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쉬는 시간. 옆자리의 여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아이돌 일을 하다보니 자주 어울릴 기회가 없다보니, 이 반에서 수업을 받은 시간이 꽤 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친구는 없다
"아니, 딱히 없는데? 그보다, 아이돌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안 되지. 그건 스캔들로 이어지고, 스캔들은 팬들에 대한 실례야. 물론 우리 아빠는 예외지만!"
"아, 하하하...그렇구나..."
마토바 리사가 파더콘이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여학생들은 마른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윽고 커서, 같은 비트 슈터의 하루 군하고 결혼하는 거야?"
"푸웁?!"
리사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앞으로 뿜어버렸다. 앞에 학생이 없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대형사고 칠 뻔했다. 휴지로 앞좌석의 의자를 닦으며, 리사는 외쳤다
"내, 내가 하루하고 결혼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에? 그치만, 하루 군하고 마토바 양, 서로 잘 어울리는데?"
"파트너니까 당연한 거잖아! 그보다 걔하고 내가 왜 결혼을 해?! 걔도, 나도 똑같이 여자애인데!"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리사는 항의했다. 하지만, 그녀의 강한 부정을 오히려 강한 긍정으로 오인한 것인지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웃으며 이야기하고 지나간다
"하루 군은 마코토 님하고 또다른 의미로 잘생겼지?"
"히카루 군이 열혈계 보이시라면, 하루 군은 시크계 보이시니까"
"귀여운 외모에, 긴 머리에다가 속눈썹도 길어서 크면 미인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 특유의 남성스러움이 잘 어울리지"
학생들이 지나가고 나서, 리사는 온 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이게 다 그 바보 때문이야!"
*
346 프로 내에는 서로 꽤 친한 사이의 아이돌들이 많다. 같은 소속사에, 같은 아이돌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팬들은 그 중에서도 유독 다른 사람들과 비교될 정도로 사이가 좋거나, 혹은 보이는 모습으로 따졌을 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묶어 RPF(실존 인물을 가지고 하는 망상질)팬픽까지 써서 투고하는 식으로 백합 망상을 피워올리곤 한다
대표적으로 러브라이카라든가, 애스터리스크라든가, 뉴제네라든가, 포지티브 패션이라든가 기타등등. 그 중에는 유우키 하루와 마토바 리사로 이루어진 유닛인 비트 슈터도 포함되어 있다
"정말이지, 그 바보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나 하고...! 우으, 아빠가 알면 뭐라고 하실까"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과하게 아닌 척 했다간 오히려 팬들을 더 실망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이상한 오해에 휩쌓일 수도 있다
유우키 하루는 자기가 평소에 쓰고 다니는 모자를 수선하는 사사키 치에를 내려다보며, 멋쩍은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치에는 재봉이 취미인 소녀로, 소녀다운 감성이 부족한 하루와 크게 대조되는 소녀 중 한 사람이다
"어차피 이 옷도, 바지도, 모자도 전부 오빠들에게 물려받은 거야. 10년은 넘은 것들을 지금도 잘 입고 있어. 어차피 집에 다른 것들 또 많고, 아니면 내가 번 돈으로 직접 사서 쓰면..."
"자기 물건을 쉽게 버리는 건 안 돼, 하루 군. 고쳐쓸 수 있다면, 계속해서 쓰는거야. 언젠가, 수선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닳고 닳은 그때까지"
실을 가위로 자르고, 일어나서 직접 하루의 머리에 씌워준다
"하루 군"
"...엇?"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는 하루의 얼굴을 붙잡고, 치에는 자기를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돌리게 해 고정시킨다
"설령 하루 군의 오빠들에게서 물려받은 거라고 해도, 하루 군은 이 옷들을 좋아하니까 계속 입고 다녔던 거지? 그러면, 함부로 다뤄선 안 돼. 이 옷들 하나하나에, 하루 군의 추억이 묻어나 있을 테니까. 옷 뿐만이 아니야. 하루 군의 주변에 있는 그 모든 물건들마다, 크고 작은 추억이 남아있을 거야. 그러니, 함부로 다루면 안 돼. 알겠지?"
".....알겠어"
또래의 소녀들과 달리 조숙한 면이 있는 치에. 그녀의 어른스러움에 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응...? 뭐야, 리사잖──"
"미, 미안! 나, 방해했네?! 그, 그럼 둘이서 잘 해봐!?"
같은 유닛의 파트너를 환영하려는 하루의 의도와 달리, 리사는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고는, 급하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지?"
"......글세"
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다다다다──쉴새 없이 복도를 달리면서, 리사는 방금 전 자신이 본 광경이 사실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인가 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 그치만...그래도...그때, 그 두 사람...부, 분명, 키스하고 있던 거였지?!'
물론 오해다. 다만, 리사가 보는 시야에선, 그때 치에가 하루의 얼굴을 잡고 자기 쪽으로 향하게 돌리던 때였는지라, 리사의 관점에서 보면 둘이 키스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우, 아아...그 둘, 그런 사이였던 걸까...? 어떡하지, 다음에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거야?"
모르는 척? 아니면 의식하고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걸까. 복잡한 심경으로, 복도의 코너를 도는 리사. 그녀의 눈 앞에는──
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우즈키의 눈치를 보았다. 이전에, 린은 트라프리로, 미오는 솔로 데뷔를 결정했을 때, 우즈키가 방황한 적이 있었다. 혹시, 미오도 PP에만 신경써 NG는 잊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우즈키가 고민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우즈키는 린의 그런 시선을 눈치채고, 살포시 미소지었다. 사람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고, 끌어들이는 마성의 미소. 우즈키는 여전히 자기 미소가 얼마나 대단한 미소인지 잘 모르고 있다
"괜찮아요. 린짱. 이제는 착각하지 않아요. 서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저희들은 346 프로의 아이돌. 동료니까요"
신데렐라 프로젝트도 해산되었다. 보통의 프로젝트는 1년 동안만 진행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P는 말했다. 하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해산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있던 인연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들의 유닛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좀 더 큰, 346 프로 그 자체에 녹아들어가듯 사라져 버린 프로젝트일 뿐이다
여전히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다. 서로의 스케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음...저기, 린짱"
"응? 왜?"
"저...손, 잡아주시지 않으실래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눈을 조금 치켜떠 올려다보는 우즈키. 아직 성장기이기에, 린은 조금 더 키가 커져, 우즈키보다 키가 크다. 그 올려다보는 듯한 눈빛에 움찔, 하고 놀라는 린. 하지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함께 손을 잡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의 온기. 두 사람 모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헤헤헤...린짱의 손, 따뜻하네요..."
"응...우즈키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누며 걸어갔다. 마주잡은 두 손은, 헤어지기 직전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
"석양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 아래로 걸어가는 연인, 이라는 걸까......"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방금 전의 두 사람의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두고 싶을 정도였다
"나도 아빠 외의 남자하고 나중에 저러는 걸까...솔직히 아빠 외의 남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녀 본인도 자신이 답 없는 파더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아빠 외의 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이, 리사. 거기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빨리 가야지. 늦게 가면 너희 아빠가 화낸다구?"
"저기, 하루. 내 손, 잡고 같이 걸어가 줄 수 있어?"
앞으로 내민 손. 하루는 벙찐 표정으로 리사를 쳐다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피식, 하고 작게 미소지으며 냉큼 손을 잡는다
"무슨 일로 응석을 부리려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답게 에스코트를 받고 싶다면, 못 해 줄 것도 없다만?"
"바보...치에를 실망시키지마"
"엑? 여기서 치에 얘기가 왜 나와?"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지 그래?"
리사는 하루의 손을 놓고,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나는 아직 아니야. 나는 아직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진 발걸음. 하루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쓴웃음을 짓더니
오늘도 동시에 해산! 이라고 외치는 해산 콤비. 평소처럼 록이나, 고양이냐를 두고 따지다가 외치는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말만 그런 것 뿐이지, 사실은 해산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이제와서는 단순히 만담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저 두 사람, 매일 해산이라고 외치면서, 잘도 붙어있네"
지나가면서 중얼거리는 리사. 언제부터 옆에 있던 것인지, 복도에 배치된 벤치 중 하나에 앉은 안즈가 말했다
"당연하지. 저 두 사람, 동거하고 있으니까"
"헤에, 그렇...에엑?! 안즈 씨?!"
"여어"
안즈는 꼬질꼬질한 토끼 인형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어디서든, 토끼 인형만 있다면 잘 자는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리사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저 두 사람이 동거한다니, 무슨 말이에요?"
"예전에 애스터리스크가 막 만들어졌을 때, 서로 의견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아서,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해보면서 일을 해보기로 했던 모양이야. 그러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정들어서 리이나가 미쿠의 기숙사방에 눌러앉았다─라는 거지"
346 프로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온 아이돌들을 배려하기 위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 기숙사의 방을 이용하는 아이돌들 중 한 사람이 바로, 마에카와 미쿠다
"저 모습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만 저러는 거야. 단 둘이 있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 안즈도, 사무실에서 자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되었어. 안즈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주 제대로 염장을 지르더구만...최근에 기숙사방의 내부공사를 했다고 하던데...분명 방음벽을 만들고 매일 밤마다 신나게 '로꾸'하고 있겠지"
"...'로꾸'? 미쿠 씨도 록, 좋아해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은어야. 굳이 관심가질 필요 없어. 딱히 알 필요도 없고. 하루는 아까 전 아리스에게 끌려가더만, 안 가봐도 되냐?"
전형적인 아웃도어파인 하루와 인도어파인 아리스. 극과 극은 통한다고,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는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뜬근없이 반지를 찾자니. 이 넓은 346 프로에서 대체 어느 세월에 찾겠다는 거야?"
"......반드시 찾아야 하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후미카 씨가 슬퍼할 테니까요"
"......"
사기사와 후미카. 아리스가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 크로네의 멤버들 중에서 가장 친한 사이의 여성. 아리스는 그녀에게서 빌린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바보 같았어요. 후미카 씨의 어머니가 선물로 주셨다는 반지. 멋있어 보여서 빌렸다가, 잃어버렸어요. 오늘 안에 찾아내지 못 한다면, 분명 슬퍼하실 거에요. 어차피, 오늘 제가 어디어디를 들렀는지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찾아보면, 언젠가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
열심히 애쓰고 있는 아리스. 하루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 주변에서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 도와주기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이런 귀찮은 일, 남의 사정이라고 떠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아리스가 솔선수범해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홀로 남겨두는 것도, 뒷맛이 영 좋지 못 하다
"나중에 같이 축구 뛰어줘야해?"
"......저, 축구 잘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야. 너랑 내가, 축구를 하며 논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거지"
움찔, 하고 잠깐이지만 아리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후,
"무슨 의미로...말하는 거에요?"
"응? 그냥 너랑 놀고 싶다는 의미인데?"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태평한 어조로, 하루는 대답하며 반지 찾기를 늦추지 않았다
"너랑 나는 아무래도 노는 영역이 다르다 보니까, 같이 있어도 심심할 때가 많잖아? 그러니까, 가끔씩은 너와 같이 뛰어다니며 놀고 싶다는 거지. 혹시 싫은 거라면...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싫은 건 아니에요...그저, 당신에게 폐를 끼칠까봐, 그게 걱정되는 것 뿐"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폐를 끼치고 있잖아"
".....미안해요"
"그러니까, 나중에 같이 놀아달라고. 잘못해도 상관없어. 나는, 그냥 너랑 놀고 싶은 것 뿐이야"
빙 돌리는 것 없이 날리는 돌직구. 부끄러움에, 아리스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당신의 그런 면...반칙이에요"
"예이예이, 반칙이든 뭐든 좋으니 빨리 반지나 찾읍시다"
이후에 리사도 합류하여, 셋이서 노력한 결과 간신히 반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찾을 수 있어서...못 찾으면 어땠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그래. 찾아서 다행이다. 그럼 다녀와, 후미카 씨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루 군. 리사 양. 그럼...나중에 또..."
도도도도──후미카를 찾아 달리는 아리스. 하루는 으아아아, 하고 기지개를 피면서 소리를 냈다. 리사는 그런 하루를 흘겨보며 말했다
"바람둥이 녀석"
"하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딱히 사귀는 사람 없다고?"
"......자각이 없어서 문제인걸까, 뻔뻔해서 문제인걸까"
리사는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하루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이카와 치나츠는 346 프로덕션 내부의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도중 무언가 떠올라 사색에 잠겨 있었다.
"누~ 구~ 게~?"
그런 치나츠의 뒤쪽에서 누군가 안겨오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유이.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거야."
자신의 시야를 가린 오오츠키 유이의 손을 밀어내며 뿔테안경을 고쳐 쓰는 치나츠. 헤헤헤, 하고 웃으며 유이는 치나츠의 옆자리에 앉았다.
"치낫땅이야말로 너무하다구? 내가 레슨을 끝내는 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데리러 오지 않구..."
"혼자서 찾아올 수 있잖니. 그리고 내가 일일히 데리러 다녀야 헐 정도로 어린 것도 아니고."
"너무해, 치낫땅! 애정이 식었어!"
삐진 듯이 볼을 부풀리고 얼굴을 홱 돌려버리는 유이.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치나츠는,
"너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면 처음부터 대답조차 하지 않았을 걸? 나는 여전히 너를 아끼고 있어, 유이."
"......입으로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상무가 말했어."
"......그 사람은 정말로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네."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잠시 후 부드럽게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말하는 치나츠.
"CD 데뷔, 축하해. 유이."
"......알고 있었구나?"
"유이에 관한 소식에는 언제든지 귀를 열고 있는걸? 미리 축하해 줄 생각도 있었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유이는 멋쩍은 듯 볼을 붉히며 헤헤 하고 웃음을 흘린다.
"치낫땅은 센스쟁이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걸까, 실망해야 하는 걸까."
책을 덮고 벤치에서 일어나는 치나츠. 응? 하고 의아해하는 유이에게 손을 내민다.
"기뻐해야지. 오늘은 유이를 위해서 내가 한 턱 쏠게. 좋아하는 것, 마음껏 먹어도 좋아. CD 데뷔를 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을 시간도 없을 테니까."
"헤에...그러도록 할까!"
활기차게 웃으며 치나츠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유이. 그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걸려 있다.
"그래서, 어디에 데려다 줄 거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든,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어디든 유이가 좋아하는 대로 선택해도 돼. 오늘은 유이를 위해서 내가 직접 지갑을 여는 날이니까. 끝까지, 네 어리광에 어울려줄게."
"약속했다?"
"당연하지. 나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
성숙한 성인 여성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치나츠. 유이는 잠시 그녀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올려다 보고 나서, 헷 하고 작게 웃는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럼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걸?"
"에에~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런 유이를 위로하듯이 치나츠가 살포시 웃으며 말한다.
"그럼. 그래도, 그 3년 간 꾹 기다려 줘. 유이와 처음으로 술잔을 나누는 상대가 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너무 욕심인 걸까?"
"아,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치낫땅하고 만나고 싶은 걸!"
언제나와 같이 당돌한 질문. 예측불허의 갑작스러움이야말로 히노 아카네라는 아이돌의 진정한 개성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 후미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응이 늦었다.
"그러니까, 후미카 씨는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 거에요! 그도 그럴것이, 후미카 씨는 매우 미인이니까요! 같은 아이돌 내에서도, 후미카 씨의 미모는 유명하답니다! 지나가면서 우연히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응시하게 된다던가!"
"아, 그, 그게..."
우물쭈물 거리는 후미카를 보고 무슨 착각을 한 건지 아카네도 당혹해 하며,
"아, 호, 혹시...제가 물어봐서는 안 되는 걸 물어본 건가요?! 죄송해요, 후미카 씨! 실례했어요!"
"아, 아니에요...그냥, 저는 낯가림이 심해서...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거에요."
"그런 건가요......"
아쉽다는 기색으로 중얼거리는 아카네.
"후미카 씨의 눈. 푸른 바다 같아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아쉽네요."
"......"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아카네가 후미카의 양손을 꽉 잡는다.
"그렇다면 후미카 씨! 저와 특훈을 하죠!"
"...특훈, 이요?"
"네! 아이돌로서의 레슨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와 똑바로 눈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도 제대로 눈을 응시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에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은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걸, 후미카도 책을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초반부터 히노 아카네 같이 열혈스러운 소녀를 대상으로 특훈을 하는 건 매우 힘들 것 같은──.
"저, 이래보여도 분위기를 못 읽고 막 들이대니까요! 저를 상대로도 눈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다면 큰 문제 없을 거에요!"
이 사람은 웃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후미카는 조금이지만 심통이 났다.
"저, 아카네 씨를 좋아해요."
"......엑?"
"분위기를 못 읽는다든가, 그런 것 관계 없이, 그런 아카네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아카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진다.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고 말을 잇지 못 하는 아카네에게, 후미카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당신의 뜨거움은, 마치 태양과 같아요.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당신은, 정말로 매력적인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요."
"에, 저, 저기, 후미카 씨...?"
"특히, 저는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되니까...아카네 씨처럼,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이 아니면, 보통 대화를 하는 경우도 적어요."
품고 있는 마음의 이름은 동경. 자신도 저렇게나 적극적이고 활발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학하는 말 같은 건, 자제해 주세요? 저 같은 사람은, 이렇게 앞머리로 눈을 가리지 않으면, 당신의 빛을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약하니까요. 그러니, 당신은 계속해서 환하게 빛나주세요.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해서, 도리어 매혹되어버릴 만큼 강한 빛을...."
"......후미카 씨."
"...핫?! 제, 제가 방금 무슨 말을..."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후미카는 자신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엄청나게 부끄러운 말을 연달아 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저히 고개를 들어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후미카 씨가...저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 특훈은 없던 걸로 하죠!"
"....아카네 씨?"
그래도, 마주잡은 손은 놓지 않고서, 아카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제가 발하는 빛이라는 게 얼마나 밝은지 모르겠지만, 그 빛이 조금 약하면 후미카 씨도 앞머리로 시야를 가리지 않으시겠죠? 그러면, 후미카 씨가 저에게, 저는 후미카 씨에게 익숙해져 가면 되는 겁니다! 같이 나아가자구요! ──언젠가는 시야를 가리지 않고서도 똑바로 빛을 볼 수 있는 그 날까지!"
이 얼마나 치사한 사람인지. 자신의 고집을, 그 뿌리채로 뒤흔드는 소녀를 응시하며, 후미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러면, 괜찮을까요? 후미카 씨."
"......네. 좋아요."
이런 말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후미카도 작게나마 미소를 지어보인다.
오늘도 레슨을 끝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갓길에 오른 란코.
그런 란코의 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니노미야 아스카가 함께하고 있다.
"오늘도 만족했나 보네, 란코."
"음. 새로운 술식을 익혔노라(또 새로운 안무를 배웠어요). 그것은, 나 혼자만의 칠흑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조이니라(루키 트레이너 씨가 고생하셨어요). 누군가와 함께 나란히 덧칠하는, 푸른 세계......(함께 배운다는 건 정말로 즐겁네요)"
란코와 아스카의 유닛, 다크 일루미네이트의 신곡 발매 준비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오늘 아스카는 잠시 다른 활동이 있어 자리를 비웠기에 빈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지만──.
"푸른 세계라...푸른 소녀와 함께 했나?"
"예. 상냥하고 자비로운 푸른 소녀는 타천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답니다.(린 씨가 도와줘서 다행이에요)"
겉모습만 보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라 오해를 사기 쉽지만 사실은 표현 방식이 서투를 뿐 참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녀도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니 옛날에 비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나 할까.
"우리들이 함께 헤쳐나갈 그 푸른 세계는, 너의 눈에 어떻게 비추었지?"
"하나의 날개만으로는 유영할 수 없는 하늘. 그렇기에, 영혼의 단짝인 그대와 한 쌍의 날개가 되어 날아오를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언젠가, 아스카와 함께 다시 한 번 더 스테이지에 올라 노래하고 싶어요)"
쑥스러움을 느끼는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 하는 란코. 아스카도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곧 부드럽게 입가를 휘어올린다.
"아아, 그렇군. 참 기대되는 미래야."
아스카의 시야에, 그 날의 풍경이 투영된다.
팬들의 그 함성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세계를 확립하겠다고 맹세한 날.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나', 라는 존재의 증명.
"이건 너와 나, 각자의 싸움이 아니야. 우리들의 아픔은, 절대로 지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밤하늘을 넘어, 나는 반드시 저 별처럼, 빛나겠어."
어둑어둑해진 하늘 너머에, 은은히 빛을 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흩뿌리는 별들.
그 사이의 달은 가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게 흐뜨려 놓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 뒤를 맡기겠어. 너의 뒤는 나에게 맡겨줘. 그리고...칠흑과 백은의 날개가 날게 될 때, 그것은 신화를 노래하는 날개가 된다!"
"응, 서로의 약함을 알고 강함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니까! 그래, 다크 일루미네이트만이 그릴 수 있는 빛을...이곳에!"
'둘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란코의 쿠마모토 사투리야 익숙하지만서도, 아스카는 대체...?'
어려보이는 외견과 달리 그 분위기는 일반적인 어른을 넘어서는 그것.
마치 기도하면 이루어주는 신님처럼 자연스러운 위엄 같은 것이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나이든 팬들을 만나면 경배받는다─라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고민에 요시노 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모습은 다른 돌과 같지만 마음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기에. 소매가 스치는 것도, 다생의 연인지라. 흔들리는 유채꽃 사이에, 돌멩이가 부르는 목소리가 차오르는지."
"...예?"
요시노 씨는 가끔 어려운 말을 쓴다. 그게 또 분위기와 어울리지만,
"하이힐을 어른의 상징으로서 동경하는 것은 유우키 나이대의 소녀에겐 당연한 것. 다만, 혼자라고 생각해 아래를 향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오니. 일단은 앞을 향하지 않으면 안 돼요."
"요시노...씨...?"
싱긋 미소 지으며 요시노 씨는 말한다.
"유우키는 아직 성장 중이기에. 언젠가 아름다운 숙녀가 될 것인지라...지금의 유우키에게는 어리광을 부릴 상대가 있으면 충분하오니."
"저, 저기...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러워요..."
"괜찮답니다. 유우키는 아직 어린 소녀이니까요오. 그래도 부끄럽다 하시면, 적적한 소녀에게 어울려주지 않으시련지?"
자연스럽게 어리광을 부려와도 된다고 행간으로 전하는 요시노.
그 배려를 깨닫고 유우키는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요시노 씨에게는, 어쩐지 신세만 지는 것 같네요. 다른 아이돌 분들도 그렇고...힘들진 않으신가요?"
"문제 없사오니.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받는 일은 익숙한 걸 넘어 천직이기에. 바란대로 이루어지리라. 신도들에게 숭배받는 신과, 팬들에게 숭배받는 아이돌은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누구나 자기만의 신을 품고 살아가는 세상.
특정한 종교가 있든 관계 없이 누구나 신의 모습을 모르기에, 기대고 싶은 우상을 모르기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의지하려 든다.
그렇다면, 숭배받는 입장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해주는 것도 도리인지라,
"마음껏 기대주시길. 당신들의 믿음과 기대가 저희에게는 더 큰 힘이 되오니~."
"...네! 그럼 오늘 하루, 마음껏 어리광부릴게요!"
"후후후후, 평소에도 그런다면 귀여운 배역도 자주 들어올지도~."
자신의 무릎을 배게 삼아 머리를 뉘인 유우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요시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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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쉬는 시간. 옆자리의 여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아이돌 일을 하다보니 자주 어울릴 기회가 없다보니, 이 반에서 수업을 받은 시간이 꽤 되었는데도 이렇다 할 친구는 없다
"아니, 딱히 없는데? 그보다, 아이돌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안 되지. 그건 스캔들로 이어지고, 스캔들은 팬들에 대한 실례야. 물론 우리 아빠는 예외지만!"
"아, 하하하...그렇구나..."
마토바 리사가 파더콘이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기에 여학생들은 마른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윽고 커서, 같은 비트 슈터의 하루 군하고 결혼하는 거야?"
"푸웁?!"
리사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앞으로 뿜어버렸다. 앞에 학생이 없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대형사고 칠 뻔했다. 휴지로 앞좌석의 의자를 닦으며, 리사는 외쳤다
"내, 내가 하루하고 결혼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에? 그치만, 하루 군하고 마토바 양, 서로 잘 어울리는데?"
"파트너니까 당연한 거잖아! 그보다 걔하고 내가 왜 결혼을 해?! 걔도, 나도 똑같이 여자애인데!"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며, 리사는 항의했다. 하지만, 그녀의 강한 부정을 오히려 강한 긍정으로 오인한 것인지 여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웃으며 이야기하고 지나간다
"하루 군은 마코토 님하고 또다른 의미로 잘생겼지?"
"히카루 군이 열혈계 보이시라면, 하루 군은 시크계 보이시니까"
"귀여운 외모에, 긴 머리에다가 속눈썹도 길어서 크면 미인이 될 것 같기는 하지만, 그 특유의 남성스러움이 잘 어울리지"
학생들이 지나가고 나서, 리사는 온 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이게 다 그 바보 때문이야!"
*
346 프로 내에는 서로 꽤 친한 사이의 아이돌들이 많다. 같은 소속사에, 같은 아이돌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팬들은 그 중에서도 유독 다른 사람들과 비교될 정도로 사이가 좋거나, 혹은 보이는 모습으로 따졌을 때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묶어 RPF(실존 인물을 가지고 하는 망상질)팬픽까지 써서 투고하는 식으로 백합 망상을 피워올리곤 한다
대표적으로 러브라이카라든가, 애스터리스크라든가, 뉴제네라든가, 포지티브 패션이라든가 기타등등. 그 중에는 유우키 하루와 마토바 리사로 이루어진 유닛인 비트 슈터도 포함되어 있다
"정말이지, 그 바보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나 하고...! 우으, 아빠가 알면 뭐라고 하실까"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들이 그렇게 받아들이는 이상 어쩔 수 없다. 과하게 아닌 척 했다간 오히려 팬들을 더 실망시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이상한 오해에 휩쌓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사그라들기를 기다릴 뿐
"하루, 나 왔──"
비트 슈터의 대기실에 들어온 리사.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2
1. 하루와 아리스
2. 하루와 치에
"괜찮아. 그도 그럴게, 하루 군. 자기 옷차림에 대해서 무신경하니까"
유우키 하루는 자기가 평소에 쓰고 다니는 모자를 수선하는 사사키 치에를 내려다보며, 멋쩍은 듯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치에는 재봉이 취미인 소녀로, 소녀다운 감성이 부족한 하루와 크게 대조되는 소녀 중 한 사람이다
"어차피 이 옷도, 바지도, 모자도 전부 오빠들에게 물려받은 거야. 10년은 넘은 것들을 지금도 잘 입고 있어. 어차피 집에 다른 것들 또 많고, 아니면 내가 번 돈으로 직접 사서 쓰면..."
"자기 물건을 쉽게 버리는 건 안 돼, 하루 군. 고쳐쓸 수 있다면, 계속해서 쓰는거야. 언젠가, 수선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닳고 닳은 그때까지"
실을 가위로 자르고, 일어나서 직접 하루의 머리에 씌워준다
"하루 군"
"...엇?"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는 하루의 얼굴을 붙잡고, 치에는 자기를 볼 수 있도록 고개를 돌리게 해 고정시킨다
"설령 하루 군의 오빠들에게서 물려받은 거라고 해도, 하루 군은 이 옷들을 좋아하니까 계속 입고 다녔던 거지? 그러면, 함부로 다뤄선 안 돼. 이 옷들 하나하나에, 하루 군의 추억이 묻어나 있을 테니까. 옷 뿐만이 아니야. 하루 군의 주변에 있는 그 모든 물건들마다, 크고 작은 추억이 남아있을 거야. 그러니, 함부로 다루면 안 돼. 알겠지?"
".....알겠어"
또래의 소녀들과 달리 조숙한 면이 있는 치에. 그녀의 어른스러움에 하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문이 열렸다
"응...? 뭐야, 리사잖──"
"미, 미안! 나, 방해했네?! 그, 그럼 둘이서 잘 해봐!?"
같은 유닛의 파트너를 환영하려는 하루의 의도와 달리, 리사는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고는, 급하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지?"
"......글세"
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다다다다──쉴새 없이 복도를 달리면서, 리사는 방금 전 자신이 본 광경이 사실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인가 달리고 있던 것이었다
'그, 그치만...그래도...그때, 그 두 사람...부, 분명, 키스하고 있던 거였지?!'
물론 오해다. 다만, 리사가 보는 시야에선, 그때 치에가 하루의 얼굴을 잡고 자기 쪽으로 향하게 돌리던 때였는지라, 리사의 관점에서 보면 둘이 키스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우, 아아...그 둘, 그런 사이였던 걸까...? 어떡하지, 다음에 어떤 얼굴로 봐야 하는거야?"
모르는 척? 아니면 의식하고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걸까. 복잡한 심경으로, 복도의 코너를 도는 리사. 그녀의 눈 앞에는──
+2
1. 린과 우즈키
2. 미오와 아이코
"후아아~ 역시 아짱을 끌어안고 있으면 느긋해지네~"
"미오도 참...너모 오버하잖니"
"오버가 아니라 진심이라구. 이 346 프로에서 가장 안식을 가질 수 있는 장소는 아짱의 곁 뿐인걸"
린과 우즈키는 서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대차게 연애질을 하고 있다. 히노 아카네는 너무 활발해서 피곤하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고, 결국 남는 건 아이코 뿐이다
"뭐야, 그럼 미오에게 나는 안고 자기 편한 베개 같은 거야?"
소거법으로 나온 결론이 자신이라는 것처럼 들린건지, 아이코는 미오를 밀어내고 팔짱을 끼며, 볼을 부풀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 그래도 귀엽지만, 지금의 그녀는 삐져있는 상태. 여기서 귀엽다라는 단어가 지뢰인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아냐. 아냐. 절대 그렇지 않다구?! 물론 내 첫 동료들인 시마무하고 시부린보다 더 소중한 동료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짱에게 소홀한 건 아니야! 아짱은 아짱! 그 누구의 대용품도 아니야!"
아이코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장난기를 쏙 빼고 박력 넘치게 말하는 미오. 아이코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장난으로 삐진 거였으니까, 너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어, 미오"
"휴우...다행이다. 아, 나는 이제 다른 스케쥴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
"응, 잘가. 미오"
그리고 미오는 몇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 아이코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내게 아이코는 소중한 친구니까 말야. 장난이라고 해도, 속아넘어갈 수 밖에 없다구? 그럼 이따가 또 보자"
이번에야말로 손을 붕붕 흔들며, 언제나처럼 활발한 미소와 함께 멀어져가는 미오. 그 뒷모습이 더 이상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쓴웃음을 지으며, 아이코는 중얼거렸다
"가장 소중한 사람ㅡ이라고 불리기를 기대했던 건, 역시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미오"
*
'에? 뭐야, 방금 그거? 이케맨을 짝사랑하는 여자?'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광경의 편린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리사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뭐지, 오늘 무슨 날이야? 아니면, 단체 몰래카메라?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게?!'
머릿 속이 과열되어간다. 그러면서, 나지막하게 중얼거린다
"백합 열풍, 인가..."
어쩐지,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 계속 백합 커플만 만날 것 같았다
+2
1. 우즈린
2. 미쿠리이나
"응. 우즈키도 수고했어"
노을이 저물어가는 저녁 시간대. 린과 우즈키는 단 둘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미오는 어떻게 하고, 우리 둘끼리 가는 거야?"
"미오짱은 포지티브 패션 일로 조금 더 늦게 퇴근할테니, 저희들끼리 먼저 가라고 했어요"
"그런가...아쉽네"
린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슬쩍 우즈키의 눈치를 보았다. 이전에, 린은 트라프리로, 미오는 솔로 데뷔를 결정했을 때, 우즈키가 방황한 적이 있었다. 혹시, 미오도 PP에만 신경써 NG는 잊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우즈키가 고민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우즈키는 린의 그런 시선을 눈치채고, 살포시 미소지었다. 사람의 기분을 편안하게 하고, 끌어들이는 마성의 미소. 우즈키는 여전히 자기 미소가 얼마나 대단한 미소인지 잘 모르고 있다
"괜찮아요. 린짱. 이제는 착각하지 않아요. 서로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저희들은 346 프로의 아이돌. 동료니까요"
신데렐라 프로젝트도 해산되었다. 보통의 프로젝트는 1년 동안만 진행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P는 말했다. 하지만, 신데렐라 프로젝트가 해산된다고 해도, 그 사이에 있던 인연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들의 유닛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좀 더 큰, 346 프로 그 자체에 녹아들어가듯 사라져 버린 프로젝트일 뿐이다
여전히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다. 서로의 스케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음...저기, 린짱"
"응? 왜?"
"저...손, 잡아주시지 않으실래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눈을 조금 치켜떠 올려다보는 우즈키. 아직 성장기이기에, 린은 조금 더 키가 커져, 우즈키보다 키가 크다. 그 올려다보는 듯한 눈빛에 움찔, 하고 놀라는 린. 하지만,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함께 손을 잡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의 온기. 두 사람 모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헤헤헤...린짱의 손, 따뜻하네요..."
"응...우즈키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누며 걸어갔다. 마주잡은 두 손은, 헤어지기 직전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
"석양으로 물드는 저녁 하늘 아래로 걸어가는 연인, 이라는 걸까......"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리사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방금 전의 두 사람의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두고 싶을 정도였다
"나도 아빠 외의 남자하고 나중에 저러는 걸까...솔직히 아빠 외의 남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녀 본인도 자신이 답 없는 파더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아빠 외의 남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이, 리사. 거기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빨리 가야지. 늦게 가면 너희 아빠가 화낸다구?"
"저기, 하루. 내 손, 잡고 같이 걸어가 줄 수 있어?"
앞으로 내민 손. 하루는 벙찐 표정으로 리사를 쳐다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피식, 하고 작게 미소지으며 냉큼 손을 잡는다
"무슨 일로 응석을 부리려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답게 에스코트를 받고 싶다면, 못 해 줄 것도 없다만?"
"바보...치에를 실망시키지마"
"엑? 여기서 치에 얘기가 왜 나와?"
"스스로 잘 생각해 보시지 그래?"
리사는 하루의 손을 놓고, 앞장서서 걸어나갔다. 나는 아직 아니야. 나는 아직 괜찮아, 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이전보다는 조금 더 가벼워진 발걸음. 하루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쓴웃음을 짓더니
"저 녀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깐"
그녀를 뒤따라서, 똑같이 걷기 시작했다
+2
1. 미쿠리이나
2. 안키라
해산이다냥!
"해산이다냐!"
오늘도 동시에 해산! 이라고 외치는 해산 콤비. 평소처럼 록이나, 고양이냐를 두고 따지다가 외치는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말만 그런 것 뿐이지, 사실은 해산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이제와서는 단순히 만담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저 두 사람, 매일 해산이라고 외치면서, 잘도 붙어있네"
지나가면서 중얼거리는 리사. 언제부터 옆에 있던 것인지, 복도에 배치된 벤치 중 하나에 앉은 안즈가 말했다
"당연하지. 저 두 사람, 동거하고 있으니까"
"헤에, 그렇...에엑?! 안즈 씨?!"
"여어"
안즈는 꼬질꼬질한 토끼 인형을 베개 삼아 누워있었다. 어디서든, 토끼 인형만 있다면 잘 자는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리사는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저 두 사람이 동거한다니, 무슨 말이에요?"
"예전에 애스터리스크가 막 만들어졌을 때, 서로 의견이 제대로 일치하지 않아서, 며칠 동안 같이 생활해보면서 일을 해보기로 했던 모양이야. 그러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정들어서 리이나가 미쿠의 기숙사방에 눌러앉았다─라는 거지"
346 프로에서는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온 아이돌들을 배려하기 위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 기숙사의 방을 이용하는 아이돌들 중 한 사람이 바로, 마에카와 미쿠다
"저 모습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만 저러는 거야. 단 둘이 있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 안즈도, 사무실에서 자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 되었어. 안즈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주 제대로 염장을 지르더구만...최근에 기숙사방의 내부공사를 했다고 하던데...분명 방음벽을 만들고 매일 밤마다 신나게 '로꾸'하고 있겠지"
"...'로꾸'? 미쿠 씨도 록, 좋아해요?"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은어야. 굳이 관심가질 필요 없어. 딱히 알 필요도 없고. 하루는 아까 전 아리스에게 끌려가더만, 안 가봐도 되냐?"
"아앗! 맞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 가볼게요!"
자기 할 일을 깨닫고 곧바로 달려나가는 리사. 안즈는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여기도, 저기도 아주 신났구만"
+2
1. 하루아리
2. 안키라
"아, 키라리인가......"
언제나처럼 싱글생글 웃고 있는 키라리가 자고 있는 안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최장신 아이돌 키라리와 최단신 아이돌 후타바 안즈. 커다란 덩치와 달리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안즈와 귀여운 요정같은 외모와 달리 니트 아저씨 같은 안즈
대놓고 노리고 만든 듯, 정반대인 그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니까
"에잇! 오늘도 레슨에서 도망친 안즈를 키라리가 데려가는 거양!"
"......하아, 귀찮구만"
아무리 가벼워도 30kg은 될 안즈를 가볍게 껴안아 들어올리는 키라리. 실제로 그녀는 세트장을 부숴먹을 정도로 강력한 완력을 자랑한다. 본인은 그런 완력과 커다랗고 덩치 큰 자신의 모습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저기 말이야, 키라리"
"응? 왜 그랭?"
귀여운 행동거지의 키라리를 올려다보며, 안즈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단 둘이 있을 때에는, 굳이 무리하게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잖아"
실제로 지금 복도는 한산해, 두 사람 밖에 없다. 그렇지만, 키라리는 싱긋 미소지으며
"키라링은 괜찮은걸? 안즈짱이야말로, 귀찮아하지만 항상 손해보는 일을 하며 무리하는 거, 잘 알고 있는걸?"
극과 극은 통한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 숨기고자 하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낸다
키라리의 기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무서움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안즈는 실제로도 게으름뱅이지만, 성격이 좋아서 항상 남들 모르게 뒤에서 힘을 써 손해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키라링은 괜찮앙. 안즈가 있고, 모두가 있으니깡! 그러니까 안즈짱...또, 무리하지는 말아줘"
"......"
안즈는 게으른 천재다. 머리도 좋고, 안무도 한 번 보면 그대로 외워서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체격 조건 상 아무리 애를 써도 체력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항상 여기저기 드러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것도, 지친 몸을 쉬게 하여 회복하기 위함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로, 안즈는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그들에게 조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어쩔 수 없는걸. 사람들은, 천재인 이 몸을 필요로 하니까"
"그래서 안즈가 쓰러지면, 키라링은 슬퍼"
어울리지 않게, 착잡하고 침울한 표정을 짓는 키라리. 안즈는 스리슬쩍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헤"
"으응, 괜찮아. 키라링은, 항상 귀찮아 하는 듯하면서도 주변을 신경쓰고, 남들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그런 안즈를 좋아하는 거니까. 그래도 그건 그거. 레슨은 레슨. 이제 그만 가자!"
"에에엑? 싫은데...정말..."
싫다고 하지만, 안즈는 저항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키라리의 입장도 이해하고 있고, 자신의 입장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은 잘 모르는, 두 사람의 생각보다 진지한 관계는, 오늘도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르다가, 다시 잠겨들었다
+2
1. 하루아리
2. 히카루와 레이나
안키라는 매우 진지한 관계
"타치바나에요. 하루 군. 당신도 빨리 앉아서 찾기나 해요. 도와주기로 약속했잖아요"
전형적인 아웃도어파인 하루와 인도어파인 아리스. 극과 극은 통한다고,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는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다. 그때의 인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뜬근없이 반지를 찾자니. 이 넓은 346 프로에서 대체 어느 세월에 찾겠다는 거야?"
"......반드시 찾아야 하는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후미카 씨가 슬퍼할 테니까요"
"......"
사기사와 후미카. 아리스가 소속되어 있는 프로젝트 크로네의 멤버들 중에서 가장 친한 사이의 여성. 아리스는 그녀에게서 빌린 반지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바보 같았어요. 후미카 씨의 어머니가 선물로 주셨다는 반지. 멋있어 보여서 빌렸다가, 잃어버렸어요. 오늘 안에 찾아내지 못 한다면, 분명 슬퍼하실 거에요. 어차피, 오늘 제가 어디어디를 들렀는지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어요. 찾아보면, 언젠가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
열심히 애쓰고 있는 아리스. 하루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 주변에서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 도와주기로 약속하기는 했지만, 이런 귀찮은 일, 남의 사정이라고 떠넘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아리스가 솔선수범해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홀로 남겨두는 것도, 뒷맛이 영 좋지 못 하다
"나중에 같이 축구 뛰어줘야해?"
"......저, 축구 잘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잘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야. 너랑 내가, 축구를 하며 논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거지"
움찔, 하고 잠깐이지만 아리스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 후,
"무슨 의미로...말하는 거에요?"
"응? 그냥 너랑 놀고 싶다는 의미인데?"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태평한 어조로, 하루는 대답하며 반지 찾기를 늦추지 않았다
"너랑 나는 아무래도 노는 영역이 다르다 보니까, 같이 있어도 심심할 때가 많잖아? 그러니까, 가끔씩은 너와 같이 뛰어다니며 놀고 싶다는 거지. 혹시 싫은 거라면...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싫은 건 아니에요...그저, 당신에게 폐를 끼칠까봐, 그게 걱정되는 것 뿐"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폐를 끼치고 있잖아"
".....미안해요"
"그러니까, 나중에 같이 놀아달라고. 잘못해도 상관없어. 나는, 그냥 너랑 놀고 싶은 것 뿐이야"
빙 돌리는 것 없이 날리는 돌직구. 부끄러움에, 아리스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당신의 그런 면...반칙이에요"
"예이예이, 반칙이든 뭐든 좋으니 빨리 반지나 찾읍시다"
이후에 리사도 합류하여, 셋이서 노력한 결과 간신히 반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다행이네요...찾을 수 있어서...못 찾으면 어땠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그래. 찾아서 다행이다. 그럼 다녀와, 후미카 씨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루 군. 리사 양. 그럼...나중에 또..."
도도도도──후미카를 찾아 달리는 아리스. 하루는 으아아아, 하고 기지개를 피면서 소리를 냈다. 리사는 그런 하루를 흘겨보며 말했다
"바람둥이 녀석"
"하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딱히 사귀는 사람 없다고?"
"......자각이 없어서 문제인걸까, 뻔뻔해서 문제인걸까"
리사는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정을 이해하지 못 하는 하루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2
1. 미카와 미리아
2. 히카루와 레이나
이걸 마지막으로 구경만 하겠습니다!!
"응! 미리아짱!"
순수한 아카기 미리아와 달리 욕망에 찌든 타락한 여고생 죠가사키 미카는 오늘도 미리아 몰래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기, 미리아짱...나, 오늘도 힘냈는데, 위로해주지 않을래?"
"응? 좋아! 자, 이리로 오도록 해, 미카짱!"
한 점의 티 없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양팔을 쫙 벌리는 미리아. 미카는 곧바로 다른 사람이 보면 기분 나쁠 얼굴을 하고서 미리아에게 달려들어 그 품에 안겼다
"옳지. 옳지. 미카짱, 오늘도 수고했어"
"응......"
겉으로 보면, 보기와 달리 은근히 어른스러움이 묻어나오는 미리아가 그녀보다 연상인 미카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미리아의 품 속의 미카의 얼굴을 본다면, 그런 인식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후히히...?!"
기분나쁜 미소를 짓던 미카의 표정이 한순간 경직되었다. 미리아의 옆구리 너머로 보이는 시야 속에서 한 사람이 웃으며 서 있었다. 물론 그 사람의 손에는 수갑이 철그럭 거리며 들려있었지만
그 사람, 카타기리 사나에는 소리내지 않고 입술만을 움직여 뜻을 전달했다
『덮. 치. 면. 철. 컹. 철. 컹?』
"아, 하하하......"
"응? 왜 그래, 미카짱?"
"아, 아무것도 아니야!"
미카는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꺼내며 화제를 돌려버렸다. 이 346에 카타기리 사나에가 있는 이상 변태적인 범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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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어쩌다가 로리콘 이미지가 그리도 강해져버렸는지...
아이카와 치나츠는 346 프로덕션 내부의 작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도중 무언가 떠올라 사색에 잠겨 있었다.
"누~ 구~ 게~?"
그런 치나츠의 뒤쪽에서 누군가 안겨오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유이.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 그런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거야."
자신의 시야를 가린 오오츠키 유이의 손을 밀어내며 뿔테안경을 고쳐 쓰는 치나츠. 헤헤헤, 하고 웃으며 유이는 치나츠의 옆자리에 앉았다.
"치낫땅이야말로 너무하다구? 내가 레슨을 끝내는 시간을 알고 있으면서도 데리러 오지 않구..."
"혼자서 찾아올 수 있잖니. 그리고 내가 일일히 데리러 다녀야 헐 정도로 어린 것도 아니고."
"너무해, 치낫땅! 애정이 식었어!"
삐진 듯이 볼을 부풀리고 얼굴을 홱 돌려버리는 유이. 이런이런,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치나츠는,
"너에 대한 애정이 식었다면 처음부터 대답조차 하지 않았을 걸? 나는 여전히 너를 아끼고 있어, 유이."
"......입으로는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상무가 말했어."
"......그 사람은 정말로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네."
하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잠시 후 부드럽게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말하는 치나츠.
"CD 데뷔, 축하해. 유이."
"......알고 있었구나?"
"유이에 관한 소식에는 언제든지 귀를 열고 있는걸? 미리 축하해 줄 생각도 있었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 유이는 멋쩍은 듯 볼을 붉히며 헤헤 하고 웃음을 흘린다.
"치낫땅은 센스쟁이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 걸까, 실망해야 하는 걸까."
책을 덮고 벤치에서 일어나는 치나츠. 응? 하고 의아해하는 유이에게 손을 내민다.
"기뻐해야지. 오늘은 유이를 위해서 내가 한 턱 쏠게. 좋아하는 것, 마음껏 먹어도 좋아. CD 데뷔를 하고 본격적으로 무대를 뛰어다니기 시작하면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을 시간도 없을 테니까."
"헤에...그러도록 할까!"
활기차게 웃으며 치나츠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유이. 그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걸려 있다.
"그래서, 어디에 데려다 줄 거야?"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든, 패밀리 레스토랑이든, 어디든 유이가 좋아하는 대로 선택해도 돼. 오늘은 유이를 위해서 내가 직접 지갑을 여는 날이니까. 끝까지, 네 어리광에 어울려줄게."
"약속했다?"
"당연하지. 나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거든."
성숙한 성인 여성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치나츠. 유이는 잠시 그녀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올려다 보고 나서, 헷 하고 작게 웃는다.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럼 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걸?"
"에에~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가."
그런 유이를 위로하듯이 치나츠가 살포시 웃으며 말한다.
"그럼. 그래도, 그 3년 간 꾹 기다려 줘. 유이와 처음으로 술잔을 나누는 상대가 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면...너무 욕심인 걸까?"
"아, 아니! 전혀 그렇지 않아! 나도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가장 먼저 치낫땅하고 만나고 싶은 걸!"
기뻐하는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이 방방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내지르는 유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치나츠도 흐뭇하게 미소짓는다.
*
오랜만에 써 보네요.
+2 다른 백합 커플링.
자이젠 토키코는 초조한 기색으로 계속 시계를 내려다 보았다가 주변을 돌아보기를 반복한다.
'정말이지, 나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토키코는 약속 시간 10분 전에 여유롭게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보통 이럴 때 같으면 적당히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겠지만──오늘은 평소와 달리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그 망할 꼬맹이...이 토키코 님을 이 정도로 기다리게 만들다니. 만나면 일단 한 소리──."
"예? 제가 뭘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급하게 고개를 홱 돌리는 토키코. 시선의 끝에는 한 손에는 도넛들이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도넛을 들고 있는 시이나 노리코가 있었다.
토키코는 그녀를 보자마자 인상을 팍 찡그리며,
"너는 언제나 도넛을 먹고 있구나?"
"네! 저는 도넛이 정말로 좋으니까요!"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노리코. 도넛은 정말로 싫어하지만 저 미소를 보면 어쩐지 독기가 빠져버리는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어 굴욕적으로 느껴진다.
"그보다 토키코 씨, 생각보다 더 일찍 나와 계시네요? 보통 토키코 씨는 약속시간 10분 전 즈음에 온다고 들었는데."
"......그걸 알면서도 너는 이렇게 일찍 나오는 거야?"
"네! 천천히 도넛을 먹으면서 토키코 씨를 기다릴 생각이었거든요!"
참 질릴만큼 도넛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잔뜩 먹으면 전부 살이 되어 배나 팔뚝이 불어날 텐데?"
"네? 아니아니, 절대로 그럴 일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먹은만큼 운동을 하니까요!"
"그리고 또 그만큼 먹고?"
"네! 그런 식으로 ±0로 만들면 이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답니다!"
엣헴! 하고 자랑하듯 가슴을 피는 노리코. 심드렁한 표정으로 토키코는 말한다.
"하긴, 너는 아직 성장기의 나이니까 그만큼 먹어도 상관없기야 하겠다."
"그렇죠? 그렇죠?! 게다가 저, 중학생이니까 아직도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여전히 고등학생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구요!"
생각해보면 이 녀석 13살이었지, 라고 문득 떠올린 토키코가 미간을 살짝 모은다.
"자, 그럼 같이 가죠, 토키코 씨! 도넛 페스티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15세 미만은 보호자 동반이니까요!"
"......그럴거라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데려와도 좋았던 거 아니야? 나는 도넛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지."
솔직하지 못 한 자신에게 살짝 혐오감을 느끼면서 물어보는 토키코. 본인이 생각해도 참 비겁하게 등을 뒤로 빼는 짓이었으나,
"토키코 씨가 도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어요. 그건 아마도, 제가 토키코 씨에게 허구한 날 같이 도넛을 먹자고 강요하기 때문이겠죠."
"......."
씁쓸한 얼굴. 이런 얼굴을 보려고 물으려던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면서도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못 하는게 자신답다고 속으로 자조하는 토키코. 그런 토키코의 어깨에 고개를 살짝 기대며 노리코는 중얼거린다.
"그런 토키코 씨인만큼, 좀 더 도넛의 매력을 알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같이 맛있는 도넛을 사러 빵집들을 순회하고, 먹고, 놀면서...그렇게 놀고 싶어요."
"......"
"민폐이고 이기적인 저......싫어하시나요?"
눈을 치켜 뜨고서 올려다보는 노리코. 그 시선은 반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거절하지 못 하는 자신의 무름을 탓하면서 토키코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걷는다.
"싫어한다면, 처음부터 오지도 않았겠지. 빨리 다녀오자. 시간을 길게 끄는 건 취향이 아니니까."
"......네!"
부끄러움을 숨기고 걸어가는 토키코와 그 옆에서 보폭을 맞추며 함께 걷는 노리코.
두 사람의 발자국은 떨어진 낙엽에 자그마한 흔적을 남기고 이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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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말인가요? 믿고 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죠."
나오는 작품들마다 전작과 연출이 비슷하다고 까이기는 하지만 영상미만으로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보지 못 했네요."
"그렇구나. 재밌었으니까 꼭 보는 게 좋을 거야. 마지막 장면은 특히 멋져서...어이쿠, 이 이상은 좀 그렇지. 어쨌든 한 번 봐봐. 정말로 재밌었어."
횡설수설, 손짓몸짓 다 사용해 가면서까지 설명하는 나오가 귀여워서 엄마 미소를 짓는 나나.
'역시 나오 씨는 오타쿠 기질이 있네요.'
나나 또한 성우 아이돌. 모에계 애니에 자주 목소리를 내는 입장으로서 오타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그들과 마찬가지로 성덕으로 시작해 아예 성우 아이돌이 된 케이스라 호의적인 입장이다.
"아, 그래도 사전 설명을 위한 이미지야. 이거 봐봐."
"계단 위의 두 남녀네요."
핸드폰 속에 비추어지는 두 캐릭터의 모습. 정석적인 전개라면, 아마도 여기서──.
"이 두 사람이 서로 바뀌는 걸 시작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야."
"그렇군요. 계단에서 구르고 일어나보니『내가, 있다...?』라는 건가요?"
"엑...?"
"...엑?"
나오의 반응에 당황하는 나나. 이게 정답이 아니었던 것일까. 엄청나게 정석적인 전개인데?
"아니, 이건...꿈을 꾸고 나면 바뀌는 거야."
"아, 그, 그런가요! 하, 하하핫, 나나도 참! 요즘 트렌드는 바뀌었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아하, 아하하하!"
어색하게 웃는 나나와 나오. 잠시 후 이어지는 침묵이 무거웠다.
"아, 그러고보니, 나나 씨. 이후에 시간 남으면 같이 영화 보러 가지 않을래? 나는 정말로 마음에 드는 영화라면 두 번, 세 번 더 보는 타입이거든."
"음...시간이 남는 건, 이번 주 금요일 정도이려나요?"
"그 시간이라면 괜찮겠네. 그때는 나도 짬을 내볼게!"
흥분한 듯 강하게 외치는 나오. 나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오 씨는 저하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게 좋으신가 봐요?"
"응? 그렇지. 나나 씨하고도 자주 어울리고 싶으니까."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 말. 천연덕스럽게 말한 나오에게 있어 딱히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던 건 아니었겠지만 나나에게는 기습 공격으로 받아들여 졌다.
'크으, 진정하는 거에요, 나나. 이건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에요. 자기보다 10살은 더 어린 여자에에게 휘둘리는 것도 꼴사납...아니, 나나는 17세의 여고생인 걸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세이프인거에요! 네, 그래요!'
당혹해하는 모양새를 최대한 감추는 나나. 그래도 다 보이고 있지만서도 나오는 그녀를 배려해 크게 언급하지는 않았고,
"카렌이나 히나 씨하고 볼 생각도 있지만, 역시 가장 먼저 같이 보러 간다면 나나 씨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카렌 씨가 질투할 거라구요?"
친한 친구와 만나면 바로 오덕 토크를 시작하는 지인보다 자신을 우선시 해주었다는 사실에 내심 기쁘지만서도 살짝 발을 뒤로 빼는 나나.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오는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 예전과 달리, 카렌을 받아들여줄 친구들이 많아 졌으니까. 뭐, 나중에 화를 내기는 하겠지만 익숙하니까 문제 없어."
"......그럼 카렌 씨보다 먼저 실례하도록 할까요?"
"응? 무슨 말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직은 그 의미를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다. 은근히 둔감하고 우유부단한 소녀이지만 한 번 이거다 싶으면 우직하게 밀고 나아가는 사람이니까.
연습생 시절. 병마 때문에 체력이 부족하여 남들만큼 잘 하지 못 해 열등감을 느껴 나이프처럼 날이 선 카렌을 끝끝내 함락시켜 어리광을 부리게 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녀는 알기나 할까.
"나중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나오 씨. 그녀, 은근히 독점욕이 강하니까. 호감도 관리를 잘못하면 얀데레로 각성해 버려요?"
"나나 씨가 하는 말은 가끔씩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때가 있어."
"후후후, 모르는 편이 더 좋을 거에요."
모르기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당신을, 카렌은 거부하지 못 하는 거니까.
*
나나와 나오는 조금 어려운...
추천 커플링은 나오카렌과 미쿠리이나에요!
+2 다른 백합 커플링
"에엑? 카렌도?"
곤란하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는 리이나. 지난번 이케맨처럼 마유에게 벽쿵을 한 이후로 소문이 퍼져서 이런 부탁을 해 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리이나는 겉모습을 조금만 꾸미면 바로 이케맨 페이스가 되니까! 뭐, 765 프로의 마코토 왕자 정도는 아니겠지만."
"아니, 그 사람은 내가 봐도 외모가 엄청 중성적이던데?"
"하긴, 리이나처럼 가슴이 크지는 않더라."
"잠, 어딜 보는 거야!"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는 리이나. 이케맨스러우면서도 그런 귀여운 점이 있으니까 사랑받는 것이라는 걸, 본인은 자각하지 못 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탁하면 결국 받아주는 사람들은 전부 다 이런 식으로 둔감한 거려나.'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고서 카렌은 조금 쓴웃음을 짓는다.
"아, 하는 김에 낭만적인 말도 함께."
"요구가 많은 아가씨로구만."
한숨을 내쉬면서도 결국 카렌에게 다가오는 리이나. 가볍게 그녀를 밀어붙여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고, 리이나. 발걸음이 느리다고 해도, 화내지 않고 끝까지 함께 걸어가주는 사람이, 네 곁에 있잖아?"
"......."
──발걸음이 느리다? 체력의 문제? 그럼 어쩔 수 없구만. 내가 손 잡고 가줄게. 그거라면 괜찮지?
──동정? 바보야. 그럴리가 없잖아.
──너랑 함께 걸어가고 싶으니까,. 잡고 싶은 거라고.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노리고 한 거야? 아니면 듣기라도 했어?"
"어? 뭐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카렌은 리이나의 팔 안쪽에서 벗어난다.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리이나는 묻는다.
"카렌. 어쩐지──화 내고 있지 않아?"
"아, 그런가? 이런이런, 나도 참 큰일이네. 이런 거 하나 제대로 숨기지 못 하고, 리이나처럼 둔한 사람에게도 들키다니."
"......카렌?"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리이나. 카렌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묻는다.
"저기, 리이나. 만약에 미쿠가 너보다 다른 사람과의 일을 더 우선시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어? 그야, 뭐...조금 섭섭하려나. 그래도 같은 유닛인데 말이야."
"....역시, 그렇지?"
고개를 돌려 싱긋 미소지으며, 카렌은 말한다.
"조금 화풀이 해서 미안해.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미쿠에게는 알아서 변명해 봐?"
"어? 그게 무슨......"
리이나의 말이 갑자기 뚝 끊긴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리이나가 목뼈를 삐걱거리며 돌리자,
"...미, 미쿠?"
"리이나짱은, 정말로, 미쿠를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넘쳐나는 모양이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은 미쿠가 서 있었다.
"저, 저기 말이야, 미쿠! 이건 부탁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한..."
"즉, 리이나짱은, 부탁받으면, 뭐든지 한다는 거려나?"
"......미쿠?"
미쿠는 울상을 짓고 있었다. 왜 그런 건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 해도 감성이 호소한다. 지금 당장 미쿠를 달래야 한다고.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리이나짱은 바보! 해산이다냥!"
"자, 잠깐만 기다려, 미쿠!?"
도망치는 미쿠와 뒤쫓는 리이나. 언제나와 같은 해산 소동이지만 평소 이상으로 길고 뒷맛이 찝찝한 소동이 벌어졌다.
*
햣하! 이것이 나비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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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라 쇼코우메!
백합분이 솟어오른다!
"또...호러, 영화지?"
"응...."
시라사카 코우메는 겉보기엔 항상 우물쭈물하고있는 겁 많은 아이지만, 취미가 호러 계열의 온퍼레이드라는 엄청난 갭을 가진 아이다.
그 나이에 그런걸 멀쩡하게 볼 수 있다는 시점에서 또래에게 굉장히 멀리해질 것 같지만, 이 346 프로덕션에는 성격 좋은 아이돌들이 많기에 그런 코우메의 취향에도 잘 어울려주는 이들이 제법 많이 있다.
특히 호러물을 매우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사치코와 란코도 결국 코우메와 함께 끝까지 영화를 봐주는 걸 보면 그녀도 제법 인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뭐, 호러 영화는...다음 분장의 영감을 주니까...나쁘지 않겠네."
호시 쇼코는 일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갭이 매우 큰 소녀로, 좋아하는 건 헤비 메탈. 인터넷 상에서는 크라우저 2세와 비교하는 짤이 매일매일 돌아다닐 만큼 커다란 네타를 몰고 다니는 소녀이다.
"이번에는 버섯이 주연...아니, 주요 소재야. 사람의 몸에 버섯 포자가 기생하고 그걸 널리 퍼뜨려 나가는...버섯 좀비물 같은 거라고 할까."
"헤에~. 그거 꽤나 흥미가 생기는걸."
쇼코는 회사 바깥에서도 소문이 난 버섯덕후로, 버섯을 친구라 부르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여기고 있다. 코우메가 유령 친구인 '그 아이'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쇼코도『진짜로 버섯의 말을 알아듣는다』.
뭐, 진짜 초능력자나 진짜 산타클로스도 있는 시점에서 그런 건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인간형 동충하초 같은 거려나. 파라섹트의 본체에 해당하는 버섯이 파라스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포켓몬과 사람에게 기생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소설이 떠오르네."
"아, 버섯 포자. 그것도 재밌지."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진지하게 감상을 시작하는 쇼코와 코우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잔잔하다.
각성 후가 되면 다르지만요!
*
쇼코의 '폭발★버섯' 특훈 후 이미지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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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언제나와 같이 당돌한 질문. 예측불허의 갑작스러움이야말로 히노 아카네라는 아이돌의 진정한 개성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요즘. 후미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응이 늦었다.
"그러니까, 후미카 씨는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 거에요! 그도 그럴것이, 후미카 씨는 매우 미인이니까요! 같은 아이돌 내에서도, 후미카 씨의 미모는 유명하답니다! 지나가면서 우연히 보면 발걸음을 멈추고 응시하게 된다던가!"
"아, 그, 그게..."
우물쭈물 거리는 후미카를 보고 무슨 착각을 한 건지 아카네도 당혹해 하며,
"아, 호, 혹시...제가 물어봐서는 안 되는 걸 물어본 건가요?! 죄송해요, 후미카 씨! 실례했어요!"
"아, 아니에요...그냥, 저는 낯가림이 심해서...다른 사람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는 게 힘들어서 그런 거에요."
"그런 건가요......"
아쉽다는 기색으로 중얼거리는 아카네.
"후미카 씨의 눈. 푸른 바다 같아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아쉽네요."
"......"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아카네가 후미카의 양손을 꽉 잡는다.
"그렇다면 후미카 씨! 저와 특훈을 하죠!"
"...특훈, 이요?"
"네! 아이돌로서의 레슨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와 똑바로 눈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과도 제대로 눈을 응시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에요!"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은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라는 걸, 후미카도 책을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초반부터 히노 아카네 같이 열혈스러운 소녀를 대상으로 특훈을 하는 건 매우 힘들 것 같은──.
"저, 이래보여도 분위기를 못 읽고 막 들이대니까요! 저를 상대로도 눈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다면 큰 문제 없을 거에요!"
이 사람은 웃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후미카는 조금이지만 심통이 났다.
"저, 아카네 씨를 좋아해요."
"......엑?"
"분위기를 못 읽는다든가, 그런 것 관계 없이, 그런 아카네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아카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진다.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고 말을 잇지 못 하는 아카네에게, 후미카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있었다.
"당신의 뜨거움은, 마치 태양과 같아요.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확 끌어당기는 당신은, 정말로 매력적인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요."
"에, 저, 저기, 후미카 씨...?"
"특히, 저는 사교적인 성격이 못 되니까...아카네 씨처럼, 먼저 다가와주는 사람이 아니면, 보통 대화를 하는 경우도 적어요."
품고 있는 마음의 이름은 동경. 자신도 저렇게나 적극적이고 활발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학하는 말 같은 건, 자제해 주세요? 저 같은 사람은, 이렇게 앞머리로 눈을 가리지 않으면, 당신의 빛을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약하니까요. 그러니, 당신은 계속해서 환하게 빛나주세요. 폭력적일 정도로 강렬해서, 도리어 매혹되어버릴 만큼 강한 빛을...."
"......후미카 씨."
"...핫?! 제, 제가 방금 무슨 말을..."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후미카는 자신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엄청나게 부끄러운 말을 연달아 했다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저히 고개를 들어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후미카 씨가...저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알았습니다! 그러니, 특훈은 없던 걸로 하죠!"
"....아카네 씨?"
그래도, 마주잡은 손은 놓지 않고서, 아카네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제가 발하는 빛이라는 게 얼마나 밝은지 모르겠지만, 그 빛이 조금 약하면 후미카 씨도 앞머리로 시야를 가리지 않으시겠죠? 그러면, 후미카 씨가 저에게, 저는 후미카 씨에게 익숙해져 가면 되는 겁니다! 같이 나아가자구요! ──언젠가는 시야를 가리지 않고서도 똑바로 빛을 볼 수 있는 그 날까지!"
이 얼마나 치사한 사람인지. 자신의 고집을, 그 뿌리채로 뒤흔드는 소녀를 응시하며, 후미카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러면, 괜찮을까요? 후미카 씨."
"......네. 좋아요."
이런 말을 거부할 수 있을 리 없다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후미카도 작게나마 미소를 지어보인다.
*
346의 입사 조건은 시적이 어휘의 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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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레슨을 끝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갓길에 오른 란코.
그런 란코의 곁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니노미야 아스카가 함께하고 있다.
"오늘도 만족했나 보네, 란코."
"음. 새로운 술식을 익혔노라(또 새로운 안무를 배웠어요). 그것은, 나 혼자만의 칠흑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색조이니라(루키 트레이너 씨가 고생하셨어요). 누군가와 함께 나란히 덧칠하는, 푸른 세계......(함께 배운다는 건 정말로 즐겁네요)"
란코와 아스카의 유닛, 다크 일루미네이트의 신곡 발매 준비를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오늘 아스카는 잠시 다른 활동이 있어 자리를 비웠기에 빈 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졌지만──.
"푸른 세계라...푸른 소녀와 함께 했나?"
"예. 상냥하고 자비로운 푸른 소녀는 타천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답니다.(린 씨가 도와줘서 다행이에요)"
겉모습만 보면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라 오해를 사기 쉽지만 사실은 표현 방식이 서투를 뿐 참 상냥한 사람이라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녀도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하다 보니 옛날에 비해서 많이 부드러워졌다고나 할까.
"우리들이 함께 헤쳐나갈 그 푸른 세계는, 너의 눈에 어떻게 비추었지?"
"하나의 날개만으로는 유영할 수 없는 하늘. 그렇기에, 영혼의 단짝인 그대와 한 쌍의 날개가 되어 날아오를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언젠가, 아스카와 함께 다시 한 번 더 스테이지에 올라 노래하고 싶어요)"
쑥스러움을 느끼는지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 하는 란코. 아스카도 눈을 잠시 크게 떴다가 곧 부드럽게 입가를 휘어올린다.
"아아, 그렇군. 참 기대되는 미래야."
아스카의 시야에, 그 날의 풍경이 투영된다.
팬들의 그 함성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세계를 확립하겠다고 맹세한 날.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나', 라는 존재의 증명.
"이건 너와 나, 각자의 싸움이 아니야. 우리들의 아픔은, 절대로 지지 않아. 그리고 언젠가...밤하늘을 넘어, 나는 반드시 저 별처럼, 빛나겠어."
어둑어둑해진 하늘 너머에, 은은히 빛을 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흩뿌리는 별들.
그 사이의 달은 가끔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게 흐뜨려 놓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 뒤를 맡기겠어. 너의 뒤는 나에게 맡겨줘. 그리고...칠흑과 백은의 날개가 날게 될 때, 그것은 신화를 노래하는 날개가 된다!"
"응, 서로의 약함을 알고 강함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니까! 그래, 다크 일루미네이트만이 그릴 수 있는 빛을...이곳에!"
'둘 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란코의 쿠마모토 사투리야 익숙하지만서도, 아스카는 대체...?'
그 모습을 지나가면서 본 코우메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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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구? +2
──믿음직스러워. 오토쿠라 군에게는 뭐든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의외네. 유우키가 편식을 할 줄이야. 아, 13살이었지? 미안미안. 가끔 유우키가 중학생이라는 걸 잊는단 말이지.
어른스럽게 봐주는 것이 꼭 싫은 건 아니다.
믿고 맡겨주는 것도 좋은 기분이다. 이쪽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이니까.
그래도, 역시 나 또한 아직 어린애인데...귀여운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인데.
동경하는 귀여운 아이돌은...역시, 나에게 무리인 걸까...
"무언가, 걱정하는 게 있사온지~?"
"아, 요시노 씨."
평소에도 기모노를 입고 다니고, 시조에나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어체를 쓰는 소녀.
겉으로만 보면 자신보다 어려 보이지만 사실 3살이나 연상인 요리타 요시노 씨다.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하다면, 저는 힘을 빌려드릴 터이니~."
"...감사합니다, 요시노 씨."
어려보이는 외견과 달리 그 분위기는 일반적인 어른을 넘어서는 그것.
마치 기도하면 이루어주는 신님처럼 자연스러운 위엄 같은 것이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나이든 팬들을 만나면 경배받는다─라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고민에 요시노 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모습은 다른 돌과 같지만 마음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기에. 소매가 스치는 것도, 다생의 연인지라. 흔들리는 유채꽃 사이에, 돌멩이가 부르는 목소리가 차오르는지."
"...예?"
요시노 씨는 가끔 어려운 말을 쓴다. 그게 또 분위기와 어울리지만,
"하이힐을 어른의 상징으로서 동경하는 것은 유우키 나이대의 소녀에겐 당연한 것. 다만, 혼자라고 생각해 아래를 향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오니. 일단은 앞을 향하지 않으면 안 돼요."
"요시노...씨...?"
싱긋 미소 지으며 요시노 씨는 말한다.
"유우키는 아직 성장 중이기에. 언젠가 아름다운 숙녀가 될 것인지라...지금의 유우키에게는 어리광을 부릴 상대가 있으면 충분하오니."
"저, 저기...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러워요..."
"괜찮답니다. 유우키는 아직 어린 소녀이니까요오. 그래도 부끄럽다 하시면, 적적한 소녀에게 어울려주지 않으시련지?"
자연스럽게 어리광을 부려와도 된다고 행간으로 전하는 요시노.
그 배려를 깨닫고 유우키는 눈을 크게 떴다가 배시시 웃었다.
"...요시노 씨에게는, 어쩐지 신세만 지는 것 같네요. 다른 아이돌 분들도 그렇고...힘들진 않으신가요?"
"문제 없사오니.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받는 일은 익숙한 걸 넘어 천직이기에. 바란대로 이루어지리라. 신도들에게 숭배받는 신과, 팬들에게 숭배받는 아이돌은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누구나 자기만의 신을 품고 살아가는 세상.
특정한 종교가 있든 관계 없이 누구나 신의 모습을 모르기에, 기대고 싶은 우상을 모르기에,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대상에게 의지하려 든다.
그렇다면, 숭배받는 입장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해주는 것도 도리인지라,
"마음껏 기대주시길. 당신들의 믿음과 기대가 저희에게는 더 큰 힘이 되오니~."
"...네! 그럼 오늘 하루, 마음껏 어리광부릴게요!"
"후후후후, 평소에도 그런다면 귀여운 배역도 자주 들어올지도~."
자신의 무릎을 배게 삼아 머리를 뉘인 유우키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요시노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음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