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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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raiser, in the thunder and heat,
Hellraiser, rock you back in your seat...'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에 몸을 맡긴다.
머리를 앞뒤로 흔들고 있으면 로버의 엿같은 승차감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다.
포장도로는 꿈도 못 꾸는 이야기일 뿐더러, 비포장도로라도 하나 만드는 데는 캠프 안 사람들이 몇 달을 달려들어도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기분이 썩 좋은 건 또 아니다.
원체 표면이 자갈들이 많고 울퉁불퉁하다 보니, 탐사정으로 속도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의 경험들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느려터진 속도긴 하지만, 그래도 그 긴 거리를 걷지 않고 이동한다는 게 어딘가?
특히 짐을 싣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은 상당히 무거운 짐을 들어도 걸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긴 했지만.
아니, 오히려 두 시간 정도는 무거운 짐을 등에 메거나 하고 밖 산책을 나가는 것이 권장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근육이나 뼈에 문제가 생길 거라나 뭐라나.
밖 풍경도 더럽게 단조로워, 일주일 정도 연속으로 산책을 나가고 나면 한 달 동안은 절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어딜 봐도 전부 똑같은 풍경, 전부 똑같은 날씨.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불평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로버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런 씨..."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핸들을 두 손으로 쾅 하고 내리친다.
그나마 캠프 바로 앞까지 가서 망정이지.
아까 전에 저 언덕 위에서 멈췄으면 어쩔 뻔 했어...
대충 시동을 끄고, 로버에 앉아있던 몸뚱아리를 일으킨다.
우주복은 우주복이라는 건지, 그렇게 편하다 어쩌다 광고를 해 대더니만 더럽게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안에 내장형 가상 어시스턴트가 탑재되어있다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순간 헬멧을 벗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그 자리에서 캠프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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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P를 반길 아이돌 +3까지 자유앵커
765프로 안에서 선정합니다
우주복을 차곡차곡 개워 옷장에 쑤셔넣은 다음, 헬멧을 맨 위에 올려놓는다.
원래는 옷을 그리 잘 개지는 않았지만, 여기서는 각을 맞춰 개지 않으면 장롱 안에 전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문이 잘 닫히진 않네.
몇 분간 장롱과 씨름하며 장롱 문을 닫으려 온갖 힘을 쓴 끝에, 마침내 문을 제대로 닫을 수 있었다.
행여나 다시 열릴까 손으로 꾹 누르며 잠금장치에 얼굴을 가져다대자, 안면인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문이 잠긴다.
마지막으로 우주복에서 떼넨 단말기를 호주머니에 쑤셔넣으면, 실내로 들어갈 준비는 끝이다.
"...P씨..."
안 쪽 에어락을 열고, 마침내 캠프 안으로 발을 들이자 가장 먼저 날 반기는 사람은 모치즈키 안나다.
보라색 긴 생머리를 하고, 말랑말랑 폭신폭신해보이는 인상이 특징적인 안나.
한 때는 아이돌을 꿈꿔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캠프에서 온갖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크 관련 일들을 하고 있다.
우리 캠프에 그나마 갖춰진 전산 시스템의 상당수는 안나가 유지 보수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응, 안나. 왔어."
"...뭐, 했어?"
"항상 하던 거. 로버 타고 밖에 돌아다니면서, 태양광발전기랑 단말기 하나씩 설치하고 그랬지. 아, 맞다, 우리 로버 또 고장났어."
그러자, 책상에 앉아서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던 또 다른 두 여자들이 이 쪽을 돌아본다.
"또요?"
스테고사우루스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특징인 나나오 유리코와,
"그래도, 일주일만 있으면 보급도 오니까요~"
두꺼운 눈썹과 느긋한 성격의 보유자, 무한긍정 미야오 미야 되시겠다.
"응, 또. 고칠 수 있으면 고치는 게 좋긴 할 텐데, 아니면 보급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데, 이번 보급에 뭐 온다 그랬었나요......?"
유리코는 소위 HR이라 부르는 인적자원관리, 그러니까 인사고과 담당......이긴 한데.
애초에 이 캠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거나 누가 탈주한 일이 있어야 말이지.
꽤 긴 시간 동안 다들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도 캠프 대원들 사이에 갈등들이 금방금방 해결되어 큰 일은 없었던 건 꽤나 고무적인 성과긴 하다.
하지만, 유리코의 경우에는 이런 점들이 겹쳐지다 보니 사실상 하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
대부분의 경우 옆에서 나름대로 일하고 있는 대원들의 일손을 돕거나, 다른 대원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공부하고 물어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꿀빠는 보직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유일한 문과라는 점이 다른 캠프들과 조우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해서 꼭 필요하기도 하고, 사실 이렇게 할 일이 더럽게 없는 곳에서는 일거리가 없으면 심심해서 사람이 미쳐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들 중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물이랑 산소는 당연히 올 거고, 식물 종자같은 것들도 좀 오겠지? 이제 감자 말고 다른 것도 먹어봤으면 하는데..."
"그래도, 맨 처음에 먹었던 MRE보단 낫지 않나요~?"
"그건 그래..."
그 놈의 MRE는 진짜...
정말이지 '모두에게 거부받는 식사'라는 별칭이 딱 어울리는 맛이었지.
식물학 전공을 하고 있는 미야가 없다면 아마 우리 모두 2주도 채 안 되어 굶어죽었을 것이다.
물론 식물학을 전공해야 식물을 잘 키우는 건 절대 아니긴 하지만, 솔직히 나머지 사람들은 생명과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서 말이다.
나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키우기 쉽다던 은사철도 몇 번씩이나 죽이고 나서는 식물과는 연을 끊게 되었지.
더군다나, 이 곳의 환경은 지구하고는 또 다르니 전문가가 아니라면 대체 뭘 어떻게 다르게 조절해줘야 할지도 어려워할 거고.
"...다들 씻은 지 며칠 됐어?"
"...이틀..."
"하루?"
"저도 하루요~"
"물 배급량은 안 늘어난대?"
"지금 당장 늘려도 지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은 걸리니까요?"
"애초에, 양액재배를 쓰는 것도 물 아끼자고 하는 거니까요~"
답이 없구만.
저번 달 보급이 로켓에 문제가 생겨 이상한 곳으로 떨어진 것도 꽤나 치명적이겠지.
"...이번엔......놓치지, 않아..."
세 달치 더 쓸 양은 남아있긴 하지만, 보급이라는 게 정확히 여기로 배달되는 것도 아니라서 아차 하는 사이에 다른 캠프가 채가기라도 한다면 이제 여기도 슬슬 자원이 빠듯해질 거다.
"일주일 쓸 양은 아직 남아있는 거지?"
"...그건, 충분해..."
"모두가 매일 두 번씩 씻어도 충분할 양일 거에요!"
...그렇게 들으니 이번 달은 너무 허리를 조이고 산 건가 싶기도 하고.
"알겠어. 암튼, 보급 건은 내일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일단 다른 대원들도 좀 불러봐?"
"그러죠,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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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캠프의 나머지 대원(765) 한 명씩 지목
"...그래서, 저흴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
"아후..."
"탐사는 어땠SER?"
"미키, 졸지 말고."
시마바라 엘레나, 키사라기 치하야, 호시이 미키, 아마미 하루카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되어있는, 너무 외롭지도 않고 사람으로 미어터지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인원.
39번 캠프의 저녁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서, 저흴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
"아후..."
"탐사는 어땠SER?"
"미키, 졸지 말고."
시마바라 엘레나, 키사라기 치하야, 호시이 미키, 아마미 하루카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되어있는, 너무 외롭지도 않고 사람으로 미어터지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인원.
39번 캠프의 저녁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단, 나쁜 소식이 하나 있고 더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뭐부터 먼저 들을래?"
"...더 나쁜 거?"
하루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더 나쁜 소식은, 일단 반경 5km 안은 탐사를 끝냈는데, 그 안에는 다른 캠프가 없는 거 같아."
"에에에, 다른 사람들도 보고 싶은DE..."
"어떻게 보면 잘 된 걸수도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적어도 습격에 당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 거니까."
사실 이 캠프도 원래부터 8명은 아니었다.
내가 소속된 39번 캠프랑 옆의 38번 캠프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냥 공동체 하나처럼 생활하다가 아예 지구와 교신하고 나서 합쳐버린 결과물이 현재 나름 넉넉한 자원량의 39번 캠프다.
다른 캠프들과 접촉하기 위해서 간이 방송탑까지 세워 주변 메시지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캠프의 존재 자체는 확실하다.
문제는 정확히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냐는 것이지.
"습격..."
조용히 읆조리는 하루카.
방송탑에서 잡아낸 몇 개의 메시지를 본 결과, 생각보다 캠프 간 조우가 빈번하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소수는 다른 캠프의 보급을 무력으로 강탈하거나, 보급을 두고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신호를 송신하는 건 중지하기로 했었다.
다행히도 이 캠프는 두 캠프를 합친 정도의 규모라, 다른 캠프와 조우하게 되면 적어도 교전에서 압도당하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긴 하지만.
"그럼, 나쁜 소식은요?"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던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다시 진행시키는 치하야.
"아, 우리 로버 또 고장났어."
"아후......또 고쳐야 하는 거야? 그냥 새 걸로 바꾸면 안 되는 거야?"
"그건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걸."
"미키 귀찮은 거야..."
애초에 원래 무인 탐사 로버였던 걸 마개조해서 타고 다니고 있는 거라, 고장이 잦은 건 어쩔 수 없지.
"치하야 씨, 버기는 몇 대 있는 거야?"
"이제 한 세 대 정도 모였어. 모두 제대로 작동하는 걸로 알고 있고."
확신에 찬 채 이야기하는 치하야.
뭔가 불안하긴 한데.
"아무튼, 안나?"
"...응?"
"신호기는 오늘은 4개만 깔고 왔으니까, 그거 연동하는 데는 별로 안 걸리지?"
"...응..."
"그럼 오늘은 이쯤 하고, 저녁 먹고 쉬자!"
"저녁은 뭔데요?"
눈을 빛내는 유리코.
"감자랍니다~"
"또 감자에요?"
"일주일 뒤에 보급이나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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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앵커!
작가가 오늘 6시부터 자정까지 오픈북 시험입니다.
하루카, 치하야, 미키, 엘레나의 전공/보직, 그 외 39번 캠프의 특이사항, 인간관계 등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재밌어보이는 걸로 선별해 채택합니다.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마음껏 질문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중요) 한 사람당 각각 다른 항목에 대해 하나씩 다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카와 치하야의 보직을 동시에 지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하루카의 보직을 지정한 후 39번캠프의 특이사항, 대원 간 인간관계 관련 앵커도 하나씩 단 다음 질문까지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질문은 한 사람당 개수 제한 없습니다!
하루카 - 응용수학자
치하야와 미키와 탐사를 오랜시간동안 했으며 엘레나는 이번에 새로 합류한 팀원
응용수학자치곤 물리력이 세다던가 39번 캠프의 숨겨진 기능을 P보다 잘 알고 있다던가 그렇다
이걸 아는 사람은 치하야와 미키 말곤 없고, 이 둘 이외엔 그 능력을 안 들키려고 노력한다
@배경에 맞게 사알짝 수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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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다들 업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넌지시 질문을 던져보는 하루카.
원래 응용수학자를 하다가 왔다고 해서 처음엔 약간 일처리가 못미더울까 걱정하긴 했지만, 그건 기우였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 일도 잘 도와주고, 캠프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는 것 같아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
그에 반해 미키는...
...일단은 미생물학자라고 한다.
혹시나 전쟁의 신의 이 붉은 땅에서 기적적으로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온 거라고 하긴 하는데.
애초에 39번 캠프의 임무 자체가 화성의 '탐사'보다는 개척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미생물학자가 할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보이는데 말이지.
그래서 사실 혼자 따로 겉돌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실제로 평소 모습을 보면 잠이 많고, 오지랖도 그렇게 넓어보이지는 않아서 말이지.
그래도 일단 행복해하니까 그걸로 된 걸까.
"...미키는 자고 있는 거 같고. 일단, 지금은 날도 어두워지니 로버는 내일 수리하는 게 나을 거 같아."
기계공학자이자 39번 캠프의 수리공......중 한 명인 치하야.
하루카, 미키와 절친한 사이고, 실제로 미키가 38번 캠프에 자원해서 합격하게 된 이유도 하루카, 치하야와의 인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정도이다.
셋 중에는 가장 차갑고 사무적인 성격이지만, 그 나름대로 귀여운 면모도 보유하고 있고...
...그리고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기계공학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기계치인데다가, 특히 전자제품에는 질색하는 타입이라 사실상 컴퓨터같은 쪽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엘레나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아암......일단 NA는 오늘은 특별한 업무는 없으니GGA?"
엘레나는 사실 모래폭풍이 분 다음 날에 며칠 치 업무를 몰아서 하는 보직이지.
"난 뭐, 다들 알겠지만 일하는 거랑 노는 거랑 구분도 거의 안 되고..."
...이렇게 말해도 이론물리학자인 나보다는 다들 쓸모있을 거다.
"그, 그렇지 않아요! 일단 보급 낙하지점이나 그런 로켓 관련 계산도 다 P씨가 하고 있고..."
손사래를 치며 유리코가 날 변호한다.
"맞아요. P씨가 음악만 담은 10테라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전 아마 지금쯤 지루해 죽어버렸을 거라고요?"
키사라기 씨, 그건 절 변호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무튼.
"오늘도 아무 일도 없어..."
"심심해..."
심심해 죽으려고 하는 유리코와 엘레나.
그리고,
"신호기......연결, 했어..."
"그럼, 전 다시 재배실로 들어갈게요~"
열심히 일하느라 심심할 틈도 없는 안나와 미야.
"P씨는......뭐 할 거야?"
"잘 모르겠네. 또 문제나 풀면서 시간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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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 간의 평균적인 인간관계
1에 가까울수록 불신
100에 가까울수록 신뢰/친애
+4까지 가장 높은 값
"아후......미키는 자러 가는 거야..."
"그래놓고 나중에 새벽에 보면 또 일어나있을 거면서."
"아핫!"
...참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아, P씨?"
"응, 치하야?"
치하야가 구식 mp3에 연결된 이어폰 하나를 들어보인다.
"노래 같이 들으실래요?"
나쁠 건 없지?
저게 어떻게 아직까지도 작동하는 건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어떤가요?"
"화성 진행이 마음에 드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한 귀에 흘러들어오는 피아노의 몽환적인 선율을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가끔은 이렇게 캠프에 앉아 바깥 공기를 쐬며 편하게 별을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참 지구가 그리워진다.
...안나가 열심히 갤러그를 하고 있는 게 눈가에 들어온다.
"...안나도, 고전 게임에 손을 대네."
"인터넷은 저 먼 세상 이야기니까요."
그러고 보면, 치하야에게는 오히려 이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으려나?
지구에 있었을 때는 온 세상이 전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말이지.
그래도, 굳이 그 이야기를 치하야에게 꺼내지는 않는다.
어차피 이런 이야기를 해 봤자 우리가 지구에 바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평생 보급과 감자로만 연명하다가 생을 마감해야 할 수도 있겠지.
죽기 전에는 제발 회를 한 번이라도 먹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안 됐어.
지구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보내본 지 얼마나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가능하지만, 애초에 이 임무 자체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외로움에 빠져버리지 않고 그나마 이렇게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분명히 이 39번 캠프 사람들이 전부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웬만하면 서로 말을 튼 것은 물론이요, 몇 달 동안 볼 꼴 못 볼꼴 다 보면서 부대끼고 살아오며 웬만한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비밀들까지 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사실, 지금까지 나에게 말을 놓은 사람이 안나랑 미키밖에 없다는 점이 신기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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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P와 다른 대원들 간 인간관계 특이사항 자유앵커
웬만하면 대원들 간 평균 신뢰도/친애도 96에 걸맞는 거면 좋겠지만요
물론, 몇 달 동안 동거를 해 왔다는 건, 다시 이야기하면 서로 온갖 모습들을 봐왔기 때문에 더 이상 이성으로 인지하기는 좀 어렵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거기에, 누구라도 로맨스하고는 거리가 몇만광년 정도 떨어진 거 같은 이 붉은 행성에 떨어진다면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썸이나 연애는 39번 캠프하고는 영 연이 없는 이야기이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기에 매 주 보고해야 하는 임무까지 겹쳐지면, 연애는 저 먼 은하계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P씨..."
"...응, 안나?"
"...그냥......불러, 봤어..."
다만 안나는 그냥 그렇다고 단정짓기엔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다들 살아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면 서로 연락 정도는 하자고 약속해놓았으니,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꽤나 좋을 것이다.
어쨌든, 각자 자기들 분야의 알아주는 전문가기도 하니까 말이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미션은 귀환 일자가 정확히 정해지지도 않은 기약 없는 미션이라는 건데...
"아흐으으, 씨......집에 가고 싶다..."
"...P씨, 무슨 일이에요?"
옆에서 유리코가 걱정된다는 듯이 질문해온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머릿속이 복잡해서."
이해했다는 듯이 순순히 뒤로 물러나는 유리코.
이럴 때는 이론물리학자라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들 뭔가 생각하고 있다고만 말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내버려두니 말이다.
"그럼, 있다가 오늘도 이어서 가르쳐주시는 거죠?"
"아, 알겠어. 그럼 일단 씻고, 유리코는 레포트부터 작성해야지?"
"별 거 없는데..."
뭐, 특별히 싸움도 없고 다른 사람 볼 일도 없는 39번 캠프에서 HR 담당이니까 말이지.
"...안나도..."
"알겠어. 신호기는 다 연결했다고 했지?"
"응..."
딱히 생각나는 게 없을 때는 안나와 유리코에게 기초적인 천체물리학을 가르쳐주는 게 내 일과다.
이것도 일주일 전 유리코가 심심하다고 내게 와서 붙으면서 시작된 거였지.
그 날 유리코와 이야기하던 걸 듣고는, 안나도 끼어들면서 어쩌다 보니 즉석으로 스터디 그룹이 결성되었다.
안나에게 컴퓨터공학을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했던 건 좀 아쉬웠지만.
안나는 자기 자신이 남을 가르칠 실력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내가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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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와 꽤 예전에 지구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만나서 서로 교류하던 사이
2. 39번 캠프 훈련에서 안나의 실력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3. 화성에 도착한 후 정착하면서 안나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나는 39번 캠프에서 안나가 해 왔던 일들을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지켜봐온 사람이니까.
...사실 내 전공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식물학자 미야나 아예 인사고과 담당인 유리코보다는 안나가 하는 일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9번 캠프가 자리를 잡고 새 대원들을 맞이해 대대적인 공사를 할 때 안나가 불철주야 작업해온 결과물을 보면,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본인이 컴퓨터공학의 천재인 것과 천재를 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가르치는 건 엄연히 완전히 다른 재능이긴 하다.
하지만 안나가 누굴 못 가르칠 거 같지는 또 않고...
뭐, 본인이 싫다는데 계속 부탁하면 그건 그것대로 실례니까.
"그럼 오늘은 누구 먼저 씻을 거야?"
"됐어, 가위바위보로 정해."
하루카가 단칼에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안 내면 진다, 가위 바위 보!"
.
.
.
제대로 씻고 난 후의 기분은 정말 개운하다.
물은 언제까지나 한정된 자원이라, 이렇게 계산을 잘못해서 물이 남는 때나 이렇게 제대로 씻을 수 있지, 원래대로라면 군대도 아니고 샤워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해야 한다.
처음에는 다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지.
맨 첫 달에는 그게 안 돼서 마지막 1주일은 거의 씻지 않고 살다시피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내 침대에 앉아, 안나와 유리코가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제 오늘은 셋이서 이야기나 하다가 자겠지.
그래도, 다들 학자는 학자라는 건지, 자기 전에 이렇게 자기 분야에 대해 소개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번 달 보급 확보하고 나서 매 주 한 번씩 설명회나 발표같은 거라도 하자고 제안해볼까.
붉은 혹성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또 다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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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주사위
체크는 80, 90.
최댓값이 80을 넘어가면 내일 탐사를 하면서 뭔가를 발견
최댓값이 90을 넘어가면 내일 탐사를 하면서 다른 캠프를 발견
또 다른 하루가 밝아온다.
또 다시 화성에서 맞이하는 붉은 빛의 태양.
또 한 번의 탐사의 시작.
...그러고 보니 오늘은 뭘 해야 하지?
캠프에서 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처박혀있는 고장난 로버도 얼른 회수한 다음에 고쳐야 할 건데.
주변을 돌면서 돌이나 좀 가져와야 하나.
안타깝게도 지질학자가 없는 관계로 그 돌을 가지고 분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다른 대원들은 전부 자고 있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에어락으로 향한다.
우주복은 장롱에서 꺼내다 입으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거 언제 한 번 따로 세척을 하고 싶은데.
이론상으로는 우주복을 진동시켜 털어내지 못한 먼지들은 고압전류를 흘려서 공중에 띄운 다음 바람에 날아가게 한다는데, 그래도 뭔가 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보급품 항목에 향수를 추가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추가가 되어도 그 보급을 실제 받는 건 한 1년 정도 후니까 말이다.
그냥 오늘은 쉴까 하고 고민도 해 보지만, 그래도 매일 이렇게 주기적으로 걷는 게 건강에는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봤자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절반도 안 되어서, 지구에서 운동하는 게 훨 낫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머리에 헬멧을 쓴 다음, 옷과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확인한다.
숨을 길게 들이마신 다음, 밖으로 향하는 에어락을 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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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셋에서 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꺼진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무전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지직거림.
나온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다들 이제 일어난 건가?
"여기는 파파 제로-"
"...콜사인, 헷갈려......P씨?"
안나인가.
"응, 안나,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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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P를 부른 이유
1. 뭔가 문제가 생겼다
2. 심심해서
대체 무슨 일이지?
아직 점심 먹을 시간도 안 된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지금 아침은 그렇다 치고, 점심을 먹어본 지 얼마나 됐더라?
캠프 가는 김에 점심으로 감자나 하나 먹고 가야겠다.
...감자 말고 다른 건 없냐 물어보면...
아무튼, 안나가 이렇게 날 부른 걸 보니 무슨 일이 있긴 한 모양인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긴 한지 잘 모르겠다.
일단 안나한테 상황이나 들어볼까...
"안나?"
"...응?"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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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주사위
최고값이
1~50: ...보고 싶어...
51~80: 보급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전원 소집
81~90: 지구에서 새 지령이 왔다
91~99: 생존자 발견
100: 특전
아니.
그거 때문에 ‘도와달라고’ 부른 거야?
하긴, 자기 일 도와달라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을 거긴 한데.
하다 못해 뭐 좀 꺼내달라거나 그런 거라도 일이 있을 줄 알았지...
“...좀 걸릴 거 같은데.”
물론 그 말을 당사자한테 직접 하지는 못 했고.
“...빨리, 와 줘...”
“탐사는?”
“어차피 로버 수리해야 되니까, 보급 올 때까지는 그냥 쉬세요!”
옆에서 유리코가 큰 소리로 끼어든다.
...유리코, 너도 개인 무전기 있지 않아?
“아, 알겠어, 금방 갈게 그럼.”
“...응...”
그걸 마지막으로 끊기는 무전.
수칙은 이미 저 하늘로 던져버리고, 다들 그냥 전화하는 것처럼 사용하고 다니고 있다.
원체 캠프 밖으로 주기적으로 나가는 멤버가 나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변에 캠프가 없어서 외롭네 어쩌네 하는데, 생각해보니 나 혼자 찾아다니니까 못 찾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내일부터는 안나랑 유리코도 그냥 억지로 끌고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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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캠프에 돌아가 안나, 유리코랑 할 이야기/일 자유앵커
미안, 미야.
나중에 지구에 돌아가면 뭐라도 하나 해 줘야 할 거 같은데.
미키는 또 자고 있고...
하루카랑 치하야, 엘레나는 자기들끼리 뭐 하고 있겠지.
따뜻한 색감의 캠프 조명을 살짝 쳐다본다.
...캠프 천장도 흰색에 빨간색이네.
초록색, 파란색이 그리워진다.
세상의 색깔들이 그리워진다.
이 곳에 정착한 동안, 감자와 보급을 제외하면 식물과 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푸른 산,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 드넓은 바다가 그리워진다.
...사실 맑은 강 보기 어려운 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빨리 잡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낸다.
이런 생각들의 99%는 결국 '집에 가고 싶다'로 귀결된다.
집에, 아니 지구에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이 상황에서, 굳이 그런 생각을 해 봐야 정신건강에 좋을 건 없지.
"...그래도 소금은 있는 게 다행이네."
미야가 건네준 데운 감자를 소금에 찍어 한 입 베어문다.
"그러게요, 소금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질렸을 거 같은데."
유리코의 옆에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
음...
"이미 질린 거 아니었어?"
"맞긴 맞는데..."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래, 알고는 있다.
감자 키우기가 더럽게 쉬운 것도, 열량도 높은 것도, 질소가 필요없어서 이 곳에서도 온도만 어떻게 하면 질 키울 수 있는 것도, 병충해는 어차피 생명이 살지 않는 화성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안다고.
그래도, 몇 달동안 계속 소금에 데운 감자만 먹으면 당연히 질리지 않을까?
아무리 같이 보급으로 오는 전투식량이 맛없다고 해도?
"그럼, P씨는 MRE 드실래요~? 안 그래도 좀 남아있어서, 버리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하는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전투식량이 치트키다.
에휴...
"아, 안나, 유리코, 너희들 오늘 할 거 없다 그랬지?"
"...신호기......설치, 안 했으니까......오늘, 쉬어..."
"평소에는 안나 쨩 옆에서 컴퓨터 좀 배우고 했으니까요?"
"그러면, 있다가 같이 밖에 나가서 좀 걸을래? 기분 전환도 할 겸해서 말이야."
나는 질릴 대로 질렸지만, 이 둘은 대부분 캠프 안에 틀어박힌 채 하루를 보내니까.
"...!......갈래!..."
"네, 네! 데리고 가 주세요! 안나랑 들어가서 짐 챙기고 올게요!"
하고는, 안나를 끌고 옆 방으로 들어가는 유리코.
...뭘 챙긴다는 거지?
우주복은 에어락 사이에 있을 거고, 그거 말고는 딱히 챙길 게 없지 않나?
단장을 할 도구도 빗 말고는 없고, 그마저도 헬멧때문에 다 가려질텐데 말이야.
난 양치나 할까...
한편, 그 시각 안나와 유리코.
"안나 쨩?"
"...왜?"
"안나 쨩, 요즘에 항상 P씨 근처에 있으려 하지."
"...에?"
"오늘도 P씨 보고 싶다고 멋대로 불러오고, 저번에도 물리학 가르쳐달라고 무리해서 일 끝내려다가 버그 내고......안나 쨩에게 P씨는 어떤 사람이야? 특별한 감정이라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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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까지 안나의 대답 자유앵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보려 하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점점 붉게 익어가는 얼굴.
물론 안나 혼자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유리코가 건수를 하나 잡았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질문 공세를 날린다.
"둘이 무슨 사이야? 안나 쨩 혼자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그렇고 그런 사이?"
"아......아니.......으으으..."
이대로 에어락을 열고 밖에 나가 죽어버릴까, 생각도 해 보는 안나였지만, 이내 유리코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는지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다.
그걸로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 생각한 걸까?
아니면 그냥 질문은 있다가 다 모여서 보급에 대해 회의할 때 다시 날려버리자 하고 생각한 걸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유리코였다.
"그래, 그렇구나~"
"...으우우..."
.
.
.
{다시 P 시점}
먼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유리코.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 채 그 뒤를 따라나오는 안나.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유리코,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 가자 P씨..."
안나가 도통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뭐, 어차피 밖에 나가면 우주복을 입어야 할 테니 좀 나아지겠지?
일단 안나랑 유리코도 밖으로 나간다는 걸 다들 알긴 해야 할 거 같으니,
"그럼 치하야, 안나랑 유리코 데리고 좀 갔다올게."
"네, 다른 사람들에게도 얘기해 놓을게요."
치하야에게 먼저 이야기해놓자.
그럼 이 둘을 데리고 갈 곳이...
...딱히 볼 만한 곳이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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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가 P와 묘하게 거리를 두는 것 같다.
2. 안나가 P와 묘하게 가까운 것 같다.
일단 밖으로 나간 다음, 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든다.
안타깝게도 화성에는 인공위성을 띄우긴 커녕 우주선을 만들 광물을 찾는 게 먼저라, GPS 비스무리한 게 생기려면 정착해서 대규모 콜로니를 만들고도 수십년은 걸릴 거 같다.
그 전에 우주선을 발사할 연료가 동나거나 신에너지를 찾는 게 먼저일 거 같은데.
결국 길을 찾을 가장 믿을만한 수단은 지도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지구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종이 지도 보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야 했지...
아버지도 자기는 지도 볼 일 거의 없었다고 했는데.
아무튼, 그런 이유들 때문에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수가 전부 모여있는 이 화성 탐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옛날 사람들의 방법을 배워서 써먹어야 하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지구에서는 AI가 처리하거나 할 일들을 여기는 모래폭풍이나 버그의 위험성, 그리고 하드웨어를 넣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직접 프로그램을 짜거나 옛날 콘솔을 돌려야 한다던가.
다행히도 가장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정말 크게 변한 곳들은 안나가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을 부리듯이 전부 호환되게 코드를 짜버려서 해결해버렸고.
"안나 쨩?"
무전기 노이즈로 가득찬 정적을 깨는 목소리는 유리코의 것이다.
"...응?"
"안나 쨩, 지금 묘하게 P씨랑 가까운 거 알아?"
"..."
살짝 뒤를 돌아보자, 안나가 1m에서 조금 모자란 거리를 유지하면서 내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저렇게 걸으면 좀 힘들 거 같기도 한데.
"정말이지, 빨간색밖에 없네요..."
안나에게서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유리코는 금세 타깃을 나로 바꿔버린다.
"그렇지? 처음에는 약간 서부 영화 느낌도 나서 좋았는데."
"정말이네요......처음에는?"
"매일 주변에서 보는 색이 빨간색밖에 없으니, 금방 질리더라고, 나는."
"아..."
"그래도, 저녁 노을 때는 하늘이 파래지니까 말이야."
"파래져요?"
안나는 반응이 없네.
유리코는 저렇게 일일히 내 말에 반응해주는데 말이야.
저렇게 리액션 잘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설명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고마울 따름이지.
"대기가 지구에 비해 많이 옅고, 먼지의 입자 크기도 고와서 그렇다는 모양이야."
"에에~ 그게 뭐에요, 물리학자 씨니까 그런 건 확실히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왜 입자가 여기가 더 고운지는 나도 잘 모르지."
그건 나보단 지질학자같은 사람들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애초에 난 이론물리학자고 말이야...
"그럼 있다가 사진 찍어가도 될까요?"
"맘대로 해."
한 일주일 안에 바깥 풍경 보는 거에 질려버려도 난 모른다?
그나저나 안나는 뭐 하고 있니?
...아직도 그 거리를 유지하고 있구나.
"...어?"
오, 안나가 말을 했다.
"응?"
"P씨......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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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발견한 건 무엇이었을까?
그 말이 갖는 무게는 상당했다.
이 곳에 총알이 있다.
그리고, 나는 화성에서 총을 사격해본 적이 없다.
그 말은...
"...다른 누군가가 왔다갔다......는 뜻이겠죠?"
유리코가 내 생각을 집어내 마무리한다.
주변에 다른 생존자나 캠프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에게 적대적일 가능성이 있고, 우리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거기에, 나랑 안나, 유리코는 여기까지 쭉 걸어왔으니, 이 곳은 우리 캠프와 그리 멀지는 않다는 이야기기도 한데...
"...진지하게 모두 모아놓고 얘기를 해 봐야 할 거 같은데..."
아무리 우리 캠프가 두 캠프를 합친 정도의 규모라 하더라도, 이 임무를 하면서 쓸데없는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 말이다.
행여나 누군가가 총을 들고 우리 캠프를 찾아 약탈하려 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느 쪽이 승리하던 간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하겠지.
"...가져가야......되겠, 지?"
"아마도..."
그렇게 읆조리고는, 조심스럽게 총알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일이 이렇게 되면, 보급 가지러 나갈 때도 상당히 위험해진다.
경비 체계를 만들기 전까지는 불침번이라도 서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해도, 야간에 대놓고 네 명이서 밀고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삽시간에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P씨......괜찮아?"
"으, 응, 안나. 난 괜찮아."
아무래도 오늘 모임은 좀 길어질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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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총알을 본 다른 대원들의 반응 자유앵커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 치하야.
결국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나.
오른손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손을 편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손에서 굴러떨어지는 조그만 금속 덩어리.
똑 하고 총알이 상에 떨어지더니, 이내 또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간다.
책상 모서리를 지나 떨어진 총알이 도착한 곳은-
"아후."
미키의 손이었다.
"...칼라슈니코프..."
"응, 미키?"
"아, 아무것도 아닌 거야!"
뭐지.
"일단, 총알이 어디에서 온 건지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야가 의견을 제시한다.
정론이긴 하다.
단,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 이런 걸 분석하는데는 문외한이라는 점이겠지.
"그래DO, 일단 총알이 있다는 GE 절대 좋은 IYAGI는 아니JI?"
그렇지, 엘레나.
사실 어찌됐건 총알이 발사되었다는 건 웬만하면 실제 교전이 있었다는 뜻일 거니까.
그래.
애초에 두 캠프를 합칠 때 어떻게 건물들 - 지구에서는 '모듈'이라 부르는 것들 - 을 배치할 지에는 안나가 그런 것까지 고려해놓았었지.
그래서 총을 들고 정면으로 교전을 시도해온다면 여길 함락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기습은 많이 위험하죠. 레이더 같은 거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요?"
레이더...
있다가 안나, 엘레나랑 이야기를 해 보던가 해야겠다.
가장 큰 문제는, 작정하고 벽을 폭발물로 뚫어버린다던가 하는 경우지.
화성의 대기와 이 캠프 안에 조성된 인공 대기간에는 기압차가 크기 때문에, 행여나 구멍이 뚫려버린다던가 하면 삽시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공기만 그렇게 되면 다행이지, 건물이 무너져버리거나 하면...
일단 그 전에, 우리는 전력이 어떻게 되지?
침입자들이 왔을 때, 얼마나 쉽게 막아낼 수 있을지도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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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주사위.
39번 캠프의 무장상태는 이 주사위들의 최댓값입니다.
...나머지는 다 호신용 리볼버 정도인가.
왜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전부 개인 총기를 소지하고 화성에 가게 되었냐 하면, 사정이 조금 복잡하긴 한데...
...일단 중국과 연관이 좀 있다는 정도까지만 얘기해두도록 하자.
보급이랑 안전성 문제 등 때문에 당연히 자동화기는 금지고, 대부분은 사냥용 라이플도 아니고 리볼버 정도만 보급받는 편을 선택했다고 듣긴 했다.
다행인 건 탄약 사용량도 매우 적기 때문에, 전체 보급의 양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겠지.
...개인적으로는 사용량이 0이 아니라는 점이 충격이었지만.
“두 정?”
“두 정 다 윈체스터에요. 1894년형.”
...장롱의 가장 깊은 곳에 쑤셔넣은 스미스 앤 웨슨 1917년형이 떠오른다.
이걸 실제로 쏘게 될 가능성이 생길 거라고는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야.
물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제일이겠지만, 만약에 다른 생존자와 조우하게 된다면 제발 자동화기만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좋겠다.
...개틀링 기관총이나 RPG-7같은 게 나오면 울어버릴 거야.
정말로 그런 무기가 나타난다면 내가 눈물을 흘리기 전에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릴 거 같지만.
에휴...
...이러려고 화성 탐사에 자원했나...
고개를 들어 자리에 모인 대원들을 한 번 쭉 둘러본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착잡한 표정으로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무거운 공기를 깨기 위해, 억지로 화제를 돌릴까 생각해봤지만, 차라리 빨리 결론을 지어버리는 게 나을 거 같다.
“...일단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알겠어. 그럼 이동수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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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주사위를 굴려 최댓값
01~12: 걸어가야 한다. 보급품도 각자 들고 가야지...
13~25: 걸어야 한다. 짐은 로버에 실으면 된다.
26~50: 버기가 한두대 정도 있다.
51~75: 2인 1버기
76~100: ...시체매!?
"그게, 버기가 생각보다 화성에서 자주 고장이 나서, 3달마다 하나 정도 배급이 되거든요..."
하루카가 살짝 주저하는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원래는 38번 캠프 네 명만 3개월마다 차 새로 뽑으면서 꿀빨고 날 포함해 39번 캠프 넷은 이 허구한 날 고장나는 로버 하나 가지고 지지고 볶고 했어야 했단 말이지?
...살짝 열받네.
뭐, 지금은 우리 전부 39번 캠프의 한 가족이니 의미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최대 4대가 동원 가능하면, 두 사람당 하나씩 탈 수 있겠네요?"
치하야가 확인해온다.
"그렇죠?"
"그런데, 그러면 캠프가 비어버리지 않나요?"
좋은 지적이다.
만약에 우리가 보급을 회수하러 전부 출정한 사이, 누군가가 빈 캠프를 털어가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다.
사실 어떻게 하든, 캠프 두 개 이상의 인원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우리를 노린다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면, 최적의 전략은 기동성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보급을 수거하고 다시 기지로 도망치는 건가...
"그러면, 이제 보급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야겠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군사 전문가같은 것도 아닌데 왜 전부 날 바라보는 거야?
"애초에 저희 캠프는 두 캠프를 합친 거니까, 절반씩 쪼개서 가도 다른 캠프 하나 정도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 생각해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하루카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그러면, 차라리 보급을 가지러 5명, 6명 정도를 보내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게 낫지 않나요? 만약에 적이 본진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애초에 저희 여덞 명이 다 힘을 합쳐 막으려 해도 어려울 정도의 전력일 거고, 그렇지 않다면 별동대 정도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도, 기동력은 저희 쪽이 밀리지는 않을 거니, 웬만하면 4명으로 충분할 거 같은데요?"
"저 쪽의 화력이 우세하면?"
"보급에 먼저 도착하면 가지고 도망가면 되는 거에요!"
"상대방이 먼저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둘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의견을 내세우고 있을 때.
"그런데, 애초에 저 쪽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건 저희 위치를 다 알고 있다는 거 아닌가요?"
"...그런가?"
"그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도 대응할 수 없을 거 같으니 그 시나리오는 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치하야가 둘 사이의 분쟁을 정리해버린 것 같다.
"그럼..."
"아무래DO, 4명씩 쪼개서 가는 게 낫겠NE?"
"그런가?"
급격히 여론이 한 쪽으로 쏠려버린다.
심지어는 반론을 제기한 하루카도 어느 정도 설득이 되어 버린 거 같은데.
뭐,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일 거 같고.
"그럼 4명은 보급을 가지러 가고 4명은 본진을 수비하는 걸로?"
"...그게......좋겠, 어요..."
그럼 이 문제는 4명씩 인원을 나누는 걸로 결정된 건가.
"마지막으로, 인원만 선별해보자. 누가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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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까지 보급을 가지러 나갈 사람 두 명씩 지목
일단 반경 5km정도는 전부 커버해놓았으니, 단말기에다 동기화만 시켜놓으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겠지.
"...안나......단말기로, 볼 수......있어요..."
그렇겠지.
일단 나머지 인원들은 굳이 내가 동기화를 안 해 놓았으니까.
"그러면 나랑 안나 둘 중에 한 명은 가는 게-"
"...P씨가, 가면......같이, 갈 게요..."
"그럼 그렇게 둘은 확정이네."
안나,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 그래...
"그럼 나머지 둘은-"
"저랑 치하야쨩이 갈 게요!"
"하, 하루카쨩?"
"에에~ 치하야쨩은 나랑 같이 나가는 게 싫은 거야?"
"그, 그건 아니고!"
하하, 개판이군.
그럼 사실상 이미 출정 멤버가 결정난 거 같은 느낌인데.
그나저나 남는 멤버들은 유리코, 엘레나, 미야, 미키라고?
뭔가 못 미더운데...
"...이렇게 해도 되겠어?"
"혹시 못 믿으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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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전투 시스템에 대한 설문
복잡도를 어떻게 할까요?
1. 하(단순 결과만 결정)
2. 중(상태이상 추가, 지형지물/엄폐물에 따른 보정값 존재)
3. 상(시야, 정찰 시스템 추가)
9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P
2. (765)아이돌
먼저 2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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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raiser, in the thunder and heat,
Hellraiser, rock you back in your seat...'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일렉기타 소리에 몸을 맡긴다.
머리를 앞뒤로 흔들고 있으면 로버의 엿같은 승차감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다.
포장도로는 꿈도 못 꾸는 이야기일 뿐더러, 비포장도로라도 하나 만드는 데는 캠프 안 사람들이 몇 달을 달려들어도 어려울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기분이 썩 좋은 건 또 아니다.
원체 표면이 자갈들이 많고 울퉁불퉁하다 보니, 탐사정으로 속도를 내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의 경험들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느려터진 속도긴 하지만, 그래도 그 긴 거리를 걷지 않고 이동한다는 게 어딘가?
특히 짐을 싣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실은 상당히 무거운 짐을 들어도 걸어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긴 했지만.
아니, 오히려 두 시간 정도는 무거운 짐을 등에 메거나 하고 밖 산책을 나가는 것이 권장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근육이나 뼈에 문제가 생길 거라나 뭐라나.
밖 풍경도 더럽게 단조로워, 일주일 정도 연속으로 산책을 나가고 나면 한 달 동안은 절대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
어딜 봐도 전부 똑같은 풍경, 전부 똑같은 날씨.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불평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로버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이런 씨..."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핸들을 두 손으로 쾅 하고 내리친다.
그나마 캠프 바로 앞까지 가서 망정이지.
아까 전에 저 언덕 위에서 멈췄으면 어쩔 뻔 했어...
대충 시동을 끄고, 로버에 앉아있던 몸뚱아리를 일으킨다.
우주복은 우주복이라는 건지, 그렇게 편하다 어쩌다 광고를 해 대더니만 더럽게 거추장스럽기만 하다.
안에 내장형 가상 어시스턴트가 탑재되어있다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순간 헬멧을 벗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그 자리에서 캠프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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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P를 반길 아이돌 +3까지 자유앵커
765프로 안에서 선정합니다
원래는 옷을 그리 잘 개지는 않았지만, 여기서는 각을 맞춰 개지 않으면 장롱 안에 전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문이 잘 닫히진 않네.
몇 분간 장롱과 씨름하며 장롱 문을 닫으려 온갖 힘을 쓴 끝에, 마침내 문을 제대로 닫을 수 있었다.
행여나 다시 열릴까 손으로 꾹 누르며 잠금장치에 얼굴을 가져다대자, 안면인식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문이 잠긴다.
마지막으로 우주복에서 떼넨 단말기를 호주머니에 쑤셔넣으면, 실내로 들어갈 준비는 끝이다.
"...P씨..."
안 쪽 에어락을 열고, 마침내 캠프 안으로 발을 들이자 가장 먼저 날 반기는 사람은 모치즈키 안나다.
보라색 긴 생머리를 하고, 말랑말랑 폭신폭신해보이는 인상이 특징적인 안나.
한 때는 아이돌을 꿈꿔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캠프에서 온갖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크 관련 일들을 하고 있다.
우리 캠프에 그나마 갖춰진 전산 시스템의 상당수는 안나가 유지 보수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응, 안나. 왔어."
"...뭐, 했어?"
"항상 하던 거. 로버 타고 밖에 돌아다니면서, 태양광발전기랑 단말기 하나씩 설치하고 그랬지. 아, 맞다, 우리 로버 또 고장났어."
그러자, 책상에 앉아서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던 또 다른 두 여자들이 이 쪽을 돌아본다.
"또요?"
스테고사우루스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특징인 나나오 유리코와,
"그래도, 일주일만 있으면 보급도 오니까요~"
두꺼운 눈썹과 느긋한 성격의 보유자, 무한긍정 미야오 미야 되시겠다.
"응, 또. 고칠 수 있으면 고치는 게 좋긴 할 텐데, 아니면 보급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런데, 이번 보급에 뭐 온다 그랬었나요......?"
유리코는 소위 HR이라 부르는 인적자원관리, 그러니까 인사고과 담당......이긴 한데.
애초에 이 캠프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거나 누가 탈주한 일이 있어야 말이지.
꽤 긴 시간 동안 다들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도 캠프 대원들 사이에 갈등들이 금방금방 해결되어 큰 일은 없었던 건 꽤나 고무적인 성과긴 하다.
하지만, 유리코의 경우에는 이런 점들이 겹쳐지다 보니 사실상 하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
대부분의 경우 옆에서 나름대로 일하고 있는 대원들의 일손을 돕거나, 다른 대원들이 하는 일들에 대해 공부하고 물어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꿀빠는 보직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 유일한 문과라는 점이 다른 캠프들과 조우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해서 꼭 필요하기도 하고, 사실 이렇게 할 일이 더럽게 없는 곳에서는 일거리가 없으면 심심해서 사람이 미쳐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들 중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물이랑 산소는 당연히 올 거고, 식물 종자같은 것들도 좀 오겠지? 이제 감자 말고 다른 것도 먹어봤으면 하는데..."
"그래도, 맨 처음에 먹었던 MRE보단 낫지 않나요~?"
"그건 그래..."
그 놈의 MRE는 진짜...
정말이지 '모두에게 거부받는 식사'라는 별칭이 딱 어울리는 맛이었지.
식물학 전공을 하고 있는 미야가 없다면 아마 우리 모두 2주도 채 안 되어 굶어죽었을 것이다.
물론 식물학을 전공해야 식물을 잘 키우는 건 절대 아니긴 하지만, 솔직히 나머지 사람들은 생명과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서 말이다.
나같은 경우에도 그렇게 키우기 쉽다던 은사철도 몇 번씩이나 죽이고 나서는 식물과는 연을 끊게 되었지.
더군다나, 이 곳의 환경은 지구하고는 또 다르니 전문가가 아니라면 대체 뭘 어떻게 다르게 조절해줘야 할지도 어려워할 거고.
"...다들 씻은 지 며칠 됐어?"
"...이틀..."
"하루?"
"저도 하루요~"
"물 배급량은 안 늘어난대?"
"지금 당장 늘려도 지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은 걸리니까요?"
"애초에, 양액재배를 쓰는 것도 물 아끼자고 하는 거니까요~"
답이 없구만.
저번 달 보급이 로켓에 문제가 생겨 이상한 곳으로 떨어진 것도 꽤나 치명적이겠지.
"...이번엔......놓치지, 않아..."
세 달치 더 쓸 양은 남아있긴 하지만, 보급이라는 게 정확히 여기로 배달되는 것도 아니라서 아차 하는 사이에 다른 캠프가 채가기라도 한다면 이제 여기도 슬슬 자원이 빠듯해질 거다.
"일주일 쓸 양은 아직 남아있는 거지?"
"...그건, 충분해..."
"모두가 매일 두 번씩 씻어도 충분할 양일 거에요!"
...그렇게 들으니 이번 달은 너무 허리를 조이고 산 건가 싶기도 하고.
"알겠어. 암튼, 보급 건은 내일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일단 다른 대원들도 좀 불러봐?"
"그러죠,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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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캠프의 나머지 대원(765) 한 명씩 지목
"아후..."
"탐사는 어땠SER?"
"미키, 졸지 말고."
시마바라 엘레나, 키사라기 치하야, 호시이 미키, 아마미 하루카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되어있는, 너무 외롭지도 않고 사람으로 미어터지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인원.
39번 캠프의 저녁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래서, 저흴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
"아후..."
"탐사는 어땠SER?"
"미키, 졸지 말고."
시마바라 엘레나, 키사라기 치하야, 호시이 미키, 아마미 하루카까지.
총 8명으로 구성되어있는, 너무 외롭지도 않고 사람으로 미어터지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인원.
39번 캠프의 저녁은 이렇게 시작된다.
"일단, 나쁜 소식이 하나 있고 더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뭐부터 먼저 들을래?"
"...더 나쁜 거?"
하루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더 나쁜 소식은, 일단 반경 5km 안은 탐사를 끝냈는데, 그 안에는 다른 캠프가 없는 거 같아."
"에에에, 다른 사람들도 보고 싶은DE..."
"어떻게 보면 잘 된 걸수도 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적어도 습격에 당할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 거니까."
사실 이 캠프도 원래부터 8명은 아니었다.
내가 소속된 39번 캠프랑 옆의 38번 캠프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냥 공동체 하나처럼 생활하다가 아예 지구와 교신하고 나서 합쳐버린 결과물이 현재 나름 넉넉한 자원량의 39번 캠프다.
다른 캠프들과 접촉하기 위해서 간이 방송탑까지 세워 주변 메시지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캠프의 존재 자체는 확실하다.
문제는 정확히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냐는 것이지.
"습격..."
조용히 읆조리는 하루카.
방송탑에서 잡아낸 몇 개의 메시지를 본 결과, 생각보다 캠프 간 조우가 빈번하다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소수는 다른 캠프의 보급을 무력으로 강탈하거나, 보급을 두고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신호를 송신하는 건 중지하기로 했었다.
다행히도 이 캠프는 두 캠프를 합친 정도의 규모라, 다른 캠프와 조우하게 되면 적어도 교전에서 압도당하는 일은 매우 드물 것이긴 하지만.
"그럼, 나쁜 소식은요?"
무거운 분위기를 깨기 위해 던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대화를 다시 진행시키는 치하야.
"아, 우리 로버 또 고장났어."
"아후......또 고쳐야 하는 거야? 그냥 새 걸로 바꾸면 안 되는 거야?"
"그건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걸."
"미키 귀찮은 거야..."
애초에 원래 무인 탐사 로버였던 걸 마개조해서 타고 다니고 있는 거라, 고장이 잦은 건 어쩔 수 없지.
"치하야 씨, 버기는 몇 대 있는 거야?"
"이제 한 세 대 정도 모였어. 모두 제대로 작동하는 걸로 알고 있고."
확신에 찬 채 이야기하는 치하야.
뭔가 불안하긴 한데.
"아무튼, 안나?"
"...응?"
"신호기는 오늘은 4개만 깔고 왔으니까, 그거 연동하는 데는 별로 안 걸리지?"
"...응..."
"그럼 오늘은 이쯤 하고, 저녁 먹고 쉬자!"
"저녁은 뭔데요?"
눈을 빛내는 유리코.
"감자랍니다~"
"또 감자에요?"
"일주일 뒤에 보급이나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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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앵커!
작가가 오늘 6시부터 자정까지 오픈북 시험입니다.
하루카, 치하야, 미키, 엘레나의 전공/보직, 그 외 39번 캠프의 특이사항, 인간관계 등을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재밌어보이는 걸로 선별해 채택합니다.
그리고, 세계관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마음껏 질문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중요) 한 사람당 각각 다른 항목에 대해 하나씩 다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카와 치하야의 보직을 동시에 지정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하루카의 보직을 지정한 후 39번캠프의 특이사항, 대원 간 인간관계 관련 앵커도 하나씩 단 다음 질문까지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질문은 한 사람당 개수 제한 없습니다!
치하야와 미키와 탐사를 오랜시간동안 했으며 엘레나는 이번에 새로 합류한 팀원
응용수학자치곤 물리력이 세다던가 39번 캠프의 숨겨진 기능을 P보다 잘 알고 있다던가 그렇다
이걸 아는 사람은 치하야와 미키 말곤 없고, 이 둘 이외엔 그 능력을 안 들키려고 노력한다
외계 항성계에 거주하는 동식물의 발견, 시료 수집, 생태 연구를 담당한다.
게으른 성격이라 타 대원의 임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흥미를 끄는 분야(ex: 새로 발경한 외계 생물종)이 있으면 그거에만 집중한 채 불을 켜고 연구하는 스타일. 언젠가 인류와 비슷한 지능의 고등 외계종과 조우하길 원하고 있다.
하루카, 치하야와는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내온 친구 사이. 이번 탐사도 하루카와 치하야가 참여한다고 하니 자원해서 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원래 보직은 정치장교. 탐사대의 사상 고양 및 정훈, 그리고 혹시나 있을 탐사대의 반란 상황 시 조기 진압을 위해 각 캠프마다 정치장교가 위장 신분으로 투입되었는데 각 캠프마다 투입된 정치장교의 정체는 정치장교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본 성격은 정치장교답게 인류중심주의로 무장한 냉혈한. 하루키와 치하야는 친구로서 아끼지만 부득이하다면 그 둘도 냉정하게 버릴 수 있다.
하루치하미키엘레가 38번 캠프 출신...
왠지 모르게 39번 캠프에서는 기계수리가 자주 필요하다.
서로 잘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모두 무기를 항상 들고 다닌다. 옷 아래 칼, 망치, 총 등등. 보이지 않지만 모두 몸 어딘가에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잘때도 가지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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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다들 업무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넌지시 질문을 던져보는 하루카.
원래 응용수학자를 하다가 왔다고 해서 처음엔 약간 일처리가 못미더울까 걱정하긴 했지만, 그건 기우였었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 일도 잘 도와주고, 캠프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는 것 같아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
그에 반해 미키는...
...일단은 미생물학자라고 한다.
혹시나 전쟁의 신의 이 붉은 땅에서 기적적으로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온 거라고 하긴 하는데.
애초에 39번 캠프의 임무 자체가 화성의 '탐사'보다는 개척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미생물학자가 할 일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보이는데 말이지.
그래서 사실 혼자 따로 겉돌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
실제로 평소 모습을 보면 잠이 많고, 오지랖도 그렇게 넓어보이지는 않아서 말이지.
그래도 일단 행복해하니까 그걸로 된 걸까.
"...미키는 자고 있는 거 같고. 일단, 지금은 날도 어두워지니 로버는 내일 수리하는 게 나을 거 같아."
기계공학자이자 39번 캠프의 수리공......중 한 명인 치하야.
하루카, 미키와 절친한 사이고, 실제로 미키가 38번 캠프에 자원해서 합격하게 된 이유도 하루카, 치하야와의 인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정도이다.
셋 중에는 가장 차갑고 사무적인 성격이지만, 그 나름대로 귀여운 면모도 보유하고 있고...
...그리고 노래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한다.
기계공학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기계치인데다가, 특히 전자제품에는 질색하는 타입이라 사실상 컴퓨터같은 쪽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엘레나가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아암......일단 NA는 오늘은 특별한 업무는 없으니GGA?"
엘레나는 사실 모래폭풍이 분 다음 날에 며칠 치 업무를 몰아서 하는 보직이지.
"난 뭐, 다들 알겠지만 일하는 거랑 노는 거랑 구분도 거의 안 되고..."
...이렇게 말해도 이론물리학자인 나보다는 다들 쓸모있을 거다.
"그, 그렇지 않아요! 일단 보급 낙하지점이나 그런 로켓 관련 계산도 다 P씨가 하고 있고..."
손사래를 치며 유리코가 날 변호한다.
"맞아요. P씨가 음악만 담은 10테라 하드디스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전 아마 지금쯤 지루해 죽어버렸을 거라고요?"
키사라기 씨, 그건 절 변호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무튼.
"오늘도 아무 일도 없어..."
"심심해..."
심심해 죽으려고 하는 유리코와 엘레나.
그리고,
"신호기......연결, 했어..."
"그럼, 전 다시 재배실로 들어갈게요~"
열심히 일하느라 심심할 틈도 없는 안나와 미야.
"P씨는......뭐 할 거야?"
"잘 모르겠네. 또 문제나 풀면서 시간 보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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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 간의 평균적인 인간관계
1에 가까울수록 불신
100에 가까울수록 신뢰/친애
+4까지 가장 높은 값
"그래놓고 나중에 새벽에 보면 또 일어나있을 거면서."
"아핫!"
...참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아, P씨?"
"응, 치하야?"
치하야가 구식 mp3에 연결된 이어폰 하나를 들어보인다.
"노래 같이 들으실래요?"
나쁠 건 없지?
저게 어떻게 아직까지도 작동하는 건지는 의문이긴 하지만.
"...어떤가요?"
"화성 진행이 마음에 드네..."
침대에 나란히 앉아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한 귀에 흘러들어오는 피아노의 몽환적인 선율을 느끼며 천장을 올려다본다.
가끔은 이렇게 캠프에 앉아 바깥 공기를 쐬며 편하게 별을 보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참 지구가 그리워진다.
...안나가 열심히 갤러그를 하고 있는 게 눈가에 들어온다.
"...안나도, 고전 게임에 손을 대네."
"인터넷은 저 먼 세상 이야기니까요."
그러고 보면, 치하야에게는 오히려 이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으려나?
지구에 있었을 때는 온 세상이 전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었으니 말이지.
그래도, 굳이 그 이야기를 치하야에게 꺼내지는 않는다.
어차피 이런 이야기를 해 봤자 우리가 지구에 바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평생 보급과 감자로만 연명하다가 생을 마감해야 할 수도 있겠지.
죽기 전에는 제발 회를 한 번이라도 먹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안 됐어.
지구에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연락을 보내본 지 얼마나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가능하지만, 애초에 이 임무 자체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외로움에 빠져버리지 않고 그나마 이렇게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분명히 이 39번 캠프 사람들이 전부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웬만하면 서로 말을 튼 것은 물론이요, 몇 달 동안 볼 꼴 못 볼꼴 다 보면서 부대끼고 살아오며 웬만한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비밀들까지 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친해졌다.
사실, 지금까지 나에게 말을 놓은 사람이 안나랑 미키밖에 없다는 점이 신기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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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P와 다른 대원들 간 인간관계 특이사항 자유앵커
웬만하면 대원들 간 평균 신뢰도/친애도 96에 걸맞는 거면 좋겠지만요
다만 살아서 지구로 돌아가면 서로 연락하기로 약속한 상황
거기에, 누구라도 로맨스하고는 거리가 몇만광년 정도 떨어진 거 같은 이 붉은 행성에 떨어진다면 생존을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썸이나 연애는 39번 캠프하고는 영 연이 없는 이야기이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거기에 매 주 보고해야 하는 임무까지 겹쳐지면, 연애는 저 먼 은하계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P씨..."
"...응, 안나?"
"...그냥......불러, 봤어..."
다만 안나는 그냥 그렇다고 단정짓기엔 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다들 살아서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면 서로 연락 정도는 하자고 약속해놓았으니,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꽤나 좋을 것이다.
어쨌든, 각자 자기들 분야의 알아주는 전문가기도 하니까 말이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이 미션은 귀환 일자가 정확히 정해지지도 않은 기약 없는 미션이라는 건데...
"아흐으으, 씨......집에 가고 싶다..."
"...P씨, 무슨 일이에요?"
옆에서 유리코가 걱정된다는 듯이 질문해온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머릿속이 복잡해서."
이해했다는 듯이 순순히 뒤로 물러나는 유리코.
이럴 때는 이론물리학자라는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다들 뭔가 생각하고 있다고만 말하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내버려두니 말이다.
"그럼, 있다가 오늘도 이어서 가르쳐주시는 거죠?"
"아, 알겠어. 그럼 일단 씻고, 유리코는 레포트부터 작성해야지?"
"별 거 없는데..."
뭐, 특별히 싸움도 없고 다른 사람 볼 일도 없는 39번 캠프에서 HR 담당이니까 말이지.
"...안나도..."
"알겠어. 신호기는 다 연결했다고 했지?"
"응..."
딱히 생각나는 게 없을 때는 안나와 유리코에게 기초적인 천체물리학을 가르쳐주는 게 내 일과다.
이것도 일주일 전 유리코가 심심하다고 내게 와서 붙으면서 시작된 거였지.
그 날 유리코와 이야기하던 걸 듣고는, 안나도 끼어들면서 어쩌다 보니 즉석으로 스터디 그룹이 결성되었다.
안나에게 컴퓨터공학을 좀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했던 건 좀 아쉬웠지만.
안나는 자기 자신이 남을 가르칠 실력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내가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그도 그럴 것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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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와 꽤 예전에 지구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만나서 서로 교류하던 사이
2. 39번 캠프 훈련에서 안나의 실력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3. 화성에 도착한 후 정착하면서 안나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먼저 2표
...사실 내 전공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식물학자 미야나 아예 인사고과 담당인 유리코보다는 안나가 하는 일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39번 캠프가 자리를 잡고 새 대원들을 맞이해 대대적인 공사를 할 때 안나가 불철주야 작업해온 결과물을 보면, 누구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물론, 본인이 컴퓨터공학의 천재인 것과 천재를 양성할 수 있을 정도로 잘 가르치는 건 엄연히 완전히 다른 재능이긴 하다.
하지만 안나가 누굴 못 가르칠 거 같지는 또 않고...
뭐, 본인이 싫다는데 계속 부탁하면 그건 그것대로 실례니까.
"그럼 오늘은 누구 먼저 씻을 거야?"
"됐어, 가위바위보로 정해."
하루카가 단칼에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안 내면 진다, 가위 바위 보!"
.
.
.
제대로 씻고 난 후의 기분은 정말 개운하다.
물은 언제까지나 한정된 자원이라, 이렇게 계산을 잘못해서 물이 남는 때나 이렇게 제대로 씻을 수 있지, 원래대로라면 군대도 아니고 샤워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해야 한다.
처음에는 다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렸지.
맨 첫 달에는 그게 안 돼서 마지막 1주일은 거의 씻지 않고 살다시피 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내 침대에 앉아, 안나와 유리코가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린다.
이제 오늘은 셋이서 이야기나 하다가 자겠지.
그래도, 다들 학자는 학자라는 건지, 자기 전에 이렇게 자기 분야에 대해 소개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번 달 보급 확보하고 나서 매 주 한 번씩 설명회나 발표같은 거라도 하자고 제안해볼까.
붉은 혹성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또 다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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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주사위
체크는 80, 90.
최댓값이 80을 넘어가면 내일 탐사를 하면서 뭔가를 발견
최댓값이 90을 넘어가면 내일 탐사를 하면서 다른 캠프를 발견
또 다시 화성에서 맞이하는 붉은 빛의 태양.
또 한 번의 탐사의 시작.
...그러고 보니 오늘은 뭘 해야 하지?
캠프에서 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처박혀있는 고장난 로버도 얼른 회수한 다음에 고쳐야 할 건데.
주변을 돌면서 돌이나 좀 가져와야 하나.
안타깝게도 지질학자가 없는 관계로 그 돌을 가지고 분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다른 대원들은 전부 자고 있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에어락으로 향한다.
우주복은 장롱에서 꺼내다 입으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거 언제 한 번 따로 세척을 하고 싶은데.
이론상으로는 우주복을 진동시켜 털어내지 못한 먼지들은 고압전류를 흘려서 공중에 띄운 다음 바람에 날아가게 한다는데, 그래도 뭔가 좀 찝찝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보급품 항목에 향수를 추가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추가가 되어도 그 보급을 실제 받는 건 한 1년 정도 후니까 말이다.
그냥 오늘은 쉴까 하고 고민도 해 보지만, 그래도 매일 이렇게 주기적으로 걷는 게 건강에는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봤자 중력가속도가 지구의 절반도 안 되어서, 지구에서 운동하는 게 훨 낫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머리에 헬멧을 쓴 다음, 옷과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확인한다.
숨을 길게 들이마신 다음, 밖으로 향하는 에어락을 연다.
.
.
.
헤드셋에서 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꺼진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무전기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지직거림.
나온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다들 이제 일어난 건가?
"여기는 파파 제로-"
"...콜사인, 헷갈려......P씨?"
안나인가.
"응, 안나, 무슨 일이야?"
---------------------------------------------------------------
안나가 P를 부른 이유
1. 뭔가 문제가 생겼다
2. 심심해서
먼저 2표
...뭐지?
이론물리학자가 실제로 '필요한' 일이 있다고?
"...알겠어, 일단 가는 길에 로버도 끌고 올게."
"...고마, 워요..."
대체 무슨 일이지?
아직 점심 먹을 시간도 안 된 거 같은데.
그러고 보니 지금 아침은 그렇다 치고, 점심을 먹어본 지 얼마나 됐더라?
캠프 가는 김에 점심으로 감자나 하나 먹고 가야겠다.
...감자 말고 다른 건 없냐 물어보면...
아무튼, 안나가 이렇게 날 부른 걸 보니 무슨 일이 있긴 한 모양인데.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긴 한지 잘 모르겠다.
일단 안나한테 상황이나 들어볼까...
"안나?"
"...응?"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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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주사위
최고값이
1~50: ...보고 싶어...
51~80: 보급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전원 소집
81~90: 지구에서 새 지령이 왔다
91~99: 생존자 발견
100: 특전
“...보고 싶어...”
아니.
그거 때문에 ‘도와달라고’ 부른 거야?
하긴, 자기 일 도와달라는 이야기는 분명 아니었을 거긴 한데.
하다 못해 뭐 좀 꺼내달라거나 그런 거라도 일이 있을 줄 알았지...
“...좀 걸릴 거 같은데.”
물론 그 말을 당사자한테 직접 하지는 못 했고.
“...빨리, 와 줘...”
“탐사는?”
“어차피 로버 수리해야 되니까, 보급 올 때까지는 그냥 쉬세요!”
옆에서 유리코가 큰 소리로 끼어든다.
...유리코, 너도 개인 무전기 있지 않아?
“아, 알겠어, 금방 갈게 그럼.”
“...응...”
그걸 마지막으로 끊기는 무전.
수칙은 이미 저 하늘로 던져버리고, 다들 그냥 전화하는 것처럼 사용하고 다니고 있다.
원체 캠프 밖으로 주기적으로 나가는 멤버가 나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주변에 캠프가 없어서 외롭네 어쩌네 하는데, 생각해보니 나 혼자 찾아다니니까 못 찾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내일부터는 안나랑 유리코도 그냥 억지로 끌고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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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캠프에 돌아가 안나, 유리코랑 할 이야기/일 자유앵커
SF에 자유앵커는 역시 무리수인가
안나/유리코 : 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이건 또 뭐가 문제길래 벌써부터 망했단 말인가
"안나짱은 물리학자 씨께 특별한 감정이라도 있는 거야?"
그 중 한가지에 멈칫하는 유리코
"...응..."
"그렇죠?"
"저는 쉴 날이 없답니다~?"
미안, 미야.
나중에 지구에 돌아가면 뭐라도 하나 해 줘야 할 거 같은데.
미키는 또 자고 있고...
하루카랑 치하야, 엘레나는 자기들끼리 뭐 하고 있겠지.
따뜻한 색감의 캠프 조명을 살짝 쳐다본다.
...캠프 천장도 흰색에 빨간색이네.
초록색, 파란색이 그리워진다.
세상의 색깔들이 그리워진다.
이 곳에 정착한 동안, 감자와 보급을 제외하면 식물과 물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푸른 산, 굽이쳐 흐르는 맑은 강, 드넓은 바다가 그리워진다.
...사실 맑은 강 보기 어려운 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빨리 잡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떨쳐낸다.
이런 생각들의 99%는 결국 '집에 가고 싶다'로 귀결된다.
집에, 아니 지구에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이 상황에서, 굳이 그런 생각을 해 봐야 정신건강에 좋을 건 없지.
"...그래도 소금은 있는 게 다행이네."
미야가 건네준 데운 감자를 소금에 찍어 한 입 베어문다.
"그러게요, 소금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질렸을 거 같은데."
유리코의 옆에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안나.
음...
"이미 질린 거 아니었어?"
"맞긴 맞는데..."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래, 알고는 있다.
감자 키우기가 더럽게 쉬운 것도, 열량도 높은 것도, 질소가 필요없어서 이 곳에서도 온도만 어떻게 하면 질 키울 수 있는 것도, 병충해는 어차피 생명이 살지 않는 화성에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안다고.
그래도, 몇 달동안 계속 소금에 데운 감자만 먹으면 당연히 질리지 않을까?
아무리 같이 보급으로 오는 전투식량이 맛없다고 해도?
"그럼, P씨는 MRE 드실래요~? 안 그래도 좀 남아있어서, 버리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하는데~."
"감사히 먹겠습니다."
...전투식량이 치트키다.
에휴...
"아, 안나, 유리코, 너희들 오늘 할 거 없다 그랬지?"
"...신호기......설치, 안 했으니까......오늘, 쉬어..."
"평소에는 안나 쨩 옆에서 컴퓨터 좀 배우고 했으니까요?"
"그러면, 있다가 같이 밖에 나가서 좀 걸을래? 기분 전환도 할 겸해서 말이야."
나는 질릴 대로 질렸지만, 이 둘은 대부분 캠프 안에 틀어박힌 채 하루를 보내니까.
"...!......갈래!..."
"네, 네! 데리고 가 주세요! 안나랑 들어가서 짐 챙기고 올게요!"
하고는, 안나를 끌고 옆 방으로 들어가는 유리코.
...뭘 챙긴다는 거지?
우주복은 에어락 사이에 있을 거고, 그거 말고는 딱히 챙길 게 없지 않나?
단장을 할 도구도 빗 말고는 없고, 그마저도 헬멧때문에 다 가려질텐데 말이야.
난 양치나 할까...
한편, 그 시각 안나와 유리코.
"안나 쨩?"
"...왜?"
"안나 쨩, 요즘에 항상 P씨 근처에 있으려 하지."
"...에?"
"오늘도 P씨 보고 싶다고 멋대로 불러오고, 저번에도 물리학 가르쳐달라고 무리해서 일 끝내려다가 버그 내고......안나 쨩에게 P씨는 어떤 사람이야? 특별한 감정이라도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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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까지 안나의 대답 자유앵커
안나는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있다.
"...그, 그게..."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보려 하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점점 붉게 익어가는 얼굴.
물론 안나 혼자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옆에서 이 모든 걸 보고 있던 유리코가 건수를 하나 잡았다는 듯이 본격적으로 질문 공세를 날린다.
"둘이 무슨 사이야? 안나 쨩 혼자 좋아하는 거야? 아니면 그렇고 그런 사이?"
"아......아니.......으으으..."
이대로 에어락을 열고 밖에 나가 죽어버릴까, 생각도 해 보는 안나였지만, 이내 유리코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는지 그저 고개를 푹 숙일 뿐이다.
그걸로 충분히 대답이 되었다 생각한 걸까?
아니면 그냥 질문은 있다가 다 모여서 보급에 대해 회의할 때 다시 날려버리자 하고 생각한 걸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유리코였다.
"그래, 그렇구나~"
"...으우우..."
.
.
.
{다시 P 시점}
먼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유리코.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 채 그 뒤를 따라나오는 안나.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유리코,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 그러니까, 가자 P씨..."
안나가 도통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뭐, 어차피 밖에 나가면 우주복을 입어야 할 테니 좀 나아지겠지?
일단 안나랑 유리코도 밖으로 나간다는 걸 다들 알긴 해야 할 거 같으니,
"그럼 치하야, 안나랑 유리코 데리고 좀 갔다올게."
"네, 다른 사람들에게도 얘기해 놓을게요."
치하야에게 먼저 이야기해놓자.
그럼 이 둘을 데리고 갈 곳이...
...딱히 볼 만한 곳이 있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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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가 P와 묘하게 거리를 두는 것 같다.
2. 안나가 P와 묘하게 가까운 것 같다.
먼저 2표
안타깝게도 화성에는 인공위성을 띄우긴 커녕 우주선을 만들 광물을 찾는 게 먼저라, GPS 비스무리한 게 생기려면 정착해서 대규모 콜로니를 만들고도 수십년은 걸릴 거 같다.
그 전에 우주선을 발사할 연료가 동나거나 신에너지를 찾는 게 먼저일 거 같은데.
결국 길을 찾을 가장 믿을만한 수단은 지도밖에 없다.
그 때문에 지구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종이 지도 보는 방법을 스스로 배워야 했지...
아버지도 자기는 지도 볼 일 거의 없었다고 했는데.
아무튼, 그런 이유들 때문에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수가 전부 모여있는 이 화성 탐사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옛날 사람들의 방법을 배워서 써먹어야 하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다.
이를테면 지구에서는 AI가 처리하거나 할 일들을 여기는 모래폭풍이나 버그의 위험성, 그리고 하드웨어를 넣을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직접 프로그램을 짜거나 옛날 콘솔을 돌려야 한다던가.
다행히도 가장 기본적인 틀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정말 크게 변한 곳들은 안나가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을 부리듯이 전부 호환되게 코드를 짜버려서 해결해버렸고.
"안나 쨩?"
무전기 노이즈로 가득찬 정적을 깨는 목소리는 유리코의 것이다.
"...응?"
"안나 쨩, 지금 묘하게 P씨랑 가까운 거 알아?"
"..."
살짝 뒤를 돌아보자, 안나가 1m에서 조금 모자란 거리를 유지하면서 내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저렇게 걸으면 좀 힘들 거 같기도 한데.
"정말이지, 빨간색밖에 없네요..."
안나에게서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자, 유리코는 금세 타깃을 나로 바꿔버린다.
"그렇지? 처음에는 약간 서부 영화 느낌도 나서 좋았는데."
"정말이네요......처음에는?"
"매일 주변에서 보는 색이 빨간색밖에 없으니, 금방 질리더라고, 나는."
"아..."
"그래도, 저녁 노을 때는 하늘이 파래지니까 말이야."
"파래져요?"
안나는 반응이 없네.
유리코는 저렇게 일일히 내 말에 반응해주는데 말이야.
저렇게 리액션 잘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설명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고마울 따름이지.
"대기가 지구에 비해 많이 옅고, 먼지의 입자 크기도 고와서 그렇다는 모양이야."
"에에~ 그게 뭐에요, 물리학자 씨니까 그런 건 확실히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왜 입자가 여기가 더 고운지는 나도 잘 모르지."
그건 나보단 지질학자같은 사람들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애초에 난 이론물리학자고 말이야...
"그럼 있다가 사진 찍어가도 될까요?"
"맘대로 해."
한 일주일 안에 바깥 풍경 보는 거에 질려버려도 난 모른다?
그나저나 안나는 뭐 하고 있니?
...아직도 그 거리를 유지하고 있구나.
"...어?"
오, 안나가 말을 했다.
"응?"
"P씨......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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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가 발견한 건 무엇이었을까?
1. 바퀴 자국
2. 바닥에 떨어진 총알
3. 다른 캠프
먼저 2표
그 말이 갖는 무게는 상당했다.
이 곳에 총알이 있다.
그리고, 나는 화성에서 총을 사격해본 적이 없다.
그 말은...
"...다른 누군가가 왔다갔다......는 뜻이겠죠?"
유리코가 내 생각을 집어내 마무리한다.
주변에 다른 생존자나 캠프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에게 적대적일 가능성이 있고, 우리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
거기에, 나랑 안나, 유리코는 여기까지 쭉 걸어왔으니, 이 곳은 우리 캠프와 그리 멀지는 않다는 이야기기도 한데...
"...진지하게 모두 모아놓고 얘기를 해 봐야 할 거 같은데..."
아무리 우리 캠프가 두 캠프를 합친 정도의 규모라 하더라도, 이 임무를 하면서 쓸데없는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 말이다.
행여나 누군가가 총을 들고 우리 캠프를 찾아 약탈하려 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느 쪽이 승리하던 간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참혹하겠지.
"...가져가야......되겠, 지?"
"아마도..."
그렇게 읆조리고는, 조심스럽게 총알을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일이 이렇게 되면, 보급 가지러 나갈 때도 상당히 위험해진다.
경비 체계를 만들기 전까지는 불침번이라도 서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해도, 야간에 대놓고 네 명이서 밀고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삽시간에 어지러워지기 시작한다.
"...P씨......괜찮아?"
"으, 응, 안나. 난 괜찮아."
아무래도 오늘 모임은 좀 길어질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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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까지 총알을 본 다른 대원들의 반응 자유앵커
P "방금 뭐라고 했어?"
미키 "아, 아무것도 아닌거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묻는 치하야.
결국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나.
오른손을 조심스레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손을 편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손에서 굴러떨어지는 조그만 금속 덩어리.
똑 하고 총알이 상에 떨어지더니, 이내 또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간다.
책상 모서리를 지나 떨어진 총알이 도착한 곳은-
"아후."
미키의 손이었다.
"...칼라슈니코프..."
"응, 미키?"
"아, 아무것도 아닌 거야!"
뭐지.
"일단, 총알이 어디에서 온 건지부터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야가 의견을 제시한다.
정론이긴 하다.
단,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 이런 걸 분석하는데는 문외한이라는 점이겠지.
"그래DO, 일단 총알이 있다는 GE 절대 좋은 IYAGI는 아니JI?"
그렇지, 엘레나.
사실 어찌됐건 총알이 발사되었다는 건 웬만하면 실제 교전이 있었다는 뜻일 거니까.
"...괜찮아..."
안나가 입을 연다.
"...캠프는.......침입, 당하면......설계상, 우리가, 방어하기 유리해요..."
그래.
애초에 두 캠프를 합칠 때 어떻게 건물들 - 지구에서는 '모듈'이라 부르는 것들 - 을 배치할 지에는 안나가 그런 것까지 고려해놓았었지.
그래서 총을 들고 정면으로 교전을 시도해온다면 여길 함락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그래도, 기습은 많이 위험하죠. 레이더 같은 거라도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요?"
레이더...
있다가 안나, 엘레나랑 이야기를 해 보던가 해야겠다.
가장 큰 문제는, 작정하고 벽을 폭발물로 뚫어버린다던가 하는 경우지.
화성의 대기와 이 캠프 안에 조성된 인공 대기간에는 기압차가 크기 때문에, 행여나 구멍이 뚫려버린다던가 하면 삽시간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공기만 그렇게 되면 다행이지, 건물이 무너져버리거나 하면...
일단 그 전에, 우리는 전력이 어떻게 되지?
침입자들이 왔을 때, 얼마나 쉽게 막아낼 수 있을지도 문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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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주사위.
39번 캠프의 무장상태는 이 주사위들의 최댓값입니다.
“2정 정도요?”
...나머지는 다 호신용 리볼버 정도인가.
왜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전부 개인 총기를 소지하고 화성에 가게 되었냐 하면, 사정이 조금 복잡하긴 한데...
...일단 중국과 연관이 좀 있다는 정도까지만 얘기해두도록 하자.
보급이랑 안전성 문제 등 때문에 당연히 자동화기는 금지고, 대부분은 사냥용 라이플도 아니고 리볼버 정도만 보급받는 편을 선택했다고 듣긴 했다.
다행인 건 탄약 사용량도 매우 적기 때문에, 전체 보급의 양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겠지.
...개인적으로는 사용량이 0이 아니라는 점이 충격이었지만.
“두 정?”
“두 정 다 윈체스터에요. 1894년형.”
...장롱의 가장 깊은 곳에 쑤셔넣은 스미스 앤 웨슨 1917년형이 떠오른다.
이걸 실제로 쏘게 될 가능성이 생길 거라고는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말이야.
물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게 제일이겠지만, 만약에 다른 생존자와 조우하게 된다면 제발 자동화기만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좋겠다.
...개틀링 기관총이나 RPG-7같은 게 나오면 울어버릴 거야.
정말로 그런 무기가 나타난다면 내가 눈물을 흘리기 전에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릴 거 같지만.
에휴...
...이러려고 화성 탐사에 자원했나...
고개를 들어 자리에 모인 대원들을 한 번 쭉 둘러본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착잡한 표정으로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무거운 공기를 깨기 위해, 억지로 화제를 돌릴까 생각해봤지만, 차라리 빨리 결론을 지어버리는 게 나을 거 같다.
“...일단 어느 정도인지는 대충 알겠어. 그럼 이동수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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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까지 주사위를 굴려 최댓값
01~12: 걸어가야 한다. 보급품도 각자 들고 가야지...
13~25: 걸어야 한다. 짐은 로버에 실으면 된다.
26~50: 버기가 한두대 정도 있다.
51~75: 2인 1버기
76~100: ...시체매!?
"몇 대 정도?"
"한 네 대?"
엥?
언제 그렇게 많이 모았어?
그나저나, 버기가 네 대라고?
"버기가 캠프 하나당 한 대를 넘을 수 있는 거야?"
"그게, 버기가 생각보다 화성에서 자주 고장이 나서, 3달마다 하나 정도 배급이 되거든요..."
하루카가 살짝 주저하는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원래는 38번 캠프 네 명만 3개월마다 차 새로 뽑으면서 꿀빨고 날 포함해 39번 캠프 넷은 이 허구한 날 고장나는 로버 하나 가지고 지지고 볶고 했어야 했단 말이지?
...살짝 열받네.
뭐, 지금은 우리 전부 39번 캠프의 한 가족이니 의미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면, 최대 4대가 동원 가능하면, 두 사람당 하나씩 탈 수 있겠네요?"
치하야가 확인해온다.
"그렇죠?"
"그런데, 그러면 캠프가 비어버리지 않나요?"
좋은 지적이다.
만약에 우리가 보급을 회수하러 전부 출정한 사이, 누군가가 빈 캠프를 털어가기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상이다.
사실 어떻게 하든, 캠프 두 개 이상의 인원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우리를 노린다면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면, 최적의 전략은 기동성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보급을 수거하고 다시 기지로 도망치는 건가...
"그러면, 이제 보급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봐야겠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군사 전문가같은 것도 아닌데 왜 전부 날 바라보는 거야?
"일단, 인원 배정부터 해야 할 거 같아. 정확히 몇 명이 보급을 가지러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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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명
2. 4명
3. 6명
4. 8명
먼저 2표
유리코가 곧바로 제안해온다.
"애초에 저희 캠프는 두 캠프를 합친 거니까, 절반씩 쪼개서 가도 다른 캠프 하나 정도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 생각해요."
나쁘지 않은 생각이긴 하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하루카의 생각은 좀 달랐나 보다.
"그러면, 차라리 보급을 가지러 5명, 6명 정도를 보내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게 낫지 않나요? 만약에 적이 본진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애초에 저희 여덞 명이 다 힘을 합쳐 막으려 해도 어려울 정도의 전력일 거고, 그렇지 않다면 별동대 정도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도, 기동력은 저희 쪽이 밀리지는 않을 거니, 웬만하면 4명으로 충분할 거 같은데요?"
"저 쪽의 화력이 우세하면?"
"보급에 먼저 도착하면 가지고 도망가면 되는 거에요!"
"상대방이 먼저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잖아?"
둘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의견을 내세우고 있을 때.
"그런데, 애초에 저 쪽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는 건 저희 위치를 다 알고 있다는 거 아닌가요?"
"...그런가?"
"그런 상황이면, 어떻게 해도 대응할 수 없을 거 같으니 그 시나리오는 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
치하야가 둘 사이의 분쟁을 정리해버린 것 같다.
"그럼..."
"아무래DO, 4명씩 쪼개서 가는 게 낫겠NE?"
"그런가?"
급격히 여론이 한 쪽으로 쏠려버린다.
심지어는 반론을 제기한 하루카도 어느 정도 설득이 되어 버린 거 같은데.
뭐,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일 거 같고.
"그럼 4명은 보급을 가지러 가고 4명은 본진을 수비하는 걸로?"
"...그게......좋겠, 어요..."
그럼 이 문제는 4명씩 인원을 나누는 걸로 결정된 건가.
"마지막으로, 인원만 선별해보자. 누가 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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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까지 보급을 가지러 나갈 사람 두 명씩 지목
얘기가 그렇게 되나?
일단 난 보급이 떨어진 위치를 알 수 있기는 한데...
"나 말고 보급 위치 알 수 있는 사람 없어?"
일단 반경 5km정도는 전부 커버해놓았으니, 단말기에다 동기화만 시켜놓으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겠지.
"...안나......단말기로, 볼 수......있어요..."
그렇겠지.
일단 나머지 인원들은 굳이 내가 동기화를 안 해 놓았으니까.
"그러면 나랑 안나 둘 중에 한 명은 가는 게-"
"...P씨가, 가면......같이, 갈 게요..."
"그럼 그렇게 둘은 확정이네."
안나,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려 그래...
"그럼 나머지 둘은-"
"저랑 치하야쨩이 갈 게요!"
"하, 하루카쨩?"
"에에~ 치하야쨩은 나랑 같이 나가는 게 싫은 거야?"
"그, 그건 아니고!"
하하, 개판이군.
그럼 사실상 이미 출정 멤버가 결정난 거 같은 느낌인데.
그나저나 남는 멤버들은 유리코, 엘레나, 미야, 미키라고?
뭔가 못 미더운데...
"...이렇게 해도 되겠어?"
"혹시 못 믿으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오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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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전투 시스템에 대한 설문
복잡도를 어떻게 할까요?
1. 하(단순 결과만 결정)
2. 중(상태이상 추가, 지형지물/엄폐물에 따른 보정값 존재)
3. 상(시야, 정찰 시스템 추가)
먼저 2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