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된 표정으로, 지극히 그녀다운 말을 하며 치하야는 자신의 작은 두손을 가슴에 꾹 눌렀다.
수년간의 노력, 실패와 눈물.. 그리고 3년전에 도달한 톱아이돌. 아니, 톱아이돌이라는 칭호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수많은 빛나는 별같은 아이돌 가운데서, 가장 밝게 빛나는 그녀는, 설사 세상이 부정한다해도 세계에서, 내가 인정하는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본 나는 더이상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치하야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다녀와라.'
분명 전해졌으리라.
말보다 더 진한, 수년간의 우리들의 유대로 다져진 그녀의 미소가 그걸 증명해주듯 빛나고 있었다.
..또 굉장히 기쁜 표정이다. 가벼운 흥분때문인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 집?"
"네. '우리' 집이요."
"아니지, 내 집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네 집은 안간다며.
라는 퉁명스러운 말은 목으로 삼켜 넘기고,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분명 기계수준의 똑부러진(나쁘게 말하면 너무 간단하기만 한) 대화의 구사자였을텐데.
어느 순간인가 친근하게 말하는걸 넘어버렸다.
알아듣기 힘든 말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대충 제주도 방언만큼..
"...네, 지금은 그런걸로 하죠."
"응... 근데 우리 집에는 왜?"
"가정방문이에요."
치하야는, 방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언제부터 네가 내 담임 선생님이었어..?"
"물론 제가 담임 선생님도, 아무것도 '아직' 아니지만요."
"누구... 어머, 키사라기 치하야씨?!"
"아, 지금까지 인사 한번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
"뭐하는거에요! 어서 나와보라니까!"
"아니 누군데... 아, 이거, 혹시 키사라기씨 아니십니까?"
"P씨에게는 항상 많이 신세지고 있습니다."
"????"
"어머, P도 왔니? 이 녀석, 오면 온다고 연락을 해야지!"
"아뇨, 제가 갑작스럽게 오자고 해서... 아, 이거, *선물(お土産、おみやげ, 오미야게)입니다.
"아니 또 이런걸..."
"와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한데요."
"저야말로, 정말 P씨가 있어서 항상 행복하니까요."
"??????"
"어머어머..."
"저기, 우리 P놈 변변치 않지만은..."
"제가 유일하게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인걸요."
"??????????????????????"
*사실 이건 일어 스레에서 설명해야겠지만 일본에서는 가정방문시에 오미야게라고 하는걸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사실 프로듀서가 그녀의 말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녀는 그런 가능성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행동했고, 그러자 그 모습에 감명이라도 받은 듯 그녀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네. 이처럼 그녀를 위해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그녀가 실패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럴 수는 없을 거야. 이 모든 게 그녀에겐 당연한 듯 했고, 너무나도 손쉽게 승리를 쟁취했지.
말도 안 돼요. 그녀가 무슨 신이라도 된답니까?
.....
..설마 진지하게 그럴 가능성을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그래, 그녀는 물론 신이 아니야.. 하지만 그 모습에서 자네는 무엇을 느끼겠는가? 나는.. 두려움이 일었어. 그 모습에서 인간성을.. 인간이 지닌 나약함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 그녀가 나와 같은 존재인지조차 의구심이 들었네. 그 순간에 그녀는.. 인간이라기보단 화신에 가까웠어. 승리에 대한 일념으로 불타는 화신.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목표만을 바라보고, 과정만을 생각하며 주저 없이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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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짱 무서워요. 한편으론 경외심도 들고.. @_@
모든 식은 완벽했고 모든 가정은 진리에 근접했었다.
그러나 이 순간 가정 하나는 완벽하게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식은 다시쎠야 했으며 모든 방법론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검토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을 풀면서 얻은 결과값들을 모두 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최악인 것은 '나를 가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그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나를 가장 좋아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논문 투고 1일전에 안 사람의 심정 중-
(일부 페러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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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키사라기 치하야가 데뷔한지 9년이 넘어, 어느새 24이라는, 어른의 매력과 (특히 치하야라는 존재에게 더 빛나는) 어린 아이같은 서투른 배려가 적절히 섞일 나이가 되어버린 해였다.
매년 그때는 크리스마스날 (혹은 유키호 생일)의 선물 준비와 함께 이제 물밀듯 밀려올 연말 행사의 준비로 눈코뜰새없이 바빴다는 것만이 기억에 남았다.
그러나 그 연말 행사는, 작년과 같은 평범한 올스타 라이브인 연말 행사가 아니었다.
ー키사라기 치하야라는, 수년간 그 동료와 함께 '톱아이돌'이라는 자리에 걸맞는 명성을 보여준 아이돌의 은퇴식이라는 비밀은, 오직 사무소 내부에서도 하루카와 사장님, 코토리씨와 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 네. 프로듀서. 마지막까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긴장된 표정으로, 지극히 그녀다운 말을 하며 치하야는 자신의 작은 두손을 가슴에 꾹 눌렀다.
수년간의 노력, 실패와 눈물.. 그리고 3년전에 도달한 톱아이돌. 아니, 톱아이돌이라는 칭호는 중요한게 아니었다.
수많은 빛나는 별같은 아이돌 가운데서, 가장 밝게 빛나는 그녀는, 설사 세상이 부정한다해도 세계에서, 내가 인정하는 최고의 아이돌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본 나는 더이상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치하야의 어깨를 살며시 잡았다.
'다녀와라.'
분명 전해졌으리라.
말보다 더 진한, 수년간의 우리들의 유대로 다져진 그녀의 미소가 그걸 증명해주듯 빛나고 있었다.
이미 이별을 예감하고 눈물을 흩뿌리는 팬들은, 치하야의 진정한 팬들이기에, 그녀를 웃음으로, 바다와 같이 언제나 그녀들을 응원해줬던 그 사이리움으로ー
보내주었다.
치하야의 상징색인 파란색이, 넓은 회장을 꽉 채웠다. 철저한 보안이었지만, 모두 조금쯤은 눈치채고 있었던 듯하다. 역시 765의 동료들인걸까. 아이돌뿐 아니라, 팬들도.
그러나, 이는 내 착각이라는 걸 아는데 걸린 시간은, 그녀와 내가 친해진데 걸린 것에 비하면 극히 짧은 것이었다.
그 다음해 6월, 활동을 중단한 후 765프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일도 없어졌고, 새해 연하장 이외에는 (활동이 바쁜 걸 배려하는 거겠지만) 하루카한테 마저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치하야가 나한테 연락을 해왔다.
"반가운 일인걸."
《그, 그럴리가요. 그냥.. 프로..아니 P씨..아니 프..》
수화기 넘어로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이제는 프로듀서가 아니구나. 이런 비유가 맞는가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익숙해져왔던 애칭같은 거니까. 오히려 치하야의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다고 실감되니 약간 섭섭함까지 가슴에 밀려들어왔다.
《이제 그냥 P씨로 좋지 않아? 나도 치하야가 아이돌을 그만뒀으니, 더이상 누군가의 프로듀서가 아니니까.》
《...그런..가요.》
약간 들뜬 목소리에 안심감이 섞여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 그 프로,..》
《P씨.》
《네. P..씨..》
습관이 무섭다. 나도 모르게 예전처럼 당연하게 치하야의 실수에 지적이 나갔다. 치하야도 같은 생각인지 가벼운 웃음이 잠시 전화선을 오갔다.
《그래서 치하야. 무슨 일이야?》
《사무실에 한참 못나갔으니까, 안부도 들을겸...》
《그렇다면 직접 오는 것도 좋을텐데. 하루카는 치하야쨩이 없는 사무실은 공허하다면서 뭐라그러지 미키는..》
《흐..응..》
어..라? 뭔가 실수한건가? 치하야의 목소리가 상당히 가라앉는 것처럼 들린다.
이거, 혹시 내가 잘못 말한건가?
《제가 없어도, 프로듀,》
《P씨.》
《네. P씨는 즐.거.워.보.이.시.네.요.》
상당히 어두운 목소리에. 탐탁치 않은 이야기라도 하는 듯이..
물론 그와중에도 잘못은 확실히 수정하는게 치하야답지만.
《아니. 뭐... 그래도 나는, 치하야 외에는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 없으니까.》
《미라이라던가. 시호라던가 있지 않으신가요.》
뭐야. 이 녀석. 혹시 자기 없는 사이에 사무소 사람들이라던가 챙기느라, 내가 자기를 잊을까봐 조금 질투하는건가?
...9년이나 프로듀스해왔으니까. 섭섭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실은 우리 사무소에서 가장 마음이 여린 치하야 달래기에 들어갔다.
《그래도 메인 프로듀스가 아니니까. 너도 알잖아. 치하야.》
《모르는데요.》
《예전에. 미라이가 문제 생겨서 가야하는데, 결국 네가 단순히 일 따라가달라고 부탁해서, 널 따라갔잖아.》
《흐..흐응... 그런가요. 그러면 이제 저없이 편하시겠네요.》
《전혀 아니라고. 치하야는 똑 부러지고, 내가 부탁한건 무슨 일이 있어도 완수하니까.
확실히 내가 뒤를 맡기고 갈 수 있는건, 너뿐이야.》
사실 전부 진심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런 내 노력이 하늘은 배신하지 않는지, 치하야는 겨우 평소의 (어쩌면 평소보다는 조금 들뜬) 톤으로 돌아왔다.
그거 참 감사하네요.
《저기 프로듀서.》
《이번 주 일요일에, 잠시 만나자고 해도... 폐가 되진 않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감격스러웠다.
유키호정도 되는 아이가 나한테 이렇게 부탁해도 기쁘겠지만, 그 대상이 치하야라 특히 고맙고, 또 감격스러웠다.
치하야같이 자신의 꿈만 보며 달려가는 아이가, 누구한테 마음을 허락하고 게다가 자기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하는 일이 있겠는가.
내가 아는 한에는, 하루카도 이런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일텐데.
그렇게 생각했다. 괜히 너무 두텁게 입고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올해는 자연 현상 뭐가 어떻게 돼서 어떻게 됐다고, 아나운서가 열심히 떠들던게 어렴풋이 기억은 난다. 열심히 들을 걸.
아직 약간 이른 아침
'그' 치하야인 만큼, 지각은 하지 않겠지. 아니, 오히려 약속 시간보다 한두시간 정도 먼저 나와도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치하야가, 약속 시간에서 5분이 지날 때까지도 치하야는 커녕 길거리에 파란 머리카락조차도 안보였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2가지였다.
내가 장소를 착각했거나, 내가 날짜를 착각하거나.
치하야도, 물론 그 휴대전화야 있겠지만.
만약 내가 문자로
《치하야, 혹시 오늘이 아니야?》
라고 한다면, 역시 어른...아니, 방송 연예계의 선배나 그 동료로 있었던 자존심은 폭락, 하한가를 찍어버릴 것이고,
만에 하나 내가 옳았다고 해도 치하야에게 더없는 치욕이 될거다.
치하야한테 호출된 역 앞에서, 나는 이대로 치하야를 기다릴지, 아니면 문자라도 해볼까 심히 고민하며 역앞 패스트푸드점에 비친 내 얼굴만 연신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실례합니다만, 안의 손님이 불편해하시니 내부를 지켜보시는건 그만둬주세요."
라고 한소리 들을까말까 하는 시점에,
아직 파란 하늘을 닮았는지, 푸른 바다를 닮았는지 정하지 못한, 장발의 파란머리 소녀가 나타났다. (이제는 아가씨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직 16살 소녀다)
참, 헥헥대며 달려온 듯한 이 소녀는 감회가 깊다.
옷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무성의한 옷은 아니지만.
위장용으로 푹 눌러쓴 베레모.
이미지 컬러랑 맞는 산뜻한 와이셔츠랑 마이.
그리고 무릎까지는 오는 치마.
응. 뭔가 교모랑 교복 세트같은걸...
어울린다. 이걸 입은 치하야가 나랑 어울리는건 둘째치고.
"아니 뭐, 그냥 치하야도 늦게 올 수 있다는 점에 놀랐어..."
90도로 사과하는 치하야.
강철체력인 치하야한테도 버거울 정도로 뛰어온거겠지.
봐주자. 아니, 봐주고 말고 하는 지위도 아니지만 이제는.
"많이 기다리셨..나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색을 살피지만, 실제로 아즈사씨 같은 경우는 약속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장소에 '못오니까'...
우리 아이돌이랑은 너무 친해져서 늦어도 이렇게 사과하는 애가 잘 없으니 살짝 감격스러울 정도다.
"그렇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만..."
"응 그래. 괜찮아. 응."
"네, 네에..."
"응..."
"..."
그런데, 우리, 왜 모였지...
문득 보니 치하야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를 지켜보고 있고. 그, 뭔가 그건가. 남자의 리드 그런건가.
햇빛도 쨍쨍해서 실내와 달리 살짝 바른 듯한 선크림 자국까지 보였지만, 반대로 내 앞날이 안보이는 순간이었다.
...모르는데 그런거... 어떻게 하지.
"...어, 치하야. 근데, 왜 보자고 한거야?"
그러자 치하야가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P씨는, 한번도 저희 가족과 만나본 적이 없으셨죠?"
"아니 있는데."
미성년자 주제에.
"아뇨, 정식으로요."
"..."
그럼 약식으로도 만나고 임시로도 만나는거냐..?
내 생각이지만, 정말 이 얼마나 빈곤한 생각인가.
리츠코라면 잔뜩 뭔가 말했겠지. 뭐 법률이 어쩌구 뭐가 어쩌구. 시끄러워 고등학생이었던 주제에. 파인애플.
고작 양복=정식이라고 생각하는게 뭐가 나빠...
"...도장도 막 찍고."
계약서의 도장...
그래, 더 이상 말하지 말자. 한심해진다.
"저 모르는데서, 그렇게까지 진행하셨던 건가요."
"너도 알고 있지 않았나..? 부모님 허락 받는건 네가 암묵적으로 동의한거잖아."
네 동의가 있었잖아. 물론 너는 부모님 안만나고 나혼자 가서 체결했지만.
"어, 어, 어, 언제부터?!"
"...아이돌 시작할 때부터.."
오늘, 여러가지 치하야의 모습을 보는구나. 싶다.
이렇게 빨갛게 물들여선, 손도 부들부들 떨고.
...아이돌하는데 부모님 동의가 필요한거 몰랐던거냐..?
"그니까 했다니까."
얘기를 안듣네.
"역시, P씨는 저같은 사람보다 훨씬 위에 계시네요."
"날 위에 내버려두고 이야기 진행 좀 하지말아봐."
"그럼 P씨, 오늘 계획은 취소하겠습니다."
"어? 뭐? 진짜로? 왜?!!"
갑자기 굉장히 기쁜 얼굴로 치하야가 오늘 계획의 취소를 선언한다.
뭐야, 집에 빨리가서 기쁜거야?! 집에 가도 할 일도 없는 양반이?!
"이미 해결됐는데, 또 보러갈 필요는 없잖아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다고 하자..
내가 만약에 파고 들었으면 아마 못해먹었을거다.
치하야는 약간 이런 면이 있으니까.
살짝 얘기를 안듣는다고 해야할까, 스스로 이야기를 진행해버려서, 상대방 의견을 추측해서 진행해버릴 때가 있다.
예전에는 이게 네거티브하게 작용해서 은퇴소동까지 갔었지만. 이제는 그나마 포지티브하게 작용하는 쪽일까....
더해라 더해 찔릴 때까지 해버렷
..또 굉장히 기쁜 표정이다. 가벼운 흥분때문인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내 손을 꽉 잡았다.
"우리 집?"
"네. '우리' 집이요."
"아니지, 내 집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네 집은 안간다며.
라는 퉁명스러운 말은 목으로 삼켜 넘기고, 그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분명 기계수준의 똑부러진(나쁘게 말하면 너무 간단하기만 한) 대화의 구사자였을텐데.
어느 순간인가 친근하게 말하는걸 넘어버렸다.
알아듣기 힘든 말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대충 제주도 방언만큼..
"...네, 지금은 그런걸로 하죠."
"응... 근데 우리 집에는 왜?"
"가정방문이에요."
치하야는, 방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언제부터 네가 내 담임 선생님이었어..?"
"물론 제가 담임 선생님도, 아무것도 '아직' 아니지만요."
"그저 한번 방문했보고 싶을 뿐이에요."
나름 역세권에 산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당연하지만,
'역에 탈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어지간히 적당주의인 것도 한 몫했지만, 무엇보다, 나는 '단 한번도' 치하야가 '잘못됐다'고 얘기해온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치하야가 항상 맞아온 것이냐, 라고 한다면, 치하야는 당연히 신이 아니었다. 틀린 적은, 몇번이나 있었다.
치하야가 선택한 상황이, 처참히 무너진 적도 있었고, 그녀가 그 자신에게 발목 잡힌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치하야는 그래왔다. 지금까지도, 몇번이고 몇번이고 항상 실패하면서, 자신을 뛰어넘으면서 달려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긍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찬사를 날리는 인간도 있었고, 격려해주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치하야는, 언제나 혼자였다. 물리적으로 한명을, 그후 그녀 스스로 모든 가족을 잃은 후,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긍정받은 일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선택했다.
그녀의 긍정자가 되어줬다.
그녀에게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정말 안되는 일이 있다면, 난 그녀에게 그녀의 성공사례를 얘기하며 또 다른 그녀를 긍정해줬다.
"...근데 이쪽으로 가는게 맞아?"
"네. 맞아요."
방문객에게 집 방향을 묻는 집주인만큼 이상한 것도 없겠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래서 2시간 가량, 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먹고, 유키호가 요즘 중장비 면허를 딴 얘기나, 보디가드를 난입한 극성팬으로부터 지켜준 마코토 이야기같은, 시답잖은 얘기를 했다.
시종일관 즐거워보였던 치하야는, 동료의 오랜만의 소식인지 특히 기뻐보였지만...
그니까 제발 스마트폰을 사라니까.
타카네랑 너만. 너만 어떻게하면 세계는 정보화 시대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전철역에서 전철로 2시간,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우리 부모님 댁이었다.
"자, 들어가죠."
"누구... 어머, 키사라기 치하야씨?!"
"아, 지금까지 인사 한번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
"뭐하는거에요! 어서 나와보라니까!"
"아니 누군데... 아, 이거, 혹시 키사라기씨 아니십니까?"
"P씨에게는 항상 많이 신세지고 있습니다."
"????"
"어머, P도 왔니? 이 녀석, 오면 온다고 연락을 해야지!"
"아뇨, 제가 갑작스럽게 오자고 해서... 아, 이거, *선물(お土産、おみやげ, 오미야게)입니다.
"아니 또 이런걸..."
"와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한데요."
"저야말로, 정말 P씨가 있어서 항상 행복하니까요."
"??????"
"어머어머..."
"저기, 우리 P놈 변변치 않지만은..."
"제가 유일하게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인걸요."
"??????????????????????"
*사실 이건 일어 스레에서 설명해야겠지만 일본에서는 가정방문시에 오미야게라고 하는걸 선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라기보다는, 친가가 치하야에게 점령됐다.
어느새 6월의 녹색빛이 완연한 일요일 오후 2시.
나는 영문도 모른체, 친가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앞에 두고, 치하야를 옆에 앉힌체로 대담을 하고 있었다.
이미 정오는 충분히 지났건만, 따갑게 쪼는 햇빛이 방안에는 가득차있었다.
물론 기분은 죽을 맛이다.
뭔가 치하야는 고급센베같은 걸 사온 모양인데. 맛대가리는 하나도 없다. 아니, 모르겠다.
차도 있지만 맛을 하나도 모르겠다.
분명 부모님을 보는건 오랜만이다.
사회인이 된 이후로, 특히 남들 쉴때 특히 일하는 이쪽 업계 사정상, 나는 가족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했다.
그 사이 주름이 훌쩍 늘어나버린 부모님에게 감회를 느낄 세도 없이, 나는 어느새 벼랑끝에 몰려있었다.
나는 시원하게 입는다고 입고 왔을텐데. 내 시야에 들어오는 부모님의 따뜻한 표정 위로 오만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치ㅎ..아니 키사라기씨가 이런 집에는 무슨 일로..."
치하야. 그래. 치하야다. 나는 치하야의 얼굴을 돌아봤다. 화장 하나 안한 맨 얼굴, 분명 원래 화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얼굴 안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아, 네."
능글거리는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버지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면서, 치하야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앞으로 향후 20년간 잊을 수 없는 가장 충격적인 말을.
"P씨와의 결혼을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놀랍지만, 이건 내가 말한거다.
어머니는 어머어머어머를 연발중이고, 아버지는 어느새 내 한 손을 부여잡고 굉장히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손을 어루만지고 계신다.
치하야는 이미 허락받았다는 표정으로 싱글벙글하면서 웃고 있고.
"야, 야야야, 야 야, 누구랑?"
내 오른편에 앉은 치하야를 내 오른손으로 연타하면서, 내가 숨넘어갈 기세로 물었다.
물론 여전히 창밖은 쨍쨍하고 조용하다.
"저랑요."
"누구가?!"
"P씨가요."
오히려 뭘 묻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는 치하야.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그러나, 그 말은 끝내 목구멍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야, 언제까지나 어린 애로만 봤는데, 아주 이 아빠가 큰 착각을 했구나! 이녀석 거물이야 거물!"
그런 뜨거운 반응에, 언제나 결혼을 재촉하던 부모님의 눈에는, 더이상 내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나는, 치하야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 범접할 수 없이 예뻐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ㅡ
내가 그런 꽃을 방금 꺾어버린건가?
아니, 그 꽃이, 스.스.로. 꺾여져 버린건가?
한번도 본적없는, 행복에 취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다. 내 가족은, 이제 내가 아니라 치하야를 쳐다보고 있는데.
치하야는, 이제 내 가족이 아니라, 날 쳐다보고 있구나.
..... 치하야는 p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나는 그냥 빙긋 웃어보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언제 꼬셨냐고? 언제? 단 한번도, 단 한번도...
오히려 묻고 싶다. 내가 언제 너를 꼬신거야...? 치하야...
P "허나 거절한다! 내 작은 친구한테 인사나 하시지!"타다당
이런 건가요? 피요피요
몇번이나 해온 리허설때, 내가 치하야의 손을 잡고, 할 수 있다고 외쳤듯이.
나는 이 손을 뿌쳐칠 수가 없다. 이 가녀린 손을 털어낼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응..."
이라고 하는게 한계였다.
모 영화의 대사를 따오자면, 치하야는 내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있다. 아마 그녀는 이걸 안다.
치하야는 내 전속 아이돌이다. 그녀는 톱 아이돌이다. 결혼은 커녕, 남자와 잡은 손 하나만으로도 몇일째 그녀의 기사가 매체를 독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그녀를 거부할 수 없는 것도 안다.
그녀는 내 모든걸 알고 있다. 내가 그녀를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나는 그녀를 거부할 수 없고, 그녀는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당혹감에 휩싸인 나에게서 나오는 열로, 이미 앉아있기는 힘들정도로 뜨거워진 오후 2시의 방바닥도 지금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첫째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 공세에, 내 혀가 굳어있는걸 실감해야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눈앞의 이 소녀에게, 내 미래가 강제로 결정되어버린 두려움이다.
치하야는 정말로 능숙했다.
이미 몇번이나 연습해온 원고를 읽는 배우와도 같았다.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했냐는 질문에는, 아이돌 은퇴시기와 맞춰 적당한 시기를 말했고, 과정도, 결혼의 계기나 연애의 진척도까지도 능숙하게 말했다.
의심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그녀의 망상 속의, 허구 속의 일을 믿을 뻔 했으니까.
너무 완벽해서 열어보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건 일종의 선언이었다.
적 사령관을 옆에다 앉혀놓고. 나는 너네 나라를 침략할거고, 일단 첫번째는 라인지방의 재점령이라고 선언하는 꼴이었다.
"치하야쨩, 자고 가지 그러니?"
어느새 호칭은 키사라기씨에서 치하야쨩으로 바뀌었다.
"아뇨, 감사합니다만."
자고 가라는 부모님의 아쉬운 요구를 거절하고는, 치하야는 뒤도 안돌아보고 나와 함께 떠났다.
...치하야를 처음 보는 사람은 모른다.
치하야는 기본적으로, 표정의 변화도, 분위기의 변화도 없다. 기나긴 금욕생활의 끝에 말이다.
그걸 읽을 수 있는건, 손에 꼽는다.
아마 타카네, 그리고 치하야 친구 하루카. 유키호는 극단적인 경우에만 살짝, 그리고 나다.
나는, 어쩌면 세상 누구보다, 그녀의 어머니보다도 그녀를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확실한건, 지금 치하야는...
'더 이상 관심 없다.'
"치하야, 왜 그런거야?"
버스에 타서, 1시간 남짓이나 치하야가 잡은 내 손을 꼼지락거리던 후, 나는 겨우 말을 꺼냈다.
창밖에 지나가는 풍경은 어느새 노을에 물들었다.
파란색 머리카락이 어느새 노을을 받아서 보라색으로 빛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반대편을 봤다.
치하야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으니까.
"프로듀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치하야는 꿈꾸듯이, 그렇게 물었다.
"뭘."
"저랑, 결혼하신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좋아.
지금까지 반응한게 이상하겠지만, 그게 솔직한 발상이다.
실은 꽤 어마어마한 부자다. 그 사이에 개인곡, 단체곡으로 번 돈도 어마어마할거다.
거기다, 번 돈도 제대로 이자를 붙여주는 은행에 넣었다.
그돈으로 도심에 빌딩도 있는 걸로 안다.
수십억은 있을거다. 연예인으로 활동한게 7년이다. 평생 연습하며 살았던 그녀다. 그중에 무명이 2년 남짓. 1년은 그럭저럭한 아이돌.
그후에 3년간의 톱아이돌. 노래를 하나만 내도 곧장 어마어마한 공전의 히트.
게다가 최고의 정점에서 은퇴. 당연히 지금까지 번 돈이 그대로 한번 더 벌릴정도로 큰 돈을 벌었다.
도쿄돔에서 라이브하는게 꿈이 아니라, 도쿄돔이 그녀를 라이브 시킬 수 있다는게 꿈같은 소리일 정도다.
중요한건 오직 p뿐이니까...
*(p가 치하야의 제안을 거절할 거의 모든 당위성 및 요건이 제거 되었습니다.)
그건 팔자 고친다는 소리다.
나쁠 이야기라곤 하나도 없다.
게다가 아름답지 않냐고한다면, 그녀는 가희(歌姬)다. 공주라는 이야기다. 대중들이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그녀는 미소녀, 지금은 미녀다.
나이? 24살. 가장 아름다울 시기다.
유대감? 친근감? 그녀는 7년간 같이 일했다. 사춘기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는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그녀는 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2. 나는 그녀가 두렵다
3.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67
(물론 60점 만점에)
사실 그거거든요. 분기점.
3번은 약간 수라장이 팡팡 터지고 (푹찍악 없이)
1, 2는 그거죠. 망설임 vs 저항
하지만 그녀는 그런 가능성은 고려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행동했고, 그러자 그 모습에 감명이라도 받은 듯 그녀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네. 이처럼 그녀를 위해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그녀가 실패하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물론 그럴 수는 없을 거야. 이 모든 게 그녀에겐 당연한 듯 했고, 너무나도 손쉽게 승리를 쟁취했지.
말도 안 돼요. 그녀가 무슨 신이라도 된답니까?
.....
..설마 진지하게 그럴 가능성을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그래, 그녀는 물론 신이 아니야.. 하지만 그 모습에서 자네는 무엇을 느끼겠는가? 나는.. 두려움이 일었어. 그 모습에서 인간성을.. 인간이 지닌 나약함을 찾을 수가 없었거든. 그녀가 나와 같은 존재인지조차 의구심이 들었네. 그 순간에 그녀는.. 인간이라기보단 화신에 가까웠어. 승리에 대한 일념으로 불타는 화신.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목표만을 바라보고, 과정만을 생각하며 주저 없이 나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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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짱 무서워요. 한편으론 경외심도 들고.. @_@
그러나 이 순간 가정 하나는 완벽하게 틀린 것으로 판명났다.
식은 다시쎠야 했으며 모든 방법론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검토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을 풀면서 얻은 결과값들을 모두 버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최악인 것은 '나를 가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그 사람이 싫어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서 나를 가장 좋아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가정에서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것을 논문 투고 1일전에 안 사람의 심정 중-
(일부 페러디함)
1. 하루카
2. 유키호
3. 기타 타 아이돌 아무나 (346도 괜찮음)
누가 좋으신가요? 추천 부탁드립니다.
아무리해도 전부 팟하고 꽂혀서..
저 마코토의 매력 이끌어 낼 수 없어요!!!
가장 수라장이겠지만
치하야에게 대항하기위해선
패왕 아즈사나 야요이가 적절
그래. 나는 치하야를 곁에 두고, 언제나 그녀를 서포트하면서,
다른 곳에 눈을 두고 있었다.
나는 치하야의 무대를 바라봤고 그녀의 무대에 기뻐했지만,
그 시선의 끝에는 '치하야가 없었다'.
그녀가 더이상 그녀의 편인 내 부모님에게 관심이 없는 것만큼,
나도 그녀에게 관심은 갖지 않았다.
어쩌면 의식적으로,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누가 그걸 치하야에게 말할 수 있을까...
나도 그렇다.
그녀에게 반대하지 못하는 나의 비틀린 성격만큼이나, 철회라는걸 모르는 그녀의 뒤틀어진 성격은,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이미, 내가 거기서 반대한다고 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거다. 오히려 내가 밀려버릴지도 모른다.
치하야는 그런 여자다. 그런 아이다.
전혀 성장하지 않은ㅡ
16살 그때 그대로의 아이다.
나는 간신히, 목구멍에서 말을 내뱉었다. 토해내는데 성공했다. 목에 걸린 사탕을 내뱉듯이.
괴롭고 달콤하다는 점에서, 같으니까.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마주잡은 손에는, 온기가 여전히 전해져왔다.
"...그런가요?"
놀랍게도, 치하야는 내가 여느때에 '오늘은 레슨을 쉬자'라고 할때처럼,
흔쾌히 대답해줬다.
...그러나, 손의 떨림은 감추지 못했다.
"프로듀서... 아뇨, 이제 P씨라고 부르는게 맞겠죠."
결의가 전해져온다.
"P씨,"
"조금 늦었지만, 저, 키사라기 치하야와 결혼하는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