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말이야, 이번에 히비키의 안부도 전해줄 겸 그녀의 부모님 사이를 좋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녀 몰래 오키나와에 가보려고 해. 근데 나 혼자 거기 갔다가는 히비키 납치범이나 변태 취급 받아서 내 신변이 위험해질거 같아서 말이야. 만약에 리츠코가 나와 같이 오키나와에 간다면 그런 문제는 안 일어날거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 부탁해 리츠코! 같이가자!
우와! 아무리 나라지만 이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한거 같아! 잘하면 오키나와에서 생일축하 데이트를...... 후후훗!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진작 제게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히비키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잘 말씀드린다면 큰 문제는 없을거에요! 잠시만요......"
상황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츠코는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표정으로 나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씨!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렇지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잖아요! 저는 모르겠지만 히비키 부모님을 무안하게 만든 거, 어떻게 하실거에요?!!"
나는 1시간동안 그녀의 설교에 시달려야 했고, 벌청소까지 해야 했다.
“하아 힘들다….. 사무소가 이렇게 넓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고생이 많구나 야요이.”
사무실 청소를 끝낸 나는 청소도구를 말끔히 정리한 뒤 아픈 허리를 툭툭 치며 쇼파에 드러누워버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리츠코가 사무일을 끝낸 뒤 여유롭게 커피한 잔을 하고 있었다. 내가 리츠코를 바라보며 반드시 데이트를 하겠다는 전의(?)를 불태우는 동안 코토리씨가 나도 모르게 맞은 편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하세요? 프로듀서씨?”
“으으…… 하루종일 사무실 청소하다보니 지쳐서 뻗어버렸어요.”
“그런데 아까부터 리츠코씨를 계속 쳐다보고 계시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리츠코랑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리츠코가 계속 받아주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불쌍한 프로듀서씨, 리츠코 대신 저는 안되나요?”
“사양합니다.”
“흐으으……”
코토리는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추욱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나 좀 도와줘요 코토리씨.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제게 술 한잔 사주시면 생각해볼께요!”
“알았어요! 뭐든 사드릴께요. 단, 데이트 신청이 성공하면요! 그러니까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그만해요 프로듀서씨! 자꾸 이렇게 매달리시면……”
나도 모르게 코토리의 치맛자락에 매달려서 애원하고 있었고, 코토리는 치마가 벗겨질까봐 자신의 치마를 힘껏 붙잡고 있었다.
“흠흠! 어쨌든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프로듀서씨는 너무 착한남자라는 거에요!”
"네? 그러니까 제가 호구라는 말이군요?!"
"그...... 그게 아니구요, 프로듀서씨가 리츠코에게 매달릴 게 아니라, 리츠코가 프로듀서를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도록 만드는 거지요!!"
"리츠코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데, 괜히 했다가 독박쓰는거 아니에요?"
"어휴 이 쑥맥남! 리츠코는 사실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데 표현하지를 못해서 일부러 저러는 거라구요!"
"그런가......"
"그러니 저를 믿고 한번 시도해 보는거에요! 프로듀서씨!!"
"그, 그러죠. 근데 그런 눈빛으로 제게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무서워요......"
그렇게 코토리와의 간단한 토론이 끝난 뒤, 나는 다시한 번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둘러대는거 없이 직구로 날려보기로 했다.
"리츠코, 내일 생일이라며, 오늘은 나와 같이 생일 축하 겸 데이트 해보지 않을래?"
어라? 이상하다? 아까 전까자만 해도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얼굴이 화끈거리고 발음도 꼬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끼지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에에? 프로듀서씨, 제정신이세요? 사내 연애는 절대로 안 한다는게 제 신념인줄 아시면서, 자꾸 왜 이러시는거에요, 프로듀서??"
내가 예상했던 대로 리츠코는 특유의 자세로 내개 설교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리츠코에게 지지 않는다......"
나는 리츠코의 분노섞인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오늘 리츠코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영화티켓도 사고, 레스토랑도 예약하고, 선물까지 준비해뒀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아이돌들 사기도 북돋워줄 겸 >>20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어!"
"그래? 나는 오늘 리츠코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영화티켓도 사고, 레스토랑도 예약하고, 선물까지 준비해뒀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나는 에…… 그……”
잠깐! 히비키와 타카네가 함께하는 더블데이트가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쁜 애들이랑 더블데이트 하면 내가 좋긴 한데 만약 이걸 실전으로 옮기는 순간 나의 사회적인 이미지는 에로게에서나 볼 수 있는 변태수준으로 떨어지고 말거고, 나와 리츠코의 사이는 영원히 멀어지고 말겠지.
그러니 딱 한 사람, 미키과 함께 데이트를 하도록 하자.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나보고 허니라고 부르며 나랑 하루종일 붙어다닐 정도로 나를 좋아하는 호시이 미키라면 리츠코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도 남겠지.
“……미키와 즐겁게 하루를 보내도록 하겠어!”
“네?! 프로듀……”
“허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소 구석에 있는 쇼파에서 낮잠을 즐기던 미키가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들었는지 갑자기 일어나더니 번개 같은 속도로 내게 달려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허니! 미키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프로듀서! 진짜로 장난은 그……”
“허니! 오늘은 어디서 뭐 할거야? 응? 응? 가르쳐주는거야!!”
“미키!”
“허니! 지금 빨리 나가는거야!!”
“미키 진정해. 데이트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야. 내일 아침 8시, 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
사실 미키가 저렇게까지 기뻐하는데는 나름 사정이 있는데, 미키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그녀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해서 나는 미키의 고백, 데이트는 물론, 허니라고 부르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이니 그녀가 매우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준비해야 하는게 많아서 먼저 가볼께 허니! 내일 꼭 나와야되는거야!”
“그래 꼭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마.”
미키는 빠른 속도로 사무실을 나갔고, 리츠코는 나의 돌발행동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표정과 자세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프로듀서, 정말이에요? 미키하고 데이트 하는거?”
“그래.”
“프로듀서, 다시 생각해봐요. 아무리 그래도 미키는……”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 내일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또한 너한테 달려있어 리츠코. 그러니 잘 생각해봐. 나도 내일 데이트 준비해야하니 먼저 퇴근할께.”
“……”
나는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미키와의 데이트라, 정말로 리츠코를 포기하고 미키와 사귀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미키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허니!! 여기야!!!”
나를 부르며 크게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바비인형이 연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마도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엄청나게 많이 준비해온 것 같았다.
“준비 다 됐어 허니!!”
나는 행복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미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냥 리츠코 포기하고 미키를 키워서 와이프ㄹ…... 흡!
“미키, 너 이렇게 가면 나쁜 기자들에게 걸린다?”
그녀의 가방에 들어있던 챙이 긴 모자를 꺼내서 미키에게 씌워줬다. 갑자기 미키가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한다.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직면한 리츠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찾으러 번화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걷던 리츠코는 백화점 앞 벤치에 잠시 앉게 되었는데......
“앗!”
리츠코에게 익숙한 두 남녀를 발견했다. 바로 미키와 프로듀서였다. 리츠코는 그들을 붙잡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갔지만, 많은 인파 때문에 제대로 다가갈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으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네!”
리츠코가 소리라도 질러서 붙잡아보려고 했지만, 만약 큰 소리로 그들을 부를 경우 정체가 탄로나서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이내 그만두었다.
엄청난 무리의 인파를 헤치고 겨우 백화점 문 앞에 도착한 리츠코. 하지만 그녀는 프로듀서와 미키를 그녀의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아, 어쩔 수 없나. 일일이 찾아봐야겠군.”
리츠코는 백화점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
“헤엑, 헤엑...... 드디어 도착했다!”
“미키! 너...... 으앗?!”
미키가 도착한 곳은 백화점 9층 수영복 매장. 주변을 둘러본 나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이내 얼굴을 돌린다. 그곳은 바로 여성 수영복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었고, 그 곳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전부 나를 향해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같이 느껴져 더욱 움츠러들었다.
“미키, 지금 나 여기 서있기 엄청 부담스럽거든?”
“잠깐 기다려 허니! 미키가 지난주에 봐뒀던 수영복이 있는데, 그거 꼭 허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거야!”
“잠깐! 허니라는 말은 여기서...... 하아, 내 말은 전혀 안듣는구나, 미키.”
어쩔 수 없지. 미키가 나올 때까지 그냥 멍하니 전화기나 보고 있을 수밖에.
=====
“어디 있는거야......”
리츠코는 그들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딸기 바바로아에 관심이 많은 미키답게 고급 제과점부터 먼저 찾아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지하 1층 푸드코트로 달려갔지만, 그녀를 반겨준 것은 엄청난 인파의 물결 뿐, 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여기가 아닌 다른 층에 있는건가. 그나저나 호시이 미키,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오늘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설교해줄 테니까!”
리츠코는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의 표정을 지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쨘!!”
“미...... 미키?!”
미키가 탈의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쓰러질 뻔했다. 밝은 연두색의 엄청난 노출도를 자랑하는 비키니를 입은 미키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허, 허니? 괜찮은거야?”
“아, 응. 난 괜찮아.”
“아까 전에 내가 봐뒀다는 수영복 입어봤는데, 어때??”
충격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다시 바라본 미키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녀는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 혹은 최악의 실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쓸데없이 땍땍거리기만 하는 리츠코보다 철저하게 나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미키를 사귀는게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정말 이쁘구나. 이 옷이 어울릴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고마운거야 허니!”
미키는 마치 아주 어려운 오디션을 1등으로 통과할 때 볼 수 있을법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수영복 가격을 지불하는 그녀에게 물어본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래 미키?”
“이번엔 허니가 가고싶은 데로 가보는거야!”
“음...... 때마침 좋은 장소 한 곳이 생각났어. 같이 가보지 않을래?”
“응!”
미키와 나는 다른 매장을 구경하러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키는 나와 더욱 가까워지려는듯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굴곡이 내 팔을 감싸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았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눈물까지 흘리며 데이트 신청을 부탁하는 리츠코를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봤을 때 그녀가 갑자기 말을 뒤집으며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또 다음 날 아침이면 그런 거 없었던 듯이 날 괴롭히겠지.”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다시는 안 그럴거에요! 그건 제가 프로듀서를 좋......”
갑자기 리츠코가 말 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신기한 행동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뭐라구?”
“좋...... 좋......”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감이 올 거 같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계속 물어본다.
“안들려, 리츠코 똑바로 말해줘.”
“좋아했는데! 부끄러워서! 표현을! 못하겠더라구요!”
리츠코가 새빨개진 얼굴로 고함치듯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게 속칭 ‘쪼인트 까기’를 시전했다.
“아야야! 리츠코오......”
“여자를 놀리면 못쓴다구요, 프로듀서!”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냐.......”
나는 아픈 발목을 붙잡은 채로 벤치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래. 데이트 하자, 다음주에. 근데 할 일이 하나 있어. 미키를 찾아야 해!”
“미키요? 걱정하지 마세요 프로듀서!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나의 부탁을 받고 미키를 찾기 위해 걸어가기 시작하는 리츠코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달리 행복해 보였다.
=====
결국 나와 리츠코는 1주일 뒤에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트 하는 내내 리츠코가 미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바람에 꽤나 고생했다. 하지만 지난 주의 데이트보다 더 끈적했고(?) 재미있었다.
그 날 이후 나와 리츠코와의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고, 언제부턴가 서로 손을 잡으며 출근하거나, 아무도 없을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한다던가, 서로 껴안는다던가, 심지어는 키스......도 하는 등 미키 못지않게 나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키는 리츠코와 어떻게 잘 이야기가 된 덕분인지 농땡이 치지않고 사무소에 출근했지만, 더 이상 허니라고 부르거나, 남들 보기에 민망한 애정행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떫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아마도 미키와 화해하려면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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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 주부터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어나서 전개에 속도를 내다보니 마지막 내용이 너무 엉성해진 감이 있네요. 이 점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55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바쁘거나 리츠코가 바쁘다는 이유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해 줄 수 없었으나, 운좋게도 올해는 오늘도 휴일에 내일도 휴일인지라 스케쥴이 전혀 없었다. 리츠코와 한 발짝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었던 내게 있어서 내일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찬스다! 하지만......
그녀에게 생일기념으로 데이트 신청을 해보고 싶은데 전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리츠코와 내가 호흡을 맞추며 765프로의 아이돌들을 관리해온지 벌써 3년이 다되가지만, 우리 사이에 무언가 진전은 없었다. 내가 데이트를 신청하려 할 때마다 리츠코는 얼굴을 붉히며......
"데, 데이트라니, 지금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다른 애들이 우릴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라는 말과 함께 몇 십분동안 설교하기 바빴다. 가끔 그녀가 내게 평소와는 다르게 얼굴을 붉히며 약간 뻣뻣한 걸음걸이를 하며 대화를 하려고 다가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 미안해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
라면서 갑자기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때마다 나는 '오늘은 리츠코가 아픈가보군' 이라고 생각하며 내가 하던 일에 집중하곤 했다.
오늘 만큼은 3년째 계속되는 이런 지루한 패턴을 벗어나보고 싶다.
리츠코는 나의 맞은편에서 자신의 신형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보며 자신이 담당하는 아이돌들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데이트 하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데이트 신청을 해볼까? >> 4
1 - 데이트 신청을 한다 + 어떻게 데이트 신청을 할까?
2 -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저, 저기...... 리츠......"
"네?"
"오늘은 내가...... 내가, 외근을 나가야 하는데 리츠코의 도움이 꼭 필요해. 그러니 같이, 안......$*@#^@#$%&"
말하다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혓바닥을 깨무는 바람에 발음이 꼬이기 시작한다. 리츠코는 나의 당황한 모습이 너무 이상했는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저도 류구코마치 일 때문에 바쁜데...... 일단, 무슨 일인지 제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게 말이지, 음...... 뭐랄까, 으으......"
머릿 속이 하얗다.
"침착해요 프로듀서씨. 아이돌들이 나쁜 일에라도 엮인거에요?"
"그건 아니야! 근데 말이야, 으으......."
리츠코가 나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해 왔고, 공격당한 나는 당황해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빨리 무엇때문에 그녀랑 같이 외근을 가야하는지를 설명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유같은거 묻지 말고그냥 같이 가주면 안되냐? 리츠코......
무엇때문에 외근을 해야하는지 이유를 만들어주세요! >>9 님 부탁합니다!
핑계는 좋은거죠
우와! 아무리 나라지만 이 아이디어는 정말 기발한거 같아! 잘하면 오키나와에서 생일축하 데이트를...... 후후훗!
"그런 문제가 있었군요. 진작 제게 말씀해주시지 그러셨어요. 제가 히비키 부모님에게 연락해서 잘 말씀드린다면 큰 문제는 없을거에요! 잠시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츠코가 수화기를 들고 히비키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히비키 아버님이시군요! 여긴 765프로덕션이에요. 댁의 따님에 대해서......"
"어이 잠깐! 사실은......"
상황을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버스는 떠나버린 뒤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츠코는 내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표정으로 나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씨!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렇지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잖아요! 저는 모르겠지만 히비키 부모님을 무안하게 만든 거, 어떻게 하실거에요?!!"
나는 1시간동안 그녀의 설교에 시달려야 했고, 벌청소까지 해야 했다.
“하아 힘들다….. 사무소가 이렇게 넓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고생이 많구나 야요이.”
사무실 청소를 끝낸 나는 청소도구를 말끔히 정리한 뒤 아픈 허리를 툭툭 치며 쇼파에 드러누워버렸다.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리츠코가 사무일을 끝낸 뒤 여유롭게 커피한 잔을 하고 있었다. 내가 리츠코를 바라보며 반드시 데이트를 하겠다는 전의(?)를 불태우는 동안 코토리씨가 나도 모르게 맞은 편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하세요? 프로듀서씨?”
“으으…… 하루종일 사무실 청소하다보니 지쳐서 뻗어버렸어요.”
“그런데 아까부터 리츠코씨를 계속 쳐다보고 계시던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리츠코랑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리츠코가 계속 받아주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불쌍한 프로듀서씨, 리츠코 대신 저는 안되나요?”
“사양합니다.”
“흐으으……”
코토리는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추욱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나저나, 나 좀 도와줘요 코토리씨.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제게 술 한잔 사주시면 생각해볼께요!”
“알았어요! 뭐든 사드릴께요. 단, 데이트 신청이 성공하면요! 그러니까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그만해요 프로듀서씨! 자꾸 이렇게 매달리시면……”
나도 모르게 코토리의 치맛자락에 매달려서 애원하고 있었고, 코토리는 치마가 벗겨질까봐 자신의 치마를 힘껏 붙잡고 있었다.
“흠흠! 어쨌든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13
쎄게 나가보죠~
"네? 그러니까 제가 호구라는 말이군요?!"
"그...... 그게 아니구요, 프로듀서씨가 리츠코에게 매달릴 게 아니라, 리츠코가 프로듀서를 뺏길까봐 전전긍긍하도록 만드는 거지요!!"
"리츠코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데, 괜히 했다가 독박쓰는거 아니에요?"
"어휴 이 쑥맥남! 리츠코는 사실 프로듀서씨를 좋아하는데 표현하지를 못해서 일부러 저러는 거라구요!"
"그런가......"
"그러니 저를 믿고 한번 시도해 보는거에요! 프로듀서씨!!"
"그, 그러죠. 근데 그런 눈빛으로 제게 가까이 다가오지 마세요. 무서워요......"
그렇게 코토리와의 간단한 토론이 끝난 뒤, 나는 다시한 번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이번엔 둘러대는거 없이 직구로 날려보기로 했다.
"리츠코, 내일 생일이라며, 오늘은 나와 같이 생일 축하 겸 데이트 해보지 않을래?"
어라? 이상하다? 아까 전까자만 해도 리츠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얼굴이 화끈거리고 발음도 꼬이고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끼지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에에? 프로듀서씨, 제정신이세요? 사내 연애는 절대로 안 한다는게 제 신념인줄 아시면서, 자꾸 왜 이러시는거에요, 프로듀서??"
내가 예상했던 대로 리츠코는 특유의 자세로 내개 설교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리츠코에게 지지 않는다......"
나는 리츠코의 분노섞인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오늘 리츠코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영화티켓도 사고, 레스토랑도 예약하고, 선물까지 준비해뒀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나는 아이돌들 사기도 북돋워줄 겸 >>20 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어!"
P거덜나겠넼
잠깐! 히비키와 타카네가 함께하는 더블데이트가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쁜 애들이랑 더블데이트 하면 내가 좋긴 한데 만약 이걸 실전으로 옮기는 순간 나의 사회적인 이미지는 에로게에서나 볼 수 있는 변태수준으로 떨어지고 말거고, 나와 리츠코의 사이는 영원히 멀어지고 말겠지.
그러니 딱 한사람, >>27 과 함께 데이트를 하도록 하자.
- Comments -
더블데이트는 무~리......
부아앙
“……미키와 즐겁게 하루를 보내도록 하겠어!”
“네?! 프로듀……”
“허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소 구석에 있는 쇼파에서 낮잠을 즐기던 미키가 내가 하는 말을 어떻게들었는지 갑자기 일어나더니 번개 같은 속도로 내게 달려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허니! 미키는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프로듀서! 진짜로 장난은 그……”
“허니! 오늘은 어디서 뭐 할거야? 응? 응? 가르쳐주는거야!!”
“미키!”
“허니! 지금 빨리 나가는거야!!”
“미키 진정해. 데이트는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야. 내일 아침 8시, 사무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
사실 미키가 저렇게까지 기뻐하는데는 나름 사정이 있는데, 미키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그녀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걱정해서 나는 미키의 고백, 데이트는 물론, 허니라고 부르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갑작스런 데이트 신청이니 그녀가 매우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준비해야 하는게 많아서 먼저 가볼께 허니! 내일 꼭 나와야되는거야!”
“그래 꼭 나올 테니까, 걱정하지마.”
미키는 빠른 속도로 사무실을 나갔고, 리츠코는 나의 돌발행동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표정과 자세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프로듀서, 정말이에요? 미키하고 데이트 하는거?”
“그래.”
“프로듀서, 다시 생각해봐요. 아무리 그래도 미키는……”
“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너 때문이야. 그리고 내일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또한 너한테 달려있어 리츠코. 그러니 잘 생각해봐. 나도 내일 데이트 준비해야하니 먼저 퇴근할께.”
“……”
나는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미키와의 데이트라, 정말로 리츠코를 포기하고 미키와 사귀어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으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 생각을 지워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미키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허니!! 여기야!!!”
나를 부르며 크게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바비인형이 연상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마도 나와의 데이트를 위해 엄청나게 많이 준비해온 것 같았다.
“준비 다 됐어 허니!!”
나는 행복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미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냥 리츠코 포기하고 미키를 키워서 와이프ㄹ…... 흡!
“미키, 너 이렇게 가면 나쁜 기자들에게 걸린다?”
그녀의 가방에 들어있던 챙이 긴 모자를 꺼내서 미키에게 씌워줬다. 갑자기 미키가 고개를 숙이며 부끄러워한다.
“…… 알았는거야.”
“미키, 오늘은 멀리 나가기 딱 좋은 날씨인거 같으니 >>34 로 가보는건 어때?”
"좋은거야, 허니! 지금 빨리 출발하는거야! 지금 미키에겐 1분 1초도 아깝다구!"
"어휴, 알았어. 얼른 차에 타라구!"
나는 시간이 아깝다며 빨리 가자고 애원하는 미키를 얼른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
“리츠코 아니, 리츠코……씨! 축하해줘!!”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야 미…… 히익!”
리츠코는 만삭에 가까울 정도로 임신한 미키의 모습을 보고서는 너무 놀란 나머지 쓰러질 뻔 했다.
“나, 이번 달 말에 허니랑 결혼하는거야! 꼭 빠지지 말고 축하해주는거야!”
“미키, 그 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
“리츠코…...씨, 몰랐던거야? 그 날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허니의 아이를 가지게 된 거야!
“……?!”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동안 엄청 고생하긴 했지만 마침내 양쪽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이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일만 남았어……”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행복의 눈물을 흘리는 미키를 바라보며 리츠코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는……
“아,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그리고 리츠코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쓰다듬다가 이내 멈춘다. 꿈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악, 하악…… 안돼겠어, 이 데이트. 어떻게든 막아야해! 프로듀서씨가 위험해!”
리츠코는 자신의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재빨리 코토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웅…… 여보세요?”
“코토리씨? 나, 리츠코에요! 당신, 프로듀서씨와 미키가 어디있는지 알고계시죠?”
“갑자기 무슨 뜬구름잡는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리츠코씨?”
“빨리 말해요! 당신 어제 제가 보는 앞에서 프로듀서씨랑 스케줄 조정했잖아요! 모르겠다고 우기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정말 모른다니까요! 질투는 그만해요, 리츠코씨!”
“질투 아니거든요? 프로듀서와 미키가 너무 걱정되서 그러는 것 뿐이라구요! 자꾸 그렇게 나오면 저, 코토리씨를 >>38 할거에요!”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리츠코씨! 그걸 어떻게 알아낸거죠?”
“그러니까 빨리 프로듀서의 행방을 순순히 자백하시죠, 코토리씨!”
“아우…….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구요. 그때 프로듀서씨가 제게 말한 거라곤 ‘미키가 가고싶은 대로 갈거야’ 이 한마디 뿐이었다구요! 너무해요! 리츠코씨! 흑흑…… 으아앙!!”
“아, 알았으니까 어린아이처럼 울지말아요! 코토리씨.”
그렇게 코토리와의 통화에서 그다지 큰 수확을 얻지 못한 리츠코는 침대 위에서 프로듀서의 행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어제 프로듀서씨가…… 영화티켓…… 레스토랑…... 선물…… 그래! 그곳이다!”
리츠코는 손에 잡히는 옷을 허겁지겁 입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
“허니, 오니기리 뮤지엄은 커플이 여행오기 정말 좋은 곳인거 같아!”
“그래. 오니기리로 만든 작품 사진같이 볼거리가 꽤 많아서 좋았던 것 같아. 특히 오니기리 같이 만들기는 정말로 재밌었지. 물론 미키가 만든건 아주그냥…... 읍!!”
“여자의 부끄러운 점은 함부로 말하는게 아니라구, 허니!”
“다행이야. 사실 미키가 이런데 지루해할까봐 엄청 걱정했는데.”
“전혀 아닌거야 허니! 허니랑 있으면 어디를 가더라도 신나고 재밌는거야!”
“그럼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 미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보도록 할께.”
“흐음…… 미키는 >>44 에 가보고 싶은거야!”
>>44의 장소를 선택해주세요!
1) 영화관
2) 백화점
3) 식당
“그래? 여기서 백화점까지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 같지만, 미키가 원한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가도록 해볼께!”
“정말?! 미키, 행복한거야.”
미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로함을 잊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시이 미키는 비주얼, 댄스, 보컬과 같은 ‘아이돌로서 기본적인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염시키는 능력을 가진, 대단한 여자아이임에 틀림없다.
‘정말 저 아이가 나같이 능력없는 프로듀서 밑에 있는 게 괜찮은 걸까?’ 라는 우려섞인 생각이 잠시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허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아니. 아무것도.”
“얼른 출발하는거야! 허니! 미키는 오늘 시간이 없다구!!”
“그래. 알았어.”
그렇게 나와 그녀는 백화점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엄청난 인파로 북적거리는 늦은 오후의 백화점을 바라보며 나는 미키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미키. 다음 번에 오지 않을래?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네 정체를 들킬지도 모르고……”
“부우~ 싫어! 오늘은 꼭 허니하고 백화점에서 쇼핑할거야!”
"어이, 잠깐!!"
미키는 나의 우려섞인 말을 ‘싫어’ 한 마디로 끊어버린 뒤 나의 손을 잡아끌고 백화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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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코는 영화관 입구에서 멍한 표정을 한 채 서 있었다. 한 시간동안 혼자 벤치에 앉은 채로 남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거 같아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한 시간동안 기다렸는데도 없잖아……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이 녀석들!”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직면한 리츠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찾으러 >>47 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른곳으로 향하는중에 백화점가는걸 발견
“앗!”
리츠코에게 익숙한 두 남녀를 발견했다. 바로 미키와 프로듀서였다. 리츠코는 그들을 붙잡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갔지만, 많은 인파 때문에 제대로 다가갈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으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네!”
리츠코가 소리라도 질러서 붙잡아보려고 했지만, 만약 큰 소리로 그들을 부를 경우 정체가 탄로나서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이내 그만두었다.
엄청난 무리의 인파를 헤치고 겨우 백화점 문 앞에 도착한 리츠코. 하지만 그녀는 프로듀서와 미키를 그녀의 시야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하아, 어쩔 수 없나. 일일이 찾아봐야겠군.”
리츠코는 백화점 입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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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엑, 헤엑...... 드디어 도착했다!”
“미키! 너...... 으앗?!”
미키가 도착한 곳은 백화점 9층 수영복 매장. 주변을 둘러본 나는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이내 얼굴을 돌린다. 그곳은 바로 여성 수영복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었고, 그 곳에 있는 사람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전부 나를 향해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 같이 느껴져 더욱 움츠러들었다.
“미키, 지금 나 여기 서있기 엄청 부담스럽거든?”
“잠깐 기다려 허니! 미키가 지난주에 봐뒀던 수영복이 있는데, 그거 꼭 허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거야!”
“잠깐! 허니라는 말은 여기서...... 하아, 내 말은 전혀 안듣는구나, 미키.”
어쩔 수 없지. 미키가 나올 때까지 그냥 멍하니 전화기나 보고 있을 수밖에.
=====
“어디 있는거야......”
리츠코는 그들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딸기 바바로아에 관심이 많은 미키답게 고급 제과점부터 먼저 찾아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지하 1층 푸드코트로 달려갔지만, 그녀를 반겨준 것은 엄청난 인파의 물결 뿐, 그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여기가 아닌 다른 층에 있는건가. 그나저나 호시이 미키, 걸리기만 해봐라! 내가 오늘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설교해줄 테니까!”
리츠코는 짜증이 폭발하기 직전의 표정을 지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쨘!!”
“미...... 미키?!”
미키가 탈의실 문을 여는 순간 나는 쓰러질 뻔했다. 밝은 연두색의 엄청난 노출도를 자랑하는 비키니를 입은 미키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허, 허니? 괜찮은거야?”
“아, 응. 난 괜찮아.”
“아까 전에 내가 봐뒀다는 수영복 입어봤는데, 어때??”
충격을 가까스로 수습하고 다시 바라본 미키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녀는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 혹은 최악의 실수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쓸데없이 땍땍거리기만 하는 리츠코보다 철저하게 나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미키를 사귀는게 여러모로 만족스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정말 이쁘구나. 이 옷이 어울릴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생각해.”
“고마운거야 허니!”
미키는 마치 아주 어려운 오디션을 1등으로 통과할 때 볼 수 있을법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수영복 가격을 지불하는 그녀에게 물어본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래 미키?”
“이번엔 허니가 가고싶은 데로 가보는거야!”
“음...... 때마침 좋은 장소 한 곳이 생각났어. 같이 가보지 않을래?”
“응!”
미키와 나는 다른 매장을 구경하러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키는 나와 더욱 가까워지려는듯 팔짱을 끼고 몸을 밀착시켰다. 그녀의 굴곡이 내 팔을 감싸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무런 태클을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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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영 캐주얼 매장
“허니! 잠깐만!”
“무슨 일이야 미키?”
“요즈음 허니가 입는 옷,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평소에는 높으신 분도 많이 만나는데다, 애들한테 나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늘 이렇게 입고 다니는건데?”
“미키적으로, 허니는 좀 흐트러져도 된다고 생각해!”
“잠깐 미키, 나 요즈음 돈 없다구!”
“미키가 사줄 테니까, 얼른 가보자 허니!”
“어이, 어어어?!”
그렇게 미키에게 끌려간 나는 생각치도 않던 캐주얼 복장을 여러 벌 사게 되었다. 그리고 미키의 ‘명령’으로, 오늘의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 미키가 정해준 옷을 입고 다니게 되었다.
12층 가전매장
“미키, 아무리봐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허니, 자꾸 그러면……”
갑자기 미키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근데 뚱한 표정도 귀여워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토라지거나 화를 내면 저승사자가 생각날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짓는 리츠코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미, 미안. 그냥 그대로 입고있을께.”
“응!”
그래. 미키는 미소를 머금고 있을 때가 제일 아름다운 것 같으니, 내가 참을 수밖에.
“어? 미키! 잠깐만.”
“무슨 일이야, 허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디오 회사에서 신 모델을 내놓은 것 같아서 잠시 보고 가려고.”
“우와…… 허니에게 그런 취미가 있었던 거야?”
“흐, 흐음! 어쨌든 들어가보자!”
오디오 전문점에 들어간 나는 옆에 미키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손에 잡히는대로 이것저것 만져보고 시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좋아하는 것에 한참 빠진 내게 미키는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허니?”
“응”
“미키, 이제 피곤한거야. 백화점에서 나갔으면 좋겠는거야.”
“잠깐만. 요새 너희들하고 함께 지낸다고 내가 취미생활을 제대로 못 즐겼거든.”
“허니……”
진열대 맞은 편에 내가 예전에 잡지에서 보고 월급 들어오면 꼭 사기로 결심한 일체형 AV 미니리시버가 신상품으로 전시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그쪽으로 뛰어갔다.
“아저씨, 이 오디오셋트는 이번에 새로 나온 모델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 모델은 좁은 방에서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해서 사이즈를 줄여서 새롭게 내놓은 모델인데요, 최신 트렌드에 걸맞게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을 장착할 수 있는 USB단자가……”
“허니……”
“잠깐만, 미키. 이 녀석은 내가 예전부터 나오기만을 벼르고 있던 녀석이었는데, 마침 오늘 여기에 진열되어 있더라구! 그래서 점원 아저씨에게 물어보는거야…… 그, 그래서요 아저씨! 또 다른 기능은 없는 건가요?”
“……”
“2.1채널 지원에 채널당 50와트 출력이 가능하고, HDMI를 지원해서 DVD를 재생하는 것도 가능해요. 가격도 저렴해서 100만원 미만으로도 오디오세트를 구축할 수 있죠. 관심이 많으시다면 청음실에 이 모델이 비치되어 있는데, 직접 들어보시겠습니까?”
“좋아요. 한 번 들어보도록 할께요. 오늘은 다른 사람이랑 같…… 미키?”
나의 눈 앞에서 미키가 사라졌다. 갑자기 눈 앞에 닥친 황당한 상황에 생각이 꼬여가기 시작했다. 일단 급한대로 매장에서 뛰쳐나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백화점 이곳저곳을 헤메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아까 미키가 불렀을 때 대답해줬어야 하는 거였는데, 미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녀를 찾기 위해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다.
번화가 근처의 공원.
그들을 찾다가 지쳐버린 리츠코는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아무렇게나 앉아있었다. 몸은 이미 늘어질 대로 늘어졌고, 눈에 생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데이트 나가는게 부끄러워서 계속 거절했더니, 결국 미키에게 뺏겨버렸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같이 가자고 할걸……”
리츠코가 고개를 숙이자 작은 물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곧이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흑…… 나는 일만 잘하지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야.”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장 데이트 신청을 받아줄텐데. 미안해요, P군.”
그녀는 자꾸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이며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런데……
“미키! 미키! 이런 젠장!”
“…… 프로듀서씨?!”
=====
미키를 찾기 시작한 이래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해가 다 지고 저녁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리, 리츠코?”
“......”
“리츠코, 거기서 왜 울고 있는거야?”
‘덥썩!’
리츠코가 갑자기 나를 꼭 껴안았다. 매우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리츠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프로듀서, 미안해요......”
“갑자기 무슨 일이야 리츠코?”
“우아아앙......”
“리......츠코? 설마 미키라도 만났던 거야?”
“프로듀서씨, 괜찮다면 지금이라도 좋으니 데이트해요. 밤을 새워도 좋아요! 어딜 가도 좋아요! 그러니, 그러니이......”
“......”
“데이트 부탁할께요!”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눈물까지 흘리며 데이트 신청을 부탁하는 리츠코를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전의 경험으로 봤을 때 그녀가 갑자기 말을 뒤집으며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또 다음 날 아침이면 그런 거 없었던 듯이 날 괴롭히겠지.”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다시는 안 그럴거에요! 그건 제가 프로듀서를 좋......”
갑자기 리츠코가 말 끝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린다. 그녀의 신기한 행동에 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뭐라구?”
“좋...... 좋......”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감이 올 거 같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계속 물어본다.
“안들려, 리츠코 똑바로 말해줘.”
“좋아했는데! 부끄러워서! 표현을! 못하겠더라구요!”
리츠코가 새빨개진 얼굴로 고함치듯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게 속칭 ‘쪼인트 까기’를 시전했다.
“아야야! 리츠코오......”
“여자를 놀리면 못쓴다구요, 프로듀서!”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냐.......”
나는 아픈 발목을 붙잡은 채로 벤치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래. 데이트 하자, 다음주에. 근데 할 일이 하나 있어. 미키를 찾아야 해!”
“미키요? 걱정하지 마세요 프로듀서!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나의 부탁을 받고 미키를 찾기 위해 걸어가기 시작하는 리츠코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달리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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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와 리츠코는 1주일 뒤에 정식으로 데이트를 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트 하는 내내 리츠코가 미키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달라붙는 바람에 꽤나 고생했다. 하지만 지난 주의 데이트보다 더 끈적했고(?) 재미있었다.
그 날 이후 나와 리츠코와의 관계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고, 언제부턴가 서로 손을 잡으며 출근하거나, 아무도 없을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한다던가, 서로 껴안는다던가, 심지어는 키스......도 하는 등 미키 못지않게 나에게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키는 리츠코와 어떻게 잘 이야기가 된 덕분인지 농땡이 치지않고 사무소에 출근했지만, 더 이상 허니라고 부르거나, 남들 보기에 민망한 애정행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떫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아마도 미키와 화해하려면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 END -
- Comments -
7월 둘째 주부터 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어나서 전개에 속도를 내다보니 마지막 내용이 너무 엉성해진 감이 있네요. 이 점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첫 창작덧글에 참여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왕이면 리츠코와 데이트 내용과 미키와 리츠코 사이의 일을 적어주셨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미키가 삐질만 하네요. 덕분에 리츠코랑 잘 되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