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을 갈아 입고 난 모니터 너머로 관중석을 확인했다.
여러 군데에서 홍보 포스터가 붙어서 그런가, 첫 데뷔 무대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내 긴장감은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의 수만큼 비례했다.
안나 「...손님들, 되게…많네.」
시즈카 「이곳저곳 홍보 많이 했으니까. 유키호 씨도 자기 무대에서 우리를 홍보했다고 하던데?」
안나 「정말?」
뭔가 그런 말을 들으니 안 그래도 컸던 긴장감이 더 커져버렸다.
시즈카 「......」
시즈카 「...후우...」
안나 「시즈카 씨도…긴장, 하는, 구나.」
시즈카 「당연하지.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한다고 생각하면.」
안나 「......」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드디어 오늘 기회를 잡았다.
이번 라이브, 무조건 성공시킬 것이다.
지도해 준 트레이너 씨, 용기를 북돋아준 선생님과 세리카, 오늘 라이브를 위해 뛰어다닌 프로듀서,
같은 팀 맴버인 시즈카 씨, 그리고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 준 후미즈키 씨를 위해서.
「달칵」
P 「안나, 이제 나갈 시간이야.」
안나 「...네.」
시즈카 「화이팅. 안나.」
안나 「최고의 무대…보여줄게.」
.
.
.
-무대 뒷편
P 「그럼 잘 다녀 와.」
안나 「네.」
무대 뒤에서 난 이 커다란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드디어 안나의 첫 라이브네.」
안나 「......」
「...안나?」
안나 「어, 어쩌지... 중간에, 가사…까먹으면...」
지나친 긴장감 때문인지 불안감도 시간이 지날 수록 커져갔다.
난 어떻게 해서든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혀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걱정하지 마. 여태껏 많이 연습 했잖아?」
안나 「그래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제와서 연습 부족을 후회한다 해도 소용없어.」
「안나가 노력한 만큼만 손님들에게 보여주면 돼. 분명 좋아해주실걸!」
안나 「으응...」
『위이잉-』
「아, 이제 시작한다.」
안나 「...간다.」
난 조금의 불안감을 품고 무대 위로 나섰다.
안나의 라이브
1~50 : 몇 명이 나가기 시작한다...
51~60 : 나가는 사람은 없지만 호응이 없다.
61~75 : 무난무난한 성과
76~90 : 무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91~100 : 호시이 미키급의 관중 반응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화면 너머로 보이는 시즈카 씨의 무대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정도의 무대였다.
노래와 춤에 실수는 물론, 표정까지 굳어있었다.
무대 앞 관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들 무대를 즐기고 있다기보단 그냥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에서는 뒤로 빠지는 모습도 몇몇 보였다.
「큰일 났는걸...」
안나 「으응...」
.
.
.
무대를 끝내고 돌아온 시즈카 씨.
시즈카 씨의 모습은...
시즈카 「......」
안나 「저기...」
시즈카 「......」
안나 「괜찮…아?」
시즈카 「......」 훌쩍
「...안나, 그냥 가자.」
안나 「......」
그저 울고만 있었다.
본인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최악의 무대를 보여줬는지.
난 그런 시즈카 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대 뒤에 섰다.
안나 「...저기, 후미즈키 씨.」
「왜 그래?」
안나 「안나가, 다시…끌어올릴 수…있을까? 무대…분위기...」
「...안나라면 할 수 있어.」
안나 「...그렇겠지...?」
「그리고 본무대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잖아? 시즈카와 안나의 듀오.」
안나 「...응. 맞아.」
그래, 아직 본 무대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만약 여기서 내가 무대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해도
시즈카 씨와의 듀오에서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촤라락-」
안나 「...간다.」
「화이팅, 안나.」
난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대 위로 나섰다.
.
.
.
무대 위에서 관중석을 바라봤다.
첫 번째 무대보다 관중들이 적었고 몇 군데가 비어있었다.
관중들도 그냥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나 「다들, 시즈카 씨의 무대는…어떠셨나요?」
안나 「좋게…보셨을 거라고…생각, 해요.」
저 뒷편에서 "티켓 비용 물어내!"라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난 애써 무시하고 진행을 계속했다.
안나 「다음은…저의, 솔로…무대.」
안나 「재밌게…봐주세요.」
난 포즈를 잡고 관객들을 바라봤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았다.
안나 「......」
안나 (이번 무대, 반드시 성공시키겠어...!)
음악이 흘러나오고, 난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이번엔 나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지이익---!!!」 「뚜둑-」
안나 「?!」
「?」 「뭐야?」 웅성웅성
안나 (기, 기재 트러블?)
스피커가 지지직거리더니 이내 음악이 끊어졌다.
난 부르던 노래를 지지직 소리를 듣고 놀란 나머지 중간에 끊어버렸다.
2월 29일 765프로덕션이 신유닛 '크라운즈'의 데뷔 무대를 개최했다.
크라운즈의 멤버는 메인 보컬 '모가미 시즈카'와 리더 '모치즈키 안나'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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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초중반에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하여 관객들은 '돈 아까웠다.', '재미없었다.' 같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듀오 무대가 꽤 괜찮았다.', '처음이라 긴장했을 것, 앞으로 더 지켜볼 것이다.'
같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었다.
여담으로 원래 유닛 '크라운즈'의 멤버는 3명으로 이뤄질 예정이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2인 유닛 체계로 진행, 2인 체제는 변함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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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
「그래도 괜찮은 반응이네.」
난 본기사를 확인하고 댓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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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반응? 그런게 있었어?
: 난 좋게 봤는데, 나만 좋게 봤었어.
: 여기서 시간 보낸 사람들이 불쌍하더라.
: 그냥 해체해야지 뭐. 가망 없어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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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
「......」
예상한 댓글 반응이다.
이 기사, 약간의 거짓말이 섞여있다는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프로듀서가 부탁한건가. 이런 거짓 기사를 쓰게 해달라고 해서 뭐가 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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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점심 시간
세리카 「그래서 다음에 시간 되신다면 같이 영화 보시러 갈래요?」
안나 「......」
"티켓 값 물어내라!" "우우우---!"
"제대로 준비한 거 맞아?"
세리카 「...안나 씨?」
안나 「아, 응. 미안... 방금…뭐라고…말했었지?」
세리카 「그게...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안나 「응. 알겠어. 시간…되면, 같이…가자.」
안나 「......」
세리카 「...안나 씨,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는데...」
안나 「에? 아, 아무렇지도…않아.」
세리카 「...무슨 걱정 같은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들어드릴게요.」
안나 「응. 고마워...」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한 달 후 미니 라이브
와아아---!!
시즈카 「고마워요! 그럼 전 잠시 물러날태니 안나의 무대도 잘 봐주시길!」
최악의 데뷔 무대가 끝나고 한 달 후.
'크라운즈'는 작은 행사나 라디오에 출연해 입지를 넓히고 있었다.
시즈카 씨는 그 무대에 관해선 이제 잊어버렸는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시즈카 「안나, 다음 순서 부탁할게.」
안나 「응. 맡겨…줘.」
「화이팅, 안나!」
난 시즈카 씨의 바톤을 이어받고 무대 위로 나섰-
"이런 유닛에 투자한 거야? 765프로는?"
안나 「읏...」 멈칫
「? 안나?」
안나 「아, 아무것도…아냐.」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그 무대를 전혀 잊지못했다.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그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심지어 꿈에서도 연출되어 계속해서 날 괴롭히고 있었다.
덕분에... 시즈카 씨가 넘겨준 바톤을 그대로 넘겨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유닛 라이브에서 만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아픈 기억이 내가 무대에 나서려고 때마다 계속해서 날 괴롭혔다.
이제 5월 중반.
원래 내 기억으론 5월은 따뜻한 온도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년도엔 왜 이렇게 더운거야...
『달칵』
시즈카 「트레이너 씨, 돌아왔나보네.」
안나 「아... 연습하기…싫어...」
일어나긴 싫었지만 그래도 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레슨실에 들어온 사람은 트레이너 씨가 아닌 프로듀서 씨였다.
뭔가를 등 뒤에 숨긴 채, 평소보다 밝은 표정하고 있는 프로듀서, 일단 나쁜 사실이 아니라 다행이다.
시즈카 「어라, 프로듀서 씨.」
안나 「무슨 일, 이야.」
P 「오늘 너희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왔거든.」
안나 「좋은…소식?」
P 「그건 바로...!」
프로듀서가 등 뒤에 숨긴 파일을 보여줬다.
P 「짠~! 이번 5월 달에 개최할 시어터 대형 라이브!」
안나 · 시즈카 「오오!」
P 「드디어 인원도 어느 정도 모였으니, 이제 터뜨릴 일만 남았어.」
시즈카 「30명 인원의 대형 라이브라...」
그러고보니 최근 극장에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게 전부 이 대형 라이브를 위한 것이였군.
그렇다면 그 사람들 전부 아이돌이고 이 대형 라이브에 참가한다는 뜻...
P 「그리고 이번에는 시어터 30명 말고도 원래 있었던 13명도 전원 참가하기로 했어!」
시즈카 「에에?! 정말이요?!」
안나 「그, 그럼... 미키 씨랑…치하야 씨도...」
P 「물론 참여하는거지!」
시즈카 「치하야 씨와 라이브...!」
안나 「......」
시어터 30명과 기존에 있던 13명의 인기 아이돌들까지 가세하는,
말그대로 765프로덕션이 단단히 준비한 초대형 라이브.
그런 라이브에... 나도 끼게 된다니...
P 「음? 안나는 별로야?」
안나 「에? 아, 아뇨. 안나도…좋아요...」
P 「좋아! 무대 날짜는 31일이야.」
시즈카 「잠깐, 31일?! 너무 알려주는게 늦는거 아닌가요?!」
P 「아아, 미안미안. 이것도 사장님이 나한테 갑자기 알려준 거라서...」
시즈카 「하여튼... 뭐, 알겠어요.」
시즈카 「안나, 우리도 열심히 해보자!」
안나 「으, 응...」
「......」
.
.
.
안나 「......」
「대형 라이브라니, 되게 기대되지 않아?」
안나 「...그러네.」
「넓은 스테이지와 뜨거운 조명, 그리고 그 앞에는 빼곡히 차있는 수많은 관객들이... 크~!」
안나 「관객들...」
안나 「......」
「...역시, 안나는 기대되지 않는 모양이구나.」
안나 「...후미즈키 씨를…속이지는…못하는구나.」
「난 너의 또 다른 인격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다 알 수 있어.」
안나 「알면서…그런 말을…한거야?」
「조금 안나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서였어. ...오히려 역효과였다면 사과할게...」
안나 「아냐, 괜찮아...」
후미즈키 씨의 말대로다.
난 이번 무대가 기대되기는 커녕, 두렵기만 하다.
내가 무대에 나서서 망치기라도 한다면...?
전에 했었던 사람들이 끌어올린 분위기를 흐트리는 건 물론이고
그 뒷 순서에게도 무거운 짐을 넘기게 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안나는 지금 아이돌 생활에 만족해?」
안나 「아이돌…생활?」
「요즘 안나 많이 바쁘잖아? 영업하느라.」
안나 「......」
지금의 아이돌 생활...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지도 도저히 모르겠다.
난, 정말 아이돌 활동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걸까?
대형 라이브 이벤트까지 앞으로 30일.
이벤트 준비로 인해서 학교, 극장, 집이라는 단순한 생활 패턴이
학교, 극장에서 가끔씩 집을 건너뛰는 생활 패턴으로 바뀌었다(감금되어 연습하는 게 아니라 연습 후 쉬다가 졸아버려서 그만...).
시즈카 씨도 7시간 취했던 수면을 4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3시간을 연습하는 시간으로 바꿨다.
그만큼 이번 라이브가 우리 ‘크라운즈’에게 있어선 매우 중요한 라이브였다.
하지만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나 (이렇게 치열하게 연습해서 남는 게 뭐지...?)
물론 고개를 흔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힘들 때마다 계속 떠올랐다.
어느 날에는 치열하게 연습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지만 그대로 무대를 망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니 순간 ‘전부 다 때려치울까.’라는 충동적인 생각을 했었지만
그때는 후미즈키 씨가 내 정신을 간신히 붙잡아주었다.
그렇게 매일씩 정신을 붙잡아가며 매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연습을 계속해나갔다.
【5월 24일 (土)】
안나 「Zzz... Zzz...」
『~♪ ♬』
안나 「...음냐?」 두리번두리번
「일어났구나.」
안나 「...또, 잠들어…버렸네.」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지 않아?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안나 「안나, 버틸 수…있어.」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텅 빈 레슨실이었다.
난 모포를 덮고 벽에 기댄 채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또 레슨실에서 잠든 모양이다.
안나 「...엣취.」
「괜찮아?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건...」
안나 「아냐, 그냥…코가…가려워서...」
난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9시 23분. 오늘은 토요일이니 레슨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딱히 없을 것이다.
안나 「...연습…할까.」 벌떡
「그러니까 하루 정도는 쉬어도-」
안나 「쉴 시간…없어.」
『스르륵』
안나 「...어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포 안에서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왔다.
종이에는 손으로 적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
오늘은 쉬도록 해.
만일 여기서 또 연습하는 게 적발된다면 31일에 열리는 대형 라이브에서 안나의 라이브는 없던 것으로 하겠어.
강압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안나 널 위해서니까 이해해 줘.
-P
----------
안나 「......」
「...강제 휴식이네.」
쉴 시간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듀서의 경고를 무시했다간 여태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린다.
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안나의 방
방에 들어가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로 엎어졌다.
평범했던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침대의 푹신함이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안나 「하아... 푹신해...」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온 거지, 한 4일쯤 됐나?」
안나 「몰라... 푹신해...」 행복
「하여간... 그러니까 집에 돌아와서 자자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푹신한 침대에서 숙면을, 얼마나 좋아?」
안나 「그러게...」
안나 「...Zzz ...Zzz...」
「...뭐야, 벌써 잠든 거야?」
안나 「1시간 뒤에, 깨워줘.」
「...그래, 알겠어. 푹 쉬어.」
난 침대의 포근함을 느끼며 그대로 잠을 청했다.
여태까지 쌓아둔 피로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잠들-
『~♪ ~♬』
안나 「......」 짜증
뻔 했으나 갑자기 전화벨이 큰소리로 울렸다.
움직일 힘도 없던 난 애써 소리를 무시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전화는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울려댔다.
난 베개로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해보려 했다.
하지만 베개의 방음효과는 있으나 마나였다.
안나 「여보…세요.」
세리카 「여보세요? 안나 씨?」
안나 「세리카, 무슨 일…이야?」
세리카 「안나 씨, 최근 저한테 알려주셨던 게임 대회 아시죠?」
안나 「응? 아, 응. LJL…였나...」
세리카 「실은 그 무대의 결승 티케팅 성공했어요! 심지어 두 장이에요!」
안나 「...뭐?!」
피곤했던 내 몸이 세리카의 그 말 한마디에 피로가 순간적으로 날아가버렸다.
티케팅 성공했다고? 아니, 애초에 오늘 결승 하는 거였어?!
「너무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거 아냐?」
안나 「세리카라면…약속 시간…보다, 빨리…나올 줄…알았는데.」
세리카 「안나 씨!」
안나 「아, 저기…오네.」
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빨리 나왔다.
세리카는 나보다 먼저 공원에 도착하진 않았지만
내 예상대로 약속시간보다 더 빨리 나왔다.
세리카 「일찍 나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안나 「아니, 얼마…안 기다…렸어.」
세리카 「그런가요. 자, 그럼 빨리 가볼까요.」
안나 「응. 그런데, 세리카, 게임에…관심, 있었어?」
세리카 「네.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가끔씩 하고 있어요.」
안나 「헤에, 언제부터…시작한 거야?」
세리카 「그게...」
걸어가다가 그냥 궁금해서 세리카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세리카가 잠시 우물쭈물 거리더니 말을 했다.
세리카 「4개월 전부터...」
안나 「......」
세리카 「두 분이 게임 관련 얘기를 하실 때마다 저도 대화에 끼고 싶었어요.」
세리카 「그래서 계정을 만들고 1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나니 그 다음날에...」
안나 「그랬…구나...」
세리카 「...뭐, 이젠 상관없지만요. 지금은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거니. 후미즈키 씨가 왜 그 게임에 빠져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
안나 「...되게, 나쁜…사람, 이네. 후미즈키 씨.」
「헤헤...」
난 세리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안 좋은 기억을 깨운 건 아닐까.
하지만 세리카는 그냥 씁쓸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세리카 「그나저나 굉장히 기대되네요. 오늘 결승 경기.」
안나 「로열로더…가 되느냐, 아니면…왕좌를, 지키느냐의…경기…니까.」
.
.
.
-경기장 (PM 4 : 30)
시부야 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회.
경기 시작 전인 5시가 되기 전에도 근처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세리카 「아직 입장 시간은 아닌 것 같네요.」
안나 「그럼, 어떻게…하지.」
세리카 「음... 모처럼 시부야에 왔으니까 30분 동안이라도 한 번 돌아다닐까요.」
안나 「그럴까.」
경기장 입장까지 앞으로 30분.
우리들은 남은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리처럼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는지 몇몇 사람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리카 「전... 딸기라떼요.」
안나 「아메리카노…하나.」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세리카 「안나 씨, 아메리카노 드실 줄 아세요? 전 쓴 맛이 강해서 전혀 못 마시겠던데...」
안나 「안나도…아메리카노, 처음…이야.」
안나 「그런데, 되게…피곤해서... 잠 좀…깨우려고.」
세리카 「그, 그랬군요... 죄송해요. 제가 괜히 부른 건 아닌지...」
안나 「아냐. 안나도…결승 경기, 보고 싶었…으니까.」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딸기라떼가 나왔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몇 초 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컵을 입에 가져댔다.
커피가 혀에 닿이는 순간 입 전체에 쓴 맛이 감돌았다.
처음 경험하는 쓴 맛이지만 그렇게 쓰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안나 「하아...」
세리카 「안나 씨, 방금 되게 어른스러웠어요.」
안나 「에? 그런가.」
세리카 「그래서, 아메리카노 맛은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안나 「어어, 그냥…그럭저럭...」
난 컵을 살포시 내려놨다.
세리카 「라이브, 31일에 열리는 거였죠?」
안나 「알고…있었구나.」
세리카 「물론이죠! 전 765의 팬이니까!」
안나 「그랬구나.」
세리카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이 전부 무대에 오른다니,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세리카는 양 손을 불끈 쥐고 말했다.
세리카 「크라운즈는 라이브 준비, 잘 되고 있나요?」
안나 「어... 응. 그럭…저럭.」
세리카 「정말인가요? 시즈카 씨한테 들었을 때는 집에도 안 들어가고 연습한다 들었는데...」 지그시
안나 「......」 움찔
세리카의 시선이 내 심장을 쿡쿡 찔러댔다.
확실히 레슨할 때 몸이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세리카 「연습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중요해요. 아이돌인데 자기 몸 관리는 잘 하셔야죠.」
안나 「미, 미안...」
세리카 「그렇게 계속 연습하시면 많이 힘드실 텐데,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안나 「솔직히, 오늘도…레슨실에서 자다가…집에 오자마자, 바로…쓰러졌어...」
세리카 「역시 그랬네요.」 츄릅
세리카 「으음~ 이 딸기라떼, 맛이 꽤 괜찮은데요? 안나 씨도 한 번 드셔보세요.」
안나 「어? 그럼...」
난 세리카의 딸기라떼에 조금 마셔봤다.
내가 평소에 다니던 카페에서 파는 라떼보다 더 달콤했다.
안나 「응. 맛있네.」
세리카 「그렇죠? 저도 안나 씨의 커피 한 번 마셔 봐도 될까요?」
안나 「응? 딱히, 상관은…없지만...」
세리카 「그럼...」
안나 「아, 그거, 되게…쓸 탠데.」
세리카는 내 컵을 가져가 한 번 마셔보다니
커피의 쓴 맛을 처음 경험한 세리카는 이내 컵을 내려놨다.
설탕 한 조각을 넣긴 했어도 많이 쓴 것 같았다.
세리카 「우와... 되게 쓰네요...」
안나 「쓰다고…말했잖아.」
세리카 「헤헤,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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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한 커피와 라떼를 전부 마신 우리들은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4시 50분, 지금 출발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세리카 「와, 사람들 되게 많네요.」
안나 「평소보다, 더 많은 거…같은데.」
세리카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 있으면 누군가가 안나 씨를 알아볼까요?」
안나 「에이, 설마...」
세리카 「혹시 모르죠. 여태까지의 활동으로 안나 씨를 응원하는 팬이 생겼을 수도.」
안나 「아니야...」
이제 데뷔한지 1달째,
1달 밖에 활동하지 않았고, 게다가 할 때마다 성적도 안 좋았으니...
누군가가 날 알아봐줄 리가...
1~50 : 아무 일 없이 경기 관람
51~75 : 한 명이 안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76~100 : 의외로 팬이 많았다.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그렇게 아무 일 없이 관중석으로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5시가 되고, 우린 경기장 관중석으로 입장했다.
결승전답게 큰 무대에 넓은 관중석이었다.
세리카 「TV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크네요.」
안나 「그러…네.」
세리카 「이번에는 누가 우승할 거 같아요? 안나 씨의 생각은.」
안나 「음... 아마… ….」
경기 시작까지 앞서 나와 세리카는 오늘 결승에서 누가 우승할지 얘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누가 우승할지 그 누구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두 팀 모두 이번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이번 결승은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 같다.
그리고 본격적인 결승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선수들에게 집중되고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해설진들은 물론 관중들까지 다함께 소리쳤다.
안나 「......」
「...안나랑 비슷하네.」
안나 「...?」
「선수들이 무대에서 경기를 펼치는 장면, 관중들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열광하는 장면.」
「전부 안나랑 시즈카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안나 「그건...」
후미즈키 씨의 말을 듣고 난 다시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매 순간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뽐내려는 선수들.
이걸 아이돌의 모습과 비유하자면...
후미즈키 씨의 말대로 무대에서 서있는 아이돌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안나 「...그러네.」
『부웅-』 『쾅-』
「아아아~!!! 뒤에 딜러들 다 떴어요오!!」
「그대로 밀고 들어오죠! 도망 못 칩니다, 어딜 도망가!」
「뒤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그대로 앞라인도 무너지고 에이스까지 가져갑니다!」
「와아아---!!」
세리카 「방금 전투 보셨어요? 굉장했어요!」
안나 「...응.」
.
.
.
「그대로 넥서스가 부숴지면서 이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마지막 미드라인 대규모 교전에서 완승이 넥서스까지 이어져 결국 새로운 로얄로더가 탄생하였다.
승리한 선수들은 넥서스가 부서지자말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 앉으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세리카 「좋은 경기였어요!」 짝짝
안나 「응. 재밌었어.」 짝짝
경기가 끝나고 트로피 수상식까지 끝난 다음, 우리들은 짐을 챙기고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땐 해가 그래도 떠있었는데, 지금 바깥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
.
.
-안나의 집
경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경기를 다시 틀어봤다.
다시 봐도 재밌었던 경기었다.
그리고 경기 도중에 나오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안나 「......」
뭐랄까, 되게 멋있게 느껴졌다.
서로 브리핑하는 모습이나, 손해를 아쉬워하면서도 미련 없이 후퇴하는 모습, 한타에서 대승을 거뒀을 때 큰소리를 내는 모습 모두.
그리고 가장 멋져보였던 것은,
이미 승산이 없는 싸움인 걸 알고도 끝까지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봐도 명경기란 말이지. 이번 결승은 말이야.」
안나 「안나, 최선을…다 할 거야.」
「?」
안나 「오늘…경기를, 보고, 재미도…있었지만, 하나…배운 게, 생겼어.」
안나 「‘할 수 있는…최선을…다한다.’」
안나 「라이브 당일까지, 끝까지…집중, 할 거야. 최고의 무대를…위해서!」
「그래, 그 자세야!」
안나 「응!」 주먹 꽉
「하지만 오늘은 푹 쉬기로 했었지?」
안나 「아, 그랬…었지.」
「원래 같았으면 “그럼 지금 당장 일어나자!”라고 했겠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공허했던 마음이 따뜻한 무언가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연습해서 남는 게 없다고? 남는 게 없으면 뭐 어때?
어떤 도전이든 간에, 쓸데없는 도전은 없는 거니까.
무대는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프로듀서도, 스태프들도, 다른 동료들도 전부 나와 시즈카 씨를 칭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 들려온 관객들의 환호소리...
「와아아아아----!!!」
안나 「......」
다시 생각해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무대 정말 재밌었지~」
안나 「응. 앞으로도…쭉, 이런 무대를…즐기고…싶어.」
「즐기고 싶다라...」
안나 「...후미즈키 씨도, 같이, 있었다면…좋았을 탠데.」
「아냐, 난 괜찮아. 가까이서 안나의 무대를 볼 수 있게 됐으니까...」
안나 「그래, 그럼 뭐...」
처음에 내가 아이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후미즈키 씨의 무대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그랬지.
어쩌다 보니까, 입장이 반대가 돼버렸다.
안나 「흐아암...」
「벌써 졸린 거야? 이제 겨우 10신데.」
안나 「그러게... 오늘 너무 열심히 했나 봐.」 꾸벅
「...그런가 보네. 그럼 어서 자. 피곤할 탠데.」
안나 「......」
「...안나?」
안나 「Zzz...」 쿠울
「뭐야, 벌써 잠들어 버린건가.」
.
.
.
...솔직히 안나에게 미안하다. 난 원래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하지만... 그 때 이후, 안나는 완전히 아이돌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나의 영혼 일부를 덮어버렸다.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거 같지만...
「......」
「...미안해, 안나.」
이젠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흡수 되어버린 이상, 내가 안나의 역할을 그 때만이라도 대신하는 수밖에.
126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안나 「도시락?」
시즈카 「응. 잠깐 기다려 봐.」
시즈카 씨가 가방에서 먼저 커다란 보온병을 꺼냈다.
그 보온병을 보고 오늘 내 점심이 대강 예상 됐다.
안나 「중독…이야.」
시즈카 「우, 우동 아니거든!」
안나 「우동…얘기, 안 했는데.」
시즈카 「크읏...」
이어서 나온 도시락 통을 보고 내 예상은 빗나갔음을 알았다.
시즈카 씨라면 이럴 때에도 들고 올 줄 알았는데.
「의외네. 우동면 꺼낼 줄 알았는데.」
나 이외에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
.
.
안나 「...이건?」
시즈카 「후후훗, 어때?」
안나 「되게…많네.」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이지만
두부 스테이크, 감자 튀김, 채소 볶음과 주먹밥 등이 도시락 안을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안나 「맛있…겠네.」
시즈카 「한 번 먹어 봐.」
안나 「그럼.」
난 주먹밥 하나를 집어 먹었다.
안나 「...맛있어.」
「~♪ 시즈카의 요리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안나 「...미각…공유?」
시즈카 「? 방금 미각... 뭐?」
안나 「아, 아무것도…아냐.」
아무래도 내가 먹은 음식의 맛은 후미즈키 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모양이다.
같은 몸을 쓰니까 그런 건가.
시즈카 「뭐, 맛있다니 다행이네. 입 맛에 안 맞으면 어쩌지라고 생각했거든.」
시즈카 「자, 어서 먹고 다시 연습 시작할까.」
안나 「응.」
도시락 먹으면서 할 얘기나 벌어지는 일들
+~2까지 자유롭게.
안나 「뭐야?」
시즈카 「이거.」
시즈카 씨가 젓가락으로 집고 손으로 받쳐 내 입으로 가져왔다.
안나 「......」
시즈카 「...안나, 팔 아파.」
안나 「응... 그런데... 이거...」
시즈카 「당근전인데?」
안나 「......」
그건 말 안해도 보면 알아.
문제는 내가 당근을 못 먹는게 문제지.
「못 먹는게 아니라 안 먹는거잖아?」
안나 「그건...」
시즈카 「...아, 설마 후미즈키가 말한 안나가 가린다는 음식이?」
안나 「후미즈키 씨, 언제…말했어?」
시즈카 「예전에 요리 가르쳐줄 때.」
안나 「후미즈키 씨...」
「음? 난 모르겠는뒙~」
이걸... 때릴 수도 없고...
시즈카 「편식은 안 좋은거 알지?」
안나 「무조건…먹어야…해?」
시즈카 「물론. 자, 아아.」
안나 「......」 꾸욱
시즈카 「...정말 애 같다니까.」
시즈카 「무조건 먹일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안나 「맘대로…해-」
시즈카 「빈틈!」 샤샥
안나 「웁!」
내가 입을 약간 벌린 그 빈틈을 시즈카 씨는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젓가락을 내 입 안에 집어넣고 순식간에 빼냈다.
안나 「......」 우물우물
시즈카 「어때?」
안나 「...역시, 당근…별로야...」
시즈카 「음... 안나가 좋아할만한 당근 요리를 더 개발해야겠는 걸...」 소곤
안나 「뭐...?」
설마... 농담이겠지?
.
.
.
시즈카 「자, 이제 연습시작 할까.」
안나 「응.」
「옆에서 응원해줄태니까, 열심히 해!」
안나 「...저기, 후미즈키 씨.」 소곤
「음?」
안나 「나 대신…춤, 춰볼래?」
「내가?」
안나 「추고 싶은 거…아니였어?」
「...드, 들켰네...」
그렇게 "나도 한 번 춤추고 싶다"라고 몇 번이고 중얼거리면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 못한단 말이야.
안나 「어때, 한 번…해볼래?」
「...한 번이라면 뭐...」
안나 「그럼, 부탁…할게.」
후미즈키의 실력
1~33 : 으으음...
34~66 : 생전의 후미즈키 씨
67~99 : 후미즈키 「몸이 더 가벼워진거 같아!」
100 : !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시즈카 「음악 틀게.」
안나 「한 번 가보자!」 활짝
시즈카 「...?」
.
.
.
후미즈키 씨의 춤추는 모습을 직접 바라볼 수는 없었지만
바로 앞에 놓인 거울을 통해서 후미즈키 씨의 춤을 볼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 모습이였지만 추고 있는 사람은 분명 후미즈키 씨였다.
안나 「재밌었어!」 상쾌
시즈카 「......」
안나 「어땠어? 시즈카는?」
시즈카 「음? 아, 응... 그게... 좋았어.」
안나 「정말? 고마워!」
후미즈키 씨가 한 번 신나게 춤추고 시즈카 씨의 평가를 듣고나서
내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안나 「후우...」
안나 「연습…이어서…할까.」
시즈카 「...다시, 말투가 바꼈어?」 소곤
안나 「음? 방금…뭐라고?」
시즈카 「아, 아냐. 기분탓이겠지...」
안나 「?」
.
.
.
얼마나 노래하고 춤췄을까.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휴대폰으로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 아침부터 연습했으니까 쉬는 시간을 빼면 7시간 동안 연습한 건가.
시즈카 「좋아. 내일 라이브니까, 더 이상 무리하지말고 연습은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
안나 「응.」
-765 극장 라이브 홀
의상을 갈아 입고 난 모니터 너머로 관중석을 확인했다.
여러 군데에서 홍보 포스터가 붙어서 그런가, 첫 데뷔 무대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내 긴장감은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의 수만큼 비례했다.
안나 「...손님들, 되게…많네.」
시즈카 「이곳저곳 홍보 많이 했으니까. 유키호 씨도 자기 무대에서 우리를 홍보했다고 하던데?」
안나 「정말?」
뭔가 그런 말을 들으니 안 그래도 컸던 긴장감이 더 커져버렸다.
시즈카 「......」
시즈카 「...후우...」
안나 「시즈카 씨도…긴장, 하는, 구나.」
시즈카 「당연하지.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한다고 생각하면.」
안나 「......」
길고 긴 시간을 기다리고, 드디어 오늘 기회를 잡았다.
이번 라이브, 무조건 성공시킬 것이다.
지도해 준 트레이너 씨, 용기를 북돋아준 선생님과 세리카, 오늘 라이브를 위해 뛰어다닌 프로듀서,
같은 팀 맴버인 시즈카 씨, 그리고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 준 후미즈키 씨를 위해서.
「달칵」
P 「안나, 이제 나갈 시간이야.」
안나 「...네.」
시즈카 「화이팅. 안나.」
안나 「최고의 무대…보여줄게.」
.
.
.
-무대 뒷편
P 「그럼 잘 다녀 와.」
안나 「네.」
무대 뒤에서 난 이 커다란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드디어 안나의 첫 라이브네.」
안나 「......」
「...안나?」
안나 「어, 어쩌지... 중간에, 가사…까먹으면...」
지나친 긴장감 때문인지 불안감도 시간이 지날 수록 커져갔다.
난 어떻게 해서든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혀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걱정하지 마. 여태껏 많이 연습 했잖아?」
안나 「그래도...」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제와서 연습 부족을 후회한다 해도 소용없어.」
「안나가 노력한 만큼만 손님들에게 보여주면 돼. 분명 좋아해주실걸!」
안나 「으응...」
『위이잉-』
「아, 이제 시작한다.」
안나 「...간다.」
난 조금의 불안감을 품고 무대 위로 나섰다.
안나의 라이브
1~50 : 몇 명이 나가기 시작한다...
51~60 : 나가는 사람은 없지만 호응이 없다.
61~75 : 무난무난한 성과
76~90 : 무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91~100 : 호시이 미키급의 관중 반응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난 작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안나 「다들, 많이, 기다리셨…나요.」
안나 「오늘, 크라운즈의…데뷔 무대에, 와주셔서…정말, 감사합니다.」
「......」
아무 반응도 없이 내 쪽을 바라보는 사람들.
조용한 정적이 안 그래도 심했던 긴장감이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난 다시 심호흡을 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안나 「길게…말, 안할 게요. 본격적으로…시작, 할게요.」
들릴락 말락한 함성 소리와 크게 울려퍼지는 박수 소리.
그리고 나의 첫 무대를 알리는 음악이 라이브 홀 안을 가득 채웠다.
.
.
.
『~♪~♬ ~♩』
실수하진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의외로 어려운 부분까지 실수하진 않았다.
드디어 하이라이트 부분이자 가장 어려운 파트.
...좋아, 무난하게 넘겼어.
안나 「~♪」
하이라이트 부분도 끝나고 이제 엔딩 부분만 잘 마무리 지으면 된다.
엔딩 부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넘겼다.
「와아아-」 짝짝
안나 「하아... 하아...」
무사히 끝난 라이브.
스포트라이트의 뜨거운 열 때문에 이마에 땀이 맺어있었다.
안나 「감사합니다. 다음 순서, 시즈카 씨의…무대도, 지켜봐…주세요.」
.
.
.
-무대 뒷편
시즈카 「수고했어. 안나.」
안나 「힘들었어...」
시즈카 「푹 쉬어 둬. 내가 제대로 이어갈태니까.」
안나 「부탁…할게.」
시즈카 씨가 내 뒤를 이어 무대로 나섰다.
한 무대만에 지친 나는 의자에 앉아 옆 의자에 놓여있던 물을 마셨다.
연습에 지쳐 마시는 물보다 더 차갑고, 맛있게 느껴졌다.
안나 「하아...」
「첫 무대, 어땠어?」
안나 「힘들어...」
안나 「게다가... 아직도…떨려.」
「그 정도 했으면 이제 긴장감 같은건 떨쳐내도 될탠데.」
안나 「아냐... 조금…방심하면, 그대로…끝나.」
솔직히 이번 무대도 난 아슬아슬하게 마무리해서 그 정도로 끝났다고 본다.
리듬게임에서 간신히 풀 콤보를 찍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무사히 무대를 끝내도 이 긴장감이 풀리지는 않았다.
「시즈카의 무대, 이 모니터로 볼 수 있는 거 같아.」
안나 「정말?」
후미즈키 씨의 말대로 모니터 너머로 무대 위에 있는 시즈카 씨의 모습이 보였다.
시즈카 씨의 무대는… ….
1~50 : 몇 명이 나가기 시작한다...
51~60 : 나가는 사람은 없지만 호응이 없다.
61~75 : 무난무난한 성과
76~90 : 무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91~100 : 호시이 미키급의 관중 반응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아아...」
화면 너머로 보이는 시즈카 씨의 무대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을 정도의 무대였다.
노래와 춤에 실수는 물론, 표정까지 굳어있었다.
무대 앞 관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다들 무대를 즐기고 있다기보단 그냥 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에서는 뒤로 빠지는 모습도 몇몇 보였다.
「큰일 났는걸...」
안나 「으응...」
.
.
.
무대를 끝내고 돌아온 시즈카 씨.
시즈카 씨의 모습은...
시즈카 「......」
안나 「저기...」
시즈카 「......」
안나 「괜찮…아?」
시즈카 「......」 훌쩍
「...안나, 그냥 가자.」
안나 「......」
그저 울고만 있었다.
본인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얼마나 최악의 무대를 보여줬는지.
난 그런 시즈카 씨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대 뒤에 섰다.
안나 「...저기, 후미즈키 씨.」
「왜 그래?」
안나 「안나가, 다시…끌어올릴 수…있을까? 무대…분위기...」
「...안나라면 할 수 있어.」
안나 「...그렇겠지...?」
「그리고 본무대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잖아? 시즈카와 안나의 듀오.」
안나 「...응. 맞아.」
그래, 아직 본 무대는 시작하지도 않았다.
만약 여기서 내가 무대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해도
시즈카 씨와의 듀오에서 끌어올리면 그만이다.
「촤라락-」
안나 「...간다.」
「화이팅, 안나.」
난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대 위로 나섰다.
.
.
.
무대 위에서 관중석을 바라봤다.
첫 번째 무대보다 관중들이 적었고 몇 군데가 비어있었다.
관중들도 그냥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나 「다들, 시즈카 씨의 무대는…어떠셨나요?」
안나 「좋게…보셨을 거라고…생각, 해요.」
저 뒷편에서 "티켓 비용 물어내!"라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난 애써 무시하고 진행을 계속했다.
안나 「다음은…저의, 솔로…무대.」
안나 「재밌게…봐주세요.」
난 포즈를 잡고 관객들을 바라봤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았다.
안나 「......」
안나 (이번 무대, 반드시 성공시키겠어...!)
음악이 흘러나오고, 난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이번엔 나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대로만 가면...
「지이익---!!!」 「뚜둑-」
안나 「?!」
「?」 「뭐야?」 웅성웅성
안나 (기, 기재 트러블?)
스피커가 지지직거리더니 이내 음악이 끊어졌다.
난 부르던 노래를 지지직 소리를 듣고 놀란 나머지 중간에 끊어버렸다.
안나의 맨탈
1~50 : 완전 붕괴
51~100 : !
먼저 2표
「저기, 안나, 진행을-」
안나 「아, 아아...」
기재 트러블 때문에 그런가, 안나의 맨탈에 금이 가버렸어...
스피커가 빨리 고쳐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안나가 이래선...
「안나, 괜찮아?」
안나 「어... 으응...」
시즈카의 무대에 이어 기재 트러블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손님들이 아예 나가려고 자리를 일어났다.
안 돼, 어떻게든 붙잡아야...
「안나, 뭐라고 말 좀 해 봐! 다 나가겠어!」
안나 「아, 안나가? 그, 그런데…무슨, 말을-」
아무래도 완전히 박살 난 모양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손님들을 붙잡지 않으면 라이브는 실패로 끝날거다.
그러면 크라운즈의 다음 라이브가 열릴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
1~50 : 「안나, 잠시만 빌릴게!」
51~100 : 그냥 가만히 있는다.
먼저 2표.
난 아무말 없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여기서 내가 움직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건 안나의 무대다.
내가 나서서 사람들의 집중을 받아도 그건 안나의 것이 아니다.
안나 「...아! 죄, 죄송해요! 잠시, 기재…트러블이...」
안나 「문제가…해결 되는대로, 금방…시작…할게요.」
.
.
.
안나 「......」
P 「저기... 미안해.」
안나 「......」 도리도리
안나 「안나가…잘 대처…했었다면...」
「......」
트러블을 고치고 난 후, 안나의 무대도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다 할만한 실수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안나는 본인의 무대를 완전히 즐기지 못한 모양이다.
지금은 시즈카가 무대 위에 서있다. 반응은 아까보단 괜찮았다. '아까보단'.
P 「일단 이번 무대는 잊어버리자. 아직 한 번 더 남아있잖아.」
안나 「......」 끄덕
P 「여기 물.」
프로듀서는 안나에게 물을 건내주고 스태프의 부름에 먼저 가버렸다.
안나는 아직까지도 침울한 상태였다.
「...안나.」
안나 「역시, 못 하겠어...」
「에?」
안나 「안나는…안 어울려... 아이돌과는...」
안나 「사람들을…재밌게 해주긴…커녕, 돌아서게…만들어…버리고...」
안나는 얼굴을 손에 묻고 흐느꼈다.
안나에게 여러 위로의 말을 해줬지만, 안나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안나...」
.
.
.
P 「안나, 이제 준비해 줘.」
안나 「......」 벌떡
시즈카의 무대가 끝나고 안나는 마지막 무대인 듀오 라이브를 위해 무대 뒤로 향했다.
무대 뒤에는 시즈카가 먼저 안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즈카 「...이제 마지막 무대네.」
안나 「응.」
시즈카 「최선을 다하자. 안나.」
안나 「응...」
안나는 어느정도 맨탈을 잡은 건가.
몇 분 전보단 나아진 것 같긴 하지만...
『위이잉-』
안나 「...가자.」
시즈카 「보여주자고. 리더.」
크라운즈의 무대 성과
1~50 : 별로...
51~75 : soso했다.
76~100 : 초반에는 아쉬웠지만 마지막은 폭발적인 무대!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결과는...
「와아아--」 짝짝짝
시즈카 「감사합니다!」
안나 「앞으로, 안나와…시즈카 씨의, 크라운즈, 계속해서…지켜봐…주세요.」
다행스럽게도 무난하게 마무리 되었다.
안나와 시즈카, 둘 다 전에 있던 두 무대의 영향 때문에 멘탈에 금이 많이 갔을탠데
이 정도의 결과를 보여줘,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실
P 「다들 수고많았어!」
시즈카 「......」
안나 「......」
P 「그러니까... 어...」
P 「...수고 많았어. 오늘은 푹 쉬도록 해.」
시즈카 · 안나 「네...」
P 「그럼 난 마무리 정리를 해야 해서 이만...」
프로듀서가 나가자 대기실에는 적막만 흘렀다.
잘 마무리 된 것 같았지만 두 사람에게 오늘 라이브는 흑역사로 남아버렸다.
「...괜찮아?」
안나 「......」 끄덕
「오늘은 프로듀서 말대로 푹 쉬자. 많이 피곤할탠데.」
안나 「......」 끄덕
「그럼 어서 옷 갈아입을까.」
안나 「......」 끄덕
안나는 시즈카를 두고 아무말도 없이 일어나 탈의실로 향했다.
환복 후, 안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안나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침대에 누워버렸다.
「...안나, 많이 피곤해?」
안나 「......」
「......」
1. 그냥 내버려 둔다.
2. 안나를 좋은 말로 달래본다.
3. 안나를 훈계한다.
먼저 2표.
...역시 오늘 라이브로 받은 충격이 큰 것 같다.
내가 뭐라고 하면서 달래야 하지 않을까.
「저기...」
안나 「...왜...?」
「어......」
하지만 뭐라 말하면서 달래야하지...?
「...아무것도 아냐. 그냥 불러보고 싶었어.」
안나 「뭐야...」
「많이 피곤하지? 오늘은 맘 놓고 푹 쉬어.」
안나 「...응.」
여기서 내가 뭐라 말해도 안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 라이브에서 받은 충격을 잊어버릴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리고... 오늘 있었던 첫 번째 라이브는 앞으로 절대 얘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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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火)】
최악의 라이브를 마치고 맞이한 하루.
아침 일찍 눈이 떠진 나는 간만에 일찍 학교로 출발했다.
안나 「하늘…뿌옇네.」
뭔가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다.
우산이라도 들고올 걸 그랬나.
난 학교로 걸어가면서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어제 있었던 라이브에 대한 기사가 났을까'하면서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안나 「...있다.」
기사의 제목은
'765프로덕션의 신유닛, '크라운즈'의 첫데뷔. …….'
기사의 제목 마지막 부분
1~40 : 최악 그 자체.
41~80 : 아슬아슬했다.
81~100 : 왕관처럼 빛나는 무대.
+~3까지 주사위 후 중간 값.
'765프로덕션의 신유닛 크라운즈, 결과는 아슬아슬했다.'
2월 29일 765프로덕션이 신유닛 '크라운즈'의 데뷔 무대를 개최했다.
크라운즈의 멤버는 메인 보컬 '모가미 시즈카'와 리더 '모치즈키 안나'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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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초중반에는 많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하여 관객들은 '돈 아까웠다.', '재미없었다.' 같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듀오 무대가 꽤 괜찮았다.', '처음이라 긴장했을 것, 앞으로 더 지켜볼 것이다.'
같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었다.
여담으로 원래 유닛 '크라운즈'의 멤버는 3명으로 이뤄질 예정이였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하여 2인 유닛 체계로 진행, 2인 체제는 변함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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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
「그래도 괜찮은 반응이네.」
난 본기사를 확인하고 댓글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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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반응? 그런게 있었어?
: 난 좋게 봤는데, 나만 좋게 봤었어.
: 여기서 시간 보낸 사람들이 불쌍하더라.
: 그냥 해체해야지 뭐. 가망 없어 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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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
「......」
예상한 댓글 반응이다.
이 기사, 약간의 거짓말이 섞여있다는 것 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프로듀서가 부탁한건가. 이런 거짓 기사를 쓰게 해달라고 해서 뭐가 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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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점심 시간
세리카 「그래서 다음에 시간 되신다면 같이 영화 보시러 갈래요?」
안나 「......」
"티켓 값 물어내라!" "우우우---!"
"제대로 준비한 거 맞아?"
세리카 「...안나 씨?」
안나 「아, 응. 미안... 방금…뭐라고…말했었지?」
세리카 「그게...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안나 「응. 알겠어. 시간…되면, 같이…가자.」
안나 「......」
세리카 「...안나 씨,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는데...」
안나 「에? 아, 아무렇지도…않아.」
세리카 「...무슨 걱정 같은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세요. 들어드릴게요.」
안나 「응. 고마워...」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한 달 후 미니 라이브
와아아---!!
시즈카 「고마워요! 그럼 전 잠시 물러날태니 안나의 무대도 잘 봐주시길!」
최악의 데뷔 무대가 끝나고 한 달 후.
'크라운즈'는 작은 행사나 라디오에 출연해 입지를 넓히고 있었다.
시즈카 씨는 그 무대에 관해선 이제 잊어버렸는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시즈카 「안나, 다음 순서 부탁할게.」
안나 「응. 맡겨…줘.」
「화이팅, 안나!」
난 시즈카 씨의 바톤을 이어받고 무대 위로 나섰-
"이런 유닛에 투자한 거야? 765프로는?"
안나 「읏...」 멈칫
「? 안나?」
안나 「아, 아무것도…아냐.」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그 무대를 전혀 잊지못했다.
오히려 날이 가면 갈수록 그 기억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심지어 꿈에서도 연출되어 계속해서 날 괴롭히고 있었다.
덕분에... 시즈카 씨가 넘겨준 바톤을 그대로 넘겨받지도 못하고 그대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버렸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유닛 라이브에서 만회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아픈 기억이 내가 무대에 나서려고 때마다 계속해서 날 괴롭혔다.
안나 「...더워.」 추욱
시즈카 「그렇지...」
이제 5월 중반.
원래 내 기억으론 5월은 따뜻한 온도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년도엔 왜 이렇게 더운거야...
『달칵』
시즈카 「트레이너 씨, 돌아왔나보네.」
안나 「아... 연습하기…싫어...」
일어나긴 싫었지만 그래도 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레슨실에 들어온 사람은 트레이너 씨가 아닌 프로듀서 씨였다.
뭔가를 등 뒤에 숨긴 채, 평소보다 밝은 표정하고 있는 프로듀서, 일단 나쁜 사실이 아니라 다행이다.
시즈카 「어라, 프로듀서 씨.」
안나 「무슨 일, 이야.」
P 「오늘 너희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왔거든.」
안나 「좋은…소식?」
P 「그건 바로...!」
프로듀서가 등 뒤에 숨긴 파일을 보여줬다.
P 「짠~! 이번 5월 달에 개최할 시어터 대형 라이브!」
안나 · 시즈카 「오오!」
P 「드디어 인원도 어느 정도 모였으니, 이제 터뜨릴 일만 남았어.」
시즈카 「30명 인원의 대형 라이브라...」
그러고보니 최근 극장에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게 전부 이 대형 라이브를 위한 것이였군.
그렇다면 그 사람들 전부 아이돌이고 이 대형 라이브에 참가한다는 뜻...
P 「그리고 이번에는 시어터 30명 말고도 원래 있었던 13명도 전원 참가하기로 했어!」
시즈카 「에에?! 정말이요?!」
안나 「그, 그럼... 미키 씨랑…치하야 씨도...」
P 「물론 참여하는거지!」
시즈카 「치하야 씨와 라이브...!」
안나 「......」
시어터 30명과 기존에 있던 13명의 인기 아이돌들까지 가세하는,
말그대로 765프로덕션이 단단히 준비한 초대형 라이브.
그런 라이브에... 나도 끼게 된다니...
P 「음? 안나는 별로야?」
안나 「에? 아, 아뇨. 안나도…좋아요...」
P 「좋아! 무대 날짜는 31일이야.」
시즈카 「잠깐, 31일?! 너무 알려주는게 늦는거 아닌가요?!」
P 「아아, 미안미안. 이것도 사장님이 나한테 갑자기 알려준 거라서...」
시즈카 「하여튼... 뭐, 알겠어요.」
시즈카 「안나, 우리도 열심히 해보자!」
안나 「으, 응...」
「......」
.
.
.
안나 「......」
「대형 라이브라니, 되게 기대되지 않아?」
안나 「...그러네.」
「넓은 스테이지와 뜨거운 조명, 그리고 그 앞에는 빼곡히 차있는 수많은 관객들이... 크~!」
안나 「관객들...」
안나 「......」
「...역시, 안나는 기대되지 않는 모양이구나.」
안나 「...후미즈키 씨를…속이지는…못하는구나.」
「난 너의 또 다른 인격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다 알 수 있어.」
안나 「알면서…그런 말을…한거야?」
「조금 안나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서였어. ...오히려 역효과였다면 사과할게...」
안나 「아냐, 괜찮아...」
후미즈키 씨의 말대로다.
난 이번 무대가 기대되기는 커녕, 두렵기만 하다.
내가 무대에 나서서 망치기라도 한다면...?
전에 했었던 사람들이 끌어올린 분위기를 흐트리는 건 물론이고
그 뒷 순서에게도 무거운 짐을 넘기게 되는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안나는 지금 아이돌 생활에 만족해?」
안나 「아이돌…생활?」
「요즘 안나 많이 바쁘잖아? 영업하느라.」
안나 「......」
지금의 아이돌 생활...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아이돌 활동을 하는지도 도저히 모르겠다.
난, 정말 아이돌 활동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걸까?
안나 「......」
「...가자, 내일 연습 집중해야지.」
안나 「...응.」
대형 라이브 이벤트까지 앞으로 30일.
이벤트 준비로 인해서 학교, 극장, 집이라는 단순한 생활 패턴이
학교, 극장에서 가끔씩 집을 건너뛰는 생활 패턴으로 바뀌었다(감금되어 연습하는 게 아니라 연습 후 쉬다가 졸아버려서 그만...).
시즈카 씨도 7시간 취했던 수면을 4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3시간을 연습하는 시간으로 바꿨다.
그만큼 이번 라이브가 우리 ‘크라운즈’에게 있어선 매우 중요한 라이브였다.
하지만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안나 (이렇게 치열하게 연습해서 남는 게 뭐지...?)
물론 고개를 흔들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힘들 때마다 계속 떠올랐다.
어느 날에는 치열하게 연습하고 무대 위로 올라갔지만 그대로 무대를 망친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니 순간 ‘전부 다 때려치울까.’라는 충동적인 생각을 했었지만
그때는 후미즈키 씨가 내 정신을 간신히 붙잡아주었다.
그렇게 매일씩 정신을 붙잡아가며 매번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은 연습을 계속해나갔다.
【5월 24일 (土)】
안나 「Zzz... Zzz...」
『~♪ ♬』
안나 「...음냐?」 두리번두리번
「일어났구나.」
안나 「...또, 잠들어…버렸네.」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지 않아? 그러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안나 「안나, 버틸 수…있어.」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텅 빈 레슨실이었다.
난 모포를 덮고 벽에 기댄 채 앉아있었다.
아무래도 또 레슨실에서 잠든 모양이다.
안나 「...엣취.」
「괜찮아? 혹시 감기라도 걸린 건...」
안나 「아냐, 그냥…코가…가려워서...」
난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9시 23분. 오늘은 토요일이니 레슨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딱히 없을 것이다.
안나 「...연습…할까.」 벌떡
「그러니까 하루 정도는 쉬어도-」
안나 「쉴 시간…없어.」
『스르륵』
안나 「...어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포 안에서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왔다.
종이에는 손으로 적은 글자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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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쉬도록 해.
만일 여기서 또 연습하는 게 적발된다면 31일에 열리는 대형 라이브에서 안나의 라이브는 없던 것으로 하겠어.
강압적인 방법일 수도 있지만, 안나 널 위해서니까 이해해 줘.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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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
「...강제 휴식이네.」
쉴 시간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듀서의 경고를 무시했다간 여태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버린다.
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안나의 방
방에 들어가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로 엎어졌다.
평범했던 일상에서는 느끼지 못한 침대의 푹신함이 내게 특별하게 느껴졌다.
안나 「하아... 푹신해...」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온 거지, 한 4일쯤 됐나?」
안나 「몰라... 푹신해...」 행복
「하여간... 그러니까 집에 돌아와서 자자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푹신한 침대에서 숙면을, 얼마나 좋아?」
안나 「그러게...」
안나 「...Zzz ...Zzz...」
「...뭐야, 벌써 잠든 거야?」
안나 「1시간 뒤에, 깨워줘.」
「...그래, 알겠어. 푹 쉬어.」
난 침대의 포근함을 느끼며 그대로 잠을 청했다.
여태까지 쌓아둔 피로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빨리 잠들-
『~♪ ~♬』
안나 「......」 짜증
뻔 했으나 갑자기 전화벨이 큰소리로 울렸다.
움직일 힘도 없던 난 애써 소리를 무시하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전화는 꺼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울려댔다.
난 베개로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해보려 했다.
하지만 베개의 방음효과는 있으나 마나였다.
1. 받는다.
2. 받지 않는다.
먼저 2표.
「전화 안 받을 거야?」
안나 「귀찮아...」
『~♪ ♬』
안나 「...하아.」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안나 「여보…세요.」
세리카 「여보세요? 안나 씨?」
안나 「세리카, 무슨 일…이야?」
세리카 「안나 씨, 최근 저한테 알려주셨던 게임 대회 아시죠?」
안나 「응? 아, 응. LJL…였나...」
세리카 「실은 그 무대의 결승 티케팅 성공했어요! 심지어 두 장이에요!」
안나 「...뭐?!」
피곤했던 내 몸이 세리카의 그 말 한마디에 피로가 순간적으로 날아가버렸다.
티케팅 성공했다고? 아니, 애초에 오늘 결승 하는 거였어?!
세리카 「그래서 오늘 5시에 경기 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1. 간다.
2. 가지 않는다.
먼저 2표.
세리카 「그럼 4시에 공원 정문에서 만나요.」
안나 「알겠어.」
『뚝』
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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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정문 (PM 3 : 56)
「너무 일찍 나와서 기다리는 거 아냐?」
안나 「세리카라면…약속 시간…보다, 빨리…나올 줄…알았는데.」
세리카 「안나 씨!」
안나 「아, 저기…오네.」
약속 시간보다 10분 먼저 빨리 나왔다.
세리카는 나보다 먼저 공원에 도착하진 않았지만
내 예상대로 약속시간보다 더 빨리 나왔다.
세리카 「일찍 나오셨네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안나 「아니, 얼마…안 기다…렸어.」
세리카 「그런가요. 자, 그럼 빨리 가볼까요.」
안나 「응. 그런데, 세리카, 게임에…관심, 있었어?」
세리카 「네.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가끔씩 하고 있어요.」
안나 「헤에, 언제부터…시작한 거야?」
세리카 「그게...」
걸어가다가 그냥 궁금해서 세리카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세리카가 잠시 우물쭈물 거리더니 말을 했다.
세리카 「4개월 전부터...」
안나 「......」
세리카 「두 분이 게임 관련 얘기를 하실 때마다 저도 대화에 끼고 싶었어요.」
세리카 「그래서 계정을 만들고 1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나니 그 다음날에...」
안나 「그랬…구나...」
세리카 「...뭐, 이젠 상관없지만요. 지금은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거니. 후미즈키 씨가 왜 그 게임에 빠져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
안나 「...되게, 나쁜…사람, 이네. 후미즈키 씨.」
「헤헤...」
난 세리카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안 좋은 기억을 깨운 건 아닐까.
하지만 세리카는 그냥 씁쓸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세리카 「그나저나 굉장히 기대되네요. 오늘 결승 경기.」
안나 「로열로더…가 되느냐, 아니면…왕좌를, 지키느냐의…경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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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PM 4 : 30)
시부야 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회.
경기 시작 전인 5시가 되기 전에도 근처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세리카 「아직 입장 시간은 아닌 것 같네요.」
안나 「그럼, 어떻게…하지.」
세리카 「음... 모처럼 시부야에 왔으니까 30분 동안이라도 한 번 돌아다닐까요.」
안나 「그럴까.」
가볼 곳.
+2가 결정.
우리들은 남은 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리처럼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는지 몇몇 사람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세리카 「전... 딸기라떼요.」
안나 「아메리카노…하나.」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세리카 「안나 씨, 아메리카노 드실 줄 아세요? 전 쓴 맛이 강해서 전혀 못 마시겠던데...」
안나 「안나도…아메리카노, 처음…이야.」
안나 「그런데, 되게…피곤해서... 잠 좀…깨우려고.」
세리카 「그, 그랬군요... 죄송해요. 제가 괜히 부른 건 아닌지...」
안나 「아냐. 안나도…결승 경기, 보고 싶었…으니까.」
안나와 세리카의 대화주제
+~2까지.
모락모락 김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몇 초 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컵을 입에 가져댔다.
커피가 혀에 닿이는 순간 입 전체에 쓴 맛이 감돌았다.
처음 경험하는 쓴 맛이지만 그렇게 쓰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안나 「하아...」
세리카 「안나 씨, 방금 되게 어른스러웠어요.」
안나 「에? 그런가.」
세리카 「그래서, 아메리카노 맛은 어떤가요? 괜찮은가요?」
안나 「어어, 그냥…그럭저럭...」
난 컵을 살포시 내려놨다.
세리카 「라이브, 31일에 열리는 거였죠?」
안나 「알고…있었구나.」
세리카 「물론이죠! 전 765의 팬이니까!」
안나 「그랬구나.」
세리카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이 전부 무대에 오른다니,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세리카는 양 손을 불끈 쥐고 말했다.
세리카 「크라운즈는 라이브 준비, 잘 되고 있나요?」
안나 「어... 응. 그럭…저럭.」
세리카 「정말인가요? 시즈카 씨한테 들었을 때는 집에도 안 들어가고 연습한다 들었는데...」 지그시
안나 「......」 움찔
세리카의 시선이 내 심장을 쿡쿡 찔러댔다.
확실히 레슨할 때 몸이 많이 피곤하긴 했지만...
세리카 「연습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중요해요. 아이돌인데 자기 몸 관리는 잘 하셔야죠.」
안나 「미, 미안...」
세리카 「그렇게 계속 연습하시면 많이 힘드실 텐데, 컨디션은 괜찮으신가요?」
안나 「솔직히, 오늘도…레슨실에서 자다가…집에 오자마자, 바로…쓰러졌어...」
세리카 「역시 그랬네요.」 츄릅
세리카 「으음~ 이 딸기라떼, 맛이 꽤 괜찮은데요? 안나 씨도 한 번 드셔보세요.」
안나 「어? 그럼...」
난 세리카의 딸기라떼에 조금 마셔봤다.
내가 평소에 다니던 카페에서 파는 라떼보다 더 달콤했다.
안나 「응. 맛있네.」
세리카 「그렇죠? 저도 안나 씨의 커피 한 번 마셔 봐도 될까요?」
안나 「응? 딱히, 상관은…없지만...」
세리카 「그럼...」
안나 「아, 그거, 되게…쓸 탠데.」
세리카는 내 컵을 가져가 한 번 마셔보다니
커피의 쓴 맛을 처음 경험한 세리카는 이내 컵을 내려놨다.
설탕 한 조각을 넣긴 했어도 많이 쓴 것 같았다.
세리카 「우와... 되게 쓰네요...」
안나 「쓰다고…말했잖아.」
세리카 「헤헤, 그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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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한 커피와 라떼를 전부 마신 우리들은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4시 50분, 지금 출발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안나 「이제 출발할까.」
세리카 「네.」
『웅성웅성』
세리카 「와, 사람들 되게 많네요.」
안나 「평소보다, 더 많은 거…같은데.」
세리카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 있으면 누군가가 안나 씨를 알아볼까요?」
안나 「에이, 설마...」
세리카 「혹시 모르죠. 여태까지의 활동으로 안나 씨를 응원하는 팬이 생겼을 수도.」
안나 「아니야...」
이제 데뷔한지 1달째,
1달 밖에 활동하지 않았고, 게다가 할 때마다 성적도 안 좋았으니...
누군가가 날 알아봐줄 리가...
1~50 : 아무 일 없이 경기 관람
51~75 : 한 명이 안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76~100 : 의외로 팬이 많았다.
+~3까지 주사위 후 높은 값.
5시가 되고, 우린 경기장 관중석으로 입장했다.
결승전답게 큰 무대에 넓은 관중석이었다.
세리카 「TV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크네요.」
안나 「그러…네.」
세리카 「이번에는 누가 우승할 거 같아요? 안나 씨의 생각은.」
안나 「음... 아마… ….」
경기 시작까지 앞서 나와 세리카는 오늘 결승에서 누가 우승할지 얘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누가 우승할지 그 누구도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두 팀 모두 이번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이번 결승은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 같다.
그리고 본격적인 결승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무대의 스포트라이트가 선수들에게 집중되고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해설진들은 물론 관중들까지 다함께 소리쳤다.
안나 「......」
「...안나랑 비슷하네.」
안나 「...?」
「선수들이 무대에서 경기를 펼치는 장면, 관중들이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열광하는 장면.」
「전부 안나랑 시즈카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안나 「그건...」
후미즈키 씨의 말을 듣고 난 다시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매 순간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뽐내려는 선수들.
이걸 아이돌의 모습과 비유하자면...
후미즈키 씨의 말대로 무대에서 서있는 아이돌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안나 「...그러네.」
『부웅-』 『쾅-』
「아아아~!!! 뒤에 딜러들 다 떴어요오!!」
「그대로 밀고 들어오죠! 도망 못 칩니다, 어딜 도망가!」
「뒤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그대로 앞라인도 무너지고 에이스까지 가져갑니다!」
「와아아---!!」
세리카 「방금 전투 보셨어요? 굉장했어요!」
안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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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넥서스가 부숴지면서 이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마지막 미드라인 대규모 교전에서 완승이 넥서스까지 이어져 결국 새로운 로얄로더가 탄생하였다.
승리한 선수들은 넥서스가 부서지자말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부둥켜 앉으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세리카 「좋은 경기였어요!」 짝짝
안나 「응. 재밌었어.」 짝짝
경기가 끝나고 트로피 수상식까지 끝난 다음, 우리들은 짐을 챙기고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갈 땐 해가 그래도 떠있었는데, 지금 바깥은 벌써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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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집
경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경기를 다시 틀어봤다.
다시 봐도 재밌었던 경기었다.
그리고 경기 도중에 나오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안나 「......」
뭐랄까, 되게 멋있게 느껴졌다.
서로 브리핑하는 모습이나, 손해를 아쉬워하면서도 미련 없이 후퇴하는 모습, 한타에서 대승을 거뒀을 때 큰소리를 내는 모습 모두.
그리고 가장 멋져보였던 것은,
이미 승산이 없는 싸움인 걸 알고도 끝까지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봐도 명경기란 말이지. 이번 결승은 말이야.」
안나 「안나, 최선을…다 할 거야.」
「?」
안나 「오늘…경기를, 보고, 재미도…있었지만, 하나…배운 게, 생겼어.」
안나 「‘할 수 있는…최선을…다한다.’」
안나 「라이브 당일까지, 끝까지…집중, 할 거야. 최고의 무대를…위해서!」
「그래, 그 자세야!」
안나 「응!」 주먹 꽉
「하지만 오늘은 푹 쉬기로 했었지?」
안나 「아, 그랬…었지.」
「원래 같았으면 “그럼 지금 당장 일어나자!”라고 했겠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공허했던 마음이 따뜻한 무언가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연습해서 남는 게 없다고? 남는 게 없으면 뭐 어때?
어떤 도전이든 간에, 쓸데없는 도전은 없는 거니까.
「...열심히 하자, 안나!」
안나 「...응!」
노래 부르는 것도 전보다 더 재밌어졌고,
무엇보다 평소에는 되지 않았던 부분이 갑자기 잘 되기 시작했다.
연습 중엔 조금 나른해지긴 하지만...
시즈카 「안나, 평소보다 몸이 더 가벼워진 거 같지 않아?」
안나 「응. 안나도…그런 거 같아.」
.
.
.
-라이브 당일
드디어 라이브 당일.
무대 뒤편에서 살짝 엿본 관객석은...
시즈카 「우와... 사람 되게 많네...」
안나 「그러게...」
빈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차있었다.
안나 「......」
「...안나, 긴장 돼?」
안나 「당연하지. 하지만...」
「하지만?」
안나 「반대로, 기대 되기도…해.」
「기대?」
안나 「그야...」
안나 「저, 많은…사람들에게, 안나의 무대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
.
.
P 「이제 곧 있으면 본격적으로 시작이야.」
P 「얘들아, 잘 부탁할게!」
전원 「네에~!」
대기실에 있는 멤버 전원이 대답했다.
시작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첫 번째 순서부터 차례대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라이브까지, 앞으로 10초.
9...
8...
7...
6...
5...
4...
3...
2...
1...
『치이이익--』
난 대기실에 있는 모니터로 현재 무대의 상황을 확인했다.
대형 모니터 뒤편에서 첫 번째 순서인 하루카 씨가 뛰어나와서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동시에 하루카 씨의 무대 음악도 같이 흘러나왔다.
하루카 「반가워요~! 여러분!」
「와아아---!」
하루카 「많이 와주셨네요! 그럼, 바로 출발해보도록 할까요?!」
「와아아아아---!!」
.
.
.
『~♪』
유키호 「정말, 감사합니다!」
「와아아아---!!」
모니터 너머로 방금 유키호 씨의 무대가 끝났다.
그리고...
『달칵』
P 「안나, 시즈카, 준비해 줘.」
안나 ˙ 시즈카 「네!」
몇 분 뒤에 우리들, 크라운즈도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
나와 시즈카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
지금 무대 위에는 타마키와 유리코 씨가 합동 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의 노랫소리와 콜 소리가 무대 뒤편까지 들려왔다.
시즈카 「그러니까, 하나, 둘, 셋, 넷… ….」
안나 「응. 맞아.」
시즈카 「그렇지? 후우... 잘 해야 할 탠데...」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시즈카 씨.
난 시즈카 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안나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동안, 연습…많이, 했잖아.」
시즈카 「......」
안나 「...후미즈키 씨도, 보고…있을 거야. 이번, 무대.」
시즈카 「...!」
안나 「그러니까, 열심히…해야 겠지?」
시즈카 「...응!」
스태프 「크라운즈, 이제 준비해주세요!」
안나 「네!」
안나 「...가자, 시즈카 씨.」
시즈카 「그래, 가자!」
나와 시즈카 씨는 무대 뒤편에 서서 스크린 도어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두 사람의 무대가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갈 때마다, 내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무대가 빨리 시작되기를 빌었다.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무대 위의 나의 모습은.
「...안나.」
안나 「?」
「비빗하게 가자!」
안나 「...알겠어.」
『위이잉-』
시즈카 「...열린다.」
안나 「......」
몸이 나른해진다...
심장이 도저히 가만히 있질 않는다. 정말 폭발해버릴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내가 바로 바랬던 거야.
그래, 이게 바로...
안나 「내가 생각해왔던 아이돌이야.」
난 주저하는 시즈카의 손을 잡고 무대로 뛰쳐나갔다.
무대 위는 빛으로 가득 차있었고 관객들은 우리를 보고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모든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돼있었다.
안나 「음, 역시, 유리코 씨에게 전해들은 대로 무대 위가 가득 차있네!」
안나 「시즈카, 준비 됐어?」
시즈카 「...물론! 언제든지 시작해!」
안나 「그럼, 비빗하고 간다! 모두들 잘 즐겨줘!」
프로듀서도, 스태프들도, 다른 동료들도 전부 나와 시즈카 씨를 칭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 들려온 관객들의 환호소리...
「와아아아아----!!!」
안나 「......」
다시 생각해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무대 정말 재밌었지~」
안나 「응. 앞으로도…쭉, 이런 무대를…즐기고…싶어.」
「즐기고 싶다라...」
안나 「...후미즈키 씨도, 같이, 있었다면…좋았을 탠데.」
「아냐, 난 괜찮아. 가까이서 안나의 무대를 볼 수 있게 됐으니까...」
안나 「그래, 그럼 뭐...」
처음에 내가 아이돌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후미즈키 씨의 무대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그랬지.
어쩌다 보니까, 입장이 반대가 돼버렸다.
안나 「흐아암...」
「벌써 졸린 거야? 이제 겨우 10신데.」
안나 「그러게... 오늘 너무 열심히 했나 봐.」 꾸벅
「...그런가 보네. 그럼 어서 자. 피곤할 탠데.」
안나 「......」
「...안나?」
안나 「Zzz...」 쿠울
「뭐야, 벌써 잠들어 버린건가.」
.
.
.
...솔직히 안나에게 미안하다. 난 원래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하지만... 그 때 이후, 안나는 완전히 아이돌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나의 영혼 일부를 덮어버렸다.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거 같지만...
「......」
「...미안해, 안나.」
이젠 어쩔 수 없다.
이렇게 흡수 되어버린 이상, 내가 안나의 역할을 그 때만이라도 대신하는 수밖에.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