분명 도쿄인데, 미타카 시라는 동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이 황량했다. 무인 판매기 몇 대만 불을 껌뻑이며 서 있다. 한때 미타카 역 광장이었던 숲에는 내가 미리 잘라놓은 통나무가 몇 도막 있었다. 큰 리어카에 담고 조용히 걸어나간다. 무라야마 씨 집 돌아서,30분 정도 걸어가면 내가 주거지로 쓰는 단독주택이 나온다. 원래는 다른 사람 집이었지만 지금은 니것 내것 따질 상황이 아니니까. 리어카를 차고 안에 넣고 통나무를 지하 작업실로 들고 간다.
2000년 9월 22일. 유엔 공식 조사로 밝혀진 실험일. 이 날 교토대를 비롯한 일본의 몇몇 명망있는 대학들이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상실험을 했다. 위치는 중국 우저우시. 이날 2천명의 사람들이 임상실험에 참여하고, 그리고 그대로 가서 퍼뜨린뒤 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2년뒤인 2002년 9월 22일까지 전세계 60억중 35억이 그 끔찍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나갔다. 화장장에 하루에 몇 천구의 시신이 들어와 하루종일 가동해도 모자랐고, 아니 그 전에 화장장 관리하는 사람이 죽어서 화장장이 멈추는 사단도 일어났으니... 오죽하면 하루에 30만구씩 경기장에 쌓아놓고 그걸 다 태워 버리는 일이 제일 빠르다는 말도 나왔었다. 몇몇 국가는 행정력으로 초기에 전파를 막는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 나라들도 마지막 2개월 동안 전국민의 90퍼센트가 생각없는 국민들로 다 죽어 나가는 일이 생겼다. 남자건 여자건, 돈이 있건 돈이 없건, 나이가 많건 적건, 오직 바이러스를 피하려고 집안에 숨어든 똑똑한 사람이나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에모 바이러스는 무참히 인류를 짖밟았다.
조각칼을 내려놓고 땀을 닦는다. 팔, 다리, 몸통, 엉덩이, 머리, 손, 발까지. 3D 데이터로 만들어놓은 신체 자료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힘든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각칼을 거치고 나면서 사람의 형상과 비슷해진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긴 했다. 그러기를 며칠 작업하고, 조각들을 조립한 끝에, 나무 인형 하나를 만들었다. 여자 인형. 문득 2년전에 편의점에서 본 여성 점원이 떠오른다. 그 사람도 편의점에서 근무하다 급사했지만...
일본은 그 에모 바이러스를, 아무 것도 아니라고 감추기에 급급해했다. 월드컵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런 걸 상세히 보도해서 연기라도 하면 되느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열 시점에서 이미 26억이 죽은 마당에, 일본은 거기다 검사도 제대로 안해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1시간 전 탄 전차안의 사람들이 5정거장 지나고 전부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으니. 도어가 열리는데 시체가 쏟아져 나왔다는 인터뷰가 압권이었는데, 이 인터뷰 말미의 한마디가 정부를 무너뜨려버렸다. 그 이후 일본은 공화국이 되었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으면서 맞은 편에 앉힌 여자 인형을 본다. 나뭇결과 밝은 색일 뿐인 인형이지만 그래도 사람대접은 하고 싶었다. 음... 근데 기왕 만든거, 여러개 만들어서 더 놓아볼까하는 호기심이 강하게 든다. 단 둘보단 그래도 여럿이 있는게 더 왁자지껄해보이고 그러니 말이다. 문득 4년전 직장을 떠올린다.
AI.DOLL. 내가 일했던 직장 이름이다. 아이돌이라고 읽는데 어째서인지 인공지능 돌로 읽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옆 나라에서 알파고랑 바둑 둔 바둑기사 소식 이후로 아이돌보단 인공지능돌이 더 느낌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회사에서 난 인형 디자인하는 일을 해왔다. 3d 프린터라는 것이 생기긴 했었지만 생각외로 원하는 굴곡을 만드는데 애를 먹어서 결국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일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내가 만든 나무인형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땐 혼자서 인형 디자인에 고민을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썼었다. 아이돌 시리즈가 그렇게나 유행이었으니 말이었다. 바비인형과 쌍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모바이러스로 인해 그런 시절은 한물이 되었고, 지금은 집에서 뉴스나 보면서 혼자 소일거리 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돌 컴퍼니의 생존자가 나 하나 뿐인데 인형 공장이 다 날아갔으니 회사도 자연스레 망한 셈이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이제 떠났고 난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레서 컴퓨터를 켜고 3D 스케치로 능숙하게 54개의 인체도안을 그린다. 그리고보니 나무 양이 굉장히 많이 필요할 거 같았다. 일단 하나 만들기로 했다. 저번의 그 나무 인형처럼 며칠을 작업장에 박혀 소요한 결과, 색칠만 잘하면 사람과 동일한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근사했다. 옷...이라도 입혀줘야지 하고 일단 티셔츠랑 청바지를 입힌다. 다행히 사이즈는 맞다.
'이제 이 인형 둘과 동거 시작인가....'
인형 하나는 그냥 식탁에 두고, 옷 입힌 인형은 내가 자는 방에 놓인 침대 둘 중 안 쓰는 쪽에 눕힌다. 눕히니까,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난 옆 침대에 누워 한달간은 통나무가 없을 것이니 뭘 할지 생각하러 눕는다. AR로 유튜브를 띄우고 영상을 보다, 스르르 잔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옆 침대가 비어있다. 인형이 없어진건가? 도둑이 든건가? 헌데 도둑이라고 하기엔 현관문의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보니, 왠 처음 보는 사람이 식탁의 나무인형을 빤히 들여다 본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다.
>> +1 (사람이 된) 나무인형의 정체(765 아이돌중 1명, 기왕이면 16세 이상 멤버로)
>> +2~5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작성(자유전개)
@아래 갈거 같은 앵커는 컷합니다
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4년전 이맘땐 그래도 혼자 자취를 해도 사람 보는 맛은 있었다. 외롭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 교토대 연구원이 중국가서 우연히 에모 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1개월 건드리고 놀아보니 실험용 바이러스로 적당하다나 뭐라나. 이름도 모 교수의 대학원생 연구원이 발견 직후 모에모에큥으로 외치던 걸 지도교수가 잘못 알아들어 에모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암튼 이 바이러스를 통해 인류는 유전병을 바이러스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었다. 적어도 임상 실험 전까진.
늘 쓸쓸하다고 생각해 어느날 집을 나간다. 한낮의 마을인데 조용하다. 분명 도쿄인데, 미타카 시라는 동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이 황량했다. 무인 판매기 몇 대만 불을 껌뻑이며 서 있다. 한때 미타카 역 광장이었던 숲에는 내가 미리 잘라놓은 통나무가 몇 도막 있었다. 큰 리어카에 담고 조용히 걸어나간다. 무라야마 씨 집 돌아서,30분 정도 걸어가면 내가 주거지로 쓰는 단독주택이 나온다. 원래는 다른 사람 집이었지만 지금은 니것 내것 따질 상황이 아니니까. 리어카를 차고 안에 넣고 통나무를 지하 작업실로 들고 간다.
2000년 9월 22일. 유엔 공식 조사로 밝혀진 실험일. 이 날 교토대를 비롯한 일본의 몇몇 명망있는 대학들이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임상실험을 했다. 위치는 중국 우저우시. 이날 2천명의 사람들이 임상실험에 참여하고, 그리고 그대로 가서 퍼뜨린뒤 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을 기점으로 2년뒤인 2002년 9월 22일까지 전세계 60억중 35억이 그 끔찍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나갔다. 화장장에 하루에 몇 천구의 시신이 들어와 하루종일 가동해도 모자랐고, 아니 그 전에 화장장 관리하는 사람이 죽어서 화장장이 멈추는 사단도 일어났으니... 오죽하면 하루에 30만구씩 경기장에 쌓아놓고 그걸 다 태워 버리는 일이 제일 빠르다는 말도 나왔었다. 몇몇 국가는 행정력으로 초기에 전파를 막는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 나라들도 마지막 2개월 동안 전국민의 90퍼센트가 생각없는 국민들로 다 죽어 나가는 일이 생겼다. 남자건 여자건, 돈이 있건 돈이 없건, 나이가 많건 적건, 오직 바이러스를 피하려고 집안에 숨어든 똑똑한 사람이나 히키코모리가 아닌 이상(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에모 바이러스는 무참히 인류를 짖밟았다.
조각칼을 내려놓고 땀을 닦는다. 팔, 다리, 몸통, 엉덩이, 머리, 손, 발까지. 3D 데이터로 만들어놓은 신체 자료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힘든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조각칼을 거치고 나면서 사람의 형상과 비슷해진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긴 했다. 그러기를 며칠 작업하고, 조각들을 조립한 끝에, 나무 인형 하나를 만들었다. 여자 인형. 문득 2년전에 편의점에서 본 여성 점원이 떠오른다. 그 사람도 편의점에서 근무하다 급사했지만...
일본은 그 에모 바이러스를, 아무 것도 아니라고 감추기에 급급해했다. 월드컵 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런 걸 상세히 보도해서 연기라도 하면 되느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열 시점에서 이미 26억이 죽은 마당에, 일본은 거기다 검사도 제대로 안해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 1시간 전 탄 전차안의 사람들이 5정거장 지나고 전부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으니. 도어가 열리는데 시체가 쏟아져 나왔다는 인터뷰가 압권이었는데, 이 인터뷰 말미의 한마디가 정부를 무너뜨려버렸다. 그 이후 일본은 공화국이 되었다.
저녁으로 파스타를 먹으면서 맞은 편에 앉힌 여자 인형을 본다. 나뭇결과 밝은 색일 뿐인 인형이지만 그래도 사람대접은 하고 싶었다. 음... 근데 기왕 만든거, 여러개 만들어서 더 놓아볼까하는 호기심이 강하게 든다. 단 둘보단 그래도 여럿이 있는게 더 왁자지껄해보이고 그러니 말이다. 문득 4년전 직장을 떠올린다.
AI.DOLL. 내가 일했던 직장 이름이다. 아이돌이라고 읽는데 어째서인지 인공지능 돌로 읽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옆 나라에서 알파고랑 바둑 둔 바둑기사 소식 이후로 아이돌보단 인공지능돌이 더 느낌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그 회사에서 난 인형 디자인하는 일을 해왔다. 3d 프린터라는 것이 생기긴 했었지만 생각외로 원하는 굴곡을 만드는데 애를 먹어서 결국 나무를 깎아서 만드는 일이 많았으니 말이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내가 만든 나무인형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땐 혼자서 인형 디자인에 고민을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썼었다. 아이돌 시리즈가 그렇게나 유행이었으니 말이었다. 바비인형과 쌍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모바이러스로 인해 그런 시절은 한물이 되었고, 지금은 집에서 뉴스나 보면서 혼자 소일거리 하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돌 컴퍼니의 생존자가 나 하나 뿐인데 인형 공장이 다 날아갔으니 회사도 자연스레 망한 셈이었다.
그때 그 사람들은 이제 떠났고 난 내 곁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레서 컴퓨터를 켜고 3D 스케치로 능숙하게 54개의 인체도안을 그린다. 그리고보니 나무 양이 굉장히 많이 필요할 거 같았다. 일단 하나 만들기로 했다. 저번의 그 나무 인형처럼 며칠을 작업장에 박혀 소요한 결과, 색칠만 잘하면 사람과 동일한 나무 인형을 만든다. 근사했다. 옷...이라도 입혀줘야지 하고 일단 티셔츠랑 청바지를 입힌다. 다행히 사이즈는 맞다.
'이제 이 인형 둘과 동거 시작인가....'
인형 하나는 그냥 식탁에 두고, 옷 입힌 인형은 내가 자는 방에 놓인 침대 둘 중 안 쓰는 쪽에 눕힌다. 눕히니까, 마음에 든다. 그리고 난 옆 침대에 누워 한달간은 통나무가 없을 것이니 뭘 할지 생각하러 눕는다. AR로 유튜브를 띄우고 영상을 보다, 스르르 잔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옆 침대가 비어있다. 인형이 없어진건가? 도둑이 든건가? 헌데 도둑이라고 하기엔 현관문의 센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보니, 왠 처음 보는 사람이 식탁의 나무인형을 빤히 들여다 본다. 그러다, 나랑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다.
>> +1 (사람이 된) 나무인형의 정체(765 아이돌중 1명, 기왕이면 16세 이상 멤버로)
>> +2~5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작성(자유전개)
@아래 갈거 같은 앵커는 컷합니다
마코토 하겠습니다
경계하는 도중에,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걸 깨달았다. 어디선가..본 거 같은....
"아이돌...?"
앵커 1개 모자랍니다
자신의 인공적인 몸의 일부분인 손을 쥐락펴락하며, 놀라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