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사와 후미카는 대학교 1학년이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문학과 독서를 좋아한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끈기와 인내심이 강하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사기사와 후미카는 존버의 미학을 잘 알고 있었다.
존버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전 세계에 코인 열풍이 불 때, 사람들은 그 희망을 쉽게 놓지 못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비참한 말로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다르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하길, 잃을 것은 쇠사슬 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라 하였다.
동료들도, 프로듀서들도, 팬들도, 자신이 잃을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얻을 것은 새로운 대학에서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관점, 그리고 진짜로 돈을 벌어볼 수 있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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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근성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후미카였다.
숨을 크게 들이킨 후 전산시스템 창을 닫는다.
존버는, 승리할 것이다.
내가 옳았는지 드랍을 권하는 또 다른 내가 옳았는지는, 결과가 말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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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최고값과 그에 해당하는 콤마의 차만큼 멘탈이 회복됩니다.
@리포트 아웃라인 제출 + 작성 시작 + 2주간 테이크홈 시험+ 그 외 과목 중간고사 기간이 떠 버려서 당분간 창댓 연재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항상 지금까지 이 창댓과 함께 해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22일엔 더 나아진 필력과 더 안정적인 연재 주기와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만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후미카, 생일이구나?
축하한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하지 않겠니?(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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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pm.
큰 결단을 내리고 노트북을 닫은 후미카는, 오후에 수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제야 나오긴 하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면 되겠지!'
이미 훌륭한 대학생의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비생산적인 일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지라, 남아도는 시간동안 뭘 할지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잠시 긴 앞머리 너머로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고민해본 결과-
1. 휴식(Sanity +10)
2. 웹서핑(Sanity +5, 콤마값이 80 이상일시 멘탈이나 능력치에 대해 긍정적 이벤트 발생)
3. 중앙도서관에 방문한다(Sanity +5, 추가 선택지 존재)
4. 공부를 한다(선택한 과목에 대한 숙련도가 1 증가, Sanity는 주사위/5만큼 감소한다)
5. 과제를 한다(이번 주는 과제가 없다. 선택 불가)
6. 학교를 돌아본다
7. 학교 밖으로 나가자!(두 번의 행동으로 취급됨)
8. 그 외(효과는 작가가 결정. 후에 선택지에 추가될 수도 있고 재앵커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4까지(단, 맨 처음 3개 앵커 중 7이 들어있다면 +3까지) 행동을 결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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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인 사정때문에 복귀가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또, 창댓을 리포트랑 병행하는 중이라 분량도 상당히 짧을 것 같습니다.
아, 오늘 후미카 생일이라고요?
......노린 거 아닌데요?
그래, 옛 성현들의 말 중 이열치열이란 게 있었다.
SAN치가 떨어지는 일이 있으면 SAN치가 떨어지는 소설을 읽으면 되지!
그렇게 대충 생각한 후, 러브크래프트 저 작품들 중 하나를 랜덤하게 뽑아 읽는다.
다행히도 도서관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한 층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후미카의 경험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hit or miss였다.
따지고 보면 플롯들도 꽤 비슷한 편이고, 다른 몇 가지 요소들 때문에 제대로 잘 쓴 작품들은 정말 몰입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여러 잡생각들과 함꼐,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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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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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Aㅏ, 뭡니까.
51~100: 팅 하고 왔다!
먼저 2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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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은 정말이지 최고야!
물론 종강이라고 안 바쁜 건 아니지만...
여튼 복귀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뢰를 밟은 것 같다.
이번에는 제대로 공감이 안 되고 분위기를 깨는 요소가 너무 많았던 느낌이 든다.
마지막 반전도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의도한대로 시간은 그럭저럭 간 것 같으니 일단은 성공인걸까.
도서관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으니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밖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학교 주변엔 뭐가 있는지 모르는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 밖으로 나서보자.
그렇게 생각하자,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모를 학생증을 대고, 좌우로 갈라지는 유리 문 사이로 나서자, 꽤 넓고 쾌적해보이는 공원이 그녀를 반겼다.
후미카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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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쪽
2. 남쪽
3. 동쪽
넉넉한 넓이의 도로는 큰 연못을 가로지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쓸데없이 감성적으로 되거나 다리 위를 거위들이 행진하고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이 큰 연못은, 위에서 봤을 때 오리 모양이라 해서 오리연못이라 자주 불린다.
...가끔 술 취한 사람이 빠진다던가 SNS 미션의 일환으로 누군가가 입수하고 인증샷을 올려 전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니지만, 아무래도 그건 별 상관없으니 넘어가는 게 좋겠다.
...그런데 왜 오리연못이라면서 거위들이 점령해버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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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연못 너머로 보이는 건 그래도 중앙에 가장 먼저 보인다고 상당히 세련되게 지어놓은 유리건물들이었다.
기숙사나 강의동같은 건 전혀 저렇지 않으면서 말이지, 하고 총장에 대해 잠시 원망을 한다.
그러고 보면, 진짜로 공부에 관련된 건물들은 저렇게 세련된 걸 보지 못한 것 같다.
스포츠컴플렉스같은 곳들이 정말 멋있게 생겼지.
애매하게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목욕탕 분위기 나는 파란색 하늘색 타일로 도배된 자연대 건물들을 보면...
...
잠깐 눈물 좀 닦고.
저 자연대 건물들을 너무 튼튼하게 지어서 새로 짓거나 외부 리모델링하는 것도 꽤 곤란하다는 변명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뭐, 그래도 인문대로 갈 내 이야기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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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방식도 묘하게 평범한 만사 귀찮은 이과생같이 변해가고 있는 후미카였다.
정문 앞은 후미카의 생각보다도 휑하다.
서로 마주보며 우뚝 솟아있는 두 판같이 생긴 기둥에는 볼록할 철(凸) 모양이 투각으로 파내어져있다.
혹자는 이 기묘한 구조물의 정체를 '서울대와 포항공대에 하나씩 날리는 F*ck♂you↘'라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후미카 입장에서 보자면 둘 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솔직히 그런 부정적인 해석을 누가 반기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서울대랑 포항공대에게 날린다 해석을 하기도 좀 거시기하고, 서울대에게는 날릴 이유조차 없다는 굉장히 빈약한 해석이기도 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각하기를 포기하곤 한다.
그럼 정문이 하필 저렇게 생긴 진짜 이유는?
그걸 누가 알아?
암튼, 이 학교가 후미카에게 날리는 두 개의 F*ck♂you↘ 너머로는 갑천이라는 강 하나가 흐르고 있다.
왼쪽을 본다.
쭉 뻗어있는 길 옆 가로수들이 인사를 건넨다.
오른쪽을 본다.
쭉 뻗어있는 길 옆 가로수들이 인사를 건넨다.
...하.
진짜 아무것도 없네.
입으로 표출되려 하는 격하면서도 허탈한 감정을 다스리려 하며, 핸드폰을 켜서 주위에 뭐가 있는지 검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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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홈플러스
2. 시민천문대
3. 지하철역
4. 자유앵커
지도를 켜서 주변을 살펴보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유성구청, 엑스포장...
죄다 영 아닌 것 같다.
그나마 헉교에 가까운 가 볼만한 곳은 북쪽의 시민천문대 쪽인가.
...
아뿔싸.
어디까지나 학교 기준으로 가까운 것이라면, 학교 중앙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이런...'
그랬다.
시민천문대를 가려면, 학교의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를 도보로 가로질러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려고 정문으로 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후미카는 그렇게 한동안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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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도 가자!
2. 다른 곳은 없나?
3. 포기하면 편해...
@머야 언제 3으로 바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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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포기하자...'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 후미카.
잠깐 차올랐던 의욕은 곧 허탈감이 그 자리를 메운다.
하.
모든 감정과 욕구가 빠져나가고, 냉철한 이성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게 그 현자타임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열반에 다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는 내면의 평화와 완전한 이성의 지배를 경험하며,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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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 경험만 했다.
51~99: 학교 내의 어딘가로 가기로 했다.
100: 깨달음!
먼저 3표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자신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홧김에 외출 계획을 취소해버리고 다시 저번처럼 잉여롭게 시간을 보냈다간, 자신에게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암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 안이라도 조금 더 돌아본다면 나중에 지금의 자신에게 항상 감사하십시오 Korean Heroes-
아 이게 아닌데.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래도 이제 시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볼 수 있는 곳은 학교 안으로 한정된 것 같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정문이 'Oh, KAIST student 불만이 또 있어요?' 하고 말을 건넨다.
잠시 정문을 넋놓고 바라본다.
자동차 한 대가 유유히 옆을 지나간다.
주위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 후미카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346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는지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던 아이돌 생활은 매우 힘들고 고달프긴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서로 지탱해주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던 동료들이 있었다.
언제나 그녀의 편에 서서 말없이 힘이 되어주던 프로듀서가 있었다.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함성을 받을 때면,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자신 덕분에 삶을 살아갈 기운을 얻었다는 몇 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그것들마저도 모두 잊혀질만큼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보고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아이돌 일도,
아무도 몰라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고서점에서의 삶도,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이 삶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또 다시 차 한 대가 후미카의 귀를 후려치고 지나간다.
간신히 끝없는 번뇌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후미카는, 일단 그냥 발 가는 대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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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
2. W
3. E
나갈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함성을 발사하고 있는 한 무리 거위 떼들, 도서관과 연못 사이에 설치되어있는 나름 큰 크기의 탑 모양 구조물, 도서관 앞 큰 들판에서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주변 시민들...
그나마 염장지르는 CC들이 없다는 게 다행이려나.
그렇게 몇 분을 걸어, 본부 건물을 기점으로 길이 세 갈래로 갈리는 것을 보았다.
큰 길은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뻗어나가는데, N7이라 표시된 건물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새어나가는 길이 하나 있었다. 각각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니, 오른쪽으로 새는 길은 결국 기숙사 방면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서 본부 건물 바로 뒤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은 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막혀있었다.
뭔가 바로 창의학습관이 있어서 발을 들이기는 싫어지는 길이긴 했다.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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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큰 길 따라
2. 바로 오른쪽으로 꺾는다.
3. 큰 길 따라가다가 N7 앞에서 오른쪽 갈림길로 샌다.
우측으로 꺾으면 바로 창의학습관이 등장한다.
많고 많은 건물들 중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비율도 중간 정도고, 사실 어떤 쪽의 느낌이 특출나게 전해지는 디자인의 건물도 아니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기억하진 않......아야 했다.
저학년 수업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진행되고, 입학 면접도 이 곳에서 진행된다는 점만 빼면.
그래서 그런지 이 건물만 보이면 후미카는 치를 떨었다.
적어도 후미카에겐 강의실보다도 고문실에 가까운 곳이겠지.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T자모양으로 길이 나 있다.
왼쪽으로 꺾으면 창의학습관보다는 좀 더 봐줄만한 디자인의, 서브웨이가 있는 바이오뇌공학과 건물이 있다. 더 올라가면 평소 기숙사로 향하는 길이 있겠지.
아직 둘러보지 않은 오른쪽엔 뭔가 더 평범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뭔가를 사먹을 순 있겠지만, 아마 그걸로 끝이겠지.
오른쪽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잘 모르겠다.
'딱히 어느 쪽을 골라도 별로일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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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左
2. 右
E6-5라 적힌 실험실 건물을 지나치면 옛날 감성이 드러나는 둥글둥글한 디자인의 건물이 나온다.
아니, 천문대처럼 지붕이 둥글둥글한 게 아니라 옆 모서리들만 깎아낸 모습이라 해야 할까.
당장이라도 트로트가 흘러나올 거 같은 분위기를 뽐내며 오래된 목욕탕을 연상케하는 밝은 파랑 계통의 타일을 두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일설에 따르면 너무 튼튼해서 리모델링을 하기도 뭣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구라같지만, 그렇다니 어쩌겠는가? 더 나은 가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관계자들도 자신이랑 똑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라도 믿어야 속이 편해지는데.
그래서 뭐하는 건물이지?
자연과학대학이네.
불쌍한 사람들.
그건 그렇다 치고, 반대편 저 허름하고 납작한 건물은 뭐 하는 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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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2.
중앙기계실.
후미카를 가두고 (수학으로)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거대한 수용소의 심장이,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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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곳으로 가 보자.
2. 한국인에게 이런 아름다운 풍습이...
주로 안 좋은 의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자연과학동이 있기 때문에, 그 바로 반대편에 납작하게 짱박혀있는, 굴뚝 하나만 튀어나온 저 건물의 존재감은 꽤 적다.
주위를 살짝 둘러본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CCTV 촬영중.
적혀있는 문구들은 전부 다 후미카에게 '나 중요합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제 보니 아마 죄다 지하에 배치되어있는 것같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심심풀이로 읽었던 것 같은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생각은, 빠르게 후미카의 머리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핫산 자넨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쥐불놀이란 고유의 풍습이 있다네.'
'깊은 밤이 되면 평소 미워하던 놈의 집에 불을 질러버리는 풍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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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줄기의 양심과 맞서싸우던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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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획을 짜야 한다.
2. 포기
결국 양심에 굴복한 후미카였다.
'그래......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아니, 그건 또 아닌가?
암튼, 그렇게 중앙기계실을 유심히 둘러본 후 다시 가던 길로 향한다.
기계실 내에 발을 들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그렇다 치고, 이대로 둘러보고 말까?
실험실 쪽에 커피숍 하나가 있는 것 같은데...
순간 목이 마르다는 것을 자각한다.
학교 내 커피숍이니, 값이 다른 곳에 비해 싸긴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쨌든 돈이 필요하단 건데...
주머니 부근을 두드려본다.
다행히, 아니 당연히 지갑이 있다.
아니, 학생증이 거기 들어있는데 지갑을 놓고 다니면 안 되지.
두께를 보아하니 돈도 넉넉히 있는 것 같고.
...뭔가 느낌이 많이 쎄한데.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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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 아 몰라, 일단 들어가보자.
51~100: 열어본다.
불길한 느낌을 안고 지갑을 열어본다.
그래, 안에는 학생증도 돈도 꽤 두둑히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학생증도 대체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아예 모르고 있지.
지갑은 원래 후미카가 쓰던 지갑 그대로인데, 왜 그렇게 된 걸까.
잠깐.
원래 후미카가 쓰던 지갑 그대로라면, 그리고 학생증을 제외한 내용물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돈도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며, 후미카는 지폐 한 장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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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종대왕
2. 유키치
먼저 2표
@에엑따!
하겠소! 닷-씨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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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안에 있는 돈도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원화로 전부 환전되어있었다.
...솔직히 환전이 어떤 기준으로 된 건진 전혀 모르겠다.
언제 환율을 기준으로 된 거지?
아니면 그냥 작가가 지 꼴리는 대로 환산해서 걍 넣어준건가?
아니, 작가가 후미카한테 원래 현금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어떻게 알아?
'...제 4의 벽을 부수는 쓸데없는 소리는 말아주세요.'
뭐야? 나 들리는 건가?
'...아마도요?'
오, 세상에.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나요?'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후미카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 막 소설에서 나오는 말투나 표현같은 거 쓰고 그러지 않았어? 왜 이리 말투가 시니컬해진거야?
'공대 다니면서 깨달았어요.'
아니, 아직 반 학기도 안 다녔잖아?
'이과생들이 공대를 다니면서 느끼는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선 별로 단어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요.'
...
와, 이걸 이렇게 뼈를 때리네?
'뭐, 그 쪽도 감성 참 메마른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야, 너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노예요.'
...
...
...
아 몰라, 안 해 이런 거.
'창댓은 어찌 하고요?'
몰라, 됐어, 네가 이거 창댓인 거 알면 이미 작품 터진 건데.
'ㅋ'
제발 나가. 그만.
'아, 그냥 그 쪽에서 저랑 통신 끊는 방법을 고안한다던가 하면 되지 않아요?'
오, 좋네! 그거 그래서 어떻게 구현할 건데? 아이디어 있어?
'그건 니가 생각해야지!'
...
...
확 학점 쌍권총 날려버린다?
'죄송합니다.'
...자, 솔직히 이런 거 너도 불편하지?
'아뇨.'
왜?
'그야, 이러면 저도 그 쪽을 갈굴 수 있잖아요? 어차피 통신 끊어도 거기 있는 사람은 저 계속 굴릴 거고. 맞죠?'
으음......틀린 말은 아니네.
야, 그럼 후미카 너 설마 내가 앵커 부르고 주사위 굴리는 것도 아냐?
'네!'
하...
XX.
'착한 말!'
아 좀!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건데요?'
몰라, 일단 넌 커피나 사, 커피나 마시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해보자고.
'늬예, 늬예.'
야, 캐붕!
'알 게 뭡니까. 애초에 카이스트 간 거 부터가 캐붕이지.'
암튼, 커피나 마시면서 통신 어떻게 할 지부터 생각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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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기서 끊을 줄 알았어요.'
여기까지 들어오진 마!
'ㅋ'
나가! 나가라고!
암튼!
+3까지 통신을 어떻게 끊거나 통제할 지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해주세요!
'안 하면 안 돼요?'
안 돼!
몇 분이 지났을까, 벨이 울린다.
후미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알아요, 아메리카노를 가지러 간다 할 거죠? 중요한 곳으로 빨리빨리 넘어가자고요.'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 페이스 조절도 할 겸 디테일은 살려야 할 거 아니-
'솔직히 그 쪽보단 제가 글 잘 쓸 자신 있어요.'
어우 빡도네.
너 퇴학 직전까지 만들어놓고 그대로 타임루프에 가둬버린다?
'죄송합니다.'
...암튼 아메리카노를 가지러 간다.
"학생증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후미카의 학생증을 바라보고, 잠시 머뭇거린다.
일말의 위화감을 느꼈던 것일까.
하지만,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귀찮았던 건지, 아메리카노를 건넨다.
다시 자리에 앉는 후미카.
'이제 됐죠?'
어,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니?
'저 돌려보내주세요.'
안 돼.
'그럼 제 다이스나 다시 굴려주세요. 이대론 도저히 못 다니겠어. 그럼 적당히 통신 끊어줄게요.'
아니, 그럼 네가 원하는 거 있으면 다시 부를 거잖아.
'들ㅋ킴ㅋ?'
들ㅋ킴ㅋ.
'4달러.'
?????
'4달러.'
이건 미친 짓이야!
'4달러!'
죽여버린다!?
'4달러!'
좋다, 그럼 후미카를 죽이겠다.
내가 [서걱]하면 죽는다 잘봐라
[서걱]
'으앙 죽음'
봤냐
'넌 내 목을 쳤어야 했어.'
뭐요!?
아니 왼손에 저거- 어디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
핑거스냅-
에엑따!
-------------------
01~50: 짤없다
51~100: 난 더 단단해졌다
먼저 2표
'해치웠다! 창댓 끝!'
아, 여기가 제가 새로 일할 곳이군요! 안녕하세요.
'......어?'
아, 이야기 못 들으셨나 보네요, 여기 나레이터가 이상현상에 휘말려 죽어버렸다 해서 새 나레이션으로 들어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 아니, 님 작가 아니었어요?'
아, 작가 분은 또 다른 곳에서 저흴 감찰하고 계시고요, 전 그냥 나레이터입니다.
그나저나, 손에 끼고 있는 그 장갑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아니, 이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상부에 올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그 나레이터 분과 다르게 저는 따로 통신 회선을 만든다거나 하는 그런 건 귀찮아서 말이죠.
'예? 잠깐, 잠깐만요-'
귀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아, 상부 부탁대로 나레이션은 경어로 진행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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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허탈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커피를 바라보고 있는 후미카를 흘겨보며, 잠깐동안 딱하게 여기는 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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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치 감소 다이스롤.
+3까지 중 가장 작은 값 채택합니다.
Sanity:298-22+5=28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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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놓쳤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엄청난 찬스였던만큼, 만회하긴 더욱 어렵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안 그래도 침울하던 기분이 더욱 무거워진다.
속으론 이미 욕을 한 사발은 퍼부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애써 표정엔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해본다.
뜻모를 언어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자신이 어디 있고 원래 어디 있어야 했는지를 더더욱 상기시킬 뿐이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든다.
쓰다.
망할.
.
.
.
결국 기분은 기분대로 나빠진채로 커피숍을 나왔다.
으아, 그지같네.
도서관 앞에서 출입을 위해 학생증을 꺼내들 때마다, 반으로 뽀개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조명도 너무 밝아보이고, 색도 너무 단조로워 보이고,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시낙한다.
시설이 좋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 짜증났다.
빈 책상을 하나 찾아 앉고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지금 이 정신상태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읽고 싶은 책을 하나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래, 집중해서 하지 않는 공부는 공부도 아니라잖아?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단 나을 거 같은데...
머리를 싸매고 고민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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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부를 하자
2.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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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 그 킬을 따낼 때의 쾌감을 아는가?
끝까지 버티다가 마지막에 떡상할 때의 그 쾌감을 아는가?
끝까지 매달리다, 마침내 그 한 문제가 풀렸을 때의 쾌감을 아는가?
사기사와 후미카는 대학교 1학년이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문학과 독서를 좋아한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끈기와 인내심이 강하다.
사기사와 후미카는 좋아하는 책과 작가를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사기사와 후미카는 존버의 미학을 잘 알고 있었다.
존버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전 세계에 코인 열풍이 불 때, 사람들은 그 희망을 쉽게 놓지 못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비참한 말로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다르다.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말하길, 잃을 것은 쇠사슬 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라 하였다.
동료들도, 프로듀서들도, 팬들도, 자신이 잃을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얻을 것은 새로운 대학에서의 새로운 출발, 새로운 관점, 그리고 진짜로 돈을 벌어볼 수 있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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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물 근성이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후미카였다.
숨을 크게 들이킨 후 전산시스템 창을 닫는다.
존버는, 승리할 것이다.
내가 옳았는지 드랍을 권하는 또 다른 내가 옳았는지는, 결과가 말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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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최고값과 그에 해당하는 콤마의 차만큼 멘탈이 회복됩니다.
@리포트 아웃라인 제출 + 작성 시작 + 2주간 테이크홈 시험+ 그 외 과목 중간고사 기간이 떠 버려서 당분간 창댓 연재는 힘들 것 같습니다.
항상 지금까지 이 창댓과 함께 해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22일엔 더 나아진 필력과 더 안정적인 연재 주기와 함께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까지만 잠시, 휴재하겠습니다.
축하한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하지 않겠니?(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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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pm.
큰 결단을 내리고 노트북을 닫은 후미카는, 오후에 수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제야 나오긴 하겠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보면 되겠지!'
이미 훌륭한 대학생의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기숙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정말 비생산적인 일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지라, 남아도는 시간동안 뭘 할지 차근차근 생각해보기로 했다.
잠시 긴 앞머리 너머로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고민해본 결과-
1. 휴식(Sanity +10)
2. 웹서핑(Sanity +5, 콤마값이 80 이상일시 멘탈이나 능력치에 대해 긍정적 이벤트 발생)
3. 중앙도서관에 방문한다(Sanity +5, 추가 선택지 존재)
4. 공부를 한다(선택한 과목에 대한 숙련도가 1 증가, Sanity는 주사위/5만큼 감소한다)
5. 과제를 한다(이번 주는 과제가 없다. 선택 불가)
6. 학교를 돌아본다
7. 학교 밖으로 나가자!(두 번의 행동으로 취급됨)
8. 그 외(효과는 작가가 결정. 후에 선택지에 추가될 수도 있고 재앵커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4까지(단, 맨 처음 3개 앵커 중 7이 들어있다면 +3까지) 행동을 결정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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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인 사정때문에 복귀가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또, 창댓을 리포트랑 병행하는 중이라 분량도 상당히 짧을 것 같습니다.
아, 오늘 후미카 생일이라고요?
......노린 거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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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오는 중앙도서관.
기숙사에서 매일같이 꺼내들었지만, 역시 처음 와보는 학교 학생증에 자기 얼굴이 찍혀있는 것은 정말 적응하기 어려웠다.
정돈된 느낌의 흰 벽으로 단장한 로비에 잠시 멈춰서 보았다가, 다시 계단을 오른다.
도서관 안에도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책상들은 많았지만, 주변의 유리벽으로 막혀있는 방들이 눈에 띄었다.
책상 하나에 의자들이 나란히 마주보고있는 걸로 보아, 아마 몇 명이서 그룹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 놓은 것 같았다.
‘이치노세 씨라도 있었다면 뭘 조금이라도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그 방을 전혀 쓸 일이 없다는 사실이 기분을 약간 우울하게 만들었다.
물론 원래도 혼자서 고독히 책을 읽는 스타일이었지만, 이런 일에 대해서는 도움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인지, 후미카는 그런 감상을 쉽게 넘겨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후미카는 혼자서 책꽂이를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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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미카는 무슨 장르의 책을 읽을까?
+2가 결정.
작성 중입니다아...
EDIT - 작성 완료
장르는 『코즈믹 호러』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읽는다.
SAN치가 떨어지는 일이 있으면 SAN치가 떨어지는 소설을 읽으면 되지!
그렇게 대충 생각한 후, 러브크래프트 저 작품들 중 하나를 랜덤하게 뽑아 읽는다.
다행히도 도서관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한 층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 후미카의 경험으로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hit or miss였다.
따지고 보면 플롯들도 꽤 비슷한 편이고, 다른 몇 가지 요소들 때문에 제대로 잘 쓴 작품들은 정말 몰입이 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은 별로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여러 잡생각들과 함꼐,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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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느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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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Aㅏ, 뭡니까.
51~100: 팅 하고 왔다!
먼저 2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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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강은 정말이지 최고야!
물론 종강이라고 안 바쁜 건 아니지만...
여튼 복귀했습니다.
Painkiller is BACK!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지뢰를 밟은 것 같다.
이번에는 제대로 공감이 안 되고 분위기를 깨는 요소가 너무 많았던 느낌이 든다.
마지막 반전도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의도한대로 시간은 그럭저럭 간 것 같으니 일단은 성공인걸까.
도서관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 같으니 분위기도 환기시킬 겸 밖으로 나가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학교 주변엔 뭐가 있는지 모르는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 밖으로 나서보자.
그렇게 생각하자,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모를 학생증을 대고, 좌우로 갈라지는 유리 문 사이로 나서자, 꽤 넓고 쾌적해보이는 공원이 그녀를 반겼다.
후미카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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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쪽
2. 남쪽
3.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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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넓이의 도로는 큰 연못을 가로지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쓸데없이 감성적으로 되거나 다리 위를 거위들이 행진하고 다닐 때를 제외하고는 그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이 큰 연못은, 위에서 봤을 때 오리 모양이라 해서 오리연못이라 자주 불린다.
...가끔 술 취한 사람이 빠진다던가 SNS 미션의 일환으로 누군가가 입수하고 인증샷을 올려 전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니지만, 아무래도 그건 별 상관없으니 넘어가는 게 좋겠다.
...그런데 왜 오리연못이라면서 거위들이 점령해버린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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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연못 너머로 보이는 건 그래도 중앙에 가장 먼저 보인다고 상당히 세련되게 지어놓은 유리건물들이었다.
기숙사나 강의동같은 건 전혀 저렇지 않으면서 말이지, 하고 총장에 대해 잠시 원망을 한다.
그러고 보면, 진짜로 공부에 관련된 건물들은 저렇게 세련된 걸 보지 못한 것 같다.
스포츠컴플렉스같은 곳들이 정말 멋있게 생겼지.
애매하게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목욕탕 분위기 나는 파란색 하늘색 타일로 도배된 자연대 건물들을 보면...
...
잠깐 눈물 좀 닦고.
저 자연대 건물들을 너무 튼튼하게 지어서 새로 짓거나 외부 리모델링하는 것도 꽤 곤란하다는 변명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뭐, 그래도 인문대로 갈 내 이야기는 아니지!'
.
.
.
사고방식도 묘하게 평범한 만사 귀찮은 이과생같이 변해가고 있는 후미카였다.
정문 앞은 후미카의 생각보다도 휑하다.
서로 마주보며 우뚝 솟아있는 두 판같이 생긴 기둥에는 볼록할 철(凸) 모양이 투각으로 파내어져있다.
혹자는 이 기묘한 구조물의 정체를 '서울대와 포항공대에 하나씩 날리는 F*ck♂you↘'라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후미카 입장에서 보자면 둘 다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솔직히 그런 부정적인 해석을 누가 반기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서울대랑 포항공대에게 날린다 해석을 하기도 좀 거시기하고, 서울대에게는 날릴 이유조차 없다는 굉장히 빈약한 해석이기도 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생각하기를 포기하곤 한다.
그럼 정문이 하필 저렇게 생긴 진짜 이유는?
그걸 누가 알아?
암튼, 이 학교가 후미카에게 날리는 두 개의 F*ck♂you↘ 너머로는 갑천이라는 강 하나가 흐르고 있다.
왼쪽을 본다.
쭉 뻗어있는 길 옆 가로수들이 인사를 건넨다.
오른쪽을 본다.
쭉 뻗어있는 길 옆 가로수들이 인사를 건넨다.
...하.
진짜 아무것도 없네.
입으로 표출되려 하는 격하면서도 허탈한 감정을 다스리려 하며, 핸드폰을 켜서 주위에 뭐가 있는지 검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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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홈플러스
2. 시민천문대
3. 지하철역
4. 자유앵커
먼저 2표
흠, 4(아무것도 없다)로 하지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소, 유성구청, 엑스포장...
죄다 영 아닌 것 같다.
그나마 헉교에 가까운 가 볼만한 곳은 북쪽의 시민천문대 쪽인가.
...
아뿔싸.
어디까지나 학교 기준으로 가까운 것이라면, 학교 중앙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이런...'
그랬다.
시민천문대를 가려면, 학교의 최남단부터 최북단까지를 도보로 가로질러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려고 정문으로 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후미카는 그렇게 한동안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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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도 가자!
2. 다른 곳은 없나?
3. 포기하면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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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포기하자...'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 후미카.
잠깐 차올랐던 의욕은 곧 허탈감이 그 자리를 메운다.
하.
모든 감정과 욕구가 빠져나가고, 냉철한 이성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이게 그 현자타임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열반에 다다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는 내면의 평화와 완전한 이성의 지배를 경험하며,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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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 경험만 했다.
51~99: 학교 내의 어딘가로 가기로 했다.
100: 깨달음!
먼저 3표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이미 자신은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홧김에 외출 계획을 취소해버리고 다시 저번처럼 잉여롭게 시간을 보냈다간, 자신에게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물론 사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암튼,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학교 안이라도 조금 더 돌아본다면 나중에 지금의 자신에게 항상 감사하십시오 Korean Heroes-
아 이게 아닌데.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래도 이제 시간 넉넉하게 잡고 둘러볼 수 있는 곳은 학교 안으로 한정된 것 같다.
한숨을 내쉬고, 다시 학교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린다.
정문이 'Oh, KAIST student 불만이 또 있어요?' 하고 말을 건넨다.
잠시 정문을 넋놓고 바라본다.
자동차 한 대가 유유히 옆을 지나간다.
주위엔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그 순간, 후미카는 문득 자신이 얼마나 346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는지 깨달았다.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던 아이돌 생활은 매우 힘들고 고달프긴 했다.
하지만, 그 때는 서로 지탱해주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던 동료들이 있었다.
언제나 그녀의 편에 서서 말없이 힘이 되어주던 프로듀서가 있었다.
무대에 서서 관객들의 함성을 받을 때면,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자신 덕분에 삶을 살아갈 기운을 얻었다는 몇 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물론 그것들마저도 모두 잊혀질만큼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보고 모두를 신경써야 하는 아이돌 일도,
아무도 몰라보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고서점에서의 삶도,
있으면 안 되는 곳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이 삶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또 다시 차 한 대가 후미카의 귀를 후려치고 지나간다.
간신히 끝없는 번뇌에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후미카는, 일단 그냥 발 가는 대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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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
2. W
3. E
먼저 2표
나갈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함성을 발사하고 있는 한 무리 거위 떼들, 도서관과 연못 사이에 설치되어있는 나름 큰 크기의 탑 모양 구조물, 도서관 앞 큰 들판에서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주변 시민들...
그나마 염장지르는 CC들이 없다는 게 다행이려나.
그렇게 몇 분을 걸어, 본부 건물을 기점으로 길이 세 갈래로 갈리는 것을 보았다.
큰 길은 전체적으로 왼쪽으로 뻗어나가는데, N7이라 표시된 건물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새어나가는 길이 하나 있었다. 각각 어디로 가는지 살펴보니, 오른쪽으로 새는 길은 결국 기숙사 방면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 앞에서 본부 건물 바로 뒤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은 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막혀있었다.
뭔가 바로 창의학습관이 있어서 발을 들이기는 싫어지는 길이긴 했다.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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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큰 길 따라
2. 바로 오른쪽으로 꺾는다.
3. 큰 길 따라가다가 N7 앞에서 오른쪽 갈림길로 샌다.
먼저 2표
많고 많은 건물들 중에서 유리가 차지하는 비율도 중간 정도고, 사실 어떤 쪽의 느낌이 특출나게 전해지는 디자인의 건물도 아니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자주 기억하진 않......아야 했다.
저학년 수업의 대부분이 이 곳에서 진행되고, 입학 면접도 이 곳에서 진행된다는 점만 빼면.
그래서 그런지 이 건물만 보이면 후미카는 치를 떨었다.
적어도 후미카에겐 강의실보다도 고문실에 가까운 곳이겠지.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생각...'
T자모양으로 길이 나 있다.
왼쪽으로 꺾으면 창의학습관보다는 좀 더 봐줄만한 디자인의, 서브웨이가 있는 바이오뇌공학과 건물이 있다. 더 올라가면 평소 기숙사로 향하는 길이 있겠지.
아직 둘러보지 않은 오른쪽엔 뭔가 더 평범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뭔가를 사먹을 순 있겠지만, 아마 그걸로 끝이겠지.
오른쪽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잘 모르겠다.
'딱히 어느 쪽을 골라도 별로일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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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左
2. 右
먼저 2표
E6-5라 적힌 실험실 건물을 지나치면 옛날 감성이 드러나는 둥글둥글한 디자인의 건물이 나온다.
아니, 천문대처럼 지붕이 둥글둥글한 게 아니라 옆 모서리들만 깎아낸 모습이라 해야 할까.
당장이라도 트로트가 흘러나올 거 같은 분위기를 뽐내며 오래된 목욕탕을 연상케하는 밝은 파랑 계통의 타일을 두르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일설에 따르면 너무 튼튼해서 리모델링을 하기도 뭣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구라같지만, 그렇다니 어쩌겠는가? 더 나은 가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관계자들도 자신이랑 똑같은 마음이라는 것이라도 믿어야 속이 편해지는데.
그래서 뭐하는 건물이지?
자연과학대학이네.
불쌍한 사람들.
그건 그렇다 치고, 반대편 저 허름하고 납작한 건물은 뭐 하는 데지?
.
.
.
E12.
중앙기계실.
후미카를 가두고 (수학으로)고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거대한 수용소의 심장이, 지금 그녀의 눈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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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곳으로 가 보자.
2. 한국인에게 이런 아름다운 풍습이...
먼저 2표
주위를 살짝 둘러본다.
관계자외 출입금지.
CCTV 촬영중.
적혀있는 문구들은 전부 다 후미카에게 '나 중요합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제 보니 아마 죄다 지하에 배치되어있는 것같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심심풀이로 읽었던 것 같은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 생각은, 빠르게 후미카의 머리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핫산 자넨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쥐불놀이란 고유의 풍습이 있다네.'
'깊은 밤이 되면 평소 미워하던 놈의 집에 불을 질러버리는 풍습이지.'
.
.
.
마지막 한 줄기의 양심과 맞서싸우던 후미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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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획을 짜야 한다.
2. 포기
먼저 2표
'그래......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죽을 순 없지.'
아니, 그건 또 아닌가?
암튼, 그렇게 중앙기계실을 유심히 둘러본 후 다시 가던 길로 향한다.
기계실 내에 발을 들일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그렇다 치고, 이대로 둘러보고 말까?
실험실 쪽에 커피숍 하나가 있는 것 같은데...
순간 목이 마르다는 것을 자각한다.
학교 내 커피숍이니, 값이 다른 곳에 비해 싸긴 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쨌든 돈이 필요하단 건데...
주머니 부근을 두드려본다.
다행히, 아니 당연히 지갑이 있다.
아니, 학생증이 거기 들어있는데 지갑을 놓고 다니면 안 되지.
두께를 보아하니 돈도 넉넉히 있는 것 같고.
...뭔가 느낌이 많이 쎄한데.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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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 아 몰라, 일단 들어가보자.
51~100: 열어본다.
먼저 2표
그래, 안에는 학생증도 돈도 꽤 두둑히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학생증도 대체 어떻게 나타난 건지 아예 모르고 있지.
지갑은 원래 후미카가 쓰던 지갑 그대로인데, 왜 그렇게 된 걸까.
잠깐.
원래 후미카가 쓰던 지갑 그대로라면, 그리고 학생증을 제외한 내용물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돈도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며, 후미카는 지폐 한 장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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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종대왕
2. 유키치
먼저 2표
사실 식당까지 간 적 있는데 돈이 유키치임을 모르는 게 이상해!
하겠소! 닷-씨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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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네...'
안에 있는 돈도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원화로 전부 환전되어있었다.
...솔직히 환전이 어떤 기준으로 된 건진 전혀 모르겠다.
언제 환율을 기준으로 된 거지?
아니면 그냥 작가가 지 꼴리는 대로 환산해서 걍 넣어준건가?
아니, 작가가 후미카한테 원래 현금이 얼마나 있었는지는 어떻게 알아?
'...제 4의 벽을 부수는 쓸데없는 소리는 말아주세요.'
뭐야? 나 들리는 건가?
'...아마도요?'
오, 세상에.
'...그게 그렇게나 놀랄 일이었나요?'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후미카 너 원래 이런 애 아니었잖아. 막 소설에서 나오는 말투나 표현같은 거 쓰고 그러지 않았어? 왜 이리 말투가 시니컬해진거야?
'공대 다니면서 깨달았어요.'
아니, 아직 반 학기도 안 다녔잖아?
'이과생들이 공대를 다니면서 느끼는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선 별로 단어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요.'
...
와, 이걸 이렇게 뼈를 때리네?
'뭐, 그 쪽도 감성 참 메마른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야, 너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노예요.'
...
...
...
아 몰라, 안 해 이런 거.
'창댓은 어찌 하고요?'
몰라, 됐어, 네가 이거 창댓인 거 알면 이미 작품 터진 건데.
'ㅋ'
제발 나가. 그만.
'아, 그냥 그 쪽에서 저랑 통신 끊는 방법을 고안한다던가 하면 되지 않아요?'
오, 좋네! 그거 그래서 어떻게 구현할 건데? 아이디어 있어?
'그건 니가 생각해야지!'
...
...
확 학점 쌍권총 날려버린다?
'죄송합니다.'
...자, 솔직히 이런 거 너도 불편하지?
'아뇨.'
왜?
'그야, 이러면 저도 그 쪽을 갈굴 수 있잖아요? 어차피 통신 끊어도 거기 있는 사람은 저 계속 굴릴 거고. 맞죠?'
으음......틀린 말은 아니네.
야, 그럼 후미카 너 설마 내가 앵커 부르고 주사위 굴리는 것도 아냐?
'네!'
하...
XX.
'착한 말!'
아 좀!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건데요?'
몰라, 일단 넌 커피나 사, 커피나 마시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해보자고.
'늬예, 늬예.'
야, 캐붕!
'알 게 뭡니까. 애초에 카이스트 간 거 부터가 캐붕이지.'
암튼, 커피나 마시면서 통신 어떻게 할 지부터 생각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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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기서 끊을 줄 알았어요.'
여기까지 들어오진 마!
'ㅋ'
나가! 나가라고!
암튼!
+3까지 통신을 어떻게 끊거나 통제할 지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해주세요!
'안 하면 안 돼요?'
안 돼!
ㅋ
'그럼 제 물리 화학 수학 다이스나 다시 해 줘요. 도저히 못 다니겠어. 그럼 적당히 절단할게요.'
능력치가 너무하오, 4달러 줄테니 다이스 다시 돌립시다.
"뭐? 아앗!"
(왼손 따-악)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인피니티 건틀렛 개꿀
후미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알아요, 아메리카노를 가지러 간다 할 거죠? 중요한 곳으로 빨리빨리 넘어가자고요.'
아니, 그래도 어느 정도 페이스 조절도 할 겸 디테일은 살려야 할 거 아니-
'솔직히 그 쪽보단 제가 글 잘 쓸 자신 있어요.'
어우 빡도네.
너 퇴학 직전까지 만들어놓고 그대로 타임루프에 가둬버린다?
'죄송합니다.'
...암튼 아메리카노를 가지러 간다.
"학생증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후미카의 학생증을 바라보고, 잠시 머뭇거린다.
일말의 위화감을 느꼈던 것일까.
하지만, 별 거 아니라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귀찮았던 건지, 아메리카노를 건넨다.
다시 자리에 앉는 후미카.
'이제 됐죠?'
어, 그래. 어떻게 하면 좋겠니?
'저 돌려보내주세요.'
안 돼.
'그럼 제 다이스나 다시 굴려주세요. 이대론 도저히 못 다니겠어. 그럼 적당히 통신 끊어줄게요.'
아니, 그럼 네가 원하는 거 있으면 다시 부를 거잖아.
'들ㅋ킴ㅋ?'
들ㅋ킴ㅋ.
'4달러.'
?????
'4달러.'
이건 미친 짓이야!
'4달러!'
죽여버린다!?
'4달러!'
좋다, 그럼 후미카를 죽이겠다.
내가 [서걱]하면 죽는다 잘봐라
[서걱]
'으앙 죽음'
봤냐
'넌 내 목을 쳤어야 했어.'
뭐요!?
아니 왼손에 저거- 어디 영화에서 본 거 같은데?
핑거스냅-
에엑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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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0: 짤없다
51~100: 난 더 단단해졌다
먼저 2표
아, 여기가 제가 새로 일할 곳이군요! 안녕하세요.
'......어?'
아, 이야기 못 들으셨나 보네요, 여기 나레이터가 이상현상에 휘말려 죽어버렸다 해서 새 나레이션으로 들어왔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 아니, 님 작가 아니었어요?'
아, 작가 분은 또 다른 곳에서 저흴 감찰하고 계시고요, 전 그냥 나레이터입니다.
그나저나, 손에 끼고 있는 그 장갑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아니, 이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 상부에 올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그 나레이터 분과 다르게 저는 따로 통신 회선을 만든다거나 하는 그런 건 귀찮아서 말이죠.
'예? 잠깐, 잠깐만요-'
귀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아, 상부 부탁대로 나레이션은 경어로 진행할게요!
.
.
.
이상하게 허탈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커피를 바라보고 있는 후미카를 흘겨보며, 잠깐동안 딱하게 여기는 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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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치 감소 다이스롤.
+3까지 중 가장 작은 값 채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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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놓쳤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엄청난 찬스였던만큼, 만회하긴 더욱 어렵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안 그래도 침울하던 기분이 더욱 무거워진다.
속으론 이미 욕을 한 사발은 퍼부을 수도 있을 거 같지만, 애써 표정엔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해본다.
뜻모를 언어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자신이 어디 있고 원래 어디 있어야 했는지를 더더욱 상기시킬 뿐이었다.
아메리카노를 받아든다.
쓰다.
망할.
.
.
.
결국 기분은 기분대로 나빠진채로 커피숍을 나왔다.
으아, 그지같네.
도서관 앞에서 출입을 위해 학생증을 꺼내들 때마다, 반으로 뽀개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조명도 너무 밝아보이고, 색도 너무 단조로워 보이고, 눈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시낙한다.
시설이 좋다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 짜증났다.
빈 책상을 하나 찾아 앉고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지금 이 정신상태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차라리, 읽고 싶은 책을 하나 읽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래, 집중해서 하지 않는 공부는 공부도 아니라잖아?
그래도 안 하는 것 보단 나을 거 같은데...
머리를 싸매고 고민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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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부를 하자
2. 책을 읽자
먼저 2표
인양요정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방학마다 쓰다가 이야기 전개가 생각이 안 나게 되었다. 일단 이 창댓 자체는 연중이 맞지만, 뒷이야기를 짧게라도 쓸지는 고민해 보겠다.